1. 사람의 혼을 이루는 바탕
사람의 혼을 이루는 바탕으로 죽기 얼마 전에 몸에서 빠져나간다고 하는데, 그 크기는 종발만 하며 맑고 푸르스름한 빛을 띤다고 한다. 20세기까지 병원이 아닌 집에서 장례식을 치른 경험이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죽음을 앞둔 사람의 집에서 빠져나가는 혼불을 목격했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사람들은 혼불을 목도할 적이면 먼 길을 떠날 불빛을 애도하며 두 손을 모아 망자의 명복을 빌었다고 한다.영혼이 사람의 육신에서 빠져나갈 때 맑고 푸르스름한 빛을 띤 혼불로 보인다고 한다. 대빗자루 모양의 꼬리 달린 불덩이는 남자의 혼불이고, 접시 모양의 둥글고 작은 불덩이는 여자의 혼불이다. 혼불이 집을 빠져나가고 나서야 그 집엔 어김없이 초상이 난다고 했다.
저녁 무렵이나 새벽녁에 혼불이 주로 발생되는데, 모양에 따라 두 종류가 있다. 경험상, 혼불에 꼬리가 달려서 날아가면 하루나 이틀 이후에 남자가 초상을 치르게 되고 꼬리가 없이 둥그스름한 모양이면 여자가 초상을 치르게 된다는 것을 익히 알아왔다.
참조: 마포구 시정일보. http://www.siju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296489
2. 최명희의 대하소설
<colbgcolor=#000><colcolor=#fff> 혼불 魂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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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대하소설 |
저자 | 최명희 |
출판사 | 매안 |
연재처 | 신동아 |
국내 출간일 | 1996년 12월 |
단행본 권수 | 10권 |
연재 기간 | 1988년 8월 ~ 1995년 10월 |
최명희 작가의 대표작이자 미완성 대하소설로,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여 한민족의 본바탕[1]과 당시의 풍속사를 잘 묘사해낸 작품이다.
1981년 혼불 1부가 동아일보 장편소설 공모전에 당선되었으며 이후 혼불 2부 ~ 5부가 1988년부터 1995년까지 무려 7년 2개월 동안 신동아에 연재되었다. 이는 국내 월간지 사상 최장기 연재 기록이기도 하다.
2.1. 상세
이 소설은 일제강점기 남원시 지방의 반가 매안 이씨 문중과 그에 기속한 민촌 거멍굴의 사람들, 나아가 만주로 떠나간 혹은 쫓겨간 사람들의 삶을 묘사함으로서 우리 민족의 '혼불'을 잘 나타내어 주는데, 특히 불가항력적인 시대의 흐름과 대내외적 변화들 속에서 모든 인물이 각각의 신념과 의지로 제 나름대로의 생을 살아가며 혼불을 불태우는 모습을 서사적이면서도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또한 '혼불'은 당시의 세시풍속·관혼상제·음식·노래 등의 풍속과 문화사를 철저한 고증을 통해 생생하게 '복원'시켜 낸 것으로도 문학사적, 나아가 사회 전반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작품이다. 실제로도 작가는 소설 속 모든 어휘들을 하나하나 직접 취재를 하고 사전을 찾아가며 말 그대로 건져 올렸으며 또한 그들을 가장 시기적절하게 사용하고자 퇴고에 퇴고를 거듭하여 본 작품을 집필하였다고 한다.[2] 이러한 자신의 집필 과정에 작가 스스로도 "나는 원고를 쓸 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았다." 라고 묘사한 바 있는데, 문학계 또한 이를 인정하여 혼불을 한국문학의 수준을 안팎으로 몇 단계나 끌어올린 작품이라 평한다.
사건 중심인 일반적인 소설과는 다른 서사기법을 쓰고 있다.
덧붙이자면 작가는 혼불의 집필 도중 난소암으로 투병하였는데, 투병생활 중에도 제 5부[3] 이후 부분을 구상하고 자료를 정리하였다고 한다. 끝까지 집필의지를 불태웠으나, 그녀는 1998년 12월 11일 난소암으로 작고함으로서 한국문학계의 큰 별이 짐과 동시에, '혼불' 소설은 끝내 미완으로 남겨지게 되었다. 그러나 혼불 하나면 됩니다.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참 잘 살다 갑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던 그녀의 작가정신은, 진정한 '혼불'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예이다.
…‘杏子板(행자판) 검자주 옻칠 소반에 정갈한 백자 지접 흰 달 같이 놓이고, 다른 반찬 소용없어 간장 한 종지 앙징맞게 동무하여 따라온 것이, 벌써 마른 속에 입맛 돌게 하는데, 간장 한 점 숟가락 끝에 찍어 흰죽 위에 떨구고 한 술 뜨면’
― 「魂불」에 나오는 흰죽 먹는 장면이라네
말 하나하나 고르며 밤을 밝힌 최명희는
시 짓는답시고 죽을 쑤는 시인보다
정말 진짜 시인이었네…
-오탁번, <시인> 中
참고로 혼불의 주 배경지는 남원시 사매면 서도리에 있는 노봉마을인데, 이곳에는 혼불문학관이 조성되어 있다. 이 노봉마을을 중심으로 주변 서도리 지역은 혼불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지역이 많다. 이 소설 하나 때문에 철거위기에 놓인 역이 살아남은 사례도 있다. 구 서도역이 그것. 일제강점기때부터 옛 역사를 그대로 쓰고 있었는데, 2002년 전라선 신선 이설로 역이 옮겨지면서 구 역사가 철거위기에 놓이자, 남원시에서 역사와 주변 시설들까지 사들여서 보존하였다. 이 소설이 끼친 영향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는 사례. 여담으로 최명희 작가의 생가는 전주로, 전주 한옥 마을에는 생가 터로 이어지는 골목길인 '최명희길'이 있다.
전주문화방송에서 이 소설을 세상에 다시 피워 올린다는 뜻에서 2011년 혼불문학상을 제정, 해마다 공모전을 연다.
한편으로 전북대학교는 최명희 작가의 뜻을 받든다는 뜻에서 최명희청년소설문학상(원래는 시/소설 부문이 한번에 최명희청년문학상이었으나 이후 2014년 가람 이병기 시인의 이름을 내세워 가람청년시문학상으로 분리되었다)을 수상한다. 고등학생/대학생 부문이 있다.
작품의 평가와 인기가 높은 것에 비해 드라마나 영화 등 미디어 믹스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2.2.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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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모
매안 이씨 종손. 누나 강련이 있지만 일찍이 황씨 문중으로 출가했다. 사촌동생 강실과 사랑하는 사이로, 이 때문에 효원과 금슬이 좋지 못하다. 이씨 가문의 종손이지만 본인의 성정은 예술적이고 다소 유약한 면이 있다. 바이올린에 재능이 있으나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아버지 기채와 갈등을 겪고, 공금을 유용해 첩 오유끼를 맞는 등 종손으로서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하다 사회주의 사상을 가진 육촌 형 강태와 만주로 떠난다. 무기력하고 무엇이 되려는 모습도 없으며, 10권짜리 책에서 3권까지만 나오고 그 후 거의 존재감이 약해지는 페이크 주인공. 만주로 간 이후로는 급진적인 강태의 주장에 도무지 공감하지 못하고,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오유끼에 대해 질려하는 모습 등을 보여준다. -
강실
기응과 오류골댁의 딸. 어려서부터 같이 자란 사촌오빠 강모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단념하려 애쓴다. 몸이 병약하여 여러 가지로 고생한다. 인월댁[4]과 이진예[5]의 삶과 비슷한 삶을 살게 된 인물로 평가된다. -
강태
기표와 수천댁의 아들. 사회주의 사상을 가졌으며, 강모와 만주로 떠난다. 새터댁과의 사이에서 희재와 영재를 두었다. 사회주의자라는 점에서 정치적으로는 부친과 정반대라고 할 수 있으나 강퍅하고 냉정한 성품은 어쩐지 부자 간에 판박이(...) -
강호
강모의 친척으로 사리반댁의 남편. 매안 이씨 문중의 문장(문중에서 항렬과 나이가 가장 높은 사람) 이헌의의 손자. 현재 와세다 대학에 재학 중이다. 사회주의 사상에 공감하지만 강태와 달리 온건한 편이고, 온화하고 친화적인 성품으로 가족과 마을 농민, 천민들에게까지 두루 인망이 두텁다. 애처가이기까지 해서 글재주가 뛰어나고 학문에 대한 관심이 큰 아내 사리반댁을 위해 와세다 대학의 강의록을 꾸준히 보내준다. -
기채
강모의 아버지. 율촌댁의 남편이다. 이병의의 장남으로 태어나 갓난아기 때 청상과부인 큰어머니 청암부인에게 양자로 입적되어 이씨 문중의 종손으로 자랐다. 이재에 밝고 책임감이 강한 성품으로 양모 청암부인과 함께 이씨 문중을 이끌었지만, 외아들 강모가 속을 많이 썩인다. -
기표
강태의 아버지. 냉정하고 대찬 성격에 현실적이고 수완이 뛰어나다. 작중에선 기표가 없었다면 매안 이씨 가문은 이미 크게 피해를 입었을 거라는 언급이 있다. 종가에 재산이 집중되어 있는 사회구조 상 개인적으로 상속받은 재산은 변변찮았지만 일찍이 사회 변화에 눈을 떠 문중의 재산을 지키는 데 앞장서고, 그 와중에 형 기채의 옆에서 눈치껏 조금씩 재산도 빼돌리고(...) 유력 인사들과의 교류를 통해 나름 지역 유지로까지 거듭난다. 종 우례[6]를 겁탈하고 아들 봉출을 낳았지만 그 아들을 모르는 척 외면한다. -
청암부인
매안 이씨 가문의 종부. 시집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과 사별하고 시동생 이병의와 이울댁 부부의 맏아들인 이기채를 양자로 맞아 집안을 잇는다. 그녀가 죽자 매안 이씨 종가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
허효원
강모의 아내. 대실의 만석꾼 집안 출신으로 혼인 첫날밤 자신을 찾지 않은 데다가 친정에 두고 데리러 오지 않는 남편에게 마음의 벽을 세우고 시어머니 율촌댁과 갈등을 겪는다. 강모와의 사이에서 아들 철재를 둔다.[7] 남편과 강실 사이의 일을 알고 있다. -
춘복
거멍굴 출신. 변동천하를 꿈꾼다. 옹구네와 내연관계. -
백단
거멍굴 출신. 당골네(무당). 남편 만동이와 함께 아버지의 뼈를 청암부인의 묘 옆에 묻었다가 들통나 얻어맞는다.
2.3.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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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1권> 대실, 매안, 전주
대실에서 강모와 효원의 혼례가 치뤄지는데 표주박에 가득찬 술을 바꿔 마시다가 청실과 홍실이 엉키고 만다. 첫날밤, 강모는 멋적게 시 두 편을 읊고 화관만 내려주고 잠들어 버린다. 효원은 엄청난 옷의 무게를 버티며 앉아 있다가 닭이 홰를 치자 혼자 옷을 벗는다. 강모는 강실의 꿈을 꾼다. 정초에 안서방이 연줄에 갬치를 먹이는 동안 청암부인은 강모에게 처가 세배 다녀오라고 한다. 아버지 이기채는 못 마땅해 했으나, 강모는 어머니 율촌댁의 약과를 물리치고 숙부 이기응의 댁에서 강실을 보고 돌아 온다. 거멍굴 사람들이 모내기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청암부인이 시집 왔을 때, 시부는 박씨를 잃고 한씨에게서 두 아들을 얻었지만 곧 한씨도 산욕열로 숨을 거두었다. 두레가 시작하는 날, 농악을 하는데 농토를 경작하는 기응은 장구를 친다. 강모는 전주에서 기타를 치다가 청암부인의 전보를 받고 귀향한다. 저수지도 넒혔던 청암부인은 강모에게 신부를 데려오라고 한다. 강모는 효원에게는 첫날만 건넌방에 오고, 사랑채에서만 지내다가 이레가 지나서 내일은 전주로 떠나고 몇년간 동경으로 간다고 한다. 양장을 입은 이기표는 창씨개명할 것을 설득한다. 시부의 셋째 부인 홍씨도 사라지고 김씨를 보쌈해와서 준의를 드디어 장가 보냈는데, 바로 열병으로 숨을 거둔다. 그렇게 신랑도 없이 청암부인은 시댁에 왔다. 율촌댁은 효원을 두려워해 기를 죽이려하고 이기채는 여름 방학을 맞아 집에 온 강모의 바이올린을 부순다. -
<4부 7권> 매안-1943년 2월 10일~2월 12일
2월 10일 새벽, 강실이가 청호에 빠져 죽으려고 호수를 향하여 절을 한 뒤 신을 벗고 머리를 푸는데 안서방네가 강실이를 덮쳐 허리를 휘어감고 쓰러진다. 안서방네가 강실이를 업고 오류골댁 사립문에 도착했을 때, 문간에 서 있던 기표를 만난다. 기표는 어젯밤에 진의원이 급하게 왕진왔다 가게 아팠던 강실이가 방죽가에 서 있다가 안서방네에게 업혀 온 곡절을 기응에게 추궁하나 기응은 끝까지 모른다고 발뺌한다. 효원은 시어머니 아침 문안을 들어가고, 율촌댁은 쓰러진 강실이를 오밤중에 쫓아낸 효원에게 작은댁에 내려가 오류골댁에 사과하고 강실이 문병을 하고 오라고 명한다. 작은댁에 내려온 효원은 오류골댁한테 황아장수가 오는 모레 강실이를 자신의 친정 근처 안행사 암자로 피신시키자고 제안한다. 2월 11일 점심 무렵, 박달이가 기채를 찾아와 춘복이가 청암부인 무덤을 도굴했다고 고하고 춘복이가 잡혀 온다. 춘복이가 덕석에 말려 매를 맞는 가운데 박달이가 뼈다귀 주머니를 들고 나타나고 분노가 치민 기채가 춘복의 정수리를 향해 몽둥이를 내리친다. 춘복이는 몽둥이를 피해 앞으로 고꾸라지고 정수리 대신 등을 두드려 맞는다. 기표가 투장이 천애 고아인 춘복이 소행일 리 없다며 기채의 매질을 말리고 거멍굴 백단이 만동이를 불러 족치라고 말한다. 고리배미 아낙의 점괘를 보고 있던 백단이가 매안으로 붙들려 가고 내일 오기로 예정되어 있던 황아장수가 하루 앞당겨 매안에 나타난다. 기채가 만동이와 백단이 취조를 시작하고 뼈다귀 주머니를 모른다는 백단이 말에 분노한 기채가 뼈다귀 봉지를 마당으로 동댕이치고 뼈다귀는 박살이 나 사방으로 흩어진다. 백단이와 만동이는 흩어진 뼈를 줍고 기채는 그들을 덕석에 말라고 명령한다. 밤이 깊어 안서방네가 효원이 챙겨준 옷감과 패물을 갖고 오류골댁에 가려는데 마침 옹구네도 거멍굴을 향해 나선다. 안서방네와 강실이는 아랫몰 물 모퉁이에서 헤어지고 강실이가 황아장수가 기다리고 있는 동구 밖 정자나무를 향해 가고 있는데 옹구네가 갑자기 나타나 길을 막는다. 그 바람에 강실이는 옹구네와 함께 쓰러지고 강실이는 너무 놀라 몸을 추스르지 못한다. 강실이를 업은 옹구네와 강실이의 보퉁이를 진 황아장수는 함께 옹구네로 간다. 그날 밤 자정이 넘어 옹구네는 춘복이 농막으로 가고 그곳에 있던 공배네를 쫓아낸다. 강실이는 약쑥 익모초(암눈비앗)를 떠올리며 오류골댁을 생각하고 슬퍼한다. 강실이는 황아장수한테 혼자 떠나라고 말하고, 농막에서 쫓겨난 공배네가 집으로 돌아가다가 옹구네 집에 누워 있는 강실이를 발견한다. 한편 매를 맞고 돌아온 춘복이는 연전 겨울에 아랫몰 쇠여울네가 안채 대청마루에 쇠스랑을 찍어서 몰매를 맞아 피투성이가 되어 쫓겨나면서 몹시도 서럽게 울던 울음 소리를 떠올리면서 그 당시 이 피를 갚겠다고 한 결심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공배는 가승이 없는 상놈이라서 몰매를 맞은 춘복이가 불쌍하고 문서도 절차도 없이 당한 것이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2월 12일 이른 새벽, 이헌의와 장손 강호가 종가로 올라와서 일본에서 학비를 벌기 위해 빈 병 줍기와 인력거를 끈 이야기를 하며 신분제의 불합리함을 성토한다. 청암부인의 부음을 듣지 못한 채 강호가 만주에서 강모와 강태를 만났다는 것과 그들이 봉천에서 법률 전문학관에 다닌다는 소식을 전한다. 효원이 후원에서 강호를 만나 강모의 소식을 전해 듣는데, 오유끼도 같이 갔다는 말에 효원이 충격을 받아 쓰러지자 강호가 효원의 두 손을 잡아 부축한다. 그 장면을 보고 율촌댁이 오해를 하게 되고 사리반댁을 추궁하여 오유끼가 동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거멍굴 사람들은 옹구네가 춘복이를 간호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지만 이 기회에 옹구네는 자신을 춘복이의 아내로 세상에 드러내기로 작정한다. -
<5부 9권> 매안-1943년
강호가 이두석 선생을 만나러 호성암에 가서 스님 도환을 만난다. 도환은 곧 다가올 석가탄신일의 연등 행사 준비로 종이에 물을 들이고 있는 중이다. 강호와 도환은 범련사로 거처를 옮긴 이두석 선생을 만나러 같이 길을 떠난다. 범련사에는 이두석의 형, 운곡재 서당의 훈장이었던 이두현 선생도 함께 있다. 이 두 형제는 독립운동가로 범련사에 몸을 피하고 있다. 범련사로 가는 길에 강호의 선대가 쓴 글씨가 새겨진, 머물고 떠나는 바위라는 뜻의 ‘체리암’을 지나고 범련사 사천왕문 앞에 도착한 도환은 강호에게 사천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범련사의 사천왕은 조국 광복의 염원을 담아 근래에 중건한 것이다. 도환은 동방지국천왕, 남방증장천왕, 서방광목천왕, 북방다문천왕의 순서로 다스리는 곳과 외양 등 사천왕에 대해 모든 지식을 망라한다. 도환은 흙바닥에 그림을 그려가며 강호에게 불교의 하늘과 십계 등 불교 교리와 ‘제석-사천왕-인간’의 관계가 단군설화의 ‘환인-환웅-단군’과 ‘조부-부-본인’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북방다문천왕의 오른쪽 발에 짓밟히고 있는 ‘가릉빈가’는 죄의 아름다움을 상징하고, 강호는 북방다문천왕의 왼쪽 다리를 어깨에 메고 있는 음녀를 보며 뜻밖에도 강실이를 떠올린다. 강실이는 석가탄신일이 지나고 열흘 후 복을 벗고, 호성암 종소리를 들으며 오류골댁과 강실이는 서로를 떠올리며 그리워한다. 강실이는 옹구네에 기차표를 구해 달라고 하고 이를 들은 춘복이는 강실이를 찾아가고 옹구네는 화가 나서 춘복이를 밀어 넘어뜨리고 멱살을 잡는다. 오류골댁은 부엌에서 강실이를 생각하며 불을 지피다가 치마에 불길이 붙어 불이 번진다. 마침 효원이 나타나 불길 속에서 오류골댁을 구해 내고 사람들이 불을 끈다. 오류골댁은 자신의 흉몽을 효원에게 말하고, 효원은 기응이 강실이를 직접 찾아가 보는 게 좋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강실이 같은 진예가 나타난다. 기표와 기채는 새로 부임한 총독과 정무총감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기표는 이런 시국에 강모와 강태가 만주에 있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만주로 찾아가 보겠다고 말한다. 옹구네는 강태가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부적을 갖고 와 우례에게 기표네 베갯속에 넣으라고 한다. -
<5부 10권> 만주 봉천-1943년, 매안-1943년
강태와 강모가 동문사 형설학회에 참석하러 왔다가 전주고보 은사였던 역사 선생 심진학과 해후한다. 심진학은 재작년 봄에 일어났던 전주 전일정미소 쟁의의 배후였던 지용훈과 관련하여 경찰에 잡혀가 취조를 당하고 친일파 조선인 교사가 자신에 대해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한 보고서를 보고 살아나가기 힘들다고 생각했으나 지용훈의 도움으로 탈출하여 동문사에 오게 되었음을 밝힌다. 지용훈은 고교 시절 ‘정명회’를 조직하여 그 회원들은 심진학으로부터 동국사략을 교재로 하여 조선의 역사를 배웠다. 그리고 자신들의 올바른 권리를 찾고자 교장을 찾아가 건의했으나 거부당한 끝에 행동을 개시했지만 일본 경찰에 밀려 고문과 퇴학을 당하였다. 그 당시 유인물의 등사 때문에 소사 쌍현이도 고문을 당했지만 끝까지 의리를 지키고, 심진학 선생도 배후 조정 혐의로 학교로부터 징계를 당했다. 심진학은 앞으로 조선족의 이민 실록을 쓰겠다고 소명을 밝히고 빌립 목사의 조선 이민 기록을 보여주고 봉금 시기의 옛이야기를 들려준다. 심진학을 만나 훈훈함을 느끼며 제일면점으로 돌아온 강모는 뜻밖에도 주인 김씨와 실랑이를 하고 있는 아랫몰 부서방을 만나게 된다. 부서방은 봉천역에서 조선인 지게꾼을 만나 서탑거리로 오게 되었고 우연히 눈에 띈 제일면점으로 그냥 들이닥친 것인데, 강모를 만난 것이다. 부서방을 통해 청암부인의 죽음을 알게 된 강모는 회한에 빠지고 이 소식을 강태에게 전하나 강태의 반응은 매정하다. 다음 날 강태와 만나게 된 부서방은 ‘곡식 사건’을 말하며 청암부인의 은혜를 되새기나 강태는 부서방이 가져야 할 곡식을 청암부인이 빼앗아 간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심진학 선생과 만난 부서방은 3개월 전에 매안을 떠난 이야기를 시작한다. 고리배미의 양판식이 있던 영구농장을 찾아갔으나 끔찍한 실상을 알고는 두 가족이 함께 도망을 쳤고 그 와중에 양판식의 아내와 갓난아기가 죽었고 그 후로 양판식과 헤어져 부서방 가족은 유리걸식을 했다는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한다. 심진학은 발해사를 상세히 말하며 발해는 고구려를 계승한 국가라고 주장한다. 발해의 멸망과 번성의 원인을 짚어보고 후발해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 백제·고구려·발해의 멸망과 신라의 멸망을 비교한 뒤 중국땅에 우리민족이 들어섰다 사라진 여러 경우를 밝힌다. 그리고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때 전쟁 포로로 끌려온 조선인들의 후손 중에 한족이나 만족에 동화되지 않고 집성촌을 형성한 박씨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심진학과 헤어진 일행은 서탑교회를 지나고, 강모는 예수를 세 번이나 모른다고 한 베드로를 떠올리며 자신이 강실이를 모른 척 버리고 떠나왔음에 괴로워한다. 동국사략 등사본을 가지러 다시 심진학에게 들렀다 오느라 늦게 도착한 강태와 강모는 부서방이 딸의 썩은 볼을 가위로 오려내는 장면을 목격한다. 강모는 오유끼에게 오늘도 부서방과 함께 자겠다고 말하고 오유끼는 밖에서 자겠다고 앙탈을 부리며 문간에 쪼그리고 앉는다. 그런 오유끼의 모습에 강태는 가슴이 철렁하고 노루발쪽 문고리를 잡는 자신의 손에 오유끼의 머리털이 찰나에 스치는 것을 아주 선명하게 느끼는 등 혼란에 빠진다. 반면에 강모는 오유끼에게 매우 강한 증오심을 느끼며 어디서 자든지 상관하지 않겠다며 모른 척한다. 볼을 오려 낸 아이는 그날 밤 죽고, 김씨의 주선으로 부서방이 생계와 거처를 마련한 것에 대해 강모는 미봉책이라며 인간의 생존 존재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일갈한다. 강태와 강모는 김씨가 내놓은 쑥버무리를 먹으며 조선과 같은 식물대를 가진 봉천의 봄꽃과 서탑거리에 조선인들이 살게 된 유래에 대해 듣는다. 안채에서도 김씨의 부인과 오유끼가 쑥버무리를 먹으며 오유끼의 고향 김제에서 온 어떤 아낙의 사연을 듣는다. 잠시 후 아낙의 여동생인 왕관카회의 여급, 장옥란이 나타난다. 한편, 심진학과 강태가 박해규를 만나러 가는 길에 하늘다리를 지나다가 시체를 뜯어먹고 있던 개의 습격을 받아 심한 부상을 입고 복숭아꽃이 만발한 남만주 의과대학에서 치료를 받는다. / 잿물을 내고 있는 소례를 찾아온 우례는 기표가 만주에서 돌아오기 전에 부적을 베갯속에 넣기 위해 상황을 살피고, 강실이를 데리고 가려는 공배네와 강실이를 뺏기지 않으려는 옹구네가 다투면서 강실이가 춘복이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강실이는 기어이 죽겠다고 결심한다. 안행사에 갔던 기응은 강실의 행방불명을 알고 대성통곡하고 오류골댁은 기절한다. 수천댁은 신분이 뒤바뀌는 시대의 흐름 탓에 봉출이를 보며 불길함을 느끼고 효원은 강실이가 부디 살아서 자신을 용서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
3. 톨쥬 작가의 BL 소설
자세한 내용은 혼불(BL) 문서 참고하십시오.
[1]
이는 소설의 제목이며 1번 항목에 서술되어 있는 혼불과도 관련이 있다.
[2]
실제로 문맥에 가장 잘 어울리는 형용사 하나를 쓰고자
국어사전을 샅샅이 뒤져 ‘풍연(豊衍)하다’를 찾아냈고, 작중 인물의 성품에 어울리는 택호(宅號)를 정하고자 땅 이름
사전을 몇 번이나 뒤진 끝에 ‘아느실’을 찾아내었다고 한다. 심지어 금방 눈발을 쏟아부을 것 같은 흐린 날씨의 적막함을 그리기 위해 사흘동안 방문을 열어 놓고 허공을 응시한 적도 있다고. 최명희는 혼불 속에서만 6,000여 가지의 어휘를 이용하였다고 한다.
[3]
혼불은 제 5부, 10권까지 출간되었다.
[4]
이기서의 아내로 소박맞았다.
[5]
사촌 이강수가 그녀에 대한 일방적인 상사병에 시달리다가 자살하자 시집갔던 최씨 문중으로부터 쫓겨나고 실성했다.
[6]
봉출을 출산한 이후 종 정쇠와의 사이에서 꽃니라는 딸을 두었다.
[7]
이도 정상적인 관계로 생긴 자식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