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pe (일반/어두운 화면)
최근 수정 시각 : 2024-01-31 10:46:17

하나도쿠로



花髑髏[1]

1. 개요2. 소개3. 등장인물4. 줄거리
4.1. 진상
5. 미디어화
5.1. 원작과의 차이점
6. 기타

1. 개요

요코미조 세이시의 탐정소설 유리 린타로 시리즈의 작품.

2. 소개

중편소설로 분류되며, 1937년 6월부터 7월까지 대일본웅변회 코단샤(現 코단샤)에서 발행된 잡지 '후지'에 연재되었다. 이후 1939년에 출판된 '악마의 설계도' 단행본에 최초로 수록되었고, 1976년 카도카와 문고판 단행본 '하나도쿠로'의 표제작으로 출간되었다.

3. 등장인물

4. 줄거리

어느 날 유리 린타로에게 '하나도쿠로'라 자칭하는 인물의 명의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가 도착한다.
유리 선생님께.

세간의 평에 따르면, 당신은 지금까지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명탐정이라 하더군요.
그게 사실이라면, 꼭 당신께 알리고자 하는 것이 있습니다.
현재 어딘가에서 실로 무서운 살인사건이 일어나려 합니다.
아니,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피비린내 나는 살인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을지 모릅니다.
저는 어떤 연유로 이 살인사건의 내용을 소상하게 알고 있습니다만,
너무나도 무서운, 그리고 너무도 걷잡을 수 없는 일이기에 여기에 명확히 이름을 거론드릴 수 없는 것을 아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결코 황당무계한 말이 아닙니다.
범인은 참으로 교활하고, 참으로 두려운 자입니다.
그리고 그 자와 겨룰 수 있는 것은 유리 선생님, 당신 외에는 없습니다.
선생님, 부탁드립니다. 내일 5월 15일 정오 즈음, 우시고메 M정의 두 그루 팽나무 아래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그러면 이 기괴한 편지가 결코 엉터리가 아님을 아시게 될 겁니다.

5월 14일
하나도쿠로(花髑髏)

이 편지를 본 유리와 미츠기 슌스케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히고, 특히 유리는 편지에서 '5월의 공기에서 피바다가 된 지옥도의 냄새를 맡을 것 같다'면서 편지를 보낸 '하나도쿠로'가 도움을 청하는 것인지 자신을 도발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묘하게 사람의 신경을 건드리는 데가 있다고 한다.[3] 미츠기 또한 자신도 기자 일을 하면서 익명의 편지는 많이 봐 왔지만 이런 편지는 처음 본다며 의문을 품는다.[4]

5월 15일, 이치가야의 정신병리학자 쿠사카 에이조의 저택에서 왔다는 수수께끼의 남자가 쿠사카 가의 단골 인력거꾼에게 바바시타의 쿠사카 에이이치의 자택으로 물건을 배달해 달라는 의뢰를 한다. 쿠사카 저택에는 지금 아무도 없을 테니 혼자 저택에 들어가서 현관에 놓여 있는 궤짝 하나를 가져다가 에이이치의 자택으로 배달해 달라는 것. 원래 쿠사카 저택에서는 아들 에이이치와 딸 루리코, 그리고 미야조노 카이타라는 백치 서생과 하녀 둘 이렇게 6명이 살고 있었지만, 에이이치는 아버지 에이조와 크게 다투고 집을 나가 바바시타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인력거꾼과 그의 아내는 이 남자의 정체에 잠시 의문을 품었지만[5]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의 말대로 쿠사카 저택 현관에 있던 궤짝을 짐수레에 싣고 바바시타로 향한다.

그러던 중 인력거꾼은 쿠사카 에이이치의 자택 근처라는 우시고메 M정의 두 그루 팽나무 아래에서 유리와 미츠기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제서야 자신이 배달하려던 궤짝 속 내용물의 정체를 알게 된다.[6] 궤짝 안에는 한 여자가 입에 재갈이 물리고 붉은 띠로 온 몸이 결박당한 채 어깨에서 피를 흘리며 들어있었던 것. 다행히 여자는 잠시 정신을 잃었을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고, 일단 여자를 미츠기에게 맡겨 병원으로 옮긴 유리는 인력거꾼과 함께 에이이치의 자택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마치 악귀와도 같은 모습의 에이이치[7]와 맞닥뜨리지만 그는 피 묻은 외투를 현장에 남긴 채 도주하고 만다.

쿠사카 저택에서 배달을 부탁받았다는 인력거꾼의 증언을 들은 유리와 미츠기는 그 길로 쿠사카 저택을 찾아가던 도중 유리와도 면식이 있는 사이인 정신병학자 유아사 박사를 만나게 된다.[8] 마침 유아사 박사도 쿠사카 저택에(정확히는 집주인이자 친구인 쿠사카 에이조에게) 용무가 있던 참이었기에 유리와 미츠기도 동행하게 되는데, 인기척이 전혀 없이 적막감만 감도는 저택의 모습에 위화감을 느낀 일행은 저택을 조사하던 중 별채의 연구실에서 마치 곤충 표본 같은 형상으로 가슴에 시라사야 단도가 박힌 채 대(大)자로 쓰러져 있는 쿠사카 에이조의 시체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옆에는 피를 잔뜩 뒤집어쓴[9] 인간의 두개골이 들어있는 종 모양의 유리 표본용기 주위에 흰 들국화 꽃이 여러 송이 놓여 있는 기괴한 광경이 펼쳐졌고[10], 표본용기에는 '야소가와 후지마츠 향년 35세'라고 적힌 라벨이 붙어 있었다. 이를 본 유아사 박사는 야소가와의 짓이 틀림없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고, 그 자리에 궤짝에 갇혀 있던 여자, 루리코와 경시청의 도도로키 경부, 그리고 경관들이 나타난다. 그녀는 실제로는 에이조의 친딸이 아니라 양녀로, 5세쯤 되었을 때 에이조가 어딘가에서 데려와 기른 아이였다. 사건이 일어나던 당시 루리코는 자신의 방에서 혼자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가 에이조의 연구실 쪽에서 끔찍한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갔는데, 양부의 처참한 시신을 목격한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에게 기습당해 어깨를 찔린 뒤 그 충격과 공포로 정신을 잃고 그대로 궤짝 속에 갇혔다가 유리와 미츠기에게 구출된 것이었다. 이 때문에 그녀는 에이조의 시신을 목격한 이후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편 유아사 박사는 쿠사카 부자가 서로 대립하게 된 계기와 자신들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에이조의 외아들 에이이치는 더할 나위 없이 선량한 청년이지만 한편으로는 일종의 간헐적 폭발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언제부터인가 의붓여동생 루리코에게 연애감정을 품게 되었다. 그러다 아버지 에이조에게 자신과 루리코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면서 직접 담판을 지으러 갔지만 무슨 까닭인지 에이조는 둘의 결혼을 극력 반대했고, 에이이치가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부자 사이에는 감정의 골이 깊게 패이게 되었다.

그리고 연구실에서 발견된 야소가와 후지마츠의 두개골에 얽힌 사연은 이러했다. 20여년 전 에이조와 유아사 박사는 같은 정신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야소가와는 이 병원에 입원한 정신질환자였다. 문제는 야소가와의 상태가 매우 심각했다는 것으로, 폭력성이 심해서 입원 전 여러 사람을 죽이고 다치게 만든 이력이 있는 자였다. 여기에 더해 걸핏하면 탈주를 시도하고 간호사와 여성 환자들을 희롱하는 등 병원에서조차 그를 감당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었다.[11]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그는 회복될 가망이 없는 중증의 결핵 환자이기까지 해서 병원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골칫거리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야소가와의 폭력성을 견디다 못한 유아사 박사는 에이조에게 일본에서 안락사가 법률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개탄하면서 이렇게 난폭한데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환자는 차라리 안락사시키는 편이 본인에게도, 사회를 위해서도 좋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말을 넋두리조로 한 일이 있었는데, 그로부터 2~3일 정도 후에 야소가와가 돌연 사망한다. 일단 그의 사인은 심장마비로 처리되었지만 당시 야소가와의 담당 의사는 다름아닌 에이조였는데, 알고 보니 사실상 결핵이 치유될 가능성도 전무한데다 병원 직원들과 입원 환자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에이조가 유아사 박사의 말을 계기로 그를 안락사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병원 내에서는 야소가와의 사인에 대해 아무도 의문을 품지 않았고, 그러기는 커녕 오히려 골치 아픈 환자가 하나 사라졌다며 쌍수를 들고 기뻐하면서 환영했을 정도였다.[12] 야소가와에게 시신을 인수해 갈 친척이 없다는 것을 안 에이조는 그의 시신을 해부하고 두개골을 기념으로 보존해 두었지만, 그 일이 있고 난 이후로 그의 얼굴에서는 늘 고뇌의 빛이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에이조와 유아사 박사는 누구에게도 이 일에 대해 일체 말하지 않았으나, 에이조는 백방으로 수소문해 야소가와의 유족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야소가와에게 처자식이 있었으나 야소가와가 사망한 전후로 살던 마을을 떠나 행방이 묘연해졌다는 것을 알게 된 에이조는 계속 그들을 찾아다녔다.[13] 그러나 야소가와의 아내는 이미 오래 전에 사망했고, '아사오[14]'라는 이름의 아들은 양자로 보내져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소식이 끊긴 이후 아직도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었다. 유아사 박사는 이런 일련의 정황으로 미루어볼 때 그 '아사오'가 아버지의 복수를 한 것이며, 두개골에 끼얹은 피는 자식이 부모의 원수를 죽이고 그 피를 부모의 두개골에 붓는다는 옛날 이야기의 내용을 실행에 옮긴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던 중 미츠기는 어쩌면 쿠사카 가의 백치 서생 미야조노 카이타가 '아사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의 행방을 찾지만 이상하게도 카이타는 에이조가 살해당한 이후로 종적을 감춘다.

한편 각 신문사들마다 쿠사카 에이조 살해범에 대해 카이타와 에이이치 둘 중 하나가 범인일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들을 쏟아내는 가운데, 유리는 신문에 미야조노 카이타의 소재를 찾는다는 광고를 내고 며칠 간 조사차 야소가와의 고향인 군마현을 다녀온다. 이후 미츠기와 함께 유아사 박사를 만나기 위해 쿠사카 저택[15]을 다시 찾은 유리는 그 곳에서 루리코의 비명 소리를 듣고, 루리코는 카이타가 창 밖에서[16] 목욕중이던 자신을 기분나쁘게 바라보다 사라졌다고 증언한다. 그리고 언젠가 인력거꾼이 보았던 예의 마스크 쓴 괴인을 발견하고 뒤쫓지만 그는 이미 도주한 뒤였다.

얼마 후 '스즈키 요시오'라는 가명으로 나리히라바시 근처의 한 싸구려 여인숙에 기거하던 미야조노 카이타 앞으로 편지 하나가 도착한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본 순간 신문 광고를 떠올린 여인숙 주인은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갔다가 유리를 대동하고 돌아오는데, 유리와 여인숙 주인이 도착했을 때 카이타는 편지와 함께 피로 물든 해골이 들국화꽃에 둘러싸여 있는 기괴한 그림이 그려진 카드를 품에 안은 채 마치 잠을 자듯 평온한 모습으로 죽어 있었다. 카이타의 사인은 약물에 의한 것으로, 결국 경찰은 조사 끝에 카이타가 쿠사카 에이조를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했다는 것으로 결론지었고, 신문에서도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렇게 쿠사카 에이조 살해 사건이 마무리되나 싶었지만, 유리는 여전히 사건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다. 특히 카이타 같은 백치가 그렇게 계획적으로 자살했을 리가 없다며[17], 분명 진범이 따로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던 찰나, 유리 앞으로 또다시 '하나도쿠로' 명의의 편지가 도착한다.
유리 선생님께 몇 자 올립니다.

미야조노 카이타는 결코 야소가와 후지마츠의 자식이 아닙니다.
따라서 쿠사카 에이조씨를 살해한 범인은 카이타가 아닙니다.
범인은 따로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는 또다시 무서운 살인을 획책하고 있습니다.
쿠사카 사건의 관계자 중 한 명에게 지금 무서운 위험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조심하시고 또 조심하시기를.

하나도쿠로

4.1. 진상

이 문서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진범은 루리코였다. 또한 루리코의 정체는 야소가와 후지마츠의 딸로, 호적등본상 장남으로 올라와 있던 '아사오'가 바로 그녀의 본명이었다.

야소가와의 호적에 올려진 루리코의 본명 '아사오'의 원래 이름자는 '[ruby(阿佐緒, ruby=あさお)]'였다. 그러나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고 한자를 몰랐던 그녀의 어머니는 호적에 루리코, 즉 아사오의 이름을 올리면서 가타가나로 'アサオ'라고만 적었고, 아이를 직접 보지 못하고 아사오라는 이름만 본 담당 직원은 남자 이름으로 많이 쓰는 이름이니 아들이라 지레짐작하고 호적상에 '장녀'가 아닌 '장남'으로 올렸다. 이 때문에 유리와 미츠기는 물론 유아사 박사도 아사오가 딸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

쿠사카 에이조는 루리코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들 에이이치와 루리코의 사이를 반대했던 것이었다. 루리코에 대한 아들의 애정이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커진 것을 알고, 만약의 사태가 터질 것을 염려해서 일단 에이이치를 불러내 그녀의 출생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그런데 루리코가 우연히 이 이야기를 엿듣게 되고, 유아사 박사와 양부 에이조가 자신의 친아버지를 죽인 것을 알게 된 그녀는 두 사람에게 치밀한 복수를 계획했다. 유아사 박사까지 복수의 대상이 된 것은 비록 직접 안락사에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했던 말이 에이조가 야소가와를 안락사시키는 동기를 제공했기 때문이었다.[18] 일단 복수를 계획하기는 했으나 대상이 2명인 만큼, 루리코는 자신이 의심받는 것만은 어떻게든 피해야 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명탐정으로 소문난 유리 린타로를 자신의 계획에 유리한 증인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었고, 그 일환으로 가장 먼저 '하나도쿠로' 명의로 유리에게 익명의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편지를 보낸 다음날 아침에 연구실에서 에이조를 살해하고 곧바로 유아사 박사로 변장해서 인력거꾼에게 문제의 궤짝을 배달하라고 지시했다. 인력거꾼이 저택에 도착하기까지 남은 시간 동안 루리코는 재빨리 변장을 푼 뒤 단도로 자신의 어깨를 스스로 찌르고, 붉은 띠로 결박당한 것처럼 위장해서 궤짝 안에 들어가[19] 인력거꾼이 오기를 기다렸다. 아무 것도 모르는 인력거꾼은 그대로 궤짝을 짐수레에 싣고 바바시타로 향했고, 그녀의 계획대로 유리와 미츠기가 자신이 들어간 궤짝을 발견하게 되면서 그녀 자신도 피해자인 것처럼 위장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녀의 계획은 예상치 못한 데서 변수가 생기는데, 마침 에이조가 살해당한 직후 집에 들렀던 에이이치가 에이조의 시체에 발이 걸려 넘어진 것이었다. 아버지의 시체를 본 에이이치는 경황이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혐의가 씌워질 것을 두려워해서인지 경찰에 이를 알리지 않고 바로 뛰쳐나가 버렸다. 즉 유리와 인력거꾼이 바바시타의 자택에서 마주쳤던 에이이치가 '악귀와도 같은 모습'이었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이를 숨어서 지켜보던 루리코는 그에게 에이조 살해 혐의를 떠넘길 수 있게 되었다며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으나, 여기서 또 다른 변수가 생겼으니 그날 아침 용무가 있어 밖에 나갔던 미야조노 카이타가 예정보다 빨리 저택에 돌아온 것이었다.

그러자 루리코는 카이타가 평소 자신을 흠모하던 것을 떠올리고 이를 이용하기로 한다. 에이이치 대신에 그녀의 뜻대로 쉽게 조종할 수 있는 백치인 카이타를 살인범으로 만들 계략을 꾸민 것. 우선 사건이 일단락되면 결혼하자는 등 온갖 달콤한 말로 카이타를 교묘하게 구슬려서 나리히라바시 인근의 싸구려 여인숙에서 가명으로 숨어 지내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예의 기묘한 해골이 그려진 카드와 독약[20]을 동봉한 편지를 보내 두 번째 지시를 내린다. 그 두 번째 지시란 이러했다. 자신이 원하는 꿈을 꿀 수 있는 주문을 알려 주겠다며 일단 편지를 다 읽으면 그것을 태우고, 편지 속에 넣어둔 약과 함께 그 재를 조금 먹은 뒤 동봉된 흰 봉투[21]를 품에 안고 조용히 눈을 감으면 꿈에서 루리코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카이타는 이 편지를 추호도 의심하지 않고, 그 약이 극약이라는 것도 모른 채 편지의 지시를 그대로 따랐다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즉 직접적으로 손을 대지는 않았지만 루리코가 자살로 위장해 카이타를 살해했던 것.

에이조에 이어 카이타까지 살해한 루리코는 복수를 완성하기 위해 기분 전환을 빌미로 유아사 박사에게 카마쿠라 여행을 제안한 뒤 에노시마의 해안 절벽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스스로 모든 진실을 밝히고[22] 마지막으로 "당신의 피를 받아 아버지의 해골 위에 부어야 한다"라며 유아사 박사를 죽이려는 순간,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유리와 미츠기가 난입하기도 전에 그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에이이치가 그 자리에 나타난다. 에이이치는 권총으로 루리코를 살해한 뒤, 루리코가 이런 악마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은 그녀에 대한 마음을 버릴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루리코를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23]

유아사 박사는 사건이 종결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심장마비로 급사했다. 한 쪽 다리가 불편한 것을 빼면 딱히 지병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자신의 말 한 마디가 피비린내나는 참극의 단초가 되었다는 죄책감과 회한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고 유리는 추측했다.[24] 그리고 유리에게 왔던 '하나도쿠로' 명의의 두 번째 편지는 유아사 박사가 보낸 것이었다. 유아사 박사와 에이이치는 에이조가 죽었을 당시부터 루리코를 어렴풋이 의심하고 있었지만, 에이이치는 유아사 박사에게 절대로 그런 말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에이이치는 아버지의 시체를 발견한 직후 유아사 박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은 당분간 몸을 숨길 생각이며, 돈이 필요하니 그 돈을 신사 경내의 느티나무 위에 숨겨 달라고 부탁했다. 유리와 미츠기가 두번째로 쿠사카 저택을 찾았을 때 루리코의 비명소리가 들리기 전후로 느티나무에서 수상한 사람 그림자가 보였는데, 그 그림자의 정체는 바로 나무 위에 돈을 숨겨두고 내려오던 유아사 박사였다.[25] 그리고 에이조가 죽은 뒤 루리코가 유아사 박사에게 저택에서 머물러 달라고 한 것도 실은 기회를 보아 그를 죽이기 위해서였다.[26] 이 때문에 유아사 박사는 루리코가 카마쿠라로 여행을 가자고 말한 순간 본능적으로 신변의 위협을 느꼈고, 유리와 미츠기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하나도쿠로' 명의로 편지를 보냈던 것이었다.[27]

후에 유리는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돌이켜볼 때마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불쾌함을 느꼈다고 술회하면서, 특히 루리코가 카이타를 교묘하게 조종하여 살해하는 부분에서는 "아마도 전 세계의 범죄자를 전부 추려낸다 한들 그녀에 필적하는 두뇌를 지닌 자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실로 무서운 범죄자였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5. 미디어화

2020년 후지 테레비 계열의 5부작 드라마 '탐정 유리 린타로' 1화 에피소드에 해당한다. 드라마판은 시대 배경이 레이와 시대로 바뀐 만큼 스토리도 그에 맞게 각색되고 각종 설정도 변경되었다.

5.1. 원작과의 차이점

6. 기타

본작은 처음 잡지 연재시 경품이 걸린 퀴즈 형식으로 연재되었다. 중반부 유아사 박사가 자신과 쿠사카 에이조, 그리고 야소가와 후지마츠에 얽힌 과거의 사연을 이야기하는 챕터인 '저주의 해골'까지가 문제에 해당되었으며, 쿠사카 에이이치와 루리코, 유아사 박사, 미야조노 카이타 중 진범을 맞추는 독자에게 추첨을 통해 경품을 지급하는 이벤트였다. 1등 상품은 당시 상당한 고가품에 속하는 이동식 축음기였다고.
[1] 본작의 타이틀이자 키워드라 할 수 있는 말로, 굳이 번역하자면 '꽃과 해골' 정도가 그나마 자연스럽다. [2] 당시 서생이라고 하면 주인집의 가사를 돌보면서 동시에 공부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지적 수준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미야조노의 경우 작중에서 백치에 가깝다고 묘사되는 것을 보면 현재 기준으로는 중증 지적장애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3] 편지를 읽는 내내 노골적으로 불쾌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애초에 유리가 이런 류의 수법을 싫어한다는 것도 있었고. [4] 게다가 미츠기는 편지를 한 번 훑어보고 난 뒤 단번에 필적을 일부러 평소에 쓰는 것과 다르게 해서 서툰 글씨로 쓴 것임을 알아차린다. [5] 쿠사카 가 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알고 있지만 배달 의뢰를 한 남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 남자가 봄에서 초여름으로 접어드는 5월 중순임에도 불구하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얼굴을 전부 가리는 검은 마스크까지 쓰고 있었고, 왼쪽 다리를 약간 끌듯이 걸었기에 한층 더 수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6] 인력거꾼은 처음에는 궤짝이 좀 무겁다는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에이이치의 자택으로 가는 길을 물으려고 유리와 미츠기에게 말을 걸었다가 유리가 궤짝을 실은 짐수레에서 피가 떨어지는 것을 목격하고 주의를 환기시킨 덕분에 내용물의 정체를 알고 기겁한다. [7] 본 바탕은 전형적인 귀공자풍의 용모를 지닌 미청년이지만 유리 일행과 조우했을 당시는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눈에는 핏발이 선 채 금방이라도 피가 날 기세로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고 묘사된다. [8] 유아사 박사는 다리에 약간의 장애가 있어 왼쪽 다리를 가볍게 끌면서 걷는 버릇이 있었는데, 마스크와 모자 때문에 자신에게 배달 부탁을 한 사람의 얼굴까지는 보지 못했던 인력거꾼은 이 걸음걸이를 보고 의문의 고객이 유아사 박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9] 마치 사람의 피를 받아다가 위에서 들이부은 형상이었다. [10] 이 모습을 본 미츠기는 유리에게 온 괴편지를 떠올리고 '하나도쿠로'라고 소리친다. [11] '온갖 악질 유전자를 모두 가진' 사람이었다는 유아사 박사의 표현으로 보아 조현병 간헐적 폭발 장애를 동시에 갖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12] 언뜻 보면 이게 과연 병원에서 나올 반응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야소가와처럼 폭력성을 가진 정신질환자는 현대의 정신질환자 관리 시스템 하에서도 제대로 관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게다가 결핵이 불치의 병으로 여겨지던 시대였음을 감안하면 작중의 병원 직원들 입장에서 야소가와는 그저 짐덩어리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로 여겨졌을 것이다. [13] 이에 대해 유아사 박사는 야소가와의 남은 가족들을 데려다 보살핌으로써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최소한이나마 속죄하려 했던 것이라고 추측했다. [14] 야소가와의 호적등본 상에는 이름이 가타가나로만 쓰여 있어 정확한 이름자는 알 수 없었다. [15] 에이조가 살해당한 이후 루리코의 부탁으로 저택에서 머물고 있었다. [16] 쿠사카 저택 바로 옆에 있는 신사 경내의 느티나무 위에서 들여다보았다고 한다. [17] 카이타가 설령 사람을 죽였다고 치더라도 그가 백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으로 자살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18] 루리코는 에이조의 연구실에 보관되어 있던 아버지의 두개골을 본 그날 밤 아버지의 두개골이 자신을 죽인 원수들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저 세상으로 가지 못하겠다며 그들의 피를 달라고 호소하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19] 궤짝은 안에서 뚜껑을 닫으면 자연스럽게 안쪽 걸쇠가 맞물리도록 된 구조였다. [20] 카이타가 '마치 잠자듯 평온한 얼굴로' 죽어 있었다는 정황을 보면 이 독약은 에이조가 야소가와를 안락사시킬 때 사용했던 약물로 추측되며, 루리코는 에이조의 연구실에서 우연히 이 약을 발견하고 에이조를 살해한 뒤 일부를 빼돌려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21] 정확히는 봉투 속에 들어있던 문제의 피로 물든 해골이 그려진 카드. [22]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게 된 유아사 박사가 자신은 기왕 죽을 목숨이니 저승길 노잣돈인 셈 치고 진실을 알려달라고 하자 루리코가 모든 것을 자백한 것이다. [23] 루리코는 에이이치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알면서도, 친아버지를 죽인 원수의 핏줄이라는 사실 때문에 한편으로는 복잡한 감정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자신에게 총을 겨누었을 때 저항하지 않고 그대로 총에 맞은 것을 보면 루리코도 에이이치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모양. [24] 작중에서는 이를 '해골의 집념은 이렇게 기어코 마지막 저주를 이루었다'고 표현했다. [25] 이 일련의 정황들로 보아 에이이치가 아버지 에이조와 다투고 집을 나간 것은 표면적인 이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26] 후에 유아사 박사는 이 당시를 돌이켜보며 루리코가 너무나 두려워서 하루하루를 견디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27] 두 편지의 필적이 서로 달랐기 때문에 유리는 명의는 같지만 다른 사람이 쓴 것임을 바로 알아차렸다. 게다가 두 번째 편지의 필적은 비록 서툴게 쓰이기는 했지만 유아사 박사의 필적에서 나타나는 특성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유리는 유아사 박사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게 된다. [28] 드라마에서는 유류품 중에서 가장 강력한 물증인 이 천식약을 검출하지 못해 유아사 박사 살해는 미제 사건으로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