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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9-30 22:10:54

피아노 소나타 1번(스크랴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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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스크랴빈의 첫 소나타로, 초기의 비르투오소 스타일의, 쇼팽과 리스트에게 영향을 받은 스타일로 작곡되었다. 현재는 다른 소나타들에 밀려 잘 연주되지는 않지만, 스크랴빈 초기의 쇼팽과 비슷한, 그러나 독자적인 스타일을 잘 관찰할 수 있는 곡이다.

2. 역사

스크랴빈은 이 곡을 20세 때 작곡하였으며, 당시 오른손에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이 곡의 테마가 자신의 비극을 한탄하는 것이라는 음악연구가들의 해석이 있다.

3. 구조

베토벤의 소나타 12번, 쇼팽의 소나타 2번과는 다르게, 장송행진곡 악장이 가장 마지막에 있는 것이 특징이다.

3.1. Allegro con fuoco

1악장은 소나타 형식이며, 엄청난 왼손 도약과 드라마틱한 선율이 인상적이다. 서주 없이, 거의 피아노의 전체를 2회 휩쓸며, 현란한 아르페지오와 정열적인 모습을 부각하는 1주제와, 그에 대비되는 Ab장조의 2주제가 연이어 등장한다. 곧바로 제시부의 종지로 이어지는 의외로 밝은 느낌의 클라이막스가 등장하게 된다.

전개부는 상당히 기교적이다. 난해한 왼손의 아르페지오에서 고조되는 선율은 반음계적 상승을 통하여 C장조의, 매우 큰 크기의 도약을 수반하는 코랄로 변모하고, 이는 곧바로 반음 위로 올라가 F단조로 전조할 기회를 마련하게 된다. 이때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1주제의 모티프가 조금 더 확고하게 드러나게 된다.(F-G-Ab)

화려한 경과부 이후의 재현부는 제시부와 거의 동일하지만, 조금 다른 형태의 전조로 2주제를 f장조로 이조시킨다. 속도를 줄인 제시부와는 달리, 1주제의 분위기를 그대로 답습하여서 코다까지 달려나간다. 코다는 2주제의 코랄을 f단조와 f장조의 반복과 하강으로 누그러뜨리고, 조용한 분위기 안에서 1주제의 3음 모티프와 함께 피카르디 3도로 여운을 주며 끝내 버린다.

3.2. Adagio

2악장은 짧고 조용한 악장이며, 전형적인 3부 형식을 띠고 있다.
어두운 C단조의 조성감을 지니며, 코랄과 같이 느린 코드의 연속으로 애상적인 분위기를 띠고 있지만, 일부러 처음부터 원 조성에서 벗어난 코드를 사용함으로써 조성과 분위기에 모호감을 주고 있다. 이 부분은 정적인 왼손의 반주와 오른손의 16분음표 내부의 선율로 대비감을 주고 있다.

곧이어 1도 위의 Db장조의 B파트가 시작되는데, 이곳에서는 왼손의 아르페지오가 조성감을 잡아 주어, 비교적 더 안정하고, 반음계적 선율로 인한 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페르마타로 갈라지는 3부에서는 첫 주제가 전조 없이 등장하나, 왼손의 반주는 2부의 형식을 물려받아 저음부에서 선율의 간섭 없이 요동친다. 1부에서 등장한 극적인 선율이 아닌, 처음의 코랄만이 반복되다, 조성적 모호감을 이겨내고, C장조로 안정적으로 전조하여 왼손의 큰 아르페지오가 마무리를 짓게 된다.

3.3. Presto

3악장도 1악장과 마찬가지로 매우 드라마틱하며, 끝의 F단조는 다음 악장과 연결된다. 론도 형식의 악장이나, 에피소드 간의 대조는 거의 없다. A-B-A-C-A'-B-A''-코다의 형식을 띠고 있다.

맹렬히 몰아치는 셋잇단의 옥타브 밑에서 리듬감 있게 등장하는 f단조의 하강이 돋보이며,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부분은 1악장과의 유사성을 띠고 있다.

B파트는 이에 가세해 full-chord의 연속과 피아노 전체를 휩쓰는 아르페지오가 보이는 짤막한 경과구적인 부분이고, 다시 A파트가 등장해 Ab장조의 C파트와 연결된다.

짧고 맹렬한 이 론도 속에서 유일하게 장조 선율울 지닌 이 부분은, 한층 이 론도의 분위기를 잠식시켜줄 것 같다가도, 금세 드라마틱하게 고조되어 A파트로 돌아가 버린다. 이후 F단조로 전조한 B파트 외에는 코다까지 큰 변화 없이 진행된다.

코다는 동형의 코드를 지속적으로 연타하면서 단 한 번 폭발하나, 제대로 해소되지 않는 선율이 등장하면서, 급작스러운 마무리를 짓게 된다.

3.4. Funèbre

A-B-A형식의 장송행진곡이며, 중간의 종소리 같은 화음의 B섹션에서는 pppp까지 써가며, 감정의 대비에 신경을 썼다.

어두운 분위기의 장송 행진곡과 그에 대비되는 섬세한 선율미의 B섹션은 쇼팽의 장송 행진곡의 많은 부분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주 선율은 1악장의 3음 모티프의 확장이며, 같은 구를 지속적으로 반복한다.

B섹션은 박자를 alla breve로 바꾸고, 2분음표의 코드만으로 선율을 pppp로 진행시켜, 섬세한 종소리와 비애의 감정선을 보여준다.

다시 A섹션이 반복되고, 저음의 8분음표의 2도 리듬 끝에서 갑작스러운 포르테의 종지로 소나타는 마무리가 지어진다.

4. 기타

스크랴빈의 첫 소나타 작품이지만 매우 어렵다. 다성부에 신비주의 화음도 적극 활용하여 난해한 5번 이후의 후기 소나타와 비교했을 때는 쉽지만, 1악장 처음부터 휘몰아치는 악상에 리스트를 방불케 하는 극한의 기교(예: 3악장 왼손의 빠른 옥타브), 그리고 자신의 손 크기(8도)를 훨씬 넘긴 11도, 12도 등 장대한 음표들을 매우 빨리 처리해야 하는 등, 초기 작품인 2번과 4번보다는 확실히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