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Les pions sont l'âme des échecs
"폰은 체스의 혼이다."
프랑스의 체스 플레이어 프랑수아 앙드레 다니캉 필리도르(François-André Danican Philidor)
"폰은 체스의 혼이다."
프랑스의 체스 플레이어 프랑수아 앙드레 다니캉 필리도르(François-André Danican Philidor)
하나 하나는 약소할 수 있어도 숫자가 가장 많은 기물로, 전선을 형성한다. 오프닝부터 엔드게임까지 활약하는 기물. 대각선으로 나열된 폰의 라인은 뒷쪽 폰이 앞쪽 폰을 보호해 주는 일종의 방벽 상태(Pawn Structure)가 되고 이를 기반으로 상대의 진로를 막고 내 기물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게 한다. 진형을 굳힌 폰은 지원만 충실하다면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요새를 만들어 줄 것이다.
폰이 없는 열을 열린 열(Open file)이라고 한다. 한쪽만 폰이 없다면 반 열린 열(Semi Open file), 서로 폰이 있는 열은 닫힌 열(Closed file)이라고 한다.[1] 열린 열에는 자신 또는 상대의 룩, 퀸(일명 메이저 피스)이 영향 줄 수 있기 때문에 진형상 중요한 부분이 된다. 양쪽 모두에게 열려 있으면 메이저 피스의 배치는 더 중요해진다. 비유하자면 양측 간 고속도로가 뚫린 셈이다. 이 '고속도로'로 상대 진영에 압박을 넣거나 아군 말들을 그 위에 배치해 줄 수 있다.
한편 폰 앞과 양옆 열에 상대 폰이 없다면 후반에 폰이 승급을 위해 전진하는 것을 막아줄 일차적인 방벽이 없는 상태인 것이다. 엔딩 상황에서는 이러한 통과한 폰(Passed Pawn)을 가지고 있느냐가 게임 승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 갬빗(Gambit)'[2]이라고 하여, 초반에 폰을 1~2개 남짓 희생하고 기물을 상대보다 빨리 전개해서 상대보다 포지션에서 우세를 취하는 오프닝이 있다. 상대가 갬빗을 할 경우 그걸 받아들이고 기물을 취할지 아니면 무시하고 자신도 기물을 전개할지 선택해야 하는데, 받아들일 경우 수락(accepted), 안 받을 경우 거절(declined)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QGD는 퀸즈 갬빗 거절(Queen`s Gambit Declined)의 약자이다. 갬빗의 목록은 나무위키 문서와 함께 이곳을 참고.
모든 기물들 중 유일하게 전진만 가능하고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없는 말이기 때문에 전진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오프닝 단계에서 불필요한 폰 무브는 웬만하면 하지 않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유연하게 진행하는 것이 권장된다. 폰이 전진하면 새로운 칸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되지만 반대로 원래 자리에서 컨트롤하던 칸들의 지배권이 약해져서 나이트 등 상대 기물이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2. 폰 스톰
[include(틀:체스게임, info=Pawn Storm,a8=, b8=, c8=Rb, d8=Qb, e8=, f8=Rb, g8=Kb, h8=,
a7=Pb, b7=Pb, c7=, d7=Bb, e7=Pb, f7=Pb, g7=Bb, h7=Pb,
a6=DO, b6=DO, c6=Nb, d6=Pb, e6=, f6=Nb, g6=Pb, h6=,
a5=DO, b5=DO, c5=, d5=, e5=, f5=, g5=, h5=UP,
a4=DO, b4=DO, c4=Bw, d4=Nw, e4=Pw, f4=, g4=UP, h4=UP,
a3=DO, b3=, c3=Nw, d3=, e3=Bw, f3=Pw, g3=UP, h3=UP,
a2=Pw, b2=Pw, c2=Pw, d2=Qw, e2=, f2=, g2=Pw, h2=Pw,
a1=, b1=, c1=Kw, d1=Rw, e1=, f1=, g1=, h1=Rw,
caption=none)]
반대방향 폰 스톰이 일어나는 대표적인 예시인 시실리안 드래곤의 유고슬라브 어택.
폰들을 전진시켜 공격하는 것. 주로 서로가 반대 방향으로 캐슬링했을 때 많이 나타나며, 폰으로 상대 킹 앞 폰 구조를 깨부숴 기물들이 공격할 수 있는 루트를 만든다. 서로 폰 스톰을 할 경우 어느 쪽 폰이 상대 진영에 더 빨리 도착하는가가 중요해진다. 킹 앞 폰이 전진해 있을 경우 폰 스톰에 훨씬 빠르게 공격받을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킹 앞의 폰은 전진하지 않고 원래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이 안전하다.
폰 스톰을 상대하는 쪽에서는 폰을 교환해주지 않고 전진시키는 등으로 열린 열이 생기지 않도록 킹 앞의 폰 구조를 닫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격하는 쪽에서는 나이트 등 상대 기물을 상대 폰과 함께 공격하면서 전진하거나, 상대 폰이 전진 가능한 자리를 미리 다른 기물로 장악하는 등 상대가 쉽게 폰 교환을 거절할 수 없는 방식으로 폰을 전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폰 구조가 닫히더라도 전진한 폰에 의해 킹을 위협할 수 있는 위치에 나이트 아웃포스트가 생기거나 아예 상대 퀸이 자리잡아 체크메이트될 수 있기 때문에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안심할 수 없다.
이외에는 중앙싸움을 통해 상대가 측면에서 폰을 전진시킬 턴 자체를 주지 않으면서 폰스톰을 대처할 수도 있다. 폰스톰을 시도하는 쪽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먼저 중앙을 닫아버린 뒤 측면 폰을 전진시키기도 한다.
3. 폰 구조
[include(틀:체스게임, info=none,a8=, b8=, c8=, d8=, e8=, f8=, g8=, h8=,
a7=Pb, b7=Pb, c7=, d7=, e7=, f7=Pb, g7=Pb, h7=Pb,
a6=, b6=, c6=Pb, d6=, e6=, f6=, g6=, h6=,
a5=, b5=, c5=, d5=Pb, e5=, f5=, g5=, h5=,
a4=, b4=, c4=, d4=Pw, e4=, f4=, g4=, h4=,
a3=, b3=, c3=, d3=, e3=Pw, f3=, g3=, h3=,
a2=Pw, b2=Pw, c2=, d2=, e2=, f2=Pw, g2=Pw, h2=Pw,
a1=, b1=, c1=, d1=, e1=, f1=, g1=, h1=,
caption=칼스배드 구조)]
여러 체스 오프닝들은 오프닝에 따라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폰 섬, 폰 사슬 등 폰 구조를 가진다. 위 그림의 칼스배드 구조는 퀸즈 갬빗 거절/익스체인지 바리에이션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폰 구조이다. 같은 오프닝으로 시작한 게임에서는 다른 기물들의 위치가 달라지더라도 초중반부의 폰 위치는 비슷한 경우가 많으며, 폰 구조가 서로 비슷한 특징을 가지는 오프닝들은 유사한 오프닝으로 분류된다. 폰 구조는 각 오프닝에서의 공격 방향, 특정 칸 장악 등 미들게임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4. 폰 브레이크
[include(틀:체스게임, info=Pawn Break,a8=Rb, b8=Nb, c8=Bb, d8=Qb, e8=Kb, f8=Bb, g8=Nb, h8=Rb,
a7=Pb, b7=Pb, c7=, d7=, e7=, f7=Pb, g7=Pb, h7=Pb,
a6=, b6=, c6=, d6=, e6=Pb, f6=, g6=, h6=,
a5=, b5=, c5=Pb, d5=Pb, e5=Pw, f5=, g5=, h5=,
a4=, b4=, c4=, d4=Pw, e4=, f4=, g4=, h4=,
a3=, b3=, c3=, d3=, e3=, f3=, g3=, h3=,
a2=Pw, b2=Pw, c2=Pw, d2=, e2=, f2=Pw, g2=Pw, h2=Pw,
a1=Rw, b1=Nw, c1=Bw, d1=Qw, e1=Kw, f1=Bw, g1=Nw, h1=Rw,
caption=3...c5)]
위 예시는 프렌치 디펜스 어드밴스 바리에이션으로, 흑이 백의 중앙 영역 이점을 카운터하기 위해 c폰을 올려 d폰을 공격했다. 이후 백이 d폰을 지키고 흑은 계속 공격하며 게임이 진행된다.
폰을 전진시켜 상대의 폰을 공격해 위치의 변화를 유도하는 수. 이후 폰을 교환해 위치를 열거나, 보호하는 말을 붙이고 양측 폰이 서로를 공격하는 상황을 지속시켜 긴장(tension)을 유지하거나, 가능하다면 공격받는 폰을 전진시켜 교환을 막고 폰 구조를 고정시킬 수도 있다. 프렌치 디펜스, 카로칸 디펜스, 몇몇 인디언 디펜스 등 여러 세미 오픈/세미 클로즈드 게임에서는 중앙 반격을 위해 중요하다고 여겨지지만 때로는 지나치게 열린 포지션이 독이 될 수도 있으니, 상황을 잘 파악하고 포지션을 열고 닫는 것이 중요하다.
폰 레버(pawn lever)라는 용어를 대신 사용하기도 한다.
5. 폰 텐션
[include(틀:체스게임, info=QGD 메인라인,a8=Rb, b8=Nb, c8=Bb, d8=Qb, e8=Kb, f8=, g8=, h8=Rb,
a7=Pb, b7=Pb, c7=Pb, d7=, e7=Bb, f7=Pb, g7=Pb, h7=Pb,
a6=, b6=, c6=, d6=, e6=Pb, f6=Nb, g6=, h6=,
a5=, b5=, c5=, d5=Pb, e5=, f5=, g5=Bw, h5=,
a4=, b4=, c4=Pw, d4=Pw, e4=, f4=, g4=, h4=,
a3=, b3=, c3=Nw, d3=, e3=, f3=Nw, g3=, h3=,
a2=Pw, b2=Pw, c2=, d2=, e2=Pw, f2=Pw, g2=Pw, h2=Pw,
a1=Rw, b1=, c1=, d1=Qw, e1=Kw, f1=Bw, g1=, h1=Rw,
caption=백 c4폰과 흑 d5폰이 텐션 상황에 있다.)]
연속적인 교환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텐션(tension)이라고 하며 그냥 한국어로 직역해서 긴장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가장 자주 발생하는 텐션 중 하나가 양측 폰이 대각선으로 마주보는 폰 텐션 상황이다. 폰 브레이크를 통해 폰 텐션 상황이 유도된다. 어느 한쪽이 교환을 선택하여 상황을 정리하는 것을 '텐션을 해소한다(release the tension)'라고 한다. 텐션을 유지하는 것은 원하는 때에 유리한 조건에서 텐션을 해소하는 선택지를 남겨 놓는다는 의미가 있다. 전통적인 관점으로는 높은 수준으로 갈수록 너무 빠르게 텐션을 해소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현대 체스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보통 텐션이 빠르게 해소되면 열린(open) 경기로, 유지되면 닫힌(closed) 경기로 이어진다.
위 예시인 QGD 메인라인에서 백 c4폰과 흑 d5폰은 2수째부터 서로 교환이 가능한 위치에 있지만 양측 모두 텐션을 해소하지 않고 그대로 다른 기물을 전개하는 것을 선택하였다.[3] 중앙 텐션이 유지되는 다른 오프닝들로 프렌치 디펜스의 d4-c5폰, 루이 로페즈 클로즈드의 d4-e5폰 등이 있다. 반면 QGD 익스체인지 바리에이션은 위의 메인라인과 달리 백이 폰 텐션을 빠르게 해소하는 오프닝에 해당한다.
6. 독이 든 폰
[include(틀:체스게임, info=Poisoned Pawn,a8=Rb, b8=Nb, c8=Bb, d8=, e8=Kb, f8=Bb, g8=, h8=Rb,
a7=, b7=Pb, c7=, d7=, e7=, f7=Pb, g7=Pb, h7=Pb,
a6=Pb, b6=Qb, c6=, d6=Pb, e6=Pb, f6=Nb, g6=, h6=,
a5=, b5=, c5=, d5=, e5=, f5=, g5=Bw, h5=,
a4=, b4=, c4=, d4=Nw, e4=Pw, f4=Pw, g4=, h4=,
a3=, b3=, c3=Nw, d3=, e3=, f3=, g3=, h3=,
a2=Pw, b2=Pw, c2=Pw, d2=Qw, e2=, f2=, g2=Pw, h2=Pw,
a1=Rw, b1=, c1=, d1=, e1=Kw, f1=Bw, g1=, h1=Rw,
caption=흑차례. 백의 b2폰이 독이 든 폰이다)]
위 그림은 시실리안 나이도프 포이즌드 폰 바리에이션에서 나오는 형태다. 흑이 퀸으로 b2폰을 잡을 수 있지만 이후 Na4로 인해 퀸이 위험한 위치에 놓이게 되고, 퀸이 도망다니면서 템포를 내주거나 실수한다면 퀸이 트랩당해 기물 우위를 뺏길 수도 있다.[4]
영명을 빌려 포이즌드 폰이라고도 한다. 독이 든 폰은 마치 갬빗 처럼 방어하는 말이 없어 먹을 수는 있지만 이후 일련의 수들로 위치가 불편해지거나 템포나 기물을 잃는 등 손실이 생길 때 그 폰을 일컫는 말이다. 주로 초보자들이 독이 든 폰을 공짜라고 신나서 잡았다가 오히려 손해를 본다.
위의 예시처럼 백의 어두운색/흑의 밝은색 비숍이 전개된 후 방어가 없는 b폰을 퀸으로 공격할 수 있는 경우가 대표적 예시인데, 너무 이른 타이밍에 퀸으로 b폰을 먹으면 전개가 밀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런던 시스템 등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종종 나온다.
[1]
몇몇 오프닝들은 폰 교환으로 열이 열리나 닫히나 등에 따라 명칭, 이론이 갈리기도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시실리안 디펜스,
루이 로페즈-
모피 디펜스가 있다.
[2]
영어로 대화 등의 초반에 우세를 확보하기 위한 수, 장기 등의 첫 수라는 뜻이다.
[3]
흑은 백의 Bd3를 기다렸다가 c4폰을 잡아서 비숍이 두 번 움직이게 해 템포 이득을 볼 계획이고, 백은 당장 d5폰을 잡으면 흑의 밝은 비숍 길을 열어주기 때문에 일단 보류하다가 흑이 ...b6로 밝은 비숍 피앙케토를 시도한다면 먼저 잡아서 흑이 ...dxc4로 a8-h1 대각선을 열지 못하게 할 계획이다.
[4]
다만 이 오프닝에서 ...Qxb2는 반드시 나쁜 수는 아니며, 흑이 정확하게 방어한다면 폰 우위를 엔드게임까지 유지해 승리하는 것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