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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3-30 00:28:46

태평한화골계전

1. 개요2. 이본3. 특징4. 예화5. 관련 영상6. 외부 링크

1. 개요

太平閑話滑稽傳.

15세기 세조, 성종 대의 관각 문학을 주도하고 " 동문선(東文選)"을 통해 신라 시대부터 조선 초까지의 위인 약 500인의 작품 4,302편을 분류, 수록하여 문()의 체계를 수립했던 관료 문인 서거정이, 성종 8년( 1477년)에 편찬한 소화집(笑話集). 일종의 개그 모음집으로, 당시 우리나라에 떠돌던 우스갯소리, 잡설 등이 수록되어 있다.

2. 이본

원본은 현존하지 않지만 현재 태평한화골계전의 내용 일부를 필사한 이본 4종류가 존재한다.

첫 번째 이본은 고금소총본이다. 고금소총 제1집 제2권에 수록된 총 146화로, 고금소총에는 태평한화골계전에 수록되어 있던 146화에 이르는 개그 외에도 홍만종의 명엽지해(蓂葉志諧), 송세림의 어면순, 성여학의 속어면순, 강희맹의 촌담해이, 부묵자의 파수록(破睡錄), 장한종의 어수신화(禦睡新話) 등의 소화집에서 뽑은 총 789편의 소화문이 수록되어 있다.

두 번째 이본은 일사본(一簑本) 골계전으로 고금소총본 146화와 동일한 내용이다.

세 번째 이본은 정병욱(鄭炳昱) 소장본으로 총 110화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마지막 이본은 일본으로 유출되어 현재 일본 이마니시 문고에서 소장하고 있는 이마니시문고본(今西文庫本)으로, 현재 전해지고 있는 태평한화골계전 중 가장 오래되고 완벽한 본이다. 총 187화의 내용이 전해지고 있다.

이 네 종류의 이본을 통해 현재 전해 내려오는 태평한화골계전의 무수한 이야기들 중 그 내용이 서로 중첩되는 이야기들을 제할 경우 현재 확인되는 고전 소화문 목록은 총 271화이다.

3. 특징[출처]

서술자와 청자가 식자층으로 설정되어 있다. 청자가 설정되지 않은 이야기 역시 독자를 식자층으로 본 경우에 해당되며, 이야기의 주인공 역시 다는 아니어도 대부분 식자층이다.

그렇기에 옛 전고(典故)의 맥락에 능해야 이해 가능한 이야기가 많으며, 한시, 파자 등을 이용한 유머가 많다. 개그집이라고는 하나 일정한 품위를 유지하려는 면모도 보인다고.

4. 예화[출처]

어떤 대장(大將)이 아내를 몹시 두려워했다.

어느 날 교외(郊外)에다 붉은 깃발과 푸른 깃발을 세우고 명령하여 말하기를,
"아내를 두려워하는 자들은 붉은 깃발 쪽으로, 아내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들은 푸른 깃발 쪽으로!"
라고 했다.

뭇 사람들이 모두 붉은 깃발 쪽이었는데, 오직 한 사람만이 푸른 깃발 쪽이었다. 대장(大將)은 그를 장하게 여겨 말하기를,
"자네 같은 사람이 진짜 대장부(大丈夫)일세. 온 세상 사람들이 온통 아내를 두려워하네. 내가 대장이 되어, 백만 명의 무리를 거느리고 적을 맞아 죽기 살기로 싸울 때에, 화살과 돌이 비 같아도 담력과 용기가 백배하여 일찍이 조금도 꺾인 적이 없네. 그러나 안방에 이르러 이부자리 위에서는 은애(恩愛)가 의(義)를 가리지 못해서, 부인에게 제압을 당한다네. 자네는 어떻게 닦았길래 이에 이르게 되었는가?"

그 사람이 말하기를,
"아내가 항상 경계해서 이르기를, '사내들이란 세 사람만 모이면 반드시 여색(女色)을 이야기하니, 세 사람이 모인 데는 당신은 삼가서 가지 마세요'라고 했는데, 이제 붉은 깃발 아래를 보니 모인 사람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그래서 가지 않았습니다."
라고 했다.

대장(大將)이 기뻐하며 말하기를,
"아내를 두려워하는 것이 이 늙은이뿐만은 아니로구나."
라고 했다.
당시에도 공처가가 있었나 보다.

공기(孔頎) 선생은 을 좋아했는데, 머리는 벗어져도 수염은 길었다. 손님 가운데 우스갯소리를 잘하는 사람이 있어 말하기를,
"같은 몸인데, 왜 에는 이 나고 머리에는 털이 안 나는 거요?"
라고 했다. 공(孔)이 말하기를,
"그것은 술의 화() 때문이요."
라고 했다. 이에 손님이 말하기를,
"술이 어째서 능히 머리에는 화가 되면서 턱에는 화가 되지 않습니까?"
라고 하자, 공이 웃으면서 말하기를,
"그대는 술 취한 사람이 아파하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소? 항상 머리가 아프다고 하지 턱이 아프다고 하지는 않소. 아픈 것이 화를 받고, 아프지 않은 것은 화를 받지 않는 것이 어찌 아니겠소? 이것이 내가 턱에는 털이 나고 머리에는 털이 나지 않게 된 까닭이외다."
라고 했다. 손님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탈모인을 조롱했음에도(…) 유머러스하게 받아친 조상님의 여유가 느껴지는 유머다.

판서(判書)인 허성(許誠)은 본래 고집이 세었다. 정차(鄭次)이 좌랑(佐郞)이 되어 뵈었더니, 허(許)가 맞으면서 일러 말하기를,
"자네 이름이 정차(鄭次)이지?"
라고 했다. 정(鄭)이 얼굴빛을 고치고 말하기를,
"차공(次恭)입니다."
라고 하자 허(許)가 말하기를,
"차공(次恭)이 아니라 차궁(次窮)이잖아?"
라고 했다. 들은 사람이 웃으며 말하기를,
"차공의 이름을 아는 데에 누가 차공만 한 사람이 있다고 감히 이다지 고집을 부린단 말인가?"
라고 했다.
처음 한 번이야 실수할 수 있어도 당사자가 정정해 준 말마저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고집쟁이 이야기. 그야말로 남의 제삿날도 우기는 격.

5. 관련 영상

6. 외부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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