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징계권(懲戒權)은 2021년 1월 26일 민법의 개정으로 폐지되기 전까지 대한민국에 존재하던, 친권자는 보호 및 교양의 목적으로 자녀를 징계할 수 있다는 내용의 친권자의 그 자녀에 대한 민법상 권리였다. 민법상 징계권 규정은 일제시대인 1912년부터 조선민사령을 통해 한반도에 적용된 일본 민법 제822조[1]에 존재하였으며[2], 해방 후에도 대한민국 민법의 제정 전까지 계속해서 의용된 구민법(일본 민법)을 통해 그 규정이 우리나라에 적용되어 왔고, 1958년 대한민국 민법 제정시에(단 시행은 1960년 1월 1일부터.) 제915조로 동일한 내용의 규정이 계수되어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2020년 일어난 양천구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을 계기로 징계를 빙자해 과도한 체벌 등 아동 학대가 일어날 수 있다는 비판이 대두되어, 그 후 국회의 민법 개정을 통해 해당 조문이 삭제되어, 징계권은 폐지되었다.한편, 일본에서도 2018년 도쿄 메구로에서 5살 여자아이가 아버지의 학대로 사망한 사건, 2019년 치바현에서 10살 여자아이가 아버지의 학대로 사망하였으나 학대가해자는 훈육의 차원이었다며 체벌을 정당화한 사건 등, 이른바 ‘시쓰케’(예의범절을 가르치는 가정교육)를 명분으로 한 아동학대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부모의 자녀 체벌을 금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인 2022년 12월에 민법 개정을 통해 한국 민법상 징계권과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던 제822조[3]가 삭제되었다. 2024년 현재 민법에서 부모의 자녀에 대한 징계권을 규정하고 있는 나라로는 대만(중화민국)이 있으나, 대만에서도 징계권에 대한 비판이 대두되어 민법 개정안(민법 제1085조 개정안)이 준비되고 있고[4], 곧 그 개정안이 통과되어 시행된다면, 부모의 자녀에 대한 체벌을 정당화해온 징계권은 동아시아에서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2. 역사
민법 제 915조(징계권)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
[시행 1960. 1. 1.] [법률 제471호, 1958. 2. 22., 제정]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
[시행 1960. 1. 1.] [법률 제471호, 1958. 2. 22., 제정]
과거 대한민국에서는 해당 조항의 존재로 부모가 자녀에게 교육상 '징계(懲戒)'를 하는 것이 성문법적으로 용인되었다. 원칙적으로 자녀를 훈육하라는 것이었지만, 문제는 유교적 질서가 뚜렷한 대한민국의 사회상에 비추어 '부모가 자녀를 육체적으로 체벌할 수 있는 권한'까지 사실상 용인했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2014년 아동학대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2021년 민법 개정으로 인한 징계권 조항 삭제 이전까지는 부모가 심한 육체적 폭력을 자녀에게 행사해도, 자녀나 제3자가 이를 수사기관에 알리는 것이 해당 조항을 근거로 좌절되고, 부모는 어디까지나 법률이 정하는 '징계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처벌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미 법조계 및 인권학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징계권을 용인하고 있는 민법 조항에 대한 폐지 견해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약 60여년 간, 심지어 아동학대에 대한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이 조항은 사라지지 않고 민법전에 남아있었다.
2020년, 서울특별시 양천구에서 2세 여아 안율하(정인)양이 양부모에 의한 육체적인 학대에 시달리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에서 수사당국이 크게 비판받은 것은 당초 정인양을 보살폈던 어린이집 교사들이 학대의 흔적을 보고 관할 경찰서에 여러차례 신고를 했지만, 경찰 측에서 이를 모두 내사 종결 처리시켰다는 점이었다. 결국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한 정인양은 사망했으며, 아동 학대의 인식 제고를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 민법 [시행 2021. 1. 26.] [법률 제17905호, 2021. 1. 26., 일부개정] 개정이유 및 주요내용
친권자의 징계권 규정은 아동학대 가해자인 친권자의 항변사유로 이용되는 등 아동학대를 정당화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는바, 징계권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이를 방지하고 아동의 권리와 인권을 보호하려는 것임.
이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에서도 민법 제915조에 대한 개정 논의가 이루어졌고, 결국 2021년 1월 26일 국회 본희의롤 통과하면서 민법 제915조는 공식적으로 폐지되었다.친권자의 징계권 규정은 아동학대 가해자인 친권자의 항변사유로 이용되는 등 아동학대를 정당화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는바, 징계권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이를 방지하고 아동의 권리와 인권을 보호하려는 것임.
민법 제915조의 폐지 이후,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친권자가 자녀를 육체적으로 체벌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전에는 육체적인 체벌을 가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경찰 측에서는 민법이 인정한 '징계권'의 범위에 포함되는 지를 판단한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면, 이제는 징계권 자체가 인정되지 않기에 바로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가 가능해졌다.
[1]
구민법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친권을 행하는 부 또는 모는 필요하는 범위 내에 있어 직접 그 자녀를 징계하거나 또는 재판소의 허가를 얻어 그를 징계장에 넣을 수 있음(親権ヲ行フ父又ハ母ハ必要ナル範囲内ニ於テ自ラ其子ヲ懲戒シ又ハ裁判所ノ許可ヲ得テ之ヲ懲戒場ニ入ルルコトヲ得)"
[2]
엄밀히 말하면 조선민사령에 의해 일본 민법 중 '친권' 등에 관한 규정이 명시적으로 조선에 적용된다고 규정된 것은 1922년 11월 14일 개정에 의해서이긴 하다.
[3]
제2차 세계 대전 후 법조문의 현대화로 법문은 고쳐졌으나 구법과 내용은 같다. "친권을 행사하는 사람은 제820조의 규정에 의한 감호 및 교육의 필요한 범위 안에서 그 자녀를 징계할 수 있다(親権を行う者は、第820条の規定による監護及び教育に必要な範囲内でその子を懲戒することができる。)."
[4]
현행 징계권 규정("父母得於必要範圍內懲戒其子女。")을 통째로 "부모는 미성년 자녀를 보호 및 교양하고, 응당 자녀의 연령과 발달정도를 고려하여 그 인격을 존중하여야 하며, 자녀의 심신에 대한 폭력적 행위를 할 수 없다(父母保護及教養未成年子女,應考量子女之年齡及發展程度,尊重子女之人格,不得對子女為身心暴力行為。)"는 규정으로 갈아끼우는 법률 개정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