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정반대의 뜻임에도 불구하고 헷갈리는 단어다. 특히 '지향'을 '지양'으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은 듯한데, 실제로 지향의 발음은 /ʥ̥i.ɦʲɐŋ/인데, 여기서 유성 성문 마찰음 /ɦ/가 ㅇ으로 들리기도 하고 ㅎ으로 들리기도 해서 헷갈리기 쉽다. ㅎ의 유성음화[1]가 없었다면 혼동할 일이 없었을 지도.[2]'지향'은 하고자 하는 것, '지양'은 하지 않고자 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향(志向)' 은 '~로 향하려는 것', '지양(止揚)' 은 '~를 멈추려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면 '지향 사격'의 뜻은 '어떤 방향을 가늠해서 사격하는 방법'이다.
다른 철학 용어와 마찬가지로 근대 일본 학자들이 외서를 번역하면서 기존의 한자를 빌려다 쓴 일본식 용어로 추측되는데, 한국 한자어였다면 발음이 비슷하지만 뜻은 정 반대인 지향과 지양을 모두 쓰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이 헤겔 철학을 도입할 때 ' 아우프헤벤(Aufheben)'을 '지양'으로 번역했던 것이 한국에서 한자 발음 충돌이 일어난 것. 변증법의 아우프헤벤은 이미 학계에 정착된 용어인 '양기'로 하면 된다...
2. 사전적인 의미와 예시
지양 \ [止 揚] \ [명사]1. 더 높은 단계로 오르기 위하여 어떠한 것을 하지 아니함. '피함', '하지 않음'으로 순화.[3]
- 상업주의를 지양하다['멀리하다']['배격하다']
- 남북 사이의 이질화를 지양하다['반대하다']
- 모든 사람들이 이 참된 자기에 살고 술책과 이기적 타산을 지양하고 사랑으로 맺어지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김성한, 전회≫['멀리하다']
- 틀린 예시: 과잉금지를 지양하다[8]
2. <철학> 변증법의 중요한 개념으로, 어떤 것을 그 자체로는 부정하면서 오히려 한층 더 높은 단계에서 이것을 긍정하다. 모순 대립 하는 일을 고차적으로 통일하여 해결하면서 현재의 상태보다 더욱 진보하는 일이다.
지향 \ [志 向/ 指 向] \ [명사] [9]
1. 어떤 목표로 뜻(志)이 쏠리어 향(向)함. 또는 그 방향이나 그쪽으로 쏠리는 의지.(志向)
2. 일정하게 향해(일정한 방향으로) 나아가다.(指向)
- 평화를 지향하다
- 안정을 지향하다
- 복지 국가를 지향하다
- 그는 아직도 이상을 지향하는 이상주의자이다.
- 열아홉 살이니까 막연하나마 자기의 장래에 대해서 지향하는 바가 있었다.≪한설야, 탑≫
-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Object-Oriented Programming, OOP)
지양(止揚)의 의미 2번은 헤겔이나 마르크스의 책을 읽으면 질리도록 만나게 되는데, 정확히는 독일어 아우프헤벤(Aufhaben)의 번역이다. 이건 머리 좀 긁게 되는 철학 용어이므로 의미 1번처럼 '피함', '하지 않음'의 의미로 이해하며 글을 읽으면 잘 읽어지지 않으니 아우프헤벤의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ex) 비난을 지양하고, 비판을 지향해야 한다. 운전 시 방어운전을 지향하고, 과속을 지양한다.
3. 관련 문서
[1]
ㅎ 앞에 모음이나 유성 자음(ㅁ, ㄴ, ㅇ, ㄹ)가 있다면 ㅎ은 유성음화된다.
[2]
'
염두에 두다'를 '염두해 두다' 나 '염두하다'로 잘못 쓰는 경우도 위에서 말한 ㅎ의 유성음화 때문이다. 물론 이쪽은
'ㅐ'와 'ㅔ'의 구별이 어려운 것도 이유지만.
[3]
이수열의 저서인 『우리말 바로쓰기』에서는 한자를 몰라서 오용한 대표 예로 꼽았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쓰는 한자어로, 헤겔이 변증법을 설명할 때 쓴 말을 일본인이 한자어로 번역한 것인데 일본에서는 행동을 제약하는 뜻으로 쓰지 않는다. 그리고 주시경 선생이 우리말을 정돈한 직후 나온 사전에도 이런 뜻으로 사용한다는 범례가 없다. 각 글자 뜻을 봐도 조어법에 맞지 않는 말이며 어떤 사람은 止讓으로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한다. 止讓은 없는 말이지만 굳이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하자면, '사양하여 그만두다'로 강조하는 뜻이라 주장할 수 있다. 참고로 이수열은 일반인은 쓸 이유가 없는 무척 어려운 말을, 거들먹거리기 좋아하고 한자를 잘 모르는 무식쟁이가 뜻도 모르고 사용해서 퍼진 예가 많다면서 한자를 모르면 그냥 우리말로 풀어 쓰라고 했다.
['멀리하다']
등으로 바꿔 쓸 수 있다.
['배격하다']
등으로 바꿔 쓸 수 있다.
['반대하다']
등으로 바꿔 쓸 수 있다.
['멀리하다']
[8]
나무위키:관리자 문서에는 문서 생성이 몇 년이나 지났음에도 2020년 5월 20일까지 계속해서 관리자 지침에 과잉금지 '지양'이라고 적혀 있다. 과잉이라는 단어 자체가 지나침이라는 뜻이고, 과잉금지는 지나침을 금지하다는 뜻이다. 지양이라는 말을 쓰려면 과도한 금지를 지양하다라고 써야 한다. 아마 해당 문서에서는 '과잉금지'를 '지나치도록 금지'한다는 뜻에서 지양이라고 쓴것 같지만, 국어의 원칙상 명사가 부사적 수식을 하는 경우가 흔치 않고, 일상적으로도 과잉금지의 원칙처럼 과잉금지라는 단어 자체가 긍정적 의미로 서술된다.
[9]
고등래퍼2 세미파이널에서
이로한의 곡 제목이 '지향'이었는데, 그 '지향'도 이 '지향'과 의미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