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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25 03:28:52

제논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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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운동에 대한 역설(Paradox of Motion)
2.1. 사람은 결승점을 통과할 수 없다2.2. 아킬레우스 거북2.3. 화살의 역설
3. 다수에 대한 역설(Paradox of Plurality)
3.1. 유한 길이에 대한 주장3.2. 조밀함에 대한 주장3.3. 완전한 나눗셈에 대한 주장
4. 문제 해결5. 현대 물리학에서6. 매체에서
영어 Zeno's paradoxes
프랑스어 paradoxes de Zénon
독일어 Paradoxon von Zenon
일본어 ゼノンのパラドックス
중국어(간체) 芝诺悖论

1. 개요


캡션

고대 그리스 엘레아의 제논이 ' 만물은 흐른다'는 이론을 반박하기 위해 만들어 낸 역설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만물은 언제나 정지해 있다'는 건데 다른 사람들이 주위를 가리키면서 "보시오. 이렇게 움직이고 있지 않소!"라고 말하면 "착각이오. 눈의 착각이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2. 운동에 대한 역설(Paradox of Motion)

2.1. 사람은 결승점을 통과할 수 없다

올림피우스가 달리기를 할 때, 결승점에 도달하기 전에 1/2 지점에 도달해야 한다. 이후 중간점과 결승점의 1/2이 되는 지점에 도달한다. 이후 또 다시 중간점과 결승점의 중간에 해당하는 지점과 결승점의 1/2이 되는 지점에 도달한다.

결국 무한히 계속되는 중간점에 의해 결승점에 무한히 가까워지지만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각각의 절반지점을 통과할 때마다 1분씩 걸린다고 가정할 경우, 끊임없이 가까워지지만 도달하지는 않는다.

2.2. 아킬레우스 거북

가장 유명한 역설이다. 아킬레우스가 발이 빠른 사람의 대표 격이였기 때문에 그를 예시로 들었다.[1][2]

전문은 다음과 같다. 물론 미터법은 편의상 현대의 단위로 환산한 것이다.
아킬레우스가 100m 가는 동안 거북이 10m을 간다고 가정하고, 거북이 아킬레우스보다 100m 앞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 상태에서 아킬레우스가 거북을 따라잡기 위해 100m 앞으로 갔다고 하면 동시에 거북은 10m를 나아간다. 그러면 거북과 아킬레우스는 10m만큼 떨어져 있는데, 이 때 아킬레우스가 다시 10m를 더 나아가면 거북은 1m를 이동하여 거북이 다시 1m 만큼을 앞서게 된다. 마찬가지로 아킬레우스가 다시 1m를 가면 거북은 0.1m 더 나아간다. 따라서 아킬레우스는 아주 미세한 거리만큼을 항상 뒤처지게 되므로 아무리 가까워져도 거북을 따라잡는 건 불가능하다.

제논이 피타고라스 정수론을 공격하기 위해 던진 논제였다. 피타고라스 학파는 당연히 이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았지만, 이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당시의 수학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역설'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한 것은 당시의 시대엔 ' 무한'과 ' 극한'의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한과 극한의 개념은 19세기까지 가서야 정립된다.

2.3. 화살의 역설

화살을 쏘았다. 날아가는 화살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어느 점을 지나게 될 것이다. 한 순간 동안에라도 화살은 어떤 한 점에 머무르게 되고 그 다음 순간에도 어떤 한 점에 머무르게 된다. 화살은 항상 머물러 있으니 결국 움직이지 않은 것이 된다. 역시 연속성과 불연속성의 개념을 이용한 낚시. 만화책 "캠퍼스 러브스토리"에서 재미있게 표현되기도 했다.[3]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 중 혜시도 "화살이 빨리 날아가더라도, 날아가지도 머물지도 않을 때가 있다. 한 순간 한 순간을 '간다'고 할 수도, '멈춘다'고 할 수도 없다. 빠르다고 해도 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가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화살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분할하면 動이라고도 靜이라고도 할 수 없는 때가 있다." 라고 같은 논리를 주장한 바 있다.

3. 다수에 대한 역설(Paradox of Plurality)

제논이 "사물이 복수(plurality)의 형태로 존재한다"는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제시한 역설들이다. 제논은 이를 통해 "사물이 많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이끌어내려 했다. 제논 특유의 철학적 낚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다수에 대한 역설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나뉜다.

3.1. 유한 길이에 대한 주장

"유한한 물체가 무한히 많은 부분으로 나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1. 만약 어떤 물체가 유한한 길이를 가진다고 하자.
2. 그런데 그 물체를 끝없이 나눈다면, 무한히 많은 부분으로 나뉠 것이다.
3. 각각의 부분이 유한한 크기를 가진다면, 이를 모두 합치면 전체 길이가 무한해질 것이다.
4. 하지만 현실에서는 물체의 길이는 유한하다.

결론: 유한한 물체가 무한히 많은 부분으로 나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한마디로 말해 제논의 주장은 "유한한 길이와 무한히 많은 부분이라는 개념은 양립할 수 없다!"라는 뜻이다. 이를 제대로 논파하려면 무한에 대한 현대 수학적 개념이 필요하지만, 제논의 시대에는 그런 개념이 없었다는 게 함정.

3.2. 조밀함에 대한 주장

제논은 "모든 부분 사이에 간격이 있다면 그 간격의 총합은 무한히 커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1. 물체가 무한히 많은 부분으로 나뉜다고 가정해보자.
2. 무한한 수의 각 부분은 서로 분리되어 있을 테니, 그 사이에 무한한 수의 간격이 생길 것이다.
3. 따라서 이 간격들을 모두 합치면 전체 길이는 무한대가 된다.
4. 하지만 물체의 길이는 실제로는 유한하다.

결론: 무한히 많은 간격을 가진 물체는 유한한 크기를 가질 수 없다.

이 주장은 현대적으로 보자면 "다수의 존재 자체가 전체의 유한성을 부정한다"는 이야기로 해석된다. 제논의 논리로 따지면 세상 모든 물체는 서로 간격 없이 붙어 있거나, 아예 "무한히 큰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당연히 현실은 그렇지 않지만, 현대수학적 무한 개념이 없다면 반박이 어렵다.

3.3. 완전한 나눗셈에 대한 주장

"물체를 끝없이 나눌 수 있다면, 각 부분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다"는 주장.
1. 어떤 물체를 무한히 작게 나눈다고 가정하자.
2. 만약 크기를 가지지만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최소 단위가 등장한다면 그것은 모순이다. 왜냐하면 최소 단위가 등장한 시점에서 무한히 나누는 과정은 중단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무한히 나눌 수 있다는 가정과 모순되기 때문이다.
3. 만약 크기가 없어질 때까지 물체를 계속해서 나눈다면 그것은 모순이다. 왜냐하면 크기가 없는 부분을 합쳐 크기가 있는 물체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론: 물체는 무한하게 나누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된다.

얼핏보면 이게 왜 역설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제논이 제기한 문제는 단순히 물체를 나눌 수 있는 물리적 가능성이 아니라, 논리와 개념적 무한의 본질에 관한 것이다. 직관적으로 보면, 수학적으로 크기가 존재한다면 계속해서 그것을 나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상식적으로 믿는 것(크기가 존재하면 계속해서 나눌 수 있다)"과 논리적 결론(크기가 존재해도 계속해서 나누는 것은 불가능하다.)"이 충돌하게 된다. 현대 수학에서는 무한히 작은 부분들의 합이 유한한 값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역시 당대의 수학 수준에서는 반론이 불가능했다.

4. 문제 해결

문제는 아킬레우스가 거북을 따라잡기 위해서 무한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데에 있다. 무한히 많은 과정을 유한의 시간 내에 끝낼 수 있는가, 이를 정량적으로 표현하면 무한히 많은 숫자의 양을 더했을 때 과연 그 결과가 유한한 양이 될 수 있는가의 문제인 것이다. 즉 제논의 역설은 무한히 많은 항을 더했을 때의 결과가 무한대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찌른 질문이었고, 시간이 지나자 무한급수와 같이 무한히 많은 항을 더해서 유한의 결과로 수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해결된 것이다.

즉 거리와 시간을 무한히 나눠 더해도 그 값은 무한하지 않으며, 결국 정해진 시간 안에[4] 아킬레우스는 거북이를 따라잡는다.

아르키메데스 대에는 무한급수를 사용하여 포물선과 그에 내접하는 삼각형의 넓이의 관계를 밝혀냈지만, 당대의 무한급수는 엄밀하게 정의된 것이 아니여서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19세기 초에 오귀스탱루이 코시 무한급수의 특성을 명확하게 규명했을 때에 이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었다.

이 문제에 대한 다른 대답을 내놓은 것이 19세기 말에 나온 칸토어의 무한집합론이고, 칸토어 본인도 제논의 패러독스를 자기 논문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게오르크 칸토어는 선분, 혹은 직선 위의 점의 숫자는 '하나씩 셀 수 있는 무한대'[5]보다 많다는 것을 증명했다. 자연수라면 하나씩 무한대로 세어 나가면 자연수 전체를 셀 수 있지만, 선분 위의 점의 숫자는 그렇게 '셀 수 있는 무한대'보다 많다는 것을 보인 것이다.

전자를 셀 수 있는 집합(countable set), 후자를 셀 수 없는 집합(uncountable set)이라고 한다. 즉, 자연수나 유리수의 집합은 셀 수 있는 집합이며 실수나 복소수의 집합은 셀 수 없는 집합이다. 이에 대한 논의를 발전시킨 것이 측도론(measure theory)인데, 측도론에서는 셀 수 있는 집합은 항상 잴 수 있으며(measurable) 그의 측도는 항상 0이다.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비슷한 것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바퀴 역설이 있다. 이것은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부분적으로 해결했고, 칸토어에 의해 완전히 해결되었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복잡한 수학적 개념을 동원하지 않고 이를 쉽게 반박해냈다. 그에 따르면 '운동'은 비연장적인 '순수한 지속(duree pure)'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므로, 운동을 연장적인 것으로 환원해 분석할 수는 없다. 제논의 역설은 아킬레스의 운동을 그것이 연장적인 것이라 여기고 분할하여 분석하다 보니 생긴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광속에 근사하지 않는 거시세계에서의 운동은 시간이 변수고 위치가 그에 따른 함수다. 시간이 일정하게 변하고 위치가 그에 맞춰 정해진 그래프를 그리므로 정해진 시간에 도달할 수 밖에 없다.

5. 현대 물리학에서

현대 물리학의 양자역학[6]에서도 각운동량이나 에너지, 전하량 같은 물리량은 이산적이지만 시공간은 연속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통합하는 루프 양자중력 이론에서는 일반 상대론의 연속적인 시공간 대신에 이산적인 시공간을 채택한다. 양자 중력 이론과 경쟁하는 이론인 끈 이론은 연속적인 시공간을 가정하고 있고 두 이론다 아직 실험적으로 검증되어 있지 않기에 시공간이 연속적이냐 이산적이냐 어느쪽이 맞다고 단정하기 이르다.

제논의 역설에서 이름을 딴 양자 제논 효과(quantum Zeno[7] effect)[8]라는 현상도 있다.

6. 매체에서

도달할 수 없다는 특징 때문에 능력자 배틀물에서는 무적의 방어 능력으로 나온다.

[1] 아킬레우스 하면 스틱스 강에 발꿈치만 빼고 담가져서 전신이 무적이고 발꿈치가 약점이라는 것만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원전격인 일리아스에서는 아킬레우스는 준족(駿足)이라 불릴 정도로 초인적인 주력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2] 일부 매체에서는 이솝 우화와 연관지어서 아킬레우스를 토끼로 바꿔 설명하기도 한다. [3] Q.E.D. 증명종료 36권에서도 언급된다. 이쪽은 반대적 해석을 내놨다. [4] 편의상 아킬레우스가 1초에 10미터, 거북이가 1초에 1미터를 움직인다 가정하면 아킬레우스는 100미터 앞에 있는 거북이를 11.111..초 뒤에 따라잡는다. [5] Aleph Null. 이 세상 모든 자연수를 다 담은 집합의 원소의 개수. 칸토어의 논증에 의해 이는 이 세상 모든 정수, 유리수를 다 담은 집합의 원소의 개수와 모두 같다는 것이 증명되어 있다. 사실 칸토어의 무한론은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6] 뉴턴 고전역학 아인슈타인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시공간은 연속적이다. [7] 왜 Zenon에서 n이 빠졌냐면, 라틴어/명사 변화 중 자음으로 끝나는 어간을 가진 제3변화의 성질이 이렇다. [8] https://en.wikipedia.org/wiki/Quantum_Zeno_effect [9] 여기에 주술회전이란 만화가 불교와 연결지을 구석이 있는 작품이라 앙굴리말라가 아무리 달려도 앞에서 걷고 있는 부처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는 일화에서 따왔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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