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pe (일반/어두운 화면)
최근 수정 시각 : 2024-09-26 23:35:51

욕망을 파는 집

Needful Things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200px-NeedfulThingsBookCover.jpg
1. 소개2. 줄거리3. 이모저모4. 실사화

1. 소개

스티븐 킹의 소설.스티븐 킹이 코카인과 알콜을 끊고 금단 증상에 시달리고 있던 시기에 나온 소설.

93년에 '캐슬록의 비밀'이란 제목으로 해적판이 나온 적이 있다. 당연히 지금은 절판.역자 후기에서 노골적으로 3페이지는 안 번역했다는 개드립을 날렸다 스티븐 킹 시리즈를 내고 있는 황금가지가 아니라, 엘릭시르에서 2020년 5월 1, 2편으로 정식 출간되었다.

참고로 릭 앤 모티 시즌 1 9화 'Something Ricked This Way Comes'에서 패러디된다. 레이 브래드버리의 소설과 디즈니에서 실사영화한 '사악한 무언가가 이리로 온다(Something Wicked This Way Comes)'와의 짬뽕으로 넷플릭스 한국판 제목 또한 1993년 실사영화의 한국판 제목인 '이상한 실종'이다.

2. 줄거리

당신은 전에 여기에 오신 적이 있으십니다.

배경은 평화롭다 못해 따분할 지경인 메인 주의 작은 마을 캐슬 록(Castle Rock). 낯선 사람이 나타나 잡화점 같은 작은 가게를 연다. 가게 이름은 'Needful Things', 그리고 이름에 걸맞게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라도 판다며 큰소리를 친다.

호기심에 하나 둘 가게를 찾은 손님들은 예외 없이 똑같은 경험을 한다. 남들 눈엔 하찮은 물건이지만 당사자에겐 무엇보다 절실한 상품이 있고, 욕망을 이기지 못해 비밀스러운 거래를 통해 손에 넣게 된다. 가게주인은 헐값에 물건을 넘기는 대가로 주민 자신과 상관 없어 보이는 사람에게 해코지를 하도록 명령을 하는 것.

그리고 어느 순간, 평소에도 크고 작은 이유로 사이가 안 좋았던 주민들 사이에서 감정이 격화할 일들이 벌어지고, 결국 서로 무차별 학살을 벌인다. 가게 주인 '릴런드 곤트'가 이간질시킨 주민들의 분노가 끝까지 치달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곤트의 심복이 된 에이스[1]와 버스터에 의해 마을에 다이너마이트가 설치되고, 건물들이 하나씩 폭발하기 시작한다.

이 문서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Needful Things는 악마의 가게였다. 결국 한바탕 학살극을 조장해 주민들의 영혼을 손에 넣은 곤트는 유유히 캐슬 록을 떠나려하지만, 음모를 눈치챈 팽본 보안관과 대치 끝에 패배한다. 악마로서의 본모습을 드러낸 곤트는 자신의 자동차를 지옥의 마차로 변신시킨 후, 폭발하는 시청 건물 위로 날아가 사라진다. 그리고...
당신은 전에 여기에 오신 적이 있으십니다.

곤트는 또 다른 곳에서[2] 버젓이 같은 장사를 벌인다. 캐슬록에서는 초록색 차양을 단 "니드풀 싱스(필요한 것들)"라는 가게를 열었고, 정션 시티에선 빨간색 차양을 단 "앤서드 프레여스(응답된 기도들)"를 열었다.

영화판에서는 일이 해결된 다음에 곤트는 카리스마 있게 떠난다. 영화에서는 마지막에 버스터가 주인공 보안관의 설득을 통해 개심하며, 하필이면 곤트가 그를 가장 싫어하는 별명으로 부르는 바람에 버스터가 그와 함께 동귀어진 한다. 하지만 가게가 산산조각 났음에도 악마답게 전혀 안죽고 불바다가 된 건물에서 나온 곤트는 박살난 가게를 둘러보며 "뭐, 크게 손해보는 건 없었지만, 반대로 큰 소득도 없었나? 그래도 다음에 또 올거니까."라며 아무렇지 않게 떠난다. 그리고 자신을 방해하던 보안관에게 "자네 손자에게 안부 전해주게. 60년 뒤에 자카르타에서 만날테니. 그땐 누가 이길지 궁금하군."이라며 여유롭게 차를 타고 멀어지더니 하늘로 올라가면서 사라진다.

스티븐 킹 특유의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이야기지만, 여느 호러 작품과는 다른 맛이 있다. 일단 미지의 존재 릴런드 곤트 자체가 호러물의 괴물이 아니다. 많은 매체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사기치는 악마다.

대신 정말로 무서운 것은 인간 그 자체다. 릴런드 곤트가 벌인 농간으로 서로 오해와 증오가 쌓이고, 어느 순간 한꺼풀 가식이 날아가버리자 그야말로 괴물로 변해 서로 죽여댄다. 여러가지 오해와 이득으로 서로가 죽이고 미워하고 복수하고 마을에서 친하게 지내던 천주교 신부 개신교 목사도 서로를 이단이자 악마라고 헐뜯고 싸워버린다.

초반부터 릴런드 곤트의 정체와 그 수상쩍은 장사에 대해서 대놓고 뻔한 암시를 준다. 그가 요술을 부리는 존재임을 암시하는 장면이 반복되다가, 후반에 가서는 곤트가 손톱을 세우고 '생쥐를 뜯어먹는' 장면을 통해 그가 악마임을 입증한다.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 뒤통수를 맞는 듯한 반전 따위는 없다. 오히려 캐슬 록 주민들이 욕망의 덫에 걸려 속수무책으로 파멸을 향해 다가서는 과정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는, 즉 결말을 알면서도 읽게 되는 작품이다.

3. 이모저모

배경이 되는 캐슬록이라는 이름은 스티븐 킹의 초기작에 자주 등장하는 마을이다. 팽본 보안관과 노리스 수석경사의 경우는 거의 고정 캐릭터. 이 두 사람이 사실상 주연이 된 것은 이 작품이 최초이자 마지막이다. 킹 자신이 캐슬 록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생각했다고 할 정도이다. 캐슬록이 배경인 작품으로는 쿠조, 시체(영화 제목은 스탠 바이 미), 다크 하프, 환상카메라 660(원제 Sun Dog) 등이 있다.

킹의 원작인 스탠 바이 미, 미저리를 감독한 롭 라이너( 어퓨굿맨,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도 감독)는 아예 여기서 이름을 따서 공동투자로 캐슬 록 엔터테인먼트라는 영화사까지 세워 이 욕망을 파는 집이나 미저리, 어퓨굿맨을 제작했다. 1993년에 뉴라인 씨네마에 합쳐졌고 나중에 타임 워너에 팔리면서 워너 브라더스 계열이 되어 현재도 꾸준히 영화 제작중이다.

4. 실사화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220px-Needful_Things_Move_Poster.jpg
1993년에 영화로도 만들었다. 주연은 에드 해리스, 막스 폰 시도우. 영화를 본 사람들의 평은 "80% 정도 해냈다." 명작은 아니지만 졸작도 아니다. 제작사는 캐슬 록 엔터테인먼트, 덕분에 캐슬록 영화 사 로고가 나온 후, 곧바로 이 영화에 나오는 캐슬 록 마을 환영문구가 나온다. 배급은 컬럼비아 트라이스타 픽처스. 감독인 프레이저 클락 헤스턴은 명배우 찰턴 헤스턴의 아들이다.

악마의 가게 주인인 릴런드 곤트 역을 맡은 배우 막스 폰 시도우의 악마 연기가 기품이 있다. 이 분이 엑소시스트에 나왔다는 사실을 뒤에 알고서 놀란 사람들이 있을 정도. 영화는 예전에 AFKN에서 자주 방영하기도 했다. 경인방송에서도 자막판으로 방영한 바 있으며 KBS1에서 우리말 더빙으로 방영한 적도 있다.

소설이건 영화건 인간의 욕망과 추함에 대해서 여과없이 써놓았기 때문에 정서가 빈약하거나 아직 미숙한 사람이 읽으면 인간혐오에 걸릴지도 모른다. 악마나 괴물보다 더 무서운 게, 아니 그들을 상상한 존재이기에 추함을 메이킹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임을 잘 보여주는 작품. 영화는 원작보단 훨씬 완화되었다, 원작에서 그 중학생이 겪는 파멸이 극한으로 치달아 이후 산탄총으로 자살하지만 영화에서는 다행히 죽음은 면하는 것으로 완화되었다.


[1] 사계 단편 중 시체에 등장한 그 양아치. [2] 이 다른 곳에 대한 언급을 보면 스티븐 킹의 중편 도서관 경찰의 무대가 되는 그 동네이다. 도서관 경찰의 남녀 주인공은 작품 이후에 결혼해서 마을을 떠난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