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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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Ondes Martenot
서양 전기악기 중 하나. 건반을 손가락으로 연주하므로 건반 악기 부류에도 속한다. 1928년에 발명되었고, 테레민과 함께 20세기 초반에 선보여진 초기 전기악기의 대명사 격으로 취급된다.[1]
2. 상세
악기 이름은 발명자인 프랑스 전자공학자 겸 첼리스트 모리스 마르트노(Maurice Martenot)의 이름을 따서 지었는데, 당시로서는 최신 기술이었던 진공관을 내장한 앰프를 이용해 음의 공명을 얻어내는 방식이었다. 앰프에 같이 딸린 스피커를 포함해 기본적으로 네 개의 스피커[2]를 쓰는데, 명칭은 이렇다;1. 프랭시팔(Principal): 흔히 요즘 쓰는 스피커와 비슷한 구조.
2. 레소낭스(Résonance): 어원은 '공명'을 뜻하는데, 스프링이 내장되어 있어서 그 떨림으로 리버브 효과를 내는 스피커.
3. 메탈리크(Métallique): 진동판을 자그마한 공으로 만든 특이한 형태의 스피커.
4. 팔르므(Palme): 모양만 따져보면 가장 특이한 스피커로 줄이 앞에 달려 있어서 소리가 나오면서 같이 떨리는 '공명현' 역할을 함.
레소낭스를 제외한 스피커들의 사진은 영문 위키피디어에서 볼 수 있다. 왼쪽부터 차례로 메탈리크-팔르므-프랭시팔.
손으로 연주하는 건반부는 피아노 등 여타 건반 악기와 거의 비슷하지만, 건반 폭은 다소 짧아 첼레스타 정도다. 초기형 모델은 복수의 음을 동시에 울리는 화음 기능이 없었는데, 1980년부터 나오는 모델들은 피타고라스의 자연배음 이론에 따른 3화음을 낼 수 있도록 개량했다.
단순히 건반을 눌러 연주하는 것 외에, 이 악기만의 특이한 주법으로 '뤼방 주법(프랑스어로 'Au ruban'. 뤼방은 리본을 뜻함)'이 있다. 피아노 등 다른 건반 악기들은 건반을 눌러 소리를 내기 때문에 지판이 있는 현악기처럼 다른 음으로 부드럽게 넘어가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는데, 그것을 극복하고자 만들어낸 장치가 뤼방이었다.
뤼방은 통상 건반 왼쪽에 달려 있는데, 얇은 금속띠로 되어 있고 끝에 반지처럼 고리가 있어서 검지 혹은 중지에 끼우고 잡아당겼다 풀었다 하면서 연주한다. 건반 바로 밑에 있어서 음정도 해당 건반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데, 건반으로는 못내는 상하행 글리산도를 낼 수 있다. 영문 위키피디아의 시연 사진 참고
파이프오르간처럼 음색을 바꿀 수 있는 스톱 장치가 콘솔 박스에 내장되어 있는데, 콘솔 박스도 뤼방처럼 건반 왼쪽 밑에 서랍식으로 달려 있다. 음향학 이론에 따라 사인파나 삼각파, 사각파, 펄스파, 화이트노이즈 등 다양한 파형의 음파로 소리를 변조하는데, 통상 7~9개의 스톱 장치가 들어 있다.
소리는 스톱 장치를 쓰면 꽤 다양하게 나오지만, 기본적으로는 굉장히 부드러우면서도 미묘한 떨림이 있는 음색이다. 몇몇 청자들은 으스스하다는 인상도 있는 모양. 고음역에 가면 약간 오싹해질 정도로 날카로움도 지니고 있는데, 뤼방 주법을 쓰면 사이렌 소리 비슷한 음색을 들을 수 있다.
초기 전기악기임에도 지금까지 끊임없이 개량형 모델이 나오고 있어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악기지만, 가격대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며 제대로 배우려면 프랑스 유학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어 세계적으로 보급되고 있지는 못한 실정이다. 심지어 현재 알려진 옹드 마르트노 연주자 중 한국인은 전무한 실정. 이 때문에 1977년 12월 20일에 정재동 지휘의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메시앙의 투랑갈릴라 교향곡을 한국 초연했을 때 프랑스에서 메시앙의 처제 잔느 로리오를 초빙했고, 2008년 2월 29일에 정명훈이 같은 악단과 이 곡을 한국에서 세 번째로 공연했을 때도 일본 옹드 마르트노 주자 하라다 타카시를 불러와야 했다.
3. 활용
3.1. 현대 음악
프랑스에서 개발된 만큼 프랑스 혹은 프랑스계 근현대음악 작곡가들이 꽤 많이 작품에 도입했는데, 가장 유명한 예로 메시앙의 '투랑갈릴라 교향곡' 이 있다. 수많은 타악기군이 포함되는 대규모 관현악단에 두 명의 솔로 주자가 가세하는 작품인데, 한 사람은 피아니스트고 다른 한 사람이 이 옹드 마르트노를 연주한다.이외에 앙드레 졸리베나 마르셀 란도프스키는 옹드 마르트노와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혹은 협주 작품도 남겼고, 아르튀르 오네게르와 트리스탕 뮤라유, 에드가 바레즈, 다리우스 미요, 피에르 불레즈 등도 작품에 집어넣은 바 있다.
3.2. 오리지널 스코어
현대음악 외에는 특유의 독특한 소리 때문인지 영화음악을 비롯한 대중매체의 오리지널 스코어 음악에도 사용되는데, 특히 할리우드의 명작곡자인 엘머 번스타인이 애용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번스타인이 작곡한 《 고스트 버스터즈》나 《헤비 메탈》의 스코어 음악에서 옹드 마르트노의 음색을 들을 수 있다. 또한 모리스 자르가 작곡한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사운드트랙에도 사용되었다. 간혹 테레민을 구하기 힘들거나, 연주법이 어려워 반려될 경우 이 악기를 대신 사용하기도 한다. 체코 출신 작곡가인 보후슬라프 마르티누의 경우 테레민을 작품에 도입한 최초 인물들 중 한 사람이었는데, 테레민이 없거나 구하지 못할 경우 옹드 마르트노를 써도 좋다는 지시를 기입하고 있다. 팀 버튼이 연출하고 대니 엘프먼이 음악을 맡은 《 화성침공》의 경우에도 테레민 연주자를 구하지 못해 대신 옹드 마르트노를 대신 사용했다고 한다.프랑스 외에는 의외로 일본에서 이 악기가 종종 쓰이고 있는데, 발명 후 불과 3년 뒤인 1931년에 마르트노가 직접 이 악기를 가져가 소개했을 때부터 보급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프랑스 음악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타케미츠 토오루같은 이들이 이 악기를 위한 곡을 쓰기 시작했고, 《 미래소년 코난》 의 OST 작곡자로 유명한 이케베 신이치로 같은 이들이 뒤를 따랐다.[3]
2000년대 들어서는 애니메이션의 OST에서도 이 악기를 채용하는 사례를 볼 수 있는데, 나카무라 타카시 감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 파름의 나무(2002)》나 후루하시 카즈히로 감독의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 빙쵸탄(2006)》, 사토 준이치 감독의 OVA 《 원 오프(2012)》가 대표적인 사례. 대자연 배경의 한가로운 분위기에 매우 잘 어울린다. 세 작품 모두 일본의 대표적인 옹드 마르트노 주자인 하라다 타카시(原田節)가 참가해 연주했다. 《파름의 나무》나 《원 오프》의 경우 아예 OST 전체를 하라다가 작곡했고, 《빙쵸탄》은 이와사키 타쿠가 작곡한 OST의 몇 개 부분에 독주 악기로 삽입됐다.
스타트렉의 주제곡에도 쓰였다고 한다.
3.3. 대중음악
영국의 록 밴드 라디오헤드의 조니 그린우드가 옹드 마르트노를 매우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라디오헤드의 음악에도 이 악기가 종종 쓰인다.[4] 악기 가격대가 워낙 메롱하기 때문인지[5], 투어에 실제 악기를 가지고 다니는 일은 극히 드물고(=악기 망가질까봐) 대부분 라이브에서는 French Connection이라는 복제품(?)으로 대체하는 모양이다. 어떻게 보면 옹드 마르트노라는 마이너한 악기를 대중음악 영역으로 불러들인 인물들 중 하나이다.
[1]
사실 과학만능주의가 판치던 당대에는 수많은 전기악기가 나왔지만 이 둘만이 살아남은 것이다.
[2]
프랑스어로는 디퓌쇠르(diffuseur)
[3]
참고로 이 두 사람 모두 NHK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나 드라마 등의 배경음악에서 이 악기를 사용했다.
[4]
"How to Disappear Completely", "The National Anthem", "Where I End and You Begin" 등에 옹드 마르트노가 쓰이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2001년 발매된 Amnesiac에 실린 "Pyramid Song".
[5]
찾아보면 2010년에 생산된 옹드 마르트노 한 대가 세금 제외 1만 1600유로로, 2021년 7월 현재 환율 기준으로 약 1500만원이라는 정신나간 가격대를 자랑한다. 이정도면 음악가들 입장에서는 웬만한 워크스테이션
신디사이저는
낙원상가를 쓸어버릴 정도로 사고도 녹음실까지 풀셋으로 맞출 수도 있을만한 거금이다. 괜히 성공한 밴드들만 사는 이유가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