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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10 00:06:51

오추마

1. 개요2. 《초한지》에서의 묘사3. 수명 논란?4. 미디어 믹스

1. 개요

烏騅馬

초패왕 항우의 애마.

오추마의 실제 이름은 "추(騅)"로, 관련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사마천의 《 사기》 〈항우본기〉에서, 항우가 해하 전투에서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했을 당시 최후를 직감하고 부른 〈해하가(垓下歌)〉에서, 총애하던 여인 우희(虞姬)와 함께 언급될 뿐이다.
[ruby(力拔山兮氣蓋世, ruby=역 발 산 혜 기 개 세)] 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세상을 덮었도다.
[ruby(時不利兮騅不逝, ruby=시 불 리 혜 추 불 서)] 하지만 시운이 불리하니 추(騅)도 나아가지 않는구나.
[ruby(騅不逝兮可奈何, ruby=추 불 서 혜 가 나 하)] 추마저 나아가지 않으니 난 어찌해야 하는가.
[ruby(虞兮虞兮奈若何, ruby=우 혜 우 혜 내 약 하)] 우희(虞姬)여, 우희여! 그대를 어찌하면 좋은가.
항우, 〈해하가(垓下歌)〉

사마천이 덧붙인 설명은 다음과 같다.
(항우에게는) 우(虞)라는 이름의 미인이 있어서 늘 총애를 받아 따라다녔고, 추(騅)라는 이름의 준마가 있어서 늘 이를 타고 다녔다.
有美人名虞, 常幸從, 駿馬名騅, 常騎之.
《사기》 〈항우본기〉

이후 항우는 최후를 맞기 직전 자신에게 강동으로 피신할 것을 권한 오강의 정장에게 천리마를 주었는데, 이 천리마가 '추' 라는 언급은 없지만 항우가 타고 다니던 명마였다고 하니 '추'였을 가능성이 높긴 하다.

이처럼 추에 대한 기록은 극히 적은 편이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중국사 최강의 용장으로 이름을 드날렸던 초패왕 항우의 애마였던지라, 후대 사람들에게는 삼국지의 여포가 타고 다녔다는 적토마와 더불어 명마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2. 《초한지》에서의 묘사

소설 초한지에서는 항우에 대한 민담 야사 등이 조합되어 추에게 "오추마"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외모는 각색자들에 따라서 검은 바탕 혹은 청색 털에 흰털이 솟아났다는 등 다양하게 묘사되어 있다.[1] 기본적인 베이스는 칠흑같이 검은 흑마의 모습인데, 이는 오추마의 '오' 자가 주로 오골계처럼 칠흑같이 검은 대상을 나타낼 때 쓰는 까마귀 오(烏) 자이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 공통적으로 묘사되는 점은 본디 개천의 흑룡이었으나 말의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점 정도이다. 본래는 야생마였으나 마을에서 작물을 짓밟고 다니고 사람들을 공격하는 등 굉장히 난폭한 말이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 중에서 아무도 오추마를 진정시킬 엄두를 못 냈는데, 이 소문을 들은 항우가 다가가더니 약 반나절만에 힘으로 제압해버리고 자신의 애마로 길들여 버렸다.[2] 그 이후로 항우와 함께 숱한 전장을 내달렸다. 이문열의 초한지에서는 이 용이 변했다는 이야기를, 항량의 독백을 빌어 원래 군마로 쓰이다 야생마가 된 말을 잡아다 바치면서 덧붙인 프로파간다 정도로 묘사한다. 보면 알겠지만 부케팔로스 설화와 비슷하다. 또한 항우가 오추마를 길들이는 과정을 지켜본 부농이 항우에게 자신의 딸( 우미인)을 첩으로 삼으라고 부탁하였는데, 본의 아니게 중매(?)역도 서게 된 셈.[3]

이후 항우가 해하에서 사면초가에 빠지게 되고, 더는 이길 수 없음을 깨닫게 된 이후에 휘하에 소수의 기병을 이끌고 결사의 탈출을 시도하였을 때에도 함께 하였다. 항우가 목숨을 잃고 오강을 통하여 남은 강동의 정병들이 떠날 때 함께 배에 올라탔으나, 주인이 목숨을 잃은 것을 알아채고는 한 차례 울부짖고 강으로 뛰어들었다가 그만 물살에 휩쓸려 가라앉았다가 더는 나오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다른 이야기로는 항우가 죽음을 결심하면서 살아남은 부하들을 배에 태우고 이 오추마도 부하들에게 마지막 보내는 선물 삼아 같이 태웠는데, 오추마는 배에 올라타게 된 후에야 주인이 자신과 헤어지려고 한다는 것을 깨닫고 주인에게로 돌아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강으로 뛰어들다가 그만 가라앉아 버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느 쪽이든 애처로운 이야기.

이런 드라마틱한 묘사들은 후대의 각색일 뿐, 앞서 언급하였듯이 실제 항우의 애마였던 "추"에 대한 기록은 《사기》에 대한 짤막한 구절이 전부인지라 그저 항우가 저런 이름의 말을 타고 다녔다는 점만 겨우 알 수 있을 뿐이다.

3. 수명 논란?

말이 전장에서 뛸 수 있는 기간이 유방과 항우가 싸운 기간보다 훨씬 짧다는 주장 아래 중간에 말이 바뀌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4] 다만 이에 대해선 반론도 있는데, 항우가 대외적으로 활발히 활동한 기간은 7년 정도로 생각보다 짧다.[5] 이는 시작부터 최소 제갈량 사후까지 50여년인 삼국지와 사실은 7년인 초한지의 호흡이 비슷해서 일어나는 착각에 가까우며, 7년 정도면 큰 외상을 입지 않는 한 말 한 마리가 팔팔하게 뛰어다니기는 충분한 기간이라는 것.

이문열의 초한지에서는 오추마가 중간에 바뀌었을 것이라는 설을 채택하여, 오추마가 함양 함락 후 급사하고[6] 항우가 은밀하게 다른 말을 찾아 대신하는 대목이 나온다. 다만 이건 역사적 진실성을 떠나 오추마가 상징하던 항우의 어떤 권위가 퇴색하기 시작했다는 암시적 장치 느낌도 있다. 항우의 권위가 퇴색한 데에는 애마조차 먹이를 거부할 정도로 그의 지나친 잔인함이 한몫했다는 식의 얘기로, 후반부도 아닌 제후 18분봉 직후인 5권 초반에 나온다. 이때 항우는 스스로 자신이 함양에서 자영을 죽이고 백성들을 학살한 일과 아방궁을 불태운 일, 한생을 죽이고 동쪽으로 도읍을 옮기는 일 등등이 하나같이 세상에서 좋은 평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자각하여 애꿎은 말 관리에게 이 때문이냐고 다그쳐 묻지만, 관리가 분위기를 눈치채고 얼른 환경이 달라지고 지쳐서 그리되었을 뿐이라 둘러대자 항우도 자기합리화와 정신승리를 하며 자신의 과오에 대한 불길한 징조를 영영 외면해버리는 것으로 묘사된다.

4. 미디어 믹스



[1] 경주마 등을 보면 흔히 보이는 바탕색에 다른 색의 털이 머리나 몸 이곳저곳에 난 말은 종종 보이는 편이다. [2] 야생마를, 그것도 날뛰면서 이성을 잃고 사람을 공격하는 말을 사람이 힘으로 제압한다는건 불가능하다. 심지어 그냥 야생마도 아닌 용이 변한 개체인데 그만큼 항우의 힘이 대단했다는 것을 묘사한 부분이라 볼 수 있다. [3] 드라마 초한전기에선 우희가 오추마를 기르고 있는데, 우연히 지나가다 이를 본 항우가 첫눈에 뿅 간 것으로 묘사했다. [4] 이런 추측은 적토마에도 나오지만 사실 적토마의 경우 사서에 한줄 달랑 나온 걸 주인을 3번이나 바꿔가며 30년 동안 써먹은 소설의 창작에 가깝기 때문에 2대, 3대 적토마 같은 건 연의의 2차, 3차 창작에서나 나오는 이야기. [5] 항우는 고작 30세에 사망했다. [6] 함락 후 먹이를 거부하다 굶어 죽은 것으로 나온다. [7] 초한지에서는 짤막하게 "오추는 용으로 돌아갔다." 고만 하며, 십팔사략에서는 "그래, 오추여. 그대는 본시 용의 몸이 아니었던가! 용은 용으로 돌아갔다!" 라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