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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14 12:32:40

오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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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시대 배경3. 줄거리4. 등장인물

1. 개요



이범선의 전후소설.

의식의 흐름의 오답으로 자주 나오는 소설이다. 전쟁 직후의 혼란 속에서도 정직하게 살아가는 주인공이나 방향을 잃고 방황하다 권총 강도가 되어 버린 남동생, 정신이상자가 되어버린 어머니, 아이를 낳다 죽은 아내,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 딸 등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대의 오발탄[1]이 되어 버린 사람들의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또한 주인공 송철호의 어머니를 통해 남북분단과 전쟁이 낳은 비극에 대해서도 조명하고 있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출제되었다.

2. 시대 배경

당시 아무런 꿈도 희망도 없던 한국의 모습을 묘사하였다. 오발탄의 배경인 이승만 정권 시대의 한국 경제는 정말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공식 집계된 실업률만 30%에 육박했고 대학교 졸업생의 실업률은 무려 50%나 되었다. 이런 상황이니 당시 각 언론들은 대학교를 가리켜 "지식을 갖춘 고등실업자 양성소." 라고 비꼬기 바빴고 더 나아가서는 "비싼 등록금 내고 대학교 나와 봤자, 죄다 실업자만 되는데 이런 대학교에 뭐하려고 돈을 쏟아 붓는가? 대학교가 나라를 망치고 있다!" 는 논조의 ‘대학망국론’ 까지 거론될 정도였다.[2]

6.25 전쟁의 포화가 휩쓸고 지나간 한국은 그야말로 참혹했다. 서울 시내에는 온통 팔과 다리를 잃고 군대에서 쫓겨나 실업자나 부랑자가 되어 버린 상이군인[3]들로 넘쳐났다. 상이군인들은 떼를 지어 정부 청사의 건물이나 은행으로 몰려가서 "우리들은 나라를 위해 전쟁터에 나가 싸웠다가 이렇게 다쳤다! 몸이 불편해 생활이 힘드니 우리들을 위해 생활비를 달라!!" 라고 윽박지르거나 더러는 사람이 많이 모일 만한 버스나 정거장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자기들이 가지고 온 염색한 닭털과 같은 쓸모없는 물건들을 강매하면사 생계를 꾸려나갔다. 육남매와 같은 전후를 다룬 드라마에 허름한 군복 차림으로 한 손에 후크 선장마냥 의수 대용품인 쇠갈고리를 끼운 상이군인이 장터에서 상인들에게 말없이 갈고리를 보여주고 상인들이 음식 두어 점이나 푼돈을 주면 받아서 사라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당시엔 그게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물론, 그 당시의 상이군인들은 이유없이 행패를 부리는 것도 아니었고 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가 비참한 꼴이 된 것이니 당시 경찰은 물론 군인들조차 성난 상이군인들을 상대로 어떻게 막아내지는 못했다. 힘으로 이들을 제지하려고 하면 곧바로 다른 상이군인들이 우르르 몰려와 더 큰 행패를 부리는 통에 그럴 엄두조차도 나지 않았다.

이럴 때 정부가 나서서 상이군인들을 위한 연금이나 일자리 및 주거시설을 마련해 주면 문제가 해결되었을 테지만 그 당시의 대한민국 정부 또한 전쟁을 겪고 난 이후라 매우 가난했었고 딱히 대책을 세우지도 않았다. 그저 상이군인들을 앵벌이나 실업자 같은 비참한 상태로 내버려 둘 뿐 무대책과 방치로 일관했다.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없자 상이군인들 사이에서는 나라를 위해 싸운 자신들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이승만 정권에 대한 분노가 싹트기 시작했다. 1960년에 4.19 혁명이 일어나자 상이군인들이 시위대에 대거 가담했고 심지어 이승만의 명령을 받고 시위진압을 하러 나온 군인들까지 시위대와 합세했던 데는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이다. 결국 상이군인들은 이승만 정권에 대한 분노와 함께 같은 군인 출신으로 자신들의 편이 되어주고 상이군인들의 생계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 아래 박정희의 핵심 지지기반으로 자리잡았다.[4]

3. 줄거리

6.25 전쟁 이후의 혼란스러운 한국. 주인공 송철호는 계리사( 회계사) 사무실에서 일하며 궁핍한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아내는 출산을 앞둔 만삭 상태고 어머니는 6.25 전쟁의 충격으로 미쳤다. 어머니는 평안도의 지주 출신인데 공산당에게 땅을 빼앗겨 남하했으며, 미친 와중에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돌아)가자!"는 말만 반복한다.

철호는 매일 다른 직원이 다 퇴근한 이후까지 일을 하지만 턱없이 낮은 월급 때문에 생계가 나아지질 않는다. 게다가 충치로 매일 고통받는데도 치료도 못하고 참고만 있다. 일을 하면서 배가 고프지만 밥도 먹지 않고 보리차로 식사를 대신한다.

철호의 동생이자 6.25 전쟁 참전용사인 영호는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매일 괴로워하는 신세다. 그러던 중 영호가 권총 강도 행각을 벌이다 체포되는 일[5]이 벌어진다. 그러던 중 철호는 양공주[6]인 여동생 명숙과 만나 "출산 중인 아내가 위독하다"는 사실까지 듣고 명숙에게서 돈을 받아 병원으로 향하지만 아내는 이미 죽은 뒤였다.

망연자실한 철호는 치과로 가 홧김에[7] 평소 고생하던 사랑니를 전부 뽑아버렸다. 이때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리해서 앓던 사랑니를 두 개나 뽑아 버린 다음, 식당에 가서 설렁탕을 사 먹고, 몽롱해진 상태에서 택시를 잡아 타 어디론가 향하려 하지만 과다출혈로 이내 의식을 잃고 만다.[8][9]

4. 등장인물



[1] 극후반부에 택시에 탄 철호가 목적지를 정하지 못하고 계속 "가자."고만 말하자 택시 기사가 "어쩌다가 재수없게 오발탄 같은 손님이 걸려버렸다."고 투덜대는 대목이 있다. 그리고 의식을 잃기 전 철호도 마음 속으로 자신은 어쩌면 사회의 오발탄일지도 모른다고 독백한다. 참고로 작품의 제목이자 작중에서 언급되는 '오발탄'은 조물주의 오발탄인 인간을 빗대는 말이라고도 한다. [2] 나중에 4.19 혁명이 벌어진 것은 3.15 부정선거만큼 서민들이 살기 힘들었던 경제난이 원인이기도 했다. [3] 백의용사라고도 한다. 저 당시뿐만이 아니라 21세기에도 이들의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고 윗선에 의해 일어나는 폐단이 많다. [4] 출처: 실업이 바꾼 세계사/ 도현신 지음/ 서해문집/ 2017년 11월 25일 발행/ 245~250쪽 참조. [5] 영호가 연행되는 장면에서 명대사가 나온다. "형님, 미안합니다. 인정선에서 걸렸어요. 법률선까지 무난히 뛰어넘었는데. 쏘아 버렸어야 하는 건데." [6] 광복 당시 주한미군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하던 매춘부. [7] 본래 철호는 가족부양과 양심, 도덕에 대한 책임감으로 큰 돈이 드는 치과 치료를 참아가면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동생이 은행에서 강도짓을 하다가 잡혀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내마저 출산 도중 죽자 완전히 정신적으로 무너져내렸고 가족에 대한 책임감, 양심, 도덕까지 내던져 버린 것이다. 오죽하면 이때, "가자!"를 외치는 어머니를 향해 "가긴 어딜 가자는 거야!" 라며 짜증을 낸다. [8] 치과 치료, 특히 어금니 쪽은 출혈이 많다. 하물며 의료 기술이 부실했을 당시의 상황을 고려하면 철호의 출혈은 심각한 수준이었을 것이다. 21세기에는 어금니는 물론 사랑니 2개를 동시에 뽑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가능은 한 것이지 뽑기는 한 개씩만 뽑는다. [9] 사실 철호의 앓던 이는 철호의 양심을 나타내며 피를 흘리는 행위는 아직까지 철호에게 남아 있는 양심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있다. 이 해석을 따른다면 철호는 목숨이 경각에 다다른 순간까지도 양심을 완전히 버리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10] 작중 "계리사 사무실 서기 구실"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11] 그래서 비도덕적인 방식으로 한탕 하려 드는 영호를 계속 말리려 든 것도 본인의 성격 말고도 명숙의 선례가 자기 앞에서 또 되풀이되는 걸 보기 싫어서였을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있다. [12] 어느 회사 직원의 월급이 될 돈을 실은 차량이었다. [13] 사실 영호가 '최후의 양심은 벗어던지지 못한 인간'이라는 점은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해석되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작품에 분명히 서술된 부분이다. 영호의 윤리관은 간단히 말해 '선(line)' 이란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철호에게 '남들은 양심선은 커녕 법률선까지 넘나들면서 자기 잇속 차리고 편하게 사는데 형은 그깟 양심선도 못 넘어서 이렇게 허덕이면서 쩔쩔매고 사냐'고 답답해하면서도 안타깝게 여겼던 것처럼 알 수 있듯 영호가 보기에 전후의 혼란한 사회상 속에서 양심과 도덕, 도리란 그저 쉽게 돈 벌고 이득 보면서 편히 사는 것을 가로막는 장애물에 불과했던 것. 그래서 자신이 말한 대로 법률선까지 무난히 뛰어넘어 강도질에 나섰지만 사실 법률선 너머에도 '인정선' 이라는 도덕의 선이 하나 더 있었기에 그 선까지는 차마 넘지 못하고 결국 붙잡히는 신세가 되었다는 것이다. [14] 말하자면 남들 다 그렇게 이득 보면서 산다고 대놓고 범죄를 저지를 정도로 양심을 포기한 인물이지만 차마 자기 손으로 직접 사람을 죽일 수는 없다는 '인간으로써 최소한의 도리'(=최소한의 양심)마저 버리지는 못했다고 자기 입으로 말하는 인물인 것이다. [15] 차라리 해석의 여지가 있다면 '윤리와 양심만 버리면 편하게 살 수 있다'고 부르짖던 인물이 왜 가족에 대한 도리와 책임감은 못 버리고 형과 누이와 어머니와 형수에 대해 계속 신경쓰느냐거나 정말 양심 따위 버려도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는 인물이라고 보기엔 '살기가 너무 힘들어서 양심이고 도덕이고 버릴 수밖에 없다', '남들 다 그렇게 하는데 우리만 손해보고 있다'는 변명이 구구절절하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양심을 버리지 못한 인물이 생계고와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어쩔 수 없이 양심을 포기하게 되면서 위악적인 변명으로 스스로와 주변을 속인 것이 아니냐는 해석 쪽이 더 의미가 있다. 경찰에 잡힌 후 '쏴버렸어야 했는데' 라는 무서운 소리를 내뱉은 것 역시 정말 사람 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흉악한 인물이라서 저런 소리를 했다기보다는 가족에게까지 '양심따위 쓸데없는 것 버려야 한다' 고 외치면서 결국 양심과 도리를 저버리고 강도짓까지 벌인 주제에 자신이 평소 그렇게 버리라고 하던 양심의 마지막 한 조각을 버리지 못해 이익을 얻기는 커영 자신의 삶을 더욱 몰락으로 몰아넣었다는 자괴감 때문에 내뱉은 소리라고 해석될 여지가 큰 것. [16] 洋公主, 미군 병사를 상대로 몸을 파는 여자를 일컫는 말. 그러니까 외국 병사를 상대하는 매춘부라는 것. [17] 명숙이 양공주라는 사실을 안 뒤론 말 한마디 섞지 않으려는 고집스런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18] 아마 교통비와 병원비로 쓰라고 준 돈이었을 듯. [19]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병원으로 이송된 철호의 아내는 이미 사망했고 철호는 명숙이 준 돈을 충치 치료에 쓰게 되지만 의사의 권고도 무시하고 무리하게 충치 치료를 2번이나 감행한 끝에 택시 안에서 과다출혈 이후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고 만다. [20] 지주 집안 출신인 철호의 어머니가 고향에 남아 있어 봤자 얻을 건 없었을 것이다. 살모사란 소설에서도 나오는 바지만 공산당 토지개혁에서 지주 출신들은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북한도 6.25 전쟁 후반에 연합군이 북상하면서 쑥대밭이 되었기에 북한에 남거나 돌아가도 좋을 건 없다. 하지만 철호의 어머니 입장에선 그런것들을 모두 이해할만한 처지가 못 된다. [21] 철호 어머니의 '가자!' 라는 외침을 북한(평안도)이라는 구체적인 공간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라고 이해하는 독해 자체가 별로 적절한 독해가 아니다. 그보다는 좋았던 시절의 삶을 누리던 추상적 공간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라고 독해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22] 젊었을 적엔 나름 학벌이 있었다는 말이 있다. E여대를 나왔다고 언급되었으며 막 철호와 연애하던 시절엔 지금의 모습과 달리 나이에 맞게 젊고 싱그러운 모습이었다고 한다. 당시 기준으로 여성이 대학까지 나왔다는 것은 나름 학벌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극소수에 속하는 엘리트 출신이라는 의미이고 딸을 대학까지 보낼 만한 집안 출신인 철호의 아내와 그런 집안의 딸과 결혼한 철호 모두 전쟁으로 몰락하기 전까지는 금전적으로든 사회적 지위로든 괜찮은 위치에 있었음을 암시한다. [23] 실제로 태아가 이렇게 비정상적인 자세로 있다가 출산을 할 경우 머리가 아니라 팔 혹은 발부터 나오면서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위기를 끼칠 가능성이 있기에 자연분만은 불가능해 어쩔 수 없이 제왕절개 수술에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철호의 아내는 수술받은 시기가 늦었는지 당시 산부인과 의료기술 부족이었는지는 불명이지만 제왕절개 수술이 실패한 듯. [24] 이에 대해 철호의 딸은 곧 죽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밤에 문이 닫힐 때 달빛의 파란 줄이 어린것을 그었다는 서술이 나온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