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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15 15:17:23

엔키(홍끼의 메소포타미아 신화)

파일:홍끼 엔키.jpg 파일:홍끼엔키2.jpg

1. 개요2. 작중 행적

1. 개요

홍끼의 메소포타미아 신화의 등장인물.

지혜와 담수의 신. 남무와 의 아들이자 엔릴 닌후르쌍의 이복 남매. 작화상 키는 엔릴보다 약간 작다.

2. 작중 행적

남무가 안의 아내가 되지 못해서 장남임에도 불구하고 서자 취급을 받는다. 뛰어난 지혜로 아버지를 도왔지만 땅의 지배권을 엔릴이 가져가자 이에 불만을 품고 있으며, 바다의 지배자가 된 후에는 본의 아니게 잉여신으로 전락했다. 자고 있다가 어머니가 뿌린 물에 맞는 건 덤.

엔릴의 과도한 수로 대공사로 인해 작은 신들이 반란을 일으키자, 작은 신들의 노동을 줄이고 수로 공사로 신들의 터전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노동자를 창조하자고 제안한다. 닌후르쌍과 같이 동물들을 창조했는데[1] 동물들은 결함이 있었다.[2] 고민하다가 안과 엔릴이 반란 주동자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자 반란 주동자인 웨일라만 처형하되, 웨일라의 피와 살로 신들과 같은 지혜를 가진 노동자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닌후르쌍과 같이 인간을 만든 뒤, 생명을 주고 최초의 인간에게 '아다파'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인간을 만들어서 작은 신들의 노동을 덜어준 공로로, 닌후르쌍과 같이 작은 신들에게 찬양을 받는다. 이후 술에 취해서 누가 인간을 창조하는데 더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닌후르쌍과 실랑이를 벌이다 내기를 하게 된다. 엔키는 닌후르쌍이 술에 취해 만든 7명의 장애인들에게 각각 운명을 부여해[3] 자신의 인생을 살 수 있게 했지만, 닌후르쌍은 엔키가 만든 조산아에게 운명을 부여하지 못했다.

닌후르쌍이 조산아를 품어주지 못해 죽을 때까지 안아주는 것 밖에 못하자, 처음에는 운명을 부여하는 일이야 쉽댔으면서 아무것도 못했잖냐, 나 없이도 인간 창조할 수 있다는 말은 취소하지 그러냐며 승리를 즐긴다. 그러나 닌후르쌍이 자존심 때문에 우는 게 아니라 내가 실수로 만든 자들에게 고통을 주었을까 두렵고, 내가 살리지 못한 아이에게 미안해서 우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하자 자신의 행동을 자각하고 사과한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 느끼는 것과 별개로 장애가 있어도 희망적인 운명을 부여해 준 것에 인간들이 진정한 창조주라 믿고 따르고, 인간이 늘어난 후에는 딜문에 작은 신들을 위한 새 낙원을 만들고, 제물 역시 풍족해져 작은 신들까지 엔키를 칭송한다. 더 나아가 엔릴이 지목한 후계자인 난나 말고 엔키가 다음 지배자가 되기를 바라는 소리로 시끄럽자 격분한 엔릴이 닌후르쌍과 관계해 새로운 후계자 닌우르타를 만들게 된다.

농사와 쟁기, 전쟁의 신 닌우르타가 점점 인기를 얻고 후계자 지명 때 환영 받자, '일부러 후계자 지명하는 게 초조한 속마음을 뻔히 보여준다. 그래봤자 아직 아무 능력도 보인 적 없는 풋내기 신일 터.'라고 비웃으나, 지상에서 화산이 폭발하고 바위괴물, 나무괴물이 몰려와 인간들을 학살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달된다. 이후, 엔릴이 출정시킨 닌우르타가 괴물들의 우두머리인 아자그에게 당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령[4]이 전달하자 지혜를 빌려주고자 다급히 뛰어왔지만, 도착해보니 엔릴의 명령(작전)을 들은 닌우르타가 아자그를 박살내고 나머지 괴물을 정리하고 있자, 다들 기뻐하는 가운데 후계자 자리를 빼앗긴 난나와 함께 표정을 굳히고 자리를 뜬다. 엔릴에게 비웃음을 듣는 건 덤.

그리고 세월이 흐른 후, 자신이 만든 딜문에서 평화를 만끽하고 있는 닌후르쌍을 찾아온다. 본인도 닌후르쌍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얻기 위해 그녀를 유혹하지만, 이미 닌후르쌍은 엔키의 목적을 다 알고 있었다. 닌후르쌍과의 사이에서 세 딸들인 닌무, 닌쿠라, 웃투를 얻지만 아들이 아니라서 실망한다. 게다가 딸들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얻으려 하고, 닌무와 닌쿠라에게 거부당한 뒤 정원사로 변장해 웃투를 유혹하지만 변신이 들통나고 닌후르쌍까지 오자 빛의 속도로 도망친다. 닌후르쌍은 엔키가 도주하면서 남긴 물을 뿌린 뒤 네가 죽는 날까지 생명을 주는 눈으로 바라보지 않겠다며 저주한다. 한편, 닌후르쌍이 엔키의 물을 버린 자리에 여덟 가지 식물이 싹트자 엔키는 그걸 또 먹었다가 쓰러졌다.

엔키가 앓아 눕자 땅이 메말라서 농작물이 죽어가는 등 피해가 커지자 엔릴마저 엔키의 죽음을 바라지 않았다.[5] 결국 여우가 닌후르쌍에게 사정해서 닌후르쌍은 엔키를 치료해준다. 그 과정에서 닌후르쌍이 엔키의 몸에서 빼낸 8가지 고통은 8명의 신으로 탄생했고, 엔키는 닌후르쌍과 화해한 뒤 여덟 신들을 축복한 다음 자식들 중 하나인 닌시칼라에게 딜문을 다스리게 했다.

인안나 에피소드에서는 갈대부인 닌기쿠가와 눈이 맞아 닌갈을 얻는다.[6] 시간 상으로는 닌갈이 닌무, 닌쿠라, 웃투, 8명의 신들보다 먼저 태어났다.[7] 두무지와 게쉬틴안나가 닌갈보다 먼저 태어났는지는 불명.

엔릴이 닌우르타처럼 또다른 폭풍신 이쉬쿠르를 탄생시키자 뭇 신들이 후계 구도를 두고 혼란스러워 하며 왈가왈부하는데, 이에 엔릴은 자신의 것이었던 운명을 정하는 명령의 힘을 담은 '운명의 서판'을 만들어 자신의 후계자에게 이것을 물려주겠다고 선언해서 후계자 경쟁의 때가 왔음을 알리며 엔키와 엔릴이 경쟁하던 시대가 허무하게 막을 내린다.

이에 엔키는 그 누구보다도 지혜롭지만, 운명을 명령으로 정할 수 있는 엔릴과의 권력 다툼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는 건 번번히 실패만 하다가 끝난 것에 한탄하는데, 그 한탄에 응답하듯 지진을 일으키며 안주가 태어난다. 엔키는 그에게서 신성함과 경외로움을 느끼고 대화하는데, 태어난 이유와 자신의 힘을 어디 써야할 지 몰라 혼란스러워 하자, 그건 자신의 운명을 모르기 때문이며 자신은 당신의 운명을 모르나 엔릴은 그 운명을 정해줄 수 있음을 알리며 안주를 안내한다.

이후, 안주와 엔릴이 만나는데, 신들과 맞먹을 만한 거대한 힘이 있다는 것, 자신의 정적인 엔키가 데려왔다는 것을 경계한 엔릴은 안주에게 목숨을 걸고 운명의 서판을 지키는 운명을 내리고, 안주가 신들과 땅 위 생명체의 운명을 지키는 것은 최강자에게 걸맞은 명예라는 생각으로 받아들이자, 운명은 가지는 게 아니라 매이는 것이라며 운명의 서판과 안주를 사슬로 묶어버리고[8] 신전 지하에 가둬버린다.

엔키가 그런 안주를 찾아가는데, 안주는 이렇게 괴로워 할 것을 알고 내게 운명을 부여받으라 했냐고 분노하나, 운명의 서판을 다루는 자는 타인의 운명과 자신의 운명 모두 정할 수 있다, 운명의 서판에 묶여 아무것도 못한다면 그 주인이 되라는 조언한다. 그 말을 들은 안주는 어느 날 운명의 서판을 훔쳐 달아난다.

자다 깬 엔릴이 누스카와 함께 가서 그가 도망쳤음을 확인, 신들을 소집하고 안주를 데려온 엔키에게 신들 전체를 위기로 몬 책임을 추궁하나, 자신은 운명을 몰라 방황하기에 데려왔을 뿐이고 안주에게 신들의 운명을 떠넘긴 것은 엔릴이잖냐는 반론에 할 말을 잃는다. 그렇게 정적인 엔키가 본인의 잘못은 깨끗이 논파하고 지혜를 총동원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자, 이대로 엔키가 사건을 해결하게 됐다간 운명의 서판의 주인은 엔키라는 인식이 박힐 것이라 걱정해 자신의 아들들에게 안주와 맞서 싸워서 운명의 서판을 탈환하라 명한다. 엔키는 공을 세울 기회를 빼앗겼음에도 아무 불만을 내비치지 않고 엔릴의 아들들이 하나씩 거부하는 모습을 보다가, 엔릴이 명예로운 일을 뭐 그리 두려워 하냐고 핀잔하자마자, 안주는 안 그래도 강한데 운명의 서판까지 있으니 위험한 일 맞다면서 엔릴의 후계자인 닌우르타를 콕 집어서 맡긴다.

이에 닌우르타의 어머니인 닌후르쌍이 왜 내 아들더러 그런 위험한 일을 시키냐, 안주를 데려온 네가 하라고 항의하나, 닌우르타의 아버지인 엔릴이 운명의 서판 탈환은 후계자의 일이라 했고 하늘을 나는 안주와 맞서려면 강한 폭풍을 다루는 힘도 필요하니 닌우르타가 적임자라 반박해 묵살한다. 이후 엔릴의 작전[9]을 듣고 출정에 나선 닌우르타가 안주를 찾아내는데, 운명의 서판의 힘을 써서 어느 인간의 운명을 거둬 흙덩이로 되돌려 놓고 있었다.

다음 화에서 닌우르타와 안주가 맞붙는데, 안주는 운명을 거두는 능력[10]과 날개폭풍으로 엔릴의 작전을 박살내버려[11], 닌우르타는 (운명을 돌려도 재가공하기 편한) 바람으로 활을 만들고 백샷 또는 엄폐 상태에서만 쏘는 임기응변으로 간신히 버틴다.

그러는 사이에, 닌후르쌍이 그를 찾아와 무슨 꿍꿍이냐고 괴물을 여기 들인 것도, 그가 운명의 서판을 훔친 것도, 유망한 후계자인 내 아들이 괴물과 싸워야 하는 것도 다 너의 음흉한 속셈 아니냐고 따지고는, 내 아들이 안주에게 죽길 바라냐고 멱살까지 잡는데, 엔키는 피식 웃고는 나는 정말로 닌우르타가 안주를 이길 수 있게 성심성의껏 도울 것이라고 기꺼이 약조한다. 그 말에 닌후르쌍이 더더욱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하던 차에 엔키의 예측대로 닌우르타의 무기인 샤루르가 조언을 구하러 오자, 샤루르로부터 안주의 능력과 상황을 듣고는 간단히 해결책을 내놓아, 같이 듣던 다른 신들이 감탄한다.

20화에서 그 작전이 무엇인지 드러나는데,
1. 안주와 폭풍우를 맞부딪치는 소모전을 이어나간다.
2. 안주가 소모전을 벌이며 떨어뜨린 깃털을 모은다.
3. 도망치면서 모은 깃털에 화살촉을 붙여서 다트로 만들어 뿌려둔다.
4. 안주가 땅에서 쉬지 못하게 강으로 몰아붙이며 1~3단계를 반복한다.
5. 지나치게 소모한 안주가 운명을 회수하는 힘으로 제 깃털을 회수하면, 다트가 된 깃털들이 '일제히' '안주에게 반드시 맞게 날아가' 안주를 격추한다.

닌우르타는 이 작전을 성공시켜 안주를 죽이고, 운명을 완성한 안주로부터 풀려 흘러가는 서판을 쫓아 헤엄친다. 그러나 안간힘을 다해서 서판을 따라잡은 후에야, 정확히는 지하수 저 깊은 곳 [압주]에 다다르고 나서야, 엔키가 일부러 일러주지 않은 작전의 마지막 단계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데, 바로 강에 떨어진 서판은 강을 포함한 모든 민물을 다스리는 엔키의 손에 자연스레 흘러간다는 것.

엔키가 단신으로 괴물을 상대하다니 대단하다고 칭찬하자, 닌우르타는 엔키의 지혜 덕이라 감사하며 운명의 서판을 슬쩍 받아가려 하는데, 엔키는 슬쩍 손을 뒤로 빼 운명의 서판을 넘기지 않고 도발한다.
그래, 모두 나의 덕이지. 내 지혜가 없었다면 어떻게 안주를 무찌를 수 있었겠는가.
언제나 진정으로 신들을 구한 건 나의 힘이었다네.
운명의 서판은 신들의 운명을 흔들 자격을 가진 자만이 손에 쥘 수 있다 하는데
정말 자네가 땅 위를 다스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직 미숙한 후계자가 쥐어서는 안 될 물건이라 생각하네만.
내게 맡기겠나?
이에 자신이 당신보다 더 적법한 후계자라고 발끈한 닌우르타가 거칠게 빼앗는데 엔키는 순순히 잡게 냅두고는, 계획대로 운명의 서판에 정신이 잠식당해 땅 위의 지배자가 되는 것에 집착하며 그것을 막는 이는 대기의 신이라도 죽이겠다 외치는 닌우르타의 꼴을 보고 웃는다.

안주를 부추겨 운명을 희망하게 한 것, 엔릴을 자극해 안주가 운명에 묶이게 한 것, 안주가 운명의 서판을 훔치는 것, 왕권의 상징이기에 엔릴의 후계자들이 나서는 흐름이 된 것 모두 그의 계획대로 실행되었고, 닌우르타를 돕는 것으로 안주를 데려온 것에 대해 아무 책임도 없어진 엔키는 안주에게 자신의 지혜를 등에 업은 후계자가 당하는 것도, 후계자가 안주를 무찌르고 운명의 서판에 잠식당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라 편하게 즐길 셈이었던 것. 곧 폭주한 닌우르타가 자신부터 제거하려고 달려드나, 엔키는 이것도 영광이라 비웃고 즐기며 떨쳐내더니 거대한 거북이를 창조해 땅굴 속으로 끌어내리고는 후계자와 그 아비가 전쟁하는 꼴을 상상하고 웃으며, 그런 전개를 만들고자 닌우르타가 다시 올라오기 전에 신들에게 알리러 간다.

하지만 그런 엔키의 속내를 파악한 닌후르쌍이 압주를 빠져나가기도 전에 나타나 싸대기를 날리더니
너는 물로서 생명의 기원이 되었고 태어난 생명에게 지혜로서 삶을 선물했구나.
네가 원한 것은 정말로 땅 위를 지배한다는 알량한 명목 뿐이었느냐?
생명을 일으킬 것이냐? 아니면 그저 눌러 지배하겠느냐?
내가 너의 목숨을 구했으니, 이제 너 또한 내 아들의 목숨을 구하거라.
라고 호소하자, 마음을 고쳐먹고 닌후르쌍과 함께 땅굴로 내려가 운명의 서판을 빼앗는 것으로 닌우르타를 구해준다.

이후 제정신을 차린 닌우르타로부터, 자신이 이렇게 서판에 잠식 당하지 않게 운명의 서판을 들고 가시겠다고 하셨던 것인데 몰라 듣고 무례를 저질러 미안하다는 사과를 듣는데, 앞서 말했듯 진짜 흉계에 빠뜨리려고 했다가 닌후르쌍 때문에 마음을 바꿨을 뿐인지라 아무 말 없이 떫은 표정을 짓는다. 나중에 벌어진 축하연에서도 엔릴과 나란히 서서 함께 떫은 표정을 짓는 것은 덤.

22화에서 점차 수를 불린 인간들이 서로의 것을 훔치고, 싸우고 죽이며 함성과 비명을 울려 퍼뜨리는데, 이것이 누명 탓에 저승으로 쫓겨난 과거, 작은 신들의 반란, 엔키 등 정적들에 대한 불안 등으로 인한 PTSD를 겪던 엔릴을 자극하고 만다. 결국 엔릴이 숙청으로 인류의 수를 조절하고 노동자로서의 역할에 매진하게 만들겠다고 선언하자 다른 신들과 함께 경악하나 차마 반론하지 못한다.[12]

그렇게 역병의 신 남타르가 명령대로 역병을 퍼뜨려 인류를 숙청하기 시작하는데, 고통받아 죽어가는 이들을 가여워하는 자신의 사제 아트라하시스가 당신의 피조물인 인간들을 구해달라고 기도하자, 다른 신들에게 하던 기도를 중단하고 남타르에게만 제사를 올리라고 꿈에서 일러줘 사람들을 구한다. 시간이 흘러 다시 불어난 인간들이 또 다시 전쟁으로 서로를 죽이고 엔릴이 이쉬쿠르에게 가뭄으로 숙청하라 명하자, 또 기도하다 잠든 아트라하시스의 꿈에 나타나 사람들과 함께 자신이 보낸 물고기 떼로 배를 채우고 같은 방법을 이쉬쿠르에게 쓰라고 일러줘 구해준다. 이에 엔릴은 인류를 아예 말살하라고 명령한다.

엔릴은 신들의 회의에서 대홍수를 일으킬 것을 알린 후 반대하는 신들에게 인류가 노동자로서 역할을 하지 않고 서로 죽고 죽이며 죄악을 행사한다며 인간을 돕는 것을 반역으로 간주할 것을 선포한다. 생각 이상에 인간의 참혹함에 모든 신들이 찬성하고 침묵하던 엔키도 결국 이 일에 찬성하나, 자신의 신전에서 그동안 인간들 덕분에 편히 생활하던 신들이 매몰차게 그들을 버리는 것에 한탄한다. 이번에도 도움을 주면 자신을 처벌하려 들 것이 뻔해 방법을 고민하다가 아트라하시스 집에서 큰소리로 혼잣말을 하여 거대한 배를 만들도록 한다.

그리하여 대홍수로 모든 인간이 말살되고 살아남은 인간들이 제물을 바치자 엔릴은 누가 맹세를 어겼냐며 대노하고 엔키가 자신의 혼잣말을 엿들은 것 같다고 말하자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엔릴은 그들마저 처벌하려 든다. 결국 인간을 살리기 위해 엔키는 자신의 오랜 정적인 엔릴에게 무릎을 꿇고 자비를 청하고 새로운 인간들은 그들과 다를 것이라 설득한다. 그리고 엔릴은 그 모습에 죄를 청하는 아트라하시스 부부에게 영생을 부여하고 인간들을 다시 자신의 영역인 땅 위에 살도록 하였다.

새로운 인간들이 살아갈 질서를 만들기 위해 엔릴은 신들의 권능과 질서를 담은 '메'를 만들고 엔키에게 '메'를 넘겨 인간들을 다스리게 하고 자신은 뒤로 물러나게 된다. 지혜의 신이자 모든 생명의 근원으로서 엔키는 인간들을 현명히 다스렸고 인간의 아버지이자 지배자로 여겨지며 찬양받게 된다. 이렇게 인간의 지배자가 된 엔키는 자신에게 얽매인 운명의 족쇄를 풀게 되고, 이로써 엔키와 엔릴과의 오랜 대립이 끝나게 된다.

그러나 바로 다음 에피소드에서 인안나의 꾐에 넘어가 술에 취해서 메를 빼앗긴다.[13] 다시 메를 돌려받으려 이시무드와 함께 거대한 물고기들, 거인 50명, 강의 정령 50명을 차례로 보내지만 인안나의 가호를 받은 닌슈부르에게 전부 격파당한다. 이후 인안나가 자기 도시인 우루크에서 메의 권능으로 그들에게 많은 것을 약속하는데, 이때 메를 깔끔하게 포기하고 공개적으로 인안나를 축복한다.

그 후 인안나가 그저 화풀이를 위해 떼를 써서 구갈안나로 사람들을 괴롭히다, 이에 길가메시와 엔키두가 항의하다 못해 구갈안나를 죽여 백성들을 살리자 길가메시와 엔키두를 모두 죽이자고 졸라대며, 다른 신들이 닌순과 척 질 수 없다는 이유로 길가메시는 빼고 엔키두만 죽이자고 합의해도, 인안나는 길가메시도 같이 죽이자고 박박 우겨댄다. 이에 엔키는 친구를 잃는 슬픔을 주는 것 역시 충분한 복수가 되지 않겠냐는 말로 인안나를 납득시킨다.

이후, 길가메시가 엔키두의 장례를, 에레쉬키갈이 구갈안나의 장례를 치르는 게 한창일 때, 인안나는 신들도 인간들도 제 뗑깡을 안 받아주고 우습게 여긴다고 분개하다가 자신의 권능이 부족한 탓으로 여기고, 저승에 갔다가 돌아와 삶과 죽음 모두를 깨닫고 운명을 관장하게 된 엔릴처럼 자신도 저승에 갔다가 돌아오면 제 권능 역시 누구도 무시 못할 정도로 위대해질 것이라며 저승에 내려간다. 당연히 에레쉬키갈은 인안나의 무수히 많은 무례에 실망하고 분노해서 말 한 마디로 죽여버린다.[14]

그로부터 사흘 후, 닌슈부르는 인안나가 미리 일러준 대로 엔릴, 난나, 엔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저승의 권위를 넘봤다면 당연히 저승에 머물러야지 어찌 감히 돌아오냐는 엔릴, 스스로 위험을 자초했다면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는 난나와 다르게, 또 재밌는 짓을 벌였다며 폭소하고는 도와주겠다며 손톱에 낀 흙을 빼서 무언가를 만들어준다. 만든 건 두 정령으로 둘에게 생명을 주는 꽃과 생명을 주는 물을 주고 지하세계에 가라고 지시한다.

마지막 화이자 외전격인 에누마 엘리시에서 에아 버전이 나온다. 머리가 좀 더 긴 것을 빼면 외형은 동일하다. 압수를 죽이고 그 후광을 빼앗았으며, 담키나와의 사이에서 후계인 마르두크를 얻었다.


[1] 엔키는 코뿔소를, 닌후르쌍은 원숭이를 창조했는데 서로의 창조물을 두고 각각 "멍청해 보인다", "한 대 치면 부러지겠다"라고 디스하는 개그 신이 나온다. [2] 엔키는 자기가 창조한 코뿔소에게 쫓기고, 닌후르쌍은 원숭이가 명령을 못 알아듣자 황당해한다. [3] 걷지 못하는 사람은 대장장이, 맹인은 악기 연주가, 불임인 여성은 신의 사제, 생식 기능이 없는 남자는 내시,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은 광대, 손가락을 구부리지 못하는 사람은 뇌물을 받을 수 없으므로 왕의 대리인을 시켰다. 덤으로 오줌싸개는 역병의 신을 쫓아내서 치료했다. [4] 난나와 닮았지만 이쪽은 연갈색 머리다. 엔키에게 반란 주동자를 처형할 거라는 소식을 정한 신도 이 인물이다. [5] 다만 엔릴은 엔키가 앓아누운 거 자체는 비웃었다. [6] 참고로 원전에서 엔키와 닌기쿠가는 친남매 사이다. 본작에서 해당 내용이 나오지는 않았다. [7] 닌갈이 난나와의 사이에서 낳은 우투, 인안나가 장성한 후 닌우르타가 태어났고, 이후 엔키가 세 딸들과 여덟 신들을 얻었다. 즉 닌갈은 닌우르타의 사촌누나 겸 형수이기도 하다. [8] 운명의 서판 그 자체에서 금빛 사슬이 뻗어나와 안주를 묶었고, 시간이 지날 수록 사슬의 수가 늘어났다. [9] 운명의 서판의 힘으로 네 운명을 바꾸거나 거둘 수 있으니까 얼굴을 절대 보이지 말라. 그리고 강가로 유인해 냉풍으로 안개를 만들어 숨어 멀리서 공격해라. [10] 화살대는 갈대로, 화살깃은 깃털로, 활시위는 숫양의 힘줄로, 활은 나무로 되돌리는 등 일종의 시간역행 능력으로 묘사된다. [11] 닌우르타의 모습을 숨겨주는 안개를 없애버렸다. [12] 인류의 창조주로서 그들이 가엽긴 하나, 엔릴이 이토록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몬 원인 중 하나가 자신임을 짐작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3] 이때 인안나가 '여신에게는 다스릴 것이 주어져서는 안 되는 것이냐'고 묻는데, 엔키는 이전에 겪었던 일 때문에 바로 넘어가 버린다. [14] 조문객의 예절 따위는 무시한 옷차림으로 자신 때문에 죽은 제 남편 장례식에 모자라, 몸을 가릴 천 한 장도 허락 안 하냐고 비꼬며 옷을 달라 하더니, 혹시나 싶은 양심을 믿고 베푼 친절을 이용해서 제 권좌를 빼앗아 앉으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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