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빈 롬멜/평가

《독일군의 신화와 진실》에서 독일 연방군 전사연구소에서 근무 중인 군사학 박사 게르하르트 P. 그로스 대령은 롬멜이 유달리 영국과 미국에서 고평가되었음을 인정하며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휘권의 부재 원인을 롬멜에게서 찾는 것은 오직 롬멜을 까끼 위해 당시 상황의 일부만 보고 매도하는 것이다. 서부전선에서 대서양 방벽을 건설하고 방어작전을 담당했던 롬멜은 룬트슈테트와 연합군의 상륙시 반격할 제대를 배치할 위치 문제로 논쟁을 벌이게 된다. 이미 이탈리아와 북아프리카에서 연합군 화력의 매운맛을 봤던 롬멜은 연합군의 상륙과 동시에 기갑사단이 직접 밀어낼 수 있도록 전방에 배치할 것을 주장했고 룬트슈테트는 반대로 연합군의 화력으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기갑사단을 후방에 배치할 것을 주장한다. 이에 히틀러는 나름대로 중재하기 위해 개입했고, 이도 저도 아닌 중간 위치에 기갑사단을 배치하였다. 하지만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개시와 동시에 연합군의 어마무시한 화력과 종심 지역으로 강하한 공수부대와 레지스탕스의 공작으로 기갑사단의 이동은 크게 방해를 받게 된다. 여기에 고질적인 독일 전차의 특징인 신뢰도도 발목을 잡았는데 기갑전력들이 이동 와중에 잦은 고장으로 중간에 퍼져버리기 일쑤였다. 이로 인해 실제로 전투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던 독일군 중전차는 많지 않았고 셔먼의 물량공세 앞에 독일군은 쓸려나가게 된다.

또한 제공권 역시 서부전선 독일군의 피해를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앞선 1944년 3월 시점부터 독일 공군은 머스탱을 투입하기 시작한 연합군 공군에게 밀리기 시작한다. 이 시점부터 독일 공군의 손실율은 2~30%에 달하기 시작하는데 이는 군사적으로 전멸 판정을 받는 수치이다. 하지만 독일은 부족한 인력과 양면 전선의 운영으로 충분한 조종사 확보 및 양성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결국 이를 상쇄하기 위해 독일은 비행기 조종을 할 줄 아는 히틀러 유켄트 단원들을 선발하여 전선에 투입하기 시작하는데 이들이 미국과 영국 본토에서 태평양과 독일 본토 항공전의 배테랑들의 지도하에 양성되는 연합군 공군에게는 그저 쉬운 먹이감이었다. 이로 인해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개시와 동시에 독일은 연합군에게 완전히 제공권을 내주게 된다. 오죽하면 롬멜이 클루게에게 낮에 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일은 위험하며,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 한다면 언제든 차 문을 열고 엄폐할 준비를 하라고 조언했을 정도.

롬멜을 비판하는 이들이 말하는 서부전선 사령부의 알력싸움 문제 역시 상당히 복잡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비판하는 이들은 그저 롬멜이 훗날 팔레즈 포위망에서의 탈출을 성공적으로 지휘한 하우서의 사례를 들어 롬멜이 적재적소의 인사를 방해하며 사령부에 틀어박혀 싸움을 하기만 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 서부전선 사령부의 싸움은 히틀러의 국방군 최고사령부까지 관여한 매우 복잡한 싸움이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성공과 함께 연합군의 군세를 결코 밀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롬멜은 룬트슈테트와 논의했고, 두 장군들은 '현재 우리 전력으로 서부전선에서 연합군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고 연합국과 휴전에 돌입해야 한다'라는 합의점을 도출한다. 이를 늑대굴에 있던 히틀러에게 보고했지만 히틀러는 오히려 화를 벌컥 내며 위치 사수를 명령하고 패배주의에 찌들었다며 룬트슈테트를 날려버린다. 그리고 그 후임으로 동부전선에서 활약한 귄터 폰 클루게를 임명했다. 헌데 히틀러는 클루게에게 롬멜이 패배주의에 찌들었다고 경고하며 그를 굴복시키라고 명령한다.

클루게는 부임하자마자 7월 3일 서부전선 사령부에 출근하여 휘하 장교들이 모두 보는 가운데 롬멜의 패배를 강하게 비판한다. 비판의 요지는 느렸던 부대의 대응과 부족한 공격정신. 하지만 롬멜의 입장에서 억울한 것은 당시 롬멜은 아내의 생일 때문에 독일 본토에 있었고, 기갑사단을 움직이려고 하니 기갑사단 이동 승인권한을 가지고 있던 야행성인 히틀러가 상륙작전 당일 늦잠을 자며 승인을 늦게 해주었다. 또한 롬멜 본인은 이러한 연합군의 화력으로 전선으로의 기동이 방해받을 것을 우려하여 전방에 위치시킬 것을 주장하였으니 롬멜의 입장에선 열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클루게는 롬멜의 부하들을 내보낸 이후 방금 들어온 전투 보고서를 직접 낭독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당연히 같은 원수 계급인 상태였으니[25] 롬멜은 자신을 모욕하며 굴복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거부한다. 이에 롬멜에게 클루게는 일개 한 개 사단만 지휘해 보았다며 비난했고[26] 롬멜은 클루게에게 영국과 싸워보았냐고 응수하면서 갈등은 깊어진다.

이후 롬멜은 클루게에게 그의 비난은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고 이러한 비난을 퍼부은 이유를 설명해달라는 편지를 쓰며 갈등 봉합을 시도했다. 클루게 역시 동부전선에서 야전 지휘관으로 활약한 만큼 직접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시찰을 나갔다가 연합군의 공습을 받아 수차례 위기를 넘긴 후 사령부로 복귀한 7월 7일, 롬멜의 보고가 정확했음을 인정하고 사과한다. 이렇게 서부전선 사령부 내부에서 두 사령관의 갈등은 봉합되었다. 하지만 히틀러는 계속해서 클루게와 롬멜의 정확한 상황보고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연합군을 무자비하게 바다로 밀어넣으라고 명령했고 이를 불가하다고 조언하는 롬멜과 클루게를 패배주의자라고 비난하는 형태가 지속된다. 이어 1944년 7월 20일 히틀러 암살 미수사건이 발생한다. 암살자 그룹과 서부전선 사령부 장교들 간의 접촉이 확인되면서 히틀러는 클루게와 롬멜을 의심하기 시작하였고 서부전선의 고위 장교단에 대한 게슈타포의 수사가 시작된다. 이 시기 히틀러의 계속된 공격 명령을 따른 독일군은 코브라 작전으로 팔레즈에 갇혀 학살 당하기 시작했다. 클루게는 8월 15일 연합군의 공습을 피하기 위해 엄폐하는 동안 통신이 두절된 24시간 동안 연합군과 내통했다는 히틀러의 의심을 받게되었고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8월 19일 자살한다. 이어 롬멜의 참모장 한스 슈파이델에 대한 게슈타포의 조사가 시작되며 히틀러는 롬멜의 서부전선 사령부를 불신하였고 결국 롬멜의 자살로 이는 끝을 맺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