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한국어에서 단어 처음의 평음( 예사소리)이 경음( 된소리)으로 발음되는 현상으로, 현재 진행중인 언어변화이다.[1]예시: 줄다, 다른, 작다, 저기, 자장면[2] |
'(힘이) 세다'는 어두 경음화 현상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한명숙(2013)은 '(힘이) 세다'를 [쎄다]라고 발음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들리는지 설문조사를 했고, 무려 응답자 99.4%가 자연스럽다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95.8%가 [쑤세미]로 발음하는 수세미와 비군납 물품을 뜻하는 한자어 '사제(社製)'는 ' 싸제'로 거의 정착된 수준이다. ( 논문링크)[3]
어두 경음화가 일어나는 이유는 의미 강화, 의미 분화 크게 두 가지이다. 용언은 주로 구체적 동작성이 있는 동사와, 성상 형용사(사람이나 사물의 성질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가 어두 경음화에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그 기능은 '의미 강화'가 주를 이뤘다. 체언은 어두 경음화가 되는 규칙성을 찾기 힘들었다. 다만 대상이 실체를 지니고 있을 때에 경음화 빈도가 높았다.[4]
박동근(2000)은 어두 경음화가 일어나는 이유가 동음충돌 회피/저지라고 보기도 하였으나 언어 내적 원인이 부족해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어두 경음화는 근대 한국어 시기부터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여자보다 남자가, 사회 계층상 낮은 영역에 속한 사람들일수록 더 사용하며 현재 어린 나이 계층의 사용 빈도가 높은 것으로 보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후 전세대로 확산될 확률이 높다.[5][6]
2. 차용어에서
차용어는 외국어에서 빌려(借)서 사용(用)하는 단어(語)라는 뜻으로, 외래어와 유사한 개념이다. 차용어가 경음으로 발음되는 것은 한글 표기와는 무관하다.1930년대에는 어두의 유성음인 파열음 및 파찰음을 반드시 경음으로 받아들였다. 이는 영어 등 유무성 대립이 있는 언어에서 어두 유성음이 VOT가 짧다는 점을 포착하여, 마찬가지로 한국어 자음체계에서도 가장 VOT가 짧은 경음 부류로 대응시킨 것이다. 예를 들면 bus는 '뻐'스라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러한 추이는 점차 약해지고 어두의 유성음을 평음으로 차용하기 시작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여 오늘날 외래어 표기법에는 특별한 일부 경우( 껌 등)만을 제외하고는 경음으로 표기하지 않도록 한다. 실제로 오늘날 한국어로 새로 들어오는 영어 차용어는, 단어의 첫음이 유성음이더라도 경음으로 표기하거나 발음되지 않는다. 즉 bus, game 등은 표기상으로는 '버스', '게임'으로 표기하더라도 각각 [뻐쓰]와 [께임]으로 발음하는데, 이러한 사례들은 항상 옛날의 차용양상이 오늘날까지 화석화된 사례이고, 새로 들어온 단어들의 경우는 유성음이 평음으로 차용된다. 예를 들어 같은 유성음 /dʒ/의 차용이더라도 과거차용인 jump는 [쩜프]로 발음되지만 현대차용인 journal은 [저널]이라고 발음되지 [쩌널]로 발음되지는 않는다. 논문 참조.[7]
어두 마찰음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어떤 단어가 원어에서 어두 단일초성 /s/라면[8], 해당 음소는 ㅆ로 발음되는데, 이것은 '경음화'가 아니라 애초에 경음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s/를 경음으로 차용하는 현상은 여전히 생산성이 있다. 예를 들어 cyber는 '사이버'로 옮기지만 실제 발음은 [싸이버]로 발음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표준적인 이론은 조음길이 차이에 기반하여 ㅅ와 ㅆ 중 무엇을 선택할지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다. 즉, stop과 같이 /s/가 자음군의 일부일 경우 /s/의 조음길이가 짧은데, 이에 비해 모음 앞에 오는 cyber의 /s/는 조음길이가 길기 때문에 ㅆ로 차용된다는 것이다. (논문)[9] 한편 이와는 달리, 원어에서 /s/에 후행하는 모음의 자질에 따라 ㅅ혹은 ㅆ로 차용된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강윤정 교수의 논문)
3. 음운론적 요인
어두 경음화가 이루어지는 음운론적 요인으로는 3가지가 밝혀져있다. 일부는 상관관계이지만 생리학적 인과가 존재하는 것도 있다.- 짧은 단어일수록 어두 경음화를 한다.
- 사용역이 영향을 준다. 즉, 고급스럽거나 학문적인 단어보다는 일상적이고 낮은 계층에서 사용되는 단어가 어두 경음화를 겪는다.
- 고모음 앞에서 어두 경음화가 더 빈번하다. 이는 생리학적 요인에 따라 고모음 앞에서는 VOT가 짧은 것이 발음의 편의성의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1]
홍미주. (2014). 어두 경음화의 실현 양상과 언어 태도에 대한 연구. 사회언어학, 22.1. 281-307. (
논문링크)
[2]
이쪽은 사람들이 하도 많이 짜장면이라 발음하다 보니까
국립국어원이 짜장면도
표준어로 인정했다.
[3]
한명숙. (2013). 어두 경음화 수치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 한말연구, 32, 393-424.
[4]
윤예진. (2014). 이유 없는 어두 경음화의 환경에 대하여. 관악어문연구, 39. 195-225. (
논문링크)
[5]
이주행. (1999). 한국 사회 계층별 언어 특성에 관한 연구. 사회언어학, 7.1. 51-76.
[6]
현대 한국어의 외래어 표기에 된소리를 쓰지 않는 까닭의 사회적인 한 원인일 수도 있다. 실제로 된소리를 동원해 원어에 가깝게 표기하면 모르는 사람들이 그 이름을 보고 왠지 모르게 웃긴다거나 경망스럽다는 느낌을 받는 때가 왕왕 있는데 근대 한국어 이후 문단에서 서술한 계층 배경상 된소리가 이른바 속된 발음이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일 수 있다. 21세기가 된 오늘날에도 '빠꾸', '쩐다', '찐따', '찐' 등 속어나 신조어에서 적극적으로 된소리를 볼 수 있으니 아직 일반적인 외래어 등 일반 언어 차원에서 된소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기에는 사회언어학적으로 시기상조일 수 있다.
[7]
Nam, S. (2021). The adaptation of English word-initial voiced stops in Korean: A diachronic approach. Studies in Phonetics, Phonology and Morphology, 27.1. 3-25. 특히 논문 기준 20과 16쪽에 있는 부록과 벤다이어그램 부분을 보면 명확하다.
[8]
stop 같은 /s/ 뒤에 자음이 오는 자음군이 아니라 /s/ 뒤에 모음이 오는 cyber 등의 차용을 의미한다.
[9]
Kim, S. (1999). Sub-phonemic duration difference in English /s/ and few-to-many borrowing from English to Kor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