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pe (일반/어두운 화면)
최근 수정 시각 : 2022-07-27 22:26:01

아칼리/배경

파일:상위 문서 아이콘.svg   상위 문서: 아칼리

1. 장문 배경2. 웨흘레에서3. 활과 단검4. 구 배경

1. 장문 배경

아이오니아는 자연의 마법과 강력한 영적 존재, 활기찬 주민들이 조화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곳이지만 이 온전한 균형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아서 직접 바로잡아야 할 때도 있다.

킨코우 결사단은 아이오니아의 성스러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수호자 집단이다. 결사단에 충성을 다하는 수련생들은 물질 세계와 영혼 세계를 오가며 갈등을 중재하고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해 개입한다. 아칼리는 결사단에서 명성이 자자한 그림자 전사인 '그림자의 권' 마임 호멘 테시의 딸로 태어났다. 마임과 남편 타흐노는 '황혼의 눈' 쿠쇼 대사부의 세심한 지도하에 딸 아칼리를 결사단의 일원으로 키웠다.

아칼리의 부모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멀리 떠나면 다른 결사단원들이 아칼리를 돌보았는데, 특히 '폭풍의 심장' 케넨은 어린 아칼리에게 표창 투척 기술과, 힘보다는 속도와 민첩성에 중점을 둔 싸움 방식을 가르쳤고 조숙한 소녀였던 아칼리는 이를 빠르게 흡수했다. 결사단은 아칼리가 대사부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과 함께 아이오니아의 균형을 지키는 다음 세대 전사들을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균형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법. 결사단은 결국 분열되고 말았다.

파문된 이단자 제드가 돌아와 유혈 충돌을 일으켰고 결국 결사단과 쿠쇼는 제드의 손에 무너졌다. 아칼리는 마임, 쉔, 케넨과 몇 안 되는 수련생과 함께 동부 산맥으로 도망쳤지만 안타깝게도 타흐노는 함께하지 못했다.

킨코우 결사단을 무자비한 그림자단으로 바꾸려는 제드의 계획이 달성될 즈음, 새로운 '황혼의 눈'이 된 쉔은 무너진 결사단을 재건하기로 결심했다. 쉔은 킨코우의 세 가지 근본 철학, 즉 공명정대를 추구하는 별보기, 판결을 전달하는 해따르기, 불균형을 제거하는 가지치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비록 당장은 소수였지만 예전의 힘을 되찾고 세력을 키우고자 수련생들을 훈련시켰다.

열네 살이 된 해에 아칼리는 어머니를 이어 새로운 그림자의 권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킨코우 결사단의 정식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타고난 전사였던 아칼리는 낫 형태의 무기 '카마'와 투척용 단검을 완벽하게 터득했다. 아칼리는 다른 수련생과는 달리 마법을 다루지는 못했지만, 그림자의 권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실력을 모두에게 증명했고 시간이 흐르자 그녀의 어머니는 자리에서 물러나 젊은 수련생들을 양성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하지만 아칼리는 의욕적이고 자각력이 있었다. 녹서스군이 아이오니아를 침공하자 킨코우 결사단과 그림자단은 위태로운 평화 협정을 맺었지만 고향 땅은 계속 고통받았다. 아칼리는 결사단이 신성한 균형을 위협하는 자들을 제거하는 '가지치기'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쉔은 이런 아칼리를 자제시킬 뿐이었다.

쉔은 아칼리에게 만트라나 명상을 권유했다. 하지만 이런 진부한 행위가 아칼리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적을 물리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어리지만 성숙했던 아칼리는 언쟁 끝에 쉔에게 결별을 선언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이오니아의 적들을 처단했다.

아칼리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킨코우 결사단은 영혼의 균형이나 인내심에 대해 말만 할 뿐 무력한 존재라고 공언했다. 아칼리가 지키려고 했던 물질 세계에서 아이오니아인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아칼리는 암살자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았고 암살자가 될 운명이었다. 그녀에게 더 이상 결사단은 필요하지 않았다.

쉔은 그것이 아칼리가 홀로 걸어야 할 길임을 알았기에 그녀를 순순히 보내주었다. 그 길이 아칼리를 다시 이곳으로 인도할지 모른다. 물론 그것 역시 그녀가 결정할 일이긴 하지만.

2. 웨흘레에서

“아, 잠깐! 볼리이!” 나는 목청을 높였다. “방금 너무 힘준 거 아냐?”

고리버들로 짠 깔개에 엎드려 있는 자세여서, 내 옆에 무릎을 꿇고 상체를 숙이고 있는 볼리이의 눈을 똑바로 보려면 고개를 길게 빼서 옆으로 돌려야 했다. 내 등을 타고 피 한 줄기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좀더 조심해 달란 말이야.”

바스타야족인 볼리이는 쿠알로와 뮬레를 내 어깨에서 치웠다. 목수에게 망치와 끌이 기본이듯, 문신 예술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도구들이다. 둘 다 뱀 뼈로 만들었다. 다른 동물의 뼈, 아니면 금속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뱀 뼈는 속이 가느다랗게 빈 것이 장점이다. 문신용 염료를 넣으면 볼리이 같은 문신의 대가가 작업에 딱 필요한 정도로 미세하게 흘러나오는 것이다. 뮬레에 맺혀 있던 내 피 한 방울이 똑 하고 내 등에 떨어졌다. 볼리이는 씩 웃더니, 낡은 아마천 조각에 뮬레를 닦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양손을 들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만 할까?라고 묻는 듯한 태도였다.

하지만 말은 없었다. 내가 여기 오기 훨씬 전에 녹서스 병사들이 볼리이의 혀를 없애버렸으니까. 하지만 그동안 알고 지낸 시간이 있으니 볼리이의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다. 볼리이가 해주는 문신은 좀 따끔한 것쯤은 감수하고도 남을 정도로 멋지다.

그럼 피는? 피 약간 흘리는 것도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물론 내 피가 아니라면 많이 흘러도 괜찮고.

“아냐, 완성해 줘. 앞으로 이럴 시간도 별로 없을 거야.”

볼리이는 다시 쿠알로로 뮬레를 톡톡 두들기며 염료를 넣었다. 볼리이가 쓰는 문신용 염료는 최고다. 블롱코 절벽의 남쪽 면에서만 자라는 라이콘 야생 딸기류와 마법이 깃든 꽃잎을 으깨어 만드는데, 색상이 아주 다채롭고 화려하다. 볼리이는 그야말로 문신의 대가이고, 나는 그의 화폭이 될 수 있어 영광이다.

내가 웨흘레에 오기 시작한 것은 쉔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킨코우 결사단에 있으면서 신물이 나도록 들었던 말은 “조심스러운 발걸음”이었지. 아니야. 쉔의 생각은 그 점에선 틀렸어. 나에 대해서도 틀렸고.

삼가고 자제하는 것은 도저히 내 성격에 안 맞아.

나는 깔개에 엎드린 채 양손으로 턱을 괴었다. 시선은 볼리이의 선술집으로 향하는 문에서 떼지 않았다.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지만, 죄의 기운이 공기 중에 짙게 감도는 곳이었다. 그 선술집은 도둑, 불한당, 그릇된 결정을 내린 자들이 모여드는 곳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볼리이에게 와서 웨흘레를 빠져나갈 방법을, 아니, 아이오니아에서 나갈 방법을 찾는 곳이었다. 왜냐하면 웨흘레로 들어오는 것은 어렵지만… 웨흘레에서 나가는 건 훨씬 더 어려우니까.

웨흘레는 말하자면 유령 항구다. 연안에 있는 마을이지만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아이오니아의 신비스러운 힘의 보호를 받기 때문이다. 파엘로어와는 다르게, 웨흘레는 이방인을 반기지 않는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다. 웨흘레는 늘 그런 식으로 존재했고, 사람들은 별별 멍청한 짓을 다 해가며 들어오려고 기를 쓴다.

웨흘레에 오려는 사람들은 대개 바닷길을 통해 들어온다. 부자가 되거나, 무언가 값진 것을 찾거나, 아니면 그저 새 출발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지만, 웨흘레에 가까워지는 순간 그런 희망은 처참히 박살 난다. 먼저, 조금 전까지 그들을 유혹하던 해안선이 비전의 힘이 깃들어 파직파직 소리를 내는 짙은 파란색 안개의 두꺼운 벽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그러고는 갑자기 급류 같은 파도가 몰아치더니 배를 하늘 높이 던져올렸다가 곧장 바다 밑까지 처박아 산산조각내 버린다. 겨우 목숨을 부지한 생존자가 부서진 판자 조각을 간신히 붙들고 허우적거리고 있으면, 자욱하던 안개가 아주 짧은 시간 걷히면서 그 틈으로 저 멀리 웨흘레에서 깜빡이는 불빛이 보인다. 그건 잔혹하기 짝이 없는 작별 인사다. 왜냐하면 바로 다음 순간 집채만 한 파도가 밀려와 그 생존자들을 ‘질식의 만’의 해저로 가라앉혀 버리니까.

그런 사람들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다. 하기야 내 동족들도 아니고, 내가 신경 쓸 문제도 아니다.

볼리이가 뮬레를 톡톡 두들기는 일을 마쳤다. 내가 여기 온 건 그자들과는 전혀 다른 사람 때문이다.

내 가방이 허벅지에 닿는 감촉이 느껴졌다. 덕분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물론 내 손에 닿으면 기분이 더 좋겠지만. 그 안에는 투척용 단검이 들어 있어 한 번에 셋을 해치울 수 있다. 다른 생각을 떠올릴 필요 없이 순식간에 셋을 말이다. 하지만 지금 그런 경우가 닥친다면 조금 생각을 해야겠지만.

그러면서 눈길을 드는데, 마침 그 사람이 선술집 문을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옆에 따라오는 경호원 셋은 모두 전투 복장이었다.

“이거 일이 어려워졌는데… 어느 쪽을 처치해야 할지 모르겠잖아?” 나는 비꼬아 말했다.

볼리이는 웃음을 터뜨렸다. 혀가 없어도 웃음소리를 낼 수 있다니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사실이다. 볼리이는 머리를 젓더니 항상 하던 대로 손짓과 머리 끄덕임으로 내게 자기 생각을 전달했다. 나더러 내 할 일을 지금 하지 말고, 저들이 자기 선술집을 나간 후에 하라는 것이었다.

“그건 약속 못 해. 너도 알잖아.” 나는 가방 속을 확인하고, 시끌벅적한 소리가 새어 나오는 선술집 쪽으로 걸어갔다.

선술집 문 바로 앞에서 나는 몸을 돌려 볼리이를 바라보았다.

“뭐, 노력은 해볼게.”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복면을 끌어 올려 얼굴을 가렸다. 저들에게 내 얼굴을 보여주는 건 상관없다. 다만 비웃는 내 얼굴을 보여주는 건 저들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가 될 거다.

경호원을 거느린 남자는 바로 내 동족이다. 킨코우 결사단에서 멀지 않은 곳인 푸보에의 고위급 의원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그랬듯이 저자도 웨흘레로 들어오는 안전한 길과 금 등등의 대가를 받고 침입자들에게 자기 부족민을 팔아넘겼다. 그러니 이제 저자는 내가 처리해야 할 문제다.

이제 저자의 목숨은 여기서 끝이다. 물론 여기 아닌 다른 곳에서 저자를 처치할 수도 있었다. 여관에서 편안히 잠들어 있을 때, 아니면 웨흘레로 오는 길에 천막을 치고 잠들었을 때… 하지만 그러면 아무 재미가 없잖아? 나는 저자에게 마지막으로 바다 내음을 맡게 해주고 싶다. 파멸이 다가오기 전에 안도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무엇보다도, 저자가 저지른 죄의 인과응보를 받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보게 하고 싶다. 그래서 저자의 방식이 통하지 않음을 알게 해주고 싶다.

행동에는 결과가 따르는 법이다.

나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접근했다. 남자는 맥주잔을 입으로 가져가며 양손을 벌벌 떨고 있었다. 몹시 불안해 보였다. 경호원들은 나를 보자 즉각 방어 태세를 취했다. 제법 근무 태도가 좋은데.

“이런 데서 그렇게 성실한 태도를 보다니, 뜻밖이야.” 나는 미소를 지었지만 복면 때문에 저들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원하는 게 뭐냐, 여자?” 울퉁불퉁하고 변색된 금속 갑옷을 걸친 경호원 한 명이 물었다.

“저놈.” 나는 카마를 들어 남자를 가리켰다. 주조할 때 넣은 마법이 날에서 번들거렸다. “지금은 저놈을 원해.”

경호원들이 무기를 빼 들었지만, 한 발 내딛기도 전에 앞이 보이지 않는 짙은 연막에 온몸이 휩싸였다. 내 투척용 단검이 공중을 가르며 목표물에 정확히 날아들었다. 곧이어 푹 하는 소리가 났다.

한 번. 두 번. 세 번.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쪽으로 단검을 두 개 더 날렸다. 금속이 부딪치는 쨍강 소리. 그리고 벽에 박히는 푹, 푹 소리.

또 발소리가 들렸다.

“그래, 피 좀 흘려볼까!” 나는 그렇게 외치며 허리께에서 표창을 하나 꺼내 그쪽으로 날렸다. 그리고 표창을 따라 선술집 안을 휙 가로질렀다.

연막에서 벗어나자, 살아남은 마지막 경호원이 문 바로 옆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목에 세 군데 깊은 상처가 났고, 얕은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나는 그자의 멱살을 잡고 몸뚱이를 들어올려 확인했다.

“오래는 못 가겠군…”

바로 그 순간, 등 뒤에서 소리가 났다. 옅어져 가는 연막 속에서, 높으신 의원님께서 쓰러져 있었다. 몸뚱이 아래 피를 흘리며, 눈은 휘둥그레 뜬 채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는 듯 선술집 안을 휘휘 둘러보고 있었다.

이제 아주 편안해 보였다.

3. 활과 단검

해당 문서 참조 바람.

4. 구 배경

질서가 있으면 혼돈이 있고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다. 이처럼 극과 극인 성질들이 우주의 법칙 속에서 조화롭고 완벽하게 상생하는 것을 두고 사람들은 세상의 균형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평가하곤 한다. 그러나 세상의 균형이 스스로 조절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이오니아 군도에는 평범한 사람들은 모르는 곳에서 우주의 법칙을 사수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고대 결사단이 자리 잡고 있다. 킨코우라 불리는 이 결사단에는 세 명의 그림자 전사들이 활약하고 있다.

그림자 전사 중 한 명인 아칼리의 임무는 '가지치기', 발로란의 균형을 위협하는 자들을 제거하는 일이다. 사명을 다 하기 위해 아칼리가 수행했던 임무 중에는 세상 사람들 모두가 옳다고 하지는 않을 일도 많았다. 하지만 아칼리는 자신의 임무가 윤리적인지 아닌지는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아칼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단 하나, 어머니의 사명과 의지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아칼리의 어머니도 그림자 전사였다. 그녀는 아칼리의 소질을 확신하고, 어린 아칼리가 주먹을 쥘 수 있게 됐을 때부터 무술을 가르쳤다. 어머니는 실수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 가혹하리만큼 엄격한 스승이었다. 아마도 그림자 전사들이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명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머니의 혹독한 훈련 덕에 아칼리는 불과 14살의 나이로 킨코우에 입단하게 된다. 아칼리는 아직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맨손으로 쇠사슬도 베어내는 고수가 되었고, 이제 동료인 쉔, 케넨과 함께 발로란의 균형을 책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