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퇴마록 국내편의 에피소드이자 '초상화가 부르고 있다'에 등장하는 핵심 소재. 현웅 화백이 자신의 첫째 딸 주희를 모델로 삼아 그린 일곱 점의 그림으로, 각기 '꿈 꾸는 소녀', '게와 노는 소녀', '나르는(나는) 소녀', '노래하는 소녀', '줄넘기 하는 소녀', '독서하는 소녀', '별 헤는 소녀'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두 동심을 느끼게 하는 현웅의 대표작이다. 작중 미술관의 팜플렛에 "작가 개인의 소장품이었으나 최근에 공개되었다"는 문구에 따르면, 정식 공개 없이 소문이 퍼졌거나 단기간에 높은 평가를 받을 정도의 명작이다. 하지만 이 그림들은 단순한 예술 작품이 아니었으니...그림의 모델이 된 주희가 땅벌떼란 조직 폭력배들에게 무참히 윤간당한 후 살해되자, 현웅은 큰 충격을 받고 그의 화풍 또한 극단적으로 어둡게 변한다. 세간에선 이를 기점으로 1기와 2기로 나누며, 소녀 시리즈는 대체로 1기에 드나 2기에도 포함되는 연작이다. 이 즈음에 죽은 주희의 영혼이 아버지에게 찾아와 한을 토로하고, 이를 이루어주기로 한 현웅은 자신의 모든 힘[1]을 기울여 후속작을 그린다.
원한이 담긴 그림은 사람을 해치기 시작했으며, 언제나 그 옆에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살해 방식이 그림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나르는 소녀가 전시된 미술관 벽에는 무시무시한 힘(속도)으로 짓이겨진 시체가 발견되었고 이는 땅벌떼의 일원이었다. 이어서 해변가에 사지가 말뚝박혀 익사(꿈 꾸는 소녀), 환청에 시달려 자신의 양 귀를 찔러 자살(노래하는 소녀), 환영에 이끌려 도착한 공사장의 포크레인이 무인으로 움직여 허리를 찍어서 몸을 두쪽내는 등(게와 노는 소녀) 국내편 안에서 가장 다양한 살인(...)이 일어나게 된다.
이에 퇴마사 일행은 조사를 시작한다. 안기자의 도움을 받아 땅벌떼와의 연관성을 알아낸 이현암은 그들의 죄악에 분노하지만 사건이 해결되면 전원 자수할 것을 다짐받고 이들을 지키며 현웅의 집으로 가고, 이 와중에 한 명이 알 수 없는 힘에 날아가 전선에 엉키면서 감전사하게 된다(줄넘기 하는 소녀). 현암은 이를 막기 위해 분투하지만 결국 날카로운 종이(책 읽는 소녀)와 쏟아지는 불꽃(별 헤는 소녀) 앞에 남은 둘이 사망하며 땅벌떼 전원이 사망한다.
이런 가운에 박신부와 준후는 현웅의 저택에서 악귀들을 그린 다수의 그림[2]과 함께 '종이 접는 소녀'를 발견하게 되는데, 전례에 비추어 사람의 몸을 잘근잘근 접어 죽이는 방식일 것이라고 박 신부는 판단했다.[3] 이들은 모두 집과 함께 불타 없어지게 된다. 이로써 모든 복수가 이루어지나 했으나, 진실은 따로 존재하고 있었다.
현웅과 대면하여 그를 설득하던 박 신부는 그가 작업하고 있는 또 다른 소녀의 그림을 목격하게 되며, 그 내용은 잠에서 깨는 소녀의 그림이었다. 이로써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데, 깊은 상심에 빠져 있던 현웅에게 나타나 복수를 부채질한 영혼의 정체는 주희와 전혀 상관 없는 악령으로, 현웅이 가진 힘과 함께 승희 안에 내재된 막대한 애염명왕의 힘까지 자신의 것으로 하기 위해 그를 홀려 악인을 살해하게 만든 것이었다. 각 그림들은 사람을 죽여 그 혼을 속박해 힘을 얻는 도구이며, 일련의 의식이 끝나자 잠에서 일어나는 소녀를 통해 이 모든 힘을 흡수할 계획이었고,[4] 박 신부의 일갈에 아직도 악령을 주희라고 믿고 있는 현웅이 "동생의 목숨을 뺏지 말아달라, 난 그런 일은 도울 수 없다"며 애원하자 '아버지의 힘'만이라도 빌려달라는 악령의 꼬임에 넘어가 이를 수락하게 된다. 현웅의 염동력(+ 생명력의 대부분)을 받은 악령은 직접 펜을 들어 그림을 완성하게 되고... 결국 승희의 안에서 애염명왕이 끌려 나와 그림에 갇히게 된다.
퇴마사들은 전력을 다해 이를 저지하려 하지만 신의 압도적인 힘 앞에 속수무책이었고, 모두 부상을 입고 쓰러지게 된다. 목숨을 바칠 각오를 하고 퇴마진[5]을 구성해 대항하지만 희망이 없어 보였다. 그때, 죽어가던 현웅이 마지막 힘으로 그림의 귀퉁이를 찢어내고, 이 덕분에 명왕의 힘을 잃은 악령은 퇴마사들에게 소멸된다.[6] 이 때의 여파로 현웅의 집은 완전히 붕괴하고 거세게 불이 일어나 일종의 가스 폭발로 처리되었다. 아버지를 잃은 승희는 이후로 퇴마사들과 행동을 함께하게 된다.
본 사건의 주체가 현웅과 그 뒤의 악령이었다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소재와 구성은 이 소녀 시리즈에 있으며, 폭력배들이 각기 잔인한 방식으로 살해되어 가는 과정은 강렬한 인상을 준다. 현암과 직접 대치하게 되는 두 점은 악령의 직접적인 매개체가 되는데, 이 일련의 사건이 현웅의 힘을 빌린 것인지 악령이 현웅에게 매개물인 그림을 요구하고 이를 빌어 스스로 행동에 나선 것인지는 분명히 알 수 없는 점이다.
2. 기타
승희가 일행에 합류하게 되는 에피소드이지만, 내용이 참으로 씁쓸하다. 일단 땅벌떼는 전부 몰살이다. 물론 죄 지은 건 많았으나 최소한의 사람이라도 살려서 그들의 죄가 알려졌으면 좋았을 것이다.[7]
[1]
현웅은 선천적인 염동력 능력자로, 박 신부 또한 그의 능력을 강력하다고 인정했다. 두 사람의 친분의 계기가 바로 이 염동력이었으며 여기에 본인의 생명력까지 쏟아 부어 복수의 행적을 시작한다.
[2]
마물이나 요괴 등을 불러내 이들을 그림에 봉인하였다. 풀려 나서 난동을 부리기 전에 그림째로 불타버린다.
[3]
땅벌떼의 머릿수에 맞춰 여덟 점의 그림을 그렸으나 본작은 활동하지 않고, 대신 별 헤는 소녀에게 죽은 남자의 혼을 속박한다.
[4]
때문에 이 아홉 번째 그림은 다른 소녀 시리즈와 다르게 주희가 아닌 승희를 모델로 하였다. 악령에게 홀린 현웅 자신도 이를 지적받기 전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5]
각자 내력과 방식이 다른 세명이 가장 큰 힘을 내는 형태. 진이라고 해도 등 뒤에 손을 얹는 정도지만 각자가 최대의 힘을 끌어내는 것보다 세 배는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다고 한다. 국내편 안에서만 보이는 설정.
[6]
이때 땅벌파는 신원불명의 시체로 남는다.
[7]
작중 인신매매까지 했다. 자수하겠다고 했으나 다 죽어서 할 수가 없었다. 다만 경찰 수사에서 인신매매 혐의가 추정된다는 보고가 있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