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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1-31 00:12:36

설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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薛寶釵(설보채,설보차)[1]

1. 개요2. 작중 행적

1. 개요

중국 고전소설 홍루몽 히로인. 금릉십이차(金陵十二釵). 가보옥의 이모인 설부인의 딸이자 설반의 여동생. 주인공인 가보옥과는 이종 사촌 누나가 된다. 대관원에서의 거처는 형무원이며, 호는 형무군. 금릉십이차에서 임대옥과 더불어 첫머리에 꼽히는 미소녀이다.

또다른 히로인이자 여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임대옥과는 대조적인 여성관을 가진 인물로, 임대옥이 병약하고 가늘한 느낌을 주는 미인이라면 이쪽은 건강하고 풍만한 느낌의 미인이다.[2] 특히 피부가 새하얗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인데, 정작 본인은 자신의 풍만한 신체가 콤플렉스. 성격 역시 톡 쏘는 대옥과는 다르게 굉장히 둥글둥글하여 녕국부, 영국부의 모든 사람들과 매우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다. 작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임대옥과 비견되는 여성이자 히로인으로, 각자 서로 정 반대되는 미모, 성격 및 가치관을 지닌 개성적인 매력을 보여준다. 비유하자면 임대옥은 서시빈목으로 유명한 병약하고 가냘픈 미녀 서시에 해당하고, 보차는 풍만하고 귀티가 나는 양귀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3]

매우 검소하며 단아하지만, 이런 검소함에 맞지 않는 사치스러운 금팔찌 하나를 갖고 있다. 이 금팔찌는 그녀가 과거에 어떤 중에게 받은 것으로, 후일 옥을 가진 사내와 맺어진다는 말을 들었다. 금팔찌에는 가보옥이 가진 통령보옥과 마찬가지로 글귀가 새겨져 있는데, 이런 설보차와 가보옥의 인연을 '금옥량연(金玉良缘)'이라 부른다.

2. 작중 행적

4대 가문 중 하나인 설씨 집안의 자녀지만 부친이 일찍이 돌아가시고 친오빠인 설반이 가세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세가 점차 기울자,이모이자 가보옥의 모친인 왕부인의 권유로 영국부로 들어와 보옥을 포함한 형제자매들과 생활을 시작한다. 본래는 설반의 말에 의하면 궁에 입궐시켜 귀비로 들이기 위해서 금릉까지 올라왔다는데, 이 설정은 판본에 따라서는 그냥 잊혀지는 경우도 많다.[4] 어찌됐든 첫 등장부터 대옥과 비견되면서도 상반되는 매력으로 주변의 이목을 끌었으며, 특유의 둥글한 성격으로 일부 사람독자들에게서는 대옥보다 더 낫다는 말까지 듣는다. 때문에 초반부터 후반까지 대옥에게 견제를 받는 일이 꽤나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정작 보차 본인은 작중에서 적극적으로 보옥에게 어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데, 이는 보차의 여성관이 전형적인 요조숙녀이자 현모양처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보차의 여성관은 가정과 왕부인을 포함한 많은 영국부의 어른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고, 왕부인의 조카이자 집안 최고의 수완가인 왕희봉에게도 고평가를 받았다. 마지막에 사태군과 왕부인이 보옥의 배필로 대옥이 아닌 보차를 선택하는 것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

하지만 가보옥과 맺어졌음에도 정작 가보옥이 진정으로 원했던 여성은 설보차가 아닌 임대옥이었고, 그녀의 혼인 생활은 보옥이 출가가출하자 보옥과의 사이에 난 유복자를 홀로 키우는 신세가 되는 것으로 불행한 끝을 맺게 된다.


[1] 釵자가 채와 차 두가지로 읽히기 때문에 번역본에 따라서 보'차'로 읽기도 하고 보'채'라고 읽기도 한다. 중국 현지 홍학자들조차도 정확하게는 알지 못한다! 영어권에서는 'Chai'로 번역했는데, 이것 역시 '채'로도 들리고 '차이'로도 들리므로 애매하다. 다만 애초에 '인명'이란건 고유명사인데, 현재 홍루몽의 번역본들은 중국식 발음이 아니라 한국식 한자발음으로 인명을 번역해버렸기 때문에 '보차'든 '보채'든 정확한 발음은 아니다. 한국 자전에서 釵자를 차와 채로 읽고 모두 비녀로 이해하는 것과 달리, 중국에서 나온 《한어대자전(漢語大字典)》(제2판)에는 여성/비녀로 읽을 경우 chāi(채), 병기로 읽는 경우 chā(차)로 읽는다. 어쩌면 설보채가 옳을 수 있다. [2] 다만 어린 시절에는 임대옥과 마찬가지로 꽤나 몸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어떤 중에게 '냉향환'이라는 약의 조합법을 듣고, 그 뒤로는 건강하게 되었다. 가끔씩 옛 병이 도지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냉향환 하나면 해결되는 모양. [3] 모티브가 되었을법한 양귀비도 당대에도 풍만한 몸매로 유명했으며, 서시는 가냘프고 양귀비는 통통하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시와 문장 등 다양한 재주가 있고, 눈치가 빠르고 친화력이 좋은 것도 비슷한 점. [4] 이 설정을 유지하는 판본에서는 후일 궁에 입궐까지 했으나, 심사가 완전히 끝나기 직전에 설반이 살인사건을 저지르면서 지위를 박탈당하고 궁에서 내보내 진 것으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