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너는 나비가 될 수 있겠니?"
"저는 될 거예요!"
"나는 실패했다."
"저는 성공할 수 있어요!"
어린아이는 자신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자랑스럽게 외치고 있었다.
마치 그 손가락에 더듬어지는 흉터가 눈에 보이기라도 하듯이 어린아이의 눈 속에는 더할 나위 없는 긍지와 자부심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 나도 그러길 바라마."
- 『호접몽』의 전대 묵린영과 어린 당대 묵린영의 대화 중에서 발췌.
풍종호의 무협소설 『
호접몽(胡蝶夢)』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이 묵린영(墨燐影)이다. 본명을 버리는 대신 대를 이어서 사용하며,
신강(新疆) 일대에서는 제일고수라 일컬어져 천외일패(天外一覇)라는 별호가 더 붙는다. 역시나 이 별호도 이름과 마찬가지로 대를 이어 사용한다. 묵린영은 매서운 모래바람이 나부끼는 척박한 그 땅에서 많은 수의 말(馬)을 기르는 것을 가업(家業)으로 하고 있다."저는 될 거예요!"
"나는 실패했다."
"저는 성공할 수 있어요!"
어린아이는 자신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자랑스럽게 외치고 있었다.
마치 그 손가락에 더듬어지는 흉터가 눈에 보이기라도 하듯이 어린아이의 눈 속에는 더할 나위 없는 긍지와 자부심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 나도 그러길 바라마."
- 『호접몽』의 전대 묵린영과 어린 당대 묵린영의 대화 중에서 발췌.
2. 행적
아래는 소설에서 드러나는 당대 묵린영의 행적을 시간 순으로 간략히 정리한 것이다. 전체적인 내용은 『 호접몽 - 줄거리』를 참고하자.
2.1. 모용세가(慕容勢家)
오랜 수련을 끝낸 당대의 묵린영은 모용세가를 찾아가려 한다. 이미 4년 전에 마지막 가주였던 천왕검(天王劍) 모용성이 죽어서 모용세가는 급격하게 몰락해가는 상황. 그렇기에 전대 묵린영이나 도귀(賭鬼) 오불립[1]은 굳이 갈 필요가 있냐고 붙잡지만, 그는 요지부동(搖之不動)이었다. 마침 주서호가 모용세가의 마지막 자금으로 말 거래를 시도하러 모용세가를 나온다. 여기에는 모용세가의 명성을 깎아내리기 위한 검마(劍魔) 냉서한의 암계(暗計)가 깔려 있었다. 이를 눈치챈 오불립은 우연을 가장하여 주서호를 도와주고, 그를 묵린영과 말 거래를 하게끔 유도한다.많은 수의 좋은 말을 제공해 제값을 한 번에 못 내게 한 묵린영은 남은 값을 돌아가서 계산하기로 한 주서호를 따라 모용세가로 자연스레 들어갈 계기를 마련한다. 그래도 마냥 편하게 갈 수만은 없었는지 주서호를 훼방하러 온 무림오염라(武林五閻羅) 중 독수염라(毒手閻羅) 나삼과 수혼염라(搜魂閻羅) 고반수를 처리해야만 했다. 그리고 마혈방(魔血幫)에게 본거지를 빼앗긴 광풍단(狂風團)을 도와주면서 단주인 등격리혈응(騰格里血鷹) 혁련초와도 동행하게 된다. 가는 길에 그들은 유룡검객(遊龍劍客) 소자평, 석승(石僧) 혜원, 음양수사(陰陽秀士) 종굉의 말 도둑질을 막아내고는 한 일행이 된다. 중간중간 마혈방의 습격이 계속 이어지는데도 모두 방어한 일행은 모용세가에 안전하게 도착한다.
2.2. 논검회(論劍會)
곧 열릴 육대세가(六大勢家)의 논검회 때문에 모용세가는 손님 맞을 준비가 한창이었다. 먼저 참관인으로 채약자(採藥子) 허빙이 도착했으며, 다른 오대세가도 속속들이 모용세가 모여든다. 그 와중에 남궁세가(南宮勢家)를 접대하던 고소월은 우연히 실종된 소가주 모용호와 비슷한 자세로 서 있는 묵린영을 보고 매우 놀란다. 그가 진정 모용호가 아닌지 의심한 고소월은 야밤에 변장하고 기습한다. 이 사실을 모르는 묵린영은 담담히 비전(秘傳)의 공수탈백인(空手奪白刃)으로 대응한 뒤 이어지는 살기(殺氣) 짙은 공격에 자신도 살수를 뿌린다. 이는 묵린영이 펼친 공수탈백인(空手奪白刃)이 예전에 모용호가 발휘한 것과 같음을 확인한 고소월이 그가 돌아온 것이라 확신하여 지금까지의 미안함을 자신의 생명으로 갚으려 스스로 죽음을 원한 것이다. 묵린영의 품에서 고소월은 마지막으로 작은 미소만을 남긴 채 이승을 떠난다.고소월의 죽음에 따른 작은 소란에도 논검회는 시작된다. 참가한 모든 이가 모용세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한 논검회에 뜬금없이 냉천휘가 주최자로 나서서 자신이 모용세가의 비전검법인 혜광섬혼검(慧光閃魂劍)을 익힌 전승자임을 드러낸다. 호가오수(護駕五獸)는 오염라의 넷째인 착혼염라(捉魂閻羅) 초광생을 생포해 마혈방에서 모용세가를 노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들은 이리 가문에 위험이 닥치고 있는데도 묵린영이 어떠한 행동도 보이지 않아서 불안해한다.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묵린영은 그저 조용히 때를 기다린다.
2.3. 혜광섬혼(慧光閃魂)
묵린영은 논검회가 끝나갈 무렵 마혈방의 화계(火計)가 실행되자 이에 맞춰 드디어 행동을 개시한다. 그러나 앞길을 막는 자가 있었으니, 몽영선으로 전대의 묵린영과 모용성에게 패한 것을 갚기 위하여 묵린영을 죽이려 한다. 모용성의 무덤까지 파헤쳤다는 말에 분노한 묵린영은 일수일보(一手一步)로 곧장 그를 저승으로 보낸다. 모용세가의 가주전인 천위각에 이른 그는 그곳을 지키고 있는 냉천휘를 상대로 혜광섬혼의 인증을 받고자 한다. 묵린영은 자신도 겪은 소중한 이를 잃는 아픔을 냉서한도 뼈저리게 느끼게 할 심산으로, 그가 보는 앞에서 아들인 냉천휘를 죽여버린다. 또한, 몹시 분노해 덤벼드는 냉서한의 사지를 자른 다음, 동생이 당한 그대로 돌려준다.결국, 냉씨 가문은 몰락, 묵린영이 모용세가를 잇지 않아 남은 유씨 가문이 난곡을 지키게 된다. 묵린영은 신강의 흑산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돌아와 떠나는 전대의 묵린영으로부터 아내가 쌍둥이를 베지 않았다는 사실을 듣는다.[2]
3. 정체
모용의 이름을 버린 모용세가의 후예들이다. 모용세가는 수라섬혼검법(修羅閃魂劍法)의 저주 때문에 700여 년간 쌍둥이만 태어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다. 이것이 드러나면 이상하게 소문이 날 것이 분명하여 모용세가는 사실을 숨긴 채 한 아이만 거둔다. 더불어 남은 아이는 신강의 흑산이라는 오지로 보내어 가문의 만약을 대비하는 그림자가 되게 한다. 즉, 모용세가에 남은 아이는 밝은 곳에서 가주가 될 준비를 하고, 묵린영이 된 아이는 어둠 속에서 수라섬혼검법의 저주를 해소할 방법을 찾게 한 것이다.수라섬혼검법을 최초로 패배시킨 절대무적(絶對無敵)의 '그'가 검법에 서려 있는 마성(魔性)을 경고했을 뿐만 아니라 씻어낼 방법으로 직접 보여준 접무(蝶舞)를 깨우치면 된다고 알려줬기 때문이다. 이후로 수라섬혼검법의 일격을 제대로 받아내는 이도 찾지 못한 후대는 반신반의(半信半疑)하다가 200여 년 전, 천절(天絶)에게 다시 패배하면서 검법을 압도하는 어떠한 '이치'가 있음을 확실히 알게 된다. 그리하여 100여 년 전, 세쌍둥이로 태어나 묵린영조차 되지 못해 가문에서 버려진 한 아이가 기연을 얻어 천잔영(天殘影)이 된 후에 돌아와 그 '이치'를 깨우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하지만 버려진 한(恨)을 다 풀지 못했던 그는 내가심법(內家心法)을 완전히 전하지 않아 묵린영들은 묵린기(墨燐旗) 아래 여전히 나비가 되는 호접몽(胡蝶夢)만 꾸는 참혹한 그림자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다.
37년 전, 모용세가주인 모용성도 쌍둥이를 얻는다. 그는 자식을 버리고 싶어 하지 않았기에 아이를 빼돌리려는 형제인 전대의 묵린영을 막아선다. 이때 잠시 다투었던 일로 당시에는 아기였던 당대의 묵린영에게는 얼굴을 가로지르는 하얀 상처가 남는다.[3] 아버지가 그를 포기하지 않으려 해 남겨진 흉터를 자랑스러워하며 나비가 꼭 될 수 있다는 어린 묵린영. 세월이 흘러 본가와 신강의 오지로 갈라진 형제는 20살이 될 때 처음으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오랜 세월 자식을 버려온 모용세가에 천벌이 내렸는지 하필 형제가 다시 만나는 날, 묵린영은 동생인 모용호가 냉서한에 의해 사지가 찢기고 심장이 파여 죽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나서서 막으려 했으나··· 오히려 아버지 모용성의 방해로 나설 수 없었다. 크게 상심한 그는 복수하기 위해 혜광섬혼의 율법에 따라 묵린영이 가문에 개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저주를 해소할 수 있는 나비가 어떻게든지 될 결심을 품는다. 분노와 정한, 부친이 주는 사랑, 그에 못지않은 배신감까지 겹쳐서 폭발력이 엄청나 당대의 묵린영은 끝내 17년 만에 나비가 된다.
4. 무공
- 수라섬혼검법(修羅閃魂劍法)
- 일수일보(一手一步): 천잔영이 불완전하게 남겨준 무공이다. 수라섬혼검법을 압도하는 '이치'를 품고 있는 일격필살의 암기술(暗器術)로, 묵린영은 검은 쇳조각으로 된 나비 모양의 암기를 사용한다. 어떠한 공격이라도 한 수 앞서는 접무의 움직임을 신법(身法)이 아닌 암기로 구현하여 어지간한 자는 날아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당대의 묵린영은 이것으로 혜광섬혼검을 꺾어 저주를 해소한다.
- 잠형은행(潛形隱行): 이름 그대로 은밀히 움직이기 위한 신법이다.
[1]
한번 도박을 하려고 자리에 앉으면 판이 끝날 때까지 일어서지 않아서 불립(不立)이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다. 은자 500,000냥을 따는 쾌거를 이루어냈을 때도 그는 자그마치 열흘을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도박을 했다. 문제는 그동안 줄기차게 먹고 싸 대어 도박을 했던 상대방들이 더러워서 다시는 오불립과 도박을 하지 않겠노라고 외쳐대 그는 도박에 귀신 들린 사람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도박을 해대며 지난 10여 년간 돈을 따지 못한 그는 돈이 부족한 적이 없었다. 묵린영을 단골로 하는 말장사의 중개인 노릇을 잘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묵린영에게 정보 등을 전하며 뒤를 봐주는 숨겨진 역할도 하고 있다.
[2]
전대 묵린영에게 놀림당한 것을 모른 무림검화(武林劍花)는 같은 사람인 줄 안 모용성에게 되갚아준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그녀와 모용성은 결혼한다. 그래서 전대의 묵린영은 그녀를 보기 민망하다며 여행을 떠난다.
[3]
모용호에게는 냉천휘가 남긴 비슷한 상처가 있다. 묵린영과는 반대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