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퍼시픽에서 라미 말렉이 열연한 메리엘 '스내푸' 쉘튼.
실제 메리엘 '스내푸' 쉘튼의 사진.
1. 개요
메리엘 쉘튼(Merriel Allesandro Shelton, 1922.1.22~1993.5.3)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합중국 해병대에 복무했던 참전군인이다. 미국 드라마 < 더 퍼시픽>에서 라미 말렉이 열연한 드라마의 등장인물이며, 본명은 메리엘 쉘튼이지만 전우들에게는 이름 대신에 별명인 "스내푸(SNAFU)"로 자주 불린다. 참고로 스내푸의 뜻은 "Situation Normal: All Fouled Up(상황 이상 무: 전부 말아먹음)"[1]의 준말로, 2차대전 당시 제작된 미군 정훈교육용 만화영화 " Private SNAFU"의 주인공 이름이다.[2] 이 별명은 동료인 버긴이 붙여줬다고 하는데 하필 쉘튼에게 스내푸라는 별명이 붙여진 이유는 딱히 고문관이라서 그런 건 아니고 스내푸라는 캐릭터가 메리엘 쉘튼의 실제 외모와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2. 생애
2.1. 전쟁 이전
루이지애나 주 태생이며 백인과 원주민의 혼혈이다. 남부 발음이 때때로 대화하는 데 지장이 생길 정도로 굉장히 심했다고 전해지며[3] 어렸을 적 대공황에 휘말려 지독한 가난으로 구호센터에서 살아야 했던 아픔도 있다. 이 경험으로 그는 태평양 전쟁 당시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일본군의 금니를 캤다고 한다. 우울한 환경 때문에 그의 삶은 전쟁 전에도 그렇게 평탄하지 못해서 도박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2.2. 참전
입대 후, 그는 미 해병대 제1사단 5연대 3대대 K중대('킹 중대') 박격포소대에 60mm 박격포병으로 배치되었고 펠렐리우 전투와 오키나와 전투를 겪는다. 군생활을 하면서 유진 슬레지하고 꽤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격전이었던 글로스터 곶에 처음으로 참전, 그 후 펠렐리우 전투와 오키나와 전투에서 활약한다. 펠렐리우 전투에서부터 유진 슬레지와 참호를 함께 쓰던 사이였고 그의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조언들은 유진의 군생활과 생존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유진은 회고록에서 밝힌 바 있다.[4] 물론 유진이 이걸 인정하기 전까지 얼마간 스내푸는 유진을 끊임없이 갈궈야 했지만.
둘은 번갈아가며 참호를 지키고 수면을 취해야 했다. 둘은 손발이 잘 맞았는지 몇 번이나 벌어진 일본군의 기습공격으로 주변 참호에 있던 전우들을 잃은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 더 퍼시픽>의 펠렐리우 전투 에피소드 중 참호에서 전우들이 끔살당하는 두 장면을 보면 당시의 끔찍한 상황을 잘 알 수 있다.
<더 퍼시픽>을 보면 스내푸가 다소 도련님과 다름없는 유진에게 거칠게 대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유진은 그 덕분에 군기가 바짝 들어 한 명의 유능한 해병대원으로 다시 태어나고, 지옥같은 태평양 전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었다. 그리고 유진 또한 충분한 경험을 쌓아 가면서 둘이 점차 대등한 '전우'가 되어 가는 과정이 <더 퍼시픽>에서도 잘 묘사된다. 그렇게 둘은 함께 살아남아 오키나와에서 종전을 맞는다.
<더 퍼시픽>에서는 전역을 하면서 귀향열차도 함께 타는 것으로 묘사된다. 루이지애나 역에서 스내푸가 먼저 내려야 했는데, 곯아 떨어진 유진을 차마 깨우지 못하고 혼자 여운에 잠겨 열차에 내리는 스내푸의 모습은 이 드라마의 수많은 명장면 중 하나. 수많은 예비역들의 심금을 울렸다.[5]
2.3. 전역 이후
오키나와에서 고향인 루이지애나로 돌아온 스내푸는 에어컨 수리 사업과 목재 사업을 하면서 결혼도 하여 슬하에 아들 세 명을 두어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 조용히 삶을 이어갔다. 안타깝게도 야구 유망주였던 그의 첫째 아들은 약물 중독으로 청소년기에 사망하여 스내푸의 슬하에는 아들 두 명만 남게 되었다. 그는 가족에게도 태평양 전쟁에 참전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고, 전후 35년 동안 그는 해병대 동기 누구와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유진 슬레지의 전쟁 회고록 <With the old breed>를 본 그의 아들이 "이거 혹시 아빠예요?"라고 물어 유진이 쓴 책의 존재를 알게 됐다. 마침내 1980년, 해병대 참전용사 모임에서 스내푸는 유진 슬레지와 재회하게 된다.
해병대 참전용사 모임에 나온 스내푸. 왼쪽이 스내푸, 중간은 폴 라이트, 오른쪽이 유진.
1993년에 사망했다.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유진이 장례식에서 관을 든 것은 유명한 일화.
3. 여담
- 더 퍼시픽 5화에선 죽은 일본군의 금니를 자연스럽게 빼내는 기행을 보여줬고, 7화에서는 다른 해병이 일본군 병사를 끌고 와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금니를 빼려고 한다. 그러나 그 일본군 병사는 혼절한 채 살아있었고 그 해병이 입을 쑤시자 깨어나 반항하고, 그렇게 실랑이가 이어지다[6] 보다 못한 스내푸가 다가와 그 일본군 병사의 마빡에 권총을 쏴서 죽이고는 "이게 더 쉬워(Makes it easier)"라고 한다.[7] [8] 그 뒤 할데인 (악악) 대위의 전사를 접하고는 박살난 일본군 진지 위에 걸터앉아 머리 위가 날아간 일본군 뇌수 속으로 조약돌을 무덤덤하게 던져넣는 충격과 공포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와중에 유진이 자신처럼 일본군 병사의 입을 열어 대검으로 금니를 뽑으려 하자 진지하게 세균이 옮는다며 하지 말라고 말리기도 했다.[9]
- 하여간 7화까지만 보면 고개를 삐딱하게 쳐들고 온갖 기행을 일삼는, 전쟁통에 정신이 나간 싸이코패스가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곤 한다. 하지만 진짜 심각하게 맛이 갔으면 유진을 진지하게 말리긴 커녕 앞장서서 뽑으러 다녔을 것이고, 박격포반이 어찌되든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 유진 슬레지의 별명인 슬레지해머는 스내푸가 지어준 별명이다. 전쟁 당시 참호에서 유진은 스내푸와 늘 같이 지냈다. 불침번을 서던 스내푸가 교대하기 위해 유진의 귀에다가 "슬레지해머"라고 속삭여서 깨웠던 경험 때문에 유진은 전쟁이 끝난 지 몇십 년이 지나도 아내가 자신을 흔들어 깨우는 대신 "슬레지해머"라고 속삭이면 벌떡 일어났다고 한다.
[1]
원래 Fouled가 들어갈 자리엔 우리가 잘 아는
F로 시작하는 단어가 들어가는 게 맞지만, 욕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는 미군에서 대체한 것.
1편에서 제목을 소개하면서 Fuck을 말하려는 듯 F에서 묘하게 뜸을 들이는 게 개그이다. 오래 전에 만들어진 정훈만화 치고는 꽤 재밌는 편이다.
[2]
제목 그대로 스내푸 이병이 온갖 뻘짓을 하면서 대형사고를 치고 우스꽝스럽게 전사하거나 포로로 잡히는, 혹은 훈련받은 내용을 숙지해 신나게 활약하고 영웅이 되는 내용과 군대의 하루, 보급품의 생산 절차 등을 재밌게 묘사한 만화다. 다만 일본군은 모두 거무튀튀한 피부색에 눈이 째지고 앞니가 툭 불거지고 독일군은
코먹는 소리를 심하게 내고 비만한 체형으로 묘사되는 등 인종적인 편견이 많아 불쾌할 수 있다.
[3]
메리엘 쉘튼이 속했던 해병 제 1사단 5연대 3대대 K중대에 에드워드 '힐빌리' 존스 중위라는 장교가 있었는데, 그 역시 남부 발음이 무척 심했다고 전해진다. '힐빌리'라는 별명도 그 때문이라고 한다.
[4]
"내 참호 짝이 전투 베테랑이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5]
단 이 장면 자체는 감동적인 장면을 위해 각색된 것이다. 실제 역사에서는 미군에서 고참병들을 위한 전역점수제도를 도입한 뒤 스내푸가 전역점수인 85점을 빠르게 넘겨 유진보다 일찍 귀국하고 본국에서 상병 계급으로 1945년 10월에 명예제대했다.
[6]
이때 유진 슬레지는 그 해병에게 "젠장, 그냥 편하게 죽여!(Christ, put him out of his misery!)"라고 하지만, 그 해병대원은 "닥쳐(Fuck off)"라고 쿨하게(...) 대답한다.
[7]
다만, 이것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생각해야 하는것이. 아무리 전쟁이라고는 하지만,
포로나 전투중 항복한 인원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위해도 가하지 말고 존중하라는 의미로써 조약을 맺기도 하는만큼. 사람들은 도덕성 또는 최저한의 선은 지키자는 암묵적인 룰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 스내푸의 경우 일본군을 존중하는 의미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한명의 인간으로써 불필요한 고통은 받지 않도록, 그리고 동료인
슬랫지해머가 후일에
PTSD와 같은 정신장애를 겪지 않도록 자신이 선임으로써 모든 것을 부담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전쟁과 전투에 익숙해지고, 오히려 무감각해졌다고 할정도로 익숙해진 자신에게 고통스러워 하는 일본군은 그저 길가다 벌레를 죽이는 것 같겠지만 신임으로써 전투 스트레스와, 죽음에 대한 공포로 지속적으로 두려워하는 후임의 모습을 보이는
유진 슬레지의 경우, 고통스러워 하는 일본군의 목소리에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로 화를 내는것을 보면 더 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
[8]
일본군을 죽일 때의 표정은 그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기계적인 표정을 짓고 있다. 말그대로 길가다 개미를 밟고도 아무런 느낌이 나지 않는듯한 무감정한 표정
[9]
비록 세균 핑계를 댔지만 사실 선임으로써 후임이 망가지지 않도록 우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금니를 뽑는다는것이 뭐가 그리 어려운것이냐고 생각되겠지만, 금니를 뽑을 때는 이미 죽은 사람의 얼굴, 또는 살아있는 인간이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해당 전투로 머리의 절반이 날아갔던, 엄마를 찾아 울던, 즉사해서 멍한 얼굴로 죽던, 원망을 담아 부릅뜬 눈을 한 얼굴을 한채로 죽던, 수류탄 파편에 맞아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정도로 망가졌던, 화염방사기에 전부 타버려서 얼굴이 뼈까지 드러나던. 어떻게 죽었던간에 죽은 사람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봐야 한다. 말그대로 시체에 익숙한 사람이던가, 전쟁에 의해 모든것이 무감각해진 사람이거나, 돈만 맹목적으로 쫒던 상당한 수준의 수전노가 아닌이상.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시체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기 힘들다.
유진 슬레지가 금니를 뽑는것을 시작하게 된다면, 정말로 정신이 완전히 망가져서 도저히 돌아올 수 있는 수준이 될 수 없을것이라는 것을 자신을 통해 이미 겪고 알고 있는 스내푸로써는, 자신처럼 최후의 인간말종은 되지 말라는 의미로써 막아낸 것이고. 실제로 작중에서
유진 슬레지는 자포자기한 목소리와 멍한 눈으로 일본군의 시체에서 금니를 뽑으려다가, 스내푸의 말도 안되는 세균 핑계를 두고서는 "세균이라...... 나쁜 세균....."라는 식으로 자신에게 다짐하듯이 되뇌이고는, 견장으로 타겟을 돌림과 동시에 제정신을 차린듯 목소리 톤이 바뀌게 된다. 스내푸는 그 목소리의 변화에 적어도 인간으로써의 선은 넘지 않으며, 다시 제정신으로 돌아왔음을 깨닫고는, 견장을 잘라 보관하는것에 대해서는 허가를 내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