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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12-21 19:58:46

마케이누


1. 개요2. 용법3. 한국어 번역4. 신조어로서의 마케이누

1. 개요

[ruby(負, ruby=ま)]け[ruby(犬, ruby=いぬ)]

패배자, 루저를 일컫는 일본어 관용어.

2. 용법

직역하면 "싸움에 진 개"라는 뜻의 일본어 표현이다. 하지만 진짜로 투견을 다루는 내용이 아닌 이상에야, 보통은 그냥 패배자, 루저를 뜻하는 관용어다. 물론 개에 비유하는 것을 보면 알겠지만 문자 그대로 패배자를 의미하는 것만이 아니라 지칭하는 대상을 비하하는 뉘앙스가 담긴 표현이다.

3. 한국어 번역

일본 서적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싸움에 진 개'라고 표현을 그대로 직역하는 경우가 많은데, 진짜로 개를 의미하는 뜻으로 쓰인 것이 아니라면 그냥 '패배자'로 번역하는 것이 문맥에 자연스럽다.

예시로 "싸움에 진 개가 뻔뻔하게 잘도 돌아왔군." 같은 문장이 자주 보이는데 그냥 "패배한 주제에 뻔뻔하게 잘도 돌아왔군."이라고 번역하는 편이 낫다.

종종 맥락상 개 자체를 지칭하는 것은 아닌데 개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하는 번역이 필요할 경우, '꼬리를 내린 개'로 번역하는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싸움에 진 개'라는 표현이 직역한 일본 작품들을 통해 한국에서도 너무 퍼져서 이제 한국 독자들에게도 익숙해질 정도가 되었다.

4. 신조어로서의 마케이누

일본에서 패배자란 의미로 관용적으로 쓰이던 마케이누가 전혀 새로운 의미로 사용되는데, 일본어 위키에 따르면 사카이 준코라는 일본의 수필가가 2003년에 직장생활을 하는 30대 미혼 여성을 응원하기 위해서 마케이누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일본 내에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2004년에 유행어 대상 톱 10에도 진입했다. 그리고 그 여성들 사이에서 나는 마케이누라고 자칭하는 게 일종의 붐이 되었다고 한다. #

사카이 준코가 에세이집 마케이누의 눈물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30대초반의 미혼여성을 마케이누라 칭한 건 그들을 모욕하기 위해서 사용한게 아니라 반대로 그들을 격려하기 위해서 사용한 것이다. 즉 당신들은 싸움에 진 개가 아니라 싸움에 이긴 개 즉 인생의 패배자가 아니라 인생의 승리자라고 반어법으로 응원을 보낸 것이다.

사카이 준코가 이렇게 한 것은 당시 일본 직장여성들의 고뇌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여성들은 직장에 취업했다가 결혼을 하면 당연 퇴직하는 게 불문율로 되어 있었다. 일드에서 여직원이 결혼 퇴직하면 사무실에서 꽃다발 주고 박수치는 장면이 나오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즉 당시 일본의 사회상은 결혼퇴직이 당연시되었고, 30대가 넘어서도 결혼하지 않는 여성들을 인생의 패배자로 보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30대가 넘도록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은 비혼일 가능성이 높았는데 이 여성들의 고민이 더 늦기 전에 결혼을 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성공을 위해 계속 직장생활을 할 것인가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었다. #[1]

이런 30대 여성들이 동창회 같은 곳에서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사는, 자신의 동창들을 보면 자신이 인생의 낙오자가 되는 게 아닌가 자괴감이 든다고 한다. 이런 사례는 일드에서도 많이 등장하는 사례인데 사카이 준코는 자신의 에세이집에서 그런 고민을 하는 30대의 여성들에게 정반대의 뜻인 싸움에 진 개라는 마케이누란 단어를 사용해서 역설적으로 그들을 응원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안티 페미니즘 진영에서 마케이누 세대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페미니즘 때문에 대가를 치르는 세대라고 지칭하거나 이에 대한 반박논리로 단순히 버블붕괴로 인한 장기적 불황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어 30~40대를 넘어가도록 결혼을 못하는 여성일 뿐이라는 주장이 대립하는데 양 주장 모두 원인이야 어떻든 해당 여성들이 결과적으로 버블붕괴로 가난해져서 결혼을 못하게 된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어 위키에도 나와있듯이 사카이 준코가 마케이누라고 지칭한 여성들은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있어서 경제력이 있지만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들이지 버블붕괴나 페미니즘 때문에 가난해져서 결혼하지 못한 여성들이 아니다.

따라서 국내에서의 두 주장은 일본어 위키에도 없을 정도로 일본에서는 전혀 모르는 주장들일 뿐이다. #1, #2 일본에서의 페미니즘에 관한 담화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반응이 근래에도 매우 부정적인 편이긴 하지만, 그게 이런 주장의 근거가 되지는 못하는 셈이다.

의미는 다르지만 골드미스와 사용법이 비슷한 것이다. 다만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며, 골드 미스는 자신이 주체적으로 그 길을 선택해서 만족한다는 것과 경제능력도 안정적인 수준을 넘어서 제법 부유하게 지낸다는 늬앙스가 강한 것에 비해, 마케이누는 단어의 원뜻부터가 그러하듯 어느 정도는 해당되는 여성들 당사자가 자조적으로 사용하는 편이며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졌으니 반드시 결혼해야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사는 것도 하나의 인생이다 정도의 어감이지 즐긴다는 느낌은 적다는 차이점이 있다. # #[2]

즉 비혼주의는 아니었지만 살다보니 일이 바빠서, 또는 처음엔 딱히 결혼 생각이 없었지만 마음이 바뀌고 보니 이미 혼기를 놓쳐서 등의 케이스도 있는데, 이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어느 정도는 본의 아니게 결혼을 못한 부분도 포함된다는 것. 그리고 범위도 훨씬 더 넓으므로 단어 자체에 ‘골드’가 들어가는 골드미스 만큼의 고소득인 비율도 높지 않다. 물론 고소득자 비율은 어느 분류든 간에 대부분의 집단에서 높다고는 할 수 없으니 이 집단만의 특징은 아니며 일본의 20대 여성들 사이에서조차도 비혼, 비출산주의 자체는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기는 하다. #


[1] 2020년대 시점에서도 딱히 변한 건 없다. 결혼한 여자는 일단 사회생활을 접고 가정에 충실하며 아이가 취학할 때쯤 사회생활에 복귀해서 가정경제에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 [2] 예문을 보면 “어차피 나는 결국 마케이누지 뭐”, “마케이누로 사는 것도 나쁘진 않네”라거나 회사에사 싫어하는 여상사 뒷담으로 “오늘 마케이누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데.“ 등이 언급되어 있다. 여기에 골드미스를 대입하면 어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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