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기사셨지. 요리사가 아니라. 끄응, 아무튼 그 분이 남긴 레시피를 다시 한 번 연구해보겠습니다."
지브스는 레이의 반찬투정을 견디지 못하고 주방으로 피신했다. 지브스가 달아나자 레이는 다른 대상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런 그녀의 눈에 항해사가 들어왔다. 하지만 곧바로 외면했다.
"진 너는 기각."
"엑, 내가 뭐 어때서? 니도 밥 할 줄 알거든?"
"기본적으로 사람이 먹을 수 없는 건 밥이 아니야."
"내 재능이 뭔지 몰라서 그래? 절대 포기하지 않는 마음! 그게 내 재능이야. 밥짓기도 수련을 통해 얼마든지 나아질 수 있다구!"
"그럼 노력으로 콩과 피망부터 먹어보자."
"윽.. 그, 그건."
"흥! 그리고, 네가 한 밥. 에이미에게 먹일 수 있어?"
"내가 한 밥 따위를 에이미에게 어떻게 먹일 수 있겠어? 그러다 목이라도 상하면 어쩌려구!"
"것 봐. 진 넌 도저히 안되겠다. 혼트! 혼트 어딨어!"
"호, 호온?"
레이의 지명에 갑판에서 서성이고 있던 갑판원 혼트는 깡총깡총 뛰어서 선실로 들어왔다. 레이가 허리춤에 손등을 얹고 고압적인 시선으로 내려다보자 혼트는 몹시 부담스럽다는 듯 쩔쩔맸다.
"호온. 호온.."
"전혀 어려워할 것 없어, 혼트. 단지 맛있는 요리를 하면 돼. 참 쉽지?"
"호, 혼? 혼혼!"
"뭐?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구? 밥 먹는 거 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다는 거야?"
혼트는 레이에게 꾸중을 듣자 감히 대꾸하지 못하고 들고 있던 망원경을 조심스레 건넸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레이는 망원경을 받아 들고 선실에서 나왔다. 갑판대에 올라서자 저 멀리 수평선 너머에서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망원경을 들여다 본 레이는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돈귀신이잖아? 얘들아, 다 나와!"
"윽! 돈귀신이라면 루퍼스?"
"이런!"
레이의 소집령에 선실과 조리실에 있던 진과 지브스가 뛰쳐나왔다. 요리사이자 선의이기도 하지만 본래 조타수인 지브스가 키를 잡았고, 항해사인 진은 돛 위에 올라섰다.
온건파 마족의 편에서 사략선장 해적왕 캡틴 레이. 황금해의 모든 것을 자신의 수중에 넣으려는 탐왕 루퍼스 골드오션. 이 두 명의 대해적이 바다 한가운데서 마주친 것이다.
해적선의 간격이 적당히 가까워지자 두 선장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는 탐탁지 않은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크림슨'리버'면 강가에서 물놀이나 하는 편이 어울릴 텐데요. 해적왕이라는 호칭은 너무 과분하지 않습니까?"
적강장의 여주인 레이 폰 크림슨리버는 대단한 수완가였다. 지난 3년 동안 불경기 속에서 폐업을 하지 않고 여관을 지켜낸 것이 그 증거였다. 하지만 간신히 적자를 면하고 있을 뿐, 경연난에 허덕이는 것은 남들과 다를 바 없었다. 당장 폐업 처리를 하고 다른 일을 알아본다 해도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지브스 아범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전쟁터에 나갔던 이웃 마을 고리대금업자의 아들이 낙향 중이라는 것이다. 이웃 마을의 고리대금업자라면 일대의 상권을 거머쥔 큰 손이다. 사람들은 그가 타지에 나갔던 아들에게 어떤 사업체를 뜯어줄지 초미의 관심사란다.
"하지만 그는 제 아비가 물려주는 사업을 그대로 할리가 없습니다. 평생 호의호식 할 수 있는데 자기 손으로 출세하겠다고 전쟁터까지 굴러먹다 돌아오는 녀석이니까요."[4]
지브스 아범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아가씨처럼 말입니다.'라는 말을 가까스로 되삼켰다.
"그는 전쟁터를 돌아다니며 친구들을 전잖이 사귀었을겁니다. 개중엔 돈 냄새를 맡고 꼬이는 녀석들도 있을테고요. 모르긴 몰라도 그런 외지인이 적잖이 찾아올겁니다." "아범 말은 지금 오는 한 명을 잘 대접해서 앞으로 찾아올 그의 친구들을 우리 여관의 손님으로 쭉 모시자는 얘기지?" "바로 그겁니다, 아가씨!" "좋아! 그럼 어디 큰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해볼까?"
레이는 즉시 쓱쓱 장을 볼 목록을 써서 지브스 아범에게 건네주었다. 넙죽 받아 들곤 장터로 달려갔던 지브스는 잠시 뒤 맨손으로 돌아왔다.
"저어, 아가씨? 더 이상 외상은 안된다는 데요?" "아니 그럼 곤란한데? 할 수 없지!"
레이는 품에서 돈을 꺼냈다. 지브스 아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웬일로 돈이 다 있으십니까?" "웬 돈이긴? 다 자네들 품삯이지."
이번엔 마당을 쓸던 혼트의 눈도 함께 휘둥그레졌다.
"아, 아니... 왜 저희 품삯을..."
"봉이라며? 확신이 있어서 꺼낸 얘기 아니야?" "무, 물론 그렇습니다만..." "그럼 됐네. 투자라고 생각해."
"지브스 아범은 우물쭈물하다가 마지못해 장터로 갔다. 찌르는 듯한 혼트의 시선 때문에 그는 뒤를 돌아보지 못했다. 레이는 지브스 아범을 장에 보낸 뒤 가장 좋은 옷을 꺼내 갈아입었다.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향기가 나는 듯한 꽃무늬가 들어간 기모노였다. 아슬아슬하게 접객 준비가 끝날 시점에 멀리서 뉘엿 뉘엿 저물어가는 해를 등진 나그네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갑옷을 입고 허리에 칼을 차고 있는 것이 필시 떠돌이 무사와 같은 모습이었다.
"봉이 오는 구나."
우산을 펼쳐 든 레이는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손수 여관을 나서며 그를 맞이했다.
2019년 5월 7일부터 6월 4일까지 판매된다. 일본서버에서는 약 14700원이지만[5] 한국서버에서는 프로필 아이콘 세트 강매로 인하여 22000원으로 판매한다. 일본 서버에서 먼저 판매하였다. 홀터넥 스타일의 오프숄더 라는 현대적으로 해석한 기모노를 만들어냈다.
이후 그랜드테일에서 자신이 해결사라고 밝힌 라스 덕에 지브스는 영 좋지 못한 최후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고리대금업자의 아들은 창해 융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