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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07-26 20:35:18

독수옹



1. 개요2. 행적3. 귀둔

1. 개요

"건네야 해, 건네야 해, 건네기로 했잖아. 어서 이 악연을 끊어야 해······."
"살아야 하잖아, 살자고! 제대로 살아보자고······. 이 악연을 끊자고!"
- 어렵사리 손에 넣은 망자의 보관을 포기하려는 독수옹의 다짐이다.
풍종호의 무협소설 『 투검지(鬪劍誌)』에서 지레짐작으로 불완전한 기예를 익혀 겉모습이 쭈글거리는 꼴로 흉해지고, 머리카락이 빠지는 불행을 겪은 이가 독수옹(禿樹翁)이다. 그 이름도 예전에는 산발한 긴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오는 상태였다가 대머리가 된 뒤부터 스스로를 비웃기 위하여 부르던 호칭이었다.

그런데 외모가 끔찍해지는 것을 넘어 익힌 기예가 하필 귀문(鬼門)과 연관이 있어서 다른 재앙을 초래한다. 벗어날 수 없는 사슬에 씐 것처럼 악연이 맺어져 부족한 것을 채우려 망자(亡者)의 보관(寶冠)에 아주 강한 집착을 하게 된 것이다. 찾아 헤맨 세월만 10여 년, 빌어먹을! 그는 갖은 고생 끝에 보관을 찾아내고도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없었다.

2. 행적

"허, 이거 잘못하면 아주 사람 망가질 수 있는 마공기서(魔功奇書)잖아. 어이가 없군. 이런 게 아직도 남아 있다니. 이런, 용왕채가 괴멸된 탓에 흘러나온 건가. 어이, 아궁이에 아직 불시가 남아 있나? 태워야겠어. 응? 뭐야, 빨리 가야 한다고? 이런 젠장······."
원래 독수옹은 황하(黄河)에서 활동하는 나름 잘 나가는 패거리에 소속된 녹림도적으로, 녹림육무상(綠林六武相)과도 친분이 있었다. 하루는 육무상 중 한 명이 은룡곡에서 나온 책자를 가져와 불쏘시개로 삼으려고 한다. 하지만 여간 바쁜 게 아닌지 입으로는 투덜대는 중이라 독수옹은 자신이 대신 태우겠다며 책을 건네받는다. 그러고는 책을 태우긴커녕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필사의 도주를 감행한다. 100여 년 전의 녹림왕(綠林王)이 겨우 한 권의 찢어진 책에 기록된 마공을 절기로 삼았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던 그의 욕심이었다.

빼돌린 책은 은어(隱語)로 어떤 장소를 가리키고 있었다. 동료였던 패거리에게 쫓기는 와중에 안연후와 엮인 독수옹은 함께 그 장소를 찾아가 혈공(血功)과 귀영신공(鬼影神功)의 비급을 얻는다. 섭심술(攝心術)에 관심이 많다는 거짓말로 탈심적(奪心滴)의 제조법인 척 혈공을 챙긴 그는 안연후에게는 귀영신공을 건네주고 헤어진다. 설혹 녹림왕이 될 수는 없더라도 떵떵거릴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보물을 얻었다는 기쁨도 잠시, 2년이 넘도록 익히고 나서야 혈공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몸을 단련하는 비결만 있으며, 혼백(魂魄)이 없는 무공··· 그에게는 치명타였다.

문제의 해결법을 찾기 위해 독수옹은 12년의 시간을 더 녹림을 헤매는데 쏟아부어야 했다. 그래도 운이 조금은 남았는지 녹림의 소문이 모이는 한 산채 아래의 주점에서 보름간 인내한 덕택에 수라정양공(修羅正陽功)과 수라음혼공(修羅陰魂功)이 필요하다는 사실과 아울러 여태껏 혈공을 익힌 자들 중에서는 두 가지를 찾아낸 이가 없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는 또 녹림을 헤매며 그것들을 찾는 중에 최근 영호복을 만나 수라음혼공이 담긴 망자의 보관이 이번에 서역(西域)에서 돌아오는 주가 상단의 상행에 있음을 알게 된다.[1]

녹림도답게 도적 패거리를 모아 상행을 털 준비를 한 독수옹은 주가 상단이 장강(長江) 인근의 수로에 도착하자 즉시 덮친다. 그러나 예상 못한 태형도인(太衡道人), 구귀(九鬼), 금모하의 개입으로 습격은 실패한다. 그는 한순간에 금모하의 홍랑(紅狼)에게 물려 꼼짝도 못 하고 쓰러진다. 태형도인 일행을 뒤쫓는 전강의 죽었는지 확인하는 발길질에 깨어난 독수옹은 욕심만 많아 보이는 무례한 놈을 그냥 탈심적으로 괴뢰로 삼은 다음, 근처에서 수채를 운영하며 이제는 장강비원(長江飛猿)이라는 별호까지 얻은 안연후와 연합을 맺는다. 그리하여 물 위에서 다시 한번 상단을 덮치는데, 믿었던 안연후가 귀영신공 때문에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한 채 바로 태형도인에게 제압당하는 바람에 남은 두 사람도 사로잡힌다.

독수옹은 억지로 끌려온 원무산에서 풀려난다. 아뿔싸! 이것은 원무산을 지키는 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수작이었다. 결국, 자신도 모르게 미끼 역할을 한 그는 원후오귀(元侯五鬼) 중 구담에게 붙잡혀 2년이 넘게 갇혀 지내야만 했다. 다행히 금모하도 망자의 보관이 필요해져 안내 역할로 같이 하산을 할 수 있었다. 꼬마를 데리고 독수옹은 중간에 안연후을 찾아갔다 구연화가 쳐들어온 일로 점쟁이 노릇을 하고 있는 개방(丐幇)의 대장로 마고추에게 정보를 얻으면서 주가 상단에 여전히 망자의 보관이 있음을 파악한다. 또한, 귀문삼가(鬼門三家)로 꼽히는 영호가(令狐家)의 인물들이 음모의 원흉 임도 확인한다.

보나 마나 험한 일이 될 것이 뻔함에도 독수옹은 포기하지 않는다. 구연화의 일로 주가 상단까지 같이 가기로 한 안연후까지··· 때마침 팽가(彭家)의 하인인 역위랑이 배를 끌고 와 가는 여정이 편해진다. 도착해서는 팽가주인 팽주선이 나타나 영호원과 영호복을 연달아 격파한다. 그렇지만 빼돌린 반귀도(返鬼刀)를 가진 영호란의 기습에 팽주선이 상처를 입어 갑작스레 팽하려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상황이 꼬인다. 그녀가 영호가의 둘을 간단하게 무너뜨리는 좋은 시작이 금모하의 홍랑을 빼앗고, 아비를 공격하여 백귀(魄鬼)로 전변(轉變)시키는 미친 짓거리로 마무리된다. 이 틈에 영호란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진 꼴이 되어 기절한 독수옹을 빼돌려 망자의 보관을 찾아내 작은 배로 도망치다가 딸인 구연화를 구하러 오고 있던 구자기의 큰 배와 마주치고 만다. 시간이 끌리는 사이,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팽하려에게 당해 기절했던 금모하도 깨어나 따라잡는다.

배 위에서의 영호란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죽은 영호복이 양염귀(陽炎鬼)의 형상을 빌려 빙의한 뒤라 금모하가 감당할 수 없어 위험이 닥친다. 그때 뜬금없이 배가 두 동강 난다. 마고추가 좀 과한 손속으로 도와준 것이다. 곧이어 원후파(元侯派)의 다섯 장로 중 철귀(鐵鬼)를 다루는 감부동이 찾아와 망자의 보관을 꼭 움켜쥐고 있는 독수옹에게 가져도 완성할 수 없음을 알려준다. 그제야 포기하려는 마음을 먹은 그는 눈물을 흘리며 10여 년의 미련을 끊어낼 수 있었다. 그 결과 며칠 만에 몸이 많이 좋아진다.

3. 귀둔


[1] 망자의 보관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독수옹만 가능하다. 그렇기에 영호복은 일부러 그에게 정보를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