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문서: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스토리 및 대사
1. 개요
스토리가 없는 본작이지만, 시리즈 스토리와는 별개로 공식 사이트 캐릭터 소개 페이지에 '캐릭터 프로필'이라는 미니 스토리가 있다. 콘솔판 추가 캐릭터는 이 스토리가 없다.2. 애쉬 크림슨
2.1. 캐릭터 프로필
조소하는 불빛 - 애쉬 크림슨 소년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지금까지 아무 것도 없었고, 아마 이후에도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주위 사람들이 그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그에게 있어서는 대부분 그의 것이 아니다. 적어도, 소년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꿈도 희망도 정열도 없이, 모든 것을 간파한 것처럼 조소하는 서늘함이 약간 있는 그 소년은 애쉬 크림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그 이름조차 소년에게 있어서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깨닫고보니 그렇게 불렸을 뿐, 그 자신이 그렇게 자칭해서 만든 이름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불리고 싶은지, 뭐라고 소개하고 싶은지를 반대로 물어본다고 해도 소년 애쉬는 그 대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이름마저도 사소한 일에 지나지 않을--. ――그렇게 마음대로 상상하고 있던 듀오론은, 분명 이 짐작이 틀림없을 것이라 깨닫고 고개를 저었다. 소년은 항상 불가사의하다. 그 사실만큼은 틀림없다.----소년은 항상 신출귀몰했다. 돌이켜 보면, 처음 만났을 때에도 문득 눈치챈 순간 이미 자신의 바로 옆에 있었다. 동료 없이 단지 혼자서 온 세상을 떠돌아 다니며 일족을 배반한 그 남자를 찾고 있던 듀오론의 바로 옆에, 어느새인가 그 소년은 거기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얼굴을 하며 비집고 들어와 있었다. 어떤 의미로는 방약무인이며, 제멋대로이다. 단지 이상하게도 그것을 주위에서 인정하게 만들어버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뭐 이상한 거라도 있어?」 건너편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쉔이 듀오론의 입가에 떠오른 얇은 미소를 눈치채고 웃음을 띄웠다. 이미 옆에는 어린아이 머리 만한 술 동이가 두 개나 비어서 널려 있었지만, 쉔의 표정엔 취기의 기색은 조금도 없다. 「아니--늦는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애쉬인가. 그 꼬맹이 자식은 지가 불러낸 주제에 뭐하고 있는거야?」 그렇게 악담하면서, 쉔은 포장마차 주인이 내놓은 상하이 게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쉔도 원래는 다른 사람과 붙어다니는 남자가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듀오론과 함께 그럭저럭 술잔을 주고 받는 이유는, 두 사람 사이에 애쉬라는 기묘한 촉매가 있기 때문이었다. 듀오론은 애쉬와 쉔의 만남에 대해서 자세한 사실은 잘 모른다. 물어봐도 두 사람이 말할 일도 없을 것이다. 단지, 아마도 자신이 만났을 때와 그리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눈치챘을 때 그 소년은 쉔의 곁에 자신의 위치를 확보한 다음, 그것이 아주 당연한 것처럼 태평하게 단 것을 먹거나 손톱을 다듬거나 - 그랬을 것이다. 애쉬는 자주 두 사람게 허물없는 태도를 보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쉬가 듀오론들에게 그런 걸 허락받은 건 아니다. 듀오론도 쉔도 그건 동일했다. 요컨데, 애쉬나 쉔이나 듀오론이나 모두 독불장군인 것이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일도, 의지받는 일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세 명이 우연히 이 상하이의 혼잡한 거리에서 만났다. '그냥 아는 사이'보다는 가깝지만, 친구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건 아니다-듀오론 스스로는 그렇게 미묘한 거리감이 있는 관계라고 생각하고 있다.-오래된 싸구려 숏 글래스를 기울여서 30년 묵은 노주를 한잔, 듀오론이 천천히 마시는 동안에, 쉔은 술 동이를 3개나 비우고 있었다. 중요한 애쉬는 아직 나타나지 않는다. 벌써 시간은 밤 8시가 다 되었지만, 상하이의 뒷골목에는 잡다한 활기가 더욱 차오르는 것 같았다. 듀오론은 지폐 몇 장을 테이블에 두며 일어섰다. 「어쩌려고? 돌아갈거야?」 「아아」 승복의 긴 옷자락을 다듬으며 가볍게 끄덕인다.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땅에서 살아와서인지, 듀오 론은 혼잡을 그리 좋아하진 않았다. 「――어쨌든 애쉬는 오늘 밤엔 안 나타날 것 같군. 녀석이 7시라고 말한건 어쩌면 오늘 밤이 아니라 내일 아침 7시인지도 몰라」 「아아? 그건 또 뭔 소리야, 난 오늘 밤 7시에 여기쯤이라고 확실히 들었다고?」 「너가 그 심술쟁이의 말을 그렇게까지 신용하고 있었다니 의외로군」 「그 자식이 일부러 시간을 잘못 가르쳐줬다는거야?」 「애쉬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헷」 쉔은 노주 한 동이를 또 주문하며 야성미 넘치는 미소를 띄웠다. 「어쩔 수 없구만. 어쨌든 오늘은 지금부터 아침까지 밤새도록 술이나 달려야겠다」 「가능한 숙취에 조심해라」 내일 아침 7시, 다시 이 장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듀오론은 걷기 시작했다. 언제인가 듀오론이 애쉬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애쉬. 너는 뭘 하려는 거지? 무엇을 위해서 싸우고 있지?」 그 물음에 애쉬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에 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유롭다는 것은 참 좋구나」 「하아? 맨날 지멋대로 지맘대로 사는 꼬맹이가 뭔 소릴 하는거야? 넌 항상 자유롭잖아」 「아하하하하♪ 쉔만큼은 아니지만」 푸른 하늘아래서 웃는 주근깨의 소년의 마음 속을 헤아리려고 하던--. 듀오론은 그것이 얼마나 쓸데 없는 짓인가 곧바로 떠올린 뒤 쓴웃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기 나름대로 사람을 보는 눈은 좋다고 생각하는 듀오론이었지만, 그에게도 애쉬 크림슨이라는 소년은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였다. 아마, 어느 누구라도 이해할 수 없는 소년일 것이다. 소년의 진심을 읽어내는 건 어렵지만, 이번에 한해서는 듀오론의 생각이 맞았다. 이튿날 아침 7시, 듀오론이 관자놀이를 누르며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쉔과 함께 아침 해가 들지 않는 골목 안에서 조용히 서 있으니, 소년이 기분좋게 콧노래를 부르며 나타났다. 「봉쥬르, 두 사람. 일찍 왔잖아」 「이 망할 녀석……진짜로 아침 7시였냐……!」 「에? 혹시 어젯밤 7시부터 기다렸어?」 애쉬는 주근깨 투성이 얼굴을 못된 장난 같은 미소로 무너뜨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으음~……분명 통화 상태가 안 좋았을거야」 「이 자식이 진짜……」 쉔은 애쉬에 악담하는 대신 캔맥주를 단숨에 들이마셨다. 「어라? 해장술?」 「마시지 않을 수가 없잖아. 실컷 사람을 기다리게 해놓고, 쓸데없는 보너스까지 데리고 나타났으니까」 쉔의 불평을 들을 것도 없이, 듀오론 또한 그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어느새 3명의 주위를 어쩐지 수상한 남자들이 둘러싸고 있다. 단순히 지나가는 길일리가 없다. 모두 한결같이 살기를 띄우고 있고, 그 중에는 벌써부터 나이프를 뽑아든 놈도 있다. 그렇게 뒤숭숭한 공기를 민감하게 헤아렸는지, 골목은 차가운 침묵으로 얼어붙어 아무도 건물 안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 「……나와는 상관없다」 듀오론은 오래된 빌딩의 벽에 기대며 팔짱을 꼈다. 「나도 몰라. 어디 사는 야쿠자씨 같은데. 대충 쉔이랑 아는 사이 아냐?」 남자들은 분명히 애쉬를 미행하고 있었지만, 바로 그 애쉬는 마치 다른 사람 일처럼 웃고 있다. 「――봐봐, 진짜로 쉔이 이전에 항구 근처에서 멋지게 싸웠었잖아? 그 보복이 아닐까」 「그걸 니가 말할 입장이냐? 확실히 날뛰긴 날뛰었지만, 사실 그 때 맨 처음에 선빵 날린건 너였잖아? 나는 말려 들어갔을 뿐이고」 「어라? 그러고보니까--」 애쉬의 시치미가 끝나기 전에 남자들이 일제히 습격했다. 애쉬는 물론 쉔과 듀오론도 표적이 된 것 같다. 「……정말이지, 너랑 있으면 싫증날 일이 없어서 좋다니까, 애쉬!」 「나는 관계없다……고 말해도 소용 없을 것 같군」 맨 처음 달려든 남자를 카운터 장저로 단번에 졸도시킨 듀오론은 그대로 벽을 차며 빌딩의 옥상으로 피했다. 어찌됐든 싸우는 것을 좋아하는 쉔과는 달리, 듀오론은 쓸데 없는 싸움은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 정도 불량배들이 상대라면 쉔이나 애쉬 중 한 명만 있어도 충분할 것이다. 빌딩 옥상의 녹슨 난간 위에 가볍게 내려선 듀오론은 밑에 잇는 골목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가만히 응시했다. 엷은 어둠 안에서 선명한 녹색의 불길이 작은 불꽃을 흩뿌리며 춤을 춘다. 애쉬는 적의 약함을 조롱 하는 듯이 입가에 서늘한 미소를 띄우며 남자들을 차례차례로 쓰러뜨려갔다. 분방하고 무자비한 이형의 불길--. 언젠가 저 초록색 불길과 바로 정면으로 대치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듀오론은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
2.2. 승리 대사
애쉬 | 야타의 거울에 아직 영향을 주고 있어...카구라씨도 제법이구나, 후후후후♪ |
듀오론 | 왜 그래 듀오론? 설마 나를 바보로 보는거야? |
쉔 우 | 아야야야야... 나참, 쉔은 봐준다는걸 모른단 말이야 |
쿄 | 꼴불견이야 쿠사나기군. 오늘은 봐줄게 |
베니마루 | 지금의 너는, 완전 광대 역할이네. 꼴불견이라면 그런건 안해. |
다이몬 | 아~좀! 조금은 다이어트 해줘! |
이오리 | 네 등장은 끝났어.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내보내야겠지! |
아테나 | 오르부아르♪ |
켄수 | 너 ,수행해서 그정도야? 수행하지 않은 내 쪽이 강하네! |
친 | 아하하♪ 할아버진 느긋하게 햇볕이라도 쬐라구! |
테리 | 메르시♪ |
앤디 | 뭔가 말야, 너 젊음이 부족해! 늙었단 말 들어본 적 없어? |
죠 | 죠 전설, 인가... 확실히 전설급이네. 지금의 네가 진 모습이 |
김갑환 | 자 정의의 편이잖아? 일어나 보라구, 아하하♪ |
라이덴 | 약한데다 시끄럽고, 거기에 끈질기고. 살아있을 가치가 있어? 아하하하♪ |
료 | 저기, 다음부턴 적어도 신발 정도는 신고 오라구! |
로버트 | 아리베데르치, 세뇨르! 아하하하하♪ |
랄프 | 나이살 먹은 아저씨가 지니, 꼴사나움 두배네! 아하하♪ |
클락 | 그 무서운 아저씨한테도 인사해줘♪ 후후후.. |
레오나 | 내가 날뛰도록 냅둘 생각인듯 하지만 그렇겐 안돼♪ |
엘리자베트 | 날 내버려둬 베티. 나쁜 말은 안할테니까...응? |
매튜어 | 오로치라던가 팔걸집이라던가 말야, 부른 적 없다구, 참나. |
3. 듀오론
3.1. 캐릭터 프로필
조용한 암살자 - 듀오론 비가 내릴 모양인지, 오늘 밤바람은 무거운 습기를 머금고 있다. 그 고요한 바람에 잊혀진 그림자는 발코니에 내려섰다. 그림자는 듀오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직업은 암살자--오늘 밤 여기에 온 것도 물론“일” 때문이다. 이 대저택에는 살아오면서 막대한 재산을 만들어 낸 늙은 부자가 살고 있다. 듀오 론의 오늘 밤 표적은 그 늙은 남자였다. 아마도 그 남자는 자기 대에 지금의 지위를 구축하기 위해 많은 사람의 미움을 샀을 것이다. 하지만, 듀오론이 그 사정을 알지는 못한다. 또한 노인이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서 오히려 암살이라는 수단을 선택한 의뢰인의 사정과 심경이 어떤지도 듀오론이 알지는 못하며, 새삼스럽게 흥미를 가질 일도 없다. 오히려 그것을 알려고 하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 있어서 큰 터부였다. 의뢰인의 사정에 너무 깊게 발을 들인 암살자는 머지않아 스스로가 표적이 되는 입장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날도 듀오론은 타겟의 경력마저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다. 타겟의 이름과 거주지, 거기에 생활 사이클과 얼굴--듀오론은 그 것만을 명심하고 항상 담담하게 일을 해낸다. 하지만, 그런 듀오론이 수상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밤바람에 섞여서 달콤한 향료의 향기가 느껴진다. 기억에 남아있는 그 향기에 듀오 론은 발소리를 죽이고 창에 접근했다. 창이 가늘게 열려 있었다. 그 향기는 집 안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었다. 「…………」 조용히 집 안으로 잠입한 듀오론은 가벼운 현기증을 느끼고 곧바로 입가를 손수건으로 꽉 눌렀다. 듀오론은 머릿속에 이 저택의 상세한 도면을 떠올리며 노인의 침실로 향했다. 가는 중에 여기서 일하는 사용인들의 모습이 보였지만, 모두 마루 위에 칠칠치 못하게 엎드리거나 누워 있거나, 혹은 쓰러지거나 기댄 채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고 있다. 아마도 이 향기에 포함된 최면 성분 때문일 것이다. ――듀오론이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같은 향기를 비적이 살던 벽촌에서도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 기쁘지 않은 예감을 가슴에 품고 침실에 발을 들인 듀오론은 침대 곁 마루 위에 정확히 사람 형태로 남은 탄 자국을 보았다. 듀오론은 타겟이었던 노인이 여기서 뼈도 남기지 않고 완전히 타버린 것이라고 파악했다. 몰래 저택을 나온 듀오론은 곧바로 의뢰인에게 연락을 넣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 거리의 차이나타운에 발길을 옮긴 듀오론은 여기저기서 중국인이 모이는 변두리 중화 요리점 문을 밀면서 들어왔다. 가게 안에 있던 손님들의 시선이 한 순간 듀오론에 집중한 뒤, 곧바로 관심을 돌려버린다. 시야를 차단할 정도로 자욱한 담배 연기에 조용히 눈살을 찌푸려 듀오론은 가게 손님들 전체에게 물음을 던졌다. 「……걸음걸이가 이상하고 기가 드센 여자를 본 적 있나?」 아무도 그 물음에 답하는 사람은 없다. 그 대신 손님들의 시선이 다시 어느 부분에 집중했다. 손님들의 시선에 이끌려 자기 어깨 너머로 뒤돌아 본 듀오론은 입가에 작은 쓴웃음을 띄우며 손님을 맞았다. 「……실례했군. 찾던 사람을 발견했다」 「생각도 못했는데 만나기 힘든 사람을 우연히 만났네」 모피 코트에 붉은 차이나 드레스를 입고 흠뻑 젖은 여자는 듀오론을 응시하며 요염한 입술을 비쭉였다. 「――듀오론, 나한테 무슨 볼일 있어?」 「역시 너였군, 란」 비적--. 기나긴 중국역사의 그림자에서 살아 온 전설의 암살자들. 란은 그 비적 중에서 최강이라고 불리는 사천왕의 필두이며, 듀오론에게 있어서는 소꿉친구이기도 했다. 지금도 듀오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왜냐하면 지금의 듀오론은 란에게 있어서 자신의 어머니와 할머니를 죽인 원수의 아들이니까. 듀오론은 계속 내리는 빗속을 모피가 젖는 것도 개의치 않고 걸어가려고 하는 자유분방한 여자에게 살그머니 우산을 씌워주었다. 인기척 없는 창고거리의 저 편에는 항구가 있다. 이 곳의 공기에는 바다의 향기가 섞여 있었지만, 지금의 듀오론이 보다 강하게 느끼고 있는 것은 란의 몸에서 풍기는 방향--그 저택에서도 느낀 최면 성분을 포함한 향기의 잔향이었다. 「……그건 네가 한 “일”이겠지」 「무슨 말이야?」 「저것 말이다」 듀오론은 고개를 돌려 언덕 위를 바라보았다. 물론 이 거리에서는 안보이지만, 듀오론이 1시간 쯤 전에 침입했던 저택은 그 언덕 위에 서있다. 듀오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챈 란은 요염한 빛을 띤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설마 너도 누군가에게 같은 “일”을 의뢰받은 거야?」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다」 「뭐, 여기저기에서 원망 듣던 영감인 모양이니까」 「……덕분에 나는 “일”에 실패했지」 「응? 어째서? 그 영감은 내가 제대로 처리했잖아?」 「“일”을 완수한 것은 너지 내가 아니니까. 네가 한 일에 편승해서 보수만 받을 생각은 없어」 「너…… 그런 점은 변함없구나」 란은 듀오론의 가슴을 가볍게 찔렀다. 「――그래서?」 「뭐가, 란?」 「넌 그렇게 원망이나 늘어놓으려고 나를 찾던 거야?」 「너가 이 거리에 있다면 조금 말해 두고 싶은 일이 있었다」 「헤에, 우연이네. 나도 여러가지 할 말이 있는데」 「먼저 듣도록 하지」 「린 일행과 연락이 되지 않아」 란은 무거운 이야기를 가볍게 입에 올렸다. 한 때 비적사천왕 중 하나이며 일족의 수장이기도 한 최강의 비적 론이, 어느날 밤 갑자기 돌변해 주변에 있던 일족을 학살한 뒤 마을에 불을 지르고 사라졌다. 살아남은 비적들의 대부분이 지금 배반자인 론을 쫓고 있었다. 물론 듀오론이나 란도 “일”을 위해 세계 각지를 떠돌아다니면서 행방이 묘연해진 론의 단서를 계속 찾고 있다. 그리고, 그 배반자 론이 다름 아닌 듀오론의 친아버지였다. 듀오론은 하룻밤 만에 비적수장의 아들, 도련님에서 배반자의 아들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린 만이 아냐, 사이나 챠토에게도 연락이 안 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지」 낡은 창고의 처마 끝에서 듀오론과 함께 비를 피하고 있으던 란이 중얼거렸다. 린, 사이, 챠토는 모두 란과 동격의 사천왕이며, 그 실력은 결코 선대들에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 3명 모두 소식이 끊어졌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닌 사태가 일어났다고 생각해야 될 것이다. 「……실은, 내 쪽에서도 형들의 소식을 듣지 못했어. 론에게 패배한 걸지도 모르지」 자신의 부친을 론이라고 부르는 일도 익숙해졌다. 듀오론이 친아버지를 일족의 배반자로서 계속 추적하는 날들이 그런 평형감각을 잃게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너도 조심해라, 란」 「……누구한테 그런 소릴 하는 거야, 도련님?」 란은 모피 코트 주머니에 양손을 넣은 채로 처마 끝에서 빗속으로 헤엄치듯 나왔다. 「……난 죽일 거야」 란은 듀오론을 뒤돌아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단언한 여자의 몸에서 희미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비록 선대 수장이라 해도, 비록 너희 아버지라 해도, 나는 론을 죽일 거야. 그 작자는 나에게 있어서 어머님과 할머님의 원수일 뿐이니까. 어차피 넌 론을 죽일 수 없을 테고 말야」 「……가지고 가라」 그 말을 들은 듀오론은 단지 그 말만 하며 접어뒀던 우산을 란에게 던져줬다. 그 찰나, 란의 흰 다리가 번쩍이자 그 궤적이 진홍빛으로 타올랐다. 「……다른 사람 걱정보다 자기 걱정이나 하시지, 도련님」 불길에 물든 각선미로 검은 우산을 한 순간에 전부 불태워버린 란은 소꿉친구인 청년에게 등을 돌렸다. 자유자재로 불길을 조종하는 미모의 살인 청부업자--확실히 그녀에게 걸리면, 주변 가구에는 거의 피해를 끼치지 않은 채 노인 한 명을 뼈도 남기지 않고 불태워버리는 것 정도는 누워서 떡먹기일 것이다. 「……이전에 론이 나에게 말한 적이 있다」 듀오론은 란의 어깨너머로 느껴지는 눈빛을 받아들이면서도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 「마음에 품은 뜻이 있다면, 경솔하게 입에 담지 마라」 「――――」 란의 눈빛이 한층 더 날카로워진다. 「숨겨둬야 할 생각을 굳이 말하는 건, 가슴 속에 불안을 품고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더군」 「……그럼, 너는 그냥 너희 아버지 말을 바보처럼 정직하게 지키면서 살아. 나한테는 내 방식이 있으니까」 「……그렇지」 듀오론은 란을 배웅한 뒤에도 창고의 처마 끝에서 빗소리를 계속 듣고 있었다. 지금의 자신이 과연 론을--아버지를 쓰러뜨릴 수 있을까. 그 이전에, 론에게 포위당하지 않을까. 단조롭고 끊임없는 빗소리는, 사람에게는 의미 없는 시간을 새긴다. 고개를 저으며 안 좋은 생각을 떨쳐낸 듀오론은 근처의 어둠으로 조용히 녹아들어 어떤 흔적도 남기는 일 없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역사의 어둠에 살며 사람의 그림자 속에서 사는 것--듀오론에게는 비적이라는 삶의 방법 이외엔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친아버지를 죽여야만 하는 것이다. |
3.2. 승리 대사
애쉬 | 애쉬.....너는 무엇을 하려는 거지? |
듀오론 | 나에게 속임수는 통하지 않는다...... |
쉔 우 | 애쉬의 대사는 아니지만......너는 순진해서 좋군...... |
쿄 | 그 이상은 그만둬라. 유명(幽冥)의 어둠 속에서는 불꽃조차도 얼어붙는다... |
베니마루 | ......실력이 떨어졌나, 니카이도? |
다이몬 | 승패는 이미 정해졌다......거길 비켜줬으면 하는군. |
이오리 | 창천에 가득찬 원망의 외침...너에게는 들리겠지? |
아테나 | 강호에 현혹된 망자의 신음소리를 들어라......언젠가 네놈도 여기에 합세하게 될 것이다. |
켄수 | 어째서지......?극히 소량이지만, 네놈에게서 녀석의 기운을 느낀다...... |
친 | 설령 상대가 노인이라도, 방심은 하지 않는다...... |
테리 | 인정하지, 그 실력을......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건 이 나다. |
앤디 | 똑똑히 눈을 뜨고 봐라 네놈 앞에 황천길이 열려 있다. |
죠 | 하찮군......내 싸움은 구경거리가 아니다. |
김갑환 | 네놈이 나아가야 할 것은 무궁(無窮)의 문...망자의 대열에 끼는 것이 좋겠군. |
라이덴 | 승패는 이미 정해졌다......거길 비켜줬으면 하는군. |
료 | 인정하지, 그 실력을......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건 이 나다. |
로버트 | 시여처녀(始如処女), 후여탈토(後如脱兎). 네놈은 내 움직임을 꿰뚫어 볼 수 없을 것이다...... |
랄프, 클락 | 꺼져라, 군인......네놈들에게 용건은 없다...... |
레오나 | 네놈들은, 그 남자의 행방을...... ......아니, 됐다. |
엘리자베트 | 역사(汗青)에 비치지 않고, 어둠 속에서 살아간다......그것이 비적이다. |
매튜어 |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이성을 잃었나......불쌍한 여자다...... |
4. 쉔 우
4.1. 캐릭터 프로필
샹하이의 무신 - 쉔 우 소녀와 시선이 마주쳤다. 이름은 모른다. 나이는 5, 6살 정도일까. 할아버지를 도와 이 작은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붙임성 없는 소녀다. 쉔과 시선이 마주친 소녀는 빈 식기를 껴안은 채 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 쉔에게 특별한 의미를 담아 바라보는 건 아니고, 바쁘게 일을 하다가 문득 시선이 마주친 뒤 왠지 모르게 눈을 뗄 타이밍을 잃어 버렸다--는 상황일 것이다. 그 순간, 쉔은 거침없이 눈썹을 찡그리고 이빨을 드러내며 소녀를 노려보는듯이 웃었다. 「히익……!」 이 샹하이에서는 무신으로 불리며 야쿠자들도 슬슬 피해서 지나가는 쉔이다. 힘 센 남자들조차 떠는 사나운 짐승 같은 미소에 어린 소녀가 무서워하는 것은 당연했다. 「아무도 안 잡아먹는단 말야」 쉔은 소녀가 노인에게 도망가는 모습을 보며 이상한 듯이 웃었다. 「――변함 없이 맛대가리 없구만. 이런 가게에 손님이라곤 나같은 놈 밖에 없겠어. 끌어올 낚싯대가 시원찮은데 뭘 잡을 수나 있겠냐고」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지만, 면이 들어가 있었을 사발은 깨끗이 비어 있고, 의리 있게 돈도 지불한다. 쉔이 이 가게를 의외로 마음에 들어한다는 증거였다.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과묵한 늙은 주인도 쉔에게 꾸민듯한 웃음을 한 번 띄울 뿐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자 그럼. 안 망하면 다시 올게」 쉔은 노인의 허리에 매달린 소녀의 서늘한 시선에 받으며 가게를 나왔다. 쑤저우강 곁에 있는 이 가게 주변은 요즈음의 재개발 계획과 상관없이 어딘가 시간의 흐름에서 뒤쳐진 듯한 쓸쓸한 장소였지만, 왠지 쉔은 이 근처의 그런 풍경을 바람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불평을 쏟아내면서도 이 가게를 계속 다니는 데에는 그런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지하철이 떠나고 승객들이 대강 자취를 감춘 홈에 남자가 한 사람--아니, 두 사람. 「이 동네에서 한동안 본 적이 없었는데……관광여행이라도 가고 있었냐?」 벤치에 대충 걸터 앉아 말 없이 캔맥주를 마시고 있던 쉔이, 홈 구석의 어둠 쪽을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뭐, 그런 거지」 어둠속에서 삐져나온 그림자가 가느다란 몸을 가진 남자의 실루엣이 된다. 쉔은 비운 캔을 움켜쥐며 웃었다. 「대충대충 말하진 말라고」 「그렇지도 않아. 나에게 있어선 아직도 바깥 세계에는 신기한 게 많으니까」 어둠속에서 나타난 듀오론은 작게 웃으며 쉔과 서로 인사했다. 「……그건 그렇고, 애쉬가 어디에 갔는지 알고 있나?」 쉔는 어깨를 으쓱하며 잡은 캔을 휴지통에 던졌다. 「하나 하나 나한테 물어보지좀 마라. 난 그 녀석 보호자가 아니라고」 「모르면 됐다」 서늘한 홈에는 무기질인 빛이 흑백의 선명한 음영을 그려내고 있었고, 그것이 듀오론의 그림자의 진함을 더욱 두드러지게하고 있었다. 「조금 물어보고 싶은 게 있을 뿐이다」 「흥」 전설의 암살자 집단 「비적」의 생존자 듀오론은, 일족을 배반한 남자를 뒤쫓아 온 세상을 헤매고 있다--정도는 쉔도 들은 적이 있다. 듀오론이 쉔이나 다른 사람 모르게 여기저기 움직이고 있는 것은 그 손으로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 그것은 쉔과 관계가 없다. 특별히 흥미도 없고, 꼬치꼬치 물어 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 녀석이니까, 쉭 사라졌다가 짠 하고 나타나겠지. 서투른 솜씨로 왔다리갔다리 찾는 것보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던 편이 낫쟎겠냐?」 「그것도 알고는 있지」 쉔과 듀오론은 함께 지상으로 걸어나왔다. 오늘 밤 샹하이의 하늘에는 달도 별도 없었다.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샹하이 타워에 남포대교, 혹은 수많은 고층빌딩--엄청나게 발전한 지상을 물들이는 인간이 만든 빛이 너무 강한 탓인지도 모른다. 「……어디로 갈거지?」 「나말야? 일단 밥이랑 술이지」 「기본적인 욕구에 충실한 남자로군」 「칭찬해줘봤자 아무것도 안 나와」 「특별히 칭찬한건 아니다」 「그러냐」 쉔은 작게 내뱉고 가죽 바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은 뒤, 쑤저우강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평소의 “맛대가리 없는”가게까지 온 쉔은, 가게 앞 큰 길가에 멈춰있는 취향 안 좋은 자동차를 눈치채고 웃음을 띄웠다. 평상시라면 이 심야대에도 영업하고 있을테지만 오늘은 왠지 이미 셔터가 내려와 있다. 「……뭐야? 오늘은 벌써 끝났나?」 기분이 안 좋아진 쉔이 그렇게 투덜대니, 셔터 앞에 주저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던 젊은 양아치가 명백하게 위압적인 태도로 쉔에게 다가왔다. 「이봐 형씨, 방해되잖아! 다치고 싶지 않으면 빨리 꺼지라고!」 「너 지금 누구한테 대고 헛소리 하고 있는거냐?」 무신의 얼굴을 몰랐던 것이 남자의 불운이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무심코 눈살을 찌푸린 쉔은 남자의 셔츠 옷깃을 간단히 잡은 뒤 끌어 들여 그대로 남자의 얼굴 한가운데에 박치기를 먹였다. 「끅--」 선글라스와 코뼈가 동시에 부러진 남자는 흐려진 신음과 코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 쉔은 움직이지 못하는 남자를 넘어서 가게 뒤쪽으로 통하는 가는 골목으로 나갔다. 평상시라면 먹음직스러운 냄새를 토해내고 있는 환기팬도, 지금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시는 조용히 부엌문을 열고 가게안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형광등의 깨진 조각이 걸린 가게 안에는 노인의 손녀와 쉔은 본 기억이 없는 젊은 남자 몇 명이 싸구려 같은 테이블을 둘러싸듯이 앉아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상황이 평화적인 광경은 아니라는 것은 언뜻 보자마자 알 수 있다. 왜냐하면 그 붙임성 없는 소녀는 재갈을 문 채 뺨에 나이프를 들이대진 것이다. 「영감탱이, 빨리 해!」 낮게 위협하는 소리로 남자가 재촉했다. 얼굴을 새파래진 노인은, 망가진 장난감처럼 고개를 끄덕이면서 카운터 안에서 작은 금고를 끌어안고 가져왔다. 「――헤에」 슬쩍 보고 이 상황을 거의 파악한 쉔은 얇게 웃었다. 「쫄따구들이 용돈 좀 벌어보려고 시비걸기 놀이를 하는 모양이구만」 「누, 누구냐!?」 쉔이 비웃는 소리를 들은 남자들의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분명 여기 있는 영감은 돈을 좀 모으고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어둠속에서 조금씩 비치는 빛 아래 모습을 드러낸 쉔을 보고 남자들이 눈을 크게 떴다. 「이 새끼……!? 쉔…」 「시끄러워. 경칭 생략하고 부르면 안되지」 쉔은 카운터 위에 놓여있던 빈 맥주병을 잡은 뒤, 소녀에게 나이프를 들이대고 있던 남자를 향해 내던졌다. 「컥!」 미간에 제대로 맞은 남자가 그 직후 날아 온 쉔에 발차는 것으로 벽으로 나가떨어졌다. 「영감도 꼬맹이도, 안 다치고 싶으면 여기 좀 숨어있어!」 의자를 차서 넘어뜨린 뒤, 서있는 남자들에게 다시 달려드는 쉔이 울부짖듯이 외쳤다. 「……대단히 기쁜 모양이군」 부엌문에 기대어 형편을 지켜보고 있던 듀오론은 곧바로 들려 온 남자들의 비명을 들으며 희미하게 탄식 한 뒤, 그대로 자취를 감추었다. 다음날, 가게는 다시 여느 때처럼 영업을 시작했다. 「영감도 이제 살 날이 얼마 안남았으니까, 깨끗하게 가게를 접고 고향으로 가던가, 그게 싫으면 니가 빨리 커서 가게를 이어받으란 말이지. 꼬맹이랑 늙은이 둘이서만 가게를 보고 있으니까 어젯밤 처럼 좀도둑들이 눈독을 들이는 거잖아.……야 임마, 지금 너 듣고 있기는 한거냐?」 쉔은 샹하이게를 술안주삼아 대낮부터 소흥주를 마시면서 소녀에게 말을 늘어놓고 있다. 그러나, 평상시라면 쉔을 보고 무서워해야할 소녀가 오늘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잔이 비면, 아무 말 없이 쉔에게 와서 마음대로 잔을 채워주는 것이다. 「바보야, 10년은 멀었다고. 술따르기 할 정도로 한가하면, 얌전히 공부나 하란말야」 쉔이 미소를 섞으며 악담하자 소녀는 고개를 크게 끄덕인 뒤, 쉔과 나란히 카운터에 앉아 스케치북을 펴고 낙서를 시작했다. 「헷……」 쉔은 소녀가 크레용으로 쓰는 변변치않은 글자를 곁눈질하며, 카운터의 건너편에 있는 노인을 바라보았다. 「……내년부터라네」 언제나 거의 아무말도 안 하던 노인이,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내년부터 학교에 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요즘 세상, 머리 좋은 녀석이 이긴다고 하니까 말이지. 시작은 고물 식당이지만, 끝에 가면 여사장이다. 가능한 열심히 해보라고」 쉔은 씨익 웃으며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쉔의 그 말은, 자신의 힘 하나로 세상을 살아가려 하는 자신을 돌아보며 조롱 하는 듯, 혹은 자화자찬 하는 듯 보였다. |
4.2. 승리 대사
애쉬 | 지고서도 실실대긴...그야말로 "방탕아(笑面浪子)"란 거군 |
듀오론 | 역시 재밌다구 너하고 진심으로 붙는건 말야! |
쉔 우 | ...야 너! 내 사제 안 해볼거냐? |
쿄 | 경험이 많구만 일본인! 하지만 아직 부족해! |
베니마루 | 의외로 좀 하잖아! 예의가 너무 좋지만은! |
다이몬 | 이 게다란 물건, 승리의 기념으로 받아두도록 하지! 잘 있어라! |
이오리 | 자, 목숨 구걸할 타임이다. "죄송합니다"라고 말 해볼래? |
아테나 | 뭐라고, 친 영감의 제자아? 요괴 영감 아직도 살아 있었냐! |
켄수 | 요괴 영감의 제자라기엔 보람이 없는데, 꼬맹이! |
친 | 그 나이에 아직 현역이라니, 진짜 요괴구만, 할아범! |
테리 | 기대 이상이었다구 늑대씨! 뭣하면 한판 더, 지금부터 해 볼래? |
앤디 | 헷, 유의라던가 품행이라던가에 집착하니까 그리 되는 거야! |
죠 | 야야, 네놈은 샌드백이냐? 조금은 되받아쳐 보라구! |
김갑환 | 무슨 직함이 있는진 모르겠다만, 싸움꾼으로선 이류구만! |
라이덴 | 뒤룩뒤룩 살찐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구, 앙!? |
료 | 아? 지금 뭐라 했냐? 입문? 바보같은 소리 마라! |
로버트 | 값싼 도발에 응해줬다구...고맙다! |
랄프 | 군인은 해파리 다음으로 싫어한다구, 기억해 둬! |
클락 | 꽤 할맛이 났다구! 다음엔 반다나 쓴 대령님과 하고 싶구만! |
레오나 | 이 내가, 조금 애를 먹었다니! |
엘리자베트 | 애쉬가 아는 사람이든 여자든 간에 내 앞에 선 이상은 용서 없어! |
매튜어 | 엄청 위험하고 좋은 년이군, 너! 오싹오싹 했다구! |
5. 쿠사나기 쿄
5.1. 캐릭터 프로필
피부에 닿는 기분 좋은 밤바람. 조용하게 계속 내리는 꽃잎이 꽉 쥔 주먹 위에 얇게 쌓여 간다. 이대로 계속 가만히 서 있으면, 한 사람의 몸 정도는 눈 깜짝할 사이에 분홍색 덩어리가 되어버릴 것이다. 장갑을 벗은 자신의 주먹과 그 위에 쌓이는 꽃잎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던 쿠사나기 쿄는, 문득 눈을 번쩍 뜨며 오른팔을 휘둘렀다. 붉은 불꽃에 타버란 꽃잎이 순간 소용돌이친 것처럼 보였다. 벚나무 밑에에는 시체가 있다--쿄도 일본의 시인 카지이 모토지로는 좋아했지만, 분수에 맞지 않게 이것저것 생각해 버리는 것은, 흐드러지게 핀 밤벚꽃의 때문임이 틀림없었다. 지금까지의 쿄의 싸움에는, 항상 뭔가의 속박이 있었다. 어떤 때에는 신기로서 오로치와 싸웠고, 어떤 때에는 자신을 모르모트처럼 취급한 네스츠와의 싸움이었으며, 그리고 지금도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를 짊어지고서 계속 싸우고 있다. 아무것도 걸릴게 없는 몸으로 투쟁에 임할 수 있던 것은 도대체 언제적 일이었나. 베니마루나 다이몬들과 처음으로 얼굴을 맞댄 대회는-생각해보면-고작 일본 규모로 세계 레벨의 KOF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작은 무대였지만, 지금은 왠지 그 날이 그리워졌다. 큰 나무의 줄기에 기대서 멍하니 있으니 갑자기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쿄냐?」 「오우」 쿄는 지나치게 타이밍 좋게 걸려온 전화에 몰래 쓴웃음지으며 크게 심호흡 했다. 벚꽃잎이 발하는 향기가 몸 속에 스며든다. 「너 지금 어디있냐? 어머님께 여쭤보니까 산롱숲에 나갔다고 하시더만」 「어머니한테만 그렇게 말해놨지. 산롱숲에 있는데 휴대폰이 터질리가 있나. 거기까지 갈 정도로 근성있지는 않다고?」 「하긴 그렇지.……그래서, 결국 어디에 있는거냐?」 「근처에 있는 공원. 꽃놀이 중이야」 「이 시기에 말야? 벌써 다 졌을텐데?」 「아직 피어있는 장소가 있어. 나 밖에 모르는 명당이지.――너도 올래?」 「사양하련다. 꽃은 꽃이지만 나는 대화가 가능한 꽃이 더 좋거든」 「맘대로 말해라.……그래서, 도대체 나에게 무슨 용무야?」 「별로 용무랄 것도 없다. 단순한 변덕이지」 「그러냐」 니카이도 베니마루가 아무 용무도 없고 이런 전화를 할 리가 없다. 쿄는 베니마루가 자신을 여기저기서 찾다가 연락했다는 사실은 모두에게 물어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쿄는 콧머리를 가볍게 비비며 중얼거렸다. 「……너, 잔걱정이 꽤 많은 성격이군」 「하아~?」 「아무것도 아냐」 쿄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고 일어섰다. 몸 위에 쌓여있던 꽃잎이 사라락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철이 들 무렵에는 이미 쿠사나기류 수행을 하고 있었고,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삼종 신기로서의 숙명을 짊어지며 살아왔다. 그리고 15세 때, 선대의 쿠사나기류 전승자였던 아버지--쿠사나기 사이슈를 뛰어넘었다. 그 날부터, 쿄가 정식으로 쿠사나기류를 계승한 것이 되었다. 그러나 그 싸움은 아버지가 전승자라고 하는 딱딱한 직함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굳이 아들에게 승리를 양보한 것일지도 모른다. 쿄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당시는 생각도 못했지만 그 후 아버지가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떠올려보면 그럴 가능성도 충분하다. 실제로 그 아버지는 쿠사나기류는 너에게 맡긴다는 한 마디만 남긴 채, 재빨리 해외로 무사수행을 떠나 버렸다. 「무책임한 아버지 덕분에, 신기라든가 오로치라든가와 귀찮은 일에 깊이 관여하게 되었지」 그렇게 악담하는 쿄의 옆 얼굴에 그리 싫은 기색은 없다. 쿄는 귀찮은 일은 하기 싫었지만 굳이 투쟁을 피하려고 하는 겁쟁이도 아니었다. 숙명에 묶이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적에게서 도망치는 것도 사양이었다. 그러니까 쿄는 전승자로서의 자각이나 긍지등과는 관계없이 쿠사나기의 불길을 휘감고 싸운다. 오로치와 싸우고, 네스츠와 싸우고, 그리고 앞으로도 싸워나간다. 말하자면 그것은 조금은 어린애같은 쿄의 고집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바닥에 쌓인 꽃잎을 밟으며 거리를 내려다볼 수 있는 작은 언덕을 내려 간다. 점차 커지는 밤거리의 소란이 쿄를 현실로 되돌렸다. 문득 올려다보니, 별이 적은 도시의 하늘에 가는 초승달이 떠있었다. 「…………」 육교 위에 멈춰 서서 검과 같은 초승달을 올려다보고 있으니, 규칙적인 발소리와 태평한 목소리가 저 편에서 들려왔다. 「얼레―? 쿠사나기씨가 아님까」 「여어」 시선을 아래로 내리니 운동복을 입은 야부키 신고가 가볍게 숨을 헐떡이며 서있었다. 「너, 뭐 하는거냐?」 「뭐하냐니, 보고도 모르시겠슴까?」 「……산책하냐?」 「조깅임다―! 이 모습만 봐도 알거 아님까!」 「흐-응」 「흐-응이라니…」 명백하게 흥미의 없음을 보이는 쿄의 리액션에 신고는 어깨를 푹 숙였다. 「그런데 뭐하려고 조깅 중인거야?」 「뭐냐니, 당연한거 아님까」 신고는 갑자기 주먹을 쥐고 허공을 향해 좌우 연타를 계속 내질렀다. 「――내일을 위한 그 한 걸음임다! 슉슉! 불타라! 같은거」 「입으로 소리내지 마. 전혀 박력없잖아」 불타는 의지에 비해 실력이 따르질 않는 신고의 쉐도우를 일소에 붙인 쿄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뭐, 그렇게 한결같이 노력을 계속하면, 언젠가 우연의 일치로 불꽃 쯤은 나올지도」 「네!? 나, 나오는 건가요!?」 「나올지도라고 말했을 뿐이야.……아마 안 나오겠지만」 「어느 쪽인지 확실히 좀 말씀해주시죠?」 「그럼 안 나오는 걸로 하지」 「너, 너무함다, 쿠사나기씨! 그러고도 제 스승님이심까!?」 「니가 마음대로 제자로 자칭하고 있을 뿐이잖아.……그럼 이만」 「아! 자, 잠깐 기다려 주세요! 이렇게 여기서 만났던 것도 무엇인가의 운명! 만난 김에 뭔가 신기술 좀 가르쳐 주세요!」 「나는 산책하는 중이야. 별로 운명같은거 아냐」 「그렇게 야박하게 말하지 말고--」 「시끄러워!」 「으갹!」 쿄는 끈질기게 달라붙는 제자를 차버린 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육교를 경쾌하게 달려 내려갔다. 달이 쿄를 뒤쫓아 온다. 새파랗게까지 보이는 달빛이 드리운 강가의 제방 위 아스팔트의 길에, 쿄의 그림자가 홀쭉하게 드리워지고 있다. 조금 등을 굽히고 휘파람을 불면서 쿄는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쿄에게는 동료가 있다. 베니마루, 다이몬, 거기에 신고--. 기질도 실력도 알려진 믿음직한 팀메이트였다. 하지만 그런데도 싸울 때는 항상 혼자다. 하물며 쿄에게는 다른 누구에게 떠넘길 수 없는 인연이 있다.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자신이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상대가 있다. 「――――」 쿄는 어깨 너머 밤하늘의 달에 시선을 돌린 뒤 쓴웃음 지으며 머리를 긁는다. 달을 볼 때마다 생각해라--. 「……뭐, 질리지 않는 된장같은 녀석이 유일한 구제일지도 모르지」 그렇게 중얼거린 쿄는 주머니에서 빼낸 주먹을 꽉 쥐어 전방의 어둠을 향해 계속 내질렀다. 겉모습만 따라한 신고의 그것과는 비교할바가 되지 않는다. 「잡설은 이제 필요없지……스테이지에 올라서면 나머지는 할일을 할 뿐이야」 불길을 내뿜는 주먹이 쿄의 겁없는 미소를 비춘다. 그 때, 소매에 남아있던 꽃잎이 반딧불처럼 작은 빛을 발하며 모두 불타올랐다. |
5.2. 승리 대사
애쉬 | 이걸로 넘어갈 거라 생각하진 않겠지? 모조리 뱉게 해주겠어! |
듀오론 | 럭키구만! 오늘은 미디엄 레어로 봐주도록 하지! |
쉔 우 | 제대로 소각처분을 해야겠지 타는 쓰레기든지 세상의 쓰레기든지 말야! |
쿄 | 이게 진짜 쿠사나기의 불이다. 공부는 되었지? |
베니마루 | 마무리가 물러, 베니마루! |
다이몬 | 여전하구만 다이몬 그래가지곤 영원한 넘버 3이라구? |
이오리 | 거기서 자고 있어 야가미. 애쉬와의 결판은... 내가 짓는다! |
아테나 | 나의...승리다! |
켄수 | 중국 4000년보다 쿠사나기류 1800년 쪽이 더 무거웠던 것 같군! |
친 | 슬슬 나이를 생각하면 어떨까? 늙은이의 냉수란 말도 있잖아? |
테리 | 패배한 늑대의 울부짖음인가...끝나질 않는구만 |
앤디 | 그게 골법이냐? 무슨 춤인줄 알았다구 |
죠 | 무에타이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역사가 다르다구!! |
김갑환, 라이덴 | 헤헤...불탔지? |
료 | 제자에게 시범이 못 되겠구만 극한류 사범씨! |
로버트 | 미안하구만 이탈리아 형씨! 그 흉터론 당분간 데이트는 연기라구! |
랄프 | 헤헤...불탔지? |
클락 | 아~아, 선글라스가 조각조각...미안하지만 새 걸 사라구 |
레오나 | 헤헤...불탔지? |
엘리자베트 | 녀석을 만나면 전해. 더는 시원스럽게 끝낼 생각은 없다고 말야 |
매튜어 | 됐으니까 얼른 꺼져! 이제와서 네놈이 나올 곳은 없다구!! |
6. 니카이도 베니마루
6.1. 캐릭터 프로필
슈팅 스타 - 니카이도 베니마루 자신은 천재다. 니카이도 베니마루는 그렇게 믿어 의심하지 않고, 그렇게 공언하기는 하지만 바보는 아니다. 일본·미국 혼혈로 일류 모델로 통하는 외모에, 다재다능하고 무엇을 시켜도 실수가 없으며, 덧붙여 말하자면 니카이도 그룹 회장의 아드님이라는 풍족한 환경에 있는 자신을 천재라고 부르지 않으면 뭐라고 불러야 할 것인가. 천재가 아니면 신동일까. ――평소엔 모른척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베니마루는 격투기라는 장르에 대해도 천재적이었다. 스스로의 격투기 베이스로 슈팅을 선택한 베니마루는 한때 격투가와 모델의 양다리를 걸치던 시기가 있었다. 그건 물론 베니마루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즉, 그의 대전 상대 중 한 사람도 베니마루의 얼굴에 상처 하나 입힐 수 없었던 것이다. 본인이 주위에 말한 적은 없지만, 아마 당시의 베니마루는 격투기조차 많은 취미 중 하나--클레이 사격이나 스카이 크루징처럼 돈도 수고도 많이 필요한 취미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것은 베니마루에 있어서 아직 진지하게 몰입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 베니마루의 천재성을 격투기에 본격적으로 쏟아붇기 시작한 것은, 한 번의 패배가 계기였다. 대전 상대의 이름은 쿠사나기 쿄. 베니마루보다 한 살 연하인, 당시 아직-유급하긴 했지만-고등학교 재학중이었던 젊은이였다. 「보고 싶었어요」 카구라 치즈루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웃음지었다. 「뭘 말야?」 「당신이 쿠사나기에게 졌을 때의 시합」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땐 중계같은거 안해주더라고.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해서 유감이지만」 하늘과 바다의 푸른 빛을 묘사한 것 같은 스마트한 오픈카가 해안가의 하이웨이를 경쾌하게 달려 간다. 핸들을 잡고 있던 베니마루는 바람에 흩날리는 금발을 선글라스로 고정시킨채 묘한 것을 본 것처럼 쓴웃음지었다. 「사실 그거 내가 이긴거나 마찬가지인 시합이었어」 「그래요?」 「상대가 아무 경력도 없는 신인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아주 조금 방심했을 뿐이라고.……뭐, 변명 밖에 되지 않을테니 이제 와서 떠벌일 생각은 없지만」 「지금 떠벌이고 있잖아요」 「상대가 당신이니까 그렇지.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로 말 안해」 「분명 니카이도군은 여자에게는 언제나 그렇게 진지한 척 하는 대사를 말하곤 하겠죠」 「그래서 뭐」 베니마루는 옆에서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면서 입술을 비쭉였다. 전일본 이종 격투기 선수권 결승전--. 그렇다면 그 시합에서 방심이 없으면 이길 수 있었겠냐고 물어본다면, 천하의 베니마루라도 반드시 이길 수 있었다 장담하기 어렵다. 쿠사나기 쿄는 그 정도로 강한 상대였다. 하지만, 방심하지 않았더라도 졌을거라고 인정하는 건, 그것대로 베니마루의 프라이드가 허락치 않는다. 그러니까 베니마루는 서로의 실력은 백중세지만 그 때는 자신에게 운이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자신이 이겼어도 이상하지는 않았지만 그 때는 쿄가 이겼을 뿐이다, 라고. 「――승리의 여신이 내 미모에 질투한거겠지, 아마도」 「니카이도군, 뭐라고 말했어요?」 치즈루가 뒤돌아본다. 「아니, 당신도 참 큰일이라고 생각해서.……그 녀석은 아직 애송이잖아?」 「……그렇네요. 쿠사나기류의 계승자로서 좀 더 자각을 가져 주면 좋겠는데」 「쿄나 야가미나 정말 괘씸한 놈들이라니까. 이런 미녀를 곤란하게 하다니」 베니마루도 쿠사나기 가문과 야가미 가문, 오로치 일족과의 인연에 대해 자세한 사실은 잘 모른다. 쿄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지 않았고, 그 이전에 쿄 자신이 그런 일을 잘 아는 것이 아니기도 했다. 어쨌든 그 일은 쿄가 짊어지고 나아가야할 일이므로 베니마루가 말참견할 문제는 아니다. 「도움을 받았네요」 왔다갔다 하는 물결에 맨발을 담근 채 가라앉는 석양을 가만히 바라보던 치즈루가 문득 생각난 것처럼 말했다. 쿄를 지탱해줘서 고마워요--그런 의미일 거라고 베니마루는 짐작했다. 그러나, 베니마루는 쿄를 떠받치고 있을 생각은 없다. 「그녀석이 누군가에게 의지받을 필요가 있을리가 있나」 베니마루는 자조적인 모습이 되지 않도록 주의 깊게 웃는 얼굴을 만들었다. 「만약 누군가가 그녀석을 지탱해줄 수 있다면 그건 내가 아니야. 녀석의 따까리 노릇은 딱 질색이라고.……게다가 말이지, 그렇게 모습이 되면 꼭 쿄가 주인공이고 내가 조연같잖아」 「그렇다면 어째서 언제나 쿠사나기와 같은 팀으로 출장하는 거죠?」 「당신이 좋다면야 나는 언제라도 당신과 같은 팀을 짤 의사가 있는데」 베니마루은 과장하여 어깨를 으쓱한 뒤 애차의 보닛에 기댔다. 「나는 단지……쿄 녀석이 시시한 곳에서 져버리는 꼴을 보고싶지 않은 것 뿐이야. 니카이도 베니마루라는 천재에게 처음으로 이긴 이상, 쿠사나기 쿄에겐 그 의무가 있지.――라고 생각하는데, 어때?」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이런 저런 일이 다 끝나서 그 녀석이 홀가분해지면, 그 때 다시 한 번 결판을 낼거야.……물론, 내 화려한 승리로 말이지」 어느새인가 땅거미가 소리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군청색으로 물든 동쪽 하늘에, 제일 성급한 별이 서두르듯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면의 빌딩에서 비치는 네온사인은 조명이 적은 입체 주차장 안을 가끔씩 선명한 파랑색이나 보랏빛으로 비추었다. 시동을 끈 베니마루는 옆에 앉은 치즈루를 보려고 하지도 않은 채, 바닷바람에 끈적거리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면서 중얼거렸다. 「당신 집까지 바래다줘도 괜찮은데」 「고마워요. 그래도 이정도면 충분해요」 치즈루는 청초한 모습으로 자동차에서 내렸다. 「――니카이도군, 이제 와서 말하는 거지만 트레이닝을 할 필요는 없나요? 곧 있으면 시합이잖아요?」 「치즈루씨, 나는 천재라고?」 「노력은 하지만 결코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천재--로군요. 그건 쿠사나기와 닮았어요」 「맘대로 생각해. 쿄와 닮았다는 소리 들어봤자 기쁘지도 않으니까」 「미안해요」 치즈루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면, 쿠사나기를 잘 부탁해요」 「데이트 마지막에 듣고 싶은 대사는 아닌걸」 베니마루은 가볍게 쓴웃음 지은 뒤, 콘크리트 바닥에 하이힐 소리를 울리며 떠나는 치즈루를 배웅했다. 손목시계에 시선을 돌리니 아직 9시도 되지 않았다. 밤놀이를 끝내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다. 「――뭐, 가끔은 금욕적으로 보내는 것도 좋겠지」 벌써 여름도 마지막인데, 아스팔트가 토해내는 열기 덕분에 도시의 밤공기는 아직도 찌는듯이 뜨겁다. 베니마루는 바람이 숭숭 통하는 얼마 안되는 옷깃을 다듬은 뒤 오픈카에 조용히 시동을 걸었다. 베니마루는 어떤 큰 무대를 앞에 둔다해도 결코 특별한 트레이닝 같은건 하지 않는다. 자신의 능력을 뽐낼 생각은 없지만 어느 때라도 최고의 컨디션으로 있는 것, 언제라도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프로로서 최저 조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베니마루는 날마다 거기에 어울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 지금 바로 쿄와 싸우라고 해도 당황할 일은 없다. 「그래도 뭐--어차피 할 거라면 그 정도 무대와 싸울 동기는 갖고 싶은 걸」 지금은 아직 쿄에게 여러가지 속박이 있다. 쿄와 자신이 판을 내기엔 아직 때가 이르다. 베니마루는 그 때가 올 때까지 쿄의 감시역으로 지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최종적으로, 누구보다 빛나는 것은 이 몸이라는 사실은 변함없으니까 말이지」 베니마루는 찌는 듯한 더위를 뿌리치듯이 액셀을 밟았다. 도시의 소란에서 떨어진 교외로 향하는 자동차 저 멀리, 한층 강하고 밝게 빛나는 별이 있었다. |
6.2. 승리 대사
애쉬 | 어이쿠, 도망치겐 못한다구? 거기서 얌전히 구르고 있어! |
듀오론 | ......그러고보니 너, 말에는 탈수 있게 됐던가? |
쉔 우 | 그게 상하이 식이야? 아름다움과 센스가 부족하군! |
쿄 | 여전히 잡스러운 녀석이군. 진보가 없어, 쿄! |
베니마루 | 사인은 다음 번에! |
다이몬 | 기합이 부족하다구 고로쨩? 교육적 지도! |
이오리 | 지금의 꼴사나운 패배, 쿄에게는 비밀로 해줄게. |
아테나 | 이런이런, 곤란하게 됐군 |
켄수 | 그 이미지 체인지는 대실패군 기왕이면 날 본받으라구! |
친 | 거북 등껍질보다 나이값, 나이값보다......그래, 중요한건 미모라구! |
테리 | 멈추지 않는 박수, 그리고 환성.......기분은 최고군♪ |
앤디 | 패배로부터 뭔가를 배운다는거지. 나? 천재에겐 그런건 필요 없지. |
죠 | 너, 얼른 꺼져주지 않을래? 내 인터뷰가 시작하질 못하고 있잖아. |
김갑환 | 쌩큐! |
라이덴 | 엄청 터프한 녀석이군 이쪽이 어울려줄 수 없잖아. |
료 | 참을성만은 그야말로 극한 레벨이었어. |
로버트 | 곤란하군, 가끔은 지지 않으면 인기가 너무 올라서 곤란하다구. |
랄프 | 잘생기고, 돈도 힘도 겸비하고......훗, 너무 완벽한 것도 죄란 말야 |
클락 | 민간인에게 지다니 군인도 끝장이구만 무서운 교관한테 혼 안나? |
레오나 | 다음에 한턱 쏴줄게. 이탈리아 요리같은 건 어떨까나? |
엘리자베트 | 지금의 너에게 부족한 건 마음의 여유야. 좀더 웃어보는건 어때, 허니? |
매튜어 | 아무리 내가 여성한테 상냥해도, 한도란게 있다구? |
7. 다이몬 고로
7.1. 캐릭터 프로필
우뚝 솟은 폭풍의 산 - 다이몬 고로 평상시, 다이몬 고로는 새벽 4시 반에 일어난다. 가족까지 깨우지 않기 위해서 자명종은 쓰지 않는다. 그런 것을 쓰지 않아도 마치 바로 잰 듯이 새벽 4시 반에 마음대로 눈이 떠지는 것이다. 그리고 다이몬은 오늘 아침에도 시간에 맞춰 잠을 깼다. 일어날 생각이 없어도, 더 자고싶은 생각이 들어도 이렇게 눈이 번쩍 떠져 버린다. 몸에 붙은 습관이라는 것은 무섭다. 「…………」 무드 램프만 켜진 방 안에는 아직 밤의 자취 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다. 커텐을 걷어도 창 밖에는 흰 안개가 자욱할 뿐, 바깥 풍경도 제대로 안 보인다. 일본에서 가져온 유카타 차림으로 창문 앞에 선 다이몬은, 여기저기 굳은 몸을 가볍게 푼 뒤, 아직도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팀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이봐, 쿄, 베니마루」 두 사람의 대답은 없다. 「둘 다 일어나라. 로드워크 할 시간이다」 「……좀 조용히 해줘, 다이몬 선생님……」 간신히 베니마루가 스멀스멀 담요 안에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쿄는 변함없이 반응이 없다. 「댁은 일찍 잤으니 괜찮은지도 모르겠지만, 나랑 쿄는 1시 넘어갈 때까지 깨어 있었다고? 지금 몇 시야?」 「4시 반이다」 「……농담이지?」 시계를 확인한 베니마루는 다시 담요를 머리까지 뒤집어 써 버렸다. 「농담은 아니다」 그 담요를 무리하게 잡아챈 뒤 쿄의 담요도 회수한 다이몬은 잠옷 차림의 두 사람에게 갑자기 설교를 시작했다. 「요즘 너희들은 느슨해졌어. 우선은 자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니―, 자각인지 뭔지……」 쿄는 크게 하려던 하품을 틀어막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쿄……너에게 관해서 말인데, 아버님으로부터 특별히 엄격하게 돌봐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고로쨩도 참,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말라고.……그딴건 우리 아버지가 짓궂게 장난하는거잖아? 도대체 나보다 약한 아버지가 이제 와서 참견할 거리가--」 「우선 그 생각부터 글러먹었다! 나이 많은 사람을 경시해서 뭘 하겠다는 거냐!」 다이몬은 지루하다는 쿄의 말에 일갈해서 입을 다물게 한 뒤, 이번엔 베니마루에게 시선을 향했다. 「베니마루, 너도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세 명이 모여서 트레이닝을 하자고해서 너에게 행선지를 맡겼더니, 이 꼴이 뭐냐?」 「하아~? 뭐 문제라도 있어?」 「수행이면면 산! 산이라면 산롱숲으로 정해져 있지 않나! 그런데 어째서 이런 해변에 있는 관광지 따위에, 그것도 이런 고급 호텔 방을 잡아놓은 거지!?」 「상관없잖아? 산에 처박혀서 궁상맞게 식사하고 침낭에서 잠자는 생활을 계속해서야, 트레이닝은 커녕 체력이 떨어질 뿐이잖아. 난 베니마루가 마련해준 이 호텔이 대환영인데」 「그래그래, 쉴 때는 제대로 쉬는 편이 능률도 오르잖아? 이 호텔에 있는 체육관에는 좋은 시설도 많고--」 「그런 어리광 같은 생각으로 심신이 단련된다고 생각하는 거냐!」 다이몬의 호통에, 쿄와 베니마루는 둘이 짠 것처럼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다. 다이몬 고로는 유도가다. 몇 번이나 은퇴와 복귀를 반복해서, 결과적으로는 종합 격투기와 유도 양쪽 모두를 해내는 형태가 되어있지, 아직 유도가의 기개를 잃지는 않았다. 단지, 어떤 세계에서 살아간다 해도, 자신은 몹시 서투를 뿐이다. 다이몬은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오래되고 순수했던 다이와 시대의 영혼을 가진 남자라고 표현하면 듣기에는 좋다. 그렇지만 그것을 다시 말하자면 시대착오, 시대에 맞출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다이몬 고로는 가끔 그런 소리를 들어온 남자였다. 그러나, 그렇다 해서 지금까지의 지닌 사고방식을 갑자기 고칠 수는 없고, 고칠 생각도 없다. 최첨단의 과학적 트레이닝이나 철저한 식사 관리를 도입해 제대로 성과를 내고 있는 선수들이 있기는 하지만, 다이몬은 그러한 방식은 자신의 성미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웨이트 리프팅보다는 토끼뜀 뛰기, 서플라이먼트보다는 옛날 방식으로 만든 일식--그렇게 생각하고 실천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다이몬 고로라는 사나이였다. 그리고, 분명 다이몬에게는 그런 옛날 방식의 유파 의식이 맞았을 것이다. 단 하나 불행이 있다면, 거기에 맞춰줘야 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밤이 채 밝아오지 않은 때부터 장거리 로드워크를 나온 다이몬은, 도중에 해가 뜨는 방향으로 합장을 한 뒤 1시간 쯤 더 뛴 후 호텔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로드워크에 무리하게 맞춰준 쿄와 베니마루가 돌아온 것은 다이몬이 돌아온 뒤 30분 지나서였다. 「……이건 말도 안되잖아……」 완전히 축 지쳐버려서 로비로 돌아온 쿄는 엘리베이터의 앞에서 주저앉아서 지긋지긋하다는 듯한 얼굴로 투덜대었다. 「야, 베니마루……설마 지금부터 매일 아침 이렇게 해야 되는거야?」 「나한테 묻지 마라」 컨디션에 문제가 없다면 두 사람도 10킬로미터 정도의 거리에 지칠 일은 없다. 그러나, 수면 부족에 눈도 제대로 붙이지 못한 때부터 로드워크에 끌려 나와서야, 천하의 두 사람도 소리를 지르고 싶어진다. 「――그러니까, 이렇게 아침 일찍 일어날 수 있었더라면 학교에서도 지각 같은 건 안했겠지」 「너는 지각 이전의 문제잖아」 베니마루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뒤 힘 없이 웃었다. 「――지금의 다이몬이라면, 엘리베이터 쓰지 말고 계단으로 오르내리라고 할 것 같은데」 「농담으로 안 들린다고……」 그런 농담을 나누며 돌아온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이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순 일본식의 아침 식사였다. 「……이건 또 뭐야?」 「룸 서비스--는 아니겠지?」 쿄와 베니마루는 테이블 위에 늘어선 연어구이 접시와 나물 더미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준비했다」 「에엑!?」 「그렇게 놀랄 것도 없다. 유도 시합을 하러 해외원정 할 때는 반드시 일식을 먹어야 하는 법이니까」 그렇게 말하는 다이몬이 보여준 것은 거대한 전기밥솥이었다. 「원정때는 이것과 곤로를 항상 가지고 다니고 있지」 「……그러고 보니 이 방에서 조금 탄내가 나는데」 「호텔 안에서 마음대로 물고기를 구워대도 괜찮은 걸까?」 「……고로쨩도 상식적인 어른처럼 보이지만, 가끔 이렇게 어딘가 어긋난 짓을 저지른다니까」 「뭐, 헤이세이 시대에 나막신이 기본차림인 사람이니까」 「뭘 투덜투덜 대고 있나? 빨리 손 씻고 오도록」 몸소 밥공기에 고봉밥을 담는 다이몬을 보고 베니마루가 안색을 바꾸었다. 「그, 그거 혹시 내꺼야!? 잠깐만 다이몬! 아무리 그래도 아침부터 그렇게 퍼먹을 수 있겠어? 난 아침 식사 할 때는 언제나 크로와상 샌드에 카페오레 정도로--」 「그런 소리나 하고 있으니까 너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살이 붙지를 않는 거다」 「나는 이게 베스트 웨이트야! 너네 제자들이랑 같은 취급 하지 말라고!」 「그건 그거, 이건 이거다.……쿄, 너는 야채를 더 먹어라」 「아? 괜찮아, 별로 신경쓸거 없어. 난 이 물고기만으로 충분하니까」 「나온 음식을 남기는 것만큼 실례되는 일이 어딨나!」 「……아침 식사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뭐라고 했나, 쿄?」 「아니, 별거 아냐」 「그런가.……한 그릇 더 달라면 얼마든지 있긴 하지만」 다이몬은 그렇게 말하고 다이몬은 큰 공기에 든 밥을 착착 먹어간다. 그것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쿄와 베니마루도 배가 부른 기분이 들 정도였다. 「――식사가 끝나면 바로 연습이다. 호텔의 뒤쪽에 느낌이 꽤 좋은 산이 있는 것 같으니, 우선은 그 곳으로 등산을 가지」 「자, 잠깐만, 그건 무슨 근거로 결정한 거야? 도대체 뭘 단련하는 트레이닝이냐고?」 「심신 모두 단련하는 연습이지.……물론 나도 아직 수행하는 몸이지만, 너희들의 느슨한 모습이 눈에 밟히니까. 우선 그 근성부터 다시 단련한다! 원체 너희들은--」 「…………」 쿄와 베니마루는 대량의 식사를 무리하게 위 속으로 집어넣으면서 지긋지긋하다는 얼굴로 다이몬의 고견이 끝나기를 계속 기다렸다. 다이몬은 모교에서 교편을 잡아 후진들을 지도하는 일도 한다지만, 그것을 어려워해서 탈락하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던 적이 있다. 다이몬의 연습이 어렵다는 것은 그가 평소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힘든 연습을 생각하면 상상이 가지만, 탈락자가 나오는 것에는 그것과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
7.2. 승리 대사
애쉬 | 실실 웃기는...일본 남아 축에도 둘수 없군! |
듀오론 | 기술을 연마하는 것도 좋지...하지만 마음이 따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
쉔 우 | 털면 먼지가 나오는 몸이지? 상하이 당국으로 넘겨주지, 따라와라! |
쿄 | 쿄, 너의 주먹에 망설임이 보인다! |
베니마루 | 음, 좋은 승부였다! |
다이몬 | 음! 이것이 자기 자신에게 이긴다는 것인가! |
이오리 | 이걸로 한판! 여기까지! |
아테나 | 마지막 일격은 대단하군! 절반(技あり)이라 할까나! |
켄수 | 한판 더다! 덤벼라, 소년! |
친 | ...지도, 감사합니다! |
테리 | 음! 나막신 끈이 끊어질 줄이야...쿄나 베니마루에게 무슨 일이!? |
앤디 | "질풍처럼"인가 음, 좋은 시합이었다! |
죠 | 야무지지 못하군! 그러고도 너, 일본 남아인가! |
김갑환 | 과연 "한국에 그가 있다"라고 불리는 남자... |
라이덴 | 무사의 정이다, 복면은 벗기지 않도록 하지 |
료 | 훌륭하군! 하지만 이번엔 나의 승리다 |
로버트 | 아직이다! 한판 더! |
랄프 | 봤느냐 코고로! 아버지가 승리한 모습을! |
클락 | 일본식 예의를 주입시켜 주지! 우선은 "예(礼)"부터다! |
레오나 | 화기를 쓰는건 탐탁치 않군! |
엘리자베트 | ......정진하라! |
매튜어 | ......여자라고 해도, 다음엔 용서하지 않는다! |
8. 야가미 이오리
8.1. 캐릭터 프로필
해방된 본능 - 야가미 이오리 야가미류는 원래 쿠사나기류에 속해 있었다. 야사카니 일족이 쿠사나기를 질투한 나머지 적이어야 할 오로치와 손을 잡고 야가미를 칭하기 시작했을 했을 때부터 불꽃의 색이 바뀌었고, 두 가문이 나아갈 길은 둘로 나누어져 버렸다. 그 이후 660년, 쿠사나기 가문과 야가미 가문의 대립관계는 현대가 되어도 계속 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계승자인 쿠사나기 쿄와 야가미 이오리는-마치 미리 짠 것 처럼-두 사람 모두 양가의 인연을 코웃음치고 있었다. 하지만 당사자끼리의 대립이라는 의미로 보면 반대로 지금까지 양가의 대립 이상으로 뿌리 깊으며, 또한 격렬하다. 이오리에게 있어서 어떤 일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 다는 것은 살아가는 방법의 기본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선악의 구분을 넘어 인간의 도리나 윤리관 같은 것과도 관계없는 오만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그 신념이 야가미 이오리라는 인물을 지금 위치에 존재하게 하고 있다. 물론 본인은 부정하겠지만 그것은 어떤 무의식적인 나르시시즘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이오리 안에는 이미 야가미 이오리라는 완성된 “형태”가 있어서, 자신이 그 형태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것을 일체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의 흐름은 아무런 대답 없이 사람을 조금씩 바꾸어 가지만, 이오리는 그 절대적인 법칙조차 거부하고 있다. 과거를 되돌아보지 않고, 미래를 보려고도 하지 않고,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야가미 이오리라는 현상은 찰나의 순간을 살고 있다. 물론, 이런 추측에 아무런 의미 같은 건 없다. 다른 사람의 마음속을 읽을 수 없는 이상 이오리 자신의 생각과 대조해서 그것이 올바른지 어떤지를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고, 이오리 스스로 속마음을 토로하는 일 또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가미 이오리가 그리 길지 않은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만약 예전 일 중에 후회 해야 할 사건을 찾아낸다면, 그것은 아마 그 날 그 장소에서 쿠사나기 쿄와 결판을 내지 못했다는 그 사건일 것임이 틀림없다. 쿠사나기, 야가미, 그리고 카구라--“신기”인 3명이 모여, 각성한 오로치를 다시 봉인한 그 날. 이오리가 모든 속박에서 해방되어 쿄와 결판을 낼 찬스는 그 격렬한 불꽃 속 말고는 없었다. 그 곳에서 이오리 자신의 손으로 쿄를 매장할 수 없었던 것을 지금도 계속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후회가 죽을 때까지 계속 되지 않을 거라고도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바다를 보고 있었다. 어둠이 가라앉은 밤바다를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뱃고동소리에 가려지며 멀어져 갔던 엔진 소리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왔을 때, 이오리는 주머니에 양손을 집어넣은 채 천천히 뒤돌아보았다. 「――무슨 석양구경이라도 하고 있냐?」 오토바이에 걸터앉은 쿠사나기 쿄가 헬멧을 옆에 낀 채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네놈이 찾아오다니 드문 일이군, 쿄. 나에게 살해당할 마음이라도 생긴 거냐?」 「시끄러. 기분 좋게 흘러가고 있는데 괜히 폼을 잡고 있는 네가 보이더라고.――그대로 무시하고 가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그러면 네가 불쌍하잖아?」 헬멧을 백미러에 건 쿄는 오토바이에서 내렸다. 극히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지만 거기에 방심은 없다. 만약 이오리가 갑자기 싸움을 건다 해도 쿄는 그 것을 쉽게 막아낼 것이다. 물론, 누구보다도 납득이 가는 싸움을 원하는 이오리가 성급하게 불의의 습격을 거는 일도 있을 수 없지만. 「친구의 맥없는 모습을 챙겨줄만한 사람은 나 밖에 없을 테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대회도 가깝잖아. ――뭐, 워밍업 하기에는 딱 좋지 않을까?」 「변함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지껄이는군」 「그런가? 너도 꽤 그런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시시하군」 이오리는 긴 앞머리 너머로 쿄를 곧장 노려보았다. 두 가문의 대립한 원인이 원래 무엇이었는가, 이제 와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쿠사나기의 힘에 대한 선망과 질투가 야사카니를 미치게 했다-일단 그렇게 전해지고 있지만, 그것은 쿠사나기 가문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것이기 때문에, 숙적이 된 야가미 가문을 얕보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신기”에 대한 가문인 야타 가문-게다가 야사카니 가문에도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 말고는 남아있지 않았었다. 단지, 현재 야가미류의 계승자인 야가미 이오리가 가진 쿠사나기류를 향한 적의의 원천은 매우 명쾌한 편이다. 야가미 이오리는 쿠사나기 쿄를 증오하는 것이다. 증오하기 때문에 죽인다. 단순명쾌하다. 하지만, 동시에 불가사의하기도 하다. 야가미 이오리가 그렇게까지 쿠사나기 쿄를 증오하는 이유를-자신들의 인연과 두 가문의 대립은 상관없다고 이오리가 단언하고 있는 이상-특별히 이렇다 할 이유가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유는 없다. 특별한 이유랄 건 없이 이오리는 쿄가 증오스럽다. 억지로 표현한다면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라는 것이 이유가 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뜻이 맞지 않는 상대가 있지만, 야가미 이오리의 경우 그런 대상에게 향하는 감정이 너무 지나치게 가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증오를 받고 있는 상대가 얌전히 이오리에게 살해당할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은 어떤 의미로 두 사람의 불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길게 찢어진 뺨에 가볍게 손을 댄 뒤 손가락 끝에 미지근한 피가 묻은 확인한 쿄는 겁 없이 웃음을 띄웠다. 「불꽃이 안 나와도 그럭저럭 건강한 모양인데. ……그게 원래 야사카니류라는 건가?」 「죽을 때 정도는 입을 닥치는 게 어떻냐? 싫어도 바로 다음을 보여주지」 이오리는 손에 묻은 쿄의 피를 뿌리치며 곧장 걸어오기 시작했다. 나아갈 길이 달라진 다음부터 두 가문은 일이 있을 때마다 충돌해 왔지만, 한편으로 그것은 두 가문의 힘이 대등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어느 시대나 쿠사나기와 야가미의 힘은 거의 호각이어서,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의 명맥을 완전히 끊어버리지는 못했기 때문에 660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친 인연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이 660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은 지금의 쿠사나기가 야사카니를 잊어버리게 만들었다. 야가미 가문이 오로치의 피를 받아 들이며 야가미가 되기 이전--야사카니였던 시절의 권을 지금의 쿠사나기는 모르는 것이다. 실제로 쿄가 알고 있던 야가미 이오리와 오늘 밤의 야가미 이오리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다르다. 불꽃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만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것은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이오리의 공격은 예리함이 늘어나 있었다. 「참나……자기도 이유따윈 모르겠지」 쿄는 자조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불꽃을 잃어버린 이오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신경이 쓰이던 것은 사실이었다. 물론 쿄의 마음속에 이오리에 대한 동정이나 연민 같은 것은 조금도 없다. 증오하는 감정과는 다르지만, 쿄에게도 이오리에 대한 적의가 엄연히 존재한다. 자신은 아무 잘못도 저지른 적 없는데 일방적으로 증오를 받아와서 생긴 적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제 와서 지우려고 해도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다짜고짜 자신의 숙적으로서 계속 존재해 온 이오리가 불꽃을 잃고 어떻게 변했는지를 알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쿄는 알았다. 비유한다면--칼집에서 뽑은 칼날의 예리함이 한층 더 늘어났다는 사실, 단지 그것뿐이었다. 야가미 이오리는 야가미 이오리인 채로 무엇 하나 변함없다. 야가미 이오리란 변하지 않는 현상이다. 아마 자신이 죽는 순간에도, 증오하는 적을 그 손으로 처치한 순간마저도. |
8.2. 승리 대사
애쉬 | 그 상처론 살수 없지. 거기서 죽어라, 애쉬 크림슨 |
듀오론 | 몸부림쳐라, 괴로워해라!...그리고 미쳐버려라! |
쉔 우, 라이덴, 랄프, 레오나 | 후후후후후, 하하하하하, 하-앗핫핫하! |
쿄 | 승부는 미뤄두지, 쿄. 녀석을 쓰러트리고...그 다음이 네놈이다! |
베니마루 | 쿄한테 전해둬라, 녀석을 해치우면, 다음엔 네놈이라고! |
다이몬 | 덩치뿐인 잔챙이와 어울릴 여유는 없다! |
이오리 | 칫! |
아테나, 료 | 달을 볼 때마다, 떠올려라! |
켄수 | 귀찮은 꼬맹이군...영원히 입 닫고 있어라! |
친 | 추잡한 늙은이...지금 당장 꺼져라! |
테리 | 시시하군...이런 승리엔 아무런 의미도 없다! |
앤디 | 네놈의 형 쪽이 ,조금은 이빨을 가지고 있었다! |
죠 | ...눈엣가시군. 그대로 죽어라! |
김갑환 | 패배한 개는...꺼져라! |
로버트 | 오늘은 봐주도록 하지 ,꼬리를 말고 꺼져라! |
클락 | 마무리는 짓지 않도록 하지 목숨이 아까우면 내 앞에서 꺼져라! |
엘리자베트 | 네년...그 꼬맹이는 어디에 있지? |
매튜어 | ...내 마음이 바뀌기 전에 꺼져라, 싸움에 진 년아! |
9. 아사미야 아테나
9.1. 캐릭터 프로필
영원한 사이킥 아이돌 - 아사미야 아테나 아테나의 모습이 이상하다. 그걸 맨 처음 눈치챈 것은--'역시나'라고 해야될지는 모르겠지만 켄수였다. 「……뭐 하고 있는겨?」 그 소리에 문득 주변을 두리번거린 빠오는, 소나무 그늘에 숨어있는 켄수의 모습을 눈치챘다. 「?」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걸까. 빠오는 살그머니 켄수 쪽으로 걸어갔다. 친 노사의 오랜 지인이라는 승려가 주지를 맡은 고찰--이라고 하면 듣기엔 좋지만, 다시 말하면 낡아빠진 절이다. 그 날은 절의 이끼낀 돌계단의 경내에서 아테나가 혼자서 묵묵히, 배워서 익힌 형을 반복연습하고 있었다. 스피드나 파워같은 것과는 상관없는, 느긋하게 흐르는 움직임이다. 그러나 우아하다고도 할 수 있는 그 움직임에서는, 바짝 긴장된 긴장감이라고 해야할지, 무서운 분위기가 감도는 듯한 무언의 박력도 느껴졌다. 「기합 너무 들어간거 아녀, 아직 대회까지는 시간이--」 아무래도 켄수는 아테나에게만 예민하게 반응하고, 빠오가 온 것도 눈치못챈 것 같다. 「저기, 켄수형」 「우왁!? 은, 은제 왔나, 빠오?」 어깨를 움찔하며 뒤돌아 본 켄수는, 상대가 빠오라는 것을 알고 과장하여 가슴을 쓸어내린 뒤 다시 아테나의 연습 풍경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뭐하고 있어?」 「아니……아테나가 말이제, 지금 3시간째 이러고 있다 안카나」 「뭐? 3시간!?」 빠오는 입를 눌러 켄수의 얼굴을 올려본 뒤, 다시 곧바로 아테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라체? 저건 뭐라캐도 너무 열심히 하는거 아이가?」 「그럼 켄수형은 아테나 누나를 3시간 동안이나 관찰하고 있었어?」 빠오의 지적에 켄수는 할 말을 잃었다. 「그, 그야, 뭐랄까--」 「애비―」 켄수가 우물거리자, 갑자기 소나무 가지 위에서 모모코가 거꾸로 머리를 내밀었다. 「으억!? 뭐, 뭐하고 있노 모모, 언제부터 거기 있던기가?」 「켄수 오빠가 아테나쨩을 가만히 바라보며 뺨을 희미하게 붉히고,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하악하악하기 시작할 때쯤부터♪」 「……누, 누가 그랬다꼬--」 「농담이지롱」 모모코는 마치 박쥐 처럼 굵은 소나무 가지에 다리를 걸어놓은 채 우물우물 고기만두를 먹고 있다. 모모코는 켄수들과 달리 노사로부터 중국 권법의 기초를 배우지는 않았지만, 그 밸런스 감각과 가벼운 몸놀림은 타고난 것이었다. 눈 깜짝할 순간에 고기만두를 다 먹은 모모코는, 위태롭지도 않은 듯 나무 위에서 뛰어내려와 씨익 웃었다. 「그렇달까, 이런 곳에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거면 차라리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나을텐데.……켄수 오빠, 의외로 한심하구나」 「한, 한심하다꼬!」 「그럼 가서 물어보고 와」 「우왁!?」 갑자기 모모코에게 등을 차인 켄수는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켄수……」 갑자기 다이빙하며 날아온 온 켄수에 놀란 아테나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여, 여어! 아테나!」 켄수는 당황해서 일어나 허둥지둥 손을 내저었다. 「연습을 방해 할 생각은 없었당께! 기, 기냥, 기 뭐냐--너무 열심인게 아닌가 하고……」 「…………」 아테나는 켄수에게 그 말을 듣자 처음으로 눈치챈듯 가만히 자신의 주먹을 응시했다. 켄수는 가볍게 먼지를 턴 뒤, 「……마 아테나, 어찌 된기고? 엄청 깊히 생각하는 모양인디, 뭔가 고민이라도 있는기가?」 「……응」 아테나는 조용히 한숨을 쉰 뒤 본당의 계단에 걸터앉 내렸다. 「전부터 쭉 생각하고 있었는데……요즈음, 특히 그런 생각이 들어서」 「머, 멀 말여?」 「우리들이 가진 힘은, 무엇을 위해서 있는 걸까?」 바로 앞에서 아테나가 바라보자, 켄수는 또 말문이 막혔다. 아테나나 켄수는 보통 사람에게는 없는 이상한 힘--사이킥 파워를 가지고 있다. 두 사람이 친 노사의 밑에서 수행을 계속해 온 것도, 언젠가 나타날 거대한 악을 상대하기 위해 자신이 지닌 사이킥 파워를 연마하기 위해였다. 자신의 힘은 악과 싸우기 위해서 주어진 것--머리로는 그렇게 이해하고 있어도, 아테나에 들이닥친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타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상처입히고 힘으로 제압하려하는“악”을 앞에 두고 아테나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 이상의 힘으로“악”을 제압하는 것 뿐이었다. 자기 자신이나, 자기가“악”이라고 부르는 존재나, 힘으로 상대를 따르게 하려는 점은 마찬가지다. 그렇다면--결국은 자신이 지닌 사이킥 파워도, 단순한 폭력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닌가. 아테나의 갈등은 거기에 있다. 「아테나는 너무 상냥하당께」 켄수는 가능한 분위기가 너무 심각하지 않도록 익살스럽게 말했다. 「――나같은 놈은 그런걸 가지고 고민한 적은 없으니께」 「…………」 아테나는 무릎 위에서 꼭 잡은 자신의 손을 응시했다. 아테나의 이 작은 손은 싸이킥 파워를 사용하면 그녀보다 몇 배나 큰 거인마저 가볍게 휙 던질 수 있다. 그리고 아마 그녀의 진정한 힘은 그런 정도가 아닐 것이다. 아테나 안에는 더 큰 힘이 잠들어 있다. 켄수는 어디선가 꺼낸 고기만두를 먹으면서 웃었다. 「어디사는 아저씨가 이렇게 말했당께, 그게 뭐시냐--그, 뭐더라? 역,역애?」 「역애불이?(力愛不二 : 힘과 사랑은 다른 것이 아니다)」 「그거여, 그거!」 정의가 없는 힘은 폭력에 지나지 않고, 힘이 없는 정의는 무력하다--아테나가 친에게 입문 하자마자 배운 것이, 그런 의미를 지닌 것이 역애불이라는 말이었다. 「그런가……」 모두를 지키고 싶다고 하는 아테나의 상냥함이 있는 한, 그 힘은 폭력과 다르다. 아테나는 그 상냥함을 잊고 힘만 폭주하지 않도록 수행해 온 것이다. 「그렇구나……그렇네. 우리의 사이킥 파워가 기도만 하면 세계가 평화롭게 된다던가 하는 편리한힘이라면 고생할 필요도 없으니까」 「그라체? 그라믄, 나쁜 놈이랑 같은 싸움판에 서서 박살을 내서라도 나쁜 짓을 그만두게 할 수 밖에 없는거 아이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 뿐이여, 그기 위선같아 보이믄 기냥 전도사나 하면서 얌전히 살 수 밖에 없제」 「그런가……」 「그라체」 아테나를 바라보던 켄수가 히죽 웃는다. 마찬가지로, 아테나도 작게 미소지었다. 「아테나가 그런거 신경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당께. 부처님도 악당에게 설교하려면 일단 때리는 게 필요하다는디, 우리 사람이 똑같은 짓을 한다고 천벌 받지는 않는당께. 나으 말이 틀림없다 이거여!」 「켄수도 참--」 자신이 속상할 때, 곧바로 알아내서 격려해준다. 아테나는 켄수의 그런 상냥함이 고마웠다. 자주 엇나가서 겉도는 일이 없진 않지만, 그가 아테나에 있어서 둘도 없는 존재인 것은 틀림없다. 「그럼, 이쯤 하고……슬슬 점심을 먹어볼까」 아테나는 스커트에 묻은 먼지를 가볍게 털면서 일어난 뒤, 켄수를 향해서 손을 뻗었다. 「――켄수는 고기만두 먹고 있으니 배 고프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밥이랑 고기만두 들어가는 배는 따로 있당께」 켄수는 먹다 남은 고기만두를 입속에 밀어넣은 뒤 아테나의 손를 잡았다. 잡은 손으로부터 전해지는 켄수의 온기가, 아테나의 마음을 상냥함으로 채워주었다. |
9.2. 승리 대사
애쉬 | 오르부아르, 무슈 |
듀오론 | 당신의 권에서는 깊은 고뇌를 느낍니다. 대체 무엇을 그렇게...? |
쉔 우 | 저, 중국에서 오래 수행하고 있어요. 발음도 나쁘지 않죠? 짜이찌엔! |
쿄 | 죄송해요. 올해는 절대 질 수 없어요! |
베니마루 | 진심으로 상대해 주세요! 나참...베니마루씨 최저! |
다이몬 | 해냈다! "한판"!...그렇죠, 다이몬씨! |
이오리 | 무서웠어...이럴 때에...스승님이 계셨다면 |
아테나 | 완벽♪ 그렇죠? |
켄수 | 시합 중에 어딜 봤었던 거야? 꽤나 여유가 있네, 켄수? |
친 | 나참! 스승님도, 너무 마시셨어요! |
테리 | 나참! 테리씨는 이상한 데서 페미니스트라니깐! |
앤디 | 앤디씨는, 상냥하시군요. 하지만... |
죠 | 켄수나 스승님을 위해서라도...멈춰있을 수는 없어요! |
김갑환 | 대련, 고마웠습니다! |
라이덴 | "방심했다" 라곤 하지 말아주세요! |
료 | 유리쨩이나 타쿠마씨, 로버트씨, 아, 그리고 킹씨한테도 안부 전해줘요! |
로버트 | 로버트씨, 괜찮으신가요? (...너무 열심히 해버렸는지도) |
랄프 | 저기, 혹시... 지는 것도 임무의 일환인가요? |
클락 | 완벽♪ 그렇죠? |
레오나 | 레오나씨, 왜 그러시나요? 뭔가 걱정하시는 거라도...? |
엘리자베트 | 뭔가 마음에 숨기는 것이 있는 것 같군요. 하지만, 승부는 승부! 제 승리입니다! |
매튜어 | 사람은 바뀔수가 있어요! 그러니, 당신도, 꼭...! |
10. 시이 켄수
10.1. 캐릭터 프로필
소룡비천(小龍飛天) - 시이 켄수 「……간만에 휴일인디, 내는 혼자 뭐하러 인파 한가운데서 고독을 씹고 앉아 있노?」 어느 일요일 오후, 사람 많은 거리에 와서 계속 가만히 있던 시이·켄수는 원망스러울 정도로 찬란과 빛나는 태양을 올려다보며 신음했다. 「고독하구마잉……이라케 사람들이 많이 있는디, 내는 고독하당께. 비할바 없는 고독에 빠졌단 말이제……」 켄수는 진절머리 난 것처럼 혼잣말을 하며 공원 나무 그늘아래 있는 벤치에 앉았다. 아직은 가끔 한여름으로 돌아가는 날도 있었지만, 벌써 9월 중순을 지나 불어오는 바람으로는 이제 가을인가 싶은 시원함이 전해져서 일본의 늦더위를 흘러가게 하고 있었다. 오늘은 특별히 밖으로 나올만한 날이라서 그런지 거리는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로 떠들썩하다. 물론 커플의 모습도 많다. 하지만, 이 곳에 자신과 아테나의 모습이 없는 것은 왜인가--? 벤치에서 한숨을 쉬던 켄수는 행복한 커플의 모습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바라보는 걸 눈치채며 다시 답답한 한숨을 내쉬었다. 어젯밤, 켄수는 아테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가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그가 절망하기에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켄수 일행의 다음 시합은 이 일본에서 벌어지게 되어 있다. 시합에 대비해서 어려운 트레이닝이 계속 되는 중에 스승님 모처럼 허락해주신 휴일에, 아테나와 함께 쇼핑이라도 할까나--라고 생각했던 켄수는, 모처럼 휴일니까 집에 얼굴을 비추겠다는 아테나의 한마디로 인해 실의의 구렁텅이로 떨어져버렸다. 「……그라체. 평소엔 중국 산속에서 수행만 하고, 막상 대회가 시작되면 세계 각지를 돌아댕기니께 말여. 그렇찮아도 아이돌이랑 투잡을 뛰고 있으니 부모님이랑 느긋하게 보내는 시간이 필요하겄제. 그건 내도 안당께」 켄수는 마치 모든 라운드를 뛴 복서처럼 벤치에 주저앉아 정신을 놓고 계속 투덜투덜 중얼거리고 있다. 근처를 지나는 사람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 「아테나의 기분은 자~알 알제, 안단 말이여! 그래도 마……그 날이 꼭 오늘일 필요는 없는 거 아이가~ 아테나~」 무심하게 내리쬐는 태양을 올려다보는 켄수. 그리고 그 때 그는 눈치챘다. 「――우옷!?」 당황해서 시선을 돌리며 벤치에서 일어난다. 「아……아테나!」 공원 바로 앞에 있는 큰 길을 걸어가는 것은 분명 켄수의 팀메이트, 아사미야 아테나였다. 하지만, 희색이 만면해서 아테나에게 달려가려던 켄수는 그녀와 함께 걷는 키 큰 젊은이의 존재를 눈치 챈 순간, 그 움직임을 멈추었다. 「저, 저 자슥……쿠사나기 쿄 아이가!?」 아테나와 즐거운 듯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젊은이는 켄수 일행의 다음 대전 상대인 일본 팀의 리더, 쿠사나기 쿄였다. 「……와 그랬노, 아테나!? 느그 부모님이랑 만나느라 나랑 못 있겠다더니 거짓말 한거 아이가!」 반복하지만, 어젯밤 켄수는 아테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가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그 아테나가 다른 남자--그것도 KOF 최고의 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쿠사나기 쿄와 즐거운 듯 쇼핑을 하고 있다. 그것을 목격해 버린 것은 켄수가 가볍게 망가질 이유로 충분했다. 그 순간부터, 켄수는 다른 사람의 눈을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우으으으으윽……!」 켄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테나 일행의 뒤를 몰래 밟기 시작했다. 물론 주위 사람들은 그의 보통이 아닌 표정을 보고 몹시 놀라고 있었지만, 정작 그 본인은 주위의 시선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으윽……! 가, 가까워! 가깝당께! 저리 못 꺼지나! 그라케 아테나에 가까워지는 거 아이다! 1밀리만 더 가까워지믄, 이 시이·켄수님이 용서 못한당께!」 몇 미터 앞서 가는 아테나의 뒷모습을 응시해 켄수는 원한 투성이의 혼잣말을 계속 중얼거리고 있다. 「아앗! 저 둘, 이번엔 좋아뵈는 가게에 들어갔잖여!」 두 사람이 고급 식재료를 다루는 슈퍼마켓에 들어간 것을 본 켄수는 미간에 깊은 주름을 새기며 바득바득 이빨을 갈았다. 「뭐여, 뭘 사고 싶은 거여? 하!? 서, 설마 쿠사나기 쿄 자슥, 아테나가 직접 만든 요리를 먹을 생각 아녀!?」 켄수는 슈퍼마켓의 커다란 유리창에 철썩 달라붙어 가게로 들어간 아테나 일행의 모습을 찾으면서 거의 신음소리 같은 소리로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의심할 거라면 자기도 안으로 들어와 얘기하면 될 것을 그러지 못하고 단지 미행만 하고 있는 것은, 켄수가 묘한 부분에서 소심자이기 때문이다. 가게 안에 있던 손님들이 개구리마냥 유리에 달라붙어 있는 켄수를 눈치 채고 웅성웅성 떠들기 시작했지만, 말할 필요도 없이 켄수는 지금 자기 행동이 얼마나 이상한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사랑은 사람을 장님으로 만든다는 말이 진짜인 것이다. 「쿠사나기 쿄 자슥, 유키라는 귀여운 그녀가 있으면서……! 이라케 되믄 유키한테 꼰질러야제! ――아! 안되겄다, 생각해보니 내는 유키 전화번호를 모른단 말여!」 「이봐」 「젠장……! 나가 얌전히 있으니께 지 맘대로 설치고--가게에서 나오기만 하믄 기냥!」 「이봐, 자네」 「하아!? 쫌 전부터 이봐는 뭔 이봐고! 여기는 바쁘다 안카나! 좀 냅두랑께!」 몇 번이나 어깨를 얻어맞은 켄수는 자연히 물어 뜯을 것처럼 뒤돌아 보았지만, 그 눈앞에 펼쳐진 것을 보자마자 지금까지의 분노가 단번에 사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이 근처에 수상한 사람이 있다는 통보를 받아서」 까다로워 보이는 경관은, 경찰 수첩을 집어넣고 켄수를 힐끗 노려보았다. 「……그래서? 넌 여기서 뭘 하고 있었지?」 「네? 아, 아니--뭐라꼬 해야 되나……」 당황한 켄수는 유리창에서 떨어져 차림새를 가다듬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 지금까지 벌인 기행을 넘어갈 수 있을 리가 없다. 「나오기만 하면 그냥 뭘 어쩌겠다는 둥, 여러 가지 안 좋은 소리를 하는 것 같던데……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아앗!? 그, 그건 마 오해고--, 내는 그냥……!」 「잠깐 파출소로 따라와라. 뭐, 의심가는 부분이 없으면 곧바로 보내줄테니까 말이지」 「뭐, 뭐뭐, 뭐라……뭣이라고라!!」 아테나와 함께 큰 슈퍼마켓에서 나온 쿠사나기 쿄는 껴안고 있던 큰 봉투 속을 살짝 들여다 보며 쓴웃음 지었다. 「미안, 결국 전혀 도움이 안됐군」 「아뇨 괜찮아요, 쿠사나기씨 때문도 아니고. ……그렇다기보다, 오히려 제가 우유부단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부터 하기엔 늦지 않나? 이런 걸 만들려면 시간이 걸릴 거 아냐? 역시 옷이나 구두 쪽이 좋지 않았을까?」 「음―……그래도 생각해 보면 그런 건 매년 선물하고 있으니까 가끔씩은 손수 만든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서……」 「헤에, 너도 의외로 부지런하구나」 「그러는 쿠사나기씨랑 유키씨는 어때요?」 「그건 뭐……상관없는 이야기잖아」 한 방 먹었는지 갑자기 횡설수설하게 된 쿄는 꾸며낸듯한 헛기침을 하며 화제를 바꾸었다. 「――그렇다 쳐도 우리들과의 승부를 앞두고 태평하게 고기만두나 만들 생각을 하다니 여유넘치는데. 나중에 울어도 책임 못 진다?」 「요리나 과자 만들기도 집중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돼요.――시합 당일에 그 사실을 확실히 증명해 드리죠」 「그것 참 기다려지는군」 쿄는 역에 도착한 뒤 짐을 아테나에게 넘겼다. 「――그럼 뭐, 잘 해보라고?」 「네. 오늘은 정말로 폐를 끼쳤습니다. ……그래도 그렇다고 다음 시합에서 봐주진 않을 거에요?」 「바라던 바야」 쿄는 정중하게 고개를 꾸벅 숙이는 아테나에 손을 흔들면서 개찰구를 빠져나가 역안의 혼잡함 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 때, 아테나의 핸드폰이 조용히 울리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아 스승님, 무슨 일이세요?」 「음. 실은 켄수가 경찰을 귀찮게 만든 것 같구나」 「예에?」 「거동이 수상하다며 끌려 왔다는구만. 물론 무슨 큰 사고를 치진 않았지만 신원을 인수할 사람이 필요하다더구나.……그래서 미안하지만 네가 내 대신에 그 불초 제자를 데려오지 않겠느냐?」 역 앞에 혼잡한 상황 속에서 한동안 전화로 친과 대화를 나누던 아테나는 이윽고 크게 한숨을 쉬며 어깨를 으쓱한다. 「……알겠습니다. 내일 아침 일찍 데리러 갈게요」 「내일?」 「예. 이유가 있긴 하지만, 하룻밤쯤은 반성할 시간을 줘야죠」 「그것도 그렇구만」 「그 대신 오늘은 저희 집에서 자고 가도 될까요? 오늘 밤에 하고 싶은 일이 좀 있어서요」 그리고 친과 두 세 마디 말을 주고받은 뒤 핸드폰을 집어넣은 아테나는 크게 기지개를 켠 뒤 걷기 시작했다. 「예정보다 조금 이르지만 어쩔 수 없으려나. 마침 잘 됐어, 내일 아침 식사 대신 가져다 줘야지」 자신이 아사미야 아테나라는 소녀에게 있어서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그 행운을 제대로 알아채지 못한 켄수가 따끈따끈한 고기만두를 보며 모든 것이 자신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이 다음날--그의 생일 3일전이었다. |
10.2. 승리 대사
애쉬 | 뭐 요정도 아이긋나 수행 쌓아서 다시 오그라! |
듀오론 | 니, 여전히 말이 없구마 뭐 고민이라도 있나? |
쉔 우 | ......내가 말하는 것도 뭣하지만은, 쬐끔만 진정하그래이, 아재 |
쿄 | 어떻노! 드디어 내가 주역인 시대가 왔구마! |
베니마루, 로버트 | 수고했데이! 꽤나 했다 아이가! |
다이몬 | 큰게 당땡이 아이데이! 요는 힘을 쓰는 법인기라! |
이오리 | 여전히 성격 꼬였구마! 조그만 더 솔직해지는건 어뗘? |
아테나 | 클났데이...역시 아테나 상대로 진심으론 못하긋다 |
켄수 | 한순간 어디서 온 미소년인가 했데이! 진짜 잘도 따라했구마! |
친 | 싸부님, 무리하믄 안된데이! 여기서부턴 내한테 맡기 주소! |
테리, 레오나 | 크으~! 역시 승부 후의 고기만두가 최고데이! |
앤디 | 어떻노!다시 태어난 건 외견뿐만이 아이데이! |
죠 | 솔직히, 나는 내 자신이 두렵데이......! 오늘의 내는 떨릴 정도로 절호조데이! |
김갑환 | 너무 성실한 것도 문제구마! 공격이 너무 솔직하데이! |
라이덴 | 다음엔 많이 먹기로 승부하자꼬? 그럼 고기만두 많이먹기 대결은 어뜨켔노? |
료 | 이럴 리가 없단 표정이구마? 그치만 이게 현실이란 기데이 |
랄프 | 아야야야야....여전히 봐주는걸 모르는 아재구만! |
클락 | ......설마 아재, 선글라스 밑에 우는거 아이가? |
엘리자베트 | 보답이 없는 노력같은거 없데이! 잘 모르겠지만 내도 힘내야제! |
매튜어 | 오늘은 요정도로 봐줄끼라! 슬슬 반성 좀 하그라! |
11. 친 겐사이
11.1. 캐릭터 프로필
두주권성(斗酒拳聖) - 친 겐사이 당대의 대시인 두보는 그 당시 함께 대시인으로 알려진 이백을 일컬어「이백일두시백편(李白一斗詩百篇)」이라고 노래했다. 애주가였던 이백은 한 말의 술을 마시면 금세 백편의 시를 짓는다는 의미이다. 또한 「말술에도 물러나지 않는다」라는 말도 있듯이 고대 중국에서는 주당이라면 한 말, 즉 18리터정도의 술은 아무렇지도 않게 마실 수 있다고 여겨져 왔다. 실제로는 아무리 술을 좋아한다 해도 그렇게까지 마실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대나무 숲 속 오래된 당에서 거하는 노인 친·겐사이는, 분명 말술에도 물러나지 않을 수 있음을 이 세상에서 해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어쨌거나 최근에는 두주(말술)권성--주당과 권법의 달인이라고 스스로 자칭할 정도니까 그 애주가도 원숙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숲이 상쾌한 푸른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친은 그런 강가의 큰 바위 위에서 바둑을 두고 있었다. 두고 있다-기보다,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이미 대략 30분 동안 다음 수를 계속 생각하며 작은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상대해주던 오랜 친구사이인 승려는-친이 매번 이러는 모양인지-특별히 초조한 모습도 없이 좋은 수가 생각나면 불러 달라고 한 마디 한 뒤, 경내를 빗자루 질을 하러 가버렸다. 그래서 친은 이렇게 홀로 반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 옆에는 황갈색으로 반질반질하게 빛나는 애용하던 표주박 하나. 언제나 술이 채워져 있는 그 표주박도 이렇게 장고를 하고 있는 사이에 거의 비우고 있었다. 「…………」 친은 배 근처를 쓰다듬으면서 다시 표주박을 손에 들었다. 하지만 찰랑거리는 가벼운 물소리가 들리자 곧바로 그것을 내려두고 한숨을 내쉰다. 그 때, 갑자기 불어온 바람이 죽림을 크게 흔들더니, 그 바람 소리에 숨으려는 듯이 친의 머리 위로 푸른 그림자가 비춰졌다. 「아직 멀었구먼」 친은 고개를 들 생각도 않고 표주박 몸통에 붙어 있던 붉은 줄을 잡아 표주박을 던졌다. 「으갹!?」 표주박에 콧등을 제대로 맞은 시이·켄수는 머리를 가리며 강으로 떨어졌다. 「사부의 빈틈을 노리기엔 100년은 이른 게다」 「으으……」 흠뻑 젖어서 강에서 올라온 켄수는 윗도리를 벗어 걸레처럼 꾸욱 짠 뒤, 조금 전이랑 완전히 같은 포즈로 바둑판을 노려보고 있는 스승을 바라보았다. 「그라도 마……사부님께 한 방쯤은 먹일 수 있어야 칸다고 말씀하신 건 사부님 아잉교」 「허허, 그랬던감?」 「……까먹지 마시랑께요! 나가 내일 연습 쉬고 거리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더니, 그라믄 한 방 먹이면 보내준다고 하셨으니께!」 「오오, 그렇게 말한 것도 같구나」 친은 그렇게 말하면서 켄수 쪽은 전혀 보지 않았다. 「…………」 켄수는 아직도 흠뻑 젖어있는 윗도리를 다시 입은 뒤, 자연스럽게 스승의 뒤로 돌아갔다. ――하지만 단번에 거리를 메우며 주먹을 날리려던 켄수의 코끝에, 친은 뒤돌아 보지도 않고 손에 든 표주박을 넙죽 들이밀었다. 「우왁!?」 「켄수야, 할멈한테 가서 여기다 술 좀 받아오거라」 「으윽, 예……」 두 번째 불의 습격도 불발에 끝난 켄수는 점잖게 빈 표주박을 받아서 거기에 술을 채우기 위해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오오, 너도 꽤나 머리가 잘 돌아가는구먼」 표주박은 물론 사람이 끌어안을만한 크기의 술독까지 가지고 돌아온 제자를 보며 친은 싱글벙글했다. 「어차피 사부님은 저녁때까지 여기 있을거 아잉교? 표주박에 든 술 따위는 눈 깜짝할 새 마셔 버리신당께요」 바위 위에 술 옹이를 털썩 내려두고, 입구를 막은 봉인을 자른다. 그러자 금세 희미한 국화향기가 퍼졌다. 「……이건 작년 중양절에 할멈이 만든 국주구먼」 국자를 옹이에 집어넣고 즉시 한 잔 건져올려 입가로 옮긴 친은 먹음직스럽게 군침이 도는지 기뻐했다. 「음, 맛있구먼 맛있어」 「그―……그란데 사부님」 「왜 그러는 게냐?」 「내일에 관해서 말인디요--」 「안되지」 「와 그러신당께요!? 꼴랑 하루 아입니꺼! 아테나나 파오녀석들 한테는 휴일없다고는 안 하시믄서, 우째서 내만!?」 「켄수야……너는 보험에 가입했느냐?」 「예?」 켄수는 스승이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기 시작했는지 몰라서 얼빠진 소리를 질러 버렸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서 보험에 가입했냐는 게다」 「아니, 그란거 신경 안쓰죠잉……일단 내는 아직 젊꼬」 「그런 방심이 위험한 게다. 이를 때부터 만일을 생각해도 손해는 없을 것 아니냐? 예를 들어 만일 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해도, 보험이 있다면 할멈이 훌륭한 장례식을 해 줄 수 있지 않느냐」 「그야 마……그라쵸」 「뭐, 자기가 죽은 뒤 어떻게 될지 이것저것 걱정하는 건 나이를 먹은 증거겠구나. 나도 젊은 시절엔 경솔하고, 여러 가지 터무니없는 일만 벌였으니--」 친은 그렇게 말하고 꿀꺽꿀꺽 술을 마시고 있다. 장례식이 어쩌구 죽은 뒤가 어쩌구 하실 거라면, 술을 조금 줄이시면 좋을텐데--라고 생각하던 켄수는 불필요한 소리는 말하지 않고 입을 다문채 친이 다음 할 말을 기다렸지만, 노인은 술만 마실 뿐 그 다음을 이으려고는 하지 않는다. 「엑? 그, 그거 뿐인교?」 「아니, 즉 무슨 일이 있을 때 당황하지 않도록 평소부터 단련하라고 말하고 싶은 게다. ……특히 넌 갑자기 초능력을 쓰거나 못 쓰거나 여러 가지로 불안정하니 말이다 」 「그, 그라케 말씀하시믄……」 켄수는 바위 위에 정좌한 채 고개를 들었다. 분명 켄수는 일시적으로 초능력을 잃은 적이 있어서 많이 고민한 적도 있다. 최근에 간신히 돌아온 것은 사실이지만 언제 또 초능력이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들 때도 있다. 「――그라도 사부님, 내는 지난번에 아테나가 하던 고민을 듣고 최근까지 생각했당께요」 「뭘 말이냐?」 「내나 아테나가 갖고 있는 이 힘은……실제로 세상에 도움이 될 일이 있는 겁니꺼?」 「흠…… 분명 그렇겠구나. 언젠가 나타날 강대한 악과의 싸움에 대비해 수행하라고 해도 그 악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모르니 네가 말하는 것에도 일리가 있겠구나」 「하아……아, 아니랑께요! 무, 물론 사부님께서 말씀하시는 걸 못 믿는 건 아닌디」 「켄수야, 그렇기 때문이다. 조금 전에도 내가 보험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느냐」 「예?」 「언젠가 나타날 강대한 악이라는 것은 뭐, 다시 말하자면 사람에게 있어서는 교통사고 같은 게다」 친은 국자를 옹이 입구에 올려둔 뒤 입가를 닦았다. 「사람은 언제 교통사고를 당할지 할고 보험에 가입하는 게 아닌 게다. 사고를 당할지는 모르지만, 당하면 큰일이라고 생각해서 보험에 가입하지. 물론 보험이 쓰이지 않는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있겠느냐」 「그 말씀은 마 ……우리들의 힘이 보험이라는 겁니꺼?」 「뭐, 그런 게다. 강대한 악이 이대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세상에게 있어서 그것이 제일 좋은 게지. 하지만 만약 악이 나타나면 누군가가 싸워야만 하는 게야. 나타나고 나서 수행을 시작하면 늦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까 지금은 수행에 전념해라--라는 친의 주장은 켄수도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이 인류를 지키기 위해서 밤낮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 하루의 휴일도 없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실제로 켄수 이외의 제자들은 그 나름대로 자유롭게 휴일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켄수는 우선 스승에게 「알았습니데이」라고 고개를 숙이고 점잖게 그 자리를 떠났다. 아니--떠나는 척 하고, 바로 뒤돌아보며 세 번째 불의의 습격을 시도해 보려고 했다.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녀석이구먼」 「우풋!?」 켄수의 주먹이 친을 맞추는 것보다 친이 기발한 표주박이 켄수의 안면을 강타해서 다시 강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더 빨랐다. 「――푸핫!」 친은 새빨개진 코를 막으며 수면에 얼굴을 내민 제자를 놀리듯 껄껄 웃었다. 「그래도 뭐, 그 기개만은 인정해 줄까. ……괜찮겠지, 요즘엔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것 같으니 하루 정도는 쉬어도 될게다」 「차, 참말인교!?」 「으음」 「해, 해냈당께! 기다리라, 아테나! 내일은 데이트 날이니께!」 환희하며 물속에서 튀어나온 켄수는 그대로 물위를 달리듯 강가까지 이동한 뒤 그야말로 바람 같은 속도로 사라져버렸다. 「정말로 내 말을 이해하고 있는 겐가? ……저 열의를 좀 더 수행에 써 준다면 좋을텐데……」 속물스러운 제자를 전송하며 쓴웃음지은 친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장고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하더라도--진짜 우리 수행이 단순한 보험으로 끝나 준다면 고뇌할 일은 전혀 없겠지만……」 친은 불온한 혼잣말을 하며 술을 또 한 입 기울였다. 친에게는 켄수나 아테나 같은 초능력은 없었지만, 그들마저 파악할 수 없는 재앙의 날을 이미 뭔가 눈치 채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에 친에게 있어선 인류의 장래나 제자들의 장래보다, 그 무엇보다도 눈앞에 놓인 바둑판의 다음 한 수가 더욱 중요한 것 같았다. 「고민이구먼……」 |
11.2. 승리 대사
애쉬 | 순천자존(順天者存), 역천자망(逆天者亡). 부디 잊지 말게나? |
듀오론 | 설마 비적을 만나리라고는 오래 사는건 할게 아니구먼 |
쉔 우 | 문득 떠올랐네만, 자네, 내 젊었을 적과 닮았구먼 |
쿄 | 대방무우(大方無隅) 대기만성(大器晩成), 초조해하지 말고 가는 것이 좋다네. 허허허... |
베니마루, 로버트 | 허허허......미남이 엉망진창이로구먼 미안혀 미안혀 |
다이몬, 앤디 | 한가지 어드바이스 해 주겠네! "돈트 씽크, 피~일" 이라네! |
이오리 | 적은 자기 자신의 마음의 어둠이라네 자네, 그걸 눈치채고 있는가? |
아테나 | 이런이런...... 스승의 체면을 지키는 것도 힘들구먼 |
켄수 | 허허허......날마다 하는 수행, 썩지 않는다네? |
친 | 이런 할아범의 흉내같은 걸 내서 뭐가 재밌는가? |
테리 | 그러고보니 그 영감탱이는 건강한가?...누구? 텅인게 당연하잖나! |
죠 | ......그런데 자네, 누구였었지? 으음? |
김갑환 | 허허허... 조금은 어깨의 힘을 빼는 게 어떻겠나? |
라이덴 | 덩치 크기만이라면 바이탕과 좋은 승부가 되겠구먼 |
료 | 아야야야야... 나이값도 못하고 무리를 했구먼 |
랄프 | 이런이런, 내 상대를 하기엔, 아직 엉덩이가 좀 퍼렇구먼. |
클락 | 푸허...... 술은 만병통치약, 자네도 한잔 어떻겠나? |
레오나 | 과연... 자신과 마주하여 한꺼풀 벗은 것 같구먼 |
엘리자베트 | 나의 승리의 이유? 그야 그거라네, 어려운 일은 생각하지 않는 거라네. |
매튜어 | 자네 덕분에 옷이 너덜너덜하네. 또 할멈한테 혼나겠구먼 |
12. 테리 보가드
12.1. 캐릭터 프로필
전설의 늑대 - 테리 보가드 주먹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 따위는 거의 없다. 그 사실을 테리·보가드가 눈치챈 것은, 얄궃게도 테리가 누구보다 강한 힘을 손에 넣으려 하던 무렵이었다. 의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강한 힘을 바라고 있었다. 그걸 위해서 세계를 방랑하며 자신의 주먹을 연마해 왔다. 하지만 테리가 강해질수록, 이 세상은 단순한 완력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전설의 늑대라고 불려도, 돌멩이에 펀치 한 방 먹여서 빵으로 바꾸는 재주는 없으니까」 테리는 눈앞에 놓여진 핫도그를 응시하며 끄덕였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테리씨?」 카운터를 닦고있던 밥이 테리의 투덜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한다. 「별거 아냐」 테리는 어깨를 으쓱하며 핫도그를 덥석 물었다. 이 파오 파오 카페 2호점에는 많은 격투가나 그 팬들이 뜨거운 싸움을 바라며 모여든다. 테리또한 그런 단골 중 한 명이지만, 스스로 돈을 내고 식사를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점장인 밥이 한 턱 내거나 외상처리 하는 등, 대부분 공짜로 얻어먹는 것이다. 그런 일이 용서되는 것은, 테리가 이 사우스 타운에서 제일 많은 손님을 모을 수 있는 파이터이기 때문일 것이다. 테리가 가게에 있는지 없는지, 그것 만으로도 손님 수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여어!」 테리가 밥과 담소하고 있을 때, 화려한 컬러링의 모히칸 헤어스타일을 한 남자가 왔다. 「――뭐하고 있어, 테리? 오늘은 갤러리에 전념할 생각이야?」 「덕이냐」 테리를 평생의 라이벌이라고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있는 덕·킹도 이 가게의 단골이다. 댄서와 격투가의 두 얼굴을 진 덕의 파이팅 스타일은 항상 갤러리의 시선을 의식한 화려한 것으로, 어떤 의미로는 테리 이상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남자였다. 「리처드가 분해하고 있던데」 테리의 옆에 앉은 덕은 가게에 울려퍼지는 밝은 라틴 뮤직에 지지 않게 테리의 귓전에 대고 큰 소리로 말했다. 「――테리가 요즘 통 안오니까 1호점의 매상이 팍 떨어졌다고 하더라고」 「리처드네 가게는 외상이 꽤 쌓여서 가기가 힘들어」 「우와, 이 가게에선 외상 같은거 안 긋는 좋은 분이셨군요, 테리씨?」 밥이 야유를 포함한 미소를 테리에게 보낸다. 실제로 이 2호점에서도 외상을 꽤 모아둔 테리는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다. 주먹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 따위는 거의 없다. 그러나, 세상에는 주먹이 아니면 타인을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서투른 인간도 많이 있다. 테리는 자신이 그 전형적인 타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이전에는 일방적으로 테리를 적대시하고 있던 덕과도, 몇번인가 주먹을 나눈 지금은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 사우스 타운으로 돌아와서 맨 처음 알게 된 죠, KOF에서 만난 리처드나 마리, 거기에 밥. 테리가 주먹을 이용한 투쟁을 통해서 얻은 친구는 많다. 오히려, 투쟁과는 관계없는 곳에서 알게 된 사람이 훨씬 적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양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갈고 닦은 주먹은, 강하고 크게 성장한 테리에 있어서 말 이상으로 쓸모있는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기도 했다. 주먹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 따위는 거의 없다. 하지만, 주먹이 아니면 얻을 수 없는 것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이 테리가 가까스로 얻어낸 해답이었다. 커다란 피자를 냠냠 먹고 있던 덕이 옆에서 맥주를 또 한 잔 주문하려 하던 테리를 붙잡았다. 「――이봐 테리, 설마 진짜로 관전만 계속 할 생각이야? 저 아래의 스테이지에선 아까부터 전설의 늑대는 언제 나오냐고 부글부글 끓고 있다구?」 「잘도 전설이라고 불러주는구만」 예를 들어서 테리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텅 노사 정도라면, 전설의 아무개라고 하는 별명이 붙어도 이상하지 않다. 태연자약한 모습으로 함부로 싸우려 하지 않고, 그 투쟁에 분별을 두어 볼 수 있게 된 노권사의 힘이 전설로 불리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테리는 다르다. 테리는 한 명의 격투가로서 아직 발전도상에 있다고 자각하고 있다. 미숙하지는 않지만, 까놓고 말해서 아직 전설로 불릴 정도의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전설의 뭐시기 소리를 들으면 자기가 이미 은퇴한 사람처럼 여겨지는 것 같아서 싫었다. 「난 아직 현역이라고」 테리는 취기를 느낄 수 없는 발걸음으로 스툴을 내려와 애용하는 모자를 깊게 썼다. 「오옷? 간신히 할 마음이 든거냐」 「그렇다면, 오늘 밤은 제가 상대하죠」 「잠깐 기다려봐, 점장양반」 나비 넥타이를 느슨하게 하며 카운터 안에서 나오려고 하는 밥에게, 덕이 겁없는 미소와 함께 말했다. 「――실은 리처드한테 테리 목에 개목걸이를 걸고서라도 1호점으로 데리고 오라는 부탁을 받았걸랑. 여기는 나한테 양보해 달라고」 「그건 또 뭔소리야?」 「그러니까 그거지, 이제 너도 슬슬 외상을 정산해야되지 않겠냐.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우고.……뭐, 1주일 정도는 공짜로 알바 뛸 수 있겠지?」 「너, 친구를 팔 생각이냐?」 「낼 돈을 떼어먹는 니가 나쁜거야! 지면 깨끗이 포기하고 나랑 같이 리처드 아찌네 가자고, 알았어?」 비난이 더해가는 테리의 말에 덕은 테리 코에 손가락을 들이대며 반격했다. 「――스테이지랑 갤러리도 준비됐어, 설마 이제 와서 도망친다고는 못하겠지?」 「누가 도망친다는거야?」 양아버지의 유품인 글러브를 다시 낀 테리는 히죽 웃었다. 「……대신 만약 내가 이기면, 오늘 밤은 니가 계산하는거다, 덕?」 테리와 덕이 함께 아래층에 모습을 드러내자, 갤러리들의 사이에서 한층 큰 환성이 울려퍼졌다. 이들 중 테리·보가드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렇다기보다 테리의 파이트를 보기 위해서 밤마다 모여드는 열광적인 팬 뿐이라고 말해도 괜찮을 것이다. 테리는 몸을 가볍게 풀면서 주위를 둘러 보았다. 「……시동은 걸렸고, 이젠 한계까지 치고 나갈 수 있겠는데」 「테리, 지금 뭐라고 말했냐?」 「갤러리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걱정인데. 맥주는 괜히 마셨어」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다고!」 밥이 시합 개시의 징을 울리는 것과 동시에, 덕이 튕겨지듯이 뛰쳐나왔다. 경쾌하게 마루를 차며 모든 체중을 실은 무릎 차기로 테리에게 선제공격을 가한다. 「Lovin' you!」 「큭……!」 양손으로 무릎차기를 막은 테리는 그대로 덕의 목덜미를 잡아 업어치기로 던져버렸다. 「헤이! 컴온, 덕! 승부는 이미 시작했다고!」 전설의 늑대라던가, 사우스 타운 히어로라던가. 사람들이 자신을 어떤 닉네임으로 부르건 상관없다. 테리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조금은 야만스러운 이런 커뮤니케이션을 자신이 매우 좋아한다는 사실이었다. |
12.2. 승리 대사
애쉬, 베니마루, 로버트, 랄프 | OK! |
듀오론 | HEY! 좀 더 싸움을 즐기는건 어때? |
쉔 우 | HEY YOU! 꽤나 잘 싸웠어! |
쿄 | NICE FIGHT! 이 싸움, 잘 즐겼어! |
다이몬 | 철제 게다도 판다는 모양이던데, 나참, 일본인은 크레이지하군! |
이오리 | 왜 그래 야가미, 뭘 보고 있지. 네 상대는 이 나라구? |
아테나 | 꽤 하는군! 사이코 솔저는 폼이 아니구나! |
켄수 | HEY BOY! 몇번이든 일어나서 덤벼! |
친 | SORRY, 할아범! KOF에 실버 시트는 없다구! |
테리 | GET OUT! 정체를 숨기는 녀석은 전사라고 부를 수 없다구! |
앤디 | 일어서 앤디! 아직 이제부터야...그렇지? |
죠 | 역시나군, 죠! 다음에 또 같은 팀으로 싸우고 싶어. |
김갑환 | 헝그리함이 부족하군. 최근, 교육에 너무 열심인거 아냐? |
라이덴 | OK!...다음엔 조금만 다이어트 해줘 |
료 | GREAT! 짜릿한 일전이었어! 또 하자구! |
클락 | THANKS! 간만에 전력을 다했다구! |
레오나 | 이게 내 나름대로의 복귀 축하 선물이야! |
엘리자베트 | HEY YOU!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간 거 아냐? |
매튜어 | NO WAY...너, 살아 있었냐? |
13. 앤디 보가드
13.1. 캐릭터 프로필
전신흉기 - 앤디 보가드 다운타운이 내려다 보이는 이스트사이드 파크의 작은 언덕 위에, 그 묘지는 있었다. 부유층이나 거리의 실력자들은 더 한적하고 환경이 좋은 곳에 고인을 매장한다. 이 묘지에서 잠든 사람들은 역시 여기서 내려다보이는 잡다한 세계에서 살던 사람들뿐이었다. 하지만, 앤디는 아버지가 잠들기에는 이곳이 적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거리의 약한 사람들을 지키는 삶을 선택한 아버지라면, 역시 여기서 보이는 경치를 바랄 테니까. 큰 석양이 아지랑이에 흔들거리면서 서쪽 저편으로 가라앉아 간다. 그 암적색의 햇빛이 삼베로 만든 쟈켓에 청바지를 입은 거친 스타일로 언덕을 올라 온 앤디의 그림자를 지면에 길게 잡아 늘이고 있었다. 앤디는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다가 그림자가 작다는 것에 쓴웃음 지으면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묘 앞에 꽃을 올렸다. 아무래도 자신은 체격을 타고 나지는 않은 것 같다고 앤디가 눈치 챈 것은 아직 작기만 했던 어릴 적 무렵이었다. 한 살 차이의 형과 함께 놀 때에도 그 차이는 곧바로 체력의 차이로 나타난다. 싸움을 하면, 절대로 형에게는 이길 수 없었다. 그 무렵의 앤디에 있어서 작다는 것은 약하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돌아가신 아버지는 꼭 몸이 작은 사람이 약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자신의 몸으로 앤디에게 가르쳐 주었다. 스트리트 파이트에서 무적이었던 아버지는 자기보다 훨씬 큰 상대와도 용감하게 싸우고, 전부 승리했기 때문이다. 몸이 작다면 작은 대로 강해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앤디에게 그렇게 말해 준 아버지는-하지만-앤디에게 스트리트 파이트가 무엇인지를 본격적으로 가르쳐 주기 전에 동문의 사제와의 싸움에서 져서 목숨을 잃었다. 아버지의 이름은 제프·보가드, 원수의 이름은 기스·하워드.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수행을 위해서 동양의 섬나라로 건너간 앤디는 거기서 자신의 자질을 최대한으로 살릴 수 있는 격투기, 골법과 만나게 된다. 「――여어, 앤디!」 앤디가 아버지의 묘 앞에서 생각에 빠져있을 때, 그리운 소리가 멀리서 들려 왔다. 뒤돌아보면 돌층계를 오르는 밝은 성격의 청년이 붉은 모자를 든 손을 흔들면서 이쪽으로 온다. 「변함없는 변덕이라니……형다운걸」 앤디도 긴 금발을 쓸어 올리며 손을 흔든다. 제프에게 자라며 유소년기를 함께 자란 테리와 약 1년만의 만남이 된다. 일본에서 살고 있는 앤디와 온 세상을 여행하며 떠도는 테리가 얼굴을 마주볼 때는 아버지의 기일이거나 그게 아니면 KOF에 참가할 때 정도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요즘에는 앤디가 KOF에의 출장을 보류하고 있기 때문에 테리와 만날 기회도 대단히 줄어들어 있었다. 「건강해 보이는데」 「형도」 다가온 온 테리와 가볍게 주먹을 맞추어 미소 짓는다. 그러자, 테리는 갑자기 수상한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 「……앤디, 어디 안 좋은 데라도 있냐?」 「뭐? 별로 그렇진 않은데--왜 그런 말이 나오는거야?」 「아니, 평소의 너는 만나자마자 한 번 승부하자고 말하잖아?」 그 말에 앤디는 다시 쓴웃음 지었다. 어릴 때부터 앤디는 한 번도 테리에게 이긴 적이 없다. 어릴 때 싸움이라면 그야말로 체격차이, 체력차이 때문이라고 하고 끝낼 수 있다. 그러나 함께 격투기를 전수받은 뒤 벌인 승부에서도, 앤디는 테리에게 이긴 적이 없었다. 이미 체격차이와는 상관없다. 실제로 앤디는 자기보다 배는 무거운 커다란 남자를 천성의 스피드로 당황케 한 뒤, 일방적으로 이겨버릴 수도 있다. 실제로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지만, 만약 그럴 기분이 든다면 맨손으로 인간을 죽이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닐 정도다. 옛날 전국시대부터 면면히 전해지는 비권을 전수받은 앤디는, 이미 전신이 흉기라고 해도 좋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런 자신과 실력, 거기에 경험을 쌓아나가도 앤디는 테리에게 이길 수 없었다. 물론 테리라고 연승 무패는 아니다. 대회에 나오면 고배를 마실 때도 있다. 그리고, 앤디가 그 상대를 일방적으로 쓰러트린 적도 있었다. 그러니까 앤디의 실력이 테리와 비교해서 절대적으로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생각해 봤을 때, 앤디와 테리의 실력은 거의 호각이다--앤디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앤디가 테리에 이길 수 없는 것은 이제 마음상태의 문제일 것이다. 어떤 때는 테리에게 이기고 싶은, 형을 뛰어넘고 싶은 마음에 너무 서두른 나머지 정확무비해야 할 골법의 기술이 흐트러져서 큰 틈을 보이는 바람에 테리에게 패배하는 계기가 되어 버린다. 단지 머리로만 알고 있을 뿐, 실제로 테리와 마주보면 좀처럼 잘 되지 않는다. 테리와 재회할 때마다, 어찌됐던 우선 서로의 실력을 확인하려고 하는 모습에서 이미 앤디가 서두르는 기분이 나타나고 있다. 앤디가 여기까지 강하게 성장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분명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는 비원이 있었기 때문이겠지만, 그것과는 별도로-혹은 지금은 그것보다 더 큰 이유로-형 테리를 넘고 싶다는 굶주림과 비슷한 생각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더 이상 테리에 지고 싶지 않다는, 테리에게 이기고 싶다는 강한 소망은, 앤디가 아무리 수행을 쌓아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이 앤디를 강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사실은 그 자신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의미로 보면 앤디 또한 굶주린 늑대 중 한 명이었다. 테리의 지적으로 자신 안에 있는 생각을 재차 자각한 앤디는, 날뛰는 마음을 억제하고 발밑에 놓였던 큰 가방을 어깨에 걸쳤다. 「항상 그렇게 어린애 같은 흉내는 내고 있을 수 없어. 아무리 형이 상대라도--아니, 형이 상대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대회 직전에 솜씨를 보일 순 없으니까」 「헤에, 꽤 점잖게 나오는데, 앤디」 꽤 놀란듯 휘파람을 분 테리는, 곧바로 웃음을 띄우며 입술을 비쭉였다. 「……그 말인즉슨, 이번엔 꽤 자신 있다는 얘긴가?」 「과연 어떨까. ――그것보다 난 공항에서 바로 여기로 왔다고. 아직 호텔도 못 잡았고. 우선은 느긋하게 쉬고 싶어」 「나도 호텔은 안 잡았다고? 어젯밤에도 그 전에도 파오파오 카페에서 신세를 지고 있지. 너도 그냥 그렇게 해라」 「신세를 지는 게 아니라 쌓인 외상을 갚는 대신에 더부살이로 살면서 혹사당하는거 아냐?」 「뭐, 그렇게 말할 수도 있지만」 기죽지 않은 듯 웃어넘긴 테리는 트레이드 마크인 모자를 쓴 뒤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됐으니까, 오늘 밤의 주인공은 너한테 양보해 줄게」 「주인공?」 「파오파오 카페잖아? 재회를 축하하며 모두 건배!만 하고 해결될 리가 없겠지?」 파오파오 카페라고 하면, 매일 저녁 스테이지 위에서 전개되는 친선경기가 명물이었다. 이름이 알려진 격투가부터 난입해 들어온 술주정꾼까지, 어쨌든 스트리트 파이트를 좋아하는 무리가 모여 온다. 게다가 한동안 KOF에 나오지 않던 그 앤디·보가드가 오랜만에 왔다고 들으면, 도전자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니가 온다는 소리를 듣고, 덕이랑 밥도 대기하고 있어. 물론 걔네들뿐만 아니라, 아마 돌아가면서 전원의 상대를 하겠지만?」 언덕의 산기슭에 펼처진 다운타운에는 이미 서서히 밤이 되기 시작하고 있었다. 앤디는 긴 돌계단의 중간에 멈춰 선 뒤 다시 고향의 거리를 바라보면서 서늘한 저녁 바람을 맞으며 웃음을 띄웠다. 「……듣고보니, 모두를 만나는 것도 정말 오래간만인걸」 「잠깐 타임, 그립다고는 해도 너무 오버하지는 마라? 사우스 타운에 있는 동안 한눈을 팔지 못하게 하라고 마이가 부탁했거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앤디의 어깨를 두드리며 윙크 하는 테리. 「……마이는 쓸데없는 데에 신경을 쓴다니까」 앤디는 그렇게 투덜대면서, 자신의 어깨에 놓인 테리의 손의 크기에 가볍게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지금의 테리의 힘을 알고 싶다는 기분이 잘 단련된 앤디의 신체에 긴장 상태의 떨림을 주는 것이다. 앤디는 KOF나 테리와의 싸움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동안 언제 어느 때나 수행에 몰두해 왔다. 육체적인 면과 동시에 정신적인 면을 다시 단련해서 자신이 이전보다 확실히 강해졌다고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렇게 앤디의 마음은 설레인다. 앤디는 그 기분을 쿨다운 시키듯 조용히 심호흡 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형, 짐 좀 부탁해」 「짐?」 「비행기를 오래 탔더니 몸이 좀 뻐근해서. 워밍업이나 할 겸 여기서부터 2호점까지 가볍게 뛰어가려고」 앤디는 윗도리를 벗어서 가방과 함께 테리에게 넘긴 뒤, 거의 굴러 떨어지는 듯한 속도로 돌계단을 달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 얌마, 잠깐 기다려 앤디!」 뒤에서 테리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달리기 시작한 앤디는 더 이상 멈추지 않는다. 곧 있으면 자신 안에 계속 감춰두고 있었던 사나운 늑대를 해방할 수 있다는 환희가 앤디의 육체를 평소 이상으로 약동시키고 있었다. 그러면서 단 한 번, 어깨 너머로 언덕 위를 뒤돌아본다. 용감히 살아가거라, 내 아들들아--. 바람 속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
13.2. 승리 대사
애쉬 | 그게 전력일 리는 없겠지? 이 이상 뭘 숨길 생각이야! |
듀오론 | 한 순간의 망설임이 승부를 결정하는 일도 있지 대체 넌 뭘 생각하고 있지? |
쉔 우 | 정말 곤란했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너무 많아서 말야. |
쿄 | 쿠사나기류의 간판이 울고 있어, 전승자 나으리! |
베니마루 | 역시 전격은 막을 수가 없군......아직도 저린게 남아있어 |
다이몬 | 그야말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산과 같다" 훌륭했습니다 |
이오리 | 증오는 마음을 갉아먹는 병이야. 그걸 알고 있다면, 왜... |
아테나 | 한결같은 자세에는 감탄이 나오지만, 조금 버릇이 있는 것 같아. |
켄수 | 너에겐 좋은 스승, 좋은 동문이 있어 괜찮아, 더 강해질 수 있어. |
친 | 중국 권법의 심오함, 다시금 배웠습니다. |
테리 | 형, 방심했네 예전의 나와는 한층 다르다구! |
앤디, 김갑환 | 자신을 이기는 것은, 몸으로 이기는 것. |
죠 | 여전하구나, 죠......시끌벅적한 것도 허리케인 급이야 |
라이덴, 료, 레오나 | 좋았어! |
로버트 | 유리의 응원이 없으면 컨디션이 안 나옵니까? |
랄프 | 힘을 몸으로 표현할 수록, 이쪽에 더 유리하게 작용하는데 말야... |
클락 | 과연, "터프 & 쿨"이라 흔히 말하는 거지 |
엘리자베트 | 기술은 멋지군...... 하지만 아쉽게도, 약간 기백에서 진 것 같군. |
매튜어 | 꽤나 빠른 스피드다만, 내가 보기엔 빈틈 투성이였어. |
14. 죠 히가시
14.1. 캐릭터 프로필
젊은 무에타이 챔피언 - 죠 히가시 타이--특히 타이의 도심지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출근하는 독신자나 맞벌이의 인구비율이 높고, 집에서는 전혀 요리를 만들지 않는 가정도 적지 않다. 방콕 근처에 포장마차가 눈에 많이 띄는 것은 그런 국민성 때문이었다. 「――이봐 죠!」 저녁 식사시기 포장마차 거리의 소란 속에서 어깨를 잡힌 죠는 팟타이(국수요리) 접시를 한 손에 들고 뒤돌아 보았다. 「아, 화냐. 어쩐 일이야, 뭔 일 있었어?」 「뭔 일 있었어가 아니잖아, 임마……」 죠의 트레이너를 맡은 화·쟈이는 단번에 탈진했는지 어깨를 떨구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대체 로드워크 나간다며 체육관을 나간 놈이 몇 시간 동안 싸돌아다녔는지 알고 있냐?」 「1시간 쯤인가?」 「3시간이다, 3시간! 무슨 사고라도 생긴 줄 알았다고! 사람에게 걱정끼치는 짓도 적당히 좀 해라!」 「그렇게 화내진 말라고. 자자, 너도 너도 뭐 좀 먹어봐. 내가 쏠테니까」 「으이구 진짜……」 투덜투덜 투덜대면서도, 화는 죠의 재촉대로 삐걱거리는 의자에 앉았다. 죠와 화의 인연은 길다. 무에타이 챔피언으로서 군림하고 있던 화를 그 왕좌에서 끌어 내린 사람이 다름 아닌 죠였다. 화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신세를 망친 뒤 한 때 기스·하워드가 기르는 개가 되는 신세까지 전락했었지만, KOF의 무대에서 다시 죠와 만나 그와의 싸움을 통해 회복해서 현재는 트레이너로서 죠를 뒷받침 하고 있다. 화가 이것저것 잔소리를 하는 것도 죠를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 때, 혼잡한 포장마차 거리 한쪽에서 평화로운 소란함과는 분명히 다른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죠는 칠칠맞은 것 처럼 입에 팟타이를 잔뜩 물고 일어섰다. 혼잡의 저 편에서 비명 비슷한 아이들의 외침소리나 경찰이 부는 호루라기 소리, 몹시 거친 발소리가 들려온다. 「왜 이리 소란스러운거야?」 「소매치기 아닐까? 그리 드물지도 않으니까.……아, 저기 봐라」 죠의 눈앞을 경관에게 붙잡힌 아이들이 끌려갔다. 어느 아이들이나 아직 10세가 될까 말까한 것처럼 보였다. 울면서 끌려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죠에게 화가 낮은 소리로 담담하게 계속 말했다. 「……이 번잡한 번화가에 오는 외국인 관광객을 노리는 게 저런 녀석들 나름대로의 노림수인거지. 그야 뭐 일본인이나 미국인 관광객들은 꽃을 사달라며 다가오는 천진난만한 애들이 갑자기 가방이나 주머니에 손을 쑥 집어넣어서 지갑을 빼갈 거라고는 상상도 못할테니까. 그러다 그 안에 여권 같은 거라도 있으면 저렇게 되어 버리는 거야」 「……부모가 어떻게 가르쳤길래 그래?」 「죠. 부모 있는 애들만 있는 건 아냐」 화의 그 한마디에 죠는 그제서야 자신이 일본인이라는 것을 자각할 수 있었다. 죠는 타이를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하지만, 역시 죠의 가치관의 기본이 되고 있는 것은 일본의 상식이며, 타이와는 달랐다. 「저런 꼬마들이 도둑질을 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다는 건, 역시 세상의 톱니바퀴 어딘가가 어긋난 걸지도 몰라……」 「……재미없는 일이구만……」 죠는 꿀꺽 팟타이를 삼키며 미간에 주름을 지었다. 다음날, 죠는 붉은 알로하셔츠에 버뮤다팬츠, 거기에 비치 샌들을 신은 차림으로 아직 희미하게 아침안개가 낀 포장마차 거리로 나왔다. 본인 가라사대 이른 아침 로드워크라지만 이 스타일을 보면 그것이 말 뿐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단지 죠는 아침 산책을 나왔을 뿐이었다. 「과연 천하의 죠님도, 시차 고생에는 꼼짝 못하겠구만.……하아암」 큰 하품을 연발하면서 선글라스 너머로 아침의 포장마차 거리를 바라본다. 낮은 물론 이른 아침이나 한밤중에도, 여기에는 그야말로 동남아시아다운 번잡함이 있었고, 죠는 그것을 아주 좋아했다. 길가의 포장마차에서는, 잘린 파인애플에 구바바, 수박 등 물기를 잔뜩 머금은 남국의 과일이 달콤한 향기를 내뿜고 있다. 아직 태양은 낮게 떠있었지만, 방금 일어난 몸은 수분을 원하고 있었다. 「뭐 좀 먹을까―……」 죠는 그렇게 말하며 오랜 세월 애용하는 지갑을 주머니에서 꺼내려던 그 순간, 옆에서 갑자기 달려 온 작은 그림자가 지갑을 채갔다. 「――――」 포장마차 아저씨는 놀랍다는 말도 못한 채 굳어 버렸지만, 분명 똑같이 놀랐을 죠의 반응은 민첩했다. 곧바로 겁없는 미소를 띄우며 재빨리 왼손을 뻗어 괘씸한 약탈자의 뒤쪽 목깃을 잡아챈다. 「앗!?」 그 다음 놀라서 소리를 지른 것은 그 약탈자-- 아직 어린 아이였다. 「이른 아침부터 짜증나게 하면 안돼지-」 「……이거 놔! 못놔!」 「점잖게 단념해라, 사내자식이 되어 가지고」 「사내자식 아냐! 난 여자라고!」 「뭐야, 너 여자애였냐? 그래도 뭐, 니가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어. 자신이 누구를 상대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제대로 깨달아야 되니까 말야」 그 말에 죠의 얼굴을 돌아 본 소녀는, 눈을 크게 뜨고 굳어버렸다. 「죠, 죠, 죠……!」 타이에 무에타이 챔피언은 많이 있지만, 죠만큼 얼굴과 이름이 널리 알려진 선수는 없다. 일본으로부터 단신으로 타이에 건너와서 순식간에 왕좌에 오른 무적의 챔피언일 뿐만 아니라, 지금은 KOF를 비롯한 이종 격투기전에서도 비길 데 없는 힘을 자랑하는 죠·히가시는, 타이의 아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친밀하며 동경하는 히어로였다. 아마 이 소녀는 상대가 죠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도둑질 하려고 했을 것이다. 이제 와서 터무니없는 일을 했다는 후회가 밀려왔는지, 소녀는 말을 잃고 눈물짓고 있었다. 「――뭐, 경찰서에 집어넣지는 않을 테니까 안심해라. 난 꼬맹이라고 해도 레이디한테는 상냥하니까」 죠는 그렇게 말하며 파랗게 질린 소녀에게 빙그레 웃어 주었다. 죠는 체오프라야강에 접한 항구 근처의 인기척 없는 창고거리의 한구석에서 한 바탕 쉐도우를 계속하고 있었다. 날카로운 좌우의 콤비네이션, 오른쪽의 로우에서 왼쪽의 미들, 또 하이 킥으로 변화하는 교묘한 다리 기술에, 소녀는 눈을 깜빡이는 것도 잊고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도 죠가 준 과일을 먹는 손만은 멈추지 않은 것은 상당히 배가 고팠다는 증거인지도 모른다. 죠는 스니커즈의 발밑에, 흘린 땀이 작은 웅덩이를 만들어냈을 무렵에야 간신히 움직임을 멈추어 크게 심호흡 했다. 「――얌마」 「응?」 「너, 이름은?」 「콰, 콴!」 파인애플을 꿀꺽 삼킨 소녀가 당황해서 대답한다. 「너, 부모님 계시냐? 가족은 뭐해?」 「……없어」 「그러냐」 이마의 땀을 대충 닦은 죠는 그 이상 깊이 묻지는 않았다. 원래, 제대로 형제가 있어서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고 있다면 남의 지갑을 훔치는 짓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여러 가지 사정은 있겠지만, 이제 두 번 다시는 조금 전 같은 짓은 하지 마라? 상대가 나였으니까 괜찮은거지, 만약 질 나쁜 불량배한테 걸리기라도 했으면 지금쯤 경찰에 잡히는 게 나았을 거라고 생각하게 될 꼴을 당했을지도 모르니까」 「……응」 쿠안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너, 이 죠님에게서 지갑을 채가다니 몸놀림은 꽤 괜찮은데.……실력은 상담 좀 해봐야겠지만, 너, 무에타이 안 해볼래?」 「에?」 「여자라도 실력만 있다면 이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지. 탑 랭커에 들어가면 일본이나 유럽에서도 시합을 할 수 있잖아? 소매치기를 생각할 정도라면, 너 자신의 주먹으로 꿈을 이뤄봐」 「그렇지만……내가 무에타이를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을까, 할 수 없을까가 아냐. 할까, 말까라고 해야지.……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바뀌지 않아. 그것 뿐이지?」 「――――」 「――뭐, 누구나 이 몸만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난 어쨌든 천재니까. 하지만, 그 잘나가는 이 몸께서 너에게 조금 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속는 셈 치고 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냐?」 「……응」 「하고 싶으면 뭐 우선 우리 체육관으로 와라. 처음엔 체육관 청소라나 도구 손질뿐이겠지만, 적어도 삼시세끼는 먹여주고, 거기에 내가 직접 코치해줄테니까.……영광으로 생각하라고? 너는 죠·히가시님의 제자 제 1호니까 말이지」 「응!」 이번엔 활기차게 고개를 끄덕인 콴의 얼굴을 바라본 죠는 즐거운 듯이 웃었다. 죠는 이 나라에 와서 꿈을 이뤘다. 그리고 지금, 이번엔 자신이 이 나라의 아이들에게 한 명이라도 더 많이 꿈을 이뤄주려 하고 있다. 그것이 이 나라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보은이었다. 비록 KOF의 단골이 되어도, 자신은 역시 무에타이 출신의 인간이다. 죠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
14.2. 승리 대사
애쉬 | 내 허리케인 앞에선 네놈의 불꽃도 촛불이나 다름없단 말야! |
듀오론 | 비적인지 뭔지 모르겠다만, 겉만 번드르르했구만, 어이! |
쉔 우 | 오랜만에 진짜 싸움을 할 수 있었군! 언제 또 하자구! |
쿄 | 1800년의 역사아? 그런 곰팡내나는 권으로 나한테 이길 수 있을 리 없잖아! |
베니마루 | 이것이 리빙 레전드, 죠 히가시님의 실력이다! |
다이몬 | 이런 말 하긴 뭣하지만, 너한텐 그 히노마루는 너무 무겁지 않냐? |
이오리 | 또 오로친지 뭔지로 날뛰는 거냐? 질리지도 않는구만, 너네들! |
아테나 | 미안하구만! 상대가 누구든 간에 봐주지 않는다구! |
켄수 | 챔피언이란건 말야, 누구보다도 강하단 거야! |
친 | 좋은 기회야, 슬슬 은퇴하는건 어때, 할아범? |
테리, 앤디 | 너네들, 형제가 쌍으로 너무 눈에 띈다구! |
죠 | 알겠냐? 전설이란건 누구도 흉내낼 수 없으니까 전설이란 거야 |
김갑환 | 앗싸아! 새로운 죠 전설의 시작이라구! |
라이덴 | 고마워, 아저씨! 덩치가 큰 만큼 차는 맛이 있었어! |
료 | 가라데가 무에타이보다 약하다는 게 아냐, 니가 나보다 약하단 거야, 말하자면. |
로버트 | 이걸로 알았지? "최강의 호랑이"가 누군지 말야! |
랄프 | 격투기가 장난이라고?그런 말을 하니까 지는 거야! |
클락 | 미안하구만 아저씨! 특수임문지 뭔지 방해해 버린 건가? |
레오나 | 이런이런, 곤란하군......지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은 말야! |
엘리자베트 | 이러쿵 저러쿵 시끄럽단 말야! 패배자는 얼른 꺼져! |
매튜어 | 호랑이가 뱀을 무서워 하겠냐? 요는 그렇단 거다! |
15. 김갑환
15.1. 캐릭터 프로필
태권도계의 최고 보물 - 김갑환 정의로운 사나이다. 그 사실은 틀림없다. 김갑환에 대한 그 평가에 다른 의견을 주장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를 잘 아는 사람의 대부분이 그를 융통성 없는 완고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그것 또한 올바른 평가였다. '한국 태권도계에 그 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듣는 젊은 달인 김갑환--. 그는 어떤 악인이라도 태권도를 통해서 개심시킬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갑환에게 있어서의 태권도는 이미 신앙에 가까운 개념이며, 그것을 세계에 넓히는 것 만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믿는 구석이 있었다. 장거한과 최번개에게 있어서는 매우 불행한 일이며,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한심하군……」 연습 사이에 신문을 읽고 있던 김갑환이 미간에 깊고 주름을 새기며 중얼거렸다. 「으윽……」 장거한이 300킬로를 넘는 거구를 움츠러뜨리며 낮게 신음한다. 몇분 전까지 계속되던 가혹한 훈련으로 분출한 땀이 단번에 식어 간다. 「……무슨 일 있나, 거한군?」 김갑환에게 질문을 받은 장거한은 부들부들 전신을 떨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구먼」 「그런가」 김갑환은 짤막하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신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휴우……」 「위험했구만용, 거한 형씨」 약삭빠르게 장거한의 그늘에 숨어 있던 최번개가 기다란 철손톱을 붙인 손으로, 재주 좋게 이마의 땀을 닦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걸까용?」 「나야 잘 모르겠지만, 기분이 꽤 안 좋은 모양인걸」 농담이나 과장하는 게 아니라, 김갑환의 기분이 좋냐 좋지 않냐는 두 사람의 사활이 걸린 문제나 마찬가지다. 김갑환의 기분이 안좋다면 그에 비례해서 두 사람에 부과되는 연습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자, 둘 다 휴식은 여기까지! 연습을 계속한다!」 「히익」 그것을 생각나게 하는 김갑환의 목소리에, 장거한과 최번개는는 반사적으로 목을 움츠렸다. 사실 김갑환이 화를 내고 있는 대상은 세상의 풍기문란과 윤리의 혼란이며, 그것은 지금 시작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어떤 범죄라는 형태로 보자니, 역시 한심스럽다는 생각에 한숨이 나와 버린다. 시시한 악행같은 일에에 얽매일 생각이 있다면, 그 구부러진 생각을 태권도에 매진해서 승화시키면 될텐데--라고 김갑환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경찰 당국과 교섭하여 장거한과 최번개 두 사람을 자신의 도장에 데려와 태권도를 통해 교육해 왔던 것도 생각해보면 그 때문이었다. 그 당시에는 김갑환의 생각에 의문을 갖는 시선도 없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일정한 평가를 얻고 있다. 장거한이나 최번개나 이전에는 사람을 상처 입히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정상 참작의 여지가 없는 극악인이었지만, 착한 사람까지는 되지 못했다고 해도 지금은 대단히 인간적으로 둥글어진 성격이 되었다. 그건 물론 김갑환의 끈질긴 교육의 덕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김갑환이 두 사람을 갱생시키고 있는 동안에도 이 세상에는 새로운 악의 싹이 차례차례로 태어나고 있다. 그 현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때에는 냉정 침착한 김갑환도 이를 갈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 「……형씨」 그 날의 연습이 끝난 뒤, 도장의 한쪽 구석에 처박혀서 최번개와 무슨 말을 속닥거리던 장거한이 그 답지 않게 헛기침 하고 나서 김갑환에게 말했다. 「뭘 고민하고 있는지 난 잘 모르겠지만서도, 너무 깊이 생각해봤자 좋은 게 없지 않을까?」 「…………」 제자들의 지도가 끝난 뒤에도 혼자 묵묵히 샌드백에 발차기를 날리던 김갑환은, 의아한듯한 얼굴로 장거한을 돌아 보았다. 창문으로 비치는 암적색의 석양이 김갑환의 그림자를 마루 위에 길게 드리우고 있었다. 「이전에 난말여, 나보다 강한 놈들은 없을거라고 생각했구먼. 내가 못할 일은 없다. 나는 누구보다 강하다. 진짜로 그렇게 생각했다구. ……그렇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었구먼」 장거한이 일대일로 정면승부해서 싸웠다가 처음으로 진 상대가 김갑환이었다. 자신이 결코 세계 제일이 아니는 사실을 장거한에게 처음으로 가르쳐 준 것이 김갑환이었던 것이다. 「――그 다음 부터, 난 갑환형씨한테 들러붙어서 여러 무리와 싸웠지만, 그때마다 깨달았구먼」 「그랬었지용……세계에는 말도 안되는 녀석들이 넘쳐나고 있었습니다용. 우리들은 아직 대단할 것도 없고 말이지용」 「그래서 뭐, 깨달았다고 말하기엔 너무 폼 잡는 소리같긴 하지만, 조금 알아낸 것은 있지」 「……무엇을 말인가?」 「사람은 말이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거여」 장거한은 쓰윽 머리를 쓰다듬으며 쓴웃음지었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 같은건 한계가 있는 법이고」 「그래용그래용. 그러니까, 갑환형씨도--」 그렇게까지 분발하지는 말고, 어깨에서 힘 좀 빼고 편하게 살아보자--장거한과 최번개는 그렇게 말할 생각이었다. 이대로 김갑환이 너무 깊이 생각하면, 그것이 그대로 장거한과 최번개의 연습난이도로 나타난다. 그것을 어떻게든 수습해보려고 두 사람은 입을 맞추어 김갑환을 설득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자 김갑환은 갑자기 안심하면서, 계속 말하려던 두 사람을 막았다. 「고맙네, 거한, 번개」 「……엥?」 「자네들이 나를 염려해서 그런 것까지 생각해줄 줄이야……솔직히 나는 자네들을 얕보고 있었던 모양이야」 「응? 혀, 형씨,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겨……?」 두 사람은 특별히 김갑환을 염려하고 있던건 아니다. 단지 스스로를 염려했을 뿐이다. 하지만 김갑환은 곤혹스러워하는 장거한과 최번개를 뒷전으로 한 채 혼자서 뭔가를 납득했는지 몇번이나 고개를 끄덕이면서, 「인간은 만능은 아니다. ――분명 그렇지. 자네들의 말로 눈을 떴어. 나 혼자 모두 짊어지려고 해서는 의미가 없었던 거야」 「엥? 아니, 뭐……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용?」 「그래, 나 혼자 한다면 분명 한계가 있겠지. ――하지만! 나와 같은 뜻을 가진 사람이 많이 있다면, 나의 이상은 언젠가 반드시 현실이 될거야.……그것을 위해서 자네들 스스로 도와주겠다고 자청을 해오다니, 이렇게 기쁠 수가 없어!」 「흐억!?」 「어, 어떻게 그런 결론이 나오는 겁니까용!?」 엄청난 상상으로 뻗어나간듯한 김갑환의 말에, 장거한과 최번개는 오싹 하고 얼굴을 보류했다. 김은 가볍게 손뼉을 치며 장거한과 최번개를 일어서도록 재촉했다. 「좋아! 그렇게 결정났으면 즉시 연습이다!」 「에엑!? 오늘 연습은 벌써 끝난거 아니었남!?」 「그, 그렇습니다용! 이제 맛있는 저녁을 먹고 내일에 대비해 자야 합니다용!」 「무슨 말을 하고 있나? 그런 근성으로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내 이름을 걸 수는 없어!」 「이, 이름을 걸다니……」 「자네들이 하루빨리 나의 이름을 걸고 이상을 위해서 일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는 한층 더 어려운 수행을 하겠다!」 「거, 거한형씨!」 예상외의 전개에, 최번개는 소리죽여 장거한에게 귓속말했다. 「――뭔가 위험한 상황이 되었습니다용! 어떻게 책임지실겁니까용!?」 「시, 시끄러! 너도 찬성했었구먼! 이제 와서 투덜대봤자 뭐 어쩌란거여!」 「거한형씨의 좋은 생각은 나쁜 결과만 불러옵니다용!」 「이, 이 놈이……!」 조용히 서로를 노려보는 장거한과 최번개. 「응? 무슨 일인가, 자네들?」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구먼!」 「그, 그렇습니다용! 거한형씨랑 야간 연습을 위한 기합을 다시 넣고 있었습니다용!」 김갑환의 교육적 지도를 두려워한 장거한과 최번개는 더이상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고, 미묘한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가! 좋아, 우선은 팔굽혀펴기 1000번! 아니, 2000번부터다!」 「히이이이이이익!」 김갑환은 정의로운 남자이며, 또한 열혈한이다. 또한 태권도에 대해서 -시합은 물론, 제자들의 지도에 대해서도- 어떤 타협도 하지 않는다. 장거한과 최번개에게 있어서는 매우 불행한 일이며,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
15.2. 승리 대사
애쉬 | 상대를 깔보는 그 행동...이걸로 조금은 반성하셨겠죠! |
듀오론 | 나는 태권도에 모든 걸 걸고 있네! 쉽게 질 수 없지! |
쉔 우 | 자, 이 도복으로 갈아 입으십시오! 당신의 갱생의 길이 막 시작되었습니다! |
쿄 | 슬슬 행실을 고칠 때죠! 자, 다시 태어날 마음으로! |
베니마루 | 이것이 태권도입니다! 감상을 듣고 싶군요! |
다이몬 | 좋은 기합이군요! 제 승리도 종이 한 장 차이였습니다. |
이오리 | 증오할 상대를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먼저 자신의 미숙함을 증오하게! |
아테나 | 역시나 친 노사의 지도...아테나 씨의 수업 성과도 대단하군! |
켄수 | 역시나 친 노사의 지도... 앞으로도 정진하게! |
친 | 역시나 친 노사... 많이 배웠습니다. |
테리 | 아들들이여, 봤습니까? 자 돌아가면 바로 수행입니다! |
앤디 | 훌륭하군요! 언젠가 또, 계속해 봅시다! |
죠 | 이게 태권도! 세계 최강의 격투기입니다! |
김갑환 | 흉내내는 건 정의의 마음만으로 해주게! |
라이덴 | 당신은 갱생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 이 도복으로 갈아 입으십시오! |
료 | 투기가 살을 찌르는 것 같았습니다. 극한류, 얕잡아 볼 수 없군! |
로버트 | 상당한 솜씨군요. |
랄프 | 아들들아! 잘 보고 있었습니까? |
클락 | 이것이 태권도입니다! 감상을 듣고 싶군요! |
레오나 | 이걸로 증명되었죠? 정의는 반드시 이긴다는 걸! |
엘리자베트 | 자 일어나십시오! 당신이라면 아직 싸울 수 있을 터! |
매튜어 | 나에겐 여제자도 많다! 자, 이 도복으로 갈아 입으십시오! |
16. 라이덴
16.1. 캐릭터 프로필
폭주중전차 - 라이덴 그가 들어 온 순간, 이 넓은 방이 갑자기 좁아진 것처럼 느껴졌다. 신장 약 2 미터. 체중은 210 킬로그램. 공식 프로필에 따르면 그 체구는 그 만한 사이즈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단순한 숫자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압도적인 존재감이 그에게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젊은 기자는 긴장한 표정으로 소파에서 일어서서 그를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데일리 세컨드 사우스의 케인·골드먼입니다」 「그런가. 일부러 오스트레일리아까지 와서 수고하는군」 케인과 악수한 그는, 마스크로 들여다 보이는 입가에 겁없는 미소를 띄우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겁먹을 필요 없지. 잡아먹거나 죽이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아, 네--」 비록 진짜 그리즐리 베어가 눈앞에 있다고 해도 그 정도로 긴장을 하지는 않았을거다--뒷날 케인은 그 때의 심경을 동료들에게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광대한 목장에 인접한 그의 저택 거실에서, 그 인터뷰는 시작되었다. 「――그러면 미스터·라이덴」 케인은 다시 소파에 앉아 IC레코더의 스위치를 누르면서 즉시 인터뷰를 시작했다. 「당신의 레슬러 인생……이라고 하고 하면 과장이겠습니다만, 우선 SWF 데뷔와 여명기의 킹·오브·파이터스에서 활약하고 있던 시절부터 들려주시지 않겠습니까?」 「응? 뭐야, 그런 옛날이야기부터 시작해야 되는 건가?」 「네, 할 수 있으시다면--」 「뭐, 최근의 KOF 팬이라면 이 라이덴님의 이름을 기억하지도 못할테니까」 3명은 앉을 수 있을 소파에 꽉 차게 앉은 거인 마스크 맨은 그렇게 말하며 호쾌하게 웃었다. 「……확실히 데뷔는 SWF에서 했지. 하지만, 거기서는 그리 오래가진 못했지. 빌어먹을 추억뿐인 최악의 매트였어」 「데뷔 당시 당신은 빅·봄바다를 파트너로 해서 거인 힐(레슬링의 악역) 태그 팀으로 활동하셨지요?」 「아아」 「그러나, 그 뒤 시합에서 가짜 승부 의혹이 불거져 당신은 SWF의 매트를 떠나야만 했지요」 케인은 슬쩍 눈을 들어 라이덴의 표정을 엿보았다. 「……당신에게만 인기가 집중된 것을 시기한 빅·봄바다가 당신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벌인 가짜 승부였다--라는 게 팬들 사이에서의 정설 같습니다만?」 「그 녀석이 KOF랑 무슨 상관이 있나?」 아마 몇 백번은 물어봤을 것이다. 과거의 가짜 승부 의혹에 대해서 물어봐도 라이덴은 새삼스럽게 기분이 상한 것 같지는 않았다. 케인에게 있어서 그것은 행운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 큰 남자의 기분을 상하게 만든다면 케인 따위는 5초 안에 압살되어 버릴 테니까. 조용하게 자신을 응시하는 라이덴의 시선에 케인은 몰래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이러느니 차라리 고함소리를 듣는 것이 그나마 나을 것이다. 케인이 기자생활을 하고 있는 이상 힐 레슬러에 위협을 받거나 넥타이를 붙잡힌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이 거인 레슬러의 조용한 눈빛에는 무언의 박력이랄까 단순한 공갈 이상의 무서움이 느껴졌다. 꿀꺽 침을 감춘 케인은 그 이상 고집하지 않고 곧바로 화제를 바꾸었다. 「그 후 당신은, 그 기스·하워드씨가 개최하는 KOF에 참전하셨죠」 「아아. 프로레슬링의 링에 못 올라가서 썩어가던 나를 기스가 주워준거지」 「그러나, 당신은 어느 시기를 경계로 하워드씨와 결별하셨잖습니까? 그리고, 항상 우승 후보의 일각으로 꼽힐 정도의 활약을 보던 당신은 이윽고 KOF의 무대에서 자취를 감추어 버렸죠. 왜 그러신거죠?」 「……뻥치는 것처럼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버본 병의 캡을 떼며 라이덴은 말했다. 큼직한 글래스도 이 남자의 손에 걸리면 마치 숏 글래스 같았다. 「뜨거운 말을 쪽팔리지도 않고 입에 담는 젊은 녀석들이랑 봐주지 않고 제대로 된 파이트를 반복하고 있는 동안……나까지 나이 값도 못하고 뜨거워져 버렸어. 기스가 기르는 개나 마찬가지인 자신에게 진저리가 났다고 해야되나, 뭐, 그런 거지」 「KOF의 싸움 속에서 정통파 레슬러였던 시절의 파이팅 스피리츠에 불이 붙었다는 말씀이십니까?」 「……당신, 대놓고 말하지 말라고. 부끄러우니까」 버본을 단숨에 부추긴 라이덴은, 그리 싫지만은 않은 듯 작게 쓴웃음 지었다. 그 때 케인은 라이덴이라는 레슬러가 마스크 아래에 숨겨 좀처럼 보이려 하지 않는 진정한 본모습을 약간 엿본 것 같았다. 눈부신 조명과 천둥소리 같은 환성에 귀와 눈, 그리고 일상적인 감각마저 마비되어 간다. 그 인터뷰로부터 반년 후, 케인·골드먼은 초만원의 스타디움의 맨 앞줄에 있었다. 머지않아 라이덴과 테리·보가드의 대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소년시절부터 라이덴의 팬이었던 케인에 있어서는 감개무량한 일전이었다. 그러니까 오늘은 신문기자로서가 아니라 한명의 팬으로서 관전하러 왔다. 이 소중한 날에 일을 내팽개치고 유급 휴가를 받았기 때문에 편집장 눈밖에 난 데다가 있을까 말까한 보너스도 이 프리미어 티켓을 갖기 위해서 거의 사라졌지만 후회는 전혀 없다. 그 때, 회장 안의 조명이 일단 사라지자 관객들의 환성이 일순간의 한숨으로 바뀐다. 그리고 그 순간의 정적을 깨며 왕년의 프로레슬링 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은 적이 있는 명곡-- 「용자 라이덴」이 흐르기 시작했다. 단번에 분위기가 달아오른 팬들이 참지 못하고 바닥에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물론 케인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끓어오른 라이덴 콜 속에서, 마침내 그 남자가, 누구나 애타게 기다린 이 스테이지로 돌아왔다. 칵테일 라이트에 의해 그림자가 사라진 스테이지를 큰 발로 밟으며 그 감촉을 확인하고 있던 라이덴은 아레나석에서 본 적이 있는 기자의 얼굴을 찾아냈다. 전에 인터뷰 하겠다며 오스트레일리아까지 날아와서 자신의 팬이라고 말한 기자였다. 이별할 때 사인을 부탁받아서 셔츠에 사인해준 김에 등을 가볍게 두드려 준 것을 기억하고 있다. 「……인사치레로 한 말이 아니었던 모양이군」 라이덴은 히죽 웃으며 그 기자에게 윙크 했다. 「――헤이, 베어! 귀여운 여자애 팬이라도 응원하러 와줬어?」 먼저 스테이지에 올라 라이덴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던 테리가 덩치 큰 남자의 윙크를 재빨리 눈치채며 놀렸다. 라이덴은 두꺼운 입술을 비쭉이며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빅·베어가 아니야, 악역 레슬러 라이덴님이시지.……작정하고 덤비지 않으면 크게 다칠거다?」 뻔뻔스러운 대사와 함께 라이덴은 자신의 목을 긋는 포즈를 보였다. 물론, 스테이지 위에 있는 두 사람의 대화는 환성에 가려져 관객들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거대한 오로라 비전 너머로 그 퍼포먼스를 본 것만으로 관객들은 또 한층 더 뜨거워졌다. 테리는 스타디움안을 가볍게 바라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능숙한 걸, 과연 탑 힐이야. 관객의 텐션이 단번에 올라갔다고」 「그야 그렇지. 비록 5분 만에 승부가 날 일방적인 시합이라고 해도 손님을 만족시키는 것이 우리들 프로 아닌가?」 「그거 혹시 5분 안에 끝장내겠다는 승리 선언이야?」 「너, 이 몸께서 5분 만에 바이바이하려고 일부러 이 무대로 돌아왔다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악역 버릇은 건재한 모양이군.……그렇다면 나도 사양 않고 어울려주지!」 테리는 손에 침을 뱉은 뒤 모자을 다시 깊게 눌러 썼다. 「……물러졌군, 테리. 오늘 난 악역 레슬러 라이덴님이라고 했잖아?」 시합 개시를 고하는 징보다 빠르게, 라이덴은 테리에게 태클을 걸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라이덴다운 “개선” 인사였다. 폭풍같은 야유하는 소리에 묻혀진 징 소리가 간신히 울렸을 때, 라이덴은 이미 테리를 몇 미터쯤 날려버린 뒤 관객들을 향해 우쭐한 듯이 양손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I'm RAIDEN! I am NO.1!」 그 외침에 맞춰서 케인도 양손을 하늘로 들어올렸다. 소년 시절에 열광했던 동경하는 파이터가 꿈의 무대로 돌아온 날이었다. |
16.2. 승리 대사
애쉬 | 큭......이 꼬맹이! 내 수염을 태웠겠다! |
듀오론 | 좀 더 비프를 먹어! 그렇게 말라선 이야기가 안돼! |
쉔 우 | 파워는 그럭저럭이야! 남은건 웨이트를 늘리는 거군! |
쿄 | 미지근한 불꽃이군! 바베큐도 못 굽겠잖아! |
베니마루 | 손발을 부러뜨려서, 네놈을 다진 고기로 만들어 주마! |
다이몬 | 이 머리띠랑 게다는, 나님이 기념으로 받아가마! |
이오리 | 이 라이덴님과 붙었단 말이야, 팔 하나쯤은 받아가야지! 가하하하! |
아테나 | 나님과 싸우기엔, 파워도 웨이트도 부족하다구! |
켄수 | 꼬맹이가 상대라면 하기 힘들단 말야! 아무튼 너무 작단 말야! 갓핫하! |
친 | 갓핫핫하! 미안해, 할아버지! 나도 모르게 봐주는다는걸 잊어먹었어! |
테리 | I AM, RAIDEN! |
앤디 | 파워의 승리로군, 가하하하! |
죠 | 무에타이가 입식 최강? 그럼 프로레슬링은 뭐든지 다 되니 세계최강이지! |
김갑환 | 벌써 끝이냐? 그래서, 다음 상연은? |
라이덴 | 어디, 복면 아래 얼굴은... 꽤 잘생긴 남자구만! |
료 | 가라데 맨도 나쁘진 않지만, 프로레슬러에겐 적수가 되지 않는다구! |
로버트 | 이탈리아 놈들은, 집에서 파스타나 삶으라구! |
랄프 | 프로레슬러랑 싸워서 행복하지? 좋아, 그 반다나에 사인해 줄게! |
클락 | 이게 프로레슬링의 진정한 힘이다! 가하하하! |
레오나 | 어이 어이 부탁한다구. 이래선 팔이 녹슬겠단 말야! |
엘리자베트 | 가하하하하! 그런 고상한 권으로는, 모기에 물린 것만큼도 느껴지지 않는군! |
매튜어 | 믹스드 태그의 파트너로선 딱 좋을지도 모르겠군! 가하하하하! |
17. 료 사카자키
17.1. 캐릭터 프로필
무적의 용 - 료 사카자키 두꺼운 검은색 가죽 점퍼를 입은 료·사카자키는, 치즈와 올리브의 냄새로 가득 찬 식료품점 안을 둘러 보며 무심코 중얼거렸다. 「……어째서 내가 이런 일을 해야되는건데?」 쌀쌀한 초겨울의 런던과 그렇게 투덜대는 료는 분명 안 어울리는 느낌이 있다. 하물며 젊은 여성을 에스코트하고 있다면 더욱 그랬다. 「그러니까, 내가 일부러 유럽 변두리까지 온 건--」 「이탈리아의 미스터·로버트를 만나기 위해서라고 말하려는거죠? 그 말은 벌써 몇번이나 들었다구요―!」 샐리는 료의 말을 차단하며 레지의 카운터에 착착 식재료를 쌓아 올린다. 킹의 가게 「바·일루젼」에서 일하고 있는 샐리는, 누구를 상대할 때나 하고 싶은 말을 분명히 말하는 아이였다. 물론 오너의 지인이 상대라도 그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료는 샐리가 사려는 식재의 산을 보며 지긋지긋하다는 얼굴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냥 물어보기는 하는건데, 이것도 내가 옮기는거지?」 「당연하죠! 여기까지 뭐하러 오신건데요?」 「우연히 온거라고. 겸사겸사라고 해야하나」 문하생의 지도를 아버지와 여동생에게 맡긴 료는 오랜만에 로버트와 만나기 위해서 이탈리아로 향했다. 료와 로버트는 소년 시대부터 함께 극한류 가라데를 배운 동문의 라이벌이며, 또한 친구 사이다. 서로 절차탁마한 결과 지금은 극한류의 용호--“무적의 용”료·사카자키와“최강의 호랑이”로버트·가르시아로서 그 이름과 실력은 세계에 널리 알려져있다. 그래서 료가 모처럼 찾아왔지만 마침 그 로버트는 료와 엇갈려 미국으로 가버렸기 때문에, 몇 번인가 여동생이 신세를 진 적 있는 킹에게 얼굴이라도 비출까하고 영국까지 온 것이다. 「예! 이것도 드세요!」 「……킹네 가게에서 일하더니, 너도 참 씩씩하구나……」 이미 커다란 봉투를 하나 껴안은 상태에서 같은 봉투를 하나 더 떠맡은 료는 얼빠진 얼굴을 했다. 「이럴거라면 오질 않았다고……멀리 미국에서 온 손님한테 갑자기 가게 물건을 사오라고 시키다니, 이게 정상이야?」 「료씨!」 가게를 나와도 아직 투덜투덜거리는 료에게, 다운 재킷 차림의 샐리가 당돌한 모습으로 뒤돌아 보았다. 「――미리 말해둡니다만 겸사겸사 만나러 왔다던가, 우연히 왔다던가, 부디 그런 말을 오너 앞에서 하지마세요!」 「응?」 료의 멍청한 얼굴에 샐리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유리씨도 말했었지만, 어째서 이 사람은 이렇게 둔한걸까……? 진짜로 머리속에 가라데밖에 없는 걸까?」 「뭐라고 했어?」 「……아무것도 아니에요」 샐리는 가볍게 고개를 저은 다음 다시 걷기 시작했다. 「――어쨌든, 오너가 물어보시면, 오너의 얼굴을 보고 싶어서 왔다고 말하세요! 그렇게 하면 저녁식사 정도는 맛있게 만들어 드릴테니까」 「뭐하러 그렇게 말해야 되는건데?」 「그럼, 료씨는 오너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는 거에요?」 「그런건 아니지만--이봐, 조심해」 「꺄악」 뒤에 있는 료를 돌아보는 채 걷고 있던 샐리가 앞에온 남자와 부딫혀, 웃기게 보일 정도의 포즈로 보기 좋게 굴렀다. 「아야야--」 아스팔트에 엉덩방아를 찧은 샐리는 상대를 향해 뭔가 사과를 시작했지만, 그 말은 도중에 사라졌다. 몸집이 작은 그녀 앞에 서있던 것은 신장이 2미터 이상은 됨직한 몸집이 큰 남자들이었던 것이다. 「여어」 눈 주위에 푸른 멍이 있는 남자가 빙그레 웃으며 샐리에게 말했다. 「――누군가했더니 샐리잖아」 「걸렸다……」 「왜 그래, 아는 사람이야?」 료가 태평하게 얘기하자 샐리는 당황하며 일어선 다음, 료의 등 뒤에 숨어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니에요! 전에 가게에 왔던 사람들이라구요!」 「아, 단골인가」 「단골은 무슨! 술에 취해 나랑 엘리자베스에 손대려다가 오너한테 두들겨 맞고 내쫓겨난 질 나쁜 술주정꾼이에요! 그 뒤 출입 금지를 먹고--」 샐리가 그렇게 설명하고 있는 동안에 남자들은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앞뒤를 둘러싼다. 아무래도 인사만 하고 점잖게 돌아가 줄 분위기는 아니다. 「처음 만났지만 오랜만--같은 느낌이군」 료는 3명 있는 남자들에게 시선을 재빨리 돌린 뒤 껴안고 있던 봉투를 샐리에게 건네주었다. 「하지만, 그런 사정이 있다면, 조금은 난폭하게 해도 그녀석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끝나려나……」 료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정면에 있는 남자의 앞으로 다가왔다. 「……뭐냐, 넌?」 「내 일행에게 뭔가 할 말이 있다면 내가 대신 듣지」 「엥~? 너 같은 꼬맹이새끼가 말야?」 남자는 료를 내려다보며 코웃음 쳤다. 분명 두 사람의 신장차이는 20센티미터 정도 차이났으며, 체중차이도 클 것이다. 남자들이 료를 비웃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료는 안색하나 변하지 않고, 「나는 적어도 그 멍을 만든 녀석보다 키도 크고, 체중도 무겁다고 생각하는데, 아닌가?」 「윽……!」 킹에게 때려 눕혀졌을 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는지, 남자는 반사적으로 눈매의 멍을 가리며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야, 이……!」 「그냥 커다랗기만 한 근육에 아무리 문신을 새겨도 강해지지는 않는다고? 가라데라도 배우는 게 어때?」 「이 새끼가!」 남자가 료의 머리 위에서 해머같은 주먹을 날렸다. 「아깝군. 그 정도의 체격이 있으면서 보물을 썩힐 셈인가」 체중이 실린 주먹을 가볍게 겨드랑이 쪽으로 튕겨낸 료는 재빠르게 남자의 빈 몸통에 오른손 정권을 질렀다. 「크헉……」 급소를 맞은 남자는 위를 향하며 나가 떨어진 뒤, 그대로 배를 감싸며 괴로운 듯이 신음했다. 그 때, 동료가 일격에 쓰러지는 것을 본 뒤쪽 남자들이 동시에 습격해왔다. 「꺄악!」 「다치기 싫으면 아래로 숙이고 있어!」 료는 샐리를 감싸면서 나머지의 남자들과 맞섰다. 한 쪽 남자의 큼직한 펀치를 근소한 차이의 더킹으로 피하면서, 또 다른 쪽 남자의 품으로 단번에 발을 내딛으며 그의 턱을 주먹으로 쳐 올렸다. 「끄억……」 뒤로 젖혀진 남자는 그 한방만으로 가벼운 뇌진탕에서도 일으킨듯이 눈의 초점을 잃고 그대로 쓰러졌다. 「――계속 할거냐?」 「으……!」 마지막에 남은 남자는 길바닥에 쓰러진 동료들과 숨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료를 본 뒤,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가자, 샐리」 「아, 네」 료는 가죽 점퍼를 벗고 어깨에 걸치며 망연자실한 샐리를 데리고 걷기 시작했다. 「사우스 타운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런던에서도 이런 일이 생기는군」 료는 시원한듯한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도어 벨 소리에 얼굴을 든 킹은, 료와 샐리를 보고 빙긋 웃었다. 「어서 와. 일부러 부탁했더니 좀 미안한데」 「아니, 덕분에 좋은 트레이닝이 됐어」 「트레이닝?」 「그그, 그래요 오너! 실은--」 료는 조금 전 사건을 흥분하며 보고하려는 샐리를 막은 뒤 카운터 위에 봉투를 내려놓다가, 킹이 펼쳐놓은 신문을 들여다 보았다. 「뭔가 재미있는 뉴스라도 있었어?」 「있었어. ――로버트가 테러리스트에 유괴될뻔 했다는데」 「뭐라고!?」 「물론 미수로 끝났지만」 킹은 료 앞에 신문을 내민 뒤, 사온 것들을 냉장고 안으로 집어넣었다. 「과연 로버트라고 해야 하나…… 뭐, 로버트의 실력이라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집안의 사업을 돕느라 트레이닝을 소홀히 하는 건 아닌가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필요없는 걱정인 모양이네」 「…………」 말없이 가만히 기사를 읽던 료는 갑자기 신문을 내던지면서 스툴에 걸쳐 둔 가죽 점퍼를 손에 들었다. 「여기서 한가하게 이러고 있을 순 없겠어…… 잘 있어, 킹!」 일방적으로 그렇게 말한 뒤, 료는 가게를 뛰쳐나갔다. 「어머?」 놀라는 샐리와는 대조적으로, 킹은 쓴웃음을 지으며 이미 닫힌 도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지금 어디 가는거에요, 료씨는?」 「미국이라고 생각하는데」 「어째서요!?」 「친구의 무용담을 듣고 피가 끓어올랐겠지, 아마도」 「'아마도'라니……, 오너는 이래도 괜찮으세요?」 「괜찮고 말고 할 것도 없지, 료는 저런 사람이니까」 킹은 어깨를 으쓱한 뒤 와인 글래스를 닦기 시작했다. 「료만 이런게 아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린 모두 그런 사람들이니까.……너희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
17.2. 승리 대사
애쉬 | 여어, 눈치챘나. 정신을 잃은 사이에 자라나 있던 손톱을 다 깎아놨다구! |
듀오론 | 요기를 담은 권인가...... 하지만, 극한류에겐 통하지 않았던 것 같군! |
쉔 우 | 꽤 하는군! 좋아! 극한류 상하이 지부 설립이다! |
쿄 | 뜨겁지 않다고 생각해라! 그러면 뜨겁지 않다!......앗뜨뜨 |
베니마루 | 아야야...... 잘 생각해보니, 전기 관련은 힘들단 말야, 옛날부터 |
다이몬 | 역시나 전 메달리스트, 종이 한장 차이의 승리였어! |
이오리 | 뭘 화나 있는거야 야가미, 수행으로 그걸 승화해 봐라! |
아테나 | 내년부터는 "초능력+극한류"로 싸워보는 건 어때? |
켄수 | 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아! 앞으로도 정진하란 거지! |
친 | 우리 아버지도 앞으로 30년은 현역!.....같은 일은 없겠지, 설마? |
테리 | 좋은 싸움이었어! 이기든 지든 상관없게 되는군! |
앤디, 랄프, 클락 | 오스(押忍)! |
죠 | 무에타이는 알고 있다 생각했다만 역시나 챔피언, 위험할 뻔 했군 |
김갑환 | 한국의 정점으론 만족하지 못하나? 내 목표는 세계, 아니 극한의 강함이다! |
라이덴 | 이것이, 극한류다! |
료 | 꽤 재능이 있군! 정식으로 입문해서 수행해 보지 않겠나? |
로버트 | 이것이, 극한류다!......는, 알고 있겠군 |
레오나 | 유리, 치료좀 해줘.....좀 지나쳤어 |
엘리자베트 | 극한보다도 더 앞을 향해! 그것이 극한류다! |
매튜어 | 극한류는 모든 사람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있지, 여자와 아이도 대환영이다! |
18. 로버트 가르시아
18.1. 캐릭터 프로필
최강의 호랑이 - 로버트 가르시아 「로버트님은 지금 외출중이십니다만…」 「외출중?」 최근 채용된지 얼마 안된 비서의 말에, 카만·콜은 선글래스 속의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런 일정은 없는 걸로 아는데?」 수상함을 느낀 카만의 물음에 아직 젊은 비서는 웃는 얼굴로 응했다. 「로버트님 혼자서 기분 전환삼아 옥상에서 시가를 피우시겠다면서.10분 후에는 돌아오실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을 물은 카만의 어깨에서 갑자기 힘이 빠졌다. 「그런가」 넥타이를 조금 느슨하게 맨 카만은 발길을 돌려 엘리베이터 홀로 향했다. 배기가스 냄새가 나는듯한 빌딩 바람을 맞으며, 로버트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가르시아 재벌이 소유한 이 빌딩은, 회색 마천루가 무수히 하늘을 향해 솟은 이 거대한 비즈니스 거리 안에서도 열손가락에 들어오는 높이를 자랑하고 있다.북미 대륙에 있는 가르시아가의 “성”――로버트는 지금 비즈니스의 중추역할을 하는 거점에서 아버지 알버트의 명의로 머무르고 있었다. 「로버트」 헬리포트 한가운데에서 홀로 서있던 로버트는 카만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 보았다. 「뭐꼬, 카만이고?」 「마음대로 회장실을 나와서 돌아다니지 말라고」 가르시아 그룹에서 로버트에게 이렇게까지 무례한 어투로 말을 건네는 사람은 회장인 알버트를 제외하면 카만 밖에 없었다. 이런 일이 허락된 것은, 어릴 적부터 로버트의 보디가드로서 교육담당 역할도 맡았던 카만이 로버트에게 있어서 나이 많은 형과 같은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카만은 양복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며 탄식 했다. 「이번 파티에서는 연설을 할 예정이었지. 원고는 머리속에 잘 집어넣었나? 미국 정재계의 큰손들 앞에서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진 않을테지?」 「카만, 보디가드 말고 내 비서노릇까지 하는기고?」 「어설픈 사람 가지고 너가 제멋대로 구는 걸 막기는 틀렸으니까 말이지.……특히 이번 비서인 미스·죠르쥬는 저기서 비서 폼잡게 세워놓기엔 좋지만, 아무래도 상사가 하는 일을 처리하기에는 부족해보여」 「상사? 내를 말하는기고?」 「너 말고 누가 있겠어? 난 시가는 쳐다도 안보는 네가 그런 변명까지 하고 옥상으로 도망쳐 온 이유를 듣고 싶다고」 「도망 칬다라…… 갸, 노골적이다 안카나」 카만은 로버트의 표정과 어조에서 뭔가를 헤아린 듯, 담배 연기를 하늘로 뿜어내며 히죽 웃었다. 「……그러니까, 켐브리지를 나온 인재인 미스·죠르쥬가 실은 신데렐라의 꿈을 노리는 여자였다, 이런 이야기인가?」 「그라체. 느낀적은 있당께……내를 쭈욱 보면서 눈으로 하트 마크를 쏘고 있지 안나. 그기에 지 입으로 꼬실 생각은 안하믄서 안 좋은 꾀나 부리고 있꼬……그러고보니 말인디, 갸는 무슨 낌새만 계속 내보이믄서 내가 같이 밥먹자고 안카나 기다리고 있기만 한단 말이제」 「네가 여성에게 인기있는 것은 알겠다.……하지만, 그런건 보안부로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라고」 카만은 남 일처럼 중얼거렸다. 「그래서 일을 소홀히 한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그녀의 실무 능력 매우 우수하니까. 업무중에 너한테 윙크 했다고 잘라버렸다가 잘못되면 성희롱이라고 소란피우면서 소송으로 넘어가니까」 「그래서 내도 곤란하당께. 마, 카만, 어떻게 못해주겠나?」 「우선, 너가 항상 의연한 자세로만 있으면 별 일은 없겠지. 인사부에는 내가 살짝 말해두긴 하겠지만」 「진짜로 부탁한당께……내는 일편단심 유리양이니께……」 로버트는 이마에 손을 대며 다시 한 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튿날 아침이지만 아직 거리가 어둠에 싸여있을 때, 로버트는 트레이닝 웨어를 입고 로드워크를 나왔다. 「――그래도 니도 꽤 하는구마잉. 대단한 호기심이여」 「아니요, 저도 몸을 움직이는 것은 좋아하니까요」 「그렇긴 해도, 내가 하는건 미용이나 건강법이랑은 거리가 멀당께?」 「알고 있습니다」 죠르쥬는 자신잇게 말하는 만큼만큼 달리는 일에 꽤 익숙한 듯, 로버트에 뒤쳐지는 일 없이 따라 온다. 피트니스 클럽에서 몸을 단련한다는 미스·죠르쥬가 로버트가 매일 아침마다 하는 로드워크에 대해 물어본것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열심히 추파를 보내도 전혀 반응이 없는 로버트의 태도에 슬슬 초조해진건지도 모른다. 내일 아침 스케쥴에 들어있는 로드워크를 함께 하고 싶다고 미스·죠르쥬가 부탁했을 때, 로버트는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로버트 나름대로 생각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에이다. 로버트는 뒤로 묶은 긴 흑발을 날리며 아직 아침이 완전히 밝아오지 않은 거리를 경쾌하게 달려간다. 아직 스타트하고 나서 5킬로미터도 달리지 않았다. 하지만 미스·죠르쥬에게 있어서는, 「 아직」이 아니라 「벌써」5킬로미터 였다. 조금 괴로운 듯 미스·죠르쥬가 물었다. 「……매일마다 어느 정도의 거리를 뛰시는 거죠?」 「정확한 거리는 모르지만서도, 대력 항상 맨션에서 직장까진디」 「네!? 10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습니다만--」 「그 정도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 안카나? 내 친구는 이정도는 그냥 달리니께. 내도 질수는 없제」 당연한 듯이 대답한 로버트의 호흡은 아직 충분히 안정되어 있었다. 원래 로버트와 미스·죠르쥬는 몸을 단련하는 의미가 전혀 다르다. 미스·쥬르즈는 미용이나 건강을 위해서 몸을 움직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로버트는 어디까지나 격투가로서의 단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른바 천재라서 뭐든지 실수 없이 해내는 로버트였지만, 가라테에 대한 자세는 의외로 고지식했다. 그것은 “무적의 용” 료·사카자키라는 최대의 라이벌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더 이상 못하겠다면, 어디서 택시나 잡아서 먼저 회사로 가랑께」 콧노래를 부르고 싶어지는 기분을 필사적으로 억누른 로버트는 조금 페이스를 올렸다. 로버트로서는 이 일로 미스·죠르쥬가 지긋지긋해하며 자신과 개인적으로 사귀려는 생각을 포기해 준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기보다, 그것 때문에 로드워크에 동행하는 것을 OK 했던 것이다. 「유리양이라믄, 이 정도로 볼멘 소리는 안한당께」 무심코 일본어로 그렇게 중얼거린 직후, 로버트는 갑자기 멈춰 섰다. 그 눈앞에, 검은 칠의 큰 밴이 달려온다. 「!」 밴의 문이 열리며 안에서 손에 총을 든 검은 옷의 남자들이 튀어 나오는 것을 본 순간, 로버트는 등 뒤에 있는 미스·죠르쥬에게 외쳤다. 「거기에 엎드리랑께! 다치니께!」 「꺄악!?」 미인 비서가 숨도 제대로 못쉬며 비명을 지르는 소리와 위협을 위한 발포음이 햇살이 비치기 시작하는 길거리에서 교차한다. 로버트는 총을 가진 상대의 품으로 두려워하지 않고 파고들면서 그 목덜미에 채찍같은 발차기를 날렸다. 검은 마스크 안에서 흐린 신음을 흘린 남자가 그대로 쓰러진다. 「――어디의 누군지는 모르겠지만서도, 이 로버트·가르시아님을 얕보면 다친당께!」 로버트는 다리에 전해진 기분 좋은 충격을 느끼며 기쁜듯이 외쳤다. 의사들과 엇갈리며 병실로 들어 온 카만이 침대에 앉은 로버트에게 갈아 입을 옷가지를 내밀었다. 「운이 좋군, 로버트. 총으로 무장한 테러리스트에 습격당했는데도 받은 상처는 어깻죽지와 오른쪽 다리에 말 그대로 긁힌상처뿐인가」 「운이 아이고, 실력이다 안카나」 로버트는 붕대가 감겨진 어깨의 상태를 확인하도듯이 천천히 크게 오른 팔을 돌리고 나서 이탈리아제 셔츠에 팔을 집어넣었다. 「어쨌든, 회장 대리님이 노상에서 난투극을 벌이셨으니 보안부의 면목이 있을리가 없지. 나도 알버트님께 꾸중을 들었다고」 「어쩔 수 없었당께, 만약 그때 내가 유괴되면 더 큰일이 나지 않았겠나?」 「그랬겠지」 창가에 선 카만은 커튼을 살짝 열어 바깥 상황을 엿보았다. 가르시아 재벌의 후계자가 유괴될 뻔 했다는 뉴스는 벌써 매스컴을 통해서 온 세상에 발신되고 있었지만, 병원의 정문 현관 앞에는 직접 본인에게 코멘트를 듣기위해 다수의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카만은 일에 열심인 매스컴을 냉정하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직 조사중이지만, 테러리스트의 목적은 순수하게 몸값으로, 특별히 정치에 관련된 일은 아닌것 같다. 너를 유괴하면 몸값을 몇억 달러쯤 받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최강의 호랑이”라는 너의 닉네임을 얕잡아 본 것 같아. 전원 두들겨 팬 다음에 경찰 병원으로 보내버리다니……」 「그건 기랗고 카만, 미스·죠르쥬는 뭐라꼬 하드나?」 트레이닝 복 차림에서 말끔한 양복차림으로 갈아 입은 로버트는 목소리를 조금 낮추어 카만에게 물었다. 「이번 사건에서 유일하게 너에게 희소식일지도 모르지. ――바로 조금 전에 그녀가 인사부에 이동원을 제출했어. 네 옆에 있는 비서라면 언제 또 이런 트러블에 말려 들어갈지 모르니까, 어떻게든 다른 임원에게 보내달라는 것 같다」 「그거 마……」 잠깐 어안이 벙벙했던 로버트는, 이윽고 소리높여 웃기 시작했다. 「마, 좋체, 결과 올 롸잇이구마잉」 「그렇게 태평하게 웃을 수 있다면 곧장 회사로 가서 일이나 하시지. 옥상에 헬기를 띄울 준비가 됐다.」 「오옷, 솜씨 좋구마잉 카만! 진짜로 비서 같당께」 「후임 비서가 올 때까지만이다. ……너를 돌보는 건 정말로 지친다니까」 카만은 무뚝뚝한 얼굴로 대답하며, 양복 주머니에서 연설 원고를 꺼내 로버트에게 내밀었다. |
18.2. 승리 대사
애쉬 | 워뗘! 내가 극한류, 최강의 호랑이데이! |
듀오론 | 그렇게 시퍼런 얼굴 안혀도...내한테 진게 쇼크가? |
쉔 우 | 내가 극한류 최강의 호랑이, 로버트 가르시아데이! 어떻노! |
쿄 | 쬐까 너무했는갑다. 내 고급차로 병원까지 보내주꾸마 |
베니마루 | 어떻노! |
다이몬 | 아~힘들데이 체중차가 얼만큼 나는기고 |
이오리 | 너무 얕봤데이...이짜슥, 불 안나오는기 더... |
아테나 | 아테나쨩, 정신 차리라!(...너무 안 봐준거 같구마) |
켄수 | 전부터 생각했왔던 기긴 한데 말이제, 형씨, 꽤나 사투리 쓰는구마! |
친 | 할배가 상대마, 역으로 이쪽이 신경 쓰인다 아이가, 참말로. |
테리 | 좋은 느낌이데이! 최강의 호랑이, 완전 부활이구마! |
앤디 | 어찌 된 기고? 실력이 떨어진거 아이가? |
죠 | ...아무래도 좋구만은, 태풍을 부르기 전에 구급차를 부르는기 더 나을거 같고마? |
김갑환 | 아야야...승리 하나 챙길라꼬 고생한데이 |
라이덴 | 내, 다음에 만나면, 시드니까지 차날리 주꾸마! |
료 | 역시나구마! 그라도 이걸로 대전 성적은 이븐이데이! |
로버트 | 안심하그라! 유리쨩은 내가 행복하게 해주꾸마! |
랄프 | 도중에 숨이찼나 보구마. 이제 괴로워 말그라, 아재! |
클락 | 마, 대충 요정도 아이긋나! |
레오나 | 가스나를 때리갖곤 승리 포즈도 못하긋다 아이가... |
엘리자베트 | 어떻노! 천재인 내한티는 블랭크같은거 관계 없데이! |
매튜어 | 여자가 상대라도 안봐준데이! 그게 극한류인기라! |
19. 랄프 존스
19.1. 캐릭터 프로필
전장의 터프가이 - 랄프 존스 한밤중의 밀림을 격렬한 불길이 붉게 비추고 있다. 수백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그것을 응시하고 있던 랄프는 자신의 몸이 아무 이상 없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한 다음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대령님, 무사하십니까?」 어중간하게 펼쳐진 낙하산 팩을 벗고 있으니, 곧 근처에서 전우의 소리죽인 목소리가 들렸다. 「아아, 문제없어. 그쪽은 어때, 클락?」 「여기저기 상처 투성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우리 둘다 악운 하나만큼은 끝내주는 모양이구만」 무수한 아수라장을 함께 빠져 나온 전우와 합류한 랄프는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지었다. 「그렇다 쳐도……아무리 저공 비행을 하고 있었다고 해도 불의의 습격에 한방 맞고 떨어질거라고는 생각 못했다고. 탈출한건 나랑 너 뿐이냐?」 「다른 일행은 유감스럽지만 전멸 했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랄프와 클락이 인솔하는 특수부대는, 마약의 밀매를 자금원으로 하는 테러리스트 그룹의 본거지를 급습할 수 있도록 콜롬비아의 밀림 지대를 헬기로 이동중이었다. 그러다가 지상에서 갑자기 대공 미사일 세례를 받은 것이다. 「매복……입니까」 머리카락을 정돈하고 모자를 눌러쓴 클락이 중얼거린다. 「그렇겠지.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이쪽 작전이 어디서 들켰다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잖아.……이래서야 양귀비 농장 쪽으로 향한 레오나 일행도 고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구만」 「그렇다면 원군은 기대할 수 없지 말입니다. 그 뿐 아니라, 이 추락현장에 적이 확인하러 당장이라도 올지도 모릅니다.」 「딱 좋잖아. 선제 펀치를 날린 답례를 해 주자구」 랄프는 두꺼운 가죽 장갑을 낀 주먹을 꽉 쥐며 겁없이 웃었다. 이 밀림은, 말하자면 적의 홈 그라운드다. 그러나, 랄프와 클락에게 있어서 그것은 이렇다할 문제는 되지 않았다. 정밀한 위성 사진에 의해서 사전에 해당 지역의 상세한 정보를 입수한 것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랄프 일행이 지닌 자질 때문이다. 더 단순히 표현한다면-그들의 말을 빌리자면-경험이 다르다, 라는 게 될 것이다. 헬기에서 탈출할 때 들고 나온 무기는 어설트 라이플과 가버먼트(권총의 종류) 각각 1정, 나머지는 아미 나이프 정도였지만, 비록 비무장이었다 해도 랄프들이 당황하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임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더 열악한 조건의 전장을 문자 그대로 맨주먹으로 빠져 나온 것 도 있으니까. 침입자를 수색하기 위해 적은 2, 3명씩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 같았다. 총 얼마만큼의 적이 이 밀림안을 배회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랄프와 클락에게 있어서는 소수로 분산해 행동하는 편이 적당하다. 「각개 격파는 전술의 기본, 이란거지……」 그 체격에는 어울리지 않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키 큰 나무 위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랄프는, 나이프를 입에 물고 씨익 웃음지었다. 랄프의 바로 밑에서는 3명의 남자가 나무들의 가지나 잎을 헤치면서 걸어간다. 가는 라이트 빛을 근처에 비추며 주위를 경계하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자신들의 바로 위에 있는 랄프의 존재는 눈치채지 못했다. 3명을 그대로 지나보낸 랄프는 소리도 없이 나무 위로부터 뛰어 내리며 가장 뒤에 있던 남자의 등 뒤에에 착지했다. 「?」 나무 밑의 잡초를 밟아서 난 소리를 눈치챈 남자가 뒤돌아 보려고 했을 때에는, 벌써 그 목은 랄프의 굵은 팔에 의해 이상한 각도로 꺾여져 있었다. 시간을 두지 않고, 랄프는 다음 남자에게 등을 향해 달려들며 그 입을 막는 것과 동시에 목덜미에 나이프를 그었다. 「커헉--」 흐려진 단말마의 신음이, 선혈이 분출하는 소리에 싹 지워진다. 「왜 그래!?」 결국 세번째 남자는 랄프가 다음 행동을 일으키기 전에 먼저 동료들의 이변을 눈치챘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방금 전 두 사람과 같았다. 「주변에 실례잖아. 밤에는 조용히 하라고」 농담을 하면서, 랄프는 단번에 남자와의 거리를 좁혔다.상대가 트리거를 당기는 것보다 빠르게 그 총신을 잡아 하늘로 향하게 하며 피와 지방 투성이가 된 나이프를 심장의 근처에 찌른다. 「끄억……」 남자는 밤하늘을 향해 3초 정도 헛된 총알을 쏘고 나서 그 자리에 쓰러졌다. 「자, 그러면……」 움직이지 못하게 된 남자들로부터 쓸만한 무기를 얻은 랄프는 와이어와 수류탄으로 즉석 트랩을 만든 뒤 서둘러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지금의 총성을 우연히 듣고 다른 무리가 곧 올 것이다. 트랩에 잘 걸려들어서 성대한 불꽃놀이를 만들어준다면 랄프도 보다 움직이기 쉬워진다. 「클락 녀석이 앞질러버리면, 꽤 오랫동안 잘난척 할테니까 말이지」 랄프는 개별행동을 취하고 있는 전우의 무사를 빌면서 밀림 속을 앞질러갔다. 그 등 뒤에서 수류탄의 화려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그 마을은 상공에서 발견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지, 마치 밀림의 초록에 녹아든 것처럼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햇빛이 내리쬐는 때 이 광경을 본 사람은, 여기가 근대화에서 벗어난 촌티나는 마을이라고 착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는 그러한 온화한 모습과는 거리가 먼, 위험한 남자들이 숨어 사는 밀림 안이었다. 자가발전장치 덕분에 생긴 조명과 밝은 등불 옆에 선 것은 검은 윤기가 도는 라이플이나 머신건으로 무장한 마약 밀매조직의 멤버들이며, 동시에 이 나라에 숨어있는 테러리스트들이기도 했다. 「……그다지 수가 많지는 않은 모양이군」 랄프는 지면에 몸을 숙여 방금전부터 한밤중의 마을 상황을 엿보고 있었다. 첩보부의 조사에서는 여기에는 항상 100명 정도의 멤버가 교대로 움직인다고 했지만, 파수를 서고있는 남자들의 수를 보니 적어도 지금은 그 절반도 없는 것 같았다.아마 랄프들을 찾기 위해서 대부분의 멤버가 이곳을 떠나 밀림안에 흩어져 있을 것이다. 귀를 기울여보면, 지금도 어딘가 먼 곳에서 계속 격렬한 총성이나 폭발소리가 들려 온다. 그 모든 것이 클락 한명과 싸우는 중이라고는 생각하긴 어려우니, 이 어둠 속에서 의심에 사로잡힌 아군끼리 총격전을 하고 있는 적들이 있는 모양이다. 「……뭐, 열심히 날뛰어달라고」 정글 특유의 찌는 듯이 더운 밤공기 녹아든 랄프는, 바로 옆에 있던 오두막에 매달렸다. 크게 심호흡 하고 오두막 그늘에서 몸을 내밀며 라이플을 겨눈다. 우선 노려야 하는 것은 여기저기에 설치된 조명과 등불, 그리고 감시하는 남자들이었다. 「……난 말이지, 이런거엔 서툴단 말야」 랄프가 신중하게 겨누면서 자신에게 안맞는 역할에 대해 불평을 흘렸을 때, 랄프가 저격 하려던 남자의 머리 부분이, 그 배후의 서치라이트와 함께 날아가버렸다. 「! 클락인가!」 어두운 밤 속의 밀림을 빠져 나와 여기까지 가까스로 도착한 전우가 어디에선가 적을 저격하기 시작했던 것이라고 생각한 랄프는, 그대로 라이플을 내던지며 달리기 시작했다. 차례차례 라이트가 파괴되고 등불이 붕괴되며 밝았던 광장은 어둠에 물들어간다. 그와 동시에, 근처 남자들의 고함이나 비명, 총성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전신이 갑옷같은 근육으로 덮여 있었지만, 랄프는 결코 둔한 남자가 아니다. 랄프는 드리운 그림자와 총성을 틈타 단번에 광장을 가로지르면서, 랄프는 정면에 있는 제일 큰 건물로 뛰어들었다. 「!?」 야전 사령실을 생각하게 하는 큰 방안에는 미채복을 껴입은 몇명의 남자들이 있었다. 그 중 몇명은 랄프도 사진으로 그 얼굴을 본 기억이 있다. 가장 안쪽--의자에 기대앉은 조금 살찐 남자가 랄프들의 메인 타겟이기도 한 테러 조직의 보스였다. 「단념하라고, 이놈들아!」 랄프는 눈앞의 테이블을 차 그것을 엄폐물로 삼으며 적의 총격을 피한 뒤 슬라이드 커버가 돌아오지 않을 때까지 가버먼트를 마구 쐈다. 잔탄수는 생각하지 않는다. 비록 총알이 다 떨어졌다고 해도, 랄프에게는 그 근처의 권총들 보다 더욱 의지할 수 있는 “총알”이 있다. 랄프는 곧바로 탄창이 비운 가버먼트를 던져 버린 뒤 주먹을 꽉 쥐었다. 「정부가 기르는 개새끼 주제에--!」 얼굴에 초조한 기색을 띄운 보스가 랄프를 향해 총을 연달아 쏴댄다. 하지만 랄프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는다. 노출된 어깨나 뺨을 탄환이 스치고 있었지만, 아픔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쳐날려주마!」 「끄아……악!」 랄프의 혼신의 일격을 안면에 먹은 남자는 부러진 이빨과 선혈을 흩뿌리며 벽까지 날아간 뒤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반응을 보면 턱만이 아니라 목뼈까지 부서졌을지도 모른다. 「이런이런……」 랄프는 펄럭펄럭 손을 흔들며 한숨을 쉬었다. 그 직후, 랄프의 배후에서 총성이 울려 퍼졌다. 「!」 널려 있던 총을 들며 반사적으로 뒤돌아 본 랄프는, 라이플을 손에 든 채로 쓰러지는 남자와 그 너머에서 선글라스를 밀어 올리고 있는 전우를 보았다. 「너무 빠지셨지 말입니다, 대령님」 「니가 활약할 판을 다 없애버려서 말이지」 「그거야 어찌됐든--엇차!」 목을 움츠린 클락은 그대로 뒤돌아보며 라이플을 난사했다. 「대령님! 아직 뒤처리가 남았지 말입니다!」 「알고 있다고!」 양손에 어설트 라이플을 1정씩 든 랄프는 격렬한 총격전 속으로 뛰쳐나갔다. 결국 랄프·존스는 대령님이라고 불리는 입장이 되어도, 이런 위험하고 촌스러운 전장이 어울리는 남자인 것이었다. |
19.2. 승리 대사
애쉬 | 후우, 숨이 차는군...중년을 곤란하게 만들면 안되지, 꼬맹이! |
듀오론 | 네놈, 장례식 갔다 돌아가는 길이냐? 매번 그렇지만 짜증나는 놈이야! |
쉔 우 | 상하이의 미친 개는 뒤처리도 힘들구만... |
쿄 | 격투놀이 종료. 어이, 안 죽었으면 반응 좀 해봐. |
베니마루 | 그만큼 얼굴에 흉터를 만들어야, 한달간은 못난이의 기분을 맛볼수 있지! |
다이몬 | 아~아, 이래서 처자가 있는건 싫단 말야. 여자랑 애를 울리는건 취미가 아니라구. |
이오리 | 대충 이정도지! 좋은 기회니까, 당분간 반성해라! |
아테나 | 미안하군 아가씨, 아저씨한텐 이게 일이야 |
켄수 | 패자의 변명도 나오지 않냐?...조금 너무 했나 보군 |
친 | 경험만으로 이길수 있으면, 아무도 고생같은 건 안 한다구! |
테리 | 위에는 위가 있다는 거다! 세계는 아직 넓다구, 굶주린 늑대 군! |
앤디 | 다음엔 용서 없어, 골법가씨! |
죠 | 어떠냐, 네이팜 같은 주먹 맛은? 위생병이라도 불러 줄까? |
김갑환 | 너무 팔팔한 아빠를 두면, 애들은 장래가 힘들다구? |
라이덴 | 자, 여기에 사인해줘!...어이, 졸지 말고 쓰라고 |
료 | 조식(粗食)만 먹는거 치곤 스태미너가 있잖아. 어떻게 한 거냐? |
로버트 | 알겠냐 임마! 이게 군인의 진심이란 거다! |
랄프 | 스파이라니 오싹하구만. 다음엔 용서 안할테니까, 가짜씨! |
클락 | 가끔은 괜찮겠지, 격투 놀이도 말야! |
레오나 | 어떻게 된거야 공주님. 몸이 안 좋냐? |
엘리자베트 | 이런 이런...귀족님의 술주정도 곤란하단 말야 |
매튜어 | 얼굴은 안 때렸으니까, 감사히 여겼으면 좋겠군! |
20. 클락 스틸
20.1. 캐릭터 프로필
터프 & 쿨 - 클락 스틸 랄프·존스가 방금 전부터 전신 거울을 앞에 두고 뭔가 하고 있다. 클락·스틸은 오늘 아침 신문을 대충 훑어보면서 선글라스 너머로 전우의 뒷모습을 힐끔힐끔 보고 있었다. 언제나 커다란 스카프를 간단히 둘러서 정리하는 흑발이었지만, 오늘은 포마드로 쓸어올리면서, 랄프는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꽤 기분좋은 모습이었다. 클락은 신문의 페이지를 넘기며 말했다. 「――대령님, 옷만 갈아입으실 거면 대령님 방에서 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사소한데 태클 걸지 말라고」 머리카락을 빗질 한 뒤 다양한 각도로 확인하고 있던 랄프는, 거울에 비친 클락을 바라보며 입술을 비쭉였다. 「――클락, 그렇지 않으면 그거냐? 나만 눈에 띄는 역이니까 심통이라도 난거야?」 「아니오, 적재적소라고 생각합니다. 전 사람에게 주목받으면 긴장하는 타입에 가까우니 말입니다.」 클락은 신문을 접고 식은 커피를 홀짝거렸다. 눈앞의 화이트보드에 콜롬비아 정부의 요인과 함께 만면에 미소를 띄운 랄프의 사진이 붙어 있다. 1주일 쯤 전에 콜롬비아 신문에 게재된 기사의 샘플이었다. 랄프는 지난번 작전 직후, 마약 조직 괴멸에 큰 공을 세운 영웅으로서 콜롬비아 정부로부터 훈장이 수여되었다. 스페인어로 쓰인 기사는 그 때 실린 것이다. 덧붙여서, 클락에게도 같은 훈장을 수여한다는 타진이 있었지만, 클락은 그것을 사양했다 .사람들로부터 주목받는 화려한 무대에 약한 것은 사실이었고, 그것 말고도 여러 가지 생각할 만한 일이 있기 때문에 매스컴을 상대하며 웃는 역할은 랄프 한 명에게 맡겼던 것이었다. 「――이봐, 이렇게 하면 됐나?」 랄프가 커머벨트를 감은 배를 탁 두드리며 뒤돌아보았다. 「뭐, 괜찮지 않습니까?」 언제나 미채복이나 카고팬츠, 그게 아니면 완전무장한 보디아머를 껴입고 전장으로 향하는 일이 많은 랄프지만, 가슴도 두텁고 신장도 있기 위해 이렇게 턱시도를 입어도 멋진 폼이 나온다. 여기에 입만 다물고 있으면 좀 더 여성에게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다--천하의 클락이라도 그런 말을 입에 담을 수는 없었지만. 「대령님, 공교롭게도 전 동행할 수 없습니다만, 본래의 목적을 잊으시면 안되지 말입니다?」 「알고 있다고. 넌 변함없이 사소한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니까」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 건지 말입니다……」 호방뇌락한 랄프에 비해 클락은 항상 냉정침착, 어떤 때라도 명철한 사고를 할 수 있다. 그런 클락이 랄프와 팀을 짜면 어떻게 되든 랄프의 보충역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이치였다. 그가 좋아서 잔걱정이 많은 성격이 된 것이 아니라, 랄프의 파트너로 있었기 때문에 자연히 그렇게 되어 버렸을 뿐이다. 「……대령님」 그 때, 브리핑 룸에 레오나와 윕이 들어 왔다. 윕는 평상시와 같은 차림새였지만, 레오나는 슈트에 베레모까지 착용한 예복차림이다. 「마중 나왔습니다」 「수고가 많구만, 레오나군!」 랄프는 예의 바르게 경례 하는 레오나의 어깨를 펑펑 두드리며 호쾌하게 웃었다. 「레오나, 너도 알겠지만 대령님은 움직이는 니트로글리세린 같은 존재니까. 운반에 충분히 주의하도록」 「라져」 클락의 농담에 진지하게 반응한 레오나는 우향우로 몸을 돌렸다. 「――그럼 뭐, 우린 사령관께 인사하러 가지. 클락이랑 채찍양, 뒷일을 부탁한다고」 「…………」 채찍양이라고 불린 윕은 랄프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신문을 손에 들고 있다. 클락은 쓴웃음 지으며 랄프를 배웅한 뒤, 크게 한숨을 쉬었다. 「콜롬비아 대사가 주최하는 만찬회입니까」 기사를 읽으면서, 윕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랄프가 평소와는 전혀 다른 옷을 입고 나간 것은, 이 나라에 주재하는 콜롬비아 대사가 작전 성공의 주인공인 랄프를 만찬회에 초대했기 때문이다. 「격식있는 파티에 출석한다면 대령님보다 중위님 쪽이 적임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러니까 말했잖아? 나는 그런 장소는 서투르다고」 「그렇습니다만--」 「게다가 윕. 우리 임무는 파티장에서 각국의 고관이나 매스컴을 앞에서 가식적으로 웃는 게 아니야. 우리들에게는 더 중요한 임무가 있다. ……알고 있지?」 「네」 「그럼 이쪽도 행동개시다. 가지」 선글라스를 다시 쓴 클락은 애용하는 모자를 들고 일어섰다. 「전체 길이 798미터, 수면으로부터의 높이 52미터--이 다리 위에서 앞뒤로 포위당하면 도망갈 길이 없겠는데」 「중위님」 소형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던 클락에게 윕에 살그머니 속삭였다. 「움직이기 시작했나?」 「네. 대령님 일행의 리무진 앞을 달리던 밴이 다리 근처에서 급격하게 스피드를 떨어뜨리기 시작했습니다. 반대로, 뒤에서 따라붙는 험머는 스피드를 올리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몇 대, 타고 있는 인원수도 예정대로입니다」 「OK, 전원 무대에 올랐군. ……작전 개시다」 클락은 어설트 라이플과 보디 아머로 무장한 부하들에게 지령을 내린 뒤, 스스로 앞장서서 점검용 사다리에 손을 올렸다. 클락 부대가 대기하고 있던 곳은 상하 2층 구조가 되어 있는 다리 중 보행자를 위한 아래층 부분이다. 자동차 전용의 윗 층 부분으로 클락 부대가 이동한 것은, 정확히 첫발 째 총성이 울렸을 때였다. 기둥 내부 배전실에서 뛰쳐나온 클락의 전방, 그저 10미터 정도 떨어진 위치에 몇 대의 자동차가 멈춰 있었다. 랄프와 레오나가 타고 있어야 할 리무진을 앞뒤로, 새까만 대형 밴과 튼튼한 험머 한 대. 그 외에도 몇 대 정도 대형차가 멈춰서 모두 리무진을 둘러싸듯이 폭이 넓은 편도 3차선 도로를 막고 있다. 그리고, 그런 자동차에서 내린 남자들이 리무진을 향해 머신건을 난사하고 있었다. 「항복 권고 후에도 반항하는 놈들이 있다면 사살도 허가한다! 한명도 놓치지 마라!」 그렇게 지시하면서, 클락은 라이플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부상당한 사람, 항복한 사람, 사살된 사람--. 결말은 그렇게 나고, 한편의 배우들이 퇴장해서 나간다. 총신에서 열을 뿜는 라이플을 어깨에 걸친 클락과 윕은 험머의 보닛에 걸터앉은 랄프에게 다가갔다. 「무사하십니까, 대령님」 「척 보면 모르겠냐?」 쓴웃음 지으며 대답한 랄프는 출발 전에 멋부린 모양새는 어디 갔는지 머리카락은 크게 흐트러지고, 입고 있던 턱시도도 여기저기 타거나 닳고 찢어지는 등 마치 전장을 방금 가로질러온 것 같은 상태였다. 근처에 말없이 서있던 레오나도, 눈 뜨고 볼 수 없는 모습이라는 의미로 따져보면 비슷한 상태였다. 랄프는 불길을 진화해서 지금은 검은 연기만 내뿜는 리무진을 가리키며 입술을 비쭉였다. 「――어디사는 어떤 놈이 서브 머신건의 총알 정도라면 못 뚫는다고 했었냐? 하마터면 철제 관 속에서 산 채로 화장될 뻔 했잖아. 그 리무진 조달해 온 녀석 좀 여기로 끌고 와라」 「그 전에 탈출했으니 됐지 않습니까」 「그래요. ――게다가, 지금 쪽이 대령님다워서 멋있고요」 「속이 빤히 보이는 말좀 하지마라, 채찍양」 이라며 윕을 흘겨본 랄프는, 베이 에리어 저 쪽으로 비치는 야경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한숨을 쉬었다. 「……지금쯤이면 모 교관님은 맛난 술이나 들고 계시겠구만」 「투덜대시면 안 됩니다. 이것도 임무지 말입니다」 콜롬비아에서 벌어진 작전 덕분에 마약 밀매 조직의 거점을 소탕하고 그 리더를 암살하는 건 성공했지만, 조직의 생존자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 하이데른은 그 잔당을 꾀어내기 위해서 한가지 계책을 세웠다. 즉, 이번 작전의 주인공으로서 랄프를 정식 무대에 세워서 조직의 잔당이 보복을 위해 랄프를 습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콜롬비아에서의 보란 듯이 나온 신문 기사는 그들의 복수심을 부추기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랄프가 만찬회의 주빈이라는 정보도, 말하자면 그들을 낚기 위한 페이크이며, 진짜 주빈인 하이데른은 지금쯤 작전의 성공소식을 들은 뒤 파티장에 들어가서 대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을 것이다. 「이런이런……말도 안되는 손님끌기용 팬더였다니까」 옆에 선 레오나의 어깨에 너덜너덜한 턱시도를 걸쳐 준 랄프는, 힘차게 험머 위에서 뛰어 내렸다. 「――야 클락, 한 잔만 쏴라!」 「유감스럽지만, 보고서의 작성이--」 그런 이유로 이 상관의 권유를 거절할 수 없다는 사실은 클락도 확실히 알고 있다. 클락은 어깨를 으쓱한 뒤 윕을 돌아보며 라이플을 건넸다. 「……미안, 그 쪽 일은 잘 처리해 줘」 「라져. ――중위님도 큰일이십니다」 「대령님 술상대 하는 일에 비하면, 서류작성 쪽이 그나마 낫지요……」 윕와 레오나에게 각각 동정 받은 클락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클락에게 있어서 랄프는 둘도 없는 최고의 전우다. 어떤 가혹한 전장에서도, 자신 이상으로 신뢰하고 등을 맡길 수 있는 상대는 좀처럼 없지만, 클락과 랄프는 서로가 그런 희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서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그것을 그럭저럭 평범한 사람은-특히, 아직 순수한 면을 잃지 않은 소녀 용병은-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
20.2. 승리 대사
애쉬 | 본부에게. 대상을 확보했다. 즉시 회수반을 불러달라. |
듀오론 | 공교롭지만, 시리어스하게 생각해도 승리로는 이어지지 않을 거야. 아마도. |
쉔 우 | 후우,하아...뭐라고, 한판 더? 잔업비도 없이 해 주겠냐! |
쿄 | 이런이런, 미친 듯이 날뛰는 녀석이군. |
베니마루 | 이것도 임무다. 미안하군 민간인 |
다이몬 | 이런 거구라면 던지는 것도 힘들구만 다음번까지 다이어트를 해줘! |
이오리 | 이야기가 다르잖아 정보부 녀석들...뭐가 "지금의 야가미라면 낙승"이냐! |
아테나, 켄수 | 임무 완료......나쁘게 생각하지 말아줘. |
친 | 노인을 상대로 그만 진심을 다해버렸나. 이런이런....나도 아직 새퍼렇군 |
테리 | 당신, 용병이 되면 어때? 내가 교관으로 추천할게? |
앤디 | 잘생긴 편에 비해서 꽤 하잖아. 외모에 속을 뻔 했군 |
죠 | 자신의 패배를 겸허히 받아들여. 그걸로 보이는 길도 있다구. |
김갑환 | 포텐셜이 높단 건 알았지만, 조금은 "실전"으로라도 경험을 쌓아야지! |
라이덴 | 쇼맨과 군인은 단련하는 방법이 다르다구. |
료 | 당신 정도의 랭크가 되면, 나도 진심을 다할 수 밖에 없군! |
로버트 | 나쁘게 생각하지마, 이것도 임무니까. |
랄프 | 이런이런이군. |
클락 | 선글라스 아래는 전혀 다른 사람,인가. 스파이 치고는 조금 허술하지만... |
레오나 | 이런이런......너는 융통성이 너무 없단 말이야. |
엘리자베트 | 프라이드만으론 이길수 없지... 싸움이 험하단 걸 알았겠지? |
매튜어 | 미안하지만 구속하도록 하겠어. 어쨌든 너에겐 "전과"가 있으니까 |
21. 레오나 하이데른
21.1. 캐릭터 프로필
사일런트 솔저 - 레오나 하이데른 각국 정부나 대기업, 단체 등에 돈으로 고용되어 고용주의 이익을 위해서 싸우는 것이 용병의 일이다. 그러나, 몸 하나만 가지고 전장을 떠돌아 다니는 독불 장군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부대」라고 불릴 정도의 집단이 되면 용병이라고 해도 단지 싸우기만 하면 다 되지는 않게 된다. 정규군의 원호를 기대할 수 없는 격전지나 극비리에 행해지는 은밀한 작전에서 병사들의 생존률을 1퍼센트라도 더 높게 하기 위해서는, 보다 좋은 장비, 정확한 정보, 충분한 물자가 필요하다. 보급이나 정보 수집, 분석, 혹은 장비 개발--거기에 있는 것은, 보통의 군대와 아무것도 다르지 않은 기능적인 조직이었다. 외눈의 용병 하이데른에 의해 통솔된 그의 부대는, 확실히 그런 세계 최고봉의 용병 부대였다. 레오나·하이데른이라는 코드네임으로 알려진 소녀는 이 용병 부대 안에서도 특이한 포지션에 있다. 조직의 톱에 서는 하이데른의 양녀이자 그 교육을 받으며 자란, 역전의 용사들도 혀를 내두르는 전투력을 가지는 소녀 용병--그것이 레오나다. 이 용병 부대에는 다양한 경력을 가지는 전사들이 많이 모여 있지만, 그 중에 있어서도 그녀는 이례적인 존재였다. 쿨하다고 하기보다 과묵, 그리고 무표정. 감정을 가지지 않는 정밀 기계처럼, 소리소문도 없이 다가와 정확 무비하게 적을 쓰러뜨린다--그렇게 싸우는 방법을 체득하고 있는 레오나는 본래라면 어떤 의미로 가장 용병다운, 직접적인 전투 임무에 임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오늘 그녀에게 주어진 임무는 본부 기지의 한쪽 구석에 있는 낡은 창고 안에 쌓인, 너무나 방대한 자료의 정리였다. 「…………」 오랜 세월 방치되었을 자료함 속에서 세피아색으로 변색하기 시작한 자료 다발을 꺼내 중요한 순서대로 분류한다. 레오나는 어슴푸레한 창고 속에서 그런 단순작업을 몇 시간이나 묵묵히 계속하고 있었다. 레오나 자신은 이것이 자신이 지닌 전사로서의 적성에 알맞은 임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위로부터 주어진 임무인 이상, 레오나에 불만을 말할 권리는 없으며, 원래 불만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하이데른이 그것을 명했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무슨 의미가 있다--레오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여기에 보관된 자료의 대부분은, 이런 종이가 아니고 디지털 데이터로서 보존되기 시작했던 시절에 디지털화 작업을 뒷전으로 미뤄둔 채 20년 이상이나 방치해 온, 말하자면 과거의 유산이었다. 레오나의 친아버지는 거대한 지구의 의식체, 오로치의 친족인 오로치8걸집 중 하나인 가이델이었다. 그 피를 짙게 받았던 레오나는, “피의 폭주”에 의해 자신의 부모님을 그 손으로 살해해 버린 과거를 가지고 있다. 그 때의 정신적인 쇼크로 인해 레오나는 스스로의 기억과 감정을 봉해 버렸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잃은 레오나를 데려와 길러온 것이, 당시 그 사건의 조사를 하고 있던 하이데른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레오나도 자신의 과거를 정면에서 마주봐서, 슬픈 현실을 넘어섰다. 하지만, 지금도 오로치의 피는 레오나 안에 살아 있다. 그것이 가끔 그녀를 조종해서 그녀의 전우들을 궁지로 몰아버린 적도 있다. 그러나, 그런 레오나가 피의 주박에 이기고, 희망을 버리는 일 없이 살아가려고 결의했던 것 또한, 믿음직한 그녀의 전우들, 무엇보다도 하이데른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 레오나의 생각을 끊듯이, 그녀의 팔꿈치에 닿은 보관함이 큰 소리를 내며 마루에 떨어졌다. 「…………」 마루에 흩어진 자료를 무언으로 모아 정리가 되지 않은 보관함 속으로 되돌리던 레오나는, 본 기억이 있는 글자들이 있는 것을 눈치채고 손을 멈췄다. 레오나가 태어나기도 전에 쓰여진 어떤 암살자의 추적 조사 보고서에는, 그 내용이 특A랭크의 기밀 사항이라고 하는 것을 알리는 스탬프가 찍혀 있었다. 보고자의 이름은 칼·베히슈타인――그것이 지금도 자주 사용되는 하이데른의 코드네임 중 하나인 것을 레오나는 알고 있었다. 레오나는 작업도 잊은 채 그 자료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레오나가 모르는 젊은 시절의 하이데른이 있었다. 가까운 것 같지만 멀고,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모르는, 하이데른이라는 사람을 더 알고 싶어진 레오나는 더러워진 마루에 주저 앉은 채 두꺼운 보고서를 읽어나갔다. 「얌마」 둥글게 만 종이로 머리를 맞은 레오나는 고개를 들었다. 「――성실하게 일 하고있나 와봤더니……이 꼴이 도대체 뭐냐?」 언제인지 다가온 랄프를 올려다본 레오나는 다시 자신의 주위를 둘러 보았다. 보관함을 떨어뜨렸을 때 흩어진 자료는 거의 방치된 채, 빈말로도 정리되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채광용 창에서 비치는 암적색 빛은, 벌써 황혼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몸을 구부리고 자료를 주워 모으던 랄프는 과장하듯이 탄식 했다. 「내 발소리를 듣고도 멍하니 있는건 너에겐 드문 일인데. 뭘 그렇게 열심히 읽고 있었어?」 「……이것」 레오나는 손에 들고 있던 보고서를 랄프에게 건넸다. 「아아……이 자료가 이런 곳에서 잠자고 있었나. 이러니 당연히 데이터 베이스에 정보가 있을리가 없지」 보고서를 훌훌 넘기며 랄프는 입술을 비쭉였다. 「전부 읽었냐?」 「……거의」 「뭐, 그 귀신 교관님도 그런 과거가 있었다는 거다. ……말 안해도 알고 있겠지만, 입 밖으로 내봐야 쓸데없다?」 「…………」 랄프의 말에 레오나는 말없이 끄덕였다. 같은 하이데른의 부하로서 레오나와 함께 전장에 나온 적이 많은 랄프는 언뜻 보면 대략적이고 적당적당한 사람 같지만, 사실은 깊은 통찰력과 어른으로서의 포용력을 지니고 있었다. 일찌기 자신의 운명에 눌린 레오나가 스스로 생명을 끊으려고 했을 때, 그것을 단념하게 해 준 것은 다름 아닌 이 랄프와 그의 파트너, 클락이었던 것이다. 하이데른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랄프들과 보낸 날들이 없다면 지금의 레오나는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전우라는 말의 의미를 레오나에게 가르쳐 준 것이 랄프와 클락이었다. 「그래도 뭐, 교관님도 의외로 서투르다고나 할까--」 「……?」 레오나는 고개를 갸웃하고 랄프의 히죽거리는 얼굴을 올려보았다. 「아니, 별거 아냐」 랄프는 레오나에게 보고서를 돌려주었다. 「――우선 이 녀석은 너가 교관님께 제출하고 와. 언제 또 이 녀석의 데이터가 필요하게 될지 모르니까, 이 때 제대로 데이터 베이스에 넣어둬야지」 「……라져」 「그리고 내일 아침부터 있어 또 다른 임무가 기다리고 있어. 자세한 것은 교관님이 말씀하시겠지만, 콜롬비아까지 공장 견학이나 하러 가야겠다」 「공장 견학……?」 「공장이랄까, 농장이랄까--양귀비 밭이야」 「…………」 양귀비라는 말을 듣자 마약 조직 관련의 임무일거라는 짐작이 들었다. 그것도, 랄프가 일부러 사전에 자신에게 알린다는 것은 꽤 대대적인 임무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레오나는 문득, 하이데른이 자신에게 이런 사무관련 일을 이 시기에 시킨 것은 레오나에게 자연스럽게 휴식을 취하게 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움직여야 할 때와 쉬어야 할 때--ON과 OFF의 변환에 약한 레오나는 이런 이유가 아니면 몸을 쉬는 일은 거의 없다. 실제로, 만약 오늘이 단순한 휴일이었다면 틀림없이 레오나는 기지 안 체육관에서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마 하이데른은 그것을 예측하고 큰 임무 전에 천천히 몸을 쉴 수 있는 시간을 주었을 것이다. 「그럼 그렇게 됐으니, 그쯤에서 일은 정리하라고. 네가 농땡이치고 있던건 비밀로 해줄테니까말야」 「…………」 창고에서 나가는 랄프의 등을 향해 레오나는 조용히 경례했다. 랄프 정도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 일부러 그걸 전하기 위해 여기까지 올 리가 없다. 아마,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 레오나의 상태를 보러 와줬을 것이다. 그것이 하이데른의 대리인으로서인지, 그렇지 않으면 랄프의 신경써주는 방법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고마운 것이었다. 레오나는 하이데른의 과거 발자국이 새겨진 보고서를 사파리 재킷의 주머니에 넣은 뒤, 흩어진 자료를 간단하게 정리하고 창고를 뒤로 했다. 레오나는 일찌기 가족을 잃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그 손으로 해치고, 과거라는 이름의 자기 자신마저 죽여 버렸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을 대신하는 것이 있다. 여기에는 레오나가 그 손으로 얻어낸, 레오나가 있을 곳이 있다. |
21.2. 승리 대사
애쉬 | 대상을 확보. 철수 작업에 들어갑니다. |
듀오론 | 타겟을 격파......임무, 속행... |
쉔 우 | 상해 경미. 임무 속행합니다. |
쿄, 베니마루, 다이몬, 라이덴, 레오나 | 임무, 완료 |
이오리 | 대상의 감시 지속을 요청. 이상 |
아테나 | ......마음을, 엿보지 마 |
켄수 | 당신은 아직, 사선을 넘고 있지 않아...그래선, 이길 수 없어... |
친 | 더는 일어나지 마...쓸데 없으니까... |
테리 | 임무 완료. 대전 상대에 외상 없음 |
앤디 | 임무, 지속합니다. |
죠 | ...여긴 당신이 있을 만한 곳이 아니야... |
김갑환, 료, 로버트 | 장해를 제거. 임무 지속합니다 |
랄프, 클락 | 계속해서, 임무를 수행합니다. |
엘리자베트 | 불쌍하지만...당신으론, 이길 수 없어... |
매튜어 | 나는 더는...망설이지 않아... |
22. 엘리자베트 블랑토르쉬
22.1. 승리 대사
애쉬 | ......여러가지로 설명을 해줘야 겠군, 애쉬 크림슨! |
듀오론 | 일어나세요! 당신의 힘은 그 정도가 아닐 터. |
쉔 우 | 오만불손한 그 성품...조금 두들긴 정도로는 낫지 않을 것 같군요. |
쿄 | 미숙하다고 밖에 할 수 없군요. 그래선 "검"을 지킬 수 있을까요? |
베니마루 | 당신에겐 실망했습니다, 니카이도. 설마 이정도의 남자일 줄은... |
다이몬 | 저의 싸움은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그 무게가 저를 지탱하고 있는 겁니다. |
이오리 | ......불을 잃은 당신이, 이제와서 무엇을 하러 여기에? |
아테나, 레오나 | 화룡점정이 부족하군... 당신에겐, 소중한 무언가가 부족한 듯 하군요. |
켄수 | 당신의 기술 같은건, 계명구도(鷄鳴狗盜)의 애들 장난과도 같죠. 상대가 되지 않는군요. |
친 | 그야말로 진연자약(秦然自若)...역시나군요. |
테리 | 그 정도로 전설이라니...조금 우습지는 않는지? |
앤디 | 질풍노도는 아니었나 보군요. 확실히 스피드만은 인정합니다만 |
죠 | 양두구육도 정도가 있죠, 호랑이라기 보단 고양이군요, 마치 |
김갑환 | 그 고귀한 뜻에 경의를 표합니다. 나중에 다시 만나죠. |
라이덴 | 대산명동(大山鳴動)하여 생쥐 한 마리...허울만 그럴 듯 하군요. |
료 | 당신의 주먹은 너무 솔직한 것 같군요. 올곧은 만큼 파고들 틈도 많군요. |
로버트 | 변환자재의 다리기술은 역시나군요. 하지만 다 볼 수 없을 정도는 아니군요. |
랄프 | 어이가 없군요...그런 잡스러운 싸움방식으로, 이 저를 이길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셨는지? |
클락 | 냉정침착, 적확한 상황 판단은 역시 대단하군요. 단지, 상대가 나빴던 것 같군요. |
엘리자베트 | 모습은 흉내낼 수 있더라도, 신념까진 흉내내지 못한 것 같군요. |
매튜어 | 한심하군...용두사미란게 바로 이런 거군요. |
23. 매츄어
23.1. 승리 대사
애쉬 | 당신......너무 까불지 마 |
듀오론 | 명부라던가 바로 거기야. 길 안내는 필요 없겠지 |
쉔 우 | 후후후...... 짐승의 냄새가 나네...... |
쿄 | 전에도 말했을 거야......인간은 천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야 |
베니마루, 로버트 | 이 몸에 붙은 뜨거운 불......당신만으론 치유할 수 없어 |
다이몬 | 죄가 많을 정도로 약해......기대가 빗나간 것도 정도껏이지 |
이오리 | 즐거웠어...... 당신, 최고야 |
아테나 | 자신들의 죄에는 눈을 감고 우리들을 벌하려고? 제멋대로네 |
켄수, 친 | 힘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라고?......신물이 나는군. |
테리 | 인류에겐 미래를 꿈꿀 권리같은건 없어, 자신의 죄가 깊은 것조차 모르는 주제에 |
앤디 | 한계를 넘어선 고통은 쾌감으로 바뀌지......어때? 기분 좋지? |
죠, 랄프 | 슬슬 입을 다무시지 안그러면...새겨버릴 거야? |
김갑환 | 그게 당신의 "정의"? 꽤나 귀엽네 |
라이덴 | 당신은 존재 그 자체가 죄야 얼른 사라져 이 지상에서! |
료 | 지금은 느긋하게 자고 있어......더는 눈을 뜨지 않을거라 생각하지만 |
클락 | 꽤나 즐거웠어......심심풀이론, 말야...... |
레오나 | 어때? 각성한 눈으로 보는 피 색깔의 꿈은? 당신에겐 잘 어울리네 |
엘리자베트 | 자, 어서오세요...... 영원히 눈뜨지 않는, 차가운 꿈의 세계로 |
매튜어 | 카구라의 장난인걸까? 어느쪽이든 간에, 어처구니 없는 연극이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