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국궁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과 오해해 대한 해설을 다루는 문서.2. 흑각궁은 전투용이 아니다?
틀렸다. 조선시대 기록을 보면 이미 군용으로도 흑각궁을 최고로 치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재료수급이 어려워서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차선책으로 향각궁이나 교자궁을 썼을 뿐이다. 만약 물소가 한반도에서 서식했다면 장담컨데 조선군의 무장은 거의 100% 흑각궁이었을 것이다.3. 실제 전투용 활은 각궁이 아니라 목궁( 장궁)이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목궁도 전투용으로 쓰였던 건 맞다. 각궁이 전투용이 아니란 말은 대관절 어디서 나온 것인지 의문이다.결론만 말하면 조선군의 주무장은 각궁이나 교자궁이었고, 목궁은 각궁, 교자궁을 쓸 수 없는 우천기 대비용 스페어로 들고 다닌 것이었다. 여담으로 이걸 써야 될 정도가 되면 조선군 입장에선 막장 of 막장이자 사실상 전쟁 진 걸로 생각했다고 한다.
쉽게 비유하자면 현 대한민국 육군은 평소엔 자동소총을 주무장으로 쓰지만 탄이 다 떨어졌을 때를 대비해서 대검 또한 전부 휴대하고 다니는데, 이때 한국군의 주무기가 자동소총의 탄이 아닌, 자동소총에 착검한 대검이라고 주장하는 수준이다. 말이 안된다는 얘기.
애시당초에 조선인들은 목궁을 별로 안 좋아했다. 실제로 당시 조선군의 흑각궁, 목궁 보유 비율은 가히 일방적인 수준으로 조선군이 얼마나 흑각궁을 좋아하고 목궁을 천시했는지 알 수 있다.[1] 심지어 조선 왕조차 병사들한테 목궁 쓰지 말라고 말할 정도였다. 왕부터 최하위 병사들까지 다 이러했으니, 당시 목궁에 대한 인식을 짐작할 수 있다. 대동법을 추진한 것으로 유명한 조익이 조선군은 우천기에 강한 목궁을 너무 안 쓰고 우천기에 약한 각궁만 편애한다고 지적했을 정도이다.[2]
4. 국궁의 평고자는 습사용이며 실전성이 떨어진다?
브리티시박물관에 소장된 군용활 사진을 보고 오자. 사진에 나온 고자 형태는 '칼고자'라는 양식으로, 선고자보단 평고자에 가까운 형태이다.[3] 애시당초에 선고자는 전투용이고, 평고자는 습사용이라는 전제 자체가 틀렸다.사실 평고자와 선고자의 진정한 차이는 사거리, 화살 무게의 차이이다. 선고자는 기본적으로 고자 부분이 묵직해서 활을 퉁길 때 탄성이 약하고, 이 탓에 사거리가 짧다. 하지만 반대로 그 묵직하고 굵은 구조 탓에 내구도가 비교적 높고 고자 부분에서 활시위를 당기는 힘이 세서 무거운 화살을 보내기 적합하다. 그리고 선고자를 쓰는 활은 대부분 드로우렝스가 짧아서 기본적으로 화살을 빨리 당기고 놓을 수 있고, 사거리가 짧아도 무거운 화살을 쏴야 하는 용도에 걸맞아 기마궁수용 활에 적합하다. 기마궁술은 일반적인 궁술이랑 완전히 다른데, 오히려 양손을 쓰는 기마창술에 가깝다. 기마궁수의 전투거리는 아무리 길어봤자 20m 정도로, 이 정도면 창보다 살짝 멀리 나가는 수준이다. 짧은 사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 그대신 말 그대로 기마창술을 대체하는만큼 화살이 투창에 비견될 정도로 무거워야 한다. 이 탓에 기병에겐 선고자로 되어 있는 활을 지급한다.
평고자는 어떠한가? 기본적으로 고자 부분이 가볍고 얇아서 활을 퉁길 때의 탄성이 매우 좋고, 이 탓에 사거리가 매우 길다. 당연히 화살의 탄속 역시 더 빠르다. 하지만 반대로 그 얇고 가벼운 구조 탓에 내구도가 비교적 떨어지며 고자 부분에서 활시위를 당기는 힘이 약해서 너무 무거운 화살을 쏘면 활이 망가진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게 있지 않은가? 그렇다. 애기살을 쏘는 데에 적합하다. 애기살은 기본적으로 사거리에 모든 걸 몰빵한 화살이고, 무게도 가벼운 만큼 평고자로 되어 있는 활과는 찰떡궁합이다. 그런데 애기살은 원거리 저격용이라 기병이 사용하는 건 아예 불가능하다.
즉, 결론만 말하자면 평고자는 보병용, 선고자는 기병용이며 각자 용도가 있고 둘 다 전투용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5. 실전성 여부에 대한 결론
현재까지의 기록이나 유물들을 보면 (조선 후기 기준) 군용 활은 의외로 현재에 전해지는 흑각궁과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4] 평고자인 점도 같고, 방수처리를 위한 외피를 빼면 재료도 거의 같다. 결정적인 차이점이라면 역시 방수처리의 유무로, 흑각궁은 이론상 성능은 최고지만 그 특유의 미칠 듯이 습기에 약한 특성 때문에 실전에서의 활용도는 제로에 가까웠고, 이 탓에 흑각궁을 쓰던 조선군은 연구 끝에 흑각궁의 방수 능력을 극대화하는 법을 알아낸다.바로 흑각궁에다
사실 현재 국궁활과 군용 활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장력이다. 양궁으로 스포츠화되면서 장력이 엄청 너프 먹은 영국장궁도 마찬가지지만, 국궁활도 스포츠화되면서 근력이 심각하게 부족한 양반집 자제들이나 노인들도 쏠 수 있도록 장력이 엄청 너프 먹었기 때문에 단순히 현재 활터에서 쓰이는 초심자용 국궁활에 쇠심줄 감고 옻칠한다고 군용 활 복원이 되는 게 아니다.
근데 의외로 이것도 변수가 있는데, 의외로 국궁하는 사람들이 쓰는 활의 장력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조선시대의 군용 활 장력이 55파운드에서 180파운드 이상까지 제법 편차가 컸는데 현대의 국궁하는 사람들도 장력이 가장 강한 활을 쓰는 사람들도 100파운드까진 찍는다.[5] 의외로 조선시대 군용 활과 장력 차이는 크게 나지 않는다.[6] 이 사람들은 진짜로 옛 군용 활이랑 별 차이 안 나는 활을 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6. 화살을 활의 오른쪽에 놓고 쏘는 현 국궁 사법은 잘못 전해진 것이다?
이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화살을 왼쪽에 놓고 쏘는 북방민족들의 사법과 비교하면서, 양궁을 포함해 다른 문화권에선 전부 화살을 왼쪽에 놓고 쏘는데 국궁만 오른쪽에 놓고 쏘는 것이 잘못 전해진 것이며, 한국도 옛날엔 왼쪽에 놓고 쐈다고 주장한다.[7] 이게 정말 말이 안 되는 주장인 것이, 그런 식이면 국궁과 마찬가지로 화살을 오른쪽에 놓고 쏘는 일본 궁도도 잘못 전해진 것인가? 멀리 갈 것 없이 김홍도의 활쏘기에서도 활 오른쪽에 놓고 쏜다.혹자는 오른쪽에 놓고 쏘는 건 오조준을 해야 되기 때문에 왼쪽에 놓고 쏘는 것에 비해서 비과학적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8] 이는 관점에 차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왜냐하면 각자 장단점이 있기 때문. 사실 지중해식 사법으로 화살을 왼쪽에 놓고 쏘는 건 매우 정확한데 반해, 몽골리안 사법으로 화살을 왼쪽에 놓고 쏘는 것은 의외로 큰 이득이 없다. 왜냐하면 이는 활시위를 거는 손가락의 방향 차이 때문인데, 지중해식 사법은 활시위를 손가락이 왼쪽에 가게 걸고, 이 탓에 활시위를 놓으면 화살이 순간적으로 왼쪽으로 간 상태에서 출발한다. 이 탓에 화살을 활의 왼쪽에 놓고 쏘면 화살이 활 몸체에 덜 맞고 날아가는 편이다.(반대의 상황에선 활 몸체를 그대로 때린다.) 하지만 몽골리안 사법은 활시위를 손가락이 오른쪽으로 가게 걸고, 이 탓에 활시위를 놓으면 화살이 순간적으로 오른쪽으로 간 상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화살을 활의 왼쪽에 놓고 쏘면 활 몸체를 그대로 때림과 동시에, 실제 조준한 방향이랑 조금 다르게 간다. 하지만 몽골리안 사법에다가 화살을 활 오른쪽에 놓고 쏘면 화살이 순간적으로 오른쪽으로 간 상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활 몸체를 덜 맞고, 이 탓에 제법 똑바로 날아간다. 장단점이 있다는 얘기.[9] 그 외에도 화살을 활 오른쪽에 놓고 쏘는 건 가까이 있는 걸 쏘기보단 멀리 있는 걸 쏘기에 유리하단 주장도 있다.[10]
사실 화살을 활 오른쪽에 놓고 쏘는 진짜 이유는 화살을 한손으로 제대로 고정하면서 화살을 빨리 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근본적으로 엄지가 수평을 검지가 수직을 담당하는 몽골리안 사법은 검지가 화살대를 우궁기준으로 왼쪽으로 밀어내기 때문에 오른쪽에 걸면 활몸에 걸려 단단하게 고정되지만 왼쪽에 걸면 검지가 화살대에 닿여 바로 활에서 이탈해 버리기에 왼쪽에다 걸려면 화살이 당기는 손에 닿지 않고 따로 손으로 고정하지 않아도 잘 고정되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며 화살이 안떨어지게 만들기 위해선 얼굴로 밀어서 고정을 해야되는 경우도 있다. 근본적으로 화살을 고정하는데 불안정한 자세니 빠른 사격 중에 이러한 주의는 놓치기 쉽기에 아예 요인을 제거한것이라 봐야한다.
실제로 (활을 왼손으로 잡았을 때) 화살을 왼쪽에 놓고 쏘려면,
- 활을 줌손 기준 시계방향으로 살짝 돌린다. (화살을 활과 시위 사이에 넣기 쉽게)
- 화살을 활 몸체와 활 시위 사이에 넣는다.
- 활시위에 건다.
- 시계방향으로 돌렸던 활을 다시 반시계방향으로 돌려 원래의 조준방향으로 되돌린다.
- 활이 (줌손의 손등이 위를 보게) 옆으로 눕혀지게 돌린다.
- 화살을 활 위에 놓는다.
- 활시위에 건다.
- 옆으로 눕혔던 활을 다시 세워서 원래의 조준방향을 잡는다.
하지만 화살을 오른쪽에 놓고 쏘면 어떻게 될까?
- 화살을 활 오른편에 놓는다.
- 활시위에 건다.
이는 라스 앤더슨도 지적한 바 있다. 라스 앤더슨 개인의 논란과는 별개로 과거에는 화살을 빨리 쏘기 위해 화살을 활 몸체 오른쪽에 놓고 쏜 것이 일반적이었다는 주장 자체는 사실이다. 화살을 활 왼쪽에 놓고 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 된 것은 활쏘기가 스포츠화되면서 사법이 화살을 빨리 쏘기보단 정확하게 쏘는 방향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즉 화살을 왼쪽에 놓고 쏘는 것과 오른쪽에 놓고 쏘는 것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화살을 왼쪽에 놓고 쏘면 재장전은 느리지만 직접조준이 가능해지고, 화살을 오른쪽에 놓고 쏘면 직접조준이 불가능해서 항시 오조준을 해야 하지만 재장전이 빨라진다는 장점이 있다.
써놓고 보니 활의 유효사거리가 매우 긴 편이었던 국궁이 왜 정확도보다는 재장전 시간에 중점을 맞추게 되었는지 의아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한데, 한국의 무사들은 근접전에서도 활을 썼기 때문이다. 궁병 문서 참고. 바로 앞의 적도 활로 처리하다 보니 재장전이 매우 빨라질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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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고자 자체는 실전된 양식이며, 현재 한국의 궁시장들이 복원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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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교자궁이나 향각궁을 훨씬 많이 쓰긴 했지만 이건 재료수급의 문제 때문이었지 흑각궁이 실전에서 성능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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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들의 활이 독보적으로 장력이 세단 걸 감안해야 한다. 이런 고장력 국궁은 따로 업체의 기성제품이 아니라 따로 주문해야 하는 특주품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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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유효사거리가 145m까지 될 정도면 현재 군대에서 쓰는
K2 소총같은
돌격소총이랑 동급인데, 직사화기인 돌격소총과 달리 곡사화기인 활은 이 정도 사거리에선 눈을 통한 조준이 아예 불가능하다. 정확히는 눈을 통한 조준이 되긴 되는데, 일부로 오조준을 해야 하기 때문에 총처럼 화살에 눈을 맞추고 직접조준을 하는 일반적인 단거리 활이랑 조준법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