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2001년 10월 24일 스위스 알프스산맥에 위치한 고타드 터널에서 일어난 화재.2. 고타드 터널
고타드 터널은 처음엔 철도가 지나는 터널이었다. 고셰넨(Göschenen)과 아이롤로(Airolo)를 연결했는데 덕분에 통행객들은 해발고도 3,192m에 달하는 산을 건너지 않아도 되어 편하게 물건을 수송하고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점차 철도만으로는 사람들을 수용하기 힘들어져 스위스 정부에선 고타드 터널 옆에 같은 이름의 차량만 통행 가능한 터널을 새로 뚫기로 결정함에 따라 1969년 7월 공사에 들어가 1980년 9월 5일에 개통됐다. 길이는 약 16.918km에 2차로 통행 터널이 완공됐다. 개통 당시에는 세상에서 가장 긴 터널이었다. 터널 개통으로 운전자들은 독일과 이탈리아를 더 쉽게 오고갈 수 있었다.
하루 평균 18,000여대의 차량이 오고 가는 터널엔 혹시 모를 비상 상황을 대비해 한쪽에 환풍 시스템이 따로 적용되어있는 긴 대피로도 설치됐다. 터널 환기 방식은 횡류식 환기방식이었는데 수직갱이 4개소, 환기소가 6개소, 그리고 대피소가 73개 있었으며 70m² 크기의 대피소가 250m 간격으로 설치되었다.
하지만 터널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1992년과 1998년 사이에만 승용차 화재만 21건, 버스는 7건, 트럭 화재는 17건이 발생했다. 1년에 사고가 55건이나 터졌는데 다른 터널이 년 평균 4회 정도인걸 감안하면 너무 많은 수치였다. 그러던 2001년 10월 24일 터널의 역사를 바꿀 큰 참사가 일어났다.
3. 사고의 전개
오전 10시경 트럭 2대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터널로 들어왔다. 아이롤로에서 온 한 대는 벨기에 트럭으로, 트레일러에 의류와 사진 필름 등을 싣고 있었으며 고셰넨에서 온 다른 한대는 이탈리아 트럭으로 트레일러엔 타이어가 실려 있었다. 이탈리아 트럭은 터널을 잘 통과하는 듯했지만 터널 끝의 약 1.2km를 남긴 지점에서 벨기에 트럭이 벽을 들이 받고 방향이 틀어져 이탈리아 트럭으로 향했다. 이탈리아 트럭은 황급히 피하려고 했으나 결국 두 차량은 정면충돌했다. 앞서가던 트럭이 정면으로 충돌하자 뒤 따라 오던 차량들도 부딪히는 연쇄추돌이 일어났다.이탈리아 트럭 운전사 브루노 사바(Bruno Saba)는 충돌에서 살아남았지만 트럭에서 연료가 새면서 화재가 일어났다. 화재 신고를 접수받은 소방대원은 바로 출동했는데 사고가 터널 끝자락에서 일어난지라 도착하는 데 7분 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트럭에 실려있던 타이어들에 불이 붙으면서 불길이 거세게 일었고 엄청난 양의 유독가스를 내뿜었다. 거기다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환풍시스템이 연기를 터널 안쪽으로 밀어넣었고 급기야 반대편으로 빠져나갈 정도였다. 반대편에서도 소방대원이 출동했으나 연기가 너무 심해 앞을 보지 못하는 지경이 됐다. 불길은 다른 차량에도 옮겨 붙으면서 사태가 더 심해졌다. 사람들은 차량을 돌려서 나가거나 차량을 버리고 터널 밖으로, 터널 내 대피소로 이동했다. 불길이 강해 콘크리트가 녹아 천장 일부가 무너질 정도였으나 37시간이나 되는 긴 시간이 걸린 끝에 간신히 불길을 잡는데 성공했지만 많은 피해자가 나온 뒤였다.
이 화재로 11명이 사망했다. 몽블랑 터널 화재가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발생한 터널 화재 참사라 유럽은 충격에 빠졌다.
4. 사고 이후
터널은 2달 동안 폐쇄됐는데 이 기간 동안 동안 1,500만 프랑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있었으며 열차가 다니는 고타드 터널을 이용해야 했는데 열차에 차량을 싣고 가기도 했다. 2달 정도 지난 2001년 12월 21일 터널은 재개장했다.터널엔 원격조정이 가능한 댐퍼가 새로 설치됐으며 종방향으로 풍속을 제어해 연기를 막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이런 댐퍼 178개가 96m 간격으로 설치됐다. 트럭은 한 방향으로만 지나갈수 있도록 규정했고 시간당 최대 150대만 지날 수 있게 했다. 대피소도 새로 추가됐고 대피소 밖엔 조명을 달아 연기가 짙어도 쉽게 찾을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