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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07 08:06:12

고교회와 저교회

1. 개요2. 사례
2.1. 고교회
2.1.1. 전례2.1.2. 신학
2.2. 저교회2.3. 광교회
3. 여담4. 더 볼만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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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Churchmanship

'고교회'와 '저교회'는 성공회 내부에 존재하는 신학적 및 전례적 지향을 양극단으로 구분하여 표현하는 용어다. 영어 표현으로는 churchmanship이라고 표현하고 고교회(Hich Church)와 저교회(Low Church)로 구분한다. Churchmanship에 해당하는 한국어 번역은 현재까지 마땅한 용어가 없는 관계로 본 문서에서는 '지향'이라고 표현한다.

실제로는 스펙트럼의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사제/교회들의 실제 분포는 양극단보다는 중앙에 편중되어 있다. 한쪽 극단에는 천주교의 트리엔트 공의회 시기를 분기로 하여 그 당시 혹은 그 이전 시기의 전통 복구를 통해 '보편교회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Ultra Anglo-Catholicism이 있고, 다른쪽 극단에는 감리회와의 상통을 지향하거나 삼성직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사제 및 신자들도 있다. 그리고 광교회라고 하여 이러한 두 지향의 특징들 중 일부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거나 중간적인 형태로 조정하는 경우도 많이 나타난다. 영미권의 주교좌성당의 경우 대부분 광교회 지향적이다.

이러한 '지향'에는 신학적 차원과 전례적 차원이 있고 두가지가 독립적으로 나타난다. 간단히 말하면 신학적 차원의 개념과 실제 전례로 발현되는 모습이 항상 일치 하지는 않는다. 예를들면 신학적으로는 마리아에 대한 상경지례나 성인들과의 '상통'을 강조하고, 여성 사제 혹은 성소수자 사제 서품 반대 등 소위 고교회적 특징을 가지면서도 전례적으로는 저교회적 형태를 띌 수 있다.

본래 고교회와 저교회는 옥스포드 운동, 복음주의, 형식주의 등 성공회 내에서 이루어지는 신학적 운동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구분하고, 외견상 비춰지는 전례양식이나 신학적 형상은 추가적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반드시 특정 운동과 1대1로 대응되지 않는다.
하지만 통상 옥스포드 운동과 형식주의는 고교회 지향, 복음주의는 저교회 지향으로 편의상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2. 사례

고교회 내에서도 '교황없는 가톨릭'을 슬로건으로 가지고 있는 보수주의자들이 있는가 하면 '신 옥스포드주의'를 주장하며 여성 사제나 성소수자 사제 서품 등과 같은 사안에 대해 수용적인 입장을 가지지만 전례적으로는 형식주의를 강조하는 신자 및 사제들도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 보편사제회(Society of Catholic Priests)[1]를 중심으로 현대 성공회에서 일반적인 고교회주의를 대표한다. 북미의 동부의 경우 뉴욕의 Trinity Church #나 토론토의 St. James Cathedral # 등이 오랜 기간동안 보편사제회 전례/신학의 특징을 유지하고 있다.

고교회와 저교회의 차이가 실제 성공회에서 발현되는 사례를 들자면 아래와 같다.

캐나다의 경우 성공회 사제 서품을 받기 위한 과정 중 같은 토론토 대학교 소속 Toronto School of Theology에서 MDiv를 받더라도 후보자의 '지향'에 따라 다른 College에서 공부한다. 고교회 지향자의 경우 Trinity College에서 공부하고 저교회 지향자의 경우 Wycliffe College 소속으로 공부한다.

이후의 사목 활동에서도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캐나다 성공회의 경우 토론토 시내에서 불과 1km 떨어진 거리에 성 구주 성당[2]과 성 바울로 성당[3]이 있는데 성 구주 성당은 고교회 지향, 성 바울로 성당은 저교회 지향이다. 이 두 성당은 모두 세계성공회공동체에 속하는 캐나다 성공회 소속의 성당이지만 공동체의 '지향'이 다르기에 고교회인 성 구주 성당에는 Trinity 출신, 저교회인 성 바울로 성당에는 Wycliffe College 출신이 대를 이어 사목단을 구성한다.

평신도의 입장에서는 관할신부의 '지향'에 따라 본당에서 감사성찬례의 외양이나 진행 프로그램 등이 달라지는 것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예컨대 고교회를 지향할 경우 감사성찬례에서 전례 동작과 의미를 강조하는 것을 시작으로 성물 사용, 성상 행렬, 심지어 성체조배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과 캐나다, 유럽의 고교회파 교구에서는 이런 형태의 감사성찬례를 진행한다.

반대로 저교회를 지향한다면 감사성찬례의 형식이 감리교 예배[4] 같은 유형에서 부터 성령의 은사를 강조하거나 설교의 비중, 찬양이 크게 증가하고, 알파코스 (사이트) (알파코리아)를 운영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저교회파 성향이 강한 호주와 뉴질랜드, 미국의 일부 교구에서는 이런 식으로 감사성찬례를 진행하며, 특히 일부 교구는 매주 성찬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한 각 지역마다 정치, 사회, 역사, 문화적 이유와 따라 고교회 지향, 저교회 지향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는데, 선교지 교회일수록 고교회 성향을 띄는 경우가 많아서 아프리카나 동아시아에서는 주교좌성당이 고교회적 분위기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아래의 하위문단들에서는 현대 세계 성공회에서 각각이 어떠한 특징을 가지는지를 묘사한다.

2.1. 고교회

High Church
고교회는 전례적으로는 옥스포드 운동, 신학적으로는 영국종교개혁 초기의 신학과 보편교회로서의 정체성을 중심으로 하는 흐름을 말한다. 전례와 신학적으로 각각 옥스포드 운동와 영국종교개혁/근대이전신학이 극단의 지표로서 존재하고, 이를 어느 정도로 수용하는지 여부에 따라 고교회 내부적으로 일정정도의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저교회파와 대조되는 고교회파의 특징으로는 성 십자가회(Society of the Holy Cross) 나 보편사제회(Society of Catholic Priests) 등 사제회를 구성하여 전례와 신학에 있어서 고교회주의를 성공회 일반으로 확산시키려한다는 것이 있다. 특히 전간기에 성십자회 소속 신부들이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의 여러 교구들의 성향을 (특히 전례적 모습을) 고교회로 돌린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2022년 현재까지 이러한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5]

2.1.1. 전례

전례적으로는 옥스포드 운동에 따라 제의 착용과 분향 등의 전례형식을 선호한다. 고교회 전례는 한국이나 북미의 성공회에서는 보편으로 어느 정도 유입된 감이 있지만 성당의 상황에 따라 어느정도 차이가 나며 꼭 전례만이 공동체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전례적 고교회 운동의 색이 짙어지면 성당에서 성모 공경, 상통, 성상과 성물 사용을 장려하는 Anglo-Catholicism이 두드러지는데 극단으로 가게 되면 7성사의 온전한 인정, 교황청과의 일치 등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 모습은 Anglo-Catholicism을 표방하는 일부 교회에서도 한정되고 이러한 성당에서는 주일 독서(lectionary)도 옛날 것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2.1.2. 신학

신학적으로는 전통적인 보편교회에서 이어져오는 형식을 보존하고자 하며, (중세 이전의) 전통을 존중하는 소위 성경-전통-이성의 '3기둥론'[6]을 제창한다. 고교회 신학 중 보편교회로서의 정체성이나 초기 교부 신학에 대한 재발견 및 3기둥론은 현대 성공회의 중요한 정체성을 구성한다. 특히 3기둥론은 영국 종교개혁 후 비록 비중은 줄었지만 여전히 성공회의 중요한 신학을 구성한다. 미국성공회 홈페이지의 '성공회 소개' 글 참조 #

신학적으로 더 고교회 지향으로 갈수록 Anglican Formularies로 대변되는 보수적 성공회 신학을 신봉한다. 특히 '연속'(Continuum) 진영의 소위 '개혁 성공회'(reformed Anglican) 측에서 이러한 경향이 심하게 나타나는데 신학적 고교회파의 극단으로 볼 수 있다.[7]

Anglican Formularies는 영국 종교개혁을 대륙의 종교개혁 및 로마가톨릭의 반종교개혁을 구별짓는 4권의 문서를 말한다. 후술할 4권의 문서는 고교회 지향 (뿐만 아니라 저교회 지향 역시도) 성공회의 정체성 그 자체 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캔터버리 대주교를 대표로 하는 ' 세계성공회공동체'에서는 옛 문서인 Formularies에 너무 큰 비중을 두는 것을 경계하는 추세이고 다만 '존중될만한 교회전통의 일부'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 개혁 성공회에서는 이러한 캔터버리를 'via media Anglicanism'[8]이라 칭하며 기계적 중립만을 강조한다고 비판한다.

2.2. 저교회

Low Church

전례적으로는 형식적인 요소를 배제하려는 전례자유주의, 신학적으로는 성경의 권위를 전통보다 중시하는 '성공회 복음주의'로 나타난다. 존 스토트와 캔터베리 대주교 저스틴 웰비 대주교가 복음주의적 저교회파로 분류된다.
고교회와는 반대로 저교회 성향이 극단으로 가게 되면 외양상 '통상적인' 개신교회와 비슷해지거나 심지어 주교, 사제, 부제로 이어지는 삼성직을 신경쓰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삼성직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는 극단적인 고교회파와 마찬가지로 소수이다.

2.3. 광교회

Broad Church

광교회의 기원은 17세기 국교회수호주의자(Latitudinarian)들로 보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종교개혁 과정에서 신학적 견해가 배타적 경향으로 흘러 반대파를 탄압하는 것을 비판하며 영국교회라는 하나의 이름 하에 다양한 신학적 경향이 공존하는 교회를 주장하였다. 국교회수호주의자 사상가인 Richard Hooker는 개인의 영성을 강조하였고 그것을 담아내는 churchmanship은 무엇이 되었건 중요하지 않다고 하였다. 따라서 기도서를 통한 국교회의 통합과 via media를 강조하며 스펙트럼이 가장 넓고, 사회참여와 연대, 이성의 적극적 사용을 강조하고 교회일치에 가장 적극적이다.

오늘날 영국 교회의 교구 소속 사제들은 대부분 이러한 신학적 유산 위에서 신학을 구성한다. 이러한 사제들은 고교회, 저교회, 광교회 등 churchmanship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11] 고교회와 저교회 지향에서는 이들을 '광교회'라고 부르지만 반드시 스스로를 그렇게 칭하지만도 않는다.

하지만 고교회 지향 교회들이나 저교회파 지향 교회들은 '광교회'를 크게 경계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고교회, 저교회를 지향하는 교회들 중 (고교회 중에서는 성 십자가회처럼) 전례와 신학 등 지향성이 모두 일치하는 성당들일수록 진리와 비진리를 구분하고 고교회 혹은 저교회 등과 같이 지향과 정체성을 확실히 하라고 주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광교회의 경우 지향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이 주된 공격거리이고, 심지어 전례적 지향과 신학적 지향이 모두 일치하거나 일치하려고 하는 성당과 신자들은 이 두가지 지향성이 일치하지 않는 성향의 신자들을(예를 들면 전례는 고교회 지향이지만 신학관은 진보적인 경우 혹은, 그 반대) 싸잡아서 광교회로 묶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평상시에는 대립하면서 논설을 주고 받던 극고교회 성향과 극저교회 성향 신자들이 소위 이 '광교회' 성향의 성당, 신자와 논설을 주고 받게 되는 경우가 생기면 오히려 양측이 연합하여서 '광교회 성향'을 협공하는 등 다른 의미의 교회일치가 일어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광교회 특유의 넓은 스펙트럼과 유연성은 성공회가 교회 일치 운동에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만들었으며 수 많은 사회운동과 신학과 사상을 재발견하거나 포용하는 원동력이 되었으며 이는 현대 성공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성과로 나타나는 등 그 영향력과 의의는 막대하다고 할 것이다.

3. 여담

성공회를 분류하는 다른 분류로 세계성공회공동체(Anglican Communion)와 성공회연속이 있다. 이 구분은 캔터베리와 상통하는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하고, '지향'(churchmanship)과는 필연적으로 대응되지 않는다. 다만, 성공회연속은 사회적 신학적 보수주의 노선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에 반대되는 사회적 신학적 자유주의가 두드러지는 광교회 지향은 성공회연속에서는 드물다. 성공회연속에서는 특히 자유주의적 경향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4. 더 볼만한 자료


[1] '가톨릭 프리스츠' 라는 이름과 달리 가톨릭과는 무관하다. [2] Church of Redeemer [3] St paul Church [4] 열린예배 형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연합감리교회의 Book of Worship을 말한다. [5] 고교회주의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뉴잉글랜드의 '미신적인' 전례행위에 대해 비판적으로 묘사한 것으로서 Our Aunt: Low Church Observations of American Anglo-Catholicism 이라는 책이 있다. 얄궂게도, 이 책은 전간기 시절 고교회주의를 연구하는 데 1차자료로 자주 인용된다. [6] 16세기 영국 종교개혁의 슬로건 중 하나인 Scripture, Tradition, and Reason의 발전된 형태를 말하며, 성경은 전통과 이성의 렌즈로 보아야 올바로 이해할 수 있으며, 전통 역시 (로마가톨릭과 달리) 성경과 이성의 렌즈를 통해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7] 한국의 유일한 성공회 교파인 대한성공회는 ' 세계성공회공동체'에 속한다. 한국에는 '연속' 진영의 성공회 교파가 존재하지 않는다. [8] via Media(중도)는 성공회 연합에서 지하는 성공회의 모습이지만 개혁 성공회 측에서는 이를 전용(轉用)하여 캔터베리를 비하하는 멸칭으로 사용한다. [9] 천주교에서는 사제품을 받은 자에게 성체성사 집전을 의미하는 성작과 성반을 주고 주교품을 받은 자에게는 반지를 끼워주었다. 1662년 서품예식문은 이것을 비판하며 사제/주교품을 '성서를 가르치는' 자리로서 정체성화한 것이다. [10] 강론 2권은 종교의 39개조에 언급되는 설교집을 말한다. 법률에 비유하자면, 종교의 39개조는 법조문이고 강론 2권은 그것의 적용사례, 즉 판례로 비유할 수 있다. [11] 그러나 본 문단의 상위문단에서 이미 언급된 바와 같이, 성당의 사목단 구성과 대학교 교육 등에서 고교회와 저교회 구분은 분명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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