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조기현 시인의 대표시 중 하나이다.2. 전문
1.한 도막 칼날
어물전 아낙 허리는 호미 같았지
은빛 날이 선 장검 한 자루
칼의 길들, 까마득히 잊은 저녁
기름지고 부드럽나
파도가 블루스[1]를 밀어온다
내 쪽을 보고 있다
물빛 글썽하다
세네갈 바다에 살던
네가 왔다
빛살 같던, 네가
잡혀 죽어서 왔다
칼처럼 굳어서
뭔가를 베어버릴 듯하다가
그만 체념해버린 모습
눈알만 노랗고 동그랗게 뜬 채, 왔다
물음표처럼 구부러져 앉은, 아낙 앞에
얼음 깔고 비닐을 덮은
생선 좌판 위에
네가, 왔다
젊은 날 숨겨 갈던, 칼
비수, 장검이 되도록 날 푸르던 꿈
돌이키면 어느새 다시 돋아 있던
너를 본다
도막 나고, 왕소금마저 둘러쓴
어물전 아낙
오늘도 눈먼 바다의 배를 가른다
어찌 배가 고파 그랬던가
막상 나서면 또 물음표로 가는 인생
하긴, 내도 우야다가 이리로 왔실꼬!
이놈 눈깔 노래가지고 여태 우는 꼴을 보면 알제
이건 칼이 아니라 달이란다
굵고 실한 갈치들을 도막 친다.
[1]
17세기부터 미국으로 끌려와 남부지방, 특히 미시시피 델타의 목화밭에서 노동하던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이 아프리카 음악 전통을 유럽의 음악과 접목해 탄생시킨 음악 장르.
[2]
미국
영화
노예 12년의
흑인
여성
노예(배역: 루피타 니옹)의 이름. 일을 잘해서 ‘목화밭의 여왕’이라 불리지만
백인 농장주의 집착에 표적이 되어 성적 노리개가 되고 잔혹하게 학대를 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