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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15 22:30:04

mono(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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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와 얼굴들의 음반 (발매일순)
정규 4집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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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
2018. 11. 01.
해체
<colbgcolor=#000000><colcolor=#fff> '''
파일:mono.svg
The 5th Album'''
파일:mono.jpg
발매일 2018년 11월 1일
장르 뉴 웨이브, 모던 록, 인디 록
재생 시간 32:11
곡 수 9곡
레이블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프로듀서 장기하
타이틀 곡 그건 니 생각이고

1. 개요2. 트랙리스트
2.1. 그건 니 생각이고2.2. 거절할 거야2.3. 나와의 채팅2.4. 나란히 나란히2.5. 등산은 왜 할까2.6. 아무도 필요없다2.7. 나 혼자2.8. 초심2.9. 별거 아니라고
3. 여담

[clearfix]

1. 개요

2018년 11월 1일 발매된 장기하와 얼굴들의 5집 앨범이자 최후의 앨범. 이 앨범을 마지막으로 장기하와 얼굴들은 10년 간의 활동을 마무리한다. 밴드로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앨범을 만들었고 이 이상의 음반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라고.

2. 트랙리스트

The 5th Album 《mono》
2018. 11. 01. 발매
<rowcolor=#fff> 트랙 제목 작사 작곡 편곡
01 그건 니 생각이고
TITLE
장기하 장기하와 얼굴들
02 거절할 거야
03 나와의 채팅
04 나란히 나란히
05 등산은 왜 할까
06 아무도 필요없다
07 나 혼자
08 초심
09 별거 아니라고

2.1. 그건 니 생각이고

그건 니 생각이고 01
3' 10"
TITLE


작년과 올해를 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내용을 가사로 썼다. 마치 남에게 훈계하는 듯한 말투지만 사실은 나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다. 멋모르고 밴드를 시작한 후 십 년이 지났다. 별의별 경험을 다 했다. 다양한 사람들도 만났다. 그러면서 한 가지 배운 것은,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거다. 날고 기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고, 그건 경험이 쌓인다고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남들을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각자 씩씩한 척하며 제 갈 길 가면 되는 거다. 건반은 두 가지 악기를 섞었는데 한 개는 “Juno-106”이라는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나머지 하나는 “Vogel CMI Pro”라는 스마트폰 앱이었다. 앱은 6만 원을 주고 다운받았다. 연주도 스마트폰 스크린으로 했다. 2절의 “그대의 머리 위로~” 하는 부분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환상속의 그대에서 샘플링한 것이다. 두 노래의 가사가 어찌 보면 정반대이고 또 어찌 보면 일맥상통하기도 해서 샘플링을 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서태지 선배님께 직접 연락을 취해 데모를 들려 드리고 허락을 구했다. 흔쾌히 허락해 주셨을 뿐 아니라 매력 넘치는 곡이라는 칭찬까지 해 주셨다.

[ 가사 보기 ]
이 길이 내 길인 줄 아는 게 아니라
그냥 길이 그냥 거기 있으니까
가는 거야
원래부터 내 길이 있는 게 아니라
가다보면 어찌어찌 내 길이
되는 거야
이 길이 내 길인 줄 아는 게 아니라
그냥 길이 그냥 거기 있으니까
가는 거야
원래부터 내 길이 있는 게 아니라
가다보면 어찌어찌 내 길이
되는 거야
내가 너로 살아 봤냐 아니잖아
니가 나로 살아 봤냐 아니잖아
걔네가 너로 살아 봤냐 아니잖아
아니면 니가 걔네로 살아 봤냐
아니잖아
아니잖아 아니잖아 어 어
아니잖아 어 어
그냥 니 갈 길 가
이 사람 저 사람
이러쿵 저러쿵
뭐라 뭐라 뭐라 뭐라 뭐라 뭐라 해도
상관 말고
그냥 니 갈 길 가
미주알 고주알
친절히 설명을
조곤 조곤 조곤 조곤 조곤 조곤 해도
못 알아들으면 이렇게 말해버려
그건 니 생각이고
아니
그건 니 생각이고
아니
그건 니 생각이고
알았어 알았어 뭔 말인지 알겠지마는
그건 니 생각이고
니 생각이고
니 생각이고
이 길이 내 길인지 니 길인지
길이기는 길인지 지름길인지
돌아 돌아 돌아 돌아 돌아가는
길인지는 나도 몰라
몰라 몰라 몰라 너도 몰라
결국에는 아무도 몰라
그대의 머리 위로 뛰어다니는[1]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너처럼 아무 것도 몰라
그냥 니 갈 길 가
이 사람 저 사람
이러쿵 저러쿵
뭐라 뭐라 뭐라 뭐라 뭐라 뭐라 해도
상관 말고
그냥 니 갈 길 가
미주알 고주알
친절히 설명을
조곤 조곤 조곤 조곤 조곤 조곤 해도
못 알아들으면 이렇게 말해버려
그건 니 생각이고
아니
그건 니 생각이고
아니
그건 니 생각이고
알았어 알았어 뭔 말인지 알겠지마는
그건 니 생각이고
니 생각이고
니 생각이고
그거는 어디까지나 니 생각이고
아니
그건 니 생각이고
아니
그건 니 생각이고
알았어 알았어 뭔 말인지 알겠지마는
그건 니 생각이고
니 생각이고
니 생각이고

2.2. 거절할 거야

거절할 거야 02
3' 20"

전주의 리프와 코드를 먼저 만들었다. 그 다음엔 “마침내 그 날이 와 버렸네.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네”라는 가사를 붙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럼 이 사람은 어떤 날을 기다려 온 걸까... 거절... 거절을 하는 날! 살다 보면 거절만큼 어려운 일도 잘 없고, 또 거절만큼 중요한 일도 잘 없다. 후주의 베이스 연주가 좀 현란한데, 이 부분은 전에 해 보지 않은 방식으로 녹음했다. 일단 베이시스트 중엽에게 완전히 자유롭게 즉흥연주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충분한 분량을 녹음했다. 그러고 난 뒤 재미있는 부분들을 잘라내어 짜깁기했다. 영화로 따지면 배우에게 긴 호흡으로 연기하게 한 뒤 그걸 짧은 컷들로 잘라내어 편집한 것과 비슷하겠다.

[ 가사 보기 ]
마침내
그날이 와버렸네
오래 오래 오래 오래 오랫동안
기다려왔다네
난 정말
참을 수 없었나봐
그래 그래 그래 그래 그랬나봐
지쳐버렸나봐
지나치게
걱정을 했었나봐
나쁜 나쁜 나쁜 나쁜 나쁜 사람 될까
두려웠었나봐
이젠 아냐
혹시나 니가 나를
착한 착한 착한 착한 착한 사람
아니라고 하더라도
거절할 거야
아무리 이런 저런 얘기를 해도
내가 내키질 않으면
거절할 거야
아무리 네 얼굴이 어두워져도
내가 내키질 않으면
거절할 거야
거절할 거야
아무래도
역시 나는 안되겠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는 상상
해 보려고만 해도 막
입꼬리가 완전히 딱
굳어버리려고 하는데
아냐 아냐 아냐 아냐 오늘만은 내가
반드시 니 부탁을
거절할 거야
아무리 이런 저런 얘기를 해도
내가 내키질 않으면
거절할 거야
아무리 네 얼굴이 어두워져도
내가 내키질 않으면
거절할 거야
아무리 이런 저런 얘기를 해도
내가 내키질 않으면
거절할 거야
아무리 네 얼굴이 어두워져도
내가 내키질 않으면
거절할 거야
거절할 거야

2.3. 나와의 채팅

나와의 채팅 03
3' 18"

이번 앨범 중 유일하게 지난 앨범이 나오기 전에 만든 곡이다. 4집 타이틀곡이었던 “ㅋ”과 이 곡을 거의 비슷한 시기에 만들었다. 그런데 둘 다 문자메시지나 톡에 대한 내용이라 한 앨범에 넣기보다는 일종의 연작처럼 두 앨범에 나눠 싣고 싶어서 하나를 아껴 뒀었던 것. 그 당시 카카오톡에 “나와의 채팅” 기능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는데, 내게는 그게 굉장히 흥미로웠다. 누구에게든 카톡을 보내면 일단 숫자 “1”이 표시되는데 “나와의 채팅”만은 그렇지 않다. 한마디로, 남이 보낸 카톡은 무시할 수 있지만 나 자신이 보낸 카톡은 절대로 그럴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친구에게 할 말이 생각나 카톡을 했는데, 보내자마자 확인을 하는 것이었다. 웬일인가 했지만 자세히 보니 나는 아직 “나와의 채팅” 창에 머물러 있었다. 이거다 싶었다. 그 자리에서 이십 분 만에 가사를 완성했다. 3집 때부터 한두 곡씩 꼭 넣어 온 멜로트론을 이번에도 사용했다. 멜로트론은 비틀즈의 Strawberry Fields Forever의 인트로 연주에 사용된 옛날 악기다. 건반 하나를 누르면 해당 음이 녹음된 테이프가 재생되는 방식의 악기로, 그 소리가 아주 기묘한 느낌을 준다. 디지털로 재현한 것 말고 진짜 옛날 멜로트론을 썼다. 역시 진짜는 소리가 완전히 다르다.

[ 가사 보기 ]
언젠가 톡창을 열다 발견한 기능
나와의 채팅
보내자마자 확인할 수밖에 없는
나와의 채팅
외면하고 싶어도 외면할 수 없는
나와의 채팅
조금은 이상하지만 피할 수 없는
나와의 채팅
나와의 채팅 채팅 채팅
차라리 몰랐더라면
나와의 채팅 채팅 채팅
그래 맞아 나는 혼자였지
예전엔 나도 매일 밤 매달렸었지
너와의 채팅
시간이 가는 줄도 나는 몰랐었지
너와의 채팅
이제는 다시는 할 수 없게 되어버린
너와의 채팅
어느덧 익숙한 습관이 되어가고 있는
나와의 채팅
나와의 채팅 채팅 채팅
차라리 몰랐더라면
나와의 채팅 채팅 채팅
그래 맞아 나는 혼자였지
다시는 하지 않을 거라 결심했었지
너와의 채팅
하지만 내 맘 간절히 원하고 있네
너와의 채팅
결국은 뭐 하냐는 말로 시작해 버린
너와의 채팅
이럴 수가 보내자마자 확인을 했어
너도 사실은 나를 기다렸었던 걸까
뭐라고 답이 올까 떨렸지만
자세히 보니 그건 바로
나와의 채팅
나와의 채팅 채팅 채팅
차라리 몰랐더라면
나와의 채팅 채팅 채팅
그래 맞아 나는 혼자였지
애초에 나는 혼자였지
나는 아무도 필요 없지
채팅도 혼자 할 수 있지

2.4. 나란히 나란히

나란히 나란히 04
3' 20"

이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내가 이렇게 노력하는데 그 사람은 왜 그걸 몰라 줄까? 그런데 한참 후, 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게 정말 가치 있는 노력이었을까? 상대방은 원하지도 않는 것을 주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나도 지치고 상대방도 외로워졌던 것은 아닐까? 관계가 틀어지는 것은 결국 다 그런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믹스가 거의 끝나갈 때쯤 양평이형이 전주와 간주에 인공적인 박수 소리를 첨가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게 결과적으로 화룡점정이 됐다. 곡의 분위기가 어딘가 밋밋해서 조금 아쉬웠었는데 그 문제가 확 해결됐다. “어쩌면 나는 결국...” 하는 부분의 경우 보컬의 질감을 확연히 다르게 만들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양평이형이 다시 한 번 아이디어를 냈다. 아예 통화하는 소리를 녹음하면 어떠냐는 것이었다. 오호...! 나는 즉시 옆방으로 가서 엔지니어 나잠 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에 대고 노래를 불렀고 나잠 수는 자기 휴대폰을 스피커폰 모드로 설정한 후 거기서 흘러나오는 내 노랫소리를 녹음했다. 결국 어떤 음악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보컬 사운드를 내는 데 성공했다.

[ 가사 보기 ]
나는 너를 등에다가
업고 걸어 보기도 하고
자동차에다가
태워서 달려 보기도 하고
헬리콥터를 빌려
같이 날아다니기도 하고
돛단배를 타고
끝없는 바다를 건너 보기도 했었네
달나라로 가는
우주선을 예약하고 있을 때
나는 깜짝 놀랐어
이미 너는 떠나가고 없었어
한참 동안을 멍하니 앉아서
말도 안 된다 혼잣말 하다
너의 얼굴을 그려 보려는데
이상하게도 잘 떠오르질 않네
나란히 나란히 걸어다닐 걸 그랬어
마주보며 웃을 걸 그랬어
나란히 나란히 걸어다닐 걸 그랬어
자주 손을 잡을 걸 그랬어
가만히 가만히 생각해 볼 걸 그랬어
정말로 네가 뭘 원하는지
나란히 나란히 걸어다닐 걸 그랬어
마지막일 줄 알았다면
어쩌면 나는 결국
네가 정말로 원하는 건
단 한 번도 제대로
해줘본 적이 없는 건지도 몰라
진짜로 그랬는지 아닌지는
이제는 물어볼 수조차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가만히 누워 외로워 하는 것뿐이네
나란히 나란히 걸어다닐 걸 그랬어
마주보며 웃을 걸 그랬어
나란히 나란히 걸어다닐 걸 그랬어
자주 손을 잡을 걸 그랬어
가만히 가만히 생각해 볼 걸 그랬어
정말로 네가 뭘 원하는지
나란히 나란히 걸어다닐 걸 그랬어
마지막일 줄 알았다면

2.5. 등산은 왜 할까

등산은 왜 할까 05
3' 09"

예전에 한 친구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들뜨지 않으려고 노력해. 들떴다가 가라앉으면 더 슬퍼지거든.” 그로부터 한참 후에, 우리 어머니는 또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등산 안 해. 어차피 내려올 건데 뭘.” 따로따로 들은 이 두 말이 어느 날 같이 생각났고, 나는 이 곡을 만들게 되었다. 술 마신 다음날은 아무래도 목이 약간씩은 쉬기 마련이기 때문에 보통은 노래 녹음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날은 왠지 해 보고 싶었다. 정말 쓸 만한 것을 건지려는 건 아니었고 그냥 연습 삼아 해 본 건데, 의외로 상당히 맘에 들었다. 살짝 쉰 목소리가 이 곡의 심드렁한 정서와 맞아 떨어졌다. 그날로 이 곡 녹음은 완성. 이상 숙취 중 녹음에 대한 변명이었습니다.

[ 가사 보기 ]
등산은 도대체 왜 하는 걸까
뭐하러 힘들게 높이 오를까
어차피 내려올 걸 알면서도
뭐하러 그렇게 높이 오를까
술은 또 왜 그리들 마시는 걸까
뭐하러 몸 버려 가면서 노나
어차피 깨버릴 걸 알면서도
뭐하러 그렇게 취하려 들까
내가 지금 마음이 차가운 건
따뜻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야
나는 그냥
아무렇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렇게 다시 슬퍼질 바에야
애초에 기쁘지도 않았으면
나는 그냥
아무렇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렇게 다시 외로울 바에야
애초에 곁에 아무도 없으면 좋겠어
내가 지금 혼자라 느끼는 건
애초에 네가 있었기 때문이야
나는 그냥
아무렇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렇게 다시 슬퍼질 바에야
애초에 기쁘지도 않았으면
나는 그냥
아무렇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렇게 다시 외로울 바에야
애초에 곁에 아무도 없으면 좋겠어

2.6. 아무도 필요없다

아무도 필요없다 06
3' 54"

보컬, 일렉트릭 피아노, 멜로트론으로만 이루어진 단순한 편성이다. 일렉트릭 피아노는 로즈로 한 번, 월리쳐로 한 번 똑같이 쳐서 섞었다. 로즈와 월리쳐는 빈티지 일렉트릭 피아노계의 양대 산맥이라 할 만한 악기들인데, 그 음색이 서로 많이 다르다. 둘을 섞어 쓴 것은 처음이다. 묘한 느낌이 나서 마음에 들었다. 멜로트론의 경우 여태껏 사용한 곡들 중 가장 돋보이게 잘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가장 멜로트론답게 썼달까. 보컬은 여러 번 녹음한 후 두 개의 테이크를 최종 후보로 남겼다. 둘의 느낌이 다 좋으면서도 서로 많이 달라서 고르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우연히 두 개가 동시에 재생되는 것을 듣게 되었다. 그게 베스트였다. 두 개가 너무 달라 들쭉날쭉한 부분들도 있었지만 그게 또 거친 듯 조화로웠다. 뜻하지 않은 행운이었다.

[ 가사 보기 ]
단둘이 저녁을 먹는다거나
손 잡고 걸어다닌다거나
눈을 마주치고 웃는다거나
나란히 앉아있는다거나
다른 이들이랑 이런 것들을
해 보려 노력도 해 봤지만
그러면은 그럴수록 점점 더
쓸쓸한 마음만 커지더라
나는 너를 놓아버렸어
우산이 돼 주질 못했어
비에 흠뻑 젖은 널 두고
돌아서 걸어와 버렸어
나는 혼자 앉아서
가만히 눈을 감고서
내겐 이젠 아무도
필요 없다 되뇌이네
여전히 우린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걸 알지만
시간은 세차게 달리고 있고
나중엔 후회할 걸 알지만
나는 너를 놓아버렸어
아이처럼 작은 네 손을
오로지 날 잡던 눈빛을
뿌리치고 나와버렸어
나는 혼자 앉아서
가만히 눈을 감고서
내겐 이젠 아무도
필요 없다 되뇌이네
언젠가 후회해도
사실 벌써 그렇지만
내겐 이젠 아무도
필요 없다 되뇌이네

2.7. 나 혼자

나 혼자 07
3' 15"

어찌 보면 이 곡이 이번 음반의 주제곡이다. 이번 노래들을 만든 작년과 올해에, 나는 “혼자”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시기였다. 혼자라는 것은 좋은 것도 안 좋은 것도 아니다. 그냥 모두들 사실은 원래 혼자인 거다. 앞부분과 뒷부분의 사운드가 많이 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저런 시도들을 했는데, 예를 들어 드럼은 아예 두 부분을 다른 날 녹음했다. 당연히 튜닝도 다르게 했다. 후반 작업에서도 앞부분은 최대한 간결하고 건조하게, 뒷부분은 풍성하고 울리게 만들어서 대비를 주었다.

[ 가사 보기 ]
술을 마시거나
산을 오르거나
하늘을 보거나
사람을 보거나
걸어다니거나
울어버리거나
낮잠을 자거나
문자를 하거나
아무런 말 없는 전화기 물끄러미
바라만 보면서 마냥 기다리거나
되도록이면은
떠올리지를 않으려 애를 쓰거나
그 누구라도 좀
떠올리려고 발악을 해본다거나
모두 다 아무런 소용 없지만
나 혼자 별다른 수가 없잖아
그나마 다행인 거는 있잖아
나 혼자만 이런 건 아닐 거야
가만히 가만히 가만히 가만히
가만히 가만히 가만히 가만히
가만히 가만히 가만히
가만히 멍하니
밤이나 낮이나
집안에 누워만 있거나
이 사람 저 사람
만날 만날 만날
만나러 나다녀 보거나
일어나자마자
혼자 차를 몰아
산으로 바다로
아무런 데로나
다니다 고단해지면은
집으로 돌아가 쓰러져 자거나
모두 다 아무런 소용 없지만
나 혼자 별다른 수가 없잖아
그나마 다행인 거는 있잖아
나 혼자만 이런 건 아닐 거야
그 누가 다시 내게 와준다면
역시나 나는 반가워할 거야
하지만 어느 순간엔 또 다시
나 혼자 걸어가고 있을 거야

2.8. 초심

초심 08
3' 49"

초심을 지키는 것이 늘 좋은 걸까? 잃지 말아야 할 가치와 태도도 분명 있겠지만 때로는 인생에서 뭔가를 과감히 바꿔버리는 것이 행복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외 음원 사이트에 올리는 용도로 전곡의 영어 제목을 정하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알게 됐다. “초심”은 영어로 번역할 수 없다. 영어권에는 “초심을 지켜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곡만은 영어 제목을 발음대로 “Cho Shim”이라 정했다. 가사에 걸맞게 그동안 장얼 앨범에서 해 보지 않았던 방식으로 편곡을 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뒷부분에 샘플링을 활용한, 다소 EDM을 연상시키는 부분을 넣었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곡 자체에도, 그리고 앨범 전체에도 재미있는 색깔을 더해주었다.

[ 가사 보기 ]
초심을 잃지 말라
말씀하시네
모두가 입을 모아
말씀하시네
하지만 사실 나는
기억이 안 나
옛날에 내가 어떤
놈이었는지
나는 옛날이랑은 다른 사람
어떻게 맨날 맨날 똑같은 생각
똑같은 말투 똑같은 표정으로
죽을 때까지 살아갈 수가 있겠어
초심 따위 개나 줘 버려
시원하게 내팽개쳐 버려
초심 따위 개나 줘 버려
조심하지 마 변해 버려
오늘 밤 나는 쿨쿨
잠이 들 거야
누가 업어가도 모르게
잠이 들 거야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면
난생 처음 보는 얼굴이
나를 반겨 줄 거야
나는 옛날이랑은 다른 사람
어떻게 맨날 맨날 똑같은 생각
똑같은 말투 똑같은 표정으로
죽을 때까지 살아갈 수가 있겠어
초심 따위 개나 줘 버려
초심 따위 개나 줘 버려
시원하게 내팽개쳐 버려
초심 따위 개나 줘 버려
조심하지 마 변해 버려

2.9. 별거 아니라고

별거 아니라고 09
4' 53"

올 초에 외국에 다녀오는 비행기 안에서 문득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추억이 떠올랐다. 그리고는 가사와 멜로디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이없게도 눈물이 났다. 귀국해서 마저 완성시킨 후에도 유독 부르면서 눈물을 흘리는 일이 많았던 곡이다. 내가 내 노래를 듣고 울다니 우습군, 하면서도 울었다. 이런저런 다양한 편곡을 시도해 봤지만 피아노와 최소한의 드럼만을 이용한 단출한 편곡이 노래의 정서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결론 내렸다. 간주에도 악기 솔로를 넣지 않고 그저 피아노로 코드만 짚었다. 보컬은 울림이 아예 없게, 그리고 악기 소리들은 좀 심할 정도로 울리게 잡아서 대조를 이루도록 했다.

[ 가사 보기 ]
우리가 함께였을 때는
남은 시간을 모두 약속했었지
잡은 손 놓칠 일 없이
무덤까지 걸어갈 거라며
깔깔거리며 웃곤 했었지
마지막으로 만난지도
벌써 여러 해가 지나가버렸네
그 후로도
나는 여러 번의 약속을 했지만
결국엔 단 한 개도 지키질 못했어
푸른 새벽녘에 맨발로
비오는 골목을 손 잡고 걸으며
너는 두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지
다 별거 아니라고
아름다웠던 사람아
그리운 나의 계절아
이 노래가 들린다면
한 번 더 내게 말해줄래
조그마한 약속마저
이제는 두려운 내게
뭐든지 두려워할 건 없다고
알고 보면 다 별거 아니라고
풀이 죽은 내 손을 잡고서
늦은 밤 전철역 벤치에 앉으며
너는 내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지
다 별거 아니라고
아름다웠던 사람아
그리운 나의 계절아
이 노래가 들린다면
한 번 더 내게 말해줄래
조그마한 약속마저
이제는 두려운 내게
뭐든지 두려워할 건 없다고
알고 보면 다 별거 아니라고
알고 보면 다 별거 아니라고

3. 여담


[1] 서태지와 아이들 환상 속의 그대를 인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