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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1-05 19:41:01

하르파고스


Harpagus

(? ~ ?)

1. 개요2. 생애
2.1. 아스티아게스와의 악연2.2. 메디아의 정복2.3. 리디아의 정복2.4. 소아시아의 정복
3. 그 외에

1. 개요

아케메네스 제국의 개국 공신.

본래 오늘날 이란 북서부를 지배하던 대국 메디아의 중신이었으나 왕인 아스티아게스에게 아들을 잃게 된 사건을 계기로 메디아를 배반하고 아케메네스 페르시아를 창건한 키루스 대왕의 측근이 되었다. 그야말로 복수의 화신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인물. 그의 행적은 대부분 헤로도토스의 《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지혜가 매우 뛰어난 인물로, 아스티아게스의 휘하에 있을 적에도 총애와 신임을 받았으며 키루스 대왕의 휘하에 들어간 후에는 많은 전공을 쌓으며 명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아스티아게스 왕을 속여 메디아를 멸망케하였고, 낙타기병을 동원하여 리디아의 기병대를 무찔렀으며, 소아시아의 그리스계 도시들을 공략할 때에는 토산을 쌓아 성벽을 넘는 등 기발한 계략을 수차례 구사했다.

2. 생애

2.1. 아스티아게스와의 악연

하르파고스는 본래 메디아의 왕족이었다. 그는 메디아의 왕인 아스티아게스의 친척이었을 뿐 아니라 성격도 몹시 충성스러워 아스티아게스로부터 깊은 신임을 받고 있었다.

아스티아게스는 어느 날 딸인 만다네가 낳은 아들이 자신을 대신하여 왕이 되리라는 예지몽을 꾸었다. 이에 두려움을 느낀 아스티아게스는 페르시아 안샨의 왕자 캄비세스[1]에게 시집보냈던 딸을 다시 수도로 불러들여 그녀가 아들을 낳는 즉시 그를 죽이려 하였다. 과연 만다네가 아들을 출산하자, 아스티아게스는 하르파고스를 불러 아이를 집으로 데려간 후에 죽이고 그 시신은 적당히 처리할 것을 명하였다. 그러나 하르파고스는 이 일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처리하기를 주저했다. 아스티아게스에게는 아들이 없었기에 그가 죽고나면 공주인 만다네가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았는데, 만일 자신이 직접 만다네의 아들을 죽인다면 자신 또한 만다네에게 보복을 당할 것 같아 두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하르파고스는 고민 끝에 남의 손을 빌리기로 마음먹고는 아스티아게스의 소몰이꾼인 미트라다테스에게 그 아이를 몰래 버려서 죽이도록 명하였다. 그러나 미트라다테스는 마음이 모질지 못해서 차마 갓난 아기를 죽이지 못했다. 그때 마침 미트라다테스의 아내도 아들을 낳았으나 사산하고 말았는데, 미트라다테스는 꾀를 내어 죽은 아기와 만다네의 아들을 바꿔치기하였다. 하르파고스는 만다네의 아들이 죽었다는 미트라다테스의 말을 믿고 이를 그대로 아스티아게스에게 보고하였으나, 사실 만다네의 아들은 미트라다테스의 아들로 둔갑하여 자라게 되었다. 그 아이가 바로 훗날의 키루스 대왕이다.

세월이 흘러 키루스가 어린 아이가 될 무렵에 그 정체가 탄로나고 말았다. 이 때 즈음에는 아스티아게스도 손자를 해쳤던 사실에 죄책감을 품고 있었고, 주변의 마기(사제)들도 키루스에 대한 예언은 이제는 무효가 되었다고 주장했으므로[2] 키루스를 죽이지 않고 그 친부모에게 돌려보냈다. 그러나 임무에 실패한 하르파고스를 괘씸하게 여겨 매우 끔찍한 보복을 가하였다. 아스티아게스는 하르파고스를 불러 연회를 베풀고 맛좋은 고기요리를 대접했다. 그런데 하르파고스가 고기를 다 먹고 나자 아스티아게스는 "고기가 마음에 든다면 더 가져가도 좋다."라 말하며 그가 먹었던 고기를 담은 광주리를 내왔다. 그리고 그 안에는 하르파고스의 13살 된 아들의 머리와 사지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하르파고스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왕의 뜻에 따르겠다고 말하며 아들의 남은 시신을 거두어 집으로 돌아갔다.[3]이에 대하여 헤로도토스는 아마도 그가 아들의 유해를 거두어 가서 장사를 지내주려 했을 것이라 추측했다.

2.2. 메디아의 정복

하르파고스는 겉으로는 왕이 자신의 아들을 죽이고 그 고기를 자신에게 먹인 사실에 대해 아무런 감정이 없다는 듯이 행동했으나, 마음 속으로는 원한을 품고 복수를 열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스티아게스는 그를 의심하지 않고 계속 중용하였다.

훗날에 안샨의 왕자 키루스가 장성하여 사람들로부터 인망을 얻게 되자, 하르파고스는 토끼의 뱃속에 밀서를 넣어 키루스에게 보내서 반란을 일으키로도록 부추겼고, 다른 메디아의 중신들에게도 남몰래 손을 뻗어서 포악한 아스티아게스를 몰아내고 키루스를 왕으로 옹립해야 한다고 꾀어냈다. 이를 기회로 삼아 키루스는 그동안 메디아인들의 지배에 불만을 품고 있던 페르시아인들의 사령관이 되어 그들을 선동하고 마침내 반란을 일으켰다.

아스티아게스는 페르시아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전군을 소집한 후 하르파고스를 그 사령관으로 임명하였다. 그 자신이 과거에 하르파고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도 잊은 채 어리석은 선택을 내린 것이다.[4] 당연하게도 하르파고스는 페르시아군과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도리어 키루스와 합류하여 메디아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분노한 아스티아게스는 남은 병력을 모두 모아 직접 페르시아군과 맞붙었으나 메디아군은 그 싸움에서 참패하였고, 아스티아게스 그 자신도 포로가 되고 말았다.[5]

하르파고스는 포로가 된 아스티아게스를 찾아와 과거에 그가 자신에게 저질렀던 만행에 대해 꾸짖었다. 그러자 아스티아게스도 지지 않고 "차리리 네가 왕이 되지 않고 어째서 페르시아인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는가? 너의 원한 때문에 메디아인들을 페르시아의 노예로 만들었는가?"라 응수했다고 전한다.[6]

2.3. 리디아의 정복

키루스가 메디아를 정복하여 이란을 평정하고 강대국을 이룩하게 되자 아나톨리아 서부 지역을 지배하던 또다른 대국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가 이를 경계하여 전쟁을 걸어왔다.

그리하여 마침내 키루스와 크로이소스가 사르데스의 평야에서 맞붙게 되었다. 키루스는 크로이소스가 거느린 기마병들의 수가 많은 것을 보고 내심 두려움을 느꼈다. 그러자 이때 하르파고스는 키루스에게 단봉낙타를 활용하여 이들을 무찌를 것을 건의했다. 키루스는 그 견해를 따라서 그동안 짐을 싣고 다니는데에만 쓰던 낙타들의 등 위에 기병의 장비를 갖춘 병사들을 태워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과연 크로이소스의 군마들은 낙타들의 낯선 생김새와 냄새를 두려워하며 진격하지 않고 도리어 뒤로 돌아 달아나기 시작했고, 크로이소스는 이 전투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크로이소스는 리디아군을 이끌고 사르데스의 성벽에 들어가 농성하였으나 14일 간 포위공격을 당한 끝에 도시가 함락당하고 그 자신 또한 키루스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2.4. 소아시아의 정복

키루스는 리디아를 정복하면서 자신의 사령관인 마자레스에게 아나톨리아 동부에 해당되는 이오니아 지역, 즉 소아시아 일대의 정복을 맡겼다. 그 곳에는 그리스인들이 세운 도시들이 여럿 분포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자레스가 전선에서 병사하자 하르파고스가 그의 후임자가 되어 이오니아 정복을 지휘하였다.

하르파고스는 그리스 도시들의 성채를 공력하면서 기묘한 전술을 도입했다. 바로 그리스인들을 성벽 안으로 몰아넣은 후 그 바깥에 흙으로 토산을 쌓아 벽을 넘어 공략하는 것이다. 하르파고스는 포카이아와 테오스를 정복한 후, 남하하여 카리아, 카우노스, 페데사, 리키아, 크산토스 등을 모두 정복하였다.

특히 크산토스의 저항이 격렬하였는데, 그곳의 주민들은 패배에 직면하자 자신들의 처자식들과 노예 및 재산까지 모두 아크로폴리스에 모아놓고 불을 질러 태워버린 후 그 자신들도 모두 끝때까지 페르시아군과 싸우다가 전멸당했다. 이로 인하여 크산토스는 결국 한 명의 생존자도 남기지 못한채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이처럼 이오니아의 그리스 도시들을 정복한 후 하르파고스의 행적은 명확하지 않다.

3. 그 외에

헤로도토스의 《 역사》에서는 다리우스 1세 시대에 활동한 페르시아의 장군 하르파고스가 등장하는데, 이 문서에서 말하는 하르파고스와는 활동연대가 크게 차이가 나서 동일인물로 보기 어렵다. 아마도 단순한 동명이인이거나 혹은 그 이름을 물려받은 후손일 가능성이 높다.

이와아키 히토시의 만화 《 히스토리에》에서도 주인공 에우메네스가 친구들에게 페르시아의 역사를 설명하며 그를 언급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기록상의 묘사를 제법 충실하게 따른 편이다. 또한 기록과는 달리 아스티아게스를 포로로 잡은 후 눈물을 흘리며 "아들의 고기 맛이 어땠냐고?"라 말하며 그 머리 위에 구토를 하는 장면을 넣어서 그가 얼마나 복수를 열망했는지를 절절히 묘사했다.

작중에서는 아스티아게스로부터 사령관에 임명된 후 키루스의 반란을 평정하라는 명을 듣자 "바~보아냐!?(ば~~~~~っかじゃねえの!?)"[7]라는 말을 던진 후 곧장 군대를 반대로 돌려 메디아를 멸망시키고 마는데, 이 대사의 컷이 일본 웹에서는 상당한 붐이 되어 여러곳에서 패러디되는 으로 자리잡아 절찬리에 쓰이고 있다. 바보 아냐!? 를 날리기 전의 전령을 쳐다본 뒤 다른 곳을 쳐다보는듯한 침묵하는 두컷도 함께 쓰이는 경우도 많다. 소년기 에우메네스가 노예로 팔려가기 전에 지른 날 속였어! 샤우팅과 더불어 히스토리에 최고의 명짤중 하나라 할 수 있다.
[1]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페르시아는 이란 인근의 작은 부족에 불과했다. [2] 키루스는 아이들과 놀이를 하던 중 왕으로 선출되었다가 정체가 탄로났다. 마기들은 비록 놀이라지만 그가 이미 왕이 되었으니 더 이상 반란을 일으킬 위험이 없다고 주장했다. [3] 네이버 웹툰 페르샤에선 하르파고스가 차라리 날 죽이지, 왜 죄없는 내 아들을 죽인 거야!!라고 왕에 대한 예의까지 잊고 반말로 절규한다. 참고로 이 말에 대한 아스티아게스 대답은, 자넨 내 친구니까, 친구를 죽였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거든! [4] 물론 이는 달리 말해서 하르파고스가 아스티아게스로부터 얼마나 큰 신임을 받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5] 하르파고스가 키루스의 반란을 선동하고 도움을 주었다는 헤로도토스의 기록은 그 내용이 너무 극적인인지라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나보니두스 연대기에 따르면 키루스가 메디아를 공격할 당시 반란이 일어났다는 기록이 있으므로, 메디아가 내부 분열을 겪었다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6] 서울대 인문고전 역사편에서는 이에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전해지지 않는다고 한다. [7] 국내 정발본의 번역은 "놀고들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