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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20 21:57:47

평양에서 걸려온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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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산가족,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소재로 쓴 고호의 소설

만약 평양에서 전화가 온다면? 어느 날,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 발신자는 다름 아닌 북한의 평양.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어쩐지 오싹해서 끊어 버릴 것인가, 호기심에 통화를 이어 나갈 것인가. 『평양에서 걸려온 전화』는 만날 수 없어 애달픈 마음에 한 번쯤 상상했던, 또 일어나길 고대했던 일들이 과감하게 펼쳐지는 소설이다.
우레와 같은 폭탄이 떨어지던 날
굉음 속에 엄마 잃고
누이의 고사리손 우습게 놓쳐 버렸다
술에 절은 아버지는 누이를 만난다며
봄볕 좋은 날 서둘러 가시고
홀로 억지로 붙인 이 목숨
이제사 너를 만난다니
구차히 살아온 보람이 아니겠느냐
예닐곱 먹던 젖떼기와 헤어지기 전날
비석치기하다 자빠트린 것이
팔십 평생 목에 걸린 가시가 되어
보자마자 이마에 흉터부터 보자 했다
고사리 같던 손은 고목나무가 되고
포동포동하던 젖살은 그 옛날에 빠지고 없어
여기 폭삭 늙어 뵈는 할머니가 내 누이라 하네
유독 매서운 겨울을 지나
애달픈 아리랑 고개를 넘어
이제야 왔구나 이제야 만나는구나
기가 차서 두 손만 썩썩 비빈다
이북은 여그보다 춥담서
오래전에 사둔 장갑 손에 찌워주고
어떻게 핏줄은 낳고 살았는가
낯선 조카들을 보니 주책없이 눈물이 흐른다
헤어지지 맙시다 다신 헤어지지 맙시다
다 늙은 것이 애마냥 옷고름을 적신다
죽지 말고 기다리라고
내년 지 생일날 꼭 다시 보잠서
살아만 있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