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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18 21:42:05

티베트 불교/인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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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구성
2.1. 기초 과정
2.1.1. 섭류학2.1.2. 심류학2.1.3. 인류학
2.2. 《석량론》
3. 대론(對論)
3.1. 과학적 연구
4. 관련 영상5. 관련 서적

1. 개요

파일:dignaga.jpg
대론(對論)으로 외도(外道)들을 제압하는 디그나가
세상 사람들의 이익을 바라는 분(慈悲者)이며, 교사(敎師)이며, 선서(善逝)이며, 구제자(救濟者)인 규범자(프라마나pramana(바른 인식)가 되신 분=세존)에게 경례하여 나(디그나가)는 프라마나를 확립하기 위해 [《니야야뭇차》 등의 자신의 저술에서] 산발적으로 설해져 있는 자기의 말들을 하나로 정리하여 《프라마나삼웃차야》를 저술한다.
《프라마나삼웃차야(양집성/집량론)》
《다르마키르티의 인식론평석:종교론》(권서용 譯)

티베트 불교 교학은 반야학, 중관학과 더불어 불교의 인식론과 논리학에 해당하는 인명학(因明學, Hetu-vidyā)을 매우 중시한다. 인명학은 말 그대로 인(因), 즉 원인과 이유에 관한 학문을 지칭하는 전통적 용어로, 논증의 핵심인 논증인(論證因)을 규명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태승,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인명(因明))》

인명학은 현대식 용어로 불교인식논리학이라고 한다. 인명학에서 지각에 해당하는 현량(現量, pratyakṣa)과 추리에 해당하는 비량(比量, anumāna)이라는 두 종류의 바른/타당한 인식(量, pramāṇa)을 다루며, 이 중 비량에 관한 이론은 논리학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인명학은 경론을 통해 견해와 수행 체계를 익히는 데 필요한 분석 도구일 뿐 아니라, 수행을 통해 공성에 대한 명료한 인식을 획득하는 데도 필수적으로 의지해야 할 수단이다.

공성을 현량(現量)을 통해 직접적으로 지각하는 견도(見道)는 공성을 지각하기 이전 가행도(加行道)의 세제일법(世第一法)까지 유지되는 분별지(分別智) 없이는 불가능하며, 이 분별지는 올바른 논리를 통해 생기기 때문에 결국 인명학의 논리방식을 익혀야 된다. 논리학을 공부하는 것을 외적 대상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지 내적 수행과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바른 논리를 심을 수 없으며 수행 체계 역시 완성할 수 없다. 따라서 사견(邪見)을 모두 제거하여 진정한 수행자가 되려면 논리학을 학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특히 지관(止觀)을 수습(修習)하는 이들이 논리 체계를 이해하게 되면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진다.
《논리에 이르는 신비로운 열쇠: 뒤다체계의 논리방식》(게셰 텐진 남카 譯)

이처럼 인명학은 교학 뿐 아니라 수행에도 필수적인 토대가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 불교권에서 인명학은 적극적으로 수용되지 못한 채 천 년 이상 잊혀져 온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제14대 달라이 라마도 "한국인에게 《람림》같은 수행 체계보다 우선 《뒤다》와 같은 논리학을 먼저 가르치라"고 당부한 바 있다. 비단 연구자나 수행자 뿐 아니라 티베트 불교에 관심있는 일반인들도 인명학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갖고 있으면 도움이 많이 된다. 논리적 사고를 증진시킬 뿐 아니라 티베트 불교를 보다 정확하고 심도있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티베트 불교 관련 법문, 강의, 문헌 등에서 인명학의 개념과 논리 전개를 활용한 부분이 빈번히 등장하는데, 인명학에 무지하면 번역과 이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인명학은 구(舊)인명과 신(新)인명으로 나뉘는데, 이 중 신인명은 디그나가(Dignāga, 480~540)와 다르마끼르띠(Dharmakīrti, 7세기)가 확립했다. 불교의 진리를 논리적으로 탐구하는 모든 과정은 인명의 범주에 포함된다. 디그나가와 다르마끼르띠는 불교의 인명논리학을 집대성하여 종(宗), 인(因), 유(喩)로 이루는 삼지작법(三支作法)을 확립했고, 이후 오지작법의 논쟁 방식이 점차 정립되었다.

《인명칠론(因明七論)⟫ 혹은 《칠부량론(七部量論, Pramanavartikadisapta-grantha-samgraha)⟫은 다르마키르티가 디그나가의 《집량론(集量論, Pramāṇa-samuccaya)⟫를 주석한 (1) ⟪양평석(量評釋, Pramāṇavārttika)⟫, (2) ⟪정량론(定量論, Pramāṇaviniścaya)⟫, (3) ⟪이적론(理滴論, Nyāyabindu)⟫ (4) ⟪인적론(因滴論, Hetubindu)⟫, (5) ⟪관계론(關系論, Saṃbandhaparīkṣā)⟫, (6) ⟪쟁리론(諍理論,  Vādanyāya)⟫, (7) ⟪오타론(悟他論, Saṃtānāntarasiddhi)⟫ 등 일곱 가지 주석서를 총칭하는 말이다.
정성준, 《티베트대장경의 번역과 영향》

티베트 불교의 인식논리학과 언어철학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는 스위스 로잔 대학의 파스칼 위공(Pascale Hugon)이 작성한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Tibetan Epistemology and Philosophy of Language> 항목에 나와 있다.

2.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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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량론(양평석)》의 저자 다르마끼르띠
사람의 모든 목적 성취에는 선행하는 바른 인식이 있기에 그것이 논구(論究, vyutpadyate)된다.[1]
《니야야빈두(정리일적)》
《니야야빈두, 니야야빈두띠까》(박인성 譯)

티베트 불교에서는 다르마끼르띠의 《석량론(양평석)》을 중시하였는데, 《석량론》을 비롯한《인명칠론》은 과거에 한역이 된 바 없다. 현대에 이르러 학술서와 논문 등에서 《인명칠론》일부가 현대어로 번역되었지만 아직《석량론》의 현대어 완역본은 나오지 않았다. 근현대 티베트의 문제적 인물인 학승(學僧) 겐뒨 최펠(dge 'dun chos 'phel)이 《석량론》을 영어로 완역하였으나 실전(失傳)되었다고 전해진다.

티베트 불교 승가대학에서는 기초 과정에서 인식론, 논리학과 관련된 《뒤다(섭류학攝類學)》, 《로릭(심류학心類學)》, 《딱릭(인류학因類學)》을 배운 뒤 5부 대론 과정에서 다르마끼르띠의 《석량론(釋量論)》을 배운다. 또한 논리학을 중시하는 겔룩의 경우, "잠양군최('jam dbyangs dgun chos)"라 하여 매년 겨울철 한 달씩 간덴, 세라, 데뿡 삼대(三大) 사원의 학승들이 한 사원에 모여 집중적으로 논리학을 배우고 토론하는 행사를 개최한다.

2.1. 기초 과정

2.1.1. 섭류학

2.1.2. 심류학

2.1.3. 인류학

2.2. 《석량론》

3. 대론(對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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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승려들이 대론하는 모습
두 마리 사자가 서로 등을 맞대면 어떤 짐승도 그들을 대적할 수 없듯이, 중관과 인명을 익히면 어떤 반박과 논리도 물리칠 수 있다.
티베트 격언

불교논리학에 기초한 대론(對論, རྩོད་པ ; 쬐빠rtsod pa)은 인도의 날란다 사원에서부터 계승된 티베트 불교의 중요한 수행 방법 중 하나이다. 티베트 불교에서 대론은 설법('chad), 저술(rtsom)과 더불어 타인을 이롭게 하기 위해 갖춰야 할 학자(paṇḍita)의 3가지 주요 활동(mkhas pa'i bya ba gsum)으로 알려져 있다. 일찍이 불교는 내도(內道)의 다른 학파 및 외도(外道) 간의 대론을 통해 바른 견해를 확립해왔다. 오늘날과 같은 티베트 불교의 대론 방식은 12세기 차빠 최끼 셍게(ཆ་པ་ཆོས་ཀྱི་སེང་གེ་, phywa pa chos kyi seng ge)에 의해 정립되었다.

티베트 불교의 대론 방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대론은 인명자(因明者; 딱셀와; rtags gsal ba)와 발서자(發誓者; 담짜와; dam bca'ba) 간의 문답으로 진행된다. 인명자는 일어선 채로 질문하고, 발서자는 앉은 채로 대답한다.

2) 발서자는 자신의 주장을 방어하고, 인명자는 발서자의 주장을 무너뜨리기 위해 여러 가지 질문들을 통해 발서자를 모순으로 유도해간다.

3) 발서자가 자신이 전에 했던 주장을 뒤에 번복하면 인명자는 왼손 손바닥에 오른 손등을 내리치며 '차!'라고 외쳐 오류가 발견됐음을 확인시킨다. 그러나 이것이 인명자의 착각일 경우 발서자는 '찰록' 또는 '차똥'이라고 말해 오류가 없음을 주장한다.

4) 궁극적으로 인명자는 발서자의 근본주장(짜외담짜; rtsa ba'i dam bca'), 즉 논쟁의 시초가 된 주장을 무너뜨리기 위해 나아가며, 근본 주장이 번복될 경우 발서자의 근본적 패배로 간주된다.
범천,《불교논리학의 향연》

함께 수업을 받는 동료에게 학습한 내용에 대해 질문을 하고, 질문에 답하는 동료의 논리에서 발견되는 모순을 지적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완벽하게 구축하는 것이 티베트 불교 강원에서 이루어지는 대론의 목적이자 의의이다. 대론은 질문을 하는 쪽, 답을 하는 쪽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공부 방식이다.

​즉 대론은 자신의 이해력(nges shes)을 향상시키기 위해 대론을 하는 것이다. 만일 어떤 반론에도 자신이 제시한 관점으로 방어할 수 있고, 논리적으로도 모순이 없다면 그 주제에 대해 확고한 이해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 주제에 대해 더는 의심하지 않고 집중할 수 있다. 이런 상태의 마음을 확신(mos pa)이라고 한다. 무상, 자타평등(自他平等), 자타상환(自他相換), 보리심, 공성 같은 주제로 집중 명상을 할 때 바로 확고한 이해와 확신이 필요하다. 많은 이들과 대론을 하면 혼자 분석 명상을 하고 법을 사유하면서 이해를 향상시키는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질문을 제기할 수 있고, 더 많은 논리적 모순과 오류를 더욱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대론을 하는 목적이다.

대론은 경우에 따라서 초보자들이 집중력을 계발하는데 명상보다 더 효과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대론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의견을 경청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아울러 혼자 명상을 할 때와 달리 수많은 사람들이 큰 소리로 대론을 하는 대론장에서 대론을 해야 하므로 상대가 자신에게 하는 말을 더 집중해서 들을 수밖에 없다. 또한 대론 상대에게 거들먹거리거나 화를 내는 일 없이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는 훈련이기도 하다.

대론 상대의 주장이 논리적이지 않다고 입증하는 것이 자신이 더 똑똑하고 상대가 더 어리석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대론의 승패에 따라 나와 상대 간의 우열을 가릴 때 자기중심적인 ‘나’라는 관념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논쟁에서 이겼다고 좋아하거나 졌다고 분노하는 것은 ‘나’가 실재한다는 착각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며, 그러한 관념은 궁극적으로 해체해야 할 대상이다. 대론을 하는 목적은 지적 우열을 가리는데 있지 않고, 자신과 상대 모두 대론의 주제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그 결과로 확신을 갖는 데 있다.
제2대 첸샵 쎌콩 린포체, 《대론의 목적과 장점》

3.1. 과학적 연구

대론이나 분석 명상은 마음챙김 등 다른 명상에 비해 과학적으로 거의 연구된 바 없다. 마리에케 반 부흐트(Marieke K. van Vugt) 흐로닝언대 교수, 조슈아 폴록(Joshua Pollock) 켄트 주립대 교수, 데이비드 프레스코(David M. Fresco) 켄트 주립대 교수 등은 2020년 대론과 분석명상에 관한 첫 과학적 연구를 발표했다.

대론(monastic debate)은 양자(兩者) 간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는 분석 명상(analystic meditation)에 해당한다(역으로 개인의 분석 명상은 스스로 묻고 답을 찾는 '자가 대론(self-debate)'에 가깝다.).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대론 역시 '분석 명상'으로 지칭하였다. 측정 수단으로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분석하는데 알맞은 뇌파의 하이퍼스캔(Hyperscan)을 활용하였다. 실험 대상은 겔룩에 속한 세라 제(Sera Jey) 강원의 승려들로 선정되었다.

측정 결과 대론 중에 집중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중전두 세타 진동(mid-frontal theta oscillations)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여, 분석 명상이 집중력을 훈련시킨다는 가설과 일치함을 보였다. 세타 진동의 증가 정도는 초보자 승려군(群)보다 숙련된 승려군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또한 짝지어진 토론자들 간의 전두 알파 진동(frontal alpha oscillations) 동시성(synchrony)이 전제에 대한 의견이 서로 불일치할 때보다 동의할 때 더욱 증가한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었다.
Marieke K. van Vugt et al.,, 《Inter-brain Synchronization in the Practice of Tibetan Monastic Debate》

세라 제 강원의 교수사들과 상급생 승려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토의 및 인터뷰와 예비실험들을 바탕으로, 반 부흐트 등은 성공적인 토론에 추론과 비판적 사고, 주의 집중, 작업 기억(working memory), 감정 조절, 추론 기술에 대한 자신감, 사회적 유대감 등이 필요하다는 초기 이론을 설정하였다. 또한 향후 대론과 분석 명상이 심리학적 웰빙과 교육적 성취에 심리학, 신경과학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추가로 연구해나갈 것을 제안하였다.
Marieke K van Vugt et al., 《Tibetan Buddhist monastic debate: psychological and neuroscientific analysis of a reasoning-based analytical meditation practice》

4. 관련 영상

《A brief introduction to debate in Tibetan buddhism》
《The overnight debate at Drepung Loseling Monastic tsawa Khangtsen》

5. 관련 서적

참조할만한 국내 서적은 다음과 같다. 티베트 불교의 인식논리학과 직접적으로 연관 있는 국내 서적은 매우 드물다.[2]

대신 티베트 불교 인식논리학의 토대가 되는 인도 후기 유식학파(경량부유가행파)의 인식논리학 및 언어철학과 관련한 국내 서적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3]

[1] "논구한다(vyutpadyate)"란 그릇된 이해(vipratipatti)를 물리침으로써 이해(pratipadyate)하는 것이다. [2]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주요 언어로는 비교적 다수의 번역서와 연구서들이 출간되었다. 예를 들어《뒤다(섭류학攝類學)》, 《로릭(심류학心類學)》, 《딱릭(인류학因類學)》등의 강원 교재는 영어, 중국어 등으로 완역된 바 있고 관련 강의도 들을 수 있다. [3] 동아시아 불교의 경우 현장에 의해 디그나가의 《인명정리문론》, 상카라스와민의 《인명입정리론》이 한역(漢譯)되었고 이에 관한 주석서인 규기의 《인명대소》, 원효의 《인명입정리론기》, 《판비량론》, 문궤의 《인명입정리론소》, 젠주의 《인명론소등명초》 등이 저술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