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일단 문헌 상에 나오는 택견의 승패 방법은,발로 상대를 차서 손이 땅을 짚게 하면 승리
라는 딱 하나다. 그 외에 참고할 수 있는 문헌은,
하수는 다리를 차고 중수는 어깨를 차고 가장 고수는 상투를 찬다.
박철희의 증언에 의하면 송덕기 옹이 말한 경기 규칙은
1.장으로 타격 가능
2.손이 땅을 짚게 하거나 넘어지면 승리
라는 기록이다. 허나 이 기록은 정확한 택견의 승패방법이라고 나온 것은 아니다. 현대의 택견 경기 규칙은 협회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으나 크게 공통 분모가 있다.
1. 발로 정확하게 얼굴을 가격하면 승리
2. 무릎 이상의 부위가 땅에 닿게 하면 승리
승리, 패배 조건은 위의 두가지 이며 그 외에
3. 옷을 잡을 수 없다.
4. 손으로 가격할 수 없다.
5. 잡고 늘어질 수 없다.
정도가 있다. 협회의 방침에 따라서 곧은발질의 정의나 밀어차는 부위에 대한 정의가 다르기는 하지만 크게 위와 같은 공통분모를 가지고 협회마다 조금씩 차이를 두고 있다.
2. 단체별 차이
대한택견회에선 대련할 땐 상대를 밀어내는 '는질러차기'라는 기법을 사용한다. 는질러차기란 타격 지점까지 발을 가져다댄 후 부드럽게 밀어내는 발차기를 말하는데, 이는 대한택견회의 상생(相生) 철학에 바탕을 둔 것으로 상대를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함이며 대련을 별도의 방호구 없이 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거의 명목상일 뿐이고, 실제 는질러차기에 맞아 보면 상당히 아프다(...). 끊어서 차고 바로 돌아오는 발차기에 비해 끝까지 밀어내는 기법이기 때문에 명치나 배 부분을 맞아보면 그 부위가 쑥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단순히 싸움질을 할 때도 미는 행위는 의외로 효과적인 공격이며 어느 정도 수준을 넘어가면 밀고 때리고 할 것 없이 맞는 사람 입장에선 둘 다 아프다는 점으로 미루어보면 대한택견회가 신봉하는 는질러차기 이론의 신빙성은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덧붙여 다른 무술의 발차기 중 이것과 유사한 특징을 보이는 것이 무에타이의 '딥'이다. 대한택견회의 경기는 다시 개정을 거쳐 이제는 정말 넘어뜨리는 것도 발로만 차서 넘어뜨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반격자는 덜미잽이를 쓸 수 있다는 점 등으로 좀 규칙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반면 결련택견협회는 아랫발질을 잡을수가 있기에[1] 그 잡아채는 방식으로 인해 잡고 넘기는 기술이 능한 택견꾼들이 많이 있다.
이렇게 협회마다 규칙들이 다른 것은 현대 택견의 원천이 되는 구한말의 택견판도 큰 규칙은 있으되 자잘한 규칙에 대해서는 세부사항을 두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송덕기 옹의 지도 스타일도 그렇게 세세한 것은 아니었으며 경기 규칙도 오목조목 상세하게 일러주며 이건 되고 저건 안 되고 하며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었으며 또 1980년대 당시의 무술풍조와 그 당시 무술인들이 가지고 있던 택견에 대한 생각이 '비각술' 이라 하여 태권도와 흡사한 발길질 위주의 무예라고 생각했던 것도 있다.
만약 레슬러들이 택견에 관심을 가졌다면 택견의 태질이 어떤 방식인지에 대해서 질문했을 수도 있지만 레슬러들은 택견을 배우지 않았고 결국 세부 사항은 제대로 알기 어려워졌다.
다만 신한승은 레슬러 출신이었고 그래서 그가 오장환 교수에게 실기를 보여준 택견 전수교본에는 레슬러들의 투레그 테이크 다운인 '마구잽이' 가 들어가 있다. 이에 대해서 신한승이 송덕기가 그렇게 싫어한 크게 돌리는 활개짓을 집어넣은 전적도 있기 때문에 이것도 택견에 없는 기술을 신한승이 마음대로 집어넣은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하며 반대로 굉장히 러프했던 택견판을 생각하면 이런 기술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도기현이 쓴 우리 무예 택견이라는 책에서는 송덕기 옹이 분명히 가르친 기술 중 하나였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덩치 작은 선수가 마구잽이를 써서 덩치 큰 선수를 뽑아들어 내팽개치면 엄청나게들 환호했다고 한다.[2]
현대에 들어 택견 협회들이 많은 현대화를 이루어서 택견의 인지도가 과거와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올라갔으며[3] 이제는 현대적인 한국의 격투스포츠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룰에 대한 토론과 개정이 한참이다.
3. 금지규정
현대 택견 경기에서의 각종 금지조항들은 택견 문화의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한 장치이다. 예를 들어 '걸이'는 한국의 전통적인 그래플링 개념인데, 택견에서는 다른 무술에서 반칙으로 보일만한 '걸이' 기술도 살상력만 높지 않다면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또한 택견에서는 아무리 위험한 궤도의 발차기라도 치명상을 주지만 않는다면 허용한다. 반대로 무릎으로 얼굴을 찍는 기술은 살상력이 높으므로 반칙이다. 밀치기는 결련택견협회의 경기에서 자주 사용된다. 단 지나치게 자주 사용하면 경고를 주기도 하는데 이는 경기를 지루하게 만들기 때문이지 화려함과는 관계가 없다. 택견 단체들의 금지규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즉, 현 택견 경기의 다양한 규칙들은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의 흐름을 보존하고, 격렬한 몸 동작을 보여주는 재미를 부각시키기 위한 연구의 산물이다. 협회들은 택견 특유의 놀이문화를 보존하기 위해서, 경기를 너무 획일적으로 만드는 기술들을 금지하는 조항들을 적절하게 섞어놓는다.
현대에는 현대격투기를 택견의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시합에서 이용하는 사례도 제법 늘어났다. 하지만 택견을 택견답게 만드는 '규정'에서는 여전히 보수적인데, 애초에 택견이 까딱하면 '사라질 뻔 했던 문화'였음을 감안하면, 택견 단체들의 이러한 노력은 수긍할 만하다.
다른 무술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규정 때문에 몇몇 격투기 수련자가 바로 뛰어들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킥복싱이나 카포에라 수련자들이 택견배틀에 참가했다가 이해하기 어려운 규칙 때문에 지는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태권도, 가라데, 유도를 하던 사람들은 택견 시합에서도 그럭저럭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택견의 금지조항에는 악의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택견의 개성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에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택견에는 문화재를 보존해야한다는 원칙이 강하게 적용된다는 점을 알아두어야 한다. 이따금 제기되곤 하는, 택견 단체가 나서서 현대격투기와의 호환성을 늘려야한다는 주장은 상당히 무리가 있는 요구라고 할 수 있는데, 현대적인 규칙을 무작정 받아들이면 해당 무술이 100년 이상 쌓아온 전통의 기반을 훼손하는 경우가 많아, 섣불리 현대 규칙에 편승한다는 것은 문화재로서의 순수성에도 금이 갈 수 있는 행위이기 때문이다.[4] 물론 택견은 무술인 만큼 실전성이라는 덕목을 마냥 무시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전성만을 바라보며 이 기술 저 기술을 도입한다면, 더 이상 택견이라 부를 수 없는 무언가가 탄생할 것이다. 간단한 예시로, 복싱이 실전성을 높이겠다면서 그래플링 기술과 발차기를 도입한다면 과연 복싱일까? 격빠 문서에서 볼 수 있듯이, 21세기 기준으로는 무술의 목적에서 실전성이 전부라고 하기엔 여러모로 무리가 많다.
다만 신한승이 정립한 현대의 택견 경기체계가 애초부터 구한말의 전통적인 택견 경기와 상당한 차이점이 있다는 증언이 있고[5], 과거에 비해 지나치게 빡빡해진 금지규정 때문에 택견 또한 과거의 태권도가 걸었던, 그리고 지금도 현재진행 중인 스포츠화의 역기능이 발생했다는 지적 또한 나옴을 감안하면,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왔을지도 모른다.
[1]
단, 아랫발질은 한손으로만 잡을 수 있다. 윗발질의 경우 양손으로 잡을 수 있다
[2]
하지만 어째서인지 결련택견협회 주관의
택견배틀에서는 이 기술을 반칙으로 취급하여 경고를 준다. 그 이유는 하도 이 기술의 승률이 좋다보니깐 선수들이 이것만을 노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계속 마구잽이 들어갈라고 준비하다보니 레슬링 선수 비스무리한 자세가 계속 나오게 되고 다른 기술들을 잘안쓰게 되어서 그냥 금지시켜버렸다.
[3]
과거에는 택견대회 한다니까 무슨 개싸움(犬) 하냐고(...)하는 문의가 왔을 정도
[4]
멀리 볼 것이 없이, 현대의 쿵푸가 상업성이 짙어졌다고 유네스코가 2011년도 1차 심사에서 전통자산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해보자. 자주 언급되는 말이지만, 전통 문화를 해체하고 현대격투기를 만들어야 한다면, 그것은 차라리
WTF와
ITF 같은
태권도 단체들이 담당해야 하는 영역에 가깝다. 다만 WTF 태권도는 올림픽 종목이라 많은 단체와 이권이 연관되었기 때문에 불가능에 가깝다.
[5]
현대 택견 경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발로 얼굴을 차면 승리하는) 소위 한판 룰은 신한승의 창작일 뿐, 실제 구한말의 택견 경기에서는 없는 규칙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