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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27 20:47:01

칸나 아디스

칸나 발렌티노에서 넘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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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누내빙 웹툰.png

1. 개요2. 특징3. 작중 행적
3.1. 어린 시절3.2. 한국 생활3.3. 12년 만에 돌아오다3.4. 고부갈등3.5. 이혼 선언하다3.6. 아디스 공작가에 가다3.7. 2황녀의 생일 연회에 가다3.8. 아멜리아와의 첫 만남3.9. 1황녀의 피부병을 치료하다3.10. 1황녀의 살해 누명죄를 쓰다3.11. 황후의 피부병3.12. 난장판의 이자베르크 황실3.13. 수면향을 뿌리다3.14. 칼렌의 도움과 참견3.15. 실비엔과의 거래3.16. 카실 황자에게 납치당하다3.17. 공개 재판3.18. 카실 황자의 장파형 선고3.19. 칸나의 목표3.20. 칼렌을 이용하다3.21. 이사벨과의 신경전, 칸나의 반격3.22. 사교계의 신경전, 칸나의 예상3.23. 아멜리아를 이용한 칸나의 반격3.24. 페일론 섬에 가다3.25. 이혼에 합의하다3.26. 이혼서를 작성하다3.27. 지난 과거와 감정들을 쏟아내다3.28. 이혼하다3.29. 아르곤 황자와의 스캔들3.30. 실비엔의 조롱과 칸나의 팩폭3.31. 황후와 클로이의 납치 계획을 이용하다3.32. 요안나 공주의 도움3.33. 아멜리아의 초대3.34. 최악의 화재 사건3.35. 크레센트의 장례식3.36. 칸나의 도주3.37. 얄덴 왕국에 이주하다3.38. 얄덴 왕실 의원이 되다3.39. 알렉세이 왕세자의 연인이 되다3.40. 알렉세이와 아멜리아의 약혼 소식3.41. 얄덴 왕국의 왕자비가 되다3.42. 두 형제의 싸움3.43. 아멜리아와의 재회3.44. 성혼 의식3.45. 예카테리나 여왕의 죽음3.46. 또다시 오르시니를 농락하다
4. 인간관계
4.1. 아디스 공작가4.2. 그 외4.3. 발렌티노 공작가4.4. 한국4.5. 이자베르크 황가4.6. 프리드리히 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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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누군가 내 몸에 빙의했다 본작의 주인공. 발렌티노 가문의 공작 부인[1]이며, 아디스 공작 가의 서녀이자 5남매 중 맏딸이다. 모친이 누군지 불분명하며 칸나도 자신의 어머니가 누군지 모른다.

2. 특징

이세계에서는 오물로 불리는 검은 머리카락 검은 눈동자를 가진 탓에 오물이라고 불리며 가족들에게조차 학대를 받으며 자랐지만 14살이던 어느 날, 갑자기 대한민국의 여고생 이주화에게 빙의 후, 칸나가 아닌 이주화로서 12년 동안 화목한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사랑 받으며, 한편으로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목표를 쟁취하고 인생을 개혁하는 삶을 보낸 덕분에 어떠한 고난 앞에서도 남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는 독립된 성격을 가졌다.

항상 자신만만하고 당당한 성격으로, 자신에게 시비를 걸면 반드시 똑같이 돌려주며, 특히나 오르시니에게는 그에게 속아 넘어가는 연기를 보이다가 또 속냐며 독설을 날린다. 오르시니 왈, 독사같은 혀.

성기사의 후손인 아디스 공작가 사람들은 붉은 머리색과 아몬드 눈매, 녹안과 그을린 피부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칸나는 그들과 달리 검은 머리색 검은 눈동자, 흰 피부와 붉은 입술을 가지고 있는 등, 그들과 전혀 닮지 않았고, 남자를 홀리는 특유의 묘한 분위기를 가진 센 인상의 화려한 미인이라고 한다.[2]

자신을 학대한 가족들을 증오하지만, 복수가 아닌 아예 고향을 떠나고 싶어할 정도로 아예 신경도 안 쓰고 자신의 삶을 살려고 하지만,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나 싶을 정도로(?) 위험한 일에 휘말리거나, 갑자기 남자들이 칸나에게 집착하지만 오히려 남자들을 감정 하나 보이지않고 되려 이용한다.[3]

3. 작중 행적

3.1. 어린 시절

아디스 공작가의 장녀이지만 모친이 누군지도 모르는 사생아인데다, 이 세계관에서는 오물이라고 불리는 검은 머리색, 검은 눈동자를 가져서 친정 가족들에게도 주변 사람에게도 오물이라고 불리며 괴롭힘을 당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검은 눈동자가 보기 싫으니 앞머리를 기르라는 아디스 공작부인의 명령에, 눈동자가 안 보일 정도로 앞머리를 길러서 덥수룩해 보일 정도.

아디스 공작가에서 아버지의 방관 속에서 계모와 이복동생에게 폭행을 당하는 등, 학대와 괴롭힘 때문에 14살의 나이에 너무 괴로운 나머지 고통없이 자살하기위해 약물을 만들었었다. 그러나 약물 조합 과정에서 실패했는지 그 약물은 죽지는 않고 일시적인 가사상태에 빠지는 정도였다.

3.2. 한국 생활

그렇게 학대를 당하며 힘들게 버티던 칸나가 14살이던 어느 날 갑자기 눈을 뜨자, 칸나는 대한민국의 여고생 이주화에게 빙의되어 있었다. 갑자기 낯선 얼굴, 낯선 풍경, 낯선 세계가 보이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처한 칸나는 처음에는 '연금술에 빠져 연구실에서만 처박혀살던 내가 드디어 미쳤구나' 라고 생각하며 애써 부정하려고 했지만, 결국 미친 것도 아니고 꿈도 아니었다. 낯선 세계의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왔지만 빠져나갈 방법도 몰랐으니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대로 칸나는 이주화로서 살아가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정신적인 충격으로 공황장애로 고생하기도 했지만 빙의된 몸인 주화의 모든 기억과 지식이 주화의 몸에 남아있어서 빙의된 칸나가 그 기억과 지식을 떠올릴 수도 있었고, 무엇보다 화목한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행복하게 지내며 금방 한국 생활에 적응한다.

그래도 낯선 세계의 고등학교에 가기는 두려워서 못 갔지만, 한의학에 대해 원래 취미였던 연금술의 비슷한 관심사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한의사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한의학을 공부하고, 곧 검정고시를 졸업해서 한의대를 졸업 후, 한의사가 된다.

그렇게 12년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한의사가 된 칸나는 화목한 가족들과 즐겁게 지내고, 남자친구와 막 연애를 시작하고, 한의원에 근무하는 동시에, 소소한 취미로 만들던 천연 아로마 향초와 비누, 향수 등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도 운영하며, 언젠가는 자기 이름으로 된 한의원을 열겠다는 꿈을 안고 열심히 살아가던 칸나는, 평소처럼 병원 출근을 앞둔 순간에 갑자기 12년 만에 원래의 몸으로 돌아오는데 하필 실비엔 발렌티노 공작의 바짓자락을 울면서 붙잡고 있는(...) 칸나 아디스에서 칸나 발렌티노가 된 원래의 몸으로 돌아온다.

3.3. 12년 만에 돌아오다

칸나가 주화에게 빙의된 동안 반대로 주화 역시 칸나에게 빙의되어 있었는데, 칸나가 주화의 인생을 멋지게 가꿔놓는 동안, 반대로 자신에게 빙의된 주화는 아디스 공작가에서 학대를 받으며 지내다, 지옥같은 아디스 공작가에서 탈출하기 위해 실비엔에게 계약 결혼을 제시해서 발렌티노 공작부인이 되었지만, 주화가 실비엔에게 반하면서 7년의 결혼 생활 동안 실비엔에게 애정을 갈구하며 온갖 쇼를 했지만(...) 칸나는 대체 자기 몸으로 무슨 짓을 한 거냐며 울며 발광하고 싶은 걸 참고 진정하고 주화가 남편인 실비엔에게 늘 무시당하며 7년 동안 독수공방했다는 사실과 실비엔의 방관 속에서 시어머니인 조세핀 엘레스터에게 주화가 학대와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는 걸 알고, 이혼부터 하려고 하지만 이 세계관에서는 여자가 이혼하려면 남자 보호자(주로 아버지)의 허락이 필요해서 일단 친정 아디스 공작가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칸나의 시어머니인 죠세핀 엘레스터가 자신에게 문안 인사를 드리지 오지 않았다는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으며 칸나를 찾아온다.

3.4. 고부갈등

칸나는 그동안 죄없는 주화를 개 취급했던 조세핀을 경멸하며 "문안 인사를 드리지 않겠다, 어머니 세대에도 없던 구덕다리 예법이고 어머니의 심술궂은 변덕이잖냐" 라고 일부러 도발하자, 열받은 조세핀이 칸나의 예상대로 회초리를 들자, 칸나는 보란듯이 스스로 치마자락을 올리며 "치시지요, 어머니" 라고 일부러 조세핀을 도발한다.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달라진 칸나의 태도에 죠세핀은 당황하지만 칸나에게 발렌티노 가의 안주인의 자리를 내주기 싫었던 조세핀은 칸나의 종아리를 직접 세게 친다. 칸나는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종아리를 맞지만 끝까지 약한 모습을 보이지않고 계속 버티다가 결국 쓰러진다.

죠세핀은 쓰러진 칸나를 일부러 죽게 만들기 위해 치료는 커녕 칸나가 쓰러진 그대로 방치하고, 실비엔은 칸나가 쓰러졌다는 얘기를 듣고도 칸나가 죽든 말든 아예 신경조차 쓰지않고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쓰러진 후 고열에 시달리던 칸나는 새벽녁에 혼자 정신이 들자, 다리가 피범벅이 되었지만 자신의 방 앞에 죠세핀의 동대륙 컬렉션인 녹나무의 나뭇잎을 캐서 혼자 치료를 해서 완치한다.

3.5. 이혼 선언하다

다리가 완치된 칸나는 실비엔을 찾아가서 실비엔의 잘생긴 외모에 순간 당황했다가 "틀림없이 들었겠지만 어머님께서 저를 죽이려 하셨다, 제가 크게 다쳤음에도 치료해주지 않으신 건 알고 계시냐" 라고 따지지만 실비엔은 상냥하게 웃으면서 친절한 말투로 "제가 알아야되냐, 그래서 제 눈앞에 살아계신데 무슨 문제라도 있냐" 라며 칸나는 자신을 신경을 쓰긴 커녕 오히려 칸나가 눈앞에서 피를 토하며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 실비엔의 냉혈한 모습에, 자신과 달리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주화가 왜 하필 실비엔을 좋아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주화의 엄마가 알면 얼마나 속상해하겠냐며 얼굴만 잘생긴 쓰레기 보듯 경멸하며, 칸나는 이번 일을 명분으로 실비엔에게 이혼을 요구하며 친정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하지만, 실비엔은 관심 끌기용 앙탈 취급하며 시큰둥하게 듣는다. 칸나는 한숨을 참고 반드시 이혼하겠다고 다짐하며 아디스 공작가로 돌아간다.

3.6. 아디스 공작가에 가다

그러나 아버지 아디스 공작의 명령에 따라 칸나의 친정인 아디스 가에서는 칸나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데, 아디스 공작가 문 앞에서 자신의 이복동생들인 칼렌과 루시와 우연히 마주친다. 특히나 루시는 칸나의 결혼 직후 태어난 아디스 가의 막내딸이자 하녀 소생의 딸이며, 자신의 이복동생인데 현재 안면마비 때문에 말도 어눌하게 말하고 얼굴이 기괴하고 뒤틀려있지만, 이세계에서는 치료 방법이 없어서 신전에 가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칸나는 칼렌에게 그런 루시의 안면마비를 치료해주는 조건으로 친정에 머물 수 있게 해달라고 거래를 제안한다. 칼렌은 의술에 대해 모르는(줄 아는) 칸나가 치료하겠다는 말에 미심쩍어하지만, 안 그래도 치료 방법도 없고 이전과 다르게 당당한 칸나의 모습에 흥미를 가지고 루시의 치료를 맡긴다.

칸나는 귀가한 아버지 아디스 공작를 찾아가는데, 그동안 문전박대를 명했던 것과 달리 칸나를 보고도 내쫓지 않는다. 칸나는 "이혼 사유는 발렌티노 공작가에 있으니 이혼을 허락해달라" 라고 요구하자, 놀랍게도 아디스 공작은 단번에 허락하자 칸나는 기뻐한다. 그러나 칸나가 " 이혼 후에는 제국을 떠나 얄덴 왕국에서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 라는 말에 갑자기 아디스 공작은 이혼은 허락하지 않으면서 왜인지 친정에서 쭉 지내도 좋다고 말한다. 칸나는 아디스 공작이 칸나 자신이 기뻐하는 꼴을 보기 싫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이혼은 허락 못 받지만 친정에 머물게 된 칸나는 칼렌과의 계약으로 루시를 치료하고, 하녀 레아를 소개받아 그녀의 시중과 매달 계약금을 받으며 아디스 공작가에서 지내다, 2황녀 릴리엔느의 생일 연회에 가게 된다.

3.7. 2황녀의 생일 연회에 가다

칸나는 자신의 약점인 검은 머리색 검은 눈동자를 감출 수 없다면 보란듯이 뽑내겠다며 앞머리를 자르고 세 보이는 화장과 화려한 모습으로 연회장에 당당하게 등장하면서 연회의 큰 화제가 되고, 2황녀 릴리엔느 이자베르크를 만난다.

칸나는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발렌티노 공작부인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릴리엔느에게 "남편과 이혼하고 싶지만 아버지가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혼생활 유지할 수 없는 방법이 생기면 달라질 수도 있지 않겠냐" 라고 말한다. 즉 릴리엔느에게 '나와 손을 잡지않겠냐' 그리고 실비엔 같은 건 댁이 실컷 가지 라는 뜻으로 말한 것이다. 릴리엔느 역시 칸나의 말에 흥미를 보이지만, 죠세핀이 끼어들면서 릴리엔느는 칸나가 자신을 이용해서 실비엔의 관심을 끌려고 했다는 식으로 오해한다.

칸나가 자신을 무시했다고 오해한 릴리엔느는 일부러 칸나의 치마자락에 와인을 뿌리고, 칸나가 눈물을 흘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릴리엔느의 예상과 달리 칸나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이에 릴리엔느는 이번에는 와인을 칸나의 머리 위로 뿌릴려고 와인잔을 들어올리지만, 이때 황후가 등장하며 "왜 이리 소란스러운가" 라고 묻자, 릴리엔느는 당황하며 와인을 든 손을 재빨리 내리지만, 황후는 "무슨 소란이냐고 물었다" 라고 비난하는 말투로 묻자, 칸나는 황후가 아까 전에 릴리엔느가 칸나의 치마에 와인을 쏟아부은 것부터 머리에 쏟아붓기 직전이었던 것까지 이미 다 지켜본 것을 눈치채고, 칸나는 이거 기회인가 싶어서 일부러 소리내어 훌쩍이며 "죄송합니다" 라고 고개를 떨군 채 보란듯이 피해자의 모습을 보인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태연작약했던 칸나가 갑자기 울면서 갑작스런 태도 전환에 릴리엔느는 입이 떡 벌어진 채 당황하지만, 황후는 그런 칸나의 흐느끼는 어깨를 감싸안고 "괜찮으니 눈물을 거두게, 얼마나 서러우면 이럴까" 라고 칸나의 편을 들자, 칸나는 예상 외로 황후가 적극적으로 칸나를 보듬어주며 자신의 편을 들자 순간 당황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기회를 살리자는 생각에 칸나는 더 보란듯이 어깨까지 떨며 "용서해주세요, 전하. 다음부터는 절대 전하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았겠습니다" 라고 훌쩍이는데, 멍하니 지켜보던 릴리엔느는 칸나의 가증스러운 눈물에 얼굴이 새빨개지지만, 그렇잖아도 후궁과 그 자식들은 싫어했던 황후는 릴리엔느에게 "릴리엔느 황녀, 정말이지 실망스럽군. 황녀의 언니를 본받도록 해라, 1황녀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성품을 따라갈 생각을 해야지, 대체 언제까지 뿔 달린 망아지처럼 굴 생각인가" 라며 계속해서 릴리엔느를 대놓고 질책하고, 릴리엔느는 남들 보는 앞에서 공개 망신을 당하며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져가는데, 릴리엔느의 친어머니인 테레사 귀비가 릴리엔느를 감싸안으며 황후에게 대신 사과하자, 황후는 테레사 귀비의 사과를 받으며 상황은 넘어가고, 황후는 "차 한잔 대접하겠다" 라며 칸나를 파티장의 휴식방에 데려가서 피부병에 걸린 자신의 딸이자, 제국의 1황녀인 아멜리아 이자베르크의 치료를 부탁한다.

3.8. 아멜리아와의 첫 만남

황후는 칸나의 계모이자 아디스 공작부인인 클로이가 황후에게 칸나가 루시를 치료했다라는 사실을 전해들었다며 "자네가 아디스 가의 막내딸을 고쳤다고 들었네, 기이한 의술을 쓴다던데, 그게 사실인가?" 라고 묻는다. 그 말에 칸나는 클로이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칸나와 루시까지 공작가에서 내쫓기위해서 일부러 그 사실을 황후에게 말했을 거란 사실을 눈치챈다. 1황녀 아멜리아는 피부병 때문에 오랫동안 은둔하며 지냈는데, 그동안 황후가 그런 아멜리아 황녀의 피부병을 치료하지 못한 의원들을 수도 밖으로 내쫓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칸나가 황녀의 진료를 거부하거나, 또는 황녀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황후가 칸나를 내쫓게 하기위해, 어쩌면 루시까지 엮여서 수도 밖으로 내쫓게 하기위해 황후에게 일부러 칸나를 부르도록 유도했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클로이 입장에서는 루시도 칸나도 자기 남편의 사생아일 뿐이니 보기 껄끄로운 존재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칸나는 이 위기를 기회로 써먹기로 결심한다. 칸나는 "사실이다, 제가 루시를 치료했다" 라고 말하자, 황후는 베일이 있는 모자를 쓴 채 말없이 앉아있는 아멜리아에게 "황녀, 베일을 벗어라" 라고 명령하자, 그동안 칸나를 보고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던 아멜리아는 "싫습니다" 라고 황후의 명령을 계속 거부하지만, 황후가 언성까지 높이며 재촉하자 아멜리아는 분노하며 어깨까지 떨다가, 결국 신경질적으로 베일을 벗어던지며 "자요, 벗었다, 이제 만족하시냐" 라고 씩씩거리며 말한다. 모자를 벗은 아멜리아는 황후와 똑같은 진한 금발금안과 뺨과 이마, 광대에 검붉은 반점과 희게 벗겨져가는 살갗이 마치 곰팡이가 핀 것 같이 처참한 상태의 피부가 드려났다.

황후가 복잡한 눈으로 아멜리아를 보다가 "지금껏 많은 의원들이 치료했지만 잠깐은 좋아지다가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더군, 어떤가, 내 딸을 고칠 수 있겠는가" 라고 칸나에게 묻자, 칸나는 "전하를 좀 더 제대로 살펴봐야 할 것 같다" 라고 말하자, 황후는 "그래, 내가 조급했군" 라며 자기 실책을 인정하며, "그럼 아멜리아, 어서 옷을 전부 벗어서 보여줘라" 라고 진지한 얼굴로 자기 딸에게 옷을 전부 벗으라고 태연하게 말한다.

그 순간, 쾅! 아멜리아가 대답도 하지않고 바로 벌떡 일어나서 테이블을 아예 걷어차버리면서 유리잔이 와장창 깨졌다. 아멜리아는 분노하며 황후에게 "지금 이 방에서, 파티장에서 벌거벗으란 말씀이시냐, 차라리 절 죽이셔라" 라고 버럭 소리지르고, 아멜리아는 애꿎은 칸나까지 노려보며 "이곳에서 부인에게 내 몸을 보일 생각 없으니 꿈도 꾸지마" 라고 말한다.

한편 말없이 모녀싸움을 지켜보던 칸나는 자기 딸에게 지나치게 배려없는 황후에게도, 아무리 화가 날만해도 무려 황후의 앞에서 과격한 반응을 보이는 아멜리아의 행동에도 놀라다가, 자신이 보여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애꿎은 자신에게까지 화살이 날아오는 아멜리아의 갑작스런 화풀이에 칸나는 순간 억울하긴 했지만, 의사로서 그동안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던 환자들을 많이 봐온 칸나는 아멜리아의 예민한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바로 코앞에서 아멜리아의 과격한 행동을 본 황후는 그동안 아멜리아의 이런 과격한 행동을 자주 봐왔는지 놀라지는 않았지만, 아멜리아 때문에 답답하다는 듯이 자기 가슴을 쾅쾅 두드리며, "황녀가 소득적이니 병이 안 낫지 않는 게야, 발렌티노 공작부인, 부디 황녀의 병을 고쳐주게, 벌써 몇 년째 저 흉측한 피부를 가지고 사니 남들은 썩은 시체를 낳았다고 떠들고 다닌다네" 라고 칸나에게 말하자, 바로 옆에서 자기 어머니가 자신을 두고 '흉측한 피부, 썩은 시체' 라는 말을 들은 아멜리아는 왈칵 울음을 터뜨리고, 눈을 부릅뜬 채 눈물을 줄줄 흘리며 "그런 말 듣게해서 정말 죄송하다, 차라리 제가 죽어서 없었으면 편하셨을텐데, 그렇죠?" 라고 말하자, 황후는 "말을 가려하게, 황녀!" 라고 소리지르지만, 아멜리아 역시 지지않고 "폐하야말로 제발 말씀 좀 가려하시라, 차라리 어머니의 귀한 아들의 앞길에 방해된다고 솔직하게 말씀하지 그러시냐" 라고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아무리 황후가 먼저 심한 말을 했고 사적으로 가족 사이여도 황후에게 말대답은 용서되지 않았지만, 이미 오랫동안 고통받은 아멜리아에게는 이제 보이는 것이 없었는지, 황후의 분노에도 아멜리아 역시 지지않고 분노를 터뜨렸다.

황후도 아멜리아도 칸나를 옆에 세워두고도 서로 날카로운 분위기 속에서 살벌한 말다툼을 이어가자, 속으로 혀를 차던 칸나가 조심스레 "폐하, 제가 다음번에 황녀 전하를 찾아뵙겠다, 그래도 괜찮으시냐" 라고 말하자, 그제야 두 모녀의 살벌하던 말싸움이 끊겼다.

일순간 칸나의 존재를 잊었는지, 황후는 머쓱해하며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칸나에게 "그래, 그러도록 하게" 라며 나가보라고 손짓한다. 과격한 남의 싸움을 강제로 지켜본 칸나는 잠깐 사이에 진이 다 빠진 탓에, 얼른 나가기위해 빠르게 인사를 하고 나갈 생각이었는데, 황후와 아멜리아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고개를 다시 들어올리는 순간에 아멜리아의 눈물로 젖은 금안과 시선이 마주쳤다. 칸나는 아멜리아의 금색 눈동자에는 분노와 수치와 끝없는 절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포기하지 못하는 희망을 품은 눈빛이 보였는데, 아멜리아는 칸나가 자신의 흉칙한 피부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재빨리 모자를 들어올려 베일을 눌러썼다. 칸나는 아멜리아의 떨리는 손끝이 안타까웠지만 무거운 분위기상 두 모녀는 다시 싸울 것으로 보였다.

3.9. 1황녀의 피부병을 치료하다

다음 날, 황후는 1황자 아르곤을 보내서 칸나를 데려온다. 칸나는 다행히 오늘은 아멜리아가 협조적으로 나오면서 아멜리아의 상태를 확인하는데, 온몸에 화폐 습진병에 퍼진 아멜리아는 수은 연고를 바르고 있었는데, 보통 수은은 살균 효과를 보이는 동시에 중독 증상을 보이지만, 이시대에는 수은의 부작용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널리 쓰이고 있었다. 칸나가 "이 약은 쓰시면 안 된다" 라고 말하자, 황후는 "하지만 이 약을 쓰지 않으면 황녀의 간지럼증이 심해진다" 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칸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래도 쓰시면 안 된다" 라고 말하자, 아멜리아는 그런 칸나에게 분노로 몸을 떨며 "약을 바르지 말라고? 그럼 나는 간지러워 죽을지도 모르는데? 지금 장난해?" 라고 칸나에게 반발한 뒤, 아멜리아는 황후에게 "저는 돌팔이에게 치료받지 않을테니 내보내라" 라며, 칸나를 두고 돌팔이라고 부르며 내보낼 것을 요구하지만, 칸나는 그런 아멜리아의 태도에 더 단호한 말투로 "지금까지의 치료 방법을 고수하시면 낫지 않으실 거다, 이 약은 독해서 피부를 상하게 만드니 바르면 안 된다" 라고 적당히 돌려서 말하자[4] 아멜리아는 분노하며 "황실 의원이 잘못 처방했다는 거냐, 황실 의원을 어떻게 보는 거냐" 라고 칸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자, 칸나는 "그야 전하를 못 고친 사람으로 본다, 전하의 피부병이 오래 되었다고 들었다, 그동안의 치료 방법이 맞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겠냐" 라고 딱 잘라 말한다.

아멜리아는 칸나의 말이 맞는 말이기에, 이를 으득 물며 "그럼 내 간지럼증은 어떻게 해?" 라고 묻자, 칸나는 "참으셔야 한다" 라고 단호하게 대답한다.

결국 분노가 터진 아멜리아는 당장이라도 한대 때릴 정도로 달려들 듯이 살벌하게 눈을 빛내며, 발을 쾅 구르며 벌떡 일어나서 "그렇게 쉽게 말하지마, 참는 게 쉬웠으면 약 따위 바를 필요도 없지! 그게 얼마나 괴로운 줄 알아? 안 바르면 온몸이 간지럽고 불에 타는 것처럼 고통스럽다" 라며 화를 내다 못해 폭력적인 기색까지 보이지만, 병에 걸린 환자들이 날카롭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던 칸나는 당황하지 않고, 그런 환자에게 필요한 건 논리가 아니라 의료진의 단호한 태도로 신뢰를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일부러 단호하게 "낫고 싶다면 이를 악물고서라도 참으셔야 한다" 라고 말한다.

칸나는 분노로 어깨까지 떨며 자신을 노려보는 아멜리아에게 "제가 도움 되는 약을 가져오겠다, 그리고 실크보다 면으로 된 옷을 입으셔야 한다" 라고 조용하게 덧붙이며, 거침없이 계속 말을 이어가자, 아멜리아는 "면? 지금 나보고 평민 행세까지 하라는 거냐" 라고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웃으며 묻자, 칸나는 "실크보다 면 소재가 좋다" 라고 아멜리아의 분노를 이해하면서도 아랑곳하지않고 꾸준히 조언하자, 어이없어하며 황소처럼 씩씩 거리던 아멜리아는 갑자기 번쩍 손을 올린다.[5]

순간 칸나는 아멜리아가 자신을 때리는 줄 알고 흠칫 놀라지만, 아멜리아는 갑자기 하녀를 불러 "지금 당장 면 옷을 구해와" 라고 시킨다. 아멜리아는 갑작스런 태도 전환과 협조를 보이며 "그리고 또 뭘 해야되는데, 빨리 말해!" 라고 묻자, 칸나는 얼떨떨하게 "이불도 면 소재가 좋다" 라며 몇몇 조언을 말하자, 아멜리아는 하녀에게 "어서 받아 적어, 하나라도 빼놓으면 안 돼" 라고 소리 친다. 칸나는 자신의 진료가 이시대에는 헛소리로 받아들여질 텐데도 아멜리아가 이렇게나 간절히 매달리는 모습에, 아멜리아가 그동안 정말 고통스러웠고, 자신의 "치료 방법이 맞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겠냐" 라는 말이 아멜리아의 마음을 흔들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5일 뒤, 아디스 공작가와 발렌티노 공작가가 원정에 나서고, 그 5일 동안 칸나는 아멜리아 황녀의 진료를 보러 방문했는데 아멜리아는 5일 동안 "간지러워 미칠 것 같다" 라며 칸나를 만날 때마다 온갖 짜증을 내며 꽃병을 집어던진다.

그러나 아멜리아는 칸나에게 물 한방울 안 튀게 일부러 꽃병을 멀찍이 집어던지며, 마치 피부가 불에 타는 것만큼이나 고통스러워서 "미쳐버릴 것 같다" 라며 울부짖으면서도, 아멜리아는 수은을 아예 끊고 손톱자국 하나 내지않고 참는 등, 칸나의 진료를 칼같이 지킨다. 칸나는 이런 아멜리아의 강한 의지에 감동받아 마음이 울렁거려 최선을 다해 돕고 싶은 마음이 든다.

3.10. 1황녀의 살해 누명죄를 쓰다

아멜리아는 칸나의 자운고 연고를 바르자 간지럼증에 금방 호전을 보이자, 칸나에게 호의를 보인다. 아멜리아는 칸나에게 그동안 꽃병 던진 일에 대해 사과하고, 황후에게 선물받은 차가 있다며 티타임을 제안한다. 그러나 칸나는 황후가 아멜리아에게 줬다는 동방의 차가 독초인 '초오' 임을 알아챈다.

초오는 서대륙은 물론, 동대륙에서조차 잘 알려지지않았지만 먹으면 죽을 수도 있을 정도로 아주 위험한 독초인데, 칸나는 하필 자신이 약재 진료를 시작하기 직전인 오늘 황후가 손수 "동방의 귀한 차인데 사흘 안에는 마셔야 한다" 라며 아멜리아에게 초오를 선물했다는 사실을 듣고, 칸나는 그동안 황후의 딸이자 제국의 황녀지만, 오랫동안 배척받아온 칸나 못지않게 피부병 때문에 온갖 추문에 시달리는 아멜리아의 존재를 진심으로 수치스럽게 생각한 황후가 자기 친딸인 아멜리아를 독살하고, 아디스 공작가의 장녀이자 발렌티노 공작부인이지만, 그들에게 천덕꾸러기 취급 받으며 대놓고 박대당하는 칸나에게 누명을 씌우면, 황녀의 독살을 명분으로 두 공작가에게 책임을 묻는 동시에, 오직 칸나에게만 죄를 뒤집어 씌워 죽이면 아무도 칸나를 도와주려 하지 않을테니 두 공작가에 적당히 책임을 물으면서도 황녀의 독살을 칸나의 의료사고 정도로 손쉽게 덮고 가려는 황후의 계략이자 함정 임을 눈치챈다.

칸나는 황후가 애초부터 칸나가 아멜리아의 치료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믿기는 커녕,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 누명 씌워 죽일 상대로 일부러 자신을 골랐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름돋아하며 확신을 가진다. 그러나 순순히 당해줄 생각이 없었던 칸나는 아멜리아에게 "전하, 지금부터 제 말 잘 들으세요" 라고 자신의 추측에 대해 말하자, 아멜리아는 자신의 어머니가 딸인 자신을 독살하려고 한다는 칸나의 추측을 듣고도, 침착한 표정으로 "그렇군" 라고 한마디만 한다.

칸나는 그런 아멜리아에게 "제 말이 거짓말 같냐" 라고 묻자, 아멜리아는 "아니, 믿어. 사실은 언젠가 폐하께서 날 죽일지도 모른다고 걸 알고 있었어" 라고 칸나의 말을 바로 믿는다. 그러나 아멜리아는 표정만 침착할 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입술을 파르르 떨면서 " 그분은 나를 진심으로 수치스럽게 생각하셔, 그리고 폐하가 누구보다 사랑하는 아들 크레센트의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시지, 그러니까 난 방해물을 치워버려야겠다고 결심했구나, 지금이 그 순간이구나, 깨달았을 뿐이야" 라고 말하며 아멜리아는 슬프게 웃는다. 칸나는 "그래서 순순히 죽어주실거냐, 저는 살고싶다, 황후 폐하는 반드시 전하를 죽일 거니, 당하는 척해서 효과가 없다는 걸 보여줘서 잠깐이라도 시간을 벌자, 저에게 방법이 있으니 일단 죽어달라" 라고 말하며, 칸나는 아멜리아와 짜고 아멜리아를 일시적인 가사 상태에 빠지는 약을 주고, 황후에게는 아멜리아와 동일하지만 증상이 더 심한 피부병이 나는 약을 넣은 향수병을 선물한다.

이후 아멜리아가 갑자기 사망하자, 칸나는 황후에게 끌려가 싸대기를 맞고 감옥에 갇히고 재판까지 가지만, 재판장에서 칸나가 자신이 한 약 처방에 대해 말해도 아무도 듣지 않고, 칸나는 사술을 부려 황손을 죽인 죄는 크지만 그동안의 두 공작가의 공을 생각해서 두 공작가에게 죄를 묻지않고 오직 칸나만 처형을 선고 받는다. 칸나는 고개를 푹 숙이자 주위에서는 칸나가 울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칸나는 예상 범위내의 전개라서 놀랍지도 않고 따분한 표정을 감춰야해서 푹 숙여야했다.

그날 밤, 오르시니는 감옥에 갇힌 칸나를 찾아오고 "나에게 빌면 몰래 도망치게 도와주겠다" 라고 말한다. 칸나는 오르시니에게 애원하는 척 연기를 보이다가 "이럴 줄 알았냐" 라며 빠큐를 보이고 꺼지라고 말한다.(...)

오르시니가 욕하면서 감옥에서 나가자, 칸나는 아버지도, 남편도, 형제도,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지만 스스로를 지킬 힘을 기르겠다고 결심한다.

3.11. 황후의 피부병

처형 전 날, 죽었다고 알려진 아멜리아가 갑자기 눈을 뜨고, 칸나는 누명을 벗은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을 죽이려고 한 황후를 역으로 아멜리아보다 더 심한 피부병에 걸리게 만든다.

그렇게 죽은 줄 알았던 아멜리아가 갑자기 되살아나고 반대로 황후가 피부병으로 앓아누우면서, 칸나의 처형 날에 처형이 집행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금지되었던 물과 식사가 나오고, 처형 일로부터 이틀 뒤에 황궁 기사들이 정중한 태도로 감옥에 갇혀있는 칸나를 찾아와서 황후에게 데려간다.

황후는 피부병에 고통스러워하며 당장의 치료를 요구하지만 칸나는 황후의 앞에서 일부러 쓰러져 기절(한 척)한다. 그러나 자기 고통만이 중요했던 황후는 칸나가 기절한(척 하는) 모습에 빨리 깨어나라며 패악질을 부리는데, 주위의 시종들과 기사들은 "공작부인(칸나)는 고된 감옥 생활 때문에 기절하신 거다" 라며 황후를 말리는데, 이때 황제가 갑자기 황후를 찾아와서 "뭐 하는 짓이오" 라며 혀를 차고, 황후를 한심하게 쳐다보더니 그대로 방을 나간다.

황제가 나가면서 방 안은 숨막히는 침묵과 정적이 찾아오고, 짧은 침묵 끝에 황후는 그렇잖아도 피부가 불에 타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는데, 황제에게 무시당하면서 더 열받은 황후는 "이년이 일부러 쓰러진 게야" 라고 칸나 탓을 하며 황후는 악다구니를 쓰면서 기절한(척 하는) 칸나의 목을 조르는데, 주위에서는 그런 황후를 말리지만 황후는 듣지않고 계속 칸나 목을 조르지만, 사실 칸나는 오히려 속으로 비웃음을 참고 있었다. 사실 황후가 그동안 어지간히 고생했는지 칸나의 목을 조르는 황후의 손아귀 힘이 아주 하찮게 느껴졌던 것이다. 칸나는 '난 기절했는데 뭘 어쩔거야? 나한테 진료받고 싶으면 이런 태도로는 안 될걸' 라며 속으로 황후를 조롱하며 칸나는 일부러 기절한 척 하며 뻗어댄다.

그렇게 주위에서 아무리 말려도 황후는 기절한(척 하는) 칸나의 목을 조르며 분노하고 칸나는 계속 기절한 척 뻗어대는데, 갑자기 느닷없이 알렉산드로 아디스 공작이 황후궁에 찾아와서, 말리는 시종들을 뿌리치고 문을 걷어차다시피 연 다음에 허락도 없이 멋대로 안으로 들어온다.

그것도 알렉산드로는 흙먼지가 잔뜩 묻은 채로 전장에서 허겁지겁 달려온 모양새로, 누가 봐도 검은 안개에서 곧장 빠져나오자마자 바로 황후궁으로 직행한 모습으로 와서는, 알렉산드로는 멋대로 황후궁에 들어오자마자 기절한(척 하는) 채로 황후에게 목이 졸리고 있는 칸나를 보고는, 아무 말도 없이 천천히 시선을 옮겨 황후를 쳐다본다. 그런 알렉산드로와 시선이 마주치자, 당황한 황후는 순간 힘이 풀리면서 조르던 칸나의 목을 놓아버리고, 풀려난 칸나는 비틀거리는데 넘어갈 뻔하자, 알렉산드로는 그런 칸나에게 팔을 뻗어서 가볍게 받아서 안은 다음, 말없이 그대로 황후궁을 나가버린다.

얼결에 칸나는 알렉산드로에게 안겨서 자연스럽게 황궁을 나가게 되고, 추궁을 할 거라는 칸나의 예상과 달리 알렉산드로는 칸나를 깨우지도 않고, 아무 말도 없이 그대로 기절한(척 하는) 칸나를 아디스 공작가의 칸나의 방 침대에 손수 데려다 놓고 바로 떠난다. 간만에 침대에 누운 칸나는 하녀 레아에게 보살핌을 받으며 편하게 잠이 든다.

며칠 뒤, 알렉산드로가 아디스 공작가를 비운 사이에 황후는 칸나를 찾아온다. 황후는 고통에 몸부림 치며 약을 내놓으라고 소리를 지를 생각이었지만, 칸나는 황후가 입을 열기도 전에 먼저 약을 먹이고 일시적으로 황후의 고통을 덜어준다.

황후는 고통이 멈추자, 체면도 다 버리고 칸나에게 무릎 꿇고 "내가 잘못했으니 잠시만이라도 약을 달라" 라고 애원하자, 칸나는 황후를 이용하기 위해 "연세가 있으시다보니 아멜리아 황녀 전하보다 더 심한 피부병에 걸리셨지만 제가 폐하를 완치시키겠다" 라고 스스로를 희생하는 척 황후의 치료를 먼저 자처한다.

황후는 자신이 금수보다 못한 취급을 한 칸나가 먼저 희생을 자처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을 이용하려는 칸나의 계략인 줄 모르고 '칸나는 그릇이 크구나' 라고 착각한다.

칸나는 "언젠가는 완치약을 개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최적의 환경이 필요한데... " 라고 일부러 운을 띄우자, 황후는 "내가 지원하겠네, 필요한 것이 있다면 모두 다 말해" 라고 칸나의 몸을 붙들고 열렬하게 외쳤다.

그렇게 황후는 칸나의 계략대로 칸나의 모든 지원을 약속하고, 칸나는 이 제국에서 가장 존귀한 여인이 자신의 앞에서 엎드려 울음을 터뜨리며, 자신에게 사과와 감사인사를 하는 모습을 속으로 후련하게 지켜본다.

3.12. 난장판의 이자베르크 황실

칸나는 황후가 자신에게 무릎 꿇고 빈 사실에 대해 아멜리아 황녀에게 알려주자, 아멜리아는 "나보고는 입안의 살을 물고서라도 긁지 좀 말라고 그렇게나 타박하시더니" 라고 황후를 비웃는다.

이어 아멜리아는 "약속대로 그 약물 일은 비밀을 지키겠다" 라고 말하며 심장 박동을 늦추는 약물에 대해 비밀을 지키겠다고 약속한다. 칸나는 제국의 황후를 농락한 사건이자 황녀의 심장 박동을 늦추는 약물에 대해 비밀을 묻어버리는 동시에 황녀와 같은 배를 탄 셈이고, 칸나 입장에서는 황후와 황녀를 세트로 얻었다는 사실에 대해 만족스러워한다.

이후 칸나는 아멜리아를 진료하려던 찰나에, 황후 소생 아들이자 아멜리아의 친동생이며, 제국의 2황자인 크레센트가 아멜리아를 찾아온다.

크레센트는 아멜리아와 칸나에게 "어머니가 누님을 독살하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막으려 했지만 한발 늦었다" 라고 대놓고 황후가 아멜리아를 독살하려고 했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그 사실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말하고, 크레센트는 "원하신다면 제가 증인이 되겠다, 황제 폐하께 고발하시겠냐" 라고 아멜리아에게 제안한다.

그러나 황후의 친정이자 두 남매의 외가인 메르시 후작가는 대대로 수많은 황후를 배출해온 아슬란 최고의 명문가이며, 메르시 후작은 황후의 남동생으로 둘은 우애가 깊은 사이로 유명했다. 그런데 크레센트가 황후를 고발하겠다는 것은 모친인 황후 뿐만 아니라 메르시 후작가라는 가장 큰 지지 세력까지 잃게 된다는 것인데, 유력한 황태자 후보인 크레센트가 그럴 이유가 없었다. 칸나는 오히려 크레센트가 아멜리아를 도와주는 척하면서, 사실은 아멜리아가 황후에게 복수할 생각이 있는 건지 알아보기위해 시험하는 것인 동시에, 만약 아멜리아가 복수할 생각이 있다면 그 불씨를 꺼버리기위해 말을 꺼낸 것임을 눈치채고 아멜리아에게 어떻게 전할지 고민하는 찰나, 아멜리아는 "나는 니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구나, 황후 폐하께서 날 독살하려 했다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라고 표면적으로는 크레센트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사실은 황후에게 복수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내비치며 거절한다. 이에 크레센트는 "누님은 현명하시다" 라고 흡족해한다.

한편 황망한 눈으로 옆에서 말없이 두 남매의 살벌한 대화를 지켜보던 칸나는 아멜리아가 먼저 눈치채고 거절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권력을 위해 부모가 자식을 박대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죽이려하고, 친남매끼리도 속마음을 숨긴 채 서로를 불신하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이자베르크 황족들을 보며 '완전 난장판이네, 이토록 피도 눈물도 없어야 황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가' 라고 생각한다.

3.13. 수면향을 뿌리다

순식간에 2주가 지나면서 칸나는 아멜리아 황녀의 치료도 순조로운 진행되고, 아디스 공작가에서 누구와도 부딪치지 않고 평화롭게 지내지만, 갑자기 죠세핀이 발렌티노 공작가의 기사들까지 보내서 칸나를 끌고 오라고 명한다. 거기다 칸나의 계모인 아디스 공작부인까지 돌아가라고 재촉하면서 칸나는 몰래 약을 챙겨 발렌티노 공작가로 돌아가게 된다.

죠세핀은 다짜고짜 칸나의 싸대기를 때리며 칸나의 옷, 가방을 뺏은 다음 얇은 슬립만 입게 한 뒤 칸나에게 앞으로 집 밖에도 나가지 말라며 방에 가둬놓는다.

칸나는 황후가 곧 자신을 빼내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약을 잔뜩 챙겨준 터라 다 쓸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던 칸나는 방 밖의 기사들을 수면향으로 잠재우고 방 밖으로 나온다.

칸나는 무사히 방 밖으로 나오지만 안이 다 비치는 슬립만 입은 채로 그대로 저택 밖으로 나갈 수 없으니 실비엔의 방으로 가서 망토만 챙겨서 바로 나갈 생각이었지만, 예상 밖에도 방에는 실비엔이 있었다.

실비엔은 칸나가 한밤중에 슬립만 입은 채, 자신을 유혹하기 위해 찾아왔다고 오해하고, 노골적으로 칸나를 성가셔하며 "칸나 양과 타협하겠다, 남편의 의무를 이행할테니 예전처럼 얌전히 지내라(= 칸나 양이 그토록 바라던 초야를 치뤄줄테니 지난 7년 동안처럼 눈에 띄게 다니지마라), 이게 칸나 양이 바라던 일 아니냐" 라고 말한다.

칸나는 실비엔이 말하는 "얌전히 지내라" 라는 말이 지난 7년동안 주화가 그림자처럼 분명 존재하지만 있는 듯 없는 듯 희미하게 '눈에 띄지 않게 숨어지내라' 라는 의미임을 알아듣고, 실비엔이 황녀의 독살 사건부터 칸나의 사형 선고까지 칸나가 자신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한 행동으로 오해하고 칸나의 모든 것이 성가시고 귀찮아서 차라리 몸으로 해결하는 게 더 싸게 먹히겠다 싶을 정도로, 대놓고 자신을 경멸하는 눈길로 차라리 대가로 칸나와 초야를 치를테니 귀찮게 굴지 좀 말라는 식의 실비엔의 말에, 칸나는 어쩌면 주화는 바라는 일 일지도 모르지만, 칸나 자신이 바랄 일도 아닐 뿐더러, 실비엔이 자신을 한결같이 밑바닥 취급하는 태도에 열받은 칸나는 실비엔과의 대화를 포기하고 "내가 바라는 건, 당신이 신경쓸 일이 아니야, 내가 뭘 원하는지, 관심도 갖지 말고, 아예 신경도 쓰지 마라" 라고 말하며, 촤아아악 수면향이 뿌연 연기가 보일 정도로, 일부러 실비엔에게 수면향을 잔뜩 팍팍 뿌린다.

그러나 멀쩡한 기사들조차 한방에 잠재우는 칸나의 수면향이 왜인지 실비엔에게는 아예 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무리 칸나가 수면향을 잔뜩 팍팍 뿌려도, 오히려 실비엔은 더 또렷한 눈빛을 보이며 "최근에 칸나 양은 참 재밌다" 라며 실비엔이 칸나의 수면향을 빼앗아서, 칸나에게 수면향을 뿌리자 칸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쓰러진다.

칸나가 눈을 뜨자, 칸나의 실비엔의 침대 위였고 수면향도 빼앗겨져 있었다.

3.14. 칼렌의 도움과 참견

이에 칸나는 왜 실비엔에게만 수면향이 통하지 않았냐며 열받아 하고 있는데, 방 밖에서는 발렌티노 공작가의 기사들이 칸나를 찾고 있었고, 실비엔의 방을 청소하러 온 하녀는 칸나가 실비엔의 침대 위에 있는 걸 보고, 당황하며 바로 죠세핀에게 알리러 간다.

칸나는 이틈에 몰래 목숨에 지장은 없지만 며칠 동안 통증을 유발하는 독가루 약을 준비하고, 칸나는 미리 독가루 약의 중화제를 먹는다. 한편 릴리엔느 황녀와 담소를 나누던 죠세핀은 칸나가 실비엔의 방에 있었다는 사실을 듣고 칸나를 바로 끌고 오라고 명하고, 독가루 약을 준비하고 있던 칸나는 도망가는 대신 기사들에게 일부러 끌려가 릴리엔느 황녀 앞에서 흙바닥에 꿇어앉혀서 싸대기를 맞던 도중에, 자신을 찾으러 발렌티노 공작가에 온 칼렌이 칸나의 이런 모습에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냐" 라고 화를 내며 죠세핀을 막아서며 칸나를 데려가면서 칸나는 칼렌과 함께 아디스 공작가로 돌아가게 된다.

칸나와 칼렌은 아디스 가로 돌아가는 마차를 같이 타지만, 칸나는 죠세핀에게 통증을 유발하는 독가루를 몰래 뿌려서 죠세핀에게 복수하려고 했으나, 갑자기 칼렌이 끼어들면서 예정이 틀어진 것이 못마땅해하며 칼렌의 도움을 참견으로 받아들인 칸나는 칼렌을 불만스럽게 노려보자, 칼렌은 자신을 못마땅한 얼굴로 쳐다보는 칸나에게 "제가 그렇게 끔찍하냐, 대체 그동안 발렌티노 공작가에서 어떻게 지낸 거냐, 왜 말하지 않은 거냐" 라고 묻자, 칸나는 주화가 지난 7년 동안 발렌티노 공작가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학대를 당하면서도, 주화는 자신이 빙의한 칸나의 어린 시절 역시 비슷하게 아디스 공작가에서 학대를 당한 칸나의 기억 때문에 주화는 칸나의 친정에 차마 도움을 요청할 생각도 못한 채, 그렇게 홀로 말없이 학대를 당하기만 했던 주화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말하면 뭐가 달라지냐, 아디스 공작가에서 지낸 거랑 똑같았다, 네 형 오르시니와 너희 어머니 클로이(아디스 공작부인), 그리고 너한테 당한 거랑 똑같았다" 라고 말하자, 칼렌은 "나는 한번도 당신을 폭행한 적이 없다" 라고 다급하게 반박하지만, 칸나는 "육체적인 폭력만이 폭행은 아니다" 라고 빈정거리며 반박한다.

칸나는 자신의 말에 안색이 창백하게 질린 칼렌에게 "아버지한테 말하지마, 말해봤자 달라지는 거 없으니까, 그리고 경고하겠는데 다시는 내 일에 끼어들지마" 라고 비꼰다. 결국 칼렌은 말없이 고개를 떨구는데, 갑자기 마차가 급정거를 하고 칸나를 칼렌에게 엎어진다. 밖에 나가니 실비엔이 칸나를 찾고 있었다.

3.15. 실비엔과의 거래

실비엔은 칸나의 수면향을 꺼내서 "칸나 양의 '장난감' 말인데,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니 놀라울만큼 뛰어난 효능을 가진 수면제라고 하더라" 라고 말과 동시에 황후, 1황녀 아멜리아, 루시 아디스까지 일부 사람들밖에 모르는 칸나의 약 치료 사실에 대해 먼저 언급한다.

칸나는 실비엔이 음흉하게 정보원을 심어놨다는 사실을 먼저 꺼내는 모습에, "제가 고쳐줬으면 하는 사람이 있는 거냐" 라고 묻자, 실비엔은 "저는 데보르 상단의 설립 당시의 투자자다. 동대륙을 항해하는 선원들은 대부분 괴병에 걸리는데, 칸나 양의 수면향이 동대륙의 선원 중 매독에 걸린 환자들에게 뿌렸더니 수면 효과와 회복에 도움이 되었다.[6] 그 환자들을 치료해주면 칸나 양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다" 라고 약속한다. 칸나는 그런 실비엔에게 "뭐든 들어주시겠다니 제가 엄청난 소원을 말하면 어쩌려고요?" 라고 실비엔을 도발하지만, 오히려 실비엔은 칸나의 코앞까지 다가와서 "설마 걱정되시냐, 혹시 제 능력 밖의 소원이라도 갖고 계신 거냐, 그게 무엇인지 아주 궁금하다" 라고 오만하게 속삭인다.

칸나는 그의 오만한 말에 재수없어서 어떻게든 반박하고 싶지만,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발렌티노 공작인 그가 아슬란 제국에서 뿐만 아니라 서대륙에서, 아니 이세계에서 그가 이뤄주지 못할 소원은 있을 리가 없으니 칸나는 차마 반박조차 하지 못하고 결국 침묵한다. 실비엔도 칸나의 침묵에 만족해하며 "걱정 마라, 그것이 초야라도 기꺼이 응하겠다" 라고 말하지만, 칸나는 "그런 끔찍한 말씀 마시라, 원하지도 않을 뿐더러 상상만 해도 소름 끼친다" 라고 빈정거리지만, 실비엔은 "그러시냐, 간절히 바라시는 줄 알았는데 제 착각이었나보다" 라고 말하자, 그 말에 칸나는 자기도 모르게 얼마 전에 옷 벗고 달려든 주화의 기억이 떠올리지만, 칸나는 몰라 그거 나 아니야라고 일부러 뻔뻔하게 그 기억을 애써 외면하며(...), 실비엔에게 대가로 이혼과 계약서를 요구하는데, 실비엔은 바로 그러겠다고 약속은 하지만, 칸나의 말이 믿지않는다는 태도를 보인다. 칸나는 그런 실비엔의 태도에 열받지만 지난 7년 주화가 한 짓을 생각하면 믿는 게 더 이상하니 더이상 말을 꺼내지 못하고 어차피 계약서까지 썼으니 그냥 넘어간다.

칸나가 짐을 챙기러 아디스 공작가에 돌아가자 루시에게서 직접 만든 클로버 무늬의 주머니를 선물받고 기뻐하지만, 자신을 기다린 칼렌을 보고 정색한다. 칼렌은 "예전처럼 누님을 대할까요" 라고 묻자, 칸나는 어릴 때 칼렌이 예의 바른 말투로 말을 건네지만 자신을 마치 하녀 대하듯 아랫사람처럼 대하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아니, 그냥 아예 없는 사람처럼 대해줘" 라고 말한다.

3.16. 카실 황자에게 납치당하다

실비엔의 요구대로 동대륙의 선원을 치료하러 베네치아에 가지만 하필 베네치아에서 유배 온 3황자 카실 이자베르크와 마주친다.

카실 황자는 이미 한미한 집안의 여인들을 폭행한 죄로 베네치아에 유배를 왔었는데, 칸나가 발렌티노 공작부인이 아닌 한낱 평민 여자인줄 알고 유배중에 인간 사냥을 하겠다며 칸나를 납치한 뒤에 숲에 풀어준 뒤, 도망치는 칸나에게 화살을 쏘다가 역으로 칸나에게 약을 뿌려진다.

분노한 카실 황자는 칸나의 손목을 자르려다가 실비엔이 화살을 쏘면서 칸나를 구한다.

실비엔은 황족을 폭행한 죄나 유배중인 황자가 공작부인을 납치, 폭행한 죄나 둘 다 마찬가지니 여기서 그만 넘어가자고 먼저 말을 꺼내면서 그냥 넘어갈 듯 보였지만, 카실 황자는 칸나에게 앙심을 품고 선원들에게 독이 든 음식을 먹이고 칸나에게 뒤집어 씌울려다가 역으로 칸나에게 발견되면서 공개재판을 받게 된다.

3.17. 공개 재판

사실 카실 황자는 황제와 황제에게 가장 총애받는 후궁 테레사 귀비의 막내아들이라 황제는 카실 황자를 위해 적당히 유배 선에서 마무리 지으려고 했었고, 피해자인 칸나가 아무리 무고한 피해자이자 대귀족 신분이라고 해도, 황족 폭행죄를 물고 늘어지면 유배 정도로 적당히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멍청하게도 카실 황자는 "아디스 공작부인이 황자인 나를 먼저 폭행했으니 납치는 당연한 것" 라고 주장한다. 카실 황자는 또 유배가기도 싫고, 진심으로 황족이 모든 제국 법 위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황족이라도 귀족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없고, 이유야 어쨌든 법적인 절차 없이 멋대로 판결을 내릴 수도 없었다.

안 그래도 카실 황자는 한미한 귀족 여인들을 상대로 폭행한 죄로 유배 중이었는데, 유배 중에 하필 공작부인인 칸나를 납치한 데다 말도 안 되는 주장까지 펼치자, 황제와 황후의 세력은 물론이고, 카실 황자의 모친인 테레사 귀비의 세력까지 카실 황자의 처벌을 요구한다. 거기다 그렇잖아도 정적인 테레사 귀비와 그 자식들을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황후는 카실 황자의 추방형이 어떻냐고 제안한다.

그러자 메르시 후작이 벌떡 일어나서 황후의 말이 옳다고 주장했고, 메르시 후작을 따르는 귀족들도 박수를 쳤고, 아르곤 황자를 따르는 귀족들조차 동의하듯 침묵했다. 황제 역시 어쩔 수 없이 침묵하지만 갑자기 테레사 귀비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황제는 자신이 사랑하는 테레사가 안 그래도 카실 황자의 걱정으로 몇 날 며칠을 눈물로 지새우더니 결국 카실 황자의 추방형 때문에 쓰러지기까지 했다는 말에, 테레사 귀비가 카실 황자의 추방을 견디지 못할 거라는 걱정에, 황제는 아닌 걸 알면서도 "카실 황자가 발렌티노 공작부인을 납치한 죄와 발렌티노 공작부인이 카실 황자를 폭행한 죄가 동등하니 카실 황자는 유배를 보내고 발렌티노 공작부인은 벌금형을 낼 것" 라고 우겨서 판결을 내리려 한다.[7]

그러자 칸나는 카실 황자가 자신에게 보복할 거라는 예상에 동대륙 무역 선원들의 독살 혐의를 고발하고, 증거품인 편지의 필적이 황자의 진짜 필적과 똑같다고 판결을 받는데, 범인으로 주목받은 카실 황자는 자신이 한 짓이 아니라며 억울하다고 호소하지만 그동안 카실 황자의 평소 행실이 악명 높기로 자자했기에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고, 오히려 카실 황자가 충분히 그랬을 거라고 여론이 흘러간다.

결국 카실 황자는 북쪽 탑에 평생 유폐형을 선고받는다. 탑에 유폐된다는 것은 평생 좁은 방 한 칸에 갇혀 세상과 동떨어져서 살기 때문에, 사실상 미치거나 자살하게 된다. 때문에 황제는 카실 황자를 살리되 그에 준하는 판결인 카실 황자에게 손이 잘리는 장파형을 선고한다.

3.18. 카실 황자의 장파형 선고

판결을 믿지못하는 카실 황자는 아버지를 애타게 부르지만, 황제는 외면하고 대법관에게 판결하라고 명한다. 선언이 내려지자 황후는 "지금 집행하는 것이 어떻겠냐, 그래야 뒷말이 나오지 않을 거다" 라고 말하자, 황제는 황후가 독하다고 욕하면서도, 결국 황후의 말이 맞다고 인정하며 눈가가 벌게지지만 "당장 집행하라" 라고 명하면서, 카실 황자는 기사들에게 끌려가면서 그동안 자신이 한 짓은 생각하지도 않고 황자인 자신이 장파형을 선고받은 것을 믿지못하지만 결국 그 자리에서 바로 왼팔이 잘린다.

팔이 잘린 카실 황자는 울부짖으며 비명을 지르고, 그만큼 아주 잔인한 광경이었기에 재판장의 다른 귀족들은 미처 보지못하고 고개를 돌리지만, 칸나는 자신의 손을 자르려했던 카실 황자의 손이 잘리는 잔인한 광경을 똑똑히 지켜본다. 손이 잘려 미친듯이 울부짖는 카실 황자에게 속으로 '왜, 억울해? 남의 손목을 자르려고 했을 때는 네 손목 잘릴 각오도 했어야지' 라고 묻고 싶다고 생각하며, 카실 황자가 자르려고 했던 자신의 손목을 쓰다듬는다.

충격적인 재판이 끝나고, 아슬란 제국 역사상 추방형이나 유폐형을 받은 황족은 있었어도 신체가 훼손되는 장파형을 받은 황족은 처음이라며 귀족들은 수군거리며 재판장을 나간다.[8]

황후 역시 재판장을 떠나며 칸나를 찾아오는데, 황후는 "왜 내게 말하지 않았냐" 라고 묻지만 칸나는 "폐하께 괜한 짐을 드리고 싶어하지 않았다" 라고 말한다.

그러자 황후는 칸나가 자신에게 약을 내주고 있으니 만약 도움을 요청한다면 기꺼이 도와줬을텐데도, 칸나는 자신을 이용하는 어중이 떠중이 귀족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며, "다음부터 이런 일이 있다면 내게 말하라, 벌금형은 내가 내주겠네" 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 칸나는 황후가 오랫동안 이용할 패였기 때문에, 대놓고 황후와 틀어지지않는 선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칸나가 황후를 상대로 고의로 이용하는 것이 들키지 않게, 일부러 황후가 사건을 추적할 수 있게 정보를 조금씩 흘렸던 것이다. 결국 황후는 칸나의 계략인 줄도 꿈에도 모르고 칸나의 기대 이상으로 칸나의 벌금형을 대신 내주는 등, 황후는 칸나의 계획대로 자신이 이용당하는 줄도 모른 채로 이용당하고 있는 것이다.

3.19. 칸나의 목표

칸나는 카실 황자의 장파형 선고 후로 제국이 떠들썩해지자 한동안 칩거하다가, 아멜리아와 황후의 피부병 진료를 위해 오랜만에 외출하며 황후궁으로 향한다.

황후 역시 칸나 못지않게 카실 황자를 치워버린 일로 기뻐하고 있었기에, 칸나를 반가워한다.

황후는 "부인 덕분에 아멜리아의 피부병이 거의 다 나아가고 있더군" 라고 인정하자, 칸나는 "폐하께서 지원을 아끼지 않은 덕분이다" 라고 겸손하게 대답하자, 황후는 칸나가 콧대를 높이고나 뭔가를 요구하지도 않고, 황후의 간지럼증 약과 향수를 황후에게 아낌없이 내주자 만족스러워한다.

칸나는 황후와의 알현 후, 아멜리아를 찾아가서 "이대로 몇 주더 지켜보고 재발할 기미가 안 보이면 완치 판정을 내려도 되겠다" 라고 말하자, 아멜리아는 기뻐하는 동시에 눈물을 흘리며 칸나에게 "이 은혜는 잊지 않을게, 공작부인. 아니... 칸나라고 불러도 될까?" 라고 묻자, 칸나는 "물론이죠" 라고 대답한다.

오랜만에 외출하고 집으로 돌아온 칸나는 이번에 죽을 뻔한 위기를 계기로 앞으로 영원히 칸나로 살아야한다는 현실을 깨닫고 정신 차리고 앞날을 계산하며 준비해야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칸나의 욕망이 앞뒤가 안 맞다는 게 문제였다. 칸나 자신의 목표가 실비엔과의 이혼과 동시에 아디스 가문과의 분가, 거기다 그 누구에게도 핍방당하지 않을 권력을 갖고 싶었는데, 서대륙은 신분제 사회였으니 가문과 권력을 서로 연결된 것이었고,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경멸하던 발렌티노 공작가와 아디스 공작가에 소속된 신분이라 무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칸나는 지긋지긋한 아디스에서도 발렌티노에서도 자신을 억누르며 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불행하게 살 바에는 차라리 싹 다 버리고 도망치고 싶었다. 차라리 다 버리고 자신을 모르는 곳으로 떠나서 새로 시작하고 싶었다. 서대륙의 얄덴 왕국은 여성의 권리가 높다고 하니 얄덴에서 새 신분을 만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러나 새 신분을 만드는 것도, 타지에서 정착하는 것도, 결국 돈이 엄청나게 드는 일이었다.

일단 이혼하고 분가하기 전까지는 칸나에게는 자기 기반을 만들을 필요가 있었는데, 아슬란 제국에서 이혼한 여성은 명예가 순식간에 추락한다. 일단 칸나에게는 황후와 황녀 아멜리아와의 인맥이 있었고, 동대륙의 고질병을 치료한 의원이 칸나라는 사실이 신문에 실리면서 칸나의 평판이 나아지긴 했지만, 결국 문제는 돈이 부족했다.

만약 새 신분을 만들고 망명하게 될 경우를 생각해서라도 돈을 많이 벌어놔야했다. 다행히 칸나에게는 좋은 돈벌이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향수였다.

이세계에서는 오직 식물에서 추출한 향을 그대로 희석하거나 비슷한 식물의 향끼리 섞어 쓰는 전부였기에, 뻔한 꽃향기뿐이었고 지나치게 원색적이었다.

그러나 칸나는 주화의 세계에서 맡은 다채로운 향을 알고 있었고, 여러 종류의 향료를 조합하는 방법과 향의 휘발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칸나는 자신이 만든 향수이자 '지금까지의 단순한 꽃향기와 달리 다채로운 향을 풍기며 오래 지속되기까지 하는 향수' 를 판매한다면 분명 불티나게 팔릴 것이 분명했다. 무엇보다 이세계에서 향수는 보통 귀족들이 구입할 만한 고가의 사치품이니 아슬란 제국뿐만 아니라 서대륙 전체를 상대로도 대륙 전역에 히트를 칠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유통망이었다. 서대륙 전역에 판매할만한 수준의 상단이 오직 3곳 뿐이었다.

메르시 후작가의 메르시 상단, 라스파엘로 백작의 데보르 상단, 아디스 공작가의 아디스 상단.

일단 황후라는 한바구니 안에 몰빵하고 싶지않았기에 칸나는 메르시 상단을 제외하고, 데보르 상단은 동대륙 문물 중심이니 적합하지 않을 뿐더러 실비엔과도 더이상 엮이고 싶지 않았다.그러니 남은 선택지는 아디스 상단 뿐이었고, 칸나는 전략을 바꿔서 분가하기 전까지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이용하기로 마음 먹기로 하고, 자신이 증오하는 사람들 중 한명이자 아디스 공작가의 후계자인 칼렌을 이용하겠다고 마음 먹는다.

3.20. 칼렌을 이용하다

칸나는 칼렌을 역겹게 여기면서도 칼렌을 이용하기 위해, 칼렌을 찾아가지만 칼렌이 만나길 거부한다. 결국 칸나는 자신을 향한 칼렌의 죄책감과 동정심을 자극하기위해, 일부러 며칠 정도 몸살로 고생할 정도의 후유증 없는 독약을 먹고, 일부러 칼렌이 올 때까지 비를 맞으면서 기다린다. 그렇게 한참 기다리던 칸나는 연무장에서 막 나온 칼렌과 마주치며 "할 말이 있어서 계속 기다렸다" 라고 말하다가, 칸나는 칼렌의 앞에서 고열로 쓰러진다.

사흘만에 깨어난 칸나는 자신을 밤새 간호한 칼렌에게 보약과 사탕을 건네받는데, 칸나는 속으로 거부감을 느끼지만, 일부러 고마워하며 감사인사와 사과를 한다. 오히려 칼렌은 칸나의 침대 밑에 무릎 꿇고 "아니다, 제가 잘못했다. 이번 일도, 어린 시절의 일도, 모두 다 후회하고 있다. 감히 용서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죗값을 치르고 싶다. 부디 저를 벌해달라, 무엇이든 달게 받겠다" 라고 희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칸나에게 벌을 내려달라고 애원한다.

칸나는 알렉산드로를 빼닮아 냉혈한으로 유명하며 아디스 가의 차기 가주인 칼렌이 만약 칸나가 뺨을 때리든 순순히 맞아줄 것이고, 침을 내뱉어도 조용히 감내할 것이고, 등에 채찍을 휘둘러도 비명 하나 지르지않고 참을 것 같아 보일 정도로, 칼렌이 진심으로 자신에게 사죄하는 모습에, 칸나는 자신이 원하던 칼렌의 모습에 뿌듯해하면서도 가소로워한다.

이미 14살의 어린 나이에 칸나는 가족들의 괴롭힘과 냉대에 지쳐 스스로 죽기를 바래서 만든 약물을 직접 먹었을 정도로, 과거의 학대받은 기억을 잊지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칸나는 칼렌이 벌을 받으면 죗값을 치를 기회를 얻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딱히 증오에 사로잡혀서 복수심에 불타고 싶지 않았고 칼렌에게 용서나 벌은 커녕 미움 한 조각조차 주고 싶지않았고, 오히려 칼렌이든 누구든 떠올리며 분노하는 시간조차 아까웠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칼렌의 진심 어린 참회에 관심도 없었고, 오히려 귀찮아했었겠지만, 지금은 칸나에게 있어서 칼렌은 이용 가치가 다할 때까지 쓰이고, 쓸모가 없으면 버려질 체스말이었다.

때문에 칸나는 칼렌에게 슬픈 표정을 지어서 "누님이라고 불러도 좋아. 카실 황자가 내게 화살을 쏠 때, 네가 생각나더라, 너에게 기대라는 말이 생각났어, 네 말이 맞았어, 내게는 너뿐이야" 라고 말한 뒤, 혀가 썩을 것 같은 기분을 억지로 참고 일부러 눈물 한방울을 간신히 짜내서 흘리며 일부러 칼렌에게 보여주면서 "정말 무서웠어" 라며 흐느낀다. 칼렌은 칸나의 말에 감격하며 목소리부터 손끝까지 떨며, 두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울먹이는 칸나의 모습에, 칼렌은 칸나를 처연한 꽃송이처럼 보며 가엽고 안쓰러워한다.

칸나가 칼렌의 손을 붙잡으며 "칼렌, 네가 옳았어, 내게는 너뿐이야, 날 생각해주는 사람은 너 밖에 없어, 그렇지?" 라고 울먹이며 묻자, 칼렌은 칸나의 반대쪽 손까지 붙잡으며 "예, 누님에게는 제가 있습니다" 라며 맹목적일 만큼 강렬한 눈빛을 보인다.

이후 칼렌은 길든 짐승처럼 온순하고 순종적인 모습을 보이며, 칸나는 그런 칼렌을 이용해서 향수 사업을 시작한다.[9] 예상 밖에도 칼렌이 사업의 수익금을 칸나에게 전부 주면서 칸나는 생각지도 못한 수익금을 얻게 된다.

3.21. 이사벨과의 신경전, 칸나의 반격

한편 칸나를 위한 칼렌의 전폭적인 지원에 이사벨은 질투심으로 극에 달하는데, 이때쯤 사교계에서는 칸나 덕분에 수많은 여성들을 성추행해온 망나니 카실 황자가 장파형 선고를 받은 일로 대부분의 귀족 여성들은 칸나에 대한 여론이 호의적으로 변해가고 있었는데, 때마침 아디스 공작가의 칸나 향수가 유행을 타면서 매번 칸나와 이사벨이 비교당하게 된다.

이사벨은 칼렌이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안 해주면서 칸나에게만 온갖 지원을 다해주는 칼렌에게 서운해하고 있던 와중에, 거기다 칼렌이 아르곤 황자의 생일 연회 때, 자신이 아닌 칸나를 에스코트 할 예정이라고 통보하며 자신의 에스코트를 거절하자, 이사벨은 칼렌에게 불만을 터뜨리지만 칼렌은 단호하게 이사벨의 불만을 무시한다.

한편 칼렌과 같이 연회에 온 칸나는 자신이 쓰러진 그 날 이후로 칼렌이 자신에게 뭔가 각인이라도 됐는지, 칼렌의 지나친 과보호에 은근히 답답해하며 연회에 따로 행동하는데, 연못 중앙 다리에서 이사벨과 마주친다. 이사벨은 갑자기 칸나에게 시비를 거는데 칸나가 보기에는 이사벨의 시비는 너무 훤히 보이는 유치한 도발이라 왜 일부러 시비는 거는지, 이사벨의 목적이 뭔지 궁금해서 칸나는 일부러 이사벨을 상대한다.

이사벨이 지나가려는 칸나의 어깨를 부딪치면서 넘어지고 바닥에 구르고, 동시에 칸나는 이사벨과 어깨를 부딪친 충격으로 뒷걸음질 하다가, 그 찰나에 이사벨이 일부러 바닥에 구르는 모습을 보고 이사벨이 자신을 상대로 일부러 피해자 코스프레하려는 것을 알아채고, 칸나는 밀려 넘어지면서 일부러 보란듯이 연못에 빠지고 아예 그대로 가라앉는다.

사실 헤엄칠 줄은 알지만, 칸나는 이사벨이 자신이 받고있는 칼렌의 지원을 질투해서 이렇게 어설프게 시비를 거는지 눈치채고, 이사벨이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칸나는 앞으로도 칼렌의 지원을 계속 받을 생각인데, 그러면 이사벨의 질투도 계속 이어질 테니, 이참에 귀찮더라도 아예 싹을 잘라내고 이사벨의 기를 꺾어내기 위해 제대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생각이었다.

칸나는 누군가에게 구조되고, 뒤늦게 칼렌이 찾아오는데 주위에서는 "어쩌다가 물에 빠진 거냐, 이자벨 아디스 영애가 민 거 아니냐" 라고 수군거린다. 사실 연못 위의 다리가 좁진 않지만 난간이 없다보니 칸나의 예상대로 이사벨에게 여론이 안 좋게 흘러가고 평소 이사벨과 앙숙이던 칼레이나 메르시 후작 영애가 "두 사람이 다리 위에서 격한 논쟁을 벌이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는데 서녀라는 말도 들었다" 라고 칼렌에게 보란듯이 고자질하면서 칼렌을 이사벨을 노려보면서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라" 라고 말하자, 이사벨은 훌쩍이며 돌아간다.

그러나 예상 밖에도 칸나를 구해낸 사람이 바로 실비엔이었고, 실비엔은 칸나를 방으로 그대로 데려가서 의원까지 부른다. 칸나는 실비엔의 호의를 믿지않고 의심하자, 실비엔은 "용건이 있긴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만큼 나중에 말씀드리겠다" 라고 말하자, 칸나는 "그냥 지금 말씀해주시는 게 마음 편하다" 라고 말한다. 칸나에게 실비엔과의 사이는 이유없이 믿고 아닐 만한 사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거래가 있는 것이 오히려 마음 편했기 때문이다. 실비엔은 '동대륙 독에 중독된 사람' 의 치료를 부탁하자, 칸나는 실비엔에게 이혼을 요구하는데 실비엔은 바로 승낙하지만 칸나는 실비엔이 자신의 말을 믿는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여전히 무슨 생각하는지를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3.22. 사교계의 신경전, 칸나의 예상

한편 실비엔이 호수에 빠진 칸나를 구해낸 일로 사교계에는 '칸나와 실비엔이 사이가 좋아졌다' 라는 소문이 돌고, 발렌티노 공작부인의 자리를 노리는 릴리엔느는 위기감에 칸나에게 흠집을 만들기위해 칸나를 티파티에 초대한다.

표면적으로는 레일라 에버딘 백작 영애가 초대장에 드레스 코드가 검은색이라고 당부하며 보냈지만, 칸나는 이미 릴리엔느의 유치한 괴롭힘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아멜리아의 진료를 보러가서 일부러 아멜리아에게 "제가 처음으로 귀족 영애의 티파티에 초대받았다" 라고 말을 꺼내며 수줍게 웃으며 속삭이자, 아멜리아도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다행이야" 라고 말한다.

칸나는 아멜리아에게 티파티에 같이 가줄 수 있겠냐라고 부탁하자, 어차피 아멜리아 역시 사교계에 나갈 생각이 있었기에 흔쾌히 동의한다. 아멜리아는 드레스 코드가 검은색이라는 초대장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칸나는 일부러 모르는 척 초대장이 잘못 됐을 리가 없으니 믿어도 된다고 말한다.

예상대로 릴리엔느와 여러 영애들은 흰색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혼자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칸나를 돌려까내리며 비웃는다. 칸나가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자, 영애들은 더 신나게 칸나의 귀를 때리다시피 요란하게 칸나를 비웃는다.

그러나 칸나는 릴리엔느가 발렌티노 공작부인의 자리를 노리고 있어서 자신에게 이런 유치한 공격을 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오히려 칸나는 실비엔과의 이혼을 기다리고 있을 정도로 발렌티노 공작부인의 자리에 조금의 애착도 없는데, 살아남기에도 벅찬데 심지어 일일이 이런 신경전까지 헤쳐나가기가 생각만 해도 너무 귀찮아서 그 자리를 지키기위해 뭘 할 전의조차 없었다.

3.23. 아멜리아를 이용한 칸나의 반격

이런 유치한 괴롭힘까지 일일이 반격하며 행동하기는 귀찮지만 그렇다고 마냥 당해줄 생각은 없었던 칸나는 말없이 영애들의 비웃음을 듣고 있다가, 이 상황을 해결하기위해 자신이 준비한 '한방의 묘수' 인 아멜리아가 파티장에 온 것을 보고 반갑게 맞이한다. 한편 칸나를 대놓고 비웃던 릴리엔느와 영애들은 갑자기 등장한 아멜리아를 보고 쨍하니 분위기가 얼어붙을 정도로 당황하는데, 반대로 아멜리아 역시 흰 드레스를 입은 영애들을 보고 "드레스 코드는 검은색 아니었냐" 라고 인상을 찡그리며 묻자, 칸나는 일부러 서글픈 표정으로 레일라를 쳐다보며 "그건 레일라 에버딘 백작 영애에게 물어보셔야 할 것 같다" 라고 말한다.

칸나의 말에 아멜리아는 레일라를 쳐다보며 "발렌티노 공작부인이 내게 검은색 드레스 코드라고 신신당부하더군요, 파티의 주최자가 정한 드레스 코드라고. 난 처음에 검은색 코드라니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발렌티노 공작부인이 참 순진해서 초대장이 잘못 됐을 리가 없으니 믿어도 된다고 하더라고. 근데 뭐야, 우리 빼고 하얀 옷이네, 지금 장난해?" 라고 황후와 똑닮은 웃음을 지은 채 주위를 둘러보며 존댓말에서 아예 반말로 묻자, 당황한 레일라는 하녀 핑계를 대는 동시에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갔다. 아멜리아의 성정은 유명했기 때문이다. 그 무시무시한 황후에게도 지지않는다는 난폭한 황녀. 게다가 그동안 두문불출하던 아멜리아가 만약 사교활동을 시작한다면, 황후는 물론 메르시 후작가도 아멜리아의 뒷배가 되어줄 게 분명한데가, 황태자로 유력시되는 크레센트 황자의 친누나니까 어쩌면 릴리엔느의 곁에 있는 것보다 아멜리아의 곁에 있는 것이 이득이 더 클 수도 있으니 아멜리아와의 관계를 망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 레일라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영애들이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칸나는 그런 영애들의 머릿속을 훤히 읽으며 여유롭게 부채질하며 구경한다. 애시당초 이런 전개를 예상하고 일부러 아멜리아를 부른 것이었기 때문이다. 칸나에게는 칼렌, 황후, 아멜리아라는 강력한 체스말 3개가 있었고 그들을 적당한 곳에 배치해서 이득을 볼 생각이었다. 이미 강력한 체스말들이 있으니 자신이 나설 필요도 없고 이런 사소한 신경전까지 나서서 해결하기도 귀찮았기 때문이다. 이번같은 귀족 영애들끼리의 유치한 괴롭힘에는 아멜리아의 성격과 지위가 적당했다. 제국의 황녀인데다, 아멜리아의 불같은 성격에 이런 농락을 당하고도 그냥 넘어갈 리가 없으니, 더이상 자신에게 이런 장난질을 쳐서는 안 된다는 의미의 경고 차원에서 일부러 아멜리아를 데려온 것이다.

예상대로 아멜리아는 "당장 그 하녀를 데려와" 라고 낮은 목소리로 명령하고, 시녀를 시켜서 하녀에게 회초리를 시킨다. 하녀의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가 울려퍼지지만 아멜리아는 차가운 눈길로 하녀가 회초리질을 당하는 모습을 쳐다보며 회초리질을 계속 시키고, 냉정하게 처벌하는 아멜리아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귀족 영애들은 겁에 질려 한마디 말도 못하고, 비명을 지르던 하녀는 견디지 못하고 결국 쓰러지지만 아멜리아는 가차없이 "깨워라, 깨워서 다시 회초리질을 시작해" 라고 냉정하게 명령한다.

자비 하나 없이 잔인해보였지만, 제대로 된 벌의 명분이 있으니 오히려 말릴 명분이 없어서 영애들은 겁에 질려 한마디 말도 못하고, 보다못한 레일라는 아멜리아에게 무릎을 꿇지만 두려움에 떨다가 말없이 릴리엔느를 원망스레 쳐다보자, 결국 보다못한 릴리엔느는 한발짝 나서서 아멜리아에게 말을 걸지만 아멜리아는 그런 릴리엔느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물러나, 릴리엔느. 더 큰 벌을 내릴 게 아니라면 아무 말도 하지마" 라고 릴리엔느를 사실상 무시하지만 릴리엔느는 꿋꿋하게 "부디 화를 푸셔라, 저 천한 것의 실수로는 언니의 명예에 흠집조차 내지못한다" 라고 말을 잇지만, 아멜리아는 잔인하게 웃으며 "명예? 지금 네가 나에게 명예를 논해? 설마 너와 나의 명예의 무게가 같다고 생각하니?" 라고 아멜리아의 '같은 황녀라도 너는 나보다 천한 혈통이지 않냐' 라는 의미의 질문에 릴리엔느의 말문이 막혔다. 아멜리아의 말대로 아무리 두 자매가 같은 황녀라도 황후의 딸인 아멜리아와 후궁의 딸인 릴리엔느의 사이에는 혈통이라는 거대한 강물이 가로지르고 있었고 그 강은 결코 릴리엔느가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였기 때문이다.

한편 옆에 지켜보던 레일라는 릴리엔느가 자신을 도와주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깨닫고 두려움에 떨다가 우연히 칸나와 눈이 마주치자, "죄송합니다, 공작부인. 제가 하녀 관리를 잘못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어요" 라고 매달리자, 잠시 고민하던 칸나는 그렇잖아도 슬슬 지루해져가던 참이어서 칸나가 분노한 아멜리아에게 은근슬쩍 팔짱을 끼며 "황녀 전하, 화를 푸세요" 라고 말한다.

아멜리아는 "하지만 칸나 양, 이건 그냥 넘어갈 실수가 아니야. 나와 칸나 양까지 작정하고 모욕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라고 말하며 처음에는 칸나의 만류에도 여전히 분노하지만, 칸나는 그런 아멜리아의 팔을 쓰다듬으며 "그래서 하녀에게 벌을 내렸으니 이쯤해서 에버딘 영애도 깨닫는 바가 있을 거다. 그렇죠, 에버딘 영애?" 라고 레일라에게 눈짓하며 묻자, 레일라는 기회라는 생각에 칸나의 말을 덥석 물으며 "네, 네! 다시는 실수하지않을테니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황녀 전하" 라고 말한다.

아멜리아는 그런 레일라를 보고도 화를 풀지않았지만 칸나는 아멜리아에게 "제가 부탁드릴게요" 라고 말하자, 화난 짐승처럼 씩씩거리던 아멜리아는 칸나가 '부탁' 라는 말까지 했으니 도저히 무시할 수 없었기에 어깨까지 늘어뜨리며 "좋아, 칸나 양이 그렇게 말하는데 어쩔 수 없지" 라고 말한다.

그 순간에 레일라는 '드디어 용서받았다' 라는 생각에 안도의 눈물을 터뜨릴 뻔했다. 칸나는 그런 주위를 둘러보며 "황녀 전하께서 이번 한 번 너그러이 넘어가셨으니 다음부터는 조심해야 할 거에요, 그러니 다들 주의하도록 해요" 라고 상냥하게 웃으면서 말하는데, 영애들은 멍하니 서서 칸나가 아멜리아를 대하는 모습이 마치 맹수같은 조련하는 모습처럼 지켜본다.

한편 이 일이 사교계에 퍼지면서, 황후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역시 내 딸이로구나, 그래, 내 딸이 그 천한 무희의 딸년 하나 누르지 못할 리 없지" 라고 만족해하며, 황후는 메르시 후작에게 "부디 후작도 황녀에게 신경 써주게" 라고 메르시 후작에게 아멜리아를 부탁하며 만족스럽게 웃지만, 반대로 그렇잖아도 카실 황자의 장파형으로 시름시름 앓던 테레사 귀비는 릴리엔느가 겪은 수모를 듣고 다시 한번 졸도한다. 깨어난 테레사는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고 황제는 그런 테레사에게 "그러지 말고 물이라도 한 모금 마셔라" 라고 말하지만 테레사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제가 못난 탓이다, 제가 폐하께 걸맞은 여자였다면 카실도 릴리엔느도 그리 무시당하지 않았을 텐데, 불쌍한 내 아이들" 라며, 테레사 귀비는 자신의 자식들이 저지른 만행은 생각도 하지않고 그저 자신의 출신이 천한 탓에 자신의 자식들이 무시당한 거라는 식으로 슬퍼하며, 결국 한참 울다가 다시 한번 실신한다. 황제는 그런 테레사 귀비를 밤새 간호하다가 아침이 되어서야 집무실에 향한다. 황제는 사교계의 꽃으로 군림하던 릴리엔느 황녀가 겪은 수모에도, 유배형이 끝나고 수도로 돌아올 예정이었던 카실 황자의 장파형 선고를 받은 일의 중심에는 항상 칸나 발렌티노가 있었고, 칸나가 아멜리아 황녀의 피부병을 고쳐서 사교계의 판도를 바꾸거나 카실 황자를 위기로 몰아서 손목을 잃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칸나를 아예 제국 밖의 외딴 섬인 페일론 섬에 보내기로 결정한다.

3.24. 페일론 섬에 가다

페일론 섬은 매년 우기가 되면 섬 주민들이 단체로 광증을 앓는데, 황제는 의료를 핑계로 칸나를 페일론 섬에 가서 조사하라는 황명을 내린다.

페일론 섬에는 매년 우기가 되면 섬 주민들이 환각을 보는 광증을 앓는데, 페일론에서는 그런 광증이 '마귀' 에 걸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페일론 섬 영주의 외동딸 레이첼만이 유일하게 단 한번도 광증에 걸리지 않고 있었는데, 레이첼은 그런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신에게 선택되었기에 '마귀' 에 걸린 사람들을 구분해내는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15년동안 매년 우기가 되면 '정화의식' 라는 명목으로, '마귀' 에 걸린 사람들을 골라서 거꾸로 매달아서 화형시키고, 주위에서는 그런 그녀를 '성녀' 라고 부르며 떠받들고 있었다.

그러나 칸나는 페일론 섬의 주식인 호밀에 섬 특유의 습한 시기에 생긴 곰팡이균이 생기면서 발생된 부작용인 환각 증상임을 알아내는데, 처음에는 칸나는 자신에게 상냥한 태도와 선량해보이는 레이첼에게 호의가 있었지만, 멀쩡한 사람을 산 채로 매달아서 화형까지 시켜놓고 스스로가 특별하다는 착각에 빠져서 자기 세계만에 갇힌 채, 혼자 해맑아보이는 레이첼을 보고 경멸과 동시에 무지에서 비롯된 착각이라고 생각하고 레이첼에게 먼저 진실을 밝히고 기회를 주려고 했지만, 오히려 듣기 싫다고 거부하며 칸나 역시 환각에 빠졌으니 마귀에 걸렸다고 주장하며 "검은 사도가 아니면 증명하면 될 일이다, 자신 없으시냐" 라고 말하는 레이첼을 보고 칸나는 혐오감이 들끓어한다.

한편 칸나는 며칠동안 섬 주민들이 일부러 호밀을 먹을 일 없게 하기 위해 섬 주민들에게 값비싼 가격의 맛있는 음식들을 나눠 줬는데, 그동안 섬 주민들이 광증에 걸린 사람이 없는 이유는 그동안 호밀을 먹지 않아서 환각에 빠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다. 레이첼이 그동안 환각에 빠지지 않은 이유도 단순히 호밀은 단 한번도 먹은 적이 없어서였다. 호밀은 안 그래도 척박한 섬의 몇 없는 곡식이었으니 늘 가난한 주민들의 식사였고, 반대로 영주의 딸인 레이첼에게는 쓰레기같은 빵이라며 아예 손도 대지않을 정도로 먹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즉 아예 호밀 빵을 먹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부유한 집의 딸이니 환각에 시달리지 않았던 건데, 자신의 특권을 가지고 자신이 특별하다는 착각에 빠져 죄없는 사람들을 수없이 화형시킨 것이었다. 결국 죽은 사람들은 가난해서 호밀을 먹은 것이 죄였다는 소리에, 섬 주민들은 분노하며 화형된 가족들을 살려내라고 원성이 터지고, 레이첼은 당황하며 아니라고 소리치는데, 칸나는 "호밀 빵을 먹어서 성녀임을 증명하셔라, 아니면 자신 없으시냐" 라며 레이첼에게 호밀 빵과 동시에 자신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주며 도발하자, 여전히 자신이 특별하다는 착각에 빠진 레이첼은 칸나의 도발에 "증명하겠다" 라며 보란듯이 호밀 빵을 통째로 먹어치웠는데, 사실 그 호밀 빵은 곰팡이균뿐만 아니라 칸나가 일부러 독성을 강화하는 약까지 탔기 때문에 레이첼은 즉시 환각에 빠져 넘어지다가 울면서 "내가 신령이다" 라고 혼자 외치는 모습에, 마을 사람들은 레이첼에게 돌을 던지며 죽이려 들자, 레이첼은 감옥에 갇히고 영주는 분노한 주민들에게 자신의 재산을 나눠주겠다며 달래려 했다.

한편 칸나는 황제의 갑작스런 명령을 보란듯이 수행했으니, 페일론 섬의 일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신경 끄고 수도에 돌아가서 이혼할 일만 남았다고 기뻐한다.

3.25. 이혼에 합의하다

한편 페일론 섬에 알렉산드로 아디스 공작이 오면서, 칸나는 알렉산드로를 찾아가서 "곧 발렌티노 공작 각하께서 이혼을 진행하실 건데 아버지께서 승인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라고 자신의 이혼의 승인을 부탁한다. 알렉산드로가 "이혼하면, 너는?" 라고 짧게 묻자, 칸나는 '이혼하면 너는 어디로 갈 거냐' 라는 의미인 것을 알아듣고, 칸나는 이혼 후에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갈 생각이지만, 이전에 알렉산드로가 "제국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 라고 말했다가 결정을 번복한 것을 떠올리고, 칸나는 "아버지가 제 처우를 결정해주실 때까지 아디스 가문에 조용히 머무를 생각이다" 라고 자신의 생각과 반대로 말하자, 알렉산드로는 바로 "알겠다, 이혼을 허락한다" 라고 말한다. 칸나는 순간 환호성을 터뜨릴 만큼 기뻐하다가, 왜인지 알렉산드로 역시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음 날, 칸나는 실비엔을 찾아가서 "아버지한테 이혼 허락을 받았다, 수도로 돌아가시면 곧바로 이혼 절차를 밟아달라" 라고 말하자, 실비엔은 난감하게 웃으며 "이 일을 진행하면 저는 더이상 멈추지 않을 거다, 이번 일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돌이킬 수 없다, 예전처럼 저 혼자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예전처럼 내 관심을 끌려고 이혼 절차를 밟아도 나는 막을 생각이 없는데 괜찮겠냐)" 라고 말하자, 칸나는 실비엔이 지난 7년 동안 주화가 실비엔의 관심을 끌려고 벌인 온갖 각종 쇼들처럼 칸나의 이혼 요구도 그 일 중에 하나라고 여기고 있임을 눈치채고, 칸나는 "제 뜻은 변함이 없다" 라고 말하지만 실비엔은 여전히 믿지않는 태도를 보인다.

3.26. 이혼서를 작성하다

이후 칸나는 실비엔과의 계약으로 동대륙의 독 중독을 치료 후, 발렌티노 공작가에서 실비엔과 이혼서를 작성하는데, 칸나가 "워낙 맺힌 얘기가 많아서 쓸 게 많다" 라고 말하자, 실비엔은 "그렇게 결혼 생활이 끔찍했냐" 라고 묻는다.

칸나는 "몰라서 묻냐, 그동안 지옥같았다, 실비엔. 인간 대접은 해줄 줄 알았다" 라며 처음으로 실비엔의 이름을 부른다. 실비엔은 차갑게 웃으며 "그동안 당신은 나를 인간 취급 했었냐" 라고 묻자, 칸나는 입술을 깨물며 실비엔을 노려보았다. 분하게도 실비엔의 말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긴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화의 사랑은 지나치게 맹목적이어서, 자신의 감정 외에는 아무것도 보지 않았고, 실비엔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당사자인 실비엔의 의견에도 감정에도 신경쓰지않고, 오로지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계약으로 맺어졌을 뿐인 두 사람의 사이를 주화가 일방적으로 말을 바꿔서, 그 이상의 것을 요구했다.

그것도 아주 집요하고 끈질기게 실비엔을 따라다니며 많은 것을 요구하고, 지나치게 맹목적이라 지난 7년 동안 집요하게 애정을 갈구하며 스토커처럼 따라다닌 주화의 사랑에 대해서는, 칸나도 분명 주화의 잘못도 있다고 인정했다. 상대가 싫다고 했으면 물러날 줄 알아야했고, 지난 7년 동안 주화 뿐만 아니라 실비엔 역시 행복하지 않았을 거라는 사실은 칸나 역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실비엔에게 아무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칸나는 실비엔에게 "그래서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저를 무시하신 거냐" 라고 비웃으며 물었다.

3.27. 지난 과거와 감정들을 쏟아내다

주화는 그동안 발렌티노 공작가에서 학대를 당했었다. 그렇기에 자신을 구원해줄 사람이 실비엔이라고 믿고 더 실비엔에게 매달렸지만, 실비엔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쭉 방관했다. 실비엔이 아주 조금만이라도 주화를 신경 써줬어도 주화가 그 정도로 고통 받지 않았을 것이다.

아내가 시어머니에게 얻어맞고, 하녀들에게 괴롭힘 당하는 것을 방관하고, 종아리가 터진 상태로 홀로 방에 내던져졌을 때도 실비엔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도 방관했다. 그 어떤 이유로도 실비엔의 방관을 정당화할 수 없었다.

칸나는 자신이 따스한 가정 속에서 햇살을 즐기며 좋은 양분을 받고 성장하며 꽃 피는 동안, 반대로 주화는 가엽게도 가족은 커녕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독가스 같은 더러운 공기가 가득 찬 세계에서, 사람을 죽이고도 눈 하나 깜짝 않는 괴물들이 상대로 살아오니 멀쩡히 버티기는 커녕 망가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칸나는 하필 자신의 힘든 삶에 떨어져서 자신이 겪어야했던 고통을 대신 뒤집어쓴 주화에게 미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칸나는 "내가 죽어도 상관하지 않았잖아, 그동안 내 고통을 하찮게 여기며 죽게 내버려뒀잖아" 라며 주화가 실비엔의 방관 속에서 극심한 학대를 받으며 혼자 말라죽어가던 와중에, 주화는 실비엔에 대한 사랑과 '오늘은 돌아봐줄지도 몰라, 상냥하게 웃어줄지도 몰라' 같은 작은 미련한 기대감이 우습게도 주화의 지옥같은 삶을 겨우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살아있게 만들었다. 주화에게 실비엔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만이 유일하게 살아가는 이유였다. 때문에 주화는 그 사랑을 포기할 수 없었다. 만약 그 사랑조차 버리면 지옥같은 삶을 도저히 버티지 못할 정도로, 희망조차 없다는 현실에 차라리 죽어서 탈출하자고 바랄지도 모를 정도로 너무나 아프고 괴로워했던 주화의 고통을 떠올리자, 칸나는 갑자기 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칸나는 주화에 대한 미안함과 동정심, 그동안 주화가 느꼈던 고통을 떠올리며 뜨겁게 달아오른 숨결이 헐떡였고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졌다.

칸나는 재빨리 눈물을 훔쳐내며 "내가 지긋지긋하게 군 것 알고 있다, 우린 서로에게 악연이었다, 그러니 이제 끝내자" 라고 말한 뒤, 울컥한 칸나는 친정에서 이혼서를 마저 쓰겠다며 나가지만 조세핀과 마주치는데, 칸나는 무시하고 지나가지만 조세핀이 훈육을 빙자한 따귀를 때리자 역으로 칸나 역시 조세핀의 따귀를 때린다.

칸나는 "또 때렸다가는 이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다" 라고 조세핀에게 경고하자마자 실비엔이 다가온다. 실비엔은 무표정하게 칸나의 부어 오른 뺨을 쳐다보지만 더이상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았던 칸나는 바로 발렌티노 공작가를 나선다. 조세핀은 칸나가 자신을 무시했다고 호소하지만 실비엔은 칸나가 그동안 부당한 대우와 괴롭힘을 당했던 걸 인정하고 조세핀을 시골 별장으로 내쫓는다.

발렌티노 공작가에서 그동안 칸나(에게 빙의된 주화)가 부당한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을 전부 보고받은 실비엔은 한밤중에 칸나를 찾아와서 "조세핀을 내쫓았으니 발렌티노 가로 돌아오겠냐" 라고 묻지만, 이혼하려는 이유가 악독한 시어머니였던 조세핀 때문도 있지만, 조세핀 한명 때문에 이혼하길 바라는 것이 아니었던 칸나는 "조세핀이 없어도 당신이 있잖아" 라고 거절한다. 실비엔은 "내가 이혼에 동의 안 하면 이혼은 무산된다" 라고 말하자, 칸나는 실비엔의 뺨을 때리며 "이혼해주지 않으면 죽어도 증오하겠다"라고 말한다.

3.28. 이혼하다

이세계의 귀족들은 신 앞에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반대로 이혼할 때 역시 대신전에서 성혼 파기식을 거쳐야 하는데, 문제는 초심을 돌이켜보라는 뜻에서 남자는 턱시도를, 여자는 웨딩드레스를 입어야 한다는 저세상 판타지 규칙이 있었다.

정작 주화는 입어보지도 못한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이혼하게 되어서야 입은 칸나는 대신전에 간다.

이혼 선언 때, 칸나는 바로 동의하지만 실비엔은 망설이다가 결국 이혼에 동의하면서 이혼이 성립되고, 결국 두 사람은 7년하고 6개월 만에 이혼한다.

성혼 파기식이 끝나고 대신전에서 이혼을 최종적으로 승인하자, 칸나가 정말로 끝났다는 사실에 활짝 웃으며, 웨딩드레스를 벗으려고 하자, 여전히 턱시도를 입은 실비엔이 찾아와서 "좋으시냐, 아주 밝은 얼굴이시다" 라고 문가에 기댄 채 묻자, 칸나는 드디어 이혼했다는 기쁜 마음에 이번만큼은 실비엔에게도 진심으로 환한 웃으면서 "당연히 좋죠" 라고 말하자, 실비엔은 낮은 웃음을 흘리며 허락도 없이 칸나의 탈의식에 들어온다. 칸나는 "할말 남았냐, 나 이제 드레스 벗을 참이었는데(= 들어오지 말고 꺼져라)" 라고 말하지만 실비엔은 칸나의 말을 대놓고 무시하며 "눈부시게 아름다우신데 이토록 잘 어울릴 줄 알았으면 결혼식을 생략하지 말걸 그랬다" 라고 웃으면서 빈정거리자, 칸나는 왜인지 실비엔이 불쾌해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칸나는 그동안 조각상처럼 아름답지만 진심이 도저히 보이지 않던 실비엔이 불쾌해보이자, 아마도 이세계에서는 이혼이 엄청난 불명예로 취급되기 때문에 실비엔이 이혼하기 싫어서 그러는 건가 짐작하고 "그러게 결혼 생활에 신경쓰지 그랬냐" 라고 묻자, 실비엔은 "미안하다, 제가 잘못했다" 라고 말한다. 실비엔의 갑작스런 사과에 칸나는 멍해하고, 실비엔은 "만약 어젯밤, 제가 이렇게 말했으면 이혼을 재고하셨을 거냐" 라고 묻자, 칸나는 딱 잘라 "아뇨, 전혀요" 라고 말한다. 실비엔은 차갑게 웃으면서 "왜요?" 라고 묻자, 칸나는 갑작스런 실비엔의 질문에 할 말을 잃다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니까?" 라고 말한다. 수많은 이유가 있긴 했지만, 실비엔을 사랑한 건 주화였지, 칸나 자신이 아니었기에 칸나에게는 가장 큰 이유였다. 칸나는 막상 대답하고 나니 그 이유를 확신한다.

칸나는 다시 한번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니까" 라고 말하자, 실비엔은 마치 충격받은 듯이 짧은 한숨을 쉬고, 마치 상처받은 것처럼 동시에 상처주고 싶은 사람처럼 날선 목소리로 "저와 있으면 죽어도 좋다고 말하지 않았냐, 당신에게 사랑이 그렇게 가볍냐" 라고 칸나에게 비웃으며 묻지만, 칸나는 그런 실비엔의 말에 그동안 주화의 맹목적인 사랑을 돌이켜보며 씁쓸하게 웃으면서 "그때의 나는 죽었어요, 당신이 나를 내버려두던 날. 당신이 알던 나는 죽었어요" 라고 말하자, 비웃던 실비엔의 얼굴이 흐려진다.

칸나는 조세핀에게 종아리를 얻어맞고 쓰러지고, 실비엔이 모든 걸 알고도 방관하던 당시에, 만약 실비엔이 약을 들고 괜찮냐고 물어봐주었다면, 이 고통스러운 세계에서 기댈 수 있는 자신의 안식처가 되었다면 조금이라도 달랐을까 라고 생각해보다가, 결국 이제와서 의미없는 가정이라고 생각하며, 칸나는 희미하게 웃으면서 "이제 우리는 남이다. 잘 가요, 실비엔" 라고 자신을 응시하는 실비엔에게 이별을 고한다.

3.29. 아르곤 황자와의 스캔들

칸나는 얄덴 왕국으로 떠나기 위한 새 신분을 만들기 위해 정보길드장을 찾아가는데, 예상 밖에도 1황자 아르곤 이자베르크가 정보 길드장이었다. 얄덴 왕국의 새 신분을 만들기위해 자주 만나는데. 표면적으로는 데이트인 척 자주 만나다보니, 사교계에 아르곤과 칸나가 밀회하는 사이가 아니냐며 두 사람의 스캔들이 '아디스 공작 영애의 재혼 상대는 아르곤 황자' 라는 기사로 신문에 실린다.

황후는 그런 칸나에게 크레센트 황자의 후궁이 되라고 제안하지만 칸나는 몰래 얄덴 왕국으로 떠날 계획 때문에 거절한다.

그러나 아르곤 황자가 칸나에게 황후와 클로이가 칸나를 납치할 계획을 짜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칸나는 조용히 자신을 내버려두면 곧 떠날 생각이었는데, 특히나 황후가 그동안 도와준 사실에 만족해하며 황후를 아예 완치시켜주고 떠나려고 했는데, 자기 아들의 첩 자리를 거절했다고 이런 식으로 나온다는 소식에, '황후, 이 독사같은 년' 라고 욕하며 클로이와 황후까지 자신의 뒷통수를 쳐서 추잡하고 잔인한 짓까지 꾸민다는 소식에 절대로 두 사람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결심하며, 증오심을 불태운다. 아르곤 황자가 떠난 직후에, 실비엔이 갑자기 칸나를 찾아온다.

3.30. 실비엔의 조롱과 칸나의 팩폭

칸나와 자신의 이혼 절차 중에 발렌티노 공작가의 집사가 빠뜨린 서류가 있었던 실비엔은 "이혼 절차에 대해 실수가 있었다" 라고 사과와 동시에 서류를 내는데, 칸나는 예전 같았으면 눈에 불을 켜고 따지고 들었겠지만 이미 새 신분에 대한 준비가 끝났던 터라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괜찮다" 라고 서류를 받는다.

용건이 끝난 실비엔은 일어났다가 다시 앉아서는 "이혼한지 45일밖에 되진 않았는데 벌써 재혼 자리를 찾는 거냐, 지나치게 빠르다고 생각하지 않냐" 라고 비아냥거리자, 칸나는 신문에 실린 자신과 아르곤 황자의 스캔들과 우연히도 실비엔이 오기 전에 아르곤 황자가 칸나와 만난 것에 대해 실비엔이 오해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실비엔이 불쾌해하는 것에 대해 이해도 안 되고 어이없어한다.

칸나가 "제 사생활에 대해 간섭할 권리를 갖고 계신줄 몰랐다" 라고 짜증과 동시에 차갑게 대꾸하자, 실비엔은 "최소한의 예의에 대해 말씀드리는 거다" 라고 말한다. 그 말에 칸나는 그동안 자신이 죽던 말던 신경 안 쓰던 실비엔이 이제는 예의를 운운하자 감탄이 나올 정도로 실비엔의 뻔뻔함에 기가 막혀한다. 보통 이혼한 전 아내가 다른 남자와 소문이 나면 체면이 안 설 수도 있지만, 칸나에게 실비엔은 그럴 말할 자격이 없었다. 칸나가 "저는 충분히 예의를 지켰다, 초야조차 지키지 않고 줄곧 외면해온 남편을 7년 넘게 기다렸는데 당신 체면을 위해 더 인내할 필요가 있냐" 라고 묻자, 실비엔은 노골적인 비웃음을 흘리며 "그렇게 남자가 필요하시냐, 그래서 이혼하자마자 재혼할 남자를 물색하시는 거냐" 라며 칸나를 경멸하듯이 쳐다보자, 이미 아슬란 제국을 떠날 준비를 마친 칸나는 더이상 실비엔과 마주칠 일이 없으니 참지 않고 "그렇다면 어쩌실 거냐, 제가 아르곤 황자와 연애를 하던 재혼을 하던 당신과는 상관 없는 일이다, 설령 당신이 불쾌해하던 제가 알 게 뭐냐" 라며 심드렁하게 어깨를 으쓱거린다. 그러자 실비엔은 할 말을 잃은 모습을 보이고, 칸나는 그런 실비엔에게 "저는 당신의 그 어떤 것에 관심도 없고 그러니 신경도 안 쓰인다, 제가 재혼하는 게 그렇게 못마땅하면 당신도 새 여자를 만나도록 해라, 그러면 되잖냐?" 라고 말한다.

칸나의 팩폭에 할 말을 잃은 실비엔이 침묵하지만, 그 적막을 어색하지도 두렵지도 않은 칸나는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실비엔의 대답을 기다린다. 잠시 침묵하던 실비엔은 "나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하지만 당신이 굉장히 거슬린다" 라고 말하지만, 실비엔에게 아무 관심이 없던 칸나는 "저는 당신의 감정에 관심이 없다, 당장 내 방에서 나가라" 라고 실비엔을 내보낸다.

3.31. 황후와 클로이의 납치 계획을 이용하다

황후는 클로이 아디스 공작부인과 짜고 메르시 후작가의 파티에 가던 도중에 도적들에게 습격을 당한 것으로 위장해서 칸나를 납치 후, 칸나에게 추문을 만들 계획이었지만, 이미 아르곤 황자로부터 미리 납치 계획을 전부 들은 칸나는 그들을 파멸시키기위해 일부러 그들의 납치계획을 모른 척 그대로 따라주는 척하면서 역으로 이용해서 뒷통수치기로 결정한다.

칸나는 독사같은 황후와 클로이가 자신을 내버려뒀으면 그냥 잠자코 사라줬을텐데 그들이 자신이 그냥 떠나게 내려둬두지 않는다고 증오심을 활활 불태우며, 그냥 참가 안 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 참가하면서 동시에 이사벨을 데려간 다음에, 칸나의 계획대로 메르시 후작가에 가던 도중에 도적들에게 마차가 습격당하고 칸나가 아닌 이자벨이 납치 당할 뻔하고, 아디스 공작가의 기사들이 이자벨을 구출해내지만 그 과정에서 황후와 클로이가 칸나를 납치할 계획을 짰다는 게 알려진다.

황후는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하며 잡아떼는 동시에 클로이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운 채로 넘어가지만, 반대로 클로이는 황후에게 내쳐질 뿐만 아니라 모든 죄를 혼자 뒤집어 쓰게 되면서, 그녀 자신의 3명의 친자식들에게 경멸 받으며 아디스 공작에게 일방적으로 이혼 당하고, 한편 칸나는 자신의 뒷통수를 친 황후에게 납치 미수 사건 이후로 아무런 통보도 없이 더이상 황후에게 약을 보내주지 않는다.

3.32. 요안나 공주의 도움

한편 아디스 공작가의 후계자인 칼렌과 얄덴 왕국의 1왕녀 요안나 공주와의 정략 결혼을 위해, 요안나 공주가 직접 아디스 공작가를 찾아온다. 황궁 연회에 온 칸나는 칼렌에게 홀대받는 요안나 공주가 약혼자인 칼렌이 자기 쌍둥이 여동생인 이사벨에게는 근신 명령같이 잔인한 명령을 내려서 황궁 연회에 오지도 못하게 만들었으면서, 누나인 칸나에게는 기이한 집착을 한다는 사실을 느끼고 이상하게 생각하며 자신과 칼렌을 번갈아본다는 것을 눈치챈다. 칸나는 요안나 공주의 입장에서는 예비 남편(칼렌)이 시누이(칸나)에게 휘둘리는 것을 좋아할 리가 없으니 어쩌면 자신을 눈엣가시처럼 여긴 요안나 공주가 자신이 없어지길 바랄 수도 있고, 얄덴의 공주인 그녀라면 가짜 신분을 거뜬히 만들 수도 있을 테니 그런 요안나 공주를 살살 구슬리면 자신의 도주를 도와줄 수도 있다는 생각한 칸나는 요안나 공주와 우연히 정면으로 시선이 딱 마주치자, 칸나는 요안나 공주에게 일부러 미리 준비해둔 미소를 지었다. 오직 같은 여자만이 알아볼 수 있을만큼 미묘하게 미소인데 미소가 아닌 것 같아보이는, 마치 지치고 힘들지만 가짜로 웃는 것 같은 처연한 미소였다.

칸나의 예상대로 요안나 공주는 칸나가 지쳐하는 상황에서 억지로 짓는 억지웃음을 짓는다고 날카롭게 알아채지만, 처음에는 아디스 공작가의 후계자인 칼렌의 전폭적인 애정을 받고 있는 칸나의 입장에서는 세상을 발 아래에 둔 것이나 마찬가지일 텐데 칸나가 왜 지쳐보이는지, 왜 저런 억지웃음을 짓는지 이해하지 못하며, 황궁 연회장에서 칼렌과 춤을 추러 가는데, 춤을 추는 내내 칼렌의 신경이 다른 곳에, 정확히는 칸나에게 향해있었기 때문에, 요안나 공주는 불쾌한 동시에 불안했고 칸나와 칼렌의 관계가 이상한 수준이 아니라 수상한 정도라고 생각하며, 숨 막히게 불편함 끝에 춤이 끝났다. 춤이 끝나자마자 칼렌은 칸나가 있던 자리로 찾아가지만 칸나는 없었고, 아무리 기다려도 칸나가 돌아오지 않자, 칼렌은 시종을 시켜서 칸나를 수소문해서 칸나가 아르곤 황자와 같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칼렌의 얼굴이 일그러지자 요안나 공주는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소름돋아한다.

요안나 공주는 칼렌은 곧바로 아디스 공작가로 돌아가고, 칸나의 침실에서 이제는 칸나의 지하 연구실로 들어갔다고 듣고, 그날 밤, 그녀는 칸나가 칼렌의 지나친 관심을 원하지않다는 것과, 칸나가 왜 그렇게 웃었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아서, 그녀는 칸나의 처연한 미소가 자꾸만 떠올라서 신경쓰여서 잠이 오지않는데, 결국 칸나의 지하 연구실에 조심스레 찾아가는데 칸나와 칼렌이 지하 연구실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게된다. 대화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두 남매의 분위기가 좋지않아보이고, 칸나가 연구실 안으로 들어가자, 칼렌이 말없이 칸나의 뒷모습을 응시하다가 따라 들어가서 문을 닫는다.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본 요안나 공주는 순간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분명 칸나가 원하지않는 상황일 것임을 확신한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모르며 당황하다가 일단 칸나를 도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곤란한 상황에 빠진 여성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가 직접 나설 수는 없었다. 얄덴 왕국의 1왕녀인 그녀의 실수는 곧 얄덴 왕국의 실수가 되기 때문에, 그녀의 확신만 가지고 증거도 없이 절대로 섣불리 움직일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지하 계단을 올라간 그녀는 두 남매 사이에 끼어들만한 누군가를 찾아야한다고 생각하던 중에 건너편에서 어슬렁 거리며 걸어오던 오르시니와 우연히 마주치고, "칸나 아디스 영애와 칼렌 경이 지하 연구실에 있는데 분위기가 좋지않다" 라고 그녀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오르시니는 곧바로 지하로 내려갔고, 그녀도 허겁지겁 따라달려가는데, 순식간에 지하실로 내려간 오르시니는 지하실의 문을 거칠게 열면서 천둥같은 소리와 동시에 문짝이 파르르 진동했다.

다짜고짜 오르시니는 칼렌의 멱살을 거칠게 잡아채고 싸대기를 날리고 달려들면서 칼렌 역시 똑같이 달려들면서, 칸나의 지하실은 두 형제의 주먹질과 발길질이 오갈 때마다, 탁상이 무너지고 기둥이 부서지고 바닥이 깊게 패이고, 쾅쾅거리는 요란한 소음이 연구실을 때려부쉈다.

칸나는 "여기서 싸우지마! 다 망가지잖아!" 라고 비명을 지르며 외치지만, 두 형제는 들리지않는지 계속 싸우면서 칸나의 눈앞에서 칸나가 10여년 동안 걸쳐서 쌓아온 마석들, 재료들, 약물들,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칸나는 너무 화가 나서인지 이제는 헛웃음이 나왔고, 칸나는 칼렌도 미치고, 오르시니도 미치고, 이제는 자신까지 미칠 지경이었다. 칸나는 웃음을 터뜨리며 '그래, 다 같이 미치자' 라는 생각에 흩어진 마석을 주워 들어서 제발 아무라도 얻어맞길 기대하며 칼렌과 오르시니에게 마구잡이로 집어던졌다.

한편 이 모든 것을 지켜본 요안나 공주는 안색이 창백해지며, '다들 제정신이 아니야, 이 사람들 다들 미쳤어' 라고 생각한다. 결국 그날 밤, 두 형제의 첫 몸싸움은 그들의 부친인 알렉산드로 아디스 공작이 오고 나서야 멈췄다.

그 날 이후로 요안나 공주는 칸나가 아디스 공작가의 형제들에게 기묘한 집착에 메말라가며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녀는 칸나를 동정하며 칸나를 볼 때마다 아주 걱정스런 표정을 짓지만 주변의 시선이 많으니 차마 칸나에게 직접 말을 걸지는 못하고, 칸나를 걱정하는 마음에 칸나의 근처에서 서성이다가 매번 아디스 가의 두 형제들이 칸나의 앞에서 난장판을 피우는 것을 목격하고 충격받는다.

난장판을 지켜보고 충격받은 요안나 공주는 다른 사람들이 칸나의 방에서 나가고, 요안나 공주는 어쩌다보니 칸나의 방에서 칸나와 단둘이 남게되자 칸나는 그녀에게 차를 대접했다. 칸나도 그녀도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요안나 공주는 칸나의 눈빛과 얼굴에서 메마른 황폐함을 느끼고, 칸나가 아디스 형제들의 기묘한 집착에 힘들어한다고 동정한다.

그렇게 칸나를 동정하던 중에, 요안나 공주는 칼렌의 이유도 없는 일방적인 파혼을 받고 황당해하는데, 갑자기 유모의 딸이자 오랜 친구처럼 지내는 자신의 시녀인 엘피가 갑자기 심장병으로 쓰러진다. 유모 역시 심장병으로 갑자기 쓰러져서 사망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크게 당황한 요안나 공주는 의원을 부르지만, 아슬란 제국의 의원들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데, 갑자기 칸나가 치료하면서 엘피의 호흡이 고르게 돌아온다.

요안나 공주는 그렇잖아도 유모를 잃었는데, 엘피마저 그렇게 잃었다면 견딜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녀는 엘피를 치료한 칸나의 신기한 의술에 감탄하며, 만약 얄덴 왕국이라면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의원을 했을텐데, 칸나가 자기 형제들의 기묘한 집착에 메말라가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요안나 공주는 "저는 빚은 반드시 갚는 사람이니 원하는 것을 말해라, 그것이 무엇이든 제가 이뤄주겠다" 라고 말하자, 그녀와 눈이 마주친 칸나는 미소를 지었다.

3.33. 아멜리아의 초대

칸나는 요안나 공주의 도움으로 곧 얄덴 왕국으로 도주할 계획을 짜지만, 아멜리아가 칸나에게 초대장을 보낸 것을 보고, 아멜리아가 황후의 약을 요구해올지도 모른다는 예상에 망설인다. 칸나는 아멜리아가 아무리 요구해도 주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얄덴 왕국으로 떠나면 아멜리아를 다시는 만나지 못 할 지도 모르니 결국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칸나는 아멜리아를 만나러 간다.

아멜리아는 활짝 웃으며 칸나를 반갑게 맞이하며 "실은 칸나에게 상의할 일이 있다" 라고 말하자, 칸나는 준비된 티 테이블에 어쩌면 황후가 허튼 짓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차를 마시는 척만 하며, "예, 그게 뭐지요?" 라고 물으며 아멜리아가 황후의 약에 대해 말할 거라고 예상하고 거절할 말을 떠올리지만, 예상 밖에도 아멜리아는 "어머니가 나를 곧 결혼 시킬 것 같다, 발렌티노 공작과 재혼을 추진하셨지만 공작이 결혼했다, 나는 이왕이면 얄덴 왕국의 왕족과 하고 싶다" 라고 말하자, 우연히도 얄덴 왕국에 대해 조사중이던 칸나는 속으로 뜨끔했지만 태연한 표정을 유지한다.

아멜리아는 "얄덴은 신기한 나라야, 듣기로는 평민에게도 귀족과 똑같은 교육 정책을 펼치고, 현재는 여왕이 통치하고 있는 건 알고 있지? 거기는 여자들에게도 똑같이 왕위계승권이 주어진대, 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지" 라고 말하는데, 그런 아멜리아의 표정에는 묘한 조롱이 깃들어있었다. 얄덴에 잘 모른다고 시치미를 뚝 떼던 칸나는 아멜리아가 자신의 나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하는 느낌을 받는다. 칸나는 아멜리아 역시 삶이 영 순탄치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하기야, 그럴 만하지' 라고 납득한다.

그러나 아멜리아는 다시 환하게 웃으며 얄덴 왕세자의 초상화를 꺼내다가, "얄덴 왕세자의 초상화를 가지고 있는데, 칸나 눈에는 안 찰 것 같아, 전남편이 발렌티노 공작인데 누가 눈에 차겠어?" 라고 말하자, 칸나는 저도 모르게 코웃음 치며 "그럴 리가요, 저는 그 남자, 너무 잘생겨서 소름 끼칠 때가 있다, 사람 같지가 않다" 라고 말하자, 아멜리아 역시 "하기야 그렇긴 해, 발렌티노 공작은 사람이라기 보다는 다른 고등생명체같아" 라고 동조한다.

칸나는 장난스럽게 웃다가 찻잔을 들어올리다가, 멈칫 놀라 전지하며, 아주 잠깐이지만 경계를 풀 뻔하고 차를 마실 뻔한 자신의 행동에 놀라서 다시 마시는 척 한 후, 칸나는 다시 찻잔을 내려놓으며, 다시 얼굴을 들어올리며 차갑게 얼어붙은 눈을 떴다.

그러나 아멜리아는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신기하다, 칸나랑 남자 이야기를 하다니, 앞으로도 자주 만나서 이야기 나누자, 난 칸나를 좋은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어" 라고 뺨을 붉히며 웃으면서 말한다.

아멜리아의 '좋은 친구' 라는 말이 칸나의 마음에 강한 파문을 일으키지만, 칸나는 곧 흔적 없이 그 마음을 가라앉혔다. 칸나는 그동안 적들과 싸우고 살아남기위해서, 그리고 미워하는 자들과 싸우기에도 벅차고 온통 싸움 뿐인 이세계에서, 칸나는 아멜리아에게도 진심을 보여 준 적도, 진심을 내준 적도 없었고, 아멜리아뿐만 아니라 심지어 어린 루시조차도, 도저히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아멜리아는 마치 다 아는 것처럼 웃으면서 "칸나는 내 생명을, 내 인생을 구했지, 칸나가 아니었더라면 난 여전히 피부병을 앓는 괴팍한 황녀였을 테고, 진즉에 어머니 손에 죽었을 거야" 라고 말하며, 칸나의 손을 붙잡고 눈에 눈물이 고인 채, "나에게 살아갈 기회를 줘서 고마워, 칸나" 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아멜리아는 "이 말, 언젠가 제대로 하고 싶었어, 아, 너무 감상적이 됐나?" 라고 말하며, 아멜리아는 쑥쓰러워하며 자기 손으로 자기 얼굴을 부채질하다가 찻잔을 들이마시다가, 갑자기 기침을 토해낸다.

칸나는 처음에는 아멜리아가 민망해서 급하게 마시다가 사레 들린 줄 알았지만, 아멜리아는 쿨럭이며 입을 틀어막다가 피를 토해낸다. 그 모습에 칸나는 고함치며 아멜리아를 부르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지만, 아멜리아는 의자 아래로 무너져내리며 쓰러진다.

칸나는 아멜리아의 맥을 짚자, 그녀가 '아직은 살아있는 상태' 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칸나는 어지간한 해독제가 들어있는 목걸이를 허겁지겁 빼내서 아멜리아의 입에다가 흘러넣는다.

동시에 칸나의 등 뒤에서 문이 열리는 끼이익 소리가 들리자, 칸나는 문은 앞에 있고 닫혀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의아해하며 얼굴을 돌리는데, 옷장의 문이 열리며 크레센트 황자가 나오는 것을 보고 칸나는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한다.

3.34. 최악의 화재 사건

크레센트는 태연하게 "역사상 최악의 화재로 누님과 당신은 그 화재로 사망한 걸로 처리될 거다" 라고 말하며, 칸나를 바닥에 쓰러뜨리고 칸나의 목을 조르자, 칸나는 손에 낀 반지를 그의 손등에 콱 짓눌렀다. 그러자 반지의 보석이 아래로 쑥 들어가고, 극독이 묻은 침이 튀어나오면서, 침에 찔린 크레센트는 날카로운 고통에 조르던 칸나의 목을 뿌리친다.

크레센트는 말문이 턱 막히고 공기를 빼앗긴 것처럼 숨을 쉬지 못하고 눈앞이 흐려지면서, 그 자리에서 쓰러지자마자 바로 사망한다.

칸나는 크레센트의 사망을 확인하고, 쓰러진 아멜리아를 어깨에 걸쳐 부축해서 문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만, 문의 손잡이가 뜨거워서 잡을 수 조차 없었다. 칸나는 크레센트가 빠져나갈 방법을 준비했을 거라고 생각하며 옷장을 열어보자, 크레센트가 만든 밧줄을 발견한다.

밧줄을 타고 내려가면 되지만, 문제는 칸나가 아멜리아의 몸을 흔들어봐도 아멜리아는 움직이기는커녕, 의식도 희미해보였다. 칸나는 혼자라면 살아남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격렬한 갈등에 부딪치지만,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칸나는 아멜리아의 몸을 밧줄로 묶어서 천천히 땅에 닿도록 아멜리아를 내려놓는다.

그러나 동시에, 큰 굉음을 울리면서 천장이 무너져 내린다. 칸나는 바닥에 엎어진 채, 눈을 뜨자 온몸이 욱씬거리고 귀가 먹먹하며 자신의 다리가 돌에 깔려버린 것을 보고 이를 악 물며 빼내려하지만 꼼짝도 하지 않는다.

허탈한 무력감에 빠진 칸나는 주위를 둘러보지만, 칸나의 주위는 돌두더기로 막혀있고 복도는 불바다가 되어있었다. 완전히 갇혀버리고 만 것이다. 칸나는 탈출할 유일한 기회를 자신이 걷어차버리고 아멜리아를 살리기위해 써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애초에 아멜리아를 보러오지 말 것을 후회한다.

그제야 칸나는 자신이 아멜리아를 진심으로 좋아했다는 사실과, 그녀와 친구가 되어 함께 웃고 떠들고 싶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또다시 천장이 무너져내리면서, 칸나는 머리에 피가 흐르는 것을 느끼고 기절했다가, 다시 눈을 뜨니 자신의 침대 위였고, 칸나의 팔다리, 머리에는 붕대가 감겨있었다.

3.35. 크레센트의 장례식

아멜리아 황녀궁의 화재는 크레센트의 예상대로 이자베르크 황실 역사상 최악의 대화재로 기록되는데, 정작 궁의 주인인 아멜리아는 화재를 탈출할 때의 가벼운 타박상을 입은 정도로 무사했지만, 오히려 화재를 일으킨 장본인이자 유력한 황태자 후보인 2황자 크레센트는 대외적으로 화재에 휘말려 희생된 것으로 처리된다.

며칠 뒤, 크레센트의 장례식이 치러지지만 칸나는 부상을 핑계로 불참하는데, 황후 역시 불참한다.

드디어 모든 약이 떨어진 황후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불에 타는 듯한 고통이 황후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점령하고, 눈물과 비명으로 울부짖으며, 손톱이 부러지고 피부에 피가 맺힐 정도로 미친 듯이 긁어내지만, 온몸이 불에 타는 듯한 통증과 고문당하는 수준의 간지러움이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손톱이 부러진 정도는 아픔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황후는 고통에 울부짖으며 도저히 크레센트의 장례식에도 참석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들을 잃은 슬픔과 육체적인 고통에 이성이 완전히 무너져내린 황후는 칸나를 만나러 아디스 공작가에 찾아오지만, 알렉산드로의 명에 위해 황후를 문전박대한다.

3.36. 칸나의 도주

크레센트의 장례식이 끝나고 아멜리아가 칸나를 병문안하러 찾아오지만, 칸나는 황후와 마찬가지로 아멜리아 역시 거절한다.

칸나는 칼렌이 "잠시 쉬는 게 어떻겠냐" 라고 제안하자, 칸나는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사실 칼렌은 칸나의 도주 계획을 눈치채고 칸나를 수면제로 재운 뒤에 섬에다 칸나를 데려다놓고 감금한다. 참다 못한 칸나는 자신의 연금술로 만든 자신과 똑같은 인형을 만들어 보란듯이 칼렌 눈앞에서 스스로 심장을 칼로 찔러서 자결한 척 한다. 그렇게 칸나는 죽은 척 위장해서 배를 타지만 이번에는 오르시니가 막아선다. 오르시니는 어딜 가든 안 막겠지만 자신도 따라가겠다고 하자 칸나는 일부러 오르시니에게 약을 먹이고 떠난다.

3.37. 얄덴 왕국에 이주하다

아슬란 제국에서 칸나의 장례식까지 치러지면서 칸나는 대외적으로 자결한 걸로 처리되고, 칸나는 얄덴 왕국에서 타티아나 에브게니아라는 가명을 쓰며[10] 얄덴 왕궁에서 로렌초 왕자의 병을 치료한다.

로렌초 왕자는 칸나를 믿지 못하며 짜증내자, 요안나 공주는 그런 로렌초 왕자를 쥐어박고 로렌초는 "누나는 악마야" 라고 울먹이며 짜증내자, 이에 요안나 공주는 로렌초를 더 쥐어박으며 화내고, 칸나는 환자보다 더 날뛰는 요안나 공주를 진정시킨 뒤에, 이 악물고 억지로 웃으면서(...) 요안나 공주에게 "나가달라" 라고 하자, 시무룩해하는 요안나 공주를 내보낸 뒤에, 칸나는 정신 없긴 하지만, 살벌하던 이자베르크 황가에 비하면 평범해보이는 프리드리히 남매들을 보고 속으로 왕족이 맞냐고 어이없어하면서 로렌초 왕자의 갈랑바레 증후군을 치료한다.

3.38. 얄덴 왕실 의원이 되다

이후 칸나는 얄덴 왕국의 왕실 의원 자격을 얻게 되지만 칸나의 존재를 불안해하며 알렉세이는 여왕에게 "제가 직접 관리하는 게 속이 편할 것 같다, 제 주치의로 두겠다" 라며 칸나를 자신의 의원으로 두겠다고 말하자, 여왕 역시 흔쾌히 허락하면서, 칸나는 얄덴의 왕세자인 알렉세이의 의원이 되지만, 칸나를 시한폭탄처럼 생각한 알렉세이에게 사실상 감시 받으며 지낸다. 시간이 지나면서 칸나가 죽은 것처럼 여겨지자 알렉세이는 조금 안심하면서도 칸나에게 여전히 까칠하게 대한다.

알렉세이는 날카롭게 "모두를 제대로 속인 모양이군, 아디스를 속일 정도라면 우리를 속이는 것도 가능하겠지, 난 그대를 믿을 수 없다" 라고 말하자, 칸나 역시 지지않고 "그럼 믿지마시라, 저는 전하의 환심을 사서 출세할 생각 없으니 전하의 호의도 믿음도 필요없다" 라며 대꾸하며, 칸나 역시 날카롭게 구는 그를 짜증스럽게 대한다.

그렇게 날카로운 관계가 이어지지만 어느 날 밤, 칸나는 방의 테라스에서 밤하늘을 보며 눈물 한방울을 흘렸다. 한때는 사랑했었지만 더 이상 한국에서 사귄 남자친구 연우가 그립지않고, 그의 얼굴도 목소리도 희미해져가자, 그를 사랑했었지만 바쁘게 살다보니 완전히 잊어버렸다는 생각에, 칸나는 '잘 살아, 행복해야 돼' 라고 생각하며 연우를 향한 이별의 눈물을 흘린다.

그때 갑자기 자신을 찾아온 알렉세이와 마주친다. 칸나가 전 남편을 그리워하는 걸로 착각한 알렉세이는 울지 말라며 눈물을 닦아주다가 칸나에게 키스하고 칸나는 너무 외로웠던 나머지 그를 뿌리치지 않는다.

그동안 고립되어 사는 것이 너무 지쳤는데, 그 찰나에 자신에게 손을 뻗은 알렉세이의 외모도 목소리도 마침 칸나의 취향이라 바로 알렉세이의 손을 잡았지만, 다음 날 알렉세이가 왕세자의 신분임을 자각하고 바로 후회한다.

3.39. 알렉세이 왕세자의 연인이 되다

칸나는 알렉세이의 손을 잡은 걸 후회하면서도 알렉세이와 연인 사이가 된다. 한편 그동안 칸나에게 까칠하게 굴었던 알렉세이는 바로 저돌적으로 나오는 동시에 칸나는 여왕이 귀족 작위를 수여하겠다고 해도 거절하면서 계속 평민 출신 의원으로 지내자, 칸나는 알렉세이 왕세자의 연인이 아니라 한낱 정부라고 소문이 난다.

동시에 칸나는 낙후된 얄덴 왕국의 의료 수준을 기본적인 청결, 소독 개념, 이세계에서는 불분명한 동대륙 약재의 효능, 치료법 등을 자세히 알려주면서 얄덴의 의료 수준을 눈부시게 성장시키면서 예카테리나 여왕의 요구를 지킨다.

칸나는 제국의 1황녀인 아멜리아가 신랑감으로 노렸을 정도로 내로라하는 일등 신랑감인 그와 엮이면 칸나의 정체가 들통날 수도 있기 때문에 칸나는 알렉세이와의 사이를 공식적으로 알리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3년이 지나면서 칸나는 여전히 귀족 작위를 받지않고 알렉세이와의 미래를 약속하지도 연인임을 공표하지도 않은 채, 일부러 알렉세이와 공식적으로 엮이는 걸 피하면서까지 칸나는 계속 해서 평민 출신의 알렉세이 왕세자의 의원으로 남는다.

한편 칸나는 알렉세이를 진심으로 좋아하지만 끝이 보이는 관계라고 생각하면서도, 순수하게 누군가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살 수 있는 타티아나의 삶을 포기하고 싶어하지않다고 생각한다.

3.40. 알렉세이와 아멜리아의 약혼 소식

오르시니가 얄덴 왕국으로 온다는 사실에 칸나는 잠깐 지방에 있다가 돌아오면서 오늘이 알렉세이 왕세자와 아멜리아 황녀의 약혼식 전 날 임을 알게 된다. 알렉세이가 의도적으로 칸나만 모르게 속인 것이다.

알렉세이는 막 돌아온 칸나에게 급히 찾아와서 "아멜리와 황녀와의 결혼은 형식적인거고, 나는 그대만을 사랑해. 그대를 내 후궁으로 들여서 그대에게만 후손을 보겠어" 라고 말하지만, 칸나는 알렉세이를 정말 좋아했는데 알렉세이가 자신의 권력을 총 동원해서 아멜리아 황녀와의 약혼 소식을 일부러 칸나를 속인 행동이 알렉세이가 자신과의 신뢰를 져버렸다고 생각하고, 칸나는 그런 알렉세이에게 크게 실망해서 "더는 전하와 관계를 이어나갈 수 없다. 아뇨, 더는 그러고 싶지않다" 라며 헤어지자고 통보한다. 알렉세이는 "미안해, 타티아나. 이번 한번만 용서해줘" 라고 애원하지만, 칸나는 알렉세이가 자신이 떠날까봐 두려운 마음에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칸나 역시 한때는 그를 정말 좋아했기 때문에 너무 크게 실망해서 흔들릴 마음은 커녕 오히려 그를 향했던 애정조차 산산이 부서지고, 자신의 신뢰를 져버린 그를 더이상 믿을 수 없었기에, 확고하게 "이 관계, 더는 지속 못 해요" 라고 통보하자, 알렉세이는 차가워진 얼굴로 "납득할 수 없다" 라고 말하지만 칸나는 차갑게 그를 밀어내자, 알렉세이는 "일단은 돌아가겠지만 나는 그대를 포기하지 않을 거다" 라고 말한다.

한편 알렉세이를 제외한 예카테리나 여왕과 요안나 공주는 칸나에게 약혼 소식을 숨긴 일에 대해 사과한다. 알렉세이 왕세자가 부탁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칸나는 자신이 여왕과의 약속대로 얄덴 왕국의 의료 시스템을 눈부시게 성장하도록 도와줬으니 이제 그들이 단물 빼먹은 자신을 내칠거라고 생각하지만, 예카테리나 여왕과 요안나 공주는 "우리는 모두 칸나를 좋아한다, 그러니 알렉세이의 후궁이 되거나 로렌초의 정비가 되라, 우리가 그대를 보호해주겠다" 라고 제안한다.

여왕은 칸나가 왕자 중 한명과 결혼하면 칸나를 보호해줄 멍분이 생기니 이참에 모두에게 드러내자고 제안하고, 요안나 공주도 "우리와 가족이 되자" 라고 말하고, 로렌초가 갑자기 찾아와서 "난 좋아, 나랑 결혼하자" 라고 말하지만, 칸나는 친구였던 아멜리아 황녀와 척치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직 어린 로렌초에게 자신이란 오점을 남기고 싶지않아 거절한다.

그렇게 본래의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는 것도 공식적으로 프리드리히 왕가와 엮이는 것도 피하지만, 갑자기 "왕세자 전하가 위독하시다" 라며 기사가 칸나를 데려가는데, 기사는 드레스룸으로 칸나를 데려가고 거기에 있는 수십명의 하녀들이 칸나를 억지로 칸나를 치장시키고, 연회장으로 끌고 가서 안으로 떠밀어 넣는다.

3.41. 얄덴 왕국의 왕자비가 되다

그렇게 칸나가 연회장에 억지로 떠밀려 들어가자, 연회장에 갑작스레 등장한 칸나를 향해 화살처럼 수많은 시선들이 쏟아지고, 아멜리아 황녀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가장 먼저 칸나를 알아보며 "...칸나?" 라고 말하며 잔을 쨍그랑 떨어뜨린 것을 시작으로, 아슬란 제국 사람들에게 술렁임이 퍼지면서, 아르곤 황자, 실비엔, 오르시니 등 아슬란 제국 사람들은 모두 연회에 갑자기 들어온 칸나가 '이미 죽은 줄 알았던 아디스 공작 영애인 칸나 아디스' 임을 알아보고 당황하며 웅성거린다. 한편 알렉세이를 제외한 다른 왕족들 역시 모르는 일이었기에 당황한다.

연회장에 억지로 끌려온 칸나는 설마했는데 알렉세이의 짓인 걸 알고 알렉세이에 대한 배신감과 충격으로 두통까지 느끼며, 알렉세이를 분노로 떨며 죽일 듯이 노려보지만, 알렉세이는 그런 칸나의 눈빛을 보고도, 칸나의 증오조차 기껍다듯이 웃으면서 칸나를 알렉세이 자신의 후궁으로 소개하려는 찰나, 로렌초가 먼저 선수 쳐서 칸나를 "저의 왕자비입니다!" 라고 쩌렁쩌렁하게 큰소리로 외치며 칸나를 소개한다.

이에 알렉세이가 얼굴을 일그러뜨리지만, 알렉세이가 말하기도 전에 로렌초는 먼저 칸나에게 다가가서 "어서, 차라리 이게 낫잖아" 라며 손을 내밀자, 칸나는 머뭇거리다가 결국 반쯤 체념하며 로렌초의 손을 잡는다. 로렌초는 칸나를 "저의 아내, 타티아나 프리드리히입니다" 라고 소개하고, 예카테리나 여왕 역시 칸나를 "로렌초 왕자의 왕자비, 타티아나 프리드리히입니다" 라고 수습하자, 알렉세이는 반발하려 입을 열지만, 여왕이 알렉세이를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자, 알렉세이는 결국 입을 닫는다.

그렇게 칸나는 자신보다 10살 어린 소년의 약혼녀이자 얄덴 왕국의 예비 왕자비가 되고, 지난 3년 동안 숨어 살기 위해 만든 노력과 정성이 가장 믿었던 알렉세이가 단번에 무너뜨리며 그녀를 절벽 아래로 밀어 버렸다는 사실에 헛웃음을 지으며, 엉망진창으로 일그러진 현실에 '파국이구나' 라고 생각한다.

한편 대외적으로는 평민 출신의 알렉세이의 의원인 타티아나 에브게니아가 로렌초 왕자의 정비가 되었다고 그럴 듯하게 포장하지만, 사실 모두가 칸나가 알렉세이 왕세자의 애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차마 앞에서는 말하지 못하지만 모두 뒤에서 칸나를 두고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얄덴 사람들은 칸나의 본래 신분을 모른 채 "타티아나 의원이 두 형제를 잡고 즐긴다" 라고 수군거리고, 한편 아슬란 제국 사람들은 칸나를 두고 "아디스 공녀는 모친이 불분명했으니 공녀의 이복 자매가 아닐까" , "본인이 맞다" 라고 수군거리는 것을 뒤로 한 채, 칸나는 로렌초와 춤을 추다가 로렌초가 예카테리나 여왕과 춤을 추러 가자, 이번에는 실비엔이 칸나에게 춤을 추자고 제안한다.

실비엔은 칸나에게 "여기서는 춤 출 일이 많았냐" 라고 묻지만, 칸나는 그를 모른 척하며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라고 일부러 뻔뻔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한다. 그러자 실비엔이 "침대에서만큼은 전 남편이 그리울 거다, 당신, 꽤 만족하지 않았었냐" 라며 실비엔이 우아한 얼굴로 칸나의 귓바퀴에 걸린 머리카락을 넘겨주면서, 칸나의 귓가에 온갖 야한 말을 속삭이자 칸나는 기겁하며 '거짓말쟁이' 라고 말할 뻔 하다가, "거" 라고 딱 한 글자만 말하고 혀를 콱 깨물었다. 실비엔의 도발에 넘어갔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고 열받은 칸나는 이 악물고 실비엔을 실비엔을 노려보고, 한편 실비엔은 자신의 도발에 넘어간 칸나의 작은 반응만으로 눈앞의 상대가 칸나임을 확신한다. 실비엔은 "재혼을 축하한다, 당신 생각에 종종 마음이 불편했는데 다행이다" 라고 말한다.

이후 칸나는 발코니에서 오르시니와 마주치는데, 오르시니는 칸나에게 "형제를 갖고 노는 게 네 취미냐, 아니면 남자 없이 못 사는 거냐" 라고 빈정거리며 대놓고 경멸하듯 쳐다보지만, 칸나는 오히려 오르시니의 경멸조차 귀찮아하며 해명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 칸나는 자신을 찾아온 알렉세이에게 끌려 방으로 들어가는데, 칸나는 알렉세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역으로 그에게 두 번이나 싸대기를 날린다. 칸나는 알렉세이에게 "당신은 이기적이고 멍청하다" 라고 비난하지만 정작 알렉세이는 "왜 그대야말로 로렌초의 손을 잡냐" 라고 화낸다.

칸나는 "그럼 당신 손을 잡았어야 했냐" 라고 따지지만, 알렉세이는 "그랬어야지, 이 기회에 차라리 공개해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으니까" 라고 화를 내는데, 칸나는 여기까지는 '영원히 감출 수 없다면 가족으로 만들어 왕가의 울타리 안에 넣어서 보호하겠다' 라는 여왕의 비슷한 사고방식이었으나, 여왕과 달리 자신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멋대로 강행한 알렉세이의 "그대를 위해서 한 일이다" 라고 말하는 것을 개 짓는 소리처럼 들으며 칸나는 "제정신이냐, 우린 끝난 사이고 이제 나는 당신 동생의 아내다" 라고 말하지만 알렉세이는 "그게 뭐? 왕실에서 불륜은 흔한 일이야" 라고 말하며 자신에게 등을 돌린 칸나를 뒤에서 끌어안고 질척거린다.

3.42. 두 형제의 싸움

그러나 로렌초가 갑작스레 방으로 들어와 "내 아내(칸나)랑 뭐 하냐" 라며 화내자, 알렉세이가 그런 로렌체에게 먼저 싸대기를 때리고 로렌초 역시 알렉세이에게 배를 걷어찬다. 그렇게 방은 두 형제의 싸움으로 인해, 탁자가 넘어지고 꽃병이 깨지고 책들이 와르르 쏟아지면서 방은 아예 난장판이 되어버리고, 칸나가 "그만하라" 라고 말려도 두 형제는 듣지 않고 주먹질을 멈추지 않자, 칸나는 멍하니 개판이 된 방과 거기서 주먹질 중인 두 형제를 보면서, 눈앞이 아득해지고 머리가 어지러워지면서, '여긴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 이건 무슨 일인가' 라고 생각하다가, 너무 혼란스러운 나머지 '차라리 그냥 확 기절해버릴까' 라고 그 와중에 심각하게 고민하는데(...), 칸나는 어느 새 개판이 된 방의 문이 비스듬이 열려 있는 것을 뒤늦게 보고 '문이 열려있었어? 그럼 방 안의 소리가 다 들릴텐데?' 라는 깨닫고 칸나가 당황하던 찰나와 동시에 비스듬이 열려있던 문이 갑자기 확 열리면서 문이 완전히 열리고, 얼굴이 창백해진 예카테리나 여왕이 방 안으로 들어와서 "로렌초, 알렉세이, 성혼 의식을 앞두고 뭐하는 짓이니?" 라며 조용히 분노하며 묻자, 주먹질을 하던 두 형제는 간신히 진정된다.

예카테리나 여왕은 고요한 분노로 인해 얼굴을 꿈틀거리면서 "둘 다 제정신이 아니구나, 알렉세이, 네 덕분에 약혼 파티가 이대로 중단됐다" 라고 말하자, 알렉세이는 "성혼 의식이 있지 않냐" 라고 묻자, 예카테리나 여왕은 "성혼 의식도 비공개로 진행될 거다" 라고 말한다. 모후의 말에 알렉세이는 인상을 찌푸리며 "어째서 비공개로 진행하냐" 라고 묻는데, 여왕은 분노로 눈을 이글거리며 "어째서겠니? 네가 보기 좋게 소란 피운 탓에 프리드리히 왕가의 품격이 떨어졌단다. 지금 이 상태로 진행해봐야 웃스갯소리만 될 거다. 실망했다, 알렉세이. 이번 성혼 의식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을 텐데" 라고 알렉세이를 대놓고 질책한다.

사실 이번 성혼 의식은 이례적으로 신령이 직접 주관하게 되었기에, 이번 성혼 의식은 아주 특별한 기회였고, 때문에 대륙의 모든 주요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얄덴 왕국의 위상을 떨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런데 그걸 알렉세이가 망치면서 그 절호의 기회가 날라간 것이다. 알렉세이는 그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벌였는지 자각하고 얼굴이 벌게진다.

3.43. 아멜리아와의 재회

여왕은 칸나에게 "타티아나는 이만 돌아가라, 뒷문으로 나가는 게 좋을 거다, 나중에 상의하자" 라고 알려주며 칸나가 나갈 수 있게 도와주자, 칸나는 예카테리나 여왕 덕분에 뒷문으로 몰래 빠져나가던 와중에, 누군가 칸나를 부른다. 칸나가 자신을 부른 방향을 향해 등을 돌리자, 어느 새 아멜리아가 창백한 얼굴로 칸나의 근처에 다가와 있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 순간, 아멜리아는 달려와서 칸나를 와락 끌어안으며, "칸나, 칸나 맞지, 응?" 라고 말하지만, 칸나는 "저는 칸나가 아니다" 라고 부정한다.

그러나 아멜리아는 "너랑 똑같은 사람 데려다놔도 나는 널 알아볼 수 있어, 칸나 아디스" 라고 단호하게 말하자, 칸나는 아멜리아가 저렇게까지 말할 줄 몰랐기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멜리아는 칸나를 꼭 끌어안으며 "살아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차라리 악몽이라도 좋으니 깨지 않았으면 좋겠어, 사라진 이유는 묻지 않을테니 다시는 내 앞에서 물거품처럼 사라지지 마" 라고 말하며, 아멜리아는 눈물로 젖어서 떨리는 입술로 칸나의 뺨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아멜리아가 자신을 좋아하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자신을 너무 좋아하는지 몰랐던 칸나는 더 이상 머쓱해서 거짓말 말하기도 민망해하던 찰나, 갑자기 아멜리아는 주먹까지 불끈 쥐며 "네가 알렉세이 왕세자 애인인 타티아나 에브게니아지? 그 사람을 좋아한다면 결혼해! 나는 너랑 같은 남편 둬도 좋아, 같이 공유해! 난 네가 더 좋아, 너만 있어준다면 남자 따위 필요없어!" 라며 화끈하게 말한다.(...)

갑작스런 아멜리아의 고백 아닌 고백(?)에 당황한 칸나는 흥분한 아멜리아를 간신히 진정시키고(...), 훌쩍이는 아멜리아를 자기 침실로 데리고 온 뒤 따뜻한 와인을 건넨다. 아멜리아는 와인을 마시면서도 칸나의 손을 놓지 않고 "칸나, 어디 안 갈 거지?" 라고 묻는다.

결국 칸나는 두 손 두 발 다 들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도저히 못 속이겠다며 "속여서 미안하다, 사정이 있었다" 라고 아멜리아에게 사과한다. 아멜리아는 "괜찮다" 라고 말하자, 칸나는 "그리고 알렉세이, 그분에게는 악감정만 남았다" 라고 말하지만 아멜리아는 믿지 않는 눈치로 "칸나는 아무한테나 마음 주지않잖아, 그런 네가 좋아할 정도라면 정말 깊게 사랑했던거 아니냐" 라고 묻자, 칸나는 눈을 굴리며 '그랬었나' 라고 생각한다. 아슬란에 있을 때는 그 누구도 믿지 않고, 심지어 아멜리아에게조차 거리를 뒀었는데, 얄덴에 온 후로 너무 지쳤었는데 마침 알렉세이가 내민 손을 너무 쉽게 덥석 잡아 버린 것 같다고 생각한다.

칸나가 "저도 약해질 때가 있었다" 라고 말하자, 아멜리아는 "그럼 그 어린 남자애랑 결혼하는 거냐, 하긴 의외로 어린 나이가 괜찮을 수도 있다" 라며 어느새 눈물을 그치며 음흉하게 키득거린다.

3.44. 성혼 의식

다음 날, 칸나는 새벽부터 하녀들이 씻기고, 치장하지만 칸나는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존다. "다 됐다" 는 말에 칸나가 고개를 들자 거울에는 눈부신 신부가 있었다. 흰 면사포를 쓴 칸나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렇게 치장을 다 마친 칸나에게 오르시니가 갑자기 칸나에게 독대를 요청하자, 칸나는 쫓아내고 싶었지만 쫓아낸다고 갈 녀석이 아니었으니 시녀들을 물리고 오르시니를 들인다.

아디스 공작가의 가주된 오르시니는 칸나에게 "나랑 갈래?" 라며, 자신은 다 버리고 칸나를 위해 떠날수 있다는 듯이 말한다.

칸나는 진지한 오르시니의 제안에 비웃음이 나오는 걸 억지로 참고, 철처히 오르시니를 부수기 위해 울적한 표정을 짓고 "사실 더는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아, 도망가면 어디로 갈건데?" 라고 묻자, 오르시니는 "어디든 네가 원하는 곳이라면" 라고 대답하고, 칸나는 "아디스 공작가가 추격할텐데" 라고 묻자, 오르시는 "다 따돌릴 수 있다" 라며 칸나의 혹한 반응에 들떠하는데, 칸나는 비웃음을 참으며 오르시니를 더 크게 상처줄 생각으로, 일부러 오르시니의 기대를 끌어올리기위해 오르시니의 가슴팍에 기댄다. 오르시니가 조심스레 칸나를 끌어안으려 하지만 칸나는 오르시니를 확 밀어버린다.

기대감이 깨어진 오르시니의 녹안을 똑바로 쳐다보며 칸나는 "너 바보야, 또 속아? 독이 든 병이랑 너 중에 내가 뭘 선택할 거 같아?" 라고 묻자, 오르시니는 눈도 마음도 산산조각이 깨어지듯이 진심으로 상처받는데, 칸나는 오만하던 오르시니가 상처받는 걸 보며, 자신의 혀는 칼처럼 오르시니를 베고 찌를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며 일부러 더 잔인하게 말한다.

칸나는 "넌 날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자고 싶은 거야" 라며, 칸나는 오르시니가 자신에게 영원한 상처이듯이 자신도 오르시니에게 영원한 상처로 기억되길 바라며 "넌 발정 난 개처럼 보여" 라고 말하자, 침묵하던 오르시니는 "그래, 네 생각은 잘 알겠다, 다시는 널 찾지않을거다" 라고 나간다.

예상과 달리 칸나는 오르시니의 반응에 묘하게 기분이 가라앉자, 칸나는 일부러 자신에게 폭력적이던 어린 시절의 오르시니를 떠올리는데 금방 마음이 편안해지고 오르시니는 이런 묘욕을 당해도 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3.45. 예카테리나 여왕의 죽음

아멜리아와 알렉세이의 성혼식은 비공개로 진행되는 동안, 성혼 의식을 앞둔 신부의 얼굴은 누구도 볼수 없다는 법률 때문에 칸나는 예배당의 작은 기도실에서 혼자 대기한다.

그런 칸나를 아르곤 황자가 갑자기 찾아와서 "검은 안개가 왕실을 뒤덮고 있다" 라며 칸나를 위협하는데, 갑자기 문짝이 박살나면서 알렉산드로가 "제 딸에게서 물러나십시오" 라고 아르곤 황자를 위협한다.

아르곤 황자는 칸나를 앞에 세우면서 알렉산드로는 앞에 나서지 못하자, 칸나는 아르곤 황자의 손등을 내리 찍자, 갑자기 검은 안개가 나타나서 아르곤 황자는 사라진다.

복도에 나가보자 로렌초 왕자가 눈물로 젖은 얼굴로 칸나를 찾아와서 예카테리나 여왕의 부고 소식을 전한다.

칸나는 자신에게 가족이 되어 지켜주려고 했던 예카테리나 여왕을 떠올리며 그녀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낀다.

프리드리히 3남매에게 칸나가 아디스 공작가로 돌아가겠다고 말하자, 알렉세이는 침묵하지만 요안나 공주와 로렌초 왕자는 칸나를 걱정해서, 게다가 어머니도 없는데 너마저 없으면 안 된다고 말하자, 칸나는 정말로 자신을 가족처럼 여기는 그들을 안쓰러워하지만, 여왕 역시 자신을 도우려 했기에 죽었다고 생각하며 "검은 사도가 저를 노리고 있으니 아디스 공작가로 돌아가야 한다" 라고 말한다.

그래도 요안나 공주와 로렌초 왕자는 칸나를 붙잡으려고 하지만, 칸나는 "국왕 전하, 부디 선왕 전하와 다른 판단을 내려달라" 라고 단호한 말투로 이제는 얄덴 왕국의 왕이 된 알렉세이에게 말한다.

칸나를 붙잡으려는 동생들과 달리, 알렉세이는 침묵하고 있었는데, 알렉세이는 예카테리나 여왕의 죽음 이후 더이상 칸나를 애타는 눈길로 쳐다보지 않고, 마치 다른 사람인 것 처럼, 그들이 만나기 전처럼 변했는데, 칸나를 무감정한 눈길로 쳐다보며 "그대의 뜻대로 해" 라고 말한다.

칸나는 그들에게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라고 인사하자, 알렉세이는 입술을 깨물며 시선을 돌리며, 요안나 공주와 로렌초 왕자는 울먹인다.

로렌초 왕자는 복도를 나가는 칸나를 뒤따라가서 "안녕, 칸나, 널 정말 좋아했어" 라고 작별인사를 한다.

3.46. 또다시 오르시니를 농락하다

아디스 공작가로 돌아온 칸나는 아디스 가의 가주가 되어 집무실에서 일하는 오르시니를 찾아간다.

칸나는 한때 망나니 같았던 오르시니가 이제는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서류를 보는 모습을 보고 어색하게 느끼고, 자신이 했던 잔인한 말들을 떠올리며 오르시니가 왜 자신에게 화를 안 내는 건지 의아해하고, 미심쩍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던 칸나는 오르시니에게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다" 라고 말하지만, 오르시니는 칸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서류에 서명하며 "해" 라고 말한다. 칸나는 "그렇게 대충 들어도 될 이야기가 아니야" 라고 말하지만, 여전히 오르시니는 서류에 또다시 서명을 하며 "제대로 듣고 있으니까, 해" 라고 말하자, 칸나는 한숨을 내쉬다가, 여전히 자신을 보지 않고 서류를 내려다보는 오르시니에게 아르곤 황자가 검은 사도인 것과 옛 신령에 대해 말하며 협조를 요구한다. 그러나 고대 성기사의 후손으로서 대대로 검은 안개와 싸워 온 혈통인 아디스 가의 가주인 오르시니라면 단순히 협조가 아닌 직접 잡아낼 거라는 칸나의 예상과 달리, 오르시니는 심드렁한 태도로 계속 서류를 본다.

칸나는 그런 오르시니의 태도에 기가 막혀하며 "듣고 있어? 그런데도 그런 태도야?" 라고 따져 묻지만, 오히려 오르시니는 "칸나 아디스, 넌 말이야, 제국을 통째로 속인 사기꾼이야, 한때 제 죽음을 연출한 미친년의 말을 누가 믿어 줄까, 네 생각에는 네 말에 귀 기울 귀족이 있을 것 같냐" 라고 서류를 넘기며 칸나에게 되묻자, 칸나는 속으로 오르시니의 말을 옳음을 인정했다. 죽은 척하고 얄덴으로 가서 왕세자의 정부로 살았던 칸나에게는 아무런 힘이 없었으니 아디스의 협조가 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칸나는 "선대 공작님도 함께 목격하셨다" 라고 말하지만, 오르시니는 "하지만 그분은 이곳에 없지" 라고 반박하자, 칸나는 "그럼 증거를 가져오면 내 말을 믿을 거냐" 라고 묻지만, 오히려 오르시니는 "아르곤 황자는 내 아내(릴리엔느)의 오라비야, 진실이 뭐든 아디스가 널 막을 거다" 라고 말한다.

아디스 가의 가주인 오르시니가 직접 검은 사도를 잡아내기는커녕, 오히려 검은 사도를 잡아내는 일을 반대로 방해하겠다라는 오르시니의 말에 칸나는 "왜 이래, 너? 미쳤어?" 라고 경악하는데, 오르시니는 "진실이 뭐든 내가 널 훼방을 놓을 거다, 그러니 내 협조가 필요하면 널 내게 줘" 라고 칸나에게 스스로의 몸을 바치라고 요구하자, 차라리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오르시니에게만큼은 굴복하기 싫었던 칸나는 일부러 오르시니의 품에 누웠다가, "그렇게 속아놓고 또 속니?" 라며 조롱과 동시에 역겹다며 오르시니를 밀어낸다.

4. 인간관계

4.1. 아디스 공작가

4.2. 그 외

4.3. 발렌티노 공작가

4.4. 한국

4.5. 이자베르크 황가

그러나 칸나의 "병이 오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럼 그동안의 진료방법이 맞지않았다는 얘기가 아니겠냐, 병이 낫고싶다면 이악물고서라도 참으셔야 한다" 라는 단호한 충고가 그동안 병으로 고통스러웠던 아멜리아의 마음을 흔들고, 결국 아멜리아는 서대륙에서 낯선데다 헛소리로 취급될 만한 칸나의 진료대로, 의지하던 수은을 끊고 불 타는 곳만큼이나 고통스러운 간지럼증을 억지로 참아내며 칼 같이 지키자, 칸나는 그런 아멜리아의 강한 의지에 감동한다. 아멜리아는 칸나의 연고에 자신의 피부병이 호전을 보이자, 그동안 짜증낸 일에 대해 사과와 티타임을 제안하며 호의를 보인다. 게다가 그 티타임 덕분에 칸나는 독초를 알아볼 수 있었기에, 칸나는 아멜리아의 피부병 뿐만 아니라, 독살 될 뻔한 것을 몰래 막아준 덕분에 칸나는 아멜리아의 은인이 된다.
그러나 당시 칸나는 아슬란의 모든 사람들에게 거리를 두며 경계했기 때문에, 아멜리아에게도 거리를 두면서도 사실 아멜리아를 절친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그녀를 좋아했었다. 그래서 칸나는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자신이 살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아멜리아를 먼저 살렸다. 아멜리아 역시 칸나를 각별하게 생각해서 죽은 줄 알았던 칸나와 재회하자,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고[12], 칸나가 자기 약혼자의 숨겨둔 애인인걸 알고 오히려 "난 너와 같은 남편 둬도 좋아, 같이 공유해! 난 네가 더 좋아, 너만 있어준다면 남자 따위 필요없어!" 라고 말할 정도.(...)

4.6. 프리드리히 왕가



[1] 작중 시작 시점에서는 칸나 발렌티노였으며 작품 122화에서 이혼하며 다시 아디스 성으로 돌아간다. [2] 주화도 칸나의 머리색 때문에 앞머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얼굴을 가리고 지냈지만, 칸나의 외모에는 자신 있어서 실비엔의 침대에 기어들어갈 때는(...) 앞머리를 치웠다. [3] 칸나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무심하거나 막 대했던 인간들이 이제와서 뒷북이나 치면서 자신에게 집착하고 있으니 엮이기도 싫을만큼 역겹게 느껴졌을 것이다. [4] 이시대에는 수은 연고에 대한 독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명성도, 영향력도 없는 칸나가 말해봐야 아무도 안 믿을테니 적당히 돌려 말한 것이다. [5] 이 시대에서는 면 소재 옷은 평민의 옷이고 실크는 귀족, 황족들이 입는 옷이었다. 즉 황족에게 평민 행세를 하라는 얘기였으니 이시대에서는 칸나의 진료 방식은 헛소리로 취급 될 만한 얘기였다. [6] 이세계에는 독초와 마약으로 만들어진 수면제 밖에 없었고, 그런 재료로 만들어졌으니 수면은커녕 건강에도 안 좋고 피로 회복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7] 칸나는 자신을 납치한 카실 황자에게 정당방위를 위해 폭행했지만, 카실 황자가 황족이라는 이유로, 황제는 죄없는 피해자를 납치한 죄와 황족에게 정당방위로 폭행한 죄를 동등한 죄라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8] 황족의 신체가 훼손된다는 것 자체가 황실의 권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9] 황후의 지원으로 메르시 상단을 이용하면 되지만 한 바구니에 몰빵하는 것보다는 여러 수단을 이용하기 위해 일부러 칼렌을 이용했다. [10] 전형적인 얄덴식 이름이라고 한다 [11] 어이없게도 칸나가 이혼하기 위해 릴리엔느 황녀에게 접근한 것을 방해했다. [12] 이때 아멜리아는 울면서 칸나의 뺨에 입까지 맞췄다. [13] 때문에 칸나는 로렌초 왕자의 까칠한 태도에도 속으로 웃으면서 아멜리아 황녀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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