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김준태 시인이 1969년《시인》에 발표한 등단작.[1] 1977년 창작과비평사에서 발간된 『참깨를 털면서』에도 수록되어 있다.『참깨를 털면서』는 김준태의 첫 시집으로, <참깨를 털면서>는 들깨를 털던 개인적인 추억을 인생사의 문제로 확대하는 시인의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2. 전문
참깨를 털면서 김준태 산그늘 내린 밭 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에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 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 내는 일엔 희한하게 있는 것 같다. 한 번을 내리쳐도 셀 수 없이 솨아솨아 쏟아지는 무수한 흰 알맹이들 도시에서 십 년을 가차이 살아 본 나로선 기가 막히게 신나는 일인지라 휘파람을 불어 가며 몇 다발이고 연이어 털어 낸다. 사람도 아무 곳에나 한 번만 기분 좋게 내리치면 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정신없이 털다가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 되느니라" 할머니의 가엾어하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
3. 해설
화자는 어린 시절 할머니와 참깨를 털던 기억을 회상한다. 노동의 의미를 모르던 나는 그저 일을 빨리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일을 서두른다.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할 뿐이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나는 한 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참깨를 털면서 나는 세상사에서 흔히 맛보기 어려운 쾌감을 느낀다. 한 번을 내리쳐도 셀 수 없이 쏟아지는 무수한 참깨 알맹이를 보며 십년 이상 살아온 도시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휘파람을 불어가며 몇 다발을 연이어 털어내던 나는 사람도 아무 곳에나 한 번 기분 좋게 내리치면 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신없이 털던 나에게 할머니는 참깨의 모가지까지 털어져서는 안 된다면서 꾸중을 한다.이 시에서 마지막에 나오는 할머니의 꾸중은 성급하게 일을 처리하면 오히려 그 일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을 넌지시 알려준다. 또한 참깨를 털듯이 순리에 따라 노력해야만 제대로 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한마디 말을 통해 할머니는 연륜을 갖춘 어른의 면모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일상적인 경험과 삶의 방식이 다른 두 인물의 행위를 대조시켜서 교훈을 이끌어낸다. 천천히 노련하게 터는 할머니의 방식과 조급하게 일시적인 쾌감을 위해 지나치게 힘을 빼고 있는 나의 방식이 비교된다. 또한 이 시는 할머니의 충고에 해석을 덧붙이지 않은 상태로 시가 마무리되어 여운을 남기고 있다.
[1]
이때 <참깨를 털면서>와 함께 <시작(詩作)을 그렇게 하면 되나>, <어메리카>, <신김수영(新金洙瑛)> 등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