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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9-09 07:51:25

질풍의 라빈

1. 개요2. 영웅전설43. 신영웅전설4

1. 개요

영웅전설 4에서 카라무스 찾기 의뢰를 통해 만들어지는 소설이다. 영웅전설 시리즈 내에서 소설은 보통 최강 무기로 바꿔주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이 소설은 게임 내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소설가 카라무스가 여검사 사피의 흥행 이후 슬럼프를 겪고 있을 때, 어빈 일행이 그에게 모험담을 들려주자 그에 영감을 받고 쓴 소설이다. 하지만 내용은 어빈의 모험을 거의 그대로 따온 수준이다….
6권을 보면 작중에서 흑발의 여성의 이름이 루디라고 밝혀지는데, 이걸 보고 루티스는 "잠깐… 루디라니, 어떻게 된 거야?"라고 황당해한다. 사실 카라무스는 이전작인 여검사 사피도 루키어스의 모험담을 듣고 그대로 쓴 경력이 있다.

게임 중 전장에서 카라무스 찾기 의뢰를 달성하면 중장, 종장에서도 카라무스 찾기 의뢰가 발생한다. 이 의뢰를 모두 달성하면 필딘의 도서관에서 전 8권의 소설을 볼 수 있다.
필딘의 도서관에서 <질풍의 라빈> 전권을 읽고 바로아의 카라무스와 다시 대화하면 아이템 파워엠블레임을 받을 수 있다. 무기점에서도 멀쩡히 팔고 있는, 공격력 +5의 물건이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

영웅전설 시리즈 초기의 소설이라서 그런지, 대화에 『』나 "" 같은 기호가 없어서 가독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신영웅전설에서는 8권짜리 소설이 9권으로 바뀌고 내용도 많이 풍성해졌다. 인물과 설정이 추가되었으며, 원래 찌라시 같던 소설이 단편소설로 변한 정도로 환골탈태했다. 하지만 역시 무기와 교환하지는 않는다. 발크드 정신전에서 공작가 자제 아론과 대화하면 집안 가보인 월영의 부적과 교환해주는데 마력과 마방을 크게 올려주는 아이템이다. 수집하는 다른 소설로 <검제 자무자>가 있으며, 구판에는 없었다가 신영웅전설에서 추가된 소설로 최종장에서 모험가 무체에게 가져다주면 일정확률로 적의 공격을 무효하시키는 제로 필드라는 아이템을 준다.

2. 영웅전설4

질풍의 라빈 1권
첫 일은, 왕으로부터의 의뢰였다. 왕가에 전해오는 비밀의 고문서가, 도적에 의해 도난당했다. 그것을 되찾길 바란다는 것이었다.
게시판의 문자를 보고, 라빈은 코웃음을 쳤다. 왕가의 물건이 도난당한 것은, 분명히 일대 사건인지도 모르지만, 상대가 단지 도적일 뿐이라면, 크게 어려운 사건이 아니다.
이 주변에서 좀 이름을 날리고, 모험자로 유명해지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시끌시끌한 무리들에게서 벗어나, 라빈은 도시를 떠났다. 큰 길을 벗어나, 짐승이 지나다니는 길에 도착했다. 도적의 둥지가 되어버린 동굴에.
젊은 라빈의 발은 가벼워. 험한 산도 힘들 것 없었다. 순식간에 목표인 동굴에 닿은 것이다.
입구를 훔쳐보니, 시원한 공기의 흐름이, 단정치 못하게 자란 머리를 좌우로 흩어놓는다.
흐트러진 앞머리 틈새로, 검은 공간이 보였다. 라빈은 약간 머리를 흔들고, 그 공간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질풍의 라빈 2권
(꼬마!)
짐승같은 팔로 칼을 휘두르는 도적들이, 양측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고문서를 빼앗긴, 도적들의 추적을 당하게 된 것이다.
좁은 동굴 안에서는, 덮쳐온다 해도 어쩔 수 없다. 분노에 미쳐버린 도적들이, 여기저기서 끓어올라, 회오리처럼 라빈의 주위를 둘러쌌다.
후퇴를 거듭하던 중, 드디어, 라빈의 등은, 벽에 기대게 되었다.
짐승들이, 한발짝 한발짝, 거리를 좁혀온다. 반짝이는 칼이, 라빈의 머리에 닿을 위치까지 다가온 것이다.
휘두르는 칼.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웃는 도적. 잔혹한 웃음소리.
그 찰나. 퉁 하는 구두소리와 함께 시간이 멈추었다.
벽을 찬 라빈의 몸이 공중에서 춤을 춘다. 시간의 풍차가 다시 돌아가면서 도적들이, 차례차례 쓰러졌다.
기다려!
라빈이 공중에서 춤추며 내려왔을 때, 메마른 소리가 공기를 울렸다.
질풍의 라빈 3권
목소리의 주인은 랜턴을 높이 들었다.
깊은 암흑에서 빛의 구름이 떠오른다. 주변의 악한 기운을 걷어내는 듯한 모습이 비쳐졌다.
명주같은 흑발, 흑요석의 눈동자. 표범의 우아함을 지닌, 한사람의 여성. 도적의 아지트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누구냐!
라빈은 검을 거두었다.
그 고문서를 넘겨요.
흑발의 여성은, 하얀 팔을 라빈 쪽으로 뻗었다.
이 세상에는 모르는 게 좋을 일이 많이 있어요. 지금, 나에게 그 고문서를 넘기면, 죄는 묻지 않겠어.
…수고했어요, 라빈. 이것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당신의 역할이에요.
질풍의 라빈 4권
누구야, 너는……?
라빈은 누구에게 묻는 것도 아닌 것처럼, 중얼거렸다.
술집의 카운터. 주정뱅이들의 웃음소리 속에서, 라빈의 귀에는, 단 하나의 소리밖에 들려오지 않았다.
동굴에 나타난 흑발의 여성. 그녀의, 활시위를 놓은 듯 지나가는 목소리.
…수고했어요, 라빈. 또 만나죠……
쫓아내도 쫓아내도 들려오는 환청을 지우기 위해, 라빈은 주먹을 내리쳤다.
진동으로 술잔에 물결이 이는 가운데, 멀어져 가는 그녀의 모습이 흔들렸다.
이 내가, 어째서 조용히 고문서를 건넸는가. 모험자로 이름을 날릴 기회였는데.
라빈은 계속 카운터를 치고 있었다.
질풍의 라빈 5권
정말, 한심한 일이었다. 고문서 사건 이래, 운마저 없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라빈은 짐을 어깨에 지고, 터벅터벅 거리를 걸어갔다.
…어째서, 이런 짐 운반 같은 걸.
…이런 것 따위 던져 버리겠어.
휙 짐을 띄워버렸을 때, 보통이 아닌 살기가 지나갔다. 소리는 없지만, 팽팽한 공기가 주변의 수목을 흔들고 있었다.
라빈은 정말로 짐을 던져버리고 뛰었다.
아!
눈 앞의 광경을 보고, 라빈은 그만 소리를 질렀다.
…그, 흑발의 여성이 쓰러져있다. 손가락 끝을 작게 떨면서. 그것은 독에 당했다는 증거였다.
라빈은 그녀에게 다가가, 떨리는 가는 몸을 안아 일으켰다.
…부탁이야, 고문서를 되찾아…
보라빛 입술에서 겨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활현의 울림은, 이미 없었다.
기다려, 당장 도와주겠다!
라빈은 그녀를 안고 달려 나갔다.
질풍의 라빈 6권
루디, 나의 이름은 루디.
의사가 간 후, 흑발의 여성이 조용히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나를 습격한 것은, 보통 도적이 아녜요. 이 나라를 무너뜨리려는 무서운 조직이에요.
녀석들은 금단의 비술을 써둔 책을 손에 넣었어요. 그 고문서는 괴물을 조종하는 방법이 쓰여진 책…
루디는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가야만 해. 녀석들이 괴물을 조종하게 되면, 이 나라는… 아니, 이 세계는 멸망하게 된다!
기다려!
라빈은 루디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혼자 갈 셈이야?
질풍의 라빈 7권
너 따위에게… 너 같은 놈에게, 이 계획이 망쳐질 줄이야!
돌크는, 낭랑하게 빛나는 눈동자로 라빈을 바라보았다. 머리카락이 거꾸로 서고, 꽉 쥔 주먹에 핏발이 섰다.
삐져나온 이빨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리고, 섬광!
라빈은 루디를 감쌌다. 손을 앞으로 저어가며, 필사적으로 섬광의 정체를 바라보았다.
돌크의 몸이, 일그러지고, 부서지며, 대지를 흔드는 포효가 사방으로 울렸다.
이후에 라빈이 보았던 것은, 이미 인간이 아니었다. 괴물로 모습을 바꾼 돌크였다.
라빈은 검을 쥐었다.
질풍의 라빈 8권
…그리고, 모든 악몽은 끝났다.
라빈의 어깨에는, 이미 검을 들어올릴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돌크의 끔찍한 시체를 뒤로하고, 라빈과 루디는 동굴을 나왔다.
금색의 빛이 두 사람을 맞이했다.
당신은 영웅이에요, 라빈.
루디는, 꽉 라빈의 팔을 잡았다.
…나는 영웅 같은 게 아냐.
그럼, 뭐죠?
라빈은 루디의 말을 미소로 막았다. 갑자기 불어온 바람이 라빈의 머리카락을 흔든다. 일순, 앞에 보이지 않게 되고, 다시 바람이 머리를 흔든다.
글쎄, 그건 이제부터 정하지.
라빈은 바람이 부는 방향을 가리켰다.
우선, 이쪽으로 가 볼까? 뭔가 새로운 일을 찾아서.
질풍의 라빈 끝

3. 신영웅전설4

【질풍의 라빈 1권 】
||《질풍의 라빈 제1권 - 바람에 날려》

카라무로 카라무스

그것은 왕으로부터의 의뢰였다.
왕가에 전해지는 비밀의 고문서가
도적의 의해 도난당했다.
그것을 되찾고 싶다고.

의뢰를 받은 두 청년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왕가의 물건이 도난당한 것은
확실히 큰 사건일지도 모르지만
상대가 단순한 도적이라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어떻게 할까? 마르.」
라빈이라고 하는 젊은 모험가는
옆에 있는 청년에게 말을 건다.

온화한 표정의 친구는
자신이 끼어들 때를 살피듯이 웃고 있었다.

마침 강한 바람이 둘의 사이로 불어왔다.
하지만 두 사람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가는 거지?」
라빈이 묻는다.

마르는 바람 방향으로 얼굴을 돌렸다.
「폭풍우에는 맞선다…」

그리고 뒤돌아본다.
「보물은 깊숙이 숨겨져 있으니까」
라빈이 웃는다.

「아아, 폭풍의 냄새가 나.」

「왕가에 전해지는 비밀의 고문서라니 대체 뭘까?」
앞서 가는 라빈에게 마르가 묻는다.

가도에서 떨어진 길.
그 앞에 도적의 아지트인 동굴이 있다.

「도적이 탐내는 물건이라…
게다가 책의 회수를
모험가에게 맡기는 것을 볼 때,
단순한 고문서는 아닌 것 같아.」

둘은 호흡의 변화 없이 험한 산을 올랐다.
혈기가 왕성한 모험가들은 호기심에
눈동자를 반짝이며 걸음을 빨리했다.

눈 깜짝할 새에 목표한 동굴에 도착.

뚫려 있는 어둠에 스며들 듯이
두 사람은 몰래 동굴로 들어간다.

그들의 뒤를 쫓는
두 개의 눈동자를 눈치채지 못한 채…

싸늘한 공기의 흐름이
지저분하게 자란
라빈의 머리카락을 좌우로 흔든다.

헝클어진 앞머리의 사이로
새어나오는 빛을 발견하였다.
라빈은 마르에게 동의를 구하고
그 옅은 빛을 향해 발을 옮겼다.||

【질풍의 라빈 2권 】
||《질풍의 라빈 제2권 - 작전변경》

카라무로 카라무스

「(있다…)」
라빈은
뒤에 있는 마르에게 눈치를 준다.

귀를 기울이자
동굴 안쪽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제는 이것을
그 분한테 넘기기만 하면 일은 완료다.」

「어어, 식은 죽 먹기야.
그런데 왜 이렇게
허름한 책을 갖고 싶어하지?」

「너, 진짜 몰라?
이 책은 말이야…」

「……」

그때 마침 목소리가 작아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거드름을 피우고 있는 것 같았다.
이것이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불러왔다.

아자작…

「(들켰다…!)」

목소리를 들으려고 몸을 내민 라빈의
발 밑에서 생각지도 못한 소리가 났다.

「누구냐!!」

남자들은 쏟아내는 듯 소리를 외쳤다.
겸연쩍은 듯이 목을 움츠린 라빈은
마르를 향해 눈짓을 했다.

「작전변경이야.」
「원래 작전이라고 할 것도 없었잖아.」

전혀 틈도 두지 않고, 둘은 타이밍을 맞춰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단숨에 뛰어들었다.

「이 녀석들, 뭐야!」

뛰어든 곳은 생각보다 더 좁았다.

그곳에는 다섯 명의 남자가 침입자들에게
대비하여 각각의 무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도적입니다』
라고 말하는 듯한 차림새와 용모.

라빈과 마르는
남자들이 상황을 판단하기 전에 움직였다.||

【질풍의 라빈 3권 】
||《질풍의 라빈 제3권 - 출격》

카라무로 카라무스

온 힘을 다해 뛰어가며
라빈은 마르를 향해 소리쳤다.

「마르, 넓은 곳에서 공격하자!」
금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마르는 「알았어!」라고 대답한다.

고문서는 겨우 되찾았지만
도적들에게 추격을 당하는 상황이 되었다.

다섯 명 중에서 두 명은
책을 뺏을 때, 쓰러뜨렸다.

좁은 동굴 안에서는 뜻대로 움직일 수 없어
라빈 일행은 남은 세 명의 도적을 피해
험한 산을 뛰어내려갔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를
가볍게 빠져나가는 라빈의 옆구리에는
한 권의 책이 단단히 싸여 있었다.

(이 책이 대체 뭔데 그러는 거야?)

쫓아오는 목소리와 발소리를 들으면서
라빈은 손에 든 고문서에 대해 생각했다.

왕가로부터 받은 비밀스러운 의뢰.
도적들의 대화에 나왔던 「그 분」.

이 책은 과연 어떤 책이란 말인가.

두 사람의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왔을 때,
마침 숲이 끝나고 공터가 나왔다.

검을 휘두르기에도
부메랑을 던지기에도 무리가 없다.

주변의 지리를 확인한 뒤에
두 사람은 쫓아오는 이들을 기다린다.

「그래… 마르, 정리해 버리자.」

라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화난 남자들이 공터로 뛰어들었다.

「각오해라!!」

세 명의 도적은 날카로운 검을 들고
두 모험가에게 달려든다.

그리고 결투가 재개되었다.

냉정함을 유지하던 두 명이
열받은 도적을 상대로
이기기는 어렵지 않았다.

검을 칼집에 꽂는 라빈.
발 밑에는 세 명의 남자가 나뒹굴고 있다.

「깨어나면 귀찮아져.
얼른 사라지자.」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라빈이 말했다.

가도까지 머지 않았다.
둘은 재빨리 그곳을 떠나려 하고 있었다.

그 때.

「…잠시만.」

맑은 목소리가 두 사람을 불렀다.||

【질풍의 라빈 4권 】
||《질풍의 라빈 제4권 - 검은 눈동자》

카라무로 카라무스

방어 자세를 취하고 둘은 뒤돌아 보았다.

두 사람이 뒤돌아본 곳에는
길게 늘어뜨린 검은 머리가 날리고 있었다.

「그 고문서를 넘기세요.」

다시 맑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소녀의 검은 눈동자가 두 사람에게 향했다.
갑작스러운 일에
라빈과 마르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소녀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질 수 없다는 듯이 라빈이 대답했다.

「싫은데.」

소녀는 표정도 바꾸지 않고
하얀 손을 라빈에게 내밀었다.

그 손은 책을 넘겨주길 바라고 있었다.

「그 책은 너한테 과한 물건이야.
몸에 남는 힘은 주인을 파멸시킨다…
자, 그 책을 나에게 넘겨.」

소녀의 분위기에 압도된
라빈이 물었다.

「너는… 대체 누구냐?
그리고 이 책은 대체 뭐야?」

소녀는 검은 눈동자를 찌푸렸다.

「이 세상에는 몰라도 되는 일이
많이 있어.
…됐어.
책은 며칠 뒤에 반드시 돌려받을테니…」

그렇게 말한 소녀는
두 사람의 옆을 지나쳐
가도 쪽으로 걸어간다.

라빈과 마르는
이상한 듯이 눈빛을 주고받았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소녀의 모습이 사라지고 없었다.

의견을 묻는 라빈의 시선에
마르는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지금 그건 대체…」
라빈의 혼잣말은
바람을 타고 마르의 귀에 닿았다.

『책은 며칠 뒤에 반드시 돌려받겠다…』

하지만 소녀가 말한 『며칠 뒤』는
날이 지나지 않은 채 바로 찾아왔다.||

【질풍의 라빈 5권 】
||《질풍의 라빈 제5권 - 울어대는 벌레》

카라무로 카라무스

두 사람은 그 날, 왕도에 방을 잡았다.
도적에게 뺏은 책을 가진 채로.

원래라면
그 책을 의뢰인에게 넘겨줘야 하지만
아무래도 낮에 있었던 일이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이 책은 대체 뭘까?
그 소녀는 대체 누구였을까?

책을 손에서 놓아버리면
그런 의문들을 풀지 못한 채로 끝날 것이다.

그리고 심야…

라빈은 옆 침대를 보고 말을 걸었다.

「마르… 자냐?」

창문 바깥에서
선선하게 벌레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조금 지난 뒤, 마르가 말을 했다.

「아니…」

잠들 리가 없다고 마음속을 말했다.

기진맥진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이 잠을 날려버리고 있었다.

잠시 동안, 두 사람은
말없이 시간이 가기를 기다렸다.

라빈이 침대 속에서 낮에 있었던 일을
천천히 생각하고 있을 때…

「왔다…」

벌레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고 있었다.

다음 순간
방의 창문이 커다란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그 소리를 신호로
두 사람은 기다렸다는 듯이 벌떡 일어났다.

「기다렸지?」
공격을 준비하는 라빈의 앞에 나타난 것은
낮에 본 소녀였다.

「기다린 모양인데?」
소녀는 라빈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날카로운 나이프를 내던졌다.
라빈은
옆구리에 있던 검을 빼들어 막아냈다.

쨍그랑 하고 나이프를 떨어뜨리는
높은 금속음이 방 안에 울렸다.

마르가 라빈을 돕기 위해
마법주문을 외우려고 할 때…

「…!?」

등에서 느껴지는 심한 통증이
마르의 얼굴을 일그러지게 했다.

「으악…」
심한 고통으로 입에선 신음이 새어나왔다.

언제 왔는지 등 뒤에는 검은 복장의
마도사가 서 있었다.

라빈이 옆에 있던 램프에 불을 붙였다.
「마르!」

라빈과 맞서 있던 소녀가
마도사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도르크! 이건 내 일이야!」||

【질풍의 라빈 6권 】
||《질풍의 라빈 제6권 - 먼 옛날의 꿈》

카라무로 카라무스

「후아… 후아…!」
라빈과 마르는, 밤길을 달렸다.

라빈의 손은
한 권의 책을 꽉 쥐고 있었다.

두 사람은 짧은 틈을 이용해
동시에 여관에서 뛰어내린 것이다.

그 타이밍은
오래 알고 지냈기 때문에
맞출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적은 힘든 기색도 없이 쫓아와
라빈의 등 뒤에서 화염 마법을 내뿜는다.

라빈이 잠시 뛰어올랐는데,
마도사는 그것을 노리고 있었다.

공중에 떠 있는 라빈에게 한번 더
뇌격의 마법을 내리꽂은 것이다.

심한 통증이 몸으로 느껴진다.
라빈은
공중제비를 한 바퀴 돌고 그곳에 쓰러졌다.

「라빈!」

마르가 달려왔다.
「도…망가…」
라빈은 바람이 새는 목소리로 속삭이고
바로 의식을 잃어버렸다.

「너는… 내가 지켜줄게.」

마르의 목소리를 들은 느낌이 들었다.

…라빈은 오래된 꿈을 꾸고 있었다.

어렸을 때, 마르와 물장난을 하고
흠뻑 젖은 적이 있었다.

물에 오래 있어서인지 추웠다.
게다가 세찬 바람이 불어와…

추워.

얼른 집으로 가자.

그렇게 생각했을 때…
갑자기 의식이 돌아왔다.

「어라…」

가만히 눈을 떴다.
추워. 언제 잠들었지?

『이런 곳에서 잠들면 감기들어.』

친구의 목소리가 들리는 기분이었다.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라빈은 물에 젖은 몸을
빨리 닦으려고 생각하였다.

촉촉한 감촉이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피가 흥건한 곳에 누워있는 라빈.
주변에는 새빨간 피가 튀어있었다.
등이 아프지만 다치진 않았다.
그 피는 자신의 피가 아니다…!!

순간, 숨이 멎었다.

싸늘한 땀이 등을 타고 주욱 흘러내린다.

「마르…!
마르!! 어디 있는 거야!!」

모습이 보이지 않는 친구의 이름을 부른다.

이게 내 피가 아니라면?

내 피가 아니라면!!

「으…아아아아아!!!!」

바람이 라빈의 절규를 들으며
밤거리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질풍의 라빈 7권 】
||《질풍의 라빈 제7권 - 소녀》

카라무로 카라무스

눈을 뜬 곳은 여관의 방이었다.

여기는 어디지?
왜 침대에 누워있는 거지?

「나는…」
스스로에게 묻고 있을 때, 문이 열렸다.

「일어난 거야?
응급조치는 해놨어.」

목소리와 함께 한 소녀가 들어왔다.
밤호수처럼 시원하고 깊은 눈동자.

소녀의 눈동자는 부드러운 빛을 띠고
라빈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루디.」
소녀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이름을 말했다.

「…네가 낮에 싸운 남자들은,
보통 도적이 아니야.
나라를 멸망시키려는
무서운 조직의 일원이지.」

침대 곁에 서서
루디라는 소녀가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너희가 가지고 있던 것은
왕가에 봉인되어 있던 금단의 고문서.
거기엔 마수를 조종하는 방법이 있는
비술이 적혀있어.」

잠시 멈추더니 루디는 라빈을 바라보았다.

「녀석들은…
그걸 이용해서 나라를 빼앗으려고 해.
강대한 조직이지.
그 마도사도 조직의 일부분일 뿐이야.
수장은 다른 사람이지.」

「…마르는…」

말의 도중에 라빈이 중얼거렸다.

떨리는 라빈의 목소리에
루디는
숨길 것도 없이 확실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것이 루디 나름대로의 친절이었다.

극복해야만 하는 진실이 있다.

『나도, 그걸 뛰어넘어야 해』라고
루디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나를… 나를 지키려고…」

눈을 감으니 친구의 모습이 떠오른다.
멈출 수 없는 생각 때문에
라빈은 어깨를 떨었다.

「너는…
그녀석들과 일행 아니었나?」

라빈이 고개를 떨군 채 물어보자
검은 머리 소녀는 힘없이 웃었다.

「…맞아, 그랬었지.

하지만 아니야.

나는 그 책으로 평화를 이루고 싶었어.
그런데 단순히 거짓말을 믿고
이용당했을 뿐…」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목소리가 낮아졌다.

「이제 가야지.

녀석들이 마수를 조종하게 되면
이 나라는…

아니, 이 세계는 무너지고 말아!」

결의를 드러내듯이 루디가 말했다.

「지금이라면 아직 시간이 있어.
도르크가 고문서를 넘기기 전에.」

「잠깐.」

라빈이 루디의 팔을 잡았다.
소녀의 가는 팔목이
라빈의 손 안에 들어갔다.

「혼자 갈 생각이야?」||

【질풍의 라빈 8권 】
||《질풍의 라빈 제8권 - 마도사》

카라무로 카라무스

루디의 안내로 도착한 그 동굴에는
마도사가 있었다.

루디가 도르크라고 부른 마도사는
움푹 파인 눈으로 라빈을 쳐다보았다.
손에는 빼앗긴 고문서가 있었다.

「죽고 싶다면 상대해 주지…」

라빈은 친구의 원수 앞에서
검을 들 힘을 모았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마법을 튕기는 폭음.
결투는 길어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력에 차이가 있었다.
바로 마도사가 라빈의 뒤에 왔다.

『당하겠다!』라고

생각한 순간,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뚝, 뚝.

하고 검붉은 액체가 땅에 떨어졌다.

그것이 계속해서 땅에 떨어진다.

「루디…」
라빈이 속삭이듯 이름을 불렀다.

「네가… 배신한 거냐…!」

머리카락과 수염이 곤두서고
꽉 쥔 주먹의 혈관이 튀어나온다.
도르크는 등에 꽂힌 나이프를
분한 듯이 노려보았다.

「배신한 게 아니야…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평화를 바라고 있었다.

그 신념을 따라 행동했을 뿐이야!」

마치 스스로에게
말하는 듯한 루디의 목소리.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라빈의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결론이 났다.

「오오…오…」

숨을 헐떡대며
도르크는 라빈 앞에 무릎을 꿇었다.

「…네가 이대로
우리한테 덤빈다면…

우리도 생각이…」

고통스럽게 얼굴을 일그리면서도
도르크는 야비한 웃음을 띠었다.

「너… 너의 그 친구는…」

피를 흘리면서 도르크가 말을 이어나갔다.

그 친구…

『……!!』

라빈의 심장이 고동쳤다.
뇌리에 친구의 모습이 떠올랐다.||

【질풍의 라빈 9권 】
||《질풍의 라빈 제9권 - 희망은 폭풍우 속에》

카라무로 카라무스

라빈은 마도사 앞으로 다가갔다.

설마…

마음 속으로 희망과 절망이 교차한다.

「죽일… 죽일 거야…
그 녀석… 그 녀석을…」

마지막까지 말을 끝맺지 못한 채
도르크의 입에서는 많은 피가 흘러나왔다.

그것이 그의 최후였다.

『죽일 거라고 했어…
그럼 살아 있다는 말인가…

마르는… 살아 있나?』

튄 피를 닦으며 라빈은 하늘을 올려보았다.
「마르…」

라빈이 걷기 시작했다.

「…가는 거지?」

루디가 등 뒤에서 물어본다.
소녀의 말에 라빈이 발을 멈추었다.

…마르가
진짜 살아 있을지 어떨지 몰라.
마도사의 허풍일지도 모르지.
살아있다고 해도 구해낼 수 있을까.

그래도… 라고 라빈은 생각했다.

「그 녀석을… 마르를 찾으러 갈거야.
이 세상, 어딘가에 있기만 하다면
나는 땅 끝까지라도 찾으러 갈거야.」

이 고문서를 들고 있는 한
조직은 계속 라빈 앞에 나타날 것이다.

계속 만나다 보면
마르의 생사도 확실히 알게 되겠지.

강대한 조직을 적으로 삼는다고 해도
무서울 건 없었다.

책을 쥔 손이 떨리는 것은
대체 무슨 이유일까.

루디는
더 이상의 말을 하지 않고
라빈의 등 뒤에 섰다.

두 사람의 등을 밀듯이
바람이 기분 좋게 불었다.

『폭풍우에는 맞선다…』

마르의 목소리가 라빈의 머릿속에 울린다.

『보물은 깊숙이 숨겨져 있으니까.』

라빈은 웃었다.

맞아. 희망은 폭풍 속에 숨어있어.
그렇지? 마르…

「이제 어디로 가?」

루디가 물었다.
라빈은 바람이 부는 방향을 가리켰다.

「바람이 부는 쪽으로.」

그들이 갈 곳은 말할 것도 없이 폭풍우 속.

하지만, 두렵지 않았다.

듬직한 발걸음으로
라빈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폭풍 저편에 있는 희망을 찾아.

질풍의 라빈·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