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문 배경
사람들은 흔히
요들 과학자는 지적이고 침착한 성격이라 생각한다. 그 유명한
하이머딩거처럼 말이다. 그러나 직스는 우리의 선입견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요들이다. 그는 시끄럽고, 산만하고, 열정만 끓어 넘치며 안전을 생각하지 않는다. 아, 그렇다고 실력이 없는 건 아니다. 무엇이든 조립하고 설치하는 손재주는 그 누구보다 월등하니까. 직스의 실험은 사고로 끝나기도 하고, 전례 없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결과에 크게 괘념치 않고 또다시 실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안전도, 규칙도 없이... 좋게 말하자면 집중력이 좋았고, 나쁘게 말하자면 대책 없었다. 잦은 폭발 사고에도 불구하고 직스의 실험은 필트오버 명문 요들 학술원까지 전해져 명성 높은 학술원의 교수들 앞에서 직접 재주를 선보일 기회를 잡게 된다. 성격이 어디 갈까? 직스는 큰 발표를 앞에 두고도 안전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당연한 결과로 시연 도중 마법공학 엔진이 과열, 폭발하면서 학술원 벽에 커다란 구멍까지 내고 말았다. 교수들은 몸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내며 엄한 표정으로 직스에게 말했다. “이제 그만 가 보게.” 크나큰 실의에 빠진 직스는 밴들 시티로 돌아가려고 짐을 챙겼다. 그런데 그가 필트오버를 채 떠나기도 전에, 자운 요원들이 학술원에 침투해 교수들을 납치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곧 필트오버 군대가 납치된 교수들을 구하기 위해 출동했지만, 교수들이 갇혀 있는 자운 감옥의 벽은 너무나도 두껍고, 굳건했다. 군대도 이 철벽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직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곧 신무기 실험에 돌입했고, 툭하면 뻥뻥 사고를 터뜨리는 재능을 이용하여 사로잡힌 요들들을 구해내고자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직스는 위력적인 폭탄 세트의 제작에 성공했고, 이 사랑스러운 발명품을 '마법공학 폭탄'이라 부르기로 결정했다. 회심의 역작을 챙겨서 자운으로 향한 직스는 감옥 근처로 몰래 숨어 들어갔다. 그는 거대한 폭탄을 날렸고 튼튼한 옹벽이 부서져나가는 광경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자욱한 연기가 가실 즈음, 직스는 간수들에게 폭탄을 퍼부으며 쪼르르 감옥 안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후닥닥 감방으로 다가가 문을 경첩째 폭파하고서 잡혀있던 요들 교수들을 무사히 구출해내는 데 성공했다. 이 일로 교수들은 콧대가 한풀 꺾여버렸고, 학술원으로 돌아오자마자 직스에게 폭발학부 명예 학장이라는 칭호를 부여했다. 직스의 재능이 마침내 인정받은 것이다. 이제 그는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자신의 발명품, 마법공학 폭탄을 발로란 전역에 선보일 것이다. |
2. 폭탄: 제물
좋아, 자운. 복슬복슬한 내가 왔어. 뭐든 터뜨릴 준비가 됐다고. 저 위쪽 필트오버에 있을 때는 감사할 줄도 모르는 속물들을 위해 고급 폭죽을 만들거나, 하이머딩거가 그 바보 같은 변신 마법으로 모습을 숨기게 하는 바람에 하고 싶은 일은 할 수가 없었지. 결국 폭발에 대한 갈망만 남았어! 하지만 징크스 말이 맞을까? 터지는 것으로 가득한 이 어둡고 악취 나는 지하도시에도 가능성이 있을까? 뭐가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앞에 뭐가 보이지? 평범한 건물, 평범한 건물, 약간 더 큰 평범한 건물, 폭발물 공장, 또 평범한 건물, 평범— 잠깐, 뭐라고? 폭발물 공장?! 꿈이 이루어지기도 하는군! 우는 거 아니야. 잿빛 대기가 눈에 들어가서 그래. 와, 저 안에 뭐가 있을지 생각하면... 그런데 너무 평범해 보여. 재미없어 보일 정도야. 번쩍이는 빛도, 반짝거리는 간판도 없고... 벽돌이랑 철물이 지저분하게 쌓여 있을 뿐인걸. 아무도 폭탄이 어떻게 제작되는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말이야. 게다가 조용해... 헉! 폭발 실험 때문에 건물에 방음 처리를 했나 봐! 안에 들어가 봐야겠어! 아, 틀림없이 극비 통로가 있거나 앞에 있는 벽을 날려 버려야 할지도 몰라. 아니면— 아, 잠깐, 문 찾았다. 그런데 이건 뭐지? 폐쇄 건물 출입 금지 말도 안 돼! 왜? 어째서? 어떻게 이런 신성한 곳을 폐쇄할 수 있지? 어떻게 사랑스러운 폭발물을 만드는 곳을 이딴 식으로 취급해서 아예 폐쇄할 수가— 저 소리는 뭐지? 흠, 잠금장치가 박살 났나 보군. 문이 강제로 열렸나 봐. 머리를 들이밀어 봐야겠어. 불만에 찬 어린 인간 둘이 보이는 것 같아. 폭탄이 아니라 인간이야. 그것도 텅 빈 방에 말이지. 시시해 보이네. 그래도 인간들은 날 못 봤어. "재미없어." 한 놈이 말했어. 나만큼 실망스러운 표정이야. "여기 폭탄이 잔뜩 있다면서. 구석구석 뒤졌는데 아무것도 없잖아!" 그만해, 꼬마야. 나도 속상하니까. 다른 녀석이 빈 상자를 발로 찼어. "안을 다 치웠을지 내가 어떻게 알았겠냐?!" 둘 다 안내판 안 읽었나? 하여간 인간은 눈을 왜 달— "몰라." 첫 번째 녀석이 한숨을 쉬었어. 아니, 생각을 중간에 끊다니 무례하네. "지루하니까 나가자." 내가 먼저 가야겠다. 오늘은 털을 헝클어뜨리고 싶지 않거든. 또 보자, 얘들아! 나 참, 믿을 수가 없네. 처음으로 지하도시를 탐험했는데 폭탄 공장을 찾았어! 폭탄을 만드는 게 목적인 곳이잖아! 거기가 내 집이 될 수도 있었어. 하지만 집은커녕 꿈이 산산이 조각나고 말았지. 뭔가 해야겠어. 그래. 좋아, 바로 그거야. 그게 맞는 일이지. 그곳이 만들어진 목적이기도 하고. 공장을 폭탄으로 가득 채우는 거야! 아, 안녕! 내 실험실에 잘 왔어. 정확히 말하면 징크스의 실험실이지. 징크스가 자운에 적응할 때까지 여기 눌러앉게 해 줬거든. 내가 자기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줄 아니까 자리를 너무 많이 빼앗는 것은 아니겠지. 게다가 여기저기 쓰레기 더미랑 고물이 널려 있는 것을 보니 여길 뛰어다니는 털 달린 생물이 나뿐만은 아닌가 봐. 뭐, 이거? 지금 만들고 있는 마법공학 폭탄이야. 물론 내가 직접 설계했지. 이 못된 녀석들이 그 낡은 공장을 제대로 날려줄 거야. '품위' 있게 말이지. 지난번에 본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어. 또 무고한 폭발광이 잔뜩 신이 나서 왔다가 불꽃 하나 없는 걸 보고 마음 아파하게 둘 수는 없잖아. 감정 기복이 얼마나 심했는지 멀미가 날 뻔했다니까. 그래, 내 폭탄으로 공장을 멋지게 꾸민 다음 작은 불꽃놀이를 하듯 하나씩 터뜨릴 거야. 피융! 펑! 치지지지! 피융! 펑! 치지지지! 공장 전체가 무너져 거대한 잔해 더미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터지겠지. 폭탄 이름은 '줄줄이 사탕'이야. 거의 다 됐어. 여기를 이렇게 하고, 저기를 저렇게 하면... 완벽해. 죄다 날려 버리러 가자! 좋아, 공장으로 돌아왔어. 이놈의 '출입 금지' 안내판은 왜 붙여 놨대? 내 줄줄이 사탕도 전부 설치했어. 마음껏 터질 준비가 된 거야. 하지만 작동하는 모습이 안 보일 텐데 심혈을 쏟은 내 작품을 어떻게 감상할 수 있냐고? 나도 똑같은 생각을 했지. 그래서 방법을 생각해 냈어. 앞에 있는 벽부터 날리면 돼! 여기 이 '파티 폭죽'이라는 큰 녀석이 안을 들여다볼 구멍을 만들어 줄 거야! 좋아, 그럼 버튼을 눌러 볼까! 3... 2... 1... 콰과광! ...아직 60초 남았어. 뭐? 일단 여기에서 나가야 할 것 아니야. 나도 같이 터지고 싶진 않다고! 자, 자, 자, 준비됐어! 몸을 숨기기 딱 좋은 고철 덩어리도 찾았고, 거리도 완벽하니까... 터져라! 아니야. 40초 남았어. 생각보다 길을 금방 건넜네. 이봐, 왜 요들이 길을 건— 이런, 저 애들은 왜 또 저기 있지?!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벽에 깔릴 거야. 움직여. 움직이라고! 안 움직이네. 벽에 스프레이를 뿌리고 있어. 이런... "이봐!" 내가 고철 덩어리 뒤에서 외쳤어. "너희! 거기에서 나와!" 그래, 주의는 확실히 끌었어. 진짜 직스가 모습을 드러냈잖아. 그런데 계속 서 있네. "뭐야? 요들 처음 봐? 장난 아니니까 거기에서 나와! 그러다 다친다고!" 저것들이 설마...? 진짜잖아! 날 보고 웃고 있어! 그냥 폭발에 휘말리게 둘까 보다! 징크스라면 그렇게 했을 거야. 아아아아, 맞다. 징크스는 제정신이 아니지. 아! 10초 남았잖아! 결국 난 달리고 있어. 저 지하동굴 애송이들에게 곧장 달려가는 중이지. 건물에 깔리는 것보단 요들에게 부딪히는 게 나을 테니까. 그게 내 지론이야. 둘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어. 둘 중 덩치 큰 녀석이 입을 열었지. "지금 뭐 하는—" "시간 없어! 움직여!" 쾅! 우리는 벽이 날아가는 순간 길 건너편에 부딪혔어. 그렇지! 뻥이요! 피융! 펑! 치지지지! 피융! 펑! 치지지지! 황홀한 광경이야. 사방에 작은 번갯불이 떨어지고, 벽돌이 무너지고, 무슨 일인지 확인하러 나온 주민들이 뿜어져 나오는 연기에 뒤덮이는 것 좀 봐. 피융! 펑! 치지지지! 잠깐, 왜 다들 내 작품이 아니라 날 보고 있지? 피융! 펑! 치지지지! 이제 지붕이 완전히 무너졌어. 꼭 마법 같아. 아니, 이것도 잿빛 대기 때문이야! 우는 거 아니라니까. 피융! 펑! 치지지지! 피융! 펑! 치지지지지. 하하! 그렇지! 몸이 들썩이는 걸 주체할 수가 없어. 완벽 그 자체잖아! 두 녀석은 내가 자기 할머니를 때리기라도 한 것처럼 날 보고 있어. 자운인한테는 무너지는 건물보다 기뻐하는 털 뭉치가 더 신기한가 봐. 어쨌든 난 더 가까이 가서 볼래. 줄줄이 사탕은 완벽히 작동했어. 덕분에 견고한 구조물이 검은 돌무더기로 변했는걸. 박살 난 지붕 타일 밑에 쓸모없는 '출입 금지' 안내판이 빼꼼 튀어나와 있네. 실험실에 기념으로 갖다 둬야겠어. 피융! 펑! 으악! 엉큼한 마법공학 폭탄 하나가 나를 기다렸나 봐. 몸에 불이 붙은 것 같— "이야아아아!" 내가 하늘을 날고 있어. "아아아하하하하하아아!" 연기를 남기면서 말이야. "아, 뜨거워! 간지럽기도 하고! 뜨거운 느낌이 더 강하지만! 하하하하하하!" 다들 이 털북숭이 로켓을 쳐다보는군. "봤어? 폭탄은 바로 이렇게 만드는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