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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17 19:11:54

장화, 홍련/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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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2. 첫째 날3. 둘째 날4. 셋째 날5. 진실6. 이후7. 에필로그: 돌이킬 수 없는 걸음

1. 프롤로그

어느 병원에서 의사( 이대연 扮)가 문을 열고 들어와 세숫대야의 담긴 물로 자신의 손을 씻으며 환자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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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복을 입고 고개를 푹 숙인 소녀가 간호사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 착석한다. 의사는 소녀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하며 면담해보려고 하지만, 소녀는 대답은커녕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의사는 “그날 일에 대해서 좀 얘기해줄 수 있을까?”라고 물어보고, 소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며 그날에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기 시작한다.

2. 첫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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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골 풍경으로 배경이 바뀌며, 아버지 무현( 김갑수 扮)과 큰딸 수미( 임수정 扮), 작은딸 수연( 문근영 扮)은 시골 한가운데 들어서 있는 일본식 목재 가옥으로 오게 된다. 수미와 수연 자매는 집 외관을 둘러보며 놀다가 인근 저수지 나루터로 가서 시골과 하늘의 풍경을 보면서, 나루터에 앉아서 물에 발을 담그고 물장구를 치며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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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와 수연이 집에 들어가자마자 새엄마 은주( 염정아 扮)는 아이들을 반긴다. 은주는 마치 준비한 원고를 읽듯이 건조한 말투로 자매에게 "건강해졌다", "많이 나아졌다."고 말하지만, 자매는 왠지 모르게 그녀를 꺼리고 수미는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자매는 은주의 말을 외면하는 분위기로 방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 버린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수미는 방안에 멈춰있던 시계를 맞추고, 가져온 짐들을 정리하려고 하는 순간, 자신이 가지고 온 노트 일기장과 똑같은 물건이 서랍 속에 있다는 점과, 옷장 속에 똑같이 맞춰져 있는 옷들을 보고 당황해한다.

2층 복도에서 내려온 은주는 샤워 중인 남편 무현을 위해 갈아입을 옷을 욕실 앞에 두러 가다가, 같은 옷들이 이미 올려져 있는 것을 보고 옆에 있는 빨래 바구니에 던져버린다. 이후 무현은 누군가와 통화한다. 통화 중 새엄마의 남동생 부부(선규, 미희)가 오기로 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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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 시간, 네 식구 모두 식탁에 앉아 식사 중이지만 대화 한마디 없이 적막하기만 하다. 새엄마 은주는 이런 적막한 분위기를 깨려고 무현한테 말을 걸었지만, 무현은 먼저 식사를 마치고 일어난다. 은주가 수미에게 "아버지의 옷을 챙기는 것은 나의 일이야"라고 말하자 수미는 "내 방 정리도 나의 일이야"라고 받아치는 등, 서로 신경질적인 대화가 오간다. 그러는 사이 무현은 은주에게 약 2정을 가져다 준다.

식사를 마치고 수미는 수연에게 "그 여자(은주)가 뭐라고 하면 나한테 얘기하라"고 말하고, 은주는 자신이 아끼는 새들을 재우고 집안을 소등한다. 무현은 자신의 서재에서 캠코더와 테이프를 들고 있고, 은주는 안방에서 거울을 보며 화장을 지우다가 남편 무현이 오는 인기척을 듣고 침대에 눕는다. 모두가 잠든 사이, 남편 무현은 은주와 동침하는 것이 불편한지 홀로 서재로 가서 소파에서 잠을 청한다.

한밤중, 쿵쿵거리는 발 소리에 은주가 깬다. 같은 시간 수연은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거나, 방문이 열리고, 그사이 손이 보이는 등 이상한 일에 시달리다가 언니 수미에게 달려간다.

뭔가 이상한 수미는 1층으로 내려가본다. 거실에는 정규방송이 끝나 지지직거리는 TV가 혼자 틀어져 있고, 서재에서 아빠 무현이 자고 있다. 수미는 자는 흘러내린 이불을 아빠에게 제대로 덮어주다가 새엄마 은주와 마주친다. 수미는 물을 마시러 냉장고로 가서 물을 마시다가,[1] 옆에 무언가 덮여있는 종이호일을 보고 천천히 열어보다가 피범벅이 된 썩은 생선을 보고 놀라 비명을 지른다. 비명소리에 은주는 말없이 기이한 표정으로 수미를 쳐다보다가, 바로 시선을 정규방송이 안 나오는 지지직거리는 TV로 돌린다.

수미는 방으로 올라가 여동생 수연에게 "아까 그 손은 그 여자(은주)인 것 같다"고 말하며, 수연을 품에 안고 다독이며 잠에 든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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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좀 이상해. 그 여자도 이상하고, 이 집도 이상해."
"무서워? 괜찮아, 언니가 있잖아."

3. 둘째 날

다음 날 아침, 무현은 일어나 안방을 확인해 보지만 침대에 은주는 없고 흐트러진 이불만 놓여져 있다. 같은 시각, 수미는 악몽에 시달리다가 깨어난다. 그런데 침대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내다보니, 긴머리에 검은 원피스를 입은 여자 귀신이 있었다. 귀신은 바닥을 기어가다가 갑자기 수미를 바로보며 기이한 자세로 일어서더니, 점점 수미가 있는 침대 위로 다가온다. 귀신의 창백한 얼굴과 다리 사이로 흘러나오는 피와 손의 모습과 함께, 수미는 비명을 지르며 악몽에서 깨어난다.

수미의 비명소리에, 무현은 달려와 큰딸의 상태를 확인한다.[3] 수미는 기지개를 켜다가 손에 묻은 피를 보고 침대를 살펴보는데, 이 피는 여동생 수연의 월경 흔적이었다.[4] 수미가 안방으로 가서 생리대를 챙기던 중, 침대에 누워있는 은주는 " 생리 날짜가 나와 같네"라며 의아해한다. 그후 수미 또한 생리를 하는 모습이 나온다. 즉 3명이 같은 날짜라는 것.

두 자매는 집 밖에서 친모가 좋아했던 노래를 휘파람을 부르며 놀다가, 수미는 홀로 친모의 유품이 보관되어 있는 창고로 가서 유품을 집으로 가지고 간다. 집에서 수미는 유품을 정리하며 사진을 보며 추억에 잠긴다. 중간에 수연도 들어와서 유품을 구경하던 중, 수연의 팔에 상처를 본 수미는 "그 여자(은주)가 그랬냐"며 예민하게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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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는 은주에게 따지러가지만, 은주는 인과응보라며 아무렇지 않은 태도를 보인다. 화가 단단히 난 수미는 식탁에 올려져 있던 그릇잔들을 손목으로 밀어 깬다. 화장실에서 바깥 소리를 듣던 무현은 수미에게 가서 다그치지만, 수미는 언성을 높이며 자리를 뜬다.

그날 저녁, 은주의 남동생인 선규( 우기홍 扮)와 그의 아내 미희( 이승비 扮)가 저녁식사에 초대받아 이 집을 찾는다. 은주는 선규를 오랜만에 만나서 기쁜지 말이 많아져 선규의 과거 이야기를 꺼내는데, 은주를 제외한 무현과 선규 부부는 표정이 좋지 않다. 선규가 은주의 이야기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자 은주는 "미쳤냐"며 화를 내고, 순식간에 식사 분위기가 싸해진다. 그런데 미희가 갑자기 간질 발작을 일으키며 바닥에 쓰러진다. 무현과 선규는 미희를 진정시키고, 은주는 쓰러진 미희를 보고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그 소리에 2층에서 자고있던 수연이 깼다. 미희의 시선은 싱크대 아래쪽으로 향하면서 동공이 더욱 커졌다. 미희를 간신히 진정시키고 돌아가고 있는 길에, 미희는 선규에게 발작 중에 "부엌 싱크대 아래에서 흉측하게 생긴 여자아이가 기어다니는 모습을 봤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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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종료되고 부엌에 혼자 남은 은주는 갑자기 싱크대 쪽에서 풍기는 이상한 기운과 기묘한 일에 시달렸고, 남편 무현에게 "수미와 수연이가 온 이후로, 이 집에서 이상한 일들이 생기고 있다"고 말한다. 무현은 은주의 말을 듣고 집안을 살펴보다가, 은주가 애지중지하게 키웠던 새의 사체를 발견하였다. 은주도 멀리서 이를 지켜본다.

화가 잔뜩 난 은주는 수연의 방으로 갔고, 그곳에서 자신의 모습만 난도질당한 사진과 또 다른 새의 사체를 발견한다. 화가 폭발한 은주는 수연을 몰아 세우고, 끌고가서 장롱에 가둔다.[5] 이 사실을 알게 된 수미는 울고있는 수연을 구해주고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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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죽은 새를 묻던 아버지 무현은, 수연의 방에 그림자가 비춰지는 모습을 보고 수연의 방으로 올라간다. 수미는 무현에게 울분을 토한다. 하지만 무현은 "제발 그러지 마"라며 화를 내며 충격적인 말을 한다.
수연이는 죽었잖아! 수연이는 이미 죽었어! 이제 정신차려, 수미야! 도대체 언제까지 그럴 거니?! 응?!

수연은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옆에 있던 수연은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했으며, 이 모습을 본 언니 수미는 수연이 죽었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무현은 또 어딘가로 통화하여 "빨리 내려와 달라"고 말한다.

4. 셋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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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밝아오고, 은주는 피범벅이 된 포대자루를 끌고 1층 복도 한가운데로 와서, 골프채로 포대자루를 몇 차례 가격한다. 악몽을 꾼 수미는 방문앞에 아버지 무현의 "잠시 외출하고 올게"라는 쪽지를 보고 수연의 방으로 가려고 하지만, 수연의 방문은 못질로 굳게 잠겨있었다. 1층으로 내려온 수미는 수연의 목소리를 듣고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복도를 뛰어다니다가, 피범벅이 된 나무바닥과 그 끝에 피범벅이 된 포대자루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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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포대자루를 만진 수미는 그 안에 수연이 있다고 생각하고 통곡하며 자루 끈을 풀려고 시도하다가, 잘 풀리지 않자 가위를 가지러 부엌으로 간다. 그 사이 갑자기 가스레인지 주전자에 물이 끓고 있었으며, 은주는 안방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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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포대자루가 사라지고, 그 바닥 흔적은 서재에 있는 수연의 장롱으로 이어져있었다. 수미가 가위로 자루 끈을 자르는 사이, 은주는 끓는 물이 담긴 주전자를 들고 장롱 앞으로 와서 자루에다가 부으려고 한다. 그 순간 수미는 장롱문으로 막고 은주의 오른손 손등에 가위로 상처를 낸다. 수미와 은주와의 몸싸움이 벌어진 끝에, 수미는 넘어진 은주가 잡은 발목에 중심을 잃고 책상 모서리에 부딪쳐서 기절한다.

정신을 차린 수미는 은주에 의해 복도로 끌려가고 있었고, 복도의 피범벅 흔적이 갑자기 사라져 있었다. 은주는 석고상을 가져와 수미에게
너 진짜 무서운 게 뭔지 알아? 뭔가 잊고 싶은 게 있는데, 깨끗하게 지워버리고 싶은 게 있는데… 도저히 잊지도 못하고 지워지지도 않는 거 있지… 근데 그게 평생 붙어다녀. 유령처럼…

은주가 수미에게 석고상을 올려 내리치려는 순간,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고 무현이 들어온다. 무현이 쓰러져 있는 수미를 발견하는 순간, 은주는 갑자기 사라지고 석고상은 수미의 옆에 깨져 있었다. 무현은 서둘러 수미를 거실 소파로 데려가 앉히고, 오른손 손등에 상처를 보고 응급처치약을 가지러 서재로 간다. 서재에서 무현은 수미와 은주의 몸싸움으로 깨진 유리문과 장롱 속 포대자루와 그 속에 들어있는 인형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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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현이 서재에서 돌아온 사이, 소파에 앉아 있던 수미는 갑자기 은주로 바뀌었다. 은주는 무현에게 "수미는요?"라고 물어보자, 무현은 "제발 그만 좀 해, 나도 이제 지쳤어"라고 말하며 약을 건네준다. 그 사이 초인종 소리가 들리고, 무현은 누군가를 데리고 집으로 오게 된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5.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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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데리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집에 있는 줄 알았던 새엄마 은주였다. 즉, 그전까지 영화에 등장한 은주는 수미의 또 다른 인격이었다. 그리고 수연은 전날에 무현이 말했듯이 이미 죽은 사람으로, 영화에서 수미와 줄곧 함께 행동했던 수연은 수미가 만들어낸 환상이었다. 즉, 영화 내내 보이던 4인 가족은 허상이고, 실제로 그 집에는 무현과 수미 부녀(父女) 단 두 사람만 지내고 있었다.[6]

결국 처음 이 집에 왔을 때 뒷좌석에서 내린 사람은 수미 하나뿐이며, 무현이 주는 약을 먹은 것도[7], 첫날 안방에서 화장을 지우고 무현과 잔 것도[8], 남동생 선규 부부와 저녁식사를 한 것도[9], 새를 죽인 것도, 포대를 끌던 것도, 골프채로 가격한 것도, 주전자를 끓이고, 가위로 상처를 낸 것도, 모두 수미가 은주의 인격으로 자기 자신한테 벌인 짓이다.

그리고 이 반전의 복선은 넘친다.

6.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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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현과 진짜 은주는 다시 수미를 정신병원에 보낸다. 은주는 병상에 앉아있는 수미에게 인사하지만, 수미는 은주의 손목을 확 붙잡는다. 은주는 겨우 힘을 줘서 수미의 손을 뿌리치고 병실을 나간다. 혼자 병실에 남은 수미는 과거에 무현이 은주를 집에 데려왔던 날을 회상한다. 무현과 은주는 시골집으로 돌아온다. 늦은 밤 은주는 식탁에서 과거 그녀가 그 집에 처음 왔을 때 일어났던 일들을 회상한다.

과거, 수미와 수연의 생모인 무현의 아내( 박미현 扮)가 오래도록 병을 앓자, 의사인 무현은 같은 병원에서 일하던 간호사인 은주와 불륜을 저지른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대신 창고에서 가져온 사진들 사이에 있는 의사 가운 차림의 무현과 간호복 차림의 은주가 함께 있는 사진, 등장인물 간의 태도나 후술될 사건 등으로 인해 굳이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직장 동료인 두 사람의 불륜으로 인해 가정이 깨졌으리라 추론해낼 수 있다.

심지어 무현은 아내와 딸들이 있는 집에 은주와 그 남동생 선규 부부를 데려와 함께 식사할 정도였다. 수미는 아버지와 은주의 사이를 눈치챈 상태라 은주에게 적개심을 드러내며 식사 자리에 합류하는 것을 거부했고, 이를 본 은주는 화가 나서 수연의 손에서 숟가락을 뺏어버리고 차린 죽을 싱크대에 버려버린다. 그렇게 식사 자리는 파토나고, 수연은 방으로 가서 울음을 터트린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무현의 아내는 절망하며 울고있는 수연을 위로한다.

다시 현재 시점으로 돌아와, 순간 수연의 친모가 좋아했던 노래의 휘파람 소리가 병상에 있는 수미와 집에 있는 은주에게로 들려온다. 은주는 그 소리를 따라 수연의 방으로 들어섰다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기온에 놀라고, 얼마 뒤 영화 중간중간에 나온 원혼은 실체를 드러내, 영화 최후반부에 홀로 집에 남은 현실의 은주를 덮친다.

수미는 병상에 누워 눈물을 흘리며 과거에 있었던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일을 회상한다.

7. 에필로그: 돌이킬 수 없는 걸음

다시 시점은 과거, 방에서 울며 잠들었다가 깨어난 수연은 옷장 속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한 엄마를 발견한다.[10] 수연은 놀란 나머지 오열하며 엄마의 시신을 옷장에서 꺼내려다 그만 실수로 옷장까지 쓰러뜨려, 그 밑에 엄마의 시신과 함께 깔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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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이 쓰러지는 소리에 아래층에 있던 은주가 올라와서 가장 먼저 이 광경을 목격하는데, 처음에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못 본 척하고 밖으로 나오다가 구해주려고 다시 들어가려 한다. 그런데 그 순간 마찬가지로 그 소리를 듣고 방에서 나온 수미와 마주치는데, 수미와 마주친 은주는 수연을 도와주러 가기 위해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니?"라며 말을 꺼낸다. 하지만 하필이면 수미가 "안방은 1층인데?"라고 대꾸하며 은주에게 상간녀라는 섹드립성 모욕으로 받아친다.[11] 그렇게 말한 수미는 "부탁이니, 우리 일에 상관하지 말아줘."라고 말하며 은주를 노려보고, 노골적으로 언짢아하며 같이 있기도 싫어서 집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이때, 은주는 수미에게
"너,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하게 될지도 몰라. 명심해."

라고 말한다. 한 마디로 자신에게 무례하게 굴면 지금 수연이 옷장에 압사당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겠다는 것. 혹은 수미가 자신들의 일에 상관하지 말라 말했으므로, 자신이 수연을 구하게 (너희들의 일에 개입하게) 허락해달란 말로도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후에 은주의 처사로 인해 수미와 수연이 어떤 운명을 맞았는지 생각하면, 섬뜩한 여운을 남기는 대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연이 처한 상황을 몰랐던 수미는 수연을 둔 채 은주에게 "후회할 일은 없을 거야."라고 야멸차게 쏘아붙이고 돌아서게 된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당신과 마주하고 있는 것보다 후회할 만한 일이 있겠어?"라고 쏘아붙이고 돌아선 수미는 '이보다 후회할 만한 일이 없다'는 코웃음의 업보를 치르듯 환상 속에서 (이미 떠난) 은주에게 계속 시달리게 된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상태를 자각하게 되자마자 끝없는 후회에 몸부림치게 되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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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수연이 간절하게 언니를 부르는 장면과 돌아선 채 걸어나가는 수미의 모습에, 때마침 이병우가 작곡한 테마곡인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이 흘러나온다. 이 장면이 상당히 깊은 여운을 남기며 명장면이라고 평가받는다. 테마곡이 끝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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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말과 함께 수연은 눈물을 흘리며 숨을 거둔다. 수미는 뭔가 일이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집 방향을 되돌아 보지만, 집에서는 화가 난 은주가 발코니에서 수미를 노려보다가 문을 닫아버렸고, 수미는 다시 가던 걸음을 계속간다.

그렇게 엄마와 하나뿐인 동생이 모두 같은 날 죽는 일을 겪은 뒤, 수미는 극심한 죄책감이 원인이 된 심각한 해리장애를 겪게 됐고 정신병원을 전전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아버지인 무현이 치료를 위해 수미와 함께 집으로 내려온 것이다.

결말 장면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이미 이 결말 이후 수미가 어떤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지를 알고 있다. 이후의 이야기를 충분히 알 수 있는 끝맺음과 노래 제목과 멜로디 모두 상황에 걸맞은 아름다운 BGM이 함께 어우러져, 수미의 안쓰럽고 가여운 처지를 훨씬 부각하며 깊은 여운을 자아낸다. 이 영화가 슬픈 영화로서 이름을 날릴 수 있었던 사실상 결정적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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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올려지는 엔딩 크레딧에서는 초반 장면에서 수연과 함께 앉았던 나루터에 같은 구도, 같은 앵글로 수미가 혼자 앉아 있는 모습을 연출하는 수미상관을 보여주며 영화가 끝난다.


[1] 자세히 보면 한 반병은 마신 것 같은데, 물이 많이 남아있다. 영화 코멘터리에서 김지운 감독이나, 이 장면을 촬영한 임수정 모두 "편집한 것도 아닌데 신기하다"고 한다. [2] 수미를 맡은 배우 임수정이 영화 장면 중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라고 한다. 다른 씬들처럼 여러 테이크에 거처 촬영했는데 촬영을 하면 할수록 감정적으로 몰입이 잘 되고, 수연 역을 맡은 문근영이 진짜 동생처럼 느껴져서 신기했다고 한다. [3] 코멘터리에서 임수정에 따르면 이 장면에서 아버지 무현이 큰딸 수미에게 "들어가도 돼?"라고 물어보고 수미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하는 분위기에 관객들이 다들 "아버지가 불쌍해 보인다"고 웃는다고(…) [4] 이 장면을 촬영할 때는 촬영감독과 감독, 여성 제작진을 빼고 전부 방에서 내보냈다고 한다. 엄청 선정적인 장면은 아니지만 당시 중학생이었던 문근영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그런 것이다. [5] 이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이병우 기타 연주로 구성된 구슬픈 테마곡(우는 달 Ver.1)은 이 장면에 슬픈 분위기를 더욱 강조시킨다. 영화 코멘터리에서 문근영은 "이 장면과 이후 영화 최후반부의 같은 슬픈 멜로디가 나오는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이 나오는 장면과 대비되어 더욱 슬펐다"고 한다. [6] 영화 포스터를 보면 알 수 있듯, 수연은 쓰러져 있다. [7] 은주가 수미와 수연에게 "아픈 것은 괜찮냐"고 묻는데, 정작 약은 은주가 먹고 있다. [8] 무현이 왜 은주와 함께 침대에서 자다가, 은주가 잠든 걸 확인하고는 홀로 서재로 가서 소파에서 잤는지도 설명이 된다. 새엄마처럼 행동하는 큰딸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거실로 나와 홀로 잠을 청했던 것. 다 커버린 딸과 동침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9] 선규부부와 식사 내내 선규와 미희가 은주(로 행동하는 수미)를 노려보며 좋지 않은 표정으로 앉아있던 것과, 은주가 하는 이야기에 선규가 짜증내며 강하게 부정했던 이유도 이거였다. 동생의 입장에선 누나의 불륜으로 자살한 본처의 딸이 본인들 앞에서 누나 흉내를 내면서 실성한 듯이 웃는 모습을 마주보고 앉아서 보는 것이니, 기분이 나쁠 만도 하다. [10] 흔히 목을 맨다고 하면 높은 끈에 매달린 상황을 상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익사가 꼭 깊은 물에 빠져야만 되는 게 아닌 것처럼, 목을 매 자살하는 것도 꼭 높은 곳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 옷장 뿐 아니라 문고리에도 가능하다. [11] 수미 자신은 인지하지 못했지만, 사실상 동생이 죽어가고 있는 소리를 한 순간의 모욕을 주기 위한 감정적 헛소리로 치부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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