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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판도서
버지니아 울프가 1929년 출간한 에세이. <자기만의 방>이 피력한 여성의 물적, 정신적 독립의 필요성과 고유한 경험의 가치는 우리 시대의 인식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1.1. 책의 주제
책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은 이것이다. "왜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가난한가? 가난은 정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울프는 역사적 근거, 자신의 경험적 근거, 추론 등을 이용하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추적한다. 다만 여기서 그녀는 성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진실을 밝히려는 포부를 가질 수 없고, 그저 어떤 의견을 어떻게 갖게 되었는 지 밝힐 수 있을 따름이라고 밝힌다.
1.2. 책의 내용
1.2.1. 삶의 다른 영역과 마찬가지로 문학이라는 영역에서도 여성이 소외되어온 현실
런던은 공장 같았습니다. 런던은 기계 같았습니다. 이 단순한 바탕에서 모두 앞뒤로 움직이며 문양을 엮어 갔지요. 대영 박물관도 그 공장의 한 부서였습니다.
사람의 뒤통수에는 본인은 볼 수 없는 동전만한 크기의 점이 있으니까요. 뒤통수의 그 동전만한 크기의 점을 묘사해주는 것은 한 성이 다른 성에게 베풀 수 있는 한 가지 호의입니다…아주 초창기부터 남성들이 어떤 인간애와 총명함으로 여성들에게 뒤통수의 검은 부분을 지적해 왔는지 생각해 보세요! (열린책들, p.141)
울프는 또한 근대 여성이 문학/예술계에서 소외되어 온 현실의 근거로 대조를 이루는 셰익스피어의 삶과 셰익스피어 여동생의 삶을 제시한다. 오빠처럼 문학에 열정이 있었던 그녀는 아버지의 반대를 피해 런던으로 도망친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와 달리 그녀는 성적 착취와 임신으로 고통받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1.2.2. 여성에게 필요한 것: 연 수입 5백 파운드와 방해받지 않는 자기만의 방
울프는 여성이 글을 쓰려면 연 수입 5백 파운드와 방해받지 않는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여성의 소외와 가난을 추적하면서 여성이 제도적/문화적으로 문학계와 지성계에서 배제되어 있음과 더불어 빈곤과 가사 노동이 글쓰기를 비롯한 학술적 활동이 필요로 하는 영감을 방해하는 현실을 목격한다. 이에 따라 여성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 이러한 방해 요소를 차단할 수 있는 경제적 자립, 5백 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참고로 1930년 기준 연 500파운드는 2024년 9월을 기준으로 대략 27500 파운드의 가치를 갖는다. 달러로는 대략 36500 정도이고, 원화로는 4천 9백 만원이다. [1] '자기만의 방'을 오피스텔로 놓고 또 임대료를 지불했다고 가정해도 굉장히 부유했던 셈이다.
[여성들이] 아부하고 아첨하면서 노예처럼 일해야 했던 것. 그다음은 숨기고는 살 수 없는 재능이, 대수롭지 않아 보여도 당사자에게는 중요한 재능이 소멸해 가고, 그와 함계 나 자신과 영혼도 소멸해 가고 있던 것. 이 모든 게 봄꽃을 갉아먹고 나무의 심장부를 해치는 녹병처럼 되었습니다. (...) 내가 10실링권을 바꿀 때마다 그 악영향이 조금씩 벗겨지며 두려움과 비통이 없어집니다. (...) 점차 두려움과 비통이 연민과 관용으로 변해 갔고, 1~2년 뒤에는 연민과 관용도 없어지고 가장 큰 해방을 맞이했습니다. 바로 사물을 그 자체로 생각하는 자유 말입니다. (열린책들, pp.57-59)
다음으로 여러분은 내가 물질을 너무 강조했다고 반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여러분은 정신이 물질보다 우위라고 주장하겠지요. (...) 아서 퀼러구치 경[2]은 이렇게 썼습니다. "지난 1백 년쯤 되는 사이 위대한 시인들의 이름이라면? 콜리지, 워즈워스, 바이런, 셸리, 랜도, 키츠, 테니슨, 브라우닝, 아널드, 모리스, 로제티, 스윈번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이들 중 키츠, 브라우닝, 로제티를 뺀 전원이 대학 출신이었고, 세 명 가운데 한창 때 꺾여 요절한 키츠만 유일하게 유복하지 않았다. 이렇게 말하면 매몰차고 슬프기도 하지만, 시적인 천재성이 내키는 곳으로 빈부 차별 없이 불어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게 확고한 사실이다. (...) 실제로 영국의 빈곤층 아동은 훌륭한글을 낳는 지적인 자유를 누릴 가망이 아테네의 노예 아들만큼이나 없다." 바로 그겁니다. 지적인 자유는 물질에 의존합니다. (...) 여성들은 아테네의 노예 아들보다도 지적인 자유를 누리지 못했습니다. (열린책들, pp.166-168)
1.2.3. 문학과 지식 산업에서 활동할 여성들에 대한 울프의 부탁
첫째,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삶을 기록해야 한다. “나폴레옹의 150번째 전기나 Z 교수와 그 무리가 지금 집필 중인 키츠와 그가 사용한 밀턴의 어순 도치에 대한 70번째 연구보다는 차라리 이 아가씨의 진실된 역사를” 써야 한다.둘째, 자신의 영혼의 깊은 곳과 얕은 곳을, 허영심과 관대함을 환하게 밝혀보고, 자신의 아름다움 혹은 수수함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해야 한다.
셋째, 변화무쌍한 세계가 자신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지 말해야 한다.
1.3. 기타
글을 쓰는 사람이 자신의 성별을 생각하는 것은 치명적이다.[3]
종종 소설들은 아주 놀랍게 존속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드물게 살아남는 경우에 그것들을 존속하게 하는 요소는 바로 진실성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 소설가의 경우 진실성이란 독자에게 이것이 진실이라고 믿게 하는 일면입니다. 독자가 이렇게 느끼는 거지요. 그래, 나는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는 결코 생각해 본 적 없어. 나는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 그런데 당신은 그렇다고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내게 확신을 줬어. [4] (열린책들, p.112)
나는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욕하려고 멈추면 당신은 지는 거에요. 웃으려고 멈추어도 마찬가지고요. 멈칫하거나 더듬대면 당신은 끝나요. 난 그녀의 등에 내 전 재산이라도 건 듯이, 뛰어넘는 것만 생각하라고 간곡하게 당부했습니다. (열린책들, p.146)
나는 여러분에게 책임을 기억하라, 더 숭고해져라, 더 영적이 되라고 당부해야 할 겁니다. 얼마나 많은 것이 여러분에게 달려 있는지, 여러분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상기시켜야 마땅하겠지요. 하지만 그런 권고들은 안전하게 남성들에게 맡겨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은 내가 구사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달변으로 조언할 테고, 사실 그래왔습니다. 내 마음을 다 뒤져봐도 (...) 더 높은 목적을 위해 세상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려는 고귀한 정서가 없네요. 그저 간단하고 평범하게 말하게 될 뿐입니다. 무엇보다 자기다워지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말이지요. 내가 고귀하게 들리도록 말할 줄 안다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꿈 같은 건 꾸지 말라고 말하겠습니다. 사물을 그 자체로서 생각하십시오. (열린책들, p.172)
2. 애플리케이션
2021년 9월에 설립된 대한민국의 펨테크 스타트업 아루가 운영하는 여성을 위한 지식 커뮤니티 어플리케이션 서비스. 성생활용품, 성지식 콘텐츠, 월경 주기 다이어리, 여성을 위한 커뮤니티 기능을 제공한다. #3. 영화
자세한 내용은 자기만의 방 문서 참고하십시오.
[1]
출처:
Bank of England Inflation Calculator 단, 정확한 생활수준은 이보다 높았을 가능성이 크다. 당대의 노동자 연 평균 수입은 150 파운드 안팎이었다.
출처
[2]
Arthur Quiller-Couch(1863~1944). 영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옥스포드판 영시집>, <옥스퍼드판 발라드집>을 편찬했다. (열린책들의 역자주에 따른 설명)
[3]
여성이 차별적인 사회에 대한 분노와 비통으로 인해 훌륭한 글을 쓰지 못하는 현실(울프는 분노와 비통이 몰입과 영감을 방해하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나온 주장이다. 다시 말해 사회의 주류에 속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제약 없이 글을 쓸 수 있는 남성 작가들과 달리, 끊임 없이 여성에 대한 제약을 체감하며 글을 써야 하는 여성 작가들의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서 나온 주장이다.
[4]
<자기만의 방>을 읽다보면 여성의 경제적 자립의 필요성을 피력하는 내용 뿐만 아니라 울프의 문학론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이 이 책의 또다른 백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