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생일파티

“혹시 공기 주입기 있어요? 풍선 불 때 쓰는 거요?”


희나 씨는 자그만 인터폰 화면 너머에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바로 옆집이라고는 해도 입김마저 얼어버릴 것 같은 날씨인데 실내복 차림에 스웨터 하나 걸친 모습이었다.
스웨터는 목 부분이 이상할 만큼 커다랗게 뚫려있어 안에 입은 연보라색 실크 셔츠의 단추 세 개가 그대로 보였다.
보기만 해도 추위에 몸이 떨릴 정도였다. 그리고 공기 주입기? 풍선을 분다고?
24시간 뒤면 공습이 시작되는 마당에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일이 제 생일인데, 아이가 생일 파티 준비하고 싶다면서 풍선으로 방을 가득 채우겠다고 해서요.”


희나 씨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나도 어이가 없었고 물음표는 늘어만 갔다.


“사실 저 공기 주입기 어디 있는지 알아요. 며칠 전에 축구공 빌려주셨을 때 봤거든요.
바쁘시다면 제가 직접 찾아서 가져가도 되는데, 괜찮을까요?”


그랬다. 7살 지율이는 얼마 전부터 축구에 관심이 생겼다고 엄마와 함께 와서는 축구공을 빌려 간 적이 있었다.
내게 축구공이 있기는 했는데 마트 개점 행사 경품으로 받은 걸 버리지 않고 갖고 있었을 뿐이었다.
두 사람이 빌리러 왔을 때 집에 공기 주입기가 있었나? 글쎄. 지금은 있나? 모르겠다.


나는 인터폰으로 말을 하려다가 현관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희나 씨는 반가운 얼굴로 나를 보며 눈인사를 했다.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기, 찾아보시는 건 좋은데요, 내일 아침에 피난할 준비는 다 하셨나요?”


“그건 나중에 하려고요. 애가 파티 준비를 워낙 하고 싶다고 해서.
내일 일찍 일어나서 좀 놀라는 척하고 케이크 한 입 먹은 다음에 출발해야죠. 실례 좀 할게요.”

---

<이웃집 생일파티>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