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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09 15:12:06

온(만화)


1. 개요2. 등장인물3. 설정4. 명대사
4.1. 1권4.2. 2권4.3.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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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003년 연재가 시작된, 유시진 작가의 판타지 만화. 시공사의 순정만화 격월간지 오후에서 연재되던 도중 2권 발매후 잡지가 폐간되었고 남은 분량을 그려내 3권으로 완결되었다.

2. 등장인물

3. 설정

4. 명대사

4.1. 1권

- 이사현...말해봐. 당신... 불행해?

- ....
난 팬한테는 그런 이야기 안해.
더군다나 술취한 팬한테는.(베개를 하재경의 얼굴에 던진다)



(이사현은 마당으로 나와
눈이 내리는 C시 외곽의 밤하늘을 본다)
아니... 난 불행하지 않아.
난...

평온해.
-이사현(사미르)

4.2. 2권

- 그분 앞에 또 나타나다니 염치도 없군.
- ......?
- 네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
- 돌아가다니, 어디로?
- 네가 속한 곳. 어둠으로.
- 내가 사미르가 되어줄까?
네가 나단이 돼서 내게 말하면-
들어주고 대답해 주지.
네 소설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야.

- 하하. 이거 공저가 되는 건가?
아니면 앞에 ‘이사현씨에게 바칩니다.
영감을 준 그의 모든 도움에 감사드리며‘
이런 것만 넣어도 되는 건가?
- 해보고 싶지 않아?

- 허접한 소설 나부랭이에 이렇게 신경을 써주다니
당신, 혹시 내 영향을 꽤 받고 있는거야?
- ........
- 나 왠지 우쭐해져.
- ........

........

난...
알고 싶은 게 있어.

- 뭔데?

- 내게 원하는게 있었다면-
(머리를 쓸면서 이마의 흉터가 드러나며)
왜 말하지 않았어?

나단.

- ...말?
뭐라고 말을 했어야 하지?
내가 당신을 증오하지 않게 도와달라고?

내가 가진 애정에 연민으로 답해달라고?
악취 풍기는 내 터진 내장을
함께 추슬러서 집어넣어 달라고?

........
....어어.
이거 좀... 오싹하네.
....

뭐, 그래. 해보자.

이왕하는 거,
분위기 좀 잡을까?

(일어나서 조명을 끈다)
우리, 오랜만에 얘기나 하죠.

사미르.
...가끔, 궁금해질 때가 있었지.
대체 이 사람은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정말로 내 기분을 조금도 못 느끼는 걸까?

그렇지만 에온을 다루는 사람인데?
그 중에서도 최고 능력자인데?
- .......
- 뭐. 물론 나중에는 잘 알게 되었지.
그 안에서도 전문 분야란 있는 것이고
관심이 없으면 그닥 알고자 할 이유도 없다는 걸.

...그래. 당신은 내게 관심이 없었어.
그렇지?

- .......

- (피식)
그럴 땐 이렇게 대답할 수 있겠지.
’어째서 내가 네게 관심을 가졌어야 하지?
넌 아이도 아니고, 난 네 부모도 아니고
우린 동등한 자격으로 만난 공적인 관계였고,
그게 다가 아닌가?‘

나 역시 잘 알고 있었어.
다만 아는 걸 감정이 못 따라갔을 뿐이지.

- 나는 네게 호의를 가지고 있었어.
- 그래, 호의. 좋은 거지.
- 너를 믿었어.

- .......
그래.

그렇지만 정말로
작은 불안 같은 것도 느끼지 않았어?
가끔씩 스쳐 지나가는
뭔가 꺼림직한 어긋남 같은.

- 내 생각으론...
너와의 관계는 무리가 없는 듯 했어.
처음의 적응기가 지나자 마찰도 없었고
우린 나름대로 잘 지내고 있다고 느꼈지.

- 3년의 기간이 지나고 나면?
- 좋은 기억으로 남으리라 생각했지.
흔히 있는 라렌- 작은 완결.

- .......

내 인생에서 당신과의 만남은
최초로 일어난 거대한 사건이었어.
당신에겐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 난 너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어.
- 사람과의 만남이 당신에겐 큰 의미가 없었던 거겠지.

- 그것도 있겠지.

- 나는 말이야.....
그런 녀석들이 싫었어.
햇빛은 아름다워서 좋아하고
그늘은 부드러워서 좋아하는.
불평불만 없는,
세상을 사랑하는 녀석들.

그런 녀석들은 마음속에...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자신들만의 안식처를 가지고 있어.

절대로 자신들 외에는 들어갈 수 없는.

추운 벌판이나 메마른 사막에 있는 사람들이 가끔,
그곳에서 나오는 온기와 향기를 감지하고
굶주린 표정으로 다가가 보지만

물론 그들에겐 허락되지 않은 장소지.

차라리,
그런 곳이 존재하고 어떤 이들은 그곳에 있다는 걸
아예 몰랐다면 얼마나 좋았겠어?

그저... 햇빛은 용서 없고 잔인한 것이며,
그늘은 춥고 쓸쓸한 것이라고-
원래 그런 것이라고 알고 살면
그래도 괜찮았을 텐데 말이야.

뭐... 나는 그럭저럭 약삭빠른 편이라서....
그런 퀭하고 굶주린 눈과 비틀린 입가를 드러내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

아니.
그런 걸 드러내는 것 자체를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어.
제5계승자는... 사실 꽤 우스운 위치였지.
앞에 있는 네 명이 죽어나가기나 해야
남들이 관심을 가져 줄까.
그렇지 않다면야 그저 존재감 없는 유사시의 여분일 뿐.

당신은 왜 지원했어?
제5계승자와의 에리쉬 오넨 따위를 왜 하겠다고 한 거야?

- ......
루칼이 거절했어.
3계승자인 수티 역시.

- 그래...
언제나처럼, 성실해서 뒤집어쓴 거군.

하긴.
이런 재앙이 굴러 들어오리라고 어떻게 알 수 있었겠어.

...그래, 뭐.
개밥에 도토리 같은 내 지위-
그런 건 사실 별 거 아니었어.
그냥 평범한 조건.
우스운 걸로 치자면 약간의 악조건 정도겠지.

조건 자체로 치자면야
그보다 힘든 삶이 얼마나 많았겠어.

그런데 문제는...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이란 걸...
그렇게 객관적으로 비교 측정할 수가 없다는 데에 있지.

뭘 원하는지, 뭐가 부족한지-
그런 건 아무래도...
밖에서 보고 얘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
들어가서 살아보기 전에는.
그리고, 나도 몰라.
무엇이 진짜로 문제였던 건지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도 모르겠어.

그냥 뭐랄까... 글쎄, 내게는...
모든 게 별 차이가 없었어.

진정으로
몰입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

뭔가 해 보자고 들면,
뭐 엔간히는 할 수 있었지.
안 해도 그만인, 무수한 시간 때우기들.

그래서, 뭐?

그래서, 결국 뭐?

지루해...

무의미해...

...아,

그냥 원래 이런 것인가 보다.

그 정도는 알 수 있었지.
유달리 영리하지 않더라도 말이야.

그러나 아직은...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었을 거야.

계속 둘러보고...
뭔가를 끊임없이 찾고는 있었지.

허기진 표정을 조심스레 감추면서.


말하자면 당신은-
꽤나 운이 없었던 거야.

그때까지 자신을 지키며
잘 살아왔으련만-
남들에게는 큰 장애인 온갖 것들을
수월하게 뛰어넘어 왔으련만.

헛자란 젊은 애 하나에
걸려 넘어져 버렸어.

- ...내가
그렇게, 못마땅했어?

난 너에게
아무것도 강요한 적이 없는데.

너를 내 식으로 한 자락이라도
바꾸려고 한 적이 없는데.
- 난 의연하게, 정말 의연하게 살고 싶었는데....
자신의 삶은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어른스럽고 덤덤하게 살다 죽고 싶었는데.

그런데 빌어먹게도 아름다웠어. 당신이.

레카티보다,
운디스보다-
어떤 신보다 더 빛나고 있었어.

- ...난 자신만의 행복에 빠져있는
외골수였을 뿐이다.

- 그래서 아름다웠던 거야.

동요하지 않는 그 굳건함-
잠겨진 낙원

더없이 순수한 그 빛.

그래서 미치도록 끌렸지만-
그래서 도저히 견딜 수 없었어.

극단적 감정의 어느 쪽도 당신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채
모순에 찬 열기는 내부의 벌레처럼
그저 스스로를 좀먹어 들어갔지.

- ......

- 그래서- 원하던 대로 하고 나니,
기분이 어땠지?

후련했어?

만족스러웠어?

안도했어?


말해줘. 사미르.
당신의 낙원은 사라져 버렸어?

당신이 가진
모든 에온계의 능력을 박탈당하고 추방당한 것이

당신을 파괴시켰어?

그 낙원은...
어느 정도의 풍랑을 견딜 수 있었지?
- 그 낙원은....
견고한 기반 위에서만 존재하는 것이었어.

- ...난 낙원을 가진 이들은
타고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돌밭에서도 그들은 샘을 찾아내고 불을 피운다고.

- 아마 난...
그렇게 강인하지가 못했던 모양이지.
......
잔뿌리가 많은 나무는 튼튼하다는 걸 알고 있어?
내겐 말이야... 잔뿌리라는 것이 없었어.
아니. 내 뿌리는 어쩌면
단 한 줄기 뿐이었는지도 몰라.

당연히 아주 굵은 뿌리였고,
그 한 경로를 통해서 모든 양분과
필요한 것들이 공급됐지.
그 집중은 편안했고, 공급은 더없이 만족스러웠어.

그러나 일단 그 유일한 뿌리가
잘려버리고 나자

나무는 말라버렸어.

땅위에 서있긴 하지만
그저 서있을 뿐, 죽은 거나 다름없지.

그래서... 알게 되었지...
난 그저 사이비 신비가였다는 것을.
내 능력이라는 온실 속에서 곱게 키워진
식물이었다는 것을.

남은 게 없어.

없어.

......
사람들은 내가 혜택 받았다 믿었지만-
알고 보면 사실은 꽤 공평한 배분이었던 모양이야.

- ......
죽고 싶었어?

- .....
죽을 의욕도 없었어.
그렇지만, 온에서 나오는 경로는 무시무시했으니까...
아주 간단히 죽을 수 있었을 거야.
그저 손을 놓기만 해도.


그런데...
검은 새 한 마리가 어디선지 날아와서
내 어깨에 앉아서 나와 함께 행동했어.
모든 위험을 알려 주고,
안전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서 알려 주었지.
난 마치 속이 빈 껍질 같았기 때문에
그저 하라는 대로 기계적으로 따라했어.
그 무수한 고통과 시련들이
그닥 괴로운 줄도 몰랐지.
멍했을 뿐이야.

...정신을 차려 보니
모든 관문을 살아서 빠져나왔더군. 살아서...

낙원이라...

바닥 없는 계곡이나 달군 쇳가루 사막
어딘가 즈음에 뒹굴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 잔해가.
- 그래... 결국...
죽여 버린 거구나.

그 아름다운 것을...
내가... 부숴버렸구나...

- 이 정도가 나의 한계였던 거겠지.
진짜였다면
파괴되지도 않았을 테니.

4.3. 3권

- (나단을 때리며) 대체 뭘 그렇게 더 원하는거야!
- 난 그에게 더는 원하지 않아.
- ...원하지 않는다고?

- 그에게 줄 게 있어.

- ......
너를 그분에게 완전히 떼어놓고 가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네가 원하는 게 그게 아니라면 괜찮겠지.

- 젤, 너는 네가 해야하는 일을 하길 바래.
나는 내가 해야하는 일을 할테니.



- (이제 그분께 말씀드려야 해.)
- ...네가 훔쳤군.

- 네.
루칼이 정확하게 가리키며 말했어요.

- (여기야.)
- (제렌디아르가 루칼이 그린 심장부근에 쿠나데온을 가져다댄다.)

격한 고통이었고,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 아마 쿠나데온이 심장을 대신한 탓일테지,
난 흑마법은 잘 모르지만.. 그건 너무 악독한 방법이다.
루칼은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됐을텐데.

- 시간이 흐르고 당신이 잡혀갔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어떻게든 당신을 찾아내야만 했어요.
(제렌디아르의 가슴에서 쿠나데온이 떠오른다)

그리고 당신에게로 향했죠.
- 사미르?
당신이군요.

변하지 않았군요.
여전히... 깨끗해.

- (눈을 감고 쓴웃음을 지으며) 난 변했어 나단.

(나단이 아래를 바라보고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왜 그런 표정을 짓는거냐.

변화는 변화일 뿐이야.
변하는 것들은,
그래도 되는 것들이기에 변하는 거야.
...네가 가진 증오를 내가 알아채기만 했어도
그것만으로도 그 감정은 상당히 누그러질 수 있었으련만.

그러나 난 마치 두터운 카펫이라도 두른듯한 인간이었으니
네가 보낸 모든 신호는 내게 와닿기도 전에
흔적도 없이 흡수되어 사라졌을테지.
그저 더듬이를 길게 뻗어
허공과 우주만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 글쎄요...
난 신호를 보내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노력했었는데요.
데온과 에온의 균형과 공존은 아름다워.
완벽한 균형.
세계를 이루는 상대성.

아름답고 완벽해. 사실이야.
그렇지만 왜 여기서 머물러야 하지.
어째서 이 균형에 집착해야 하지.

빛과 그림자는 상대적인 한쌍이지.
땅 위에서는.

그러나, 땅을 벗어난다면?

위로 올라간다면-
거기엔 오로지 빛뿐.

- ...난 잘은 모르겠지만,
인간은 누구나 땅 위에 발을 딛고 살아요. 사미르.

- 그 부분이 어려운 부분이지. 그렇지만 말이야...
땅위를 벗어날 것을 꿈꾸지 않는다면-
어떻게 벗어날 수 있겠어?
- 꿈이라... 그런 얘기로 과연 몇명이나
설득시킬 수 있을까요?

- 어렵겠지.
뭐 그래. 누구라도 땅 위에 발을 딛고 사는 것이 사실일지라도
에온을 느끼며 데온에서 사는 것과
데온에 발을 딛되 에온을 추구하는 것,
둘은 다르다. 미세한 듯 보이지만 상당한 차이지.

올라갈 수 있으며, 그것 역시 지향할 만한
아름다운 일이라는 걸 사람들이 이해한다면
많은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데온은 우리의 조건,
에온은 우리의 본질.

태어난 조건에서 벗어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우나
결국 우리가 나아가야 할 곳은 본질이다.

그러므로 체제는 사람들을 에온으로 인도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구성해야 해.
나는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

- (그 말을 하는 당신의 옆얼굴은
어둠과 벽난로 불빛 사이에 부드럽게 떠올라서-
마치 달빛을 받은 대리석 조각처럼 아름다웠건만.

정확히. 조금도 틀리지 않게 기억했지.
당신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내가 이해할수도 없고 가고 싶지도 않은 방향으로
자꾸 나아가려는 당신이
가볍게 날아올라 내 시야에서 사라지지 못하도록.)

(재판장에서)그는 말했습니다.
본질적인 것은 데온이 아니라 에온이므로.
자신이 휴스 에온이 되면
에온 쪽을 우위에 놓고
체제를 개편하겠다고.

- ...네 말은 거짓이라고 할 수는 없었어.
나는 몇 시간 동안이나 심문관들과
개념과 사상에 얽힌 지루하고 헛된 토론을 벌였지만

어떤 시각으로 보면
내가 한 소리와 네가 한 요약은 별로 다를게 없다는 건
알고 있었어.
그래서 빠져나올수 없었던 거고.


- 중요한 건 고발내용이
거짓인지 아닌지 따위가 아닙니다.
배신했다는 진실이지요.
거기엔 다른 해석 같은 건 없어요.

의도적으로, 악의적으로
나는 당신의 신뢰를 배반했어요.
그리고 당신에겐 가까운 이들이 별로 없었어.
좋게 여기든 나쁘게 여기든
모두 멀리서 그렇게 여겼지.

아무도 당신의 몰락에
자신의 생사가 달린 사람이 없었어.

그러나 루칼에게는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었지.
- 아마 궁금한 건
사실이었을 겁니다.

시험에 든 ‘낙원’이 어떻게 되는지.
대체 그 낙원이란 것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정확히 한 인간의 어느 부분에 존재하는 것인지.

- 유감스럽게도 나는
별로 쓸만한 표본이 못되었겠군.

- (피식 웃으며) 어차피 당신밖에 없었는 걸요.

내가 무엇을 갈구했든 무엇을 알고 싶었든 간에...

난 학자도 철학자나
종교가도 아니었으니까.

지식이나 이념이나 진리 자체가 관심사는 아니었어요.

언제나 에온은...
그 자체로서는 내게 잡히지 않았어.

내게 다가오고 부딪치는 실체는
한 인간으로 형상화돼야만 했고 그건 당신이었지.

그게 내 성향이었고, 한계여서
눈먼 바보처럼 당신에게 집착한 거죠.


- 그건 아마 일이 이루어지는
한 방식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 그럴까요?
하긴...
짐승에겐 짐승의 방식이,
나무에겐 나무의 방식이,
투모넬에겐 투모넬의 방식이 있겠지.

나아가기 위한.

- 그래. 그럴 거다.



- 나는 말이죠... 어쨌든

당신을 끌어내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거긴 내가 갈 수 없는 곳이니까.

질투심이 더 컸는지…

아니면 멀리 가지 못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형편없이 이기적인 어린애의 방식이라서…

부끄럽고 괴롭고...

서글퍼요.

왜 사랑도 내가 하면...
칙칙하고 조악하고 얄팍하게 변질되는지

그래도
그 고갱이에는...
분명히... 뭔가...

빛나는 소중한 것이
있기는 한데,

그걸 알아달라고는 차마 뻔뻔하게 말하지 못하겠지만
그렇지만...

언제나 그건 그 자리에 있었어요.
예전에도.

지금도.
- 결코 당신이...그렇게까지 되길 바란 게 아니었어요.
이런 소리 해봤자... 믿기진 않겠지만

- 믿어.
- 난 변했어요.
미치도록 후회했으니까.
다시는 절대로 반복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러나 아직... 남아있는 일이 있어.

이걸 마치기 전에는 진정으로 변할 수가 없어.
‘나단’이 사라질 수가 없어.
당신에게... 이제 돌려줘야 해.

당신의 것을. (나단이 품에서 황금안을 꺼낸다)

- 나단.
난 이제는...

(그걸 원하지 않아
그건 내게 이미 과거야.
다른 무엇도 내게 아직 없다 하더라도
그자리에서 떠나왔어.) / - 피하지 말아줘요.

그동안 계속-
끊임없이, 난 이 순간을 기다렸어.
이걸 위해서 왔어.

-
(나단이 사미르에게 다가가 이마에 황금안을 돌려준다.)

- 아름다워요...
당신은 이 모습이 가장 아름다워.
.......
사미르.
나를...


나를......

- 용서한다. 나단.
(나단이 고개를 들어 사미르를 본다.)
나도 용서해 주겠니?


- 하하...
무엇에 대해 용서해 달라는 거지요?
안 보았으면 좋았을 빛을 보게 한 것?
아니면 그것이 차가운 빛이었다는 것?
- 내 무지와 무관심으로 너를 괴롭혔어.

- 내가 나를 괴롭혔지요.
당신은 그저... 사미르였고.
다만 난 젊고 어리석은 멍청이여서.....
.......

그렇지만 그때도 어쩌면...
마음 어느 한구석에서는 알고 있었을거아.
투모넬이 투모넬인 것이 누구의 잘못도 아니듯
수정이 수정인 것은
누구이 잘못도 아니라는 것을.

그들 모두가 변해갈지라도-
그 순간순간은 모두 진실이라는 것을.
- (눈을 감으며) 아아.....
만족스러워.... 이제는.

그래. 이제는...
된거지요. 사미르?

이것으로 완결이죠?

- 그래.
완결이야.



- (나단이 사미르에게 다가가 그를 안는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


억겁을 산다 해도...

내게 이토록 빛나는 사람은
다시 없을 거야.”

(나단이 사미르와 떨어지며 눈을 감는다.)
...키타렌 시타 온.
- (그건... 네가 더 이상
어둠 속에 있지 않을테니까.

...그래.
과거에서 소환된 생생한 유령들이 사라짐과 동시에
완결이다.

그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하나의 완결이다.

키타렌 시타 온.)


평온해진 흰 뼈는 평온을 지나
그 너머로 갔습니다.

언젠가부터 그는 자신이 뼈라는 것에 무관심해졌고
마침내 까맣게 잊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뼈는 더 이상 뼈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니므로 자유로워진 그는
차갑고 깨끗한 새벽 공기 속을
노래하고 춤추며 날아올랐습니다.


다시 태어나기 위해.

[1] 춘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