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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7:43:17

오렌지(신동집)


1. 개요2. 원문3. 해석

1. 개요

신동집의 시.

2. 원문

오렌지 -신동집-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
오렌지는 여기 있는 이대로의 오렌지다.
더도 덜도 아닌 오렌지다.
내가 보는 오렌지가 나를 보고 있다.


마음만 낸다면 나도
오렌지의 포들한 껍질을 벗길 수 있다.
마땅히 그런 오렌지
만이 문제가 된다.


마음만 낸다면 나도
오렌지의 찹잘한 속살을 깔 수 있다.
마땅히 그런 오렌지
만이 문제가 된다.


그러나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
대는 순간
오렌지는 이미 오렌지가 아니고 만다.
내가 보는 오렌지가 나를 보고 있다.


나는 지금 위험한 상태다.
오렌지도 마찬가지 위험한 상태다.
시간이 똘똘
배암의 또아리를 틀고 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오렌지의 포들한 껍질에
한없이 어진 그림자가 비치고 있다.
누구인지 잘은 몰라도.

3. 해석

웬만한 문학 교과서에는 다 실려 있는 시. 오렌지라는 사물을 통해 존재의 본질 인식이라는 철학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런 면에서 김춘수과 주제가 상통하는 면이 있다. 일상적 사물로서의 오렌지와 본질적 의미로서의 오렌지를 대립적으로 제시하여 사물의 본질에 가 닿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한편 한 가닥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존재의 본질에 대한 매우 진지한 고찰이 담긴 시지만 평범한 고등학생의 기준에선 머리털 빠지게 어려운 시다. 덕분에 각종 문학 문제집에서 종종 최고로 Hard한 문제로 등장하여 크나큰 고난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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