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완성도는 나름 무난한 수준이라 원작을 안읽고 애니로 입문했다면 그럭저럭 재미있게 볼만하다. 그런데 원작을 읽고 봤다면 세부적인 작품성 측면에서 절대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울만큼 평이 상당히 좋지 않다. 라노벨을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 흔히 그렇듯 어느정도 각색이나 변화는 필수불가결이지만, 이 작품은 안 바꿔도 되는 부분이나 애니메이션으로 표현에 무리가 없음에도
특정 캐릭터 푸쉬와 감독 본인의 취향을 드러내기 위해 원작을 개조해버린게 정말 안좋게 작용한 케이스.
이렇게 많은 비판을 받고있는 속에서도 캐릭터 디자인 만큼은 호평을 받고 있다.
모리타 카즈아키가 작화감독으로는 몰라도 캐릭터 디자인에는 일가견이 있는 만큼 주요 인물들의 수려한 캐릭터 작화를 보여줌과 동시에 캐릭터 디자인이 각각 색다른 느낌을 주었기 때문에 호평이 대다수이며, 그 외의 인물들의 캐릭터 디자인도 호평을 받고 있다.
작붕이 심하게 자주 보이는 작화와는 다르게
배경 미술과
촬영 쪽에서는 괜찮은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 본작의 촬영 감독인 히라카와 류지는
키노의 여행 -the Beautiful World-,
암살교실 2기 등을 촬영 감독으로 맡은 적이 있고 그가 촬영 감독을 맡은 작품들은 광원 처리가 괜찮아서 평타 이상 정도 친다는 평이 많이 보이며, 본작도 나쁘지 않게 뽑힌 배경 미술 및 촬영 퀄리티가 작화와는 다르게 퀄리티를 잘 유지하고 있기에 호평을 받았다.
7화에 이어 8화도 원작은 바로 무인도 시험을 시작했는데 애니는 4권의 짜투리 사건과 오리지널 사건으로 가득 채워서 한 화를 날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물론 7화랑 달리 아무 의미는 없지는 않았다. 히라타가 아야노코지에게 호리키타와의 접촉을 꾀한 것을 미리 보여준 것도 무인도 시험에서 벌어질 히라타의 멘붕씬의 복선으로 재구성한 의도였을 수 있고[1] 쿠시다가 잠시 흑화 모드를 아야노코지에게 들춰보인 4권 장면을 미리 넣은 것도 이대로 3권으로 끝내면 쿠시다의 1권 임팩트가 그냥 허무하게 끝나버리기 때문에 넣었다고 볼 수 있다. B반의 이치노세와 호시노미야의 대화로 B반의 현재 판을 어떻게 읽고 있는지도 보여줬다.[2] 또한 류엔의 선전포고를 원작 이상으로 다뤄서 임팩트도 있었고 이부키가 류엔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도 미리 보여줘서 이부키가 C반에서 나가게 되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나머지는 아무리 봐도 분량 떼우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이런 걸 넣을 바에 차후 유력 히로인이 될 카루이자와를 조명하는 쪽이 더 낫다. 이미 원작의 장면만으로 충분한데 원작 이상으로 복선을 추가하는 짓은 의미가 없다.
다른 화에서도 스토리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특히 7화에서
카루이자와 케이 이벤트 2개를 호리키타가 뺏은 것이 원작팬들에게 가장 비판받는 부분이다.[3] 그 전에도 이치노세 이벤트도 호리키타가 뺏어갔다.[4] 또한 분량도 부족한데 스토리에 전혀 영향이 없는데다가 훨씬 뒤에 나오는 외전 이야기인 7화는 상당히 비판이 강하다. 이건 원작 팬이든 아니든 굉장히 뜬금없고 개연성도 부족하다는 평. 심지어 마지막화의 아야노코지의 대사를 생각하면 7화에서의 행동은 설정오류에 모순이다. OVA로 나올법한 이야기를 정식 TVA에피소드로 다루면서 정작 스킵을 많이 하고있는 전개에 대해서는 제작진이 호리키타 푸쉬를 위해 화를 낭비했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5]
전반적으로 원작의 진행 순서나 캐릭터(특히
아야노코지 키요타카)의 변화가 심하다. 원작의 핵심 내용은 순서를 당기거나 뒤로 미루고, 자잘한 사건은 다른 장면과 합치거나 최소화시켜서 오리지널로 자연스럽게 넣고 있다. 애니화되면서 재구성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 경우는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일반적인 애니화가 아니라 굉장히 많이, 특이하게 재구성되어 있다.
주인공 아야노코지에 대한 재해석이 원작과는 많이 다른 편이다. 덕분에 아야노코지 역을 맡은
치바 쇼야의 연기 평가도 안 좋게 보는 사람이 있다.[6] 바로 전 분기의
달이 아름답다만 해도 연기력에는 문제가 없었기에, 애시당초 연기 방향과 디렉팅이 애초부터 원작과 다른 것으로 추정된다. 캐릭터 디자인부터가 반달눈으로 바뀌고 원작에 비해 의욕이 없어 보이는 분위기가 되었고 시종일관 건조하고 무뚝뚝한 어투가 되었다. PV 나레이션까지만 해도 별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던 터라 7월 1일 Ameba TV에서 1화 선행방송을 한 1화를 보고 당황스러워 하는 사람이 많다.
호리키타 스즈네는 욕 먹을 정도로 많은 편애를 받았으나, 애니에서 묘사된 캐릭터성이 원작과 동떨어져 있기에 호리키타 팬이라고 하더라도 좋게 보기 힘들게 되어있다. 짧게 정리하자면, 원작은 쿨데레였으나, 애니는 츤데레로 마개조됐다. 원작에서 보인 쿨데레 행보들이 모두 츤데레 식으로 각색되어 나온다.[7]
그 밖에, 스도 켄은 상대가 자신보다 강하든 말든 무작정 으르렁거리는 분노조절장애 양아치였으나, 애니 제작진은 그 점을 숙지하지 못하고 류엔, 알베르트, 마나부에게 쪼는 모습을 넣어[8] 스도를 강자 앞에서는 분노조절 잘하는 찌질이로 만들어놓았다. 사카야나기 아리스는 쿠시다와 마찬가지로 내숭 떠는 하라구로 캐릭터였으나, 애니 제작진은 마치 일러스트만 대충 훑어본 거 마냥 대놓고 다른 반 학생들을 아랫것 취급하는 여왕님으로 묘사했다. 카루이자와 케이의 물 공포증 설정을 숙지하지 못해 수영장에서 물놀이하고 있는 오리지널 장면을 넣었다. 이렇듯 원작의 캐릭터 숙지 능력이 심각하게 부족하며, 도저히 캐릭터 재해석이라는 그럴싸한 말로 덮기 어렵다.
애니의 오리지널 연출 묘사도 상당한 비판을 받고 있다. 예를들어 4화가 방영되었을 때, 류엔 카케루가 등장하는 씬에서 웬 느와르 물에서나 볼법한 유흥업소삘나는 파티에서 술이 아니라 사과주스를 마시는[9] 실소가 나오는 장면이나 무인도 편에서 군대에서나 사용할 법한 위엄있는 상륙정이 등장하는 장면, 코엔지가 이능력 배틀급 마냥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고 타잔처럼 숲을 뛰어다니는 장면 등이 모두 오리지널 씬인데 과도한 연출이라는 평.
전개가 원작과 약간씩 다르기에 원작을 읽었다면 흐름이 끊긴다고 느끼거나 '어라, 여기서 이렇게? 그 장면은?' 등 의문이 생겨버려서 감상에 방해가 되기 쉽다. 원작을 무시하고 보면 자연스럽게 보이는 장면도 원작을 보면 아야노코지의 어투나 행동에서부터 마구 바뀐 전개나 통합된 이야기들이 이리저리 신경 쓰이게 된다.[10]
일단 원작을 먼저 접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조연 캐릭터들의 비중이 굉장히 적어졌다는 점. 메인 이벤트를 스킵하지 않는 건 감사하지만 여자들에 대한 망상에 빠져 사는 이케[11], 허언증이 심한 야마우치[12] 등이 주인공 아야노코지와 엮이며 소소하게 터뜨리는 개그 장면들을 즐기던 사람들은 그런 장면들이 애니에선 대폭 잘려 나간 걸 아쉽게 생각한다.
스토리 전개 외에도 작화에서 작붕이 심각하게 많이 보이며, 작화에 대해서도 많은 혹평을 받았다.
캐붕,
특정 캐릭터 푸쉬, 작화 붕괴, 압축생략된 급전개, 분량도 부족한데 쓸데없는 장면 추가, 황당하기 그지없는 연출 등 '라노벨 원작 애니가 욕먹는 요소는 모조리 담고 있다.[13] 그래서 BD 판매량은 낮다. 하지만 캐릭터 디자인과 스토리는 양호하기에 원작 홍보 효과는 톡톡히 봐서 폭발적인 상승을 보이고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요새는 원작 홍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애니메이션도 많은데, 홍보라도 잘 됐으니 다행이다 라는 반응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일단 원작 홍보 및 판매량 견인에는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점에 참작되었는지, 방영 후 5년이 지난 2022년 2월 말에
속편 제작이 결정되었다.
[1]
원래는 무인도 시험에서 벌어진 멘붕으로 히라타가 이제 자기 혼자 D반을 운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여 호리키타와의 접촉을 꾀한 것이다. 즉, 순서가 반대인 것.
[2]
애초에 목적이 뭐였든 간에 쓸데없는 장면임은 틀림없다.
[3]
이 일이 결정적으로 애니만 본사람들이 라노벨판을 보면 왜 이렇게 다르냐는 반응이 나오게된 이유이다.
[4]
특히 뺏을 당위성도 안 보이는데 결과적으로 스토리의 질이 저하된 게 문제다. 가짜 감시 카메라 작전은, 이치노세가 참가해야 C반의 양아치들에게 B반도 합세했다는 압박이 밀려왔으며, 무엇보다 심의가 열리기 직전이었기에 아야노코지와 이치노세가 재촉을 하자 냉정함과 사고력을 크게 잃은 C반의 양아치들은 그 뻔한 연극에 속아넘어간 것이다. 하지만 애니는 단순히 호리키타에게 이벤트를 양도하기 위해 그 두 가지의 요소를 배제했다. 이치노세 대신 호리키타가 왔으니 B반이 합세했다는 압박 요소가 없어졌으며, 본래 심의 자리에 가있어야 할 호리키타를 데려오기 위해 '심의 열리기 직전'이란 시간적 요소도 삭제했다. 고작 호리키타에게 이벤트를 떠먹여 주겠다는 이유만으로.
[5]
또한 해당 에피소드는 서비스격 내용이기도 했지만 마나부 다음 회장이 되는 나구모 미야비 첫 등장 에피소드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애니에서는 나구모 미야비가 등장하는 장면을 생략하고 원작에도 없는 서비스 장면들을 잔뜩 집어넣었기 때문에 큰 욕을 먹는 것이다.
[6]
치바 쇼야의 대표작인
아키야마 하야토나 다른 작품의 배역을 보면 그 캐릭터 자체로 잘 소화해낸 걸 감안하면 제작진이 제대로 잘못 잡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7]
원작에선 질투를 느끼면 겉으로만 '아, 그래?'라고 대답하고 쿨하게 받아들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주변 사람이 아야노코지에게 '저거 삐진 거야'라고 본심을 알려주는 식이었다면, 애니에선 주변 사람의 해설이 필요 없을 정도로 대놓고 츤츤이 강조되고 집착이 뻔히 보인다. 그 밖에도 아야노코지가 자신의 공을 호리키타에게로 돌릴 때 원작에선 호리키타가 아야노코지의 성격을 읽고 그 임기응변에 적절히 받아줬던 반면, 원작에선 아야노코지의 성격을 알만 한 캐릭터가 아야노코지의 본심을 읽지 못하고 얼굴을 붉히는 식으로 각색됐다. 특히 12화 마지막 장면은 빼도 박도 못할 츤데레 그 자체였으며, 원작의 호리키타의 모습하고는 동떨어져 있다.
[8]
애니메이션 오리지널 장면이다.
[9]
방송심의에 걸리기 때문에 미성년자가 음주하는 장면은 넣을 수 없어 이렇게 커버한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파티에서 음료수를 마시는 게 이상한 건 아니지만, 주스를 와인 마실 때나 쓸 법한 유리잔에 따라 마시는 게 묘하게 허세스러워서 비판을 받았다.
[10]
이 때문에 원작부터 본 사람과 원작을 안 보고 본 사람의 감상평의 온도 차가 비교적 매우 크다.
[11]
그나마 무인도 에피소드에서 캠핑 전문가라는 모습이 부각되어 의외로 유능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12]
뜬금없이 호리키타의 머리에 진흙을 묻히는 장면 때문에 또라이(...) 소리를 들었으나 마지막 화에서 그 이유가 밝혀져 명예는 회복했다.
[13]
단, 반론도 존재한다. 작화 부분도 타 분기 애니메이션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고, 다른 부분은 몰라도 스킵 부분은 대부분의 라노벨에서 흔히 볼 수 있은 상황인지라 이 작품 하나로만 따지는 것은 그렇다. 하지만 압축생략 문제에 대한 반론은 어폐가 존재하는 게, 실력교실 1기의 애니화 분량은 고작 3권이다. 다른 라노벨 애니들은 보통 4권 이상이며, 압축생략으로 악명이 높은 작품들은 5권이 기본이다. 그런데 실력교실 1기는 정석으로 권 당 4화씩 전개하면 되는 걸 그러지 않고 뜬금없이 OVA에나 넣을 법한 4권, 4.5권의 일상 스토리를 애니화하여 분량을 잡아먹었다. 2권의 경우에는 사건 순서를 뒤죽박죽으로 섞어 개연성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건 덤. 오히려 대부분의 라노벨 애니들은 '분량 상 어쩔 수 없다'란 변명이라도 가능하지 실력교실 1기는 그런 변명도 불가능해서 더 질이 나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