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 199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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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bgcolor=#992b2c><colcolor=#ffffff> 발매일 | 1991년 10월 |
장르 | 포크 |
재생 시간 | 33:22 |
곡 수 | 8곡 |
레이블 | 킹 레코드 |
프로듀서 | 제랄 벤자민 |
타이틀 곡 |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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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1991년 발매된 양희은의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2. 상세
어떤날의 기타리스트로 유명한 이병우가 어떤날 활동을 마친 후 오스트리아에서 유학을 하던 중 양희은과 만나 만든 앨범으로, 양희은의 데뷔 20주년인 1991년에 맞춰 나왔다.1987년 결혼하고 뉴욕으로 가서 살림만 했어요. 심심해서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났어요. 때마침 ‘
아침 이슬’ 20주년이 됐네, 병우야 이리로 와, 했죠. 둘이서 노래 만들어 연습하고 딱 하루 만에 앨범 전 곡을 녹음했어요. 한국에서 유통 좀 해보려니까 ‘장사 좀 되는 음악을 해보쇼’ 하고 거절당했어요.
<1991>의 심심함과 한가함이 사람들을 쉬게 해주는 것 같아요.
양희은, 2018년 인터뷰
<1991>의 심심함과 한가함이 사람들을 쉬게 해주는 것 같아요.
양희은, 2018년 인터뷰
전체적으로 어쿠스틱하고 미니멀리즘의 느낌이 돋보이는 앨범으로, 8개의 노래 모두 양희은의 목소리와 이병우의 기타 한 대로만 이루어졌다. 양희은은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맑고 높은 보컬이 아닌 고요하고 담담한 보컬을 선보였으며, 이병우의 기타도 담백하고 고독한 느낌을 준다. 이병우가 유학 시절에 맺은 인연으로 앨범에 참가한 거물 프로듀서 제랄 벤자민(Jeral Benzamin), 루이즈 본파(Luiz Bonfa), 허비 만(Herbie Mann), 존 피차렐리(John Pizzarelli) 등의 프로듀싱도 이러한 앨범의 차분한 분위기에 한 몫하였다.
양희은은 보컬 이외에도 본인이 직접 작사를 담당했다. 이병우는 기타와 작곡, 편곡을 담당했는데 당시 자신의 앨범을 발표하고 한국과 오스트리아를 오가며 유학과 음악 활동을 병행하는 중이었다. 덕분에 이병우는 제랄 벤자민 이외에도 마이클 맥도널드(Michael MacDonald)를 레코딩 & 믹싱 엔지니어로 섭외해 작업을 진행했는데, 디테일한 울림과 공간감을 비롯한 사운드 메이킹에 있어서 최상의 퀄리티를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단순히 기타 한 대로 이끌어가는 앨범이지만 매우 풍부한 느낌을 가졌다. # 이병우는 앨범의 소개글에서 이 앨범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작업을 마치고, 더 바라는게 있다면
이 노래들이 듣는 이의 마음에
편안함을 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이병우
이 노래들이 듣는 이의 마음에
편안함을 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이병우
발매된 뒤 큰 호평을 받았는데, 양희은의 많은 앨범들 중에서도 앨범의 완성도가 최고라는 평과 한국 포크 음악의 새로운 정경을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으며,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와 '그해 겨울', ' 가을 아침' 등이 히트하면서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하였다. 이 앨범을 통해 양희은은 ‘ 아침 이슬’의 맑은 이미지 이외에 더욱 많은 것을 보여주는 가수로 인식 됐으며 같은 시대를 걸어왔던 지지자들 뿐만 아니라 젊은 팬들까지 흡수하게 됐다. 여러모로 음악성과 상업성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앨범이라 할 수 있으며, 1980년대 후반에 접어들며 침체기에 접어 들던 양희은의 제2의 전성기를 불러 일으킨 앨범으로 평가받는다.
현재까지 1990년대 한국 포크 음악을 대표하는 명반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의 세차례 모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2007년 가슴네트워크와 경향신문이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2차 리스트 91위, 2010년 음악웹진 100BEAT가 선정한 1990년대 100대 명반 70위, 2018년 Melon이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3차 리스트 80위에 올랐다.
양희은은 자신의 커리어에서 특별히 애착을 가진 음반 중 하나로 이 앨범을 꼽았으며, "'1991'은 '원 기타, 원 보컬'로 내가 숨을 데가 없다. 죽자고 노래 연습을 하지 않으면 안됐다"고 말했다. #
앨범 커버에 등장한 퍼그 두 마리는 양희은이 실제로 키우던 퍼그였다고 한다.
3. 트랙 리스트
트랙 리스트 | ||||
<rowcolor=#fff> 트랙 | 곡명 | 작사 | 작곡 | 재생 시간 |
Side A | ||||
1 | 그해 겨울 | 양희은 | 이병우 | 4:15 |
2 | 그리운 친구에게 | 5:17 | ||
3 | 가을 아침 | 이병우 | 3:34 | |
4 | 저 바람은 어디서? | 양희은 | 4:20 | |
Side B | ||||
1 | 11月 그 저녁에 | 이병우 | 이병우 | 5:34 |
2 | 나무와 아이 | 양희은 | F.Sor | 4:20 |
3 |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 이병우 | 4:34 | |
4 | 잠들기 바로 전 | 어린왕자중에서 | 2:19 |
3.1. Side A
3.1.1. 그해 겨울
그해 겨울 |
찬비는 내리고 행여나 만나려나 헤매어 보면 |
3.1.2. 그리운 친구에게
그리운 친구에게 |
종일 내리던 비가 어느새 그쳐버린 저녁 무렵엔 |
3.1.3. 가을 아침
가을 아침 |
이른 아침 작은 새들 노래소리 들려오면 |
3.1.4. 저 바람은 어디서?
저 바람은 어디서? |
저 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는지 어디 |
3.2. Side B
3.2.1. 11月 그 저녁에
- 어떤날의 곡을 커버하였다.
11月 그 저녁에 |
누구를 부르듯 바람이 불어오면 |
3.2.2. 나무와 아이
나무와 아이 |
늘 푸른 나무 한 그루 |
3.2.3.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 양희은의 대표곡 중 하나이다.
사랑 - 그 쓸쓸함에 대하여 |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
3.2.4. 잠들기 바로 전
- 가사 대신 어린 왕자의 일부분을 읽는 양희은의 내레이션이 나온다,
잠들기 바로 전 |
여우가 말했다. |
4. 평론
기타와 보컬이 주조한 가장 이상적인 어울림
앨범에는 무서울 정도의 고독이 배어있다. 차가우면서 뜨겁다. 이 역설적인 균형은 당시 마흔 중년에 접어든 양희은의 심경과 같은 것이었을지 모른다. 지나간 모든 것들을 그리워하다 이내 체념하게 되는 나이. 어제 일처럼 뚜렷한 추억 앞에서 끝내 눈물만 떨구고 마는 고약한 기억의 습작. 마흔은 서글픈 나이다.
[1991]에는 데뷔 20주년을 맞은 포크가수 한 명과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유학 중이던 클래식 기타리스트 한 명만 있다. 그 외 모든 건 배제되었다. 베이스도 드럼도, 피아노도 브라스도 없다. 당황스러운 건 그 철저한 부재들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더 큰 풍요다. 이는 가사 때문이다. 수록한 8곡 중 6곡에 숨결을 불어넣은 그 시절 양희은의 사유는 맑고 예리했다. 그것은 사랑한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에 관한 고찰이요 깨달음이었다.
당시 26살이었던 이병우가 깨끗한 우리말로 쓴 ‘가을아침’은 그 넉넉한 한가로움에도 불구하고 중년의 육중한 고독을 담은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의 깊이엔 이르지 못했다. 영화 '겨울나그네'의 민우와 다혜가 떠오르는 ‘그해 겨울’, 떠나간 젊음 곁에 삶을 내려놓는 ‘그리운 친구에게’의 노랫말들 역시 이 앨범의 ‘부재 속 풍요’에 일조했다.
보컬과 기타의 음반인 [1991]은 사실 따로 떼어 놓아도 별개의 작품이 될 만큼 저마다 완성도를 지녔다. 양희은의 보컬만 들어도 좋고 이병우의 기타만 듣고 있어도 좋다. 양희은의 목소리에 담긴 엄숙한 운치, 침묵을 닮은 이병우의 연주는 살아가는 자의 고민, 사랑했던 사람을 향한 그리움, 홀로 있어 깨닫는 외로움, 꾹꾹 눌러 담은 슬픔을 담담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풀어낸다.
그래서 장르는 다르지만 이 음반은 조 패스와 엘라 피츠제럴드의 [Easy Living], [Sophisticated Lady]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다른 연주나 목소리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 오히려 그것들이 방해만 될 것 같은 두 사람의 완벽한 호흡에선 차라리 법률적 단호함마저 배어 나온다. 이는 역시 공간을 주무르는 사운드 디자이너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일이라, 조와 엘라의 작품들에 노만 그란츠라는 이름이 있었다면 이병우, 양희은의 [1991]엔 제랄 벤자민(프로듀서)과 마이클 맥도날드(레코딩 엔지니어)가 있었다.
이들은 ‘저 바람은 어디서?’라는 양희은의 물음에서 간절함이 묻어나게 했다. 또 스페인 클래식 기타리스트 페르난도 소르의 연습곡에 양희은이 가사를 붙인 ‘나무와 아이’엔 세련된 외로움을 더했고, ‘11월 그 저녁에’를 통해선 인생이라는 아득한 숙제를 좀 더 명료하게 다듬어 우리에게 건네주었다. 벤자민과 맥도날드는 [1991]에 냄새를 입혔다. 냄새의 정서는 그리움과 쓸쓸함이고 냄새의 계절은 가을과 겨울이다. 구름 위 신선처럼 클래식기타를 뜯어나가는 이병우는 최소의 소리를 위해 차려진 그 공간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이병우의 이해는 양희은이라는 쉽지 않은 보컬과의 호흡으로 치달았고 이내 음악을 완전한 고독과 슬픔에 바칠 수 있었다.
이병우는 이 앨범이 듣는 이들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그의 의도는 적중했다. 흐르는 연주와 담담한 노래, 읊조리는 가사는 듣는 이들의 마음 속 상처를 천천히 치유했다. 거기에는 그 상처 우리가 다 가져가겠다는 구원의 뉘앙스마저 있다. 다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다는 건 어쩌면 음악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이자 가치일지 모른다. 27년 전 양희은과 이병우의 만남은 그래서 결국 ‘음악의 이유’였다. 기타와 보컬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어울림을 둘은 들려주었다. 뻥 뚫린 가슴을 뻥 뚫린 음악이 메웠다. 무심함이 복잡함을 무너뜨리면서 앨범 [1991]은 태어났다.
2018년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선정 평 (김성대 평론가) #
앨범에는 무서울 정도의 고독이 배어있다. 차가우면서 뜨겁다. 이 역설적인 균형은 당시 마흔 중년에 접어든 양희은의 심경과 같은 것이었을지 모른다. 지나간 모든 것들을 그리워하다 이내 체념하게 되는 나이. 어제 일처럼 뚜렷한 추억 앞에서 끝내 눈물만 떨구고 마는 고약한 기억의 습작. 마흔은 서글픈 나이다.
[1991]에는 데뷔 20주년을 맞은 포크가수 한 명과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유학 중이던 클래식 기타리스트 한 명만 있다. 그 외 모든 건 배제되었다. 베이스도 드럼도, 피아노도 브라스도 없다. 당황스러운 건 그 철저한 부재들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더 큰 풍요다. 이는 가사 때문이다. 수록한 8곡 중 6곡에 숨결을 불어넣은 그 시절 양희은의 사유는 맑고 예리했다. 그것은 사랑한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에 관한 고찰이요 깨달음이었다.
당시 26살이었던 이병우가 깨끗한 우리말로 쓴 ‘가을아침’은 그 넉넉한 한가로움에도 불구하고 중년의 육중한 고독을 담은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의 깊이엔 이르지 못했다. 영화 '겨울나그네'의 민우와 다혜가 떠오르는 ‘그해 겨울’, 떠나간 젊음 곁에 삶을 내려놓는 ‘그리운 친구에게’의 노랫말들 역시 이 앨범의 ‘부재 속 풍요’에 일조했다.
보컬과 기타의 음반인 [1991]은 사실 따로 떼어 놓아도 별개의 작품이 될 만큼 저마다 완성도를 지녔다. 양희은의 보컬만 들어도 좋고 이병우의 기타만 듣고 있어도 좋다. 양희은의 목소리에 담긴 엄숙한 운치, 침묵을 닮은 이병우의 연주는 살아가는 자의 고민, 사랑했던 사람을 향한 그리움, 홀로 있어 깨닫는 외로움, 꾹꾹 눌러 담은 슬픔을 담담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풀어낸다.
그래서 장르는 다르지만 이 음반은 조 패스와 엘라 피츠제럴드의 [Easy Living], [Sophisticated Lady]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다른 연주나 목소리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 오히려 그것들이 방해만 될 것 같은 두 사람의 완벽한 호흡에선 차라리 법률적 단호함마저 배어 나온다. 이는 역시 공간을 주무르는 사운드 디자이너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일이라, 조와 엘라의 작품들에 노만 그란츠라는 이름이 있었다면 이병우, 양희은의 [1991]엔 제랄 벤자민(프로듀서)과 마이클 맥도날드(레코딩 엔지니어)가 있었다.
이들은 ‘저 바람은 어디서?’라는 양희은의 물음에서 간절함이 묻어나게 했다. 또 스페인 클래식 기타리스트 페르난도 소르의 연습곡에 양희은이 가사를 붙인 ‘나무와 아이’엔 세련된 외로움을 더했고, ‘11월 그 저녁에’를 통해선 인생이라는 아득한 숙제를 좀 더 명료하게 다듬어 우리에게 건네주었다. 벤자민과 맥도날드는 [1991]에 냄새를 입혔다. 냄새의 정서는 그리움과 쓸쓸함이고 냄새의 계절은 가을과 겨울이다. 구름 위 신선처럼 클래식기타를 뜯어나가는 이병우는 최소의 소리를 위해 차려진 그 공간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이병우의 이해는 양희은이라는 쉽지 않은 보컬과의 호흡으로 치달았고 이내 음악을 완전한 고독과 슬픔에 바칠 수 있었다.
이병우는 이 앨범이 듣는 이들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그의 의도는 적중했다. 흐르는 연주와 담담한 노래, 읊조리는 가사는 듣는 이들의 마음 속 상처를 천천히 치유했다. 거기에는 그 상처 우리가 다 가져가겠다는 구원의 뉘앙스마저 있다. 다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다는 건 어쩌면 음악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이자 가치일지 모른다. 27년 전 양희은과 이병우의 만남은 그래서 결국 ‘음악의 이유’였다. 기타와 보컬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어울림을 둘은 들려주었다. 뻥 뚫린 가슴을 뻥 뚫린 음악이 메웠다. 무심함이 복잡함을 무너뜨리면서 앨범 [1991]은 태어났다.
2018년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선정 평 (김성대 평론가) #
한 사람의 일생과 음악적 족적을 갈무리한 앨범이다. 개인과 음악, 그리고 시대가 모두 녹아있다.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질곡을 넘어 더 넓은 지평을 갖는다. 딛고 일어선 자의 감회는 앨범 소개글에서도 묻어 나온다. “1991년 여름. 나는 마흔이 되었다. '아침이슬' 이후 20년째이다.”
1970년대 포크(Folk)의 위상은 대단했다. 선두주자였던 그는 시대정신 그 자체였던 '아침이슬'을 시작으로 '하얀 목련', ' 한계령' 등을 히트시키며 그 시절을 풍미했다. 10년이 지나 포크의 위엄은 한 풀 수그러졌고, 개인적 부침이 겹쳐 휴지기를 가졌다. 그 후 4년만이다. 20주년을 기념함과 동시에 심신을 추슬러 내놓은 걸출한 재기작이다. 전곡을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완성해 포크 미니멀리즘 탄생의 신호탄을 알리기도 했다.
정점의 찬란함 뒤로 쌉싸름한 여운이 남았다. 창법도 이에 맞춰 변했다. 머리 위로 냉수를 쏟아 붓는 것처럼 또랑또랑한 목소리는 세월에 마모되어 모서리가 조금 둥글어졌고, 멜로디 라인에서도 음폭의 변화를 좁혀 극적인 연출 대신 자기서사에 집중했다. 여기에 중반이라는 나이가 선사하는 연륜이 깊이를 더한다. 가사는 회고조가 대다수이나 태도에서 묻어나오는 관록이 뒤돌아보는 일을 초라하지 않게 만든다.
소르(F.Sor)의 연습곡에 가사를 붙인 '나무와 아이'를 제외한 7곡 전부가 '어떤날' 출신 이병우의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가을하늘', '11월 그 저녁에' 작사, 모든 곡의 편곡과 연주를 담당해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병우의 간결한 편곡, 담백한 기타 연주가 변화한 음악 스타일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저 바람은 어디서?'는 이를 설명하기에 적합한 곡이다. 가사에 따르면 '왜 사는지 알고 싶어서' 떠난 머나먼 길의 해답은 '하늘 높이 날아 올라가 세상을 내려다 봤을' 때 보인다. 이 고백 위로 개인사가 쉽게 겹쳐진다. 쉼 속에서 여유와 관조를 얻었고 이는 곧 성숙의 원천이 됐다. '인생 참 어려운 노래여라'는 가사로 인간 본연의 고뇌를 담은 '11월 그 저녁에', 삶의 지향점을 노래한 '나무와 아이'도 유사한 맥락에 놓인다.
관조는 쓸쓸함으로 짙어지고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라는 곡으로 열매 맺는다. 김건모, 윤민수, 자우림을 비롯한 여러 가수들의 단골 리메이크 곡이며, 이 앨범의 정수(精髓)다. 가사와 선율의 절묘한 조합이 빼어나다. 가사는 슬픔을 가감 없이 담았고, 선율은 그것을 곱씹는다. 반복되는 음정 패턴이 감정을 극단으로 몰아세우지 않는 완충제 역할을 했다. 서늘한 처연함을 담고 있으면서도 드러내지 않는 절제미가 독보적이다. 치우치지 않는 덤덤함은 곡의 정서를 사랑에 관한 개인적 소회를 넘어 고독이라는 보편적인 위치로 나아가게 했다.
이즘
1970년대 포크(Folk)의 위상은 대단했다. 선두주자였던 그는 시대정신 그 자체였던 '아침이슬'을 시작으로 '하얀 목련', ' 한계령' 등을 히트시키며 그 시절을 풍미했다. 10년이 지나 포크의 위엄은 한 풀 수그러졌고, 개인적 부침이 겹쳐 휴지기를 가졌다. 그 후 4년만이다. 20주년을 기념함과 동시에 심신을 추슬러 내놓은 걸출한 재기작이다. 전곡을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완성해 포크 미니멀리즘 탄생의 신호탄을 알리기도 했다.
정점의 찬란함 뒤로 쌉싸름한 여운이 남았다. 창법도 이에 맞춰 변했다. 머리 위로 냉수를 쏟아 붓는 것처럼 또랑또랑한 목소리는 세월에 마모되어 모서리가 조금 둥글어졌고, 멜로디 라인에서도 음폭의 변화를 좁혀 극적인 연출 대신 자기서사에 집중했다. 여기에 중반이라는 나이가 선사하는 연륜이 깊이를 더한다. 가사는 회고조가 대다수이나 태도에서 묻어나오는 관록이 뒤돌아보는 일을 초라하지 않게 만든다.
소르(F.Sor)의 연습곡에 가사를 붙인 '나무와 아이'를 제외한 7곡 전부가 '어떤날' 출신 이병우의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가을하늘', '11월 그 저녁에' 작사, 모든 곡의 편곡과 연주를 담당해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병우의 간결한 편곡, 담백한 기타 연주가 변화한 음악 스타일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저 바람은 어디서?'는 이를 설명하기에 적합한 곡이다. 가사에 따르면 '왜 사는지 알고 싶어서' 떠난 머나먼 길의 해답은 '하늘 높이 날아 올라가 세상을 내려다 봤을' 때 보인다. 이 고백 위로 개인사가 쉽게 겹쳐진다. 쉼 속에서 여유와 관조를 얻었고 이는 곧 성숙의 원천이 됐다. '인생 참 어려운 노래여라'는 가사로 인간 본연의 고뇌를 담은 '11월 그 저녁에', 삶의 지향점을 노래한 '나무와 아이'도 유사한 맥락에 놓인다.
관조는 쓸쓸함으로 짙어지고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라는 곡으로 열매 맺는다. 김건모, 윤민수, 자우림을 비롯한 여러 가수들의 단골 리메이크 곡이며, 이 앨범의 정수(精髓)다. 가사와 선율의 절묘한 조합이 빼어나다. 가사는 슬픔을 가감 없이 담았고, 선율은 그것을 곱씹는다. 반복되는 음정 패턴이 감정을 극단으로 몰아세우지 않는 완충제 역할을 했다. 서늘한 처연함을 담고 있으면서도 드러내지 않는 절제미가 독보적이다. 치우치지 않는 덤덤함은 곡의 정서를 사랑에 관한 개인적 소회를 넘어 고독이라는 보편적인 위치로 나아가게 했다.
이즘
40대가 되면 이제는 질주를 멈추고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돌아볼 법도 한데, 데뷔 20주년에 내놓은 이 앨범에 드러낸 양희은의 감성은 결코 회고에 머무르지 않는다.
1988년 앨범 [이별 이후 / 숲(양희은의 새 노래모음)]을 함께 작업했던 이병우는 이 앨범 [1991]에서 모든 수록곡을 작곡했으며, 모든 곡의 반주를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만 채워나간다. 아마도 이 앨범은 1973년 신중현과 함께 한 앨범 [당신의 꿈] 이후 가장 모험적인 앨범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앨범은 양희은의 중/후반기의 앨범 중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 될 만큼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둔다.
‘작곡을 하지 않는 포크 가수’라는 흠을 잡고 보면, 앨범 전체가 이병우의 작품집처럼 보일 수도 있다. 즉 양희은이 이병우의 작품집에 목소리를 제공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양희은이 20년 동안 쌓아올린 조용하면서도 강렬한 아우라는 이 앨범이 양희은의 앨범이라는 것을 다시 각인시키고, 어쿠스틱 기타 연주는 양희은이 시 낭송을 하는 동안 감정을 고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이병우의 연주는 뒤로 물러서는 겸손을 보인다.
양희은은 이 앨범에서 모든 수록곡을 직접 작사하였다. ‘겨울’이라는 계절적 배경과 ’40대’라는 연령의 시간 축이 앨범을 관통하는 큰 주제이고, 수록곡들은 하나의 모노 드라마처럼 부드럽게 이어진다. 이전에 양희은의 작사를 온전히 감상할 기회가 없었지만, 담백하고 소박한 가사들은 이 앨범을 통해 이루어낸 새로운 성취이다. 앨범의 대표곡인 “가을 아침” 의 가사 중 “토닥토닥 빨래하는 어머니의 분주함과 / 둥기둥기 기타치는 그 아들의 한가함”에서 드러나는 대구와 효과적인 의성어의 사용, “심심하면 쳐대는 괘종시계 종소리”의 묘사는 입가에 미소가 새겨지는 부분이다.
앞서, ‘연주자로 겸손히 뒤로 물러난 이병우’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 앨범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공간에는 기체 같이 잡히지 않는 멜로디가 채우고 있다. 양희은의 노랫말을 정밀 묘사 하듯이 ‘완벽하게’ 기타 선율로 표현하고 있다는 이외에 다른 찬사를 할 수 없음은 나의 부족한 표현력에 기인함을 양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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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앨범 [이별 이후 / 숲(양희은의 새 노래모음)]을 함께 작업했던 이병우는 이 앨범 [1991]에서 모든 수록곡을 작곡했으며, 모든 곡의 반주를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만 채워나간다. 아마도 이 앨범은 1973년 신중현과 함께 한 앨범 [당신의 꿈] 이후 가장 모험적인 앨범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앨범은 양희은의 중/후반기의 앨범 중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 될 만큼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둔다.
‘작곡을 하지 않는 포크 가수’라는 흠을 잡고 보면, 앨범 전체가 이병우의 작품집처럼 보일 수도 있다. 즉 양희은이 이병우의 작품집에 목소리를 제공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양희은이 20년 동안 쌓아올린 조용하면서도 강렬한 아우라는 이 앨범이 양희은의 앨범이라는 것을 다시 각인시키고, 어쿠스틱 기타 연주는 양희은이 시 낭송을 하는 동안 감정을 고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이병우의 연주는 뒤로 물러서는 겸손을 보인다.
양희은은 이 앨범에서 모든 수록곡을 직접 작사하였다. ‘겨울’이라는 계절적 배경과 ’40대’라는 연령의 시간 축이 앨범을 관통하는 큰 주제이고, 수록곡들은 하나의 모노 드라마처럼 부드럽게 이어진다. 이전에 양희은의 작사를 온전히 감상할 기회가 없었지만, 담백하고 소박한 가사들은 이 앨범을 통해 이루어낸 새로운 성취이다. 앨범의 대표곡인 “가을 아침” 의 가사 중 “토닥토닥 빨래하는 어머니의 분주함과 / 둥기둥기 기타치는 그 아들의 한가함”에서 드러나는 대구와 효과적인 의성어의 사용, “심심하면 쳐대는 괘종시계 종소리”의 묘사는 입가에 미소가 새겨지는 부분이다.
앞서, ‘연주자로 겸손히 뒤로 물러난 이병우’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 앨범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공간에는 기체 같이 잡히지 않는 멜로디가 채우고 있다. 양희은의 노랫말을 정밀 묘사 하듯이 ‘완벽하게’ 기타 선율로 표현하고 있다는 이외에 다른 찬사를 할 수 없음은 나의 부족한 표현력에 기인함을 양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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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을 맞아 발표된 양희은의 음악 인생 20주년 기념 작이다. 프로젝트 듀오 어떤날과 솔로 작품들을 통해 주목 받았던 이병우와 협업했으며 중년에 접어든 베테랑과 당시 26세이던 젊은 뮤지션의 바람직한 시너지가 앨범을 장식했다.
눈 오는 어느 겨울 밤, 문득 지난 사랑을 차분하게 회상하는 "그 해 겨울", 돌이킬 수 없는 시절을 추억하는 "그리운 친구에게", 이병우의 곡들로 양희은 특유의 초연한 음성이 그득한 "11月 그 저녁에"와 고즈넉한 추억 속 동네 풍경을 회상하는 "가을 아침"에서 단출한 어쿠스틱 기타와 푸근한 목소리의 부둥킴이 훈훈하다. 이어서 앨범의 중심 트랙이자 (그 어떤 곡도 원곡의 감성을 넘어서지 못한) 수 많은 리메이크 버전이 양산된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와 푸르고 청아한 "나무와 아이", 소설 '어린 왕자'의 내용을 읊조리는 "잠들기 바로 전"에서 그의 보컬은 최상의 집중력과 설득력으로 듣는 이의 주목도를 최상으로 이끌어낸다.
[양희은 1991]은 그와 한국 포크의 건재함을 다시금 증명한 작품이었다. 암 수술과 시한부 판정, 투병생활을 이겨내며 체득한 양희은의 무덤덤한 독백이 시작부터 끝까지 앨범을 이끌며, 외로운 여행인 '인생'과 '삶'에 대한 아티스트의 관조적 시선이 드러나있다. 앨범의 전체 분위기인 쓸쓸함이 마냥 차갑지 않은 건 양희은의 음성에서 묻어나는 천성적 온기가 함께 해서 일 것이다. 깔끔하고 정갈하다. LP 앨범 자켓 뒷면에 언급된 이병우 의도가 앨범에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거목과 특출한 음악인이 함께 자아낸 작품은 '편안함', 이 한 마디면 충분하다.
Melon 앨범 소개
눈 오는 어느 겨울 밤, 문득 지난 사랑을 차분하게 회상하는 "그 해 겨울", 돌이킬 수 없는 시절을 추억하는 "그리운 친구에게", 이병우의 곡들로 양희은 특유의 초연한 음성이 그득한 "11月 그 저녁에"와 고즈넉한 추억 속 동네 풍경을 회상하는 "가을 아침"에서 단출한 어쿠스틱 기타와 푸근한 목소리의 부둥킴이 훈훈하다. 이어서 앨범의 중심 트랙이자 (그 어떤 곡도 원곡의 감성을 넘어서지 못한) 수 많은 리메이크 버전이 양산된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와 푸르고 청아한 "나무와 아이", 소설 '어린 왕자'의 내용을 읊조리는 "잠들기 바로 전"에서 그의 보컬은 최상의 집중력과 설득력으로 듣는 이의 주목도를 최상으로 이끌어낸다.
[양희은 1991]은 그와 한국 포크의 건재함을 다시금 증명한 작품이었다. 암 수술과 시한부 판정, 투병생활을 이겨내며 체득한 양희은의 무덤덤한 독백이 시작부터 끝까지 앨범을 이끌며, 외로운 여행인 '인생'과 '삶'에 대한 아티스트의 관조적 시선이 드러나있다. 앨범의 전체 분위기인 쓸쓸함이 마냥 차갑지 않은 건 양희은의 음성에서 묻어나는 천성적 온기가 함께 해서 일 것이다. 깔끔하고 정갈하다. LP 앨범 자켓 뒷면에 언급된 이병우 의도가 앨범에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거목과 특출한 음악인이 함께 자아낸 작품은 '편안함', 이 한 마디면 충분하다.
Melon 앨범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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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
1998년 67위 ||
1998년 67위 ||
멜론 선정 명반
양희은 1991 |
<keepall>
100BEAT 선정
90년대 베스트 앨범 100 70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