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문서: 아이들 프린세스
1. 개요2. 가브리엘3. 네코4. 니알라토텝5. 듀렌달6. 라파엘7. 로렌시아8. 루카9. 마츠10. 미타마11. 발뭉12. 브류나크13. 아네모네14. 아르테미스15. 아민16. 아스카론17. 아틀라스18. 알세리아19. 엑스칼리버20. 엔서러21. 요르문간드22. 요시노23. 우리엘24. 유타카25. 카스미26. 쿠마27. 페일노트28. 플레이아데스29. 로빈후드30. 오딘31. 아이기스32. 미카엘33. 이나리34. 가이샤35. 코하쿠36. 아모우37. 레이키38. 펜릴39. 스자쿠
39.1. 1화. 타오르는 스자쿠39.2. 2화. 봤지만 안 봤어39.3. 3화. 내 잘못이 아니야!39.4. 4화. 인기가 많은 줄 알았는데..39.5. 5화. 폭파시킨 건 양파뿐
40. 아조트41. 츠쿠모케이42. 판테라43. 엔마44. 도가비44.1. 1화. 그녀는 사기꾼?44.2. 2화. 부자가 될거야!44.3. 3화. 옛날이야기를 좋아해44.4. 4화. 정령들의 나라를 만들 거야!44.5. 5화. 장사는 사람을 남기는 거야.
45. 루디크럼46. 솜브릴46.1. 1화. 비를 기다려요46.2. 2화. 함께 차를 마셔요46.3. 3화. 익숙한 것일수록 소중해요46.4. 4화. 작은 빛도 환하게 빛나고 있어요46.5. 5화.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희망은 내려요
47. 오를레아 8 Basic48. 오를레아 8 Warrior49. 오를레아 8 Archor50. 오를레아 8 Masician51. 오를레아 13 Basic52. 오를레아 13 Warrior53. 오를레아 13 Archer54. 오를레아 13 Magician55. 오를레아 18 Basic56. 오를레아 18 Warrior57. 오를레아 18 Archer58. 오를레아 18 Masician59. (한국서버 미진행) 여름 이벤트 스토리1. 개요
아이들 프린세스의 캐릭터 스토리와 이벤트 스토리를 정리한 문서이다.2. 가브리엘
2.1. 1화. 반성이 필요해요
고마워 가브리엘, 오늘은 가브리엘 덕분에 살았어.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그런데 방금 전에 그 움직임은 뭐에요?
미안, 잠깐 방심했던거야.
기사님은 방심하시는 분이 아니잖아요.
분명 피로가 쌓였는데도 무리해서 싸웠던 거죠?
그냥.. 어제 그제 잠을 제대로 못 잔거 뿐이야.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네, 현명한 결정이에요.
그래 얼른 돌아가자.
아뇨, 잠깐만요 지금부터 반성회를 할거예요.
……에? 지금?
네, 당연한거 아닌가요? 반성은 그날 그날 해야 해요.
(아무래도 단단히 걸린 것 같네)
일단 오늘의 문제점은 본인의 몸상태가 안 좋은 걸 알면서도 무리를 했다는 점이에요.
제가 눈치챘기에 망정이지 기사님이 크게 다쳤을 수도 있어요.
물론 함께 있던 제가 다쳤을 수도 있고요.
그건 미안해.
기사님의 가장 큰 문제가 뭔 줄 아세요?
옆에 동료가 있는데도 뭐든 혼자 하려고 하는 점이에요.
… 그것도 미안해
기사님, 정말 이해하신 거에요? 건성으로 대답하는 거 아니죠?
아냐 진심이야.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을 거야.
그건 당연한거죠!
걱정시키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 뭐… 뭐하시는 거에요?!?!? 지금 제 머리를 쓰다듬으신 거죠?
아! 미안, 왠지 나를 걱정해주는 게 오를레아 같아서 나도 모르게 쓰다듬어 버렸네..
전 오를레아가 아니에요!
네 말이 맞아. 미안해 기분 나빴지?
자..잠깐만요.
응?
…기분 나쁘다고는 하지 않았어요. 그냥 놀란 것 뿐이에요.
어…. 그.. 그러니까 기사님이 그렇게 하고 싶으셨다면.
특별히 쓰다듬게 해 드릴게요!
괜찮겠어?
네에, 이, 이번만 특별히, 알겠죠? 이번만이에요!
그래 이번만.
/
2.2. 2화. 새어 나오는 속마음
(제람님은 아직 안 오신 모양이네, 너무 일찍 나왔나)(아무것도 안 시킨 상태로 앉아있기 뭐하니 맥주라도 하나 시켜야겠어)
(일단 맥주는 시켰는데… 언제 오시려나)
기.사.님
으앗!!...가..가브리엘?
가브리엘이 여기에는 무슨 일이야?
제가 못 올 곳을 온 건가요?
아까 상점가에서 기사님을 보고 따라와봤어요. 그랬더니 여기더라고요
흐음- 여기가 주점인가요?
응..여기가 주점은 맞는데.. 가브리엘은 이런 곳은 안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맞아요.
다들 주점 주점 그래서 어떤 곳인가 싶었는데
여기저기 괴성에, 노래에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잔뜩있네요. 여기는 규칙도 절제도 없어요.
정말 싫어. 대체 사람들은 왜 이런 곳에 오는 거죠?
하하… 그게 별로 안 좋은 모습을 보여준 건 맞는 것 같지만..
술에 취하면 평소에 안 보여주던 본심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나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야. 그렇게 보지마..
제 표정이 어떤데요?
이런 곳을 다니시다니 기사님 실망이에요?
다행이에요, 후후 제 표정을 잘 알아보시는군요!
그러지 말고.. 한 번 마셔 보는 건 어때?
네?
그렇게 보지 말고…. 잘 생각해봐. 지금 가브리엘은 술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면서 싫어 하는 거잖아?
전혀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싫어하는 게 정말 싫어하는 걸까?
제대로 알고 싫어하는 게 가브리엘의 성격에 더 맞는 것 같은데..
호오..
… 제법 설득력 있네요.
그럼 어디 .. 마셔볼까요
히끅… 와..이거 엄청나네요 히끅
… 가브리엘? 한 번에 너무 많이 마신거 아니야?
네, 괜찮아요. 와 눈 앞이 빙글빙글 도네요.. 후후 날개짓도 안 하는데 발이 둥둥 떠 있는 것 같아요.
가슴이 간질간질 한 게 자꾸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아요.
무슨 말인데? 필요한 말은 다 하고 사는 거 아니었어?
하하하하 기사님~ 그럴리가요.
제가 기사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은 줄 아세요?
이~ 만큼 있는데 제가 히끅.. 다 참고 있는 거에요.. 후아…
와.. 나 또 쓸데없는 말 했어..
기사님 이거 안 되겠네요… 술은 정말 위험해요..
하마터면.. 기사님한테 좋아한다고 히끅.. 와 또..
(.. 가브리엘은 취하면 말이 많아지는 타입이구나)
걸을 수 있겠어? 아무래도 데려다 줘야 할 것 같은데
아뇨 못 걸어요.. 앉아 있을 거예요..
그래.. 좀 쉬는 게 좋겠다.
후.. 머리야
이제 좀 괜찮아졌어?
아뇨…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아파요. 이게 뭐가 좋다고 마시는 거람..
술 마셨을 때 기억은 나는 거야?
중간까지는 기억나는데 마지막은 기억 안 나네요.. 무슨 일 있었나요?
역시 술은 마시는 게 아니네요.
(취했을 때 했던 행동은 비밀로 하는 게 좋겠지… 가브리엘이 알게 되면 분명 기겁할 거야..)
아니 별 일 없었어..
/
2.3. 3화. 달콤한 선물
기사님, 지금 시간 좀 괜찮으세요?시간은 괜찮은데 무슨 일 있는 거야?
아,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별 일은 아니고..
이, 이거, 드리려고요…!
…쿠키?
네!!
(얼굴이 엄청 빨개졌네.)
고마워 잘 먹을게, 그런데 갑자기 웬 쿠키야?
그….그건.. 남았어요!! 남은 거예요!
오늘은 듀렌달에게 베이킹을 배우는 날이었거든요..
너무 만들어 버려서 아, 아깝잖아요!
그런 거구나.
맞아요! 듀렌달이랑 같이 만들었으니 분명 맛있을 거예요!
한번 맛을 봐주세요. 깜짝 놀랄걸요!
알겠어 지금 먹어볼게
지금요?!?
응, 지금 먹어보라는 거 아니었어?
아니 그게 .. 네! 먹어주세요.
그런데 이 쿠키 먹기에 아까운걸?
!! 그렇다면 돌려주세요.
…어?
필요 없다는 거죠…! 그렇다면 다른 사람에게 줄 테니까.
으앗! 가브리엘! 기다려 그런 말이 아니야!
아니요, 먹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요! 빨리 돌려주세――
――끼야앗!
――?!!
윽… 아파라 가브리엘 괜찮아? 다치진 않았지?
으… 네 괜찮아요..
이제 좀 진정했구나.
앗…과자가!!
다 망가져 버렸어요….. 간신히 만든 건데…
역시 맛있네
!! 땅에 떨어졌는데 그걸 드시면 어떻게 해요!
바닥 깨끗하니까 괜찮아.
그리고 아까 하려던 말인데, 모양이 예뻐서 먹기 아깝다는 거였어.
에?
그야 먹으려면 모양을 망가트려야 하니까 말야.
읏!! 저기 머리 쓰다듬는거 싫다고 전에도 말했잖아요.
아 그렇지, 미안 버릇이라
…그래도 오늘은 괜찮아요.
특별히.. 오늘만이에요.
/
2.4. 4화. 가브리엘의 오해
기사님! 여기에요-
미안 늦었지.
많이 기다렸어?
조금 기다렸지만, 괜찮아요. 얼마 안 늦기도 하셨고.
그래? 다행이네
오늘 같이 상점가를 돌아 달라고 하셨죠?
응, 옷을 선물하려는데 여자 옷은 잘 몰라서 말이야.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
아, 그래서 옷을 보고 계셨던 거에요?
아, 봤어?
아까 옷가게 앞에 계셨던 걸 봤어요. 한참 고민하시던 것 같은데
그럼 이야기가 좀 빠르겠네, 저 옷 어때 괜찮지 않아?
네. 매우…
잘 어울릴 것 같지?
전 귀여운 느낌의 옷 보다 지적인 느낌의 옷을 더 좋아하는 편이지만….
막상 입으면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그래? 그럼 이걸 사야겠다. 잠깐 기다려줘.
덕분에 좋은 옷을 골랐어. 아무래도 여자 옷은 뭘 사야할지 몰라 많이 망설이게 되거든.
기사님이 주시는 거라면 뭐든 좋을 거에요.
그렇게 말해주다니, 고마워
저야말로…..
뭔가 가지고 싶은 거 없어? 그동안 같이 싸우느라 고생 많았는데….
이왕에 여기 온 김에 필요한 거 하나쯤은 사줄게.
전 그걸로 충분해요.
응? 그거?
그게 선물로 놀라게 해 주는 것도 좋지만, 제가 눈치가 빨라서요.
아, 그래 여자들은 깜짝 선물을 더 좋아하겠구나..
미안 내가 잘 몰랐어.
아, 전 이벤트를 딱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실망하지 마세요.
선물은 좀 더 고민해 봐야겠어.
역시 가브리엘은 똑똑하네, 고마워.
머리 쓰다듬는 거 싫다고 말했는데… 뭐, 그래도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니까.. 특별히 용서할게요.
하하하.. 정말 고마워. 그럼 어제 약속한 대로 맛있는 저녁을 먹자.
가브리엘??? 왜 갑자기 화를 내는 거야?
오늘은 거실에서 주무세요!
이유라도 좀 알려줘, 왜 이렇게 화를 내는 거야.
화 안났어요. 그냥 거기서 반성하세요.
??? 대체 내가….
전부 다요! 전부 다!
처음부터 오를레아에게 선물할 옷이라고 말했다면 이렇게 오해하지 않았을 텐데! 다 기사님 때문이에요!!
설마
그래요!! 저한테 주시려는 줄 알고 기대하고 있었단 말이에요!
왜 오해를 하게 만드세요!
제가 착각하는 걸 보고 즐기셨죠? 분명해. 거실에서 주무세요!!
앗! 거긴 내 방….이라고…
하아!
(내가… 뭘 잘못 한 거지)
/
2.5. 5화. 감기 조심하세요
… 콜록, 콜록. 도대체 서류가… 콜록…..분명.. 콜록
(후.. 이번 감기는 정말 독하네 옮기지 않게 조심해야겠어)
후.. 죽겠네
왜 나와 계세요? 주무시고 계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콜록.. 콜록.. 아 가브리엘이구나 여태 잤어…
그래도 더 자야 해요. 계속 기침하고 계시잖아요.
계속 누워 있었더니 머리와 허리가 더 아픈 거 같아서… 콜록. 콜록.
차라리 일을 할 생각이었는데… 콜록. 책상 위에 놓아둔 서류가 안 보이네. 혹시 네가....
아. 그거라면 제가 다른 곳에 잘 두었어요.
아니… 콜록, 그, 그걸 왜…..
정말…. 몸이 이렇게 안 좋은데... 꼭 일하셔야겠어요?
그래, 그러니까 서류를 가져와 줄래?
으으응. 그럴 수 없어요.
난 정말 괜찮다니까.
감기에 걸린 것부터가 괜찮지 않은 거예요.
감기에 왜 걸렸겠어요.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졌기 때문이잖아요.
저항력이 왜 떨어졌겠어요? 면역력이 없어서잖아요.
면역력은 왜 없겠…
아… 그만…. 머리 아파.
그래도 들어야 해요. 기사님은 자기 자신을 너무 학대하고 있어요.
하… 학대…?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좀 더 가져요.
쉬어야 할 땐 쉬고, 자야할 땐, 자고.
기사님은 그럴 필요가 있어요.
자, 그러니까, 다시 방으로 가셔서 푹 자요.
아니.. 난, 충분히 쉬었고, 충분히 잤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게 문제예요. 반성하세요. 충분하지 않은 데도 충분하다고 하다니…
아, 아니.. 가브.. 콜록콜록.
봐요. 계속 기침하는 주제에. 어서 들어가요.
콜록… 콜록..
(… 누구지… 오를레아인가?)
(옮으면 안되는데..)
콜록… 콜록… 뭐야.. 가브리엘?
네. 저예요.
콜록.. 아 미안…..이 아니라 왜 여기 있는 거야?
그야 기사님 때문이죠.
응?
계속 열나서 헛소리 하셨던 거 아세요?
머리가 펄펄 끓어서 녹아내리는 줄 알았어요.
콜록.. 콜록.. 아.. 미안
미안하면 다시 주무세요.
얼른 나으셔서 제가 걱정하지 않게 해주세요.
자, 반성하시면서 주무세요. 얼른요-
/
3. 네코
3.1. 1화. 꽃을 선물 한다냥!
오를레아-
오를레아?
(장보고 온다더니 벌써 나갔나 보네, 그럼 청소를 좀 해놓을까?)
으으….
네코? 무슨 일이야?
너!! …나쁘다냥!
니가 오를레아를 독차지해서! 네코는 오를레아랑 놀 수 없다냥!
오를레아라면…
시끄럽다냥! 너 혼자만 오를레아랑 놀고… 나쁘다냥!
흥!
(..오늘도 내 말을 들을 생각은 없는 거구나.)
(그러고 보니 매번 이 패턴인데, 조금 사이가 좋아질 방법은 없는 건가)
으으으으!!!
너!! 아까 오를레아랑 무슨 이야기 한 거냥!
아, 별 이야기는 아니었어.
근처 강변에 예쁜 꽃이 피었으니 같이 보러 가자는 거였어.
흐음. 강에 피어 있는 예쁜 꽃, 냥….
네코?…어, 대화 중에 어딜 가는 거야?
그야 당연히 강에 간다냥. 네코, 오를레아에게 그 꽃을 보여 줄 거다냥!
에헤헤… 내가 꽃을 주면 오를레아가 나하고만 놀아 줄 거다냥.
아, 이봐 네코! …가 버렸군.
흐응~ 흥흥흥~ 예쁜 꽃은 어디에 있냥?
(걱정 돼서 따라오긴 했는데.. 길은 제대로 찾은 모양이네)
예쁜 꽃~ 예쁜 꽃~ 냐앙?
…냥! 강 속에 물고기가 잔뜩 있다냥! 맛있겠다냥!
(정말 고양이 특성은 다 갖고 있구나)
그럼 한 마리만 잡아서 먹고 마저 찾을까?
으앗? 해가 지고 있잖아!
벌써? 아직 꽃을 못 찾았는데!!
(… 그야 계속 딴짓하고 놀았으니 어쩔 수 없지)
(물고기에 정신 팔렸다가, 반짝이는 돌에 정신 팔렸다가….. 마지막엔 나비를 쫓아 다녔으니...)
흐아아아앙.. 내 꽃..
꽃이 없으면 오를레아가 안 놀아 줄텐데. 으아아아아앙
그럼 이 꽃을 줄래?
응악!!
뭐냥! 니가 왜 여기있냥!!
그 꽃을 받으면 오를레아도 기뻐할 걸.
싫으면 다시 가져갈게
….
네코?
싫지 않다냥..... 가져가지 마라냥..
…꽃 줘서 고맙다냥.
니 덕분에 무사히 이 꽃을 갖고 돌아갈 수 있다냥.
사실은 네코 혼자 힘으로 오를레아에게 꽃을 주고 싶었다냥..
그래도 도와줘서 고맙다냥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이렇게 보면 그냥 친구를 질투하는 것 같네)
…그, 그래도! 오를레아랑를 독차지하는 건 나쁘다냥!
그래 다음에는 함께 놀자.
무슨 소리냥!!! 오를레아랑 노는데 너는 필요 없다냥!!!!
(……친해지려면 한참 멀은 건가)
/
3.2. 2화. 숲에 따라간다냥
냐아아앙….흐흑.. 냐아아아앙…. 오를레아… 냐아앙..
(네코?)
(거실인 것 같은데 왜 울고 있는 거지?)
네코, 무슨 일이야?
너지!! 네가 분명해!! 냐아아아앙.. 흐냐아앙..
네코?
오를레아! 오를레아를 어디에 숨겼냥? 왜 숨겼냥! 냐앙… 냥아앙….
…. 네코
내 이름 부르지마라냥!!! 너는 비겁자다냥!!
오를레아를 독차지하고 싶어서 숨겨버리다니. 절대 용서하지 않을테다냥!
(대체 네코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하아- 어제 오를레아가 한 말 생각 안나?
아침 일찍 숲에 다녀온다고 했잖아.
뭐? 아침 일찍, 숲에? 왜냥? 왜, 왜, 왜, 왜냥!
호, 혹시….. 내가 보기 싫어서냥… 오를레아, 오를레아… 흐냥…. 와아아아냥……
이른 아침에만 발견되는 약초를 캐러 간다고 말했는데 못 들었구나.
오를레아가 널 보기 싫어할 리가 없잖아.
거짓말이다냐아아앙.. 냐아아아앙.. 거짓말쟁이다냥!!!!
거짓말이 아니야. 정말 그랬어.
흐냐아아아앙.. 못 들었다냥!!
(… 내 말을 전혀 들을 생각이 없구나..)
그럼 오를레아를 찾으러 숲으로 갈래?
진짜냥? 흐… 으응냥…
응, 숲에서 오를레아에게 직접 들으면 믿을 수 있지?
알았다냥…. 그런데…
응?
거짓말이면 용서 않겠다냥.
거짓말이면 할퀴어도 좋아..
냥!! 약속 한거다냥! 가자!
(그래.. 오를레아에게 직접 들으면 이제 좀 믿어 주겠지)
오를레아~
오를레아~
그렇게 부르지 않아도 돼. 어디쯤 있는지 아니까.
정말이냥?
그 약초가 자라는 곳으로 가면 돼
그게 어디냥? 빨리 말해라냥~
저 쪽…. 앗!! 네코
먼저 가버렸네.
…. 그쪽은 비탈길인데
냐앙~ 네코, 죽는다냐앙~~
일부러 이상한 길을 가르쳐 준 거냥? 진짜 나쁜 놈이다냥.
(…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오를레아랑 내가 못 만나게 하려고 이상한 수를 쓰냥? 용서하지 않겠다냥~
괜찮아? 다친 곳은 없어?
흐냐아아앙 상냥한척하지 마라냥!
다친 곳은 없는 것 같네.
오를레아가 있는 쪽으로 데려가 줄 테니까. 너무 달려가지마
약속할게
정말이냥?
응, 그러니까 그만 울자.
오를레아에게 예쁜 얼굴을 보여주고 싶잖아?
좋다냥! 냐옹- 예쁜 얼굴로 찾아갈거다냥!
그래 꼭 데려다 줄게
/
3.3. 3화. 우리를 방해하지마라냥
후냐아아아앙..
계속 하품하는구나
잠이 부족한 것 같은데 왜 따라 나온거야?
후냐아아앙..
그야 네코, 멋지게 예화정령을 잡아서 오를레아에게 자랑할거다냥~
자랑이라니
예화정령은 자랑하기 위해서 잡는 게
말하지 마라냥!! 너한테 잔소리 듣고 싶진 않다냥!
그래그래, 그래도 다치지 않게 조심…
…. 앗! 어딜 가는 거야?
네코, 거기 서!
잡았다냥~!
(……. 생쥐?)
하아.. 생쥐 한 마리 잡으려고 그렇게 뛴 거야?
예화정령이 나타난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앗! 오를레아에겐 비밀이다냥~
절대 말하면 안 된다냥! 네코 실수했다냥!!
그래… 말하지 않을게
…..
네코?
거짓말이 분명하다냥!!
내가 생쥐를 잡은 걸 자랑하지 못하게 하려고 그러는 거다냥!!
그러지 않고서는 이렇게 순순할 리가 없다냥!
네코,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나는 네가 오를레아를 좋아해줘서 고마운 것 뿐이야.
진찌냥?
응
말하지 않겠다고 한 건, 네가 싫다고 해서 그런거야.
나도 너랑 친해지고 싶어. 그래서 네가 싫다는 건 하고 싶지 않아.
헤헹
그럼 내 말 잘 들어라냥!
나한테 할 말이 있어?
그렇다냥!
나랑 친해지고 싶다면 나랑 오를레아의 사이를 방해하지 마라냥!
그건 아주 많이 나쁜 짓이다냥!!
계속 방해하면 콱 깨물어버릴거다냥!
이해했으면 이제 안내하라냥!
잠..잠깐만 내 말도 들어…
앗!! 내 생쥐! 내 생쥐가 없어졌다냥!!
찾아야 한다냥!!
냐아아아앙 내 생쥐!
(그새 오를레아를 까먹은 모양이네)
오를레아 보러 가기로 한거 아니었어?
아!!
아까 하려던 말인데, 나는 방해꾼이 아니야.
나는 네가 오를레아랑 친하게 지내줘서 고마운거 뿐이야.
너랑 오를레아 사이를 방해할 생각은 없어. 그러니까 생쥐는 그냥 두고 오를레아를 보러 가자.
오를레아는 쥐는 별로 안 좋아할 거야. 네코가 쥐를 먹는다면 더더욱
아니다냥!!
오를레아는 내가 뭘 하든 좋아해 줄 거다냥!!!
역시 넌 나와 오를레아 사이를 갈라 놓으려는 거다냥!!!
으앗.. 네코!
(오늘도 실패인 것 같네)
(네코랑 친해질 수는 있는 걸까)
/
3.4. 4화. 유령은 무섭다냥
(…? 거실에서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도둑인가)
(혹시 모르니 나가봐야겠어)
(거실에는 아무도 없어, 아까 오를레아방 쪽도 문제 없었으니까)
(남은 건 부엌인가)
(…. 그런데 도둑이라면 왜 부엌에 있는 거지?)
(안을 조금 들여다 봐야겠어)
(어? 조리대 앞에 누군가가 있는데…)
(작고… 꼬리가 살랑이는 게… 네코구나)
(혼자 부엌에서 뭘 하는 거지?)
(당장… 아니지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네코를 겁줘보겠어)
후냐아앗!!
왜 갑자기 불이 꺼진 거냐앙..
네코오오오오….
여기서 뭘 하는 거냐아아~
누, 누구냐냥…?
내 이름을 어떻게 아는 거냐아아앙…
나는 이 곳을 떠돌아다니는 유령이다아~
유… 유령…?
나는 네가 했던 일들을 보고 있었다아아아아… 너는 이 집의 주인을 괴롭혔지….
그리고 지금은 도둑고양이처럼 뭔가 훔쳐먹고 있구나아아……
아… 아니다냥.... 괴롭힌 적 없다냥.. 그리고 지금은 그냥 뭐가 있는지 보려고 들어온 거다냥.
거짓말이구나아아아… 네가 지은 죄가 적지 않으니… 내 너를 벌하리라아아아아…
사.. 살려 내라냥.. 아, 아니.. 살려 달라냥... 흐에엥… 잘못 안 했다냥.. 아, 아니.. 잘못했다냥... 냐앙….….
(휴, 연기가 먹힌 모양이네)
냐아아아아앙… 흐냐아아아아앙… 살려달라냐아아아아앙
(이런.. 너무 놀린건가 울기 시작했잖아?)
(…. 그냥 갈 수가 없어졌네, 모른척 들어가야겠어)
네코? 왜 여기서 울고 있는 거야?
흐냐아아아앙.. 흐냐…
왜 우는 거야?
유, 유령이… 네코보고.. 집 주인… 죄.. 벌… 나양… 흑흑….
크흡…
무섭다냥.. .. 유령…
괜찮아, 유령이 너를 해치지 못하게 내가 지켜줄게.
저, 정말이냥? 지금까지 너를 싫어했고, 앞으로도 너를 싫어할 건데도, 냥…?
(…. 정말 싫어했던 건가)
앞으로도 계속 싫어할 거야?
응. 하지만 지금보다 더 싫어하지는 않을 거다냥. 딱 지금 만큼만 싫어할 거다냥….
싫은 것 치고는 너무 가까이 있는거 아니야?
하지만.. 무서운 걸 어쩌냐냥~… 그리고 너는 오를레아랑 나를 계속 방해할 거잖아~냥..
크흡
어, 어?
하하하하.. 내가 졌어..
일관성 있어서 좋네, 그런데 이 밤에 뭘 하고 있었던 거야?
달콤한 게 먹고 싶어서 찾고 있었다냥.
내가 찾아줄게
……으….
(뭐지? 계속 보고 있네?)
네코 할 말 있어?
너… 좀 좋은 놈이다냥. 그래서 지금보다 반만 싫어할 거다냥.
아.. 고마워
(나쁘지 않네)
/
3.5. 5화. 피의 복수다냥
(모처럼 날이 좋으니 청소를 좀 할까)
네코? 바닥에서 뭐 하는 거야?
그렇게 뒹굴거리면 더러워져.
하지만… 네코 심심하다냥…
그래도 바닥 더러울 텐데…
상관마라냥…
안 돼. 지금부터 여길 청소할 생각이거든
에? 에에?
그치만 내가 지금 여기에서 놀고 있는데?!
그런건 상관없어.. 그보다… 너 너무 꼬질꼬질한 거 아니야?
잠깐 이리와봐..
무서운 녀석, 잔인한 녀석, 결국 나를 깨끗하게 목욕시키냐앙...
복수할 거다냥~
깨끗해서 기분이 좋아져야 되는데… 넌 복수를 다짐하냐?
그렇다냥. 앞으로 두고 보자냥…
(하아… 저 녀석은 도대체.. 어떤 사고 체계를 가지고 있는 거야..)
으앗…
네코!! 빨래가 다 쏟아졌잖아!
캬캬캬… 피의 복수다냥!
아… 정말 저 녀석…. 네코!
오늘은 감자 수프를 만들어 볼까?
어… 냄비가.. 후라이팬도 없네…?
이걸 찾느냥?
뭐 하는 거야? 어서 줘.
케케케… 내가 줄 것 같으냥~ 피의 복수다냥…
정말.. 저 녀석…
자기도 저녁을 먹지 못한다는 걸 모르는 건가…
저녁은 없어..
네가 후라이팬이랑 냄비를 가져가서 요리를 할 수 없었거든.
사악한 녀석이다냥… 너.. 나를 굶게 해 죽일 생각이냥…
그러게. 냄비와 후라이팬은 왜 가져 가서…
닥쳐라냥… 절대, 절대 용서 않겠다냥….
내 복수는 이대로 끝나지 않는다냥!!
/
4. 니알라토텝
4.1. 1화. 너는 내 하인
(뭔가 시선이 느껴지는데)
거기 누구야?
(그냥 기분 탓인가)
와악!!
!!!!
앗하하하!! 놀라는 얼굴 좀 봐. 딱 내 취향이네!
갑자기 달려들다니 무슨 짓이야.
그것보다 못 보던 정령인데 .. 넌 누구지?
좋은 질문! 이몸의 이름은 니알라토텝!
웃겨 보이는 녀석에게 살그머니 다가가는 혼돈이다!
(혼돈??)
무슨 소리야
네가 마음에 들었다는 거지!
널 이몸의 하인으로 삼아주마!
하인?
그래! 날 즐겁게 해주는 하인이다! 최고의 명예지!
그럼, 이렇게 만난 기념으로 오늘은 밤새 이야기하자…!
이몸을 즐겁게 만들어라!
잠깐만, 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
지금 너랑 이야기하고 싶다니까?
자아! 여기 앉아라!!
여기는 거리 한복판이잖아.
알 게 뭐야!
혼돈의 화신을 마주하고 대화하는 거라고! 영광인 줄 알아!
어…어?
(…뭔가 이상한 정령인데)
(…. 이야기가 끝나질 않아…)
(집에 가고 싶어…졸려...)
…그래서 말야! 어제는 한 시간 동안 몇 번이나 눈을 깜박일 수 있는지 셌는데….
….
이봐??? 이봐?? 하인 눈 떠.
감히 내 이야기를 듣는 중에 자는 거야? 일어나!!
하아… 이제는 한계야.
한계는 극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거야!
…..아니.. 난 인간이고, 절대 무리야. 나머지는 내일 하자.
오호! 내일도 함께 대화하고 싶다고? 훌륭한 하인이구나!!
좋아! 집까지 데려다 주지! 네 집도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
.. 아니 굳이….
하하하!! 당분간 심심하지 않을 것 같아!! 좋아
/
4.2. 2화. 주인님은 심심해
야아~ 하인아 나 심심해. 뭐 재미있는 거 없어?
….
응? 응? 재미있는 거 없냐니까?
없어.
시시한 놈.
뭐, 좋아. 네가 웃기지 못하면,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면 되니까.
무슨 이야기를 할까? 지난 번에는 강가에서 본 예쁜 돌 이야기를 했으니까, 오늘은….
아니, 지금은 조용히 해줘.
뭐, 뭐라… 하인이….
진짜… 그렇게 바빠?
진짜 바빠.
그럼… 내가... 외롭… 잖아… 으으… 이야기하자…….
아무리 졸라도 안 돼. 오늘 끝내야 하는 일이야.
하인… 너무해
(너무 차갑게 했나?)
(… 하지만 이 정도로 하지 않으면 멈추지 않으니까..)
(.. 너무 차갑게 대한 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일은 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지)
니알라…토텝?
아…! 안 돼! 그런…! 어휴…!
아니…! 싫은 건 아니지만…! 어휴…! 으윽!
뭐 하고 있는거야, 괜찮아?
(쇼고스인가 하는 저 촉수들, 니알라토텝의 수하들이 아니었나?)
(왜 니알라토텝을 괴롭히고 있는 거지?)
아…! 으응…! 어, 어서 와…! 와, 앙…!
아야야…! 쇼고스! 아앙.. 그런 곳을 조이면
지금 구해줄게!
아…! 그, 그리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앙!
어…? 지금 공격받고 있는 거 아니야?
하지만… 이건… 앙! 아프지만 기분 좋아서… 으응… 헥헥….
쇼, 쇼고스… 더 강하게 묶어도… 아앗! 돼…!
…하아?
게다가… 하인이 보고 있으니까… 뭔가… 앙… 하앙….
헉헉… 그, 그러니까… 으응… 조금만 더… 아앙!
맙소사. 니알라토텝….…
헉헉… 간신히 진정되었네… 기가 막히는군….
고마워 하인! 다시 와줬구나!
하아… 아까 너무 차갑게 대한 것 같아서 와본 거였는데… 이러고 있을 줄이야
헤에….
아니, 그보다 왜 공격을 당하고 있었지? 쇼고스는 네 부하 같은 거 아니었어?
음- 그게 보기에는 좀 공격적이긴 한데, 공격은 아니야.
그냥 내가 슬프거나 우울해하면 위로해 주는 거랄까
적당히 기분 좋은 곳을 묶어서 때려주면 하앙- 정말 기분이 좋아.
이해가 안되는군.….….
뭐, 이해 못해도 상관없어. 하인
그냥 나를 슬프게 만들면 이런 일이 생긴다는 것만 알고 있으면 돼!
그러니까 오를레아에게 이런 꼴을 보이기 싫으면 나를 심심하게 하지 마!
으하하하하! 하인은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을걸! 으하하하하!
하아-
/
4.3. 3화. 하인, 나를 덮쳐줘
하인아 안녕?
나랑 놀자!
아아- 그래 오늘은 한가하니까. 놀아줄게
어! 하인, 드디어 정신 차린거구나! 꺄하! 신난다!
그렇게 기뻐?
기쁘고 말고! 야호! 뭘 하며 놀까! 하인은 뭐 하고 싶어?
글쎄? 나랑 뭐하고 놀고 싶었는데?
아냐, 잠깐 뭔가 수상해. 무슨 의도야?
의도라니?
맨날 바쁘다고 날 버려두는 하인이 갑자기 놀자고 하다니,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
대체 무슨 속셈이지? 그러고 보니 오를레아도 없네?
그냥 요즘 계속 안 놀아줬으니까 놀아주려던 것 뿐이야.
아냐! 수상해! 이렇게 갑자기 친절해지다니…. 혹시, 너!
나를 버릴 생각인거지!
그럴리가 없잖아. 내가 너를 왜 버리겠어
으으… 거짓말… 너, 진짜 잔인해… 너무해.….
니알라..토텝?
(왜 이야기가 이렇게 진행되는 거지..)
(그것보다 이렇게 상심하면.. 또)
…! 쇼고스! 후아… 아앙… 응! 심해져…! 아아… 아앗!
(…이럴 줄 알았지)
후.. 구해줄게
안 돼! 멈추지마
하읏.. 흐응.. 상심한.. 하앙. 나를 위로하는 게.. 후앗.. 아아-- 쇼고스의 역할이야
흐응.. 읏..으응..
내 말을 믿을 생각은 전혀 없구나?
그야.. 하앗.. 흣.. 으응.. 나한테 친절하게 굴은 하인은 흐읏.. 하앙. 후우
다들.. 흣.. 흐읏.. … 내게서 떠났어….
금방… 아응… 내게서 떠났어….
나는 그런 생각이 아니라니까?
(아… 머리가 아플 것 같아)
그럼.. 흐앙.. 내가.. 정말.. 하앗.. 아… 으응.. 싫지 않으면.. 앙..아앙.. 나를… 덮쳐줘.
으응… 내 몸을 맘대로 해도 돼! 어서… 어서….
실컷 때리고… 묶고… 부끄러운 짓을 해도… 뭐든 해도 돼….
잊지 않게… 잊지 못하게… 나에 대한 사랑을 보여 줘….
나는 네가 어딘가로 떠나 버릴까봐…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어….
니알라토텝
이렇게 하지 않아도 나는 널 버릴 생각이 없어.
그리고 집도 직장도 여기 있는데 어떻게 떠나겠어.
그러니까 걱정하지마.
오늘은 시간이 나서 너랑 놀아주려던 것뿐이야.
하인….
고마워…하앙.. 흐앙… 그럼.. 이제 덮쳐줄래? 쇼고스만으로는 부족해
하아…
(…. 내가 뭘 기대했던 걸까)
/
4.4. 4화. 쇼고스가 너무해
하인아~ 하인아~
어, 니알라토텝. 오늘은 일찍 왔구나
응. 아침부터 심심하잖아.
그런데, 나는 기사단에 가봐야 하는데 어쩌지?
에에? 또 일이야?
응. 일을 해야 먹고 살지.
맨날 일만 하고 너무해! 그럼 나랑은 누가 놀아줘?
음, 나 대신 오를레아랑 노는 건 어때? 오늘은 오를레아가 비번이거든
그럼 좋아!
그래 그럼 나중에 보자!
다녀왔어
(아무도 없는 건가? 아니.. 어디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이 소리는.. 니알라토텝?)
니알라토텝! 괜찮…
… 쇼고스랑 놀고 있었구나
아… 으응….. 어….. 하, 하인….
아야… 앗… 음…. 쇼고스…. 너무 강하잖아… 조금 약하게….
으응…으… 이번엔 너무 약해… 좀 더 강하게…
기다려. 내가 떼낼게.
아니야.. 음.. 흐… 오지 마. 내버려 둬. 지금.. 으앙 딱 좋단 말야..
하아.. 오늘은 무슨 일이야?
오를레아랑 즐겁게 보낸 거 아니었어?
즐겁지 않았어.
무슨 일 있었어?
오를레아가 나랑 놀아준 건 겨우 한 시간이었어!!
그 이후론 쭉 혼자 있었어!!! 엄청나게 외롭고 슬펐단 말이야.
아.
하인은 바보야!!
미안. 니알라토텝.
내가 오늘 얼마나 서러웠는지 알아…?
하인은…. 나를 보자마자 일하러 가버리고
오를레아가 한 시간 밖에 안 놀아주고
흑…. 내가… 내가…
앗..아냐 니알라토텝 울지마.
뭐야… 이젠 울지도 못하게 하는 거야? 보기 싫다 이거지?!
그게 아니라.. 너가 슬퍼하면 또 쇼고스가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
4.5. 5화. 너는 하인이고, 나는 주인이야!
소금을 그렇게 넣으면 짜. 간을 잘 맞추는 게 요리의 기본이야.앗! 지금 파를 넣으면 어떡해!!
(… 시어머니가 이런 걸까)
(왠지 여자들의 시집살이가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
어, 어… 그만. 그만 끓여. 요리는 불을 얼마나 잘 사용….
니알라토텝.
왜? 하인아?
거실에서 가만히 기다려.
에?.... 으.. 알겠어
어라? 근데 이상하지 않아?
뭐가?
이상하다? 주인은 난데 왜 하인이 명령하는 거야?
음
(딱 잘라서 말하면 또 쇼고스가 튀어 나오겠지)
그게 그러니까..
(그냥 말할까)
(아냐, 주방에서 쇼고스랑 날뛰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아)
하인, 왜 말을 못해?
어………어?!?… 너 설마 나한테 고백하려는 거야?
뭐?
그렇잖아. 뭔가 긴장한 것 같은 미간, 불안하게 좌우로 흔들리는 눈동자….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뱉어내지 못하고 실룩이는 입술.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넌 지금 나에게 사랑고백을 할 때를 엿보는 거야.
하지만… 너는 종이고, 나는 주인…
이럴 수가… 신분의 차이가 사랑을 막네. 이런 비극이…아아.. 슬퍼라
아니, 그건 전부 네 망상…
왜 쇼고스가 튀어 나오는 거야!
흐윽… 아…. 이런 슬픔이… 그런데… 기분은 좋아….아…
하아…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결과는 같은 거였어….)
헉… 헉…. 니알라토텝….
사실 나랑 놀고 싶어서 오는 게 아니라 괴롭히러 오는 거지?
에엣??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런 거 아니야. 주인의 의무는 하인을 지키는 거야.
그리고 하인의 의무는 주인을 즐겁게 하는 거지! 그런데… 나는 의무를 다 하는데 너는…
미안, 니알라토텝 내가 잘못했어
(후.. 또 쇼고스가 튀어나올 뻔했어)
흐응-.. 반성하는 거야?
맞아, 심심하게 해서 미안해. 그럼 우리 재미있는 이야기 하고 놀까?
무슨 이야기?
그게….
뭐야 하인 아무 생각도 없이 질러본 거야?
아니야!
깜짝이야. 왜 그렇게 소릴 질러. 나, 귀 안 먹었어.
후… 니알라토텝
으응?
주인의 의무는 하인을 지키는 거라고 했지?
어? 어..
너무 피곤해서 죽을 것 같아. 그러니까 나를 위해서 저녁을 만들어 줄래?
아! 그래, 하인. 쉬어. 이 주인님이 너를 위해 저녁을 만들어 주마. 하하하….
(….진즉에 이렇게 할 걸)
/
5. 듀렌달[1]
5.1. 1화. 전속 메이드 듀렌달
(..모처럼 한가하니 좋네.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아)
주인님…!
음… 처음 보는데, 누구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주인님의 전속 메이드 듀렌달이라고 해요.
(메이드?)
(내가 메이드 같은 걸 고용했었나?)
잘못 찾아온 것 같은데, 나는 메이드를 고용한 적 없어.
후후후 그런거라면 여기 계약서가 있어요.
(확실히 내 서명이야.)
서명은 맞는데, 이 계약서를 처음 보는데?
그야 제가 사인한거니까요!
후후 주인님~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주인님은 평소처럼 지내시면 돼요.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럼 우선 청소부터 시작할까요? 잠시만 거기에 앉아 계셔 주세요!
(순식간에.. 정리를 끝냈잖아?)
(하지만 이거 괜찮은 건가?)
정말 깨끗하네, 고마워 그런데…
후후후 칭찬해 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이거는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청소가 끝나면 바로 저녁 식사 준비를 시작할게요.
저녁식사? 요리도 할 수 있어?
그럼요! 요리는 메이드의 기본인걸요!
오늘 저녁은 어제 드시고 싶다고 말씀하신 화이트 크림 스튜입니다.
(화이트 크림 스튜.. 분명 어제 오를레아랑 대화하던 중에 먹고 싶다고 하긴 했…는데)
(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걱정 마세요! 맛도 있지만 저는 영양도 챙길 줄 아니까요!
균형잡힌 식사를 위해 고기는 조금만 넣을게요.
주인님은 분명 고기를 좋아하시지만, 지난주 내내 고기를 드셨으니까요.
지금보다 채소를 더 많이 먹어야 해요.
어…. 고마워
(내가 지난주 내내 고기를 먹은 것도 알고 있잖아?)
고맙긴요,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인걸요?
후후후 앞으로는 식사 준비도 맡겨 주세요.
아 참!
주인님 시중도 제가 들게 해주세요.
어? 하지만 그럴 필요까지는….
주인님 시중을 드는 것도 메이드가 해야 할 일인걸요?
주인님 그제 이발 하셨죠?
어?
어.. 이발하고 왔는데…
다음부터는 제가 잘라드릴게요.
주인님은 조금 더 층을 내는 게 어울리는데, 어떻게 잘라야 주인님을 빛낼 수 있는 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아요.
알겠죠? 꼭 제가 자르게 해주세요!
아..알겠어 그렇게 할게.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나를 잘 아는 거야?
그건… 살짝 스토킹이…. 아니라….
(스토킹? 방금 스토킹이라고 한거 맞지?)
후후후 저는 주인님의 전속 메이드니까요.
주인님에 대해 파악해 놓는 것도 메이드의 일이랍니다!
그, 그래…?
네!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
5.2. 2화. 주인님은 내 운명
후- 여유가 생기니 좋네, 책이라도 읽을까.
어떤 걸 읽을까, 이건 지난주에 읽었고 이것도 이미 읽은 책이고
여기 찾으시는 책이에요.
듀렌달?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후후후후 그야 저는 주인님의 전속 메이드니까요.
주인님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기척 없이 대기하는 것도 메이드의 일이랍니다.
저...
응?
주인님이 좋아하실 만한 책을 몇 권 골라왔어요.
주인님은 추리 소설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나름 괜찮은 걸로 선정해 봤답니다?
어떤 책을 읽으실래요?
어… 그럼
(내 취향은 어떻게 안 거지…)
그럼 이 책으로 할게
후후후 제가 예상했던 책이네요. 그럼 부디 즐겨주세요 나머지 책은 따로 정리해 둘게요.
듀렌달
네~ 주인님.
뭔가 시키실 일이 있으신가요?
아! 최근 정화 작업이 많으셨죠? 피곤하진 않으세요? 마사지를 해드릴까요?
어깨랑 허리가 조금 뭉쳐 보여요.
아냐 괜찮아
그냥 잠깐 나갔다 오겠다고 말하려던 거였어.
외출이요? 그럼 저도!
아냐 듀렌달은 쉬고 있어.
늘 옆에 있어줘서 고맙지만, 가끔은 듀렌달도 쉬는 시간이 필요 하잖아?
매번 나를 돌보다가 듀렌달이 아프면 내가 너무 미안할 것 같아.
후후후 그러시다면 다녀오세요.
(생각보다 너무 쉽게 납득하는데, 괜찮겠지?)
후후훗-♥
주인님도 참, 이렇게나 저를 생각해 주시다니.
역시 주인님은 제 운명의 사람이에요.
주인님은 언제쯤에야 저야말로 주인님의 운명이라는 걸 자각해 주실까요?
언젠가 알아주실 거라고 믿지만, 조금 애가 타네요.
자아 그럼 일을 해볼까요?
주인님은 쉬라고 말씀하셨지만 전속 메이드로서 그럴 수는 없지요.
주인님이 안 계신 지금이야말로 주인님의 방을 조사할 찬스!
전속 메이드라면 주인님에 대해선 머리끝 부터 발끝까지 하나도 모르는 게 있어선 안 되죠.
우후- 이게 주인님의 침대
매번 여기는 못 건들게 하시지만 오늘은 이렇게 만져볼 수 있네요.
아- 베개에서도 이불에서도 온통 주인님 냄새가 나요.
후아~ 냄새 좋아..
어쩜 이렇게 향기로운지.. 후후후 원래대로라면 빨래해야 하지만 그러면 이 향기가 다 날아가겠죠?
아아- 죄송해요 주인님, 차마 아까워서 빨래할 수가 없어요.
후후후 그리고 여기가 주인님의 책상 아- 어쩐지 온기가 남아 있는 것 같아요. 핥고 싶어라..
의자에 앉아 있으니 주인님한테 안겨 있는 것 같네요.
이제 슬슬 주인님이 돌아오실 시간인 것 같네요.
안타깝지만 이 방을 나갈 시간이에요.
그래도 여러가지 정보도 얻었으니 오늘은 여기에서 만족이에요.
후후후 그럼 주인님 공략을 위한 전략을 짜러 갈까요?
/
5.3. 3화. 꽁꽁 묶인 사랑
후- 이걸로 전부 끝났네
주인님 수고하셨어요. 후훗- 주인님은 오늘도 멋지시네요.
듀렌달도 수고했어.
수고라니요.
저는 주인님의 전속 메이드로써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아! 주인님 이제 오늘 업무 끝나신 거죠?
괜찮으시면 저와 함께 식사 하실래요?
아, 미안 듀렌달 오늘 오후에는 오를레아랑 선약이 있어.
아아….
(표정이 너무 안 좋은데, 괜찮은 걸까)
듀렌달 괜찮아?
아니에요. 선약이 있으면 어쩔 수 없지요.
<그런데 주인님은 언제나 오를레아 생각만 하시는군요. 아아 정말.. 얄미워.>
(방금 뭐라고 한 것 같은데)
미안, 못 들었어 뭐라고 했어?
우훗- 별거 아니에요 주인님
목마르지 않으시냐고 물어본 거였어요.
아 그러고 보니 목이 좀 마르네.
전투 후에는 수분 보충이 중요하답니다? 미리 챙겨왔으니 이걸 드세요
준비해줘서 고마워. 후- 시원하니 좋네
후후 마음에 들어하셔서 다행이에요.
그럼 슬슬…. 어.. 왜
(갑자기 왜 이렇게 졸리지 설마…)
헛!
(얼마나 정신을 잃었던 거지? 여기는 어디지?)
어머 일어나셨어요 주인님?
듀렌달! 너!
아이 참- 너무 억지로 움직이지 마세요.
제가 잘 묶어 놓긴 했지만, 너무 격하게 움직이면 다칠 수도 있어요.
물론 혹시라도 다칠 때를 대비해서 치료할 준비도 해놨답니다-♥
…. 나를 묶어 놓은 이유가 뭐야.
우후후 그냥 별 거 없어요 주인님
저는 그냥 주인님과 단 둘이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답니다?
주인님이 저만 생각하기를 바래요. 아아- 지금처럼요
지금 화가나서 온통 제 생각뿐이지요? 후후후 정말 좋아요. 주인님은 화난 표정도 멋지네요.
이제 그만하고 얼른 풀어줘.
음………..
안 돼요.
뭐?
그야 지금 풀어드리면 오를레아를 만나러 가실 거잖아요?
그건 싫어요.
오늘은 저와 함께 있어 주세요. 제가 오를레아보다 못하는 게 뭐죠?
저 청소도 잘하고, 빨래도 잘하고, 베이킹에 요리까지 못하는 게 없는데 주인님은 틈만나면 오를레아만 생각하시죠.
오를레아 따위 잊어버리고 전부 제게 맡겨주세요.
(오를레아에게 질투하는 건가, 완전히 폭주했네)
(눈이 완전히 가버렸어…)
(다행이다, 신발에 칼을 숨겨 놨던 건 몰랐구나, 이걸로 줄을 자를 수 있겠어)
(시선을 좀 돌려야겠는데)
우후후 아니면 아예 우리 사이를 기정사실로 만드는 건 어떨까요?
주인님은 고지식하시니까, 일단 손을 대고 나면 끝까지 책임지시겠죠?
기정사실?
듀렌달, 너는 나랑 어떤 사이가 되고 싶은 거야?
드디어 저에게 관심을 주시는군요!
제 소망은 소박해요. 그냥 제가 생각하는 만큼 주인님이 저를 생각하고.
우리 단 둘만의 세계에 빠지는거죠.
그래요, 저는 주인님께 아주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요.
(후…이제 아주 조금이야)
저는 주인님과 함께하기 위해서라면 저 뭐든 할 수 있어요. 그럼…
(오…옷을 벗잖아?)
――크윽!! 안 돼!
꺄아악…?!
휴… 살았네..
……….실패해 버렸어요.
듀렌달… 너 말야.
흑흑… 이렇게 되었으니… 더 이상 주인님 곁에 있을 수 없어요….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저는 거품처럼 사라질게요….
하아...… 어딜 가려고.
그치만 주인님이… 흑흑
집에 돌아가자.
어머?
얼굴도 보기 싫은거 아니었나요?
그야, 네가 이런 짓을 한 건 화가 나지만
네가 이렇게 될 정도로, 방치했다는 부분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분명 내가 오를레아만 신경 쓴다고 생각한 거겠지.
주인님!
오를레아만큼은 아니지만 나는 너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
그러니까 돌아가자. 그리고 다음에 또 이런 짓을 하면 그 때는 용서하지 않을 거야.
네! 다음에는 묶지 않을 게요.
<아아- 너무너무 상냥한 주인님>
<역시 주인님만이 제 운명의 사람이에요. 절대, 절대, 절대 놓치지 않을게요>
듀렌달 방금 뭐라고 했어?
후후 주인님이 상냥해서 좋다고 했어요.
/
5.4. 4화. 주인님이 너무해!
그럼 이틀 뒤에 오겠습니다.
(옷은 전부 세탁소에 맡겼으니 이번에는 거기를 가야 하는데)
(듀렌달.. 아직도 쫓아오고 있구나)
(말려도 쫓아올 것 같아서 놔두긴 했는데, 끈질기네… )
(그래도 지금 가는 곳까지 따라오면 곤란하니까. 좀 떨어트려야겠어)
그럼 이제 집으로 돌아가 볼까?
(듀렌달에게도 들리겠지?)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듀렌달을 위해 과자를 사 가야겠어.
…집에 있겠지?
(좋아, 통했어 집으로 돌아가는구나..)
(그럼 나도 얼른 움직여 볼까)
…너무 늦어 버렸네 지금쯤이면 자고 있겠지?
조용히 들어가야 겠네
(오를레아는 깨지 않은 것 같아)
(후- 그럼 나도 얼른 잠을…..)
헉!!!
주인님
듀…렌달
이제야 오셨군요.
왜…여기에
설마 제가 돌아가기를 기다렸다가 오신 건 아니죠?
그런 건 아닐 거라고 믿어요.
그게…
오늘 제가 주인님을 따라다닌 걸 알고 계셨죠?
하하…
그리고 상점가에서는 거짓말로 저를 따돌리신 거고요!
그건 미안하게 생각해.
앗!! 인정하시다니!
그럼 저를 위해 과자를 구입하려고 했다는 것도 거짓말인가요?
아.. 그것도 미안해
돌아오는 길에 과자를 사려고 했는데 그만 가게가 닫혀 버려서…
너무해!
저는 혹시나 혹시나 하며 여태 기다렸는데
앗….울지마 듀렌달
과자는 못 사왔지만 다른 건 있어.
… 그게 뭐죠?
자, 여기 머리띠야.
어…어?!
저를 위해서 사 오신 거예요?
매일 나를 위해서 일해주고 있잖아..
그래서 뭔가 선물해주고 싶었는데, 마침 머리띠가 좀 낡은 것 같더라고.
네 선물을 사러 가는데 너를 데리고 갈 수는 없잖아?
그래서 따돌린 건데 미안 화났어?
…네!
정말?
정말요! 하지만.. 하지만.. 저를 위해 선물을 사 오셨으니까 제 부탁을 들어주시면 한 번만 봐 드릴게요.
부탁? 그게 뭔데?
제 뺨에 뽀뽀를 해주시면 돼요. 간단하고 쉽죠?
앗, 뭐야..
후후후 뭐긴요 주인님에게 도장찍은 거죠. 아- 혹시 이 이상을 원하시는 거라면..
아, 아니… 충분해…
후후 그럼 내일 봬요 주인님-
/
5.5. 5화. 좋은 꿈 꾸세요 주인님
!!!
안녕히 주무셨어요 주인님.
듀, 듀렌달…?
하아- 놀랐잖아.
..잠결에 유령인 줄 알았어.
유령이 아니라 정령이에요.
그걸 몰라서 하는 말이….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후후후 정확하게는 어젯밤부터에요.
밤새 여기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그것도 모르고 쿨쿨 자고 있었단 말야?)
(나 기사 실격인가.. )
그게 갑자기 주인님이 보고 싶은 거 있죠?
그래도 주인님을 깨우지 않게 조심했어요! 조용히 소리내지 않고 여기 앉아서 밤새 바라보기만 했답니다?
아- 그래도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흐르던지..
… 결론은 밤새 여기 있었다는 거구나.
후후 네, 아무것도 모르고 주무시는 걸 보니 묶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지난 번에 싫어하셨던 것 같아서 꾹 참고 있었어요.
(또…. 눈이)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어)
듀렌달 우리 대화를 해야 할 것 같아.
주인님과의 대화는 언제나 환영이에요
우선 왜 여기에 있는 거야.
후후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주인님이 보고 싶어서요.
물론 제 욕심만 채우려고 한 건 아니에요!
(욕심인 건 알고 있구나)
메이드는 주인님을 위험으로부터 지킬 의무가 있잖아요?
저는 주인님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 밤새 옆에 있었던 거랍니다.
어떤 위험? 나는 그저 침대에서 자고 있었는걸?
그래서예요.
..에…에?
예화 정령보다 더 무서운 게 뭔지 알아요? 악몽이에요. 악몽.
전 주인님이 악몽 때문에 힘들어 하실까봐, 옆에서 지키기로 한거에요.
하지만 난 악몽을 꾸지 않았는…듀렌달.. 왜 내가 악몽을 꿀 거라고 확신한 거야?
제가 주인님께 악몽을 꾸게 되는 저주를 걸었거든요.
그야 주인님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선 주인님이 위험해야 하니까요.
뭐..?
(그러니까…)
(밤새 나를 지키고 싶어서, 나를 위험하게 만들었다는 …. 거 맞지?)
안타깝게도 제 저주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어요.
아쉽죠…아! 물론 주인님이 주무시는 얼굴은 그 자체로도 사랑스러웠어요. 그냥 주인님이 악몽을 꿨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말이에요.
잠깐, 그냥 명분 때문인게 아니라 실제로….내가 악몽을 꾸기를 바란거야?
후후후 주인님 생각해 보세요.
밤새 지독한 악몽에 시달리다가 겨우 꿈에서 깨어나 숨을 몰아쉬는데 갑자기 꿈이 생각나서 두려워지는 거예요.
오소소소 소름이 돋고 얼음물에 잠긴 것처럼 손발이 차가워지는 거죠.
그 때 누군가가 옆에서 위로해주면 어떠겠어요?
후후후 그 상대가 정말 사랑스럽겠죠?
저는 악몽에서 깨어난 주인님을 위로해 드리고 싶었어요.
그럼 주인님이 지금보다 저를 더 좋아할 텐데.
(이거 진심이구나)
듀렌달, 날 좋아해주는 마음은 고맙지만, 평범하게 좋아해 줄 수는 없을까?
(이대로라면 다음에는 정말 악몽을 꾸게 될 거야)
평범하게… 혹시 지금의 제가 싫으신 건가요?
아니 .. 그런 건 아니고
그게 아니면요?
싫은건 아니지만 조금 더 평범하게, 아.. 나를 보고 싶으면 낮에 보면 되잖…아?
낮에요?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요?
아니.. 그건 아니지..
후… 듀렌달
나는 악몽은 꾸기 싫어.
아…. 악몽 때문이군요
죄송해요 주인님
(어? 듀렌달이 웬일이지)
생각해보니 제 방법이 나빴네요.
그래..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괜히 주인님께 사실대로 알려드려서 무섭게 만들었어요. 악몽을 이렇게 무서워하실 줄 알았으면 말하지 않는 건데…
그치만.. 원래는 주인님이 깨어나기 전에 나갈 예정이었답니다?
주인님을 무섭게 만들 생각은 없었는데 잠들어 있는 주인님을 바라보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나 지나 버렸어요.
어..어?
다음에는 들키지 않을게요.
후후후 그러니 안심하세요. 다음에는 왔다 갔는지도 모르게 할게요
(어?..……………………….어?!?!??)
후후후 좋아해요 주인님
/
6. 라파엘
6.1. 1화. 전투보다 중요한 것
주인님, 어때요.
다친 데는 여전히 아픈가요?
라파엘의 치유술 덕분에 꽤 좋아졌어… 고마워.
후훗, 제 일인 걸요. 주인님은 예화정령을 정화하느라 애쓰고 있잖아요.
이렇게라도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뻐요.
라파엘..
라파엘은 가끔 까먹는 것 같은데 치유술도 매우 훌륭한 기술이야.
아니.. 오히려 전투를 잘 하는 것보다 훌륭한 기술이야
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전투를 잘하는 건..
아무리 잘해도 결국 상처를 만드는 일이잖아.
내가 전투를 하면 다치는 사람이 생겨
예화 정령을 정화 하려면 어느 정도 제압을 해야 하니까..
죽지 않을 정도면 있는 힘껏 때리거든..
그래서 정화된 뒤에도 한동안 자리보전 하는 정령들이 많잖아.
… 하지만 네가 옆에 있다면..
다들 바로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어.
주인님…
그러니까 자신을 너무 깎아내리지마
이렇게라도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인 상황이야
주인님.. 저 주인님이 너무 좋아요
뭐…뭐?
어쩜 이렇게 상냥하게 말씀해 주시는지..
후후 앞으로도 계속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뭐..뭔가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 같은데)
그…..그래
/
6.2. 2화. 진짜 우는 게 아니야
어, 라파엘. 왜 부엌에 있는 거야?
어머, 전 부엌에 있으면 안되나요?
그런 게 아니라.. 오늘 성에 가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
후훗. 바로 그 때문에 여기 있는 거예요.
그 때문이라니?
다친 기사님들에게 건강식을 만들어주고 싶어서요.
라파엘의 치유술은 상당히 훌륭해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텐데…
어머… 고마워요. 주인님. 하지만 건강식 정도는 챙겨 가고 싶어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도울 일은?
음… 저기 양파 좀 까주시겠어요?
오케이.
양파는 다 까셨… 어머, 주인님. 왜 우시는 거예요?
아, 그게…
어, 넌 왜 눈물을 글썽이는 거야?
주인님이 우시니까… 내 마음도 찢어질 듯 아파요.
내가 우는 건 마음이 아파서가 아니야. 그냥 양파 때문이니까….
이유가 뭐든 주인님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건 견딜 수 없어요.
라파엘은 정말 마음이 약하구나…
그럼 다시 시작해볼까?
네. 양파는 이 정도면 충분하니까… 이번엔 대파를 까주시겠어요?
오케이. 맡겨만 두라고.
어머, 주인님. 또 울고 계세요?
아, 이 대파도… 맵네..
아이, 속상해라….
주인님이 자꾸 우니까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는 걸 아는데도 마음이 아파요
… 진짜 우는 게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지마…
다른 사람이 들으면 내가 우는 줄 알거야.
네 주인님~
/
6.3. 3화. 그 애가 부러워…
하아.. 완전 엉망이 됐네..
너무 자책하지 말아요. 그나마 이 정도에서 그친 건 주인님이 온 힘을 다 해 싸웠기 때문이잖아요.
그러지 않았더라면… 죽은 사람도 생겼을 거예요.
하지만… 그런 위로를 받기엔… 너무…
앗… 이런 팔에 상처가 생겼잖아요
괜찮아 별거 아니니까. 라파엘은 다른 이들을 도와줘.
그치만…
나는 괜찮으니까.. 다른 부상자들을 도와줘
네.
부상자들은 웬만큼 정리가 된 것 같은데….
(하아.. 하필이면 상단이랑 예화정령이랑 마주칠 게 뭐람…)
(….다행이 죽은 사람은 나오지 않았는데.. 물건이 전부 망가졌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겠군)
상단 사람들은 아직 멀쩡한 물건을 모아서 출발한데요
사람들은 참 강한 거 같아요. 아무리 힘든 일이 생겨도….절망하지 않고 저렇게 노력하는 걸 보면요.
그렇군. 나도 이렇게 풀 죽어 있을 수만은 없지.
나는 상단 사람들을 도울 테니 너는 먼저 들어가
.. 라파엘? 왜 이런 곳에서 자고 있는 거야.
주인님이 고생하시는 걸 보고… 어떻게 혼자 가요?
내가 생각이 짧았군. 널 먼저 보내고 합류하는 건데…
근데.. 벌써 이렇게 어두워졌군요..
그래, 그러니까, 어서 가자.
주인님.
응?
그런데 오를레아에겐 늦는다는 연락은 줬어요?
아!
주인님. 헉헉… 조금만 천천히…
아, 라파엘. 미안. 내가 너무 빨랐지?
정말이지, 주인님은 딸바보라니까…
어쩔 수가 없는걸. 오를레아는 아직 혼자 있는 걸 무서워하니까.
오를레아가 부럽네요…
어?
아뇨. 방금 한 말은 잊어요. 오를레아가 걱정하고 있을 테니 먼저 가요.
아, 아니. 라파엘을 내버려 두고 혼자 가지는 않아.
나한텐 라파엘도 중요하니까.
/
6.4. 4화.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기분 좋아….)
(누가.. 이렇게… 머리를 만져주는………? 잠깐 방에서 자는 중이었잖아?)
앗!
아얏.
라파엘!
주인님. 그렇게 갑자기 일어나시면…
왜, 여기 있는 거야?
주인님이 괴로운 신음소리를 내시기에…
내가?
네. 거실까지 들릴 정도로 크게… 악몽에 시달리시는 거라 생각하고…
깨우려고 들어 온 거야?
네. 바로 그거예요.
그래… 하지만 딱히 악몽 같은 건…
하지만 분명히 신음소리를 들었어요.
아… 그랬군.
제가 옆에서 같이 자줄게요.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악몽에 시달릴 땐 옆에 누군가 같이 있어 주는 게 좋아요.
설혹 그렇다 하더라도… 같이 자는 건 좀 그렇지 않아?
뭐, 어때서요. 잠만 자는 건데…
라파엘. 난 괜찮으니까.. 네 방으로 돌아가.
제가 괜찮지 않아요.
그럼 내가 나갈까?
어머, 주인님… 어떻게 그렇게 차가운 눈으로 그런 차가운 말을….
앗. 울지 마. 울리려는 게 아니라…
하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는 걸요. 마음에 입은 상처가 너무 커서…
좋아. 그럼 이러자. 이왕에 잠도 깨버렸으니…
거실에서 함께 차나 마실까?
음… 그건 좋지 않은 생각 같은데….
내일을 위해서라도 저와 함께 푹 자는 게 좋지 않을까요?
라파엘. 의심하는 건 아닌데…
내가 진짜 신음소리를 냈어?
아… 아마… 그럴 걸요.
아마?
네. 아마… 그러고 보니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한밤중에 이렇게 깨어 있는 것도 오랜만이네. 고요한 느낌…. 나쁘지 않아.
어찌되었든 고마워. 이런 시간을 줘서.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응. 왜, 아닌 거 같아?
주인님. 사실은 저, 저…..
라파엘.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 이대로 이 고요함을 즐기자.
주인님…
/
6.5. 5화. 함께 싸우고 싶어요
앗! 주인님!
(으… 여긴….)
아. 주인님. 정신이 들어요?
(예화 정령과 전투 중이었는데… 아…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쓰러졌구나…)
주인님. 말씀 좀 해 봐요…
(이런 꼴사나운 일이…)
주인님. 아.. 내 치유술이 잘 들지 않은 걸까..
어째서 말도 못하고… 눈만 깜박거리는 거야….
난 괜찮아..., 라파엘..
아! 말했다. 주인님. 계속 정신을 못 차리시길레 꼭 죽는 줄만… 흐윽… 흑
고마워. 라파엘. 라파엘이 아니었음 죽었을지도…
하지만 이렇게 살아났으니 울지 마.
괘, 괜찮은 거죠?
응. 그런데 여긴…
예화 정령들을 피해 장소를 옮겼어요.
하아. 정말 미안해. 내 실수야.
아니에요. 주인님은 정말 잘 싸우셨어요.. 단지 예화정령의 수가 너무 많아서..
모든 공격을 다 막지 못했던 거죠.
어쨌든… 아직 주변엔 예화 정령들이 떠돌고 있겠군.
라파엘은 잠깐 여기 있어. 내가 처리하고 올 테니까.
아니요. 함께 가요.
치유술을 쓰느라 많이 지쳤을 거야.
하지만….
조금 전 같은 실수는 하지 않아.
그리고… 나 혼자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줘.
주인님….
라파엘!
헤헤.. 들켜 버렸네….
여기까지 따라 온 거야?
주인님만 싸우게 할 순 없잖아요. 결국 주인님 혼자 싸우셨지만…
혹시 다치기라도 하면 바로 치유술을 써야 하니까…
좀 씁쓸하네… 라파엘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 거 같아서..
아니에요. 주인님! 못 믿어서가 아니라….
안전한 곳에 혼자 숨어 있을 수 없어서 그랬어요. 그런 건… 제가 싫으니까요.
뭐… 내가 라파엘이라도 가만히 기다리지는 않았을 것 같네.
내 생각이 짧았어. 다음부턴 어떤 상황이 닥쳐도 같이 움직이자.
네. 주인님. 앞으론 주인님 혼자 싸우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예요.
응. 라파엘. 고마워.
/
7. 로렌시아
7.1. 1화. 운명의 만남
후… 간신히 끝났네
(근처에 어린 여자애도 있어서 위험할 뻔 했어..)
이봐, 괜찮아?
으…
(말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다친 건가?)
…정말 이대로 끝인 줄 알았는데 순식간에 나타나서 저를 구해주신 인간님
감사해요 덕분에 살았어요.
크게 다친게 아니라서 다행이야.
나는 알프헤임 정령 기사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Father.Name}라고해.
너도 정령인 것 같은데.. 맞지?
네! 저는 정령 로렌시아에요?
인간님은 제 머리카락의 은인이에요!
(머, 머리카락…?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만약 인간님이 아니었으면 제 머리카락은 아마….
그보다 인간님. 당신은 훌륭한 분이네요!
저를 도와준 용기와 예화정령과 싸울 수 있는 힘….
그리고 예화정령을 정화하는 능력까지!
이렇게 대단한 인간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어요!
아하하... 칭찬, 고마워….
저, 이 몸을 바칠 수 있는 주인을 찾고 있었어요….
이제야 찾은 거 같네요. 그것도 운명적으로.
앞으로 당신을 저의 주인으로 모실게요.
어, 주인…?
그…. 그건 예화정령의 정화를 돕겠다는 뜻이지?
물론… 그 또한 제가 해야 하는 일 중 하나죠!
(…뭔가 미묘하게 어긋나는 듯한 생각이 들지만)
…아… 그래. 잘 부탁해, 로렌시아.
네! 잘 부탁드려요!
/
7.2. 2화. 자유 따윈 필요 없어
주인님!
!!! 로…렌시아?
(갑자기 어디에서 나타난 거지?)
주인님 뭔가 제가 할 일이 없을 까요? 저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요.
할 일?
지금은 딱히 없어. 그래도 물어봐 줘서 고마워
힝….. 그래요
(다시 가버리네? 왜 왔던 거지?)
주인님
…. 로렌시아? 다시 왔구나.
무슨 일이니?
이번에는 제가 할 일이 있을까요?
….. 아니 지금도 딱히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아.
히잉…. 알겠어요.
(…..그냥 뭔가 해주고 싶은 건가.)
(뭐라도 좋으니 부탁을 하는 게 나을 것 같네)
아, 로렌시아
네?
미안한데, 잊고 있던 일이 방금 생각났어
설탕이 떨어진 것 같았는데, 심부름을 해줄 수 있을까? 여기 필요한 돈은 줄게.
네! 제가 할 수 있어요!
금방 다녀올게요!!
(역시 뭔가 일을 해주고 싶었던게 분명해.)
주인님! 설탕 사왔어요!!
어서 와, 금방 다녀왔구나? 잘 사왔니?
물론이죠! 주인님의 명령은 반드시 완수할거에요!
여기 거스름돈도 확실히…. 어…라?
왜 그러니?
어..어쩌죠? 거스름돈이 없어요!... 어딘가에 떨어트렸을지도 몰라요.
지금 당장 나가서
아냐, 그 정도는 괜찮아. 작은 돈이고 이미 다른 사람이 주웠을 거야.
그런데…. 로렌시아 이거 설탕이 아니라 소금이구나.
호에에엥! 제가..시..실수한건가요?
흑.. 흐흑.. 훌쩍 죄송해요 주인님. 이런 실수를 하다니
괜찮으니까 울지마 로렌시아
하..하지만 설탕이… 소금이…
소금은 길게 두고 먹을 수 있으니까. 놔뒀다 사용하면 돼.
감사합니다 주인님! 주인님은 정말 관대하신 분이에요…
다음에는 반드시 주인님께 도움이 될 거에요!
(.. 반드시라..)
로렌시아
전부터 말하고 싶었던 건데, 그렇게 무리하지 않아도 돼.
넷…?!
그, 그런…! 주인님은 절 나를 버리시려고요!
(!! 또 울려고 하잖아)
아냐, 버린다니 그런 의미가 아니야.
뭐야… 다행이다….
그렇게 무리하지 않아도, 나는 로렌시아를 싫어하지 않을 테니 조금은 자신을 위해서 시간을 쓰라고 하고 싶었어.
하고 싶은 일도 있지 않아?
아뇨! 주인님 저를 위한 시간은 필요 없어요!
오직 주인님을 섬기는 일만이 제가 하고 싶은 일이에요
…뭐?
주인님,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 하시나요?
응… 로렌시아가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었지
알지도 못하는 저를 위해 주인님은 피를 흘리며 싸워 주셨죠!
저는 그 때 주인님을 섬겨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지금 이렇게 주인님을 모시고 있어요. 이게 행복이 아니고 뭘까요?
제게 있어 주인님은 이 몸을 바쳐야 할 운명의 사람….
주인님의 기쁨이 제 기쁨. 주인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라면 제게 자유 따위는 필요 없어요.
그…그래
날 그렇게 생각해 주다니 고마워
네! 후후후, 주인님께 고맙다는 말을 들어 버렸네요…!
(어쩔 수 없지 당분간은 그냥 둬야겠어)
주인님 뭐 하세요?
이제 목욕하려고
음… 설마 여기까지 따라오려고 하는 건 아니지?
앗!! 어..그.. 그러셨군요! 실례했어요.
(…다행이다 목욕탕까지 따라오려고 하지는 않는 구나)
아!
하지만 혹시 주인님이 원하신다면 저 알몸으로 비누 마사지라도…
아냐!!
/
7.3. 3화. 주인님께 충성!
밤이 늦었네, 슬슬 자야겠어.
주인님, 주무시게요?
응, 로렌시아도 이제 쉬어야지?
아뇨 그럴 수는 없어요!
제 임무는 주인님이 주무시는 것을 확인하는 것 까지에요!
아! 원하시면 밤새 옆에서 지켜봐 드릴게요! 아니면 재워드릴 수도 있어요!
아니, 잠드는 것 까지만 지켜봐 줘.
(…. 내가 좋아서 드는 시중이라지만 점점 더 강도가 심해지는 것 같아)
(이러다간 내 시간은 전혀 없겠는데?)
(그리고 로렌시아도.. 전혀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는 것 같아)
이런 이유로 오늘 하루 동안 내 시중을 드는 건 금지야.
그… 그런!! 싫어요!! 싫어요 주인님
주인님께 일절 신경쓰지 말라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로렌시아 이전에 내 명령은 뭐든 따를 거라고 했었지?
그… 그건 그렇지만
오늘 하루는 휴가를 줄 테니 자유롭게 보내.
그리고 이건 명령이야.
아, 추가로 내 곁에 있거나 숨어서 바라보는 것도 금지.
저녁까지는 집에 들어오는 것도 금지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건 명령이야. 로렌시아는 자기가 했던 말을 어기는 정령이 아닐 거라고 믿어
호에에에 …!
주인님 너무해요!!!!!!
(저녁까지는 오지 말라고 했으니, 슬슬 돌아올 시간인 것 같네)
(도착했나 보다)
흑… 흐흑.. 다녀왔습니다
…. 로렌시아?
흐에에엥.. 주인니이이임… 흐행
왜 우는 거야? 무슨 일 있었어?
흐해애앵 저 버리지 마세요. 으아아앙 귀찮게 안 할게요.
(……… 설마)
(밖에서 내내 울다가 온 건 아니겠지)
(없던 두통이 생길 것 같아)
흐애애애앵
로렌시아
로렌시아 그만 울어. 뭔가 오해가 있었던 거 같구나..
그치만….그치만 주인님이이이이 흐아아앙
..이쪽으로 와볼래?
훌쩍.. 흐앵.. 흑.. 어…흐애앵.. 이건..
주인님 이게 .. 다 .. 뭐에요?
아아. 로렌시아를 위해 만들어 봤어.
저, 저를 위해…?
전에 내가 행복하면 로렌시아도 행복하다고 했었지?
네, 네에….
로렌시아는 항상 나를 위해 일하니까.
나도 로렌시아를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어서 요리를 만들어봤어..
…아, 주인님….
으, 훌쩍. 흐에잉….
에?... 어째서 또 우는 거야..
흐해앵… 기뻐서요.. 흑…흐애앵 주인님을 모시길 잘 했어요.
이렇게 멋진 주인님을 만나다니 전 행운아예요…!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주인님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맹세해요 …!
평생!!.. 평생 충성을 다할게요!!
(…. 아 뭔가 내가 원한 거랑 전혀 다른 방향인거 같은데..)
(어쩔 수 없는건가)
그래. 나도 잘 부탁해, 로렌시아.
/
7.4. 4화.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주인님.. .흑.. 그게..무슨 말이에요..
이제 이 곳에 오지 말라니요. 흑흑.. 흐흑.. 절.. 버리시는 건가요?
평생.. 평생 모시기로 다짐했는데.. 흐흐흑..
… 로..렌시아
후우… 그 말이 아니잖아.. 콜록 콜록
감기 옮을 콜록.. 지도 모르니.. 나을 때 까지 오지 말라는 거야.
그치만! 그러면 주인님 혼자..
후우… 후우… 안 돼
명령이야
아앗!!! 주인님 너무하세요!!!
(후우….. 이제야 조용하네)
(이번 감기는 독하니까 옮게 하고 싶지 않단 말이지.. 오를레아도 제람님한테 부탁해 놨고)
(… 아까 충격 받은 얼굴이 걸리긴 하지만 명령이라고 하지 않았으면.. 끝까지 따라올 기세였지)
(설마…..명령을 어…기겠..)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 내려가 봐야 겠어.
로렌시아?
흑..흐흑.. 흐애애애앵.. 흐흑..
… 펑펑 울면서 뭐 하고 있는 거야?
히끅.. 흑.. 주인님? 흑.. 흐흑..
읏.. 오지마 옮는다니까.
설마…. 명령이라고 했는데도.. 들어올 줄은 몰랐는데
흑.. 흐흑.. 저도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흑..
제가 가버리면.. 흑… 주인님 혼자잖아요..
흐흐흑..
…..그래서 명령을 어기고 여기서 요리하고 있는 거야?
… 흑.. 네.. 죄송해요
아냐.. 고마워
네? 흑.. 그럼
이 정도로 나를 위해 줄 줄은 콜록.. 몰랐는데..
아까는 콜록 콜록… 내가 미안해…
(이렇게 된거 차라리 곁에 두는 게 마음이 편할지도)
그럼… 곁에서 모셔도 돼요?
계속 모셔도 되는 거에요?
응…. 콜록… 콜록…
… 곁에만 오지 말고.. 좀 떨어지면 좋아..
좋아요!! 그렇게 할게요! 달라붙지 않을 테니 보살피게 해주세요.
그래..그래..
/
7.5. 5화. 주인님과의 외출
로렌시아? 할 말이 있는거야?
주인님 내일 뭐 하실 예정이세요?
모처럼의 휴일이니까 그냥 집에서 쉴 생각이야.
에… 그러면 뭘 하면서 쉬실 생각이에요?
글쎄, 우선 늦잠을 자고 싶어.
그리고 다음에는 다 못읽은 책을 읽으면서 쉴 생각이야
독서를 하실 예정이군요! 책일 다 읽으신 뒤에는요?
그 뒤에는 잡화점에… 로렌시아 무슨 일 있어?
왜 갑자기 나를 조사하는 거야?
그야…. 주인님을 잘 모시려면 자세하게 알고 있어야 하니까요오…
그래?
네..
(계속 일정을 물어보는 게 수상한데, 혹시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는 건가?)
그럼 로렌시아 너는 내일 뭐 하고 싶어?
나도 알려줬으니 이번에는 로렌시아 차례야
저..저는 그냥 주인님을 모시면서..
솔직하게 말해줘
혹시 나랑 같이 하고 싶었던 게 있는 거 아니야?
앗!! 그걸 어떻게..
(역시 내 예상이 맞았구나)
혹시 그런게 아닐까 라고 생각한 것 뿐이야.
내일 나랑 뭘 하고 싶었던 거야?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들어줄게
그…..저….. 그게
주인님과 함께 상점가에 가고 싶어요.
저번에 혼자 외출했을 때… 주인님과 함께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 같이 가자
싫으시다면… 어? 네? 정말요?
응. 진심이야. 내일 아침 9시 어때?
좋아요!!
그래, 그럼 오늘은 잘 자렴
주인님도 안녕히 주무세요!
(… 로렌시아가 늦네?)
(어제 그렇게나 좋아했으니 약속을 취소하려는 건 아닐텐데)
(설마 너무 기대하느라 늦게 자서 못 일어난다던가 하는 건…)
(가능성 있네)
(그냥 책 보면서 기다려야 겠어)
주인님!!! 주인님!!
이제 왔구나
정말 죄송해요
어제.. 너무..너무..너무 심장이 두근 거려서 잠을 못 잤더니
이렇게나…. 늦고 말았어요….
어쩌죠….
괜찮아
아뇨, 괜찮지 않아요..
오늘 주인님이랑 같이 외출하기로 해서 어디에 들릴지, 뭘 먹을지 전부 계획해 두었는데
….. 전부 날아가 버렸어요. 제가.. 다 망쳐 버렸어요 흐애애애애애앵
저런, 로렌시아 울지마
이제 같이 나갈 건데, 울면 안 되지.
지, 지금요? 약속 시간을 넘겨 버렸는데…
괜찮아. 약속 시간은 다시 정하면 돼
우리 둘만의 약속이었잖아? 그리고 로렌시아 네가 가고 싶었던 곳은 아직 열려 있을 거야.
우리 둘….
왜, 싫어?
아, 아니요. 좋아요. 너무 좋아요.
그럼 눈물 자국만 닦고 갈까?
아…잠시만요. 주인님. 기다려 주세요. 금방 씻고 올게요!!
/
8. 루카
8.1. 1화. 길 잃은 돌고래
로빈후드가 없을 줄이야…
(모처럼 같이 점심 먹으려고 도시락을 싸왔는데.. 아깝게 됐네..)
우우우웅 좋은 냄새!
..깜짝이야..
손에 든거 뭐야? 먹을 거야? 나 좀 줄 수 있어?
누….. 누구세요?
나? 나는 돌고래의 정령 루카야!
………..돌고래?
돌고래. 아 돌고래를 모를 수도 있겠구나..
그치.. 여기는 바닷가가 아니지.. 뀨웅.. 그럼 어떻게 설명해야 알아들을까?
아냐.. 돌고래가 뭔지는 알고 있어.
… 그냥 왜 돌고래의 정령이 여기에 있는지 궁금했던 것 뿐이야..
헹..헤헹.. 그건 내가 길을 잃어버려서 그래
… 분명 물가에서 헤엄치고 놀고 있었는데 정신 차리니까 여기더라고..
(……………………길 잃은 돌고래..)
(물길 따라서 거슬러 올라온 건가..)
(그보다 여기 민물인데 괜찮은 건가….. 괜찮은 거겠지.. 정령이니까)
그래서 말인데 나 너무 배고파..손에 든 거 나눠주면 안 돼? 응? 으응?
아.. 그래 그럼 이걸 나눠 먹자.
고마워! 착한 오빠
후아~ 먹었더니 살 것 같아.
오빠는 참 착한 인간이구나? 이름이 모야아?
아.. {$Father.Name}라고 해
꺄르르 희한한 이름이네? 그냥 오빠라고 불러야 겠다.
(… 이럴 거면 이름은 왜.. )
그럼 오빠야~ 나 바닷가로 가는 길 좀 알려주라.
헤엄치다가 여기까지 온거라고 했잖아?
그런 거라면.. 그냥 물길을 따라 내려가는 게 빠르지 않을까?
아! 그러면 되겠구나!
이제 집에 돌아갈 수 있겠어!!
그럼 또 보자 똑똑한 오빠야~
(.. 후우.. 뭔가 폭풍이 지나간 느낌이야..)
/
8.2. 2화. 선탠하는 돌고래
꺄아 오빠다!! 오빠야아~~ 여기야!!
… 루카잖아?
집에 돌아간 거 아니었어? 왜 또 여기에 있는 거야?
히잉.. 오빠는 나 안보고 싶었어?
아니.. 반갑긴 한데.. 또 길 잃은 건지 걱정 돼서 말야.
그런거라면 걱정마 지난 번에 물길따라 잘 내려갔거든!
이번에도 물길 따라 내려가면 집에 갈 수 있을 거야.
그럼.. 오늘은 왜 여기 온거야?
그건~ 히히히 오빠가 보고 싶어서?
…뭐?
농담이야 농담.. 그렇게 놀랄 거 없어.
오늘 온 이유는 짜란~ 선탠하러 온거지롱!
지난번에 느낀건데 여기 물가에 조약돌들이 동글동글 하니 예쁘더라고
부드러운데다가 햇볕을 받아서 따끈따끈한 게 좋아서 선탠하기 좋더라고
.. 선탠?
응! 건강한 갈색피부를 위해서!
나는 피부가 매끈매끈 하고 하얀편이잖아?
(.. 돌고래가 왜 선탠이 필요한 거지..)
이렇게 하얗기만 해서야 매력이 떨어지니까 좀 더 매력을 올리려고
지금도 예쁜데?
정말? 만지고 싶을 정도야?
뭐…뭐?
그야.. 피부가 예쁘면 다들 만지고 싶어 하잖아?
오빠가 보기엔 어때? 만지고 싶어?
그.. 그게..
응? 응? 빨리 말해줘어어.. 만지고 싶은 피부야? 아니야?
나는 몰라!
급한 약속이 생각나서 가야겠어.
앗!! 오빠! 오빠!! 어디가!!
/
8.3. 3화. 작업을 걸어요
뀨우우웅
루카, 무슨 고민 있어?
우웅? 오빠 왜?
왜라니? 내가 할 말인데. 혼자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어?
시내에서 이상한 말을 들었어.. 해변에 가면 남자들이 작업을 많이 건다고 하는데..
해변에서 무슨 작업을 하는 걸까? 나는 해변에서 왔지만.. 잘 모르겠어서 고민하는 중이었어..
음……… 네가 말한 그 작업은.. 일을 의미하는 게 아니야.
남자가 마음에 드는 여자를 꼬시는 걸 말하는 거야.
꼬신다고? 아항!! 구애하는 걸 말하는 거구나!
그런데.. 나는 구애를 받아본 적이 없는뎅..
오빠야 나 매력이 떨어지는 걸까?
아..아니 그렇지 않아.. 루카는 충분히 매력 있어.
그치만.. 아무도 나에게 작업을 걸지 않는 걸..
(그건.. 네가 정령이라….)
그러니까 오빠야~ 오빠가 나한테 작업을 걸어주면 안 돼?
뭐? 내, 내가?
응! 나한테 작업을 걸어줘!
아니.. 내가 왜.. 그런 일을…
그야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단 말이야! 얼른 얼른 응?
으..으.. 알겠어 알겠으니까 너무 조르지마..
에헤헤.. 기대 된다!!
…작업은 모르는 사람에게 거는 거니까… 지금 처음 만난 걸로 하자
와! 상황극이야? 더 재미있겠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거기 너, 잠깐 어때?
우웅? 나?
괜찮으면 나랑 같이 놀래? 지금 시간 돼?
아… 응, 시간은 있지만… 뭐 하고 놀려고?
음… 내 소개도 하고, 네 소개도 받고. 그러다 바다에서 같이 놀기도 하고…. 그러고 싶은데.
(…차..창피해서 죽을 것 같아..)
흐응~ 오빠 나를 노리고 있구나?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아! 아닌 게 아닌가…?
푸흡.. 그런데 왜 나야? 내가.. 매력적으로 보여?
막.. 만져보고 싶어? 매끈매끈?
그야.. 그야.. 흡.. 네..네가 귀엽기 때문이지
꺄하하하 오빠 얼굴 터질 것 같아..
조금 더 했다가는 오빠가 쓰러질지도 모르겠는데?
작업이란게 이런 느낌이구나..
… 이제 만족해?
응!
그래…. 다행이다.
/
8.4. 4화. 한 밤의 습격
오빠!! 오빠!!
…….. 루카? 네가 여기까지는 왠 일이야?
히히히 오빠가 보고 싶어서 물어물어서 찾아왔어.
로빈후드라는 정령이 오빠네 집을 잘 알고 있더라고!
… 그래 로빈이구나.
길을 잃지 않고 잘 찾아와서 다행이야.
히히히 내가 좀 똑똑하지.. 근데 오빠야… 나 배고파.
뭐?
너무 많이 걸었더니 배가 고파.. 이것봐 배에서 꾸르륵 소리도 나잖아..
… 뭐라도 만들어줄게… 부엌으로 가자.
만들어 준다고? 그러면!! 나 팬 케이크 만들어줘.
오렌지 주스도 갈아 줬으면 좋겠어.
아! 후식도 필요해. 설탕이 잔뜩 들어간….요거트!
… 뭐..뭔가 주문이 구체적이네?
이히히 그야 오빠가 만들어 준다고 하니까 이참에 먹고 싶은걸 말하는 거지
안해 줄거야?
하아… 알았어…. 그런데 요거트는 안 돼.. 그건 떨어졌거든.
응응! 알겠어 나머지만 해줘!
와아아아아!! 맛있었어..
배 불러서 죽을 것 같아…
그러게 너무 많이 먹는 것 같더라니.. 배부르면 나머지는 그만 먹어..
오빠가 만들어 준 걸 어떻게 남기겠어!
게다가 팬케이크가 너무 맛있단 말이야. 흐흥~ 특히 블루베리 잼 올린거!
… 다음에 또 만들어 줄 테니까
그만 먹어.. 그러다 배탈 나겠다…
앗!! 방금 오빠 입으로 또 만들어 준다고 한거다?
히히히 또 와도 되는 거지? 약속 한거다?
아!..... 알겠어…
그래.. 널 어떻게 이기겠어..
그럼 나 이제 자고 싶어…
뭐? 여기서 자고 간다고?
응? 당연한거 아니야?
응? 응? 이렇게 어두운데 어떻게 돌아가겠어..
하아.. 누가 널 말리겠어… 그래 자고가
꺄하하하 너무 좋아! 고마워 오빠!
/
8.5. 5화. 화산과 돌고래
오랜만에 만났는데 왜 그런 얼굴이야?히잉.. 오빠아…
으앗.. 왜 우는 거야.
… 내가 비치볼 격투술을 연구하고 있는 거 알지?
그런데… 내가 맨날 맨날 가지고 놀던 비치볼이 터져버렸어..
이제 나 비치볼 연습 못해….
아….. 그래서 이렇게 쭈그러 들은거야?
루카… 바람빠진 풍선 같아.
으아아앙 놀리지마!
안 그래도 속상한데 놀리기까지 하고 오빠 나빠!
힝.. 히힝.. 오빠라면 달래줄 거라고 생각 했는데..
하하.. 귀여워서 말해본거니까 울지마.
대신 새로운 비치볼을 구할 수 있게 도와줄게
정말?
마을에 온갖 물건을 파는 잡화상이 있어 거기에 대려가줄게
후와아아아아
아……그러고 보니 마을안쪽까지 들어온건 처음이구나.
응! 해변 마을이랑 많이 다르네? 여기는 온통 돌바닥으로 되어 있구나.
게다가 저 멀리 이상한 산도 보여
아.. 그건 화산이야.
화산? 불타오르는 화산이야?
불타오르지는 않고… 불을 토해내기는 해.
불을 토해낸다고?
응.. 언제나 그런 건 아니고 가끔…
지진이나.. 해일 처럼 엄청 커다란 재앙이 일어날 때 그래
그렇게 되면 끈적끈적하고 아주 뜨거운 액체가 산을 타고 흘러내려.
호에에에.. 그런 물이 있어?
응.. 그 물은 엄청 뜨거워서.. 맞닿는 모든 것을 .. 삼키면서 흘러내려가..
그런… 무시무시한 게 저기 있는 거야?
으아아아 나 지금 위험한거 아니야?
아.. 지금은 괜찮아.
루카? 루카?
나..나는 그냥 돌아갈래.. 비치볼은 내가 알아서 할게
괜찮… 다니까?
몰라!! 나 갈거야!
/
9. 마츠
9.1. 1화. 마츠 꼬시기 대작전
마츠, 마츠, 일어나으, 으음….
부탁이야 제발 일어나.
으………… 뭐… 뭐야아.. 단장 너무해 내 낮잠을 방해하다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라도 가져온 거야?
그건 아닌데… 시내 외곽에 예화정령이 나타났어. 지금 가야 해.
예화정령? 그거 때문에 날 깨운거야? 으… 싫어어어어어어어
마츠, 안돼 다시 자지마… 같이 정화하러 가야지.
싫어어어어.. 거기에는 과자가 없잖아. 과자 없이는 움직이지 않을 거야.
흑흑 과자도 없는데 날 깨우다니, 나는 더 잘거니까 단장 혼자 다녀와.
마츠? 마츠???
(…. 정령도 잠든 척을 하는구나)
(하아- 마츠는 정말 예화정령에 관심이 없네. 그래도 혼자 갈 수는 없는데)
(마츠를 데려갈 방법이 없을까)
<기사님, 기사님,>
음? 누가 나를 부르는 거 같은데
<기사님! 여기에요!>
아, 너희구나
<네, 기사님 무슨 일이세요? 혹시 또 마츠님이 폐를 끼치신 건가요?>
<또 과자 타령을 하신게 분명해!>
<아니면…. 더 주무신다고 땡깡을 부리셨을 거야>
(이렇게 성실한 시종들이라니 마츠는 복도 많지)
별 일은 아니고, 예화정령이 나타나서 정화하러 가야 하는데 마츠가 일어날 생각이 없는 것 같아.
…. 과자가 없는 곳에는 안 갈 거라고 하네
<와아- 주인님 답네요>
<맞아, 주인님다워. 하지만 이번에는 마츠님이 잘못하신 듯!>
뭔가 마츠를 움직일 만한 좋은 방법이 없을까?
<이런 작전은 어떠세요? 잠시 귀를 좀 가까이..>
아, 안타까워라.
오늘 정화를 도와준 정령에게 오를레아가 만들어준 맛있는 케이크를 선물할 예정이었는데
마츠는 별로 관심이 없나 보네.
오를레아의 케이크?
다른 정령을 찾아봐야 겠다.
으!! 단장 치사해!!
그렇게 맛있는 과자로 나를 꼬시려 하다니! 그냥 줘도 괜찮잖아!
어쩐다, 케이크를 누구에게 주는 게 좋을까?―
알겠어! 알았어! 정화하는 일 같이 할게! 그러니까 오를레아의 케이크는 내 거야!
잘 생각했어.
으…… 귀찮아!!!
으으으으으… 지쳤어..
배고파아아아아아아
나처럼 귀여운 여자애를 이렇게 부려 먹다니. 단장은 악마야…
… 악마라니
그래도, 마츠 네 덕분에 정화를 쉽게 할 수 있었어. 고맙다.
그럼 약속 지키는 거지? 오를레아가 만든 케이크 주는 거 맞지?
그래, 한 판 전부 다 줄게
좋아. 얼른 가자 단장. 응?
케이크 먹으러 가자아아아
/
9.2. 2화. 마츠와 세 시종
저기… 마츠
우물우물우물우물.. 왜?
매일 놀러오는 건 좋은데, 이렇게 어지럽힐 거면 청소를 도와줘야겠어
이대로면 청소가 끝나지 않을 거야.
싫어어어어어.. 귀찮아아..
마츠
그치마안… 언제든지 놀러 오라고 한 건 단장이잖아.
벌써 마음이 바뀐거야? 너무해! 단장은 갈대야!
그럼 오늘만이라도 도와줘
있다 손님 오시기로 했는데 계속 어지럽히니까 제자리 걸음이잖아.
내가 장보고 올테니 청소만 해줘
부우우우!! 이런 여린 미소녀에게 일을 시키다니!
노동착취야!! 반대 반대! 결사 반대!
대신 깨끗하게 청소해준다고 하면 돌아오는 길에 과자를 사올게
….과자?
그것도 크리스 아저씨네 특제 쿠키로
……정말?
좋아 까짓거 청소하지 뭐! 얼른 다녀와 단장~ 쿠키 많이 사와야 해!
(후, 이제 요리만 해놓으면 되겠네)
(과자도 사오긴 했는데, 마츠가 청소를 해놓았으려나)
(…….해놨겠지?)
마츠, 나 왔..
………마츠?!
(어째서 더 더러워진 거지?)
(바닥은 왜 젖어있고… 빨래는 왜 굴러 다니고 있는 거야.)
(그리고 마츠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쿨…..쿨…. 음냐 음냐 음냐 음냐..
쿨… 쿨. 으헤헤….
….. 하
<영차, 영차. 이건 분명 이쪽에 있었….>
<아, 오서 오세요>
<지금 최선을 다해 정리하고 있으니 잠시 기다려 주세요.>
대체 집이 왜 이렇게 된 거야?
<그건 말이죠. 아까 마츠님이 집 안 청소를 하려고 했는데요….>
<바닥에 쓰레기를 정리하다가 책에 발에 걸여서 넘어지시고..>
<그 책을 정리하다가 물을 엎어 버리셨어요.>
<청소를 하려고 할수록 점점 더 집이 엉망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당!>
하아…… 내 잘못이구나
(그냥 마츠를 내보내고 내가 청소할 걸 그랬네)
<저희가 보다 못해서, 마츠님을 이곳에서 쉬시게 하고 정리를 하던 참이었어요 >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래, 너희도 힘들겠구나
<괜찮아요. 이게 저희 일인걸요>
(일이라…)
그러고 보니 너희는 왜 마츠의 시중을 들고 있는 거야?
예전에 크게 다쳤을 때 마츠님이 구해주셨어요.
원래는 상처가 아물 때 까지만 곁에 있을 생각이었는데, 같이 지내다 보니 마츠님을 혼자 둘 수 없겠더라구요.
그래서.. 계속 보살펴드리다 보니 이렇게 되었어요.
마츠가 너희를 구해주었구나
네~ 제가 뱀한테 잡아먹힐 뻔 했을 때도 구해주셨답니다!
저희는 저희가 좋아서 마츠님을 돌봐드리는 거에요.
주인님은 비록 사고뭉치지만 마음은 따뜻하고 순수한 분이시거든요.
앞으로도 저희를 처음 구해주셨을 때 처럼 살아 주셨으면 해요.
마츠에게 너희가 있어서 다행이야.
너희는 참 좋은 시종들인거 같아
흐아아아아아아아암
어라? 단장 벌써 왔어? 과자는? 과자 사왔어?
과자는 사왔어. 하지만 안 줄거야.
기억나? 집을 깨끗하게 청소해놓기로 했었지?
에? 그치마안!! 나 과자 기다리고 있었는데!
집이 깨끗해 지기 전에는 안 돼.
대신 청소하는 거 도와줄게, 나랑 네 시종들까지 있으면 금방 치울 수 있을거야.
으으으으으으으……… 알겠어.
네가 사고치지 않도록 적당한 일을 골라줄 테니까 걱정하지마.
그럼 쿠키를 위해 힘내줘.
/
9.3. 3화. 과자를 지켜라!
단장!! 정찰하러 가자!!
…뭐, 뭐라고?
정찰 말야 정찰!! 갑자기 단어를 까먹은거야?
아니 그런건 아닌데, 어디로 가려고?
마을 바깥쪽! 저기, 알프헤임 근처에서 예화정령을 본 것 같다는 사람이 있어.
하지만 그 사람이 본 게 정말 예화정령인지 확실치 않아서 말이야.
확인하고 싶어.
그러니까 정찰하러 가자, 단장!
그, 그래. 가는 건 좋지만… 대체 웬일이야, 마츠?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네 입에서 정찰하러 가자는 말이 다 나오고.
칫, 날 뭘로 보는 거야.
예화정령의 정화는 우리의 사명이잖아. 잊어버렸어?
알았어, 가자. 준비가 필요하니까 잠깐 기다려.
응, 알았어 빨리 준비해~
여기가 맞아? 예화정령은 안 보이는데.
그러게, 들판 쪽에서 봤다고 했는데 없네. 뭐.. 잘 된거 아니야?
하긴 없는 편이 좋긴 하지. 그럼 이제 돌아갈까?
아냐, 나온 김에 혹시 모르니까 저쪽도 찾아보자.
… 마츠 … 확실히 오늘 이상해.
뭐? 왜? 으으으으으.. 뭐가 이상한 건데?
평소라면 이미 늘어졌을 시간이거든 네가 먼저 돌아가자고 했을 텐데 오늘은 반대네?
으으으으 그….그게 어때서!
수상해..
수상할게 뭐가 있어! 나…나도 기사단이잖아? 마을의 안녕을 위해 일하는 거라고!
앗!!! 마차다 꺄하!! 내 과…..흡!!!
응? 마차?......... 잠깐 저거… 상단 마차 아니야?
……………. 과자 때문이구나.
헤..헤헤… 오늘 들어온다고 했는데, 예화정령이 나타날지도 모른다니까 내가 얼마나 걱정 했겠어..
그런거구나…
응! 자 그럼 과자 사러 가볼까? 단장 돌아가자!!
(하아… 그럼 그렇지)
헤헤. 좋아, 좋아.
상단이 확실하게 알프헤임에 올 수 있어서 다행이야. 이렇게나 맛있는 걸!!
자, 단장. 이거 나눠 줄게
…줘도 돼? 일부러 정찰까지 할 정도로 갖고 싶었던 과자잖아.
응, 다른 사람이라면 절대로 안 주겠지만… 단장이잖아?
…평소 감사하는 마음의 표현이랄까!
…하하. 고마워, 마츠.
그, 그래….
…마, 맞다! 과자를 나눠줬으니까 앞으로도 날 위해 애써 줘!
/
9.4. 4화. 마츠도 성에 가고 싶어
나도 갈래, 나도 갈거야.
나도 성에 데려가아아아아!!
안 돼. 마츠.
아까도 말했지만, 오늘은 다른 영지의 기사들까지 모여서 중요한 회의를 하는 날이야.
그런 자리에 너를 데려갈 수는 없어.
그런 게 어디 있어? 내가 기사가 아니라고 차별하는 거야?
싫어, 무조건 갈 거야. 마츠도 갈 거야.
(늦지 않으려면 이제 가야 하는데 큰일이네)
(어떻게 해야 알아들을까)
<기사님, 기사님>
<기사님, 잠시 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뭐야~ 다람쥐 너어? 무슨 말을 하려고?
<주인님이 이렇게 고집을 피우시는 이유는>
<성에 가면 여태 먹어보지 못한 맛있는 과자가 잔뜩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에요>
… 과자?
확실히 성의 과자가 맛있긴 한데..
그 이야기는 누구에게 들은거야?
<누구겠습니까? 오를레아님이죠.>
다람쥐, 이 배신자. 고자질하다니.
<주인님 오해에요! 전 기사님께 마츠님을 데려가 달라고 부탁….>
거짓말까지…...다 들었어.
어, 어떻게…
그렇게 큰 소리로 소곤거리는데 어떻게 안들려!
다 들렸어?
응. 나도 들었어.
나도.
흐윽… 하지만.. 마츠님. 제가 없는 말을 한 것도 아니고… 이 말을 했다고, 마츠 님에게 해가 되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용서 못해.
단장이 날 성에 데려가면, 널 용서해줄게
… 여기서 왜 불똥이 나에게 튀는 거야?
그야 둘이 공범이잖아.
미안, 그래도 안 돼.
오늘은 초대장이 있는 사람만 참석할 수 있는 자리야.
더러운 세상! 차별하는 세상! 싫어, 싫다고. 나도 갈거야!
하아.. 어쩐다…
잠시, 귀를 좀 가까이…
<소근소근 소근소근>
고마워, 덕분에 마츠를 달랠 수 있을 것 같아.
마츠, 너는 성의 과자가 먹고 싶은 거지?
어?..... 으, 응.
그럼 성에 데려가지 않는 대신, 돌아오면서 과자를 잔뜩 가져오면 어때?
조금만 기다리면 움직이지 않아도 과자가 배달 오는 거야.
정말?
한 바구니.. 아니 두 바구니 가져올게.
우와아아아아아!!! 단장 너무 좋아!
에그머니나.
마.. 마츠님..
이제 사랑이 시작되는 건가요?
다들 닥쳐!
/
9.5. 5화. 잡화점을 뚫어라!
단장….
음? 마츠잖아? 이 시간이면 낮잠 잘 시간 아니야?
맞아…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무슨 일 있는 거야?
있잖아 단장 나 단장의 도움이 필요해.
… 무슨 일인데?
(마츠 표정이 너무 안 좋은데, 대체 무슨 큰 일이 생긴 거지?)
나 잡화점에 출입 금지가 되었어
당장 내일 쿠키가 도착하는 날인데 이대로는 과자를 구할 수 없을 거야!
으으으 잡화점의 그 꼬마 계집애 너무 무서워…
(……………….. 마리구나… 마리야..)
알겠어 내가 도와줄게. 하지만 어떤 상황인지 알아야 하니까 왜 출입 금지가 된 건지 말해줘
진짜? 진짜 도와줄거야?
…들어보고
알겠어 그럼 있었던 일을 알려줄게
나는 얼마전에서야 이 마을에서 만들지 않는 쿠키가 잡화점에 들어오는 걸 알게 됐어.
그 가게에는 온갖 동내에서 만든 것들이 다 모이더라고!!
그래서 잡화점에 가서 이것 저것 쿠키를 주문했지! 그런데 갑자기 돈을 달라네?
그야.. 당연…
인간이나 당연하겠지! 나는 정령이잖아! 돈을 내야 하는 것도 몰랐단 말야..
아무튼.. 돈이 필요하다길래 외상을 하겠다고 했더니.. 쫓겨났어.
(쫓겨날 만 했는….데?)
단장… 나 그 쿠키가 먹고 싶어…
근데.. 가게에 출입 금지래… 힝…
(하지만 쿠키를 못 먹게 되면 마츠는 내내 이러겠지)
가자 마츠 내가 구해줄게.
안녕하세요 아저씨!
안녕 마리
오늘은 어떤 물건을 사러 오신 건가요?
설마 가게 밖에 보이는 저 정령 때문에 오신 건 아니겠죠?
… 맞아
아저씨! 저희 가게는 외상 안 받는 거 아시잖아요!
한 번만 봐줘.. 쿠키 값은 내가 낼 게. 그리고 사과도 할 거고
흐음~ 아저씨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좋아요!
미안 내가 인간들의 돈거래를 잘 몰랐어
이제 알아주셨으면 됐어요. 앞으로는 정상 거래를 해주시면 돼요.
그럼 이제 거래 가능한 거야?
네! 돈만 잘 내주신다면요!
좋아!
지난번에 주문하신 쿠키는 내일 도착할 거에요.
우선은 그 값부터 치러주실까요?
자 단장! 어서 값을 지불해줘!
그래 그래….
(이렇게 될 줄 알았지)
/
10. 미타마
10.1. 1화. 제자 미타마
하하하
또 내가 이겼네.
아직이야!! 나는 포기하지 않았어.
벌써 스무 번 가까이 내가 이겼는데… 이래도 계속할 생각이야?
당연하지! 나는 진검 후츠노미타마의 정령이야!
검으로 지는 건 인정할 수 없어!
하하, 정말 지기 싫어하는 녀석이구나.
…좋아. 자, 덤벼!
말 안 해도 갈 거야!
크윽… 오늘도 네게서 한 판도 못 이겼어…
네 사부잖아. 가르쳐주는 사람. 쉽게 져 줄 수는 없잖아.
그래도! 매일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한 번도 못 이기다니….
이래서는 나보다 어린 오를레아에게도 질 것 같아….
그렇게 초조해하지 마.
미타마는 매일 꾸준히 수련하고 있잖아.
언젠간 반드시 강해질 거야.
…저, 정말?
그럼. 미타마는 잘하고 있어.
그, 그런가… 사부인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하하. 조금 전까지 오기를 부리던 미타마가 갑자기 귀여워졌네.
뭐… 귀, 귀여워…?!
너, 너, 너, 갑자기 뭔 말을 하는 거야?!
…휴, 휴식은 끝났어! 그럼, 훈련을 재개하자고!
벌써? 좀 더 쉬지? 그러는 편이 몸을 움직이기도….
됐어! 됐으니까 사부도 빨리 검을 잡아!
/
10.2. 2화. 겉과 속이 다르잖아
아가씨- 사과 사세요.
….
올해 첫 사과인데 정말 맛있답니다? 시식 해보세요!
필요 없어.
아……. 네
….
(미타마 주변만 공기가 다른 것 같네, 상인들이 미타마를 슬슬 피하고 있어)
(이대로 두면 다들 미타마가 나쁜 정령인 줄 알거야.)
미타마
왜 불러?
지금처럼 굴면 사람들이 너에게 겁먹게 될 거야.
그치만 나는 겁을 줄 생각이 없었는걸?
나는 미타마가 무뚝뚝할 뿐 좋은 정령이라는 걸 알아.
하지만 미타마를 모르는 사람들은 미타마가 쌀쌀맞은 정령이라고 생각 할거야.
조금 더 상냥하게 구는 게 좋지 않을까?
내가 왜 그래야 해?
사부도 아니고, 생판 남인 사람들에게까지 상냥하게 대할 필요가 있어?
어차피 엮일 사이도 아니잖아.
꼭 그렇게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오해 받는 건 별…
미타마, 무슨 소리 안 들려?
그러게 누가 우는데?
흐아아아앙.. 흐하..흐하아아아아아앙
(길을 잃은 남자아이구나…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
(벌써 오래 일이구나)
꼬마야 왜 우는 거야?
아빠를… 흐어어엉.. 아빠가 사라져써.. 으아아아앙
아빠를 잃어버렸구나-
아빠랑 어디까지 같이 있었는지는 기억나? 누나한테 말해 볼래?
흑.. 훌쩍.. 저기..
저기구나, 그래
사부 가자. 이애 아빠를 찾아야지
…표정이 왜 그래?
엄청 상냥하구나 싶어서.
곤경에 빠진 약자를 돕는 건 강자로서 당연한 일이잖아?
사부 뭐해- 아빠 안 찾을 거야?
아냐, 얼른 가자
어디선가 어긋난 걸지도 몰라
차라리 아까 헤어진 자리에서 기다리는 게 낫겠어.
아빠…. 흑.. 흐흑.. 아빠아..
(저런, 다시 울기 시작했네. 방금 말이 불안하게 만든건가?)
얘야, 운다고 아빠가 찾아지는 건 아니야.
흑…흐흑.. 네?
괜히 기운 빼지 말란 말이야.
누나가 꼭 아빠를 찾아줄테니까 믿어.
그리고 찾을 때까지 같이 있어 줄게
누나.. 감사해요
(미타마는 약자에게는 상냥하구나)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 다니엘!!
아빠아아아아아
여기 있었구나! 얼마나 찾아 다녔는지 알아?
아빠가, 혼자,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아이를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니엘, 너도 얼른 감사 인사드리렴
누나, 형 고마워요!
아버지를 찾아서 다행이구나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야. 이제 얼른 가
그럼 누나 안녕!!
하하…
…. 사부? 그 반응은 뭐야?
역시 미타마는 좋은 정령이구나 싶어서 말이야.
아까는 미안, 내가 괜한 참견을 한 거였어.
사부는 그냥 내 걱정을 한 거잖아. 됐어, 기분 나쁘지 않았어.
난 오히려 사람 좋은 사부가 호구 잡힐까 봐 걱정이야.
……그런 걱정은 하지 말아줘.
호구라니…
사실이잖아?
그럼 이제 가자 사부, 오를레아가 걱정할거야.
/
10.3. 3화. 실수는 누구나 해
다친 데는 어때, 미타마?
….
그렇게 기죽을 필요 없어.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니까.
…아무리 그래도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없어.
검의 정령인 내가... 싸움에서 방해만 되는 존재라니!
그런데 어떻게 용서가 돼.
미타마….
(많이 속상한가 보네….어떻게 하면 좋을까….)
…뭐야, 이 냄새. 약초…?
어어. 정령의 숲에서 약초를 캐다가 국을 끓여 봤어.
미타마의 상처가 조금이라도 빨리 나았으면 해서 말이야.
…사부에게 이런 일까지 하게 만들다니... 제자 실격이네.
뭘 그렇게 자책하는 거야. 네가 기운을 차렸으면 해서 만들었는데.
먹여 줄 테니 아― 해 봐.
…그, 그만해, 혼자 먹을 수 있으니까.
사양하지 말고. 얼른 아―….
그, 그러니까 내가 먹을 수 있다고….
으아앗!!!
미, 미안해, 사부!! 고의가 아니었어…
오, 옷, 벗어야겠는데. 그냥 두면 화상을 입겠어…!
앗… 남자의 몸….
…미타마?
아, 아무것도 아냐!
…몸까지 닦아 줘서 고마워, 미타마.
이, 인사는 필요 없어… 애초 내가 실수하는 바람에….
그… 국, 엎어서 미안해….
신경 쓰지 마. 남아 있는 약초로 다시 만들어 올게.
…기, 기다려, 사부
왜 이렇게 나한테 잘 해주는 거야?
당연한 걸 묻는구나.
넌 소중한 내 제자이자 동료잖아.
내, 내가… 소중…?
.. 나는 사부의 발목만 잡는데도?
그런 게 뭐가 문제야?
발목을 잡건, 싸우지 못하건, 미타마가 소중하다는 사실은 절대로 변하지 않아.
…그래. 그렇구나….
…나, 누군가에게 소중하다는 말 들어본 적 없어….
…고마워. 사부가 그렇게 말해 줘서 정말 기뻐….
/
10.4. 4화. 미타마의 성장
사부, 사부!
아. 미타마. 무슨 일이야?
지금 당장 대련하자.
뭐?
오늘 아침에 눈뜨자마자 혼자서 검술 훈련을 했는데…..
그런데?
내 실력이 한 단계 뛰어 넘은 것 같아. 이전엔 느껴보지 못했던 강한 기운이…
내 몸 안에서 치솟아 오르는 게….
그야말로, 새로운 미타마로 거듭났다고 할까.
그거 반가운 일이네. 그동안 열심히 훈련했으니까, 그런 성과도 얻은 거겠지.
그래서 확인하고 싶어. 이젠 사부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늘었다는 걸.
흐음… 그렇단 말이지? 좋아! 미타마의 향상된 실력을 확인해 볼까?
이럴 수가… 또 졌어…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어. 확실히 굉장히 많이 성장했으니까.
하지만 정말 이기고 싶었단 말이야.
이미 넌 이겼어.
쳇.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너 자신의 한계를 이겨냈잖아. 이렇게 이겨 나가다 보면, 점점 더 강해질 거야.
정말 그렇게 믿어?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이니까.
헤헤… 고마워. 역시 좋은 사부는 좋은 남자야.
훗. 알아줘서 고맙다.
그럼, 한 번 더 부탁해.
어? 또?
여기서 더 강해지려면 연습에 연습. 피나는 훈련이 필요하잖아.
뭐, 틀린 말은 아닌데…..
(나는 힘들다고!)
다시 혼자 연습해봐. 그럼 난 이만…
싫어. 같이 해야 빨리 늘지…
/
10.5. 5화. 유일한 동료가 되고 싶어
정말 여기가 맞아?
보고에 따르면….여기가 분명한데….
누가 거짓으로 목격했다고 한 건 아닐까?
왜, 그런 생각을? 잘 못 본 것일 수는 있어도….. 거짓으로 말 할 이유가 있을까?
그야, 난 모르지… 하지만 광장을 정찰할 때 몇몇 사람들이…
예화 정령과 마주친 경험을 영웅담처럼 떠드는 걸 들었거든.
그러니까,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본 적이 없어도 봤다고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신고까진 하지 않지…. 훗.
왜 웃어?
네 추측이 틀렸다는 걸 지금 증명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하아…. 끝났군.
그러게, 오늘도 멋지게 마무리!
미타마. 실전에서도 확실히 강해진 것 같네.
응. 나도 느꼈어.
몸놀림도 더 빨라졌고, 공격도 더 정확해졌고.
이대로라면, 너의 신검이 될 날도 멀지 않은 듯~
하하하. 그 날을 기대할게.
그 땐…..
그 땐, 뭐? 파티라도 해줘?
아니, 그런 때가 오면…. 예화 정령과 싸울 때 함께 하는 이가 오직 나였으면 좋겠어.
너의 유일한 파트너.
나야 좋지만… 넌 괜찮겠어?
어…? 뭐가?
하루도 빠짐없이 숲이나 마을을 정찰해야 해. 예화 정령과 마주치면 무조건 싸워야 하고.
그런데 이런 일은 매우 빈번해서 쉴 틈이 없어.
지금까지 넌, 다른 정령들과 교대로 일하는 거라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 정찰하거나 싸웠던 건데…
네가 내 유일한 동료가 되면, 이 모든 일을 매일 해야 해.
아…! 그, 그렇구나…..
그래도 괜찮다면….
아,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지금 결정할 필요는 없지. 아, 하하하….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아니, 난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그렇구나… 넌 역시 준비성이… 좋아.
그래서? 네 대답은?
미, 미안…. 난 그렇게까지는 못 하겠어.
후후…뭐야, 저 녀석… 반응이…. 넘 솔직하잖아… 하하하..
/
11. 발뭉
11.1. 1화. 발뭉은 주정뱅이
발뭉은 어디 간거지?분명 저녁에 같이 정찰 가기로 했는데 여태 안 오네…
(……역시 거기인가)
꿀꺽, 꿀꺽… 푸핫…!
크으, 역시 여기 술은 맛있어!
주인장, 한 잔 더! 그리고 안주로….
역시 여기 있었구나.
오!! 단장. 단장도 마시러 온거야?
미안하지만, 나는 술은 잘 못해.
술맛을 모르다니… 불쌍한 인간. 그럼 내가 단장 몫까지 마셔줄게!
그런데 .. 술도 못마시면서 여긴 왜 온거야?
하아-
오늘 같이 정찰 하기로 한 건 완전히 까먹었구나
아!
으…. 그거 오늘이었구나…. 그치만 이제 막 흥이 오르는 참이었는데
단장~ 어차피 늦은 거 세잔만 더 마시고 가자
이봐?
히끅… 자… 그럼 안내해 봐
(세 잔만 마신다더니 결국 열 잔이 넘게 마셨어.... 뱃속에 술독이 있는 게 분명해)
(그 많은 술이 어디로 간 걸까)
어이.. 쿠
발뭉 괜찮아? 제대로 설 수 있는거야?
멀쩡해, 히끅 멀쩡해 히끅 아오 딸국질 나 하나도 안취했어. 가자~
(정말 괜찮은 걸까…)
이 숲에 예화정령들이 무리지어 나타난 모양이야. 언제 예화정령과 맞닥뜨릴지 몰라. 방심하지 마.
응… 딸꾹.
발뭉.. 듣고 있는 거지?
들어써.. 들어쒀….. 긴장하지마 단장
단장은! 누나만! 믿으면! 돼!
으앗.. 발뭉 다가오지 마! 가, 가슴이 닿잖아!
으엉?…? 네가 다가온 거 아니야? 떽. 다 큰 어른이 거짓말하면 못 써.
이렇게 취한 상태에서 예화정령이라도 마주치면 어떡하려고 그러는 거야.
히끅…. 예화정령? 나타났어?
단장! 내가 구해줄게!
앗!! 발뭉!! 혼자 그렇게 뛰쳐나가면..
… 이 술주정뱅이!
덤벼! 다들 어디간거야!
이 몸이… 딸꾹!.... 노라줄 테니까.. 딸국! 싸워 보자고!
발뭉 여기 있었구나
큰일 나는 줄 알았어. 돌아가자.
히끅…. 하지만 히끅… 아직 예화정령을 못 딸꾹.. 잡았는데?
너무 취해서 안 되겠어.
응? 히끅.. 내가 취했을 리가.. 히끅
읏… 달라붙지 말라니까. 술냄새
단장~
(하… 이 주정뱅이를 어떻게 데려간담..)
/
11.2. 2화. 적반하장
(문 열리는 소리가 난 것 같은데, 누가 온 거지?)
오를레아, 오를레아!
(이 목소리는… 발뭉이구나. 나가봐야겠는데)
오를레아!
발뭉 무슨 일이야?
읏… 술 냄새.
얼마나 마신거야.
아하, 아하하 단장이다~ 단자아앙 안녕? 히끅
많이 히끅.. 안 마셨어.. 히끅.. 딱 세 병?
오를레아가? 오를레아는 어디이써?
아앗…. 바, 발뭉…
(후… 이 상태가 세 병 이라고? 평소 주량을 생각하면 절대 맥주는 아니네)
어떤 술을 마셨길래 이렇게 취한거야.
내가 취했을 리가 없잖아. 딸꾹… 술의 여신 발뭉. 절대 술에 지지 않아. 딸꾹….
히끅… 그냥.. 음… 위스키? 히끅..
(위스키? …하아...)
물이라도 좀 줄까? 좀 쉬는 게 좋겠어.
왜에~ 나 안 취해써! 히끅…
괜찮아 딸국 어지럽지도 않고 히끅.. 그냥 히끅 오를레아 보러 온거야.
오를레아! 이 언니가 왔다. 네가 보고 싶어서.. 딸꾹. 오를레아!
발뭉, 오를레아는 없어.
어, 정말? 왜 없어? 딸꾹.
제람님을 보러 갔으니까.
뭐? 아하하하… 단장 영주에게 오를레아를 빼앗긴 거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여기서 이러지 말고 얼른 돌아가.
오호! 딸꾹. 좋은 생각이 났다.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은데?
뭐야아아~ 히끅 단장이 내 생각을 어떻게 알아?
몰라도 알아.
그래? 그럼 내가 지금 뭘 할지도 알겠네… 딸꾹…
앗… 발뭉..… 뭐 하는…. 여기서 옷 벗지마!
히끅…. 마침… 딸꾹 오를레아도 없으니… … 딸꾹… 밤을….
이 놈!!
윽.. 뭐야, 왜, 갑자기 주먹을 날리고…
어? 단장? 난 또 불량배인 줄 알고…그런데… 여긴 어디…?
내 방이잖아.
설마?!?!? 단장 짐승!!
…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어제 잔뜩 취해서 쓰러진 걸 여기까지 데려다 놨더니 너무하네
뭐? 내가 쓰러졌다고? 거짓말하지 마. 이 발뭉은 술을 마시고 쓰러진 적이…
한 번도 없지!
잘 알고 있네.
그런데 오늘은 정말 쓰러졌다고. 얼마나 마신 거야? 도대체.
진정한 술꾼은 술병을 세며 마시지 않는다고. 그보다… 이왕에 이렇게 된 거… 단장-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내쫓을 거야.
해장국 먹고 싶으면 그만두는 게 좋을걸?
칫…. 먹을 걸로 협박하고 너무해!
/
11.3. 3화. 두근두근 알코올
으윽…
발뭉, 괜찮은 거 맞아?
욱… 우욱.. 괜찮아.
(…전혀 안 괜찮아 보이는데)
(오늘은 위험지역이라 전투가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영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는 걸)
욱…우욱.. 괜찮아 단장. 나 발뭉이야.
전혀 안 괜찮아 보여. 계속 구역질 하고 있잖아.
대체 어제 얼마나 마신거야?
..정작 술은 별로 안 마셧어.
음?
상태가 너무 안 좋아보여서 .. 분명 엄청 마셨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주점에서 한 잔 하다가
에렌 할아범이 집에 담금주가 있다고 해서 다같이 한잔 더 하러 갔거든.
(에렌 할아버지라면… 분명 취미로 담금주를 담으시는 분이었던가)
작년에 담근 사과주가 딱 좋게 익었을 거라고 해서 마시러 갔는데
중간에 뭐가 잘못됐던 건지 술이 상했지 뭐야.
살짝 취기가 올랐던 상태라
술이 상한걸 너무 늦게 알았어..
그러니까 지금 상태는 취한 게 아니라
배탈이 난 거지
우욱.. 아 죽겠다.
… 할아버지는 괜찮으신 거야?
거기도 지금쯤은 우욱.. 다 죽어가고 있을 걸?
… 하아… 돌아가자
우우우욱….. 왜? 나 아직 괜찮아.
이렇게 상태가 안 좋아서야, 전투라도 일어나면 크게 다칠게 분명해.
아냐 나 할 수 … 우우우우욱
후아… 그냥 조금만 쉬면 될 것 같은데?
좋아 그럼 쉬기라도 하자.
후…
(물을 좀 더 가져올걸 그랬나, 목이 말라.)
단장, 목마른 거야? 이거 마실래?
아 고마워
웃.. 쿨럭 쿨럭 쿨럭
이거.. 술이잖아?
술도 액체잖아?
…. 술은 술이지
업무 중에 술을 마시고 있던 거야?
으.. 게다가 이거 좀 독한 것 같은데
그치만, 어제 상한 술을 마셨더니 속이 안 좋단 말야.
제대로 된 술로 속을 좀 달래줘야지.
술로 다친 상처는 술로 달래는 거야!
나 혼자 마시려다가 목 마른 것 같아서 나눠준 건데
단장은 인상만 쓰고.. 너무해
후우… 발뭉
너는 술을 좋아하니까 끊으라고는 하지 않을게.
하지만, 가능하면 업무 중에는 술을 마시지 말아줘. 혹시 다칠 수도 있다고.
에…. 지금 나 걱정해 주는 거야? 내가 다칠까 봐?
와 단장 나 가슴이 두근거려. 이게 혹시 사랑인 걸까?
아니. 그건 상한 술을 마셔서 그런 걸 거야.
… 에?
지금 상한 술을 마셔서 속이 뒤집어진 데다가, 그걸 달랜다고 계속 술을 마시고 있었잖아?
그래서 몸에 무리가 간 거야 몸이 으슬으슬하고 심장이 쿵쿵 뛰는 거지
그런…건가..
이런 거 때문에 근무 시간에는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하는 거야.
자 내려가자.
마을까지 데려다 줄게
어.. 이상하다
이 정도 술로 가슴이 뛸리가 없는데…
상한 술 때문이야. 자아 어서 가자
/
11.4. 4화. 술잔에 담긴 계략
하아..
(발뭉이 또 늦네… 역시 주점에 있는 거겠지 데리러 가야겠어)
히끅.. 히끅.. 히끅!
(익숙한 목소리인데…)
발….뭉?
윽.. 술냄새. 그것보다 어디 가는 중이야?
그야.. 히끅 같이.. 히끅 히끅.. 단장이랑 정찰 가야지
이렇게 취한 상태로?
지금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잖아.
히끅… 비켜어어어.. 단장 보러 갈 거야… 히끅
서 있는 게 문제가 아니라 사람도 몰라 알아 보는 구나.
발뭉, 발뭉, 정신 차려봐
히끅.. 어라라.. 딸꾹…. 이건 우리 단장 목소린데?
히끅.. 우리 꼬맹이 단자아앙.. 왜 여기 이써?
누나 마중 나온 거야?
누구랑 얼마나 마신거야. 평소보다 더 취했는데?
히끅.. 우리 단장! 히끅.. 히끅.. 질투하는 거야?
걱정하지마 히끅.. 누나는 히끅.. 지지 않아..
제람 영감 따위.. 히끅… 이길 수 이쒀..
제람님이랑 마신 거야?
제람은 정말 멋진 영감이지. 술도 잘 마시고, 또, 술도 잘 마시고. 또…
하아…
(제람님은 무사하신 걸까..)
단장! 가자 히끅..히끅… 누나가.. 히끅.. 지켜 주께!
아냐, 나 혼자 다녀올게.
에에에에? 히끅.. 어째서.. 히끅..
발뭉은 여기서 쉬고 있어.
왜에에에에에 히끅.. 히끅.. 단장.. 나 데려가
주정뱅이는 안 데려갈 거야.
그럼 쉬고 있어.
후우.. 지친다
(확실히 혼자 정화하는 건 힘드네, 발뭉 말고 다른 정령이라도 데려올 걸 그랬나)
(그것보다 발뭉은 잘 쉬고 있는 거겠지)
(설마…길거리에 누워 있으면 안 되는데)
(불량배라도 만났다간… 불량배들의 목숨이 위험할 거야)
(얼른 내려가야지)
…??!!
누가 이렇게 예화정령을 쓰려트려 놓은 거지
단자아아앙!!
발뭉?
나쁜 놈!
에…?
나만 떼 놓고 혼자 가고! 나쁜 놈!
그야… 발뭉 네가 워낙 취해 있어서
그렇다고 길거리에 버리고 가는 거야?
내가 강하긴 하지만 나도 여자라고! 그것도 몸매 좋은 여자! 취해서 헤롱 거리면 안전한 곳에 놔둬야 할거 아냐!
…… 사실 걱정하긴 했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불량배가 널 건들기라도 했다간 목숨이 위험할 거 아냐.
뭐? 단장 너어? 씨이… 정말
걱정 돼서 내려가려는 참이었는데 여기까지 왔구나
그야… 단장은 연약하니까 나도 없이 전투하다가 엄한 곳에서 뻗으면 어떡해..
내가 그렇게 약하진 않지만… 그렇게 걱정되면, 같이 일하는 날은 안 취하면 안 될까?
그치만… 내가 취해서 헤롱 거리면 다정하게 대해줄 거라고 생각했단 말야.
좀 부축해서 여관 같은 곳에 데려다주면 분위기 좀 잡아볼까 했는데 길바닥이라니!!
여관…….그런 속셈이었구나
하…하하.. 단장 방금 그건
다음엔 같이 정찰 가는 날, 조금이라도 취해 있으면 혼자 갈거야.
에?!?!?? 단장!!
철회는 없어.
/
11.5. 5화. 금단증세
하아…
발뭉 어디 아파?
아니
하아……
(어딘가 이상한 건 확실한데… 말을 안 하네)
발뭉 몸이 안 좋으면 말을 해줘야 해
괜찮데도?
아무 이상 없다는데 왜 자꾸 묻는 거야!
…….
………………… 으 미안해
그치만 정말 아픈거 아니야. 몸도 괜찮고
알겠어
(뭔가 말하기 싫은 이유가 있나 보네, 넘어가 줘야겠어)
네가 그렇게 말하면 그런 거겠지.
그럼 잠시 쉬었다가 가자. 계속 걸었더니 좀 앉고 싶어.
으….
(확실히 상태가 안 좋은 건 맞는 것 같아)
(여기서 보면 손도 조금 떨고 있고, 식은땀도 흘리네. 거기에 오늘 내내 짜증이랑 화를 내기도…. 아)
(… 설마)
발뭉
왜
아니 … 왜 불러 단장?
술 언제부터 안 마신 거야?
어떻게…. 알았어?
오늘은 냄새도 안 나고, 식은땀에 손을 떨고 있잖아..
갑자기 술을 끊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지
나 때문이구나.
술에 취해 있으면 같이 정찰 가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 거지?
아냐.. 그냥 건강 좀 챙기는 거지 뭐
이 정도일 줄 알았으면, 지난번에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었는데
됐어.. 좀 지나면 나아질 거야.
으…
일단은 얼른 끝내고 내려가자. 힘들겠지만 조금만 참아줘
자 앉아
여긴 주점이잖아?
겨우 참고 있는데 여기로 데려오는 거야? 단장 너무해!
잠깐만, 화내지마 발뭉
내가 바란 건 술을 아예 안 마시는 게 아니라 양을 조절하는 거야.
너는 술을 좋아하잖아, 끊으라고 할 생각은 없어
그냥 일할 때만 참았으면 하는 거야.
그리고 금단증상이 있을 정도면 한 번에 끊는 게 아니라 양을 줄이면서 끊어야해
오늘은 날 위해서 노력했으니까. 내가 사줄게
단장…..
대신 많이는 안 돼.
캬하~~ 시원해 역시 이 맛이지!
이제야 표정이 풀리네, 역시 발뭉은 술이 없으면 안 되는구나?
그럼! 아 술 너무 좋아.
그렇게 좋아하는 술인데 끊으려고 한거야?
그야, 단장 술 마시면 같이 일하지 않을 거라고 하니까 급해져서 그런거지.
이제 내가 얼마나 단장을 좋아하는지 알겠어?
어?
또 외면할 생각이야? 안 되겠다 오늘은 단장도 마셔줘야 겠어!
발뭉?.... 발뭉? 잠깐만 난 오늘 마실 생각이…
거절은 없어!
/
12. 브류나크
12.1. 1화. 친구 같은 정령
늦어서 미안, 단장
저쪽의 예화정령들은 전부 처리했어.
…이쪽도 끝났어.
다친 곳은 없어?
으응, 그럭저럭. 네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역시 소문대로 굉장한 마법의 창 브류나크의 정령이군.
흐흠! 내 능력이면 이 정도는 당연하지!
그럼, 시내로 돌아가자고 하고 싶지만….
그런데?
…싸우다가 이상한 곳에 발을 들인 것 같아.
브류나크, 시내로 가는 길 알아?
아니, 나도 모르는데. 어쩌지….
일단은 좀 … 걸어 볼까?
…. 이쪽도 아닌가 보네
그래도.. 작지만 물소리가 들리고 있어.
더 가보자!
아… 여기는 강변이네
단장!!! 경치가 아주 멋져!
여기까지 온 김에 잠깐 쉬어 가자!
이봐, 이봐, 우리는 돌아가기 위해 이곳에 온 거야!
그치만 바람이 솔솔 불어서 기분이 좋은걸?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잠깐만 누워서 쉬자….
정말이지….
브류나크는 뭔가 정령이라는 느낌이 안 들어.
…뭐? 그, 그런가….
응. 뭐랄까… 친구 같아.
…친구? 그런가, 친구….
그럼, 나는 친구를 위해 더욱 열심히 능력을 발휘해야겠네.
후훗, 앞으로도 잘 부탁해!
/
12.2. 2화. 사라진 시냇물
휴우.. 이제야 끝났네
오늘 싸움은 장난이 아닌걸? 끝났다 싶으면, 또 나타나고, 또 나타나고….
하하… 어쨌든 다 정리가 되어 다행이다. 정말 고생 많았어. 브류나크.
너야말로.
그럼 이제 슬슬 돌아가 볼까? 저번처럼 길을 잃는 건 곤란하니까….
이번엔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나참. 뭘 걱정 하는 거야? 저번엔 우리도 모르게 깊은 숲속까지 들어가서 그랬던 거고…
여긴 깊은 숲도 아닌데다….
오염되기 전엔 내가 곧잘 놀던 곳이었어.
그러니까, 여기서 길을 잃을 걱정 따윈 하지 마.
아. 그렇구나. 여기서….
너는 오염되기 전의 이 곳을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었어.
그랬을 것 같군.
아, 저쪽 길로 들어가면 작은 시냇물이 있는데….
그래? 그럼 들렀다 가볼까?
그래도 돼?
안될 게 뭐야.
하하하. 맞아, 맞아. 가보자.
어…. 분명히 여기 시냇물이 있었는데….
왜…. 오염만 된 게 아니라… 지형까지 변할 수 있나?
글쎄, 그런 이야기는 들은 적 없는데.
수 년 전, 화산 폭발 당시 꽤 많은 곳의 지형이 변하긴 했지만…
여긴 당시 영향을 받았던 곳이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 그럼 어떻게 된 거지? 내 기억이 잘 못 된 건가?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다시 찬찬히 생각해봐.
음… 여기가 아니라면…. 저 쪽 길로…
하아…. 결국 찾지 못했네. 미안해. 너까지 고생시켜서.
난 괜찮으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마..
(…. 많이 속상해 보이네… )
오염이 다 정화되고나면 원래대로 돌아올까?
.. 글쎄… 잘모르겠네
그래도 원래대로 돌아오면 좋겠다.. 네가 말한 냇가를 나도 보고 싶어.
/
12.3. 3화. 범인을 찾아라
단장!!
아, 브류나크! 어서 와. 그런데… 잠시만. 부엌 좀 치우고.
브류나크. 많이 기다렸지?
뭐야, 기껏 약속시간에 맞춰 왔더니.
아, 미안, 미안. 오늘은 아침부터 정신이 좀 없네…
왜, 무슨 일 있어?사실은…. 그게….
자고 일어났더니.. 누가 소금.. 설탕.. 밀가루를 섞어 놨더라고..
결국 요리를 한 번 더 하느라 시간 보내고… 오를레아랑 싸우느라 시간 보내고…
하하하. 아… 웃겨…. 오를레아는 범인이 아니었어?
오를레아가 절대, 절대 아니라고 해서…
그럼 누구였던 거야?
그게 말이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
후훗. 범인은 나중에 색출하고… 지금은 일단 뒷마당에 나가자.
그래야지. 오늘 대련에선 절대 봐주지 않아.
누가 할 소리!
하악. 하악… 역시 브류나크… 연습인데도 실전처럼 집중하게 만드네.
후후… 연습도 진지하게. 그래야 실전에서도 실수가 없지.
아…오랜만에 땀 흘렸더니 기분 좋아~
잠깐 기다려. 마실 걸 좀 가져올게.
아, 아니. 난 괜찮… 가버렸네….
마셔. 시원할 거야.
으으응. 별로…. 목이 마른 것도 아니고. 먼저 마셔.
그래도 손님 먼저.
정말 괜찮다니까.
그래? 그럼 먼저…. 으앗.. 퉤…. 이게 뭐야?
으흠… 흐…흐… 아하하하
뭐야.. 브류나크… 남은 괴로워하는데…
하하하.. 괴로워라고 한 거니까.
어? 뭐? 아!.... 서, 설마… 네가….
하하하. 성공!
(하아… 범인이 브류나크였다니)
이런 장난은 안 칠 것 같았는데….
후후후. 그렇게 봐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덕분에 완벽하게 속일 수 있었네..
/
12.4. 4화. 좁은 골목길 불안증이 있어.
뭘 그렇게 흘끔거리는 거야?
어? 내가?
그래. 네가. 계속 흘끔거리는데다.. 손톱은 또 왜 그렇게 깨물어?
어, 내가?
그래, 네가.
하아…. 나도 모르게 예전 버릇이 나와 버렸네…
어? 예전 버릇? 이런 버릇이 있었어?
응… 그게….
좁은 골목길 불안증이 있어.
뭐? 그런 것도 있어?
건물들로 둘러싸인 길은 좁고, 하늘은 잘 보이지 않고….
이런 길을 다녀도…...평소엔 괜찮은데… 지금처럼 불안해질 때가 있어.
지금처럼?
음…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지금이….
앗! 브류나크!
브류나크. 정신차려.
으… 음….
아. 브류나크. 정신이 들어?
으….… 여긴….?
내 방이야.
어… 뭐… ? 그럼 이 침대는….
내 침대.
아… 어떻게 된 거야?
기억 안나? 상점가에서 갑자기 쓰러지는 바람에 얼마나 놀랐는지.
아… 그랬구나. 이런 적이 없는데… 오늘 컨디션이 정말 좋지 않았나 봐.
잠시 기다려. 마음을 안정시키는 따뜻한 차를 가져 올 테니까.
브류나크, 여기 차….
어? 얼굴이 빨개. 너, 열까지 나는 거야?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잠깐만. 해열제를 가져 올게.
바보….
이 열은 그런 열이 아니라고….
/
12.5. 5화. 전투궁합은 좋지만…
하아. 오늘도 임무 완수!
수고했어. 브류나크.
너도.
브류나크와는 전투 궁합이 좋아서 편해.
구… 궁합?
응. 브류나크도 그렇지 않아?
쓰.. 쓸데없는 소리.
어이, 혼자 가면 어떡해?
빨리 쫓아 오면 되잖아.
하하하. 그러네.
어, 강가네.
여긴 왜?
강바람을 쐬고 싶어서.
브류나크는 정말 바람을 좋아하는 구나.
바람처럼 자유로운 건 없으니까.
자유롭고 싶어?
글쎄… 지금도 충분히 자유롭다고 생각하는데…
가끔 답답할 때도 있지.
그런가…
넌 그런 적 없어?
뭐, 그런 때가 있긴 해도…. 지금처럼 이렇게 친구와 시간을 보내다 보면 말끔히 사라져…
친구…
참 듣기 좋은 말이야.
브류나크, 브류나크.
으응….
일어나. 여기서 잠이 들어 버리다니…
으.. 아아아앗!!!
너, 코까지 골 정도로 피곤했던 거야?
에? 나 코 골았어?
그래. 아주 크게.
거, 거짓말이지?
이런 거짓말을 왜 해?
너, 사실은 여기 잠자러 온 거지?
아니야!
어이, 잠꾸러기. 같이 가.
시끄러워. 알아서 오라고.
/
13. 아네모네
13.1. 1화. 닌자 아네모네
(장은 어제 봐놨고, 청소랑 빨레도 끝났으니 이제 자유 시간이구나)
가끔은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나쁘지 않네
후후후 아무도 모르겠지?
(…? 이게 누구 목소리지?)
후후훗…! 오를레아 놀래키기 작전… 난 정말 천재인가 봐!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인데)
오를레아가 내려오려면 아직인 걸까?
빨리 만나고 싶은데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설마 그 녀석에게 또 잡혀 있는 건… 맞아, 그런 게 틀림없어!
(주방에서 들리는 것 같은데…. 아 누군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고)
늘 아빠인척 하는 그 녀석만 없다면 오를레아랑 훨씬 많이 놀 수 있는데…!
역시 이 손으로 직접 처리하는 수 밖에…!
(아무래도 들어가 봐야겠네)
거기서 뭐 하는 거야?
(… 아네모네였구나)
에엣? 꺄아아악.
다, 당신, 대체 어떻게 날 알아챘지?!
그야… 거실에서 다 들렸는 걸
에?? 내가 그렇게 크게 말했단 말야? 크윽… 나도 참 멍청하게!
그보다 미안하지만, 오를레아는 집에 없어
무… 뭐라고?
아까 장보러 나갔거든.
크윽… 그걸 놓치다니.
――그렇다면, 마침 잘 됐어.
응?
오를레아가 없다는 건! 내가 당신을 처리할 절호의 기회라는 거지!
받아라!
이크…!
쳇…! 다시 한 번!
큭… 자, 잠깐!
뭐야 유언이야? 그 정도는 들어줄게
유언은 아니지만,잠시 진정하고 차라도 한 잔 하는 게 어때?
누가 당신 같은 사람과!
슬슬 오를레아가 돌아올 때니까 함께 차나 마실까 했는데….
싫으면 어쩔 수 없지..
그럼 그렇다고 빨리 말하던가!
(넘어온 건가?)
…어? 하지만 잠깐.
지금 이 녀석을 처리하면 오를레아랑 단둘이서…? 그 편이 더….
혹시 다시 싸울 생각이라면..
오를레아가 돌아와서 너랑 나랑 싸우는걸 보면 속상해하지 않을까?
그건… 으……
그러지 말고 함께 차를 마시면서 대화하자.
오를레아가 좋아하는 것도 알려줄게
어? 저, 정말…?
응 진담이야.
좋아!
그래? 오를레아가 곰인형을 좋아한단 말이지?
응, 귀여운 걸로.
그리고 오를레아가 나랑 아네모네가 친하게 지냈으면 하던데
나와 당신이랑?
응. 그래서 말인데 오를레아을 위해서 당분간 휴전하지 않겠어?
우리 둘이 싸우면 오를레아가 슬퍼할 거야.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
오를레아를 봐서 오늘은 넘어가 줄게!
잘 됐다… 고마워.
이번만이야! 내키진 않지만!
알아, 알아.
알면 다행이고!
…후훗, 오를레아, 빨리 왔으면 좋겠다♪
/
13.2. 2화. 친구가 보고 싶어
야아아아아아!!!
뭐, 뭐야?
아네모네? 무슨 일이야?
나쁜 녀석. 내가 할 말을 먼저 해 버리다니.
….내가?
오를레아를 빼돌린 게 너지?
오를레아 어디있어!
아아 오를레아…
잠깐, 오를레아 방에 들어갔던 거야?
그래!
(.. 지금 몇 시지?)
(… 2시… 완전 한밤중이구나)
뭐야, 새벽 두 시잖아?
대체 왜 이 시간에 오를레아가 없는 거야! 어디에 빼돌렸어!
하아… 아네모네 이 시간에 함부로 들어오면 어떡해
이거 무단침입이야.
무단… 뭐… 됐고... 왜 자꾸 말을 돌려? 오를레아가 어디 있는지 왜 빨리 말 안해?
아! 그렇구나. 너… 내가 찾아올 줄 알고…. 오를레아를 미리 빼돌린 거야?
네가 이 시간에 올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는데 어떻게 오를레아를 빼돌리겠어.
딱 걸렸어.
알고 있었다면 빼돌렸을 거라는 거지?
아니, 내 말은….
(… 잠깐 지금 아네모네의 페이스에 말려들은 것 같은데)
(잠은 다 깼고, 어떻게 할지 고민 좀 해봐야 겠어)
왜 갑자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야? 오를레아는? 어디 있어?
아네모네. 일단 거실로 나가자.
우리는 아무래도 긴 대화가 필요할 것 같네
네 말대로 거실로 나왔으니까 얼른 말해
오를레아는 오늘 마리네 집에서 자기로 했어.
뭐? 아니 왜… 설마 너 오를레아를 내쫓은 거야?
그럴리가 없잖아. 오를레아가 마리랑 놀고 싶다고 한 것 뿐이야.
그렇게 어린애한테 외박을 허락하면 어떡해!
… 하아…
아네모네 너도 지금 외박하고 있잖아.
아!
도대체 이 밤중에 왜 온 거야?
오를레아가 보고 싶었단 말이야!
당장 보지 않으면 죽고 싶을 정도로 보고 싶었다고!
넌 맨날맨날 오를레아랑 있으니까… 오를레아가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 일이지 모르지?
하지만… 난… 맨날맨날 혼자라서… 맨날맨날 오를레아가 보고 싶고…
꾹 참다가… 결국 못 참고… 와 버렸는데… 오를레아는 없고. 내 연적만 있고… 우왕…..
흑.. 흐흑..
갈래..
아냐, 밖은 너무 어두워서 위험해. 자고 가.
싫어. 오를레아에게 갈래.
지금 시간이면 자고 있을 텐데?
밖에서 바라보기만 하면 돼!
그러지 말고, 여기서 자지 않을래?
내일 오를레아가 와서 널 보면 깜짝 놀라면서 좋아할거야.
….. 그럴까?
응, 오를레아의 예비용 잠옷도 빌려줄게
정말? 그럼 좋아!!
/
13.3. 3화. 연적 처단법
(이제 제람님께 보고만 하면 되겠군)
아야!
(뭐지? 방금 뒷통수에 뭔가 맞았는데?)
(주변에 수상한 사람은 없어 보이는… 앗! 또)
(그런가 이건 아마)
아네모네!
칫, 벌써 들킨 거야? 재미없어
길 한복판에서 공격이라니, 대체 무슨 짓이야
잘못 맞아서 엄한 사람이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
뭐긴 연적을 처단하려는 거지!
그리고 내가 이 정도도 못 맞출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하아…
아네모네 우리 대화 좀 할까
또? 싫어!
내가 왜 연적이랑 대화해야 해?
그럼, 지금 일 오를레아에게 말해도 돼?
뭐? 아… 그건 안 돼
오를레아가 나를 심술궂은 아이로 생각하는 건 싫어
오를레아에겐 비밀로 할게 그러니 대화 좀 하자
어, 어디로 갈 건데?
이봐? 야!!
뭐야, 기껏 여기에 올 거면서 그렇게 무게 잡은 거야?
난 또, 엄청 대단한 곳에라도 데려가는 줄 알았네.
여기는 다른 사람이 없으니까.
쳇! 꼰대 주제에..
뭐… 꼬… 꼰대?
대화를 하려는 게 아니라 또 가르치려 하는 거잖아!
가르치려는 게 아니라… 묻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
흥. 네가 뭘 묻든 대답해 주지 않을 거야.
너, 정말 오를레아가 좋아?
말이라고!
진심으로?
당연하지! 아! 대답하지 않을 거야.
그럼 오를레아를 그렇게 좋아하면서 왜 나한텐 심술맞게 구는 거야?
넌 싫으니까.
오를레아가 좋아하는 사람인데도?
그러니까 더 싫지!
넌 내 연적이라니까?
아네모네, 만약 네가 날 공격해서 내가 크게 다치면 오를레아가 좋아할까?
…..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싫어하지도 않을거야!
정말 그렇게 생각해?
대답해주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으……………
나는 오를레아가 슬퍼하는 게 싫어.
그러니까 이쯤하고 우리 사이좋게 지내지 않을래?
아냐, 틀렸어.
오를레아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하려면… 오를레아가 널 싫어하게 만들면 되는 거잖아?
괜히 날 휘두르려 한 것 같은데! 나는 속지 않아!
두고 봐! 다음엔 정말 무찌를 거야!
아네모… 으.. 가버렸네
(하아… 당분간은 계속 이 모양이겠네)
/
13.4. 4화. 아네모네의 성 나들이
내일 영주랑 만나기로 했다며?
…..제람님을 만나기로 한 건 맞는데, 어디서 들은거야?
그야 당연히 오를레아지!
그래서 말인데 나도 너랑 같이 가려고
나랑?
제람님도 널 보고 싶어하시니까 만나보는 것도 좋지. 하지만 내일은 안 돼
왜? 왜 안돼?
내일은 중요한 회의가 있거든
게다가 넌 그냥 제람님을 제 2의 연적으로 보고 있잖아.
회의를 난장판으로 만들게 둘 수는 없어
쳇 쪼잔하긴!
그냥 오를레아를 좋아해주는 할아버지라기에 얼굴을 보고 싶었던 것 뿐이야!
네 허락 따위 없어도 방법이 있다고!
아네모네?
흥! 두고 봐! 나는 내일 꼭 그 할아버지를 만날 거야!
(아… 또 가버렸네)
(오를레아를 좋아해주는 건 좋지만 독점욕이 너무 강해)
(오를레아가 첫 친구라 그런 걸까)
(이대로 회의를 망치게 둘 수 없으니, 내일은 주의해야겠어)
(역시 쫓아오고 있구나)
(내가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이렇게 다 보이는데)
(우선은 조금 따돌리는 게 좋겠지, 저 골목으로 들어가야 겠어)
어? 어디로 사라진 거지?
설마… 내가 뒤쫓는 것을 눈치채고…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내가 얼마나 조심 조심 따라왔는데…
아네모네
으아아앗!!
너…!! 너!! 뭐야!
나야말로 묻고 싶어. 왜 따라오는 거야?
모, 몰라서 물어? 오늘 난 기어코 그 영주인지, 뭔지를 보고 말거야.
오늘은 안 된다고 했잖아.
칫.. 알았어
(… 너무 순순히 물러나는데?)
아네모네,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니지?
뭐래? 흥! 치사 뿡이다!
…. 이렇게 끝낼 애가 아닌데
(일단은 늦기 전에 성으로 갈까)
잡았다!!
아네모네? 너.. 어떻게 여기에
(오는 동안 미행은 없었는데? 설마 내가 눈치 못 챈 건가?)
하하하하 알프헤임 사람들은 모두 영주의 성이 어딘지 알고 있더라고
설마 니가 아니면 내가 못 찾을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하하하하하 나 혼자 힘으로도 올 수 있다고!
그래… 대단하네
(뭐 그래도 성 안으로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으니까)
야아~
뒤도 안돌아보고 가는 거야? 매정한 녀석
여기까지 왔는데 나도 데려가줘
….
사고치지 않을게
제람님께 실례를 범하지도 않을거지?
나도 예의가 뭔지는 안다고!
그리고 그러면 오를레아가 곤란해지잖아
난 그냥 오를레아가 좋아하는 할아버지를 보고 싶은 것 뿐이야
… 그렇다면 좋아.
(본인입으로 오를레아까지 거론했으니까 괜찮겠지.. )
(그게 아니어도 음.. 제람님이라면…. 괜찮을지도 몰라)
/
13.5. 5화. 유일한 사과가 되고 싶어
(누구지? 오를레아가 돌아오려면 멀었는데)
아네모네?
말 시키지 마, 나 지금 위험한 상태야
그래
(…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일단은 그대로 둬 봐야겠네)
(마침 서류도 마저 봐야 하니까..)
후, 끝났네
(음? 아직도 안갔네)
(그리고 표정이 너무 안 좋은데?)
아네모네
왜 불러, 말 시키지 말라니까?
무슨 일 있어?
없어.
알겠어, 그럼 더 놔둘게
혹시 말 상대가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줘.
무슨 일은 없는데 질문은 있어.
무슨 질문이야?
만약 사과가 한 개 밖에 없다면…. 더 맛있지 않을까?
사과?
만약, 네가 사과를 한 바구니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봐.
그럼 별로 먹고 싶지 않을지도 몰라. 많이 있으면 왠지 맛이 없어 보이니까.
그런데 하나만 가지고 있다면?
그럼 더 맛있어 보이지 않을까?
글쎄…
사과를 한 개를 가지고 있든, 한 바구니를 가지고 있든 맛에 차이는 없을 것 같은데?
사과의 맛은 개수가 아니라, 싱싱함과 당분에서 결정되는 거잖아.
하나만 가지고 있더라도 상해서 맛없을 수도 있고, 한 바구니를 가지고 있어도 달고 맛있을 수도 있지.
그런가?
그런데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거야?
오를레아가 너무 많은 사과를 가진 것 같아서…
오를레아는 정말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잖아? 영주, 마리, 오딘, 쿠마….
거기에 너도 들어가 있고
응… 맞아
나는 그냥 그 중 하나일 뿐이고 유일한 사과가 아니야.
그래서 맛이 없을 거라고?
응….
공평하지 않아.. 오를레아는 나에게 유일한 사과인데… 흑.. .나는…
나는 수 많은 사과 중 하나일 뿐이야..흑…. 흐흑..
오를레아는 그 한바구니를 다 먹을 만큼 사과를 좋아해
한 알 한 알을 소중하게 생각할거야.
진짜?
네가 오를레아를 좋아하는 만큼, 오를레아도 너를 좋아할 걸
그러니 외로워 하지마
누, 누가 외로워 한다는 거야! 나는 외로움 같은 거 느낀 적 없다고!
너! 잘난 척 좀 하지마!
….. 그래도 오늘은 고마워. 그 잘난 척이 도움이 될 때도 있네
(후… 끝난 건가)
(그래도 원래대로 돌아와서 다행이야)
/
14. 아르테미스
14.1. 1화. 누군가 나를 훔쳐 본다면
으.. 찝찝해
(전투 하면서 너무 피가 많이 묻었어. 좀 씻어야 할 것 같네)
(그러고 보니 이 근방에 샘이 있던 것 같은데 거기에서 좀 씻어야 겠네)
좋아.. 여기서 씻어야 겠어.
온통 피칠갑을 하고 돌아가면 오를레아가 기절할 거야.
꺄아아아아아아!!!
어? 어어??
아..아르테미스?
당장 나가!!!
…깜짝 놀랐어
그건 내가 할 말이야..
정말 미안해, 반대쪽에 네가 ….네가… 다 벗..
그렇게 말하지 마!
내가 먼저 눈치 챘기에 망정이지, 조금만 늦게 알았으면 나랑 같이 목욕 하는 거였잖아!
서…설마 애초에 내가 목욕하는 걸 훔쳐볼 생각이었던 건 아니지?
단장 멀쩡한 인간인 줄 알았는데 파렴치해!!
으… 진짜 미안해. 절대 훔쳐볼 생각이었던 건 아니야.
그냥 오늘 전투에서 피가 너무 많이 묻어서 씻고 싶었던 것 뿐이야.
그 말 믿어도 돼?
응. 진짜야.
오를레아를 걸고 맹세해.
흐응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단장이 오를레아를 두고 거짓말할 리도 없으니까.
믿어줄게.
휴.. 고마워
그럼 이제 씻어도 될까? 나 정말 찝찝한데
좋아. 얼른 씻어.
하하하 아르테미스 수건도 빌려주고 정말 고마워.
그냥 다 젖은 채로 걸어 다닐 생각이었던 거야?
흐응- 단장 한심해
이렇게 될 줄은 몰랐거든.
그나저나 단장 정말 다행이네
응? 뭐가?
아까 내 목욕을 훔쳐본 거였다면, 후후후 나를 책임지게 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책임.. 풉.. 뭐?
그야 혼인도 안한 소녀의 알몸을 보면 당연히 책임져야 하는 거잖아?
그게 아니면 두 눈을 멀게 해버릴 거니까!
하…하하
(….살짝 보였던건 절대 입밖에 내지 말자)
/
14.2. 2화. 타오르는 아침
단장, 일어나! 해가 중천이야!
으음… 뭐야, 누구야…?
정신 차려! 언제까지 잘 생각이야
…아르테미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이런 시간이 아니야! 아침이라고! 아, 침!
바른 정신은 규칙적인 생활에서 시작되는 거야, 자 어서 일어나!
후아암… 알았어. 일어난다고.
꺄아악…?!
으.. 추워..
다, 당연하잖아! 대체 그 꼴은 뭐야! 왜 알몸인거야!!!
그야.. 더우니까
더워서…벗었다니, 좀 더 그럴듯한 변명은 없어…?!
아니, 변명이 아니라….
다, 다가오지 마! 어물쩍 날 덮치려는 거지?
나, 이렇게 짐승처럼 당하게 되는 거야…? 아무리 애원해도 멈추지 않고….
옷도 갈기갈기 찢어지고, 비참한 모습으로… 그리고, 그 후에――
이, 이봐. 괜찮아…?
…꺄아악?!
나, 나….
다행이네, 제정신으로 돌아왔구나.
제정신으로…? …그보다, 단장! 왜 아직도 그런 모습이야!
그야… 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니까 깜짝 놀라서 달래러 온 거잖아.
알았으니까 빨리 옷 좀 입어…!
자 어서 먹어…!
대단한데… 이거 전부 아르테미스가 만들었어?
응, 물론이지.
…엇! 굉장히 맛있는데, 이 정도라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겟어…!
후훗, 과장은….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 위와 뇌에 좋은 자극이 되니까.
아아, 고마워…
아르테미스는 정말 요리를 잘 하네, 좋은 아내가 될 거야.
뭐…?!
아, 아내라니…! 그건――
한마디로 내가 너와 결혼….… 지금 프로포즈 하는 거야?
푸핫…!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게 아니라….
그, 그렇잖아! 갑자기 그런, 마음의 준비도 안 되어 있는데!
그, 그러니까 그거지. 아내가 되면… 매일 아침상을 차리고, 그리고….
잘 다녀오라고 키, 키스 같은 걸 하기도 하고, 그리고… 밤에는…!
밤에는, 매일 밤… 단장과!!!!!
아, 아르테미스?
윽!! 또, 또 날 갖고 놀다니…! 두고 보자, 다음에는 절대 지지 않을 테니…!
뭔가… 싸우고 있던…. 거였어…?
/
14.3. 3화. 달이 빛나는 밤에
후… 오늘은 너무 늦었는걸? 오를레아가 걱정 하겠어.
그런데… 저거 아르테미스 맞지?
아르테미스!
음?
훌쩍.. 킁..…단장이구나.
..어…. 갑자기 말을 걸어서 미안. 멀리서 보이길래 반가워서 그만..
아냐 괜찮아.
(눈가에 눈물 자국이 남아있는데.. 안 물어봐도 괜찮은 걸까)
(말하기 싫은 것 같은데 모른 척해주자)
그런데 왜 이런 시간에 여기 있는 거야?
오늘 좀 일이 늦게 끝났어. 이제 돌아가는 거야.
그래? 너무 무리한 거 아니야? 전투 했던 거야?
전투도 있었지만 다친 곳은 없어.
아르테미스는 뭐하고 있었어?
나는…
(이런.. 질문을 잘 못 한 것 같은데.. )
아, 미안 말하고 싶지 않으면 괜찮아. 내가 방해한 것 같은데 이만 갈게
잠깐만 가지마.
내가 눈물 흘린 걸 본 것 같은데, 별거 아니니까 그렇게 신경 안 써도 돼.
나는.. 그냥 밤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어.
은가루를 뿌려 놓은 것 같은 하늘에 달이 홀로 빛나고 있잖아?
홀로 빛나는 달이 뭔가 외로워 보인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야.
…..
….. 아르테미스는 외로워?
내가?
하하… 그럴리가..
…. 단장.
단장은 나를 두고 어디론가 사라지지 않을 거지?
…당연하지, 멋대로 어디론가 사라지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야.
정말?
그럼, 누가 뭐라하든 곁에 있을게, 아르테미스만 남겨 놨다간 후환이 두려우니까.
내가 어디로 가든 반드시 찾아서 데리고 돌아올걸. 안 그래?
후, 후훗… 그게 뭐야, 내가 귀신이라도 되나?
뭐야, 아니었어?
후후룻… 화낸다, 후훗….
아… 네가 이상한 말을 하니까 웃음이 나잖아? 참 이상도 하지
휴우… 뭔가 속이 시원해졌어.
밤도 늦었는데… 그만 들어가야 하는 거 아냐 단장?
무슨 말이야, 그건 아르테미스도 마찬가지 아냐?
아르테미스가 들어갈 때까지 나도 안 들어갈 테니까.
후훗, 어쩔 수 없네….
잘 자, 아르테미스.
응, 잘 자, 단장. 그리고――
고마워, 앞으로도 쭉 함께 있자.
/
14.4. 4화. 가슴 답답한 날
하아!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야. 같이 와줘서 고마워.하하하.. 뭐, 대단한 부탁을 들어준 것도 아닌데...
그래도… 오늘은 어쩐지 사방이 탁 트인 곳에 오고 싶었지만…
혼자 있는 건 싫었거든.
혹시…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거야?
음… 오늘 아침부터 우울해 보였거든.
아! 그렇게 보였구나. 티를 안내려 했는데…
어?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거야?
무슨 일이 있다기 보다….
그냥 좀…. 답답했어. 이 세계가…
예화 정령들 때문에?
뭐, 그렇지.. 오염되어 버린 땅이 많아진 데다… 수많은 정령들은 예화되어 자기 자신을 잃어 버렸고….
우리는 또 싸우는 게 일상이 되어 버렸고…
뭐, 그렇긴 하지..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싸울 수 밖에 없잖아.
혹시 억울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 원래 살던 세계에 있었다면…. 이런 일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그랬다면.. 너와 이렇게 서 있는 일도 없었겠지.
오를레아를 만나는 일도 없었을 거고.
낙천적이네.
하하. 그럴 수도. 하지만 너나 오를레아를 알지 못했던 시간으로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아.
지금의 나는 너희들이 내 일상이고, 내 인생이니까.
어멋… 단장… 보기보다….
정에 휘둘리는 남자네.
보기에도 그렇게 보였을 텐데?
그건 아니지. 만약 그랬다면… 네가… 나를…
응? 왜 갑자기 목소리를 줄이는 거야? 무슨 말인지 잘 안들려.
못 들었으면 됐어.
실없기는.
왜, 왜 그렇게 쳐다봐? 민망하게.
네가 정이 많은 남자라서 다행이야.
그런데, 그래서 더 내 마음이 아프네.
그게 무슨 뜻이야?
모르면 됐어. 뭐, 다 알 필요도 없지. 이제 집으로 갈까? 날도 슬슬 어두워지고 있고….
지금보다 더 어두워지면 길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 더 어두워지기 전에 데려다 줄게
후후후 역시 정이 많아.
/
14.5. 5화. 사냥의 여신
음….. 곤란하네
흐응~ 단장? 뭐가 그렇게 곤란해?
읏!! 까..깜짝이야 아르테미스잖아?
…왜 그렇게 기척 없이 다니는 거야.
그야 이렇게 다녀야 사냥감들이 눈치채지 못하니까?
그나저나 말 돌리지 말고. 뭐가 곤란하다는 거야?
아…
최근에 마을에 가축 전염병이 돌아서 고기를 구하기 힘들어졌거든
이웃 영지에서 들여오는 고기를 사먹고 있었는데 이젠 옆 영지까지 전염병이 돌아 버려서..
당분간 고기 판매는 없을 예정이래
흐응-그래서?
응?
그래서 그게 뭐가 문제야?
그야.. 고기를 못 먹는 게 문제잖아?
나야 그렇다고 쳐도 오를레아는 한창 때니까 음식 섭취를 잘 해야 한단 말야.
에잇 그 말이 아니잖아!
고기를 못 사는건 알겠는데 왜 고기를 못 먹냐는 거지
사냥하면 되잖아!
………..혹시 인간들은 사냥 안해?
아!!!
(하… 눈이 부시네 정말)
(아르테미스는 정말 사냥을 잘 하는 구나.)
단장!! 이거면 충분해?
응! 충분해!
(나는 왜…사냥할 생각을 못 했을까…)
(아직도 이런 곳에 이전 세계의 흔적이 남아있구나.. 하긴 거기선 마트만 갈 줄 알았지 사냥할 일은 없었으니까)
뭐야.. 단장 왜 그렇게 얼이 빠졌어?
네가 멋져서
뭐….. 뭐?!?!? 내가..내가 멋져?
여태 그런 말 한 적 없었잖아?
한 적 없었나?
그런데 숲을 달리면서 활을 쏘는 널 보니까 그 말 밖에 생각이 안나네?
사냥의 여신이 이런 모습일까?
뭐…뭐라는 거야! 꺄아아아 사냥의 여신이라니
내가 그렇게 멋졌어? 가서 더 잡아올까? 응? 멧돼지도 잡아 줄까?
아냐 괜찮아.
이거면 충분해. 하하하.. 나 방금 이상한 말 했구나
단장이 맨날 이상했으면 좋겠다.
이상해 지니까 후후후 듣기 좋은 말도 할 줄 아네
으.. 놀리지마
하지만 정말 멋졌어.
후후후 다음에도 고기가 필요하면 알려줘.
/
15. 아민
15.1. 1화. 내 이름은 아민!
여기도 이상 없고… 휴우….
슬슬 돌아갈까….
으으….
(… 신음소리?)
(저기 나무 그늘 쪽인가?)
(혹시 예화정령일지도 모르니 조심해서 살펴봐야 겠어.
끄으으으으
(정령이잖아? 꽤나 다친 모양인데?)
괜찮아?
끄으으으으으… 으… 별일 아냐
(이렇게나 부상이 심한데 아무것도 아니라니 혹시 말 못할 사연이 있는 건가)
그럼 치료만 해줄게
치료? 어? 아니? 으으… 이 정도는 별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안 됐지만 그럴 수는 없어
왜에?
이렇게나 다쳤는데 모른 척 할 수는 없어.
이 상태로 예화 정령이라도 만나면 도망도 못 갈거야.
하…하하하! 좋은 사람이구나, 너…! 아이고오…
으…. 웃었더니 상처가 땡기네… 그럼 치료를 부탁해
그래 잠시만 기다려봐.
어때? 또 아픈 데 있어?
아니… 덕분에 아주 편해졌어. 네 덕분이야.
이 은혜는 안 잊을게… 답례를 해야 할 텐데.
아냐, 내가 멋대로 한 일이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돼.
그러면 내 맘이 편치 않아!
그래도….
그리 말하지 말고! 음… 뭔가 곤란한 일 같은 거 없어?!
곤란한 일?
응! 뭐든 좋으니 도와줄게!
지금은 괜찮은데..
그럼 나중이라도 좋아!
숲에서 내 이름을 크게 불러줘
… 이름을?
응! 내 이름은 아민이라고 해!
알겠지? 부르는 거다?
읏.. 빨리 답해줘!
그래 알겠어
약속 한거다!!
나는 다시 가야겠어!
(…. 사라졌어..)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
15.2. 2화. 아민은 엉뚱해
아아… 이렇게 한가한 것도 오랜만이네….
뭐해?
깜…짝이야.
아민이구나, 어서와.
헤에- 오늘도 언제나처럼 짜증스러운 표정이네.
짜증이라니… 그냥 날 때부터 이런 표정이야.
하하하! 그랬을지도!
그래서 오늘은 왜 왔는데?
그냥 근처에 왔다가 들렀을 뿐이야.
그렇구나, 오를레아는 금방 돌아올 테니 쉬고 있을래?
나는 잠시 뒷마당에서 장작을 정리하고 올게
아아, 그럼 그럴까.
오늘도 날씨가 좋네
장작도 이만하면 괜찮은 것 같고
(… 그런데 아민은 왜 계속 이쪽을 보고 있는 거지?)
(뒷통수가 뚫릴 것 같아)
(말을 걸지는 않는 걸 보면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일단 방청소나 할까)
…..
(따라왔어,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건가?)
(그런데 왜 말을 걸지 않는 거지?)
아민, 뭔가 할 말이 있는 …
으악!!!
!!
왜 갑자기 뒤돌아보는 거야! 깜짝 놀랐잖아.
음… 미안.
심장 떨어질 뻔 했네
아민, 나는 그냥 집안일을 하는 거야. 따라다지지 않고 편하게 쉬고 있어도 돼.
끄으으으으….
아민?
시끄러워!! 말하지 않아도 안다고!
흥!!!
… 뭐였지?
아민
흐액!! 뭐..뭐야! 놀래키지 마!
혹시 나랑 놀고 싶은 거야?
뭐..??? 뭐어?
계속 따라다니길래 혹시 싶어서 물어보는 거야.
아니면 할 말이 있어?
이, 이 내가 그런… 외롭다거나 놀아달라거나 그런 생각을 할 리가 없잖아!
… 그랬어?
으, 정말! 이… 바보! 멍청이!!!
됐어!! 갈거야!
…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네
/
15.3. 3화. 널 지켜줄게
꽃이 제법 자랐네, 보기 좋은 걸?
(처음에는 잡초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꽃을 피우다니, 베어내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런데…… 저기 숨어 있는거 아민 맞지?)
(말을 걸어주길 기다리고 있는 건가)
아민, 점심 같이 먹을래?
으악…! 어째서 들킨 거지…!
그냥 왠지 있을 것 같았어.
(다 보였다고 하면 또 날뛰겠지..)
그래? 감이 좋네?
그보다 어때? 샌드위치 같이 먹을래?
오랜만에 만들었더니 의욕이 넘쳐서 너무 많이 만들었거든….
같이 먹어 주면 좋을텐데.
그,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 먹어 줄게!
아아- 그럼 이쪽으로 와
맛있어!!
하하, 입에 맞아서 다행이야.
이거 전부 니가 만든 거야?!
응, 하하 별거 아니야 그냥 샌드위치인걸
별거 아니긴! 이렇게 맛있으니까 자신감을 가지라고.
그래? 그럼 이쪽도 먹어볼래, 조금씩 맛이 다를 거야.
뭐?! 맛도 여러 가지네?! 헤에…!
…음! 이 계란 샌드위치, 달달하고 맛있어!
다행이네, 마음에 들었나 보구나.
응, 마음에 들었어!
…어?니가 먹고 있는건 뭐야? 내꺼랑 다른데?
응? 이건 고기를 넣은 건데….
고, 고기…?! 맛있어 보이는데….
――이리 내놔 봐!
으힉! 기, 기다려, 아민! 굳이 먹고 있는 걸 가져 가다니….
시끄러워!
와앗! 지, 진정하라고!
와하하하하하 이렇게 즐가운 식사 오랜만이야!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야.
…있잖아,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내가 상처를 치료해준 날? 기억하고 있어. 그 날은 왜?
아, 별거는 아니고… 그저 이야기해 두고 싶어서. 있지 내가 분명 은혜를 갚겠다고 했었잖아?
아아- 그랬지
시작은 그냥 은혜를 갚으려던 거지만 지금은 아냐. 지금은 그냥 친구로써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해
고마워 나도 아민과 함께라면 든든해
흥… 그건 당연하지. 너희는 얌전히 내 보호를 받으면 돼.
하하하하 내 활약을 기다리라고!!
(계속 이 말을 하려던 거구나)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해
응!
/
15.4. 4화. 엉성한 보답
후아아암
(벌써 해가 중천이네, 엄청 오래 잤구나..)
(오를레아는 오늘 일찍 나간다고 했었지..)
(우선은 아침을 만들어 볼까)
(.. 도둑이라도 들은 건가?)
(왜 이렇게 뭐가 엎어지고, 쏟아지고… 하아…)
오를레아가 보면 엄청 놀라겠어..얼른 치워야… 으았!! 아민?
왜 여기에 있는 거야?
그리고 왜 숨어 있던 거야?
아하하… 네 발걸음 소리를 듣곤 나도 모르게…
뭐?
사실…. 놀래켜주고 싶었어.
놀래키는 건 성공한 것 같은데
아, 아니.. 이런거 말고오!! … 그 맛있는 아침으로?
저번에 니가 샌드위치 만들어줬잖아. 그래서… 나도 그 보답으로…아침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
(아… 그 일인가)
그런데 아민, 내 부엌에서, 내 재료로, 내가 먹을 아침을 만들어주겠다는 게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아… 어… 화났어?
음… 화났다기 보단…
화났구나!
그런 건 아닌데…
목소리가 차가워. 나를 보는 눈빛도… 난 우리가 좀 더 가까워진 줄 알았는데….
바보 멍청이!!! 내 마음은 하나도 모르면서!!
으아아아아아앙
아, 아민…. 부엌은 치우고 가야….
하아…
(일단은 좀 치운 뒤에 따라가 볼까)
아민, 여기 있었구나
으악. 또 들켰어.
으……… 미안해
음? 괜찮아 놀라지 않았어.
아니 그거 말고! 부엌.. 어지럽힌 거
괜찮아.
히잉… 진짜, 진짜 미안.
진짜 괜찮아, 아민은 나를 위해서 요리해주려고 했던 거잖아? 오히려 고맙지
정말…? 고마워?
하지만 다음에는 안 돼.
왜!!
아까 깜짝 놀라서 심장이 떨어질 뻔 했거든
그리고 또 부엌을 치우기는 싫어.
으아아아아!!
조금 전에 사과한 거 취소야!!
/
15.5. 5화. 반짝반짝 빛나는
아민, 어서 와
흠…흐흠.. 오늘은 일찍 나왔네?
좀 일찍 일어났거든. 아민도 일찍 나왔네?
그야! 너를 보호하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지! 아침에도 위험할 수 있잖아.
생각해줘서 고마워. 아침은 먹었어?
별로… 원래 아침 안 먹어…
그래? 아쉽네. 팬 케이크를 잔뜩 구워 놓았거든
아! 아, 아침은 안 먹지만… 간식은 먹어. 팬 케이크는 간식이니까 기꺼이 먹어줄게.
하하, 들어가자
그 웃음…
응?
아무것도 아냐. 들어가자.
(미리 만들어 놓길 잘했네)
하아- 잘 먹었다. 역시 너는 요리실력이 좋구나.
맛있게 잘 먹어줘서 오히려 내가 고마워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면 뭐든 다 먹을 수 있어
으으으으 오를레아는 좋겠다, 매일 매일 니가 만들어 주는 음식을 먹을 거 아냐.
음, 꼭 그렇지는 않아
오를레아는 제빵사가 꿈이라, 나보다 더 많은 시간을 부엌에서 보내고 있거든
요즘에는 식빵을 연습하고 있어
흐응- 그렇구나 제빵사..
그래서 오를레아가 그렇게 반짝반짝 빛나 보였던 거구나.
부럽다-
아민, 너도 빛나 보여
에? 내가? 정말?
누구나 다 자기만의 빛을 가지고 있지.
너도 마찬가지야.
네가 보기에…. 나는 어떤 빛을 내는 것 같아?
순수하면서도 엉뚱하고, 아닌 척하지만 외로움도 많이 타고…
널 보면 연한 보라빛이 떠올라.
아… 너한테 나는 그렇게 보이는구나….
어쩐지 부끄럽네… 꼭….
….?
꼭….. 사랑 고백을 받는 것 같아. 아하하…. 뭐, 뭐래? 그, 그만 가볼게.
아민?
…. 사실 나도 네가 항상 빛나 보였어. 처,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아… 고, 고마워.
(.. 어쩐지 열이 오르는 것 같아)
/
16. 아스카론
16.1. 1화. 주군으로 모시겠습니다.
여기가 오를레아 아가씨의 집이 맞습니까?
…맞긴 한데..
(..오를레아를 아가씨라고 부르다니….. )
(설마.. 오를레아가 어디서 사고를 친 건가?)
오를레아는 내 딸인데, 너는 누구지?
아가씨의 아버님이시라고요!!
정령 아스카론, 기사님을 주군으로 모시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뭐?
기사님께서 예화정령이 되었던 저를 구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부디 제 검을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내가 정화해준 건 사실이지만
나를 주군으로 모시겠다고..?
예, 저를 받아주신다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은혜를 갚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나도 따로 모시는 분이 있는 처지인데.. 어떻게 부하를 두겠어.
조금 이상하잖아.
절대 이상하지 않습니다.
본래 왕이 있으면, 그 아래에 장군이 있고, 다시 그 장군을 섬기는 병사들이 있지 아니합니까.
주군께서 다른 분의 아래에 계신 건 절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주군을 모시고 싶을 뿐입니다.
(으아아.. 뭐..뭐가 이렇게 진지한 거지..)
(눈 반짝이는 거 봐..)
그…..
저를 받아주실 때 까지 여기서 움직이지 않겠습니다.
부디 제 진심을 알아주십시오..
(이걸 어쩌지..)
미안한데… 나는 누구를 아래에 둘 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네가 나에 대해 너무 큰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그러니.. 이만 검을 거두어줬으면 좋겠…
기사님께서 대단하지 않으시다니요..
이 얼마나.. 겸손한 분이신지..
(지금.. 우는 거 맞지?... 저거 흐르는 거 눈물이지?)
주군께서는 잘 모르시는 것 같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기사님이야 말로 제가 모시고 싶은 분이십니다.
저는 주군을 만나기 위해 여태 살아온 게 분명합니다.
(…. 더..더 이상 거절할 수가 없어..)
그…그래 네가 정 그렇다면
앞으로 잘 부탁해..
예 주군, 전심전력으로 모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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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2화. 폭탄같은 충성심
으앗!! 아스카론 당장 그 검 치워!
하오나 주군!!
당장! 명령이야!!
…예 주군..
후우……
(거기서 칼을 꺼내들 줄이야.. 큰일날 뻔 했어…)
(역시 여기서는 화를 내야 하는 거겠지………?)
(그런데 …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지만 이미 기죽어 있는데……… 아아.. 머리야..)
아스카론
예 주군..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알아?
그게…..
죄송합니다 주군.. 잘 모르겠습니다.
… 그럴 줄 알고 있었어.
민간인을 상대로 칼을 빼들면 어떡해..
하오나 주군… 그 자는 주군을 모욕했습니다.
주군께…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하지 않았습니까.
..당장에 베어버렸어야 했는데..
으앗.. 그러니까 그게 안 된다는 거야.
나에게 나쁜 말을 한 건 맞지만 힘 없는 민간인이잖아.
네가 공격하면 바로 죽어버릴 수도 있단 말야.
이해..한거야?
예, 주군께서는 자비로우시군요.
그러하다면 다음에는 죽이지 않고 팔을 베어내겠습니다.
주군을 모욕하는 자를 그냥 보낼 수는 없습니다.
(아니…아니.. 그건 이해한 게 아니잖아..절대 이해 못했어..)
(왜.. 사람을 베면 안 되는지도 모르는 거야.. 이걸 어떻게 가르치지..)
(하아… 지금 당장 이해시킬 수는 없을 것 같네.. )
아스카론 너는 나를 섬기는 거지?
예 주군
그럼 네 생각이랑 내 명령이랑 어떤게 중요하지?
어찌감히 저 따위의 생각과 주군의 명령을 비교하겠습니까.
주군의 명령이야말로 제가 따라야 하는 법입니다.
.. 그래.. 그러니 앞으로는 내 허락없이 민간인을 상대로 검을 빼들어선 안 돼.
대답은?
예, 주군
(… 우선은 이 정도로 만족해야 겠지….으 앞길이 구만리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충성심이라니… 폭탄을 품에 안고 있는 기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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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3화. 약자를 보호하라
아스카론 상처는 좀 어때?
아…. 살펴봐 주신 덕분에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보다… 방까지 내어주실 줄이야.. 제가 주군의 침실을 빼앗아서 죄송합니다.
아냐 아냐.. 그런 건 신경쓰지 마
지금은 몸을 돌보는 것만 생각해..
워낙 깊게 베여서.. 치료술로도 다 낫게 하지 못했어..
..내가 조금 더 실력이 좋았더라면..
하하 아닙니다.
치료를 해주신 덕분에 이렇게 일어나 있지 않습니까..
… 아까는 엄청 놀랐어.
숲에 어린애들이 들어와 있을 줄이야..
네가.. 그 때 뛰어들지 않았다면 둘 다 크게 다쳤을 거야.
그…….렇게 칭찬하시면 .. 제가 부끄럽습니다 주군..
그저.. 그 예화정령의 칼 끝에 아이 둘이 있던게 보였을 뿐입니다.
기사 된 자로써 어찌 약자를 외면하겠습니까..만..
…. 그리 멋대로 행동한 탓에 주군을 위험하게 만들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죄송할게 뭐 있어.
네가 뛰어든 덕에 아이 둘 다 구했잖아?
심지어…. 그 예화정령의 공격 때문에 다친건 너잖아.
하하 이거 보여?
… 편지…입니까?
그래, 두 아이의 엄마가 너에게 보낸 감사 편지야.
어때… .보람있지?
네…
구하길 잘 했네요.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
왜, 정령을 공격하는 대신 공격을 받아내면서 아이들을 막아선 거야?
아.. 그건
정령을 공격하는 방법을 사용 했을 때.. 아이들이 다치지 않는다는 확신이 없었거든요.
… 그럴 바에는 확실한 방법으로 아이들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원래 상태로 돌아온 정령이
자신이 한 짓을 보고 후회하는 일이 없지 않겠습니까..
…. 예화정령도 결국에는 피해자니까요.
기사는….. 약자를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해 있는 존재지 않습니까..
…. 아스카론
너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한 정령인 것 같아.
(이런 정령이 내 부하라니..)
읏.. 이렇게 갑자기 칭찬하시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어쩌긴 뭘 어째.. 다시 누워서 쉬기나 해..
얼른 나아야.. 또 같이 다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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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4화. 소녀와 드래곤
(후우… 날씨 좋다)
아스카론 휴일에는 좀 쉬는 게 어때? 그렇게 서 있으면 힘들지 않아?
언제 어느 때고 방심하지 않고 주군을 모셔야 합니다.
제가 주군을 지킬테니, 주군께서는 편히 쉬십시오..
……….그래
(편하지 않아… 절대 편하지 않아.. 하지만 안 듣겠지.)
(…. 책이라도 보지 않으면 .. 아스카론의 시선을 떨쳐낼 수 없을 것 같아..)
그럼 나는 책을 읽을게..
(……책을 보고 있는데도 시선이 느껴진다아….)
아..스카론?
예 주군
왜 그렇게…빤히 보는 거야? 할 말이라도 있어?
아…아닙니다. 그저 주군께서는 어떤 책을 읽으시는지 궁금해진 것 뿐입니다.
아.. 별거 아닌 책이야.. 쉬는 날에는 소설을 보거든..
그러고 보니 지금 읽는 책에도 아스카론이 나오네 하하하
여기에서는 아스칼론이라고 나오지만 말야..
호오… 그건 어떤 이야기입니까?
아주 아주 옛날에 위대한 기사가 어느 나라를 지나가다가 한 여인을 만났데.
그런데 그 여인은 용에게 제물로 바쳐지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었다지 뭐야?
원래 그 여인의 나라는 매해 어린 양을 용에게 제물로 바치는 풍습이 있었는데 ..
큰 산불이 나는 바람에 양들이 전부 죽어 버려서 그 해는 사람을 바치게 되었데.
그 이야기를 들은 기사가..용을 잡아주어서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는 이야기야.
이 책에는 그 기사의 이름이 아스칼론으로 쓰여있어. 너랑 비슷한 이름이지?
그러게요
이야기는 그 기사와 여인이 결혼하는 걸로 끝나.
하하하 아무리 너라도 드래곤을 잡는 건 불가능 하겠지.
가능합니다.
뭐?
일전에 마을을 습격하던 드래곤을 잡아본 적 있습니다.
…그 책에 나온 것 처럼 한번에 잡는 건 불 가능 하지만 적절한 준비를 하고 시간을 들이면 가능 합니다.
음.. 그러고 보니 제가 드래곤을 잡았을 때도 제물로 바쳐질 뻔한 소녀가 있었군요.
그 이야기와 달리 저는 결혼 따위는 하지 않았지만요.
드래곤...……….잡았었구나.
예, 주군
아…아주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 설마.. 이 이야기 아스카론의 이야기는 아니겠………지? 아닐거야.. 그래..)
(… 나 혹시 엄청 대단한.. 정령을 부하로 두고 있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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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5화. 세상이 끝날 때까지
주군! 주군! 무사히 돌아오셨군요.
응, 하하하 이제 다 끝났어.
마을은 잘 지키고 있었어?
예, 주군
예상하셨던 대로 일부 주민들이 영주 저택으로 몰려갔었습니다.
괜히 정령을 받아들여 이 모양이 되었으니..
지금이라도 내쫓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분부하신대로 해치지는 않고, 횃불과 무기만 빼앗았습니다.
나머지는.. 이곳 영주가 해결했습니다.
사람들을 잘 설득 하더군요. 왜 주군께서 그 사내를 모시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하하 너라면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
… 일이 급박하게 돌아가면 사람들이 겁을 먹고 동요할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런 상황에서는 서로 책임을 돌리다 보니까…
……. 영주님이나.. 정령에게 해코지를 하고 싶어 할 수도 있지.
.. 네가 남아줘서 정말 다행이야.
그런데..
이제 레이스도 정리 되었겠다..
숲도 곧 원래대로 돌아갈거야. 그러면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게 되겠지.
아스카론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오늘 일로 너는 내가 널 살려준 은혜를 다 갚은 거나 마찬가지야.
그러니 이제는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거지.
하하 뭐든 할 수 있으니 알려줘.
그렇다면..
제 소원은 언제나 하나밖에 없습니다.
더 이상 아무런 은원이 없는 사이라 하나 제가 모시고 싶은 분은 오직 주군 한 분 뿐입니다.
주군의 평생을 저에게도 나눠주셨으면 합니다.
세상이 끝날 때까지 모시겠습니다.
(..펴..평생을 나눠달라니)
그렇게 말하면… …청혼 같잖아…
청….청혼이라니요!!
..아니 .. 평생을 나눠달라고 하니까..
.. 절대 그런 불순한 의도가 아닙니다!
읏.. .알아.. 알고 있어..
….앞으로도 잘 부탁해.
예! 주군
/
17. 아틀라스
17.1. 1화. 하체 단련이 필요해
으쌰… 휴우….
이봐, 아침부터 뭐 하는 거야?
좋은 아침이야 아틀라스.
이건, 장작을 정리하는 중이었어 슬슬 떨어질 때가 됐거든.
그럼 나도 도울게.
아냐, 고맙지만 개인적인 일로 도움 받는 건 좀 미안해서…
뭘 그래, 우리가 남도 아니고 사양할 거 없어.
하지만… 네 휴일인데
쯧- 이걸 나르면 돼?
그건 도와줘서 고마워 아틀라스
읏차
어라, 이렇게 가벼운 거로 끙끙 거리고 있었던 거야?
하하하…. 과연 아틀라스네
너는 일할 때는 단장이지만, 평소에는 내가 니 스승이잖아. 이 정도는 얼마든지 도와달라고 해도 돼.
그래? 그럼 부탁해.
그러던지!
…휴우, 이제 된 거 같군. 잔득 쌓아놨으니 당분간 문제 없겠지.
하아….하아….
에? 왜 그래? 완전 뻗었잖아?
이렇게까지 많이 만들어 놓을 생각은 아니었거든.
후우- 좀 지치네
지쳤다고…?
(이런… 큰일났다… 예감이 안 좋은데…)
이 정도로 앓는 소리를 하다니…… 우리를 이끄는 단장이 이것밖에 안 될 줄이야.
일어나! 내가 다시 직접 단련시켜 주지!
아, 아냐…! 굳이 오늘이 아니라도――
이 정도 짐에 나가떨어지다니… 하체가 부실해서 그래
안되겠어 당장 훈련 하자.
(이 상태에서 훈련이라고??)
――미안, 아틀라스…!
너, 너 말야…! 이 문 당장 안 열어?!
진짜로 미안, 그래도 오늘은 안 돼.. 죽을 것 같단 말야.
나는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고!
마음은 정말 고맙지만…! 오늘은 그만 봐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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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2화. 약자 보호
후우 힘든 싸움이었어.
아틀라스 다친 곳은 없어?
당연하지, 이 정도 전투에서 다칠 리가 없잖아.
그런데 넌 많이 지쳐 보이는데? 단련이 부족했던 게 분명해.
단련 부족….
하하 아틀라스는 멀쩡한데, 나만 힘든거 보면 맞을지도 몰라.
인정하는구나!
이렇게까지 체력 차이가 나면 어쩔 수 없지.
걱정마, 내가 단련시켜 줄게
그래 부탁해.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우리는 이제 막 전투를 끝냈잖아. 조금 쉬자.
지난번에 전투 뒤에 휴식이 중요하다고 알려준 건 너야.
하하 네 말이 맞아.
단장은 스승의 말을 귀기울여 듣는 착한 학생이구나!
그래 조금 쉬었다 가자.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은 많으니까.
아- 바람 좋다
하하. 아틀라스도 그런 말을 하는 구나.
바람이 좋아서 좋다고 하는데….
아틀라스는 매일 훈련할 생각만 하니까. 이런 풍경에는 관심 없을 줄 알았어.
음… 너무 감성적이라고 생각할 것 같았달까.
감성? 아하하하하하하
윽!! 아틀라스… 아파
아 미안, 힘조절을 못 했네
이런 것도 못 버티다니 역시 수련이 부족해
또….. 그 소리.
그거 알아? 내가 약하다고 하는 사람은 아트라스 밖에 없어.
하하하! 그래?
정말이야. 이렇게 나를 보호하고 가르치려 하는 건 아틀라스 밖에 없어
아하하하하하 그렇단 말이지!
윽.. 아틀라스
아아- 미안 왠지 나밖에 없다고 하니까 순간 기뻤단 말야.
정말 없어? 나만 그렇게 말해?
응 정말 너 밖에 없어.
나 정말 약한거 아니야, 그냥 아틀라스가 강한거야.
<나만…>
방금 뭐라고 했어? 미안 잘 못 들었어.
아무말도 안했어. 잘못 들었나 봐.
그런데 혹시 더운거야? 얼굴이 빨개
누가 얼굴이 빨개졌다는 거야!
그럴리가 없잖아.
아틀라스? 어디가! 같이가
이 정도 쉬었으면 됐잖아! 얼른 내려가서 훈련 해야지!
…윽..
역시…수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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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3화. 갑작스러운 훈련
어이 아직도 자는 거야?
…아틀라스?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설마….. 아니지?
내가 여기까지 온 이유가 달리 있을리가 없잖아.
니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
자 어서 정신차리고 세수부터 해. 오늘 바쁘단 말야.
조금…조금만 있다가 하면 안 될까?
왜? 어디 아파?
아니 아픈 건 아냐, 그리고 아프면 조금 있다가 하는 게 아니라 훈련을 쉬어야지.
그냥 아직 잠도 덜 깬 데다가, 세수한 뒤에 아침부터 먹어야 하잖아?
뭐야? 고작 그런 이유야? 농담하지 말고 빨리 나가자
윽..아틀라스 또..
아하하 슬슬 익숙해지라고.
(… 등에 손자국 났을 거야 분명해 그러고 보니 오늘 일정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
이제 왔어? 더 늦었으면 욕실로 쳐들어갈 생각이었는데
그럴까봐 서둘러서 나온거야
하하하 그럼 이제 준비 된거지? 시작 할까?
아니
어…응? 아니 왜?
훈련할 때가 아니라 나갈 준비를 해야 하거든
뭐라고?
무기랑 방어구를 대장간에 맡겨놨거든. 점심에 찾으러 가기로 예약 했어.
그럼… 나랑 훈련은?
약속도 안 하고 쳐들어왔으니 어쩔 수 없지.
그치만 분명…. 오늘 휴일이라고
휴일이라고 해서 약속이 항상 없지는 않아.
물론 아틀라스 네가 더 중요하니 그대로 훈련을 해도 되지만 약속을 소중히 하라고 한건 너잖아?
그냥 훈련 할까?
아냐, 네가 말한대로 내 멋대로 온거니 어쩔 수 없지.
하아…미안
대신 이건 어때? 같이 상점가에 가서 무기를 찾아오자.
그리고 돌아와서 훈련을 하는 거야.
그래도.. 돼?
오후에는 따로 약속이 없으니까 괜찮아.
그리고 너랑 하는 훈련이 싫은 건 아냐.
휴우
좋아! 그럼 얼른 나가자!
빨리 빨리 움직여!
윽.. 아..알앗어!
(…중간에 풀 죽어 보였던 건 내 착각인건가)
/
17.4. 4화. 특별한 존재
매일 잘 챙겨 먹어. 그래야 훨씬 튼튼해지니까.
튼튼해진다니 먹겠지만
이렇게까지 먹을 필요가 있어?
그치만 내가 보기엔 넌 너무 약해.
으… 아틀라스 네가 강한거야.
됐고, 이 다음은 건강 보조 식품을 사러 가자.
그건 별로 관심이 없어.
관심의 문제가 아니야. 필요의 문제지. 넌 건강 보조 식품이 필요해.
그렇게 운동하는데 이렇게 근육이 안 붙어서야..
하지만….
됐고 어서 가자.
스승으로서 한 마디 하자면…. 넌 정신과 신체를 더 단련해야 해.
충분히 그러고 있어.
그치만 지금도 약한 걸. 훈련을 더 늘려야 하는 걸까.
…지나친 훈련은 독이 된다는 소리 들어 봤어?
그래서 건강 보조 식품을 구입한 거잖아. 강도 높은 훈련을 견디려면 우선 건강해야 하니까.
아틀라스.. 나는 약하지 않아.
다시 말하지만 나한테 약하다고 하는 건 너 뿐이야.
오…. 너 뿐…..
나…. 네게 유일한 존재야?
어? 뭐?
그야 너는 종종 나에게 '너 뿐이야.'라는 말을 하잖아.
그… 그러니까… 나는 너한테 특별한 존재인 거지?
아! ……. 그건 그런 뜻이 아니지만… 뭐, 어쨌든 넌 내 스승이고…
복잡하게 돌려 말하지 말고. 예 아니오로 답해. 난 네게 특별한 존재냐?
음….그렇다고 할 수 있지.
하하하하…. 기분 좋아! 내가 특별한 존재라니!!!
사실, 너도 나한테 그런 존재야.
그래.. 고마워
하하하하. 그래, 고마울 거다. 세상 어디에 이런 스승이 있겠냐.
그래서 말인데….
혹시 지금 훈련하자는 건 아니지?
아무리 나라도 이런 곳에서 그런 말은 하지 않아.
그럼 무슨 말을 하려 했던 거야?
그게..
아틀라스?
그… 뭐냐… 여기서 조금만 가면 예쁜 카페가 새로 생겼는데… 같이 갈래?
좋아. 같이 가자
내가 그런 곳에 가자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하는 건 아니지?
뭐가 이상해? 예쁜 카페가 새로 생겼으면 한 번 가보는 거지.
그, 그렇지? 하하하..…..…
하지만 의외야. 아틀라스는 카페 같은 곳은 안 좋아할 줄 알았어.
나도 이럴 때가 있거든?
자 얼른 가자!
/
17.5. 5화. 갑작스러운 저녁 식사
후아…. 이제 그만 하자.
정말 죽을 것 같아.
벌써 지친거야? 건강 보조 식품도 별 도움이 안 되는구나.
…그거 덕분에 이만큼 버틴거라고 생각해
후.. 설마 6시간 내내 잠시도 안 쉬고 훈련을 시킬 줄이야..
아하하하
겨우 6시간으로 앓는 소리를 하는 거야?
윽….!
뭐 좋아,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나도 볼 일이 있거든.
그래, 그럼 내일 보자.
<글쎄- 내일 보다는 좀 더 빠를 것 같지만>
응?
아냐, 나 간다!!
…. 뭔가 이상한데..
후, 오늘 요리는 성공이야. 이제 오를레아만 부르면 되겠어.
오를레아- 저녁 먹자
네! 아빠.
응? 문 밖에서 뭐하는 거야. 빨리 들어와.
응! 지금 갈게
(목소리가 좀 다른데, 감기 걸린건가?)
서프라이즈!
앗!! 아틀라스 여긴 어떻게
저녁 식사 초대 받아서 왔지!!
뭐?... 난 초대한 적이 없… 아 혹시 오를레아야?
아하하 맞아.
오를레아는 마리랑 식사하고 있을 거야. 나는 오늘 아빠가 혼자 밥먹지 않게 해달라고 해서 온 거고.
그랬구나.
왜, 내가 온게 마음에 안 들어?
아냐 그런게 아니라.
네가 올 줄 미리 알았다면,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 했을 거야.
오늘 준비한 음식이…너가 좋아할지 모르겠어.
아하하하
그런 걸로 고민하는 거야?
걱정마, 내가 언제 음식 가리는 거 본 적 있어?
아니.. 그러진 않지
뭐가 됐든 맛있게 먹어줄게.
<네가 만든게.. 맛없을 리가 없잖아.>
그렇다면 같이 식사 할까? 대신 다 먹은 뒤에 후식은 원하는 걸로 만들어 줄게
좋아!
/
18. 알세리아
18.1. 1화. 예기치 못한 손님
(으… 바보같아)
(마리네에서 자고 온다고 한 걸 까먹다니..)
(음식을 너무 많이 만들어 버렸는데… 이걸 어쩌지? 다 먹기에는 너무 많고…)
(노크소리? 누구지?)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아.. 알세리아구나.
후후후 오를레아를 보러 왔어요.
드디어 움직임이 자유롭게 됐거든요. 깜짝 놀래키고 싶어서 후후후 말하지 않고 왔어요.
아………… 이런
음………..? 왜 그런 반응이시죠?
그게… 하필이면 오를레아가 오늘 친구 집에 놀러갔거든..
앗…! 이런…
…. 깜짝 놀래켜주려고 한 계획이… 어그러졌네요.
후후.. 말하지 않고 온 건 저니까 어쩔 수 없죠. 다음에 다시 올게요.
음…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혹시 식사 안했으면 잠시 들어올래?
… 나도 오늘 오를레아가 친구 집에 가는 걸 까먹어서..
요리를 너무 많이 만들어 버렸거든
어머… 후후후 식사 초대해주시는 건가요?
응 맞아.. 어때? 같이 식사할래?
네, 좋아요.
후후후 요리를 잘 하시네요.
얼마나 오를레아를 아끼시는지 잘 알 수 있는 요리였어요.
따뜻하고 정갈하고.. 후후후 아이가 먹기 좋도록 여러가지 신경을 쓰셨더라고요
당근 일부로 꽃모양으로 자르신 거죠?
아… 알아차렸구나.
맞아..오를레아도 어린아이다 보니까.. 야채는 별로 안 좋아하더라고.
그래서.. 볶음밥이나 함박스테이크 같은 거에 야채를 섞어서 먹이고 있어..
꽃모양으로 자른 것도.. 좀 예쁘면 덜 싫어할까 싶어서…….. 알아주니 고맙네
후후후후 정말 다정하시네요
이렇게 다정한 아빠라니 오를레아는 행복할 거에요.
그래? 정말 그럴까?
제가 장담할게요.. 오를레아는 행복할 거에요.
.. 고마워.
(.. 왠지 모르게 위안이 되네..)
/
18.2. 2화. 육아는 힘들어
후우…
(오를레아랑 또 싸우고 말았네)
(으으으으으으으… 집에 가면 오를레아랑 또 대치해야 하는데.)
집에 들어가기 싫다…
하아……..
후후후후
누가 이렇게 한숨을 쉬고 있나 했더니 기사님이시네요.
무슨 고민을 그렇게 하세요?
아.. 알세리아구나.
얼굴이 엄청 어두워요.
어디보자… 기사님이 이렇게 되는 일이라면 분명 오를레아랑 관련 된 일이겠네요.
.. 알세리아는 귀신 같구나.
귀신이라뇨 후후후 저는 정령이랍니다.
그냥 얼굴을 잘 살피는 것 뿐이에요.
그래서 무슨 일인가요?
말하기 싫으면 안 하셔도 괜찮지만, 가끔 고민은 입 밖에 꺼내는 것 만으로도 가벼워 진답니다?
제가 잘 들어 드릴게요.
그게…
자꾸 훈련을 안하고 놀려고 하거든..
훈련이 힘든 건 알지만, 그래도 나중을 위해서라면 빼먹어서는 안 되잖아.
늘 재미있는 것, 좋은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는 일이고.
왜… 맛있다고 초콜렛만 먹을 수는 없는 거잖아.
그런데……… 그래서 엄하게 나가면 싸우게 되는 거야.
… 분명 이게 맞는 일인데.. 이렇게 오를레아랑 싸우고 나면…
싸우면서까지 해야 하는 건가 싶어서 너무 힘들어..
어떻게 생각해?... …
후후후 지금 기사님께 필요한 건 위로네요.
기사님은 이미 이 방향이 맞다는 걸 알고 계시잖아요?
기사님은 틀리지 않았어요. 아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마냥 달콤한 것만 먹을 수는 없죠.
쓴것, 매운것, 단것, 신것 모두 잘 먹어야 건강하게 자라는 거랍니다.
기사님은 지금 잘 하고 계세요..
다만 살짝 지친 것 뿐이에요.
후후후 부모는 만능이 아니라서 가끔 쉬는 시간이 필요하답니다.
…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하하.. 기운이 나네
그래… 힘든 거랑 올바른 건 다른 이야기지..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
후후후 천만에요
이 대화가 오를레아랑 기사님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만족이에요..
/
18.3. 3화. 어떤 선물이 좋을까
(으음… 고민이네)(오를레아에게 물어보면 간단하지만 그래서는 의미가 없는데)
(마리에게 물어보면… 괜히 비싼 물건을 권할 것 같은데..)
기사님?
.. 알세리아? 여기는 무슨 일이야?
마을에는 잘 안내려 왔던 것 같은데… 설마 길을 잃은 건 아니지?
어머.. 기사님 저를 어떻게 보시고..
후후후 그런건 아니고 얼마전에 오를레아에게 마리를 소개 받았거든요.
가끔 만나보고 있어요.
… 마리를? 하하 서로 친구를 소개시켜 주는 거구나.
맞아요. 후후후
친구와 친구를 소개시켜줘서 다 함께 놀자! 라는 생각인 것 같네요.
그래서 기사님은 여기서 뭐 하고 계신 건가요?
또…. 고민이 있으신 것 같은데..
맞아 고민 중이었어.
아! 지난 번 같은 고민은 아니니까 그런 표정하지 않아도 돼.
후후 그런거라면 다행이네요.
그럼 오늘 고민은 뭔가요?
곧.. 오를레아랑 함께 살기 시작한지 1년이 되거든
….나는 오를레아의 생일을 모르니까 그 날을 기념해주려고.
어머.. 정말 좋은 생각이에요
후후후후 그래서 어떤걸 선물 하시려고요?
그게 바로 고민하는 부분이야.
계속 고민 했지만 둘 중에 어떤 걸 줘야 할지 모르겠어.
후후후 저에게 알려 주시면 도와드릴게요.
오를레아가 계속 검술 훈련을 하면서 검이 좀 낡았거든.. 그러니 검을 주는 게 좋을까.
아니면 요즘 활 연습을 하기 시작 했으니 새 활을 사주는 게 좋을까?
어떻게 생각해?... …
….생…..아니….기념일 선물로 검이나.. 활이요?
응 괜찮지 않아?
역시 선물은 실용적인게
아뇨!
…알세리아?
아뇨! 아뇨! 아뇨! 아뇨! 절대 안 돼요.
여자애 생일 선물로 무기를 선물 한다니요!
꽃, 인형, 찻잔, 동화책, 원피스 고를게 얼마나 많은데 하필이면 무기에요
으앗.. 읏.. 알세리아 왜.. 왜 화를 내는 거야…
무기는 절대 안 되니까. 다른 걸로 고르세요.
휴… 알겠어 그렇게 할 테니까.. 화내지마..
/
18.4. 4화. 행복을 찾아서
….마셔보고 싶다고 해서 데려오긴 했지만.. 정말 괜찮은 거야?
후후후 그럼요!
인간들은 서로 친해지고 싶을 때 함께 술집을 간다면서요?
아… 분명 그런 말도 있긴 하지
술을 마시면 평소에 하지 않는 속마음을 말하기도 하니까..
그래서 기사님이랑 술을 마셔보고 싶었어요.
그래?
네, 기사님은 오를레아의 소중한 사람이잖아요?
그러니까 저한테도 소중한 사람이에요.
하하 그렇게 말해주니까 다행이네.
알겠어 그럼 같이 마셔보자…
아 나는 술이 약해서 많이 못 마시거든. 너도 마실 수 있는 만큼만 마셔
후후후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후아… 취한다..
천장이 빙글빙글 도네… 그런데 너는 아직도 멀쩡한 것 같아..
호호호호… 그렇지 않아요. 저도 살짝 어질어질 하네요.
그런데 이거 기분 이상하네요.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느낌이에요. 와아아아아 목소리가 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게 취한거야..
그럼 이제 속마음을 말하게 되는 건가요?
으으으응… 글쎄 뭔가 궁금한 게 있었던 거야?
음… 기사님이 지금 행복한지 궁금해요..
기사님은….. 다른 세계에서 갑자기 끌려 왔잖아요?
거기에… 흐흐.. 딸도 생겨버리고…
분명.. 엄청나게 주변이 바뀌었을 텐데.. 지금은 행복한가 싶어서.. 가끔 걱정이거든요..
아아………
분명.. 처음에는.. 원망했었지
.. 그.. 나를 데려온.. 목소리가.. 너무 밉고… 화가나고.. 속이 답답해서.. 힘들었어..
…….. 왜 하필 날까..
어떻게 해서든.. 만나서.. 멱살을 잡든… 무릎을 꿇고 빌어서든.. 집에 돌아가고 싶었어.
그랬는데.. 있지 오를레아를 만나고 나서.. 그 마음이 싹 사라졌어..
제람님 말씀대로.. 부평초 같이 살다가.. 드디어 뿌리내릴 곳을 찾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지금은 조금.. 아주 조금 고마워
아마.. 그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나는 오를레아를 만나지 못했겠지…
… 어쩌면 난.. 오를레아를 만나기 위해서 이 곳에 온 걸지도 몰라…
애초에 .. 내 행복은 이 곳에 있었던 거지
그렇게 생각하면… 하…나 취했나봐 별 말을 다 하네.
후후후후 아니에요..
…. 정말 다행이네요.. 조금.. 안심이에요..
/
18.5. 5화. 다가올 날을 기다리며
음.. 여기 어디쯤이었던 거 같은데..
(알세리아한테 초대를 받은 건 좋은데..)
(대체 무슨 얼굴을 하고 만나야 하지?)
(지난 번에는 대화하면서 마시다 보니.. 너무 많이 마시는 바람에 .. 뒷 부분 기억이 없어..)
(설마.. 실수를 하진 않았겠지..)
기사님 여기에요!
아.. 안녕 알세리아.
후후후 제 초대를 받아주셔서 감사해요.
부르면 당연히 와야지
그런데… 오라고 해서 오긴 했는데 무슨 일이야?
지난번에는 제가 마을에 내려가서 후후후 즐거운 시간을 보냈잖아요?
이번에는 제가 기사님을 모시고 싶었어요.
그런데.. 왜 그런 표정이에요?
…. 지난 번에 술 마셨을 때 .. 마지막 부분이 기억이 잘 안나거든..
내가 뭔가 실수를 하진 않았지?
어머
후후후후 어쩐지 그날 엄청 취하신거 같더라니.
아무일도 없었어요. 그냥 평범한 대화만 오고 갔답니다.
후… 다행이다.
오늘 여기 오면서도 혹시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던거 아닌가 싶어서 고민했어.
어머머머.. 오늘 모신 이유는 ..
지난 번에는 저를 즐거운 곳에 데려가 주셨으니 이번에는 제가 모시고 싶었던 게 전부에요.
그래.. 그럼 마음 놓고 있을게
그럼 조금 이동할까요?
여긴….
예쁘죠? 이 숲에서도 유독 별이 잘 보이는 곳이에요.
물가에 별이 비쳐서 위에도 아래에도 온통 별에 쌓인 것 같죠.
어때요? 멋지지 않나요?
응.. 엄청 멋져
최근에는 오를레아가 본인을 지칭할 때… 나라고 하기 시작했어.
아직은 조금 섞어서 사용 하지만.. 별거 아닌데 엄청 자란 느낌인 거 있지.
그러게요..훅 자란 느낌이에요.
후후후 알세리아가 어떻게 자랄지 궁금해요..얼른 보고 싶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만 있으니 분명 잘 자랄 거야..
.. 나한테는 긴 시간이지만 너한테는 짧은 시간이잖아? 조금만 기다려봐..
그래요.. 후후후 숙녀가 된 오를레아.. 생각만 해도 좋네요.
/
19. 엑스칼리버
19.1. 1화. 동료로 받아 주세요
오늘 저녁은… 버섯으로 할까..
저기….
네?
… 동료로 받아주세요!!
응?????? 동료?
읏… 설명을 먼저 했어야 했는데..
저는 엑스칼리버라고 해요..
혹시.. 제 얼굴이 기억나지 않으시나요?
요시노에게 기사님이 예화정령이었던 저를 정화 해주셨다고 들었어요
(………..분명… 내가 정화해주긴 했던.. 유타카를 만난 날.. 정화한 정령이구나)
지금 기억났어..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었는데.. 다행이다.. 건강해 보이는 구나
한 동안 앓아눕기는 했지만.. 금방 일어났어요!
저는 튼튼한 게 장점이거든요!!
그..그러니 저를 동료로 받아주세요! 저도 기사님을 도와서 정령들을 구해주고 싶어요!
으음.. 어쩐다..
(확실히.. 함께 싸워줄 정령이 있는 편이 좋긴 한데..)
혹시.. 제 실력을 걱정 하시는 건가요?
그런거라면 제 능력을 바로 보여드릴게요!!
아…아니 그런 거 때문에 걱정하는 건 아니야.
그 때 잠깐이긴 해도… 너랑 싸워봤으니까.. 네가 얼마나 강한 전사인지 알고 있어.
그… 그런 칭찬을 해주시다니.
그럼 어째서 망설이시는 거죠?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나랑 같이 다니게 되면 계속 전투를 해야 하는데 괜찮아?
당연하죠!
그 정도 각오도 없이 동료가 되고 싶다고 하진 않아요!
.. 그리고 함께 싸우게 되면..
내가 명령을 하는 일도 생길 텐데.. 그것도 괜찮아?
네! 이런 건 저에게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아요!
좋아.. 그럼 잘 부탁해.
네!!
/
19.2. 2화. 엑스칼리버의 질투
(…. 이 상황은 대체 뭘까..)
(왜 여기와서 이렇게 뚱한 얼굴로 앉아있는 건지..)
엑스칼리버..
궁금한건데 대체 왜 여기서 뚱한 얼굴로 앉아 있는 거야?
속상해서요! 으.. 정말 너무 너무 속상해요!
그런데 왜 이런 마음이 드는지도 모르겠고..
제가 너무 못 된 것 같아서… 여기로 왔어요. 기사님 밖에는 상담할 사람이 없어요.
……음 알겠어.
이야기를 들어줄 테니까 진정하고 천천히 이야기 해봐.
네가 어떤 상황인지를 알아야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잖아?
…..후아…. 기사님 말씀이 맞아요.
저는…. 오를레아를 좋아해요. 그.. 진짜… 진짜.. 좋아하는 거에요.
오를레아는 작고 귀엽고 팔랑팔랑 거리는 게 마치 나비 같고.. 웃으면 꽃 같고.. 아무튼.. 보기만 해도 좋아요.
그런데 알세리아가 나타난 뒤로는 오를레아가 자꾸 알세리아를 찾아요…..
나는 둘이서만 놀고 싶은데.. 자꾸 셋이서 같이 놀자고 하고.. 둘이 있을 때도 알세리아 이야기를 하고..
심지어.. 나를 빼고 둘이서만 놀 때도 많아요..
.. 알세리아가 너무 미워요… 알세리아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오를레아랑 가장 많이 노는 건 나였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미워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나쁘고 잘 못 된 거잖아요.
그래서..참으려 하는데도 계속 화가나고.. 이젠 오를레아까지 미워져서... 여기로 왔어요.
기사님.. 저 어떡하죠? 이상해 진 것 같아요.
음…. 괜찮아.
네? 뭐가 괜찮아요?
알세리아를 미워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거였어.
내가 봤을 땐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인데?
에? 그..그거 괜찮은 거에요? 나쁜 거 아니에요?
… 그건 그냥 나랑 제일 친한 친구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긴 기분이 드는 것 뿐이야.
그리고 생각보다 흔한 일이야. 왜… 둘째가 태어나면 첫째가 부모님의 사랑을 빼앗길까 봐 두려워 하는 거랑 비슷한 거지.
그…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오를레아가 알세리아를 좋아한다고 해서, 너를 좋아하는 마음이 줄어드는 건 아니잖아?
애정의 총량이 정해져있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에게 가는 애정을 빼앗아와야 할지도 모르지만. 하하하 애정은 그런게 아니잖아?
그러니까.. 그냥 같이 놀아.
오를레아가 너를 떼놓고 알세리아 하고만 노는 건 아니잖아?
그건… 맞아요..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여유를 가져봐.
… 노력해 볼게요.
하하.. 그래도 말하고 나니까 속이 후련하긴 하네요.
기사님 감사해요!
그럼.. 앞으로도 오를레아랑 잘 지내줘.
/
19.3. 3화. 악몽의 끝
(오를레아를 보러 온 것 같지는 않은데..)
(… 이렇게 와서 서 있다는 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거겠지..)
오늘은 날 보러 온 거구나?
앗.! 어..떻게 아셨어요?
일부러 오를레아가 없는 시간에 온 거 같거든.
오를레아가 들으면 안 되는 이야기구나.
기사님 말씀이 맞아요..
누구하고라도 이야기 하고 싶은데… 다들 이야기하면 슬퍼하거든요… 특히 오를레아가…
….그러다보니 대화 할 수 있는 상대가 기사님 밖에 생각나지 않았어요..
들어줄 테니까 걱정말고 이야기 해봐.
기사님…… 흑.. 기사님…
으… 알세리아가 가버렸어요..
(역시 알세리아 이야기구나.. 그래.. 오를레아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하겠지..)
(.. 엑스칼리버는 그 날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으니.. 더 충격이 크겠지)
그렇게 노력했는데.. 결국 못 구했어요.. 으…… 흑…
겨우 친해졌는데.. 이제 친구라고 말 할 수 있게 됐는데.. 나는..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흑..
제가 너무 한심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 때.. 그 계집애를.. 흑….
제가 먼저 공격 했으면 뭔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제가 싸우는 사이에 알세이아랑 오를레아가 도망갔으면..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
…네 마음은 나도 이해 해 .
나도 조금 더 빨리 도착 했다면 알세리아를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거든..
기사님은.. 어떻게 그 생각에서 벗어났어요?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내가.. 그리고 네가 아무리 후회해도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거야..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우리가 해야 일이 명확해져..
과거는 되돌릴 수 없지만.. 미래는 우리가 바꿀 수 있잖아?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하고 노력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야..
읏.. 흑.. 흐흑…
그..그치만.. 알세리아가.. 흑.. 읏.. 또 눈물이
울어도 괜찮아..
원래.. 이런 일을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거든
하지만 슬퍼하는 거랑.. 죄책감을 가지는 건 구분해줘..
잘못은 네가 한 게 아니잖아..
흑.. 고마워요 기사님
그렇게 말해주셔서 감사해요..
오늘은.. 악몽을 꾸지 않을 것 같네요..
/
19.4. 4화. 대련을 신청합니다
기사님!! 기사님!!
여기에 계셨군요! 제가 얼마나 찾았는지 아세요?
….엑스칼리버? 오늘은 쉬는 날인 거 아니었어?
쉬는 날 맞아요..
그런데 기사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요.
나한테.. 부탁을? 뭔데?
그… 영주님인가요? 머리 하얗고 엄청 커다란 인간이요.
(머리 하얗고… 커다란 인간이면 제람님이 맞는 것 같은데. 엑스칼리버랑 뭔가 엮일 일이 있었나?)
영주님이 맞아. 그런데 그 분은 왜?
그분이랑 대련을 해보고 싶어요.
그분이 그렇게 검을 잘 다루신다면서요? 기사님보다 훨씬 잘 다룬다고 들었어요.
…. 검을 잘 다루시긴 하지… 나보다 뛰어나신 것도 맞긴 한데..
그렇게 콕 ..찝어서 말하면… 내가..
기사님이 어떤지는 상관 없어요..
… 너무해
너무할 것도 없어요. 자기 실력은 객관적으로 봐야 하는 거잖아요.
저도 제 실력을 파악하고 싶어서 그 분이랑 검을 맞대보고 싶은 거에요.
하아.. 그 분 너무 멋져...소개해 주실 거죠?
…..
왜 대답이 없으세요!
… 해줄게..
나랑 대련할 때는 이렇게 열정적이지 않았으면서..
그야… 기사님은 정화를 할 수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제가 더 강하니까요.
전력을 다하지 않아도 되니까.. 음… 실력이 늘어난다는 느낌이 없거든요..
(와.. 아프네..)
(악의 없는 진심이라 더 아파.. 하아.. 나도 더 열심히 훈련해야 겠네)
알겠어 꼭 소개해 줄게.
꺄아아아!! 기사님 최고예요! 언제 해주실 거에요? 오늘? 내일?
내일 바로 말씀드릴 테니 너무 재촉하지 마..
대련은 어땠어?
너무 좋았어요.. 와 전심전력을 다 부었는데도 못 이겼어요.
할아버지라는 게 믿기지가 않을 지경이에요.
다음에 또 검을 맞대고 싶다고 했더니 언제라도 좋다고 하더라고요
… 그래? 제람님도 네가 마음에 들었나 보네
앗!! 그런 거에요?
시시한 상대는 싫어하시는 분이거든. 또 하자고 하신 걸 보면 마음에 드신 걸꺼야.
야호!! 그럼 다음에는 꼭 때려눕혀야겠어요!
그래
(과연.. 때려눕힐 수 있으려나.. 하하..)
/
19.5. 5화. 앞으로도 함께
으… 이제 여기도 한산해지겠네..
(레이스와 전투도 끝났고.. 오염됐던 숲도 전부 정화됐고..)
(정령들도 원래 지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있으니까..)
앞으로는 한가해지겠는데?
…기사단도 해체 해야하..
안 돼요!
읏!! 엑스칼리버? 깜짝 놀랐잖아.
그치만 갑자기 기사님이 기사단을 해체 한다고 하시니까.. 저야말로 놀랐다고요!
아니 해체 한다는 게 아니라…. 그래야 하나 고민했던 것뿐이야..
고민도 안 돼요!
그런건… 너무 쓸쓸하잖아요….. 그.. 쓸모 없다고 버려지는 것 같아요..
쓸모 없다니.. 절대 그런게 아니야.
그냥… 이제 싸우기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 했던거야.
그럼 그냥 유지해 주세요..
계속 기사단 소속으로 있고 싶어요..
여기 와서 새로 사귄 친구들도 많고… 기사단에 소속 되어 있는 게 아니면….
(.. 어쩐지 졸업하기 싫어하는 학생 같은 느낌이네..)
(그러고 보니 중학교 졸업식 때 헤어지기 싫다고 우는 애들도 많았었지..)
(엑스칼리버도 그런 감정인 걸까..)
……계속.. 함께 하고 싶어요…
엑스칼리버 걱정하지마
하하.. 그렇게 함부로 없애진 않을 거야…. 진정해..
으.. 진짜죠?
응 약속할테니까 울지마.
그리고.. 레이스는 더 이상 예화정령을 만들어 내지 않지만 예화정령은 앞으로도 생겨날 거잖아?
원래는 자연적으로도 발생하는 거였지?
아….. 네.. 맞아요.
앞으로는 그런 예화정령을 찾아서 정화하는 일을 하게 될거야.
지금이랑 비슷하지만 하게 되는 일이 다르니까 조금 정비도 해야 할 거고.
뭐가 됐든 변화가 있겠지..
그건… 괜찮아요.
기사단에 남아 있는 건 그대로인 거잖아요?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어요. 저한테는 이 순간이 엄청 엄청 짧은 순간이란 말이에요.
조금이라도 더 길게 함께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그 정도 변화는 괜찮아요.
그래..
네가 원하는 대로 될거야.
하.. 하… 이제 좀 진정 되네요. 으으으 괜히 기사님 때문에 깜짝 놀라서..
어..그거 내가 잘못한거야?
그럼요! 절 놀래게 한 건 기사님인걸요!
/
20. 엔서러
20.1. 1화. 자비로운 엔서러
오를레아가 잠들었어요. 신나게 떠드느라 피곤했나 봐요.
그랬구나, 오늘 오를레아를 봐줘서 고마워.
어머 고맙긴요.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인 걸요? 오를레아는 저에게도 딸 처럼 소중해요.
사랑스러운 주인님의 아이니까..
주인님이라니… 이상한 농담은 그만둬.
어라 농담 아니에요. 어디가 농담처럼 들린 걸까요?
어..어?
저는 언제나 진담이랍니다?
저는 진심으로 당신을 주인님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앗.. 잠깐..잠시만 너무 다가오지마.
후후 수줍어하시는 모습도 좋네요
그런데 팔에 상처가 있네요? 어쩌다가 생긴 거예요?
아 이건..
언제? 어디서? 왜? 누가? 대체 누가 저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주인님에게 상처를 낸 거죠?
엔서러 진정해
술 취해서 싸우는 사람들을 말리다가 조금 긁힌 것뿐이야.
흐응- 술주정뱅이들
주인님 저는 잠시 할 일이 생겼어요. 오늘은 이만 돌아갈게요.
어? 갑자기? 어디 가려고?
그야- 주인님에게 상처를 낸 것들을 죽여야죠.
뭐? 엔서러 잠깐만 나는 정말 괜찮거든?
내가 안 괜찮아요!
아아- 저는 혹시나 닳을까 봐 마음대로 만지지도 못하고 고이고이 모시는 주인님인데, 어딜 날벌래 같은것들이 감히 주인님에게 상처를 내나요!
후후후후후후후후 걱정 마세요. 그래도 자비를 베풀어서 한 번에 싹둑
안 돼, 안 돼…
엔서러 제발 살벌한 말 좀 하지마
그치만 날벌레가!!
엔서러의 마음은 고맙지만 안 돼.
어째서 저를 말리시는 거죠?
오늘 저녁 같이 먹기로 했잖아?
저녁 준비를 나 혼자 시킬 샘이야?
(…이게 통해야 할 텐데)
아!...... 주인님
후후후 죄송해요 주인님이랑 약속을 까먹을 뻔했네요.
주인님은 정말 다정하세요.
더, 더, 더, 더, 더, 더, 더 좋아져 버렸어요….
그, 그래…고마워.
계속… 옆에 있어 주세요. 당신을 상처 입히는 사람은 전부 내가 없애 버릴 테니.
그러니까… 셋이서 쭉 행복하게 살아요… 알았죠?
/
20.2. 2화. 시한폭탄 외출
내가 너무 일찍 온 건가?
주인님!
아 어서 와….윽!
아니 저게?!
앗!! 안 돼 엔서러 그만!
어째서 말리시는 거죠?
내가 말리지 않았다면 저 남자는 지금쯤 시체가 되어 있지 않을까..
당연하죠! 감히 주인님을 친데다가, 사과도 하지 않고 갔잖아요?
그럴 줄 알았어. 괜찮아 엔서러 저 사람은 그냥 실수를 했을 뿐이야.
광장은 사람이 많으니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
하지만!!
게다가 지금부터 같이 돌아다니기로 했는데 누가 부딪힐 때마다 죽일 생각이라면, 난 돌아갈래.
앗….주인님.. 너무하세요.
그래도... 주인님은 참 좋으신 분이에요. 어쩜 바닥에 기어다니는 개미들에게까지 사랑을 나누어 주시다니
이 엔서러.. 주인님께 또 반할 것 같아요.
고마워.
(또 폭주하기 전에 자리를 이동해야겠어)
엔서러, 나를 챙겨주는 건 고마워
하지만 나랑 있는 동안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무력행사를 하지 않는다고 약속해 줘.
주인님이 원하신다면….. 하지만 이성보다 몸이 먼저 나갈 때가 있답니다? 그건 이해해 주실 거죠?
그건…..... 안돼
그치만....개미가.. 날벌레가..
그래도 안 돼. 내가 이해한다고 하면 충동적이었다고 하면서 때릴 것 같거든.
어머, 주인님은 눈치도 빠르시네요.
그냥 내가 엔서러를 잘 아는 거야.
주인님! 너무 좋아요. 저를 이렇게나 잘 알아 주시는 분은 주인님 밖에 없어요!
그럼 주인님… 저 잠시만
아, 다녀와.
(이상하다…엔서러가 안 돌아오네? 설마 길을 잃어버린건가)
(…찾으러 가야…..잠깐만 이 소리 뭐지?)
감히! 주인님을!!
엔서러?
어머? 주인님??
여기서 뭐해?
그야…주인님이 같이 있는 동안은 무력행사를 하면 안된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잠깐 여기서 손을 봐주고 있었어요.
(아…아까 잠시 자리를 비운다는 게 화장실이 아니라…)
하아…...
주인님? 주인님? 머리가 아프신거에요?
엔서러
네 주인님.
돌아가자.
(엔서러랑 외출은 생각해 봐야겠어. 너무 위험해)
/
20.3. 3화. 네 꿈에 들어가고 싶어.
다녀왔어.
쉿! 조용히 말해요.
아… 왜?
오를레아가 방금 잠들었어요.
지금 이 시간에….? 분명 일찍 잘거라고 했는데..
그랬죠. 잠자리에 든 건 훨씬 전인데….
중간에 악몽을 꿔서 일어났거든요. 한참을 못 자다가 이제 겨우 잠들었어요.
…악몽을?
주인님 잠시만요, 오를레아 방에 가시려구요? 안 돼요. 방문을 여는 소리에 깨면 어쩌려고요.
그냥 푹 자게 내 버려둬요.
최근에 너무 자주 악몽을 꾸는 것 같아.
너무 걱정 마세요. 곧 괜찮아질 거예요.
그래…. 아 엔서러 고마워 늦은시간까지 오를레아를 보느라 힘들었지
후후 별거 아니에요.
가능하다면 오를레아를 괴롭히는 악몽을 단숨에 다 처치해버리고 싶은데 저는 다른 이의 꿈에 들어가는 능력이 없네요..
하하하. 나도 아쉽네.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응, 엔서러가 정말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오를레아의 악몽을 전부 박살 내줄 것 같거든
그럼 지금부터라도… 그런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노력해 볼까요?
그게 노력으로 가능한거야?
노력으로 얻을 수 없는 건 없어요.
어머 못 믿으시는 군요?
후훗… 이해해요. 주인님은 원래 이 세계 사람이 아니니까 잘 모를 수도 있죠.
하지만 우리 정령들은 그런 일도 할 수 있답니다.
그래…..?
그래서 말인데 주인님의 도움이 필요해요.
내가 어떻게 도우면 돼?
다른 사람의 꿈에 들어가는 연습을 하려면…. 일단 잠을 자는 사람이 필요하죠.
그러니까… 나를 실험 상대로 쓰겠다는 거구나..
역시 영민하신 주인님 이해가 빠르시네요.
누가… 내 꿈에 들어온다니 좀 불안하지만..
그럼 성공인 거죠. 아직 들어갈 수 있을지, 없을 지도 모르는데…
알겠어. 그럼 잠자러 갈게.
그럼… 저도…
뭐야? 내 방까지 따라와야 하는 거야?
어머나. 당연하죠. 꿈을 꾸는 사람 바로 옆에 있어야 효과가 더 큰 법이죠.
자, 편히 누우세요. 그리고 눈을 감고….
네가 바로 옆에 있으니까… 잠이 더 안 와.
그럼 옆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요.
하아… 그러지…
자…. 이제 잠 속으로 빠져 들어요. 셋… 둘…. 하나….
(뭐지… 가까운 곳에서 달달한 향이…)
…엔서러?
아… 키.. 키스를 하려 했던 건 아니고.. 아.. 그러니까…
…다음에 봬요!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
20.4. 4화. 이상한 정령이 아니야
나 왔어. 엔서러 오늘도 수고 많았어.
아! 주인님. 괜찮아요?
어? 어…..
그렇지 않아도 지금 영주의 성으로 쳐들어가려 했는데…
응? 어디로 쳐들어가?
제람인지 뭔지가 있는 성요. 주인님을 밤낮으로 부려 먹고, 이용하기만 하는 그 늙은이를 제가 기필코 처단하겠어요.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다 들었다고요! 낮에 상점가에 갔다가 사람들이 수근거리는 소리를.
소문? …. 대체 무슨 소문을 들은 거야?
나이 먹은 늙은 영주가, 주인님을 이용해서 예화 정령을 처치하고는 다 자신의 공으로 돌리고 있다고 들었어요!
가만두지 않을 거야!
잠깐만 엔서러, 그건 오해야
흥분하지 말고 들어봐, 제람님은….
그 영감탱이가 심술을 부린 거에요! 주인님은 착해서 그것도 모르는 거구요!!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하아..엔서러
제람님은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니야, 그리고 말 조심해 내가 아버지로 모시는 분이야.
지… 지금… 나한테 화낸 거예요?
화를 낸 게 아니라…
난 주인님을 걱정해서….. 미워!
거긴….. 내 방인데
(어째서 그런 소문이 난 걸까. 아니, 누가 그런 소문을 낸 거지?)
그래, 생각만 할 게 아니라.. 엔서러에게 물어 보자.
엔서러. 지금 나와 상점가에 가보자.
네? 왜, 왜요?
어째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떠돌았는지, 알아보는 게 먼저인 거 같아.
아… 안 돼요!
응? 뭐가 안 돼?
그… 그러니까… 지금 가봤자… 수근거리는 사람들을 차, 찾을 수도 없고…
뭐야… 너… 혹시… 지금까지 한 말…. 네가 지어낸 거야?
미, 미안해요…
아니, 왜 그런 거짓말을…?
주인님이 예화 정령들과 싸우는 게 싫어서요. 그러다 다치거나… 죽으면 어떡해요…
그렇다고 그런 거짓말을… 그리고 정화하려면 꼭 기사가 있어야 하잖아.
알아요. 알지만…. 난 주인님이 다치는 게 정말, 정말 싫은걸요.
제람님이랑 사이가 나빠지면 더 이상 예화 정령과 싸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단 말이에요.
네가 날 보호해주면 되잖아.
네?
넌 누구보다 강하고, 멋져. 그러니까 내가 다치지 않게, 네가 보호해 주면 되잖아.
아! 주인님…..저를 그렇게 생각하셨다니… 걱정 말아요. 앞으로 이 엔서러와 싸우는 한…
그 누구도 주인님께 손끝 하나 못 대도록 할 테니까.
고마워. 하지만 오늘처럼 없는 말을 지어내는 건 안 돼.
당연하죠. 원래 난 그런 이상한 정령이 아니에요.
/
20.5. 5화. 엔서러의 특제 팔찌
하아… 드디어 끝났네
주인님 괜찮으세요?
나는 괜찮아. 후우… 새삼 느끼는 거지만 엔서러가 적이 아니어서 다행이야.
후후후 그거 엄청난 칭찬이네요.
평소에는 상냥한데 전투만 시작하면 가차 없고 살벌하잖아.
그야 주인님을 지켜야 하니까요.
괜한 동정심을 베풀었다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거든요.
그건 맞는 말이야.
주인님은 이세계를 지키고 싶으신 거죠?
응, 어찌 됐든 이곳은 이제 내 고향이고. 이곳에서 만난 이들을 좋아하거든
그중에 저도 들어가 있나요?
당연하지
후후 알아요.
알고 있는데도 계속해서 듣고 싶네요.
아, 주인님 돌아가기 전에 잠깐 상점가에 들려도 될까요?
상점가? 좋아. 뭐 살 거 있어?
미리 주문해놨던 물건이 왔데요.
그래 같이 가자.
주인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금방 다녀올 테니까 어디 가시면 안 돼요.
알겠어 다녀와.
주인님 저 왔어요.
물건은 잘 찾았어?
네, 딱 주문한 대로 나왔더라고요. 후후후 자 이거 받아주세요.
이게… 뭔데?
팔찌? 고맙긴 한데 난 장신구는…
제가 주인님을 위해 특별 제작한 물건이에요.
안쪽에는 따로 문구도 새겨 놓았답니다? 읽어 보세요.
엔서러의 주인님이니 함부로 건드리지 말…것? 뭐…뭐야
아하하하 멋지죠? 괜찮죠? 마음에 들죠?
아니.. 그게 난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고.
아, 아니…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사실 목에 차는 초커로 하고 싶었지만, 주인님이 별로 안 좋아하실 것 같아서. 팔찌로 참았어요.
자 한번 차 볼까요? 후후후 멋지다.
저라고 생각하고 늘 차고 다니세요.
……..응
(지금은… 어쩔 수 없네)
주인님 좋은 아침이에요.
어머? 팔찌는 어디 갔어요?
아 그게 아침에 일어났더니..
혹시 없어졌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죠?
없어져 버렸어. 미안…… 비싼 물건이라 도둑이 든 것 같아.
이런… 누가 이런 짓을. 걱정마세요 제가 꼭 찾아 드릴게요.
그리고 못 찾으면 다시 사 드릴게요.
(…… 벗어날 수 없는 건가)
/
21. 요르문간드
21.1. 1화. 귀여운게 좋아
다녀왔…..어? 요르문간드네 웬일이야?
흐응…
흠……
으으으음….
요르문간드?
히에에엑!! 너…너!!
갑자기 나타나면 어떡해 깜짝 놀랐잖아.
들어오면서 인사했는데
으… 못 들었어
뭐 네가 있건 없건 그건 상관 없어
(오늘도 퉁명스럽네)
그래, 그런데 오를레아 방은 왜 보고 있는 거야?
그냥 좀 상태를 봤을 뿐이야.
방문 상태를?
그래! 그러면 안 돼?
아니,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대체 왜…
너랑 상관 없잖아. 빨리 비켜 대체 언제까지 내 뒤에
꺄아---
으윽… 너는 정말
윽… 괜찮아?
곰돌이…..팬티?
앗!!! 너 …너어!! 뭘 보는 거얏!
미안… 지금 뭐라고 했어?
너!! 그 표정은 대체 뭐야 내가 곰돌이 팬티를 입고 있는 게 이상해?
흡..흐흣…
흠흠… 아니 그냥 요르문간드의 이미지와는 좀 멀어서
…. 곰돌이 귀엽네
으으으윽!!!
그래! 나는 귀여운 게 너무 좋아!
곰 팬티도 귀여워서 입는다! 어쩔래?
오를레아 방을 본 것도 그래서 그래!
그 아이가 귀여워서 만지고 싶어, 꼭 껴안고 싶어! 어쩔래?
아니… 어떻게 할 생각은 없어..
어쩔 거냐고! 뭐야, 너. 그 눈은?
귀여운 거랑 나랑 전혀 안 어울린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아냐, 그런 생각은 한 적 없어.
크윽.. 너 같은 인간에게 내 비밀이 알려지다니…
괜찮아?
시끄러워!! 이 귀엽지 못한 인간!
/
21.2. 2화. 위대한 위
(사흘 만에 귀가네, 오를레아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
다녀왔어-
….왔구나.
응, 오늘에서야 겨우 일이 끝났네.
별로 안 궁금한데?
(…..오늘도 여전하구나)
그래, 그런데 오를레아는 어디 있어?
방금 전까지 놀다가 지금은 방에서 낮잠 자는 중이야.
내가 없는 동안 오를레아를 돌봐줘서 고마워
덕분에 안심하고 일할 수 있었어
인사는 안 해도 돼.
너가 없는 동안 오를레아랑 함께 놀 수 있어서 너무 좋았으니까.
네가 며칠 더 일해도 괜찮은데.
왜 벌써 온거야?
하아….
나랑 대화할 때도 살짝만 상냥하게 해주면 안 될까?
싫어. 왜냐면 넌 귀엽지 않으니까.
….그래..
어쩄든, 오를레아를 돌봐 준 인사를 하고 싶어.
별로 필요 없어.
디저트인데도?
…..디저트
상점가에 신작 디저트가 나왔데, 사흘간의 답레로 먹고 싶은 만큼 사줄게
…뭐…. 딱히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네가 그렇게까지 답례를 하고 싶다면야 같이 가줄 수 있어.
(…디저트는 통하는구나)
그럼 바로 가자.
…오오. 네가 추천한 거 치고는 꽤 좋은 가게네.
맛있어 보이는 디저트가 한가득이야.
게다가 모양도 특별하고… 후후, 귀여워서 마음에 들어.
이거, 내가 먹고 싶은 만큼 주문해도 돼?
그럼, 물론이지.
알았어. 그럼, 이거랑 이거랑….
추가로 이거랑 이거랑 이거랑….
이, 이봐. 이걸 혼자 다 먹을 수 있어…?
뭐야, 너도 먹고 싶어?
아냐…
쳇. 어차피 안 줄 거거든.
안 귀여운 네게 이 귀여운 케이크는 어울리지 않아.
전부 내가 먹어 치울 거니까. 후후….
배탈나지 않겠어?
아니거든? 날 뭘로 보고.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후후후 이것도 골라야지~
(…설마 요르문간드의 위가 이 정도일 줄은)
(돈, 충분하려나…?)
(…금액이 예상을 훨씬 초과했어.. 다음에는 요르문간드의 식욕에 주의 하자….)
(… 당분간은 돈을 아껴야 겠어)
후후후후 정말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야.
뭐어 사실은 더 사고 싶지만, 네 돈으로 너무 과식하는 건 쪼금 미안해서.
네가 거지가 되면 오를레아가 먹을게 없어질 거 아냐?
(…. 이게 봐준 거라고?)
오늘은 네게도 솔직히 고맙다고 할게. 고마워.
/
21.3. 3화. 넌 내 취향이 아니야
큭!! 하필이면 오를레아가 아픈 날에 예화정령이 나타나다니
이런 날에 오를레아를 혼자 둬야 하잖아!
분명 외로워할 거라고!!!
요르문간드, 진정해
얼른 찾아서 빨리 정화하고 집에 돌아가는 게 좋아.
이대로 예화 정령을 두고 돌아갈 수도 없잖아?
하아.. 후우… 재수 없지만 네 말이 맞아.
큿… 오를레아 조금만 기다려 언니가 빨리 돌아갈게.
(…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여기도 없단 말야?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겠어.
이러면 자꾸 마을에서 멀어지잖아!
오를레아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바로 돌아갈 수 없을 거야.
오를레아, 어떻게 하고 있을까. 힘들어서 울지는 않으려나….
(요르문간드는 정말 오를레아를 좋아하는 구나)
크윽… 안되겠어! 작전 변경이야!
지금부터는 둘로 갈라지자!
음?
굳이 같이 다니며 찾는 것보다 그 편이 분명 효율적일 거야!
위험해. 혼자 예화정령 무리와 싸우게 되면 어쩌려고?
괜찮아! 열이나 스물 정도의 적은 내 힘으로 해치울 수 있어!
게다가 오를레아를 위해서라면 다소의 위험은 무릅써도 돼!
넌 정화만 하면 되잖아? 찾으면 부를 테니까! 얼른!
(많이 초조한가 보네, 냉정함을 잃었어. 지금은 설득해봐야 통하지 않겠지)
…알았어. 둘로 갈라지자.
그럼 있다가 보자.
…그럼 천천히 쫓아가 볼까?
하아… 끝났다.
그런데 왜 니가 여기 있는 거야? 양쪽으로 갈라지기로 한 거 아니었어?
그야, 그때는 네가 냉정함을 잃은 상태였으니까.
뭐라고 해도 안 들을게 분명해서 그냥 뒤를 쫓아왔어.
오를레아를 위해 빨리 돌아가야 하는 거 아냐?
그런데 예화정령을 찾기는 커녕 뒤를 쫓아 오다니….
요르문간드, 오를레아를 걱정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침착하게 행동해야 해. 만약 너나 내가 성급하게 움직이다가 다치면 분명 오를레아가 울거야.
윽..
오를레아가 너를 좋아하는 만큼 펑펑 울겠지
…….후우..
분하지만 네 말이 맞아. 미안 내가 흥분했어.
이해해 줘서 고마워. 그럼 이제 돌아가자.
맞아! 얼른 오를레아에게 가야 해!
오를레아는 아직 자고 있구나… 아무일도 없어서 다행이야.
그래. 나도 안심했어.
열도 내려갔고, 호흡도 정상이야. 이대로 푹 쉬면 건강해질 거야..
뭐… 그래도 네가 무사한 건 조금 유감이네
네가 입원이라도 했다면 나는 오를레아랑 단 둘이 있을 수 있었는데
하…하하
…. 여전하구나.
그야 너는 귀엽지 않으니까.
만약 네가 좀 더 내 취향으로 바뀌면 상냥하게 대해 줄게.
/
21.4. 4화. 전투보다 중요한 것
후 이제야 끝났네. 수고했어 요르문간….드?
(방금 전까지 옆에 있었는데, 어디갔지?)
요르문간드!!
(어떻게 된 일이지? 설마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요르문간드!
시끄러워, 나는 왜 그렇게 부르는 거야.
휴우.. 무사 했구나. 갑자기 사라져서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어.
됐고, 정화는 다 한거지?
응
그럼 내가 할 일은 끝난 거네? 그럼 각자 갈 길 가자.
응? 안 내려갈 거야?
난 아직 할 일이 있어.
그치만
무슨 상관이야. 네가 내 보호자라도 돼?
먼저 가!
(… 가버렸네, 어딜 가는 거지?)
(.. 뒤를 따라가 봐야겠어)
에잇 여기도 없잖아!
(뭔가 찾는 것 같은데)
아이 참… 분명 이 근처에 있을 텐데
아!! 여기 있다!!
(….토끼 인형 열쇠고리?)
말도 안돼..
앗. 누구야?
나야..
너어- 감히 내 뒤를 미행해?!
그건 미안, 하지만 네가 평소와 너무 달라서 걱정이 됐어.
닥쳐! 가라고 했잖아. 설마.. 지금 다 본 건 아니지?
….열쇠고리?
!! 다 봤잖아!!!
어..어!! 요르문간드 왜 도망가려는 거야!
쪽팔리니까…
어차피 다 알고 있는데.
뭘, 뭘 다 안다는 거야?
요르문간드는 귀여운 걸 좋아하잖아. 그 열쇠고리도… 전투 중에 떨어뜨렸던 거지?
그래서 꼭 찾아야 했던 거고… 하지만 전투 중에 다른 생각을 하는 건 위험해. 다칠 수도 있어
흥. 네가 알긴 뭘 알아!
이건 귀여운 오를레아가 준 귀여운 선물이라고!
그래도 전투 중엔…
어차피 너 혼자 싸워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였잖아.
어? 그건 칭찬이야? 그러니까 나를 믿고….
닥쳐. 귀엽지 않은 놈.
칭…칭찬일리가 없잖아!
/
21.5. 5화. 서프라이즈 선물
(정신을 어디다 둔 건지… 지갑을 두고 나가다니…)
어? 요르문간드?
어? 어어??
네가 왜 여기 있어?
그게… 몰래 들어온 건 아니고
(몰래 들어왔구나.)
화분 아래 둔 열쇠를 찾아낸 것도 아니고…
(용케 열쇠를 찾았네…)
뭘 훔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
(뭘 훔치려 한 걸까? 딱히 가져갈 것도 없는데...)
뭐야… 그.. 오를레아에게 볼 일이 있어서.
음, 네 말을 정리하자면, 몰래 들어와서 오를레아를 만나려 했다는 거지?
그건 아냐. 오를레아가 집에 없는걸 알고 있었는걸. 난 그냥… 앗! 너, 지금 유도 심문한 거야…?
..유도심문이라고 하기엔, 네가 다 말해줬는 걸
흥! 이왕 이렇게 된거
죄인처럼 고개 숙이진 않을 거야!
그럴 줄 알았어.
닥쳐. 귀엽지 않은 놈.
너! 여기 딱 있어
앗!! 주인없는 방에…
(…오를레아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지만… 이미 들어갔으니까)
그나저나 뭘 하길래 이렇게 부스럭 거리는 거지?
후후후후
(안을 들여다 봐야 겠어)
… 곰돌이?
그것도 엄청 큰 인형이네?
곧 오를레아 생일이라며?
후후후후후 귀여운 오를레아에겐 이런 선물이 최고지.
오를레아가 정말 좋아할 거라 생각하는 거야?
말해 뭐해? 넌 오를레아의 마음도 모르고… 쳇. 이래서 남자들이란, 소녀의 마음을 전혀 모르지
음…. 가져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싫어. 이건 서프라이즈 선물이란 말이야.
꺄아-- 이걸 보면 오를레아가 온종일 내 생각을 하겠지?
… 그치만 오를레아는 인형은 별로 안 좋아하니까
뭐???
오를레아는 은근히 실용적인 걸 좋아하거든
…차라리 옷이나 장신구를 더 좋아할지도..
그걸 왜 이제 말하는 거야? 괜히 힘만 썼잖아.
그야… 네가…
귀엽지 않은 놈.
.. 하, 하지만…. 오를레아에게 미움받을 뻔한 걸 구해줘서… 고마워
하하하하.
왜, 왜 웃는 거야? 지금 너 비웃는 거지?
하하… 아, 아니야….하하하
/
22. 요시노
22.1. 1화. 요시노의 충고
요시노 어제는 고마웠어.
해결 된 거야?
응… 그 때 네가 오를레아를 따라가줘서 다행이야.
하하.. 내가 따라갔다면 더 크게 싸웠겠지..
해결 됐다니 다행이네, 이번이 처음으로 싸운 거였지?
응..
기운 내
살면서 한 번도 싸우지 않을 수는 없잖아.
그건 가족이 아니야.
그리고… 너는 내가 아는 인간 중에선 괜찮은 축에 속하거든.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를레아를 위해서 엄하게 굴은 거겠지.
…… 알아 주는 구나.
그렇다고 해서 네가 잘했다는 건 아니고.
편들어 주는 줄 알았더니
호호호 편을 들어주다니 내가 그럴 리 없잖아?
너야 오를레아를 위해서 그랬겠지만.
의도가 좋다고 해서 뭐든 해도 괜찮은 건 아니잖아? 받아들이는 쪽 입장도 생각해 줘야지
윽… 지금은.. 알고 있어..
오를레아는 아직 어리고 한창 놀 나이잖아?
네 욕심에 맞춰서 열심히 훈련하는데 뭐?
집중을 하지 않는다고 그나마 있는 노는 시간을 빼앗아?
너는 어려서부터 잘 했니?
으.. 잘못 했어. 진심이야..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않을 거야..
말귀를 알아들은 것 같아서 다행이야.
이렇게 말 했는데도 못 알아들으면…
못 알아들으면?
한 대 때려주려고 했거든.
…가끔 인간 중에 맞아야 정신 차리는 애들이 있더라고.
해결 됐다니까 됐어.
그럼, 다음에 또 오를레아 보러 갈게
그래.. 다음에 보자.
오를레아는 좋겠네.. 이런 멋진 보호자가 있어서.
/
22.2. 2화. 요시노의 분노
오를레아는 좀 어때?
오를레아? 오를레아라면.. 지금쯤 로빈이랑 활쏘기 연습을 하고 있을껄?
지난주부터 로빈후드가 오를레아를 맡아서 가르치고 있거든
…나는 실력이 없어서 오를레아를 못 맡기겠데.
흐음.. 로빈후드라면 확실히 실력이 좋긴 하지
잠깐, 내가 물어본 건 그게 아니잖아.
알세리아 일로 물어보는 거라면
괜찮아.
………..정말이야?
걱정할까 봐 대충 둘러대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말하는 거야.
오를레아는 괜찮아.
하아……… 다행이다.
엄청 걱정 했었어..
오를레아는 알세리아를 많이 좋아했잖아.
일주일에도 서너 번씩 만나러 다닐 정도였는데.. 그런 친구를 잃었으니..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단 말이야.
하하 나도 처음에는 그랬어.
그런데… 그날 자고 일어났던 오를레아가 나에게 그러더라고
다시 기사가 되고 싶다고.. 이번에야 말로 훈련을 빼먹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서.
다음에는 꼭 친구를 구하겠다고.
친구…
아마 너나 로빈이나.. 유타카를 말하는 거겠지.
오를레아에겐 너희가 가장 친한 친구들이거든
….이게 끝이야?
이렇게 말하고 방에서 혼자 눈물을 짜내거나 그러진 않는 거지?
음… 내가 아는 한해서는?
요시노… 너무 걱정하지마.
오를레아는 아직 어리지만 강한 아이야.
아픈 일을 딛고 일어나서 나아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어.
.. 그래 …… 믿을게
후우… 그럼 정리가 잘 된 거였으면 좀 데리고 오지 그랬어
에? 아니 그게.. 요즘 한참 훈련한다고 바빠져서..
오를레아가 안 와도 너는 와서 말을 해줘야 할거 아냐!
나..나도 바빴..
나랑 유타카랑 엑스칼리벌가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 줄 알아?
으…………잘 못 했어.. 너네도 걱정한다는 걸 생각 했어야 하는데
다음번에도 이러면 한 대 맞을 줄 알아!
(… 하아…. 화났네…)
/
22.3. 3화. 요시노의 격려
단장 뭐해?정찰하러 갈 시간이 지났잖아.
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하아… 여태 멍 때리고 있었구나..
미안 잠시 다른 생각을 하다 보니까.. 시간이 이렇게 됐는지도 몰랐어.
… 다른 생각은 무슨 오를레아 생각이겠지.
오를레아는 아직도 집에 박혀 있는 거구나.
응… 너무 우울해 해서 걱정이야.
집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전부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냉정하게 말하면.
단장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없어.
….. 그렇지
그리고 주눅들은 오를레아가 안타까워서 제대로 못 보는 것 같은데
그 날 오를레아가 문제였던 건 사실이야.
읏!! 하지만..
마저 들어
만약 오를레아가 우리 말을 듣고 단독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면 그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오를레아가 숲에서 네 이름을 외치지 않았으면 그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마지막으로… 오를레아가 경솔하게 레이스를 도발하지 않았다면… 그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지
중간에 막을 수 있었던 기회는 여러 번 있었어.
그 기회를 전부 걷어찬 건 오를레아야.
(…… 전부 맞는 말이네)
단장.
단장은 오를레아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끼니까..
지금 당장 오를레아가 집에 박혀 있는 게 걱정 되겠지만.
내가 봤을 땐 정말 오를레아가 잘못한 게 맞아.
잘못을 했으면 후회하고 반성하는 게 맞는 거잖아.
오를레아가 자기를 되돌아 볼 기회를 뺏지마.
… 그래.. 네 말이 맞아.
오를레아가 져야 하는 짐을… 단장이 들어주지 마..
언제까지나 아이로 있을 수는 없잖아.
아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책임 질 수 있어야 하는 거야.
오히려.. 단장은 할 수 있는 만큼 했지..
요시노 고마워, 덕분에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아.
후후 이제야 좀 눈빛이 돌아왔네
처음 만났을 때 처럼 반짝반짝하고 단정한 눈빛이야.
그럼 같이 정찰하러 가볼까?
그래 얼른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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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4화. 요시노의 위로
단장 나 왔어.
요시노구나 어서 들어와.
단장, 요즘 계속해서 얼굴이 안 좋은거 알아?
…..그렇게 티나?
단장을 아예 모르는 사람이 봐도 알 수 있을 정도?
하아….. 망했네.
그 아이작이라는 인간 때문이구나?
….왜 그렇게 신경쓰는 거야?
오를레아는 그냥 딸로 생각하는 거 아니었어?
그건… 그런 줄 알았던 거야.
그냥 내 딸이라서 예쁘고 소중한 줄 알았는데..
아이작이 나타나고…. 주변에서는 아이작이랑 오를레아랑 사귀는 거 아니냐고 하면서..
….내가 오를레아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
… 오를레아가 다른 사람과 함께한다고 생각하면 속이 뒤집혀.
예전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너란 인간은 참… 사람은 좋은데 결정적인 곳에서 둔하구나?
… 윽.. 요시노 또.. 그렇게 아픈 곳을 찌르고..
그야 보고 있으면 답답하니까 그러지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설마 그냥 지켜볼 생각은 아니지?
그게…
..그럴 생각이었던 거구나.
오를레아에겐 내가 계속 아빠였잖아.
내가 갑자기 좋아한다고 하면 얼마나 놀라겠어.
만약 내가 먼저 좋아한다고 하면 오를레아가 받아줄지 거절할지 고민해야 하는데
거절을 하면 .. 아빠랑 딸 사이도 끝난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그러니까.. 나는 말하지 않을거야.
와.. 뭔가 맞는 말인 것 같으면서도 이해가 안가네
그럼 그렇게 혼자 속 썩이고 있을 거야?
응
하하 내 속이 썩는 게 오를레아의 속이 썩는 것 보단 낫잖아?
하아…...미련해
그래도 나쁘진 않네..
그래 단장 마음대로 해봐.
만약 오를레아가 아이작을 고르게 되면 그때는 내가 달래줄게
그래… 뭐???
내가 달래준다고 했어.
나는 오를레아도 참 좋아하지만 단장도 좋아하거든
단장 혼자서 눈물 질질 흘리는 건 보고 싶지 않으니까. 내가 위로해줄게.
그때는 상냥하게 대해줄 테니까 겁 먹지마.
아…그..그래 고마워
(어..어떻게 달래준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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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5화. 요시노의 슬픔
(여기 어디에 있다고 들었는데)
요시노!! 요시노!!
으응…. 단장
..여기있었구나..읏.. 냄새
대체 얼마나 마신거야..
후후후.. 별로 안 마셨어..
세 병 정도? 이것봐 혀도 안 꼬였잖아.
오히려 좀 더 취했으면 좋겠는데..
요시노…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왜 즐기지도 않는 술을 이렇게 마신거야.
그야… 흐음…그야… 다 단장 때문이지
…..나?
……… 단장이 인간이라서 너무 슬퍼
…. 당장 어제가 처음 만난 날 같은데…..
….. 인간이었다가… 단장이었다가….. 후우.. 이제는 누군가의 남편이네?
요..요시노 정신 차려봐.
정신 차리긴 뭘 차려, 나 지금 멀쩡해
당신 때문에.. 유타카랑 엑스칼리버를 구했고…
은혜를 입었으니 도와주자는 마음으로 가까이 뒀는데..
너무 변화가 빠른 것 같아..
아… 덥다.. 어지러워.. 당신도 마실래?
아니, 나는 너를 데려다 줘야 하니까 안 마실거야.
요시노… 술 취해서 내일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너는..나와 네 관계가 변할까봐 무서운 거지?
그런거라면 걱정하지마. 우리 관계는 변하지 않을 거야.
나는 여전히 기사단을 맡을 거고, 네가 나가지 않는 이상 내보내지도 않을거야.
그리고 설사 단장고 단원의 관계가 아니게 된다고 하더라도
너는 여전히 내 친구일거야.
그걸로는 안 될까?
….. .진짜야?
계속…. 계속 같이 보낼 수 있는 거야?
그럼 오를레아도 나도 여전히 네 친구야.
후…후후후후..
늘 말하지만 너는.. 사람은 참 좋은데
눈치도 없고, 멍청해
읏.. 왜 또 멍청하다는 거야
그걸 모르는 게 더 멍청한 거야… 네 멍청한 소리를 들었더니 술이 확 깨는 것 같네..
…그만 마셔!!
싫어. 오늘은 계속 마셔야겠으니까. 걱정되면 옆에 있다가 데려다 주기나 해
(하아.. 알다가도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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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우리엘
23.1. 1화. 날씨를 예측하라
단자아아아앙. 정말 내 그림의 후원자가 되지 않을 거야?!
후우… 그럴 생각은 없다고 말했잖아?
으으으으응!! 안 돼 원조해 줘…?! 응? 단장이 원하는 건 뭐든 할 게
읏… 우리엘 이상한 말은 하지마.
그치만… 내 그림 정말 대단하단 말야.
이건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미래를 예측한 그림이라니까?
그래, 그건 대단하다고 생각해.
(그게 사실이라면 말이지…)
그치?! 그러니까 후원자가 되어 줘!
하아.. 그럼 만약 네가 다음주 월요일 날씨를 맞추면 후원자가 되는 걸 생각해볼게.
정말이지! 그말 취소하기 없기다?
…오호?! 왔어, 왔어, 왔어! 영감이…!
휴우, 됐다! 회심의 역작이야! 자, 다음 주 월요일의 날씨를 표현한 그림이야!
….
이게… 무슨 그림이야? 어떤 날씨인지 전혀 모르겠는데?
으음… 그거야 보는 사람이 읽어내야지!
뭐야… 너도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난 예술가로서 그림에만 집중할 뿐!
아…! 맞다. 단장 그림에서 조금 떨어져 보는 게 좋아.
왜? 멀리서 봐야 하는 그림이야?
아니, 그건 아니고. 내 그림은… 저절로 폭발해!
뭐?
그치만 예술은 폭발이란 말야!
폭발이라니… 윽!!!
으… 아야야. 아니, 아프지는 않아… 뭐지?
저런 터져 버렸네!!
그럼 단장 약속 지키는 거다!
뭐? 아니 잠시만
그래서 다음주 날씨가 뭐라는 거야?
응? 단장 확인 못했어?
그럼 그건 단장 잘못이지! 당연히 터지기 전에 봤어야 하는 거 아냐?
우리엘!!!
하하하 나는 몰라~ 그럼 다음주 월요일이야 알겠지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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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2화. 패션 테러리스트
(….새벽부터 오더니 계속 작업 중이네. 대체 왜 여기서 작업을 하는 거지…)
단장, 뒷꿈치를 들고 걸어야지. 발소리가 울리잖아.
미안
단장, 문 닫을 때는 살살 해야 하는 거야. 그런 것도 몰라?
음…….어 미안
아 정말! 왜 이렇게 시끄러운 거야! 도대체 집중할 수가 없잖아.
우리엘.
말 시키지 마. 지금 진짜 대단한 작품을 만드는 중이니까.
미…………..
(가만… 여긴 우리 집인데… 왜 내가 미안하다고 하는 거지?)
우리엘.
….크으… 여기를 이렇게
우리엘!
어? 뭐야? 말 시키지 말라고 했잖아.
아니, 우리 대화를 좀 해야 겠어.
잠깐만!! 오!! 오!! 온다 와! 영감이 왔어!!!
하아….
단장!!! 단장!!!
에에? 단장 어디 있어?
.. 아까는 귀찮아 하더니 지금은 왜 찾는 거야?
아까는 작업중이었고, 지금은 희대의 걸작을 완성 했단 말이야!
어떤 그림인지 궁금하지?
….별로
치잇.. 제목을 들으면 보고 싶어질걸?
제목은 짜란!! '촌스러운 단장의 패션을 세련되게 개조하는 마법의 그림!'
.. 내 패션이… 뭐?
우히히히히. 고마워할 거 없어 단장.
단장의 패션이 워낙 지독해서 말야. 날 위해서 하는 거니까 부담스러워 하지마
그게 아니라.. 난..
자 이제 첫번째 단계 시이~~~작!
으앗!!
우하하하하하
이게 뭐야…
그 모자에 그 자켓…..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영 아니네
원래대로 돌려놔
잠시만 기다려봐? 단장 생각보다 정장이 안 어울리는 구나. 그럼 다시?
다시?
패션 개조 두 번째!!
하아….
어?..... 왜 이러지? 이럴리가 없는데? 이 옷을 입었는데도 이렇게 구리다니…
…. 단장 … 미안 단장은 내 능력으로도 구제 불능인가봐..
단장 오늘 잘 놀았어 이제 가 볼게
이제 가 본다고?
어림 없는 소리. 당장 원상 복구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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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 3화. 머리를 쓰다듬어 줘!
단장! 거기 있는거 다 알고 있어!
얼른 문 열어 줘어어어어
(..절대 안돼 이번에는 절대 모델을 서지 않을 거야)
….진짜 없는 건가?
(응. 없어. 그러니까… 그냥 가…)
이상하다.. 분명 오를레아 한테 오늘 휴일이라고 들었는데..
(간 것 같네. 후… 다행이야 그림 모델이 되었다간…. 또 무슨 짓을 당할지 몰라)
살짝 안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지.
(응? 부엌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단장!! 역시 여기 있었구나!
우…리엘? 너 어떻게
부엌 창문을 잘 닫아 뒀어야지. 도둑이 들면 어쩌려고.
아.. 창문….
그런데 집에 있으면서도 왜 문을 안 열어준 거야?
하아…. 진실을 원해?
응.
네 그림의 모델이 되기 싫어.
어? 뭐야? 부끄러워서 그래? 그치만 여태 몇번이나 했잖아.
그래.. 몇 번이나 해줬지. 그리고 매번 봉변을 당했고.
괜찮아 괜찮아. 이번에야 말로 멋지게 그려줄게.
응? 단자아아앙 내 소원이야.
(다음에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어야 겠어)
계속 이렇게 앉아 있어야 해?
응. 조금만 더.
아직도 안 끝났어?
이제 다 끝나가… 후훗….
(예감이 좋지 않아… 냥 그림만 그리지는 않을 것 같은데…)
우리엘. 그림만 그리는 거지? 그림에다 주문같은 거 걸지 마.
당연하지.
우후후…. 다 됐다.
(하아. 계속 같은 자세로 앉아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구나)
어떻게 그렸는지 보여줘.
짜잔! 이 그림을 봐라! 이 그림을 본 순간, 단장은 내 말은 뭐든 듣게 될거야!
뭐?
단장! 이리와서 내 머리를 쓰담쓰담…..
아얏. 뭐야? 왜 때려? 아, 아니… 방금 주문이 안 들어간 거야?
그런 것 같네, 주문 걸지 않겠다고 했던 건 거짓말이구나.
치잇.. 그치만
하아..그런 주문은 대체 왜 걸은 거야.
나도 오를레아처럼 단장한테 귀여움 받고 싶었단 말야.
흥. 됐어. 쳇. 주문에 걸리지도 않고. 재미없어.
우리엘. 그런 건 주문을 걸지 않아도 돼. 그냥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고 하면 되는 거야.
칫..이런 건 엎드려 절 받기잖아.
그럼 그만 할까?
그건 아냐, 좀 더 쓰다듬어줘
/
23.4. 4화. 모델을 찾아서
자네 그 이야기 들었나.
어떤 이야기 말씀인가요?
최근 광장에 정령 하나가 출몰하는데, 지나가는 사람마다 모델이 되어 달라고 한다더군.
모델을 서줄 때까지 계속 따라다닌다는 모양이야.
(… 왜 이렇게 익숙한 느낌이 들지)
사람들에게 해가 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정령이다 보니 거절하기가 무서운 사람들이 있는 모양일세.
제가 가서 달래보겠습니다.
그래, 부탁하지.
저기 있잖아- 내 모델이 되어주지 않을래?
(역시 내 우리엘이구나..)
(어쩐지 요즘 조용하다 싶었더니 이런 곳에 ..)
우리엘
네~… 으앗!!! 단장이잖아!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뭐긴 내 그림의 모델을 서줄 사람을 찾는 거지!
내가 생각해 봤는데, 내 그림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더 다양한 모델이 필요 한 것 같아.
매일 같은 그림만 그려서는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지 않잖아?
이 광장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이니까 내 모델이 되어줄 사람도 많지 않겠어?
그리고 그 참에 내 예술 활동을 지원해 줄 후원자를 만날 수 있으면 더 좋고!
.. 그거 참.. 좋은 생각이긴 한데
어째서 호객행위를 하는 거야.
에? 호객행위라니!
나는 그런 적 없어!
지나가는 사람마다 잡으면서 모델이 되어 달라고 하고 있잖아?
모델을 서 주지 않으면 …. 붓을 들고 쫓아다닌다며?
그치만.. 돈을 달라고 하지는 않는 걸?
그리고 다들 처음에만 쑥스러워 하지 일단 그려주면 마음에 들어 한다니까?
그래 호객행위는 아니었다 해도… 치근댄건 맞구나.
하하하 그야.. 가만히 있으면 다가오지 않으니까?
광장에 모델을 서 달라고 쫓아 다니는 정령이 있다고 민원이 들어오고 있어.
에…. 그거 나?
응
그럼 나 설마 잡혀 가는 거야? 단장!! 나는 그냥 예술을 위해 노력하는 순진한 정령일 뿐이야!
잡아가진 않을건데 대신 사람들을 쫓아다니진 않을 거라고 약속해 줘야 겠어.
엑!! 그럼 어떻게 모델을 찾으라고!
모델이 꼭 앞에서 포즈를 잡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잘 그려진 그림이 놓여 있으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궁금해서 들릴지도 모르지.
… 폭발하지 않는 그림을 그려봐.
그치만… 예술은 폭발인데..
하지만 꼭 그래야 한다면 어쩔 수 없지.
두고 봐 꼭 사람들이 먼저 그려달라고 찾아오게 만들어 주겠어!
(후… 일단락 되어서 다행이야)
/
23.5. 5화. 가짜 우리엘 소동
단장- 단장-우리엘?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히잉… 오늘은 단장이랑 잘래
뭐? 안 돼.
왜 안돼? 나 단장이랑 자고 싶어….
너무 늦은 시간이라 돌아가라고 하진 않겠지만
같이 자는 건 안 돼.
오를레아랑 같이 자거나… 거실에서 자.
싫어어어.. 나 단장이랑 잘래
(뭐가.. 좀 이상한데)
하아… 알았어. 일단 좀 비겨봐..
싫어. 싫어.
왜 이러는지 이유는 알아야 할 거 아냐?
히잉….
무슨 일 있었어?
흑…. 응….
무슨 일이야? 내가 도와줄게.
그냥 오늘만 여기서 재워주면 되는데… 무서워서 그런단 말이야…
그러니까…. 뭐가 무서워?
아까 영감이 떠올라서… 흑…. 그림을 그렸는데…
그런데?
그 그림이 살아나서 자꾸만 날 괴롭혀.
뭐?
어쩌면 여기까지 쫓아올 지도 몰라…
아니, 도대체 무슨 그림이기에?
히잉…. 자화상…
뭐?
여기 있을 줄 알았다!
꺄아- 도와줘 단장
이 가짜! 가만 안 둘거야!!
꺄아아아
뭐야 단장. 진짜랑 가짜도 구분 못해?
….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하하하 뭐긴 뭐야 이 천재 화가가 '생명이 깃든 자화상'을 그리는데 성공 한거지!
어때 단장? 나 대단하지?
하아… 이젠 놀랍지도 않아.
그럼 나는 가볼게 안녕 잘 자 단장
…이번엔 절대 그냥 안 넘어가
방 치우고 가야지. 자 얼른 원상 복구
하아.. 역시 예술의 길은 멀고 험난해..
그 험한 길에 나 좀 끌어 들이지 마.
/
24. 유타카
24.1. 1화. 다시만난 유타카
후…덕분에 살았어.
누군지 모르겠지만 도와줘서 고마워
저어…. 저어….
응?
저 기억 안 나세요?
(나를 아는 것 처럼 보이는데 맞지?)
…나를 알아?
저….유타카에요!
그래도 기억 안나세요?
우리 정말 만난 적 있어?
기억이 안나서 그러는데… 알려주면 안 될까?
아!! 그 때는 제가 예화 되어 있던 상태라 모르실 수도 있어요.
요시노와 함께 예화정령이 되었던 저를 구해주셨다고 들었어요.
아!! 너 그 때 그 정령이구나
이제 기억 났어. 몸은 좀 어때?
이제 괜찮아요.
날개도 원래대로 돌아와서 하늘을 나는데도 무리가 없어요.
휴우 다행이다.
하하…. 내가 정화한 정령이랑 이렇게 만나는 건 또 처음이라.. 신기하네
아까 이름이 유타카라고 했지?
네.. 제 이름은 유타카에요.
매의 정령으로, 이 숲에서 태어났어요.
그래 기억해 둘게.
저…
응? 또 할 말이 있니?
기사님은 우리 숲을 지키기 위해 예화 정령과 싸우고 계신 거지요?
기사님이 정화해주시는 게 아니었다면 많은 친구들이 죽었을 거에요.
너..너무 띄우지 말아줘. 이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야.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게 더 대단한 거에요.
그래서… 괜찮으면 저도 기사님을 돕게 해주세요.
돕는다니, 예화정령과의 싸움 말이야?
네! 기사님이 예화정령을 정화해 주시려면 전투가 필요하잖아요?
비록 정화는 할 수 없지만, 전투는 도와드릴 수 있어요.
저도 기사님을 도와서 숲을 지키고 싶어요.
나야말로 부탁하고 싶었어. 고마워.
네, 네…! , 잘 부탁드립니다. 기사님!
/
24.2. 2화. 유타카와 종이접기
다녀왔습니다….
응? 왠 색종이들이 이렇게 널려있지?
기사님! 어서 오세요!
다녀왔어 유타카, 그런데 저 탁자 위에 색종이는 뭐야?
아, 네. 아까 제가 여기서 종이접기를 했어요.
…방해가 될까요? 그렇다면 당장 치울게요.
아냐, 그런 건 아니야. 다만, 내가 색종이를 산 기억이 없어서.. 의아했던 거야.
…저, 종이접기를 좋아해서 예쁜 종이를 모으고 있어요.
저, 기사님. 방해가 안 된다면 여기서 좀 더 종이접기를 해도 괜찮을까요?
그럼, 괜찮고 말고.
가, 감사합니다, 기사님….
….
…그리고 저, 기사님. 그, 그렇게 빤히 보지 말아 주세요….부끄러워서요.
아 미안, 종이로 이런걸 만들 수 있는 게 신기해서 나도 모르게 지켜봤네
…, 저, 저기 말이에요, 기사님….
종이접기를 빤히 바라보는 것보다는…저….
해보실래요?
괜찮아? 나 전혀 할 줄 모르는데?
괜찮아요. 제가 기사님에게 접는 방법을 가르쳐 드릴게요.
제가 접는 방법을 보면서 기사님도 따라 해 보세요.
알았어. 그렇게 하자.
여기를 이렇게 해서… 그렇죠, 맞아요, 기사님. 다음은….
음….
저, 유타카. 어쩐지 내 매가 너무 못생겼는데..
그런가요? 잠깐 볼까요….
아, 접은 자국이 조금 어긋낫네요. 괜찮아요, 금방 고칠 수 있어요.
이렇게 해서, 이렇게… 그리고 이곳도 이렇게 하면….
어때요? 기사님. 근사한 날개가 되었지요!
하하 유타카 정말 대단해!
너.. 너무 칭찬하지 마세요.
왜? 사실인걸?
읏… 그렇게 말씀하시면 부끄럽다니까요.
…저, 기사님. 부탁이 있는데요….
응? 뭔데?
괘, 괜찮으시면… 기사님이 접은 그 매, 제게 주시면 안 돼요?
이거? 원하면 가져도 좋아. 못생겼는데 괜찮아?
저, 정말이요! 감사합니다! 소중히 할게요. 전혀 못생기지 않았어요!
…이걸로 너무 기뻐하면 조금 미안해 지는데
그럼… 나중에 또 저와 종이접기를 해 주세요. 후후후 그거면 좋아요.
/
24.3. 3화. 유타카의 보은
기사님…
유타카잖아? 어서와.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그게… 지난 번에 도움이 필요한 게 있으면 알려달라고 하셨잖아요?
응 그렇게 말했지. 내 어떤 도움이 필요하니?
도와주실거에요?
내가 할 수 있는거면 도와줄거야. 그러려면 우선 네가 뭐가 필요한지 알아야 할 것 같은데.
그럼 저를 상점가에 데려다 주세요.
상점가?
새로운 색종이를 사려는 거야?
색종이! 상점가에는 그런 것도 파는 거군요!
물론 그런 것도 팔지.. 몰랐구나.. 그럼 뭘 사고 싶은거야?
요시노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어서요.
인간들은 생일을 맞이하는 사람에게 작은 선물을 건낸다고 들었어요.
요시노의 생일이 곧이거든요. 그래서 선물을 해주고 싶어요.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 유타카는 요시노랑 유독 친한 것 같아.
후후 유타카는 계속 저를 돌봐줬거든요. 인간으로 치면 음….음… 언니?
분명 그런 느낌일 거에요.
알겠어. 그럼 생일 선물을 사고 싶다고 했으니 잡화점으로 데려다 줄게.
감사해요!
여기가 잡화점이로군요!
아저씨 어서오세요! 어머! 새로운 정령이네요? 와아- 날개가 멋져요!
안녕 마리, 여기는 나를 도와주는 정령 유타카야.
이 친구가 다른 친구의 생일 선물을 사고 싶다고 해서 데려왔어.
내가 아는 가게 중에선 여기가 최고거든
에헤-! 당연하죠!
하지만 그렇게 설탕발린 말씀을 하셔도 할인은 없어요!
윽… 그건 알고 있어.
그러니 유타카에게 물건을 추천 해줘.
이거 마음에 들어요!
요시노는 벚꽃을 좋아하니까. 딱 이 장식이면 될 것 같아요.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아서 다행이에요 손님!
후후 계산을 해주시면 포장해드릴게요!
..계산…기사님!!
계산은 내가 해줄게.
유타카가 돈이 없을 건 알고 있었어.
하지만.. 기사님
항상 내 일을 도와주고 있잖아? 그러니까 받아줘
그럼… 부탁드려요!
/
24.4. 4화. 기사단 창립 멤버
그런 이유로 기사단을 만들게 됐어 유타카도 함께 해줄래?
저요?
응, 너 말고 누가 있겠어.
여태 나와 오를레아를 도와준게 너잖아.
제안해 주셔서 감사해요!
당연히 도와드리죠.. 도와드리고 말고요..
이걸로 마을에 돌아다니는 것도 더 쉬워 질거야.
그리고.. 나야말로 고마워.
예화정령들이 점점 더 많아져서 정령들의 도움이 정말 절실했거든.
다른 정령들도 기사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가 잘 설득할게요!
하하 좋아.
그럼, 같이 기사단 건물에 가볼래?
함께 논의를 할 수 있도록 따로 건물을 지원 받았거든
여기가 기사단 건물이에요?
응, 예전에 지역 유지가 살았던 건물을 좀 손 봤어. 낡긴 했어도 깔끔하지?
여기는 회의실로 사용할 예정이야.
와아 천장이 엄청 높네요. 탁자도 커요.
지금은 아직 인원이 적지만, 곧 늘어날 예정이니까. 미리 큰 걸로 갖다 놨어.
어라? 이건 …..
아 그건 지도야. 유타카는 지도는 처음보나?
인간들이 만든 지도는 몇 번 볼 일이 있었지만…
이 근처를 이렇게 상세하게 그려 놓은 지도는 처음 봤어요.
우리 숲이 이렇게나 큰 곳이었군요.
여기 제가 사는 곳도 그려져 있네요.
기사단 창립 기념으로 제람님이 선물해 주셨어.
앞으로는 지도를 보면서 어떻게 움직일 건지 논의할 거야.
앞으로가 기대 돼요.
이렇게 본격적으로 움직이면 곧 숲을 되찾을 수 있겠죠?
응 꼭 그렇게 될거야.
후후후후 같이 힘내요.
/
24.5. 5화. 앞으로도 계속
하하.. 이제 이것도 다 정리 해야 겠네
(기사단 내부가 온통 레이스에 대한 자료로 꽉 차 있네)
지도는 그대로 놓고 사용하면 되고.
레이스의 이동 경로 이거는 음 폐기를 해야 하나. 더 보관을 해야 하나.
버리면 안 돼요!
앗..
유타카?
….여기는 왜 온거야?
이제… 오면 안 되는 건가요?
우리 해산 해야 하는 거에요?
아니, 미안 그런 의미가 아니었어.
레이스도 정화했고 숲도 원래대로 돌아갔으니까.. 이제 이곳에 안 올 줄 알았거든..
이제….
싸워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 말야.
다들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
말하고 나니까 조금 쓸쓸하네
아마 기사님이 말씀하신 대로 대부분의 정령이 숲으로 돌아갈거에요.
역시 그러겠지..
하지만 전부가 그런 건 아닐거에요.
레이스는 사라졌지만, 정령 여왕이 정해진게 아니잖아요?
예화 정령은 또 나타날 거에요.
그럼 또 모두의 힘이 필요해지는 순간이 있을 수도 있어요. 물론…. 그런 일이 없는 게 좋지만.
그래… 맞아 그런 일이 없는 게 좋지..
하지만 대비는 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전부 지워 버리면 너무 쓸쓸하잖아요.
쓸쓸해?
네… 이건 전부 같이 했던 흔적들이니까요.
나만 쓸쓸한 게 아니었구나.
하하하 분명 잘 된 일이고 후련한데.. 남겨진 기분이라 쓸쓸 했거든
걱정마세요 저희는 계속 함께 있을 거에요.
그리고.. 마을에 남는 정령도 상당히 많아요!
여기 머물면서 인간들이랑 친해진 정령들이 많거든요.. 바니는 천직을 찾은 것 같다며 주점에서 일한다고 했어요.
미카엘도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게 좋다고 했구요..
하하 고마워.
날 위로해 주는 거구나? 덕분에 기운이 나는 것 같아.
위로가 되었다니 다행이에요.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해
네!! 기사님!
/
25. 카스미
25.1. 1화. 별은 보지 못했지만
휴우…화창한 날씨네요. 별도 잘 보일 것 같아요.
천체 관측에 필요한 건 이걸로 끝이야?
네… 준비하는 걸 도와 줘서 감사해요.
오히려 내가 고마워.
네가 같이 별을 보자고 해서 오를레아가 엄청 좋아했어.
후후.. 다 같이 보는 별은 평소보다 더 멋질 거 같아요.
그래, 오늘은 카스미를 위해서라도 별이 많이 떴으면 좋겠네.
네…! 이 곳이라면 별이 잘 보일 거에요
그럼 저는 준비를 할게요
잠시 쉬는 게 좋지 않아?
카스미는 몸이 약하니까 너무 무리하지 않는 게 좋아.
괘..괜찮아요! 빨리 준비해서 오를레아를 데려오고 싶어요.
그렇기는 하지만… 정말 괜찮겠어?
네!
좋아… 준비는 다 된 건가.
그, 그런 거 같아요….
이제 오를레아만 데려오면 될 것 같아요.
아, 카스미 여기서 쉬고 있어도 돼, 오를레아는 내가 데려올게.
그럼… 저는 여기서...… 어라…?
카스미!
카스미. 몸은 좀 어때?
죄송해요… 제가 다 망쳤어요.
괜찮아. 날은 앞으로도 많아.
하지만…. 도시락도.. 준비 했는데
정말 괜찮아 그건 같이 먹으면 돼. 그보다 필요한 건 없어?
괜찮아요…. 더 이상 민폐를….
민폐라니 절대 아냐.
저어….기사님 그러면 손을 좀 잡아 주실래요?
손을?
네…. 안 될까요…?
괜찮아. 이러면 되겠어?
고, 고맙습니다….후후… 기사님의 손은 커서.. 안심이 돼요
아까도.. 이 손으로 저를 단단히 잡아주셨죠…
잠들때 까지 잡아줄게.
지금은 푹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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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2화. 식욕부진 카스미
하아….
하아…..
카스미. 왜 그렇게 한숨을 쉬는 거야?
제가 한숨을 쉬었다고요?
응, 아까부터 계속 쉬고 있었어
모르고 있었구나. 혹시 무슨 걱정이야?
으으응~ 걱정 같은 게 있을 리 없잖아요.
그런데 왜?
저… 기사님
응
음식은 대체 왜 있는 걸까요…
어…. 뭐?
매 끼니마다 챙겨 먹는 거 너무 귀찮잖아요.
카스미는 밥 먹는 게 귀찮아?
전 정말 아무 것도 먹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이제 곧 저녁 식사 시간이고…
배가 고프지 않은 데도 먹어야 하니까..
음. 그렇게 먹기 싫음 한 끼 정도 굶어도 괜찮지 않을까?
한 끼 정돈 그럴 수 있겠죠. 하지만 내일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내일 모레 아침….
잠깐, 잠깐. 카스미.
카스미는 계속 먹는 게 싫은 거야?
네…. 귀찮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그래서 계속 한숨을 쉰 거야?
밥 먹을 생각을 하니까….. 저도 모르게 그랬나 봐요.
듣고 보니 확실히 문제네..
카스미는 몸도 약한데 잘 먹지도 않으면 더 약해질거야.
아무래도 특제 처방이 필요하겠어.
특제 처방이요?
식욕이 없는 건 많이 움직이지 않아서이기도 해.
저녁 먹기 전에 같이 산책 나가자.
사… 산책…..
같이 가주시는 건가요?
응. 혼자 보내면 안 갈 것 같거든
어때? 이제 슬슬 배가 고프니?
네…
걷는 게 효과있어서 다행이야.
앞으로도 오늘 처럼 걸을 수 있겠어?
그게… 잘 모르겠어요.
확실히 배가 고파져서 밥을 먹고는 싶지만.. 저 혼자 산책을 할 지는… 혹시 기사님께서 매일…
그럼 매일 같이 산책하자
정말요?
카스미가 건강해질 때까지. 도와줄게. 저녁마다 같이 산책하자.
기사님.. 저도 노력할게요.
/
25.3. 3화. 얼른 크고 싶어
카스미, 왜 자꾸만 내 얼굴을 흘깃거리는 거야?
앗…!! 눈치 채셨어요?
응. 아까부터 보고 있었지?
그게.. 제가 기사님이과 걷는 게 다른 사람들 눈에 어떻게 보일까 생각하다 보니…
어떻게 보일 것 같은데?
음.. 연인?
하하하하…
기…기사님 왜 그렇게 웃으시는 거에요.
내가 생각하기엔 아빠와 딸로 보일 것 같거든
카스미는 이렇게 작은데 누가 연인으로 보겠어?
곧 더 많이 클 거라고요. 키도 자라고, 가슴도 자라… 앗.
아무튼, 그런 줄 알아요.
앗!! 카스미. 그렇게 뛰지 마.
앗… 뭐 하는 거예요?
그렇게 뛰다간 넘어질거야.
안 그래도 몸이 약한데 다치기까지 하면 안 되잖아.
저…
저는 기사님의 걱정거리인가요?
어?? 아니 그런 말이 아니야.
기사님의 걱정거리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오늘은 이만 갈게요.
앗… 카스미!
쫓아오지 마세요! 혼자있고 싶어요.
(갑자기 왜 이러지?.... 정령도 사춘기가 있는 건가)
(일단은 따라가 봐야 겠어)
기사님, 뒤에 계신거 알아요.
… 알고 있었어?
네, 제가 기사님 기척을 모를리가 없잖아요.
미안, 따라오지 말라고 했는데 걱정이 돼서..화났어?
네…. 하지만 제 부탁을 들어 주시면 풀릴 것 같아요.
어떤 부탁인데?
제가 지금 돈이 없어서 그러는데… 저 제과점에서 치즈 케이크, 단팥빵, 소시지 빵, 애플 파이, 우유를 사 주실래요?
카스미가 먹고 싶은 음식이 생겨서 다행이지만... 그렇게나 많이 먹을 수 있어?
네. 그렇게나 많이 먹어야 해요. 얼른 크죠.
그래. 알았어. 많이 먹고 쑥쑥 자랄 수 있도록 제과점에 있는 빵들은 다 쓸어 올게.
/
25.4. 4화. 아주 늦은 저녁
아직이야?
(갑자기 저녁을 만들어 준다고 한 건 좋은데 너무 늦어지는 거 아닌가?)
이제 거의 다 됐어요.
그래…
으앗… 조..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알겠어, 그런데 지금까지 뭘 한거야?
파를 다듬고… 물을 끓이고… 음…. 감자도 깎고..
두 시간 동안….?
네. 두 시간 만에 이 모든 일을 해냈지 뭐예요?
… 잘했어. 그럼 지금부터는 내가 도와주는 게 어떨까?
안돼요. 오늘은 제가 저녁을 대접하고 싶은 걸요.
그래도..
자꾸 방해하실 거면 거실에 가 계세요!
알겠어..
(만들어 주는 건 좋지만…오늘 먹을 수 있는 걸까?)
… 이런 깜박 잠들었나 보네.
.. 한 시까지 기다렸던 기억은 있는데..
지금은 몇 시지?..... 아 3시
(조용한 걸 보니 카스미는 간 걸까?)
(그나저나 배가 고프네… 어제 저녁을 못 먹어서 그런 걸지도..)
(카스미가 만들어 놓은 음식을 좀 먹어야 겠어… 음식 끝났겠지?)
음.. 맛있잖아?
(국인지 찌개인지 알 수 없지만 간도 딱 맞아.)
후후… 맛있어요?
흡… 카..카스미?
어디서 나온… 식탁 밑에서 자고 있던 거야?
왜 거기서 나오는 거야?
식탁 아래 바닥이 제일 깨끗하더라고요. 그래서...
차라리 날 깨우지 그랬어.
기사님이 너무 곤히 주무시더라고요..
그 마음은 고맙지만…. 카스미…. 마음만으로도 충분해.
어머. 그건 안돼요. 마음 만으론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없는 걸요.
(.. 아무래도 늦은 저녁은 당분간 계속 될 것 같네)
/
25.5. 5화. 나도 싸우고 싶어요
카스미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기사님 오늘 숲에 가실거라고 했잖아요? 같이 가요.
마음은 고맙지만 안 돼.
숲에서 전투가 일어날 수도 있어. 카스미 너에게는 위험해
그렇지 않아요. 저도 잘 싸울 수 있어요.
그동안 밥도 열심히 잘 먹었고, 이렇게 키도 컸잖아요.
건강하게 잘 지내줘서 고맙긴 하지만 아직은 무리야.
기사님 저 정말 잘 할 수 있어요.
(어쩐다….. 아!)
카스미 그럼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네. 말씀만 하세요. 정령의 숲에 같이 갈 수 없다는 말만 빼고요.
내가 나가 있는 동안 혼자 있는 오를레아가 걱정이야
어? 오를레아는 왜요?
음… 오를레아는… 며칠 전에 예화 정령과 싸우다 부상입은 거 기억나지?
네. 하지만 다 나았잖아요.
낫긴 나았는데…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는 것 같아.
정말요? 전…. 그런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래서 말인데… 오늘 하루만이라도 오를레아 곁에 있어 주면 안될까?
돼요, 돼. 오를레아 옆에 있어 줄게요.
오를레아가 저를 간호한 적이 많아서… 늘 고맙고 미안했는데…
고마워. 카스미.
그럼 부탁해.
네. 저만 믿으세요.
(휴우… 카스미가 내 말을 믿어서 다행이군. 그럼 이제 슬슬 가볼까.)
(후… 생각보다 늦어졌어)
(카스미는 아직 오를레아 방에 있는 건가?)
윽!! 뭐지?
거짓말쟁이!
카스미?
배신자!
기사님은 나쁜 사람이에요!
멀쩡한 오를레아를 왜 아프다고 했어요?
아… 그건….
내가 방해 되니까 그런거죠? 기사님 정말 나빠요!!
잠시만, 카스미. 난 카스미가 걱정 돼소….
그 말이 더 나빠요! 뭐가 날 위하는 거에요!
나도 잘 싸우고, 나도 힘이 될 수 있단 말이야.
난 걱정 거리가 아니란 말이야!
미안해. 카스미.
어?
내가 생각이 짧았어. 앞으론 카스미에게 거짓말 같은 거 하지 않을게.
카스미를 걱정한다고 말하는 게 더 상처구나.
지, 진짜죠?
응. 대신 딱 잘라 말할 거야.
예화 정령과의 싸움은 아직 무리라고!
씨이..씨이…. 그게 그거잖아요! 기사님 나쁜 놈!!!
(하아… 예화 정령과의 싸움보다 더 힘들군. )
/
26. 쿠마
26.1. 1화. 쿠마는 벌꿀을 좋아해
오빠!!
윽!!
누구…
안녕, 오빠♪
깜짝이야… 쿠마였구나.
손에 들은 건 뭐야? 여기서 뭐하고 있어?
저녁 전에 장보는 중이었어.
우와…!…그럼, 쿠마도 함께 갈래!
응? 오빠 같이 가자!
웃… ! 알았어. 같이 갈테니 너무 잡아 당기지 마…!
――앗, 오빠, 저거 봐!
음? 벌꿀이잖아. 올해 꿀농사가 잘 됐다더니 정말인가 보네, 벌꿀을 특가 판매할 줄이야.
아~ 좋은 냄새! 저기 오빠- 쿠마, 저 벌꿀 사고 싶은데….
안 돼. 오늘은 따로 사야 할게 있어.
뭐~? 왜 안돼? 작은 거라도 좋아으니까 사줘~!
응? 사 줘, 사 줘.
으… 알았어, 그럼, 작은 거 하나만이야.
진짜?! 헤헤헤, 고마워!
오빤 정말 착하다니까…!
고마워!
…그럼, 잘 먹겠습니다!
어? 쿠마, 벌써 먹는 거야?
…응 …우와 …벌꿀…. 엄…청…! 달아…!
이런, 쿠마… 보기 안 좋아. 숟가락으로 먹어야지.
어? 하지만 숟가락 없는데? 게다가 당장 먹고 싶었다구!
에휴… 어쩌지…, 손이 완전 끈적끈적… 해져 버렸네….
…아, 그렇지♪ 오빠, 저기 말이야.
쿠마의 손, 핥아 주라….응?
뭐…!
꺄악…?! 히잉…! 오빠가 때렸어!
/
26.2. 2화. 내숭쟁이 쿠마
(쿠마, 벌써 와 있겠지….)
(쿠마가 아직 기다리고 있을까?)
――여기서 만나기로 한 것 같은데....
음― 별로 내키지 않아요.
분명 재미있을 거라니까. 같이 가자.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야.
(음? 쿠마? 누구랑 이야기 하는 거지?)
쿠마도 재미있는 걸 좋아해. 하지만 지금은 바쁘다니까?
나랑 놀면 더 재미있을 거야.
안돼요~
에이~~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그만 튕기고 나랑 가자.
아.. 정말 싫다니까?
뭐? 뭐야, 뭐야?
이 구더기 같이 생긴게 눈치는 밥 말아 먹었냐? 안된다는데, 왜 이렇게 추근거려?
…뭐?
그래 돌려 말하면 못 알아 듣는 다는 거지? 그래, 좋아. 정확하게 말해줄게.
난 너 같이 역겹게 생긴 사람 싫어.
여, 역겨…?!
그러니까. 얼쩡대지 말고… 저, 리, 가, 라, 고.
뭐… 이런 게 다 있어.…!
안 되겠네..
으아아악.. 윽.. 그만 내가 잘못 했어!!
(… 더 듣고 있다간 … 남자가 위험하겠어)
(…. 구해 줘야겠지?)
――그만.
오빠…!
무서웠어. 오빠.. 저 사람이…..
늦어서 미안해, 일이 좀 늦게 끝났어.
괜찮아. 저런 녀석은 내버려 두고 얼른 가자, 오빠♪
(… 쿠마가 아니라 저 남자가 더 위험해 보이지만… 우선은 데려가야 겠어)
그래 얼른 가자.
꺄아 오빠 저기 쥐가 있어!!
쿠마 무서워! 꺄아
(아까 내가 들었던 건 착각이었던 걸까..)
(지금 쿠마랑 아까 쿠마랑 전혀 매치가 안 돼..)
오빠아아아 듣고 있는거야?
그래 그래, 쥐가 무섭다는 거지? 쫓아줄게 훠이!
웅! 역시 오빠가 최고야..
쿠마는 오빠만 있으면 하나도 안 무서워!
(나는… 네가 조금 무서워 쿠마.. 하지만 말 하면 안 되겠지)
걱정마 오빠가 지켜줄게..
웅!
/
26.3. 3화. 쿠마는 밤이 무서워
(… 누구지?)
오를레아니?
응.. 아빠
… 이 밤중에 무슨 일이야?
(불을 좀 켜야 겠어.. 하나도 안 보이는데 )
저기, 아빠… 왠지 아빠랑 함께 있으면 가슴이 두근두근거려요.
오, 오를레아…?
움직이지 마요. 있잖아 아빠.. 이 두근거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쩌면 좋냐니….
나는 아빠가 고쳐 줬으면 좋겠는데…?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건가? 안 되겠어 얼른 일어나야…)
(잠깐.. 손에 만져지는 이 동그란 귀.. 이거)
너… 쿠마지?
아앙~ 들켜 버렸잖아~!
헤에, 두근거렸어, 오빠?
두근거리기는 무슨…하아… 어른을 놀리면 못 써.
얼른 방으로 돌아가
아잉~! 무서운 꿈을 꿨단 말이야.
그러니까 같이 자자! 응? 괜찮지, 응? 응~?
휴우….
안 돼
엣? 에엣??? 너무해!
그치만… 나.. 너무 무서워서 잠을 못 자는 걸?
그건 네가 아직 덜 졸려서 그러는 거야.
안 되겠다. 내려가자
에?? 어딜 내려가?
거실. 자 얼른 따라와.
저어…… 오빠?
응?
지금… 뭐 하는 거야?
무서워서 잠을 못자겠다며.
졸릴 때 까지 같이 있어 줄게.
어…그게..
걱정마. 나는 쌩쌩하니까. 니가 잠들 때 까지 여기 있어 줄게.
히잉…
/
26.4. 4화. 사고뭉치 쿠마
(… 이 소리는 주방인 것 같은데)
하아… 쿠마 이 말썽꾸러기
힝.. 접시 또 떨어트렸네..
오빠가 오기 전에 얼른 치워야지.. 어디에 숨기지?
쿠마..
앗!! 오빠
벌써 일어난 거야?
더 자고 싶어도… 뭐가 깨지는 소리가 나서..
미안.. 깨진 그릇은 내가 얼른 치울게
아냐, 거기서 움직이지마
엉?
잘 못 만졌다간 손을 베일 수도 있잖아. 내가 치울테니까 넌 저쪽에 가 있어.
… 오빠 화났어?
아니, 일부로 그런 것도 아니잖아.
오빠…
그런데 아침부터 뭘 하려 했던 거야?
그야.. 오빠한테 맛있는 아침을 만들어 주려고 했지.
그건 좀 감동이네
그런데 쿠마는 그냥 가만히 있어도 괜찮아.
우웅.. 오빠… 고마… 응?
응?
잠깐, 오빠 쿠마를 바보로 아는 거지?
갑자기 무슨 소리야?
쿠마가 방해 되니까 아무일도 하지 말고 있으라는 거잖아!
우씨! 사고뭉치라는 말을 돌려서 하는 거지?!
들켰네?
오빠!!
하하하 쿠마 똑똑하구나
흑.. 흑.. 흐애애애앵
쿠… 쿠마?
흐애앵.. 나는 잘하려고 한건데.. 흐아아앙
오빠는 나한테 사고뭉치라고 하고오오오 흐애애앵
(….지…진짜 우는 건가?)
쿠마?
흑.. 흐하아앙 오빠 미워! 오빠 바보야!
울지 마. 쿠마. 내가 잘 못 했어. 아, 그래. 쿠마 꿀 먹을래?
흐으응… 꾸우울~~?
응. 지금 당장 꿀 사러 가자.
사과의 뜻으로 꿀 사줄게
흑.. 끄윽.. 얼마나 사줄건데?
원하는 만큼!
.. 약속한거다?
알겠어.. 약속 할게
헤헤… 쿠마 기분 좋아!
(어쩐지… 속은 느낌인데)
/
26.5. 5화. 신입 기사단원
앗? 오빠다!!
오빠 어디가? 나 지금 오빠 보러 가는 길이었는데!
안녕 쿠마
정찰하러 가는 중이었지. 혹시 예화정령이 생겼을지도 모르니까.
와아아아아 오빠 멋져!
나도 같이 갈래! 응 응?
… 안 돼. 이건 소풍같은 게 아니야.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가 예화정령이라고 만나면 어쩌려고 그래.
그럼 오빠가 지켜 주면 되잖아?
안 돼. 그런 혹시 위험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노출 시킬 수는 없어.
그럼 다음에 보자
앗!! 앗!! 오빠!!!!
(요즘 쿠마가 안 보이네)
(지난번에 너무 매몰차게 대했나? 하지만.. 그 정도로 딱 떨어지게 말하지 않으면 떨어지질 않으니까)
(괜히 어린애를 전투에 노출 시키기도 그렇고..)
(다음에 만나면 꿀이라도 사줘야 겠어. 단 걸 먹으면 풀리겠지)
(그나저나 기사단에 들어오고 싶다는 정령이 온다고 했는데… 언제 오는 거지?)
들어 오세요.
…..기사단에 들어오고 싶..
쿠마?
오빠아아!!
네가 왜 여기있어? 기사단에 들어오고 싶다던게 너야?
응! 나 맞아.
지난번에는 잘도 날 버리고 갔겠다?
내가 기사단에 들어가면 오빠를 따라가도 아무 문제 없는 거지?
자 얼른 허락해줘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왜 안 돼!!
그야…. 위험하니까 그러지!
쿠마 네가 뭔가 착각한 것 같은데, 내가 널 안데려가는 건 네가 싫어서가 아니야.
그럼?
소중한 여동생을 전투에 끌어들이기 싫은 거라고…다칠 수도 있잖아.
나 소중한 여동생이야? 정말?
응 그러니까 포기해 주면 안 되겠니
음…………………
그럼 좋아!
하지만 대신 조건이 있어.
… 뭔데?
시간내서 나랑 같이 소풍가줘.
그리고 전투는 안 따라가도 나도 기사단원은 할래 응응? 나도 오빠랑 같은데 소속되고 싶어.
안 들어주면 전투에 따라간다?
하아…. 알겠어 네말대로 할게.. 그래 가자 소풍
와아아아!! 신난다!
/
27. 페일노트
27.1. 1화. 날카로운 만남
(분명.. 나를 공격할 의도는 없는 것 같은데)
(어째서 나를 따라다니기만 하는 거지?)
(아무래도.. 내가 먼저 말을 걸어야 겠네)
저기….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것 같은데..
무슨 말인지 들어줄 테니까 앞에 나타나주지 않을래?
알고 있었어?
그야.. 이렇게 따라다니는데 모르면.. 기사 실격이야..
그렇네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 따라다녔어.
정령들을 끌어 모아서 레이스에게 대적할거라고 하던데
입만 살아있는 사기꾼일 수도 있잖아?
…사기꾼… 이라니..
흘러 들은 소문만으로 어떻게 판단하지?
과일은 먹어봐야 맛있는지 아는 거고, 책은 읽어봐야 재미있는 지 아는 거잖아.
그럼 네가 사기꾼인지 아닌지는 직접 봐야 아는 거지.
(와… 엄청 날카롭네)
지켜본 결과는 어땠어?
실재로 정화를 할 줄 아는 걸 보니 사기꾼은 아닌 것 같아.
정령을 노예처럼 부리지도 않는 것 같고.
실력은 모르겠네
검을 다루기는 하는데 엄청 잘 다루는 건 아니고 어설퍼
중간에서 아래 정도 어떻게 그 실력으로 단장을 하는 거지.
윽.. 이거 .. 욕 하는 거 아니지?
사실만 이야기 하는 건데. 말 하면 안 되는 건가?
아니.. 말해도 괜찮아.
싸움을 잘 하는 거랑 관리를 잘 하는 거는 다른 개념이니까 내가 단장을 할 수 있는 거야.
음..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좋아. 내 이름은 페일노트야 함께 싸우고 싶어서 찾아왔어.
아.. 내 이름은
이미 다 조사했으니까 말하지 않아도 돼.
그럼 앞으로 단장이라고 부르면 되겠네.
아직.. 받아준다고..
안 받아 줄거야?
…. 아니
그럴 줄 알았어.
잘 지내보자 단장
/
27.2. 2화. 말하는 방식
페일노트!
거기서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
하지만 그게 사실이잖아.
오를레아가 최근 훈련을 게을리 한 것도 사실이고
그런 상태에서 간식을 많이 먹은 것도 사실이고
덕분에 몸무게가 많이 늘었다는 것도 사실이지
…..혹시 뭔가 잘못한건가.
……응 잘못했어.
어떤거를?
말하는 방식.
네 말이 사실이긴 하지만 사실이라고 해서 전부 말해도 괜찮은 건 아니야.
듣는 사람이 상처를 받을 수 있는 말이라면 때와 장소를 가려서 말 해야지
사실을 말한 건데도?
오를레아는 여자아이고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을 때야.
그리고 몸무게는 예민한 부분이잖아.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살이 쪘다는 소리를 들으면..
아무리 사실이라도 속상한거야.
………. 그런가
… 그렇군 또 내가 잘못 한 거군
(.. 또?)
혹시 이전에도 이런 문제가 있었던 거야?
응
친하게 지낸다고 생각한 상대들이 어느 순간 나를 미워하게 되는 일이 많아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던건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몰랐어
(아마.. 직설적으로 말하는 부분이 문제가 되었겠지)
(게다가.. 약간 숨기고 싶어하는 부분을 꼭꼭 찝어서 이야기 하니까.. 상대방은 화가 났겠지..)
(…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모른척 하려면 하겠지만.. 그래도 기사단 식구가 되었으니)
우선은.. 직설적으로 말해도 되는 때를 구분하는 연습을 하자.
사실을 말하는 게 언제나 괜찮은 건 아니야.
좋아.
도와줘서 고마워
이런 걸 잘 해서 단장을 하는 거구나
/
27.3. 3화. 하얀 거짓말
아까는 왜 그렇게 말한 거지?
그 노부인의 아들은 숲에서 죽었잖아.
그런데 왜 사실을 숨긴 거야? 아니 사실을 숨긴게 아니라 거짓말을 한거잖아.
우리가 알려주지 않으면 그 노파는 영영 아들이 죽었다는 걸 모를거야.
그게 더 잔인한 게 아닌가?
음….
내가 그 할머니께 사실을 말하지 않은 이유는 그게 아들의 뜻이었기 때문이야.
그 남자는 어머님께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 했어.
내가 그 남자가 아니니 정확한 속마음이야 알 수 없지만 아마 늙고 병드신 어머니가 사실을 알고 슬퍼한 것을 걱정한거겠지..
연세가 있으시니 충격으로 돌아가실지 모른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어.
그건 전부 짐작이잖아.
남자가… 알리지 말아 달라고 한 건 사실이지만.
그 노부인에게……이렇게 거짓말을 해도 괜찮은 건가.
거짓말은 나쁜 것이지 않나.
음.. 어떤게 나쁜 걸까.
거짓말을 하고 부인이 평안한 노후를 보내는 게 나쁜걸까
아니면 사실을 말하고 부인이 눈물로 여생을 보내는 게 나쁜 걸까.
어느쪽을 선택하든 나쁜 건 없다고 생각해.
아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사실을 알려줬을 수도 있어.
나는.. 내가 선택을 해야 한다면… 부인이 여생을 편안하게 보내기를 바랬어.
… 이해하기 힘들어.
그 부인이 얼마나 더 살지는 모르겠지만.
남은 평생동안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려야 하는 거잖아.
사실을 말해주고 싶어?
만약.. 한 달 전이라면, 단장을 만나기 전이었다면 망설이지 않았을 거야.
사실을 말하는 게 당연히 좋은 거니까.
하지만… 지금은 모르겠어
사람은 사실을 알게 되도 상처 받잖아.
하하 고민을 하게 되었구나.
좋은 현상이야.
.. 망설임이 생겼는데 좋은 건가?
응.
활에 망설임이 깃들면 빗나가게 될지도 몰라.
아니 그러지 않을 거야.
그리고 이 망설임은 너에게 꼭 도움이 될거야.
망설임이 도움이 된다니… 믿음이 가지 않아.
읏.. 조금만 기다려봐….
/
27.4. 4화. 망설이는 활끝
나 왔어.
아 페일노트구나, 어서와 병문안 온거구나?
맞아, 얼간이 단장을 만나러 왔어.
욱… 얼간이라니
단장은 거짓말쟁이야.
지난번에 망설임이 도움이 된다고 했었지?
하지만 내가 망설이는 바람에 단장이 다쳤어.
다 단장 때문이야.
하하..
하지만 그 덕에 아이를 구했잖아?
만약 거기서 네가 망설이지 않고 범인을 쐈다면 나는 다치지 않았겠지만
대신 애가 다쳤을 거야.
네가 망설여준 덕분에 아이를 구할 수 있던 거지
…. 단장은 이 지경이 되어서도 입만 살았군.
하지만 단장 말도 맞아.
이전이었다면 망설이지 않고 범인을 쐈을 거야.
…. 인질 여부는 신경쓰지 않았겠지.
하하하 좋은 변화네
…이게 좋은건가.
응.
주변 사람과 대화할 때는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게 되었잖아.
… 덕분에 싸움이 줄었어.
대화도 잘 하게 됐고.
그리고 오늘은 망설인 덕분에 아이를 구할 수 있었잖아.
분명.. 동료가 위기에 처해도 이렇게 망설여 주겟지.
..단장은 오래살지 못 할거야.
읏.. 갑자기 왜..
이렇게 저렇게 다른 사람 사정 봐주는 사람들이 꼭 손해를 보더라고
나한테 거짓말을 알려줬듯이 단장은 좀 망설임을 버릴 필요가 있어.
… 왜 혼나는 느낌인 걸까..
혼나는 거 맞아. 제대로 느낀 거야.
마지막에 범인을 잡을 때는 인질도 없었는데 칼을 쓰는 걸 망설였잖아.
그런 경우에 망설이는 건 멍청이나 하는 거야.
그야 예화 정령도 아닌 민간인이고…
범죄자잖아. 애초에 나쁜 놈인데 사정 봐줄 이유가 있나.
피해자나 사정을 봐줘야지 가해자 사정을 봐줘서 뭐해.
반성해
으……….. 알겠어.
/
27.5. 5화. 페일노트의 거짓말
(…내가 지금 뭘 본거지)
(여자가 도망간 방향을 반대로 알려주다니…)
(페일노트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할 줄이야..)
페일노트..
아, 단장 보고 있었어?
어.. 미안 훔쳐 보려던 건 아니었는데… 지나가다가 보게 됐어..
단장이라면 훔쳐봤어도 상관 없어.
그런데.. 놀랍네 네가 직접 거짓말을 할 줄은 몰랐는데.
어떤 상황인지 물어봐도 돼?
(…. 설마 내가 페일노트를 나쁜 길로 들인건 아니겠지..)
그게 뭐야.
어떤 상황인지 말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했갈리니까 똑바로 물어봐줘.
음… 말하기 싫으면 안해도 되지만 괜찮으면 알려줘?
그렇게 물어보니 이해하기 쉽네.
별거 아니야.
남편이 아내가 도망간 방향을 물어봤는데 반대로 알려준 것 뿐이야.
.. 왜?
…. 너도 이제 진짜 거짓말을 할 줄 알게 ..
그런게 아니야.
나는 제대로 배운대로 했어 단장이 나한테 하얀 거짓말을 알려줬잖아.
아까 먼저 지나갔던 여자 말이야. 어깨랑 손목에 멍이 있었어.
멍의 크기와 형태로 봤을 때는 .. 누구한테 맞은 거야.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는 모르지.
그런데 여자가 나한테 부탁했거든 제발 모른척 해달라고.
그래서 그 말을 들어준거야.
하하…. 후회하게 될지도 몰라.
그럴지도 몰라.
어쩌면 여자가 뭔가 큰 사고를 쳤을 수도 있어.
뭐가 진실인지는 저 둘만 알겠지. 그런거면 우선은 내가 직접 본 거를 믿을래.
하하하 이제는 내가 알려줄게 없네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고민한 후에 내린 결정이잖아.
앞으로도 이렇게 지내면 절대 대화하다가 사이가 멀어지진 않을 거야.
확실히 싸움이 줄긴 했지..
그런데.. 나는 발전했는데 어째서 단장은 그대로인거지? 실력도… 망설임도 나아지는 게 없잖아.
윽… 그건..
단장도 얼른 발전하길 바래.
하아……..그래.. 나도 분발할게..
/
28. 플레이아데스
28.1. 1화. 선생님이 되고 싶어
(오딘이 오를레아의 마법 선생님이 되어 줘서 다행이야)
(강력한 마법을 사용 할 줄 아는 것도 좋고 무엇보다 연구에 흥미가 있으니까)
(이론적으로도 완벽하단 말이지..)
(나는 넘어온 사람이라 그런지.. 이론 쪽은 영 잼병이라..)
꺄악!!
으앗!!
죄송합니다. 다치진 않으셨어요?
끄아아앙.. 아이고 허리야아..
뒷목도 아프고, 등도 아프고 아이고 쇄골도 아프네에에
읏.. 죄송합니다.
(가만.. 이 상황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데)
(왜 보험 사기단이 생각나는 거지?)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있다면..
있다면…. 뭐든 해준다는 거지?!?!?
네? 아니 그건..
아니야?..그럼… 동네 사람들!!!! 이 남자가!!
!!! 아..아니에요!! 잠깐 너!! 보험 사기단이지!!
으앗.!! 누가 보험 사기단이라는 거야! 아이고오오오 동네 사람들!!
그 단어를 알아 듣는 게 이상한 거잖아! 읏.. 이리와!
꺄아아아아
헉.. 헉..
대체 원하는 게 뭐야. 일단 너 사람이 아니지!
크히히힛 맞아. 이몸의 이름은 플레이아데스! 쭉쭉빵빵한 나이스 바디와 바다처럼 넓고 깊은 지식을 가진 위대한 정령이다!
… 그런 정령이 왜 보험 사기단 행세를 하는 거야!
마을 사람들이 날 얼마나 이상하게 보겠어..으으으으.. 내 인망이..
그러게 뭐든 해준다고 했으면 금방 끝날 일이었잖아.
누가 그런 수작에 넘어갈 줄 알고!
하아……….. 후우… 진정하자..
그래 나한테 뭐를 원해서 그런 술수를 부린 거야.
크히히힛 말이 좀 통하는 상대네.
내가 바라는 건 별거 아니야, 네가 딸을 하나 가지고 있다지?
(…? 오를레아랑 나의 관계를 알고 있잖아?)
끄아앙 그렇게 보지마! 나쁜 짓을 하려는 게 아니야!
나는 그 아이의 마법 선생님이 되고 싶은 것 뿐이라고!
…마법 선생님?
그래! 이번에 오딘이 그 아이의 마법 선생님이 되었다지?
오딘보다 내가 더 대단하니! 나를 선생으로 삼아줘!
……… 안돼
엥??? 왜!!
이렇게 사기나 치는 정령을 어떻게 믿고 애를 맡겨!
안 돼!
/
28.2. 2화. 타오르는 학구열
까꿍!
깜짝이야..
… 좀 더 놀라는 척이라도 하는 게 어때?
살금살금 다가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어떻게 놀라겠어..
그 보다 오늘 용건은 뭐야?
오를레아를 찾는 거라면 늦었어, 오딘이랑 수업을 하러 나갔거든.
크히힛 내가 오를레아를 좋아하는 건 맞지만 오늘은 널 보러 온거야.
나를?
그래! 너! 나는 이방인인 너에게도 흥미가 있단 말야.
나는 네가 궁금해.
네가 살아온 사회, 환경, 인간관계, 문화 모두 알고 싶어.
뭐를 먹고 살았는지, 어떤 옷을 입었는지..
쉬는 시간에는 어떻게 여가를 보내는지, 어떤 여자들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지
뭐..뭐야 그거 이상하잖아.
왜 그렇게 자세히 알고 싶은거야.
그야 나는 모르는 걸 알게 되는데서 오는 쾌락을 좋아하거든
크히힛 네가 사는 세상은 아직 내가 다 모른단 말이지.
새로운 걸 알 수 있는데 당연히 너에게 흥미가 있지.
그러니까 알려줘
그..그렇게 말해도
그렇게 포괄적으로 물어보면 내가 뭘 말해야 하는지 모르잖아.
그리고 그렇게 이상한 눈으로 보는 거 그만둬. 부담스러우니까
에? 이 눈빛이 부담스럽다고? 너무해! 아 고혹적이다, 매력적이다 그런 단어 몰라?
보통 내가 이렇게 바라보면 넘어오던데..
좋아 그럼 하나를 꼽아줄게, 그 세계에서는 어떤 여자를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왜 하필이면 그 질문이야?
그야.. 중요하니까? 인생에서 남녀 관계보다 중요한 게 있어?
콕 찝어준 질문이니까 얼른 알려줘. 어떤 여자들을 좋아해?
뭐…. 개인 취향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가…가….가….
가슴 이겠지.
후우.. 그래 거기가 큰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이 대체적으로 많아.
흐응.. 그리고?
엉덩이도 작은 것보다는 큰 거를 좋아하는 것 같지만… 처지지 않은 게 더 중요한 것 같…
아니 내가 왜 이런 걸 말해주고 있는 거야!
에에? 이건 중요한거야!
세계마다 기준이 얼마나 다양한데! 목이 긴 여자를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곳도 있고, 발이 작을 수록 아름답다고 하는 곳도 있단 말야.
그럼 너는 어떤 여자를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읏!! 그만! 더 이상 말하지 않을 거야.
크힛.. 부끄러움이 많은 타입이구나? 응? 말해주지 않을거야?
그래 안 해.
(안 되겠어.. 도망치자)
/
28.3. 3화. 범인은 바로!
오를레아는.. 마리네서 자고 온다고 했으니 오늘은 혼자네..
모처럼 혼자인데 뭐 하고 놀지..
아.. 지난 번에 다 못 본 책이 있었지..
(재미있네..)
(그러고보니 예전에는 책 읽는 게 딱 질색이었는데 ..)
(책을 읽는 대신, 만화나 영화 보는 걸 더 좋아했고.. 읽는 책이라고 해봐야.. 만화책 정도?)
(… 그러고 보니 내가 좋아하던 만화는 어떻게 됐으려나..)
(작가가 연금처럼 그리고 있는 것 같았는데…. .. 설마 아직도 연재 중이진 않겠지..)
보고싶다..
내가?
읏..!! 플레이아데스! 또 어디서 나타난거야.
꺄아아 화내지마 나는 제대로 노크 한 뒤에 들어온거야. 네가 못 들은 거잖아.
그리고 문도 열려있었다고!
..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
헤헹.. 그래? 내가 떨어졌는지 아니지 봐줄까?
어디 봐 응?
…. 됐어.. 오늘은 왜 온거야
심심해서 놀러왔지! 흐응 책 읽고 있었구나!
어디 무슨 책을 읽는지 볼까?
앗!! 그 책은 크리스틴의 신작 추리소설 '그리고 그녀만 남아있었다'잖아!
크으으으 내가 간만에 재미있게 본 책인데!
(엇.. 뭔가 또 불안한데)
잠깐…
희생자인줄 알았던 사람이 범인인거였잖아?
(아..더 이상 들으면 안돼..)
잠….잠깐만
범인이 죽은 게 아니라 죽음을 위장한 거라니! 누가 그런 걸 생각 하겠어!
심지어 그 범인이
으아아앗!!!
으앗!! 왜 갑자기 소리 지르는 거야..!
깜짝 놀랐잖아.
너야 말로 지금 뭐하는 거야.
아직 다 읽지도 않았는데 결말을 말하면 어떡해!
누가 범인인가 싶어서 추리하면서 읽고 있었는데.. 으…..
하아….
아! 하하..하하하..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 나도 모르게 흥분해 버렸네.
하하하하 아직 범인이 누군지는 말 안했잖아?
….. 위로가 안 돼…
/
28.4. 4화. 플레이아데스의 사과
야아~
아직도 화났어?
응? 이 쪽 좀 제대로 봐봐아아아아아
…….
(…. 오늘도 왔군)
(요즘 매일 같이 오네, 이 정도 정성이면 봐줘야 하는 건가 싶지만..)
(으.. 여기서 약해지면 안 돼)
으으… 그 때는 내가 잘 못 했다니까?
그래도 생각해봐다.. 내가 너랑 오를레아를 아끼고 좋아하니까 정령 여왕에 대해서도 알려준 거잖아.
응? 그리고 마지막에 정령 여왕도 내가 깨워 준건데에에…
응? 응?
…..
으으으으 너무해!
내가 포기할 줄 알고? 곧 다시 돌아온다!
(후… 돌아갔네)
(앞으로도 함께 지낼 거면, 이번 기회에 단단히 잡아놔야해.)
(다음에 만났을 때가 적기일 것 같네)
(슬슬.. 올 때가 됐는데)
….나 왔어
…..
언제까지 무시할거야?
응? 이제 나 좀 용서해줘어..
다들 화만 내고.. 흑… 나는 그냥 궁금했던 것 뿐인데에…
이제 다시는 안 그럴 거지?
으… 이젠 안 그럴게!
그러니까 이제 용서해줘어.. 나 혼자만 따돌림 받는 거 싫어…. 다시 같이 놀고 싶단 말야.
좋아, 많이 반성 한 것 같네
그럼 용서해 주는 거야?
음.. 당장은 아니고, 내가 적어놓은 조건을 수락 한다면?
엑? 조건 그게 뭐야!
뭐… 일종의 각서 같은 거지. 앞으로의 행동을 약속하는 거야.
자, 미리 적어 좋은 거니까 읽어봐.
어디보자…
…. 진실을 숨기지 않는다,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동료를 속이지 않는다, 중요한 정보는 물어보지 않아도 제공한다.
이게 다 뭐야!!
다른 정령들에게도 용서 받고 함께 지내고 싶은 거잖아?
그냥 말 만으로 용서 받을 줄 알았던 건 아니지? 이 내용들에 동의 하면 아래에 사인 해줘.
끄으으으으으 치사해!!
싫으면 안 해도 돼.
누가 싫데! 해! 해! 한다고!
(좋았어.. 한동안은 조용하겠네)
/
28.5. 5화. 사과 선물
(후우… 피곤하다)
(레이스랑 전투가 끝나고… 숲은 원래대도 돌아갔지만…)
(예화정령이 나타나는 건 여전해.. 이게 전부 정령 여왕이 없기 때문인걸까..)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 거지? 오를레아가 여왕이 되는 걸까.. 아니면 레이스가 되는 걸까)
(으..모르겠다 나머지는 집에가서 생각해야 겠어…)
다녀왔어..
아.. 오늘 마리네서 자고 온다고 했구나..
그럴줄 알고 내가 왔쩌염 뿌우!
플레이아데스? 니가 왜 여기 있는 거야!
왜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왔는데 아무도 없으면 얼마나 쓸쓸하겠어.
그래서 이 몸이 집나간 오를레아를 대신해서 기다려주고 있었지!
그리고 우리 지난 번에 화해 했잖아? 이 정도는 괜찮은 거 아니야?
하아.. 그래 우리 화해했었지..
그래도.. 집 나갔다고는 하지마.. 느낌이 이상하잖아.
벌써부터 오를레아한테 잡혀 사는 거야?
그러면 안 돼! 초반에 기선 제압을 해야지!
… 그건 이미 늦었어.
알잖아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오를레아를 이기는 걸 포기했어.
흐으으으응-
벌써부터 그러면 심심하지 않아?
그렇게 정해버리면 남는 건 쳇바퀴 처럼 반복 되는 일 상 밖에 없잖아!
나한테는 그거면 충분해.
그래서 그냥 귀가를 반겨주려고 있던 거야?
아니면 다른 용건이 있어?
피이… 내가 맨날 사고만 치는 줄 알아?
으….. 아니 그러진 않겠지
앗!! 방금 응이라고 하려고 했지!
뭐 .. 사고를 친 건 아니지만 용건이 있는 건 맞아.
자 이거 받아
이게.. 뭔…
!!!! 이거.. 이거 어디서 났어?
뭐.. 사과 선물이라고 할까.
너를 데려가줄 수는 없지만, 이정도는 가능 하거든
하하하하하 어때 고맙지?
… 응… 엄청 고마워
이번 만큼 네가 친구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네..
크히히힛 그거 칭찬이지?
칭찬 맞아. 진심으로 고맙다는 이야기야..
(오를레아가 돌아오면 보여줘야 겠어.. 내일은 할 이야기가 많겠네..)
/
29. 로빈후드
29.1. 1화. 안부가 궁금해
(좋았어 오늘은.. 여기까지만 보고 돌아가면 되겠네)
(강변은 여전히 깨끗하구나.)
(그러고 보니 그 정령은 어떻게 되었지?)
뭐야.. 누가 또 얼쩡거리나 했더니 그때 그 인간이잖아?
아! 너구나
너구나가 아니야, 로빈후드라고.
안 그래도 너를 찾고 있었어.
어떻게 지내는 지도 궁금했거든
… 여긴 별거 없어.
그리고 지난 번 그 꼬맹이가 약속을 지킨 건지 마을 애들이 조금씩 오더라고
한 낮에는 무리지어서 왔다 갔다 하니까..
………………….. 고맙다고 전해줘
하하하 꼭 전해줄게.
아니 .. 그 보다 왜 그 애는 안 오는 건데?
누구?
그 날 너랑 같이 왔던 여자애 말이야.
반짝이는 돌을 찾고 싶다고 난리 치던 애
아! .. 오를레아 말하는 거구나.
.. 그래 오를레아.. 이제야 이름이 생각났네
오를레아는 최근에는 여러가지 공부를 하고 있어.
검도 공부하고, 마법도 공부하고.. 활도 공부하고..
조금 바빠지는 바람에 강변에 못 온 걸거야.
그럼.. 그때 그 때 그 돌은 어떻게 했어? 그대로 선물 한 거야?
..받은 상대가 좋아 했어?
..걱정하는 거야?
그야.. 당연하지
그 쬐깐한 애가 하루 종일 걸려서 찾은 거잖아.
나는 받는 상대가 아니니까 웃어도 괜찮지만, 받은 상대도 그러면 속상할거 아냐.
(….생각보다 상냥한 정령이구나..)
걱정해줘서 고마워.. 하하하 상냥하구나
뭐래는 거야.
그 돌은 그대로 선물하진 않았어.
대신 마을에 솜씨 좋은 사람에게 세공을 맡겨서 목걸이로 만들었고
받은 상대도 좋아했어.
(.. 알세리아가 참 좋아했었지..)
다행이네
또 놀러오라고 전해줘.
그래 꼭 전해줄게
/
29.2. 2화. 빚 받으러 왔단다!
이봐!!
아무도 없어?!! 좀 나와 봐.
로빈..후드?
안에 있었으면 빨리 나왔어야 할 거 아냐.
잠시시 다른 일을 하고 있느라 못들었어..
여기는 무슨 일이야?
나는 빚을 받으러 왔어.
빚?? 무슨 빚?
(….혹시 오를레아가 무슨 사고를 친건가?)
내가 얼마 전에 위기에 빠진 오를레아를 도와줬거든
나 한테 빚지는 거라고 했는데 오를레아가 알겠다고 했어.
……어떤 조건인지도 모르고?
응, 심지어 물어보지도 않았어.
(나……. 애를 잘못 기른 걸까… 어디서 사기당하기 딱 좋은 상태인데..)
미리 말하지만 애를 교육안한 네 잘못이야.
으… 알겠어..
그런데 빚.. 어떻게 받을 생각이야?
혹시… 돈을 원하는 거야? 얼마나 생각하고 온거야?
.. 내가 그딴 걸 원할 것 같아?
나는 사채업자가 아니라고!
다른 건 없고.. 내가 말하는 거나 들어주면 돼.
…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들어줄게
(… 대체 뭘 요구할지를 모르겠네)
앞으로 오를레아의 궁술 수업은 내가 가르칠거야.
……………………………..응?
오를레아 활도 배우고 있다고 했잖아?
지난번에 봤는데 너무 못 쏴. 그런데 너도 못 쏘더라고.
난.. 그래도
(못한다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은 없었는데)
너 같은 선생한테 배우면 앞으로도 계속 그 모양일거 아냐.
그 정도 실력으로 나 잘한다~ 하고 다니다간 객사할게 분명해.
… 그래도 내 눈에 들어온 애가 그렇게 죽는 건 보고 싶지 않아.
…내가 그렇게 못한다고 생각한 적은 ..
그건 네 주변도 죄다 똥멍청이라 그래
….. 그래.. 알겠어 네 말대로 오를레아는 너에게 맡길게
잘 생각했어.
오를레아한테는 내가 말해둘게.
/
29.3. 3화. 감사 인사
(지난번에는 로빈후드 덕분에 살았어..)
(만약 그 날 로빈후드와 함께 있지 않았다면…. 난 지금 쯤 이곳에 없겠지)
(직접 만나서 인사를 하러 오긴 했는데 어디에 있지?)
로빈!!
로빈!!!
시끄러워!
나는 왜 이렇게 찾는 거야.
그리고 왜 벌써 싸돌아 다니는 거야?
아직 집에 누워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하하.. 왠지 잔소리도 오랜만에 들으니까 반갑네.. 다 나은 느낌이야.
…. 단장 누워 지내는 사이 머리도 망가졌구나..
읏.. 그런거 아니야..
몸은 이제 얼추 나았어..
아픈 곳도 없고, 힘도 다 돌아왔고.. 그래서 오늘은 감사 인사를 하러 온거야.
.. 감사 인사 할게 뭐 있어..
구해주지도 못했는데
그래도.. 그 날 네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무사하지 못했을 거야.
….이제 와서 그렇게 말하면 뭐해..
.. 내 말 듣고 레이스를 안 쫓아가면 더 좋았을거야.
오를레아는 괜찮아?
그 날은 너를 지킨답시고 강한 척을 했지만..
그 애 맘도 여리고 눈물도 많은 애잖아.. 자기 때문에 너가 그리 다쳤다고 생각할게 분명해.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문제가 좀 있었어.
내가 다친게 전부 자기 탓이라고 생각 하더라고.
아마 당분간은 기사단 활동도 하지 않을 것 같아… 자기를 짐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으………… 그렇게 될 줄 알았어.
너무 걱정하지는 마
오를레아는 강한 아이니까 이겨낼 수 있을 거야.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이겨내라고 재촉하지는 말고
이미.. 잘하고 있었잖아. 가끔 저러고 있는 게 훨씬 애같아서 좋아.
알겠어.. 잘 돌보고 있을게.
그런데… 이런 당부는 직접 들려주는 게 낫지 않아?
아니.
오늘은 어떻게 시간이 맞긴 했지만.. 나는 다시 레이스를 쫓으러 갈거야.
애를 돌보는건 니가 해. 그건 내 역할이 아니잖아.
… 그리고 그런 건 잘 못한단 말야.
알겠어.. 조심해서 다녀와
오를레아한테는.. 곧 빚을 받으러 갈거라고만 전해줘
에? 그애 또 빚진거야??
그런게 있어, 말 만 전해주면 돼.
그럼 나중에 보자!
/
29.4. 4화. 내 친구는 공주님
로빈후드?
으……………..응?
왜 이렇게 멍한 얼굴이야?
혹시 예화 정령이 되었던 후유증이 아직 남아 있는 거야?
호들갑 떨지마.
그냥.. 얼마 전에 알게 된 것 때문에 아직 머리가 아파서 그래
오를레아가.. 레이스와 자매 사이라고 했지?
응.. 레이스 입으로 그렇게 말했었지.
그리고.. 알세리아가 레이스와 오를레아의 엄마고.
그…렇지?
심지어 알세리아는 그냥 정령도 아니고 정령여왕이잖아?
그럼… 정리를 해보면 알세리아랑 레이스는………… 공주인 거잖아?
….공주……………..
… 여왕의 딸이면 공주 아냐?
…………..생각해보니 그렇네..
이상하지?
….오를레아가 공주라고 생각하니까 느낌이 엄청 다르네
뭐랄까 공주라면 성 안쪽에서 곱게 자라는 느낌이잖아?
내 말이 그 말이야.
나.. 여태 공주한테 거북이 같다고 하고, 멍청하다고 하고 답답하다고 했는데
… 왠지 잘못한 느낌이 들어.
… 하하하..
그렇게 치면 나는 공주한테 빨래에 설거지에 청소를 시키고 있는 걸?
너무 깊게 생각하지마
그때의 오를레아랑 지금의 오를레아는 같은 사람이잖아?
… 그렇겠지?
만약 네가 그런 걸로 오를레아를 이전과 다르게 대한다면..
오히려 오를레아가 더 슬퍼할 것 같은데?
흐응-… 단장 말이 맞을지도.
역시 고민은 그만 해야 겠어. 고마워 단장.
그나저나 단장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네
나? 나는 왜?
그야. 나는 오를레아가 공주님이라는 것만 신경쓰면 되지만.
단장은 오를레아가 반은 정령이라는 것도 신경써야 하잖아?
여태까지는 평범하게 성장해서 몰랐던 것 같지만.
음…….. 뭔가 다르지 않겠어?
아!!!!
(… 맞아 로빈후드를 신경 쓸 때가 아니었구나..)
하하하하 까먹고 있던 모양이네, 그럼 열심히 고민해봐!
/
29.5. 5화. 끝나지 않은 싸움
(로빈후드가 늦네…)
단장!
어서와, 기다리고 있었어.
수업이 조금 늦게 끝나는 바람에 늦었어.
.. 오를레아 그 녀석 날 잡고 안 놔주잖아..
하하.. 오를레아가 널 좋아하니까.
으… 이제 다 커서 징그럽단 말이야.
그 말 들으면 상처 입을걸?
내가 이런 말 했다고 말하지는 말고.
그런데… 단장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할거냐니? 기사단을 말하는 거야?
기사단이라면 이대로 유지 할 거야.
앞으로도 계속 예화정령은 나타날 테니까..
인간은 정령의 힘이 필요하고, 정령은 창생석을 가진 인간의 힘이 필요하잖아?
우리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 내가 묻고 싶었던 건
그런 밝고 희망찬 이야기가 아니야.
기사단을 유지하는 것도, 운영하는 목적도 마음에 들지만.
….레이스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이번 사건의 전체를 놓고 본다면 레이스는 피해자라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 입장에서 봤을 때만 가능한 이야기야.
레이스 때문에 친구가 소멸한 정령에게 레이스도 피해자니 봐주자는 말을 할 수 있어?
레이스가 만든 예화정령에게 가족을 잃은 인간에게 레이스를 용서하자는 말을 할 수 있어?
그건…..
못 하겠지?
응…. 생각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니까..
레이스가 오를레아의 언니라서 외면하고 싶었던 건 아니고?
읏!!! 그건!!!..............
…… 아냐.. 레이스는 그거와는 별개로 고민해야 하는 문제니까..
(일부러 외면하고 있었던 건 맞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물어올 줄이야…)
(역시.. 로빈후드는 예리하구나)
단장..고민은 빨리 시작해서 빨리 끝내는 게 좋을거야.
레이스에게 피해를 입은 정령들이 개별적으로 은원을 처리하길 원하진 않잖아?
지금은.. 다들 싸움이 끝난 것 때문에 기뻐서 생각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 열기가 식고 나면 하나 둘 씩 생각하겠지..
나는 오를레아가 우는 건 보고 싶지 않아.
알겠어.. 미리 대안을 생각할게
(….싸움은 끝나지 않았구나.. )
/
30. 오딘
30.1. 1화. 마음의 흔들림
아, 오늘도 왔구나 오딘.
그야 일이니까.
매번 고마워. 네가 주는 약초와 물약 덕분에 회복이 빨라.
그렇구나. 음… 약이 잘 듣는다는 건 다행이네…
어째 오늘따라 더 피곤해 보이네. 무슨 문제라도 있어?
그냥 철야로 지쳤을 뿐이야.
새로운 약을 연구하고 있거든. 피로 회복제, 마나 안정제, 정령 증강제…
맨 마지막 건 필요없지 않을까.
…그리고 새로운 마법도 개발하고 있어. 복합적인 주술 수식이 필요해.
넌 정말 대단한 것 같아. 난 그런 쪽에는 완전히 문외한이라, 보기만 해도 골치가 아파지는데.
별로. 익숙한 것 뿐이야.
흠, 흠.
(오를레아를 찾는 건가?)
어… 혹시 오를레아를 찾는 거라면 지금은 없어. 광장에 놀러 나갔거든.
타이밍이 안 좋았네. 설마 내가 올 걸 예상하고 도망친 건 아니겠지.
널 잘 따르니까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런 짐작을 할 정도로 혹독하게 다루지는 마.
얼마 전에도 오딘이 숙제를 계속 내 준다고 입이 쭉 튀어 나왔었다고.
후후, 그래도 결국 해 내는 아이야.
앞으로 어떤 일이 닥쳐올 지 모르는 상황이니, 미리 준비하는 편이 좋지.
그거야 그렇지만…
그러면… 난 슬슬 돌아가야겠어.
아, 좀 쉬려고?
못다한 연구를 다 하려는 거야.
괜찮겠어? 평소보다 배는 힘들어 보이는데.
한 잔 마시고 하면 좀 낫지 않을까.
…차라리 본인이 만든 자양강장제를 먹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
어쨌든 너무 무리하지는 마. 그러다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난감하다고.
네게 의지하고 있는 부분이 크니까…
방금 그 말은 조금 기쁘네.
뭐, 나는 그렇게 나약한 정령이 아니지만… 참고할게.
제발 부탁이다. 요즘 널 보면 꼭 예전에 레이스와의 전투 때가 생각난다고.
있잖아 단장, 혹시… 그 작전 때 날 데리고 가지 않았던 건...
응?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후후, 그럼 다음에 봐.
/
30.2. 2화. 장보기
어라? 오딘!
단장?
네가 어쩐 일로 이 시간에 한가로이 바깥에 나와 있는 거야?
한가롭다니, 나는 단장이 아니야. 연구 재료가 다 떨어져서 사러 나온 것 뿐이라고.
그러는 단장은?
하하, 비번이거든. 모처럼 휴가를 받았어.
그래서 오랜만에 오를레아랑 피크닉이라도 즐길까 했는데, 식재료가 전부 바닥났지 뭐야.
즉, 장을 보러 왔다는 거구나.
그런 셈이지.
목적은 같지만 나는 생산적이고 단장은 소비적이네.
…묘하게 거슬린다?
아니면 하나는 학술적이고 하나는 본능적이라고 표현하는 게 좋을까.
아니라고는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역시 엉큼하구나.
왜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 거죠, 오딘 선생님?
하지만 아까부터 시선이 특정 지점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는 걸.
결국 그걸 지적하고자 그렇게 돌려 말한 거였구나…
하아, 그냥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던 거야.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호오~
저, 정말이라고.
사실은, 요즘 오를레아의 식성이 까다로워져서 뭘 만들어야 할 지 고민이거든.
그 나이 대 여자아이들은 원래 변덕쟁이야.
하지만 나라면, 오를레아가 뭘 원하는 지 정확하게 알고 있지.
오? 오오오! 역시 오딘! 그럼 빨리 가르쳐 줘.
안됐지만 공짜는 없어. 질문 하나에 창생석 조각 하나로 할까?
비, 비싸! 게다가 이건 막 쪼갤 수 없는 물건이라고.
사실은 가르쳐주기 싫다는 뜻이야.
어째서!
그야 난 열심히 일하는데 단장은 놀고 있으니까.
…훗, 그러면 이런 건 어떨까? 내가 장 보는 걸 따라다니면서 짐꾼을 해 줘.
그러면 내가 직접 식료품점에 따라가서 코칭을 해 줄게.
아, 알겠어…
좋아, 거래 성립. 살았다.
잠깐? 방금 마지막에 살았다라고… 오딘, 설마 짐이 엄청 많을 예정인 건 아니겠지?
많은 게 당연하지. 나는 한 번 연구를 시작하면 몇날며칠 틀어박혀 버린다고.
후후, 그래도 단장이라면 괜찮을 거야.
이것도 다 훈련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도록 해.
…그렇게 말해버리면 빠져나갈 수가 없잖아.
(어째 오늘은 묘하게 심술궂네. 아니, 단순히 같이 장 보고 싶은 것 뿐인가?)
(오딘의 속은 잘 모르겠어.)
/
30.3. 3화. 사랑의 묘약
(어라? 저 자유분방한 뒷모습은…)
오딘?
으음~? 뭐야, 단장이구나.
괜찮아? 또 무리한 거야? 여기에는 어쩐 일로…
으응? 우후후후, 글쎄~ 뭘까?
(뭐지? 이 녀석, 평소와 상태가 전혀 다른데. 잠깐, 이게 뭔 냄새야?)
오딘, 혹시 술을… 아니지, 술 정도로 이렇게 될 녀석이 아니지.
설마 무슨 이상한 약이라도 먹은 거야?
이상한 약이라니이잉~ 어디까지나 실.험.이.라.고.
저기… 굉장히 부담스러우니까 조금만 진정하고 이야기를-
단장이 보이지 않아 찾다가 이리 왔는데… 우후훗! 역시 만나 버렸지 뭐야?
알겠으니까! 너 지금 굉장히 아슬아슬 하다고!
(거리가 너무 가깝잖아. 위험한 부분이 보이려고 하는데...)
안되겠어. 오딘, 일단 좀 안정을 취해봐.
우후후, 단장이 꼭 안아주려는 거야?
(이게 웬 날벼락이냐. 대체 무슨 약을 먹은 거야?)
으음… 어떻게 된 거지…
기억이 안 나는 거야?
아니, 기억은 나는데… 예상보다 효력이 너무 강해서 놀랐어.
대체 뭘 만들고 있었던 거야?
사실은, 최근 오염된 마나와 창생석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던 중…
꿀꺽!
상당히 흥미로운 걸 발견했지. 이름하여 사랑의 묘약이라는 거야.
…어디서 어떻게 하면 그쪽으로 화살이 돌아가는 건데?
후후, 아주 관계가 없는 건 아니라고.
어쩌면 예화정령이 발생하게 된 원인이, 마음을 잃었기 때문은 아닐까-하는 가설을 세웠었거든.
욕망이 강하게 발현되는 정령의 마나는 어떻게 흐르는가! 그걸 증명할 수 있는 거지.
글쎄… 납득하기 힘든 가설인데…
연구라는 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데에서 시작되는 거야.
게다가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향은 전부 분석한 상황이었으니까…
이 정도의 발상은 단순한 환기 역할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말이지.
그렇군. 쉽게 말하자면 딴짓을 좀 했다는 거군.
…훗, 정답이야.
너무 당당하게 수긍하니까 뭐라고 말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 효력을 시험하고자 본인이 직접 나선 거로군?
...결과는 보다시피 실패지만.
확실히… 그런 건 미약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보이니까.
그게 아니라 자아를 잃는다는 게 문제라고.
어디까지나 자아는 유지한 채 잠재된 욕망만 끌어내고 싶었으니까.
…굉장히 위험한 연구구나.
마법으로 만들었다면 좀 더 성공율이 높았겠지만…
아쉽게도 여기서 멈춰야겠어. 결국 마나의 작용과는 상관없다는 걸 알았거든.
그건 반가운 소리이긴 한데… 왜 그런 걸 먹고 날 찾아온 거야?
…그건, 비밀로 해 두겠어. 우후후후~.
…너한테 정말 오를레아를 맡겨도 될 지 의문이 든다.
/
30.4. 4화. 차원 이동 마법
핫! 하압!
휴…
아침부터 열심이네, 단장.
오딘? 이렇게 이른 시간에 웬일이야?
으응… 마법 연구를 좀 하다가 잠깐 바람이나 쐴 겸…
(역시 오딘… 오늘은 한층 더 고혹적이네…)
(아차, 내가 무슨 생각을!)
으으음?
크흠! 훈련은 여기서 끝!
시작한지 얼마 안 된 거 아니었어? 밤새 훈련하기라도 한 건가.
그러는 너야말로, 설마 밤을 샌 건 아니겠지? 잠깐 바람이나 쐬러 나왔다고 보기에는 너무 이른데.
당연히 철야했지. 나야 일상이니까 익숙해… 훗…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네가 새삼 대단하다… 이번에는 무슨 연구인데?
이렇게 일찍 찾아와 알려줄 정도의 일이 있는 거야?
어머~ 조금 놀랐어. 단장도 이제 조금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하는 모양이구나.
맞아. 마나의 근원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는데 좀 놀라운 걸 발견했지.
놀라운 거?
후후… 단장은 물론 오를레아하고도 연관이 있을 만한 성과야.
그게 뭔데? 앗, 혹시 서로의 위치를 알 수 있는 마법?
…그게 뭐야.
오를레아가 걱정되어 그런 건 알겠지만 고작 그 정도로 내가 찾아왔을 리 없잖아.
후훗, 놀라지 말고 잘 들어.
꿀꺽!
오염된 마나는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마나는 다시 어떻게 환원되는가…
그 과정을 조사하다가, 마나의 흐름이 시간과 공간을 무시하고 이어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
마나가 전이되는 길을 파악할 수만 있다면… 차원 이동도 가능하다는 거야.
뭐? 그 소리는… 설마!
맞아. 단장이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지.
게다가 어쩌면 오를레아도 자신의 과거를 완전히 찾아낼 지도 모르고.
대단한데 오딘! 단순히 바람 쐬러 나온 게 아니었잖아!
후후후... 알아주니 다행이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남아있어.
그게 뭔데?
…술식을 사용해 무언가를 보낼 수는 있어도, 데리고 올 수는 없을 거야.
게다가 명확하게 원하는 시간과 장소로 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어.
아직은 여러모로 불안정한 마법이구나.
그래도 대단한 건 확실해. 조금이나마 실마리를 찾은 거니까…
으응… 그러면 한 번 실험을…
아니야, 오딘.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어. 오를레아도 계속 돌봐줘야 하고 말이야.
역시…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아무튼 고맙다. 아직 불안정한 요소가 있다고 했으니 그 부분을 좀 개선시켜 줘.
가능하다면… 다시 돌아올 수도 있게 말이야.
/
30.5. 5화. 영원한 동료
근래에 없었던 대규모 발현이야. 조심하도록 해, 단장.
응! 걱정 마.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심상치 않아. 어쩌면… 레이스 때와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도…
안심해. 우리들은 계속 노력해 왔잖아. 맥없이 당하지는 않아.
역시 불안한데, 같이 가 줄까?
오딘의 마법이라면 확실히 도움이 되겠지만, 괜찮아.
이번에는 안쪽도 신경써야 할 상황이니까.
오딘은 마을 내부로 향하고 있는 예화정령을 막아줘.
…알겠어, 단장.
몸 조심해.
그래, 이따가 다시 이곳에서 만나자. 무사해야 해!
휴우, 힘든 싸움이었어…
무사히 돌아왔구나.
그래. 마을 쪽도 잘 해결된 거지?
그럭저럭... 큰 위험은 없었어…
이걸로 또 일단락되었구나.
하지만 앞으로도 언제 또 이런 위기가 닥쳐 올 지 모르니까 훈련을 게을리 하면 안되겠지.
단장… 넌… 정말 열심이구나.
역시 내 눈을 잘못되지 않았어. 당신은 정말 자애롭고 용감한 사람이야.
벼, 별거 아니야. 하하…
하지만 단장. 단장은 결국 언젠가는 이 싸움을 마무리 하고 돌아가야 할 사람이야.
그거야 그렇지.
그러니까 너무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정령과 달리 인간의 수명은 짧으니까.
가능하다면 좀 더 우리들에게 의지해도 된다고…
지금도 충분히 그렇게 하고 있는데.
좀 더 말이야. 매번 상처투성이가 되어 돌아온다고 오를레아가 걱정을 많이 한다고.
게다가… 나도 그렇고…
응?
후훗, 아무래도 안되겠어. 하루 빨리 단장을 돌려 보내버리든지 해야지.
전에 말한 그 마법?
그거야 반가운 소리이기는 한데, 어째 귀찮으니 치워 버리겠다는 투로 들린다…
그럴리 없지. 단장이 돌아가게 된다면, 나도 따라갈 거니까.
엥? 뭐, 뭐라고?
전부터 고민하고 있었던 거야.
단장은 혼자 내버려 두면 물가에 내 놓은 어린아이처럼 불안한 구석이 있어.
게다가 단장이 살았던 세상이라는 곳에 대해서도 궁금하고…
마법사의 탐구심은 무섭다고.
그, 그러냐… 그런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면 위험할 텐데…
응?
아무것도 아니야.
어쨌든 난 단장과 오를레아랑 계속 함께 있고 싶어. 우리들은 영원한 동료니까… 그렇지?
아, 알겠어 오딘. 그러니까 조금만 떨어져 줘. 가끔은 예화정령보다 네가 더 무섭다고.
/
31. 아이기스
31.1. 1화. 아기새와 아이기스
(이제 얼추 정화가 됐구나, 예전 처럼 숲이 반짝이고 있어)
(이쪽은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볼까)
저기….
(누가 부른 것 같은데)
(… 기분 탓인가?)
… 저기요
!!
꺄아…!
깜..작이야
(…저쪽이 더 놀란것 같네)
괜찮아?
으… 미안해요
나는 괜찮아. 오히려 그쪽이 더 놀란 것 같은데
괜…찮아요.
아까부터 따라오던게 너구나, 뭔가 할 말이 있는 거야?
그게…새… 때문에
새?
아기새… 둥지…
아..!
(며칠 전에 둥지에서 떨어진 새끼를 구해 준 일을 말하는 건가)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보고 있었구나)
내가 새를 구해주는 걸 본 거구나
그래서… 인사 하려고…고마워
하하- 인사는 됐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 걸
그보다 그 어린새는 잘 크고 있는 거야?
새는 괜찮아.
오늘도 지저귀고 있었어 힘차게
다행이다.
알려줘서 고마워
그럼 잘가
아….
….?
(뭔가 더 할말이 있는 걸까?)
혹시 더 할말이 있는 거야?
그….
…. 이름
내 이름은 {$String.ToVocative($Father.Name)}. 너는?
아이기스…
(그냥 낯을 많이 가리는 거였구나, 웃는 얼굴이 귀엽네)
또 보자
…응!
/
31.2. 2화. 아이기스도 돕고 싶어
(날씨 좋네, 빨래가 바싹 말랐어. 아 햇살 냄새 난다)
~♪
(왠지 주부가 다 된 느낌이지만…. 오늘 빨래 정말 좋은데?)
… 저기
앗!!
꺄아….!
휴우….
아이기스?
미안…. 미안…
괜찮아, 잠시 딴생각 하느라 놀란 것 뿐이야.
너는 괜찮아? 많이 놀란 것 같은데
괜찮아…
많이.. 놀랬어?
하하 그만 사과해도 돼. 서로 놀래킨 걸로 하자.
그런데 무슨 일이야?
저기..
그러니까.. 저기
(얼굴이 빨개, 많이 부끄러운 것 같은데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천천히 말해도 괜찮아.
그게..
으… … 빨래… 도울게
빨래 걷는 걸 도와주겠다는 거야?
… 응
음, 하지만 빨래는 내가 다 걷어 버렸네
으음….
(말은 적은데, 하고 싶은 말이 얼굴에 다 드러나는 타입이구나)
(어쩐지 조금 귀엽네)
대신, 빨래 개는 걸 도와줄래?
아…! 응…!
그래, 들어가자
아이기스는 빨래를 잘 개는 구나
(손이 느려서 그러지, 개놓은 건 전부 정갈하네)
………..진….짜?
응
….. 도움…. 됐어?
응 정말 도움이 됐어. 나 혼자 했으면 더 오래 걸렸을 거야.
(사실은 혼자 하는 게 더 빨리 끝났을 것 같지만, 그렇게 말하면 안 될 것 같지…)
그럼 빨래도 끝났는데, 식사하고 갈래?
맛있게 해줄게
아…니..
나..도… 도울래…같이
요리를 도와주고 싶다고?
음, 이미 요리는 다 되어 있는데.
으….음….
(그새.. 시무룩해졌어, 뭐라도 부탁해야 겠는데?)
그럼 내가 음식을 데우는 동안 상을 차려줄래?
응…!
/
31.3. 3화. 즐거운 외출
여기가 상점가야.
…..오!
(얼굴이 엄청 밝네, 신난 걸까?)
구경하는 건 좋지만, 나한테서 떨어지면 안 돼.
……응!
(대답은 잘 하는데, 불안하네 눈이 반짝 거리고 있어)
…..예뻐
아, 액세서리를 보고 있었구나.
반짝..반짝.. 해
(반짝이는 걸 좋아하는 걸 보니까 아이기스도 평범한 여자구나)
마음에 드는 게 있어? 하나 사줄까?
!!!!.........정말?
응, 진담이야.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천천히 둘러봐.
파란거…. 빨간거….
알록달록…..
예쁜 아가씨! 이것도 한 번 보고 가세요!!
꺄아…!!
아이기스!
후…. 잡았다.
미….안
아니야,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놀란 거지?
……..응……미안
내가 잘 따라왔으니까 괜찮아. 그보다 다치진 않았어?
…응…..
그럼 됐어.
그나저나 이 근처에는 액세서리 가게가 없는데.
아까 거기 다시 갈 수 있겠어?
으….으… 싫어.
(아무래도 겁먹은 모양이네, 어쩐다….)
(그런데 뭘 보고 있는 거지? 아- 아이스크림 수레인가)
아이기스, 아이스크림 먹을래?
으…응……. 좋아
잠시만 기다려.
오래 기다렸지?
….. 아냐…
자 이거 받아.
…. 이거
아, 반 나눠 먹자고 하는 거야?
응…… 같이
그래 같이 먹자
아이기스 어때, 오늘 즐거웠어?
응!...........맛있었어.
네가 즐거워 해서 다행이야.
그럼 슬슬 돌아가자 해가 지고 있어.
………..저기
응?
그게………….그러니까……또 같이..
…또………..같이오자.
그래 꼭 다시 오자.
/
31.4. 4화. 수줍은 아이기스
하아-
(이제야 숨 좀 돌리겠네)
(아이기스가 있는 상태에서 제람님이 오실 줄이야.)
(.. 안 그래도 낯을 심하게 가리는데, 제람님을 보고는 엄청 놀랐지. 마치… 햄스터 같았어.)
(급한대로 내 방에 두기는 했는데 슬슬 불러와야 겠네)
아이기스, 이제 나와도 괜찮아.
아이기스?
…….갔어?
많이 놀랐었구나.
응……..이제… 없어?
방금 가셨어.
미…안……….인사……..못했어
아니야, 제람님도 이해 하셨어.
오히려 갑자기 와서 놀래켰다고 미안해 하셨어.
…. 인사.. 못했어..
다음에 인사하면 돼.
다음에는 둘이 만나게 되면 미리 알려줄게
으…응! 다음에………꼭…. 인사
(수줍어 하는 아이기스 치고는 의욕이 넘치는 걸?)
(뭔가 이유가 있는 건가)
혹시 무슨 이유가 있는 거야?
불편하면 만나지 않아도 괜찮아.
… 아냐.
조금… 놀랐지만…..괜찮아..
그리고…..친구…의 친구..는.. 내 친구….
내가… 좋아하는 사람… 친구니까.. 나도 알고 싶어..
그런거구나. 날 위해서 용기를 내주다니 영광인걸?
그런거라면 날을 잡아서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어 줘도 될까?
.. 응..!
도전…. 할게….
하하하 아가씨가 지난 번 그 정령이구만
응…. 나야… 그리고… 너는… 지난 번…… 목소리 큰 인간..
하하 내 목소리가 크다고?
하하하하 아이기스가 중요한 부분을 잘 짚어내네요. 제람 님의 목소리가 우렁차긴 하죠.
그래도…..좋은…인간
네가…….정령을… 다…받아준거지?
아가씨 눈이 좋군. 제대로 맞췄다네
고마…워
덕분에.. 우리… 안전…
후… 피곤해라
(제람님이랑 아이기스랑 그 뒤로도 한참 떠들었지)
(아이기스가 낯을 많이 가리는 줄 알았는데, 우선 대화를 시작 하면 수다쟁이구나)
(… 좀 더 다양한 친구를 소개시켜 줘야 겠어)
/
31.5. 5화. 혼잣말과 본심
(으.. 오랜만에 늘어지게 잤네)
(내려가서 빨래라도 해야 겠어..)
(음? 이게 누구 목소리지?)
오늘은 엄청나게 피곤한 모양이야
점심이 다 지나도록 일어날 기미가 안 보이네
(…아이기스? 혼잣말을 하는 건가?)
그럴만도 하지, 요즘 매일 같이 예화정령들과 전투를 하는 걸
덕분에 많은 예화 정령들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있지…
그 부분은 감사하지만, 조금은 자기 몸을 돌봐도 괜찮지 않을까?
(… 이거 아이기스 맞지?)
(혼자 있을 때는 말이 많아지는 타입이구나.)
(평소에는 그저 낯을 많이 가리는 거였던 걸지도… 나도 아직 아이기스가 편한 상대는 아닌 거구나)
내가 흔들어도 아무것도 모르고 잘 정도면… 꽤 무리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까 방에 들어왔던 건가?)
(전혀 몰랐는데…)
뭐라도 해주고 싶은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청소나.. 빨래…같은 것 밖에 없네
후후…안 되겠다. 요리라도 해줘야 겠어. 있다 일어나면 먹을 수 있게 만들어야지
음~ 뭘 넣고 해줄까? 고기랑 야채랑 잔뜩 넣고 스튜를 끓여줄까
그러고 보니 당근이 많이 남아있었지.
스튜에 당근은 넣지 말아줘
꺄!!!!!!!
…저… 많이 놀랐어?
………..언제….. 부터…..
다………들었어..?
(그새 원래대로 돌아갔네)
(내가 다 듣고 있었다는 걸 알면 더 경계하겠지?)
스튜를 끓여준다더니 당근이 많다고 할 때부터?
그 전에 다른 말 했어?
후..후…. 휴우……..
아냐……..그게….다야….
당근만 안 들어가면 좋아. 끓여주면 맛있게 먹을게.
좋아… 해줄게… 더 쉬고 있어.
고마워
/
32. 미카엘
32.1. 1화. 떠돌이 가수 미카엘
(… 어디서 노래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누구지?)
(꽤나 잘 부르는 걸? 가수인가?)
(하지만 이 근방은 깊은 숲이라…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닌데)
(아…. 저기 보인다)
(날개가 있는 걸 보니… 인간은 아니구나)
거기 누구야?
(들킨 건가)
지나가는데 노래소리가 들리길래 본거야.
나쁜 뜻은 아니고…. 그냥 노래 소리가 좋아서..
진짜? 정말이야? 내 노래 소리가 좋아?
응?... 응. 듣기 좋았어.
꺄하 그렇게 말해주니까 너무 좋은 걸?
아! 나는 미카엘이라고 해! 가수가 되고 싶어서 돌아다니는 중이야.
아.. 나는 {$Father.Name}라고 해. 이 근처 마을에서 기사로 일하고 있어.
이 근처에 마을이 있어?
인간들이 사는 마을이야? 사람은 많아?
아…응 알프헤임이라고, 커다란 마을이 있어.
사람들도 많은 편이고… 그런데 그게 중요해?
그야.. 인기 가수는 여러 사람들에게서 사랑 받는 가수를 말하는 거잖아?
응 그건 그렇지?
그리고 나는 인기 가수가 되고 싶어.
그러니까 나를 좋아해줄 사람들이 필요해.
(… 뭔가 앞 뒤가 바뀐 느낌인데..)
사람들이 있어야 인기가수가 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좋아해야 인기가수가 되는 거 아니야?
에이… 우선은 사람들이 많아야. 그 중에 날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는 거잖아.
그러니까 사람이 많은 게 우선이지
어….. 그..런건가?
그러지 말고 나를 마을로 데려가 주지 않을래?
아… 혹시 마을 사람들이 정령을 무서워 하는 거야?
그런 마을은 좀 곤란한데..
아니야, 우리 영지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정령 친화적이야.
인기 가수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분명 네 노래를 좋아할거야.
안내해 줄게.
야호 신난다!!
/
32.2. 2화. 차가운 현실
여기가 광장이야
와아아아아 여기 정말 큰 마을이네 이렇게 큰 마을일 줄은 몰랐어.
너를 만나건 정말 천운이야.
제대로 길도 정비 되어 있고, 깔끔하지? 여기는 작은 시골마을이 아니라 도시니까.
도시? 그래 그 단어가 맞아.
광장에도 사람이 많네? 오오오! 사람들이 여유를 즐길 줄 아는 구나!
그럼 하하하 안내해줘서 고마워 이제 가도 좋아!
음? 이거면 된 거야?
그럼 당연하지!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걸? 내 노래를 들으면 다들 내 추종자가 될거야.
(…. 너무 기대가 큰 것 같은데 괜찮은 걸까.)
혹시 아직 사람들 앞에서 노래해본적 없어?
응, 이게 처음이야.
하하 걱정해주는 거야? 괜찮아 걱정하지마 다들 내 노래를 좋아할거야.
그리고 나는 단 번에 인기 가수가 되는 거지!
그럼 안녕!! 다음에 볼 때는인기 가수 미카엘님이라고 불러줘!
안녕
(많이 불안한데…. 저녁에 다시 와 봐야 겠어.)
(광장에... 아무도 없네)
(미카엘은 어떻게 된 거지? 공연은 성공 한 건가?)
흑…. 흐흑.. 흑… 크흡.. 흑
(이… 울음소리 설마 미카엘인가?)
흑.. 흐흑… 왜.. 어째서 흑.. 흐흑..
여기있었구나.
흑.. 훌쩍.. 뭐야 너 다시 온 거야?
공연은 잘 끝났나 싶어서 와봤는데…
대체 어떻게 된거야?
광장에서.. 흑 노래를 했는데…. 다들 스쳐 지나갔어.
가끔 동전을 던져주는 사람들이 있긴 했는데 대부분은 관심이 없더라고.
그래도.... 한 번에 성공할거라고 생각 했던 건 아니잖아? 다시 또 하면 되지.
흑….흐흑… 흑… 몰라! 이렇게까지 외면 받을 줄 몰랐단 말야.
이게 뭐야.. 흑…흐흑.
하아….어쩔 수 없지… 울지 말고 우리 집에 가자.
머물 곳을 구할 때 까지는 우리집에 있어도 좋아.
흑….정말?
응. 남는 방도 하나 있고.
무엇보다 여기에 놓고가기 찜찜하니까.
거기서 지내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보자.
고마워…
/
32.3. 3화. 미카엘의 자장가
(시끄러워!!!)
(시끄러워서 도저히 잠을 못 자겠어.)
(분명 머물 곳을 구할 때 까지 우리 집에 머물러도 좋다고 하긴 했지만…)
(이 늦은 시간까지 노래 연습이라니.. 너무 하잖아?)
(안되겠어… 가서 한 마디 해야 겠어.)
미카엘
으응? 집주인이잖아!
이 늦은 시간에 왜 안자고 내려온 거야?
너무 늦게 자면 몸 망가져. 일도 적당히 해야지.
…....내가 왜 못자는지 전혀 모르는구나…
왜? 일이 많아? 아니면 어디 아파? 감기야??
전부 다 아냐. 내가 못 자는건 네 노래 때문이야.
에? 그게 무슨 소리야?
네 노래 소리가 위층까지 들린다는 소리지. 쉼없이 노래하는데 그걸 들으면서 어떻게 자겠어.
늦은 시간에는 서로 배려해서 조용히 해줘야지.
같이 쓰는 공간이잖아.
....내가 그 정도로 노래를 못 불러?
노래를 못 부른다는 게 아니잖아. 노래는 잘 불러…. 잘부르긴 하지
하지만 듣기 좋은 꽃노래로 한 두번이라는 말이 있잖아?
같은 노래를 반복하는 데다가… 네가 성량이 좀 좋아야지..
제발… 밤에는 조용히 해줘.
으으… 그런 문제가 있구나.. 미안해
내 노래 때문에 잠을 못 자게 할 수는 없지..
(이렇게 빨리 받아들일 줄 알았다면 미리 말하는 거였는데)
이해해 줘서 고마워
그럼.. 나 이제 올라..
하지만 노래 연습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이렇게 하자. 내가 신나는 노래가 아니라 자장가를 부르는 거야.
자장가는 잠을 재우는 노래잖아? 그 노래면 잘 수 있겠지?
어때? 좋은 생각이지?
(아냐, 절대 좋은 생각이 아냐)
(하지만..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어떻게 딱 잘라 말하겠어…)
(난 못해.. )
응… 좋은 생각 인것 같아.
기대해줘! 내가 꼭 재워줄게!
(….한 잠도 못잤어..)
(하아… 그래도 노래는 좋았으니까 그걸로 만족 해야 하는 건가)
(아니..아니지 앞으로도 이런 식이면 난 쓰러지고 말거야.)
(대책을 세워야 겠어)
/
32.4. 4화. 닭장 같은 집
으으으… 너무해밤에는 노래 연습 금지라니.. 아무리 집주인이래도 너무 횡포가 심한거 아니야?
절대 아니야.
말했잖아.. 집은 다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니까 서로 배려해야 한다고.
그치만..
.. 너가 아파트에 살지 않아서 다행이야.
아파트? 그게 뭔데?
아… 그러게 너는 아파트를 본 적이 없겠구나..
(여긴.. 높아봐야.. 이층집이지..)
음… 아파트는 내가 살던 세상에 있던 집 중에 하나야.
커다란 상자가 상하 좌우로 높게 쌓여 있는 형태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
우리집 천장이 윗집의 바닥이고, 우리집 바닥이 아랫집의 천장이야.
….. 그런 집이 있어?
그거 완전 닭장이잖아. 얼마나 높은데?
하하하 닭장이라니. 생각해보니 그거랑 비슷한거 같네.
낮은 집은 3개층.. 높은 집은 30증 이상 올라가기도 해.
와… 그건 조금 낭만 적인 것 같은데..
집이 30개나 위로 올라 간다는 건.. 하늘 위에 산다는 거잖아?
발 아래에 구름이 있는 거 아니야?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적 없었는데..
네 말을 듣고 나니까 맞는 것 같아.
아무튼 생각해봐, 그런 곳에 사는데 니가 밤마다 노래를 부르는 거야.
그 소리가 벽을 타고 윗집 아랫집에서 다 듣고 있는 거지
…. 그럼 좋은!!!... 거 아니겠지.. 그래
좋은 게 아니라 싸움이 난다?
화가난 이웃이 문을 쿵쿵 두들기게 되겠지.
… 난 그런 집은 못 살 것 같아.
어떻게 걸음 걸음 마다 신경쓰면서 살아? 노래도 못하고..'
하하하 그러니까 다행이라는 거야.
그래도 여긴 그 정도는 아니잖아.
그리고 밤에만 노래 하지 말라고 했지 낮까지 막지는 않았는 걸?
히히 그건 또 그래.
그래 오늘은 푹 자.
내일 아침이 되면 내가 노래로 깨워줄게!
어때 그건 좋지?
너무 일찍 깨우지만 않는다면야 좋아..
(.. 알람시계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
32.5. 5화. 광장에 울리는 노래
미카엘!!
에? 왜 이렇게 급하게 찾는 거야?
무슨 일 있어?
네가 도와줬으면 하는 게 있어.
네 부탁이라면 그게 뭐든 도와줘야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야?
숲의 오염을 피해서 많은 정령들이 마을에 피난 온 건 알고 있지?
… 이번에 그 오염이 마을을 덮치게 되었어.
뭐?? 그거 괜찮은 거야?
마을에 이렇게 정령이 많이 있는데, 안에서 예화라도 됐다간 큰 일이 일어날거야.
읏… 소리지르지마..
이런 소리를 다른 영민들이 들으면 더 불안해 할거야..
아.. 그래.. 그렇지.. 미안
그래서 나한테 부탁하려는 게 뭐야? 나는 오염을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딱히 내가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은 걸?
네 말대로 네가 당장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너만 할 수 있는 일은 있어.
광장에서.. 노래를 불러줘
노래를?
오염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을 사람들이 동요하고 있어.
불안에 휩싸인 사람들을 네가 달래줬으면 좋겠어.
네 노래라면 분명 사람들을 달래고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을 거야.
좋아.…..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당연히 해야지
나를 믿고 여기까지 달려온 거잖아?
광장으로 가자.
그 날 .. 정말 대단했어
네 노랫소리를 듣고 다들 눈물을 흘렸잖아?
그리고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다들 하나가 되었지..
… 너무.. 띄우지마..
하하하하 아직 목이 안 돌아왔구나.
그렇게 오랫동안 노래를 불러본건 처음이야…
.. 그만 불러야지 그만 불러야지 했는데.. 다들 따라 부르니까 멈출 수가 없었어.
그리고… 내가 이 날을 위해서 그렇게 노래를 연습했구나 싶은 거 있지..
아직.. 목이 쉬어 있는데.. 너무 말 많이 하는 거 아니야?
하하하 말 시킨 건 너면서..
으…. 안 되겠다.. 그만 말해야 겠어..
.. 목이 다 낫고 나면 더 갈고 닦아서.. 진정한 아이돌이 될거야.
그래.. 나중에 보자.
/
33. 이나리
33.1. 1화. 새로 생긴 딸
흑..흐흑.. 어떡해.. 흑..
(이런…길을 잃은 건가? 도와줘야 겠어)
얘야, 왜 우니?
흑..흐흑..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
… 너 정령이구나?
정령?
어린 정령이 왜 혼자 이런 곳에….?
원래 살던 곳은 어디니?
몰라…
그럼.. 이름은? 이름은 알아?
이나리…
(이름은 기억하고 있어서 다행이야. 그나저나 이 정령을 어쩐다..)
혹시… 당신이 내 아빠야?
어, 뭐?
아빠 맞구나.
아, 아니.. 나는…
아빠! 흑흑… 왜 나를 버렸어? 아빠. 흑흑…
어머… 저 남자 자기 애를 버린 거야?
쯔쯔… 나쁜 놈.
(윽.. 주변에서 이상하게 보고 있어)
아빠, 아빠. 나, 집에 가고 싶어.
나 버리지마아아… 나 데려가아아아
같은 남자로서 정말 부끄럽네.
세상에… 아이가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가만히 있는 거 봐요.
하아! 이나리.
맞잖아. 우리 아빠. 내 이름까지 알고 있잖아.
그건 방금 전 네가 네 이름을 가르쳐 줘서…
내가 언제? 아빠… 설마.. 또 나를 버릴 거야….?
하아…. 알았다. 일단 집에 가자.
응. 아빠. 그런데 집은 어디야?
집은… 어? 설마… 너…. 내가 아빠가 아닌 거 알고…
뭐… 으… 흑… 아, 아빠가…
아, 아니야. 이나리. 저 쪽으로 가자.
업어줘. 아빠. 이나리 다리 아파.
(일단은 여기를 벗어나야 겠어)
자, 그럼…. 이나리. 설명해줘. 왜 나를 아빠라고 부른 거야?
이나리 아빠니까.
아니라는 거 알고 있잖아.
응, 아니. 몰라.
(분명히… 아는 것 같은데… 이 아이…정말 왜 이러는 걸까…)
아빠, 나 피곤해. 히잉….
하아… 알았어.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어. 거긴…
거긴 내 방이고… 넌 저 쪽 방에서…
치잇. 나 그냥 이 방에서 자면 안돼?
안돼.
알았어. 이나리, 아빠 말 잘 들을 거야. 그럼 쫓아내지 않을 거지?
응… 아, 아니… 하아… 내가 지금 뭐라는 거야…. 어쨌든.. 지금은 자. 그냥.
응. 아직 잘 시간은 아니지만… 아빠 말 들을게. 잘자 아빠!
그래…….. 하아… 오를레아에겐 뭐라 설명해야 하지…?
/
33.2. 2화. 아빠가 가지고 싶어
아빠, 아빠. 일어나. 아빠는 잠꾸러기구나.
음… 오를레아.. 십 분만.. 더…
오를레아 아니고 이나리.
어? 아! 이나리!
응. 이나리
(흠…이 아이를 어쩌면 좋을까…)
아빠, 나, 배고파.
(일단 밥부터 먹이고 생각해야 겠다.)
우와.. 맛있겠다. 아빠는 요리도 잘 하는구나.
어서 먹어.
아빠는?
난 이따가 오를레아가 일어나면 같이 먹을 거야.
이나리도 아빠와 먹고 싶은데….
(혼자 먹게 하는 건 너무 심한가…)
알았어. 같이 먹자.
헤헤. 좋아, 좋아.
와~ 배 부르다~
그럼 이제 거실로 나가서…. 대화 좀 나누어 볼까?
으으응. 밥 먹었으니까 치카치카 해야지.
(양치질 습관은 잘 들였군…. 그래, 일단 양치질부터 하게 하고…)
좋아. 욕실은… 저 쪽에….
알아. 치카치카~ 재미있는 치카치카~
잠도 잤고, 밥도 먹었고, 이도 닦았으니… 이제 말해 줄 수 있겠지?
이나리. 왜 나를 아빠로 부르는 거야?
그야 아빠니까.
아닌 거 알고 있잖아. 이나리.
치잇…. 그냥 속아주면 안돼?
어, 뭐?
아빠도 모르는 딸이 있을 수도 있는 거잖아.
그리고 어느 날 나처럼 귀엽고 예쁜 아이가 짠 하고 나타나서 아빠라고 부르면 좋지 않아?
어, 좋지 않아.
진짜…. 안 좋아?
이나리 난 네 아빠는 될 수 없지만… 네 친구는 될 줄 수 있어 친구로는 안 될까?
하지만… 난 아빠가 가지고 싶은걸.
정말 아빠는 안 돼?
미안 이나리
치이… 치사해.. 어쩔 수 없지 알았어
어?
친구로 만족 할게, 그럼 나 니 집에서 지내도 괜찮지?
어? 어..
(뭔가 갑자기 변한 것 같은데 내 착각인가?)
고마워 친구. 그럼 나 내 방에서 쉴게~
/
33.3. 3화. 친구야 놀아줘
친구야- 여기 있었어?
이나리? 디저트 가게에서 기다리기로 했잖아.
그치만… 혼자 있으면 심심한 걸?
그럴 줄 알았어…집에 있으면 좋았을 텐데
집에 혼자 있는 건 더 심심한 걸.
아직 일이 끝나려면 더 있어야 하는데
나 얌전히 있을 게, 응??
(어쩔 수 없네)
대신 일 방해하면 안 돼
히잉~ 친구야 나 심심해
일 방해하지 않기로 했잖아.
또, 잔소리. 친구는 잔소리가 너무 심해.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구나?
응. 안 들어. 친구야아 나 놀아줘
안돼. 이것만 하고.
치이 치사해. 조금은 쉬면서 해도 괜찮잖아?
…..
차꾸 이러면 나도 내마음대로 할거야!
그래도 괜찮은 거지?
… 어떻게 하려고?
이렇게?
앗!! 이나리!
(서류를 가지고 도망가다니! 윽.. 오늘 끝내야 하는 건데)
이제야 날 보는 구나? 하하하 나 잡아봐~
후우…..
(분명 나보다 작은데 엄청 빠르네 도무지 잡히지가 않아)
하아… 이나리!
친구야아 너무 느려. 나 한참 기다렸잖아.
하아… 이제.. 좀 .. 잡혀 주면 안 될까?
싫어.
친구도 내 말 안 들어 줬잖아?
그러니까 나도 내 마음대로 할.. 꺄아!!
하하… 잡았다..
말 시켜 놓고 잡다니 치사해!
원래 친구끼리는 닮는 거라고 했어.
헤에- 그래서 나를 닮게 된거야?
음… 그렇다고 하자.
하하하 친구가 나를 닮아간다니 마음에 들어!
좀 더 나를 닮아서 더 많이 놀게 되면 좋겠다. 응?
그럴려면 우선 일을 끝내야 겠지?
앗! 내 서류!
.. 네꺼가 아니라 내꺼.
조금만 참아줘 이것만 내면 놀 수 있으니까
그런거면 좋아!
(어째.. 말려드는 기분인데… 어쩔 수 없나)
/
33.4. 4화. 거짓말쟁이 친구
친구야아~ 나 왔어
오늘 같이 광장에 놀러가기로 한거 기억 나지?
….이나리
응?
미안한데..오늘은 안 될 것 같아.
왜? 어째서?
그게… 오를레아가 감기에 걸려서 어제 저녁부터 열이 나고 있어.
옆에서 간호할 사람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아픈 애를 두고 나가서 놀 수는 없잖아.
그래서 오늘은 안 될 것 같아. 미안 다음에 놀자
싫어..
싫어 그게 뭐야..
나랑 지난 주 부터 약속 했던 거잖아? 그런데 이렇게 마음대로 바꿔도 되는 거야?
약속은 꼭 지켜야 하는 거라며!
그렇게 말한건 너잖아.
그래도 어쩔 수 없어.. 미안해
씨이..씨이.. 이게 다 오를레아 때문이야!
왜 오를레아는 어제 감기에 걸린거야!
오를레아도 밉고! 너도 미워! 소중한 친구라는 건 다 거짓말이지?
인간은 다 거짓말쟁이야!
(….. 가버렸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마음이 좋지는 않아.)
(아까 보니까 우는 것 같았는데.. 다음에 만나면 달래줘야 겠네)
(오늘은 오를레아한테 집중하자)
후.. 겨우 열이 내렸네
(이젠 한숨 내려도 될 것 같아..)
음? 이 시간에 누구지?
이나리?
여기는 무슨 일이야? 혹시 아까 일이라면
미안해
아까는 …. 너무 화가나서.. 나도 모르게 심하게 말해버렸어.
.. 그렇게 말 해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너무 기대를 많이 했었나봐.
이나리….
그냥… 당연한 일인데…내가 오를레아한테 밀렸다고 생각돼서 너무 슬펐어.
거짓말쟁이라고 한 것도 미안해.
아냐 나도 미안해, 네가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는지 알고 있어.
… 그럼.. 나 안 미워?
아직 친구라고 불러도 돼?
그럼 당연하지. 우리는 여전히 친구야.
흑… 흐애애애애앵.. 나 정말 흐애앵.. 걱정 돼서…
울지마 이나리. 나는 화나지 않았어.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꼭 광장에 데려가 줄게.
…흑.. 정말이야?
응. 꼭 데려가 줄게.
좋아! 흑… 꼭 지켜야해
/
33.5. 5화. 친구는 안 해!
친구야!! 나 왔당!
기다리고 있었어.
오늘을 다른 일 없는 거지?
하하 그래. 오를레아도 나도 건강해. 준비 끝났으니까 바로 광장으로 가자.
오와앙.. 여기가 광장이구나
그러고 보니 이나리는 광장이 처음이구나.
응!
친구랑 같이 나오면 괜찮지만 나 혼자서 돌아다니기는 쪼금 무섭단 말야.
인간들은 꼬리가 달린 걸 보면 다들 호들갑을 떨잖아?
확실히 그런 마을도 있다고 들었지만, 알프헤임은 괜찮지 않아?
확실히 여기는 사람들이 좀 친절한 것 같아.
나를 보고 비명지르는 사람도 없고..
부적이나 창을 들고 달려드는 사람도 없으니까.
(… 창이라니 이 애는 대체 어느 지역에서 온 걸까)
네가 어디서 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알프헤임 안에서라면 어딜 가도 괜찮을 거야.
여기 사람들은 다들 정령과 친화적이거든.
응! 그런 것 같아.
여기저기 정령이 많이 보여. 여기처럼 정령이 인간답게 사는 곳도 처음이야.
(또..)
(알고 보면 이나리는 보이는 것보다 나이가 많을지도)
그런데에 있잖아 친구야
응?
나 이제 너랑 친구 안 할거야.
…? 왜? 지난 번 일 때문에 그래? 아직 화난거야?
으으응.. 그런 건 아니고
그럼 갑자기 왜?
내가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지난번 일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지만
만약 내가 오를레아보다 더 소중한 존재였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 있을 텐데 그 때마다 나는 오를레아랑 나를 비교하게 될거야.
이나리 그건..
그러니까 나는 목표를 바꿨어!
응?
친구는 그만 하고, 너한테 더 소중한 존재가 될 거야!
아직 결혼도 안 한 몸이라고 했지? 내가 부인이 되면 딸보다 소중해 지지 않을까?
뭐?
그야 딸은 시집가면 끝이지만 부부는 앞으로도 오래 오래 같이 사는 사이잖아?
그러니까! 부부가 되는 걸 목표로 하겠어!
매력을 갈고 닦아서 널 꼬실거야!
잠깐..잠깐만.. 부부라니 갑자기
어허! 거부권은 없어! 가능한 대답은 오직 하나! '응 알았어!' 뿐이야.
히히 그럼 두고 봐. 여보라고 부르게 만들어 줄게. 그럼 또 봐!
이나리?? 이나리!!
(….. 폭탄 선언만 하고 사라지다니…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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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가이샤
34.1. 1화. 주인님으로 모셔라!
(서쪽 숲에 또 이변이 일어난 건가… 이번에는 정말 큰일 날지도 모르겠군.)(전력이 될 수 있는 아군을 더 늘려야 해. 이대로 가다가는 모두 지쳐 쓰러질 텐데…)
안녕~.
응? 너는…
가이샤라고 했잖아. 이몸이 직접 주인이 되어 주겠다고 했는데 그새 잊은 거냐.
아아, 그랬지. 여긴 웬일이야?
그보다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 보이는데? 요즘 도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과 관계가 있나?
아! 마침 잘 됐다. 가이샤, 너 굉장한 정령이지?
음? 그야 물론이지.
역시! 그럼 좀 도와줄래? 매번 그렇게 배회하지 말고 같이 예화정령을-
글쎄... 그다지 생각은 없는데. 왜 그렇게 귀찮은 일을 도와야 하는데?
쳇… 그럼 왜 나타난 거야?
너희들이 하고 있는 일을 구경하는 재미라고나 할까… 하핫, 유희라는 거다.
그게 뭐야… 기왕이면 그 힘을 옳은 데 쓰면 좋잖아.
뭐 정 도와주지 못할 것도 없지.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말? 역시 너도 착한 정령이구나! 너 정도의 힘이라면 큰 도움이 될 거야.
넌 악마도 부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잖아.
속단하지 마.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했잖아.
흠… 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되는데?
음… 그렇지! 예전에 그런 이야기가 있었어.
이야기?
오래 전 어떤 부자가 하인에게 시장에 가서 가장 맛있는 것을 사오라고 시켰지.
그랬더니 하인이 뭘 사왔는지 알아?
글쎄… 소고기를 사왔으려나.
아하하, 바보. 하인이 사온 건 혀라고.
며칠 뒤 부자는 다시 하인에게 가장 맛없는 음식을 사오라고 했어.
이번에는 뭘 사올게?
혀가 제일 맛있다니… 잘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정말 맛없는 걸 사가지 않았을까.
아니야. 하인은 이번에도 혀를 사왔다고.
어째서? 혀는 제일 맛있는 거라며.
부자도 너와 똑같은 의문을 품었지. 그 말에 하인이 뭐라고 했냐면…
혀는 아주 좋으면 그보다 좋은 것이 없고, 또 나쁘면 그보다 나쁜 것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했어.
다시 말해, 네가 내게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내 마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거야.
그 말은!
나를 주인으로 받아들이라는 거야! 그러면 친히 네 싸움을 도와줄 테니까.
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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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 2화. 둘이 힘을 합쳐요
장도 다 봤고… 슬슬 돌아갈까?
음? 저 검은색 후드는…
가이샤?
앗! 아, 마침 잘 만났어!
(뭐지? 이 애가 이렇게 날 반긴 적은 처음인 것 같은데.)
혹시 점심 식사는 한 거야?
그거였냐. 당연히 했지. 설마 반긴 이유가 밥 사달라는 이유 때문은 아니겠지?
아하하, 그렇게 단순한 이유일 리 없잖아. 일단 들어봐.
예전에 어떤 왕은, 굉장히 맛있는 과일이 열리는 과일 나무를 가지고 있었어.
(또 이야기를 시작하네. 가이샤는 정말 옛날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는구나.)
왕은 그 과일 나무를 지키기 위해 두 사람의 파수꾼을 고용했지.
그런데 한 사람은 앞이 보이지 않고 한 사람은 절름발이였어.
그럴 바에는 정상인 한 사람을 고용하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바보~! 파수꾼이 과일을 훔쳐 달아날 수도 있잖아. 그만큼 맛있는 과일이니까.
으음… 그렇군…
아무튼!
그런데 두 사람의 파수꾼은 힘을 합쳐 과일을 따먹어 버린 거야.
오? 어떻게?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절름발이를 목말 태우고, 절름발이가 방향을 가리킨 거지.
아~ 그런 방법이 있구나.
그래서 두 사람은 무사히 왕의 과일을 빼앗아 먹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야?
이 이야기의 핵심은,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혼자의 힘보다 훨씬 대단하다는 거야.
그렇구나… 그런데 그 이야기는 왜?
넌 점심을 먹었잖아. 그렇지?
맞아.
나는 아직 공복이야. 하지만 돈이 없어…
응, 그런데?
이렇게까지 말해줬는데 눈치를 못 채는 거야? 하여간 한심하기는…
내 빈 위장과 네 돈이 합치면 멋진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다는 뜻이잖아!
…결국 밥 사달라는 소리잖아.
아, 아니라고! 나는 단지 너와 내가 힘을 합치면 얼마나 멋진 요리를 먹을 수 있을까…
바로 그 부분을 고민하고 있었던 거야.
(차라리 그냥 사달라고 하지. 이 녀석은 묘하게 비뚤어져 있다니까, 풋.)
어째 표정이 안 좋다?
그런 교훈적인 이야기와 맞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배가 고프다면 밥 사줄 수 있어.
쳇, 그냥 해 본 말이야. 사실은 배 같은 건 고프지 않다고.
방금 꼬르륵 소리가 난 것 같은데…
윽…
아, 안되겠다. 악마를 불러내야겠어. 악마에게 네 머리를 완전히 불태우라고 시켜서-
아, 알았어! 알았어! 힘을 합쳐 멋진 점심 식사를 하자. 그거면 된 거지?
흥, 이제야 말이 좀 통하는구나.
(아이고~ 어째 완전히 말린 기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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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3화. 공짜로 부려먹기
오늘따라 왜 이렇게 더운지 모르겠어.
음, 아마도 인근 숲이 오염된 것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럴까?
자연이 오염되어 버리면 공기도 그 영향을 받아. 아마도 제대로 순환되지 못하는 거겠지.
에잇, 그래서 내가 힘을 빌려 줬었잖아.
네가 정화인지 뭔지 하는 동안 난 열심히 마물들을 불태웠다고.
(어쩌면 그래서 더 더운 건지도 모르겠지만… 말하면 화내겠지.)
안되겠다. 달콤한 파르페를 사오도록 해.
뭐? 갑자기? 아, 안돼! 이번 달은 생활비가 빠듯하다고.
주인이 배고프다는데 그런 핑계를 대는 하인이 어디있어.
누가 네 하인이냐…
에잇, 아무튼 사오라고! 그리고 어깨도 주물러 봐라. 여기저기 쑤시는데.
하하… 주문이 너무 많지 않냐…
말 잘 들으면 상 줄게.
상?
아하핫, 기대해도 좋을 상이라고. 혹시 알아? 밤중에 침대에 갑자기 이몸이 숨어들지.
그런 상은 필요 없는데…
그럼 혹시 저녁 임무 때에도 힘을 빌려줄 수 있을까? 그 정도면 큰 상이라고 생각해.
알겠으니까 후딱 갔다 와.
아~ 시원하다. 역시 단 걸 먹어야 기분이 좋아진다니까.
몸도 한결 가벼워졌어. 악마를 소환하면 이상하게 몸이 뻐근해져서 말이지.
크윽… 필요 이상으로 지출이 많은 달이었다…
그럼 안녕. 기분 내키면 또 찾아올게~.
뭐? 자, 잠깐만! 이따가 임무 때 동행하겠다는 거 아니었어?
내가?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었나…
너무하잖아. 분명히 상을 준다고 했었는데!
상이라면 이미 줬잖아.
응? 무슨 소리야?
나 참~ 잘 들어봐. 좋은 이야기를 해 줄 테니까.
어느 날 사자의 목구멍에 뼈가 걸렸어.
사자는 누구라도 자기 목에 걸린 뼈를 꺼낼 수 있다면 큰 상을 주겠다고 했지.
마치 지금의 너 같은데…
그러니까 들어보라고.
사자의 말에 학이 나섰어.
학은 사자의 입을 벌리게 한 다음, 자신의 긴 주둥이를 이용해 뼈를 뽑아냈지.
학 착하다…
그래서 사자는 어떤 상을 줬는데?
사자는 이렇게 말했어. 내 입에 머리를 넣고도 살아 나올 수 있었다는 게 바로 상이다!
…
이몸의 고귀한 어깨를 멋대로 주무르게 했잖아. 그게 바로 상이야.
있잖아 가이샤.
왜?
파르페 값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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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 4화. 희생
일과는 다 끝난 거지? 배고프다…
오늘은 사고치면 안돼? 최근 고생한 기사단을 위한 만찬이 열릴 거니까.
누가 들으면 내가 매번 사고만 치는 줄 알겠다.
숲 일부를 불태워버린 건 잊은 거야?
그, 그건 사고였어! 아니, 내가 한 일이 아니야. 예화정령이 발악한 거겠지.
뭘 또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시끄러워. 쳇, 넌 사람이 너무 좋아서 탈이라고. 가끔은 좀 의심을 해 봐.
눈으로 본 것까지 의심하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
아니지, 아니지. 예화정령은 점점 교활한 수를 써서 이 마을을 집어삼킬 거라고.
그렇게 되면 때가 늦어버려. 그들을 단순히 자아가 없어진 정령으로 보면 안 돼.
그 이상의 존재도 있었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러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언제 어느 형태로 습격당할지 몰라.
이런 것까지 친절히 알려주는 주인님이 또 어딨겠어? 아하하~.
(뭐라 하든 실수로 숲을 태워먹은 게 자기라는 건 달라지지 않을 텐데.)
(하하, 어쩌면 이렇게 어설프게 발뺌하며 꾀 부리는 게 이 애의 매력일지도.)
왜 그런 기분나쁜 눈으로 쳐다보는 거야?
응? 별로…
앗! 설마 믿지 않는 거야? 하여간 태평한 녀석이라니까.
안 믿는 건 아닌데… 일단 오늘은 곧 만찬이 열릴 거니까 좀 흥분을 가라앉히고-
그런 자세가 태평하다는 거야. 예화정령이 곧 나올 요리에 독을 넣으면 어쩌라고!
무슨 예화정령이 그렇게까지 하냐. 너무 비약해서 생각하는 거 아니야?
쳇, 너처럼 조심성 없는 녀석을 위한 좋은 이야기가 있지.
갑자기 옛날 이야기냐…
이야기 속에는 언제나 교훈이 들어 있다고. 네게 가르침을 주려는 거니까 똑똑히 새겨둬.
네, 네…
흠흠!
어느 집 안에 우유가 있었어. 그런데 뱀이 그 우유 속에 들어가 버렸지.
아무도 못 본 거야?
그래. 그런데다가 하필이면 그 뱀이 강한 독을 품은 뱀이었어.
우유가 완전히 독우유가 되었겠네.
그렇지. 그런데 바보같은 사람들은 전혀 그 사실을 몰랐던 거야.
오로지 그들이 키우는 개만 그걸 알아차렸어.
개는 사람들이 우유를 꺼내 마시려 하자, 짖으며 경고했지만 누구도 듣지 않았지.
상상도 하지 못했을 테니까.
맞아. 바로 지금 너처럼!
(항상 화살은 내게 돌아오는군.)
(뭐… 그래도 가이샤의 이야기는 은근히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니까.)
그래서 그 이야기의 결말은 뭐야? 사람들이 독에 당한 거야?
아니. 사람들이 경고를 무시하자, 개가 달려들어 우유를 엎질렀어.
그리고 그걸 자기가 먹기 시작했지…
헉! 그러면 개가 죽잖아!
그래서 난 네게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걸 가르쳐 준 거야.
갑자기 이런 만찬이라니, 이상하지 않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예화정령이 부엌에 들어갔을 리는 없을 텐데…
그 사람들도 우유 속에 뱀이 들어갔을 거라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겠지.
윽…
그런 이유로, 이따 만찬에 나오는 요리는 전부 내가 먼저 먹어보겠어.
위대한 이몸의 희생을 눈으로 직접 보고 배우도록 해!
먼저 먹고 싶다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데...
아, 아니야! 절대 배고파서 혼자 독식하려는 게 아니라고!
(정곡이군.)
그럼 가이샤. 네가 개라는 거지? 으음~ 은근히 어울리는 걸.
검은색 사냥개 정도로 생각하면 될까?
우, 웃기지마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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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 5화. 이야기를 하는 이유
여기 있었구나, 가이샤. 오늘은 어쩐 일로 여기 나와 있는거야?
몰라… 날 내버려 둬…
왜 그래? 평소에는 기운이 넘치더니.
…네, 네가 상관할 바 아니잖아.
나는 혼자여도 아무렇지 않을걸. 늘 혼자서도 잘 돌아다니곤 했었으니까.
흐음, 그래도 내가 계속 곁에 있어 줬었잖아.
그건…
무슨 일이 있다면 내게 기대면 되잖아. 언제나처럼 막 다뤄 달라고.
…
하하, 좀 낯간지러운 말이었나.
아니, 그냥 변태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
쿨럭!
그래도 그런 바보같은 얼굴을 보고 있으니까 좀 기운이 나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냥 좀. 다른 정령들만큼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거 같아서…
사실 나는…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게 돼.
그래도 나쁜 뜻이 있는 건 아니잖아.
맞아. 단지 장난으로 남을 속이는 걸 좋아할 뿐이야… 하지만…
그런 게 불편한 사람들도 있나봐. 정령이면서 악마를 부리기도 하고…
거기에 거짓말까지 잘 하니까 사람들이 거리를 두는 것 같아.
가이샤…
어쩌면 그래서 옛날 이야기 같은 걸 하게 되었는지도 몰라.
이야기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사람들에게 진실되게 다가가기 쉬우니까.
그런 뜻이 있었구나. 나야 그냥 네 이야기가 듣는 게 재미있어서 좋았는데.
재, 재미있었다고? 내 이야기가?
응. 교훈적인 건 잘 모르겠지만 옛날 이야기를 할 때의 네 눈은 굉장히 빛나거든.
그건 어떤 정령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희망찬 빛이었어.
악마를… 부리는 정령인데도?
그거야 뭐 큰 상관은 없다고 보는데. 심지어 예화정령들도 처음에는 선한 정령이었고.
넌 내 동료로서 함께 싸워나가고 있잖아.
…
그런 선행 만으로도 충분히 네가 좋은 애라는 걸 입증할 수 있다고.
네가 어떤 정령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든지간에, 넌 모두를 위해 노력했으니까.
그 사실만큼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 틀림없이 모두 널 좋은 정령으로 기억할 거라고.
그렇구나… 그런 거구나!
응?
역시 사람이 태어나고 죽을 때 남는 건 그런 거겠지. 구설수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
뭔가 또 좋은 이야기가 떠오른 거야?
포도를 노리는 여우의 이야기가 기억났어.
여우는 탐스럽게 열린 포도를 먹기 위해, 좁은 울타리를 통과해야 했지.
그래서 여우는 사흘 간 단식해서 몸을 홀쭉하게 만들었어. 결국 포도를 먹었지.
아, 그 이야기는 얼핏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아.
배가 불러서 다시 나올 수 없게 되자, 또다시 단식해서 나왔다는 이야기지?
마, 맞아! 알고 있었구나?
응. 어릴 적 읽었던 책에서 본 기억이 났거든.
하하하… 아하하하~!
가이샤?
조금 기쁜걸.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알고 있다는 거, 처음 있는 일이거든.
맞아. 그런 거야.
내가 다른 정령들이나 인간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내가 널 도와 싸워 온 사실은 없어지지 않지.
맞아! 역시 넌 천재야. 그런 이야기를 바로 떠올릴 수 있고.
하하하… 이건 네 덕분이야. 네가 내 이야기를 인정해 줘서 그런 거라고.
그, 그렇게 솔직한 칭찬을 들으니까 그건 그것대로 부끄러운데.
기뻐서 그래.
뭐… 어쨌든 기운 차려서 다행이다.
갑자기 마을에서 사라져 버렸다고 들어서 놀랐었다고.
내가 칭찬해 줬다고 우쭐대면 안된다? 너도 포도원의 여우 이야기를 기억하고 항상 겸손하도록 해!
힘이 난다고 곧바로 훈계냐…
아하하, 어서 돌아가자. 나 단 게 먹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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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코하쿠
35.1. 1화. 코하쿠는 제 멋대로
주인님. 주인님. 일어나실 시간입니다.
음… 조금만 더… 딱 십 분만…
안 됩니다. 주인님.
못 일어 나신다면. 강제로 깨우겠습니다.
앗! 뭐 하는 거야?
주인님을 깨우려고 했을 뿐입니다만…
… 그렇다고 물을 뿌리다니..
확실하게 깨우는 방법입니다만 마음에 안드신다면 다른 방법을 사용하겠습니다.
귀에서 소리를 지른다던가, 아니면 위에 엎어진다던가.
아냐 내가 잘못했어. 이제부턴 깨우면 바로 일어날게
꼭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만.
아니, 꼭 그럴게.
네. 그럼 이젠 아침 식사하실 시간입니다.
코하쿠… 뭘 이렇게 많이 차린 거야? 아침은 가볍게…
쉿! 주인님. 그냥 주는대로 드세요.
하지만.. 아침부터 이렇게 많이 먹을 순 없다고.
아침이니까 많이 먹어야 합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하루종일 기운이 나는 법입니다.
하아.. 알았어.. 그런데.. 코하쿠..
네. 주인님.
꼭 주인님이라고 불러야겠어?
네 주인님, 호칭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겁니까?
그게 듣기 거북해서 그래… 내가 진짜 코하쿠의 주인인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코하쿠는 말로만 주인님이라고 할 뿐… 뭐든 마음대로 하잖아.
주인님. 제가 하는 모든 일은 모두 주인님을 위한 일 입니다.
많이 슬픕니다. 흑…흑….흑…
아, 미안. 미안. 그런 뜻은 아닌데… 울지마.
물론, 우는척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알고 계셨군요.
…난 바보가 아니야.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부분은 제가 울면 속아 넘어갑니다.
속아 넘어가셨어도 바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까지 네가 만난 사람들이 바보였나 보군.
똑똑한 주인님을 모시게 돼서 기쁩니다.
...칭찬맞지?
네 맞습니다.
(칭찬은 칭찬인데… 뭔가 찜찜하군…)
주인님, 왜 그렇게 쳐다보시는 건가요?
혹시…저를 좋아하시는 거라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흠… 당연히 그러시겠죠. 하지만 꼭 그렇게 자기 마음을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 마음이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 병들까 봐 걱정됩니다.
그럴 일은 없으니까.. 안심해.
그럼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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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 2화. 제멋대로 하녀
코하쿠, 매번 장을 볼 때마다 이렇게 많이 구입하면 … 곧 파산할지도 몰라.
주인님은 농담에 소질이 없으시군요.
농담이 아니야..
하지만 이 정도 재료는 있어야 합니다.
주인님은 매번 전투를 하시고, 오를레아는 한창 많이 먹어야 할 나이입니다.
식사만큼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그렇다 해도 이건 너무 많아. 하루 저녁 거리로 사흘치 생활비를 쓰다니
주인님 쉿.
어.. 뭐….?
너무 시끄러워서 조용히 해주셨으면 했습니다.
그럼 이제 집에가서 요리만 하면 되겠네요. 가시죠.
코하쿠… 아무래도 나랑 얘기 좀…
쉿! 주인님. 진지한 대화는 집에서 하시죠. 길거리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곳이 아닙니다.
으…
(도대체 이길 수가 없어..)
주인님은 이제 나가 계세요.
같이 먹을 저녁이니 내가 돕는 게 낫지 않겠어?
아뇨, 그건 돕는 게 아니라 제 일을 빼앗는 겁니다.
아..알겠어
<이 집 살림은 누추하지만, 주인님이 괜찮으신 분이라 다행이야>
(….누추…….. 하아……..대체 코하쿠 정체는 뭘까)
(그러고 보니 한 달 전에 갑자기 나타났지)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주인님.
주인님?
전 오를레아에게 고용된 하녀, 코하쿠입니다.
오를레아가? 아니, 오를레아가 왜?
오늘 광장에서 만났는데 제가 갈 곳이 없다는 걸 알고 이곳으로 가라고 해주었습니다.
정말 착하고 따뜻한 아이를 따님으로 두셨군요.
오를레아가 착하고 따뜻하긴 하지… 아니 이게 아니라
정말 하녀로 고용한거야?
오를레아는 이곳으로 가라고만 했지만…
제가 이 집 하녀로 고용되기로 방금 결정 했습니다.
그게 무슨
막상 여길 와 봤더니… 집안 꼴이 영…. 아무래도 제 손길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코하쿠. 우린 하녀가 필요하지 않아. 정 갈 데가 없다면 여기 있어도 괜찮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친구로..
아뇨,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전 구차하게 신세지는 걸 싫어하거든요.
물론 이렇게 누추한 집도 딱 질색이긴 하지만…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제 손길이 닿는 순간.. 이 집과 주인님, 그리고 오를레아는…깨끗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시게 될 겁니다.
(그 때… 들이지 말았어야 했나…)
(뭐, 내칠 수도 없었지만…)
어차피 코하쿠 뜻대로 되었을 거야.
네. 주인님. 맞는 말씀입니다.
왓! 놀래라… 언제부터 여기에…?
방금 전부터요. 저녁 식사를 하시기 전에 손부터 씻으라는 말을 하러 나왔더니..
제 생각을 해주시고 계셨군요. 영광입니다 주인님.
아… 어, 얼른 씻고 올게.
/
35.3. 3화. 검을 들은 하녀
주인님
아. 코하쿠. 벌써 일어난 거야?
네. 오늘도 열심이시네요.
아직도 부족한걸…
제가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만…
하지만… 매번 전투 때마다 아슬아슬하고, 실력이 정말 늘고 있는지 모르겟어.
그러시다면, 저와 대련하시는 건 어떠신지요.
주인님은 상대가 있는 편이 좀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어? 너랑?
네.
진담이야?
네
나보단 오를레아랑 대련해 보는 게 적당할 텐데…
아니요. 제 대련 상대론 주인님이 적당합니다.
좋아. 대신 훈련용 검으로 하자. 다치게 하고 싶진 않아.
훈련용 검이라…. 좋습니다.
먼저 공격해. 코하쿠.
네. 그럼 공격 들어갑니다.
이야앗!
(어… 보통이 아닌데…)
대련 중에 다른 생각을 하시다니… 이얏!
하압!
코하쿠! 실력이 상당한걸.
훗. 이 정도로 그렇게 말씀하시면.. 실례예요. 진짜 실력은 아직도 안 나왔다고요. 야압!
간다앗!
아….제가 졌습니다.
하아… 하아…..
주인님 정말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아니… 너야말로.. 대체 정체가 뭐야?
저는 코하쿠, 주인님의 하녀입니다.
그건 코하쿠가 그렇게 정한 거잖아. 그거 말고 원래 정체..
이상한 말씀을 하시는 군요. 원래 정체라니…
전 그냥 주인님과 오를레아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하녀일 뿐이랍니다.
/
35.4. 4화. 하녀의 보람
이건 거의 운명인 거지…
뭐가?
어머! 주인님. 소리 없이 들어오셨군요.
순간 쥐새끼인줄 알았습니다.
쥐새끼라니…. 난 다들 자는 줄 알고 조용히 온거야.
그럴 리가요 주인님께서 돌아오지 않으셨는데 어떻게 잘 수 있겠습니까?
자도 괜찮아. 코하쿠.
다음부턴 기다리지 말고 그냥 잤으면 좋겠는데...
주인님 어떻게 그렇게 차가운 말씀을
어? 난 코하쿠를 생각해서….
아뇨 주인님. 정말 저를 생각하셨다면 기다리라고 하셔야 합니다.
그게 제 의무이자 보람이니까요.
하녀인 저보고 주인님도 안계신데 발 뻗고 자라는 건 제 존재 의의를 부정하시는 겁니다.
그..렇게 말하진 않았어.
.. 일찍 자라는 게 그런 의미가 되는 거야?
네, 그렇게 되는 겁니다.
흠… 그런데.. 코하쿠.
네. 주인님.
궁금한 게 있어.
네 주인님 말씀하세요.
정말 갈 데가 없어서 여기 있는 거 맞아?
주인님, 지금 저를 의심하시는 건가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주인님 걱정 하지 마세요. 이 코하쿠, 주인님에게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아.. 그래..
그럼, 목욕부터 하시겠어요? 목욕물 받아 두었는데…
뭐? 이 밤에…?
목욕은 원래 밤에 하는 거예요. 따뜻한 물로 목욕한 후에 잠도 더 잘 오잖아요. 혈액순환이 잘 되어서.
알았어. 그럼 목욕하고 잘 테니까.. 코하쿠도 가서 자.
아아… 코하쿠 말대로군. 목욕을 했더니 잠이 그냥 쏟아지네…
으앗. 뭐야…
코하쿠.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주인님의 침구를 정리하다가 그만 잠들었나 봅니다.
정말이야?
네, 설마 주인님. 제가 주인님을 유혹하려고 여기에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죠?
아니야?
아니에요.
아… 그럼 미안…
그럼 어서 누우시죠. 제가 자장가를 불러 드리겠습니다.
코하쿠!
농담입니다.
(후… 방심할 수가 없어)
/
35.5. 5화. 감사의 선물
해야 하는 일이 태산인데 이렇게 끌고 나오시다니 대체 무슨 일이신가요 주인님
가끔은 나하고 어울려줘도 괜찮잖아?
어울려 달라니 방금 어색했던 건 알고 계시죠?
미안…. 그것 밖엔 말이 떠오르지 않았어.
저녁 식사 때문이야? 그런 거면 내가 도와줄게 그러니까 잠깐만 같이 가자.
좋습니다.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면 상대해 드려야죠.
그게 하녀의 본분이니까요.
또.. 그소리
으.. 알겠어 일단은 가자
여기는… 잡화점이군요?
맞아 잡화점이야.
여기는 왜 데려오신 거죠?
다른 건 아니고, 네가 온지 꽤 됐는데 내가 뭔가 해준게 없은 것 같아서.
선물을 하나 해줄까 했거든.
호오
네가 와준 덕분에 집이 깨끗해졌어. 유리창은 반짝 거리고 마루바닥에는 흠집 하나 없어.
그리고 식탁도 더 풍성해졌어. 아침 점심 저녁을 전부 다른 음식으로 먹는데다가 영양도 풍부해..
오를레아를 두고 일하러 다녀오기도 좀 편해졌고 말야.
칭찬을 듣고 있는건 제 쪽인데 왜 주인님 얼굴이 빨개지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주인님의 마음은 잘 알겠습니다.
… 알아줘서 고마워
더 말해야 했으면 쓰러졌을지도 몰라.
그런 의미로 뭔가 기념이 될 만한 걸 사주고 싶어.
뭐든 좋으니 골라봐
와..
방금 저잣거리 소설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같으셨습니다.
욕이지?
저는 욕이라고 한 적 없습니다만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알겠으니 얼른 골라줘.
뭐야 왜 아무것도 안 고른 거야?
물건들이 별로였어?
아뇨. 가게의 물건은 하나같이 품질이 좋았습니다.
사려면 전부 살 수도 있었을 거에요.
그런데 왜?
후후후 제가 원하는 건 거기에 없었거든요.
원하는 게 뭔데?
… 알려주면 혹시 다른마을에 갔다가 보면 사다줄게
아뇨, 그 말씀으로 충분 합니다.
음?
저를 생각해 주시는 그 마음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말입니다.
주인님은 정말 직설적으로 말씀해드리지 않으면 모르시는 군요.
이렇게.. 둔해서야..쯧쯧..
윽!! 아니 그건… 하아 돌아가자. 이길 생각을 말아야지
좋은 생각이십니다. 자 그럼 돌아가서 저녁 준비를 하시죠.
/
36. 아모우
36.1. 1화. 아모우를 만나다
괜찮아?
어, 덕분에 살았어. 고마워
(만약, 이 정령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크게 다쳤을거야.)
(그런데 누구지? 평소에 못 보던 정령인데)
하하 고맙긴, 당신이야 말로 숲을 위해 싸워준 거잖아?
그래도 네가 아니었으면 크게 다쳤을 거야.
다 끝났는 줄 알았는데 거기서 튀어나올 줄이야.
기척을 숨기는데 익숙한 정령이었어. 지켜보던 나도 순간 놓쳤었거든
나를 지켜 봤다고?
응, 당신 실력을 알고 싶었거든
소문만큼의 실력자인지 궁금해서, 당신을 찾아왔는데 마침 싸우고 있지 뭐야?
잘 됐다 싶어서 지켜보고 있었어. 에… 근데 당신 깜짝 놀란 얼굴이네?
당신 소문이 자자한 걸 모르고 있었어?
… 내가 유명하단 말야?
그럼! 다른 세계에서 온 이방인이자 예화정령을 정화시킬 수 있는 기사
그리고 슬하에 여러 정령을 거느리고 있다지?
알프헤임 정령 기사단은 온 대륙에 소문이 자자해
아!
하하하, 소문만큼의 실력이라 다행이야. 허풍이 아니었어
반가워 나는 아모우라고 해
반가워. 나는 {$Father.Name}라고 부르면 돼
그럼 슬슬 당신 집으로 가볼까?
그래
아니, 뭐?
에이, 내가 왜 여기까지 왔겠어.
소문을 확인 하려고?
단순히 소문을 확인하려는 거였으면 당신 앞에 나타날 필요도 없었어.
나는, 당신 밑으로 들어가고 싶어서 온거야.
알프헤임 정령 기사단 아직 모집 중이지?
기사단에 들어오고 싶다고?
그래, 비록 이렇게 오염 됐지만 숲은 우리 정령들의 요람이자, 삶의 터전이야.
이곳을 되돌리기 위한 싸움에 함께 하고 싶어.
어차피 당신도 동료가 많을 수록 좋잖아?
나쁘지 않은 제안이네, 좋아
하하하하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니
말은 바로 해야지, 그냥 좋은 제안이잖아?
하하하 네 말이 맞아. 좋은 제안이야.
앞으로 잘 부탁해
나야말로.
/
36.2. 2화. 정령들의 방식
기사단 건물이 따로 있다고?
응, 아무래도 일하다 보면 회의도 필요 하니까.
가자, 기사단에 들어오고 싶다고 했잖아? 소개해줄게.
여기가 기사단이구나?
근데 왜 이렇게 마을이랑 떨어져 있어?
처음 기사단을 만들 때만 해도, 정령이랑 인간이랑 이렇게 가깝게 지내지 않았거든.
그 때도 교류가 있긴 했지만, 인간들은 대체로 인간들이랑 살고, 정령은 정령끼리 지냈달까.
그래서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마을 외곽에 잡았어. 게다가 숲에 가려면 그 편이 가깝기도 했고
아하. 그런 이유구나.
호오 제법 이것 저것 갖춰져 있네?
아직 미진하지만..계속 정리하는 중이야.
그런거 치고는 자료도 꽤 많은 것 같은데, 저기 꽂혀 있는 책들이 전부 기사단 자료야?
맞아.
지도까지 있구나.
과연, 어떻게 해서 알프헤임을 지켰는지 알 것 같아.
인간들은 이런식으로 하는 구나. 정령들의 방식이랑은 전혀 딴판이네
정령들의 방식은 어떤데?
음?
그러고 보니 단장은 인간이니까 모를 수도 있겠구나
음…정령은 원래 이렇게 여럿이서 무리를 만들어서 일하지 않아.
일단 사는 반경이 서로 겹치지 않고, 인간들 처럼 학교를 다니거나, 어디 소속 되는 일이 없거든..
적당히 큰 문제가 생겨도 다들 알아서 하는 느낌?
과연 그렇구나..
그런데 이 만큼이나 많은 정령을 모았구나.
게다가 전혀 체계가 없는 정령들을 데리고 조직을 운영하고 있어.
단장 대단하네, 과연 다른 영지까지 소문이 날만도 해.
윽.. 그렇게 칭찬하지마.
그 정도 일은 아니야.
왜에? 칭찬 받을 일은 칭찬 해야지.
단장 의외로 부끄럼쟁이구나.
그야…. 필요하니까 했을 뿐이야.
아마 내가 아니었어도 다른 기사가 했을 거야
하하하 과연 그럴까?
뭐 이런 단장 아래서라면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앞으로 잘 부탁해
그래.. 나도 잘 부탁해.
/
36.3. 3화. 좋은 사람
덕분에 오늘 전투도 무사히 끝났어
나야말로, 단장이랑 함께하면 어떤 전투도 다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예화정령을 다시 원래대로 돌릴 수 있으니 의욕이 샘솟아.
…. 나 혼자 있을 때는 정화할 수 없었거든
칭찬해줘서 고마워.
하하, 칭찬은 무슨 사실을 말한 것 뿐이야.
그럼 둘 다 다친 곳도 없고, 정화도 마무리 됐으니 오늘 일과를 끝내 볼까?
오늘은 조금 다른 곳을 데려가 줄게
… 어딜?
따라와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와아!
괜찮지?
이런 곳이 있다니
아모우는 타지에서 왔으니까, 아직 모를 줄 알았어.
마을 외곽에 있는 강변이야.
아직 정화 된지 얼마 안 돼서 오염이 조금 남아 있긴 하지만 어때 멋지지?
정말 멋져.
숲 바로 근처에 강가가 있었구나. 여기서 낚시도 해?
가끔 하는 사람들이 있어.
이런 곳을 지키기 위해 매일 싸우는 거구나.
맞아.
소중한 마을이니까.
하하, 단장 든든하네?
그럼 여기에서 좀 쉴까?
이러다간..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르겟어
바람은 시원하고, 햇살은 따뜻하고. 물에는 물고기가 춤추고 있네
무릉도원이 이런 걸지도
(아모우는 자연 경치를 좋아하는 구나)
단장
응?
단장은 좋아하는 사람 없어?
있지 왜 없겠어
어..어??? 그래?
뭘 그렇게 당황하는 거야? 이 곳에서 산 시간이 얼만데…
당연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 밖에 없지
아… 그렇지 단장은 여기 오래 살았구나.
누구를 좋아해?
음 … 좋아하는 사람이라
오를레아, 제람님, 마리, 너, 그리고 기사단 정령들..
하하하하 좋아하는 사람이 정말 많구나?
그야 다들 소중하니까.
그 중에 나도 들어 있고?
당연하지, 너도 소중한 동료란 말야.
음? 너는 아니야?
글쎄….
뭐야? 나만 널 특별하게 여기는 거야?
아마도? 후후후…
좋아하는 상대라.. 하하하 좋네 좋아
/
36.4. 4화. 상점가 나들이
꺄아!!
으앗!!!!! 아모우!
여긴 갑자기 왜 온거야.
오늘… 내가 정찰 당번이잖아?
그래서 데리러 온 건데, 옷을 다 벗고 있을 줄은 몰랐지!
….. 그건 이해하겠는데
잠깐 나가주면 안 될까?
아니면 눈이라도 가려 주면 안 될까? … 너무 창피한데
아! 나가있을 테니까 얼른 갈아 입어!
후-
갑자기 들어와서 깜짝 놀랐어
잘 때는 웃옷을 벗고 자는 버릇이 있거든..
그래서 오를레아도 항상 노크하고 들어오는데.. 아모우 너
하..하하하.. 미안 그럴 줄은 몰랐어
그나저나 우리 단장- 복근이 좋던데?
따로 운동 하는 거야?
으.. 놀리지 마 아모우.
놀리다니- 난 단장을 칭찬한는 거야.
그 정도로 선명하게 근육을 쪼개려면 엄청 노력해야 하잖아?
넌… 부끄러움도 없이…
하하하 옷을 벗고 있던 건 단장인걸? 나는 부끄러울게 없어
아… 그런건가
응! 단장만 부끄러워 하면 돼!
다음 부터는 조심해야 겠.. 아니지 다음에는 이렇게 막 들어오지마
아쉽네. 예쁜 복근을 볼 수 있어 좋았는데..
응. 그건 그렇고 정찰은 언제 갈거야?
원래 저녁 즈음에 갈 생각이었어.
내가 너무 빨리 왔네? 그럼 단장- 상점가에 놀러가지 않을래?
사고 싶은 게 있어?
뭐 딱히 필요한 게 있는 건 아니지만
아직 이 마을을 제대로 모르거든, 상점가가 있가길래 가보고 싶었어.
이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인간이랑 정령이랑 섞여서 살고 있다면서?
그럼 오늘 상점가에 데려가 줄게
고마워
와- 정말 사람이 많구나. 알프헤임은 큰 마을이네
그리고, 곳곳에 정령들이 보여. 여기 사람들은 정령들에게 거부감이 없구나.
아무래도,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다른 마을은 여기랑 달라?
응, 이 정도로 정령이랑 인간이 공존하는 건 드물어.
아무리 친해도 종이 다르니까 거부하는 인간들도 많거든.
그렇구나…
앗, 조심해!
앗!!!
후, 가끔 급하게 달리는 마차가 있어서 조심해야…
(얼굴이 너무 가까워)
하하 단장-
내가 아무리 좋아도 길에서 입을 맞추는 건 아니지 않아?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흐응- 이런 경험도 괜찮은데? 단장 몸이 엄청 탄탄하구나?
너… 너 정말
단장- 귀가 빨개
읏.. 놀리지마!
하하하하 귀여워
/
36.5. 5화. 농담이 아니야
요 며칠 전투가 없어서 그런지 영 몸이 찌뿌둥 해.
그럼 뒷마당에서 검술 훈련이라도 하는 건 어때?
에이…. 혼자서 무슨 재미야.
아! 그러고 보니 단장이 있네?
단장- 나랑 대련하자. 생각해보니까 단장이랑 직접 검을 맞댄 적은 없는 것 같아.
… 나랑?
응! 누가 더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아?
… 안 봐줄 거야.
하하하하 누가 할 소리
하아….. 하아.. 아모우 너 대단하구나.
하…..하하.. 하아.. 단장도..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는데 .. 하아.. 죽겠따
그럼 이제 그만 할까.
응… 더 했다간 … 쓰러질 거야.
으.. 진짜 죽겠다.
후- 역시 몸을 쓰니까 좋네, 상쾌해
이제 만족해?
응! 단장 덕분에 한 바탕 잘 놀았어.
마찬가지야.
하아.. 역시 단장이 좋아.
뭐??
후후후 너무 놀라는 거 아니야?
너무 갑작스럽고… 직접적이라
사실인 걸 굳이 감출 필요가 있나?
내 마음이 이렇게 선명한 걸?
게다가 단장은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고.
그리고 이렇게 직접 말하지 않으면 또 농담처럼 넘길 거잖아?
…
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단장에게 나는 그냥 좋은 동료 정도일 테니까
이렇게 직접 말한 이유는, 단장이 한 번쯤은 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길 바래서야
나를 동료가 아닌 여자로 봐줘으면 좋겠어.
(이번에는… 농담처럼 넘어가면 안 되겠지..)
알겠어 아모우
진지하게 생각해 볼게
고마워.
/
37. 레이키
37.1. 1화. 불꽃을 따라 온 소녀
실례지만, 혹시 이곳의 기사님인가요?
응? 그렇기는 한데…
역시 그렇군요! 다행이다. 저는 레이키라고 합니다만.
(굉장히 얌전해 보이는 아가씨네. 어라? 뭔가 청량함이 느껴지는 이 기운…)
(그런가. 이 아이는…)
혹시, 정령이야?
네~ 맞아요. 정령에 대해 익숙하신 모양이군요?
아무래도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정령들과 함께 예화정령이 늘어나는 걸 막고 있거든.
굉장해요! 역시 제 짐작이 맞았네요. 기사님이라면 도움을 받을 수 있겠군요.
간단히 말해, 저는 스자쿠가 이 도시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왔는데요.
응? 스자쿠?
아시나요?
알다마다… 너무 잘 알아서 문제라고 해야 하나.
(스자쿠의 친구인가? 이미지는 전혀 다른데. 그 녀석처럼 대책없는 스타일은 아니겠지.)
저… 그렇다면 안내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어려울 건 없어. 그런데 넌 스자쿠와 무슨 관계인데?
엣헴!
스자쿠와 전… 둘도 없는 친구랍니다.
(…위험하군. 무심결에 경악할 뻔 했어.)
기사님?
아, 아무것도… 안내해 줄게.
하긴... 그 녀석도 근본은 나쁘지 않으니 너처럼 귀여운 친구가 있을 수도 있겠지.
귀, 귀여운… 아? 근본은…? 앗! 설마…
기사님, 혹시 스자쿠가 여기서도 사고를 쳤나요?
여기서… '도'? 으음, 뭐 사고라면 치긴 쳤지. 그래도 내겐 좋은 동료야.
그, 그렇죠. 근본은 좋은 정령이니까요.
양파를 포함해 식재료를 가끔 날려버리는 걸 제외하면.
기사님? 지금 뭔가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이야.
그, 그렇군요.
어쨌든 그 녀석이라면 만나게 해주는 건 어렵지 않아. 혼자 두기도 뭐하고…
아, 그럼 겸사겸사… 기왕 이곳, 알브 헤임에 왔으니 마을 구경이나 하지 않을래?
네? 마을 구경이요?
응. 스자쿠는 지금쯤 마을 어딘가에 있을 게 뻔해. 그 녀석을 찾는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돼.
와아~ 잘은 모르겠지만 왠지 두근거려요! 그럼 안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참 예의 바르기도 하지. 스자쿠 녀석, 이 애의 반만 좀 닮았으면 좋았을 텐데.)
/
37.2. 2화. 다재다능한 정령
기사님~!
아, 레이키! 좋은 아침!
그 때 스자쿠와는 좋은 시간 보냈어?
네, 덕분에요. 오랜만에 만났지만 여전하더라고요.
그 녀석, 얼굴이 밝아졌던데. 막말도 평소보다 좀 더 적어진 것 같고 말이지.
마, 막말이요? 스자쿠가 기사님께 그런 태도를…!
응? 아아, 신경쓰지 마. 별로 불쾌하다든가 하는 건 아니니까.
아무리 그래도… 휴우~ 제가 단단히 일러 둘게요. 기사님께서도 자비롭게 용서 해주세요.
그, 그렇게 말하면 오히려 부담스러운데… 애초에 용서고 뭐고 할만큼 화나지도 않았다고.
후후, 기사님은 마음이 따뜻한 분이시군요.
답례로 별자리 점을 봐드릴까요?
뭐?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물론이지요. 엣헴, 이래 봬도 저는 사방(四方)을 관장하는 정령 중 하나니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이제 음양판을 꺼내서…
오오!
에? 응? 어라?
응? 왜 그래?
어, 없어요… 음양판이 없어요! 아, 설마 숙소에 놔두고 온 건가…
어쩐지 맥빠지는 구나.
흐아아앙~ 죄송해요 기사님. 이런 실수를 하다니.
하는 수 없죠. 이렇게 되면 제 고유 마법으로 기사님께 축복을!
헛, 그런 것도 할 줄 안다고? 너 정말 다재다능한 정령이구나.
엣헴, 이 정도는 보통이라고요.
보통인 거냐… 내 주변 정령들에게 보통이라는 건 때리고 부수는 것 뿐인데…
저도 전투는 충분히 도울 수 있어요. 특기는 마법이 아니라 활 쪽이거든요.
그, 그래? 굉장한데…
자,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우선 호흡을 가다듬고 집중해야 하니까요.
…
…
혹시 뭔가 다른 문제가 또 생긴 건 아니겠지?
그게 말이죠… 사실은 제가 오늘 아직 아무것도 먹지 못했거든요.
마나를 운용하려면 일단 배를 채워야 되는데, 자꾸 꼬르륵 소리가 나서 집중이 안 돼요
그말은 즉…
바, 밥을 사 주신다면 제대로 답례해 드릴 테니까요. 저의 이 몸으로!
그거 굉장히 위험한 발언 같아, 레이키.
그, 그런가요? 같이 밤까지 어울려 드리겠다고 한 말이었는데…
…미안, 위험한 건 내 머릿속 같다.
밥은 사줄게. 그런데 난 임무 때문에 한가롭게 계속 쉴 수가 없는 상황이야.
예화정령의 기척이 느껴져서 오후에는 북쪽 숲을 정찰해야 하거든.
아, 그런 것도 도와드릴 수 있어요. 제 마나 감지 범위는 상상을 초월하거든요.
정말이야? 그러면 오늘 좀 부탁할게, 레이키.
/
37.3. 3화. 당신과 함께
이 숲은 굉장히 아름답네요. 이곳까지 오는 동안 이처럼 아름다운 숲은 별로 못 봤는데.
그렇구나. 다른 곳은 오염이 많이 진척된 거야?
네. 저와 스자쿠가 지내던 곳도… 지금은 원형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가 되었어요.
어둠에 물든다는 건 정말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떠나온 거구나.
그렇기도 하지만, 예화정령이 된 정령들을 보면 안타까워서요…
안타깝다고?
네. 그들을 구하고 싶었어요.
정령을 감싸고 있는 어둠을 강력한 마력이 담긴 화살로 걷어내면 되지 않을까 싶었죠.
넌 정말 착하구나.
후후, 아니에요. 정령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할 뿐이에요.
그래서 성과는 좀 있었어?
아쉽게도… 일시적으로 의식을 돌려놓는 건 가능했었지만,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어요.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가 아닐까 해요.
역시 정화시키는 수밖에 없는 건가…
기사님은 더러워진 마나를 정화시킬 수 있죠?
맞아. 나 외에 내 딸도 가능하고.
저는… 기사님과 함께하고 싶어요.
함께?
네… 제가 살던 곳에도 기사님에 대한 소문이 흘러들어 오고 있었거든요.
정령들을 구하는 인간이라고… 굉장히 강하고 자애로운 분이라고 들었죠.
아, 아하하~ 이거 좀 부끄러운데.
만나보고 나서 그게 거짓이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낯선 저에게도 굉장히 친절히 대해주셨고, 어리광도 잘 받아 주셨으니까요.
그거야 익숙해서 그래. 정령들하고 같이 지내다 보니…
(이 애는 그 외에도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긴 하지만.)
기사님만 괜찮으시다면, 이곳에 머무는 동안 기사님께 힘이 되고 싶어요.
제 궁술과 마력이라면 부족하지만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부족하다니, 충분해. 너처럼 재주 많은 동료를 마다할 만큼 여유로운 상황도 아니고.
후훗… 역시 기사님을 만나러 온 건 정말 잘한 일 같아요.
흠, 그런데 원래는 내가 아니라 스자쿠를 만나러 온 거 아니야?
…제게 기사님의 존재에 대해 알려준 게 스자쿠니까요.
그 애는 겉으로는 강해 보여도 속은 여리고 불안정해요.
그런 스자쿠가 나름 좋게 말할 정도의 사람이 어떤지 직접 보고 느끼고 싶었어요.
나, 나름…?
크흠, 하긴 뭐… 그 녀석은 여린 부분이 있지. 한번은 운 적도 있으니까.
네에? 울어요?
앗, 설마 기사님이 울린 건가요!
그, 그게…
정말~ 앞으로는 딱 붙어 다녀야 겠네요. 싸울 때도 쉴 때도 잘 때도!
저기 마지막 거는 좀 참아주지 않겠어?
모, 몰라요. 아무튼 전 최선을 다해 기사님 곁에 있을 테니까, 각오하세요.
/
37.4. 4화. 희망을 피워내는 씨앗
여기에요~ 기사님!
아, 레이키. 언제부터 기다린 거야?
얼마 되지 않았어요. 전 차분히 남자를 기다릴 줄 아는 조신한 여자니까요.
그, 그러냐…
아무튼 미안. 부른 건 난데, 낮의 임무에 시간을 꽤 많이 빼앗겼어.
알고 있어요. 저도 강가로 진출한 토벌대에 합류했었으니까요.
응, 이야기 들었어. 엄청난 속사로 그림자들을 해치웠다고…
후훗, 오늘 밤의 이벤트를 기대하고 있었거든요. 일은 빨리 끝내고 퇴근해야죠!
어쩐지 좀 직장인 같은 느낌인데…
직장인? 아~ 기사님은 원래 다른 세계에서 살던 인간이라고 했었죠.
그곳의 공무원 같은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겠군요.
비슷하지만 좀 달라.
그보다 서두르자. 맛집도 미리 예약해 두었다고.
네! 기사님.
굉~장히 맛있었어요! 절 위해 그렇게까지 준비를 해 주시다니… 감동이에요.
하하, 별 거 아니야.
일전의 전투에서도 도움을 받았고, 네게 이 마을의 즐거움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으니까.
것보다 진짜는 지금부터라고. 기대해도 좋아.
네? 설마 또 뭔가 남아있는 건가요?
저녁 식사로 먹은 코스 요리도, 디저트 가게도 훌륭했었는데…
아마 곧 시작할 거야. 광장에서.
…
레이키?
고마워요, 기사님.
기사님 덕분에 인간들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인식?
인간들은 무분별한 개발로 자연을 해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정령들도 있으니까요.
전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쩐지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렇구나… 별로 한 건 없지만, 그래도 내 덕분에 바뀌었다니 기분이 좋은걸.
후후, 기사님은 진심으로 정령을 위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앗! 시작하려 한다! 가자, 레이키!
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하하, 불꽃놀이도 굉장했지? 매 달 한번씩은 심야 축제가 열리거든.
다들 불안감에서 조금씩 해방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겠지.
전 세계가 어둠에 맞서 싸우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저도 불안했었고…
하지만, 이곳에 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으응.
작은 도시임에도 이렇게나 큰 희망이 자라나고 있을 줄이야.
어쩌면 기사님 같은 분들이, 그런 희망을 피워내는 씨앗일지도 몰라요.
그, 그렇게 거창한 존재는 아닐 거야.
난 그저 이 세상이… 그리고 동료들이 모두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니까.
바로 그 마음에 제가 감동한 거랍니다. 후후, 기사님은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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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 5화. 소중한 친구
레이키~ 이쪽이야.
아! 기사님!
찾아서 다행이다… 굉장히 당황하고 있었거든요. 오늘따라 사람이 많네요.
하하, 붐빌 때는 붐비는 곳이지. 온갖 가게들이 있는 곳이니까.
그럼 가볼까? 생필품을 사러 간다고 했었지?
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음 먼저 갈 곳은 그럼 잡화점이려나.
그렇지요. 세면도구와 목욕제, 옷을 고치기 위한 바느질고리와 부싯돌, 거기에 기름도-
뭐, 뭔가 엄청 본격적이네. 레이키는 준비성이 좋구나… 난 그때그때 사는 편인데.
무슨 일을 하든 최선을 다 하는 편이라서요. 집도 구했으니 제대로 준비할 참이에요.
돈이라면 얼마 전 토벌 건으로 받은 보수도 있고…
하하, 정령이라기 보단 인간 같네.
그, 그런가요? 으음… 하지만 그런 생활도 꽤 즐거울 것 같아요.
사실 저희 정령들에게는 그런 준비가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여, 역시 좀 이상하려나요.
그렇지 않아. 재미있어서 한 말이었어.
내가 아는 정령 중에서는 연구실에 틀어박혀 연구만 하는 부류도 있으니까.
아! 누군지 알 것 같네요! 마법에 굉장한 조예가 있으시던…
역시 저 같은 정령은 활이나 쏴야 한다는 걸 몸소 깨닫게 만들어 주신…
저기, 내가 미안하니까 그 정도로 봐줘.
괜찮아요. 저는 저대로 장점이 있으니까요. 그 중 하나가 생활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오늘 장을 보자고 한 것도 그걸 증명하고자 하는 거구나.
그렇죠. 제 장점을 기사님께 제대로 어필해야 인정받을 수 있으니까요.
아니 난 이미 레이키를 인정하는데…
다, 다른 의미로요… 으음, 그러니까… 신붓감?
무, 무슨 말이냐!
우아앗! 이건 농담입니다. 실제로 그런 생각은 전혀 안 가지고 있다고요.
저는 단지… 단순히 상냥하고 전투에 도움이 되는 정도의 정령으로 여겨지는 게 싫어서…
으음~ 묘하게 오늘 텐션이 높은 것 같다?
기분 탓일 겁니다.
(정말 괜찮은 건가. 오늘따라 좀 흥분한 거 같은데.)
어서 가시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으니까요.
아, 그렇지.
그럼 잡화점을 갔다가 그 다음에는 식료품점에… 어라?
왜 그래, 레이키?
어라? 엇? 으음…
…저기 기사님. 기사님과 전 동료였죠?
응? 그야 물론이지. 그런데 갑자기 왜-
동료끼리는 도, 돈을 꿔줄 수도 있는 거겠죠?
레이키, 너 설마…
하아~ 지갑을 두고 나왔어요. 저는 왜 이렇게 덤벙거릴까요…
(어쩐지 오늘 뭔가 살짝 불안하더니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 문제가 있었군.)
걱정 마. 내가 내 줄 테니까.
고, 공짜는 안 돼요… 지난 번에도 신세를 많이 졌는걸요. 항상 받기만 하면 기사님께 미안한데.
이번 건은 독립 기념으로 내는 걸로 하지 뭐. 왜냐면 우리는 단순한 동료가 아니니까.
단순한 동료가 아니라고요? 그렇다면 설마… 기사님도 제게 그런 마음을…!
친구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네가 스자쿠를 믿었듯 이제는 나를 믿어 주잖아.
그런 게 친구가 아닐까 하고,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어.
그렇군요…
후후, 알겠습니다. 기사님과 전 소중한 친구. 그 마음 절대로 변치 않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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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펜릴
38.1. 1화. 진짜 연인처럼
후우…미안 펜릴! 많이 기다렸지?
아니에요. 기사님. 바쁘신데.. 괜히 같이 장을 보자고 했나 봐요.
아니, 아니야. 그렇게 바빴던 건 아닌데…
회의가 길어지는 바람에.. 기다리게 해서 정말 미안.
후후… 기다리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기다리는 게 재미있었다고?
여기있으니까… 연인들이 알콩달콩 노는 게 보이는데 후후후 예뻐서 보기 좋더라고요.
아, 이 광장이 데이트 코스로 유명하긴 하지.
음… 그럼 다른 사람들 눈에도 우리가 연인처럼 보일까요?
그럴 수도..
후후후… 그랬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가까이 있으면 더 연인처럼 보이겠죠?
아… 펜릴… 너무 붙은 거 같은데…?
연인으로 보이려면 이 정도는 가까이 있어야죠.
하하.. 연인 놀이를 하고 싶은 거야?
펜릴…? 화났어?
아뇨, 화나지 않았어요.
… 그런거 치고는 .. 얼굴이 화나 보이는데
전… 연인 놀이 아닌데…
아….
제가 기사님의 연인인건 아닌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놀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마음이 아프네요.
그럼.. 이러면 어떨까?
오늘 하루만 진짜 연인이 되는 거지.
여기 광장에 있는 사람들처럼.
저, 정말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안 괜찮을 건 뭐야. 하하하.
오를레아가 싫어하지 않을까요?
어? 여기서 왜 오를레아가 나오는 거야?
그러게요… 아하하.. 무심코… 그냥.. 막 튀어 나온 말이에요.
그럼 다시 팔짱을 끼고 광장을 한 바퀴 돌자.
이제 분수대가 있는 쪽으로 가볼까?
펜릴?
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그냥…. 이 느긋한 오후가 참 좋다는 생각..
그러네. 참 평화로운 날이야. 매일매일이 오늘만 같아도 걱정근심이 없겠는데…
네. 매일매일이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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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 2화. 꽃과 함께
(뒷마당에 누가 있는 건가?)
(아, 펜릴이구나)
어머, 꽃이 정말 예쁘게 피었네.
그래? 그랬구나 후후후후
대신이라고 하기엔 뭐 하지만… 내가 너희를 정성껏 돌볼게.
아. 그리고 가끔 숲의 이야기도 들려줄게.
(꽃이랑 대화 하는 건가? 소녀 같네..)
펜릴.
아! 기사 님.
꽃이랑 대화하는 거야?
아… 네.
역시 정령은 다르구나. 꽃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모든 정령이 다 그런 건 아니에요.
꽃들도 자기들의 마음에 드는 정령에게만 말을 하니까요.
그 말은…이 꽃들이 펜릴을 좋아한다는 거지?
후후후.. 네. 물론 저도 이들을 좋아하죠.
그렇구나… 그래서 여기 꽃들과는 어떤 대화를 한 거야?
그건….
훗. 쉽게 말을 못 하는 거 보니… 내가 들으면 안 되는 말인 거야?
아, 아니에요. 꽃들도 기사님을 좋아해요.
하지만… 화단이 조금 좁다고 하네요.
그러고 보니 좀 좁아 보이긴 하네
하하.. 훈련하는 게 시끄럽다고는 안했어?
네….
어? 그 얘기도 했어?
시끄러운 건 아니지만, …. 혹시 검이 날아올지도 몰라서 무섭데요.
그런 생각같은 건 해 보지도 않았는데…
죄송해요…
펜릴이 왜?
네가 말하지 않으면 몰랐을 일이잖아요.
아니야. 오히려 말해줘서 고마워.
음… 그럼 이 꽃들을 옮겨 심어야 하는 걸까?
후후후 그건 아니에요.
그래? 무섭다고 하길래..
검이 날아올까봐 무서워 하긴 해도. 그 이외에는 기사님을 좋아하는 걸요?
매일 뒷마당을 깨끗이 치워주는 것도. 하루도 빠짐 없이 훈련 하는 것도 좋데요.
그래서 이 집을 환하게 만들어 주고 싶다고 하네요.
그랬구나. 그럼 내가 훈련할 때 조심해야 겠어.
펜릴 알려줘서 고마워.
별 말씀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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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 3화. 지킬 수 없는 약속
윽… 머리야
(… 분명 펜릴이 나를 향해 달려온 것 까진 기억이 나는데..)
(여긴 우리 집이잖아? 여긴 어떻게 온거지? … 펜릴? 펜릴은 어디 간거지?)
펜릴!
….. 내려가봐야겠어.
펜릴..!
기사님 일어나셨어요? 아직 더 누워 있어야 해요.
난 괜찮아… 너는 괜찮은 거야? 어떻게 된거야? 내가 왜 여기에 있지?
아, 죄송해요…
예화 정령이 기사님의 등을 공격하는 것을 보고 막는다고 막았는데..
아! 이제 생각났어. 펜릴!!
네?
위험했잖아!
아..죄, 죄송해요. 제가 기사님을 덮치는 바람에…
아니.. 나 말고 너
나 대신 공격을 맞으려고 했던 거지?
다음부터 절대 그러지 마.
적의 공격을 막는 거와 동료를 대신해 공격을 맞는 거는 다른 문제잖아.
그 때 너는 공격을 막는 게 아니라 나를 대신해 그 공격을 맞으려 했어. 내 말 맞지?
그게… 네
어쩔 수 없었어요 몸이 먼저 반응해버린 걸요.
기사님이 제 입장이었어도 똑같이 하셨을 걸요? 아닌가요.
아.. 그건….
그런 위급한 순간에는 생각할 여유 같은 건 없잖아요.
그래도.. 안 돼
만약 나를 대신해서 네가 공격을 받고 크게 다쳤다면
내가 어떻게 견딜 수 있겠어..
그건 저 역시 마찬가지인걸요.
제가 막지 않아서 기사님이 다쳤다면…
전 죄책감에 시달렸을 거예요.
…..
… 미안 고맙다고 말하는 게 먼저인데, 화를 내버렸네
아니에요..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 펜릴이 또 그럴까봐 걱정 돼..
아..
… 구해줘서 고맙지만 다음에는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지만
하지만은 없어. 약속해줘 나 대신 다치지 않겠다고.
만약.. 약속하지 않으면 나 혼자 다닐게.
그렇게까지 말씀 하시면 어쩔 수 없네요.
대신 기사님도 전투 중에 다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세요.
좋아
(…다치지 않겠다니.. 지킬 수 없는 약속이지만..)
(펜릴에게서 다짐을 받아낼 수 있다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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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 4화. 촌스러운 남자
기사님 이 외투 멋지지 않나요?
멋진 옷이네.
후후.. 그렇죠? 이거 사요. 기사님한테 잘 어울릴 거에요
음… 이번엔 그냥 지나가자…
왜요?
펜릴이 멋지다고 해서 구입한 옷들이 너무 많아.
옷장이 가득 차 버렸다고.
하지만.. 이건 진짜 잘 어울릴 것 같은데..
펜릴. 나를 두고 인형놀이 하는 건 아니지?
어머.. 후후후… 무슨 그런 말을..
가만히 보면… 나를 인형 옷 갈아 입히듯 갈아 입히려 하는 것 같거든.
후후후.. 그렇게 말하니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기사님은 워낙 옷걸이가 좋아서… 새로운 스타일의 옷을 입을 때마다 보는 재미가 있거든요.
하하하… 칭찬, 고마워. 하지만 검을 잡는 기사가 너무 멋 부리는 것도.. 좀
뭐, 어때서요. 멋쟁이 기사가 되면 되잖아요.
그래도 오늘은 펜릴이 사고 싶은 것을 사. 매번 내 옷만 고르게 되는 것 같아서 미안하거든.
아! 그래. 저 구두는 어때?
전 괜찮아요.
그러지 말고. 저 구두, 펜릴에게 어울릴 것 같은데.
정말 괜찮아요.
사양하지 마.
(펜릴은 내가 자신에게 돈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꺼려하는 것 같아)
그치만… 저 구두 너무 촌스러워요!!
…응?
저는 기사님을 정말 좋아하지만.. 안목만큼은…. 너무 촌스럽…. 앗!! 죄송해요
…..초…촌스러워?
(…. 아까 펜릴이 한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아..)
(하아… 내가 촌스럽구나.. 촌스러웠어.. 그래서 매번 옷을 골라 준 거구나)
(나는 그것도 모르고..)
하아…..
저어… 기사님
아.. 펜릴이구나.
죄송해요.. 아까… 제가 너무 무례했죠?
아니야. 그런 말을 할 수도 있지…. 하하..
이해해주신다니 다행이에요. 사실 그 동안 많이 속상했거든요.
어, 뭐가?
기사님처럼 멋진 분이 매번 옷을 엉망으로 입고 다니셔서.. 더 못나 보였거든요.
아! 지금도 그렇다는 건 아니에요. 제가 권해드린 옷을 입으시면서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요.
아.. 하… 하.. 그래… 고마워.. 펜릴.
네. 앞으로도 걱정 마세요. 제가 기사님을 멋진 남자가 되도록 도와드릴게요.
(… 이거 진담이지? .. 나 놀리는 게 아니라.. 진심인거지?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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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 5화. 감기 때문이 아니야
펜릴. 안 자고 뭐해?
어머 기사님… 기사님도 잠이 오지 않나 보네요..
응..생각하다 보니까 잠들 시기를 놓쳐 버렸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신 거예요?
뭐, 그냥…내 고향에서는 지금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같은 거?
부모님은 건강하신지, 친구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리고 이 세계에서 어떻게 사는 게 좋을까… 같은 생각…
후후.. 두 개의 세계를 아니까… 생각도 두 배로 많을 것 같네요.
하하.. 그런가.. 원래 이렇게 생각이 많은 사람이 아닌데..
여기 온 뒤로 생각이 많아졌어..
그건 그렇고.. 펜릴은 왜 못자고 있는 거야?
전 그냥… 별을 보고 있었어요.
별?
모두가 잠든 밤에 나와 이렇게 별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져요.
아아- 맞는 말이야. 밤하늘의 고요함이 좋네.
그죠…
에취…
이런, 안으로 들어가자. 계속 있다가는 감기 걸리겠어.
따뜻하게 입고 나왔는데.. 에, 에취…
들어가면 따뜻한 차를 끓여줄게
네…
어때? 차 맛은 좀 괜찮아?
네. 찻잎이 적당히 우러나서… 에취…
감기 걸리겠는데?
그러게요… 어머
이런, 열이 나고 있잖아?
얼른 들어가서 자는 게 좋을 것 같아.
아..아니 이건 감기 때문이 아니라..
하지만 이렇게 얼굴이 뜨거운걸? 다른 이유가 있는 거야?
다른… 아뇨, 아뇨, 아뇨.. 감기가 맞는 것 같아요.
절대 절대 기사님 손길을 느낀게 아니에요.
어? 어..
그냥.. 감기에요 감기
전 이만 자러 갈게요. 안녕히 주무세요
/
39. 스자쿠
39.1. 1화. 타오르는 스자쿠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지옷을 맛보게 해주겠어!! 기대해도 좋다고!!
(아…… 스자쿠 또.. 폭주하고 있네)
그만!! 그만!!
응?
쓰러진거 안 보여?
적은 우리를 공격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데 언제까지 때리려고 하는 거야.
에… 그게
지금은 예화정령이긴 하지만.. 결국 네 동료인거나 마찬가지잖아.
얼른 정화해줘서 고통에서 해방시켜야 하는데
어쩌자고 혼자 신나서 정령을 패고 있는 거야.
씨이….. 너…
흑.. 너어..
왜 그렇게 서 있는 거야. 얼른 옮겨야 할거 아냐.
너나 가.
뭐?
내가 얼마나 잘 싸웠는데… 넌 야단만 치고… 너나 가라고.
아!
나쁜 놈!!
스자쿠!
(…하아…그새 삐졌나 보네)
비켜!
스자쿠, 네 말대로 오늘 넌 정말 잘 싸워 주었어.
그런데 과한 공격으로 이 숲을 다 태워 버릴 뻔했잖아.
그러지 않았잖아. 그럴 생각도 없었고.
내가 말리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했을 거야. 아니야?
아, 아니야!
알았어. 네 말 믿을게. 하지만 다음부턴…
또 잔소리! 안 들어, 안 들어.
하아… 스자쿠.
어…?
전투에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감정 컨트롤이야.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면 오히려 네가 다친다고. 내 말 알아 들었어?
너… 너… 얼굴이 너무 가깝잖아. 떨어져.
하아.. 이젠 잡을 힘도 없다… 저 녀석…
/
39.2. 2화. 봤지만 안 봤어
단장!!!! 단장!!!!
으.. 무슨 일이야.. 아침부터.
뭐 하는 거야? 아직도 침대 속에서 게으름을 피우다니!
서류 정리하느라 새벽에나 잠들었다고.
그런 변명은 안 통해. 얼른 일어나.
뭐야! 너. 왜 발가벗고 있는 거야?
누가 들으면 정말 발가벗고 잔 줄 알겠네…
패, 팬티만 입고 자는 법이 어디 있어?
그런 것도 법이 있냐? 자기 편한대로 자는 거지.
아니, 그보다… 실례라고. 스자쿠. 함부로 이불을 걷어 젖히다니..
그리고 그 비명은 네가 아니라 내가 질러야 하는 거 아냐?
아, 몰라. 빨리 옷이나 걸쳐.
하아… 나.. 더 자야 할 것 같은데…
그냥 나가주면 안될까?
응, 안돼.
도대체 이 이른 시간에 뭘 하려고….?
뭘 하다니? 당연히 숲으로 가 예화 정령과 싸워야지.
예화 정령을 봤다는 목격자가 나오기라도 한 거야?
목격자가 나오기 전에 먼저 찾아야지.
그거라면… 낮에 가도..
하아. 믿기지 않는군. 부지런하고 훌륭해야 하는 기사가 어떻게 그런 말을…
알았어. 일어 나주지. 그런데… 너, 뭘 그렇게 빤히 보는 거야?
뭐? 내가, 뭘… 뭘 본다고… 나, 절대 네 복근 안 봤어. 너의 그 튼실한 다리도 안 봤어.
스자쿠…!
일단.. 나가 줄테니까… 빨리 옷이나 입어.
스자쿠. 그 쪽은 벽이잖아. 문은 저 쪽.
알아. 그냥 이 쪽으로 가 본 거야.
하아… 스자쿠 녀석. 아침부터 정신을 쏙 빼놓네…
그래도 예화 정령과 싸우는 열정만큼은 인정해줘야겠지.
나갈 준비 다 끝난 거지?
그래, 가자.
응. 오늘도 나만 믿어. 네가 다치지 않게 온 힘을 다해…
온 힘을 다해 싸우지 마. 스자쿠.
뭐?
나는 내가 지킬 거고, 너는 네 힘을 좀 지켜.
하하하… 내가 엄청 강한 걸 알고 있구나.
그래, 그래. 내가 100%의 힘을 사용하면 나를 당할 자가 없지. 으하하하…
누가 널 말리겠냐… 스자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됐고. 나를 따라와.
(하아… 오늘 전투도… 스자쿠를 말리는 것에 집중해야 하나…)
/
39.3. 3화. 내 잘못이 아니야!
야! 너! 거기 서!
스자쿠! 그만 하라니까!
단장!! 대체 누구 편이야?
누구 편이 어디 있어? 왜 자꾸 길 가는 사람에게 시비야?
시비를 건 게 아니잖아. 저 남자가 나를 먼저 쳤어.
그러고도 사과없이 그냥 가려 한 걸 너도 봤잖아.
그렇다고 그게 그렇게 화낼 일이야?
그럼 화 안나?
도대체… 넌 왜 이렇게 화가 많은 거냐?
화가 많은 게 아니라 화가 날만한 일이니까 화를 내는 거야.
그냥 좀 지나가면 안돼?
어, 안돼.
알았어. 마음대로 해. 대신, 다시는 나와 상점가에 가자는 말 하지 않기다.
물론 광장에도 같이 가는 일 없을 거야.
뭐?
난 평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그렇다고…. 그렇게 심한 말을… 이.. 이 나쁜 녀석.
(내가 너무 심하게 말했나…)
(아니야,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저 녀석 계속 자기 잘못을 모를 거야.)
(하아… 정말 신경쓰이게 하네…)
(역시.. 따라가 봐야겠지..)
스자쿠.
어…울었어?
안 울었어.
스자쿠를 울리려고 한 말은 아닌데…
안 울었다니까.
스자쿠, 난 네 편이야. 알고 있잖아. 그러니까 너도 같은 편인 나를 생각해서라도…
다른 사람들과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알았어. 노력해 볼게…
(이 정도의 대답이라도 이끌어 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
39.4. 4화. 인기가 많은 줄 알았는데..
단장!!!! 고향에서 연락이 왔어!!
아, 조금 전에 비둘기가 날아오는 것 같더니…
네게 연락이 온 거구나.
응 이것봐!!
어디보자..보고 싶어. 내일 저녁 8시쯤 숲에서 가장 큰 나무가 있는 곳으로 와?
음… 그런데 이 쪽지 뭔가 이상한데…?
뭐가?
수신인이나 발신인의 이름이 없잖아.
하하하. 별 걱정을. 여기 큰 나무는 내가 친구들과 매일 놀았던 곳이야.
그리고 이름 같은 거 쓰지 않아도 내가 아는 걸 아니까 그런 거지.
이래 봬도, 나, 친구들에게 인기 많다고.
그래도… 뭔가 정확하지 않는데… 정말 너한테 온 편지 맞아?
당연하지. 친구들이 날 얼마나 보고 싶어 했겠어?
무슨 걱정을 하는진 모르겠지만, 아무 걱정 마. 우리 숲의 정령들에 대해선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스자쿠가 괜찮다고 했으니.. 괜찮겠지…)
스자쿠, 천천히 먹어. 그러다 체하겠다.
그럴 시간 없어. 빨리 먹고 가 봐야 한단 말이야.
그냥 내일 아침에 가는 게 낫지 않아?
안돼. 오늘 저녁에 가기로 약속했단 말이야.
알았어. 네 친구들에게 줄 선물도 챙겨 뒀으니까, 들고 가는 거 잊지 말고.
후후.. 그런 건 잊어 버리지 않아.
아! 잘 먹었다. 고마워.
지금 가면... 내일 아침에 오는 건가?
아마도.
내가 없다고 너무 외로워하지 말고. 내일 보자.
(엄청 들떴네.. 그런데 왜 하필 저녁에 오라고 한 거지?)
단장…. 단장…..
어… 누구…
스자쿠!
무, 무슨 일이야. 아침에 온다더니…
흑… 망했어… 다, 망했어…
뭐? 뭐가 망해?
흐왕…. 나보고 왜 왔냐고… 그동안 너 없어서 편했는데…. 이러잖아…
내참… 넌 고향 숲에서도 성질 부리고 다녔던 거냐….
뭐! 위로는 못해 줄 망정… 흐윽… 너까지…. 흐왕…
괜찮아. 울지 마. 네가 아무리 성질 부려도… 난 널 떠나지 않을 거니까.
정말….?
뭐.. 앞으로 하는 것 보고.
뭐야. 이 나쁜 녀석. 흐왕…..
/
39.5. 5화. 폭파시킨 건 양파뿐
스자쿠. 왜 부엌에 있는 거야?
왜라니? 당연히 식사 준비하려고 있는 거지.
네가?
응. 내가.
맙소사. 살다살다…. 스자쿠가 부엌에 있는 모습은 처음 보네.
뭐라는 거야. 나, 원래 부엌일 잘해.
그럼 그동안은 왜 안 도왔어?
귀찮으니까.
그런데 왜 지금은 부엌에 있는 거야?
그야… 사랑받으려고.
뭐?
저번에… 단장이 말했잖아. 앞으로 내 행동을 눈여겨 보겠다고.
에? 어떻게 그렇게 들었어?
네가 자꾸 우니까.. 그냥 농담삼아 한 말이었어.
뭐, 무슨 농담을 그렇게 무섭게 하냐?
아무튼. 그냥 나가 있어.
싫어. 도울 거야.
알았어. 대신 부엌에선 성질 부리기 없기.
쳇. 날 뭐로 보고…
뭐야. 이 감자 왜 이렇게 작아?
껍질을 벗기는 게 힘들잖아.
그럼 거기 양파 껍질을 벗겨줘.
이 나쁜 양파! 가만 두지 않겠어.
아.. 안돼.
켁… 스자쿠. 무슨 짓이야!
에취… 켁… 양파가 자꾸 나를 울게 만들잖아.
그렇다고… 양파를….
몰라. 나 나갈거야. 여기 공기 너무 안 좋아.
에취, 에취! 아, 진짜. 스자쿠 녀석…
그런데, 우리 저녁은 어떡하지? 나 배고픈데..
스자쿠. 너 양심도 폭파시켰지?
아니. 양파만.
하아…. 오늘 굶어 그냥.
뭐?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배고파서 죽을 것 같은 나한테…
한 끼 굶었다고 안 죽어.
아냐, 죽을 거야.
히잉… 잔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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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아조트
40.1. 1화. 연금술사 아조트
(들판에 나타난 예화정령들은 무사히 제거했는데.. )
(갑자기 등장한 이 정령은.. 정체가 뭘까. 이 주변에서는 처음 보는 정령이네)
도와줘서 고마워. 덕분에 예화정령을 정화할 수 있었어.
아아- 이쪽과 이해관계가 일치한 것 뿐이다. 신경쓰지마라.
이해관계? 방금 지나간 상단과 관계가 있는 건가?
그래. 그 상단은 내가 신세지고 있는 상단이지.
(상단에 신세를 지고 있다니….)
(더 더욱 이상하네. 보통 정령들은 한 지역에서 오래 머무는 경향이 있는데 떠돌이 생활을 하는 정령이라니..)
(그러고 보니 복장도 조금 특이하네 옷 안쪽으로 보이는 건 시험관인가?)
(…설마 정령이 과학을 연구…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이상한 눈으로 보지마라 인간
그러고 보니, 예화정령을 정화한 것 보면 이방인인 것 같은데.
다른 세상에서, 넘어오는 인간도 있는데 떠돌아 다니는 정령이 있는 것 정도는 이해못할 일도 아니지 않나.
그것도 그렇네..
이상한 눈으로 봐서 미안해. 최근에 만나본 적 없는 경우라 경계했나봐.
이해해, 인간은 짧은 생을 사니 겪게 되는 일도 한정적일 수 밖에 없지.
이렇게 된 것도 인연인데 이름이라도 알아두는 게 좋겠군
나는 아조트라고 하네,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진리를 탐구하고 있지.
아, 나는 {$Father.Name}라고해.
이곳에서 기사로 일하면서 에화정령들을 정화하고 있어.
진리를 탐구하고 있다고?
그래. 나는 이 세계를 연구하고 있어.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있는지 궁금해 해본적 없어?
세계를 구성한는 물질을 찾아내고, 그것을 조합해 다른 물질로 변환할 수 있다는 생각은?
(어젠가.. 이 이야기를 들어본 것 같은데)
혹시 네가 말하는 연구가 연금술을 말하는 거야?
하하 너 똑똑하구나?
그렇다면 설명하기 편하지.
맞아, 나는 연금술을 연구하고 있어.
아직 진리는 찾지 못했지만, 나는 시간이 많으니 언젠가 끝에 다다를 수 있겠지.
(연금술이라.. 예전에 학생일 때 들어본 기억이 나네)
(내가 살았던 곳에선 연금술은 결국 쇠퇴하고 화학으로 넘어갔던 것 같지만)
(이 세계는 내가 왔던 곳과 전혀 다르니까.. 또 다른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지)
(.. 애초에 정령이랑 마법이 있는 세계가 고향과 같을리가 없지)
네가 언젠가 길의 끝에 다다르길 바래
그리고 이곳에서 잠시 긴 여정을 쉬었다 가면 좋겠네.
알프헤임에 온 걸 환영해.
축복해주는 건가? 고마워
언젠가 진리를 알게 되면 너에게도 한 조각 나눠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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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 2화. 여정의 시작
이봐 이방인
아조트?
네가 여기는 왠 일이야? 영주님을 뵈러 온 거야?
흐응-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제법 눈치가 빠르구나?
별거는 아니고 나랑 같이 다니는 상단은 제법 귀한 물건을 가지고 다녀서 말야.
그 중에 여기 영주가 찾던 물건도 있어서 만나게 됐지.
그래? 뭘 찾으셨는데?
음…. 나로서는 이해가 안가는 물건인데…
보기에는 수수하지만 엄청나게 비싼 고급 재료로 만든 소녀용 머리핀
.. 왜 기껏 비싼 재료로 만들었는데 수수해 보여야 하는 거지?
여기 영주의 취향인가?
(그건….. 분명 오를레아에게 줄 선물인 거구나)
(.. 비싼데 수수해 보여야 하다니... 오를레아가 너무 비싼 선물을 안 받아서 그러시는 거구나..)
아마 뭔가 사정이 있으실 거야.
그러겠지 인간 영주들은 다들 하나씩은 이상한 취미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것보다, 모처럼 만났는데 상점가를 안내해주지 않겠어?
이곳에는 어떤 물건들을 팔고 있는지 궁금하네, 어쩌면 연구에 도움이 될 자료가 있을지도 몰라.
그래 안내해줄게.
깨끗한 마을이네 마음에 들어. 제일 마음에 드는 건 서점 상태지만 말야.
제법 희귀한 서적들을 갖추고 있던데?
서점 주인 할아버지 취미가 고서 수집이거든.
그러고 보니 궁금한 게 있어. 아조트는 정령이잖아? 그런데 연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뭐야?
궁금할 수도 있겠군, 의문을 가지는 건 좋지
그런데 별 거 없어. 그냥 내가 생겨난 뒤에 처음 만난 인간이 연금술사 였던 것 뿐이야.
음.. 인간들의 사회 관계에 빗대어 말하면 아버지 같은 거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어.
평생 연애도 안 하고 결혼도 안 하고 오로지 진리를 위한 연구에만 매달렸지
말년에는 성격이 괴팍해졌지만 눈이 어두워진 와중에도 연구 할 때 만큼은 열정을 불태우더라고.
그걸 곁에서 지켜보다 보니까..
대체 이 사람이 찾는 진리라는 게 뭘지 궁금해지더라고.
.. 대단한 사람이네
넌 그 사람을 따라 걷고 있는 거구나.
하하 예전에야 그 말이 맞았지만, 이제는 따라 걷는다고 할 수 없지.
지금은 내가 앞서 걷고 있을 걸?
그 사람은 그냥 여정의 시작일 뿐이야.
옛날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번에는 음식점을 알려줘.
이 마을에서는 어떤 조리법으로 음식을 하는지 궁금하네.
그래, 특별히 잘 하는 곳으로 데려가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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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 3화. 이름의 의미
20점이요? 아…….. 꿈이구나.
(…… 하, 시험을 보는 꿈이라니… 그런 꿈을 꿀 거면 잘 보기라도 하던가.. 20점이 뭐야 20점이..!)
(그래도…. 고향꿈.. 엄청 오랜만이네.. 가족들 얼굴도 보였으면 좋았을 텐데)
(그나저나 아조트를 만나러 가야겠어. 까먹기 전에 알려줘야지)
(… 분명 광장 근처의 숙소에 머물고 있다고 했었지?)
아조트! 여기있었구나.
음? 날 찾아온거야?
그래, 후우.. 광장 근처에 있다는 것만 알아서 한참 찾았네.
꽤나 급하게 찾은 것 같은데 이유가 뭐야?
아.. 별거는 아니고 갑자기 네 이름에 대해서 알려줄게 있어서.
내 이름? 아조트?
응!
오늘 오랜만에 고향꿈을 꿨는데, 그 참에 네 이름의 의미가 떠올랐지 뭐야.
하하하 그걸 알려주려고 이렇게 뛰어온거야?
좋아, 성의를 봐서 들어볼까?
그래서 내 이름의 의미가 뭔데?
읏.. 그렇게 빤히 바라보지마.. 부담 스럽잖아.
그.. 내가 살던 곳의 문자로 네 이름을 쓰면, 처음을 의미하는 글자 하나와, 마지막을 의미하는 글자가 합쳐져 있거든.
그래서 시작과 끝을 의미하며 완벽한 것을 의미한다고 했었어..
… 어릴 때 기억이라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이래.. 아마 맞을 거야.
그런데… 뭐야.. 왜 그렇게 봐?
흐음- 두 가지 이유가 있겠네?
내 이름의 의미가 마음에 들어서.
하하하하 시작과 끝이라니 엄청나게 거창한 이름이잖아!
그리고 이걸 알려주겠다고 뛰어온 네가 좋아서.
읏.. 그야 빨리 말해주지 않으면 까먹을 것 같았단 말야.
오늘 꿈꾸기 전에는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으니까.
그래 그래, 너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 아니지
어쩌면 오늘 알려준 것도 네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걸 수도 있어.
하지만 나는 이제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네가 말해준 그 의미가 생각날 거야.
내 이름이 얼마나 특별해졌는지 알겠어?
그러니까 당연히 기쁜 거지.
아….
그런 생각은 해본적 없었는데..
아마 내가 어디에 있어도 네가 떠오를 거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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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 4화. 다른 세상 이야기
어이! 여기야!
아조트, 많이 기다렸어?
음… 30분 정도?
기다리기 지루해서 먼저 한 잔 마시고 있었어 괜찮지?
집에 잠시 일이 생기는 바람에 늦었어 미안해
대신 오늘 마시는 술은 내가 살게
그래? 그러면 당연히 봐줘야지! 자 어서 앉아.
이번에 만나면 네 고향 이야기를 해주기로 했잖아?
하하.. 별거 아닌 이야기인데..
별거 아니라니, 무려 다른 세상 이야기잖아.
일반적인 사람들은 평생을 거쳐도 모를 이야기라고.
그렇게 말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잖아..
너무 추켜세우지 말아줘
어떤 이야기가 궁금해? 너무 범주를 크게 잡으면 뭐부터 말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거야.
그러니까 간단한 것 부터 잡아줘.
그리고.. 나는 평범한 학생이었으니까 너무 전문적인건 물어봐도 답하지 못할 거야.
흐응- 흐음 그래 네 말이 맞아.
원래 좋은 대답을 들으려면 질문부터 잘 해야 하는 거지.
그럼 우선 가장 궁금한 거를 물어 볼까
너는 학생이었다고 했지? 그 세계에서는 어떤 걸 배우지?
음.. 어디보자.. 큰 분류만 놓고 보면 배우는 건 크게 다르지 않을 거야.
어릴 때는 국어, 도덕, 사회, 수학, 과학, 체육, 음악… 그 정도?
그리고 나이가 들면 여기서 더 세분화 되면서.. 역사나 지리 같은 것도 배우게 돼.
흐음- 대체적으로 바로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은 아니네?
그런데 어릴 때랑 나이가 들면이라니? 얼마나 오랫동안 공부를 하는 거야?
음 일곱? 여덟? 나라마다 좀 다르긴 할텐데 그 때 부터 배우기 시작 해서 열 아홉 정도?
말도 안 돼.
그렇게 어릴 때 시작해서, 오랫동안 배우기만 한다고? 돈은 안 벌고?
내가 살았던 곳은 전체적으로 그랬어. 나라에 따라서는 더 차이가 있을 거야… 하하 내가 살았던 곳 말고는 어떤지 잘 몰라서..
흐음 그런 방식이면 부자들만 배울 수 있겠네?
아, 그건 또 그렇지 않아.
국가에서 일정 나이까지는 공부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거든
아, 이렇게 설명하면…
후아- 오늘 재미있었다.
나도, 오랜만에 옛날 이야기 했더니 즐겁네.
그런데… 조금 의외인 걸? 나는 네가 과학에 대해 물어볼거라고 생각했어.
하하 궁금하지 않은 건 아니야. 당연히 궁금하지
다만, 네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도 들고…
윽!!..
당장 오늘 물어 본 것들이 간단한 거였는데도 어려워 했잖아?
그야 여기 온지 오래 되어서!
하하하하 발끈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다른 나라의 자연 법칙이 이 곳에서도 동일하리란 법은 없으니까 물어보지 않는 거야.
너 말고 다른 이방인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 사람의 세계와는 많은 것들이 달랐거든.
음.. 하긴 그럴 수 있지
그러니 마음을 비우고 그쪽 세상에 대해 궁금한걸 물어본 것 뿐이야.
세상은 참 넓네.. 이만큼 살았는데도 아직 모르는 게 더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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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 5화. 놓쳐버린 작별인사
….아조트?
여기서 기다리면 만날 수 있을 줄 알았지.
.. 제대로 맞추긴 했는데
여기까지 찾아오다니..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음 별일이라면 별 일이고, 아니라면 아닌 일이네
지난 번에 만났을 때 곧 상단이 이동할 것 같다고 말했었잖아?
이동하는 날짜가 정해졌어.
그럼…… 너도 가겠구나.
이동 예정일이 언제야?
내일
그렇게 빨리?
곧 이동할 것 같다고 했었잖아?
…… 이 삼주 정도는 여유가 있을 줄 알았지.
설마 이렇게 빨리 갈 줄은 몰랐는데.
오늘은 작별 인사를 하러 온거야?
내일 배웅 와줄 거잖아? 인사는 내일 하자.
오늘은 같이 식사하면서 대화할 겸 소식을 알려주러 온 것 뿐이야.
(이런….. 갑작스럽게 예화정령이 나타나는 바람에 시간이 너무 지체됐어..)
(..아조트가 가기 전에 만날 수 있을까?)
(…. 역시 너무 늦어버린 건가..)
여어-
아조트? 상단이랑 함께 가는 거 아니었어?
상단은 이미 떠났다고 들었는데, 설마 늦잠 자서 놓친거야?
내가 그럴리가 없잖아.
그냥.. 당분간 이곳에 머무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것 뿐이야.
이 마을에만 있는 희귀한 서적도 있고, 근처에 있는 정령의 숲에도 관심이 있거든.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여기서 질릴만큼 연구한 후에 다시 다른 곳을 가는 것도 괜찮지.
하하.. 하하하
이제 영영 못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까 반갑네
흐응- 그 얼굴을 보니까 남기로 한 보람이 있네.
나랑 헤어진다고 생각하니까 슬펐나 보지? 울었어?
누가 울었다는 거야!
그런거 치고는 얼굴이 너무 상기 되어 있지만.. 넘어가줄게.
그럼 연구실을 차릴 만한 집이나 소개시켜줘,
상단에서 놓고간 내 짐들을 놔둘 곳은 있어야 할 거 아냐.
아.. 그렇지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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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츠쿠모케이
41.1. 1화. 케이는 제멋대로야
케이! 지금 무슨 짓을 한거야!
무슨 짓이라니?
적을 섬멸한 거잖아. 혹시 눈이 안 좋아? 안 보여?
정화할 수 있던 정령을 왜 섬멸하는 거야!
섬멸하면 그만인데 왜 그런 귀찮은 방법을 사용해야해?
그리고 나는 당신을 돕겠다고 했지, 명령을 듣겠다고 하진 않았어!
내 행동에 제약을 걸 생각이야?
(……. 말이 안 통하네)
훗 그리고 애초에 예화정령이라는 건 어둠에 굴복해버린 실패작들이잖아.
정화시켜줘 봤자 다시 예화 될 걸?
너가 없는 곳에서 다시 예화 되면 어쩌려고 해?
설마.. 내 눈 앞에서 죽지만 않으면 돼, 이런 타입이야?
윽… 그건
다시 예화 될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못하지만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잖아.
정화 하면 죽이지 않고 되돌릴 수 있는데 왜..
다시 말하지만 그게 내 방식이야.
앗!! 저기 또 있잖아!
같이가!! 케이!!!!
(이쯤 되면 도와주러 온 건지 방해하러 온 건지 모르겠군.)
(…이번에는 간신히 막았네)
… 치명상을 입지 않게 피해서 맞추니까 이렇게 늦어진 거잖아.
시간 낭비야 정말.
지금까지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나선 이상 이런 것들은 속전속결로 없애버릴 거야.
케이…
좋아! 앞으로는 특별히 내가 파트너가 되어 주겠어! 영광으로 알도록 해.
그럼 다음에 보자!!
아니, 그건 좀... 내게도 생각할 시간을 주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아… 완전 제멋대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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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 2화. 싸움의 방식
이렇게 야간에 임무가 떨어질 줄이야...
(게다가 하필이면…)
…? 내 얼굴에 뭐라도 묻은 거야?
아니 별 거 아니야.
와하하핫! 이몸과 단둘이 임무에 나서는 거잖아! 좀 더 즐거워해야 하지 않을까?
…충분히 즐거워.
(마구잡이로 죽이려 들지만 않는다면 말이지…)
(아.. 소리가 들린다)
잠깐만 케이, 저쪽에서 소리가 들려. 잠시 상황을 보고 움직이자
하하하하 그럴 필요가 뭐가 있어! 어차피 내 화살의 밥이 될텐데!
우후후훗, 바로 해치워 버리겠어.
무슨 짓이야!
너야 말로 무슨 짓이야! 내 육신에 멋대로 손을 대다니!
네가 다짜고짜 공격하려 하니까 그렇지.
어차피 이성을 잃고 더럽혀진 존재잖아.
죽이면 간단한 것을, 그런 고생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예화정령도 원래는 너희와 같은 정령이었어.
같은 정령이라니, 실례야! 난 하늘의 태양마저 떨어뜨릴 수 있는 몸이라고!
설마… 날 무시하려는 거라면 아무리 너라도 용서할 수 없겠는데…
무시하는 게 아니야. 사실을 말하는 거지
정화하면 다시 정령으로 돌아오는데, 왜 죽이려고 하는 거야.
전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네 곁에는 내가 있잖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죽인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게 아니야
케이, 넌 단순한 살육광인 거야? 말해봐
살육…..
그래 네가 하는 건 그저 살육일 뿐이야.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내가 싸우는 방식이, 정말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걸까?
오염된 걸 전부 정화시켜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어. 그리고 그게 내 사명이야…
모두라…
재미있네.
응? 뭐가?
그렇게까지 정령을 생각해 주다니…
그거야… 정화하는 게 내 일이기도 하고, 또…
게다가 이몸에게 그렇게 당당히 따질 줄은 몰랐어.
흥, 역시 내가 눈여겨본 남자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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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3화. 케이와 함께하는 아침
으음…
(이렇게 이른 시각부터 누구지…)
…
짜잔! 이몸이 아침부터 단장을 찾아 왔다고?
...일단 말해두는데, 이제 막 해가 떴어…
음?
… 대체 이 시간에 무슨 용건이야..
뭐야, 벌써 잊은 거야? 지난 번에 오염을 정화 시켜서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겠다고 했잖아?
그러면 어떤 예화정령이 나타나도 정화시킬 수 있을만큼 강해져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아하하핫, 뻔하지! 수련이닷!
그건 이미 매일 하고 있는데…
한~참 부족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그 정도의 힘으로 날 설득시키기는 무리지.
알았으니까 일단 가줘. 오를레아가 깨겠어.
무례하네. 이몸이 직접 찾아왔는데 차라도 내올 생각을 해야지, 쫓아내려 하다니.
대체 무슨 수련을 하겠다는 거야?
음~ 우선은 순찰부터?
분명히 수련이라고 하지 않았어?
와하핫! 순찰도 중요한 수련이라고!
동료 간의 호흡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겠지?
함께 순찰하며 적의 동태를 살피는 건, 중요한 수련이야.
…
(하는 수 없네. 적당히 어울려 주자.)
흐응~ 여기는 아무것도 없네
하아암~
그럼 다음은 숲에서 산책을!!
잠깐. 방금 산책이라고 하지 않았어?
아하하, 기분 탓이야. 기분 탓! 설마 이몸이 실언을 했을 리가…!
(뭐냐고 진짜…)
여기도 조용하네 다행이야.
그.. 그러네. 다음은 어딜… 순찰할까…
..이정도 순찰을 했으면 되지 않았어? 이제 돌아가자
그, 그래? 후후훗, 그렇구나! 하지만 돌아가기 전에 아침은 먹고 가는 게 어때?
아침?
놀라지 마시라! 위대하신 이몸이 특별히 널 위해 아침을 준비했다고!
… 도시락을 싸왔어?
도… 아니지, 그런 하찮은 게 아니야. 내가 만드는 주먹밥은 그런 이름으로 부를 만큼 만만한 게 아니라고.
훗! 아무튼 영광으로 알고 받도록 해.
… 고마워 잘 먹을게
(어쩌면… 그냥 아침을 같이 먹고 싶었던게 아닐까..)
/
41.4. 4화. 복숭아는 싫어!
오늘은 이 정도로 끝낼까.
응! 수고 했어 단장!
(누가 보면.. 케이가 단장이고 내가 부하인 줄 알겠네..)
… 돌아갈거긴 하지만.. 너무 풀어진 거 아니야?
혹시라도 예화정령이 나타나면 어쩌려고 그래
뭐, 그건 걱정할 거 없어. 만야 풀어진거 같이 보여도 주변을 잘 살피고 있다고!
단장은 나만 믿고….. 읏!!
어라? 방금…
…
방금 그 소리.. 케이의 배에서 난 소리……맞지?
그, 글쎄? 나는 못 들은 것 같은데!!!
이번에는 확실히 들었어. 배가 고픈 거구나? 하긴, 벌써 점심때가 지난지 꽤 되었으니까.
전혀 아니지만! 이번에는… 그렇다고 해 둘까…
(정말 자존심 센 아이네…)
나도 배고픈 건 마찬가지야. 기왕 깊이 들어왔는데 숲에서 해결할까?
숲에서?
응. 이 지역에는 과일이 꽤 많아서 괜찮을 것 같은데.
과일…!
조금 전 지나온 길에도 복숭아가 주렁주렁…
그, 그냥 다른 걸 먹으면 안 될까… 아, 아니다! 이몸이 친히 다른 과일을 따오겠어!
(왜 저렇게 당황하는 거지?)
저기… 케이, 혹시 복숭아 싫어해?
윽…
역시 그런 거구나.
시, 싫어한다기 보다… 먹으면 자꾸 재채기가 나서…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구나...)
뭐야? 그 표정은…
앗! 설마...! 이 내가 고작 복숭아 따위를 무서워하는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괜찮아, 괜찮아. 알레르기라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그.러.니.까! 단순히 재채기가 나는 게 귀찮아서 싫어하는 것 뿐이라고! 먹으라면 먹을 수 있어!
알겠어. 알겠으니까 진정해.
몰라. 무례하게 쳐다본 건 너라고
그럼 이렇게 하자. 마침 주머니 사정도 괜찮으니 마을에서 맛있는 거 사줄게.
앗, 정말?
그래. 최근 좋은 가게를 찾았거든. 덕분에 임무도 금방 끝났고.
(사실 마리가 알려준 가게지만.)
아, 아하하핫! 보, 복숭아도 괜찮지만… 이번만 특별히 대접하는 걸 허락해 주겠어!!
/
41.5. 5화. 해를 쏘고 싶어
단장…………. 더워
더워…. 더워… 덥다고!!
케이.. 조금만 참아봐. 아직 정찰이 끝나지 않았어.
(… 오늘 이상하게 날이 덥긴 한데… 케이는 더위에 약하구나)
으으….
아.. 저 태양 쏴버리고 싶다…
이글이글 하면서 낮게 떠 있는데 내가 활로 쏘면 닿지 않을까?
(아무리 더워도 그렇지.. 태양을 활로 쏠 생각을…)
(가만.. 이거 어디서 들어본 이야기인 것 같은데)
단장, 어떻게 생각해?
내가 전심 전력으로 활을 쏘면 해를 떨어트릴 수 있지 않을까?
안 돼
응?
하나 밖에 안 남은 해 마저 떨어트릴 생각이야?
태양이 사라지면 어떻게 되는 지 알아?
태양이 없으면 이 세상은 점점 더 차게 식어 갈거야. 결국에는 얼음 왕국이 되겠지
그리고 당장 눈 앞에 있는 너도 볼 수 없는 만큼 어두워 질거야.
태양이 없으니 식물이 자라지 못할 테고
과일도 곡물도 없으니 사람들은 굶어 죽겠지.
알…았어.
알아 들었으니까 진정해 단장
(아…!! 순간 옛날이야기랑 헷갈렸구나..)
내가 진짜 해를 쏘아서 떨어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 한거야?
아하하하 단장 나를 그렇게까지 믿어주니까 너무 좋은데
아무리 그래도 해를 떨어트릴리가 없잖아.
… 아무래도 잠깐 정신을 놨던 것 같아..
너무 더웠나 봐.
하하하 단장 더위먹었나 보다.
나 보고는 잠깐 참으라더니, 정작 본인이 먼저 망가졌잖아?
으.. 너무 웃지마.
안 되겠어.. 빨리 끝내고 강변에 가자.
시원한 강물에 발을 담그면 좀 나아질거야
좋아!
(… 머리를 좀 식혀야 겠어)
/
42. 판테라
42.1. 1화. 표범같은 그녀
거기, 밑에! 시끄러워.
응? 누구야?
모처럼 느긋하게 낮잠 좀 자려고 했더니 대체 뭐야?
넌 분명히… 판테라였지? 나무 위에서 뭐 하는 거야?
읏챠~! 방금 말했잖아.
낮잠 좀 자려고 했었다고.
(…팔자 좋은 정령이네. 이쪽은 예화정령의 습격에 대비해 순찰중인데.)
하암… 너 매일 여기 지나다니고 있지? 가급적이면 밤에 산책하면 안돼?
여기는 내 아지트야. 그런데 그렇게 소란스럽게 다니면, 잠을 잘 수가 없다고.
…밤에는 위험하잖아. 게다가 동료를 부르기도 힘들고.
위험?
산책이 아니거든. 제람님의 명령으로 마을 외곽을 순찰하고 있는 거야.
언제 어디서 예화정령이 나타날지 모르니까.
오호? 성실한 녀석이구나.
(꼬리도 그렇고, 귀도 그렇고… 표범… 아니, 고양이 같네.)
아무튼 난 공무 수행중이라고. 낮잠이면 네가 다른 곳에서 자면 되잖아.
흠흠, 흠!
왜, 왜 그런 눈으로…
너, 예화정령을 찾아 물리치려는 거지?
그렇기는 한데… 물리친다기 보다는 정화시키려는 거지만.
정화?
그거 재미있을 거 같은데! 나도 동참하겠어.
사양할게.
너, 너무하군! 단칼에 거절해 버릴 줄이야.
이건 장난이 아니라고. 게다가 강한 동료들도 있으니까 괜찮아.
훗, 강한 거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몸인데? 우후후훗!
그렇구나.
뭐야, 그 못 믿겠다는 눈은? 그럼 오늘 밤에 제대로 보여주도록 하지!
응? 앗, 잠깐. 아까도 말했지만 밤에는…
에잇, 시끄러워! 나는 밤이 더 활동하기 편하단 말이야.
이따가 꼭 오도록 해. 기다리고 있는다?
(나쁜 정령같지는 않은데… 하긴, 최근 예화정령이 늘어나서 밤에도 순찰할까 고민중이기는 했지. 한 번 기대해 볼까.)
42.2. 2화. 말괄량이
여~ 왔구나! 내가 보고 싶었어?
아니,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자잘한 건 됐고 그럼 지난 번에 말한대로 동행해보도록 할까?
(완전히 제멋대로군…)
(그래도 좀 든든하기는 하네. 이 기운… 확실히 꽤 강한 정령인 것 같아.)
(게다가 저 야성미 넘치는 몸매는…)
흠… 내가 아무리 매력이 넘친다고는 해도 그렇게 뚫어지게 보는 건 좀…
조, 좋아! 빨리 가자!
후후훗, 좋았어~! 예화정령은 어디냐!
…글쎄.
뭐야, 그것도 모르는 거야?
본격적으로 싸울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순찰이라고 말하지 않았었나?
뭐야 그게. 김 빠지네.
(잠이나 잘 걸 그랬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혼자서라도…)
음? 설마 날 두고 가려는 건 아니지?
응? 흥미를 잃은 거 아니었어?
그렇기는 하지만… 네가 멋대로 당해버리기라도 하면 밤에 나오라고 한 내 책임 같잖아.
후훗, 그러니 특별히 이번만큼은 같이 놀아줄게.
노는 게 아니야.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임무라고.
특히 오늘은 예화정령이 나타났다는 첩보가 있어서 온 거야.
밤에 누군가가 습격당하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그러니까… 음…
(저렇게 호기심 동한 눈으로 쳐다보니 나무라기도 힘들잖아.)
역시! 단순한 순찰이 아니잖아. 첩보가 있었다는 거지?
그, 그래
좋아, 그럼 어디 한 번 찾아볼까? 야성의 감을 믿어 봐.
(야성의 감? 아직 아무런 낌새도 없는데.)
…
있잖아~ 별로 수상한 기운은 안 느껴지는데?
그거 정말 믿을만한 첩보인 거야? 쳇, 시시하네…
본격적으로 일을 벌이지 않으면 감지하기 힘들지.
하지만 일이 터진 다음에는 늦어. 순찰은 예방 차원으로 하는 거라고.
너 정말 성실하네. 애아빠라 그런가.
쿨럭! 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같이 갈거면 서둘러. 영지 외곽은 넓다고?
알겠어. 뭔가 재미있는 일이 생기겠지.
(오히려 예화정령이 나오기를 바라는 거냐. 의욕이 대단하네...)
그럼 나쁜 녀석들을 찾아 볼 겸 나무 위로 올라가 볼까?
…네가 무슨 고양이냐.
고양이라니,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걸? 난 좀 더 고귀한 존재라고!
훗, 아무튼 밤새 어울려 줄게. 특별히 시간을 내 준 거니까 잘 안내하도록!
아… 그래…
42.3. 3화. 좋은 아버지가 될 거야
음?
(모처럼 편하게 쉬려고 하는데 누구지.)
왜 이렇게 늦게 나와? 굼벵이 같은… 자, 잠깐? 무시하지 말고!
이 시간에 대체 무슨 용무인데?
그게 말이야. 밤이 되니까 어째 점점 추워지더라고.
그래서 몸 좀 풀 겸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는데… 네 집이 보이지 뭐야?
숲 속도 아늑하지만, 역시 따뜻한 온기가 가득한 집도 훌륭하겠지.
추우면 옷을 좀 더 껴입는 편이…
그나저나, 어째 말투가 어색한데…? 혹시 다른 이유도 있는 거 아니야?
큭… 들켰나…
후훗, 들켰다면 할 수 없지! 사실은 배가 고파.
그래서?
밥을 달라는 거야. 밥을 안 먹으면 힘이 안 난다고.
애초에 잘 시간이지 않나.
난 지금부터가 주 활동시간인데?
(판테라는 완전히 낮과 밤이 바뀐 게 아닐까.)
빨리! 빨리!
그렇게 눈을 빛내며 보채도, 우리 집에 대단한 건 없어.
(쫓아내고 싶지만, 오를레아도 자고 있는데 소란이라도 피우면 귀찮아지겠지.)
흠, 일단 들어 와.
오~! 꽤 따뜻한 집이군.
제법 잘 꾸며 두었는걸? 히야아~ 좋다.
완전히 눌러앉을 생각인 건 아니겠지?
난 자유로운 정령이라고. 이렇게 갑갑한 곳에서 계속 지낼 것 같아?
(그 갑갑한 곳에 찾아온 게 바로 자신이면서.)
…맛있는 건 기대하지 마.
그래그래, 난 뭐든 잘 먹으니까 괜찮아.
다행히 저녁 먹고 남은 재료가 좀 있네.
…음
…이 정도면 만족하겠지.
어라?
으으으음…
왜 또 불만 가득한 표정이야?
…기다리기만 하니까 뭔가 재미가 없어.
오밤중에 남의 집에 와서 늘어진 채로 그런 말을 해도...
있잖아~ 넌 왜 그렇게 예화정령을 정화시키려는 거야?
여러가지 이유가 있어. 정령들이 예화되어 고통받는 걸 원치도 않고…
게다가… 오를레아랑 계속 함께 있기 위해서도…
흠, 진심이구나.
당연하지. 그 애는 지금의 내가 있게 해준 존재나 다름없어.
그렇다면 잘 보살펴 주라고. 지금 내게 해주는 것처럼.
…그러면 될까?
물론이지~ 덕분에 난 지금 굉장히 편하거든. 후후훗! 넌 좋은 아버지가 될거야.
(오늘은 아예 여기서 뒹굴 작정인가 보네. 뭐, 특별히 이번만 봐줄까...)
아무튼, 격려 고맙다.
/
42.4. 4화. 고마운 존재
오? 어쩐 일로 먼저 찾아온 거야?
오늘은 이쪽에 있었구나. 부탁을 하러 왔어.
부탁?
하아암~ 졸리니까 짧게 말해.
지금 좀 같이 가줬으면 하는데.
서쪽 숲에 예화정령이 다수 나타났는데, 공교롭게도 지금 동료들이 모두 다른 쪽의 오염을 막고 있거든.
원인을 확인해야 하는데 혼자 가면 조사할 틈도 없을 거 같아서 말이야.
호오라~ 그래서 강한 내게 고개숙여 부탁하러 왔구나! 후후훗!
음, 역시 다른 정령에게 부탁을…
우앗! 그러지 마. 나 심심하단 말야!
…그러니까 놀러가는 게 아니라고.
아무튼 판테라, 네가 강해서 부탁하는 것도 있지만 그쪽에는 너도 지켜야 할 게 있잖아.
이유?
네가 맨날 낮잠자는 곳 말이야! 아지트!
아지트…? 앗, 그게 그쪽에 있구나!
(이쯤 되면 정말 아지트로 삼고 있는지도 의문이 드네.)
설마 까먹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무슨! 실례되는 말 하지마.
제대로 꾸미고 있어. 막상 하다보니 좀 지겨워져서 잠시 내버려두고 있었지만.
(오래 집중하지 못하는 성격이군.)
(어쩌면 판테라가 강한 것도 질질 끌기 싫어하는 성격 탓인지도…)
뭐 해? 빨리 안 오면 두고 간다?
너, 갑자기 엄청 의욕이 넘친다.
그럴 수밖에 없잖아! 감히 남의 구역을 넘보다니!
그러니까, 그런 이유로 같이 가자는 게…
우랴앗!
휴~ 힘들었다.
그래도 네가 잘 막아준 덕분에 제대로 조사할 수 있었어.
전부 정화하지는 못했지만… 고마워.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군! 내가 나섰으니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런데 너 대부분의 시간을 나무 위에서 보내지 않아? 오늘은 어쩐 일로?
그렇기는 한데, 요새는 따뜻한 햇볕 아래에서 늘어져 있는 게 좋아
…추워서 그런 거지?
어, 어쩔 수 없잖아. 추위를 잘 타는 걸.
흠... 그러면 임무도 도와줬으니까 집에서 따뜻한 스프라도 만들어 줄까?
뭐야! 뭐야뭐야! 너 나한테 관심 있냐!
…왜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 거야.
어, 어쩔 수 없네! 오늘도 그럼 신세져 볼까! 아하핫!
/
42.5. 5화. 네 도움이 되고 싶어
(어째 요즘에는 판테라가 뜸하네.)
(아, 혹시 전에 만났던 그곳에 있나?)
이쪽에 있으려나.
어라? 너 여기는 어쩐 일이냐.
역시! 여기에 있었구나.
설마 또 내 힘을 빌리고 싶은 건가? 오늘은 좀 자고 싶은데.
요새 좀 피곤했거든.
(어? 그러고 보니 여기저기 엉망이네. 무슨 일에 휘말리기라도 한 건가.)
…혹시 요새 자주 안 보이던 것과 관련있는 거야?
아, 아무것도 아니야!
판테라!
날 보고 제대로 말해줘. 그렇게 많던 예화정령이 최근 꽤 줄어들어 있었다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설마 네가 혼자 싸우고 다녔던 거야?
쳇… 하여간 눈치는 빠른 인간이라니까.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위험하잖아. 네가 아무리 강해도 자칫하면…
하지만 너 최근 제대로 쉬지도 못했잖아. 네가 지쳐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떡해.
…그, 그건.
물론 오를레아를 보살피는 것도 중요해. 그렇다고 해서 내 짐을 네게 지울 순 없어.
무슨 소리야?
내게 따뜻한 밥을 차려줄 소중한 자원이 없어질까봐 그러는 거라고.
(나 혹시 이 녀석에게 집사 취급 당하고 있는 건가?)
게다가 너, 혼자서 다 끌어안고 무리하는 타입이잖아.
응?
매번 얻어먹기만 하면 마음이 불편하단 말이지.
그러니까, 이 정도 무리는 괜찮다고 생각해.
판테라…
어때, 감동이지? 후후훗, 그러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아니, 그걸로는 한참 부족하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뭐, 뭣!
네가 얻어먹은 게 몇 번인지 세기 힘들 정도가 되어가고 있다고.
은근슬쩍 그런 식으로 빠져나갈 생각 하지 마라.
끄응… 알겠다… 그렇다면 남은 건 몸으로 갚겠어.
누가 들으면 오해할 만한 말 하지 말라고!
(하여간… 정말이지, 단순한 듯 하면서도 속이 깊은 애라니까.)
(그래도 기특하네. 앞으로는 어리광을 부려도 조금은...)
앗! 이 녀석, 얼굴 붉히기는. 역시 수컷들이란~.
아니라고!
/
43. 엔마
43.1. 1화. 엔마는 재판장
끄응~ 신경 쓰이네…
거기 잘생긴 오라버니,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내가 해결해 줄까?
응?
어… 너는…
난 엔마야! 굉장히 대단한 힘을 가진 정령이라고?
그러냐... 마침 잘 됐네. 실은 조금 난감한 상황에 처해 버렸어.
기사단의 공로를 치하하겠다고 영주님께서 커다란 케이크를 주셨거든.
마, 맛있겠다!
그렇겠지. 생크림과 과일이 듬뿍 얹어진 초대형 케이크니까.
그런데 뭐가 문제라는 거야?
그 케이크를 아홉 개의 조각으로 나눠야 해.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 봐도 똑같은 크기로 아홉 개를 나누는 게 쉽지가 않네.
음후후후…
그건 어렵지 않아.
엣? 그래? 난 그냥 적당히 나눠서 분배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건 안돼! 모두가 노력해서 받은 상이잖아.
그럼 모두가 같은 크기의 케이크를 받아야 한다고~.
그, 그건 그렇지.
(만나자마자 혼났네. 겉보기에는 귀여운데 뭔가 어른스럽군.)
…있잖아 엔마,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겠어? 방법을 알면 좀 가르쳐줘.
격자로 잘라내면 돼.
격자?
일반적으로 자르는 방식 말고, 가로세로 같은 비율로 잘라내면…
아! 아홉 조각이 나오네?
우후훗, 그렇지?
그런데 이거, 전체 크기는 같게 할 수는 있어도… 위에 올라간 크림은 달라지는데.
중간 조각은 누굴 주는 게 좋을까?
중간 조각… 그거, 받으면 특별 대우하는 것처럼 느껴지겠지?
음,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 그냥 내가 먹어 버리면 되나.
그건 안되지. 물론 정당한 이유를 댈 수는 있겠지만…
오라버니는 동료들과 함께 공을 나누고 싶을 거 아냐.
그렇기는 한데…
에헴~! 좋아, 내가 판결을 내 주지. 아주 공평하게 딱 정해 주겠어.
중간 케이크 조각은, 내게 공물로 바치는 것이다!!
…
엥?
그게 뭐야! 전혀 공평하지 않잖아. 네게 줄 조각 같은 건 없다고~!
어허, 이 오라버니가 큰일날 소리를 하네. 도움을 받았으면 대가를 지불하는 게 정의로운 거야.
그, 그렇다고 해서 그걸 네게 주면…
뭐 어때? 깔끔하잖아. 누구에게 줘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오라버니가 다른 아이들의 눈치를 보며 그걸 먹을 필요도 없어지니까.
아니, 그런 소리가 아니라 한 명이 못 먹게 되니까 하는 말인데…
오라버니가 먹지 않으면 되지. 이미 먹고 왔다고 하면, 짜잔! 만사형통!
전혀 제대로 해결된 게 아니잖아~! 의미도 완전히 달라졌어!
잠깐… 네게도 케이크를 나누어 주는 거라면…
…애초에 열 조각으로 나누면 되잖아?
…앗!
우리 좀 바보 같다.
/
43.2. 2화. 악법도 법이냐?
아, 오늘 축제였구나…
사람이 굉장히 많은데?
다들 힘든 시기를 잘 견뎌내고 싶은 거겠지.
엔마, 사람이 많으니까 뒤에 잘 붙어서 따라와. 미아라도 되면 곤란하다고.
거, 걱정하지 않아도 돼. 딱 붙어 있을 테니까.
(어째 딸이 하나 더 생긴 기분이네... 아니, 여동생인가.)
복잡하기는 해도 다들 즐거워 보이니까 나까지 기분이 좋아.
이 세상은 정말 평화롭구나.
음… 꼭 그렇지마는 않지.
그래?
전 대륙이 점차 오염되어 가고 있잖아. 크고 작은 싸움이 연일 일어나고 있어.
게다가 인간들 중에서도 나쁜 사람이 있어서, 고통받고 있는 마을도 있지.
나쁜 사람은 용서할 수 없어!
그래… 동감이야. 그런 사람들은 단순히 나쁜 짓을 저지르고 끝나는 게 아니거든.
악법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더 괴롭게 하지. 권력을 악용하는 거야.
그럴 수가.
그럼 우리들이 그런 사람들을 해치워 버리자!
악인은 사라져야 한다고! 심판해야 해!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만, 우리들의 임무는 오염을 막는 거야.
실제로 지금은 예화 정령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니까…
치안 유지에도 도움을 주고는 있지만 그 이상은 무리야.
으으… 분해.
악법은 없어져야 해. 그런 건 전혀 공정하지 못하잖아!
그건 나도 동의해. 하지만 법이라는 건 쉽게 없앨 수 없을 거야.
그래서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으음, 내가 예전에 살던 세상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말이지.
그거 굉장히 나쁜 말인데. 아주 공감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은 공정한 판결을 받고 싶어 한다고. 이상한 법 같은 건 없는 편이 나아.
음~ 그럼 이건 어떻게 생각해? 금주법.
금주법?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한다는 거야?
응. 술을 마시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종교적인 이유로 걸리기도 해서-
실제로 내가 있던 세상에선 시행된 적이 있는 법이거든. 이건 악법일까?
마땅한 사유가 있다면 필요한 법이겠지만…
행위 자체가 문제가 되지 않는데도 자유를 제한한다는 게 좀 그러네.
과연 거기에 정의가 있는 걸까?
정의라.
응! 정의가 없는 법은 법이 아니야! 나는 정의의 수호자라고!
하하, 그거 좋은 말이다. 네 말을 듣고 보니까 공감이 가.
그, 그래? 에헴~! 역시 오라버니는 사람을 볼 줄 아는구나.
앗, 또 사람이 많아졌다. 엔마, 뒤쳐지지 말고 잘 따라와야 해?
걱정마! 오라버니에게 딱 붙어서… 앗? 저기서 어떤 애가 울고 있어?
무슨 일이냐~ 내가 간닷!
엑? 자, 잠깐!
사라져 버렸네… 하하, 이거 저 녀석 찾다가 점심도 못 먹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43.3. 3화. 기사단의 중재자
아, 엔마!
오, 잘생긴 오라버니. 무슨 볼일이야?
자, 잘생긴… 왠지 그거 진심이 아니라 습관처럼 들리는 건 기분 탓이냐.
후훗,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사실 아까 다른 정령들에게 이야기 들었어. 네가 요새 애들 단속하고 다닌다며?
으음~ 내 활약이 벌써 오라버니에게까지 전해졌구나.
뭐… 활약이라면 활약이기는 하지.
문제아가 한둘이 아니니까 중재해 주고 관리해 주는 건 좋아.
응, 응!
하지만 하나 문제가 있었어.
어째서 예화 정령과 싸우는 중에 싸움을 말린 거야?
윽… 그건…
네가 정의롭다는 건 알겠지만, 그걸 오염된 정령에게까지 드러낼 필요는 없잖아.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고.
하, 하지만 오라버니. 그 정령… 조금이기는 해도 의식이 남아 있었어.
뭐? 정말?
응!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설마 전처럼 자아를 가진 예화 정령이?)
(아니, 그랬으면 그녀들이 무사히 돌아왔을 리 없어. 나도 다른 쪽에 있었고…)
(아무래도 이 건은 좀 더 조사를 해봐야겠다.)
오라버니? 설마 이 엔마의 말을 못 믿는 건 아니겠지?
아, 아니야. 잠시 생각 좀 하고 있었어.
…정말 의식이 남아 있었다면, 다른 애들은 왜 그냥 공격하려 한 걸까?
으음~ 그건 아마도 나만 알고 있어서 그랬던 게 아닐까.
너만?
응, 나는 원념을 들을 수 있거든.
정말이야?
당연하지. 에헴, 난 심판자라고. 마나가 오염되었다고는 해도 영혼이 사라지는 건 아니야.
오라버니도 그렇기 때문에 정화할 수 있는 거잖아? 오염을 걷어내는 거.
그렇지… 예화 정령도 원래는 평범한 정령이니까.
바로 그거야. 그러니까 나로서는 중재할 수밖에 없다고.
확실히 그렇다면 그게 당연한 거겠지.
역시! 오라버니는 말이 통할 줄 알았다니까?
울고 있는 애를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거든.
음… 하지만 이건 조금 신중히 접근하는 게 좋겠어.
왜?
다른 애들에게는 그냥 네가 위험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잖아.
게다가 나나 오를레아가 없다면 정화시키는 것도 무리니까…
자칫하다가는 너까지 어둠에 잡아먹힐 수도 있다고.
그렇구나…
오라버니는, 날 걱정하는 거군. 이거 꽤 기쁜데?
기뻐?
응. 엔마는 항상 다른 이들이 다투는 걸 말리거나 중재하기만 했거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
난 억울함을 당한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을 계승하고 있는 정령이니까.
그렇구나…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널 걱정하는 게 당연한 건지도 몰라.
…그래? 그게 오라버니의 업(業)인가?
그게 아니야. 너 또한… 다른 애들처럼 내겐 소중한 동료이기 때문인 거야.
으음!
방금 그 말은, 내가 태어난 이후로 들은 말 중 가장 기뻤어.
고마워, 오라버니.
/
43.4. 4화. 모두를 위해
있잖아, 오라버니. 뭔가 좀 재미있는 이야기 없어?
응? 재미있는 이야기? 글쎄…
요새는 너무 평온하단 말이지. 이래서야 내가 나설 일이 없잖아.
(평화로우면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닐까…)
좋아, 그러면 내가 있었던 세계에서 전해져 내려오던 이야기를 해줄까.
오~ 좋아 좋아! 어서 시작해 보라고.
어느 나라에 왕이 있었는데, 굉장히 재판을 잘했다고 해.
그 왕에게 어느 날 두 여자가 한 아이와 함께 찾아왔는데-
서로 그 아이를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했지.
왕은 어떻게 판결을 냈을까?
호오, 그렇군. 이거 흥미진진한데?
나라면 영혼의 끈이 누구와 이어져 있는지 확인해 보겠어!
음… 평범한 인간에게 그건 무리야.
그런가~ 흠, 역시 이건 누구의 모성이 더 강한지를 실험하는 수밖에 없겠는걸.
오?
왜?
아니, 꽤 정답에 근접한 이야기라 놀랐어.
네 말처럼, 그 왕도 그걸로 판결을 내리고자 했지.
아이를 반으로 쪼개서, 여인들에게 나누어 주기로 한 거야.
뭣이! 그건 안될 말이야~! 그러면 애가 죽어 버린다고?
실제로 자르지는 않았어. 애가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누가 더 슬퍼하나 보고 싶었겠지.
으음~ 확실히 그런 방식으로 결착 지을 수도 있겠지만...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응? 그럼 다른 좋은 방법이라도 있는 거야?
어라? 엔마, 혹시 울어?
모, 몰라. 흑, 오라버니가 너무 슬픈 이야기를 했잖아! 우으… 욱…
후아아아앙~!
(대체 얼마나 깊이 몰입한 거지. 여기서 펑펑 울 줄이야.)
저기… 사람들이 쳐다보는데...
흐엉엉, 후엉~.
자, 착하지? 뚝 하자. 맛있는 거 사줄 테니까.
…
그, 그러면 그칠게. 거래가 성립된 이상 야, 약속은 지켜야 하니까.
이걸 어른스럽다고 해야 할지 어린애 같다고 해야 할지…
으음!
앗, 시, 실수야! 마음의 소리가 새어나간 것뿐이야. 무, 물론 진심도 아니고…
흥, 날 그렇게 보고 있었다니.
후우… 내가 운 건 불쌍하기 때문이야.
친 엄마 쪽의 여자가 말이지?
아니. 아기.
아기?
태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른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게다가 자칫했다가는 반으로 잘려 죽었을지도 모르잖아.
음, 하긴… 거기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면 정말 실행에 옮겼을 지도 모르지.
예전에는 상식 밖의 일도 많이 일어났다고 하니까.
나라면 그런 무식한 방법으로 판결 내지 않을 거야.
그러면?
공평하게, 하루씩 돌아가면서 육아를 맡는 거야. 두 사람 모두의 아이가 되는 거지.
엑, 그게 더 불쌍하지 않아? 자칫하면 남을 어머니라 부르게 될 수도 있는데.
친모에게도 불쌍하고.
그럴지도 모르지만, 생각해봐.
애초에 그 상황까지 끌고 간 건, 아이의 원래 부모에게도 책임이 있어.
자기 애를 잃어버린 거잖아! 애가 재판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돼!
만약 다른 여인이 무단으로 남의 집에 들어가서 데리고 나온 거면 몰라도…
이건 아기가 세상에 나오자마자 벌어진 일이 아니야. 최소한 몇 달 뒤의 일이지.
그럼 관리 책임도 물어야 해!
…흠, 넌 정말 모두에게 공정한 결말이 되도록 생각하는구나.
그래도 그게 합리적인 해결이 될 수는 없어.
그, 그럴까…
하지만… 지금 이 시대라면…
네가 모두를 생각하는 그 마음이, 예화 정령을 정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몰라.
/
43.5. 5화. 사랑과 우정 사이
옷, 잘생긴 오라버니~ 좋은 아침!
…음, 네 아침 인사는 항상 기분 좋게 들리긴 하지만 뭔가 좀 가식적인 부분이…
그랬어? 으음, 그러면 다음부터는 졸리운 아침! 이라고 할까…
그 부분을 말하는 게 아니야.
유독 내게만 과한 미사여구를 붙이는 거 같아서 조금 낯부끄럽다고.
아아~ 하지만 엔마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 걸.
윽.
내가 그래서 싫어? 오라버니의 생각을 말해 봐. 들어줄 테니까.
(어, 어쩐지… 살짝 귀찮게 된 감이…)
(안되겠다, 화제를 바꾸자... 마침 고민이 하나 있었지.)
아참, 그렇지 않아도 널 보면 묻고 싶은 게 있었는데.
으으음~ 말 돌리려는 거 같은데…
아니야, 정말이라고!
…뭔데? 이야기는 들어줄게.
어제 애들끼리 티격태격하길래 무슨 일이 있나 물어봤더니-
뭣이! 또 내가 없는 틈을 타서 그런 일이!
…진정하고 좀 들어 봐.
으응…
이성 친구와 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인가!' 라는 부분이었어.
단둘이 술을 마신다든가, 공연을 보러 간다든가… 그런 걸 납득할 수 있겠냐는 거지.
흠.
어째 오늘은 반응이 좀 별로다?
아니야~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
오라버니와 나는 무슨 사이인 것인가! 하고…
그, 그냥 동료가 아닐까.
…하지만 둘이 숲도 가고, 강변도 가고, 상점도 둘러보고… 어, 다 했는데?
그런 말 남들이 들으면 진짜로 오해한다? 전부 임무였거나 사소한 만남이었잖아.
애정이 식어버린 것이군.
그렇지 않거든?
에잇, 아무튼 그거나 해결해 봐. 요새 다들 로맨스에 빠져서 골치가 아파 죽겠어.
누구 말이 맞는지 판단해 주면 되는 건가?
개인 견해 차이니까 그건 힘들겠지. 다만 그런 말이 좀 안 나오게 해 달라는 거야.
큰 문제가 벌어지지 않으니까 남아도는 에너지를 그런 식으로 소비하는 건데…
결국 내게 화살이 돌아와서 죽을 지경이야.
오라버니는 인기가 많으니까 말이지.
별로 기쁘지가 않군…
우후훗, 이건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가 아닐까 싶네.
앗, 정말? 역시 엔마야! 대단해!
어떻게 하면 될까?
오라버니를 똑같은 크기로 잘라서 모두에게 나누어 주는 거지.
…너 지난 번 내가 울렸다고 복수하는 거지?
흐음, 하지만 공평하게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은 그것밖에 없지 않을까.
난 불행해질 텐데?
고귀한 희생인 거지.
네 입에서 희생이라는 단어가 나올 줄이야…
에잇, 좀 더 너답게 판결을 내려 달라고!
하는 수 없지. 오라버니가 안타깝기는 하니까 내가 해결해 줄게.
오오, 역시!
그런 다툼은 결국 개인의 차이에 있는 거야.
응, 응.
그러니까 결판이 안 나고 결국 오라버니에게 묻게 되는 거지.
응, 응!
그러면 해결 방법은 간단해. 오라버니가 대답을 해 주는 거야.
응? 하지만… 나도 뭐라고 말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연애 경험이 풍부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한쪽 편을 들면 기분 상하는 녀석이 생기잖아.
한쪽 편이 아니야. 전혀 다른 대답을 하는 거라고?
앗, 어떻게?
에헴!
내가 엔마에게 하는 게 우정과 사랑 사이의 경계선이야-하고 말하면 돼.
…왜 거기서 네가 끼어드는 거냐.
아니야, 가만히 생각해 보라고.
그렇게 되면 어느 한쪽을 편든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공정하고…
게다가 상담을 들어준 내게도 좋은 일이 되어 버리잖아.
흠.
즉, 너는 그런 애매한 사이가 좋다는 건가.
그, 그게 아니라고! 사, 사람은 결국 바뀌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착각하면 곤란해. 오라버니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건 애정하고는 조금 다르다고?
아, 그러셔…
에잇, 아무튼 내 말대로 해! 난 공정하고 정의로운 정령이니까!
어째 협박처럼 들리는데…
하하, 뭐 그래도 해결책이 될 수는 있겠네. 알겠어, 엔마. 그렇게 할게.
아, 앞으로도 무슨 일이 생기면 꼭 내게 말해. 내가… 들어줄 테니까!
응, 고마워.
/
44. 도가비
44.1. 1화. 그녀는 사기꾼?
거기 너!
응? 나?
그래. 내 앞에 너 말고는 없잖아.
(뭐지 이 꼬맹이는… 정령인가? 하지만 본 적 없는 애인데…)
(하긴, 애초에 정령이면 한가롭게 여기서 장사하고 있지는 않겠지.)
…내게 무슨 볼일인데?
이히히, 너 굉장히 수심이 깊은 얼굴을 하고 있는데… 혹시 요새 걱정이 있지 않아?
응? 거, 걱정?
여난의 상이 보인다고~? 게다가 힘겨운 싸움… 육아에 살림까지… 아아~ 보인다!
너, 넌 대체 뭐야? 점쟁이냐?
난 도가비야. 그냥 보따리 상인이고.
무슨 상인이 그렇게 잘 꿰뚫어 보냐… 그런데 그건 왜 물었어?
상인이니 답은 하나잖아. 걱정을 덜어줄 만한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야.
(영업이었냐… 무시하고 그냥 집으로 가야-)
무시하고 가려고 했지? 일단 들어보면 솔깃할 텐데?
헉! 그걸 어떻게…
히히, 보인다고 했잖아.
휴… 알겠어. 한 번 들어나 보자.
좋아, 좋아.
있잖아~ 이건 정말 굉장한 물건이거든. 머나먼 북쪽 왕국에서 가지고 온 물건인데…
북쪽 왕국? 대체 어디에서 온 거야?
마물이나 예화 정령의 위험 때문에 대부분의 상단도 쉽게 돌아다니지 못하는 상황인데.
이히힛, 내게는 나만의 비법이 있다고~!
그보다 중요한 건 물건 쪽이 아닐까. 어때, 궁금하지?
…뭔데? 그 물건이라는 건.
네 스트레스를 싹 없애줄 수 있는 비약이야! 히히, 유명한 마녀가 제조한 거라고?
뭐야, 실컷 떠들더니 고작 약이냐.
단순한 약이 아니라니까? 사실 비밀인데… 이 약에는 어둠을 정화하는 힘이 있어!
뭐, 뭐라고!
약으로 정령을 정화할 수 있으면, 네 고민도 한꺼번에 해결되지 않겠어?
그러니까 스트레스를 싹 없애주는 게 맞지, 이히힛!
그, 그런 엄청난 약이… 북쪽에서…
어때? 원래 이건 팔지 않으려고 했는데 내가 얼마 전 사건으로 발이 묶였거든.
(레이스 와의 일 말인가...)
(확실히 그 싸움 이후 통행 검문이 더 단단해졌지. 다른 곳에서 온 게 확실하군.)
너, 이곳의 기사잖아.
그래서 네게만 특별히 싸게 팔려고 부른 거라고.
흐음…
어때, 살래? 지금 사겠다면 아주 싸게 줄 수 있어.
(미심쩍지만… 정말 그런 약이 있다면… 모든 게 해결되겠지.)
알겠어. 한번 줘봐.
저기 있네! 야! 도가비!!
오홋? 이름까지 부르며 달려오는 손님이 벌써 생길 줄이야.
히히, 뭔가 필요한 거라도 있어?
왜 거짓말을 쳤어! 그거 그냥 영양제잖아!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손님? 난 너 같은 사람에게 물건을 판 기억이 없는데.
…이 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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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 2화. 부자가 될거야!
도가비? 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응? 우이잇! 너, 너는!
…뭘 그렇게 귀신 본 듯 쳐다보냐. 네게 사기당한 손님 보는 게 그렇게 무서워?
아, 아하하하! 아하하핫! 이히히히힛!
고장났냐.
이야~ 이것 참! 일하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나타나서 놀랐지 뭐야.
…속 편하게 말하지 마. 너 지난번에 판 영양제, 얼마인지 제대로 알아 왔으니까.
이렇게 만난 김에, 오버된 금액만큼 돌려줘야겠어.
그, 그것만은 봐주라...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돈을 벌어야 해.
휴우~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해서 돈을 벌려는 건데? 너 정령이잖아.
저, 정령도 부자가 될 권리는 있다!
흐음…
아, 기사단에서 활약하면 보수가 나오는데 그건 어때? 제법 많이 받거든.
어쩔 수 없군.
네게는 빚을 져 버렸으니, 네가 원한다면… 돈 대신 몸으로 갚는 수밖에.
우앗! 쪼끄만 녀석 주제에 괴상한 소리 하지 마! 정상적인 노동 제안이잖아!
그리고 빚을 청산하고 싶으면 그냥 돈을 돌려주면 되잖아.
그건 싫어. 돈은 소중해!
으… 돈벌레…
이히힛, 마음대로 말해라. 돈은 결국 돈을 낳는 법이지.
나는 이 세상 최고의 부자가 될 거야!
(이런 녀석은 또 처음 보네. 저금통에서 태어난 정령 같은 건 아니겠지.)
그렇게 장사하면 부자는 되겠지만 악명이 쌓일 지도 몰라.
이히힛, 그런 건 다 인간들의 질투심이 만들어 낸 허상이야.
자연의 섭리가 아닐까.
나쁜 짓을 하면 결국 벌을 받기 마련이잖아.
뭣? 그런 섭리가 있어?
난 굉장히 박식하다고. 산전수전 다 겪어 봤지만 나쁜 놈들이 벌을 받는 걸 보지는 못했는데!
대체 언제 벌을 받는 거냐?
그렇게 물어보면… 내가 신도 아니고…
그런데 다른 곳에는 나쁜 사람들이 많아?
응, 엄청 많아.
(역시 세상이 어지러운 틈을 타서 못된 짓을 저지르는 놈들이 많구나…)
…언젠가는 벌을 받게 될 거야.
왜?
글쎄. 신이 그렇게 만드는 게 아닐까.
내가 살던 세상에서도 그런 교훈을 담은 이야기가 많았거든.
응? 네가 살던 곳의 이야기?
나, 도가비?
나, 그거 듣고 싶어!
얼마면 돼? 얼마면 들려줄 거야?
…돈이 소중하다고 한 게 누구였더라.
/
44.3. 3화. 옛날이야기를 좋아해
오오~ 사람이 많네!
여러 인생들이 모이는 곳이니까.
여러 인생들? 음음, 인간들은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품고 있지?
응? 아, 그렇겠지.
그거 참 궁금하네. 이히히, 이야기를 산다고 광고하면 내게 팔지 않을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보니 수집 욕구가 꿈틀거린다!
그, 글쎄… 그보다 우리는 이야기가 아니라 물건을 사러 나온 건데...
그런데 도가비, 너 돈이 없어서 벌고 있는 거 아니었어? 요새 좀 많이 쓰는 것 같은데.
아~ 그렇지 않아. 나 꽤 벌었거든.
엥? 그래?
(그런 사기꾼 같은 방식으로 많이 벌었다는 건가… 믿을 수 없는데.)
히힛, 사실 오늘도 이자 수금일이라 외출했던 거야.
이자?
너 설마… 고리대금업 같은 거 하는 거냐!
응? 오오, 너 똑똑하구나! 우히힛, 나처럼 똑똑한 사람만이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싶었는데.
머리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건 못된 짓이야.
왜? 난 강요한 적 없다고.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돈을 빌려준 거야.
하지만, 금리가 너무 세잖아. 그러면 갚기 힘들 거라고.
속은 사람이 잘못이지. 나는 돈을 많이 벌 거야.
(음… 아무래도 도가비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겠네.)
도가비. 곧 있을 전투는 대비하고 있지?
물론이지! 제법 먼 곳으로 떠나는 거라 오늘 출발할 예정이야.
엥? 오늘? 오늘은 너무 빠르지 않아? 이틀이면 도착할텐데, 아직 나흘이나 남았잖아.
멀다고 해서 마차같은 걸 이용할 수는 없으니까.
튼튼한 두 다리로 다녀야 돈을 아낄 수 있는 법이라고? 히힛!
수전노…
뭐얏?
나, 그래도 네게는 진실되게 대하고 있다고?
이것저것 많이 도와주기도 했고… 빚을 지기도 했으니까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알겠어, 농담한 번 한 걸 가지고 뭘 그리 화를 내냐.
몰라~!
흠… 도가비, 그럼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 해줄까?
…응?
재미있는 이야기? 뭔데? 뭔데?
(정말 남의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하네.)
조금 옛날 이야기인데.
괜찮아! 재미만 있다면 내가 특별히 사람들의 금리를 조금 낮춰줄게!
그러니까 힘내 보라고?
아니… 애초에 고금리…
으으음!
흠, 알겠어. 대신 옛날 이야기 해주면 내 말 들어야 해?
…
(출정 준비 때문에 만난 건데, 장비는 나중에 나 혼자 사러 가야겠군…)
옛날 어느 마을에 세 형제가 살았는데-
…그래서 토끼는 겨우 목숨을 건지게 된 거야.
우와아아아~!
…
…저기, 이제 그만하면 안될까? 쉬지도 않고 한 열 개는 풀어놓은 것 같은데.
아, 그렇구나.
이히힛, 좋아. 약속은 약속이니까 특별히… 사람들 금리를 0.01% 낮춰서 수금할게!
겨, 겨우 그거?
그 대신 네게는 최저가로 빌려주겠다고 약속하지! 앞으로 돈 필요하면 말해, 히힛.
…필요 없어.
/
44.4. 4화. 정령들의 나라를 만들 거야!
도가비~ 이제 그만 해. 벌써 날이 저물었다고.
잠시만! 마물이 남긴 파편은 의외로 돈이 되거든.
너 벌써 짐이 산더미처럼 쌓였잖아. 다 들고 갈 수는 있어?
문제 없어! 나는 굉장히 힘이 세거든.
만약 들고가다가 습격받으면?
해치워버리면 그만이야~ 전에도 겁 없이 덤벼드는 강도들을 혼쭐 내 줬거든.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겠군.)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네…)
히힛, 오늘도 잔뜩 모았어.
…좋겠다.
이제 이걸 비싼 값에 팔아치우면 되는 거지.
원가 투자조차 없는 최고의 유통 사업이네.
그런데 넌 왜 그렇게 부자가 되려고 하는 거야?
그건…
흠, 좋아. 너와도 제법 친해졌으니 슬슬 말해줘도 괜찮겠지.
난 말이야~ 돈을 모아서 정령들의 나라를 만들 거야!
저, 정령들의 나라?
그래. 인간들의 도시처럼, 정령들이 편하게 모여서 살 수 있는 그런 곳을 만들고 싶어.
의, 의외로 굉장히 이타적인 꿈이구나.
아, 설마 네가 왕이 되려는 거야?
뭐어? 그럴 수 있을 리 없잖아. 시켜준다고 해도 싫어. 어울리지도 않고.
나는 왕 말고-
정령들의 돈과 이야기를 관리하는, 그런 멋진 곳에 들어앉을 거야!
(정령 왕국 버전의 은행장이냐.)
너 덥네.
그래도… 솔직히 좀 놀랐어. 네가 그런 원대한 꿈을 품고 있는 줄은 몰랐거든.
의외라는 듯 말하다니, 너무해. 난 평범한 정령들과는 다르다고.
자, 그럼 슬슬 돌아가 볼까.
짐이 많은데 괜찮겠어? 다 들 수 있다고 쳐도 걷기 힘들지 않을까.
내게는 여러 비법이 있거든. 짐을 작게 만들어서 주머니에 넣는다든가-
긴 거리를 한번에 움직인다든가 하는 비술이 있지, 히히힛!
음, 전에 말한 그게 그거구나.
이렇게 어지러운 상황인데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고 했을 때부터 굉장하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런 힘을 갖고 있다면 싸울 때도 확실히 도움이 되겠다.
그렇겠지? 하지만 수지타산이 안 맞는 일은 할 수 없으니까-
지금처럼 앞에서 날뛰는 식으로 할 거야.
(계산적이라고 해야 할지 융통성이 없다고 해야 할지…)
(그래도 확실히 도움이 돼. 도가비는 똑똑하니까 알아서 하겠지.)
…알겠어. 그러면 가자. 내일 장사하려면 늦지 않게 가서 정리해야 하니까.
히힛, 역시 넌 착해. 내 입장을 배려해 주다니, 기특하다니까?
귀여운 얼굴을 한 주제에 어른이 아이에게 말하듯 하지 마라.
외, 외모만 어려 보일 뿐이라고!
하여간 잔소리나 하고 말이야…
히힛, 그래도 신난다. 빨리 가서 잔뜩 팔아치우고 싶어.
너 또 장사할 때 거짓말하고 그러면 못쓴다?
윽.
휴… 뭐, 오늘 싸움에서 크게 활약해 줬으니까… 내가 정리를 도와줄게.
앗, 정말이야?
응. 하지만 장사는 정직하게 해야 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면 안된다고.
거짓말하는 정령이 만든 나라에서 아무도 살지 않을지도 모른다?
끄응…
...좋아. 그럼 그 대신 도시에 도착할 때까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줘.
그럼 특별히 이번 만큼은 네 말에 따르도록 할게.
아니, 좀 항상 그러면 안되겠냐.
재미있는 이야기 해줘~~~!
휴, 알았어.
그럼 이번에는… 내가 이 세상에 온 이후 가장 힘들었던 싸움에 대해 말해줄게.
/
44.5. 5화. 장사는 사람을 남기는 거야.
도가비? 어쩐 일로 이 시간까지 장사하고 있는 거야?
뭐야… 너구나…
왜 그렇게 풀이 죽어있어? 항상 활기가 넘치더니.
오늘은 완전 꽝이야. 하나도 팔지 못했다고, 후에엥~!
나, 도가비! 여기서 울지 마. 길 잃은 미아와 추근대는 납치범처럼 보인다고!
이익…! 나 애 아니거든?
보통은 정령이 장사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애초에 너 장사할 때는 인간으로 위장하고 있잖아.
후우~ 몰라. 나 완전히 기운 빠졌어.
(장사 안됐다고 축 쳐져 있는 걸 보니 불쌍하기는 한데…)
흠, 도가비. 그러면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 들려줄까?
으음… 아니야. 오늘은 전혀 마음이 즐겁지가 않은걸...
…밥 사줄까?
저 도가비! 언제든지 맛있게 먹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요~!
…너 너무 간사한 거 아니냐.
하지만 밥값을 절약할 수 있잖아. 그거라면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걸.
하하…
그런데 어쩌다가 하나도 팔지 못한 거야? 너 능력 좋잖아.
그게… 사실은…
한참 영업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나타나서 내가 이상한 물건을 비싸게 판다고 소리치는 바람에…
(사실이잖아.)
음, 어떤 사람이라는 그 사람도 결국 네 손님이었던 사람이잖아.
그렇겠지…
하아, 거봐 도가비. 돈은 그런 법이라고.
벌려고 노력하는 건 좋지만 남을 속이고 힘들게 해서 벌게 되면 천벌 받는다니까.
…
(잔소리는 적당히 해야겠군. 이러다 진짜로 울겠네.)
밥이나 먹으러 가자. 맛있는 거 사줄 테니까.
응…!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돈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 해줄게.
이야기?
예전에 내가 이 세상에 오기 전의 일이야.
나도 별별 일을 다 해봤거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었어.
편의점이 뭐야?
흐음~ 만물상 같은 거라고 하면 이해가 되려나.
그, 그렇구나. 거기 굉장히 좋은 세계구나!
(그 포인트에서 기운이 나는 거냐.)
흠흠! 아무튼…
어느 날 평상시와 똑같이 물건을 팔고 있었는데, 어떤 노숙자가 들어왔어.
가진 게 전혀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는데, 며칠은 굶었는지 힘이 하나도 없더라고.
저런… 그래서?
내게 빵 하나만 줄 수 있냐고 물어 봤었지.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었지만 난 가게의 주인이 아니거든.
점장님께 허락받아야 한다고, 죄송하다고 말하며 거절했어.
으음~ 너 답다.
…인간미가 없다고 말하려는 거냐!
나라면 계약서를 쓰고 지장을 찍어서 다음에 빵값을 주지 않으면 이자를-
우와앗! 내 미담을 더럽히지 마!
우으…
여하튼 그런 일이 있어서, 점장님께 말씀드렸어...
점장님은 원래 아이들을 가르치던 사람이었는데, 꽤 인자한 분이었지.
그 사람은 뭐라고 말했는데?
다음부터는 그런 일이 있으면, 가게에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는 도와줘도 된다고 했어.
뭐? 말도 안돼! 그러면 완전히 적자라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
그러다 얼마 후, 그 노숙자가 또 편의점에 찾아온 날이 있었는데…
점장님의 허락도 있었고 해서… 빵 하나와 우유 하나를 줬거든.
그렇게 몇 번 도와주다가 내가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게 되었어.
그런데 면접 보러 간 회사에서, 누굴 만났는지 알아?
흐음… 설마 그 노숙자?
맞아. 면접관은 다름아닌 그 사람이었지.
그런 사람이 어째서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던 거야?
회사가 소송에 휘말려서 크게 어려움을 겪었었대.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그거 굉장한 우연이네! 그래도, 미담이라고 할 만한 이야기야.
그렇지?
하지만 세상에는 그런 사람만 있는 게 아니잖아.
당연한 듯이 계속 와서 먹을 걸 달라는 녀석도 생기기 마련이라고.
그러면 가게 망한다~?
네 말도 맞아. 하지만 내가 여기서 점장님께 배웠던 건 그런 계산적인 부분이 아니었어.
그러면?
장사는 이윤을 남기는 게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거다.
그 사람이 진정 네 편이 되었을 때, 이윤은 저절로 생기기 마련이다.
…흐음.
그렇구나. 네가 뭘 말하려는 지 알겠어.
그렇지? 넌 똑똑하니까 이해했을 거라고 생각해.
앞으로는 나도 오늘을 교훈 삼아 사람을 남기도록 노력할게!
좋아, 도가비! 바로 그 기세야!
그 기념으로 오늘은 마음껏 먹어야지! 돈은 넉넉히 가지고 왔겠지?
…야.
45. 루디크럼
45.1. 1화. 장난감을 무시하지 마
(슬슬 장도 다 봤으니까 돌아갈까.)
아, 수당이 조금 남아 있으니까 오랜만에 오를레아에게 선물로 인형이라도…
거기! 너!
응? 나?
그래! 너 방금 인형이라고 말했지!
뭐야, 루디크럼이구나~.
친한 척 하지 말고 어서 대답해 봐. 인형 사려고 했었던 거잖아.
아마도 목적은 딸의 선물인 것 같은데?
그래, 맞아. 최근 바빠서 신경 쓰지 못했었거든.
그런데 그게 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흥, 문제야 있지.
너 너무 장난감을 무시하는 거 아니야?
엥? 장난감?
바로 옆에 굉장한 장난감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어째서 제대로 둘러보지 않는 거야!
그냥 인형이면 될 거라 생각하는데.
슬슬 장난감 가지고 놀 나이도 지난 거 같고…
그럴 리가 없어~! 장난감은 희망의 상징이라고!
그, 그렇게나 대단한 거였냐… 장난감이…
너도 부모라면 여자아이라고 무조건 인형이나 선물하지 말고, 꿈과 희망을 선물해 주도록 해!
흠… 우쭐대는 건 좋은데 저 장난감은 너에게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루, 루디크럼?
우씨, 지금 나 작다고 무시하는 거야?
겉모습이 어려 보인다고 해서 애 취급하는 거라면, 한참 잘못 짚었어!
난 정령이라고! 겉보기에는 이래도 실은 훨씬 나이가 많다고~!
알았어, 알았어. 알았으니까 진정해.
어쨌든 조언은 고마워. 나도 너무 성급하게 고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우히힛, 이제야 알았구나? 다시는 장난감을 무시하지 말도록!
응, 그럼 다음에 보자.
엑? 그냥 가려고?
응? 그러면?
모처럼 좋은 조언을 해줬잖아. 그럼 돌아오는 게 있어야지!
너, 정말 상도덕이 없는 인간이구나?
…엄청 비난하네. 휴, 차 한잔이면 되겠어? 여유가 많진 않은데…
아, 아니… 그것보다 음…
루디크럼?
나도 장난감 하나만 사줘.
엥? 너 아까 분명히 애 취급하지 말라고-
아잉~ 귀여운 루디는 새로 나온 장난감이 갖고 싶단 말이야~!
…
(이 녀석, 혹시 겜블의 정령은 아니겠지.)
45.2. 2화. 어린애가 아니라니까!
저건… 루디크럼?
루디크럼! 여기서 또 보네.
뭐야, 너였냐.
왜 그렇게 또 심통이 났어?
시, 심통은 누가…! 그냥 조금 얹잖은 것 뿐이라고.
그게 그 말 아닌가. 무슨 일 있었던 거야?
…당하고 말았어.
당하다니? 앗, 설마 예화정령? 아니면 다른 마물에게?
나, 날 뭘로 보는 거야! 난 꽤 강하다고? 그런 것들은 내 화살로 확!
그러면 누구에게… 헉! 설마 몹쓸 짓이라도-
아니야!
쳇, 사실은… 조금 전 이 앞에서 재밌어 보이는 인형극을 했었거든.
여기? 아, 그렇지. 광장에서는 가끔 그런 행사가 열리니까.
그런데 뭘 당했다는 거야?
재미있는 게 많이 보여서 제대로 구경하고 싶었다고…
그런데… 그런데…!
나쁜 인간들이 길을 틀어막고 있어서 하나도 보이지 않았단 말야!
비켜달라고 하지 그랬어.
당연히 했지. 그랬더니 뭐라는 줄 알아?
엄마를 잃어버렸냐고 하잖아!
(즉, 어린애 취급 당했다는 뜻이군.)
인간들은 나빠. 사람을 겉으로만 판단하다니…
나, 나는… 보기보다 나이가 많다고… 사람을 막 어린애 취급이나 하고 말이야…
(아, 울겠다.)
네가 참아, 루디크럼.
그렇지! 달달한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줄까?
너까지 날 어린애 취급하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넌 유능한 동료인걸. 기분 풀어주려는 거라고.
하, 하지만… 난 작잖아. 작은 건 사실이지… 키도 작고 체형도 애 같고…
나올데는 나왔다고 생각하는데.
흐으음? 그, 그거 좀 변태 같은 발언인데!
윽! 그냥 충분히 어른이라는 소리를 한 것뿐이야.
흐으음…
좋아! 그렇다면 잔뜩 얻어먹도록 하겠어.
그래. 어라? 잔뜩?
가게에 있는 모든 당분을 섭취할 거야!
그렇게라도 해야 스트레스가 풀릴 것 같으니까.
아니, 나 그렇게 돈이 많지는 않은데…
그게 뭐야. 정말 기분 풀어주려는 거 맞아?
윽…
어쩔 수 없는 사람이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신상 장난감을 하나 사주는 거야. 그거라면 내 기분이 조금 풀릴지도 모르지.
…생각해 보니 내가 왜 그렇게까지 해서 널 위로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난 이만 갈게. 잡화점에 볼일이 있어서.
이렇게 귀여운 루디를 두고 갈거야?
(차라리 그냥 어린애 같았으면 좋겠다.)
45.3. 3화. 나도 성장하고 싶어
오늘 전투로 알았지? 난 굉장한 정령이라고.
하하, 그래. 정말 든든한 엄호였어.
열심히 일하고 퇴근하니까 기분 좋네. 이런 게 어른의 삶인 거겠지.
좋아, 오늘은 주점에서 밤새 마셔볼까.
으음~ 그건 좀…
뭐야, 어쩐지 표정이 심상치 않은데?
설마 아직도 날 어리다고 보는 건 아니겠지?
그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널 보면 그런 곳에 가는 건 좀 꺼려진단 말이지.
너어~!
아니, 이건 본능적인 거라고.
가령 네 앞에 귀여운 개가 나타났다고 치자.
개?
그래. 그런데 사실은 그 개가 엄청난 노견인거야~. 그렇다고 그 개가 귀엽지 않을까?
흐음… 그건 아니겠지. 개는 언제나 귀여운 동물이거든.
바로 그거야. 즉 내게 각인된 너라는 존재는 언제나 그런 이미지거든.
그, 그렇구나… 내가 귀엽다는 뜻이지?
예시를 든 거잖아… 어리게 보인다는 뜻이었어.
우이익!
화를 내도 어쩔 수 없어. 이건 머리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다른 종류라고 했잖아.
…휴.
알아, 나도 내가 어리게 보인다는 거.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키도 더 크고 싶고 가슴도 더 커지고 싶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여기서 더 자라지 않는걸.
흠~ 그건 아무래도 네 근원과 관계가 있는 거라 생각하는데.
근원?
전부터 쭉 봐왔기에 아는 거지만 정령이라는 존재는 그렇더라고.
넌 장난감을 좋아하잖아. 그렇다는 건 뭔가 그러한 것에서 영향을 받은 거지.
오호~ 그렇구나!
그런 거라면 납득이 가.
정령들의 마나라는 건 굉장히 신비로운 것이거든.
엇, 잠깐…
왜 또 시무룩해지는 거야.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평생 성장하지 못한다는 거잖아…
아, 그건 또 별개의 이야기이지 않을까.
그, 그래?
아무리 힘의 원천이 성장을 막는다고 해도, 사람은 경험을 쌓으며 성장하는 법이니까.
마음이 자라난다면 몸도 언젠가는 자라지 않을까?
과연! 너 굉장히 박식하구나?
(사실은 적당히 둘러댄 거지만, 이걸로 기분이 풀렸다면 다행이네…)
좋아, 그렇다면 앞으로 좀 더 어른스러운 마음가짐을 가지도록 하겠어!
아, 그래? 안타깝네.
귀여운 루디와 장난감 쇼핑이나 갈까 했는데… 오늘 전투도 도와줬으니까 말이지.
루디는 장난감이 좋아요~! 어서 가요, 오빠. 헤헷!
…넌 그냥 평생 어린이로 있는 편이 더 낫겠다.
45.4. 4화. 소중한 추억을 찾아줘
헉, 헉, 여, 여기 있었구나!
어라? 루디크럼? 무슨 일이야? 그렇게 급히.
나… 어떡하면 좋지?
왜 그래? 진정하고 말해 봐.
중요한 걸 잃어버린 것 같아. 아마도 오늘 싸우는 중에 떨어뜨린 것 같은데…
중요한 거? 설마… 장난감?
맞아! 소중한 추억이 담겨 있는 물건이라고.
(워낙 장난감을 잔뜩 가지고 다니니까 딱 봐서는 뭐가 없어졌는지 모르겠네.)
부탁이야, 같이 찾아줘.
흠, 하지만 지금은 너무 어두운데… 찾기 힘들지 않을까?
게다가 밤에는 마물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상관없어! 그런 건 전부 물리치면 돼. 이대로면 나, 너무 걱정돼서-
진정해, 루디.
장난감에 발이 달린 건 아니잖아. 낮에 나가도 틀림없이 찾을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러다가 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나도 너와 똑같은 고민에 빠질 거라고.
…네가?
그래. 네가 그걸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 지는 알겠어.
나도 그렇게 널 소중히 여기고 있다고…
지금 숲에 들어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거야.
그러다 너와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네가 만약 예화 정령의 습격을 받게 된다면…
그, 그런 녀석들은 내가-
물론 네가 해치울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밤은 우리에게 불리해.
너도 알겠지만, 그것 때문에 야간 작전 시에는 조를 짜서 움직이잖아.
혹은 밤에도 잘 움직일 수 있는 동료가 앞장선다든가…
루디는 그런 특기는 없잖아?
윽…
네가 만약 어둠에 물들어 버리면, 난 평생을 후회할 거라고.
…
…알겠어.
이해해줘서 고맙다. 날이 밝으면 꼭 같이 찾아봐 줄게.
그런데 대체 뭘 잃어버린 거야?
…장난감 병정.
병정? 그런 것도 가지고 있었어?
소중하게 옷 안쪽에 집어넣고 다녔어.
(저 옷 어디의 안에 그런 게 들어갈 수 있지? 그건 그것대로 놀랍군.)
그런데 병정이라면 많잖아?
다른 애들과는 달라. 다른 애들은 그 애의 친구라고!
그 장난감은… 내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거니까.
태어날 때부터?
응. 손에 꼭 쥐고 있었어.
그렇구나… 루디가 안절부절못하는 것도 납득이 가네.
내게는 전생의 흔적이나 마찬가지인 거야.
장난감이지만… 단순한 장난감은 아닌 거지.
확실히 그렇겠다. 그건 사물이라고 볼 수 없지. 추억이라 부르는 게 어울리겠어.
걱정마. 분명 어딘가에 떨어져 있을 거야.
그, 그렇겠지?
응. 내가 찾아줄 테니까 염려 말고 돌아가서 쉬어.
후우… 나 다리가 완전히 풀려 버렸어.
오늘은 그냥 여기서 자고 가면 안 될까?
뭐? 하, 하지만 밤이 이렇게 늦었는데…
뭘 당황하는 거야? 지금까지 내내 날 루디라고 불러준 주제에.
앗… 그러고 보니…
으음~ 뭔가 당황하는 게 안타까워서 나도 모르게 그랬나 보다.
널 보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여동생을 보는 것 같아서 말이야.
우씨, 그게 뭐야! 결국 또 날 어린애 취급 한 거지?
윽.
흥, 돌아가 버릴 거야!
…그래도 오늘, 고마웠어.
응? 아니, 아직 찾은 것도 아닌데.
그게 아니야. 날… 소중하게 생각해 줘서 고맙다는 뜻이야. 바~보!
45.5. 5화. 욕심쟁이
좋아, 끝났다.
으아~ 다 해치웠다!
고생했어 루디. 예상보다 일찍 끝났는데 후딱 보고하고 놀러갈까?
앗, 그건 데이트 신청?
으음…
(그냥 놀아주려 하는 거였다고 말하면 잔소리 듣겠지.)
히힛, 좋아. 전에 잃어버린 병정 찾는 것도 도와줬었으니까.
특별히 이번에는 어울려 주도록 할게.
그, 그래…
아, 오늘은 잔뜩 사달라고 하면 안 된다?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갈 시기거든.
뭐야, 그게.
그럴 생각이었던 거야? 어쩔 수 없어. 너도 자식 키워보면 안다고.
쳇, 잘난 척 하기는.
나, 나도 언젠가는 엄마가 될 거라고!
응? 정령도 그럴 수 있나?
시끄러워~ 내가 할 수 있다면 하는 거야.
두고 봐. 난 너처럼 꽉 막힌 부모가 되지는 않을 테니까.
단 음식도 많이 사 먹고 장난감도 많이 수집하고… 헤헤, 츄릅.
…그 망상은 애를 위한 거냐, 너를 위한 거냐.
뭐, 넌 부모보다는 딸 쪽이 더 어울리니까 널 위한 거라고 해도 괜찮기는 하겠다.
에잇, 무슨 뜻이야!
빨리 가자, 루디.
흥, 자상한 척 하기는…
우와아~! 저것 좀 봐! 굉장히 맛있어 보이는 파르페야!
과자도 사탕도 산처럼 쌓여 있잖아!
그래, 하지만 저건 애들이나 먹는 거야. 어른인 루디에게는 어울리지 않지.
아닌데~ 귀여운 루디는 저런 걸 좋아한다고~.
…이 녀석.
앗! 장난감 가게에 신상이 나왔어요! 오빠!
이제는 대놓고 그러니냐…
쳇, 뭐가 어때서? 무기를 이용하는 건 당연한 거라고.
이렇게 타고난 이상 루디는 이 귀여움으로 전 세계의 장난감을 모을 거야!
그래, 파이팅.
왜 남 이야기 듣듯이 말하는 거야? 돈은 네가 내는 건데.
뭐, 뭐라고? 그런 게 어디 있어!
대신 임무를 도와주잖아.
휴, 정말 제멋대로네. 좋을 대로 해라… 나는 주점에서 시원한 맥주나 마시고 있을게.
아! 루디도!
…귀여운 루디는 너무 어려서 주점에 들어가면 안 된답니다.
에잇, 애 취급하지 말란 말이야!
푸하하, 뭐 어떻게 하라는 거야? 너 엄청 욕심쟁이구나.
그, 그게 뭐 어때서.
난 뭐든 하고 싶고 뭐든 갖고 싶어…
잊혀진다는 건… 버려진다는 건… 굉장히 슬픈 일이라고.
흐음, 그렇지.
(전에 소중한 병정을 잃어버렸다고 했을 때도 저런 얼굴이었지.)
(어쩌면, 루디크럼은 단지 사랑받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싫으면 말라고. 나도 돈 정도는 있어. 어른이니까~!
하하, 아직 더 커야 하잖아.
뭐? 거, 겉보기만 이럴 뿐이지 사실은-
그러니까 내가 사줄게.
응?
하, 하지만… 너 생활비가 빠듯하다며…
대신 먼 곳에 있는 유적지를 토벌하러 갈 계획이야.
그곳에서 뭔가 건진다면 그럭저럭 괜찮을 것 같거든.
그, 그러면… 루디가 그걸 도와줄게.
오~ 그거 정말 든든하네. 좋아, 그럼 거래 성립이다?
응!
루디는 어른이니까 앞으로는 떼를 쓰는 게 아니고, 이렇게 거래를 통해 원하는 걸 얻는 거야.
아, 알겠어…
내가 항상 그 상대가 되어줄게. 그건 불만없지?
…응, 없어.
계속 곁에 있어 준다면…
응? 방금 뭐라고 했어?
아니야, 아무것도. 빨리 가자!
46. 솜브릴
46.1. 1화. 비를 기다려요
(응? 웬일로 사람이 다 있지?)저기요~ 거기 혼자서 그렇게 있으면 위험합니다.
아, 기사님!
어라? 너는… 분명 솜브릴이었지?
네.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기뻐요, 후후…
놀랐잖아.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에… 물소리가 듣기 좋아서요. 그리고 이러고 있으면 비가 오지 않을까 해서.
그렇구나. 그래서 우산을 들고 있었구나.
비 오는 거 좋아하나 봐?
네. 후훗, 가느다란 빗줄기 속에 서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거든요.
하긴… 비 오는 소리 듣고있다 보면 잠이 잘 오긴 하지.
역시 기사님도 알고 계시는군요? 후후, 동지를 만난 기분이네요.
하지만 오늘은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은걸? 다른 날을 노리는 게 어떨까 싶은데.
으음~ 그건 좀 아쉽네요.
요새는 계속 비가 오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어쩌면 이것도 오염과 관계가 있는 걸까요?
그럴지도 모르지.
그냥 날씨 자체가 맑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말이야.
그렇군요. 확실히 구름이 없어요.
이렇게 환한 것도 나름 괜찮지 않아? 비 올 때 같이 운치는 없지만 상쾌함은 있으니까.
으음~ 그건 그렇지만, 제가 비를 좋아하는 건 단순한 기분 때문만은 아니에요.
오, 다른 이유가 또 있는 거야?
무지개요!
아아… 그래서 강가에 서 있는 건가.
비 온 뒤에 갠 하늘에 뜬 무지개는 정말 예뻐요. 고난 뒤에 오는 행복 같은 거죠.
하하, 그건 그러네.
기사님은?
언제나 그렇지만 순찰하는 거지. 특히 숲과 강가는 주의해야 할 곳이야.
성벽 밖에 있어서 관리하기도 힘들고.
과연… 그래서 다른 마을을 오가는 상인들도 용병을 데리고 다니는 거군요.
맞아.
알겠어요. 오늘은 기사님의 말대로 돌아가야겠네요.
하하, 고마워. 그럼 다음에 보자.
네~!
자양화 가득한 길을 따라 걸으며~ 쏟아지는 빗줄기를 향해 웃어 보아요~♬
(하하, 굉장히 밝은 정령이네. 무슨 노래인지는 모르겠지만.)
46.2. 2화. 함께 차를 마셔요
앗, 솜브릴!아, 기사님. 안녕하세요~. 오늘도 임무이신가요?
그렇지 뭐. 첩보가 들어오면 정찰나가는 게 일상이라… 그게 아니어도 순찰 일과도 있고.
바쁘시네요. 뭐하면 저라도 일손을 빌려 드릴까요?
하하, 그래주면 고맙지. 지금은 싸울 수 있는 정령이 하나라도 더 있으면 좋거든.
예전에 있었던 큰 사건을 대비하기 위해서겠죠?
맞아. 알고 있구나.
저희들 사이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이야기니까요… 게다가 책으로도 읽었고…
그게 벌써 책으로 나왔어? 대단하네.
책이라는 건 그런 것이니까요. 크고 작은 일들을 기록하여 후세에 전하는 것…
지금은 이토록 아름다운 들판도, 미래에는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법이니까요.
그렇군. 확실히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너무 익숙한 것들이라 따로 남겨야 된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네.
후후, 기사님은 바쁘시니까요. 충분히 열심히 하고 계시다고 생각해요.
기사님의 활약도 이미 책으로 봤거든요.
그, 그건 진짜 놀라운데. 충격적이야.
후훗, 책에는 별의별 이야기가 다 있으니까요.
역사 같은 거 외에도 일반 문학이나 동화 등 재미있는 이야기가 정말 많아요.
솜브릴은 책 읽는 걸 정말 좋아하는구나.
네! 수국차 한 잔 하면서 책 읽는 게 낙이거든요.
거기에 비까지 오면 더할 나위 없겠네.
후후~ 낙원이죠!
넌 아무리 봐도 정령같지가 않네. 뭔가 옆집에 살고 있는 이웃 같은 느낌?
어… 그건 소꿉친구라는 포지션을 말하시는 건가요.
그, 그런 뜻은 아닌데. 뭐랄까… 좀 더 귀여운 포지션?
소꿉친구는 귀엽지 않나요?
흉포한 존재지. 적어도 책에는 대부분 그렇게 나오지 않냐.
엇… 그건 어떤 책인가요? 제가 읽는 책 중에서는 아직 그런 게…
아, 그런 문화까지는 없구나. 그건 내가 살던 세상에만 존재하는 모양이다.
와아~ 기사님이 살던 세계에도 책이 많았나 보네요.
많지… 너무 많아서 묻히는 양도 어마어마할 정도니까.
뭐, 나는 책 읽는 습관이 들지 않은 탓에 잘 모르지만.
음~ 그러면 제가 몇 권 빌려드릴까요? 읽다 보면 정말 재미있거든요.
앗! 그럴래? 아무래도 잘 아는 네게 추천받으면 믿고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네! 그러면… 대신…
응? 대신?
다, 다음에… 저와 함께 차를 마셔요!
차?
네. 아까 말한 수국차… 저, 정말 향기가 좋거든요.
아, 그래. 그거라면 언제든지.
정말요? 후후, 역시 기사님은 상냥한 사람이네요.
좋아요~! 특별히 제가 아끼고 아끼는 책들을 골라 기사님께 찾아가도록 하겠어요.
아하하, 알겠어. 기대할게 솜브릴.
46.3. 3화. 익숙한 것일수록 소중해요
솜브릴~!기사님, 오셨어요?
아침부터 비가 내리길래, 어쩐지 여기 오면 네가 있을 것 같아서 왔지.
그런데 오는 중 비가 그쳐버렸네…
후훗, 괜찮아요. 모처럼 즐거운 아침이었거든요.
차가운 공기, 고요한 거리를 뚫고 여기까지 비와 함께 데이트를 했어요.
그거 참 시적인 표현이다… 아, 지난번에 빌려준 책도 잘 읽었어.
아… 어, 어땠나요?
응, 재미있더라. 네가 말한 대로야.
그거 정말 다행이네요! 일상적인 이야기라 기사님께서 지루해 하면 어쩌지 싶었는데.
하하, 그래서 더 재미있던데? 너무 익숙해서 신경 쓰지 않았던 것들도 돌아보게 되고.
가령, 네가 좋아하는 비처럼.
후훗, 그렇죠? 전 그런 소소한 것들이 정말 좋거든요.
꽃 하나, 작은 물건 하나 모두 각자의 의미를 갖고 태어나 살아가는 거니까요.
그런 아름다운 마음을 다른 녀석들한테도 전파시켜 줬으면 좋겠네.
제멋대로 사는 사람들도 많거든.
그렇군요… 어쩌면 그래서 예화정령이 많이 생겼는지도 모르겠어요.
처음 만났을 땐 굉장히 말수가 적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솜브릴도 자기 주장이 확실한데?
그, 그렇지 않아요…
기사님이니까 편하게 말할 수 있게 된 거라고 생각해요.
어쩐지 기사님과 있으면… 비 올 때처럼 마음이 편안해 지거든요.
그, 그렇게 칭찬해 주면 뭔가 좀 쑥스러운데…
그래도 그 마음은 진짜인걸요.
괜찮다면, 다음에 임무가 없을 때 저와 함께 마을을 돌아보지 않으시겠어요?
응? 마을?
네! 산책을 하다 보면, 아직 쓸만한데도 버려진 물건들이 많이 보여서요…
이것들을 모아 예화정령의 습격으로 어려워진 곳에 보내면 어떨까 싶어서요.
앗, 그거 좋은 생각이다 솜브릴!
좋아~ 그런 거라면 일부로 시간을 내서라도 나서야겠지.
저, 정말이죠?
응. 네가 말했잖아.
작은 물건 하나도 의미를 갖고 살아가는 거라고.
기왕 버려진 물건들이라면 고쳐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면 더 좋겠지.
맞아요… 기사님은 역시 대단해요!
(실제로 요즘 들어 쓰레기가 늘기도 했으니까…)
(누군가 치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만 있었는데, 이 아이에게 하나 배웠네.)
대단한 건 내가 아니라 너야, 솜브릴.
네?
아무것도 아니야. 음, 그럼 오늘은 비교적 한가하니까 네가 사는 곳이나 가 볼까?
갑자기요? 저, 저는… 물론 기사님이 좋긴 하지만 아직 마음의 준비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네가 말했잖아.
향기 좋은 차를 함께 마시자고.
아, 알고 있어요! 놀리지 말아요.
후훗, 오늘은 비도 왔고 기사님도 왔으니까… 최고의 차를 끓여 보겠어요.
46.4. 4화. 작은 빛도 환하게 빛나고 있어요
하아, 하아… 솜브릴, 괜찮아?오셨군요, 기사님.
이야기는 들었어. 네가 키우던 길고양이가 죽었다고…
경비에게 물어보니까 밤중에 이쪽으로 나갔다고 해서, 급히 따라오기는 했는데-
저는 괜찮아요.
…그냥 혼자 차분히 있고 싶었어요.
도시 안에서는 계속 그 아이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려서…
솜브릴…
그 녀석은… 좋은 곳에 갔을 거야. 작은 생명조차 소중히 여겨주는 주인을 만났었으니까.
그보다 이쪽은 위험해. 예화정령의 활동이 다시 시작되었다는 첩보가 있었어.
그러니까 지금은 돌아가서 좀 쉬자. 그러면 기분이 한결 나아질 거야.
네가 좋아하는 수국차도 마시면서 말이야.
기사님…
위로해 주셔서 고마워요. 하지만 정말 괜찮아요. 바람을 조금 쐬고 싶을 뿐이었어요.
위험하다면 돌아가야겠지만요.
이 세계는 아름답지만… 평화롭지는 못하네요.
안타깝게도 그런 상황이지.
그래도 모두 노력하고 있으니까, 언젠가 어둠이 완전히 걷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그래도 전 지금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어둠이 있기 때문에 빛도 존재하는 거니까요. 마치… 기사님처럼.
그, 그러냐… 난 그렇게 거창한 존재는 아닌데.
기사님은 제게 충분히 대단한 존재에요.
기사님이 살던 세계에는 기사님 같은 분들이 많은 건가요?
내가 살던 세상? 흐음~ 뭐 꼭 그렇지마는 않아.
그곳에도 나쁜 사람은 존재하지.
작은 생명이나 물건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올바른 뜻을 가진 사람들은 힘을 모아 그런 것들을 지키려고 해.
그렇군요…
그 이야기가 궁금하네요. 어떻게 힘을 모아서 싸우고 있는지…
음… 그러면, 돌아가면서 내 이야기를 좀 해줄까?
기사님의…
응. 마음이 정리되지 않을 때는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도움이 되거든.
그다지 특별할 만한 건 없겠지만 말이야.
아니요, 듣고 싶어요. 저, 누군가의 말을 듣는 걸 좋아하는 편이니까요.
알겠어. 그럼-
…해서 사람들은 다양한 형태로 노력하고 있는 거야.
법과 제도도 중요하지만, 그런 노력도 배울 만한 점이 있다고 생각해.
그러게요. 정말 유익한 이야기였어요, 기사님.
아… 벌써 여기까지 걸어왔구나.
덕분에 조금 개운해졌어요.
그 아이가 떠나간 것도 물론 슬펐지만, 사실… 저도 그런 존재가 아니었을까 싶었거든요.
그래? 네가?
네… 저는 다른 정령들처럼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아마도 무언가 작은 것에서부터 출발한 힘이 제 근원이 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동질감을 느껴 더 허망했는지도 모르죠.
그건 틀렸어, 솜브릴.
네?
넌 충분히 대단해. 어쩌면 다른 애들보다 더 대단할지도 몰라.
넌 자그마한 생명이나 물건도 누구보다도 소중히 여기고 있잖아.
마나는 생명에 기반을 두잖아. 그렇다면 그것에 가장 사랑받고 있는 건…
당연히 너 같은 정령일 거라 생각하거든.
기사님…
하하, 뭔가 좀 거창하게 떠들긴 했는데 위로가 되었을 지 모르겠다.
아니에요, 충분히 위로가 되었어요!
이제는 제가 기사님을 도와야겠네요. 후훗,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반드시 기사님께 작은 것의 힘이 얼마나 큰 지 보여드릴 테니까요.
하하, 기대할게.
46.5. 5화.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희망은 내려요
오늘은 고마웠어, 솜브릴.별로요…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요.
아니야. 정말 큰 도움이 됐어. 네 힘 덕분에 정화시키기 편했거든.
기사님은 정말 모든 예화정령을 구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할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어. 그리고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고.
역시, 기사님은 멋지네요.
저도 기사님과 계속 함께한다면… 그렇게 강해질 수 있겠죠?
하하, 솜브릴은 지금도 충분히 강해. 오늘만 해도 도움받은 건 나인걸.
아니요, 아직 멀었어요.
저도 기사님을 따라 계속 오염된 곳들을 정화하며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고 싶어요.
기사님이 이야기 해 준 그 세상의 사람들처럼.
그거 든든하네. 나도 그렇게 되었으면 정말 좋겠어.
도무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말이지, 휴우~.
오염의 근원지를 확실히 파악할 수 있다면 더 수월하지 않을까요?
맞아. 그래서 그걸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는데 쉽지 않네.
으음…
기사님, 잠시만 눈을 감아 보시겠어요?
응? 눈? 서, 설마-
키스같은 거 하려는 거 아니니까 안심하고 감아요!
하하, 알겠어.
뭔가 보이시나요?
아니, 보일 리가 없지. 눈을 감고 있잖아.
하지만 제 목소리는 들리죠?
응, 또렷하게 들려.
그러면 된 거라고 생각해요.
응?
보이지는 않았지만 들렸잖아요. 들리지도 않게 된다면, 느껴야겠죠.
그렇게 희망을 찾아가다 보면 역으로 그것을 덮으려는 어둠도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아… 그런 뜻으로 눈을 감게 한 거구나.
기사님은 할 수 있어요! 약해지시면 안 돼요
이런, 한심하게 너한테 위로받아 버렸네.
알겠어. 다시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해 볼게.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내는 것처럼.
바로 그거에요.
그리고… 한심하다고 하지 마요.
기사님께 매번 위로받는 건 제쪽이었으니까, 조금 돌려준 것 뿐이라고요.
하하, 알겠어. 아무튼 오늘 여러모로 고마웠어 솜브릴.
저, 저기…
응?
혹시 집으로 돌아가시려는 건가요?
그럴 생각이었는데… 왜? 아직 볼일이 남은 거야?
괜찮으시다면… 이 마을을 한 바퀴만 돌고 가지 않을래요?
엇, 그건 데이트 신청이야?
그런 게 아니라…
농담이야. 하하, 문제없어. 산책하는 걸 싫어하지는 않거든.
평범한 산책이 아닐 거예요. 지금 굉장히 좋은 느낌이 들거든요?
느낌?
어라? 설마 지금 비 오려는 건가?
후후, 맞아요. 드디어 처음으로 기사님과 비오는 날 함께 있을 수 있게 되었다고요.
정말이네.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는 거 같은데?
이건 단순한 비가 아닐 거예요.
기사님과 제 마음이 완전히 정리된 직후에 내리는 비잖아요?
오, 그러면 이건 뭐라고 불러야 하지?
아마도… 희망이라는 이름 아닐까요?
47. 오를레아 8 Basic
47.1. 1화. 혼자 두지 않아
으앙~울어도 소용없어. 정말로 화났으니까!
잘, 잘못했어. 아빠한테 걱정 끼쳐서 미안해… 으아앙….
그래… 알겠으니까, 그만 울어.
왜 갑자기 혼자 집을 나갔는지, 그 이유를 말해봐.
…미안해, 아빠.
아직 침대에서 자고 있을 줄 알고 가봤더니, 없어서 얼마나 걱정한 줄 아니?
이웃 사람이 널 집까지 데려다 주지 않았으면 어떡할 뻔했니?
그렇지만… 아침에 일어나보니 아빠가 없었단 말이야.
하지만 뒤뜰에서 훈련하고 있는 아빠의 목소리 정도는 들렸을 것 아니니?
응. 아빠 목소리 들었어.
그런데 왜….
아빠 목소리가 들리는 뒤뜰로 가려고 했어.
응? 그런데?
가려고 했어! 그래서 현관으로 나가 뒤뜰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아빠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했는데 점점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고….
결국에는 여기가 어딘지 모르게돼서… 후에엥~
…그게 정말이니?
…길을 잃어버려서 미안해.
으앙, 으아앙… 딸꾹, 딸꾹….
알았어. 울지 마. 하긴, 지금까지 외출할 때는 항상 나와 함께였으니.
으앙… 잘못했어. 아빠가 보이지 않으니까 무서워서….
알겠어. 알겠으니까… 그리고 아빠는 없어지지 않아.
오를레아… 이제 두고 가지 않을 거지?
그래. 너만 혼자 두고 가지 않을게.
정말?!
다행이다!
그래. 그러니까 너도 아빠가 놀라는 일이 없도록 길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하는 거다…!
응! 알겠어! 약속할게!
하하, 활기차서 좋구나. 그럼, 이제 같이 아침밥이나 먹을까?
47.2. 제빵사가 되고 싶은 이유
할아버지!오오! 오를레아, 잘 왔다.
오를레아 아빠랑 같이가야지, 또 길을 잃을 수도 있잖아.
피이~ 할아버지! 아빠는 내가 바보인 줄 아나봐요.
허허. 오를레아는 토라진 얼굴도 귀엽구나!
제람님, 그렇게 투정을 다 받아주시다간 버릇이 나빠질거에요.
매일 만날 수 있는 사이도 아닌데,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 그지 오를레아?
할아버지 말이 맞아요!
이것 보게, 오를레아도 그렇다고 하지 않나.
하나.. 네, 하시고 싶은 대로 하십시오.
허허.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그럴걸세.
그러고 보니 오를레아 요즘 빵을 만드는 연습을 하고 있다지?
나중에 빵집 주인이 될 거에요! 맛있게 만들 수 있게 되면 꼭 할아버지한테도 만들어 드릴게요!
하하 그거 기대 되는 구나.
그런데 왜 빵집 주인이 되고 싶어졌니?
누구든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행복한 기분이 들잖아요?
오를레아는 모두를 웃게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요.
아빠한테 매일 맛있는 빵을 만들어 주면 매일 매일 행복할 거에요.
그래, 아빠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어서 빵집 주인이 되고 싶었던 거구나
허허허허 기특한 오를레아, 그렇지 않나 자네
그러게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줄 이제 알았습니다.
그래? 자네도 이제 안 겐가
네…
그야.. 아빠한테 짜란! 하고 멋지게 깜짝 선물 하고 싶었는 걸.
미리 다 알고 있으면 깜짝 선물이 아니니까.
..이런 것도 모르고 아빠가 오를레아를 힘들게 했던 거구나
괜찮아.. 아빠랑 화해도 했고…
고마워 오를레아.
지금 해준 말로도 아빠는 행복하단다.
47.3. 3화. 첫 번째 심부름
아빠! 오를레아도 심부름을 하고 싶어!… 심부름?
응! 마리 언니한테 들었는데 착한 아이는 심부름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어!
오를레아는 착한 아이니까 심부름 하고 싶어.
흐음..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심부름 해봐도 괜찮은 나이긴 하지.)
응? 응? 아빠아-
오를레아 잠시만, 어떤 심부름이 좋을지 고민하는 중이야.
마침 집에 설탕이 떨어졌는데, 잡화점에서 사다 줄래?
설탕!
응, 잡화점 가는 길은 알지?
응! 마리 언니한테 가는 길이잖아?
그래, 자 그리고 동전이야. 이 돈이면 설탕을 사고 남을 거야. 거스름돈도 잘 가져와야 한단다.
알겠어 그럼 갔다 올게!!!
그래 잘 다녀와
(… 오를레아가 늦네..)
(예상대로면 이미 도착했어야 하는 시간인데..)
(……….. 아무래도 잡화점으로 가봐야 겠어. 외길이니 가다가 엇갈리지는 않겠지)
안녕하세요! 어머 아저씨~ 오를레아 데리러 오신거에요?
응, 오를레아 여기있어? 올 시간이 지났는데 안 오길래 걱정 돼서 왔어.
오를레아라면 저기 있어요.
아..!! 아빠!!
별 일 없었구나. 다행이야. 그런데 왜 아직 여기 있는 거니? 무슨 문제가 있어?
그게…. 있지.. 아빠
응?
화내면 안 돼?
왜 무슨 일이니?
잡화점에 왔는데… 돈이 없었어… 중간에 흘린 줄 알았는데 못 찾았지 뭐야…주머니에 넣어놨는데 사라졌어..
그래서 마리언니한테 부탁해서 일 하고 있었어..
그랬구나.. 큰 일이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야.
후후후 그래도 울지도 않고 여기 와서는 일을 시켜달라고 하는 거 있죠?
오를레아 참 대단하죠?
응 오를레아 대단해. 돈을 잃어버리고 많이 무서웠을 텐데 울지 않은 것도 대단하고, 자기가 직접 책임을 지려고 한 것도 대단해
아빠!! 나 칭찬 받은 거야?
응 칭찬 맞아. 하지만 아빠가 많이 걱정 했단다.
다음에는 이런 일이 있으면 집으로 돌아와서 아빠한테 이야기를 먼저 해주렴
응! 그렇게 할게!
마리, 오를레아가 일을 마치려면 얼마나 남았니?
30분 정도만 더 하면 돼요.
그럼 오를레아가 끝날 때 까지 기다려줄게, 그리고 끝나고 나면 함께 설탕을 사서 돌아가자. 어떠니?
좋아! 오를레아 끝까지 할 거야.
47.4. 4화. 아빠랑 잘래
오를레아도 따라 갈래.안돼. 위험해.
그치만 아빠가 있잖아, 아빠가 지켜줄 거잖아.
오를레아.. 아빠는 지금 예화정령을 정화하러 가는 거야.
정화를 하려면 전투를 해야 하는데 오를레아가 있으면 아빠가 싸울 수가 없어.
어째서? 오를레아는 방해하지 않고 얌전히 있을 건데?
아빠도, 그렇게 생각해.
오를레아는 얌전히 있어주겠지만 예화정령은 그렇지 않을거야.
그래서 오를레아가 같이 가면 아빠는 오를레아 걱정을 하느라 싸울 수가 없을 거야.
하지만…. 아빠랑 헤어지기 싫어…
헤어지는 게 아니야. 잠시 나갔다 돌아오는 거야.
그러니까, 요시노와 함께 있으면서 기다려 줄 수 있지?
으, 응…
착하네.
다녀 왔어.
아빠, 보고 싶었어! 아빠는?
아빠도 오를레아가 보고 싶었지.
헤헤. 요시노 언니 말이 맞았어. 아빠도 분명히 그럴 거라고 했거든.
그런데 요시노는?
언니는 시장에 갔어. 아빠가 오늘 하루 종일 고생했으니까 맛있는 걸 먹어야 한데.
아, 그랬구나.
그런데…. 아빠, 오늘 많이 힘들었어? 오를레아는 아빠가 고생하는 거 싫은데.
하하하 아냐, 많이 힘들지 않았어.
집에서 오를레아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힘이 샘솟았거든.
다행이다~
(이런 간지러운 말이 술술 나오는 걸 보니 진짜 아버지가 된 것 같네.)
아빠.
응?
오늘 하루 종일 떨어져 있었으니까…. 밤엔 아빠 방에서 잘래.
아, 오를레아. 그건 안돼.
왜 안돼?
음…. 그러니까, 아빠는 코곯이도 심하고.. 몸부림도 많이 치고..
괜찮아. 아빠는 오를레아 아빠니까 다 받아줄게~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이거 참. 어떻게 설명한담?)
헤헤헤. 오늘은 아빠랑 잔다~ 너무 좋아. 요시노 언니에게 자랑해야지~
(뭐, 괜찮지 않을까…. 이렇게 좋아하는데….)
47.5. 5화. 우리 아빠는 가난해
오를레아, 저 상점에 들어가 볼까?음… 아니…
왜, 저 상점에 예쁜 옷들이 많은 거 같은데…
안 예뻐.
그래, 그럼 다른 곳을 찾아 보자.
아, 저 원피스는 어떠니? 하늘색이 오를레아랑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안 예뻐.
저것도?
(여자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너무 모르고 있는 건가… 하기야 여자 아이 옷을 사 봤어야 알지…)
그럼 오를레아 마음에 드는 옷이 있니?
없어.
응?
다 마음에 안 들어. 그러니까… 그냥 집에 가자.
하지만…. 요시노도 말했잖아. 오를레아는 옷이 필요하다고.
요시노 언니가 잘 못 알고 있는 거야. 나, 옷 안 필요해.
오를레아, 잠시만 혹시 다른 문제가 있는 거니?
아냐.. 없어.
정말?
으, 응…..
그럼 아빠 마음대로 오를레아 옷을 골라도 되는 거지?
어, 아니. 그러지 마. 괜히 돈 쓰지 마.
어? 돈?
아빠, 돈 없는 거 다 알고 있단 말이야. 할아버지는 부자지만 아빠는 가난하잖아.
아…. 오를레아 혹시… 돈이 없을까봐 망설였던 거야?
제람 할아버지가 할아버지는 아빠와 달리 돈이 많아서 뭔든 사줄 수 있다고 했단 말이야.
그러니까… 아빠는 제람 할아버지보다 가난하다는 거잖아.
하하하 아빠가 할아버지보다 가난한 건 사실이지만… 아빠도 오를레아가 원하는 건 사줄 수 있어.
정말?
당연하지. 그러니까 마음에 드는 건 다 사.
응!
(여태 나를 생각해서 참고 있었던 거구나, 이렇게까지 생각해 주다니 사랑스럽네)
48. 오를레아 8 Warrior
48.1. 1화. 칭찬이 필요해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 하자…응!
아빠? 어땠어? 나 오늘은 잘 했지?
아니
에??? 아니야?
중간에 몇 번이나 딴 생각을 했지?
정신을 흐트러트리는 바람에 칼을 떨어트렸잖아.
만약 연습용 검이 아니었다면 크게 다쳤을 거야.
아……
그리고 자세도 제대로 잡지 못했어.
검을 휘두를 때는 팔이 아니라 허리로 휘둘러야 한다고 말 했잖니
단순히 횟수만 채우는 건 절대 도움이 되지 않아.
오히려 안 좋은 습관이 몸에 베게 될 거야.
으…..
알아 들었으면 대답
…흑…..흑.. 흑… 흐아아아아아아아앙
아빠 나빠!!!
뚝, 왜 또 우는 거야.
흐아아아앙.. 왜 혼내기만 하는 거야!!
어제보다 열 번이나 많이 휘둘렀잖아! 흑.. 흐흑.
오늘은 흑.. 중간에 쉬고 싶다는 말도 안 했잖아!
분명 나아졌는데 아빠는 못한 것만 보잖아!
아…
(이런.. 나도 모르게 성의 병사들을 대하는 것 처럼 했구나.)
오를레아..그…그게
싫어! 듣고 싶지 않아! 흐아아앙
읏.. 아빠가 잘못 했어.
아빠도 모르게….. 다른 병사들을 훈련 시킬 때 처럼 해버렸어 미안해
흑.. 흐흑.. 그럼…..
오를레아 말 처럼 어제보다 오늘 더 많이 나아졌어.
검을 들었을 때는 진지하게 연습한 것도 잘했고
검을 바닥에 팽게치지 않은 것도 잘 했고
오늘은 수업 끝까지 노력한 것도 잘했어.
흑…흐흑.. 다 .. 보고 있었어?
그럼!! 다 보고 있었지.. 아빠는 오를레아랑 훈련할 때는 잠시도 눈을 때지 않아.
…아빠아…
….아까는 너무 엄하게 대해서 미안해.. 오를레아는 분명 잘하고 있는데..
알겠어.. 사과했으니까 용서해줄게
그래.. 고마워
48.2. 2화. 고집쟁이 아빠
하하하하…웃을 일이 아니라고요.
화낼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어린아이 훈련용 검이라고 해도 오를레아에겐 많이 무거웠을 거야. 그렇지, 오를레아?
응! 무거워. 무거우니까 싫어.
나무 작대기로 훈련할 생각을 하다니… 오를레아는 정말 머리가 좋구나.
헤헤헤. 할아버지, 너무 좋아.
제람 님. 정말 이러시면….. 오를레아 버릇만 나빠져요.
오를레아, 버릇 나쁜 아이가 되었니?
으으응. 오를레아, 버릇 좋아.
하하하. 그렇지, 그렇지. 누구 손녀인데… 하지만 오를레아.
검술 훈련은 아무리 싫어도 꼭 해야 해.
왜?
아빠처럼 강한 기사가 되고 싶어 했잖아. 그럼 검을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응. 나중에 꼭 그렇게 될 거야. 하지만 지금은….
우하하하. 그랬구나, 그랬어.
오를레아. 사람을 앞에 두고 귓속말은 안돼.
쳇. 아빠는 맨날 안된다고만 해.
하하하. 아빠는 할아버지를 질투하고 있는 거야.
질투? 질투가 뭐야?
오를레아가 나를 좋아하니까 샘 내는 거지.
정말?
아니야. 오를레아. 제람 님. 오를레아에게 이상한 말 하지 말아 주십시오.
하하하.. 정색하긴. 그러니까 오를레아는…
할아버지. 말 하지 마요~
그래, 그래.
그럼 저흰 이만 가보겠습니다.
벌써? 오를레아랑 더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잘 가렴.
네. 할아버지. 나중에 또 뵈요~
헤헤. 오늘도 재미있었다. 아빠, 우리 할아버지 보러 자주 오자.
그래. 그런데… 아까 제람 님에게 뭐라고 한 거야?
비밀인데…..
그래? 그럼 말 하지 않아도 괜찮아. 아빠도 오를레아에게 비밀을 만들면 되니까.
어? 그럼 안되는데….
있잖아. 아빠. 비밀을 듣고 화 내면 안돼.
하하. 당연하지. 비밀을 가르쳐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아까 뭐라고 말했냐면….
아빠는 고집쟁이라 귀엽다고 했어.
뭐… 고집쟁이? 그런데 귀여워?
응. 고집은 애들이 부리는 거잖아. 그러니까 귀엽지.
푸… 하하하하.. 그래, 그나마 귀여워 보여서 다행이긴 하다만….
요 녀석. 아빠를 고집쟁이라고 생각했단 말이지?
응. 우리 아빠는 고집쟁이래요~
48.3. 3화. 아빠와의 소풍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어. 어깨 힘은 살짝 풀고…아빠. 그런데 하늘이 너무 예뻐.
그래, 그러네. 그리고 다리는 이 정도로 벌리고….
어, 저 구름, 귀엽게 생겼다. 토끼 머리 같아.
그래, 그러네. 아랫배는 좀 더 넣고….
이런 날엔 소풍가면 좋은데…
휴…...오를레아. 지금은 검술 훈련 중이잖아.
훈련할 땐, 훈련에만 집중해야지.
하지만 날이 너무 좋은걸… 아빠, 우리 소풍 가자.
안돼.
정말 안돼?
그래, 정말 안돼.
왜, 안돼?
그야… 지금 훈련 중이고…
소풍가서 훈련하면 되잖아. 응, 응?
(… 하긴 요즘 열심히 훈련 했으니까. 하루 정도는 괜찮겠지..)
하아. 그래, 가자.
진짜? 우와! 넘 좋아.
빨리 옷 갈아입고 올게. 잠깐 기다려.
하하하.. 저렇게 좋을까. 나도 슬슬 준비해볼까.
아빠, 아빠. 이것 봐.
오, 들꽃이네.
예쁘지? 이걸로 꽃반지를 만들어 볼까? 마리 언니에게 선물하면 좋아할 거야.
후후.. 그러렴.
아, 아니야. 그럼 이 꽃이 죽어 버리는 거잖아…
관둘래.
후후.. 그러렴.
어? 아빠, 이상해.
뭐가?
숲에 오니까 고집을 안 피워.
뭐?
검술 연습할 땐 눈을 이렇게 치켜뜨고 무섭게 말하면서…지금은 다 괜찮다고 말하고 있잖아.
하하하…. 소풍은 훈련이 아니니까. 오를레아가 원하는대로 마음껏 즐겨도 괜찮아.
헤헤. 소풍 오길 정말 잘했다~
소풍 오니까, 아빠도 더, 더, 더 좋아졌어~
그래?
그치만… 아빠는 훈련할 때는 항상 무서우니까..
아빠가 무섭지 않으면 좋겠어..
(…엄하게 굴은 게 많이 무서웠나 보네..)
무섭게 굴어서 미안.. 앞으로는 좀 더 상냥하게 해줄게
정말? 진짜? 너무 좋아!!
48.4. 4화. 아빠랑 놀고 싶어
먼저 마당에 나가 있겠다고 하더니… 어디에 있는 거야?오를레아, 오를레아.
집 안에 있는 건가?
오를레아. 오를레아!
하아.. 이 녀석… 설마 검술 훈련을 하기 싫다고 꾀 부리는 건 아니겠지?
오를레아?
방에도 없으면…. 부엌에 있나?
부엌에도 없군… 도대체 어딜 간거야? 오를레아.
아빠!
아. 오를레아. 어디에 있었던 거야? 한참 찾았잖아.
나도 아빠를 한참 기다렸는걸.….
뒷마당에서…
뒷마당에 있었다고?
응! 뒷마당 나무 뒤에 숨어 있었어.
뭐?
헤헤헤… 이젠 내가 술래할게. 빨리 숨어~
뭐야, … 여태 술레잡기를 한거였어?
응. 그러니까, 빨리 숨어. 하나.. 둘...
(하아. 검술 훈련을 피하는 방법도 여러가지구나.)
(아무래도 안 되겠어. 좀 더 엄격하게 대해야….)
오를레아. 저번에 약속했잖아. 검술 훈련을 열심히 하기로.
몰라. 생각 안 나.
(하아… 이거 큰일이군. 모른 척 딴청을 피우는 데도… 귀엽게만 보여서.. 야단을 칠 수 없잖아.)
(그래도 이렇게 어물쩍 넘어가 버리면.. 계속 말을 안 들을 텐데… 할 수 없군.)
그리고 아빠랑 같이 놀고 싶단 말이야.
응? 응? 아빠아~
(… 귀여워)
그럼 이렇게 하자.
앞으로 한 시간 동안 제대로 수업에 집중 하면 오늘 하루 종일 놀아줄게
정말? 오늘은 성에 안 가?
응, 성에 안가고 하루종일 오를레아 곁에 붙어 있을게
하지만.. 수업을 안하고 도망간다면
아빠도 성으로 도망갈거야
알았어!! 수업 열심히 할게! 얼른 하자!
하하하 그럼 해볼까?
응!
48.5. 5화. 검술 선생이 필요해
할아버지!오. 오를레아!
하하하. 어서오렴, 정말 보고 싶었다.
제람 님. 어제도 보시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손녀를 하루 동안이나 못 보지 않았나..
네, 네….
아하하… 나도 보고 싶었는 걸. 하루나 못 봐서.
하아… 너까지… 아주 쿵짝이 잘 맞는구나.
하하하. 당연하지. 그래, 오를레아. 오늘은 약속대로 검술 실력을 보여 줄 거지?
응! 오늘 진짜 많이 연습했어.
많이가 아니라… 딱 한 시간 했지.
그러니까. 한 시간이면 많은 거지.
하하하… 그러니까….,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지 않은가?
네, 네.
헤헤. 할아버지, 아빠. 이제 오를레아가 하는 거 잘 봐.
이얍!
이얏, 차아! 타앗!
오, 꽤 잘하는데….
재능이 없는 건 아닙니다. 다만….
연습을 게을리해서 문제라는 거지?
네. 훈련보다도 훈련시키기까지의 과정이 더 힘들 지경입니다.
하하하. 그럼… 검술 선생을 두는 건 어떤가?
하앗! 아빠, 할아버지. 잘 보고 있지?
그럼. 오를레아, 정말 잘 하는구나.
헤헤.
검술 선생을요?
자넨 아무래도 아버지라 선생으로서의 권위가 떨어지지. 솔직히 저 귀여운 모습을 보면…
엄격하게 가르치기 힘들지.
일리가 있는 말씀이군요… 검술 선생을 찾아 보는 것도…. 앗!
할아버지! 괜찮아?
괜찮아? 내가 검을 놓쳐 버려서….
하하하. 괜찮다, 괜찮아. 네 아빠가 재빨리 잡는 것을 보지 않았니?
네 아빠가 안 잡았어도 이 할아버지가 잡았을 거다.
히잉… 하지만 나 때문에 할아버지가 다칠 뻔 했잖아.
이 정도론 다치지 않는단다. 그 보단… 우리 오를레아가 놀랐구나.
할아버지가 다치는 게 그렇게 싫었던 거냐?
응.
아이쿠… 귀여운 것.
꺄르르… 할아버지, 너무 좋아!
오를레아… 연습을 게을리 하니까… 검을 놓치는 거지…
까르르…..
하하하…
(하아… 아무도 안 듣고 있어..)
49. 오를레아 8 Archor
49.1. 1화. 아빠는 바보야
오를레아, 아빠 왔다.아빠, 아빠.
많이 기다렸지?
응. 오를레아, 아빠 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어.
하하하. 아빠도.
응? 이건 뭐야 아빠?
활이야.
활?
여기 있는 화살을 이 활에다 끼워서 쏘는 거지.
우와!!! 아빠 오를레아도 쏴 보고 싶어!
안돼. 오를레아에겐 위험해.
치이…. 아빠는 하면서 나는 안돼?
이 화살촉을 보렴 굉장히 뾰족하지? 잘못 만졌다간 다칠 수도 있어.
오를레아 안 다치고 할 수 있는데….
활시위를 당기는 것도 힘들 거야. 이건… 웬만한 어른도 하기 힘든 거거든.
오를레아는 할 수 있는데…
나중에. 오를레아는 검을 배우는 것도 힘들어 하잖아.
검은…. 음… 그러니까… 활이 더 멋져.
오를레아, 활을 배우고 싶어.
하하하. 나중에. 오를레아. 나중에.
아빠, 이상해.
어?
왜 자꾸 웃으면서 거절해?
아….
아빠가 자꾸 안 된다고 해서 속상한데… 아빠는 자꾸 웃어.
하하하…
어어?
그러네. 아빠가 이상하네. 그런데 오를레아를 보고 있으면 자꾸 웃음이 나네.
왜? 오를레아가 웃겼어?
응. 웃겨서.
오를레아, 웃기지 않아. 진지해.
하하하하… 그래, 그래..
어, 어? 아빠, 또…
하하하… 오를레아의 진지한 모습도…
웃겨?
하하… 응. 오를레아가 뭘 해도…
아.. 오를레아… 왜, 울어..?
흐아앙…. 오를레아, 웃기지 않아. 오를레아 진지해… 아빠, 바보, 멍충이…
오를레아, 그게 아니라… 오를레아,
49.2. 2화. 활 사러 가는 날
오를레아, 정말 활까지 연습할 거야?응.
검도 연습해야 하고… 오를레아가 좋아하는 과자도 구워야 하고…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도?
그래도.
그럼 아빠랑 놀아줄 시간이 부족한데도?
음… 아빠.
응?
오를레아, 똑똑해.
어… 그래…
활을 연습하면 아빠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걸 알아.
어?
아빠가 가르쳐 줄 거잖아. 활 쏘는 법.
하하하… 맞다, 맞아…
그러니까, 자꾸 묻지 마. 벌써 마흔다섯 번째야.
알았어. 오를레아 말 들을게.
당연하지. 아빠는 오를레아 말만 들으면 돼.
하하하… 그럼 오를레아도 아빠 말만 듣는 거다.
응.
그렇게 좋아?
응! 당장이라도 뭐든 맞출 수 있을 것 같아.
하하하. 의욕이 넘치는구나.
앞으로 활까지 배워야 하는데… 걱정은 안되고?
응. 오를레아는 걱정 같은 거 안해. 아빠가 있잖아.
하하하…
아빠.
응?
왜, 내가 말만 하면 웃어? 집에서도 그러고.. 여기서도 그러고…
앗… 귀여워서 그래. 그러니까.. 울면 안돼.
안 울어. 오를레아, 활까지 있어서 용감해.
응. 우리 딸은 용감하지~
아빠…
어, 왜?
무거워…
아빠가 들어줘. 집까지 들고 못 가겠어.
하하하. 그래.
왜, 아빠 얼굴에 뭐 묻었어?
아빠는 손도 크고, 키도 큰데… 오를레아는 왜 이렇게 작아?
오를레아도 아빠처럼 크고 싶어.
하하하… 앞으로 그렇게 될 거야. 오를레아가 매일매일 열심히 밥 먹고..
열심히 놀다 보면…
진짜?
응. 이만큼 키가 자라게 될걸.
헤헤헤. 그럼 그 때까지 기다려 줘. 아빠만큼 크면 아빠 신부가 될 거야.
49.3. 3화. 꾀병을 부려요
치이… 또 땅에 떨어졌어…이제 막 시작했잖아. 실망하지 마.
나도 저 과녁을 맞추고 싶단 말이야.
다시 한 번 해볼래?
으으으응… 아니 오늘은 그만 할래.
하하하. 그러자.
진짜?
아침도 먹어야 하고…오를레아가 좋아하는 쿠키도 구워야 하니까.
헤헤… 검술 훈련할 때도 이랬으면 좋겠다..
검술 훈련할 때 아빠는 무서운데….
(아… 검술을 가르칠 땐 내가 너무 몰아 붙인 건가…)
지금 아빠는 안 무서워.
아빠가 무서울 때도 있었구나… 무서운 아빠 같은 거 되고 싶진 않은데…
아빠 무서운 아빠 아니야. 그냥… 자꾸 화를 내니까..
알았어. 다음부턴 그러지 않을게.
약속~
응. 약속.
오를레아, 활쏘기 훈련 시간이야. 뒷마당으로 나가자.
오늘도?
매일 훈련하지 않으면 실력이 늘지 않으니까.
오늘은 그냥 안 할래.
뭐?
팔도 아프고.. 손가락도 아프고… 히잉.. 머리도 아픈 것 같아.
오를레아. 활쏘기 훈련 하는 거 싫어?
으으응. 싫은 게 아니라.. 팔도 아프고.. 손가락도 아픈 걸? 오를레아는 환자야.
활은 오를레아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하는 건데…
벌써부터 꾀병 부리면 어떻게 해?
꾀병 아니야. 진짜 아프단 말이야.
오를레아. 이왕 하기로 했으면 열심히 해야지.
어서 뒷마당으로 나가자.
진짜, 진짜, 진짜… 아프다고.
오를레아!
으… 아빠.. 무서운 아빠가 되어 버렸어.
아.. 미안.. 그게 아니라…
아빠 거짓말쟁이. 오를레아에게 화내지 않는다고 약속해놓고…
오를레아, 오를레아. 아빠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울지 마..
49.4. 4화. 멋진 궁수가 될 거야
할아버지~오! 오를레아. 우리 예쁜 손녀가 할아버지를 보러 왔구나?
네!
하하하. 고맙다, 고마워.
헤헤. 그리고 오를레아, 자랑할 거 있어.
뭘까? 정말 궁금하구나.
아빠. 그거 보여줘.
네. 오를레아님.
오.. 이건…
오를레아의 화살이야. 멋지지?
그래, 정말 멋지구나.
이렇게 메면…. 더 멋지지?
하하하… 그래, 그래. 멋진 궁수 같구나.
헤헤헤. 할아버지 조금만 기다려. 오를레아가 멋진 궁수가 되면…
할아버지를 괴롭히는 이들을 다 처단해줄 거야.
정말이냐?
응.
든든하구나. 오를레아.
아. 아빠도 지켜줄 거야. 아빠도 든든하지?
어.. 든든해…
어, 어….?
왜 그러니, 오를레아?
할아버지는 든든해 하는 것 같은데… 아빠는 아닌 것 같아…
아빠는 오를레아 안 믿어?
미, 믿어.
음… 아빠, 오를레아가 어리다고 막 속이고 그러면 안돼.
하하하하….
제람 님..그렇게 웃으시면..
오를레아, 정말 영리하구나. 사람 마음도 꿰뚫고…
오를레아는 키는 작지만 머리는 작지 않아.
그래, 맞다, 맞아. 오를레아 머리는 크지.
어?
왜 그러느냐, 오를레아?
오를레아 머리가 커?
어?
아기들처럼… 3등신이야?
하하하하…. 오를레아. 오를레아는 머리가 좋지만 크지는 않아.
헤헤헤…
오를레아, 머리는 네가 먼저 크다고 했잖아.
쳇. 할아버지. 아빠 좀 야단쳐 줘. 또 잔소리야.
그럴까? 자네 너무 오를레아를 야단치지 말게, 오를레아의 말은 진리이지 않은가
아니… 오를레아 버릇 나빠지게…
어떠니 오를레아, 만족하니?
헤헤헤.. 할아버지, 너무 좋아.
하하하. 이 할아버지도 그렇단다.
49.5. 5화. 세상에서 제일 좋아
아빠….오를레아구나 무슨 일이니? 잠이 안 오니?
응. 누워서 자려고 했는데 잠이 안와.
아빠랑 같이 잘래.
……..!
아빠가 너무 오랜만에 집에와서 그런가봐. 아빠도 내가 보고 싶었지?
(맙소사… 뭐, 이렇게 귀여운 생명체가…)
어, 아니야? 왜 대답 안 해?
(이래서 다들 딸바보가 되는 구나… )
응? 응? 아빠아-
아빠도 보고 싶었어. 매일매일 오를레아 생각을 했단다?
아빠가 없는 동안 오를레아는 뭐하고 지냈어?
우웅…활연습 하고, 요시노 언니랑 장보고 오고, 가끔 할아버지 만나고?
힝… 얼른 커서 나도 아빠랑 같이 다니고 싶어.
기사가 된 오를레아랑 같이 다닌다라.. 하하 벌써 기대 되네.
응! 얼른 자라서 오를레아도 아빠를 지켜줄거야.
음… 아빠가 울면 오를레아가 눈물을 닦아 줄거야.
그리고 돈 많~이 벌어서 아빠가 먹고 싶어하는 거 다 사줄거야.
제람 할아버지한테도 그렇게 할 거야?
응! 할아버지한테도 그럴 거야.
그래….?
응. 오를레아는 할아버지도 좋아하니까.
할아버지가 더 좋아? 아빠가 더 좋아?
아빠.
응?
아빠, 유치해.
어… 뭐…?
그런 질문은 아기한테나 하는 거야.
오를레아는 여덟 살이라고!
하하하… 아빠가 잘못 했어. 그럼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아?
아빠는?
오를레아지.
그럼 나도.
뭐야, 내 대답 듣고 결정한 거야?
어. 하지만…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오를레아가 아니어도….
오를레아는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말했을 거야.
50. 오를레아 8 Masician
50.1. 1화. 지팡이 삽니다!
(역시… 마법을 배우려면 준비물이 있어야겠지)(오를레아를 데리고 나갔다 와야겠어)
오를레아~
응? 아빠? 왜?
상점가에 가자
상점가!! 마리 언니 보러 가는 거야?
음……맞기한데………………… 아니야
그럼?
오늘은 오를레아의 마법 도구를 사러 갈거야.
… 언제까지나 아빠가 사용하던 도구를 사용 할 수는 없잖니
오를레아 전용 지팡이를 사러 가자
전용!!!
근데 전용이 뭐야?
오를레아만 사용한다는 의미야
와아아아!! 내 지팡이! 좋아!!
힝.. 훌쩍.. 훌쩍..
울지마 오를레아…
그치만…… 그치만.. 내 지팡이가..
(지팡이를 사주려 했더니… 설마… 키 제한에 걸릴 줄이야)
(..대체 지팡이랑 키랑 무슨 연관이 있는 거지…)
(….놀이동산에서 기구 제한하는………..그런건가)
(… 본인 키보다 커다란 지팡이를 휘두르지 말라는 건가보네…하긴 휘두르다가 놓치면 … 큰일 나니까.)
울지마 오를레아 지팡이를 살 수 있는 키 까지 얼마 안 남았었잖아?
그 정도는 밥 잘먹고 잘 자면 금방 클 거야
정말?
그럼, 아빠가 장담할게
그런데… 그 사이에 그 지팡이 팔리면 어쩌지?
그 지팡이…. 정말 갖고 싶단 말야.. 다른 사람이 사가면 어떡해..
그것도 걱정하지마
왜에??
예약금 걸어놓고 왔어.
값은 이미 지불 했으니까.. 오를레아가 크면 그대로 가져갈 수 있을 거야.
진짜? 아빠 최고야!!
그래.. 그러니까 그만 울고 얼른 가서 저녁 먹자
… 쑥쑥 커야지
응!!
50.2. 2화. 마법의 올바른 사용법
뭘 잘못했는지 알겠니?몰라! 오를레아는 잘못한 것 없어!
..아직도 그 소리를!
사람에게 마법을 사용했잖아!
아빠하고 수업할 때 뭐라고 했어, 마법은 절대 사람에게 쓰면 안 된다고 했지!
그치만!!!
그 애들이 먼저 나를 놀렸단 말야!
엄마 없는 애라고 놀렸는데 나는 참기만 해야해?!
아니!
으….응?
그럼.. 나 잘했어?
그것도 아니야
… 오를레아 아빠는 오를레아가 애들이랑 싸운 걸 혼내는 게 아니야.
아빠는.. 애들끼리는 서로 싸우면서 크는 게 맞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 애들이 먼저 오를레아가 엄마가 없다고 놀렸잖니 그 애들이 잘 못 한 게 맞아.
아마, 그 애들의 부모님도 애들이 한 말을 알면 그렇다고 생각할거야.
으….응..
아빠… 나.. 지금 혼나는 거.. 맞지?
혼나는 거 맞아.
응….
아빠가 화난 건.. 오를레아가 아이들과 싸웠기 때문이 아니야.
.. 애들에게 마법을 사용했다는 거에 화난 거야.
…. 있잖니 오를레아.. 오를레아가 아이들에게 사용한 마법 아이들이 맞았으면 어떻게 될까?
몰라…
그럼 그 마법 아빠한테 써볼까?
응??? 아..안돼!!
왜 안 되는데? 괜찮은 거 아니었어?
맞으면.. 불이 붙어서.. 다치고.. 아야할거야.. 싫어 안 쓸 거야.
잘 알고 있구나…
그 애들은 마법을 사용할 줄도, 피할 줄도 몰라.
만약 그 애들이 마법에 맞아서 크게 다쳤으면.. 오를레아는 두고 두고 속상해 했을 거야.
흑… 흐흑… 잘못했어..
안 할게… 사람한테 사용 안 할게..
그래.. 착하다 우리 딸..
그러니.. 다음에는 마법은 쓰지 말고… 몽둥이로 때리렴
그 뒤는 아빠가 책임질 테니까..
50.3. 3화. 아빠의 아빠
하하 어서 오게 기다리고 있었다네헌데.. 오를레아는? 설마 혼자 온 건 아니겠지?
아, 오를레아는 성에 들어오자마자 부엌…
아빠,아빠!
이거 진짜 맛있어. 아빠 주려고 가져왔어. 얼른 먹어봐.
그, 그래.. 고맙긴 한데… 오를레아. 제람 님에게 먼저 인사해야지.
아! 제람 할아버지. 안녕.
하하하.. 오를레아. 이 할아버지는 눈에 보이지도 않았던 거냐?
으으응. 오를레아도 할아버지에게 인사하려고 했는데…. 하지만.. 이 과자를..
아빠에게 빨리 맛 보게 하려고. 아빠. 어서, 어서. 먹어봐.
오를레아. 이럴 땐 제일 나이 많은 어른에게 먼저…
어? 나이 많은 어른?
왜 그러니? 오를레아.
우리 중에서 할아버지가 제일 나이가 많아?
하하하.. 그렇단다. 그래서 너도 나를 할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았니?
할아버지는 아빠의 아빠잖아. 그러니까…아빠의 아빠를 할아버지라 부른 건데….
아! 아빠는 나보다 나이가 많고… 아빠의 아빠는 아빠보다 나이가 많은 거니까…
아빠의 아빠인 할아버지가 제일 나이 많은 거구나!
하하하. 맞다, 맞아. 오를레아. 정말 똑똑하구나.
응! 오를레아, 똑똑해. 제람 할아버지, 자! 이거 먹어.
고맙다. 오를레아가 주는 거라 그런지 더 맛있네.
헤헤. 아빠도 빨리 먹어.
그런데, 오를레아. 할아버지에겐 이렇게 조금 주고 아빠에겐 그렇게 많이 주는 거냐?
흠.. 이건 차별인데…
어쩔 수 없어. 할아버지. 아빠는 오를레아의 아빠니까. 아!
제람 할아버지는 아빠에게 더 달라고 해. 할아버지는 아빠의 아빠니까.
하하하.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하아….
왜 그러니? 오를레아? 어디 아프기라도 한 거야?
으으응. 머리가 복잡해.
어?
아빠, 아빠의 아빠…. 말할수록 복잡해지잖아…
뭐?
하하하하…. 자넨 정말 복 받았군.
이렇게 귀여운 딸을 두다니… 부럽군, 부러워. 하하하
50.4. 4화. 나무도 말을 해
오를레아, 여기 있었구나.아빠.
아침부터 여긴 왜 나와 있었던 거니?
음… 그게… 누가 말을 걸잖아…
누가?
저 나무가…
(이 아이… 혹시 나무가 말하는 소리도 듣는 건가?)
내 말이 맞지? 네가 자꾸 말을 건 거지?
…..?
아! 아빠. 혹시 어제 누가 이 나무를 괴롭혔어?
어? 나무를 괴롭혀? 아! 어제 이웃에 사는 아이들이….
아빠가 쫓아내줘서 고맙다고 전해달래.
그래? 별로… 감사받을 일은 아니지만…
아니야. 굉장히 고마운 일이라고 하는걸. 어제 한 아이는 칼로 저기 삐져나온 가지를 긁어대기까지 했다고..
무섭고, 괴로웠는데… 아빠가 짠 하고 나타나서는 자기를 구해준 거래.
아…하하… 그랬구나… 그럼 앞으로도 계속 지켜줄테니까 안심하라고 전해 줄래?
에헤헤… 아빠 말은 전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어? 그래?
응. 나무는 사람들의 말을 다 알아 들어.
하지만… 사람들은 나무의 말을 알아 듣지 못해서 속상하대…
그렇구나.
응. 그래? 알려줘서 고마워.
뭐라고 한 거야?
곧 소낙비가 내리니까, 빨리 들어가래.
(이 아이의 능력은 어디까지인 걸까….)
정말… 비가 내리는구나…
응. 그 나무가 그러는데… 자기는 날씨의 변화를 빨리 알 수 있는 능력이 있대.
신기하네….
그치? 그 나무, 정말 신기하지?
나무도 나무지만… 나무와 대화를 하는 오를레아도…
어…. 그래서 싫어?
후훗. 그럴 리가.. 오히려 더 좋지. 덕분에 이렇게 비도 피하고.
헤헤… 날씨를 알고 싶을 땐, 나무에게 물어 보면 되겠다.
하하하. 이젠 빨래가 젖을 일이 없겠네…. 아!
맙소사! 다 젖어 버렸네… 왜 더 빨리 생각해내지 못한 걸까…
빨래 걷는 거 나도 도울게.
아니야. 오를레아. 넌 빨리 들어가. 비 맞잖아.
헤헤헤. 비 맞는 것도 좋아~ 재미있어, 아빠.
하하하. 그럼 비를 한바탕 맞아 볼까~
응!
50.5. 5화. 립스틱은 처음이라
음…. 저 곳에서 팔고 있는 건 뭐야?화장품이네.
화장품?
음… 여자들이 더 예쁘지기 위해 얼굴에 바르는 거야.
저기 있는 것들을 바르면 더 예쁘지는 거야?
음… 아마도.
그럼 나도 저거 바를래.
뭐, 오를레아도?
응. 나도 바르고 싶어. 화장품.
하하하. 화장품은 어른이 바르는 거야. 어린애는 저런 거 바르지 않아도 예뻐.
오를레아 어린애 아니야! 그냥 여자야!
어?
나도 화장품 바를 거야. 저거 사줘. 아빠. 사줘~
아… 오를레아. 사람들이 쳐다 보잖아… 어른들이 바르는 걸 아이가 바르고 싶어한다고…
아이 아니라니까!
하아.. 그래 화장품 사줄게.. 잠시만 기다려
자, 여기 립스틱
(…이래도 되는 걸까)
에헤헤… 아빠, 고마워.
(뭐, 이렇게 좋아하니까… 된 건가..)
그런데.. 이거.. 입술에 바르는 거라고 했지…?
그래, 그런 것 같구나.
지금 발라볼래.
뭐, 여기서? 집에 가서…
으으응. 아빠가 발라줘.
내참…. 립스틱 줘 봐.
헤헤헤… 간지러워…. 그런데, 나 예뻐졌어?
음… 오를레아가 원래 예뻐서… 이걸 발랐다고 더 예쁘진 것 같지는 않지만…
잠깐만!! 거울 보고 올게!
(앗. 지금 거울을 보면 안 되는데….)
뭐야! 아빠!
아.. 미안.. 그게… 그리다보니… 자꾸만 더 크게 그려져서… 나도 립스틱은 처음이라…
흐아앙… 아빠, 바보, 멍충이!
51. 오를레아 13 Basic
51.1. 1화. 정력 증강 레시피
좋아! 저녁밥 준비 완료♪와아, 대단한걸! 혼자서 만들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야!
에헴, 그렇지? 오를레아도 마음만 먹으면 잘할 수 있다구!
우후훗. 아빠, 어서 앉아! 식기 전에 먹어야지!
그럼, 잘 먹을게.
…!
(뭐지?! 왜 이렇게 쓴 거지?!)
아빠, 간은 어때? 맛있어?
…응? 혹시 맛없어?
아, 아냐! 맛있어!
…정말?
그냥 좀 독특한 맛이라고나 할까?
아! 그건 아마 레시피를 내 나름대로 변형해서 그런 걸 거야!
아, 레시피를? 변형?
응.
남자의 활력을 증가시키는 약초'란 걸 넣어봤어!
음… 정력증강? 효과가 있다고 약초학책에 쓰여 있었어!
저, 정력…증강…?!
안심해! 도서관 직원한테도 물어봤으니까.
정력증강이란, 신체가 건강해진다는 의미래!
오를레아는 아빠가 언제까지나 건강하게 있어 줬으면 해서….
그, 그랬구나….
많이 먹고, 더 건강해져야 해!
아빠…? 왜 그래? 갑자기… 얼굴이 빨개졌어….
아, 아무것도 아냐. 네 탓이 아냐, 네 탓은 아니다만….
아빠, 혹시 배 아파? 아까부터 계속 자세가 구부정해.
(하반신이 건강해져서 그렇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어!)
혹시… 전부 오를레아가 만든 요리 때문에….?!
아, 아냐… 그냥 조금 누워있으면 금방 괜찮아질 거야.
뭐어?! 그렇게 심각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정말 괜찮으니까 아빠 혼자 있게 해줄래?
아빠? 아빠~!
51.2. 2화. 마음보다 앞서는 몸
가벼운 부상을 입긴 했지만, 그렇게 무리하진 않았어!애초에 부상을 입을 만한 방법으로 싸우는 것 자체가 무리하고 있다는 증거야!
무리하지 않았다니까? 나는 잘못하지 않았어.
하아… 정말이지 고집이 세구나?
…….
설교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먼저 그 상처 좀 보자꾸나.
…싫어.
오를레아!
난 정말 무리한 적 없어. 믿어주지 않는다면 치료도 받지 않을 거야!
상처는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안 돼. 어서 보여주렴.
….
흉터라도 남으면 어떡하려고 그러니…?
그럼… 눈 감고 치료해줘!
눈을 감고… 어떻게 치료를 해?
나도 모르지.
오를레아… 말도 안 되는 오기 좀 부리지 마. 아빠는 정말 걱정이 돼서 이러는 거야.
어서 상처 좀 보자, 응?
그럼 보기만 하는 거야!
아아, 많이 아팠겠는걸? 상처가 깊지는 않지만, 피가 나고 있잖니
아프게 하면 안 돼!
노력해볼게. 그러게, 왜 그렇게 생각 없이 달려들어서는….
…그때 아빠가 위험해 보였단 말이야..
나도 모르게 몸이 반응한 걸 어떡해..
…오를레아
일단은 약을 좀 발라야겠어. 조금 따가울지도 몰라.
윽…!
으윽… 앗, 차가워. 윽, 이번에 따가워.
아빠, 조그만 살살….
으윽, 윽… 흐읍. 그래도… 아빠 손길은 기분 좋아….
흠흠. 따가운 게 사라지고 나면 약효가 나타날 거야.
음, 약초도 그렇지만, 아빠 손으로 문질러주는 게 더 기분 좋아.
그, 그래?
응! 그러니까 좀 더 만져줘!
약 다 발랐으니까 이제 안 해!
에이~ 조금만 더 해주지….
아빠, 사실은 여기도 상처 입었어….
아빠가 해주는 치료는 기분이 좋아지니까… 여기도 부탁해. 응?
(…..윽, 허벅지잖아..)
거긴 스스로 할 수 있잖아! 혼자 하도록 해!
앗, 아빠… 왜 도망가?
51.3. 3화. 비밀은 안 돼!
오를레아구나! 어서 오너라 기다리고 있었단다.자네도 어서 오게.
그래 오를레아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었니?
후후후 저야 잘 지냈죠, 그보다 할아버지한테 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그래? 그게 뭘까?
짠~ 선물이에요 어서 열어보세요.
이건… 호두 파이구나.
제가 직접 만들었어요.
허허. 이걸 직접? 대단하구나 오를레아 오를레아. 맛있는 냄새가 나네.
헤헤. 그렇죠? 냄새도 좋지만 맛은 더 좋아요!
그래서 할아버지께 빨리 드리고 싶었어요.
하하하. 고맙다, 고마워. 그럼 차와 함께 먹자꾸나.
그럼 제가 차를 가져올게요!
이보게, 혹시 해서 물어보는 건데….
말씀하세요.
이 호두 파이, 먹어도 괜찮은 건가?
아아, 이건 괜찮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이건'이라… 대체 몇 번이나 실패한겐가.
글쎄요… 워낙 실패한 게 많아서 중간부터는 세는 걸 포기했습니다.
그렇게나….
까맣게 타버린 것도 있었고, 무슨 약을 탔는지 보라색이 된 것도 있었죠….
그리고 한 번은 오븐에서 흘러넘쳐 나온 적도 있습니다.
그런 걸 먹기도 했나?
오를레아가 직접 만든건데 안 먹어 볼 수가 없더라고요.
흐음, 아이를 키우는 것이 이토록 가혹한 일이었던가….
아빠, 할아버지! 차 가져왔어요.
그런데, 무슨 대화를 하고 계셨어요?
아,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야.
그런데 아빠는 왜 소곤거리고 있던거야? 혹시 나만 모르는 비밀 이야기 같은 거야?
오를레아가 모르는 비밀 같은 건 없단다. 그냥 오늘 날씨 얘기를 했을 뿐이야.
그, 그래, 맞아.
흐음….
어이쿠, 왜 그러니 오를레아.
할아버지! 미리 말씀 드리지만, 아빠랑 할아버지랑 비밀 만들면 안 돼요.
아빠랑 저는 비밀 같은거 없기로 했단 말이에요.
오, 오를레아…?
뭐라고? 하하하하하 이것 참, 아가 할아버지를 질투하는 게야?
앗!! 아니 그런 게 아니라요!
하하하. 할아버지가 오를레아의 연적이 되어버렸구나.
놀리지 마세요!
하하…
51.4. 4화. 양파 없는 카래
이상하다 분명 여기 양파가 있었는데…오를레아 혹시 그쪽에 양파가 있니?
양파? 여기도 없어. 그런데 양파 없이도 카레를 만들 수 있지 않아?
만들 수 있어 하지만 양파를 넣지 않으면 그 맛이 안나거든.. 으으 어디있지?
<양파가 들어가면 맛 없던데…>
어?
음? 아무말도 안 했어. 아무래도 다 쓴것 같은데 그냥 양파 없이 만들자.
그럴 순 없지. 안 되겠다. 아직 시간 있으니까 나가서 사올게
뭐? 지금? 으… 흠… 아빠….
응?
꼭 양파를 넣어야겠어?
그야 당연하지. 왜, 싫어?
응. 싫어!
하하…… 오를레아 설마 양파를 숨긴 건 아니지?
아니야!
어? 진짜 숨겼어?
아니래도!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던데…..
그야 아빠가 의심의 눈초리로 보니까….
하하하 농담이야. 이제 어린애도 아닌데 양파 먹기 싫다고 숨길리가 없지.
당연한 소릴
그럼, 나갔다 올게 잠시만 기다려.
아빠….
응?
아, 아니야…
금방 다녀올게
오를레아! 많이 기다렸지? 어? 벌써 카레를 다 만들어 버린 거야?
응. 아빠. 기다리는 동안 심심해서…
양파도 없이?
응! 진짜 맛있어. 양파가 없어도 괜찮다고 했잖아.
그래? 오를레아가 만든 카레 맛 좀 볼까나…
음? 오를레아, 대단하구나. 양파 없이 이 정도로 맛을 내다니. 하지만 여기다 양파를 넣으면...
안돼. 아빠.
양파 넣지 마. 양파 싫어.
후…. 하하하하…
왜, 왜 웃어?
아, 미안, 미안. 양파를 싫어하는 오를레아가 귀여워서 그래…
또, 어린애 취급이나 하고… 아빠는 정말 바보야!
앗.. 오를레아!
(… 왜 귀엽다고 하는데 .. 화를 내는 거지? 사춘기인가..)
51.5. 5화. 어린애가 아니야
휴우… 끝났다….오를레아, 왜 자꾸 집중을 못하는 거야 하마터면 다칠 뻔 했어.
집중했어.
정말 집중했다면, 거기서 등을 보이진 않았겠지.
그건….
예화 정령과의 전투는 애들 장난이 아니야.
누가 장난이래? 난 장난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
… 방금 말은 미안, 아빠는 네가 다칠까봐 걱정되어서…
나, 아빠가 걱정할 정도로 약하지 않아!
그래, 그래. 오를레아는 많이 강해졌어. 하지만 자신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수록 더 조심해야 하는 거야.
조심하지 않음 바로 실수로 이어지니까.
알아…
그래, 알고 있구나. 이제 다 컸네
몇 번이나 말해? 나, 이제 어린애 아니라니까?
하지만 아직 아빠 눈엔 어린 아이인걸.
싫어.
응?
어린애로 보는 게 예화정령 보다 싫다고! 몰라 나 먼저 갈거야!
오를레아! 잠깐만 그 쪽은 비탈길….
까약!
오를레아!
아… 어? 아빠! 괜찮아?
나는 괜찮아.. 너는?
나는 아무곳도 다치지 않았어.. 하지만 .. 하지만 나 때문에 아빠가…
울지마 오를레아, 살짝 긁힌 것 뿐이야.
미, 미안해.. 아빠..…
하하하. 사과도 할 줄 알고. 오를레아, 정말 많이 컸구나.
그런데도 자꾸 어린애 취급했으니… 아빠도 미안하다.
그럼 이제 어린애 취급 하지 않을 거지?
음… 힘들긴 하지만… 노력해볼게.
아빠….아빠도 자꾸 다치지 마. 약속해.
그래, 약속.
52. 오를레아 13 Warrior
52.1. 1화. 기사까지 한 걸음
야압! 하압!오를레아, 잠깐 멈춰보렴.
응? 왜? 이상한 부분이 있어?
이상하다기보다는 검을 휘두르는 동작이 조잡해. 그래서는 안 돼.
피이, 꼭 그렇게까지 직접적으로 표현을 해야 돼…?
검 휘두르기는 가장 기본이 되는 동작이야. 단조로울지는 몰라도, 한 번, 한 번 신중하게 하는 것이 중요해.
말하지 않아도 그 정도는 알고 있어!
아니, 알고 있지 않아. 적당히 횟수만 채운다고 되는 게 아니란다.
적당히 하려고 한 적 없어! 제대로 하고 있는걸!
정말로 그럴까? 내 눈에는 그렇게 안 보이던걸.
으~! 됐어! 아빠는 바보야!
앗! 오를레아…!
아아, 너무 심하게 말했나….
(오를레아도 이제 다루기 힘든 나이가 되었군… 심성은 착한 아이지만….)
(… 곧 돌아오겠지. 오늘은 쫓아가지 말아야겠어.)
(매번 쫓아가서야.. 제대로 크지 못하니까..)
(안되겠어.. 집에 있으니 계속 오를레아 생각만 나네)
(나가서 장을 좀 보고 올까)
아저씨!!
아저씨!! 큰일이에요. 오를레아가 들판에 나타난 예화정령이랑 싸우고 있어요.
뭐?
얼른 가서 도와주세요!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들으마, 들판이라고 했지?
(… 큰일이 없어야 할텐데)
오를레아! 괜찮니?!
아, 아빠…!
저런 강적을 혼자서 상대하다니.
열심히 잘 싸워줬어.
…그렇지 않아. 오를레아는 무서워서 발을 움직일 수 없었어….
그랬니?
응… 강해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어.
오늘, 실감했어. 모두를 지키기엔 아직 멀었다고… 그리고
아빠가 얼마나 대단한지도….
웬일이니? 너답지 않게.
자신의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 건방진 말 하고, 반항해서 미안해….
아니, 난 오히려 오를레아가 대단하다고 느꼈는데?
너도 무서웠을 텐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람들을 구하려고 뛰어들었잖아? .. 기사답구나 오를레아.
오를레아 무서웠어… 많이 무서웠지만, 앞으로 더 강해지고 싶다고 생각했어.
연습도 더욱더 열심히 할 거야! 지금보다 훨씬 열심히…!
52.2. 2화. 실전에 나가고 싶어.
제람 님.아아 자넨가, 어서 오게.
혹시 오를레아가 오지는 않았습니까?
아니. 이곳엔 오지 않았는데… 혹시…오를레아랑 싸운 건가?
그게…
할아버지!
오를레아.
어? 아빠!
역시. 이 곳으로 올 줄 알았지.. 돌아가자
싫어.
오늘은 할아버지랑 있을 거야.
하하하. 정말이냐? 오를레아? 이 할아버지는 몹시 좋다만… 네 아버지 표정이 말이 아니구나.
오를레아. 고집부리지 마
고집은 아빠가 피우고 있는 거야.
흐음 무슨 일인데 둘이 이렇게 으르릉 거리는 거지?
오를레아, 할아버지에게 말해 보렴.
할아버지~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글쎄 아빠가 훈련하는 도중에 검을 떨어트렸다고 내일 전투에서 빠지라는 거 있죠?
할아버지도 제가 실전을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는지 아시죠?
실전이니까 못 가게 하는 거잖아.
실전에서 오늘 같은 실수를 하면 크게 다칠 거야.
그게 아니더라도 그런 작은 실수가 다른 기사들에게 민폐가 될 수도 있어.
너무해. 민폐라니!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들을 생각도 없잖니
그만하게 자네, 내 앞에서까지 싸울 생각인겐가
윽…. 죄송합니다.
하하하… 오를레아…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지만 내일 전투에 참여 하려면 먼저 아버지에게 허락받아야 한단다.
할아버지……
나도 오를레아의 요청을 들어주고 싶지만… 결정권은 네 아버지에게 있단다.
자식을 전투에 내보내려면 부모도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이지.
전투에 내보낸다는 건, 전투에서 다치거나 죽을 가능성까지 전부 알고 받아들인다는 거란다.
그래니 오늘 연습에서 실수한 걸 보고 그리 걱정을 하는 거겠지.
그럼…내일 못가는 거에요?
네 아빠가 계속 반대한다면 그렇지, 못 나가는 거란다.
그러니, 할아버지도 함께 네 아빠를 설득하는 걸 도와주마. 자네 내일 전투에 오를레아를 데려가는 건 어떻겠나.
내일 전투는 숙련된 기사 여러명이 참여하는데다 위험도가 낮은 전투지 않나.
할아버지로서 부탁하는 거네.
와아!! 할아버지이~
그럼, 그럼. 이 할아버지는 오를레아의 소원은 뭐든 다 들어 주고 싶단다.
고마워요. 할아버지.
(하아… 어쩐지… )
어떤가 자네, 허락 해주겠는가?
네, 네. 제가 두 사람을 어떻게 이기겠습니까.
헤헤. 고마워, 아빠.
대신, 내일 내 옆에 꼭 붙어 있어야 해. 절대 떨어져선 안 돼.
응!
52.3. 3화. 인내심이 필요해
와아!! 끝났다!아빠 나 잘했지?
아니, 절대 아냐
으응??? 왜?
전투중에 네 멋대로 움직이지 말라고 했잖아.
그렇게 혼자 멋대로 적을 쫓아가면 위험할 수도 있다니까?
하지만… 해치웠는데..
늘 오늘처럼 운이 좋은 게 아니라고.
그래도….
오를레아.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절대 혼자 행동하지마.
나도 그러고 싶은데… 몸이 먼저 나가 버리는 걸 어떡해…
아무래도 안되겠어. 인내심 훈련이 필요한 거 같군.
인내심?
그래 당장 예화 정령을 쫓아가고 싶어도 참을 줄 아는 인내심. 지금 네게 부족한 건 바로 이 인내심이야.
쳇. 아빠는 훈련밖에 몰라. 지금 하는 훈련도 힘든데…
너를 위해서야. 오를레아. 무작정 싸우다간 결국 다치게 되어 있으니까.
알았어…아빠 말을 따를게. 대신에…..오를레아 소원 하나만 들어줘.
소원?
응. 나, 강가에 가고 싶어. 지금.
지금? 곧 어두워질텐데… 내일 가는 건 어때?
지금 가야 해. 강변에서 노을 보고 싶단 말이야.
그래, 소원이라면 가야지
와~ 아빠, 저 하늘 좀 봐. 정말 예쁘다.
그래, 오를레아만큼 예쁘구나.
……?
왜 그렇게 보는 거냐?
아빠도 그런 말 할 줄 알아?
하하하. 네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땐 늘 이런 말을 했는데… 기억 안나?
기억 안나. 그리고….지금은 야단만 치잖아.
아….
앞으론 조심할게. 오를레아. 그리고 칭찬도 더 많이 할 거야.
약속!
약속!
52.4. 4화. 칭찬의 힘
헉, 헉…. 아빠, 아빠!오를레아, 무슨 일이니?
오를레아?
헉.. 강변에.. 예화 정령…..
헉…헉… 하나가 아니야. 세 명이야…
알았어. 넌 천천히 와.
응. 부탁해. 아빠.
(다치는 사람들이 없어야 할텐데… 제발, 모두 무사히 있어줘.)
후… 이제야 끝났군
오를레아!
괜찮니? 오를레아.
응!! 나도 방금 끝났어!!
하아…. 그래, 잘했어. 이제 능숙하게 정화할 수 있구나..
헤헤헤… 아빠한테 칭찬 들었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 칭찬받을 일이 하나 더 있었네.
응?
아까 처음 예화정령을 발견했을 때 혼자 싸우지 않은 것.
아!
아빠에게 달려와 줘서 고마웠어.
응.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어.
어째서?
처음엔 무작정 뛰어 들어가 싸우고 싶었는데…..
나 혼자서 셋을 상대할 수 없다는 걸 걸 깨달았어.
내가 무모하게 달려들었다가.. 다치면 아빠가 슬퍼하잖아?
하하. 우리 딸, 다 컸네. 그런 생각도 할 줄 알고.
헤헤…
네말이 맞아 오를레아, 정화도 중요하지만 너도 다치면 안돼. 그럼 아빠 마음은 더 많이 다치니까.
응. 알고 있어. 나도 그러니까.
착하다!
히히히히 칭찬해줘서 고마워
52.5. 5화. 좋은 파트너가 되고 싶어
어? 오를레아.아빠는 훈련할 때가 정말 멋진 것 같아.
하하하. 고맙다. 그런데 왜 나왔어? 오늘은 푹 쉬라고 했잖아.
감기 같은 거 다 나았어. 그리고… 침대에 누워 있기만 했더니… 심심하기도 하고….
아직 열이 있는데….
음… 그냥 살짝 열만 있는 거야. 진짜, 감기 다 나았어.
그래도. 오늘은 그냥 쉬어.
으으응. 훈련할래.
내참. 청개구리도 아니고. 훈련을 하자면 싫다더니…. 쉬라고 하니까 훈련이 하고 싶어?
응!
좋아! 그럼 거기 있는 연습용 검을 들어봐.
으으응. 연습용 검 말고 이걸로 할래.
안돼. 오를레아. 그 검은 너무 무거워.
왜, 갑자기 안돼? 지난 몇 달 동안 계속 이 검으로 훈련했잖아.
지금의 넌 너무 허약해져 있어. 감기가 나았다고 해도…
콜록, 콜록…
뭐야, 아직도 기침이 나고 있었던 거야?
아니야. 그냥 헛기침 한 거야.
안 되겠다. 오늘 하루도 푹 쉬도록 해.
아빠, 옆에 있어 주면 안돼?
사람이 옆에 있으면 푹 잘 수가 없을 거야.
아빠는 그냥 사람이 아니라 아빠잖아.
녀석. 어리광은. 알았어. 오를레아가 잠들 때까지 있어 줄게.
아프니까 좋네…
다 나았다며?
응. 다 나았는데… 아빠 옆에 있으니까 다시 아파졌어.
얼른 자. 눈 감고.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응. 그런데… 아빠…
응?
만약 내가 검을 정말 잘 다루는 기사가 된다면….
……
매일매일 아빠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거지?
한순간도 떨어지는 일 없이….
아빠의 좋은 파트너로…… 하아… 그랬음… 좋겠….
이미 넌 좋은 파트너야. 오를레아.
53. 오를레아 13 Archer
53.1. 1화. 정령의 축복
(숲에서 나는 희귀 약초라… 분명 이 근처에서 본 것 같았는데)아빠, 저것 좀 봐! 저렇게 큰 나무는 처음 봤어!
숲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이거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식물들이 엄청 많아!
그렇게 위만 쳐다보며 걷다간 넘어져.
그럴 일 없거든!
들뜬 건 이해하지만, 조금은 조심해서….
괜찮다니까!
앗, 새다! 완전 커! 기다려!
휴우… 방금 내 이야길 듣긴 한 거야?
특히 넌 길치라서 그렇게 마음대로 돌아다니다간….
…응?!
대체 어디로 간 거야?! 이 말썽쟁이…. 오를레아!
오를레아! 어디 있니?!
괜찮아, 아빠! 오를레아, 여기에 있어!
오를레아, 갑자기 그렇게 사라지면 걱정하잖니!
그보다 아빠, 이것 좀 봐!
누군가 부르는 것 같은 목소리가 들리는 거야. 그래서 이쪽으로 와봤더니....
이렇게나 많은 산딸기가 있더라구. 대박이지?!
이렇게 낯선 숲에선 뭐든 조심해야 해.
알아, 아는데… 정말 누군가 부르는 소리 같은 게 들렸다니까.
앗!! 또 소리가 들린다..아빠 이쪽이야!!
오를레아!!
후.. 오를레아.. 먼저 가지 말라니까
하지만 이쪽으로 오라는 목소리가 들렸는걸.. 아빠 이것봐!
이건…. 우리가 찾던 약초구나
그 목소리는 이 약초가 있는 곳을 알려주러던게 아닐까?
그럴수도 있지.. 그래도.. 앞으로는 혼자 가지마
.. 걱정 되잖아.
헤헤헤.. 알겠어 아빠..
(.. 대체 그 목소리의 정체는 뭘까..)
53.2. 2화. 여유를 갖자!
휴우… 이걸로 끝인가…그런 거 같지?
오를레아, 정말 실력이 많이 늘었는걸.
히히.. 이게 다 아빠랑 로빈후드 덕분이야.
하하하. 겸손할 줄도 알고..
헤헤… 그래도 오늘 일은 할아버지에게 자랑할 거야.
응? 아빠 얼른 할아버지 보러 가자~
그래, 어서 가자. 오를레아가 자랑하려면 반응이 좋은 할아버지가 필요하지.
헤헤. 할아버지가 좀 그렇긴 하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오를레아구나 숲은 잘 다녀왔니?
네! 있죠~ 오늘 활을 엄청 잘 쐈어요. 한 발도 실수하지 않은 거 있죠!
정말이냐? 우리 손녀는 명궁이었구나. 하하하.
히히히 이제 할아버지가 위험에 빠져도 제가 구해드릴 수 있어요!
그래 그렇다면 오를레아가 이 할아버지를 멋지게 구해주는 모습을 꼭 보고 싶어서라도 위험에 빠져봐야겠는 걸!
헤헤헤.
제람님.
또, 딱딱한 호칭. 아버지라고 부르래도..
흠, 흠… 오늘 전투는 무사히 끝냈습니다만…
그래, 그런 것 같군. 오를레아 덕분에.
아하하…. 할아버지 최고.
제람 님. 아직 오염이 되지 않았던 주변의 숲에서 오염의 징후가 발견되었습니다.
오염이 확장되고 있단 말인가?
좀 더 조사를 해봐야겠지만…..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정찰이 필요하겠군, 내일 다녀와 줄 수 있겠나.
나도, 나도. 내일 아빠랑 갈 거야.
오를레아도? 하하 기운이 넘치는 구나.
응! 낼 숲에 가려면 준비할게 많네…
일단 사과 파이를 만들 거야. 신선한 우유도 챙겨야지.
아! 디저트로 블루베리를 가져가는 것도 괜찮겠다.
오를레아, 우린 소풍을 가는 게 아니라…
알아. 정찰. 하지만 오염된 숲이 아니니까 맛있는 점심을 챙겨 가면….
헤헤헤… 아빠랑 소풍 가는 기분을 낼 수 있잖아.
오를레아, 오염된 숲은 아니지만… 오염의 징후가 발견되어서….
알아. 오염의 징후. 그래도 맛있는 점심을 준비할 거야.
정말 아는 거 맞지?
응! 알고 있어. 하지만 이왕이면 소풍가는 기분을 내고 싶은 걸.
하하하…
제람 님. 그렇게 웃을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
때로는 여유가 필요한 법이지, 이번만큼은 자네가 오를레아를 보고 배워야 겠네. 늘 그렇게 진중한 자세는 재미없다고.
하아… 네, 네. 여유…..
(…그래 가끔은 여유를 가지는 것도 괜찮겠지)
53.3. 3화. 달콤한 선물
아빠, 여기야. 여기!미안, 많이 기다렸니?
으으응. 나도 방금 전에 왔는걸. 마리 언니가 데려다 줬어.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갔어?
응. 마리 언닌 바쁘니까.
그렇게 바쁜데도 이곳까지 데려다 준 건 오를레아가 길치이기 때문인가? 하하.
나, 길치 아니야. 뭐… 아주 가끔 길을 잃을 때도 있지만….
그건 내가 잠깐 다른 생각에 잠겼을 때 그런 건데…
하하하. 맞아. 오를레아는 길치 아니야. 그냥 자주 길을 잃을 뿐이지.
아빠!
하하하… 미안, 미안. 놀리려는 게 아니라 귀여워서...
칫. 너무해… 그럼 내가 뭐라 할 수 없잖아.
아, 마리 언니가 이거 전해주라했는데….
아. 어제 주문 제작을 부탁했는데… 벌써 만들었나 보군.
언니는 부지런하니까.
그래... 흠.. 어디 보자…
호오… 잘 만들었는걸… 자, 오를레아. 선물.
선물? 어? 이건…..
마음에 들어?
응! 정말 예쁘다. 이 머리띠.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
그런데 갑자기 왠 선물이야?
하하하. 생일은 아니지만 축하받을 일은 있잖아.
아! 어제 내가 쏜 활이 전부 과녁 중앙을 꿰뚫었기 때문이구나.
맞아.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결과지.
헤헤헤. 고마워. 아빠. 정말 기뻐.
그럼 이제 집에 가볼까~
응… 아!!!
왜 그래?
마리 언니네에 오늘 장 본 물건들을 놓고 왔어. 잠깐 기다려. 다녀올게.
아, 아니. 같이 가.
아냐. 내 실수인걸. 아빠는 그냥 여기 있어. 빨리 갔다 올테니까.
녀석…. 빨리도 가 버리네…
역시 같이 갈 걸 그랬나…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아빠, 아빠.
오를레아!
헉.. 헉.. 나, 진짜 빨리 온 거 같지 않아?
아… 음… 생각보단…..
헤헤헤. 이번엔 길 잃지 않으려고 엄청 집중했거든.
하하하. 잘 했어. 그런데… 그건 뭐야?
짜란!! 아빠랑 로빈후드 선물. 이거는 아빠꺼야.
늘 잘 가르쳐 줘서 고마워. 나도 더 열심히 할 게.
53.4. 4화. 사랑의 화살이야!
아뇨.. 여기에는 오지 않았어요.그렇구나..알려줘서 고마워 그럼 나중에 보자.
(하아.. 여기에도 없으면 대체 어디로 간거지?.. 혹시 제람님께 간 건가?)
오를레아!
아……….빠?
왜, 여기서 쪼그리고 앉아 있는 거야?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
야단치려고 찾은 거면서….
그걸 아는 녀석이… 여기까지 와 있어? 도대체 여기엔 왜 온 거야?
아빠가 내 말은 안 듣고 화만 내니까!
뭐?
그래서.. 할아버지에게…. 하소연하러 왔는데….
그럼 내가 아빠를 욕하는 거 같잖아!
(아… 그래서 성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여기에 있던 건가..)
오를레아… 그 마음은 알겠는데… 아까도 말했지만 사람에게 활을 겨누는 건..
그것도 그래!
내가 왜 그랬는지도 모르면서.. 화부터 내고… 히잉… 아빠, 미워… 흑…
하아.. 오를레아, 울지 마. 화부터 낸 건 아빠가 잘 못 했어.
으앙…..
이제 좀 괜찮아졌어?
응…..
그럼 이제 이유를 들어 볼까? 아침에는 왜 아빠에게 활을 겨눈 거니?
그게… 사실은… 그 화살은.. 사….
사?
사랑의 화살이야!
뭐?
부끄러우니까 자꾸 말하게 하지마… 사랑의 화살! 그 화살을 맞으면 아빠는 나를 사랑하게 된다고 했어.
맙소사… 누가 그런 소릴…
플레이아데스가.. 비밀이라고.. 했… 앗!
… 또 플레이아데스인가…. 오를레아, 아빠 말 잘 들어.
아빠에겐 사랑의 화살 같은 건 쏘지 않아도 돼.
왜?
음.. 왜 일까… 그건 오를레아가 생각해 봐.
음……아!!! 그런거구나.
헤헤.. 아빠도 나한테 사랑의 화살 쏘지 않아도 돼. 나도 ….이미…. 사랑…에헤헤… 쑥스럽다…
53.5. 5화. 숙녀에겐 숙녀 취급을!
오를레아…....(어쩐지 안 내려온다 했더니, 그새 잠들었구나)
으음… 아빠…?
일어났니?
으응……? 나 잠들었었구나..
그래. 더 자. 더 자도 괜찮아.
으으응. 훈련해야지…
하루 정도는 쉬어도 괜찮아.
진짜?
그럼. 오를레아는 아직 어리고…
으….나는 어리지 않아! 그러니까 훈련할 거야.
어?
(.. 대체 어느 부분에서 화가 난거지..)
그리고 앞으론 어리다는 말 금지야!
뭐?
오를레아 벌써 13살이야! 숙녀라고!
(이제 13살인 거지…)
그리고 숙녀한테 어리다고 말하는 건 실례라고!
(아.. 숙녀가 되고 싶은 건가…)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아, 그래. 앞으론 어리다는 말 같은 건 하지 않을게.
약속 하는 거지?
응, 약속이야
그럼 다시 훈련을 시작해 볼까?
응.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몸부터 풀자.
어? 아까 풀었잖아. 그런데, 또?
중간에 잤으니까.. 몸이 아직 풀린 상태가 아니야.
제대로 풀지 않으면 활을 쏘다 다칠 수도 있다고.
난 바로 활을 쏘고 싶은데…
준비운동 같은 건 재미없단 말이야…
오를레아, 훈련 중엔 어리광은 통하지 않아. 어서 시작.
…….
왜, 가만히 있는 거야?
어리광이라니.. 아빠 어린애 취급하는 거지!
아!
그냥 쉴래. 훈련 안 할 거야.
하아… 숙녀 취급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54. 오를레아 13 Magician
54.1. 1화. 매료의 마법
에휴. 또 실패야….하하하. 아쉽겠구나.
앗, 아빠!
이번에도 마법이 통하지 않은 거니?
응. 계속 연습하는데도 그래.
매료의 마법 맞지? 위치가 된 이후로 열심히 연습하는 것 같더니.
응. 매료의 마법이 가장 마법사다운 마법이잖아?
흐아앙! 어째서 안 되는 거지!
너무 서두르지 않는 게 좋아.
하지만, 연습을 해도 좋아지지 않는단 말야.
마법뿐 아니라, 모든 일은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단다.
오를레아는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구!
그런데… 왜 안 되는 거야….
너무 초조해하지 말라는 소리야.
생선 가게의 고양이랑 옆집 강아지한테도 전부 시도해봤는데 실패했어….
길고양이는 어때? 반려묘는 주인이 있어서 통하지 않으니까.
최근에 본 길고양이 중에 비교적 사람을 잘 따르고, 마법이 잘 걸릴 것 같은 고양이 없니?
…으, 으읏.
어쩌면 마법이 문제가 아니라――
오를레아가 매력이 없기 때문일지도 몰라….
아니야. 그렇게까지 자책하지 않아도 돼.
그렇지만….
아, 그렇지!
혹시 매료의 마법이 인간에게만 통하는 마법이라서 그런 건 아닐까?
응? 그런가… 그럴 수도 있으려나.
당연히 있지! 종족에 따라서 마법이 걸리는 정도가 다를 수도 있어!
그렇구나… 그래서 마법이 통하지 않았구나.
그래. 그럼, 시험삼아 나한테 한번 걸어보면 어떠니?
응?!
…왜? 아빠한테는 걸고 싶지 않아?
그,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지, 진짜로 걸리면 어떡해…?
뭐 어때? 혹시, 그 마법에 걸리면 내가 냐옹하고 고양이 말을 하게 되는 거니?
그, 그럴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다면 어서 해봐! 어서!
…으음… 알겠어….
그럼… 한다…?
응.
…내 눈을 바라보아라! …자, 내 마법의 눈을….
…윽!
엇! 아빠, 왜 그래?!
크, 으윽…!
이 반응… 설마… 성공한 건가?!
크으, 안 돼….
안 된다니 뭐가?
안 돼…!
안 돼! 내, 내 딸이 천사였다니…!
응…?
후후후, 아하하하! 장난이야!
아빠! 놀리지 말란 말이야!!!
하하. 미안미안!
진짜로 매료의 마법이 성공한 줄 알았잖아….
하하. 미안해!
하지만, 너한테 매료의 마법 따위는 필요 없을 것 같구나.
응? 필요 없다니? 왜?
왜냐니? 오를레아는 얼굴도 이렇게 예쁘고,
성격도 너무 좋잖아?
그런 오를레아를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이 세상에 누가 있겠니?
치이….
그렇지 않니? 할아버지도 오를레아를 좋아하는걸?
…아, 아빠도?
아빠도 오를레아가 좋아…? 마법에 걸리지 않고도 말야.
그럼, 당연히 좋아하지.
그래…? 그럼 됐어!
오를레아도 아빠가 너무 좋으니까!
54.2. 2화. 매료의 마법서
할아버지이이!!오를레아구나 혼자 온거니?
아니요!
음?
그… 아빠랑 같이 왔는데 제가 먼저 달려왔어요.
하하하. 이 할아버지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
네… 아니요!
뭐?
할아버지는 언제나 보고 싶지만, 오늘은 다른 급한 일 때문에 달려온거에요.
할아버지 서재에 매료에 마법에 대한 책이 있나요?
매료의 마법이랑… 하하 우리 오를레아가 누구를 매료시키고 싶어서 이러는 걸까.
아이참 비밀이에요.. 그보다 아빠가 오기 전에 얼른 알려주세요.
하하하.. 매료시키고 싶은 상대가 누군지 알겠구나.. 서재 가장 왼쪽 책장 꼭대기를 찾아보렴.
감사해요 할아버지!!
하하하 녀석 뭐가 그리 급한 건지..
제람 님.
자네 이제야 왔군, 오를레아가 아까 왔다네.
네… 저를 버리고 뛰어가더군요.
하하하.. 아이는 성장할수록 부모의 품을 벗어나려 하지.
하지만 이번엔 자네를 버리는 게 아니라 꽁꽁 묶어 두기 위해서인 것 같더군
네?
하하 모르면 됐네, 그보다 숲에 간 일은 어떻게 되었나?
아… 그건…
제람 님, 제람 님? 듣고 계십니까?
아아- 그래 듣고 있다네.
그런데… 왜 제 눈엔 다른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일까요?
하하하… 그런가…
네. 그렇습니다.
글쎄.. 갑자기 앞날이 흥미진진해져서 그런 것 같군
예? 그게 무슨 말씀인지..
모든 관계는 변하게 되어 있지, 언제나 똑같은 관계란 존재하지 않아.
도통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이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앞으로 오를레아가 마음 고생 좀 하겠는걸…
할아버지, 할아버지.. 책 찾았..… 어! 아빠?
말씀 나누고 계세요 나중에 다시 올게요!
…. 오늘따라 오를레아가 이상하네요 대체 무슨 일인건지.
하하하… 오를레아는 정말 멋진 마법사가 될 것 같군 그래
이렇게나 열심히 책을 읽고 공부를 하니 말이야…
네. 그럴 거라 믿습니다.. 그런데 왜 책을 숨기는지 모르겠네요.
자넨 몰라도 되네. 하하하.. 언젠가 알게 될 테니… 너무 궁금해하지 말게나.
54.3. 3화. 마법의 향수
꺄아아!오를레아!
아빠!
앗… 냄새. 뭐야, 이 냄새는…
나비가 거짓말 했어. 흑.. 어떡해.. 이 냄새가 지워지지 않으면…
뭐?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오를레아.
처음엔 나비가 한 마리였는데….
그런데?
나비에게 꽃 가루를 달라고 했더니… 갑자기 다른 나비들까지 날아 들어와서는…
저 꼴이 되었다고?
응…
그럼 지금 네 몸에서 나는 향도…
나비들이 온갖 꽃가루를 뿌려대는 바람에… 히잉…. 나비들 바보.
하아… 그런 부탁은 왜 한 거야?
향… 수…
뭐?
향수를 만들고 싶어서… 마리 언니 가게에서 봤단 말이야. 향수.
향수는 왜….? 오를레아. 오를레아는 향수 같은 거 뿌리지 않아도 괜찮아.
안 괜찮아. 향수가 있어야 남자를 유혹하기 쉽다고 했어.
오를레아. 도대체 그런 말은 어디서 들은 거야?
요, 요시노 언니가….
하아. 갈수록 태산이구나… 일단… 먼저 씻도록 해.
나비들이 꽃가루만 뿌려댄 건 아닌 거 같구나…
히잉…..
아빠. 다 씻었어.
그래? 그럼 여기 앉아봐.
응.
오를레아, 넌 아직 어려서…
어리지 않아!
아.. 그래… 어린 건 아니지만… 음.. 향수는 나중에 좀 더 커면…
와! 요시노 언니가 맞았어.
어, 뭐?
요시노 언니가 그랬거든. '네 아빠는 분명 향수는 나중에 좀 더 커면 뿌리는 게 좋아라고 말할 거야.'라고.
(요시노…정말….)
와. 요시노 언닌 어떻게 알았을까? 정말 대단하지?
오를레아.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 맞다! 아빠. 이번엔 실패했지만… 다음엔 진짜 좋은 향수 만들어 줄게.
후후후. 아빠는 나처럼 13살이 아니니까 괜찮지?
어. 괜찮….지 않아. 오를레아. 나비들에게 꽃 가루 같은 거 달라고 하지 마.
응. 이젠 그러지 않을 거야. 그냥 마법으로 만들어 버릴 거니까.
54.4. 4화. 예전의 내가 아니야
아빠! 아빠! 여기, 여기.오를레아.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잖아. 공공장소에선 조용…
조용히 해야지.
하하… 내참.. 못 말리겠네.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아빠가 나를 발견하지 못할까 봐..
오를레아가 어디에 있든 알아 볼 수 있어.
정말?
당연하지. 누구 딸인데.
헤헤…
그건 그렇고.. 마리는 잘 만났어?
응. 마리 언니가 이것도 줬어
마리는 오를레아에게 약하구나. 주머니를 그냥 주다니…
어? 그냥 준 건 아니고… 나중에 아빠가 주머니 가격을 지불해야 해.
뭐?
헤헤헤.. 내가 이 주머니 가지고 싶다니까… 언니가 이걸 주면서 아빠에게 그렇게 전해달래.
역시 마리…
그런데 이 주머니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어?
응. 이거 마법 용품으로 쓸 생각이야.
이걸로?
응. 큰 물건은 들고 다니기 귀찮고 무겁잖아.
이 주머니의 입구를 대면 물건이 작아지면서 이 안으로 쏙 들어갈 수 있게 하려고.
벌써 그런 마법도 쓸 줄 아는 거야?
아니.
어?
앞으로 개발하려고. 이 주머니로.
하하.. 빨리 성공했으면 좋겠다.
응. 나도. 그럼 아빠를 이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도 있을 텐데.
나를?
응. 보고 싶을 때마다 빼서 볼 수 있잖아.
하하하… 오를레아. 아빠는 참아줘. 그런 작은 주머니 속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으니까.
헤헤.. 나는 보고 싶은데…
앗!
왜 그러니? 오를레아.
아빠 먼저 들어가. 나, 마리 언니네에 놓고 온 게 있어.
그럼 같이 가자. 또 길을 잃을 수도 있잖아.
이젠 길 안 잃어. 예전의 오를레아가 아니라고.
정말?
응. 그러니까, 아빠 먼저 들어가.
(믿고 싶지만… 어쩐지 불안하단 말이야.)
(어, 그 쪽이 아닌데… 오를레아, 저 쪽 길이야.)
(결국 가까운 길을 나두고 돌아가는군. 뭐, 목적지에만 잘 도달하면 괜찮긴 하지만…)
(아.. 그 길은… 오를레아.. 아예 다른 길이라고.. 하아.. 답답해.)
(모르겠다. 그냥 말해야겠다.)
오를레아!
어? 아빠.
이 길로 가면 숲이 나와. 저 쪽으로 가자.
뭐야, 내 뒤를 밟은 거야?
아.. 그건… 미안한데.. 아무래도 안심이 안 되어서..
치잇… 오를레아를 믿지 않은 거네…
어쩔 수 없잖아. 봐, 지금도… 길을 잘 못 들고..
다시 돌아가려 했단 말이야. 그런데 아빠가 먼저..
정말?
음… 아마도…?
하하하.. 오를레아, 내 생각에… 절대 길을 잃지 않은 마법 같은 것부터 개발하는 게 좋겠다.
그런건 마법 같은 거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거야..
그래, 대부분은 그렇지만… 오를레아에겐 필요하지.
54.5. 5화. 내 손은 약손
오를레아. 아빠 왔다~아빠.
아. 많이 기다렸지?
응!
아직 저녁도 못 먹었지?
응. 하지만 오를레아 배 고프지 않아.
그리고 아빠한테 보여줄 게 있어.
(아…그래서 평소보다 더 반가워했던 거구나.)
뭘까?
후후후.. 깜짝 놀랄 거야.
그렇게 말하니 더 궁금하네.
여기 앉아.
어… 이건…
이름하여, 오를레아 표 안마 의자.
어때, 시원하지?
아. 그래… 어깨가 풀리는 것 같네…
헤헤헤.. 아빠를 위해 개발한 거야. 내가 안마해주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을 거야.
아아… 좋다… 등도 풀리는 것 같고.
강도를 더 세게 할 수도 있어.
그래? 그럼 한 단계 정도 더 높여도 될 것 같네.
응. 한 단계 더 강도를 높여.
아.. 시원… 어… 어? 으악…
어? 아파?
응… 오를레아.. 강도를 약하게..
한 단계 더 강도를 낮춰.
앗! 크흑… 오, 오를레아.. 낮춰..
강도를 낮춰. 의자. 내 말 들어.
으앗….
아빠. 어떡해… 이얍! 의자. 멈춰. 멈춰….
괜찮아? 아빠? 다친 덴 없어? 흐윽…. 내가.. 아빠를…
아빠를 죽일 뻔 했어… 으앙….
하하하.. 오를레아. 이런 걸로 죽지는 않아.
그리고 아빠 멀쩡해.
하지만….
오를레아가 나를 생각해서 만든 거잖아.
아빠는 그 마음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하지 몰라.
정말?
정말이지. 하지만…
응?
아빠는 오를레아가 직접 안마해주는 게 훨씬 좋아~
에헤헤… 그럼 지금 해줄게. 오를레아의 특별 안마~
아.. 시원하다.. 역시 오를레아 손이 약손이네.
55. 오를레아 18 Basic
55.1. 1화. 미아 방지법
그럼, 다음은 생선을 사러 갈 차례야.생선? 난 생선보다는 고기가 좋은데.
아버지가 고기를 좋아하는 건 알지만,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해.
네네. 알겠습니다. 편식 금지!
응, 그래야지!
생선을 산 다음에는 일용품도 사야 해.
비누랑 휴지가 거의 다 떨어졌더라고. 그리고 행주도…
이번에는 사야 할 물건이 많구나.
물건 사는 데에만 신경을 쓰다간 나랑 떨어질지도 몰라.
길을 잃지 않도록 조심하렴.
누가 들으면 매번 길 잃어버리는 줄 알겠어. 그리고 어린애 취급 좀 그만해.
그렇게 걱정할 정도로 쉽게 미아가 되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지난 주에도 옆 마을에서 길을 잃어버렸었잖아?
그, 그건…! 처음 갔던 거라 그런거야!
음.. 그건 그럴 수 있네, 하지만 어릴 때…
어릴 때 이야기는 하지 말아줘! 옛날 일 따위 기억도 안 나거든!
게다가 여기는 벌써 몇 번이나 와 본 곳이야. 절대로 길을 잃는 일은 없어!
하하하 그래, 믿을게
칫.. 그렇게 걱정이면 아빠가 잘 보고 있으면 되잖아?
응?
내가 어딜 가든 아빠가 날 보고 있으면 서로 떨어질 일이 없을 거 아냐.
어때 내말 맞지?
아…
후후후 그러니까 나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늘 보고 있어줘
.. 그래 그렇게 할게
응!
자 그럼 마저 물건을 사러 갈까?
55.2. 2화. 잔뜩 취한 아빠
할아버지! 아버지는 어디에 있어요?!오, 오를레아. 오랜만이구나! 이게 얼마 만이냐.
(오를레아 목소리가 들리네…)
오늘 아침에도 봤잖아요! 벌써 잊으신 거예요?
그랬었나?
휴우. 술을 너무 많이 드시니까 그렇죠. 적당히 좀 드세요.
누가 취했다고 그러는 게야.. 아직 괜찮단.. 어이쿠..
할아버지가 저 정도로 취했으면, 아빠는……… 세상에
아빠 괜찮아?
으음… 더는 못 마셔….
조금 취한 것 뿐이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휴우, 다행이야… 쓰러진 줄 알았잖아….
(잠들지 않았어.. 그냥 쉬고 있는 것뿐이야.. 하지만.. 일어나기 힘드니까 그냥 있어야 겠어..)
별로 안 마셨는데 이렇게 뻗어버리지 뭐니..
아버지가 술이 약한 걸 아시면서, 또 계속 권하신 거죠?
흥! 그게 어째서 내 탓인 게냐?
자신의 주량도 모르고 주는 대로 마신 사람 잘못이지
그래도 취한 것 같으면 말리셨어야죠! 잠은 집에서 자야 할 거 아니에요!
하하하 말리다니 그거야말로 쓸데 없는 참견이란다, 네 아빠는 이미 어른이지 않니
그리고 하룻밤 정도는 밖에서 자도 괜찮지 않니 하하하 한잔하다 보면 좋은 여자를 만나 하룻밤을 보낼 수도 있는 거고.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니요…!
아빠는 절대 알지도 못하는 여자랑 그, 그런 짓을 하지 않아요!
(으….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는데… 일어나야겠어..)
오를레아………… 왔어?
꺄악! 아버지, 잠깐만! 정신 좀 차려봐!!
오를레아…….
주방에서 물수건 좀 가져올 테니까, 자,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
흐음. 그나저나 오를레아는 참으로 예쁘게 자라주었구먼….
그렇죠오?! 제람 님도 그렇게 생각하죠오~? 우리 오를레아가 얼마나 착한 아인데요오..
멍청한 놈
저는 왜 혼나는 걸까요..
왜긴 자네가 답답해서 그러지..
네…?
자네는 대체 언제까지 오를레아를 애 취급을 할 겐가?
그러다간 후회할지도 몰라!
저기,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가 안 됩니다만~
흠…
… 나중에 알게 될 걸세, 하하 답답하지만 내가 먼저 초칠 수는 없지.
55.3. 3화. 일기일회
오를레아응?
모처럼 날이 좋은데, 함께 차를 마시지 않을래?
아빠가 끓여줄게
정말? 그럼 좋아! 음~ 나는 얼마전에 사온 다즐링으로 끓여줘
너는 정말 홍차를 좋아하는 구나.
잠시만 기다려
와아- 색이 정말 예뻐
맑고 투명한 붉은빛 후후후 정말 보석 같은 차야.
마리가 들여놓은 차는 특히나 품질이 좋아. 아 향긋하다.
후후후 간만에 이렇게 시간을 보내니까 좋은걸?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도 좋고, 바람도 상쾌하고…
이 순간을 살짝 접어서 책갈피 사이에 끼워 놓고 싶어.
아무도 모르게 곱게 간직 했다가.
이 순간이 그리워질 때 꺼내서 즐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
네 말을 듣고 보니 생각나는 말이 있어.
아빠가 살았던 곳에는 일기일회라는 단어가 있어.
차를 마시는 문화에서 생긴 말인데, 당신과 만나는 이 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한 번 뿐인 순간이래
그러니 이 순간을 귀하게 여기고, 지금 할 수 있는 최고로 상대방을 대하라는 거지.
와아… 멋진 말이야.
그래… 내가 만약 아빠와 내일 또 차를 마신다고 해도.
내일의 햇살이 오늘의 햇살과 같지는 않겠지. 구름도.. 바람도.. 전부 바뀌는 거니까.
그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
응, 그러니 소중하게 생각해야 겠어.
사람도 똑같은 거 알지?
사람도?
응.. 그 단어는 매 순간을 소중히 하라는 의미도 있지만.
조금 더 직접적으로는 일생에 단 한 번 뿐인 만남이라는 의미도 있거든
그렇게 해석하니까 조금 더 낭만적인데?
소설에 나올 것 같은 말이야.
후후후 왜 있잖아.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놓치고 말았는데
알고보니 그 여자가 일생에 둘도 없는 사랑이었던 거지.
그래서 울며불며 후회하다가 쫓아가서 사랑을 속삭이지만.
이미 때는 늦어서 이어지지 못하는 거야.
그것도 나름 의미가 통하는데?
그지? 역시 후후후 사람은 있을 때 잘해야 해.
(… 맞는 말이야)
(오를레아 너와 함께하는 이 순간도.. 일생에 단 한 번 이구나..)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애정을 줄게..)
55.4. 4화. 그 날이 오면
아빠~ 뭐해?아 왔어? 늦을 것 같다더니 일찍 왔네?
아빠 보고 싶어서 빨리 왔지
듣기만 해도 좋네.
그래서 뭐 하고 있던 거야?
아, 곧 결전이니까… 좀 너무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아서.
레이스와의 결전이 끝난 뒤에 뭘 하고 싶은지 적어보고 있었어.
앗!! 나도 보고 싶어 보여줘
뭐? 아니.. 그렇게 볼만한 게 아닌데
아빠가 뭘 하고 싶은지 궁금하단 말이야.
설마 나한테 비밀을 만들려는 건 아니지?
… 그런건 아니지만.. 알겠어 봐도 좋아.
어디보자~
해안가 마을 다녀오기? 이거는 뭐야?
우리 영지에서 동쪽으로 가면 바다가 있데, 그 근처에 온천이 있어서 관광지로 유명하다고 하더라고.
오랜만에 바다가 보고 싶어서 다녀오고 싶었지.
좋아! 나도 바다 보고 싶어. 음음 이 다음은…
(… 같이 가 줄 생각인건가?)
왕성 대도서관 방문? 여기는 왜? 아빠가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 멀리 있는 곳에 방문해서 볼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냐?
하하 네 말이 맞아.
원래는 그냥 가볍게 읽는 책을 좋아하지.
그런데 건너 건너 들었는데 왕성에 있는 대도서관에 나 말고 다른 이방인들의 기록이 남아있데.
언제 왔는지,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았는지 국가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했던 모양이야.
어쩐지 궁금해져서 방문해볼 생각이었지.
음~ 나는 책을 읽는 건 좋아하지 않지만. 이건 좋아
나도 아빠에 대해서 궁금하거든. 아빠는 내가 어렸을 때 부터 봤으니까 다 알지만
나는 이미 어른인 아빠를 만났잖아? 음음 마음에 들어.
… 같이 가줄거야?
에? 나를 놓고 갈 생각이었어?
진심이야? 혼자 가려고?
아니, 당연히 네가 같이 가주면 좋지
….. 네가 같이 가줬으면 좋겠어.
그런데 왜 그렇게 물어 보는 거야?
네가… 레이스와 결전이 끝난 뒤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었잖아.
.. 네가 어떤 말을 할 지 모르니까 조금 걱정하고 있었거든
아아…… 후후후후후후 아빠 무서워하고 있었구나
내가 아빠를 두고 사라질까봐?
아빠, 그 날이 와도 우리 사이가 갑자기 멀어지진 않을거야.
아직 말해줄 수는 없지만. 우리는 가족이잖아?
그야.. 그렇지
(.. 앞으로도 아빠와 딸이냐.. 아니면 다른 관계냐가 문제라서 그러지..하아…)
55.5. 5화. 가보지 않은 길
흐응- 왜 그런 표정이야?아… 오를레아 왔구나.
얼른 만나고 싶어서, 거의 달리다시피 해서 다녀왔는데, 얼굴이 왜 그래.
설마……. 지금 후회하는 거야? 벌써 내가 별로야?
아.. 아냐! 그럴리가 없잖아
후후후후후 농담이야 농담. 앞에 했던 말은 진담이지만.
예전에도 비밀은 없었지만, 이제부터는 더더욱 안 되는 거 알지? 대체 무슨 고민이야?
그냥… 혹시 내가 네 길을 막는 게 아닌가 싶어서..
나는 네가 좋지만.. 네가 함께 해준다니까 이게 꿈인가 싶지만.
너는 이렇게 어리고, 나이 차이도 많은데 괜찮은 건가 싶어서.. 걱정하고 있었어
네가 후회하면 어쩌나 하고.
에에…….
가끔 보면 나를 전혀 모른다니까..
나는 드디어 당신을 독차지할 수 있는 게 너무 좋아.
다..당신이라니.
그럼.. 계속 아빠라고 불러?
도로 아빠랑 딸 사이로 돌아가고 싶은 거야?
읏.. 그건 아니지만..
후후후후 그지? 그러니까 내 마음대로 부를거야.
우리가 나이 차이가 있는건 맞지만. 그게 무슨 문제야.
나는 그런 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당신을 좋아했는 걸.
그리고 나는 반은 정령이잖아? 어쩌면 내가 당신보다 오래 살았을지도 몰라.
당신이 걱정하는 건 일어날지 아닐지 모르는 먼 미래의 일이잖아?
하지만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건 지금 당장의 확실한 일이야. 이래도 고민이야?
읏… 너..너무 몰아붙이지 마.
난 정말 고민 했단 말이야.
후후후후 그야 당신이 가보지 않은 길이 어떤지 자꾸 고민하니까 그러지
길은 걸어봐야 아는 거잖아?
분명 당신이 나한테 알려줬던 것 같은데.
맞아.. 내가 잘못했어.
내가 같이 걸어줄게.
그리고 함께 걸으면서 당신이 걱정하는 게 틀렸다는 것도 증명해줄게.
고마워 오를레아.
덕분에 고민이 끝났어.
내가 해야 하는 건.. 어떻게 우리가 즐겁게 지낼 지 고민하는 거였는데..
후후후 그걸 이제 깨달은 거야?
(그래.. 이젠 언제까지고 함께 걸을 거니까..)
내가 길렀지만 얼마나 똑똑한지..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해.
56. 오를레아 18 Warrior
56.1. 1화. 더 강해지고 싶어
와하하하! 오를레아는 정말이지 착한 아이구나!그만 좀 웃으세요, 할아버지!
뭐가 그렇게 즐거우신 겁니까?
오- 자네 왔는가. 하하 자네도 들어보면 웃지 않을 수 없을 걸세
하, 할아버지…!
어떤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를레아를 더 놀렸다간 미움 받을 겁니다.
놀리긴… 난 그냥 오를레아가 귀여워서 웃은 것 뿐일세!
제람 님의 말이 맞니? 오를레아.
으읏….
맞아, 할아버지는 그냥 나를 귀여워 하신 것 뿐이야. 아빠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그게 무슨 말이냐? 이것만큼 네 아비와 관계 깊은 이야기가 또 어디있겠니. 그러니까 오를레아가 말이야….
꺄~ 할아버지! 안돼욧―!
하하 언젠가는 자네를 지켜줄 수 있을 만큼 강해지고 싶다고 하더군.
… 저를요?
그래. 게다가 나도 포함해서 모두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더군. 어때 귀엽지 않은가.
말하지 말아 달라고 했잖아요…! 부끄럽단 말이에요.
하하 부끄러울게 뭐 있니, 나는 네가 나를 지켜준다고 말하는 게 그저 기쁘기만 하구나.
자네도 그렇지 않나
오를레아가 제람님과 나를 지킨다라…
분수도 모른다고 말하고 싶은 거지…? 창, 창피해….
기특하지 않나? 응원하고 싶어지는구먼!
제람님께서 검술이 많이 늘었다고 칭찬하시더구나.
응.. 하지만 아직도 한참 부족해. 집에 돌아가면 더 열심히 연습해야 겠어.
검에 관해서 엄격한 제람 님의 칭찬이야. 더 기뻐해도 될 것 같은데?
깅해졌다는 말이 기쁘긴 하지만, 난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지고 싶어….
강해지는 것이 물론 좋은 일이긴 하지만, 왜 그렇게 강해지고 싶은 거니?
그건… 목표로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야.
목표? 그게 누군데?
후후. 아빠는 내가 기사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을 벌써 잊어버렸구나.
기사? 그게 몇 년 전이지? 무슨 일이 있었더라…?
예전에 검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자신이 강해졌다고 착각을 하던 시기가 있었어.
모두를 지켜주겠다며 잘난 체하다 오히려 위험에 닥쳤을 때….
무서워서 꼼짝도 못하던 나를 지켜준 사람이… 아빠였지.
아아! 그러고 보니, 그런 일이 있었지.
나는 그때 날 구하러 왔던 아빠를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어..
그렇지만 지금의 오를레아는 그때와는 전혀 다르잖아?
당시보다는 강해졌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그때의 아빠에게는 미치지 못해.
그래서 더 열심히 연습할 거야. 다른 사람을 지킬 수 있도록.
정작 내 힘이 필요할 때 실력 발휘를 못하면 안 되니까.
하하. 스스로에게 엄격하구나. 오를레아가 진지한 건 알고 있었다만, 그런 생각까지 하고 있는 줄은 몰랐는데?
응. 그리고 그럴 일은 거의 없겠지만, 옛날부터 보호만 받아왔으니까――
만약 아빠를 내가 지켜야 할 때가 온다면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도록 하고 싶어….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었구나.)
…그래. 기특하구나….
그런데 난 아직은 누구한테 보호받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단다!
아, 알고 있어! 그러니까 내 말은 예를 들어서 한 말이야.
지지 않겠어!
응?
그렇게 쉽게 나를 뛰어넘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후후… 하하하. 뭐야 그게! 유치해!
56.2. 2화. 나도 이젠 어른이라고
후우… 오늘도 수고했어 오를레아아빠도 수고했어.. 후아 지친다.
그럼 이제 집으로 돌아갈까?
응…. 아!
왜?
아까… 우리를 도와준 정령한테 고맙다고 인사하고 올게, 잠시만 기다려 줘.
…. 혼자 가버렸네
(별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아냐 쫓아가 봐야겠어)
오를레아, 오를레아!
(분명… 이쪽으로 간 것 같았는데… 왜 안 보이는 거지?)
오를레아! 여기에도 없는 건가…
아빠!
아! 오를레아!
왜, 여기 있는 거야? 가만히 기다리지 않고?
그야.. 네가 걱정되니까…
나참. 내가 한 두살 먹은 어린애도 아닌데 그새를 못 참고 쫓아오면 어떡해
게다가 기다리라는 장소에서 벗어나면 서로 길이 어긋나게 되잖아.
아, 미, 미안….. 어? 그런데…
그런데, 뭐?
지금 내가 야단맞고 있는 건가?
어.
어,어?
잘못한 일에 대해선 야단맞아야 한다고 그랬잖아. 아빠가.
훗… 하하하… 그래, 이젠 정말 못 당하겠구나.
아빠를 야단칠 정도로 자라서는….
나도 이젠 어른이라고.
그래, 그런 것 같다. 그건 그렇고 그 정령은 만났니?
응. 고맙다고 인사했어.
그럼 이젠 집으로 가는 일만 남은 거지?
응.
그럼 가는 길에 상점가에 들려서 저녁거리를 좀 사자, 뭐 먹고 싶은 건 없니?
딱히 먹고 싶은 게 있는 건 아니지만 오늘은 그냥 외식하면 어때?
왜, 아빠가 만들어 주는 게 맛이 없어?
아니. 아빠가 만들어 주는 음식은 언제나 최고야.
하지만… 레스토랑에서…
응?
분위기 내며 데이트하고 싶단 말이야. 아빠랑.
(데.. 데이트)
싫어?
아냐. 가자
56.3. 3화. 아빠보다 잘 하는 게 필요해
후아암… 잘 잤다. 아, 아빠. 벌써 일어나 있었어?하하.. 벌써라고 하기엔… 해가 중천에 떴는걸.
그치만… 어제는 아빠도 무리했으니까 푹 쉴 줄 알았어.
그럴 순 없지. 오늘 오를레아랑 검술 대련하기로 약속했잖아.
기억하고 있었구나.
후후후 아빠~ 오늘 각오해야 할 걸 이젠 예전의 오를레아가 아니라고!
좋아! 그럼 우리 딸의 실력을 한번 볼까?
후… 정말 많이 늘었는걸? 이제는 방심하면 안 되겠어.
그래도 오를레아 아빠를 이기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할거야. 하하하
칫.. 아빠는 나를 이긴 게 그렇게 좋아?
아…
두고 봐. 조만간 아빠를 넘어설 테니까!
그렇게 아빠를 이기고 싶어?
응!
왜?
그야… 나는 아빠보다 잘하는 게 하나도 없으니까. 나이도 훨씬 적고…
어.. 나이는 잘 하고 못 하고의 문제가 아닌데…
어쨌든… 아빠보다 잘 하는 게 하나는 있어야..
….?
아빠가 날 여….아, 아니… 동등하게 봐 줄 수 있잖아.
아!
그런데… 내가… 이 모양이라….
흠… 오를레아 뭔가 잘못 알고 있구나.
뭐…?
오를레아가 아빠보다 잘 하는 게 얼마나 많은데.
내가…? 그런 게 있어?
당연하지. 케익과 과자도 잘 만들지. 애교도 훨씬 많지.
아빠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지. 또….
아, 알았어, 알았어. 아빠….
그러니까, 자신을 그런 식으로 비하하면 안돼.
응……고마워….
그럼 이제 아침 먹을까? 열심히 운동했으니 배를 채워야지.
56.4. 4화. 커플 반지
.. 마리 언니는 오늘 없데. 잡화점은 내일 다시 와야겠어..오를레아, 표정이 너무 안 좋은데? 가게에 마리가 없어서 많이 실망했어?
응, 아니.
어?
어?
하하하. 오를레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아…. 무슨 말 했어?
마리가 없어서 실망했냐고.
아… 아니…
그래? 많이 우울해 보이는데…
그냥… 마리 언니가 데이트하러 나갔다는 말에….
하하하.. 마리를 빼앗긴 기분이 든 거야?
아빠는 참… 내가 뭐 어린애도 아니고 그럴리가 없잖아.
그런데 왜 우울한 거야?
연애….
어? 연애? 연애가 왜?
연애하는 언니가 부러워. 좋아하는 사람과 마음껏 데이트 하는….
여… 연애하고 싶어?
응. 하고 싶어.
그래, 그렇구나… 벌써 그런 나이가 되었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데… 어째서 이렇게 씁쓸한 건지….)
(오를레아가 누군가와 연애하거나… 결혼하는 걸 온전하게 지켜볼 자신이 없군….)
아빠.
응?
아빠는 연애하고 싶지 않아?
어? 아…. 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아빠는 오를레아만 있으면 돼.
정말? 후후후후후…. 나도 그래…
아! 아빠 저길 봐 저 두 사람 같은 반지를 끼고 있어
아, 커플 반지인가 보네.
커플반지?
응, 똑같이 생긴 반지를 나누어서 끼는 거야.
그건 나도 알아. 아빠, 우리도 저 가게에서 커플 반지, 구입하는 거 어때?
어? 커플 반지…..라니…
싫어?
아니… 싫은 게 아니라… 미래의 오를레아 남자친구가 싫어하지 않을까?
미래의 내 남자 친구가 누군 줄 알고?
뭐.. 그야..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치… 미래의 남자 친구 때문에 못 살 건 뭐야….지금 내 파트너는 아빠 뿐인데….
파, 파트너….? 하하하… 그래, 아빠는 오를레아의 파트너이기도 하지….
그래. 커플 반지 사자.
56.5. 5화. 동료 이상의 관계
하아…. 겨우 끝났네..그런데 오를레아!
읏!.... 미안 아빠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아.
거기서 예화 정령을 쫓아간 건 미안해.
하지만, 마을 쪽으로 도망가는걸 눈앞에서 보낼 수는 없잖아?
그 마음은 알지만 혼자 쫓아가는 건 너무 위험한 일이야.
뒤를 지켜줄 동료도 없이 갔다가.. 네가 다치기라도 했다면…
.. 그만해, 나도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야.
혼자서도 충분히 싸워 이길 수 있는 상대라는 판단이 있어서 움직였던 거야.
나도 그 정도 판단은 할 수 있다고.
하지만 내가 뒤를 맡지 않았다면…
아빠가 오지 않았어도 이겼어. 내 싸움에 아빠가 굳이 들어 온 거라고.
뭐…?
아빠. 난 앞 뒤 가리지 않고 무작정 싸웠던 예전의 오를레아가 아니야.
날 좀 더 믿어주면 안 될까?
아….
(그래… 이런 말을 할 정도로 컸구나… 더 이상 어리기만 한 오를레아가 아니었지…)
응?
하아… 믿고 있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이미 믿고 있지만…
내 눈 앞에서 멀어지면 걱정부터 되니까…
아….
그러니까… 웬만하면 전투 중에 혼자 움직이지 마…
응…. 그럴게…
그런데… 아빠…
응?
아까… 나를 믿는다는 말…. 진심이야?
응 너는 이미 훌륭한 기사인걸.
더 이상은… 내가 돌봐야만 하는 어린아이가 아니구나.
후후후 드디어.. 아빠가 나를 동료로 생각해 주는 구나?
이제 만족해?
아니, 이걸로는 부족해. 나는 그 이상이 되고 싶어
그 이상?
아빠 두고 봐. 조만간 알게 될거야.
57. 오를레아 18 Archer
57.1. 1화. 아빠 덕분인걸
아하.. 그래? 그렇구나(뭔가 떠오르는 듯하군.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아.)
처음 보는 장소며, 험악해지는 길이며… 어쩐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틀림없이 방향감각 제로인 오를레아가 실력 발휘를 한 줄만 알았는데….
너, 너무해! 아빠, 정말 그렇게 생각했던 거야?!
하하. 오해한 건 미안하구나.
이번에는 길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었구나.
응. 그런 것 같아.
뭔가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나를 찾아온 것 같은데….
목소리가 작아서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어….
아마… 뭔가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는 듯한…?
흐음… 그런 것 같구나.
자기들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 있어서 누군가의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럴거야. 그 때문에 우리를 여기까지 불렀겠지.
정령들의 부탁을 들어주기 전까지는 집에 돌아가긴 힘들 것 같구나.
그러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일이라면 좋겠지만….
(오를레아는 자연의 정령들에게 힘을 빌리고 있었군.)
(상성이 잘 맞는 거겠지만, 그렇다 쳐도 오를레아를 상당히 잘 따르는 모양이야….)
아빠, 오래 기다렸지?
이 정령들, 우리가 와줬으면 하는 곳이 있대.
이럴 수가… 예화정령들이 날뛰고 있어.
그래서 그렇게 필사적으로 우리를 불렀던 거군.
아빠, 나 이 정령들을 도와주고 싶어.
얼마나 힘들었으면 나를 찾아왔겠어…!
마을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 아빠의 일일지 모르지만, 여기의 정령들 역시 괴로워하고 있어.
힘들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싶은 건 사람이나 정령이나 다 똑같으니까….
난 사람, 정령 할 것 없이 누군가가 곤란한 일에 빠졌다면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
오를레아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렴. 나는 언제나 네 편이니까.
아빠… 고마워. …그럼, 함께 싸워 줄래?
그럼, 물론이지! 자, 가자!
아, 아빠. 집이 보여! 거의 다 왔으니까 조금만 더 힘내!
이제야 도착했구나~ 하아… 오래 걸렸어….
도중에 오를레아가 또 길을 헤맬 뻔했을 때는 정말이지 당황했다만….
그, 그 이야긴 하지 마!
우리가 도와준 정령들의 안내가 없었다면, 아직까지 숲에 있었을지도 모르겠어.
치이… 그 숲, 처음 가본 곳이라서 그런 거야….
하하. 그래도 좋은 일을 했더니 기분은 좋구나!
응… 정령들도 기뻐했어….
오를레아, 고생했다.
아냐, 힘을 보태준 아빠 덕분이야.
흠, 맞아! 내 덕분인 것도 있지.
아하하. 부정은 안 하네.
그래도 난 네가 더 자랑스럽구나.
응? 어째서?
타인을 위해서 노력하는 훌륭한 아이로 자라줘서 고맙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아빠….
그렇지만, 내가 이렇게 자랄 수 있었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야.
당연? 하하. 자기 입으로 말하다니.
말할거야!
아빠가 나를 키워줬으니까 당연하지!
57.2. 2화. 얼떨결에 하는 맹세
이 활은 어떠니?멋져요.
이 활은?
이것도 멋져요.
그럼 이것도 분명 물어보나 마나… 멋지다고 할 거지?
하하하… 네.
오를레아가 모든 활을 다 좋다고 하는데…
다 좋다는 건 결국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다는 말과 같지 않은가. 자네 생각은 어떤가?
제람 님이 보여주신 활들이 애당초 다 멋지긴 합니다. 오를레아도 그래서 다 좋다고 한 것 같은데..
그렇지? 오를레아?
네. 아버지.
훗.
할아버지, 왜 그렇게 웃으시는 거예요?
하하하하….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구나.
뭐가요?
존댓말을 쓰는 예의 바른 오를레아가…
어머, 실례예요. 할아버지. 전 원래 예의가 바른 데다…
푸하하…
아버지까지….
아, 미안.. 미안… 크흠… 제람 님. 우리 딸은 원래 예의가 바릅니다.
그, 그래… 우리 손녀는 원래…. 하하하하
하아… 두 분은 제가 예의 바른 사람이 되는 걸 방해하시고 계세요.
아빠, 그만 웃어! 할아버지. 그만요.
하하하하….
흠흠… 그럼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오를레아, 다 마음에 들어도 제일 좋은 것으로 하나 고르렴.
음….
혹시 다 가지고 싶은 거니?
아니야!
아! 아니에요.
그냥… 어떤 게 좋은지 정말 모르겠는걸요. 아! 그러지 말고…
할아버지께서 골라 주시면 어떻겠어요?
할아버지께서 주시는 선물이니 어떤 것이든 감사하게 받을게요.
그럼 이건 어떠냐?
마음에 들어요. 할아버지. 정말 감사해요~
하하하.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군. 하지만 다른 것도 다 마음에 들었으니….
하나 쯤 더 선택해도 괜찮단다.
아니에요. 이 하나면 충분해요. 이미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도 있고…
하하하. 우리 손녀는 욕심을 부리지도 않는 구나.
저, 욕심쟁인데…
그래? 우리 손녀는 뭐에 그렇게 욕심을 부릴까…
마음이요….
마음이라… 알았다. 오를레아. 이 할아버지가 맹세하마.
앞으로 내 손녀는 오를레아 뿐이다. 이 할아버지의 사랑은 모두 오를레아에게 주마.
후후.. 고마워요. 할아버지.
자네도 맹세하게.
저, 저도요…?
당연하지. 오를레아가 정말 원하는 건 내 맹세가 아니라 자네 맹세일 텐데.
아, 아니에요… 할아버지… 전 할아버지 사랑도 듬뿍 받고 싶은 걸요.
하하하.. 알아, 알고 있어. 하지만… 이 할아버지도 눈치는 있단다.
봄이군, 봄이야. 하하하
57.3. 3화. 알 수 없는 마음
아빠, 이거 먹어 봐.음.. 맛있네..
이것도.
이것도 맛있네…
이건 통째로 먹어야 해. 자.
오를레아. 아빠를 돼지로 만들고 싶은 거니?
어? 에이.. 이거 좀 먹는다고 살 안 쪄.
요 며칠 계속 온갖 과자와 케이크를 맛보게 하고 있잖아.
어쩔 수 없잖아. 전부 아빠를 생각하며 만들었는걸.
아…
아빠 입맛에 딱 맞게 간을 했단 말이야.
그런데, 넌 안 먹어?
난 다이어트.
뭐, 네가 다이어트를 왜 해?
뺄 살이 어디 있다고. 게다가 지금 넌 성장기라…
성장기 아니야. 나, 다 컸어.
(요즘 들어 오를레아가 특히 더 예민해진 것 같단 말이야…)
(사춘긴가… 이럴 땐 그냥 동조해주는 편이 나으려나..)
그래, 오를레아. 언제 이렇게 다 컸을까… 이렇게 작았는데..
아빠.
응?
어린애 취급 하지 마.
아니.. 난…
(이런 말도 아니라면… 어떻게 말해야….)
(하아..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딸이구나..)
갈래.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래도 가고 싶어.
오를레아. 아빠 좀 봐.
싫어.
어, 우는 거야? 오를레아. 왜…
나도 몰라. 그냥 아빠가 나를 어린애 취급하면….
예전엔 화가 났는데… 지금은 마음이 아파..
하지만 아빠는 아빠니까… 오를레아가 아무리 커도…
그러니까. 왜, 아빠는 계속 아빠여야 해?
그게 무슨….
난.. 아빠를… 아빠를…
저.. 아빠..
오를레아.
아.. 아빠가 먼저 말해.
아니야, 너부터 말해.
아까 화내서 미안…
괜찮아. 오를레아. 아빠도 미안.
아빠는 왜?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음.. 뭐랄까… 오를레아의 마음을 잘 모르는 것도…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서.
후후… 맞네. 미안해할 일이네. 하지만… 괜찮아. 그래서… 아빠가 더 좋은걸.
57.4. 4화. 뒤를 돌아보다
오를레아.. 오염 지역에 같이 가달라고?응!
곧.. 레이스와 결전이 있잖아?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싶어서 계속 가슴이 두근 거려.. 무서워서… 도망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잖아?
그래서.. 숲에 가서 마음을 다잡고 싶어.
그래 같이 가줄게. .
자.. 여기 기억나니?
아빠가 처음으로 너를 만났던 곳이야.
.. 그 때는 아직 푸른 숲이 남아있었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전부 오염 되었구나…
너는 나무 아래에 기대에 앉아있었어.
동화속에 나오는 공주님 같았지. 지금도 그 광경이 눈에 선해.
내가 레이스를 무찌르면 여기도 다시 회복 되겠지..
이동하자. 또 보여줄 곳이 있어..
여긴…
네가.. 요시노를 만났던 곳이야.
그리고… 그날 유타카와 엑스칼리버도 만났지..
그게 벌써 오래 전 일이구나.
…. 그 때랑 숲이 너무 많이 달라졌어…
..여기가 끝이 아니야.. 아직 한 곳 더 있어.
………..알세리아를 만났던 곳이구나.
기억하고 있구나
… 그럼.. 아빠랑 처음으로 싸운 날이잖아?
집을 뛰쳐나와서… 알세리아를 만났지..
그때는 알세리아가 내 엄마인 줄도 몰랐는데..
이렇게 보니 …. 내 어린 시절은 전부 숲이랑 연관이 있구나…
아빠도.. 엄마도.. 친구도.. 전부 숲에서 만났네?
네가 두려울 거라는 거 알고 있어.
어깨 위에 걸려 있는 게 많으니.. 당연히 두렵겠지..
..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아빠가 끝까지 곁에 있을게.
그러니..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렴
응! 아빠 고마워
내가.. 왜 레이스와 맞서야 하는지 다시 한 번 느꼈어.
57.5. 5화. 살림은 이제 내가 맡을게
음… 아빠… 이건 좀 아니지 않아?그게 왜? 필요해서 구입한 건데.
필요해. 필요한데… 작은 걸 사면 되는데, 왜 이렇게 큰 걸 산거야?
그야.. 큰 게 더 싸니까.
싼 게 아니야. 결국 못 먹고 버리게 되잖아.
1+1 행사 상품도 그래서 구입한 거야?
어… 응…
그럼 이거는? 이건 정말 아무 쓸모도 없는 거잖아.
그건.. 그걸 구입하면.. 이걸 준다고 해서..
귀엽지? 오를레아가 좋아할 것 같아서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어.
아빠!
왜, 마음에 안 들어?
나, 그런 인형 따위나 좋아하는 나이가 아니라고.
그리고 고작 그런 인형 하나 얻으려고 필요없는 물건을 구입했단 말이야?
아… 그래도.. 이게 이익인 것 같아서.
안 되겠어. 앞으로 아빠는 시장보기 금지.
뭐?
아빤 낭비가 너무 심해. 그것도 쓸 데 없는 낭비.
무슨 말이야? 내가 얼마나 알뜰한데…
아빠가 왜 돈을 모으지 못하나 했는데… 이제 알겠네.
이젠 내가 시장 볼 거야. 알았지?
어.. 그래…
그럼 이제 저녁 준비할게. 아빠는 거실에 가만 앉아서 기다려.
(요즘 오를레아의 잔소리가 늘었단 말이야…)
(간섭도 심하고…)
(마치.. 나를 어린애 취급하는 것 같기도 하고..)
왜 저러는 거지?
아빠.
어. 오를레아…
소금은 어디에 뒀어?
찬장 오른 쪽 위에.
고마워.
저.. 오를레아. 그냥 내가 저녁을 준비하는 게 낫지 않을까?
아냐. 내가 할 거야.
그…래…
아빠.
어, 왜?
식사하러 오세요.
응…
아빠, 어때요? 맛있어요?
음… 맛있는데.. 갑자기 왜 높임말이야?
그냥…
어? 그냥?
음… 오늘.. 오를레아 보니까 어때?
어떻다니?
되게 어른스럽지 않았어?
풋….켁켁…. 물…
아. 여기 물.
설마… 너… 지금까지 어른 코스프레 한 거야?
코스프레가 아니라… 어른스럽게 군 거지.
풋… 야단치고 잔소리 하는 게?
어… 어? 그렇게 느낀 거야?
오를레아. 왜 자꾸 어른스러워지려는 거야….
그야! 아빠가 나를….
응?
몰라. 아빠 바보.
58. 오를레아 18 Masician
58.1. 1화. 연애편지
그러니까 오늘은 약초를 좀 많이 가지고 가서….아빠, 좋은 아침이야!
잘 잤니? 오를레아.
벌써 나가는 거니? 바빠 보이네.
응. 오늘은 갈 데가 많거든. 부탁받은 일이 많아서 말이야.
오늘은 어딜 가는데?
음… 리타씨의 남편이 사다리에서 떨어져서 다리를 다쳤대. 그래서 진통제를 가져다주려고… 그리고
한나의 할머니가 허리를 다쳤다고 해서 주술을 걸어주러 가야 해. 또….
또 있어? 바쁜 하루가 되겠구나… 힘들지 않겠니?
후후. 괜찮아. 다들 내 도움을 필요로 하니까 힘이 되어주고 싶어….
이야~ 오를레아도 이제 훌륭한 마법사가 다 되었구나.
우후후 이게 다 오딘 덕분이야.
처음에는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마법사 흉내밖에 모르던 오를레아였는데… 하하.
그, 그건 이제 잊어줘! …부, 부끄럽단 말이야!
하하하.
아, 아무튼, 난 이만 갈게!
그럼, 배웅도 할 겸 신문이나 가지러 가야겠다.
쉬는 날이라고 혼자만 너무 여유로운 거 아냐?
아, 참….아침밥 차려놨으니까 먹어. 그리고 잊지 말고 설거지 해 놓고!
다 컸다고. 잔소리는....
걱정하지 말고, 어서 가기나 해.
응. 그럼, 다녀올게!
조심해서 갔다 와! 길 잃어버리지 말고!
안 잃어버리거든!
하하하. 이제야 갔군.
어?
(.. 바닥에 이게 … 뭐지?)
(….. 러브레터라… 오를레아가 그런 나이가 됐구나)
자, 네게 온 러브레터.
아…. 또 이렇게나
뭐야, 그 반응은? 인기가 많아서 좋지 않아?
별로. 관심없어.
다들 널 생각하며 정성스레 썼을 텐데.
그거야 그 사람들 마음이고….
네 마음이 어디에 있든… 최소한 읽어주는 것이 널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밖에서 무슨 일 있었어?
아빠는… 내가 이런 편지를 받아도 아무렇지도 않아?
걱정이 된다거나….
왜 걱정하겠….. 혹시 이 편지를 준 사람들 중 스토커라도 있는 거냐?
만약 그렇다면 내가 가만히 두지 않을 거다!
그게 아니라….
응?
…에휴, 됐어! 아무것도 아냐.
뭐야? 싱거운 녀석….
너 예전에는 인기가 많아지고 싶다며 매료의 마법을 연습하곤 했었잖아?
그, 그건 그것 때문이 아니야…!
하하. 알고 있어.
어쨌든 잘됐구나. 매료의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이렇게 인기가 많으니.
하나도 안 좋거든!
아빠는 기쁜걸? 그만큼 우리 오를레아가 매력적이라는 말이잖아?
그러니까… 그런 건….
…….
음? 역시 너무 인기가 많아지니까 귀찮은 거야?
아니… 난 그다지 매료의 마법을 써보고 싶은 생각도 없고….
뭐? 한때는 그렇게 열심히 연습했으면서?
그건 옛날 일이지.
뭐… 그 마법을 사용해보고 싶은 사람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 그러니?
하지만, 마법의 효과로 날 좋아해주는 건 별로 기쁘지 않을 것 같아.
흐음… 그 정도로 아끼는 상대가 있었다니… 대체 누구야?
…신경 쓰여?
당연하지. 소중한 딸이 좋아하는 남잔데. 그래서 어디의 누구냐! 응?
…….
오를레아?
미안하지만, 아빠가 신경 쓸만한 상대가 아니야!
뭐? 여태껏 날 놀린 거야?
아니야. 매료의 마법을 쓰고 싶지 않다고 한 건――
마법이 풀린 뒤에 혹시라도 날 싫어하게 될까 봐 그런 거야!
그래서 그 상대가 누구냐니까…?
후훗.
이 이야기는 그만! 벌써 저녁 식사 시간이야.
벌써 그렇게 됐구나.
58.2. 2화. 멀지 않은 미래
앗!!!오를레아?
아빠 큰일이야.. 달걀이 다 떨어졌어.
어제 먹은 게 마지막이었나 봐…
아, 어제 알려준다는 게 나도 까먹었네..
으으으… 점심에 수플레를 할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지
아빠 나갔다 오자!
지금?.. 같이?
응! 지금 나갔다 오지 않으면 못 먹을 거야.
그리고 설마 날 혼자 보내려는 거야?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잠시만 기다려, 옷 갈아입고 올게.
나도 나갈 준비하고 올게!
후후후 날씨 좋다.
그러게 짐은 내가 들 테니까 나온 김에 필요한 거 전부 구매해.
후후후 이래서 내가 아빠랑 같이 나온거야.
그럼 나온 김에 이번주 먹을 거 전부 사야겠다.
으음- 감자를 좀 더 사야 할까
감자는 아직 집에 있어, 오히려 감자보다는 치즈를 사는 게 어때?
곧 떨어질걸?
아!! 맞다 치즈 까먹고 있었네, 아빠 고마워!
짐 무거우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가서 사올게!
(.. 가버렸네)
(아.. 여기서 보니까 오를레아 많이 컸구나…아니.. 너무 많이 커버렸어.. 벌써 열여덟이네)
(이젠 언제 내 곁을 떠나도 이상하지 않겠네 )
(오를레아가 가 버리면 나는 다시 혼자가 되는 걸까..)
아빠!
왔니? 치즈는 샀어?
응, 후후후 오늘은 운이 좋았어. 페타 치즈가 있더라고.
아빠 그거 좋아하잖아. 그래서 있는 만큼 탈탈 털어 왔지!
기억해줘서 고마워.
더 살거 있니?
음~ 아니 이제 다 산거 같아. 돌아가자 아빠.
그러고 보니 오를레아
응?
어른이 되면… 뭘 하고 싶어? 여전히 기사가 될 생각이야?
그럼! 당연하지!
난 기사가 돼서 오래 오래 할아버지랑 아빠랑 같이 살거야.
다른 곳을 가보고 싶진 않아?
후후후 아빠 걱정하지마.
난, 아빠만 있으면 돼.
(이렇게 말해주니 마음이 놓이지만… 언제까지나 이러고 있을 수는 없겠지)
(멀지않은 미래에… 모든게 바뀌겠구나)
(시간이.. 조금만 천천히 흘렀으면 좋겠네)
58.3. 3화. 제람의 차별
오를레아, 일어나. 어서.좀 더 자면 안돼…?
안돼. 이러다 늦겠어.
하아암…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그래. 준비하고 빨리 나와.
후아암….. 잠이 안 깨….
오늘 아침 일찍 움직여야 된다고.. 어제 일찍 자라고 했잖아.
응… 그러려고 했는데….. 잠이 안 오잖아…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더 못 자겠어.
하하하.. 그렇긴 하지. 사실.. 아빠도 잠을 좀 설쳤지.
그런데 왜 이렇게 일찍 만나기로 한 거야?
제람 님이 다른 도시로 가기 전에 만나야 된다고 하시니까..
어? 할아버지 어디 가?
다른 도시에서 회의가 있는 것 같더라고.
그럼 언제 돌아오는데?
열흘 뒤.
그럼 빨리 준비해야겠네. 할아버지가 떠나기 전에 얼굴은 봐야지.
제람 님. 저희 왔습니다.
어서 오게. 그렇지 않아도 기다리는 중이었다네
오를레아. 앞으로 열흘 동안 못 만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정말 아프구나.
저도 그래요 할아버지.
그래, 그래. 우린 항상 똑같은 마음이구나. 할아버지 없는 동안 잘 지내고 항상 몸 조심해야 한다.
(하아.. 단지 열흘인데… 이 두 사람, 또 쿵짝이 맞아서 작별의 인사를 길게 할지도…)
오를레아. 여행 선물을 가져다 주마. 가지고 싶은 건 없니?
없어요. 할아버지가 무사히 돌아 오시는 게 선물인걸요.
오오.. 오를레아…
어떻게 이렇게 예쁠까.. 말 한마디, 한마디가 보석 같구나.
오를레아. 그래도 이 할아버지는 꼭 좋은 선물을 사주고 싶단다. 뭐든 말해보렴
음.. 그럼… 마석을 사주세요.
할아버지께서 가시는 도시는 마석으로 유명하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오오. 그래. 열 개, 아니, 백 개라도 사주마.
후후.. 하나면 돼요. 할아버지.
그래그래, 꼭 잊지 않고 사오겠네. 자네는 뭐가 필요한가?
전 딱히 필요한 물건이 없습니다.
그래? 다행이군.
어, 그걸로 끝입니까?
그럼 뭘 더 말해야 하나?
하하하.. 제람 님. 차별이 심하시네요.
당연하지. 자네랑 어여쁜 오를레아를 어떻게 동급으로 두나? 그렇지 않니? 오를레아.
할아버지 말씀이 맞아요. 후후후…
하아.. 둘이 있을 땐 늘 소외감을 느낍니다.
대신 자네는 매일 오를레아를 보고 있지 않나.
하하하… 맞습니다. 어쨌든.. 무사히 잘 다녀 오십시오.
잘 다녀 오세요.
그래. 고맙다.
58.4. 4화. 누구를 위하여
후우….하아…….
후아아아…..
…오를레아?
후우….
오를레아!
응? 아아.. 아빠나 불렀어?
아까부터 계속 부르고 있었는데, 못 들었구나.
무슨 일인데 그렇게 한숨을 쉬는 거야?
오딘이….
오딘? 마법 수업에 문제가 있는 거야?
으아아아아아아!!!
아무리 고민해도 안 되겠어. 아빠 들어봐?
얼마 전에 오딘이랑 수업하면서 나보고 이제 견습 마법사를 졸업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했거든.
오! 그건 좋은 일 아니야?
끝까지 들어봐
그러니 견습 마법사를 졸업하고 싶으면 실력을 증명하라고 하지 뭐야?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새로운 마법을 만들어서 보여달래.
그런데…전혀 생각나지 않아.
어쩌지 아빠? 나 이대로면 영영 견습 마법사로 살아야 할지도 몰라.
힝… 서른이 되도 마흔이 되도 사람들 앞에서 나는 견습마법사에요! 라고 하고 싶진 않아.
오를레아 일단은 진정해봐.
지금은 압박을 받는 상태라 제대로 생각을 못 하는 것 뿐이야.
으으으으으 그럼 쉬면 생각날까?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
하하 그게 아니라 제대로 생각해 보자는 거지.
우선 기간에 제한이 있어?
음.. 그렇게.. 말하진 않았어
그럼 촉박한 게 아니니까 좀 더 여유있게 생각해도 괜찮잖아?
다음은 마법의 용도나 범위를 제한했어?
음…. 아니 그런 것도 아니었어. 그냥 자유롭게 생각하라고 했으니까.
하하하 그럼 오를레아 마법을 만드는 이유부터 생각해보자.
마법은 전투를 위한 거기도 하지만. 일상생활을 편리하게도 만드는 거잖아?
누구를 위한 마법을 만들 건지 고민해봐.
그러면 답은 나올 것 같은데?
누구를… 위하여?
아…..아!!!!!!! 나 생각 났어!
와 아빠는 최고야 똑똑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좋은 생각이 났나 보구나.
응! 내가 합격하면 다 아빠 덕분이야! 나 연구하러 갈게!
(오늘이 오딘에게 마법을 선보이는 날인가.)
(잘 했으려나 모르겠네)
아빠!! 아빠!! 아빠!!!! 나 성공 했어!
합격이야? 하하 오딘이 뭐래?
내가 만든 마법을 보더니 깔깔 웃으면서 잘 만들었다고 했어!
한 번에 합격이야!
하하하 축하해 오를레아.
그런데.. 무슨 마법을 보여준거야?
아!! 그게…
아빠는 몰라도 괜찮아! 비밀이야!
에? 그런게 어디있어.
그.. 그런게 있으니까 몰라도 괜찮아! 이런거 자꾸 캐묻는거 아니야!
…알았어
(대체 .. 무슨 마법인거지?)
58.5. 5화. 최고의 사랑
오를레아, 여기 있었구나.아, 아빠.
오늘 날씨가 참 좋네.
그치? 후후후 그래서 나와 봤어. 이런 날에 집에만 있으면 아깝잖아.
그러네….
아! 아빠. 모처럼 휴일인데 집에만 있기 아깝지 않아?.. 우리 소풍갈까?
소풍? 지금 가기엔 좀 늦지 않았니? 곧 저녁인데…
후후후.. 공간 이동 마법을 쓰면 되지.
뭐? 아직 다 익히지 못했잖아.
거의 다 익혔어.
설마.. 나를 상대로 실험해보는 건 아니지?
아냐, 아냐, 나도 같이 가잖아.
아무튼… 아직은 시기상조인… 어.. 오를레아..
아얏…
으…
으으으 머리야.. 아빠 괜찮아?
나는 괜찮아 하하하하 소풍은 못가겠구나
그래도 공간이동 마법은 서.. 성공한 걸로 칠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이동을 하긴 했으니까…
그래. 장하다. 우리 딸.
다시 한번 더 시도해볼게.
아니야. 오를레아.
음.. 오를레아.. 이왕 집안으로 들어왔으니까.. 그냥.. 내 방에서 쉴게.
그럼… 잠시만
응? 왜 그러니?
음… 그러니까… 음… 아! 산책. 산책가자. 소풍 가기엔 늦지만 산책은 괜찮지 않아?
산책? 좋아 그 정도는 괜찮을 것 같네
나오길 잘 했지?
그렇구나…
음.. 아빠… 아빠는 어떤 여자가 좋아?
글쎄… 여기서 사는 동안 그런 생각을 별로 해보질 않아서…
그럼.. 나는…. 나는 어때?
어?
앗… 뭐, 뭐라는 거야.. 내가 미쳤나봐.. 아빠. 미안…
오를레아. 아빠가 최고로 사랑하는 사람은 오를레아 뿐이야.
지금으로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이네.
59. (한국서버 미진행) 여름 이벤트 스토리
59.1. 여름 휴가지에서의 조우
오를레아~ 준비 다 됐니?응, 아빠! 진작부터 다 하고 기다렸다고!
그, 그래. 의욕이 하늘을 찌르네.
매일 임무만 신경쓰던 아빠가 먼저 휴가를 가자고 할 줄은 몰랐으니까.
윽.
헤헤, 뭐라고 하는 거 아니야.
나 정말 기분 좋아. 좋은 추억을 잔뜩 만들고 싶어!
알겠어 오를레아. 모처럼 휴가를 가는 거니까 제대로 놀아줄게!
신난다~!
우와아아~ 바다다~!!
오… 예상보다 훨씬 좋네.
아하핫! 아빠~! 바다 냄새가 잔뜩 나서 기분 좋아!
(저렇게 좋아하다니. 데리고 오길 잘했군.)
바다에 들어가서 놀 거야! 아빠도 같이 놀래?
아, 아빠는 좀 쉴게. 피로가 많이 쌓여서...
엣, 너무해! 모처럼 놀러온 건데…
윽… 그, 그러면 조금만 놀아 볼까?
응!
(예전에 왜 아버지가 휴일만 되면 주무셨는지 알 거 같군.)
와아~ 물이 정말 시원해.
너무 깊이 들어가면 안된다, 오를레아.
꺄아아!
(전혀 안 듣고 있네… 것보다 같이 놀자고 해 놓고서는 혼자서 저렇게 가 버리면…)
음?
오를레아! 그쪽에 뭔가 있는 것 같아! 조심해!
응? 엣? 예, 예화 정령이잖아!
물러서, 오를레아!
엣… 여기는 어디…
바, 바다잖아? 나 왜 여기에? 앗, 오빠? 오를레아?
루카, 정신이 좀 들어?
해변에서 널 발견했어. 어쩌다가 이런 곳에서 오염되어 가고 있었던 거야?
후훗, 이제 괜찮아. 내가 정화했거든.
그, 그랬구나… 난 오염되어 버린 거였어…
사실은 말야, 언제나처럼 강가에서 헤엄치면서 놀고 있었는데-
헉, 설마 헤엄치다가 습격이라도 당한 거야?
아니. 그냥 멍하니 둥둥 떠있다가 문득 넓은 바다로 가고 싶다고 생각했거든.
이대로 떠내려가다 보면 바다에 도달하지 않을까... 해서 가만히 있었지.
그러다 결국 바다에 도착하기는 했는데!
응, 응.
꿀꺽!
그만 다리에 쥐가 나서… 그대로 물속으로 가라앉았지 뭐야~ 헤헤.
…
(세상에 어떤 돌고래가 쥐가 나서 침몰하냐.)
그래서 '아, 큰일이다' 싶은 찰나에, 별안간 목소리가 들렸어.
목소리?
응. 분명… 편해지고 싶지 않냐고 누군가가 물었었던 것 같아.
아빠, 이건…
(흠… 설마 또 다른 강적이 나타난 건가.)
어라? 그런데 저쪽에 뭔가 또 꿈틀거리고 있지 않아?
응? 우아앗! 또 예화 정령이!
이번에는 또 누구야!
59.2. 물놀이가 좋아
아하하, 미안하다 단장.하도 더워서 이렇게 더울 바에는 차라리 바닷속에 뛰어드는 게 낫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이런 부끄러운 꼴이 되어있을 줄이야.
…대체 무슨 일을 당한 거야.
감사라면 오를레아에게 해. 오늘 두 사람을 구해준 건 오를레아라고.
아, 앗! 그, 그게…
음, 고마워 오를레아! 단장과 달리 정말 귀엽고 유능한데?
고, 고마워!
징그럽고 무능해서 미안하다…
아모우도 그 목소리를 들은 거야?
음, 그런 것 같아. 누군가 굉장히 편안한 음성으로 머릿속에서 속삭였었지.
이건 내 실책이야. 혼자 싸울 때에 비해 너무 긴장이 풀린 탓인가…
그렇게 자책할 거 없어. 특수한 예화 정령이라면 정신 간섭 정도는 쉬울 테니까.
맞아! 예전에 그 사건 때도 엄청 고생했었고…
아무래도 보고를 올려야겠어.
시간이 좀 걸릴 지도 모르는데, 오를레아는 어떻게 할래?
나, 나는…
그러고 보니 두 사람, 휴가 온 거라며?
그랬지… 누구 때문에 졸지에 때아닌 전투를 벌였지만.
아하하하.
거, 거기에 나도 포함되는 건가?
아니라고는 못하겠네.
어쨌든 좀 다녀올까 하는데, 너희들은 안전한 곳으로 피해 있는 게 어때?
나는?
너도 마찬가지야, 오를레아. 뭔가가 나타났다는 건 확실하잖아.
하지만… 모처럼 온 휴가인데…
윽.
신나게 물놀이 하고 싶었는데…
흠, 크흠! 아, 아무리 그래도-
잠깐. 아직 나와 루카가 습격당했다는 증거는 없잖아.
맞아, 맞아. 우리들이 뭔가에 이끌려 오염된 건 사실이지만 직접 눈으로 본 건 아니라고.
조사가 필요하다는 건 동의하지만 따로 집으로 가는 게 더 위험하지 않을까?
끄응~ 그러면 어쩌겠다는 건데?
일단 단장과 오를레아는 휴가를 온 거니까, 그대로 있는 편이 좋겠어.
대신 내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호위해 줄게!
네가?
그래. 내 실력을 못믿는 거야? 나도 기사단이라고?
단장도 알고 있겠지만, 난 혼자서도 예화 정령들과 싸워온 몸이야.
거기에 나도 있어, 오빠! 헤헤헷, 믿어도 될거야.
그야 너희들이 같이 있겠다면 안심이지만…
(아무리 봐도 놀고 싶어하는 눈빛인데.)
자아~! 그렇게 정해졌으니 그럼 이제부터 신나게 놀아볼까? 꺄하하핫!
…역시.
59.3. 소녀들의 여름
앗! 아빠, 돌아왔어?응. 생각보다는 일이 수월하게 끝났어.
마침 제람 님이 성벽을 돌아보시는 중이었거든.
오를레아도 잘 놀고 있었구나. 별다른 일은 없었지?
응! 정령들이 잘 지켜주고 있었거든.
꺄하하하~ 물폭탄 맛이 어때?
…아무래도 적당히 하면 안되겠는걸? 내가 공격할 차례지?
(잘 지켜주고 있었다고? 어디가? 노느라 정신이 없구만…)
앗! 오빠 왔다!
아... 고생했어, 단장. 이쪽은 이상 없었어.
…금방이라도 벗겨질 것 같은 수영복이나 제대로 입고 말해라.
이건… 불가항력이야.
뭔가 좀 억울한데. 단장도 옷 벗고 들어와. 여름의 청춘을 느껴 보라고.
오를레아 있는 곳에서 이상한 소리 하지 말아줄래?
아! 오빠까지 왔으니까 아까 못한 비치발리볼 시합하면 되겠다!
넌 그런 건 또 어디서 들었냐…
응? 여름의 해변가에서는 수영복 차림의 미소녀들이 막 출렁출렁하는 거 아니야?
…딱히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너무 구체적이고 노골적인 설명인데.
실은 아모우가-
루, 루카.
호오~ 범인이 여기 계셨구만?
아무튼 하자! 하자! 식사 당번 내기하는 거야!
갑자기 식사 당번 내기라니…
난 배고프단 말이야!
아니 어쩌라고.
아빠, 사실은 나도 배고파…
윽, 오를레아.
꺄하핫! 잘한다 오를레아! 그대로 아빠를 무너뜨려서 저녁 식사를 쟁취하자!
운명의 한판인가… 이것도 나쁘진 않겠어. 좋은 수행이 되겠지.
그럼, 내가 단장과 한 팀을-
엣?
자, 잠깐! 오빠와는 내가 한 팀이 될 거라고?
너 바보냐… 나랑 한 팀이 되면 질 경우 너도 같이 요리해야 된다고.
아!!
여, 역시 이런 건 제가 한 팀이 되는 게 맞아요. 아빠와 내 유대는 단단하니까.
오를레아와?
(아모우 녀석, 실망하는 빛이 역력하네.)
(그래도 이건 오를레아와 날 위한 휴가니까, 역시 오를레아와 손을 잡는 게 낫겠지.)
정 하겠다면, 역시 난 오를레아와 한 팀이 되겠어.
헤헷, 정령들에게 인간의 힘을 보여주자 아빠!
흠, 하는 수 없지. 그렇다면 우리들은 정령의 대표로서 힘껏 부딪혀 보겠어.
난 오빠의 요리를 먹을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아! 자, 덤비라고?
반드시 이겨서 단장의 귀여운 모습을 감상하고 말 거야.
잠깐? 아모우? 방금 뭔가 목적이 어긋난 것 같은 말이 들렸는데?
후훗, 시작해 보자고요!
59.4. 불꽃의 다짐
아빠, 괜찮아?오를레아… 이 아빠는 여기까지인 모양이다.
안돼! 내가 힘이 나는 노래라도 불러줄게!
하하, 고맙기는 한데 그냥 좀 쉬면 나을 거야.
하루 만에 장거리 여행을 두 번이나 하고, 공놀이에 요리에 전투까지 했더니 으…
히잉~.
음? 뭐야! 왜 여기서 죽어가고 있는 거야?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가 뻔뻔하게 그런 말을 하다니.
아하하, 본의 아니게 오빠를 고생시킨 게 되었구나.
그래도 힘내, 오빠야.
해변의 밤은 마력이 충만한 공간이라고? 어서 일어나서 내게 작업을 걸어줘.
동기가 불순해서 안되겠어.
뀨우우웅.
단장, 해안가에는 아무 기척도 없었어.
그래? 음, 네가 확인한 거니까 믿어도 되겠지.
고생했어~ 아모우 언니.
어, 언니? 으음… 흠! 흠!
그새 친해졌냐. 하긴, 아모우라면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니까 괜찮지만.
정말? 그건 동료로서야? 여자로서야?
그거야…
(거 참 이 녀석도 집요한 구석이 있네. 적당히 둘러대야겠군.)
둘 다지.
오빠~ 나느으은?
그래 그래, 너도 귀여워.
와아아아~ 신난다!
(믿는다는 말은 안했는데 좋아하네. 에휴, 나도 이젠 모르겠다.)
아, 쉬는 김에 불꽃놀이나 할까요?
그런 것도 가지고 왔어?
응! 내가 들고 온 상자 안에 담긴 게 전부 그거야, 하하.
…난 식재료처럼 생존에 도움되는 건 줄 알았는데.
휴가는 서바이벌이 아니잖아, 단장. 역시 단장은 귀여운 구석이 있다니까.
윽.
불꽃놀이라면 나도 찬성이야. 이곳의 경치는 정말 예쁘거든.
저렇게 까만 밤하늘에 불꽃이 터지면… 굉장히 멋질 것 같아.
아모우는 여전히 아름다운 자연 같은 걸 좋아하는구나.
나도! 나도 더 많은 걸 보고 싶어!
루카는 마을에서 불꽃놀이 본 적 없어?
있긴 하지만 보통은 멀리서만 봤거든.
항상 신나게 헤엄치고 있을 때만 불꽃이 터져…
오빠와 함께 본다면 더 즐거울 것 같아!
헤헷.
후후…
흠, 하는 수 없군. 좋아, 오를레아! 멋진 불꽃을 쏴 보자.
응!
나도~! 나도 쏴 볼래!
하하, 이건 나도 해보고 싶은걸.
윽, 너무 달라붙지 마! 뭔가 물컹거리는 게 닿는다고!
으응? 괜찮아. 오빠가 만지고 싶으면 만져도 돼.
전에는 그러려고 했잖아.
그런 적 없어! 귀엽다고 한 적은 있지만… 앗, 오를레아! 속지 마라. 이 녀석은 바보일 뿐이야.
으음...
하긴, 단장은 굉장히 건강한 사람이니까.
전에도 내 앞에서 옷을 훌러덩 벗고서는-
네가 옷 갈아입고 있는데 멋대로 들어온 거잖아!
하하, 부끄러워하기는.
으으음!
아니야, 오를레아! 저런 괴상한 녀석들에게 말려들면 안돼!
흥! 아빠는 불꽃 못 쏘게 할 거야.
윽, 오를레아…
(하여간 저 녀석들, 어쩌자고 이런 곳에서 험한 꼴을 당해버려가지고.)
(그래도… 오늘 덕분에 즐겁게 보내기는 했지만.)
자, 그럼 발사!
오오오~!
훗, 기대되네.
(그런데 정말 그 목소리라는 건 뭘까?)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난 거라면… 더 크게 번지기 전에 미리 준비를 해 둬야겠어.)
아하하, 굉장해!
(루카… 아모우… 다른 정령들… 그리고, 오를레아를 지키기 위해서.)
아빠, 어때? 휴가 오기 정말 잘한 것 같지?
…하하, 응. 정말 즐거운 하루였어.
[1]
20년 11월 기준으로 스토리 전체가 검열처리되어 볼 수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