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6-29 01: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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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라마와 쿤디판다의 합작 앨범.
2. 트랙리스트
"송정맨션"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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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받아쓰기보다 쉬운 너를 안고
돌잡이보다 쉬운 나를 안으면
우린 땀에 젖은 옷을 떼어내고
선풍기 바람에 흔들리는 모기장
담벼락 앞에 창은 빛나지 않고
표정을 읽지 못하는 근시 안경
이렇게 같이 있는 것뿐인데도
너의 시간을 뺏는 것 같아 어깃장을 놓으면
넌 내가 정말 싫어질까 봐 밖에 나섰지
난 네가 정말 싫어할까 봐 뒤늦게 나섰지
우리 마음속은 몇십 번 이별을 하였지만
누가 밀쳐내고 삐져
등 돌려도 자석이라 돌아와
내 속보다 해묵은 침대 위에 눕고 자도
내일 아침에는 똑같은 잔소리가
낡은 냄비에서 들리는 녹슨 쇳소리고
우리 귀를 다시 긁고 나면 서로 계속 미워
네가 간 알바처럼
파트타임 외톨이로 남았을 때
어제 먹다 남은 맥주캔을 치워
좋다고 했던 날이 엊그제 같아
근데 엊그제 우린 욕을 퍼부었네
꽉 찬 우리 집엔
안 신는 헌신이 어느새 많아
우리도 서로에게는 꼴이 그것 중에 하나
그마저 넌 나갈 때 나와 다른 신을 신어
그 횟수가 아마 수십 번
복도까지 나가 너를 붙잡은 게
습관이 되었다 싶어
어차피 같이 누울 텐데
내가 내 징그러운 심보
다시 들어와 결국 같은 방에 눕겠지
우리 사는 맨션은 저택이 아니니까
다시 들어와 결국 같은 방에 눕겠지
우리 사는 맨션은 저택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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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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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받아쓰기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복도의 연인이 다툴 때의 문장을
윗집엔 밤마다 도둑이 드나 봐
털어 갈 것도 없을 텐데 왜 밤새 짖어대 제발 어
소릴 죽이든지 개를 죽이든지 해
소릴 죽이든지 개를 죽이든지 해
소릴 죽이든지 개를 죽이든지 해
소릴 죽이든지 개를 죽이든지 해
내 귀를 틀어막고
음악 소리 틀어박고
내 발 아래 쌓인지도 몰랐던 먼지를 쓸어 담고
혼자 있는 방 속
후줄근함이 내 잠옷
눈이 감길 쯤에도 말소리가
복도에서 닿고
탓을 해보자면 아마도 부실공사일까
윗집 개가 저택 사는 것 마냥 짖는 건
나도 늘 당당하진 못하지만
확실히 저 집은 염치란 걸 알지를 못 해
용기 날 것 같아
누워서 하는 상상
누려 마땅한 것에
대한 내 억울한 말
듣고야 미안한 당신네 표정과
뒤에 눈치 없는 짐승 대신에
들을 수 있는 사과
그쯤에 귀를 다시 할퀴는 소음
훔칠 것도 없는 집에 경보 알림은 결국
오늘 밤도 나의 평온함을 훔쳐 간 것 같아
이번엔 왠지 인내심도 같이 들고서 말야
복도에서 포대기에 싸인
네발짐승을 마치 지가 낳은 것처럼
자랑하는데 맙소사
그래서 그리 숨 가쁘게 짖었나
소릴 죽이든지 개를 죽이든지 해
소릴 죽이든지 개를 죽이든지 해
소릴 죽이든지 개를 죽이든지 해
소릴 죽이든지 개를 죽이든지 해
마른 목에 물을 삼켜
다시 누워 눈을 감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을 거라 다짐하고
이불로 감싸고
어둠 속에 틀어박혀
마침 잘 수 있을 땐가 싶었는데
다시 한 번
잠 깨고 참기 힘들어진 상태로
도저히 안 될 거란
마음에도 붉어진 눈에 비친
나 분노에서 애처가의 자세로
오른손엔 빛을 숨긴 채로 나와
용기 날 것 같아
조금 망설였지만
마땅히 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이제야 난
할 수 있을 것 같아
문 열리면 당황한 표정
또 순진한 척하는
그 짐승을 볼 거야
문이 열리자 사람보다
더 반겨주는 꼬리
무슨 일이냐는 말에
답보다 내 오른손이
홧김에 내 화를 내지르고 보니
흥건한 그 앞에 식어간 내 심장의 옆쪽이
누구냐니 정말 섭섭해
난 그 바닥을 긁는 소리만 들어도
알아보는데 맙소사
이웃 사이가 이것밖에 안 됐나
소릴 죽이든지 개를 죽이든지 해
소릴 죽이든지 개를 죽이든지 해
소릴 죽이든지 개를 죽이든지 해
소릴 죽이든지 개를 죽이든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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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손"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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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부를 뜨겁게 데운 건 값싼 술
몰린 혈관에 솟구치는
무언가에 다 맛 간 듯
그냥 도로 위에 퍽하고 엎질러진 한밤중
우린 채워주고 싶어 서로의 얼굴 아래
모든 부위 모든 감각들
구석구석 굶주렸다가
배고픈 듯이 핥아줄 모습의
너와 난 가축을 닮았군
그러니까 빨리 더 맞대줘 네 살가죽
언제까지 멀뚱멀뚱 서 있을 거야
취할 만큼은 마셨잖아
길에서 하는 것도 기분 좋을 거야
허벅지에 허리띠를 걸친 다음
우린 배고픈 돼지처럼 네 발로
손이 없어 손이 없어
우린 배고픈 돼지처럼 네 발로
손이 없어 손이 없어
넌 웃어넘겨
넌 웃어넘겨
넌 웃어넘겨
넌 웃어넘겨
우린 배고픈 돼지처럼
우린 배고픈 돼지처럼
우린 배고픈 돼지처럼
우린 배고픈 돼지처럼
한 번 더 한 번 더
한 번 더 한 번 더
아님
한 병 더 한 병 더
서로 느끼는 무언가가 사랑보다
식욕에 가깝다면 넌 동의할까
잘 못 말했지 아까 숨을 헐떡이며
내쉬려던 신음 소리
사랑해라고 한 건 징그럽지
삐뚤어진 자세를 이리저리 비틀며
빈속을 채워가자
소독약 냄새 날 때 우린 서로 예쁘잖아
깬 것 같아
우린 다시 마시고
다시 벗고
다시 두 손에 든 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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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포션"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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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거리 신호보다 밝은 초록색 포션 꺼내줘
여관방 커튼 사이처럼 초록색 포션 꺼내줘
안 느껴져 두 손도 발도
마비된 것처럼 손에 안 잡혀
어서 풀어줘 어서 날 만져
아님 날 부숴줘
난 조각 났어
채워줘 빈속에 나를 더
다른 건 필요 없어 안 섞어
멍청한 말이 나와버려
취해 취해 취해 취해 가버려
용서를 빌 듯 손이 발이 되어
거리 다리 사이를 기어다닐래요
비워진 병들로 성벽을 세워
옆자리 소음들을 막아낼 테야
사거리 신호보다 밝은 초록색 포션 꺼내줘
여관방 커튼 사이처럼 초록색 포션 꺼내줘
초록포션 이게 도시의 피를 채우는 방식
초록포션 이게 도시의 피를 채우는 방식
초록포션 이게 도시의 피를 채우는 방식
초록포션 이게 도시의 피를 채우는 방식
도와줘요 나의 영웅
벗겨줘요 나의 허물
신경과민 나의 버릇
텐텐 대신 처방은 어른용으로
피가 쏠리고 뇌가 반죽
반 컵 남은 물 나도 반쯤
살아있어 그래 살아있어
코는 맡고 싶어 너의 샴푸향도
아주 은밀히
말해줄 수도 피부 아래 비밀
오늘 난 따라갈래 누구의 피리든지
알아보자 어둑한 밤의 의미
용기를 부어줘요 나의 영웅
맑은 정신은 저주
의사 여부는 거부
지금 내게 내일 아침은 허구
사거리 신호보다 밝은 초록색 포션 꺼내줘
여관방 커튼 사이처럼 초록색 포션 꺼내줘
초록포션 이게 도시의 피를 채우는 방식
초록포션 이게 도시의 피를 채우는 방식
초록포션 이게 도시의 피를 채우는 방식
초록포션 이게 도시의 피를 채우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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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천사"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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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부터 밤까지
밤부터 새벽까지
새벽부터 이른 아침
널 지키는
내 존재는 네가 문을 나설 때쯤
아무도 없는 공간에 정적이
안정됐을 시간대니까
너는 버스 타 알바하러 대충 홍대로
주말엔 요즘 을지로 가서 맥주
직장동료는 꼰대여서 팔로우 안 해놨나 봐
가끔 홧김에 올린 글로
네가 화낸 밤마다 맞추는 거 힘들었는데
그거 말곤 합리적으로 의심할 게 없지
친구도 몇 없는 네 일상이란 건
너무 쉬웠어 파악하기
엄마가 정한 통금은 뜨거운 주말 밤 밑에
묻었으니까 토요일만 되면 나가지
초겨울 되니 춥더라 너 없던 방안이
여긴 내가 데워줄 테니까 따듯하게 입어
발자국 소리 가까워지기 직전이 아쉬워
실제로 본 적 없어 악수라도 하고 싶어
근데 사실은 네 철분까지 다 빨아먹고 싶어
난 아침부터 밤까지
밤부터 새벽까지
새벽부터 이른 아침
널 지키는 수호천사
아침부터 밤까지
밤부터 새벽까지
새벽부터 이른 아침
널 지키는 수호천사
아침부터 밤까지
밤부터 새벽까지
새벽부터 이른 아침
널 지키는 수호천사
네 매력점은 철저하지 않단 것
사라져도 모를 양말 한쪽이 내 감상법
넌 뭐가 있을지 모를
깜깜한 밤을 무서워하지만
내가 선잠에도 듣고 보고 있어
걱정하지마 넌 그대로 있어 주면 돼
내가 널 보았던 처음 술자리에서
여러 명과 섞여 내게 웃음 지었던
그때처럼 언제나 지켜본 먼발치
캠퍼스 내였던 건 네가 휴학할 때까지
좀 더 가까워진 기분
네 자취에 내 자취가 있는 건
네가 몰라도 마셨지 같은 공기를
누가 같이 오지 않았나
반은 의심 반은 심술
냄새로 느껴져 어제 마신 속이 빈 술
물기 묻은 설거지를 지나
탁자를 보고 멈춘 건
담배곽이 비흡연을 고집한 네 원룸서
네 친구들도 담배 싹 다 안 피워
만난 게 어떤 씹새끼인지 알아내고 말겠어
난 아침부터 밤까지
밤부터 새벽까지
새벽부터 이른 아침
널 지키는 수호천사
아침부터 밤까지
밤부터 새벽까지
새벽부터 이른 아침
널 지키는 수호천사
너와 나 둘의 공간 둘의 공감
난 그려왔지 멀리서
눈치채면 부담될까
양보도 했지 성심껏
한 올씩만 알지만 찰랑이는 네 머릿결
그 발정 난 개새끼한테 뺏길 수는 없지 너를
돌아오는 주말. 난 고백만큼 용기를 내어
네 고른 숨소리가
새어 나오지 않게 문고리를 떼어
몇 시간 동안 네 옆에 시체처럼 눕다
한 번 쓰다듬고 네 방 어디 몰래 둔 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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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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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부터 밤까지 밤부터 새벽까지
새벽부터 이른 아침 널 지켜주는
파출소가 가까워 CCTV는 필요 없어
안전하고 값싼 곳
굳이 발 아프게 멀리 갈 것 없어요
보름달이 뜬 어느 날 밤
반달처럼 부른 당신과
가로등 아래 입 맞출 때
하늘에서 들려오는 말
집중 단속 구역입니다
이곳에 버리지 마세요
과태료가 부과되오니
무단 투기하지 맙시다
집중 단속 구역입니다
이곳에 버리지 마세요
과태료가 부과되오니
무단 투기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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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빚 - 인플레이션
"빚 - 인플레이션"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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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 빈 바닷가에서 가족이 되어
빌린 것이 많군요
벽도 지붕도 갚지 못해서
젖은 모래만 보탰어요
내 손에만 쥐던 모래알
나만이 부르던 노래와
철컥 잠가둔 집의 초대장
내 손에만 쥐던 모래알
나만이 부르던 노래와
철컥 잠가둔 집의 초대장
단둘이서 약속한 건 손에다
칠흑 같이 어두운 바다였지 내 어린 날
값싼 돌멩이라도 줍느라고 휜 허리와
저렴한 인생이 극심한 통증을 수반했지
물론 당신을 만나고 나서 그 모든 건 빨간 거짓말
이라도 된 듯이 빛났지 당신과 함께면
차가웠던 방도 환해져 어둠과 반대편
그 따스함이 변화를 가져다줄 거라고 나에게도
홀린 듯이 우린 함께 함께하기로 기약해서
방공호를 지어놨지 폭격에 살아남기 위해서
하늘이 안 보이는 집에 아늑하게 침대를 폈지
밤마다 멀미를 해도 놀이 중인 탐사 중 비행선
세상에 지지 않을 듯이 서로에게만 기댔어
나만 알던 노랫말인 네 이름을 콧소리와 섞고
몸과 마음도 합쳐질 때 기분들을 편히 적어
걸로 채워놓기 수월했던 내 마음속 안은 공원
우리가 창피한 적 없던 내가 안고 가는 삶의 공허
진짜로 너 하나만 있어
진짜 너 하나만 있던
넓지만 텅 빈 바다
내 삶의 이유인 것
그 값어치를 믿고 멋지게 살기를 원하지만
배낭을 가득 채워 가도 원하는 건 하나도 못 샀지
실망감에 다시
돌아와 우리 방 안에선
서로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는 상황 되어서
널 부르던 노래가 무의미해졌네
아이가 깨지 않을 만큼만 서로를 미워할까 했어
이 텅 빈 바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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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룸"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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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땀띠가 나도 춘추복을 입지
십 년이 쌓인 노하우 비고 없는 출석 일지
교실, 집 등잔 밑이 그의 위치
들키면 절대 상대를 밀치지도 빌지도 말 것
소나기가 지나가야 소매를 내려
날이 개니 떠나고 싶은 기분이 드는 건
모계 집안 내력
십년 만의 더위라 부르던 그해 여름
엔 반팔로 그를 반기는 친구들의 배려
그에게는 매일의 할당량이 주어져
아마 편의점이나 간판이 낡은 주점
아주 간단한 일이지만
검사 받기 전엔 주저
해선 안 돼
밤엔 짐을 풀어
다 같이 주저앉아
그날의 무용담을 하나씩 얘기하는데
친구 한 놈이 그의 떨리는 전화를 들고 왔네
그가 모르는 번호를 받으면
낯익은 목소리가 나오네
부드럽다가 반은 명령조인
말투 그는 담뱃갑에 초상화를
걸 때까지 이어 피우네 이내
수화기 너머 얼굴에 닿을 것
처럼 뱉은 욕설과 가래
야 시발놈아
우린 친구 따위가 아냐
가족이지
가족이지
가족이지
가족이지
야 시발놈아
날 배린 건 내 친구가 아냐
가족이지
가족이지
가족이지
가족이지
형제의 자리를 탐해
자매와 잠을 잔다네
물려받은 성의 잔해
그는 유럽의 귀족이라네 아예
형들 대신 간 경찰에서도
태도가 당당해
면류관을 받은 다음엔
누가 그를 타이를까 감히
갇혀도 자유로운 모습
밖에서 그가 세운 업적은
이미 안에 퍼져 도는 소문
생활은 슬기로워
더 많은 경력자들의 조언
또 안타까운 실패사례를 모아
들어두네 그날을 위한 보험
잠시 휴가를 온 듯이
비우네 그간 쌓인 피로감
끝이 나면 돌아갈 형제들의 품을 그리며
점호종이 들리면
하루가 더 지나갔단 기쁨에
교도관들 보며 웃지
그중 하나가 전화를 건네주네
그가 모르는 번호를 받으면
낯익은 목소리가 나오네
부드럽다가 반은 명령조인
말투 그는 담뱃갑에 초상화를
걸 때까지 이어 피우네 이내
수화기 너머 얼굴에 닿을 것
처럼 뱉은 욕설과 가래
야 시발놈아
우린 친구 따위가 아냐
가족이지
가족이지
가족이지
가족이지
야 시발놈아
날 배린 건 내 친구가 아냐
가족이지
가족이지
가족이지
그는 불과 아홉 달 만에
첫 유배지에서 나왔네
참치 통조림과 라면 이제
황제의 식사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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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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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을 지필 도구만 챙겨
떠나 보자 모험
어서 여길 벗어나 문틈
다 막아버리고서
열심히 살아서 오는 보상이 뭘까
내겐 그저 보람일지 몰라
빚더미를 탈출했단 연예인의 감동 실화는
비현실적인 목격담
티끌 같은 내 숫자들을 모아
매일 밤 제사 같이 외던 기도말은
사방이 막힌 우리 집 벽에
머리를 박고 피 흘려
소리 내지도 못 한 소원
적은 적 있던 메모장은
죽기 전에 뭔가 해보자는
취지에 취기에 썼겠지
기억도 안 나는 그 밤
내 통장은
귀가 얇으신 내 아버지처럼
이제 더 꺼내놓을 게 없어도
"언젠가"라는 희망 하나 품고
진전 따윈 없는 현실을 걸어서
다시 여기에 단칸 방
어디 구석엔 물때와 곰팡이가 핀
여기 우리 가족의 쉼터
몸이 성한 내가 가장으로서 무조건 지킬 것
건반은 치웠어 사치니
허나 충실하지 못 할 삶인지
아버지가 내 이름 사용하신 뒤
내가 부를 노래는 없어 확실히
이 벽의 얼룩들을 방패 삼아
지옥 같은 현실을 막았나
아니면 더 구속이 됐을까
난 잘 모르겠어
답이 딱히 나오지 않아서
언제 가고 싶다 했던 여행
그 기약 없는 약속은 여전해
여전히 기약 없기에 난 그 옆에
완전히 새로운 계획을 짜뒀네
불을 지필 도구만 챙겨
떠나 보자 모험
어서 여길 벗어나 문틈
다 막아버리고서
오 아버지 나는 도적 떼도 고적대도
없는 골짜기를 걸어가요
까마귀 앉은 전선 위로 밀린 기도를
태워 연기 올려보내요
저 해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 같아
창문 틈에 새어 들어오면
더 까매 보이는 얼룩들은 조명
가삿말이 없이도 수차례 한 공연
그 어떤 극보다 더 극에
다다른 듯해서
남의 비극으로 날 속여보아도
더는 위로 될 수가 없는 지금에
더는 무의미해진 삶의 곡선
정말로 최선이었을까요 나의 노력
그 어떤 의미로든 삶을 놓으려
하지 않기 위해서 꽉 잡아놓던 나를 놓쳐
지던 책임감은 오히려
그 자유란 건 정말 나를 꺼내는 걸 수도
날 구속했던 내 삶에서부터
내가 갚기 위해 바친 젊음도
언제나 꼴은 배를 가른 저금통
상속받은 가난에 맞춰 한 걸음
해도 행복엔 못 닿은 그 한 걸음
사실 내가 진짜 바란 것은
행복도 아닌 청산 하나거든
해서 열심이라 곧 숨이 차도
결국 내 신세처럼 늘 진 삶
내 바닥엔 무기력증이란 늪지와
버둥치다가 이제 더는 묶인 발
자 그럼 불을 살짝 붙은 장작
눈을 감아 꾸는 상상
붉은 사막
푸른 바다
물은 맑아
꿈은 아냐
비로소 원했던 자유를 찾아 나서기 위해
더 광활한 세계로
이제 내 방을 채워 애환만큼 진한 냄새로
불을 지필 도구만 챙겨
떠나 보자 모험
어서 여길 벗어나 문틈
다 막아버리고서
오 아버지 나는 도적 떼도 고적대도
없는 골짜기를 걸어가요
까마귀 앉은 전선 위로 밀린 기도를
태워 연기 올려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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