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리그 오브 레전드의 2016년 그림자 군도 스토리가 개편되면서 공개되었다. 공식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각 나라별로 성우가 낭독한 음원을 들을 수 있다. 한국어 버전2. 본문
이끼 낀 응달 바위에 앉아 이 슬픈 이야기를 들어보라. 이곳 땅 밑에는 한 나라의 공주가 누워 있다네. 왕의 금지옥엽 외동딸이요, 훗날 여왕이 될 공주였는데 아름다웠던 그녀는 이제 벌레들의 만찬이 되었고 한때 고왔던 그녀의 머리칼은 저 아래서 썩고 있다네. 공주가 죽은 것은 혼인하던 날이었네. 옆 나라의 소공자와 혼례를 치르던 날 전에 없이 성대했던 피로연 자리에서 전에 없이 끔찍한 비극이 일어났지. “술잔에 독이 들었구나!” 왕이 울부짖었네. “약을 찾아내겠습니다.” 소공자는 맹세했네. 그리하여 소공자는 저 넓은 바다로 출항했지. 공주를 죽음의 잠에서 깨우겠노라 서약한 기사들이 소공자와 함께 머나먼 항해에 나섰네. 매서운 폭풍을 헤치고 저 불멸의 땅으로. 바닷바람이 내쉬는 한숨 사이로 그 땅의 이름이 들려왔지. 인간들 사이에선 '그림자 군도'라 전해진다고. 피 냄새를 뒤쫓는 사냥개들처럼 황량한 슬픔에 이끌린 소공자와 기사들은 밤의 장막에 가려진 섬에 이르렀다네. 지도상에도 없는 그 섬을 스치는 바람은 그곳에선 들짐승 한 마리도 본 적 없다 속삭이네. 오로지 죽음의 사제가 불러낸 혼령들뿐! 검은 가시나무를 헤치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섬의 한가운데로 나아가던 기사들은 '전쟁의 전조'와 마주쳐 싸우다 무참히 도륙당했네. 그런데 소공자는 겁에 질려 달아나버렸지. 칼날 부딪히는 소리, 분노에 찬 비명을 뒤로 하고. 삶에 대한 그의 애착은 너무나 강하고 달콤했기에. 가장 어둡고 불길한 밤의 자락을 헤매이며 한을 품은 망령들과 악령들에게 뒤쫓기며 소공자는 달빛이 비치는 들판에 이르렀네. 그곳에서 어느 흉측한 몰골의 수도승이 안개에 습격당하며 부르짖었지. “나를 도와주오!” “그대의 검과 주먹으로 잔혹한 유령들을 물리쳐주오!” “이곳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모든 죄는 용서받는데 한 인간의 자만심 때문에 이 땅이 시체들로 가득해졌소. 우리가 이 망자들과 맞서 싸워서 살아남는다면, 동이 틀 때까지만 버텨낸다면, 그대는 승리의 보상으로 먼 옛날에 잊혀진 비밀을 전수받게 될 것이요. 그러나 만약 패배한다면, 망자들 중 하나가 될 것이오.” 그리하여 수도승과 소공자는 한 형제가 되어 싸웠네. 저주받은 전장에서, 고명한 학자들의 뼈 위에서 채워지지 않는 허기에 사로잡힌 유령들에 맞서. 그리고 동이 트기도 전에 전투는 끝났다네. 수도승과 소공자가 유령들을 무찔렀다네! “이제 말해주시오, 친구여! 영생의 비밀을 알려주시오.” 수도승은 소공자에게 먼 옛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지. 어느 잊혀진 나라의 왕이 왕비를 여의고는 시름과 비탄에 빠져 나날이 쇠락하다가 왕비를 부활시키려고 이 군도에 찾아왔으나, 그 결과 세상이 끝없는 불화에 빠져들고 죽음과 까마귀들로 뒤덮였다는 이야기를. 왕의 마법은 끔찍한 재앙을 불러오고 말았지. '죽음을 노래하는 자'의 암울한 장송곡을. 검은 안개가 피어올라 모든 것이 죽어버리고 망자들의 혼령만 빠져나와 구천을 떠돌게 되었네. 슬픔에 미친 왕은 죽기 직전에 빌었다네 이 모든 재앙이 끝나게 해달라고. 그러나 축복의 땅은 이미 산산이 부서졌고, 번개에 쪼개지고 천둥에 구타당했지. 이제는 유령들만이 무덤속에서 수런거리고 밴시들이 길거리마다 떼 지어 모여들어 어두운 패배의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네, 인류 전체에 무한한 저주를 내리며. 음울한 떠돌이 수도승의 이야기를 들으며 소공자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네. 그는 먼 옛날의 왕에게 동정심은 없었으나 죽음과 재앙의 이야기란 모든 이들의 진실된 정체를 드러내기 때문이지. 소공자의 거짓말이 만천하에 밝혀진 것이라네! 소공자의 신부가 마신 술잔에 독을 탄 범인은 사실 소공자 자신이었다네. 그녀 아버지의 왕위와 재산을 탐낸 소공자가 공주를 죽이고, 그 숨결을 영원히 빼앗고 스스로 불사의 존재가 되려고 꾸민 흉계였다네. 그의 영혼은 사악하고, 그의 마음은 타락했다네. 그러나 공주는 마지막 숨을 내쉬기 전 최후의 저주를, 치명적인 주문을 걸었지. 소공자에게 정의의 심판이 내려지기를. '복수의 화신'이 그를 맹렬히 뒤쫓아 치욕적인 벌을 내려 단죄하기를, 비참하고 잔혹한 죽음이 그를 덮쳐오기를. 이윽고 소공자의 주위에 안개가 자욱해지더니 뿌연 불꽃 너머에서 한 여자 사냥꾼이 나타나 그의 가슴을 창으로 꿰뚫었네. 차디찬 땅이 입을 쩍 벌리고 소공자를 집어삼켜 그 깊디 깊은 구렁텅이에서 소공자는 잠에 들었네. 영원히 깨지 못할 검디 검은 잠에 들었네. 어둠에 목이 졸리고, 고통에 타들어가고 왕관은 한 번 써보지도 못한 채로 땅의 어두운 자궁에 갇힌 소공자를 보라. 야욕의 유혹에 넘어간 자의 최후를 그 교묘한 예속에 사로잡힌 대가를 탐욕이 곧 파멸로 이어진 귀결을 보라. 그러나 소공자의 고통은 시작에 불과했네. 어느 날 창백하고 차가운 빛이 닥쳐와 그의 영혼을 땅 속에서 건져 올렸다네. '지옥의 간수'가 그의 냄새를 맡고 온 것이라네! '죽음을 노래하는 자'의 비가에 맞춰 춤 추며 쓰레쉬라 불리는 그 괴수는 말했네. “네 영혼은 내 것이다!” 이 이야기를 기억하고 또 명심하라. 망자들이 거니는 군도를 피하라. 소중한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주어진 시간을 현명히 사용하고 충만한 영혼으로 충만히 살라. 그리고 너희 모두가 파멸할 것임을 알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