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개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암호로 구성된 보물 지도다.[1] 미국에선 The Beale Ciphers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이야기들은 위의 책자인 1885년 출판된 "빌의 보고서"(The Beale Papers)에 기록되어 있는 것들이다. 아래 기술할 내용도 위의 책자에 기재된 내용들이 바탕이다.2. 역사 및 상세 내용
빌의 보고서에 의하면, 1820년 버지니아주 베드퍼드 카운티에서 여관을 운영하던 로버트 모리스에게 토머스 빌이란 남자가 상자를 건네주는 것으로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 모리스는 토머스 빌에게서 상자를 10년 동안 보관하되, 그 이후까지 찾아오는 사람이 없으면 열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 편지에는 만약 10년 이후에도 당신이 가지고 있다면, 1832년 6월에 그 안에 들어있는 어떤 것을 해독할 수 있는 문서를 친구가 보내줄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이후 10년을 훨씬 넘겨 1845년까지 기다렸지만 약속되었던 해독 문서를 받지 못한 모리스는 자물쇠를 부수고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한 쪽지가 있었는데 " 1819년 산타페(Santa Fe)[2]에서 북쪽으로 250~300마일[3] 부근 계곡에서 엄청난 양의 황금을 발견했고 보물을 숨겨 놨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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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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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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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암호. |
두 번째 암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해독본
I have deposited in the county of Bedford, about four miles from Buford's, in an excavation or vault, six feet below the surface of the ground, the following articles, belonging jointly to the parties whose names are given in number three, herewith: The first deposit consisted of ten hundred and fourteen pounds of gold, and thirty-eight hundred and twelve pounds of silver, deposited Nov. eighteen nineteen. The second was made Dec. eighteen twenty-one, and consisted of nineteen hundred and seven pounds of gold, and twelve hundred and eighty-eight of silver; also jewels, obtained in St. Louis in exchange for silver to save transportation, and valued at thirteen thousand dollars. The above is securely packed in iron pots, with iron covers. The vault is roughly lined with stone, and the vessels rest on solid stone, and are covered with others. Paper number one describes the exact locality of the vault, so that no difficulty will be had in finding it.
뷰퍼드에서 4마일 정도 떨어진 베드퍼드 카운티의 채굴장의 지면으로부터 6피트 정도의 깊이에 아래의 것들을 묻어 놓았으며 보물의 몫을 받을 사람 이름은 동봉 문서 3에 나와 있다. 첫 번째 보물은 1,014파운드(약 460kg)의
금과 3,812파운드(약 1,728kg)의
은, 그리고 수송상 안전을 위해 세인트루이스에서 은과 교환한 13,000달러 정도의 보석들이다. 상기의 보물들은 철 용기에 넣어 철로 덮어 놓았다. 채굴장은 엉성한 돌담처럼 보이지만, 이들을 담은 용기는 제대로 된 돌 위에 놓은 후 돌을 쌓아 은폐해 놓았다. 동봉 문서 1에는 채굴장의 정확한 위치를 적어 놓았기 때문에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2번째 해독본은 코드북 암호 방식으로 해독한 것으로, 암호의 시작 부분인 115를 미국 독립 선언문의 115번째 단어인 'instituted'에서 첫 번째 알파벳인 i를 가져와 해독하는 방법으로 푼 것이다. 하지만 일부 단어는 맞춤법을 수정해야 된다. 단어 677의 뜻인 "외부" 이후 단어인 819에는 "가치"라는 단어를 빼버려야 말이 된다.
그렇지만 앞과 뒤의 문서는 어떤 책자를 인용했는지, 아니면 다른 방식의 암호를 기입했는지 알 수 없다. 여러 유명 책자( 마그나 카르타, 성경, 미국 헌법 조문 등등)를 이용하여 해독을 시도하였으나 현재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이 보물을 찾기 위해 멜 피셔나[4], 전문 암호 해독가인 국무부 정보부 MI-8(일명 블랙 체임버)의 창립자 허버트 오스본 야들리, 태평양 전쟁 때 일본의 암호였던 PURPLE을 해독했던 윌리엄 F. 프리드먼 등이 도전했으나 실패하여 결국 찾지는 못했다.
2.1. 토머스 J. 빌이란 남자는 존재했는가?
역사학자 피터 비메이스터가 밝히길 토머스 빌의 출생지로 알려져 있는 버지니아주의 인구 조사를 확인해 본 결과 1790년대에 토머스 빌(Thomas Beale)이라는 인물이 살았으며, 1820년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숙소에 역시나 토머스 빌(Thomas Beale)이란 이름의 남자가 숙박했던 것이 확인되었다.또한 테네시주와 버지니아주에 미들 네임의 머리글자가 다른 토머스 K. 빌(Thomas K. Beale)이라는 이름의 사람이 존재했던 것도 밝혀졌다.
그리고 1850년 이전의 인구 조사는 단지 가구의 머릿수만 조사하고 가주의 이름만 확인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집에 거주하여 기록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1820년 세인트루이스 우체국의 고객 명단에 토머스 빌(Thomas Beall)이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소책자에 따르면 빌은 1822년에 세인트루이스에서 편지를 썼다고 밝혀져 있다. 하지만 이들이 동일 인물이며, 또한 위의 암호를 작성하고 로버트 모리스에게 전달한 인물과 동일 인물인지는 확실하지가 않다.
2.2. 누군가의 소설인가?
에드거 앨런 포가 작품인 ' 황금충(The Gold-Bug, 1843)'을 이용해 이야기를 꾸며 냈다는 설이 있다. 해당 소설의 내용은 캡틴 키드가 남긴 보물 지도의 암호문을 해독하여 키드의 숨겨놓은 보물을 찾아내는 내용으로 여기에서도 암호가 사용되고 그것을 풀이해 내는 것이 나온다. 실제로 에드거 앨런 포는 암호에 관심이 있었으며 그의 소설에 암호를 종종 사용했다. 다만 포는 1849년 사망했고 소책자는 1885년 출판되었으므로 시간 차이가 너무 크다. 또한 작가 윌리엄 파운드스톤의 분석에 의하면 포의 문체와 토머스 빌의 편지의 문체가 상당히 다르다고 한다.1822년에 토머스 빌이 썼다고 알려진 편지에는 'stampede(우르르 몰림)'이나 'improvise(급조해 내다)' 같은 단어가 써져 있는데 이는 1834년까지 미국 인쇄물에서 단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단어였다. 조 니켈이 쓴 "빌 보물의 비밀"에 이 내용이 등장한다. 다만 이전에도 뉴올리언스에서는 해당 단어가 프랑스어나 스페인어에서 쓰였다는 기록이 있으므로 일부 사람이 구어에서 이용했을 가능성은 있다.
또한 암호 해독가 루이스 크루는 소책자의 저자가 쓴 글들과 빌의 편지, 그리고 19세기 버지니아주 주민이 쓴 문구를 비교해 보니 빌의 편지 속에 사용된 문구나 문체 등이 소책자의 저자가 쓴 글과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소책자는 약 50센트로 현재 가격으로 약 14달러, 우리 돈 만 오천 원 정도로 분량에 비해 적지 않은 가격이었다. 때문에 돈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있다.
2.3. 암호는 진짜인가?
사실 사람들을 단순히 속이기만 하는 게 목적이었으면 첫 번째와 세 번째 암호에 아무 숫자나 써 넣으면 된다. 그러나 암호문에 나타난 숫자의 빈도는 전혀 랜덤하지 않고 규칙적이다. 따라서 아마도 뭔진 몰라도[5] 원문과 대조할 책이 존재는 했을 거라고 추정할 수 있다.뭔가가 "암호화"되었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데, 진짜 문제는 그 '뭔가'가 멀쩡한 문장 같진 않다는 것.
미국 암호 협회의 제임스 글로길리는 두 번째 암호를 푸는 열쇠였던 독립 선언문을 첫 번째 암호 해독에 사용할 시 전혀 랜덤해 보이지 않는 내용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방법으로 암호를 '풀어서' 나오는 내용이라는 게 "AABBCCACDDE"라거나 "ABFDEFGHIIJKLMMNOHPP" 같은 딱 봐도
어떻게 이런 종류의 순열이 나타날 수 있을까? 한 가지 가능성은 이게 랜덤한 사건이고 다른 책으로 암호화된 암호문에서 "그냥 일어났다"는 것이다. 앞에서 살펴 봤듯 이는 상당히 가능성이 낮다. 또 다른 가능성은 독립 선언문은 실제로 사용된 책이 맞으나, 암호가 한 단계 더 있어서(특정 문자를 무시한다거나, 해독해서 나온 문장을 다시 해독하는 2중 암호식으로 구성되어 있다거나) 그 암호를 더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조사로 이 가능성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해도 해독 가능한 평문을 추출할 수는 없었다. 또한 해머[6]에 따르면 첫 번째 암호문과 두 번째 암호문은 같은 암호 방법을 쓴 것 같다고 하고, 두 번째 암호문에서는 암호가 한 단계밖에 없었다.
나는 세 번째 가능성이 더 끌린다. 적어도 첫 번째 암호문은 뻥이라는 것이다. 아마도 암호를 만든 사람은 숫자들을 아무렇게나 선택하다가, 종종 심심해져서 눈앞에 있는 독립 선언문 숫자들을 골라 넣었을 것이다. 몇몇 경우에는 알파벳 순서대로 숫자들을 골라 넣었을 것이고.
나는 세 번째 가능성이 더 끌린다. 적어도 첫 번째 암호문은 뻥이라는 것이다. 아마도 암호를 만든 사람은 숫자들을 아무렇게나 선택하다가, 종종 심심해져서 눈앞에 있는 독립 선언문 숫자들을 골라 넣었을 것이다. 몇몇 경우에는 알파벳 순서대로 숫자들을 골라 넣었을 것이고.
또한 첫 번째 암호문에 독립 선언문을 사용할 경우 숫자가 너무 커서 대응되는 낱말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테면 네 번째 숫자가 1701이지만 독립 선언문에는 낱말이 1,300여 개밖에 없는데, 글로길리는 이 때문에 사람들이 사실 첫 번째 암호문도 독립 선언문이 열쇠가 아닐까 하고 시도해 보다 바로 포기했을 거라고 추정했다. 이쯤 되면 낚시도 참 수준급...
이외에도 소책자에 의하면 빌은 약 30명 규모의 모험가의 대장인데, 이 30명에 달하는 대원들의 상속인들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기에는 세 번째 암호문의 길이가 너무 짧아 보이는 것도 문제. 또한 빌이 상속인들에게 보물이 돌아가기를 원했다면 왜 상속인들의 정보를 굳이 별도의 암호문으로 만들었을까도 의심이 가는 부분이다.
2.4. 모리스가 거짓말을 했다?
1820년에 여관의 주인이었다는 로버트 모리스가 1823년까지 해당 지역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3. 기타
- 보물을 묻었다는 채광 근처에 떠도는 전설이 있는데 "서양에서 가져온 금과 은을 동쪽 산에 묻었다"라는 내용이다.
- 2011년 기준 각 보석들의 가치는 다음과 같다.
- 금 460kg: 약 6,300만 달러
- 은 1,728kg: 약 100만 달러
- 당시 13,000달러 규모의 보석들: 약 18만 달러
- 조 니켈은 1982년 역사 기록을 인용해 토머스 빌에 대한 기록이 허구라는 것을 주장하는 논문을 발표했으나 확인 결과 그가 인용한 빌의 서류 중 일부가 제임스 B. 워드가 쓴 비밀 금고라는 소설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 각종 암호에 대한 책인 사이먼 싱의 '코드 북'(The Code Book)에서 빌의 보물 지도에 대해 다루고 있다.
-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도 이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당시 저 암호를 공개한 로버트 모리스가 "암호 해독을 생업으로 삼지 마라. 자신과 가족을 망칠 수 있다."는 경고를 남겼다고 한다.
4. 관련 문서
[1]
사실 보물 지도라기에는 무리가 있다. 여기에는 그림이 그려진 것도 아니기 때문. 그렇기에 빌의 보물 지도보다는 빌 사이퍼, 혹은 빌의 암호가 맞는 말이다.
[2]
그때 당시엔
멕시코령이었다.
[3]
킬로미터로 환산하면 402~482km.
[4]
1985년 플로리다 앞바다에 침몰한 스페인 갈레온 아토차호에서 4,000만 달러의 보물을 발견했던 것으로 유명.
[5]
책이 뭔지 모르는데 어떻게 확인하냐 하면, 같은 숫자는 무조건 같은 글자를 가리킨다는 것을 사용하면 된다. 이걸 숨기려고 했던 시도가 복자 치환(polyalphabetic) 암호. 물론 빈도를 숨기려고 해도 책에 해당하는 문자가 자주 나오지 않거나 암호 만드는 사람이 귀찮으면 결국 같은 숫자가 여러 번 나오게 되는데 여기서 스며 나오는 원문의 문자 빈도를 추정하려는 시도이다.
[6]
Carl Hammer. 1960년대에
슈퍼컴퓨터로 이 암호를 분석했던 최초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