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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6:32:25

뫼비우스의 우주

1. 개요2. 창세기전 2에서3. 창세기전 3: 파트 2에서4. 블랙홀의 거울 효과5. 창세기전 4 이후
5.1. 스파이럴의 우주5.2. '크리스티나 번스타인' 시간선 관련 고찰
6. 평가

1. 개요

암흑신 베라모드 아수라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기 위해 안타리아 아르케를 오가며 인류 문명을 약 170만년 주기의 시간 안에 가둬버린 현상. 즉 인류 문명은 170만년에 한 번씩 창생과 멸망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모든 스토리가 마무리되고 최후의 순간에 밝혀져 플레이어들을 어마어마한 충격에 빠뜨리며 한국 게임계 사상 가장 충격적인 반전 중 하나로 손꼽히게 된다. 하지만 2와 3P2에서의 설정이 달라졌다.

2. 창세기전 2에서

엔딩 스탭롤이 끝나고 흐르는 170만년 후 에필로그를 보면 이미 창세기전 시리즈가 루프물이라는 복선이 존재했다. 오딧세이호가 출발할 때 프라이오스, 데이모스, 베라모드, 비스바덴 4명이 대화하는 장면이 나오며 '끝이 새로운 시작'임을 대놓고 설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설정으로는 '안타리아 = 아르케'가 맞았고, 베라모드의 대사에서도 딱히 특별한 기만책은 나오지 않았다

2.1. 회색의 잔영 에서

리메이크 되면서 베라모드의 행적이 조금 더 교묘하게 보강된다. 작 중에서 베라딘은 주신들 앞에선 유독 아르케의 멸망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선 '그럴 가능성이 높다' & '제 가설이긴 하지만-' 등으로 빙빙 돌려 말하며, 흑태자를 계속 경계하는 척 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변수일 데이모스의 궁극 그리마에 대해선 말을 철저히 아끼는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 이루스는 대놓고 흑태자도 궁극그리마를 해금하지 않으면 상대할 수 없는 초특급 그리마= 암흑신 본체로서 모습을 보이며, 디아블로는 오딧세이호엔 타지도 않은 채 인양되는 모습과 흑태자&라시드 일행이 이를 추적하는 모습을 유유히 지켜보며 "목적은 달성됐다"라고 말한다.

심지어 본래대로라면 그냥 격파되었다고 한줄 언급된 뒤 3편에서 갑자기 바다에서 잔해가 인양되어 라이트 블링거 제작의 기반이 된 것으로 나온 오딧세이호는 베라모드가 죽은 이후 뜬금없이 안타리아 행성으로 방향을 틀어 폭풍도에 충돌하려 들기까지 한다. 결국 이 때문에 흑태자는 아스모데우스에 탄 채 마지막까지 무리하게 되고, 오딧세이호는 무주공산이 된 채 안타리아로 돌아오게 된다.

3. 창세기전 3: 파트 2에서

마지막 챕터에서 이 장면을 상기하라는 듯 같은 장면이 나온다. 연출 면에서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창세기전 2에서는 이륙 후, 파트 2는 이륙 직전의 대화라는 것.[1] 여기서 안타리아의 미래가 살라딘 일행이 코어 헌터 노릇을 하던 리치 행성이었음이 밝혀진다. 안타리아와 아르케가 아주 멀리 떨어진 별개의 행성이라는 사실은 안타리아가 아르케라고 생각하고 있던 모든 플레이어들을 충공깽으로 몰아갔다. 리치 행성 곳곳에서는 이미 과거 안타리아에서 사용하던 마장기와 전차류가 발굴되고 있었고, 게임 초반에 아지다하카가 살아남은 것도 일종의 복선이었다.

라이트 블링거를 기동시킨 지그문트 박사부터 시즈로 보이는데 사실 규명이 불가능한 상태. 다만 여기서는 메인 컴퓨터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AI?[2] 앙그라 마이뉴는 동시대의 아르케로 가 스펜터 마이뉴 현상을 일으켜 테라포밍을 진행하고, 라이트 블링거는 공간 이동으로 아르케로 와 그곳에서 문명을 만들어 나간다. 동면에 들어갔던 심넬 램버트 레오나르도 엘핀스톤 등의 인물을 깨워 살라딘 일행이 아수라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둔 것이다.

아르케에서 모노리스 유적을 발굴하던 게르히만 폰 프라이오스는 동면에 들어가 있던 살라딘, 크리스티앙, 죠안, 알바티니, 셰라자드를 발굴하고, 그 중 깨어난 알바티니는 자신의 양자로 삼았으며, 과 똑같이 생긴 셰라자드는 소생시키지 못한 채 연구실에 방치한다. 이후 닥터 K가 몰래 살라딘 일행을 비롯한 고대 유물을 훔쳐 운반하던 도중, 수송선 블루 버드 호가 추락해 리치에 불시착하게 되어 게임이 시작된다.

이렇게 된 것은, 앞서 언급대로 본래 쌍성계였던[3] 안타리아의 또 다른 별이 살라딘 일행이 떠나고 약 100년 후에 초신성 폭발로 멸망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니 베라모드의 위치는 앙그라 마이뉴로 세상을 멸망시킬 존재에서 예정된 별의 멸망에서 인류를 구원하는 사도로 급부상…. 어쨌든 이 때의 충격으로 안타리아는 기후가 완전히 변해 현재의 리치와 같은 모습이 되었다. 베라모드의 의도를 가장 먼저 깨달은 살라딘은 곧 연락이 닿은 크리스티앙 죠안에게 모든 진실을 이야기하려 했지만, 아르케 중앙군과의 전쟁 때문에 중요한 것은 하나도 전달하지 못한 채 꿈도 희망도 없는 비극을 맞는다.

설상가상으로 창세기전 3: 파트 2 시점에서는 아예 안타리아 구상성단 자체가 멸망의 위기를 맞게 되자, 데미안의 유지를 이은 베라모드 오딧세이호로 앙그라 마이뉴 현상을 유도해 과거의 리치인 안타리아로 향한다.

4. 블랙홀의 거울 효과

이러한 베라모드의 계획이 온전히 이뤄질 수 있었던 건, 블랙홀의 거울 효과라 명명된 설정 때문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블랙홀에 의해서 빛이 휘어지는 성질에 의해서 발생한 효과인데, 아르케에서 200만 광년 떨어진 곳에 존재했다고 여겼던 문명이 존재하는 별이 사실은 200만년 전의 과거의 별이었다는 설정이다.

아르케에서 보낸 빛이 100만 광년 떨어져 있던 블랙홀과 여러 영향으로 인해서 다시 아르케로 되돌아오게 되었고, 그것을 본 아르케인들은 또 다른 외계 행성이 있는 것으로 오해해 이를 연구하고 인류 문명을 존속시킬 수 있는 다른 항성계로 오인해 버렸다. 관련 연구가 시작되었을 무렵에는 이미 안타리아 구상성단 전체가 없어질 위기에 처했고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이게 사실 200만 년 전 과거의 모습이란 연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며, 결국 엉뚱한 곳으로 오딧세이호를 보내게 되어 베라모드의 계획이 계속 진행될 수 있었다.

창세기전 2 후반부에서 베라모드는 이것을 다른 신들에게 알리고, 신들은 오딧세이호를 타고 과거로 돌아가서 과거 오딧세이호의 출발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5. 창세기전 4 이후

5.1. 스파이럴의 우주

창세기전 4의 게임 컨셉 자체가 스파이럴 우주로 발산하면서 뫼비우스의 우주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상태이고, 이 때문에 이미 수많은 평행우주들이 뫼비우스의 우주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4 스토리 시작 기준으로 20억번 이상의 순환[4]이 이루어졌으나 그 수많은 순환 과정 속에 인류 기술의 발전은 거의 이뤄지지 못했고, 오히려 스파이럴의 우주로 발산하기 시작하면서 안타리아 구상성단의 인류에게 살아날 가능성이 새롭게 열리게 되는 등 사실상 베라모드가 수많은 시즈들을 동원해 억지로 유지시켜 왔던 계획 자체는 장대한 삽질로 끝나고야 말았다. 20억번 넘게 진행된 순환 중 생겨난 수많은 변수들이 모이고 모여 크로노너츠의 가능성을 만들어졌고 헬터스켈터의 음모를 막을 수 있는 가능성도 그런 변수들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는 걸 근거로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수라 프로젝트가 단순히 두 세계의 순환을 유지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차율이란 요소를 수정하는 형태였고 여전히 그것이 기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선 진작에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 베라모드 일파로 인해 억제당했다는 반론도 가능하며 무엇보다 베라모드 일파가 이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채 기존 틀을 유지하고 있는 이상 이제 아수라 프로젝트는 본격적으로 안타리아 구상성단의 인류가 새로운 미래를 찾아가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

베라모드를 비롯해 벨제부르와 시즈들 모두 크로노너츠의 존재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저 아수라 프로젝트에 방해가 되는 존재라고만 생각하는 정도에 그쳤다. 덧붙여 GM시즈의 인터뷰 당시 배경에 새로 그린 흑전사 시즈가 나왔기에 게임상 본격적으로 부딪히는 전개를 기대하는 팬들도 있었지만, 게임이 빠르게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그런 스토리 또한 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주사위의 잔영 for Kakao에서 스파이럴의 우주가 더욱 확장되어 다른 소프트맥스 계열 세계관이나 넥스트플로어 계열 세계관과도 맞닿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 세계지기들은 창세기전 우주뿐 아니라 이와 연결된 다른 차원의 우주들에 대해서도 관찰하고 제어해야 할 의무를 가지게 되었다. 여기에서 우주 확장과 함께 맞물리게 된 차원들은 다음과 같으며, 이 모두를 '제네시스 우주'라고 한다.

이와 관련된 평행우주를 설명하는 개념이 '시간선'인데, 4 이후 아수라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정식으로 공인한 시간선은 총 30가지가 되었다. 자세한 내용은 시간선(창세기전 시리즈) 문서를 참고할 것.

5.2. '크리스티나 번스타인' 시간선 관련 고찰

뫼비우스의 우주에서 루프마다 반드시 매번 같은 인물이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는 의외로 많지 않고, 실제로 4편에서 헬터스켈터에 의해 인과관계가 크게 뒤틀려 오차율이 잔뜩 벌어진 시간선이 묘사되었다. 이 시간선에서는 시라노 번스타인이 아예 인페르노에 투옥되지 않고 장인어른인 체사레의 비호 아래 카라카스에 낙하산 인사격으로 부임하며 메인 스토리라인에서 하차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인페르노에 투옥되지 않아 아수라를 손에 넣지 않았으며, 번스타인 가문이 체사레의 비호 아래 더욱 견고해져 크리스티나가 친아버지의 성인 번스타인을 그대로 쓰게 된다. 그러다 보니 클라우제비츠와 아수라 사이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고, 이올린 팬드래건의 명을 받들어 직접 폭풍도로 가서 아수라를 회수해야 했다.

즉, 어지간한 중심격 인물에게 불상사가 발생하는 수준의 큰 오차율이 발생해도 그걸 땜빵할 방법은 의외로 꽤 많다는 이야기[12]가 되는데, 위의 시간선 묘사를 보면 알겠지만 서풍의 광시곡 시점에서 절대 대체할 수 없는 인물이 2명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명은 라이트 블링거를 건조하여 오딧세이 프로젝트의 결정적 힌트를 제공[13]해야 하는 팬드래건측 총책임자인 클라우제비츠 팬드래건이고, 다른 한 명은 그를 백업하며 팬드래건과 게이시르 양국의 후일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게이시르측 총책임자인 크리스티나 프레데릭이다.

까놓고 말해서 템페스트에서부터 G3P2에 이르기까지 스토리의 배경을 구축하는 두 지도자의 스토리이기에 절대적으로 고정되어야 하는 시나리오상 핵심 요소인 것인데, 그것이 뫼비우스의 우주 설정에서 보자면 '대체 불가능한 인물'로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벨제부르를 비롯한 안타리아측 아수라 프로젝트 진행 요원들이 손 놓고 보고 있지만은 않을 테고, 실제로 물밑에서 고생한 시간선이 묘사되긴 했지만, 그렇지 않은 정상적인 시간선의 역사에 비하면 오차율이 지극히 커지고 매우 번거로워진다. 그리고 그러거나 말거나 어쨌든 체사레가 게이시르에 폭정을 행사한다는 대전제가 있어야 하기에, 결과적으로 체사레 역시 대체 불가능한 인물임을 '크리스티나 번스타인' 시간선을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16] 자의로 아수라 프로젝트에 기여하려고 의도한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존재 자체만으로 뫼비우스의 우주 형성에 결정적인 공헌을 하기 때문. 그러므로 암흑기사 로벨의 신변을 시즈가 호위했다는 설정이 두 차례에 걸쳐 강조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수준이었다.

6. 평가

초기작의 표절 논란과는 별개로, 스토리만 놓고 보았을 때 파트2가 코어팬들의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본격적으로 팬덤이 떨어져 나간 가장 큰 원인이다. 시리즈 전체의 테마성과 핍진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졸속으로 엮은 결말은 그대로 서사의 완성도를 깎아내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창세기전 2와 창세기전 3 파트 1, 2를 비교해보면 정말 손바닥을 뒤집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게임의 주제 자체가 변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뫼비우스의 우주가 창세기전 2 때는 아무 계획 없이 '그냥 루프물이다'라는 흐름만 잡혀 있다가 후속작을 내놓으면서 제노기어스 R-TYPE 시리즈 등 국내에는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일본 게임들의 루프물 스토리 몇몇을 급하게 짜깁기해 땜빵한 스토리이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다. 창세기전 IP 전체로 놓고 보면 명백한 실패라 할 수 있다.

창세기전 3: 파트 2 이전작부터 접한 팬들은 "신들의 시대를 끝내고 인간의 시대를 개척한다"는 창세기전 2에서 피어난 주제의식과 완전히 상반되는, "모두가 '아수라 프로젝트'라는 손바닥 안에서 놀아난 꼭두각시였다"고 귀결되는 스토리를, 3나 파트 2부터 접한 팬들은 뫼비우스의 우주라는 의도 그 자체를 비판하고 있다. 특히 전쟁으로 생명 에너지를 축적해 모성을 파괴하고 다른 행성에서 그 행동의 재반복을 전제로 한, 즉 처음부터 멸망할 운명의 문명을 만들어[17] 루프를 돌린다는 발상 자체가 별로 공감과 납득이 갈 만한 방식이 아닌 데다 이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는 부분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느니 이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논리에 윤회 사상적인 뉘앙스를 덧붙인 정도. 그렇게 뫼비우스의 우주에 필연적인, 새로운 시작을 위한 파괴를 정당화하기 위해 안타리아 행성은 파트 1 동안 쭉 내전에 시달리고, 파트 2에서 처음 묘사된 안타리아 성단은 디스토피아에 가깝게 설정되는 등 아예 두 세계 자체가 더이상 아무런 희망이 없는 닫힌 세계로 취급된다.

뫼비우스의 우주를 포장하고 있는 설정이라는 명목의 각종 용어들을 배제하고 단순하게 본다면 "세상이 피할 수 없는 멸망의 위기에 봉착했으니 모두의 영혼을 끌어모아 새로운 대륙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인도하겠다."라는 골자를 이루고 있는데, 다른 대부분의 게임들의 사례로 보았을 때 이런 계획은 최종보스나 흑막같은 자들이나 벌일 법한 짓이다.[18] 창세기전 3의 서사만을 놓고 봤을 때 흑태자교의 사제 시안과 ( 시즈라는 정체를 드러내기 전) 그에게 협조하는 자들이 악당으로 보이는 것은, 그가 수많은 사람들을 현혹하거나 강제로 끌고 와 살해한 일련의 행동이 안타리아인들이 현생을 살아갈 자유와 권리를 깡그리 무시한 처사라는 점에서 도덕적으로 정당화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파트 2에서 베라모드와 뫼비우스의 우주라는 계획으로 포장되면서 마치 필요악마냥 흐지부지 넘어갔지만, 같은 논리로 보았을 때 파트 2의 주인공 살라딘[19]도 진실을 알게 된 후 이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적극 노력했다는 점에서 시안이 받은 것과 동일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20]

단순 배경만이 아니라 기존 시리즈의 캐릭터 서사의 붕괴도 심각하다. 시리즈 내내 전형적인 악역 포지션이었던 베라모드 일파를 세계관 유지를 위한 키 역할로 격상하면서 반대로 역대 시리즈 주인공들의 서사를 죄다 모두 전지적 시점 앞에서 벌이는 헛지랄로 귀결지어버렸다. 설정을 따르자면 안타리아 인류의 존속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분투한 흑태자와 라시드 이하 인류연합군의 가치란, 고작 다음 세대가 되어 망해버릴 세계라는 진실을 알고 있는 베라모드 일파의 시선 앞에선 그저 측은한 잠시의 몸부림일 뿐이다. '흑태자의 아수라검은 사실 베라모드가 넘겨준 것이다' 같은 어처구니없는 설정은 이런 한심한 설정을 억지로 끌고가려다 충돌하여 엉겁결에 튀어나온 억지에 가깝다.

단순히 서사가 무의미한 몸부림으로 끝나는 케이스면 오히려 양반이다. 아예 철가면처럼 캐릭터 자체가 세계관 성립 차원의 소모품으로 취급되는 케이스도 있다. 위의 '대체할 수 없는 존재'라는 수식어만 읽으면 마치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 주역을 뜻하는 것 같지만, 문제는 캐릭터 본인이 정작 자신의 역할이 어떤 의미인지 모른다는 설정이라 따지고 보면 그냥 스토리 진행을 위해 이용될 뿐이라는 의미와 같다. 2개의 외전작에서 주역으로서 멋진 활약을 펼쳐오던 최중요 캐릭터가 갑자기 차기작에서 유저도, 스스로도 이해 못할 선택과 행보를 이어가다 끝에 가서는 다른 세계관을 연결하기 위한 열쇠 역할로 전락하여 죽음을 맞이한다는 서사는 아무리 그 배경을 옹호한들 베라모드 일파 미화 작업과 마찬가지로 납득하기 어렵다.

따지고 보면 아예 베라모드의 원형 격으로 설정된 살라딘마저도 이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파트 1 시절까지 진취적이며 강렬한 인물로 표현되던 그는 뫼비우스의 우주가 진실을 드러내는 파트 2에서는 끝없이 과거지향적이 되어 여기저기 휩쓸리다 연이어 무책임한 선택지를 골라 주변 인물들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그저 '살라딘이 쓰던 인공신체에 셰라자드의 영혼이 들어가 탄생하는 시리즈 전체의 주역 베라모드'라는 대주제를 완성하기 위해 그 이전의 서사들을 비틀어 억지에 가깝게 마무리짓다보니 보다 근본적인 작품의 테마가 크게 훼손되어버렸다. 물론 해당 캐릭터가 전작에서 크나큰 비극을 겪었다는 근거는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해당 캐릭터의 마지막 결말에는 함께 달려온 유저들에 대한 근본적 존중과 배려가 없다. 게임 내내 달려온 내용은 간데없이 그저 새로운 캐릭터의 배경으로 희생한다는 목적으로 사용되고, 그것으로 끝이다.

이런 부분들은 창세기전 팬덤에서 파트2 발매 당시부터 꾸준히 지적된 문제이고, 파트2로 창세기전 시리즈에 입문한 후발주자들도 스토리를 이렇게까지 개연성 없이 급하게 닫아야 했냐는 의견을 많이 내 왔다. 이 점은 메인 디렉터였던 최연규 전 이사도 인정하여, 신작을 만드는 것에만 급급한 나머지 시리즈 이전작의 설정과 서사적 흐름을 무시했고 시리즈 전체가 가질 전체적 서사의 핍진성을 심하게 훼손하였다. 차라리 개별적인 작품으로 만들었으면 나았을 것이다. 사실 소프트맥스는 여러 가지 게임을 기획하였으나 대부분 실패하고, 결국 그들이 회사의 존속을 위해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창세기전 시리즈 밖에 없게 된 것이 이런 악재의 근본원인이었다. 초기부터 여러 작품을 만들며 의욕적인 시도를 많이 했으나 실질적으로 유효한 IP가 영웅전설 시리즈 이스 시리즈만 남게 된 팔콤과 비슷한 처지라 할 수 있는데, 그나마 팔콤의 IP는 시리즈의 역사가 수십년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설정 오류나 충돌이 놀라울 정도로 적다는 점에서 창세기전 시리즈나 소프트맥스의 설정 관리를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결국 4에 와서 스토리를 잘못 마무리지었다는 것을 회사 차원에서 인정하고 스파이럴의 우주로 도로 열어버렸지만, 그러고도 여전히 스토리상의 거대한 허점이 존재한다. 결정적인 문제는 잘못 마무리지었다는 인정이 무색하게, 기껏 준비한 후속작 내에서 이런 뫼비우스의 우주에 대한 보완장치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즉 인류의 존속을 위한 것이었으니 넘어가는 게 당연하다는 식.[21] 그 결과 명색이 한 작품의 주인공인 캐릭터의 위치를 박탈하고 중심 서사에서 퇴출하여 '딱히 없어도 무방한 존재' 쯤으로 날리는 등 전체를 놓고 보면 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은 수준이다. 뫼비우스의 우주와 아수라 프로젝트에 대한 비판 논리가 나올 여지를 원천 봉쇄하려 드는 것도 모자라 거기 대적했던 이들만 폄하시켜 제 스스로 세계관의 입체성과 매력을 깎아먹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상술한 뫼비우스의 우주의 모든 문제점들에 대해, 최연규 이사를 시작으로 한 제작진들이 자각이 없거나 무시하려 들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장 최연규 이사의 창세기전 시리즈에 대한 인터뷰에 나온 소감이 마무리는 나쁘지 않았으나 기존 주인공들의 위상이 애매해졌다는 것이다. 즉 뫼비우스의 우주의 원리에서 기존 주인공들이 차지하는 지분 문제에나 신경을 쓰지 뫼비우스의 우주라는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고 그걸 수정할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는 것.

이런 시각에서 보면 4에서의 스토리 문제도 설명 가능한 것이 제작진은 처음부터 뫼비우스의 우주를 더 진화해서 극복해야 할 한계 내지 차악으로 인식할 뿐 바로잡아야 할 잘못으로는 전혀 인식하지 않고 거기에 기존 주인공들과 세계관을 끼워맞추려 들었기 때문에 상술한 문제점들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이것은 바로 최근에 나온 회색의 잔영에도 해당될 수 있는 문제이다.

이 때문에 일부 극단적인 팬들 사이에서는 지금이라도 파트 2에서 기존 시리즈를 삽질 취급한 양 뫼비우스의 우주 자체를 잘못된 것으로 규정하고 시정하려 들지 않는 한 창세기전 시리즈에 미래는 없다는 극단론도 나오고 있을 정도다.[22] 사실 창세기전 시리즈가 연이어 침체에 빠진 것은 이런 세계관 및 서사 문제만이 아닌 게임 시스템을 통한 재미 문제가 더 크지만, 본 문서의 비판 문단이 이렇게 길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뫼비우스의 우주가 창세기전 시리즈의 서사에 문제가 있으며 이것이 커다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뫼비우스의 우주 설정은 창세기전 시리즈의 세계관 자체를 현재진행형으로 갉아먹는 암덩어리인 동시에 한국 게임 제작사의 고질적인 스토리 병폐의 대명사 중 하나로 취급받게 되었다. 물론 게임제작사가 만드는 소프트는 제작사의 것이기는 하지만, 잘 만들어진 소프트는 제작사가 사라져도 여전히 생명력을 가진 컨텐츠로서 팬덤에게도, 다른 크리에이터들에게도 지속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단순히 그 때 돈만 잘 벌어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것이 문화 컨텐츠이며, 크리에이터는 자신이 만든 창작물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반면교사가 되었다 할 수 있다.


[1] 그러나 파트2에서도 이륙 후였을수도 있다. 단순히 우주로 나가 궤도상에만 있을뿐 아직 타임워프를 하지 않았기 때문. 라이트블링거도 그랬고 창세기전2의 오딧세이도 그랬지만 이륙 → 바로 타임워프하는게 아니라 일단 이륙해서 우주로 나간 다음에야 타임워프가 가능하다. 창세기전2의 엔딩이 단순히 우주공간으로 나온 직후의 대화이고, 파트2도 동일하다 보면 큰 문제가 없다. 흑태자가 오딧세이를 이미 떠나보내고 뒤늦게 아스모데우스로 출발한 다음 주신들과 파괴신을 전부 쓰러트릴동안에도 워프가 이루어지지 않은걸 보면 상당히 멀리 나가야하거나 시간이 제법 필요한걸로 보인다. [2] 그 정체의 불분명함 때문에 지그문트는 파트1 시절부터 유력한 시즈 후보였고, 일부에서는 아예 13암흑신 중 하나인 알하스마로 보는 사람도 있었을 정도다. 후자는 나중에 4가 나오면서 부정되었지만 시즈썰은 아직도 유력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3] 본래 쌍성은 서로를 끌어당기며 공전하는 항성을 일컫는다. [4] 원래 라디오 방송에서 '한 20억 번 정도 반복되지 않았겠느냐'며 의문문 형식으로 지나가듯 던진 떡밥이었으나, 창세기전 위키를 통해 확정되었다. [5] 캐릭터로는 파트2까지 나와 있지만, 사이드 스토리와 세계지기 설정 등에서 4 캐릭터들의 이름이 일부 거론된다. [6] 4LEAF 원년 설정과 룬의 아이들 바리에이션 설정을 모두 포함. 테일즈위버 쪽은 미정. [7] 구포립 당시 마그나카르타 눈사태의 망령을 기본으로 마그나카르타 진홍의 성흔 컨텐츠까지 일부 공개되어 있었으며, 카카오 버전에서도 동일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다만 떡밥만 남기고 서비스가 종료되어 정확한 범위는 확인 불가능. [8] 여섯 천사들이 스팟참전 형식으로 등장했고, 다른 여섯 천사들도 참전이 예정되어 있었다. [9] 플레이어블 캐릭터 중 가장 비중이 높았던 론과 메이가 스팟참전 형식으로 등장했으며, 나머지 플레이어블 캐릭터들도 전원 참전이 예정되어 있었다. [10] 참전 캐릭터는 없으나 사이드 스토리에서 간접적으로 거론된다. [11] 주사위의 잔영 for Kakao 오리지널 설정으로, 차원과 차원의 틈에 있는 세계지기들의 근거지이다. [12] 당장 베라모드만 해도 그 역할을 이어받을 수 있는 후보자는 알바티니 데 메디치, 필립 팬드래건, 셰라자드까지 3명이나 된다. 애초에 창세기전 3의 더미 데이터를 보면 원래 베라모드가 살라딘이었음을 유추할 수 있는 근거 자료도 남아 있다. 덧붙여 주사위의 잔영 for Kakao의 추가 시간선 설정으로 인해 흑태자마저 대체할 존재가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기도 했다. [13] 단순히 주요 인물들이 미래로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반드시 라이트 블링거도 미래로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게르히만 폰 프라이오스가 오딧세이 프로젝트를 진행시킬 답을 찾지 못하게 되어 뫼비우스의 우주가 성립되지 못한다. [14] 리리스 후보인 앤 밀레니엄은 템페스트 시점의 '대체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 밖에도 아르케 시점에서 아수라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인 데미안이 되는 알바티니, 살라딘의 행보를 간접적으로 인도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한 번 살리게 될 시즈인 죠안, 죠안과 연계되어 베라모드를 데미안의 곁으로 인도할 하이델룬이 되는 크리스티앙 또한 대체제가 있긴 하지만 주요 인물이다. [15] 제국 입장에선 사실 팬드래건에게 쌓인 게 많고, 제국 분열 이전까지만 해도 오랫동안 전쟁을 했던 사이인 만큼 상식적으로는 제국이 재건되면 팬드래건 침략을 걱정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다. 특히 크리스티나는 비프로스트 공국을 멸망시킨 것만 봐도 알 수 있지만 필요한 침공이라면 딱히 꺼리는 성격이 아니다. 제국이 팬드래건을 공격해오지 않은 것은 순전히 황제인 크리스티나가 클라우제비츠와 사적으로 친하기 때문, 즉 인맥빨 때문이다. [16] 또한 인간이 아닌 '대체 불가능한 요소'로 창세비록이 체사레와 직접 연관되어 있기도 하다. [17] 기존 배경인 안타리아 대륙 앙그라 마이뉴 현상이 없었더라도 창세기전 3 엔딩 시점으로부터 100 여 년 후 이웃 별의 초신성 폭발로 멸망할 운명이었다는 설정이, 창세기전 3: 파트 2의 배경인 안타리아 구상성단은 인근의 블랙홀의 영향으로 이미 멸망의 길을 걷기 시작하고 있었다는 설정이 모두 3 파트 2에서 추가되었다. [18] 물론 이 계획의 핵심에 있는 베라모드가 창세기전 시리즈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최종보스이자 최대의 흑막이긴 하지만 이는 시리즈 전체를 아울렀을 때의 얘기이고, 뫼비우스의 우주라는 개념과 설정이 정립된 창세기전 3 파트 2에 등장하는 주인공 베라모드로 한정해서 보면 계획의 전모와 진실을 알게 되는 극후반에 이르기 전까지의 행적은 거대한 사건에 휩쓸리고 봉착한 난관을 극복해가는 여타 작품의 주인공과 크게 다르지 않다. [19] 본문의 다른 단락에서도 후술하고 있지만 파트 1에 해당하는 창세기전 3의 살라딘은 스토리 최후반에 와서야 철가면을 통해 투르와 팬드래건, 게이시르 제국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과 내전들이 모두 베라모드와 앙그라 마이뉴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적어도 창세기전 3 본편 종료 시점까지는 '앙그라 마이뉴와 베라모드의 계획은 저지해야 하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만큼, 이 평가는 파트 2 살라딘에 한정된다. [20] 바꿔 말하면 주인공 및 그 일행에게는 최종보스를 쓰러트리는 것 외에도 이런 세계 멸망의 위기를 어떤 식으로든 막아내는 데 성공하거나 회피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이 주어진다. 물론 안타리아 대륙과 구상성단에 닥칠 멸망의 위기는 최종보스나 흑막의 악의가 담긴 것이 아닌 자연적 섭리에 가깝고, 그것이 지나가고 난 다음 문명을 재건할 여지조차 없는 '확실하고 완전한 멸망'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미 창세기전 2에서 드러난 결말부터가 루프물이라고 못을 박아놨기에 이 근간을 뜯어고칠 수는 없었다는 점에서 세계 멸망이 주요 소재인 다른 작품들과는 차이는 있다. 그러나 멸망을 피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영자를 끌어모으는 행위를 정당화 하는 길은 적어도 보편 타당한 도덕적 사고를 견지한 주인공에게는 주어지지 않으며, 혹여 주어지더라도 자유도가 매우 높아 악당의 길을 걸을 수 있는 멀티 엔딩이 마련되어 있거나 메인 시나리오 또는 진 엔딩에서 벗어나 선택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배드 엔딩 선에서 그치는 정도다. 즉, 루프를 성립시키는 수단이 '이것 외엔 방법이 없다'는 변명 아래 자행되는 대단히 비도덕적인 행위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21] 스토리상으로 베라모드 일파의 행동에 대한 무리한 실드질이 도에 지나칠 정도로 과하다. 다른 작품이었다면 베라모드의 일파의 이런 행동은 아무리 인류의 존속을 위해서였다 해도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악으로 간주되어 뒤틀린 사상의 최종보스로 활용될 여지가 넘칠 정도로 많다. [22] 예를 들어 창세기전 3: 파트 2에서 설명하는 원래 안타리아가 인접한 별의 초신성 폭발로 멸망했다는 설정 없이, 앙그라 마이뉴가 게임에서 설명하는 영자가 모이는 현상이 아니라 창세기전 3 중반까지 가설로 제시된 베라모드의 화신이자 진정한 궁극 그리마 = 다시 말해 정말 쓰러트려야 할 악으로서 창세기전 3의 최종보스로 등장해 사실상 3 파트 2를 완전 부정하고 창세기전 3로서 완결 짓고 기존의 안타리아가 아르케라는 관점에서 이어지는 미래를 그리는 방식이다. 더 나아가서는 커플들이 하나같이 맺어지지 못하는 점을 뜯어 고치고자 셰라자드도 버몬트의 칼에 맞은 부분이 왼쪽 옆구리라 주요 장기는 비껴가 기적적으로 살아남고, 버몬트 대공은 평생 바이올라 헤이스팅스에게 속죄하며 살아가는 등 해피엔딩 노선을 구상하는 견해도 창세기전3: 파트 2 발매 전 창세기전 3 홈페이지에 단편 소설 형식으로 상당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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