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누명을 씌워 휴직을 강요했다. 비록 그때는 물러섰지만, 그 사건은 여전히 오지혁에게 미제로 남아있었다.
인천서부서에 오기 전까지 그는 홀로 들판을 누비는 고독한 늑대였다. 혼자 싸워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강력한 우군이 생겼다. 자신의 경솔함을 잡아줄 경험 많은 파트너 강도창. 그리고 이대철 사건을 겪으면서 끈끈한 동료애로 뭉친 강력2팀 형사들이 있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강도창으로 인해 예전과는 다른 신념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순간 그 신념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티제이 그룹 천성대 회장의 딸이자 이사. 법무팀 팀장 우태호가 남편이며 그룹의 부회장인 천상우와는 배다른 남매지간이다.
대학 시절 어머니가 자살했다. 어머니는 평생 아버지와 오빠 천상우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그녀 역시 가부장적인 천성대에게 알게 모르게 없는 자식 취급을 받고 살아왔다.
그녀에게 남은 것은 오직 지독한 생존본능 하나뿐이었다. 내 속을 드러내는 순간 언제든 강한 자의 먹잇감이 될 것이다. 남을 속이기 위해서는 나조차도 속이며 살아야 했다. 그녀에게 법과 윤리가 지배하는 세상은 힘없는 자들이 꿈꾸는 가상의 세계일 뿐이다.
1985년 7월 7일생. 그룹 내부의 권력 다툼에 휘말려 견제받는 비련의 여인 쯤으로 묘사되던 와중 오지혁과 다소 찝찝하게 손을 잡으며 어찌저찌 우군 포지션에 서는가 싶더니 14회에서
진 최종보스로 밝혀졌고, 이후 최종화에서 정희주와 함께 있었던 양평 별장 거실 의자에 앉아 LP음악을 들으며 과거를 회상하는데, 이 때 사건의 모든 전말이 드러난다. 정희주가 찾아왔을 시각에 천상우가 기동재를 시켜 정희주 살해를 지시했었고, 이 때까지만 해도 정희주를 천상우로부터 지켜주고 싶었으나, 천상우가 전화를 걸어 죽은 엄마를 들먹이며 신경을 건드린 것으로 모자라, 정희주가 불륜에 대해 사과한답시고 행복[1]하길 빈다는 말에 완전히 꼭지가 돌아 와인병으로 정희주의 뒤통수를 내려쳐 살해한 것. 정희주의 옷에 묻은 혈흔 또한 무거운 와인병을 내리친 탓에 손에 깊은 상처가 생겨 흘러나온 피가 뚝뚝 떨어진 것이다. 이후 정신이 반쯤 나간 채로 "너는 원래 죽을 애였어. 내가 아니라 천상우가 죽인 거야."라며 합리화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현재로 돌아와서도 이에 대해 똑같은 말을 하며 끝없이 자신을 세뇌시킨다[2]. 강력 2팀이 별장에 들이닥치고, 오지혁에 의해 정희주-우태호 살해 혐의로 체포됨으로써[3] 업보를 치르게 된다.
경찰서장 문상범의 외동딸. 모자람 없는 환경에서 자랐다. 어딜 가나 뛰어난 외모 때문에 항상 대접받으며 살았고, 나름대로 공부도 열심히 해서 대기업에 취직도 했다. 자신 있게 내디뎠던 사회생활은 생각만큼 만만치 않았지만, 어느 날 회사에서 본사 요직에 나를 앉혔다. 이제야 회사가 나를 알아보는구나 기뻤다.
하지만, 기쁜 순간은 잠시뿐. 그 자리는 연쇄살인의 피해자 정희주의 자리였고 경찰서장인 아빠의 직위를 이용하려는 누군가의 음모였다.
오지혁의 서울 광수대 시절 직속상관(팀장)이었다. 경찰조직 역시 타 조직과 마찬가지로 파벌과 연고가 중시되는 곳이었다. 출세에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경찰이란 신분을 이용해 부를 얻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과욕을 부렸고 이내 비리 혐의를 받아 해직된다. 경찰복을 벗는 순간, 그의 특권은 사라졌다. 돈과의 인연도 단절됐음을 의미했다. 이때, 손을 내민 것이 우태호였다.
아버지에게 기업을 물려받아 티제이를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뇌물과 횡령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고 2심을 기다리고 있다. 세상의 꼭대기에 선 자들은 선악이란 개념을 넘어서는 지배 논리를 가져야 한다. 가족이란 개념에 연연해서도 안 된다. 천상우든 천나나든 우태호든 자신에게 유리한 자와 해가 되는 자로 구분할 뿐이다.
이대철 사건 당시, 강력2팀을 믿고 공식적으로 재수사를 지시했다. 지휘 감독은 씨알도 안 먹히는 서부 경찰서 최고의 꼴통들인데, 여기에 대꼴통으로 유명한 오지혁까지 합류했다. 이번엔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을 잡아왔다. 근데 또 재수사해야 한다고? 이 사건을 집요하게 쫓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막강한 재벌가가 이 사건에 연루됐다.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강도창과는 중앙경찰학교 동기지만 승진이 빨라 팀장을 하고 있다. 조직에서 아래 위를 두루 품는 처세술이 특기다. 자신과 팀원들이 위태로워질 뻔한 상황에도 이대철의 무죄를 밝히려고 달려드는 강도창을 말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강도창은 생사를 같이했던 동기. 이젠 낡아빠져 씨도 안 먹힐 그 놈의 의리 때문에 팀원들과 함께 강도창의 편에 선다. 이번엔 흰 가운 연쇄살인 사건의 진실을 밝혀낸단다. 근데 상대가 재벌 그룹. 섣불리 건드렸다간 우리도 초토화되게 생겼다.
연쇄살인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 광역수사대의 팀장. 전 팀장이었던 최용근과는 일선 경찰서 강력팀에서 파트너로 일했다. 강력팀 시절부터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성격으로 유명했다. 부하 형사들을 이끄는 카리스마도 넘쳤지만, 욕심이 과했다. 자신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았고, 이미 드러난 잘못조차도 인정하지 않았다.
살해된 정희주의 할아버지.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손녀 정희주를 혼자 키우며 살아왔다. 그런 손녀가 스스로 공부해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의 법무팀에 들어갔다. 묵묵히 가게 구석에 앉아 평생을 구두 가죽을 두드리며 살아온 그에겐 손녀는 유일한 자랑거리였고 삶의 의미였다.
그런 손녀가 살해됐다. 살아남아서 희주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야 했고.
그놈이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을 봐야 이 세상을 뜰 수 있었다. 범인을 만나 알고 싶었다. 왜 우리 손녀를 죽였는지. 왜 그렇게 잔인하게 죽여야 했는지...
할아버지 밑에서 어렵게 자랐고 피나는 노력으로 티제이 그룹 직원이 되었다. 순수한 성격 때문에 팀장인 우태호의 신임을 받았고, 우태호가 사적 감정을 갖는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우태호에게 가진 감정은 연민뿐이었다. 자신을 이용하려는 천상우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인 김민지 편에 서려 했지만, 권력자들 간의 복잡한 음모에 휘말려 무참하게 살해된다.
2년 전 천상우가 저지른 폭행 사건의 피해자. 당시 천상우가 범인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의 범죄를 숨겨준다. 그 대가로 강남헤어숍의 원장이 되었다. 헤어숍을 오픈하는 과정에서 우태호의 부하직원인 정희주의 도움을 받게 되고 그녀와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친구인 정희주가 왜 살해당했는지를 알고 있다. 하지만 상대는 너무 크고 강하다.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경감, 인천지방경찰청 청문담당관실 수사관. 도창의 후배. 도창이 위기에 몰렸을 때 감찰을 지연하기 위해 전화로 부탁한다.
[1]
"우태호 팀장님은, 천나나 이사님을 진심으로 사랑하셨습니다. 저는 용서하지 마세요. 그리고 축하드려요. 팀장님은 분명 좋은 아빠가 되실거에요.". 물론 정희주 입장에선 천나나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한 말이었겠으나, 남편과 불륜을 저질러 행복을 빼앗아 놓고 뒤늦게 행복을 빈다는 것은 명백한
어불성설이다. 안그래도 (인물 소개에 나와있듯이)법과 윤리는 가볍게 무시해버리는 다혈질에 사이코패스 기질의 천나나인데, 천상우의 폭언으로 멘탈이 반쯤 나가버린 상태였던 그녀의 분노에 되려 기름을 들이부은 격이 되어버린 것이다.
[2]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아버지와 오빠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살아왔고 그 과정에서 남편과 내연녀를 직접적으로 살해하며 괴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3]
양손목에 수갑이 채워진 와중에도 "이번에도 당신이 틀렸다. 난 아니다"라며 마지막까지 본인의 범행을 부정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당신이야. 이번엔 내가 맞아."라는 오지혁의 말에 그를 노려본다.